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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 가는 길] 02

작성자수다쟁이|작성시간17.01.09|조회수871 목록 댓글 0

[공항 가는 길] 02











1. 복도. 기내.


복도를 왔다갔다 하는 수아. 도우가 앉아있는 것 보이고.

도우 옆자리 손님이 자리에서 일어나 화장실 가는 것 보고 점프시트로 간다.

점프시트 내리고 마주앉는 수아.

도우, 팔짱끼고 눈감고 있다가 인기척에 눈 뜬다.

기내방송 “손님 여러분. 우리 비행기는 약 15분 후에 인천공항에 도착하겠습니다.”


수아 : (45도 시선 잡다가 도우 쪽 본다)

도우 : (수아와 눈이 마주친다)

수아 : 혹시... 서.도.우..씨?

도우 : (놀람. 끄으덕)

수아 : (역시나) 그럼... 애니?

도우 : (놀람) 어떻게...

수아 : (맞구나, 이럴수가) 안녕하세요.

도우 : ?

수아 : 저, 효은이 엄마에요.

도우 : !


마주보고 있는 둘.

도우 옆자리 손님이 착석하자, 수아와 도우 다시 침묵.


도우 : (수아를 본다. 이런 일이...하듯) 효은인(하고 물으려는데)

수아 : (시선을 45도로 돌린다)

도우 : (옆사람을 의식)

옆사람 : (수아와 도우를 본다)

도우 : (말을 걸 상황이 아니라고 직감)

수아 : (도우쪽 보며 티 안나게 살짝 목례만)

방송 : 손님 여러분 우리비행기는 곧 착륙하겠습니다. 좌석 등받이와 테이블을 제자리로 해주시고 좌석벨트를 매주십시오.


방송과 함께 하강중.

비행기가 급격하게 흔들리면서 사람들 인상 쓰고, 괴로워한다.

중간중간 눈이 마주치는 도우와 수아. 사이.

이륙후. 벨트 끄르고 자리에서 일어나는 수아, 도우를 향해.


수아 : 짐 꺼내드릴까요? (선반 쪽으로 가는데)

도우 : 없습니다. (다짜고짜) 저만 왔어요.

수아 : ?



2. 출입구-연결통로. 기내.


수아와 승무원들 나가는 손님들을 향해 인사한다.


도우 : (입구로 가면서 수아를 본다)

수아 : (도우와 눈이 마주친다. 의례적인) 감사합니다. 또 뵙겠습니다.

도우 : (목례하고 내린다)

수아 : (걸어가는 도우의 뒷모습 보다가 다음 손님에게 다시) 감사합니다.



3. 복도. 기내.


수아 : (마이크 잡고) 각 듀티별로 보안점검을 실시합니다.

         (방송 끝내고 복도로. 왔다갔다 남기고 간 물건 없나 좌석마다 살피다 비상구 좌석을 본다. 서도우가 앉았던)



4. 복도. 인천공항.


무빙워크에 힘없이 서 있는 도우.

< 공 항 가 는 길>



5. 대합실. 인천공항. 오전.


벤치에 앉아있는 도우. 지친 표정이다. 핸드폰을 켜니 문자와 통화가 와르르르. 다시 주머니에 넣는다.

그 앞으로 누군가.


석 : 내가 너희 집 첨 갔을 때. 너 열 살 땐가.

도우 : (고개 든다) 석이형..

석 : 딱 이러구 있더만. 울 아버지가 니네 집에서 일하는 거 가문에 영광이라며 나 끌구 가서.

      아 열나 일만 하겠구나 했는데. 너랑 놀아만 주라구. 따르던 선생님 돌아가시구 얘는 축 쳐져있는데

      울 아부지 명예독 치밀어 너한테 밀어 넣더라. 잘 보이라구.

      서도우, 얘가 내 인생에 봉이구나. 내 스무 살 때 감이 오더만. 딱 이 얼굴. (쯧쯧)

도우 : (일어선다) 돌아온거야?

석 : (끄덕) 그럼 이 난리에. 나 몰라라 하냐. 안 그래두 은우 마지막 문자 때문에 마음도 안 좋은데.

      사고 나기 며칠 전에 보냈어. (핸드폰에 문자 찾아서) 석이 삼촌. 집으로 돌아가요. 왜 떠돌아. 정착해.

도우 : 줘 봐. (문자 본다. 울컥)



6. 차안. 도로. 오전.


운전중인 석.

보조석의 도우, 전기면도기로 대충 면도중.


석 : 어르신 너 빈 손으루 온다구 굉장히 화나셨어. 거기다 묻으라는 엄마가 제정신이냐! 걸 말이라고 들어주는 넌 또 뭐구?

      내가 너 그렇게 키웠냐?

도우 : (면도 멈춘다) 날 키웠다는 선생님들만 삼사십 분은 될걸.

석 : 내가 키웠지!

도우 : 병원으루 가.

석 : 병원은 개뿔.

도우 : (의아) 혜원이 병원에 없어?

석 : 난 니 와이프 무서워.

도우 : 혜원이 지금 제정신 아냐.

석 : 너무 제정신이다. 내가 링겔 맞을 판이야. 하두 판을 벌려놔서.

도우 : (설마?)

석 : (끄덕) 결국 하더라.



7. 마당. 도우집. 오후.


놀란 도우의 표정. 전시장을 가로질러 마당으로 천천히 걸어간다. (전시실 뒤로 좌측 고택 우측 가옥)

넓은 마당에 사람들로 북적북적.

나무로 된 묵직한 테이블 위에 한지로 곱게 싼 등, 꽃. 독특하게 한식케이터링이 세팅되어 있다.

그 옆에 어울리지 않게 와인잔이.

<매듭장인 고은희여사 시연회> 한지에 쓴 안내판 보이고.

나무 의자와 나무 테이블에 삼삼오오 모여있는 외국인들. 외교관 부인 및 자녀들이다.

(*외교관, 대사 부인들과 대기업 사모님들을 위한 매듭시연회. 한국문화강좌)

모두가 끈목(*매듭하기 위한 실을 꼬아 만든 끈)을 가지고 이리 저리 해보고, 테이블마다 한복을 입은 학생들이 도움을 준다.

중앙에 매듭틀, 구슬, 끈목 등 놓고 시연중인 혜원(프린트무늬의 실크원피스)

혜원이 하는 것에 맞춰 다른 테이블에서 따라하고, 그 옆에서 학생들이 도움을 주는 방식.

마당으로 들어서는 도우. 사람들 속 혜원을 본다. 웃고 있다.


도우 : (누군가 뒤에서 툭. 돌아보니)

지은 : (검정원피스 입었다) 애썼어.



8. 전시실. 오후.


비어있는 전시실에 도우와 지은.


지은 : 내가 그랬거든. 분명 행사 취소다. 지금 도우네 그럴 정신 아니다. 아무리 그래도 무슨 소리냐는 거야.

         아무도 애니 일 몰라. 울 엄마두! 게다가 너 저 와인들 봤어? 세상에 고은희선생님 옆에 와인이 웬말이래? 전통주도 아니고.

         아이고. 이 와중에 협찬을 챙겨?

도우 : (지은을 본다. 한손에 엉킨 끈목)

지은 : (끈목 흔들며) 나두 얼떨결에 시연 했지. 혜원씨가 하더라.

도우 : (엉킨 끈목 뺏어서 푼다)

지은 : 아깐 수지랑 선영이한테 홈스테이 정보도 주더라. 나 뭐라구 말두 못하고.

         혜원씨 왜 저래? 너무 아무렇지 않으니까 이상해.

도우 : (풀면서) 넌 저게 아무렇지도 않아 보이냐.


그때 허겁지겁 들어오는 경숙.

지은, 경숙의 원피스 보고.


지은 : 최인턴. 그 옷차림 뭐야.

경숙 : 일이 산더미에요. 한복 입으라시는데 편하게 입었어요. (도우 옷차림 보더니) 에~...비하면 난 양호하네. (웃음)

지은 : (헉. 슬쩍 도우 눈치 보더니) 혜원씨가 아무 말 안해?

경숙 : (애니 일은 전혀 모른다) 지금 옷이 문제가 아녜요. 고은희선생님 시연 안하신다구 난리에요.

         대사관에서 부인들은 다 오셨는데.. 어후 학예사님이 시간 때우는 것두 한계가 있지.

지은 : (헉) 그게 문제 아니래... 도우야..

도우 : (끈목 지은에게 건네며) 니가 얘기해.

지은 : 내...가?

도우 : (나간다)



9. 마당. 도우집. 오후.


도우, 천천히 걸어가면서 사람들 너머로 혜원을 본다.


혜원 : 한쪽을 조이고. 나머지 한쪽을 조이세요. 그러면 (하고 조이니, 나비매듭이) 나비매듭입니다.


여기저기서 탄성. 성공했다. 실패다. 불어. 중국어. 영어. 일어. 서반어.

경숙, 혜원 옆으로 오더니 “고은희 선생님을 계속 찾으시는데.”

혜원, (도우 있는 거 알고 있었다는 듯이) 도우 있는 쪽 정확히 본다.

(*혜원과 도우. 반대방향으로 걸어가면서 전화중.

사람들 시선 피해 한적한 곳까지 그들의 동선으로 도우집 내부 보여진다.

대문너머 중문. 중문너머 전시실. 전시실너머 마당. 좌측 고택, 우측 가옥)


혜원 : 10분 쉬고 가겠습니다. (자리 일어나서 도우에게 전화 건다)

도우 : (전화 받으면서 고택 쪽으로 걸어간다)

혜원 : (일부러 도우반대방향. 전시실 뒤로 나와 가옥 쪽으로 걸어간다) 이상하게 보지마.

도우 : (천천히 걸으며) 걱정돼서 그래. 왜 무리해?

혜원 : 무리 아냐. 차라리 이게 나아. (어딘가 서서) 지은씨는 알지? 황당해하더라... 지은이 말구 아무두 몰라. 말하지마.

도우 : 혜원아.

혜원 : 아무 일도 없었던거야. (기대며) 애니는... 안온 거야.

도우 : (아무 곳에나 걸터앉으며. 답답. 혜원이는 지금 현실을 회피하려는 거다. 받아들이지를 못하는 거다. 측은함이)

         지금 일어난 일이 너한테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아는데(하는데)

혜원 : 아무 말도 하지마. 뭐 하고 왔는지. 거기서 어땠는지. 아무 말두.

도우 : ...

혜원 : 어머님 시연 기다리는 분들 많아. 모시고 와줘.

도우 : (손으로 눈 가리며 크게 호흡. 마음 진정하고) 힘들겠지만... 우리 딸은 죽었고. (떨린다) 우리 곁에 없는 거... 받아들이자.

혜원 : ..

도우 : ..


갑자기 사람들 웅성거리는 소리 들린다.

도우, 고택에서 나오는 은희가 보인다.

고택에서 나와 조용히 걸어가는 고은희. 옆에 석이 매듭장비 들고 따르고. 검정색과 진회색 사이 간색한복차림.

사람들 고은희여사 등장에 환호하고, 박수치고.



10. 마당. 도우집. 오후.


-은희, 상자에서 검정실을 꺼낸다. 사람들 시선 쏟아지고.

-무리속의 혜원, 검정색실에 사색이 되고.

-그런 혜원을 건너편에서 보는 도우.

-은희, 잽싸게 검정색으로 나비를 완성. 사람들 시선 쏟아지는데.


은희 : 제 손녀가... 며칠 전에 타지서 사고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놀라는 사람들. 일부는 수군거리며 방금 전까지 웃던 혜원을 본다. 통역사들 통역하고.


은희 : 나비매듭을 저보다도 더 잘하는 아이였습니다. 측은한 아이를 위해서, 여러분이 잠시만 애도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사람들, 너도나도 할 것 없이 눈을 감고 고개를 떨군다.

혜원의 손이 떨린다. 그 옆으로 다가오는 도우, 손을 잡아준다.

혜원, 진정하지 못한다.

그런 혜원을 엄하게 보는 은희.


혜원 : (부르르르르)

도우 : (혜원의 손을 더 꽉 잡아준다)



11. 뒷마당/ 앞마당. 도우집. 저녁.


-사람들이 모두 빠져나간 행사장.

혜원, 들어오자마자 미친듯이 청소하기 시작한다. 도우미들이 하려고 하면 밀쳐내며 “내가 한다구요!” 격하게 청소.


경숙 : (와인잔 치우려는데)

혜원 : 내가 해!

도우 : (혜원을 잡아끈다)

혜원 : (뿌리치며 슬프게) 이상하다. 미쳤다. 무섭다. 제정신 아니다. 다 들려.

         그래두 난 하던 일 할거구. 아니 더 열심히... 더 할거야. 이게 내가 극복하는 방식이라구! 살던 대루 살구. 일하구. 잊구!

         다 받아들일테니까. 걔 세상에 없는 거 받아들일테니까! 그니까 당신만 나 그냥 지켜봐줘...

         이상하게 보지마. 제발.. 제발... (쓰러질 듯이 서 있다)

도우 : (경숙에게 눈짓. 데리고 가)

경숙 : (슬쩍 혜원의 팔짱 낀다)

혜원 : (비틀거리며 걸어 들어간다. 조금 가다가 경숙의 팔 뺀다)

경숙 : (그냥 쫓아간다)

도우 : (그런 혜원이 걱정스럽다)

석 : (도우 옆으로 가자)

도우 : 낯설어. 혜원이 저런 모습 첨 봐.

석 : 왜 내가 처음에 봤던 김혜원 인턴 맞는데. 일에 눈 뒤집힌.

도우 : (무섭게 본다. 말이 심한데)



12. 칵핏(조종실). 기내.


여유롭게 비행중인 진석, 착륙준비중.(*에어아시아 확인바람)


진석 : (타워와 교신중) 인천타워 KE001. (타워. 001.)

타워 : (E) KE001. Roger. Cleared to land RWY 14L. (001. 14번 왼쪽으로 내리십시오)

진석 : (타워와 교신중) 인천타워 KE001. Roger Cleared to Land RWY14L.



13. 복도. 인천공항.


진석을 선두로 일렬로 걸어나오는 승무원들.

진석 뒤로 부기장 케빈. 그 뒤로 주현, 혜진을 포함한 승무원들.

뒷줄의 주현, 계속 진석의 뒷모습만 본다.



14. 대합실. 인천공항.


진석팀(운항승무원과 객실승무원)이 동그랗게 모여서 인사한다. (비행이 끝나면 의례적으로 하는 인사)

진석에게 인사하는 객실승무원들. “수고 많으셨습니다.”

주현, 진석을 뚫어지게 본다. ‘나 봐라..봐라..’ 하듯.

진석은 시선 한번 주지 않는다.



15. 복도. 인천공항.


정장사복에 신분증 매고 사무실에서 나오는 미진, 핸드폰 받으며.


미진 : 지금 교육 끝났어. 어디야?

수아 : (E) 공항.

미진 : 공항서 사니? 노상 죽치구.

수아 : (E) 효은이 기다려.

미진 : (에스컬레이터 내려가다가 박진석 일행 본다) 해서. 박기장한텐 효은이 끌구 왔다구 얘긴 했구?

수아 : (E) 문자는 보냈는데...

미진 : (진석의 얼굴 본다. 나이스한 미소로 승무원에게 인사중) 아직 문자 확인 안했네.



16. 공항버스정류장. 낮.


입구에서 나와 정류장 쪽으로 가는 진석. 핸드폰이 울린다. 이름도 저장되지 않은.

무심코 뒤를 보니. 유리너머(대합실안쪽) 주현이 전화하면서 왔다갔다.


진석 : (받지 않으며 혼잣말로) 애가 똘똘하지가 못하네...


잠시 후, 문자가 도착한다.


진석 : (문자 본다)

주현 : (문자소리) 제가 무슨 실수라도 한 건지 궁금합니다.

진석 : (문자 씹고. 보는데 확인하지 않은 문자다. 최수아다. 확인)



17. 대합실. 낮.


유리너머로 전화 받지 않는 진석을 보는 주현. 핸드폰 끊고 진석 쪽으로 가려는데. 케빈이


케빈 : (인사) 수고하셨습니다.

주현 : 부기장님도 수고하셨습니다.

케빈 : 어! (미진 봤다) 송선배님!

미진 : (손 흔들며)

케빈 : 정장차림 첨 봐요! 멋지십니다!

미진 : (모델 포즈)

케빈 : (푸하하)

주현 : (자꾸 진석 쪽 본다)

미진 : (주현이 보는 거 봤다)


순간, 싸늘한 표정으로 대합실로 다시 들어오는 진석.


케빈 : (진석 쪽으로 가려하자)

미진 : (케빈 저지)

케빈 : ? 표정이 왜 저러시지? 화나 보이지 않아요?

미진 : 문자를 본거지.

주현 : (그런 미진을 쓱 본다)



18. 게이트. 인천공항. 저녁.


공항사 여직원의 손을 잡고 나오는 효은.

기다리던 수아, 활짝 웃으며 손 흔든다.

효은, 반가운 마음에 수아에게 손 흔들다가 표정 굳어서 보면 뒤에 진석이...



19. 일각. 인천공항. 밤.


(승무원들이 자유롭게 드나드는 곳) 아는 승무원이 지나가면서 인사하자,


진석 : (억지로 친절) 효은인, 오느라고 수고했고...

효은 : (겨우 힘내어 애교) 아빠 보고시퍼쩡...

수아 : (효은이 잘한다! 그래 그거라도 어케 함 해봐라 손짓)

진석 : (안 통함. 무시) 앞으로 뭘 어떻게 초딩이 혼자 살아가겠다는 건지.. (수아가 뭐라고 대답하려고 하자) 아무 생각 없을테고.

수아 : (시선 회피)

진석 : 얘 다니던 학교 재학증명서. 떼 왔어?

수아 : 어? (뭔 소리지? 효은아?)

효은 : (모르는데요)

진석 : 뭐가 있어야 전학을 하든가.. 아님! (그때 승무원들이 우르르. 모자 내린다. 하려던 말 까먹었다) 효은인 오느라 수고했고.

효은 : (우는 와중에 비아냥) 아까 그 말 했는데.

진석 : (모자 올리며) 그럼. 수고한 김에. (힘주어) 다시. 가든가.



20. 차안. 도로. 밤.


운전중인 수아.

보조석의 진석, 의자 뒤로 젖히고 팔짱 끼고 눈 감고. (진석, 소리 높이는 법 없는데. 낮게 무서운 공격적 군인화법)

뒤에서 자고 있는 효은.


진석 : 누군 돈이 남아돌아서 돈 쳐들여 국제학교 보내냐고!

수아 : ...

진석 : 애가 무섭다면 데려오고, 불안해하면 달려가고(한심해서) 네임밸류있는 국제학교에, 메리이모 같은 가이드에,

         타이밍 딱딱 맞춰 기껏 들어갔는데! 이걸 다 포기하겠다고?(아 놔)

수아 : 바로 옆에서 자고 놀고 친언니 같았던 애가 죽었대. 얼마나 무섭겠냐구요.

         감정적으로 그렇게 화부터(내지말자구요-하려는데)

진석 : 자네부터! 감정적으로 애 키우지마. 그래서 앞으루 어쩔건데? 또 반복이야. 장모님 이후. 뉴질랜드 사태 이후. 반복 반복!

         자네. 나. 효은이 누구 하나 나쁠 게 없는 최선의 선택이었다구! 어디서 갖다 바쳤더니 발길질이야?

효은 : (부스스 눈뜨며) 아빠. 나 뽈 잘 찬다. 꼴리(골키퍼)두 했구.

진석 : (관자놀이 누른다. 아..머리야. 참자)

수아 : (진석이 상태 안 좋은거 보인다) 효은이 깼어? 더 자. 얼른.

효은 : 효은이. 떡볶이 먹고 싶어.

진석 : (한심)

수아 : 지금? (진석 슬쩍 보며. 참아라)

효은 : (눈치 보이지만 참을 수가 없다) 어. 지금. 꼭. (킁킁 냄새) 공기에서 떡볶이 냄새가 나. 너무 먹고 싶어.

진석 : 먹고 다시 가.

효은 : 안 먹어.



21. 분식점. 밤.


시계는 11시 40분. 사람들 거의 없고.

즉석떡볶이에 라면사리 잘 버무리는 효은, 쌩쌩하다.


효은 : (흡입) 맛있어. 이 맛이야!

수아 : (피곤. 하품) 외국에 10년 있었던 것두 아니구 고작 몇 달인데...

효은 : 삼겹살은?

수아 : 내일 점심에 배터지게 먹어.

효은 : 지금 먹자. 응? 그럼 나 진짜 공부 열심히 할게.

수아 : (저 말. 완전 맘 약해진다)



22. 고깃집. 밤.


시계는 12시 30분. 주변에 술 마시는 중년들밖에 없다.

그 속에서 졸린 눈 비벼가며 열심히 고기 굽는 수아.

수아가 굽자마자 얼른 집어서 상추에 싸서 냠냠 맛있게 먹는 효은. 먹으면서 TV에서 시선을 떼지 못한다. (축구 중계중)


효은 : 엄마, 나 축구 완전 잘한다.

수아 : (체한 듯 가슴이 답답. 가슴팍 치다가) 오늘 너무 신경 썼더니.. 먹구 있어. (일어난다)



23. 가게 밖. 밤.


핸드폰 문자를 죽 넘기다가 애니 아빠의 문자에서 멈춘다. <제 딸은 세상에 없습니다.> 하는.

수아, 답신을 쓴다. <그런 줄 모르고 실례가> 하다가. <고인의 명복을...> 하다가 다 지운다.

바람을 좀 쐬고. 가슴을 몇 번 탁탁 쳐보고.



24. 안방. 도우집. 밤.


문을 열어보는 도우. 침대 위에 앉아있는 혜원의 등이 보인다.

도우, 옆으로 가서 안아준다. 혜원, 힘없이 안긴다.


혜원 : (그 와중에) 데려오지 마...

도우 : ...



25. 고깃집. 밤.


가게로 들어가는 수아. 효은이 안 보인다. ‘어딨지?’

세상에. 아저씨들 사이에 섞여서 축구중계 관람중.


효은 : (흥분해서) 아주 그냥 뽈을 갖다 줘요. 저게 수비야! 어시스트지!

수아 : (어이없어서 정말)



26. 주방. 수아집. 밤.


식탁 위에 놓여있는 캘린더. 수아가 자신의 비행날짜를 표시한다.

팔짱 끼고 바라보는 진석.


수아 : 내가 여기. 여기. 비행이고 당신이 이렇게 죽 시드니. (표시하고)

         여기 당신이랑 나랑 다 시간 비는데 효은이 데리구 놀러갈까?

진석 : (본다. 시선만으로 ‘안 가’)

수아 : 쉬어요... 여기 사이 비는 건 제아한테 부탁할게.

진석 : (비웃음) 걔가 애를 봐? 그래서 제아까지 투입해서 얼마나 버틸려구?

수아 : 해봐야죠.

진석 : 일주일 있다. 다시 보내.

수아 : ....제적처리...됐어..자동으루..

진석 : (기가 막힌다) 최수아!



27. 일각. 수아아파트. 밤.


벤치에 앉아있는 수아. 떨어져 앉아있는 진석.


수아 : 당신 화내는 거 이해해요. 이해하는데 효은이 우리 딸이에요. 불안해하잖아.

         그것부터 다독여주자구요. 그 다음에

진석 : 무슨 수를 써서든 다시 보내.

수아 : 효은이가 원치 않아! 이제 중요한 건 효은이 의견이야.

진석 : (벌떡 일어서서) 걔가 무슨 의견이 있어? 스무살이나 더 쳐먹은 부모는 왜 있구! 이랬다저랬다(짜증)

         자넨 아이 키우는 원칙이 ‘기분’이야. 그게 문제야!

수아 : 원칙... 그거, 이제 같이 만들어나가면 되잖아요. 아직 초등학생이고, 옆에 두고 효은이 성향 알아가면서

         맞춰가면서 찾아낼 수 있을 거 아녜요. 옆에 있어야(하는데)

진석 : 현실을 직시해. 자네나 나. 옆에 두고 애 못 키워.

수아 : 해보지도 않았잖아. 자꾸 애 밖으로만 돌리지 말구. 내가 좀 늦는다는 건 아는데...

진석 : 늦지. 늘 늦지. 동기는 사무장 하는데 혼자.

수아 : (발끈) 일은 건드리지 마요. 나 잘하고 있어.

진석 : (그래. 그렇다고 하자) 중2까지는 부모 의견이 중심이 되고, 그 뒤는 지맘대로 하세요~ 이게 내 원칙이야.

         왜냐. 중2전까지는 부모 말이 먹히고, 그 이후(ㄴ) 씨도 안 먹히니까! 먹힐 때 가르치고. 먹힐 때 이끌자.

         열심히 애 의견 존중하면서 함 키워봐. (자리 뜬다)


-혼자 남은 수아. 답답하다. 주먹으로 살살 가슴팍을 친다.



28. 공터. 도우동네. 새벽.


어두운 새벽. 가로등 아래 공터.

혼자서 농구하는 도우, 땀범벅이다.



29. 전시실. 도우집. 아침.


지나가다가 혜원의 전화통화를 듣는 도우.


혜원 : 그간 감사했습니다. 제가 연락도 잘 못 드렸는데... 여기도 그럭저럭 정리가 되고 있어요. 네...

         애니 물건들요? 제가 아직... 그것들을 볼 용기가 없어서. 네.. 많이 힘들어요... (한숨)

도우 : (문 앞에서 보다가 자리 뜬다)

혜원 : (전화 중에 힐끗 문 쪽을 본다. 도우가 없는 것 확인하고는) 보내주실 필요 없어요. 방에 있는 애니 물건 다 처분하세요.

         애니 손 탄 건, 다 없애주세요. 그래야 제가 살 수 있어요.



30. 주방. 도우집. 아침.


샤워하고 젖은 머리로 나오는 도우.

믹서기 가는 소리 들린다. 식탁에 앉는 도우. 모든 것이 일상으로 돌아왔다. 예전과 같다.

혜원, 뒤에서 도우 안으며 과일주스 내민다.

몸이 뻣뻣해지는 도우. 이 ‘아무렇지 않음’이 오히려 불편하다. 건너편에 앉은 혜원이 본다.

#아무 말도 하지마! 외치는 혜원.


혜원 : (태블릿PC만 뚫어져라 본다. 커피 마시며)

석 : (들어오며, 혜원 들으라는 듯) 너 언제 가?

혜원 : (동작 정지)

도우 : (혜원 본다)

석 : 어르신 생각해. 저러다 쓰러지신다.

혜원 : (차갑게. 석이 보며) 내가 애니 시체를 보고 쓰다듬어야 석이 삼촌은 ‘사람이다’ 하겠죠? 그럴 거면, 난 사람 안 해요.

도우 : !

석 : 혜원씨 지금 사람짐승 운운할 때 아니지! 시체 가지러 히말라야도 되돌아가는데 자식을 타지에!

      (아고 답답! 가슴팍 팍팍 친다) 걔가 불쌍해서라두!

혜원 : (갑자기 눈물이 흐른다. 또르르) 엄마는 난데. 왜..

석 : (말문이 막힌다)

도우 : (혜원을 본다. 보통이라면 토닥토닥 어루만져줬을 텐데 도우의 손이 올라가지를 않는다. 손이 올라갔다 내려온다.

         오히려 안쓰럽게 석이 형을 본다)

석 : (안절부절)



31. 구 애니방. 도우집. 아침.


방을 휘 둘러보는 혜원. 차분하게 애니의 물건을 하나하나 책상 위에 모은다.



32. 현관. 수아집. 아침.


-창공에 비행기 지나가는 것 보이는 아파트 전경.

-평상복 차림으로 나오는 수아. 그릇 하나 들고 엘리베이터를 탄다. 1층을 누른다.



33. 1층. 수아아파트. 아침.


일층에 내리자마자 오른쪽으로 가서. 딩동. 벨을 누른다.



34. 거실-주방. 미진집. 동아파트. 아침.


수아 : (둘러보더니) 이사한지 며칠 되지두 않았는데 꼭 십년 산 집 같다.

미진 : (식탁 위에 죽 놓인 나물들. 한김 식히는 중. 수아가 들고 온 그릇에 보기 좋게 담는다)

수아 : (감탄) 그 와중에 이건 뭐니.. 대단타.

미진 : 나 이사 온 거 박기장 모르지?

수아 : 모르지. 아마.

미진 : 말하지 마라.

수아 : 오다가다 알텐데?

미진 : 내가 오다가다 안 해.

수아 : 별걸 다 내외야.

미진 : 같은 동에 직장동료 너무 껄끄러워.

수아 : (고추장 넣어서 비빈다) 참기름! 너 때매 일루 이사왔더니 나 오자마자 바루 뜨구. 얼마나 섭섭했는데.

미진 : (참기름 꺼내준다) 강남에서 폼 잡고 놀아보려 했지. 4년 사이에 전세값이 이쩜오배가 뛸 줄 어찌 알았겠냐. 말이 되냐구.

         인제 누가 뭐래도 내 집 안 떠.

수아 : 누가 뭐래는데?

미진 : 그래. 아무도 뭐라 안 그랬다.

수아 : (비벼 맛 보더니) 꼬소해.

미진 : 방앗간 가서 짜왔지. 한 병 가져가. 저기 아래 있어. (하더니) 아줌마가! 왜 싱글살림을 털구 난리야!



35. 카페. 인천공항. 낮.


수아, 박창훈사무장과 차 한 잔 하면서.


수아 : 교육원 자리로 추천 부탁드려요.

창훈 : 지상근무도 알아보고. 다른 부사무장이랑 스케줄 교환가능한지도 알아보고.

         내가 알아는 봐주는데. 그런다고 애 문제 커버되지 않아.

수아 : (끄덕끄덕끄덕)

창훈 : 한번 끄덕은 알았다고. 그렇게 열심히 끄덕이면 생각중이라는 거구.

수아 : 맞아요... 어렵네요.

창훈 : 봐줄 사람 없어? 시어머니나...

수아 : 택두 없어요.

창훈 : 박기장이랑 얘기 잘 해봐. 이해 잘 해주는 사람이니까.

수아 : (말도 안되는 소리) 현주 언니 잘 있죠? 내가 세상에서 젤 좋아하는 선밴데... 언니 일 관둘 때 내가 젤 크게 울었잖아.

창훈 : 현주 요즘 살이 어마어마하게 찐다.

수아 : 언니가 쪄봤자... 그 늘씬한 사람이.

창훈 : 그래두 이뻐.

수아 : (피식)

효은 : (달려온다) 엄마! (화장실 다녀왔다. 씻은 손 바지에 부비며)

창훈 : 최수아 껌딱지 오네.

수아 : (피식)



36. 거실. 영숙집. 낮.


영숙 : (외출복 차림) 막 나가려는 데 니가 온다고 해서 30분 늦춘 거야.

         효은이 잘 왔습니다-인사하러 온거 같은데. (소파에서 자는 효은 보며)

수아 : (효은이 깨우려고 하자)

영숙 : 아서. 인사한 걸루 치고. 그냥 가라. 가서 재워. (백 챙기고) 친구들이랑 일인가구 박람회 가기루 했어.

         싱글족들이 많다보니 그런 걸 다 하더라. 나두 싱글이잖니. 바빠.. 아주.

수아 : (효은이 업는다)

영숙 : (수아가 낑낑 거리고 효은이 업는 거 도와주려다가. 만다. 작은 것도 도와주면 안된다. 다짐하듯)

수아 : (결국 업었다)

영숙 : 아. (생각난 듯. 작정한 질문이지만) 효은애미야.

수아 : 네?

영숙 : 너, 일... 계속 하니?

수아 : ...

영숙 : 아님 어쩌자구... 혹시 나한테 부탁할려구?

수아 : (기회다. 용기 내어) 조금만 도와주심 좋죠. 저야..

영숙 : 건 힘들겠다. 애 봐주는 건 ‘쫌’이 없거든. 알잖아. 하게 되면 왕창 해줘야 되는 거.

수아 : (효은이 무게 힘들다) 쫌만 해주셔도.. 되는데..

영숙 : 섭섭하게 생각 말고. 이런 일은 확실히 정리하고 살자.

수아 : (효은이가 뒤척) 네.



37. 수아집 앞. 늦은 오후.


수아, 효은이 업고 집까지 걸어간다. 힘들다.

가까스로 현관에 도착하자 눈을 번쩍 뜨는 효은.


효은 : 다 왔어? (수아 등에서 내린다. 신났다)

수아 : 좀 일찍 깨지! 다 오니까 깨냐?!



38. 실내. 수아집. 밤-새벽.


주방> 쌀 씻어서 밥통에 넣고, 북어 죽죽 찢어서 냄비에 넣고 달달 볶다가 물 붓고 (비행 가는 동안 식구들 먹을 것 준비)

거실> 빨래 개키는데 옆에서 돕는 효은.


수아 : 안 졸려?

효은 : 응.


효은방. 새벽> 핸드폰 알람시계가 울리자 벌떡 일어나는 수아.

더 큰 소리로 옆에서 소리치는 효은. “일어나세요! 일어나세요!”

욕실> 수아, 부랴부랴 세수하고.

효은방> 효은이가 치마, 블라우스, 하나씩 건네며 수아 승무원복 입는 것 도와준다.


효은 : (초롱) 응. 나 안 데려갈꺼지?

수아 : 어딜? (아. 말레이시아)

효은 : 데려가지마.

수아 : (얘가 계속 그 걱정했구나)



39. 수아아파트 앞. 새벽.


아직은 컴컴한 새벽. 여명이 이제야 보이기 시작.

트렁크 끌고 나오는 승무원복 입은 수아. 그 뒤로 효은이 따라나선다.


수아 : 들어가! 추워!

효은 : 엄마 가는 거 보구!

수아 : 학교 정할 때까지 교과서 좀 읽어보구! 공부가 아니라... 그 있잖아. 독서. 독서다 생각하구 읽어! 그래야 아빠가 좋아해!

효은 : (끄덕) 안전 잊지 말구! 몸 조심하구! 기내 땅콩 세봉지만!

수아 : (미소. 끄덕)

효은 : (두 손 올려 흔들더니) 엄마... 애니언니 하늘나라 갈 때 안 아팠겠지?

수아 : (생각지 못한 질문에 놀람. 하지만 최대한 침착) 그럼. 꼬집는 정도.

효은 : (자기 살 꼬집는다) 아야(하더니) 아픈데.. 이정도면 뭐..

수아 : (애잔) 효은아! 엄마는 효은이랑 같이 있어서 참 좋아.

효은 : 그치?!

수아 : 니가 왔다갔다 하니까 집 같애.

효은 : 오기 잘했다! 엄마! 사랑해! 건강해! 오래오래 살아야 해!


-안개가 자욱한 새벽길.

트렁크를 끌며 걸어가는 수아. 아무도 없는 공항버스정류장에 가서 선다.



40. 강의실. 대학교. 오전.


소규모 강의실. 빙 둘러서 편안하게 앉아서 토론분위기의 학생들.

도우도 책상 위에 걸터앉아 만들어놓은 어느 학생의 미니어처를 본다.


학생 : 철재사용 때는 대목수 분과 마찰이 있지 않을까요?

도우 : 충분히 있지. 그럼 설득해야지. 왜 철재를 써야 하는지 설득 또 설득... (그 위로)

도우 : (문자소리) 애니 아빱니다. 비행 중에 실례인 것 같아 여쭙지 못했습니다. 효은이는 데려오셨나요?



41. 브리핑룸. 인천공항. 오전.


수아, 의자 가지런히 놓는데 문자가. 발신인 보고 놀란다.


수아 : 애니 아빠..? (생각하더니 문자 쓴다)


그때 들어오는 승무원들. 오셨습니까~ 인사하면서.



42. 강의실. 대학교. 오전.


텅빈 강의실. 수아의 문자를 읽는 도우.


수아 : (문자소리) 어려움은 있지만 일단은 데려왔습니다. 데려오니 좋네요.

도우 : 오니까 좋네요... 당연하지.



43. 뒷마당. 도우집. 낮.


도우가 만들어놓은 나무 상자(납골당에 놓을)에 연꽃문양을 놓는 석. 예사롭지 않은 석이의 손놀림. (소목장이다)


도우 : (문자소리) 지금 공항 가보려고. 데려와야지. 혜원이 모르게 진행할 거예요.

석 : 아빠가 데려오면 이 속에서 편안하게 쉬어라. 삼촌이 창도 내주고, 예쁘게 꾸며줄게(울컥) 우리 은우.



44. 몽타주.


(비행을 준비하는 수아와 공항까지 가는 도우. 그 위로 문자 메시지들이 소리로)

-수아, 공항복도. 일렬로 걸어가며 승무원들과 이동한다.

-도우, 공항주차장에 차 댄다. 주차장 위로 가로지르는 모노레일.

-(대합실에서 비행기 탑승) 모노레일 안의 수아. 모노레일 속도로 보여지는 전경.


수아 : (문자소리) 염치없는 줄 아는데, 효은이 전학서류 관련해서 제가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라서요.

도우 : (문자소리) 메일로 문의 가능합니다.

수아 : (문자소리) 어느 분께 메일을 보내면 되나요?

도우 : (문자소리) 홈스테이 주인 분한테 부탁하는 게 나을 텐데요. 신청해놓고 시간이 걸릴 겁니다.

수아 : (문자소리) 감사합니다. 죄송합니다. 정신없으실 텐데..


-기내에 들어가자마자 가방을 차곡차곡 놓는 승무원들과 수아.

-(주차장에서 대합실로 가는) 모노레일에 탄 도우. 핸드폰으로 어딘가에 전화.


도우 : (듣더니) 저 혼자 성당으로 가도 됩니다. 직접 가져올게요. 네.. (듣는다)

도우 : (문자소리) 메리이모님께 전화해뒀어요. 안 그래도 효은이 학교관련 서류 다 찾아놨다고 합니다. 연락 오길 기다렸다네요.


-수아, 핸드폰 끄기 전에 마지막으로 확인하다가 숨죽여 환호. 손으로만 만세.


수아 : (허공에 대고 배꼽 인사)

은주 : (어디에다 인사하는 거지? 두리번거리면서 무의식적으로 같이 배꼽인사)


-달리는 모노레일 안의 도우. 수아가 봤던 전경 그대로 빨려 들어가며.



45. 주방. 수아집. 낮.


-효은, 밥통 열어서 주걱으로 밥을 퍼 그릇에 담고. 밥 위에 나물들 조심조심 올리고.

(수아가 준비한) 북엇국 그릇에 정성껏 담고.

-식탁.


효은 : 짜잔~ (차린 음식 보인다)

진석 : (보더니) 너. 대한민국서 흔하디 흔한 기내식이 뭔지 알어?

효은 : ....비빔밥.

진석 : (끄덕) 세상서 젤 지겨운 음식이야.

효은 : (헐) 기껏 차려줬더니.

진석 : 그래두 정성을 봐서. (휘휘 저어서 먹는다)

효은 : (피식) 나 디게 잘해. 혼자서 밥도 차려 먹구. 청소두 하구. 내 걱정 하지 말라구.

진석 : 공부를 못하잖아.

효은 : (아 진짜) 아빤 말끝마다. 아 짱나.

진석 : 말하는 꼬라지 봐라.

효은 : 죄송합니다. 아버지. (책 읽듯) 제가 같이 있던 언니가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 나라. 가기 싫습니다. 무섭습니다.

         전 집에서 부모님과 살고 싶습니다. 앞으로 잘 하겠습니다.

진석 : (본다)

효은 : (긴장)

진석 : (먹다 만다) 뭐 하고 놀까... 하고 싶은 거 말해봐.

효은 : (웬일이래? 함박미소)



46. 학교운동장. 낮.


-들떠있는 효은. 골대를 지키는 진석을 향해 슛을 날린다. 골인~

신나서 깡충깡충 뛰는 효은.

무지하게 빈정 상한 진석. 손을 탁탁 털더니


진석 : 그래. 재밌지. 그럼 이제 아빠가 축구를 제대로 가르쳐주지.

효은 : (약 올린다) 제대루 했으면서~ 했으면서~


-둘이 위치가 바뀌었다. 진석이 공을 찬다. 신나서 골대 지키는 효은.


진석 : 효은아. 아빠 공 받아내면 맘 편~히 한국에 남아.

효은 : 진짜! 정말!


진석, 강속으로 슛! 효은이 나가떨어진다.

‘이거 장난 아니다’ 효은 정신 바짝 차리고. 다시 골대 앞에 선다.

진석의 강슛! 슛! 슛! 슛!

너덜너덜해진 효은, 이 악문다.


진석 : (비아냥거림) 여기까지. 모든 경기엔 정해진 시간이 있거든.

효은 : (억울해서 눈물이 질질)

진석 : 다시 가.

효은 : 싫어! (엉엉 운다) 딸하구 연습경기하면서 죽을힘을 다하는 아빠가 세상에 어딨냐구!

         애니언니 아빤 안 그런데.. 엉엉...어엉...

진석 : (감히 비교질을?! 빈정 상하지만) 그렇게 울고 끝내.

효은 : ?

진석 : 그 에뭐...그 언니 잃은 거. 땀이랑 눈물이랑 같아. 그니까 땀을 흘리든 확 울어버리든. 오늘루 잊어. 쫑내라구.

효은 : (살짝 감동 받으려는데)

진석 : 기지배들은 껀수만 있음 질질 짜요, 너 축구 하지마. 기지배가 무슨. 외모가 안 되면 미친듯이 공부를 해야지!

효은 : (그럼 그렇지!)



47. 메리집 앞. 저녁. <말레이시아>


평상복의 수아. 문 앞에서 벨 누른다. 딩동~



48. 거실. 메리집. 저녁. <말레이시아>


식탁에 마주앉은 둘. 맥주 조금 한 상태.


메리 : 나. 결혼보다 애들이 먼저였어요. 교포3세로 나고 자라. 한국말 배우려고 일부러 한국서 대학도 나오고.

         여기 국제학교 좋다구 소문나면서 한국사람들 하나 둘 늘어나는데 애들 보면 반가운거야. 너무 이쁘구.

         애들 내가 돌봐야지... 자식같은 마음으루 시작한 거예요. ....이젠 안 합니다.

수아 : 죄송합니다. 그땐..

메리 : 효은엄마 때문 아녜요. 애니 생각하면 못하겠어요. 효은엄만 그나마 나아요. (술 들이켠다. 캬~)

         대한민국 엄마들은 만나서 회의하나봐. 일주일에 한 번 반찬으로 지적해라. 일주일에 두 번 불쑥 성적체크해서 긴장시켜라.

         지적내용도 비슷하구.

수아 : 제가 자격은 없지만. 대표로 죄송합니다.

메리 : 소신 있는 분들은 상의내용이 달라요. 아이가 오늘 언제 웃었느냐 키는 얼마나 컸느냐. 애 혼자서 어떤 일을 해결했느냐...

수아 : 그렇게 물어보는 분도 있구나...

메리 : 애니 아빠요. 많이 달랐는데. (눈물 날 것 같다) 애니 생각만 하면..



49. 효은애니방. 메리집. 저녁. <말레이시아>


대부분의 짐이 상자에 넣어져있다. 어수선한 가운데.


메리 : 이 짐을 어째야 하는지... 애 엄만 없애라고 하고.

수아 : 없...애라구요? 보내달라는 게 아니구요?

메리 : 아빠는 애니가 쓰던 연필 한 자루도 다 챙겨가고 싶어하는데 엄마는 버리래요. 가슴이 찢어진다고.

         중간에서 버릴 수도, 잘 챙겨둘 수도 없구. 답답해요.

수아 : (기억난다)


#씬1.

도우 : 없습니다. (다짜고짜) 저만 왔어요.


메리 : (애니 책상 위 다리미 보며) 이걸 옆집에서 나 돕는다구 사가지고 왔더라구요.

         지 교복두 다리구. 테이블보도 다리구. 효은이 셔츠도 다려주고. 야무지고. 책임감 있고.

수아 : (감동. 그런 아이가... 애잔)

메리 : 버려야 하나 잘 싸둬야 하나.

수아 : (갑자기) 버리셨어요. 그걸 제가 싹 담아다 아빠한테 전해준걸루.

메리 : (오호~) 그럼 나야 고맙죠!

수아 : 그 아빠한테 신세진 것도 있고. (자신의 트렁크를 열더니 책상 위에 물건들 쓸어 담는다. 노트들. 각종 손때 탄 문구류)

메리 : 난 버린 거예요!

수아 : 네. (다리미를 넣는다)



50. 성당. 저녁. <말레이시아>


애니의 분골함을 받아드는 도우(검정 정장차림).



51. 객실. 호텔. 밤. <말레이시아>


(승무원들이 체류 중에 묶는 호텔)

다리미가 침대 위에 놓여있고, 바닥에 애니 물건들 널브러져 있다.


수아 : (침대에 걸터앉아 짐정리 중, 똑똑 소리에 문 열어준다)

선영 : 선배님 말씀하신 거(샌드위치와 커피다) 어디 둘까요?

수아 : 어. 저기 뒤. (테이블 가리킨다)

선영 : (가면서) 저희들끼리만 나가도 될까요?

수아 : 박선배가 그래도 된다고 했음 그래도 되는 겁니다.

선영 : (테이블 위에 놓다가 베개 위에 놓인 다리미 보더니 ?)



52. 복도. 호텔. 밤. <말레이시아>


승무원들 우루루루 엘리베이터 쪽으로 걸어가면서.


선영 : 최선배 베개를 다리미로 다리더라.

상협 : 다림질 좋아하는 여자들 집착 장난 아닌데.

선영 : 만나봤어?

상협 : 어. 자기표시래. 부사무장님 집착 있네. 있어.

선영 : 고데기도 아니고 다리미(ㄹ) 들고 다녀. 완전 코미디야.

상협 : (두리번) 은주씨는 왜 안 나와? 신참이 유독 느리네.

은주 : (멋 내고 허겁지겁) 죄송합니다!


그때 엘리베이터 열리고 도우가 내린다.



53. 객실. 호텔. 밤. <말레이시아>


소파에 걸터앉는 도우, 백팩을 보며.


도우 : 집으루 가자.



54. 출입구. 비행기. 낮.


-승객들에게 인사하는 수아와 상협.

휠체어 손님이 오자, 수아가 티켓 보고 직접 휠체어 밀며 안내한다. 그사이 서도우가 탑승.

-옆자리의 트렁크까지 번쩍 들어서 선반에 올려주는 도우.

그 옆 복도로 지나가는 수아, 얼른 출입구로 다시 가서 미소로 ‘어서오십쇼~’ 서로 보지 못한다.



55. 수아자리. 기내.


점프시트에 앉아서 주변의 안전도구들을 손으로 다시 점검하는 수아.

건너편 비상구 좌석의 남자가 수아를 부른다.


수아 : (다가가) 네 손님.

남자 : 지금 와이프가 임신중인데 자리가 멀어서요. 착륙할 땐 옆에 있어줬음 좋겠는데.

수아 : (미소) 좌석교환 가능한지 그쪽 구역 승무원에게 말해놓겠습니다.



56. 갤리. 기내.


상협, 수아에게 디브리핑(착륙 전에 있었던 일들 간단히 보고).


상협 : G손님이 자릴 바꿔주셔서 비상구 좌석으로 가셨어요.

         비상구 좌석 브리핑은 완료했습니다. 승객분은 불만 없이 바꿔주셨구요.

수아 : 제가 다시 한번 확인할게요. 비행 중에 잘 부탁드려요.

은주 : (다급하게 수아 쪽으로 오며) 선배님! 선배님!



57. 화장실 앞. 복도. 기내.


화장실문이 닫혀있다.


수아 : (바짝 화장실 앞에 붙어서) 손님. 곧 착륙합니다. 나오지 않으시면 저희 밤새 활주로 뱅뱅 돕니다.

         (묵묵부답. 화장실 앞에 더 붙어서) 손님. 지금 여기 저밖에 없습니다. 아무도 없어요. 듣는 사람도 없구요.

         저 나이도 많습니다. 편하게 말씀하세요.

손님 : (여고생. 조용히. 소리) 제가 여기 토를 해서... 창피해서... 냄새도 나고.

수아 : (문에 대고) 건 일도 아닙니다. 제가 바로 치워드릴게요. 일단. 거기 종이 타월 보이시죠.

         그거 서너 장 뽑아서 눈 빼고 얼굴 가리시구. 하나 둘 셋 하고 나오세요. 그 다음은 저희가 처리할테니 걱정 마시구요.

         (승무원에게 타월 받아서 준비)

손님 : (조용히) 하나...둘...

수아 : (옆에 은주에게 신호)

은주 : (끄덕)


셋, 하고 얼굴 가리고 나오는 여고생. (민감하고 부끄러움 많고)

화장실문이 열려있는 상태. 나오자마자 위급환자 대하듯 기다리던 은주 부축하고.

냄새 진동하지만, 수아 얼른 수건으로 바닥부터 쓱쓱. (밖에서 보면 늘씬한 수아 다리만 나와 있다)

들어가서 문 닫고. 몇 초 뒤 머리 헝클어져서 나오고. 화장실문 닫는다.

점프시트 옆 벽에 걸린 전화기로 “해결했습니다. PA(기내방송) 나가도 됩니다.”

-“승객 여러분. 우리 비행기는 곧 착륙하겠습니다.” 기내방송 나오고.

-각 구역별 승무원들 “창문 올려주세요.” “선반 접어주세요.” “좌석 전 위치해 주세요!”

-수아, 점프시트 내리고 앉으며 마주 보이는 비상구 좌석 손님에게.


수아 : (미소) 자리 바꿔주셔서 감사합니다. (하는데! 서도우다)

도우 : (알아본다. 목례)

수아 : (도우 보며 의례적인 설명한다) 여기는 비상좌석입니다. 비상시에 도움을 요청해도 되겠습니까?

도우 : (끄덕)

수아 : 감사..합니다.

도우 : (본다)

수아 : (앉으며 흐트러진 머리 정리한다. 급히 시선 피한다)

도우 : (반가운 표정. 하지만 말은 못하고. 주변 사람들 의식해서)

수아 : (사무적) 덕분에 서류준비는 잘 됐습니다. 감사합니다. (더 사무적으로) 가시는 길에 짐 찾는 곳에서 기다려주시면

         저희가 준비한 것도 드리겠습니다. (미소) 벨트 메셨습니까?

도우 : 네.

수아 : (다시 승무원의 자세)

방송 : 손님 여러분 우리비행기는 곧 착륙하겠습니다. 좌석 등받이와 테이블을 제자리로 해주시고 좌석벨트를 매주십시오.



58. 출입구. 기내.


수아, 그리고 승무원들 인사한다.

도우도 나가면서 수아를 보며 고개 끄덕. 수아 ‘감사합니다. 또 뵙겠습니다.’ 의례적인 인사한다.



59. 수하물벨트. 인천공항.


수하물 출고중. 비즈니스와 승무원 짐들이 쏟아져 나온다.

대부분이 짐을 찾고 ‘수고 많으셨습니다.’ ‘다음 비행에서 뵙겠습니다.’ 등등의 인사하고.

승무원들이 다 떠난 뒤, 혼자 남은 수아. 짐이 어딨지?

승객들 하나 둘 나오고. 도우와 수아는 벨트를 사이에 두고 서 있다.

도우, 수하물 입구에서 나오는 짐에 집중하다가 건너편에 서 있는 수아를 발견.

마침 도우 짐이 나온다. 짐을 들어 올리고 수아 쪽을 다시 보는데 수아가 없다.



60. 분실물센터. 인천공항.


이름과 연락처를 남기는 수아.


직원 : 짐 확인되는 대로, 다음 편으로 도착할 겁니다. (연락처 보더니) 댁으로 보내드릴까요?

수아 : 아니에요. 기다릴게요.

직원 : 잠시만요. (센터에 전화)

수아 : (생각난 듯 핸드폰을 켠다)



61. 수하물벨트. 인천공항.


사람들은 다 빠져나가고. 컨베이어벨트에 한 개의 트렁크만 남았다. 가방 한 개가 돌고 돌고 돌고.

전화가 온다. 받는 도우.


수아 : (E) 문제가 생겨서 좀 늦네요. 조금만 기다려주시겠어요?

도우 : 큰 문젠가요?


나머지 가방마저 어느 남자가 찾아간다.


수아 : (E) 짐이 바뀌었나봐요. (직업의식 발동) 가져간 분께 저희 항공사에서 직접 연락을 취하는 중입니다.

         저희 항공사에서 책임지고 찾아드리겠습니다. 바쁘시면 그냥 가세요. 제가 댁으로 보낼게요.

도우 : (끄덕) 그러죠. 주소는 문자로 남길게요. (출입문으로 향한다)



62. 분실문센터. 인천공항.


수아 : 죄송한데, 집으로 보내주시겠어요. 여기 주소. (하는데 문자가, 본다)

도우 : (문자소리) 뭘 가져오신 건데요?



63. 공항게이트 앞. 인천공항. 밤.


공항을 나가려다가 문자를 보는 도우. 실소가.



64. 분실물센터. 인천공항.


수아 : (답신을 보고 표정이 밝아진다. 직원에게) 잠깐요! 기다릴게요.



65. 일각. 인천공항.


되돌아가는 도우.


도우 : (문자소리) 다리미면 지금 받아야죠. 같이 기다리죠.



66. 분실물센터/ 복도. 인천공항.


-수아, 다급하게 나가면서 두리번 도우를 찾는다.

-도우, 의자에 앉아 두리번.

-수아, 다시 걷는다. 아래층을 내려다보니, 도우가 한눈에.


수아 : (문자소리) 혹시 2번 게이트 쪽에 계세요?

도우 : (문자소리) 네. 어디세요?


-수아,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간다. 도우가 맞다.


수아 : (문자소리) 곧이요.


-도우, 문자 보다가 고개를 들어 이리저리. 에스컬레이터에서 내려오는 수아가 보인다.

(각각의 시점에서 촬영. 두고두고 이들이 기억하는 순간)

수아, 가볍게 목례. 도우도 목례.


도우 : ‘곧’이라는 곳도 있네요.

수아 : 아... (손가락으로 근방 빙 돌리며) 뭐.. 곧.

도우 : 다리미는...

수아 : 다음 편으로 올 거예요. 같이... 기다릴까요?

도우 : 그래야죠. 다리민데.

수아 : (피식) 아깐 승객들 계셔서 (머뭇) 인사도 제대로 못하구. 저 효은이 엄마.

도우 : 최수아씨.

수아 : 어! (어케 알았지)

도우 : (승무원 이름표) 서도우라고 합니다. 반가워요.


마주선 둘.



67. 여기저기. 인천공항.


-복도를 걸어가는 둘.


도우 : 티켓 양보해줬을 때, 기억나요. 그때 처음 본 거 같은데...

수아 : (갸웃) 맥주집에서 인사했었는데...


#도우가 계단에서 내려가지 못하고 있는데,

엄한 남자에게 인사하는 수아의 비스듬한 모습.


도우 : 엄한 남자한테 인사하고 계시던데.

수아 : (놀람) 같이 인사했지 않았나?

도우 : 저 아니에요. 인사하는 모습만 멀리서 봤지.


#창밖으로 내려다보는 도우.

수아가 옷을 단단히 여민다.


도우 : 타이트한 원피스 옷 꽁꽁 싸매면서.

수아 : (무안) 뭐 그런 걸 기억하시구.

도우 : 그러게요. 왜 그런 게 기억나는지..참. (미소)


사이.

-대형 투명유리창이 있는 곳. 벤치에 앉아있는 둘.


수아 : 애니. 효은이가 정말 좋아했어요. 친언니처럼.

도우 : ...

수아 : 그때 그러셨잖아요. 시간 지나면 집에 올 생각도 안한다구.

         일주일만에 딱 그러던데요. 집보다 애니. 엄마보다 애니. (신나게 말하다가 도우 본다)

도우 : (흐뭇해하는 건지 슬픈 건지 알 수 없는)

수아 : (앗! 이 사람은 지금 자식을 잃었는데...뭔 애니타령을)

도우 : (수아 본다) 괜찮아요. 듣기 좋은데요. 집에선 애니 얘기 못해요.

수아 : ?

도우 : 금기어에요.

수아 : (끄덕)

도우 : ...

수아 : 효은이 아침에 깨우는 거 정말 힘들거든요. 그때마다 애니가 댄스음악 틀어줬대요. 그럼 벌떡 일어나고.

         효은이 옷도 다려줘서 뉘 집 자식인지 기특하다 했는데...

도우 : (저요. 가리킨다)

수아 : (실소가. 편해졌다) 애니가 좋아하던 남학생 있었던 것 같던데.

도우 : (흥미롭다) 남자?

수아 : 수학 과외해준 한국오빤데. 그 남학생 좋아해서 애니가 수학 잘하는 거라구, 효은이가 말두 안되는 얘길...

도우 : 공부는 원래 잘했어요. 그 남학생 때문만은 아니었을 텐데.

수아 : ...받아들이질 못하시네.

도우 : (웃음) 아니에요. 한번이라도 누굴 제대루 좋아해봤음 다행이죠. 기특하구.

수아 :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구나)



68. 거실. 영숙집. 밤.


식탁에 앉아있는 진석과 영숙. 진석은 노트북으로 검색중.


영숙 : (식탁 위에 놓인 1인용 토스트기 보며) 죄다 일인용이야. 요즘 싱글족 덕에 재밌는 일인용 살림이 많아. 훌륭해.

         수저도 한 벌. 나이 들어 (강조) 단출한 맛에 산다.

진석 : (검색) 기숙학교를 보내야 하는데.. 없어 없어... (고개 절레절레)

영숙 : 니 와이프 이제 일 관둬야 하는 거 아니니? 그 일이 건강할 때 잠깐 하는 거지. 평생 할 것도 아닌데.

진석 : 요즘 혼자 벌어 어떻게 삽니까.

영숙 : 아껴 쓰면 못 살게 뭐있어. 니 월급도 꽤 될거구. 나 죽으면 이 집 물려줄 테니까...

진석 : 마음껏 쓰다 가세요. 우린, 우리 힘으루 알아서 잘 살테니까.

         (노트북 닫으며) 승무원 사십대두 많구. 수아, 능력 인정받는 사람이에요.

영숙 : (어쭈. 편들기는) 너 바루 비행이라며. 효은이 니 집에 데려다놓구 가!

진석 : 효은아! 가자!


소파에 누워서 통화중인 효은, 아예 엎드린다. 둘이 통화내용 듣지 못하게.


효은 : 아빠랑 축구하구 할머니네루 왔지... 엄마. (생각할수록 분개) 아빠랑 축구하는데.. 세상에..

         나 아빠 그렇게 악착같은 얼굴 첨 봐.



69. 일각. 인천공항. 밤.


각자 핸드폰 들고 있는 수아와 도우.

앉아있는 도우는 문자 확인 정도. 수아를 본다. 등지고 서서 왔다갔다 하며 통화중.

수아, 통화 마치고 돌아서니. 도우가 없다. 어딨지?

저쪽에서 도우가 커피 두 잔 들고 온다.



70. 벤치. 인천공항. 밤.


투명유리창 밖으로 비가 내린다.

트렁크를 베고 자는 사람도 보이고. 그 외에 드문드문 오가는 사람 정도.

나란히 앉은 둘, 커피 마시면서 창밖을 본다. 별 말이 없는데.


수아 : (문자를 확인) 비행기가 연착이라네요. 더 기다리셔야 할 것 같은데...

도우 : (끄덕) 효은인 어때요?

수아 : 말로는 지가 다 알아서 한다는데. 어떻게든 해봐야죠.

도우 : 효은이가 그러더라구요. 부모님이 자기 보는 시간보다 하늘에 있는 시간이 많다구.

수아 : 그렇게 되네... 늘 미안하죠. 가기 싫어하는 앨 외국에 보낼 때두, 그땐 최선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제일 편한 걸 택했던 것두 같구. 피곤해죽겠는데 누가 대신 애 잘 키워주는 것두 같구.

         그런데 엄마가 조금만 이기적으로 생각하면 바로 애한테 일이 생기더라구요.

도우 : 제 와이프도 그런 심정일지 모르겠네요. 아이가 원해서 간거고. 밀어준 것뿐인데. 자책이 심해요.

수아 : (앗뿔싸) 이기심, 그거 제 얘긴데. 제가 또 실수를...

도우 : 아니에요. 죄책감 때문인지 애니 얘기 하는 걸 싫어해요, 와이프가.

수아 : (그럴 수도 있어요,라는 말도 안 나온다. 머뭇)

도우 : ...

수아 : 힘든 일 겪을 때 지나간다, 잊혀진다, 열에 아홉은 다 맞는 말인데 이런 상황에선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도우 : 전 괜찮구... 애한테 직접 해주세요.

수아 : ?

도우 : (백팩을 벗어 둘 사이에 놓으며) 잘 왔다. 고생했다. 편히 쉬어라. 또 효은이 일도 고맙다.

         그 정도면 위로가 되지 않을까요?

수아 : (끄덕. 어디다 하지? 망설이다 두 손 모아 기도)

도우 : (백팩 톡톡) 여기요. 여기에 있어요. 데려왔어요.

수아 : (아! 손을 백팩 위에 살짝 얹는다. 숨을 한번 몰아쉬고. 눈감는다. 속으로. 소리) 잘 왔어요... 고생했어요...

         효은이한테 잘해줘서 고마웠구요... (뭔가 울컥) 편히... 쉬어요.

도우 : (그런 수아 본다)


-후두둑 세차게 비가 오는 공항버스정류장. 전경.



71. 복도. 대합실. 인천공항. 새벽. 비.


각자의 짐을 끌며 천천히 걷는 둘의 뒷모습. 그들 위로


도우 : (소리) 힘들지 않아요?

수아 : (소리) 괜찮아요. 그쪽은요?

도우 : (소리) 그러게... 힘들지가 않네요.



72. 복도. 인천공항. 새벽. 비.


벽시계가 4시 20분.

드디어 트렁크를 받은 수아, 끌고 허겁지겁 달리다시피 걸어간다. (*도우시점에서 달려오는 수아. 3회 회상에 필요합니다.)



73. 일각. 인천공항. 새벽. 비.


수아, 하나씩 꺼낸다. (문구용품. 수저. 작은 베개. 애니이름 새긴 앞치마, 실내화, 칫솔. 전통문양의 상자. 등등)

도우, 물건들이 나올 때마다 하나씩 신기하게 보다가 다리미가 나오자 미소. 살살 만진다. 골동품 만지듯이.


수아 : 가져갈 데가... (도우가 가방이 없다)

도우 : 차에 있습니다. 괜찮으시면 같이 가요. 제가 집까지 모셔다 드릴게요.

수아 : 아니에요. 전 공항버스 타고 가면 돼요. (하다가) 아..시댁으루 가야 되네. 아까 효은이가 거기 있다구...

도우 : 글루 가요. 티켓 양보해준 거 두고두고 우려먹으셔도 됩니다.



74. 모노레일. 새벽. 비.


달리는 모노레일 안. 거의 빈좌석.

도우와 수아만 떨어져 앉아있다.



75. 일각. 주차장입구. 새벽. 비.


(비를 피해) 안쪽에 서 있는 수아. 발치에 도우의 백팩이.

도우가 비를 맞으며 횡단보도를 건너, 주차장 건물 쪽으로 달려가는 것이 보인다.

도우의 뒷모습을 계속 쫓는 수아, 발치의 백팩을 들어서 소중하게 안는다.



76. 주차장. 새벽. 비.


차를 가지고 나온 도우. 입구 쪽에 서 있는 수아가 보인다. 백팩을 꼭 안고 있다.

수아의 모습을 뚫어지게 보는 도우.



77. 일각. 주차장입구. 새벽. 비.


백팩을 멘 도우. 트렁크 들고 가는 수아를 우산으로 받쳐준다.

우산 안에서 수아 오른쪽 어깨 쪽으로 팔을 뻗는 도우. 수아, 닿지도 않았지만 움찔.

접촉 없이 수아 쪽으로 빗방울이 튀지 않게 손으로 막는 모양새.



78. 차안. 새벽. 비.


달리는 차 안. 음악이 흐른다. (라디오에서 나오는 피아노연주곡)

둘이 아무 말이 없다.

도우, 운전 중에 슬쩍 수아를 본다. 수아, 창밖을 보다가 도우 쪽으로 시선이. 눈 마주친다.


수아 : (엉겁결에) 좋네요... 음악이.


다시 아무 말이 없다. 음악 듣다가.


수아 : 괜히 저 때문에 돌아가는 거 아니에요?

도우 : (강 건너편 이태원쪽 가리키며) 저쪽에 작업실이 있어요. 어차피 가는 길이에요.

수아 : ...


다시 침묵.


도우 : (침묵을 깨고 불쑥) 또 봐도 돼요?

수아 : (!하지만) 그럼요.

도우 : 효은이도 같이 봐요.

수아 : (미소. 그럼 그렇지. 내가 뭔 생각을...)

도우 : 효은이가 뭘 좋아하는지 알아요. 삼겹살.

수아 : 잘 아시네요. 전 애니 얼굴도 잘 모르는데... 갈 때마다 주로 효은이가 제 쪽으루 와서. (미안하다)

도우 : 제가 좋아서 한 겁니다. 둘이 같이 노는 게 이쁘기두 하구.

수아 : ...


다시 정적. 오직 빗소리만 후두두두둑. 투~우욱. 하더니, 그친다.


수아 : (왠지 바턴을 이어받은 심정. 뭐라도 말을 해야하지 않을까) 비 그쳤네요.

도우 : ...

수아 : (시계를 본다. 5시 25분) 해 뜨겠다.

도우 : 우리, 하루 종일 같이 있었어요.

수아 : (우리...) 그러게요.

도우 : 비온 뒤라 색이 끝내줄 텐데...

수아 : (본다. 서서히 여명이) 승무원생활 하다보면 좀 특별한 기억들이 있어요.

         조종실에서 본 밤하늘. 알래스카의 연어맛. 시드니의 맥주 한잔. 두바이사막의 노을.

도우 : ...그리운 곳. 그런 것들인가?

수아 : 그거랑은 달라요. 나만의 소중한 기억이랄까. 남들 모르는 은밀한 재산 같은? 힘두 나구...

도우 : (수아 본다)

수아 : 이쯤 어디에 세워주세요.

도우 : (세운다)


수아, 몸 돌려서 뒷칸에서 가방 꺼내려는데 동시에 도우도 가방 꺼내주려다가 마주보는 꼴이. 어색해하는 둘.

하지만 도우, 얼른 아무렇지 않은 척 가방 꺼내준다.



79. 영숙집 앞. 새벽.


차에서 내린 수아.


도우 : 들어가요.

수아 : 고마워요. 조심히 가세요. (인사하자마자 서둘러 집으로 향하는)



80. 현관. 영숙아파트/ 비즈니스석. 쿠알라룸푸르공항. <말레이시아>


-허겁지겁 아파트 현관에 들어서자마자 겨우 숨을 쉬는 수아. 긴장이 풀린 듯. 계단에 걸터앉는데,

핸드폰이 울린다. 진석이다.

-비즈니스석에 앉아있는.


진석 : 어디야?

수아 : 지금 막 왔어요. (일어서며) 집 앞인데.

진석 : 아직까지 밖이라구? (케빈이 칵핏에서 나온다. 참자..참자.)

수아 : 어머님은 주무시죠? (엘리베이터 버튼 누른다)

진석 : 무슨 소리야?

수아 : 어머님댁 왔는데. 효은이가 할머니네루 갔다~

진석 : 왔다고.

수아 : (아, 내가 정신이 없긴 없구나)

진석 : 내가 비행중인 건 아나? (바닥에 있는 가방 꽈아악 쥔다)

수아 : (헉) 어 맞다!

진석 : 경유지에서 잠시 휴식중이고! (언성 높이고 싶지만. 일어나서 복도를 죽 걸으며. 참자.참자..)

수아 : (엘리베이터 탔다가) 그럼 효은인?! 어딨어요?

진석 : 집이지.

수아 : 어느 집? (얼른 엘리베이터에서 내린다)

진석 : (E) 자네 집.

수아 : (엘리베이터 문 닫히는 것 보면서. 아...내가 뭐한 건지)



81. 차안. 같은 시간. 수아가 들어간 아파트 앞.


동과 동 사이, 틈으로 서서히 밝아지는 여명에 잠시 시선 뺏기던 도우. 차 시동 거는데 수아가 다시 나온다!

수아, 트렁크 끌고 나오다 아직 서 있는 도우의 차에 놀란다. 잠시 멈춰 선다.


도우 : (차에서 내리며, 아무렇지 않게) 잘못 왔나봐요?

수아 : 그게. 그렇게 됐네요. (무안)

도우 : (수아 가방 먼저 든다) 타요.

수아 : 아니에요. 택시 타고 가면 돼요.

도우 : 알래스카. 시드니. 두바이. 거기에 서울도 하나 추가해요. 한강의 여명. 5분 정도 늦게 들어가도 되죠?



82. 차안. 한강주변 어딘가. 새벽.


-멈춰 서 있는 차안. 눈앞에 펼쳐지는 비온 뒤의 여명. 정말 아름답다.


도우 : 이렇게 시간 맞추기도 힘든데.

수아 : ...그러게요.

도우 : ...

수아 : (여명 본다) 좋네요.

도우 : (보더니)


#1회 씬29.

애니 : 여기 꼭 한강 같지 않아. 여기 오면 한강 생각 나.


도우 : (안전벨트를 푼다)

수아 : ?


서두르는 도우, 뒷좌석에 있는 백팩에서 애니의 유해상자를 연다.

그리고 소량의 유해를 손바닥에 조심조심 덜어서, 움켜쥐고 걸어간다.

차안에서 그런 도우를 바라보는 수아.

-도우, 강변으로 가서 태양을 향해 유해를 뿌린다. 흩날리는.


도우 : 진짜.. 한강. (말하는데 울컥)


-차안의 수아. 서 있는 도우의 뒷모습을 본다.

도우의 어깨가 흔들리는 듯. 슬픔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감정 추스르고 돌아서는 도우. 도우를 죽 보고 있던 차안의 수아와 눈이 마주친다.

둘이 마주보며.

-2회. 淵-

























첨부파일 공항가는길2회(최종고).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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