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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대본

[눈의 여왕] 16

작성자수다쟁이|작성시간16.04.09|조회수863 목록 댓글 0

[눈의 여왕] 16











1. 병실 (낮)


클로즈업들. 삐삐.... 심전도 기계 모니터 화면과 소리... 똑똑 떨어지는 링거액.

꿈틀거리는 보라의 손가락. 꿈틀거리는 보라의 눈꺼풀.

마침내.. 보라가 천천히 눈을 뜬다. 병실에.. 보라 혼자 누워있다..

똑딱똑딱.. 시계 초침소리가 크게 들릴 만큼 조용한 병실.

보라, 긴숨을 토해낸다. 하....... 살아있구나.

그때 뚜벅뚜벅 다가오는 누군가의 인기척.

보라, 힘들게 천천히 고개를 돌려보는데... 눈물 고인 채 보고 있는 태웅...!

보라의 눈에 눈물이 고인다.

태웅, 보라의 침대 옆에 무릎을 꿇는다.


보라 : (눈물 고인) 오빠....

태웅 : (눈물 고인) 너.. 왜 도망가.. 왜 나한테서 도망가...

보라 : 미안해.... 오빠...

태웅 : (눈물 고여 보는)

보라 : (눈물 고여 보는)

태웅 : 보라야.. 너 내 소원 안들어줄거니?

보라 : .... 들어줄게.

태웅 : 그럼.. 나... 소원 다시 말해도 돼?

보라 : (보면)

태웅 : 내 소원은 뭐냐면... 내 소원은... (눈물 고여 보다가 보라의 손을 꽉 잡는다) ....다시는... 내 곁을 떠나지마.

보라 : (표정)

태웅 : 다시는... 내 곁을 떠나지마.


손 꽉 잡은 두 사람의 모습.



2. 병원 전경 (낮)



3. 병원 일각 (낮)


건우와 민호가 걸어가면서 얘기하고 있다. 건우의 얼굴은 심각하다.


민호 : (걱정스런) 보라씨 항암치료 결과가 안좋다며?

건우 : (한숨쉬는) 응. 저번주에 2차 치료 했었어야 하는데 백혈구 수치가 회복이 안되서 못했다고 하더라구.

         오늘은 꼭 치료 들어가야 할텐데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민호 : 에휴...보라씨 어떡하냐...

건우 : ....

민호 : 내과 쪽에선 뭐래? 수술 얘기는 없어?

건우 : 좀 있다가 보라씨 아버님 만나기로 했는데... 그때 수술 할지 안할지 최종결정이 날 거 같아.



4. 병원 일각 (낮)


주치의 : 수술은... 포기해야 할 것 같습니다.


내과 주치의의 설명을 듣고 있는 김회장. 충격에 멍해진다.

건우, 그 옆에서 걱정스런 얼굴로 김회장 바라본다.


김회장 : 포, 포기하다뇨?! 수술하면 앞으로 더 살 수 있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주치의 : 저희도 가능하면 수술을 하고 싶은데요.. 환자의 경우 늑막까지 암세포가 번진 상태라서... 힘들 거 같습니다.

김회장 : (화나는) 그럼 어쩌란 말입니까?! 저대로 죽게 내버려두란 말입니까?!

주치의 : ....방사선치료 병행하면서 꾸준히 경과를 지켜보는 수 밖에는... (하는데)

김회장 : (의사 와락 붙잡고 애원하는) 선생님! 저, 정말로 수술 못합니까? 정말로 안됩니까?

            아니 어떻게 시도도 안해보고 포기를 하란 말입니까?!

주치의 : (난감한데)

건우 : (말리는) 아버님...

주치의 : (난감한) ...죄송합니다... (곤혹스럽게 인사하고 가고)

김회장 : (망연자실해 하다가 건우보고) 서선생, 저 사람 말 난 못믿겠어. 장박사 어딨지? 장박사랑 얘기해야겠어.

건우 : (달래는) 아버님... 어차피 보라씨 병은 내과 소관입니다. 주치의선생님께서 말씀하시는게.. 맞을겁니다.

김회장 : (참담한.. 그러다) 우리 보란... 어디까지 알고 있는 건가?

            (차마 말하기 힘들어서 눈 질끈 감았다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거... 알고 있나?

건우 : .......대강 짐작은.....

김회장 : (눈물 왈칵 고이는)

건우 : (단단하게) 아버님 수술안한다고 포기하는거 아닙니다. 맘 단단히 먹고 끝까지 치료하면... (하는데)


김회장, 됐다는 듯 손 내저으며 돌아선다. 김회장, 휘청이며 멀어져간다.

건우, 김회장을 따라가서 잡아주고 싶지만 잡지 못한다. 건우, 괴롭다.



5. 병원 일각 (낮)


김회장, 모퉁이를 돌아서는데.. 눈시울이 붉어진다. 눈물이 터져나올 것 같은걸 꾹 꾹 눌러 애써 참는다.



6. 카페 (낮)


천교수가 까페에 앉아서 커피를 마시고 있다.

들어오는 태웅을 보고 반기는 천교수. “여기야!” 알아보고 인사하며 다가와 앉는 태웅.


천교수 : 지지난주부터 그렇게 연락을 했는데 전화도 안받고.. 자네 왜 이렇게 얼굴 보기가 힘들어?

태웅 : .... 죄송합니다.

천교수 : 하긴 뭐.. 연애하느라 정신없었겠지. 재벌2세는 잘 지내나?

태웅 : (표정 그러다) ..... 무슨 일로 보자고 하신 건지...

천교수 : 아.. (깨닫고 흐뭇하게 웃으며) 자네.... 팀 펠리칸 교수라고 이름 들어본 적 있지?

태웅 : 엠아이티에서 에어디쉬 문제 연구하는...?

천교수 : 어 맞어. 그 사람한테 자네가 푼 문제를 보내줬는데... (씩 웃으며) 공동연구자로 자네를 초청하겠데.

태웅 : (표정)

천교수 : 장학금도 주고 박사과정 연구원으로 받아준다고 당장 와달라지 뭐야?!

            너무 좋아서 내가 바로 갈 수 있을 거라고 대답해놨는데.. 괜찮지?

태웅 : !!!!

천교수 : (살피며) .... 왜 대답이 없어?

태웅 : (망설이다가 단호하게 보며) .....교수님껜 죄송합니다만.. 전 못 가겠습니다.

천교수 : 아니.. 그게 무슨 소리야?!

태웅 : 저한테.... 지금 너무나 중요한 일이 있어서 갈 수 없습니다. 교수님께서 거절해주세요.

천교수 : (의아한 표정)



7. 병실 앞 복도에서 안까지 (낮)


태웅이 병실을 향해 돌아온다. 어두운 표정으로 돌아오다가 병실 문 앞에서 멈칫 서는 태웅.

잠시 마음 가다듬고 명랑하고 환한 표정으로 문을 벌컥 열고 들어간다.


태웅 : 보라야! 나 왔어!


하며 들어서는데 병실에 아무도 없다. 누운 흔적도 없이 깨끗하게 정리된 침대와 모포.

태웅, 괜히 덜컹한 느낌으로 보다가 정신없이 뛰쳐나간다.



8. 병원 데스크 (낮)


데스크를 향해 정신없이 뛰어오는 태웅.. 간호사 한 명을 붙잡고 다급하게 묻는다.


태웅 : 513호 김보라 환자, 어떻게 된 건가요?

간호사 : 네?!

태웅 : 513호 김보라 환자 말이에요! 병실에 없던데.. 혹시 무슨 문제라도 생겼나요? (하는데)

순자 : (지나다가 문득 보고는) 아, 한기사!

태웅 : (돌아보며) 아, 아주머니. 보라는요?! 보라 어딨어요?

순자 : 어...득남이가 바람 쐬준다고 같이 나갔어.

태웅 : 아 네에... (그제야 안도하는)

순자 : 병실 지키느라 힘들었을텐데 더 쉬었다 오지... 뭐하러 벌써 와?

태웅 : (안도하며 애써 웃는 표정)



9. 병원 야외 일각 (낮)


태웅, 보라를 찾아 두리번거린다.

득남, 디카 들고 어린이 환자들 찍어주면서 놀고 있고 보라는 휠체어에 앉아서 희미하게 웃으며 그 모습을 보고 있다.

태웅, 그런 보라를 애틋하게 보는데 득남이 먼저 발견하고 손을 흔든다. 오빠!!!!


보라 : (돌아보고) 어? 일찍 왔네?

태웅 : (다가가며) 춥지 않어?

보라 : 괜찮아.. (노는 아이들 보며) 저렇게 웃는거 보면.. 아픈 애들 아닌거 같지?

태웅 : (아이들이 노는걸 함께 본다)

보라 : (아이들 중 한 명 가리키며) 쟤는 근무력증이래. 그래서 내가 따끔하게 충고좀 해줬지.

태웅 : ...뭐라고?

보라 : 주사 잘 맞고 약 잘먹으라고. 그러면 꼭 좋아질거라고. 하지만 나처럼 뺀질거린다면 어림도 없지.

         아.. 난 정말 어렸을 때 너무 뺀질거렸어.

태웅 : (피식 웃으며) 반성도 할 줄 알고.. 철 많이 들었네?

보라 : ....오빠.. 난 요즘.. 어렸을때 많이 아팠던 게 참 다행인거 같아.

태웅 : (보면)

보라 : 내내 건강했던 사람들은 지금 나같은 상황.. 아마 못견딜거야. 하지만.. 난 많이 아파봐서.. 괜찮아.

         그리고.. 병도 오래되면 친구처럼 정든다? (짐짓 웃으며) 새친구 하나 생겼다고 생각하지뭐.

태웅 : (안쓰럽지만 애써 웃으며) 우리 보라. 착해졌네.

보라 : (곧 도도하게) 원래 착하지 않았나?

태웅 : (픽 웃는데)

보라 : 근데 오빠, 이 병원 밥 너무 맛없지 않아? 15년 투병 경력의 성숙함에도 불구하고 여기 밥은 도저히 용서가 안된다니까.

         (환자복 가리키며) 게다가, 이 촌스러운 환자복! (더 말하기 싫다는 듯 손사래를 치는데)

득남 : (태웅과 보라 향해 카메라 들이대며 소리친다) 오빠! 보라야! 여기 봐봐! 사진 한 장 찍어줄게!

보라 : 환자복에 떡진 머리로 무슨 사진을 찍어? 아, 싫어싫어!

득남 : 아, 나 진짜..! 찍어준다고 할 때 그냥 말 듣지?!

보라/태웅 : (얼른 다정하게 포즈를 취한다)

득남 : 하나, 둘, 셋!


찰칵..! 고정되는 태웅과 보라의 예쁜 모습.



10. 병원 일각 혹은 병원 로비 (낮)


보라의 휠체어를 뒤에서 밀어주며 걸어가는 태웅. 득남도 옆에서 디카 보며 따라오고 있다.

이때 맞은편에서 걸어오던 김회장과 마주치는 태웅과 보라.


보라 : 아빠!

김회장 : ...보라야. (하고는 태웅을 본다)

태웅 : (인사한다)

보라 : 저녁에 일본 출장가신다며 아직도 병원에 계셨어요?

김회장 : 아직 시간 괜찮아. 너, 오늘 항암치료 있다며... 아빠가 같이 있어줄게.

보라 : 아니에요. 그러지 말고 그냥 빨리 가서 출장 준비나 하세요.

김회장 : 아빠 시간 괜찮다니까.

보라 : .....아빠 마음은 아는데요... 보지 마세요.

김회장 : (표정)

보라 : (짐짓 명랑한) 난 치료 받을 때 누가 옆에 있으면 되게 신경쓰이더라. 특히 아빠! 아빠 있으면 진짜 신경쓰여!

김회장 : 보라야...

보라 : 아빠.. 제걱정 말고 출장 잘 다녀오세요. 그리고.. 치료 받는 날만 빼고 매일매일 오세요. 아무리 바빠도 꼭 오셔야 되요?

김회장 : (물끄러미 보다가) ...그래 알았다. 다녀오마...

보라 : (맑게 웃어주며) 네, 아빠. 잘 다녀오세요.

김회장 : 아빠.. 금방 올게. 갔다가... 금방 올게..?

보라 : (글썽한) 네.. 아빠...


김회장, 득남에게만 인사하고 돌아서 간다.

보라, 그게 맘에 걸리는 듯 태웅을 보는데... 태웅, 득남에게 휠체어 맡기고 김회장의 뒤를 쫓아간다.


태웅 : 회장님!

김회장 : (멈칫 보는)

태웅 : (담담하게) ...보라 옆에 있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보라... 잘 돌볼 테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김회장 : ... (미안하고 고맙지만 어색한) ... 그럼 부탁하네.


김회장, 서둘러 병원 밖으로 향한다.

태웅, 그런 김회장 보는데 마음이 아프다.



11. 병실 (낮)


태웅, 보라가 침대에 앉는 걸 거들어준다.


태웅 : 아버님... 그냥 옆에서 지켜볼 수 있게 해주지 그랬어? 니가 아픈데 옆에 있어주지 못하고.. 얼마나 마음 아프시겠어...

보라 : (고개 저으며) 아냐 오빠... 안보는게 나아.

태웅 : (보면)

보라 : 입원해서 항암치료 받던 날.... 나, 첨으로 아빠 우는 거 봤다?!

태웅 : (표정!)

보라 : (슬프게 웃는) 우리 아빠 세상에서 제일 강한 분인줄 알았는데 아니더라구. 내가 괴로워하는 거 보시고 막 우시는데...

         (눈물 고여서) 다신 아빠한테 그런 모습 보여줘선 안되겠다고 결심했어.

태웅 : (마음아픈) ... 보라야...

보라 : (태웅 보며) 그리고, 오빠도 나 치료 받을 땐 제발 좀 나가 있어. 알았어?

태웅 : 난 괜찮으니까 걱정마. 난.. 안울잖아.

보라 : (표정 그러다 짐짓 도도하게) 그래도 안돼. 여자의 자존심이라는게 있잖아?


이때 노크소리가 들리더니 간호사가 링거병을 들고 들어온다.


간호사 : 김보라씨, 치료 시작하겠습니다.

보라 : (애써 명랑한척) 드디어.. 올 게 왔네. 오빠 빨리 나가.

태웅 : (웃으며) 니가 아무리 그래도 안나간다.

보라 : (간호사 보며) 선생님, 저 남자 좀 빨리 쫓아주세요!

태웅 : (그래도 미소지으며 꿋꿋하다. 간호사 보며) ...시작하세요.


긴장해서 간호사 보는 보라와 태웅.

간호사 마침내, 보라의 팔에 바늘을 꽂는다.



12. 병실 앞 (밤)


태웅, 간호사를 배웅하고 있다.


간호사 : 오늘 치료는 다 끝났구요... 아마 구토와 발열 증상으로 많이 고통스러워할 거에요. 이상 있으면 바로 알려주세요.

태웅 : 네, 알겠습니다.


간호사, 인사하고 가고 태웅은 문을 열려고 하는데 잠겨 있다.

다시 한번 손잡이를 틀어보는 태웅. 역시나 잠겨져 있다.

태웅, 얼굴빛이 변한다.


태웅 : (두드리는) 보라야... 문 열어.

보라(소리) : 싫어.

태웅 : 보라야!

보라(소리) : 미안해, 오빠...

태웅 : (문 꽝꽝 두드리며) 너, 당장 문열지 못해! 보라야, 문 열어!!!



13. 병실 (밤)


태웅이 문을 거칠게 두드리며 “문열어 보라야!!!”라는 소리가 들리고 있다.

보라, 울면서 문에 기대서서 힘들어한다.


보라 : (울먹이며) 미안해... 오빠.... 나 그냥 혼자 있게 해줘.

태웅(소리) : 보라야! 문 열으라니깐!!! 문 열으라구!!!!

보라 : 싫어! 이런 모습 보여주기 싫단 말이야....


하는데 보라, 갑자기 악!하고 비명을 지르며 쓰러진다.

극심한 통증에 보라, 눈빛이 멍해진다. 갑자기 몰려오는 구토 증상에 보라, 토하기 시작한다.

보라, 계속 구토증상을 일으키며 정신이 아득해진다.



14. 병실 앞 (밤)


태웅, 보라의 비명소리에 눈빛이 확 변한다.

태웅, 안되겠는지 문을 발로 꽝꽝 찬다. 그러기를 몇 번 반복하는 태웅. 잠시후 문이 확 열린다.

태웅, “보라야!”하며 들어간다.



15. 병실 (밤)


보라, 바닥에 누워서 몸을 동그랗게 만 채 고통스러워하고 있다.


태웅 : 보라야!!! (하고 달려들어서 보라를 안는다)

보라 : (고통스러워하며) 들어오지 말랬잖아.... 나가 오빠... 제발 나가줘.. 나 이러는 거 보여주기 싫어...

태웅 : 바보야! 그런 말도 안되는 소리가 어딨어?


보라, 뭐라 말하려고 하는데 다시 밀려오는 구토증세...

보라, 토할 것도 없는데 계속 헛구역질을 한다. 고통스러워하는 보라.


태웅 : (보라 꽉 잡고 눈물 고여서) ... 괜찮아... 괜찮아... 보라야...


보라, 고통스러워하며 소리를 지른다.

태웅, 그런 보라를 꽉 안고 눈물 고여서 지켜준다.

(시간경과)

태웅, 보라를 침대에 눕혀주고 이불을 덮어준다.

태웅, 옆에 있는 수건으로 식은땀에 젖은 보라의 이마를 닦아준다. 지쳐서 멍한 눈빛의 보라.


보라 : ... (힘없는)... 오빠...

태웅 : 응.

보라 : 오빠....

태웅 : .. 왜?

보라 : ... 오빠...

태웅 : 보라야, 말하면 힘드니까 그냥 가만 있어.

보라 : 싫어... 가만 있음 왠지 나 혼자 있단 느낌이 들어서 싫어...

태웅 : (손잡아주는) 그럼 오빠가 손 잡아줄께. 이젠 됐지?

보라 : (희미하게 웃는데 슬픈)

태웅 : (그런 보라 보면서 마음 아픈)

보라 : ... 오빠 왜 요즘은 나한테 삐삐 안쳐?

태웅 : ... 기다렸어?

보라 : 응. (그러다) 참.. 오빠 나.. 삐삐 비밀번호 바꿨다? 1111로!

태웅 : (보면)

보라 : 오빠가 솟수가 자존심 강하고 멋진 수라고 해서 바꿔버렸어. 자존심 하면 또 나잖아. (태웅보고 웃으며) 잘했지?

태웅 : (피식 웃으며) 야.. 비밀번혼데 그렇게 가르쳐주면 어떡해?

보라 : 오빠 연락 안될 때.. 내가 메시지 남기면.. 오빠가 확인할 수도 있잖아.

태웅 : 그래 알았어. 알았으니까.. 이제 그만 얘기하고 누워.

보라 : (드러눕는다)

태웅 : 눈도 감고.


보라, 까무룩 거의 기절하듯 잠이 든다.

태웅, 그 모습 보면서 가슴이 아프다.



16. 체육관 (낮)


금은동, 아무 소리도 없이 그냥 셋이 나란히 찌그러져 있다.


승리 : (음식보따리 싸면서) 어쩌지? 오빠, 나... 보라보면 눈물부터 날 거 같애.

충식 : ....나도... (승리보며) 괜히 눈물 바람 하느니 가지 말까?

승리 : 무슨 소리야! 이런 때일수록 가서 옆에 있어줘야지.

동필 : (기 팍 죽어서 진지한) 우리도 갈까...?

승리 : (나서며) 오빠들은 담에 가... 우루루 다 가면 번잡스러.


승리, 충식 나가려는데... 이때 문이 열리면서 30대 초반의 남자가 들어선다.


충식 : 누구세요?

기자 : 아.. 전 한신일보 기잔데요.. 한태웅씨 인터뷰 좀 하러 왔는데요.

충식/승리 : (의아하게 마주보고)

승리 : ...인터뷰요?!



17. 병실 (낮)


보라, 자다가 눈을 뜨면.. 승리가 걸레를 들고 병실 여기저기를 박박 문질러 닦고 있다.


보라 : 승리야... 언제 왔어...

승리 : (돌아보고) 일어났어?


(시간경과)

승리가 보라의 머리를 빗겨서 묶어주고 있다.


승리 : ..인터뷰까지 하는 걸 보면... 오빠가 문제 풀었다는게 정말 대단한 건가부다.

보라 : ...그러게...

승리 : 갑자기 오빠가 막 위대해 보일라구 그러는거 있지?

보라 : (멍한)

승리 : (문득 보며) ....보라야?

보라 : 승리야.. 나 아무래도 오빠한테 너무 미안한 짓 하는거 같다... 나 땜에.. 인생허비하는거잖아..

승리 : 야, 그런 말이 어딨어? 쓸데없는 생각 말고 넌 아프지나 마.

보라 : (착잡한데)

승리 : 근데 보라야...

보라 : 응?

승리 : (울상으로 머리카락 우수수 빠진 거 보여주며) 너 머리.. 너무 많이 빠진다.

보라 : (아무렇지 않게 도도한) 괜찮아. 나 머리 숱 많아. 이정도 쯤 빠져도 내 미모는 하나도 안빠져.

         (승리 보며) 승리 너도 그렇단 생각 안드니?

승리 : (안타깝고 착잡해서 한숨만 나오는데)

보라 : (멋적게 웃으며) 농담 하면 좀 웃어주지...



18. 병원 야외 일각 (낮)


기자와 태웅이 이야기하고 있고 충식은 태웅 옆에 서서 얘기를 거들고 있다.


기자 : 공동연구자 자격으로 초청하는거라면.. 아주 파격적인 제안아닙니까? 굳이 왜..

태웅 : (난감해하는) ... 죄송하지만 이쯤에서 그만하면 안될까요?

기자 :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몇 마디라도 해주면, (하는데)

태웅 : 죄송해요. 정말 하고 싶지 않아서 그래요. 그리고 지금 제가 인터뷰 같은 거할 여유가 없습니다.

기자 : (졌다는듯) ... 그럼 뭐 어쩔 수 없죠. 대신 짧게 기사만 하나 올릴게요.


기자, 간단히 인사하고는 돌아서서 가버린다.

충식, 태웅에게 바짝 다가선다.


충식 : 얌마, 친절하게 말 좀 해주지 왜 거절하냐? 응? 하 정말 이해 못하겠네...

태웅 : ....들어가자. 보라랑 승리 기다리겠다.


태웅, 돌아서는데 승리와 보라가 앞에 서있다.

태웅, 놀라서 보면 보라가 슬픈 표정으로 태웅을 바라보고 서있다.


보라 : ... 미국 유학 거절한 거야? 왜 그랬어? 왜 거절한 거야?

태웅 : (표정)



19. 병실 (밤)


보라, 휙 돌아서서 태웅 보며 싸늘하게 말한다.


보라 : 나 때문이지? 나 때문에 거절한 거지?

태웅 : ... 그런 거 아냐.

보라 : 아니긴 뭐가 아냐? 안그럼 오빠가 그 좋은 기회를 거절할 이유가 없잖아.

태웅 : 보라야!

보라 : (눈물 고이는) 왜 그렇게 사람이 바보 같애? 내가 뭐라구, 내 병이 뭐 얼마나 대단한 거라고

         오빠 인생까지 포기하면서 이러는 거야?

태웅 : (꾹 참고) 보라야... 난 미국 유학같은 거 바란 적 없어.

         그리고 지금 나한테 중요한 건 보라 너지 미국 유학이 아니야. 모르겠니?

보라 : (입술 꽉 깨무는)

태웅 : (달래듯) 보라야... 우리 이런 일로 싸우지 말자. 응?

보라 : ... 나, 얼마 못사는 거 알잖아.

태웅 : !!!

보라 : (눈물 뚝 흘리며) 난 어차피 얼마 안있다가 죽을텐데... 왜 오빠 인생까지 나땜에 망치려는 거야?

태웅 : (작지만 무서운) 누가 너 죽는대? 누가 너 죽는다고 그래?

보라 : (표정)

태웅 : 너 안죽어. 내가 절대 그런 일 없게 할거야. 그러니까 나 정말로 화나게 할 생각이 아니면 그딴 소리 다신 하지마.

         죽을 거란 생각 하지도 말라구. 알았어?

보라 : (눈물 뚝뚝 흘리며 본다)

태웅 : ... 나 바람 좀 쐬고 와야겠다. 금방 올께. (하고 나가려고 하는데)

보라 : (울며) 오빠도 다 알잖아.

태웅 : (우뚝 멈춰서더니 돌아본다)

보라 : (울먹이는) 내가 얼마 못살거라는 거... 오빠도 다 알잖아. 알면서 믿지 않으려는 거 뿐이잖아....

         난 알겠는데... 내가 얼마 못살거라는 거 알겠는데... 오빠만 왜 바보같이 그렇게 애쓰는 거야...

         (주저앉으며) 왜 바보같이 이러는 거냐구...


보라, 손으로 얼굴 가린채 엉엉 운다. 태웅의 눈에도 눈물이 맺힌다.


태웅 : (다가가서 보라 안는다) 울지마. 보라야...

보라 : (울기만 한다)

태웅 : 오빠가 잘못했다... 그러니까 울지마. 제발 울지마...

보라 : 미안해.. 오빠... 정말 미안해... 나만 아니였음 오빠 잘 됐을텐데... 정말 미안해.

태웅 : (머리 만져주며) 바보야, 그런 말이 어딨어? 니가 없는데 내가 미국가서 뭐하니... 니가 옆에 없는데 내가 뭘 할 수 있겠어...


태웅, 보라 안고 다독여주며 달랜다. 보라, 태웅의 품에 안겨서 계속 흐느껴운다.



20. 병원 일각 (밤)


태웅, 창가에 서서 생각에 잠겨 있는데 이때 건우가 지나가다가 태웅을 본다.

다가오는 건우.


건우 : 득구씨...

태웅 : (돌아보더니) 선생님.

건우 : 왜 나와 있어요?

태웅 : (애써 웃는) ...그냥요. ...근데.. 선생님 왜 보라 보러 안오세요?

건우 : (웃으며) 제가 자주 들락거리면 내과 사람들이 싫어해요. ....농담이고... (망설이다) ....겁나서요.

태웅 : (표정)

건우 : (쓸쓸한) 득구씨한테 이런 말 하긴 좀 그렇지만... 난.. 보라씨 얼굴 못보겠어....

         (태웅 보며) 득구씨.. 대단해요. 어떻게 견뎌..?

태웅 : (망설이다가) ....나도... 무서워요.

건우 : (보면)

태웅 : 오늘 하루를 보라가 어떻게 버틸지... 오늘은 버텼다 해도.. 내일 또 버틸 수 있는건지... 무섭고.. 겁이 나요.

         하지만... 좋아질거라고 믿어요.. (건우 보며) 그렇게 믿지 않으면... 살 수가 없어요.

건우 : (안쓰럽게 보는 표정)



21. 병원 전경 (낮)



22. 병원 일각 (낮)


태웅, 자신의 기사가 난 신문을 보고 있다.

착잡한 태웅. 이윽고 신문을 쓰레기통에 버리더니 병실 쪽으로 걸어간다.



23. 병원 일각 (낮)


태웅, 돌아오는데... 태웅의 근처로 의료진들이 다급하게 스트레쳐를 밀고 달려간다.

무심코 고개 돌려 보고, 다시 보라 병실 쪽으로 가려다가.. 갑자기 싸아한 느낌에 확 뒤를 돌아보는 태웅. 왠지 느낌이 불안하다!

다짜고짜 스트레쳐를 따라가는 태웅. 정신없이 쫓아가 보는데... 아니나 다를까... 보라다!


태웅 : 보라야!!!!!!!!!



24. 중환자실 앞 (낮)


중환자실 앞에서 대기하고 있는 건우와 태웅. 득남과 순자도 훌쩍이며 앉아 있다.

이때 김회장이 달려온다. 다들 김회장을 보고는 벌떡 일어난다.


김회장 : 어떻게 된거야? 보라가 혼수상태라니... 그게 무슨 말이야?


이때 병실 문이 열리면서 내과 주치의가 나온다.


김회장 : (주치의에게 가서는) 선생님, 우리보라 어떻게 된 겁니까? 네?

주치의 : 의식이 아직도 돌아오지 않고 있습니다. (김회장 보며) 경과를 지켜봐야 알겠지만...

            힘드시겠지만 일단 마음의 준비를 하시는게 좋을 거 같습니다.


충격 받은 사람들 각자의 표정.

김회장, 현기증에 휘청.. 하는 느낌. 태웅이 잽싸게 부축해서 태웅이 얼른 “아버님”하면서 부축해서 의자에 얼른 앉혀준다.

순자, 득남도 흐느끼고.. 멍한 건우와 태웅의 표정.



25. 몽타주


- 산소 마스크를 쓰고 누워있는 보라. 의사와 간호사가 분주하게 오가며 체크하고..

- 중환자실 앞에서 초조한.. 김회장, 태웅, 득남, 순자.. 건우의 표정들.



26. 병원 일각 / 갈비집 (낮)


태웅이 전화를 받는다.


태웅 : ....엄마...?

엄마(소리) : 어, 태웅아. 엄마야.

태웅 : 잘 지내고 계시죠?

엄마 : 그래... 태웅아.. 엄마도 신문에 니 기사 실린 거 봤어.

태웅 : (착잡한) ... 보셨어요?

엄마 : 응. (글썽해서) ... 태웅아, 잘했다. 잘했어... 그리고 고맙다..

태웅 : ....

엄마 : 보라는 뭐라디? 보라도 좋아하지.

태웅 : 보라는.. (덜컥 눈물이 나는) 보라는... (목이 메이는) 네.. 보라도 엄청 좋아해요...

엄마 : 그렇겠지... 참, 태웅아, 너 이번주말에 시간 어떠냐?

태웅 : (목이 메이는 것 감추고) 왜.. 왜요..?

엄마 : 여기 살림 정리도 다 됐으니까.. 시간 되면 보라랑 같이 내려와.

태웅 : (눈물이 뚝뚝 떨어진다)

엄마 : .. 왜 대답이 없어? 바뻐..?

태웅 : (눈물 참으며) 네.. 좀 바뻐요 엄마.. 그래서 이번주엔.. 같이 못가요.

엄마 : 그럼 다음주는..? 다음주는 어때?

태웅 : (괴롭다) ...다음주도.. (입술 꽉 깨물고) ... 다음주도 안될 것 같아요...

엄마 : (실망한) 그래.. 바쁘면 어쩔 수 없지... 그럼 다음에 언제든 짬 날 때 같이 내려와... 알았지?

태웅 : 네.. 그럴게요... 그렇게 할게요...


태웅, 전화를 내려놓는다. 손으로 눈 가린 채 소리 죽여 우는 태웅.



27. 병원 외경 (밤)



28. 병실 (밤)


태웅, 살그머니 문 열어보면... 김회장, 멍하게 앉아 있다가.. 고개 돌려 태웅을 본다.


김회장 : (두려운) 보라는...?

태웅 : (쓰린) ....아직 안깨어났습니다.

김회장 : (안도하는) ....다행이구만....

태웅 : (의아하게 보면)

김회장 : (글썽해서) 아직 안깨어난거면... 아직 떠난 건 아니라는 얘기잖아...

태웅 : (표정)

김회장 : ....내 인생은 늘 왜 이런 지 모르겠어. 애들엄마도.. 정규도.. 그리고.. (가슴아픈) 보라도...

태웅 : 회장님...

김회장 : ...미안하네...

태웅 : (표정)

김회장 : 자네 원망하고.. 반대한것... 참.. 미안해. 이제야 뒤늦게 하는 말이지만.. 모든 건.. 다.. 내 잘못이네. 다.. 나 때문이야.

태웅 : ......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아버님 잘못이.. 절대 아니에요.

김회장 : (보면)

태웅 : (눈물 고여서) .. 예전에 보라가 저한테 그랬어요. 이제 그만 힘들어하라고... 이제 그만 괴로워하라고...

김회장 : (표정)

태웅 : ...이제.. 그만 괴로워하세요. 그리고.. 걱정마세요. 보라.. 꼭 깨어날 겁니다. 꼭 깨어나서... 다시 웃을 거에요.

김회장 : (태웅의 말을 들으며 글썽한)

태웅 : ...



29. 병실 앞 (밤)


태웅이 병실문을 닫고 나와 조용히 등을 벽에 기대고 서 있다.



30. 새벽 인서트


아무도 없이 스산한 새벽 거리의 풍경, 풍경들.



31. 중환자실 (새벽)


어두운 중환자실. 산소마스크 뗀 채 잠들어있는 보라의 얼굴... 죽은 듯 평온하다.

움찔거리며 보라가 천천히 깨어난다.

보라의 시점으로 보이는 중환자실의 모습.. 눈꺼풀이 껌뻑거리듯 페이드 인아웃을 반복한다.

그러다.. 문득 시야에 들어오는 태웅.. 눈물 고인 채 보고 있다.


보라 : 오빠....

태웅 : (눈물 고인 채 말 할 수 없는)

보라 : (눈물 고인 채 길게 바라보는데)

태웅 : ....어디 가고 싶니...?

보라 : .............라플란드.

태웅 : (짐짓 웃으며) ....거긴 너무 멀어...

보라 : (희미하게 웃는) ....나도 알아..


두 사람 그렇게 마주 보는 모습 위로... 파도 소리와 파란 바다가 오버랩된다..



32. 바다 인서트 (낮)



33. 호텔 전경 (낮)



34. 호텔 (낮)


태웅, 보라를 소파에 앉혀준다.


보라 : (둘러보며) 뭐.. 나쁘지 않네?

태웅 : 너도 여기 첨 와보는 거야?

보라 : (짐짓 도도한) 우리 아빠 호텔이 한두갠 줄 알아? (그러다 피식 웃고) 좋다.. 꼭 신혼여행 온 거 같아.

태웅 : (피식 웃으며) 언젠 나랑 결혼하기 싫다며?

보라 : .....내가 언제?!

태웅 : (웃으며 보다가) .....뭐하고 싶어?

보라 : 글쎄..? (그러다) 생각해보니까 우린 참 같이 해본게 별로 없다. 같이 영화본적도 없고.

태웅 : 앞으로 두고두고 다 해보면 되잖아.

보라 : (문득 보면)

태웅 : ....다 하게 해줄 테니까 걱정마. (짐짓 웃으며) 우선.. 짐부터 정리할까?


태웅, 보라 향해 웃어주고 가방이 놓여진 곳으로 간다. 짐을 푸는데 가방 열자마자 약만 한보따리다.


보라 : 그거 다 먹으면 배부르겠다.

태웅 : (짐짓 웃는)



35. 몽타주


- 호텔에서 즐거운 보라와 태웅의 한 때. (여러 날이 지나는 느낌)

- 태웅이 보라를 휠체어에 태워 산책시켜준다. 다정한 두 사람. 그러다 갑자기 보라의 모자나 스카프가 날아간다.

손을 들어 태웅을 제지시키는 보라. 도도하게 앞을 척! 가리킨다. “한득구, 주워와!”

태웅, “얘 봐라?” 어이없는 듯 보면.. “지금 반항하는거야?” “아뇨.”

태웅, 주워와서 머리에 푹 눌러씌워 주며 콩 알밤을 먹이고.. 웃는 두 사람.

- 죽 끓여서 보라 먹여주는 태웅.

보라는 태웅의 컵라면 뺏어먹으려 하지만 “안돼!”

- (밤) 텔레비전 오락프로. 함께 무릎 끌어안고 티비 앞에 앉아서 깔깔 거리며 오락프로를 본다.

- 태웅이 보라의 머리를 감겨준다. 그러다 괜히 샤워기로 장난치는 두 사람.

- 태웅이 보라의 머리를 빗겨준다. 우수수 빠지는 머리카락들.

알지만.. 개의치 않고 미소지으며 “너무 많이 빠진다 그치” 웃는 두 사람.



36. 병원 일각 (낮)


핸드폰으로 전화 통화하고 있는 건우.


건우 : ...약은 잘 받았어요?

태웅(소리) : 네...

건우 : 처방전 없인 구하기 어려울거라 넉넉하게 보냈어요. 데메롤은 아주 많이 아플때만 놔주세요. 놓는 법은.. 알죠?



37. 호텔 일각 / 병원 (낮)


태웅 : 네... 신경써주셔서 고마워요.

건우 : 그리고... 만약에 상태가 눈에 띄게 안좋아지면.. (사이) ...바로 연락해요.

태웅 : (표정 그러다) ...그럴게요.

건우 : 그리고 득구씨... 득구씨.. (그러다 뭐라 말할 수 없는)

태웅 : (묵묵히 듣고 있는)

건우 : (한숨만)

태웅 : (짐짓 웃으며) 너무 걱정하지마세요. 보라.. 아직까진 잘 버티고 있으니까.

건우 : (글썽해서) 득구씨 그거 알아요? 나 요새.. 교회 다녀요.

태웅 : (웃으며) 선생님이요?

건우 : 나는... 신이 있다고 믿고 싶어요. 신이 있다면.. 기적도 있을테니까.

태웅 : (눈가가 젖어드는)

건우 : 정말로 나는... 그렇게 믿고 싶어요.

태웅 : (글썽해서 하늘 보며 웃는) 저도... 그렇게 믿고 싶어요.


눈물 고인 채 슬프게 웃는 태웅의 표정 위로...


태웅(N) : 신이 있다면...



38. 호텔 거실 (낮)


태웅(N) : 정말로 신이 있다면...


태웅, 문을 열어본다. 열리는 문사이로.. 보라가 테이블에 뺨을 대고 엎드린 채 자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평온하게 자고 있는 보라. 파리한 모습에 태웅, 가슴이 아프다.


태웅(N) : 하나님... 데려가지 마세요...


보라를 바라보는 태웅의 눈가가 젖어든다.

쌔근쌔근 잠을 자는 보라의 얼굴 위로..


태웅(N) : 저렇게 예쁜 애를... 저렇게 사랑스러운 애를...


보라의 옆에 앉은 태웅. 테이블에 뺨을 대고 누워 보라를 바라본다.

글썽한.. 눈으로 자고 있는 보라를 바라보는 태웅. (7부 도서관 상황과 비슷한 느낌)


태웅(N) : 하나님.. 절대로 데려가지 마세요... .....꼭 데려가야하신다면... 그래도 꼭 데려가야만 하신다면... 그땐.... 그땐...


열린 창문 사이로 펄럭! 바람에 크게 휘날리는 커텐.


태웅(N) : ....허락해주세요.


태웅의 눈에서 눈물 한 방울이 뚝 떨어진다.


태웅(N) : ....함께 갈 수 있게...



39. 호텔방 (밤)


텔레비전 오락프로 보면서 웃고 있는 보라와 태웅.

그러다 보라의 얼굴이 통증으로 확 굳어진다. 멈칫 보라를 보는 태웅.


보라 : (하아..심호흡하고 억지로 참으며) 오...빠...

태웅 : (벌떡 일어나 재빨리 약을 챙긴다)

보라 : (식은땀 흘리며 이 악물고 고통을 참는데.. 낮은 악.. 소리가 절로 난다.)

태웅 : (얼른 다가와 약 내밀며) 보라야.. 약 먹어..


물도 마시지 않고 약을 꼭꼭 씹어 먹는 보라. 통증에 몸부림치는데

태웅이 “괜찮아.. 이제 괜찮아질거야” 하며 꽉 안아준다.

엉엉 울면서 온힘을 다해 고통을 참는 보라.. 태웅, 안아주는 것 말고 해줄 수 있는게 없다.



40. 호텔 보라방 (밤)


태웅, 보라를 재워주고 이불을 덮어준다.

핼쓱해서 잠든 보라의 이마를 쓸어넘겨주는 태웅.. 너무 안쓰럽고 불쌍하다.


태웅 : ....잘 자 보라야... 내일 보자.


글썽해서 보라를 내려다보는 태웅의 표정..


태웅(N) : 내일.. 꼭 보자..



41. 호텔 베란다 (밤)


태웅, 밤바다를 바라보며 쓸쓸하게 혼자 서 있다.



42. 호텔방 (밤)


보라, 잠들어 있다.

잠든 보라, 악몽에 시달리는 듯 뒤척이고 있다. 점점 보라의 얼굴로 카메라가 다가간다.


보라 : (희미하게 입술 달싹이며 뒤척이는) 오빠... 오빠... 어딨어..



43. 보라의 꿈 몽타주


- (눈이 오는 숲 속) 오빠! 오빠! 부르며 태웅을 찾아다니는 보라. “오빠 어딨는거야..!”

여기저기를 찾는데 태웅이 보이지 않는다. 아무리 둘러봐도 태웅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길을 잃은 듯 나뭇가지에 긁혀 넘어지고 뒹굴면서 태웅을 찾는 보라. 겁이 더럭 난다.

울면서 주위를 둘러보는 보라.. 울면서 태웅을 찾는다 “오빠! ...오빠 어딨어....”

- 밤. (호텔 보라방) 악몽에 시달리는 보라의 모습

- 그 위로 라플란드가 오버랩된다. 라플란드를 걸어가는 태웅.


보라(N) : 오빠....?!


- 라플란드의 태웅, 울고 있다..

- 그렇게 걸어가다가 정상에 멈춰선다.

- 태웅, 발을 삐끗하더니 굴러떨어져 추락해내린다. 미소지으며 떨어지는 모습! (1부 오프닝)


보라(N) : (울리는) ...안돼....!



44. 호텔 보라방 (밤)


보라 : 안돼... 오빠.. 안돼.... 안돼...!!


자다가 식은땀 흘리며 벌떡 몸을 일으키는 보라. 눈물 고인 채 가쁜 숨을 몰아쉬며 주위를 둘러보는데.. 꿈이다! 아.. 꿈이구나..



45. 호텔 태웅방 (밤)


태웅, 책상에 앉아서 말기 암환자 통증 완화에 관한 책들을 쌓아놓고 읽고 있다.

책장 여기저기 넘겨보며 후.. 착잡한 표정인데 문이 열리는 소리.

돌아보면 보라가 눈물 가득 고인 채 서 있다.


태웅 : 보라야... 왜 깼어...?


보라, 눈물 고인채 보다가 달려와 태웅을 껴안는다.


태웅 : 보라야.. 왜 그래...

보라 : 꿈을 꿨어.. 무서운 꿈...

태웅 : (피식 웃으며) 무슨 꿈을 꿨는데..?

보라 : 오빠가.. 오빠가...

태웅 : 내가 뭐..?

보라 : 오빠가... 라플란드에 혼자 가는 꿈을 꿨어.

태웅 : (픽 웃으며) 나 혼자? 내가 거기 혼자 뭐하러 가?

보라 : 그게... 그게.. (주저하며 말 못하는 보라)

태웅 : (의아하게 보는데)

보라 : (차마 말 못하고) 별거 아냐.. (애써 웃는다)

태웅 : (싱겁다는 듯 웃고) 가자.. 내가 잠들때까지 같이 있어줄게. (가려고 하는데)

보라 : (옷자락 잡으며) 오빠.. 나 여기서 오빠랑 같이 자면 안돼..?

태웅 : (돌아보는 표정)


(시간경과)

태웅, 보라에게 팔베개 해주며 누워 있다.

눈감고 잠을 청하는 보라. 태웅, 보라를 다독여주는데...


보라 : (눈감은 채) 오빠...

태웅 : 왜..

보라 : 오빠... 혹시.... 내가 죽으면... 오빤 어떡할거야..?

태웅 : (멈칫 본다)

보라 : (눈뜨고 태웅 보며) 설마... 내가 죽는다고 오빠도... (하는데)

태웅 : (단호한) 보라야. 너 안죽어. 너... 절대로 안죽어.

보라 : (표정 그러다) ...괜한 얘기 해서 미안해...

태웅 : (짐짓 쾌활한) 당연히 미안해해야지!! 쓸데없는 생각말고 어서 자..

보라 : ....

태웅 : 참.. 보라야..

보라 : (보면)

태웅 : 우리.. 내일은 데이트 하자.

보라 : 데이트?

태웅 : (웃는) 응. 데이트. 예쁘게 입고 나와라.

보라 : (피식 웃는데)

태웅 : 이제 자.


태웅, 보라의 눈을 감겨준다.

그제야 굳었던 인상 풀리며 잠을 청하는 보라. 태웅에게 꼭 붙어서 옷자락을 꽉 쥔 채 잠을 잔다.

그런 보라를 보는 태웅의 표정.



46. 호텔 일각 (낮)


차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태웅. 보라가 하얀색 원피스를 입고 나온다.

마주보고 웃는 두 사람.


보라 : (웃으며) 한기사, 오랜만이야.

태웅 : 아가씨, 타시죠.

보라 : 문 열어줘야지?

태웅 : 아, 맞다. (하며 뒷좌석 문을 열어주는데)

보라 : (쯧쯧 혀를 차는)

태웅 : 왜? (의아하게 보면)

보라 : 바보.. (웃고) 한기사, 미안한데.. 난 이제 뒷자리 안타거든?

태웅 : (아! 깨닫고 앞자리 문을 열어준다)

보라 : (웃으며 차에 탄다)


태웅, 운전석에 올라탄다.

서로 마주보고 싱긋 웃는 두 사람. 차가 출발한다.



47. 해변도로 (낮)


눈부시게 파란 바다. 그리고 그 옆 해변 도로를 달려가는 차.



48. 차 안 (낮)


보라와 태웅이 차를 탄 채 달려가고 있다.

태웅이 운전하다가 슬쩍 보라를 본다. 창 밖을 보다가 시선 느끼고 바라보는 보라.

서로 마주 보며 미소 짓는 모습들.



49. 바닷가 몽타주 (낮)


- 차가 바닷가에 도착한다. 차에서 내려 바다를 보는 두 사람... 좋다.

- 태웅과 보라가 손을 꽉 잡은 채 바닷가를 걸어간다. 보라의 목도리나 옷깃을 여며주는 태웅.

- 파도가 다가오자 냉큼 보라를 안아서 피해주는 태웅. 모래밭에 보라 내려놓고 무거워 죽겠다고 엄살이고..

죽어! 기운 없는 와중에도 한 번 주먹을 날려주는 보라..

- 파도를 쫓아가며 장난을 치는 태웅. 보라, 바닷가에 앉아서 미소 지은 채 태웅을 바라보고 있다.

두 사람 즐거운 한 때..



50. 바닷가 (황혼)


보라 태웅에게 안겨서 바다를 보고 있다.

아프고 힘든 보라.. 희미하게 미소를 띈 채 이야기한다.


보라 : ... 오빠, 우리 처음 만났을 때 생각나?

태웅 : (보면서) 언제? 어렸을때?

보라 : 아니. 그때 말고... (태웅보며) 병원에서 만났었잖아. 내가 죽겠다고 막 소란피울때...

태웅 : ... 그랬었지. ... (웃더니 보라보며) 근데 보라 너 그거 알어?

보라 : 뭐?

태웅 : 나 솔직히 너 보면서 세상에 뭐 이런 여자애가 다 있나 싶었다?

보라 : (괜히) 어째 별로 안좋아했단 느낌으로 들리는데?

태웅 : 그럼 너 같음 좋았겠냐? 툭하면 뺨 때리고 걷어차고 괴롭히는데?

보라 : (헤헤 웃으며) 내가 좀 많이 때리긴 했지? 몇 대나 때렸나..?

태웅 : 셀 수도 없이.. (슬픈) 근데 이상하게 니가 하나도 밉지 않았다....

         왠지 니가 슬퍼보여서... 그래서 더 마음이 쓰였던 거 같아.

보라 : ... 오빠...

태웅 : (바다보며) 참 많은 일들이 있었는데... 이젠 다 좋은 추억이 됐네. (웃는데)

보라 : (그런 태웅을 물끄러미 본다)

태웅 : (문득 시선 느끼고) ....왜..?

보라 : (글썽해서 웃는) ... 미안해.

태웅 : 뭐가...?

보라 : 오빠랑... 더 많은 추억 만들지 못해서.

태웅 : (표정)

보라 : 앞으로 계속 같이 있어주지 못해서...

태웅 : (표정!)

보라 : 내가... (참고) 내가 먼저 떠나게 되서... 정말.. 미안해.

태웅 : (눈물 울컥 날 것 같지만 참고) 보라야... 그런 얘길 왜 해...!

보라 : (눈물 닦으며 짐짓 웃는) 그냥.. 생각 난 김에.. 혹시... 못하고 떠나면.. 더 미안할 것 같아서.

태웅 : (멍한)

보라 : 춥다... 오빠.. 가자.


보라, 힘들게 몸을 일으켜 먼저 일어서 간다. 몇 걸음 쯤 걸어가는데...


태웅(소리) : 보라야...

보라 : (돌아보면)

태웅 : (눈물고인 채 서서 보라를 보고 있다) ....사랑해.

보라 : (표정!)

태웅 : 나 그동안... 너 때문에 많이 웃었고... 너 때문에... (눈물나는) 너 때문에... 행복했어.

보라 : (눈물이 난다)

태웅 : 보라야.. 나.. 너 사랑한 거.. 후회안해.

보라 : (눈물이 쏟아지는)

태웅 : 사랑해. 사랑해 보라야.

보라 : (눈물 참고) ...나도.. 사랑해.


보라, 눈물을 뚝뚝 흘리는데.. 태웅, 보라에게 다가가 꽉 끌어안는다.

눈물 흘린 채 꽉 껴안은 두 사람의 롱샷.



51. 호텔 일각 (밤)


보라는 테이블에 엎드려서 눈감고 있고 태웅은 이 방 저방 다니면서 문단속을 하고 있다.

이윽고 방에서 나와서 거실 창문으로 가서 문단속하는 태웅.

태웅, 보라를 힐끗 보더니.


태웅 : (창문 닫으며) 보라야...

보라 : ... 응.

태웅 : (커텐치며) 보라야...

보라 : 응.

태웅 : (보라 방문 닫으며) 보라야..

보라 : ... 왜 자꾸 불러...

태웅 : (웃으며) 그냥.

보라 : ... 졸려. 나 좀 잘께.

태웅 : 그래. 밥먹을 때 되면 깨울 테니까 자라.


태웅, 엎드려 자고 있는 보라의 머리를 쓰다듬어준다. 가만히 엎드려서 자는 보라.



52. 호텔 일각 (밤)


태웅이 저녁을 정성껏 차려놓는다. 이윽고 다 차린 듯 보라를 보면 보라는 여전히 누워 있다.


태웅 : 보라야... 밥먹자!

보라 : (자고 있다)


태웅, 안되겠는지 테이블로 오더니 보라 옆에 나란히 앉아서 테이블 위에 얼굴 대고 보라를 보며 엎드린다.


태웅 : (웃으며) 보라야... 그만 일어나.

보라 : (미동도 않는)

태웅 : 그만 자고 일어나야지. 배고프지도 않어?

보라 : ...

태웅 : 보라야...

보라 : ...

태웅 : ... 보라야...

보라 : ...

태웅 : (뭔가 이상한) ... 보라야....?!

보라 : ...

태웅 : (가만히 있는데 눈에서 눈물이 흐른다)

보라 : ...

태웅 : (보라의 죽음을 묵묵히 받아들이는 눈물)

보라 : ...

태웅 : (보라 가슴 아프게 보면서 애써 웃어주려고 하는....)



53. 바다 인서트 (낮)


아무도 없는 텅빈 바닷가. 파도 소리만 길게, 길게 들린다.

화이트 아웃.



54. 태웅의 방 (낮)


F. I. 득남이 찍은 두 사람의 사진 액자가 책상 위에 놓여있다.

전화받고 있는 태웅의 뒷모습.


태웅(소리) : (침착하고 담담한) ...내일 떠납니다. ...미국이에요. 아니에요... 네... 그럼요.

                  박사과정으로 바로 갈 수 있는데다가 장학금도 받고... 아주 좋은 기회에요. 걱정하시지 않으셔도 돼요...

                  제가.. 종종 연락드릴게요. 건강하시구요. 네.... 네..


책이며 물건들이 다 정리되어버린 태웅의 방.

전화를 끊는 태웅, 텅빈 방안을 한 번 둘러본다. 그러다.. 책상 위에 둔 사진 보는 표정... 쓸쓸한..

그러다 일어서 나간다.



55. 체육관 (낮)


승리와 충식이 둘이서 소근대고 있는데 태웅이 계단을 내려온다.


충식 : ...어디 나가냐?

태웅 : 어... 비행기 티켓 찾으러.

승리 : (착잡한) 이제 진짜 가는구나....

태웅 : (명랑하게 웃으며) 송별회도 다 해놓고 뭘 또 새삼스럽게 그래..

승리 : 안믿겨지니까 그렇지... 미국이 좀 멀어.....

충식 : (쿡 찌르며) 얘가 왜 또 이러냐...

승리 : 그래 그래.. 어쨌든 유학가는건 좋은 일이니까... 뭐...

태웅 : (짐짓 웃으며) 다녀올게.


태웅, 나가고 안쓰럽게 바라보는 승리와 충식.


승리 : 유학 간다고.. 보라 잊을 수 있을까..

충식 : 그래도.. 한국에 있는 것 보단 낫겠지 뭐...



50-1. 버스 안 (낮)


혼자 버스를 타고 흔들리며 가고 있는 태웅. 비어있는 보라의 자리를 문득 본다. 쓸쓸한 표정.



56. 여행사 (낮)


여행사에 앉아있는 태웅..

직원이 티켓을 가지고 돌아와 태웅 앞에 앉는다.


남자직원 : (살펴보고) 핀란드 헬싱키에서 라플란드까지? 어이구.. 멀리까지 가시네요?

태웅 : (조용히 웃는)

직원 : 여행 가시는 건가봐요?

태웅 : ...만날 사람이 있어서요.

직원 : 아.. 그렇구나... (티켓이랑 여권 같이 내밀며) 그런데 왜 편도로 하셨어요? 왕복이 더 싼데...

태웅 : (그냥 웃고) 고맙습니다.


태웅, 티켓 받아들고 일어서 나간다.



57. 거리 (낮)


티켓을 보는 태웅의 표정... 핀란드 헬싱키..

태웅, 슬프고 담담 하다. 그러다 태웅... 티켓을 집어 넣고 거리를 걸어간다.

쓸쓸하게 걷는 태웅의 표정.



58. 체육관 앞 (밤)


체육관으로 돌아오는 태웅.. 이때 문 앞을 어슬렁거리는 택배 아저씨를 본다.

태웅, 체육관 문 앞에서 택배 아저씨랑 마주친다.


아저씨 : 한득구씨라고 여기 있나요?

태웅 : ... 전데요.

아저씨 : 아, 마침 잘 됐네. (소포 꺼내며) 여기 소폽니다.


태웅, 가만히 보면 상자에 “박득남”이라고 써있는 글씨가 보인다.



59. 체육관 (낮)


태웅, 체육관에 들어선다.

상자를 바라보던 태웅, 생각났는지 전화를 꺼낸서 건다.


태웅 : ... 득남이니?

득남 : 오빠?! (눈물부터 고인다)

태웅 : (반갑고 슬픈) ....잘 지냈어..?

득남(소리) : (애써 헤헤 웃는) 그럼요... 오빠.. 내일 떠난다면서요?

태웅 : 응.. 참, 득남아.... 너한테서 소포가 하나 왔던데... 뭐니?

득남(소리) : ... 그, 그게... 사실은..... 보라가... 오빠 전해 주라고 했었던 거에요.

태웅 : (표정)

득남(소리) : 근데 엄마가... 떠난 사람 물건... 함부로 주면 맘 못 놓는다고... (말 흐리는)

                  그래도 오빠 떠난다니까 왠지 이건 전해줘얄거 같아서.. 그래서 보낸 거에요.

태웅 : (표정!)


태웅, 전화를 끊더니 멍하니 상자를 내려다본다.

태웅, 차마 상자를 열어보지 못하는데... 입술 꽉 깨문 채 상자를 보다가..

마침내 포장을 뜯고 열어보는 태웅... 뚜껑을 열어보는데.... 보라의 삐삐가 들어있다.

덜컹! 놀라서 삐삐를 보는 태웅!

떨리는 손으로 삐삐를 꺼내본다. 버튼을 눌러보는데.. New Page...

태웅.. 두근두근한 표정!

태웅,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삐삐 번호를 누른다.

삐삐 인트로 메시지가 나온다. 호출은 1번 음성녹음은 2번..

3번을 누르는 태웅... 비밀번호를 누르세요. 태웅... 떨리는 손으로 1111을 누른다.

핸드폰을 귀에 대는데..... “10개..의 음성메시지가 있습니다”

태웅, 점점 떨리는 기분.. “첫번째... 메시지입니다”

태웅, 숨죽여 기다리는데...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태웅.. 두근두근한데.. 마침내...


보라(소리) : 오빠.... 나야...

태웅 : (눈에 왈칵 눈물이 고인다)

보라(소리) : 오빠가 언제쯤 이 메시지를 듣게 될까...?

태웅 : (눈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진다)

보라(소리) : 그때쯤.. 나는.. 어디에 있을까? 나는.... 음...



60. 라플란드 몽타주


라플란드의 광활한 풍경 위를 달려가는 개썰매와 태웅의 모습..


보라(N) : 그래 아마 나는 라플란드에 있을거야. 함께 가기로 한 약속... 지키지 못해서 미안해.

              하지만.. 미안해 하지 않을래. 언젠가.. 다시 만날 수 있을테니까.



61. 라플란드


라플란드의 눈밭을 헤치고 가는 태웅의 표정 위로..


보라(N) : 그리고..... 오빠가 나에게 했던 말들.. 이젠 나도 되돌려줄게.

              아무리 피하고 싶어도 절대 눈을 감지마. 달아나지마. 그리고... 살아.. 살아있는게 좋아.


라플란드의 절벽 끝에 서서 주위를 둘러보는 태웅. 눈물 고인 눈으로 본다.


태웅(N) : 라플란드. 니가 그토록 와보고 싶어했던 바로 그 곳. 보라야 보이니? 널 만나러 온.. 내가.. 너도 보이니..?


태웅, 눈물고인 눈으로 라플란드를 둘러본다. 그러나 환하게 웃고 있는 표정이다. (오프닝과 다른 컷)

F. O 자막 <3년 후>



62. 체육관 (낮)


땡! 라운드 벨 소리. 체육관에서 열심히 운동을 하는 사람들의 모습과 소리들.

카메라가 벽에 걸려있는 사진들을 훑어간다.

득구였던 시절.. 체육관 사람들과 함께 찍은 사진, 관장, 충식, 승리, 금은동의 사진들,

세월의 경과를 보여주는 낯선 이들의 사진들...

마지막에는, 태웅의 풀커슨상 수상사진과 “28살 천재수학자 한태웅, 풀커슨상 수상하다”라는 헤드라인으로 장식된

신문기사도 붙어있다. 그 사진들을 훑어보고 있는 한 남학생.


남학생 : (갸우뚱한) ...수학자 사진이 왜 권투 체육관에 걸려 있대? 이상한 체육관이네...

승리(소리) : 이상하긴 뭐가 이상해?


남학생, 흠칫 놀라 돌아보면.. 승리다. 3년 세월의 변화가 느껴지는 머리모양.


승리 : 너도 여기서 운동 열심히 하면 (사진 가리키는) 이 형처럼 권투도 공부도 다 잘할 수 있다 그런 뜻 아니겠어?

남학생 : 오.. 이 수학자가 여기서 권투도 했어요?

승리 : 그럼! 권투도 끝내주게 했지!

충식 : (양복 입고 있다. 끼어들며) 솔직히 끝내주게 한건 아니다. (남학생 보며 으시대는) 이 형만큼 잘하진 못했어.

남학생 : 흐흥.. 그렇담 실력 알만하네.

충식 : 뭐야?! 하, 요놈 봐라? (하는데)

남학생 : (후다닥 도망가버리고)

승리 : 왜 이렇게 일찍 퇴근했어?

충식 : 필커슨상에 빛나는 우리 한태웅 박사 환영식을 위해 눈썹 휘날리게 뛰어왔지뭐.

승리 : 아.. 정말 왜 이렇게 무식해. (사진 가리키며) 풀커슨 상. 발음 똑바로 못하냐?

충식 : 아, 그거나 그거나!


승리와 충식, 티격태격하는 소리 위로..

풀커슨상 수상 사진이 보여지고... 다시, 땡! 라운드벨소리..


사회자(소리) : (아.. 아.. 마이크 테스트 하는)



63. 강연장 (낮)


사람들로 빼곡히 들어찬 강의실. 사람들 웅성거리며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다.

앞줄에는 기자들이 앉아서 사진기를 꺼내들고 준비하고 있다.


사회자 : 오늘 강연은.... 올해 풀커슨상을 수상한 한태웅 박사의 초청강연이 되겠습니다. 먼저 박사님의 약력을 소개하자면...

            25살 때 솟수의 등차수열에 관한 미해결 난제를 풀면서 수학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고...

            그 후 미국 엠아이티 초청 연구원으로 활동하며 조합론 분야에서 눈부신 논문들을 연이어 발표했습니다.

            그리고 올해, 60년 동안 풀리지 않았던 ‘램지의 수’ 부분을 명쾌하게 증명함으로서

            조합론 분야에서 가장 뛰어난 논문에 수여되는 풀커슨 상을 수상하셨습니다.

사람들 : (고조되는 분위기)

사회자 : 그럼 한태웅 박사를 소개하겠습니다.


천교수와 나란히 앞자리에 앉아 있던 태웅, 자리에서 일어난다.

사람들, 시선 일제히 쏠리고 신문사와 방송에서 온 카메라의 플래쉬들이 일제히 태웅의 얼굴 위로 쏟아진다.

태웅, 연단 위로 조용히 올라간다. 태웅, 담담하게 주위를 둘러본다.


태웅 : ... 반갑습니다. 한태웅입니다.


사람들, 박수를 친다. 호기심 가득한 시선들.



64. 학교 일각 (낮)


김회장의 차가 들어와 멈춰선다. 차에서 내리는 구둣발.. 김회장이다.



65. 강의실 (낮)


강의실 문이 열리고 김회장이 들어온다.

김회장, 뒷자리에 앉아서 가만히 앞을 보면 태웅이 대형 스크린에 비춰진 자신의 논문을 설명하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태웅을 바라보는 김회장의 눈빛에 감회어린... 빛들이 스쳐 지나간다.


태웅 : .....‘램지의 수’는 쉽게 얘기하자면 큰 집단에서 공통 특성을 갖는 작은 집단을 찾을 수 있느냐 없느냐에 관한

         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66. 몽타주


- 프로젝터를 켜놓고 강의를 하고 있는 태웅... 자신감있고 익숙한 모습.

- 사람들 경청하는 초롱하는 눈빛.

- 태웅, 열심히 적으며 설명하고 있다.

- 여기저기 사람들 손을 들고 질문한다.

- 성실히 답변하는 태웅의 모습들.



67. 강의실 (낮)


태웅 : ....이렇듯 램지의 수를 증명하게 됨으로서 우리는 유한한 개체가 점점 늘어날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질지 미리 예측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에 큰 의미가 있겠다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사회자 : 그럼 마지막 질문 하나만 더 받겠습니다. 질문하실분...


태웅, 사회자가 지목한 사람을 보는데.. 뜻밖에 과학고 교복을 입은 고등학생이다.


소년 : 한국과학고에 다니는 유정태라고 합니다. 한국과학고 나오신 걸로 아는데요.. 선배님 뵙게되서 반갑습니다.

태웅 : (빙그레 웃으면서) 저도 반갑습니다.

소년 : 어.. 제가 질문하고 싶은 것은요... 램지의 수...에 관한 건 어려워서 잘 모르겠고...

사람들 : (웃는다)

소년 : (머리 긁적이며) .....선배님께서 수학을 좋아하시는 이유는 뭡니까?

태웅 : 수학을 좋아하는 이유.... (생각하는)

사람들 : (무슨 대답이 나오나 보는데)

태웅 : (쓸쓸한 미소) ...옛날에 제가 사랑하던 사람이.. 저에게 같은 질문을 했었습니다.

         그때 전... 답이 있어서.. 좋아하는거라고.. 그렇게 말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답이 있고 없고는 중요하지 않은 것 같아요.

사람들 : (표정)

태웅 : 제가 수학을 좋아했던 이유는... 행복했기 때문입니다. 답이 있어서 행복했던 게 아니라..

         답을 찾는 과정, 그 자체가 저에겐 행복이었습니다.


하는데 사람들 중의 누군가가 큰소리로 물어본다. 남자 목소리, “사랑하는 사람, 지금 어디서 뭐합니까?!”

사람들 와그르르 웃는데..


태웅 : (담담한 듯 슬프게 서 있는 표정)

사회자(소리) : 그럼 오늘 강연은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사람들 박수치고 일어서고 태웅, 강단을 내려오다가 뒷좌석에 앉아 있는 김회장과 눈이 마주친다.

태웅, 멈칫한다. 그러다가 눈으로 인사하는 두 사람. 따스하고 슬픈 느낌...

김회장이 자리에서 일어나 나간다. 쫓아가는 태웅.



68. 강의실 앞 (낮)


태웅, 강의실을 막 뛰쳐나온다. 김회장을 찾는데 어디에도 김회장은 보이지 않는다.

태웅, 아쉬운 느낌으로 서 있는데 천교수가 다가온다.


천교수 : 누구, 아는 사람 왔었어?

태웅 : (씁쓸하게 웃는다) ...네...



69. 학교 일각 (낮)


천교수와 나란히 걸어가는 태웅.


천교수 : 나는 많이 늙었는데.. 자넨 어떻게 그대로야?

태웅 : 아니에요. 교수님도... 예전하고 똑같으신데요...

천교수 : 똑같긴... (웃고) 어쨌든 이렇게 돌아와 만나니까 좋구만. 늙은이 목숨은 간당간당해서

            오늘 본다고 내일 또 본다는 보장이 없어. 그래도... 이렇게 살아있으니까 참 좋아.

태웅 : (천교수 보면)

천교수 : 비록 몸이 늙어서 농구를 못해 아쉽긴 하지만... (태웅보고 웃으며) 자네도 다시 이렇게 만나고...

            (태웅 보며) ...자네도... 좋지?

태웅 : (따뜻한) 네... 좋아요... 참 좋아요.


천교수와 따뜻한 겨울 햇살 아래 선 태웅, 학교를 둘러본다. 그리운 느낌이 밀려오는... 표정 위로...


보라(N) : 살아.. 살아있는게 좋아.



70. 몽타주 (낮)


- 도서관. 태웅... 서가 사이를 걸어가고 있다. 옛날의 느낌이 환기되는....

- 보라와 학회지를 보던 자리...

- 보라와 라플란드 이야기를 하던 자리..

- 그리고.. 보라와 함께 앉았던 도서관의 그 자리에 선 태웅... 가슴이 아프다..


태웅(N) : 때로는 혼자서, 때로는 같이. 늘... 같이 있지 않아도 좋아. 하지만... 하지만...


- 옛날 자신이 앉던 자리에 앉아보는 태웅. 텅빈 옆자리.


태웅 : (중얼거리는) ..니가 보고 싶어.


태웅, 조용히 고개를 옆으로 돌려본다. (7부) 엎드린 채 자고 있는 보라의 모습.

태웅의 얼굴에 슬픈 미소가 떠오른다.


태웅 : ....니가.. 너무 보고 싶어....



71. 농구장 (낮)


태웅, 쓸쓸하게 농구장으로 걸어온다.

햇살 좋은 농구장. 바닥에 농구공 하나가 굴러다니고 있다.

태웅, 농구공을 들고 튕겨본다. 골을 집어 넣는 태웅... 튕겨나고.. 어.. 잘 안되는걸?

태웅, 혼자서 농구를 한다..

태웅, 활짝 웃으며 몸을 날려 골을 집어 넣는 순간....!


보라(소리) : 오빠!


두근! 울리는 태웅의 심장 소리.

태웅, 그대로 멍하게 멈춰 선다. 차마 돌아보지 못하고.. 두근두근한 채 서 있다가.. 서서히 돌아보는데...

보라가 눈물 고인 채 태웅을 보며 웃고 있다.


태웅 : 보라야.....


길게 마주 보고 선 보라와 태웅. 아득하게 바라보는 태웅의 표정 위로...


태웅(N) : 나는... 무얼 본걸까...?


태웅, 그렇게 멍하게 보라를 바라보다가.... 눈을 감는다.

눈부신 햇살. 태웅의 눈가가 젖어드는 느낌.


태웅(N) : 이 눈을 떴을 때.... 네가 없더라도... 이제 난... 달아나지 않아.


이때 땡!하는 라운드벨소리가 들리면서 태웅, 천천히 눈을 뜬다.

태웅, 눈물 고인 눈으로 천천히 앞을 응시한다.

무얼 본걸까. 태웅의 얼굴에 환하게 미소가 어려진다.

<눈의 여왕> 끝.

























첨부파일 눈의여왕-16회.t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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