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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 06 - 다시 부활한다

작성자수다쟁이|작성시간08.09.01|조회수531 목록 댓글 0

[부활] 06 - 다시 부활한다

 

 

 

 

 

 

 

 

 

 

1. 폐가 안 (밤, 전회 마지막 씬)

 

하은 : (안으로 들어서며) 신혁아!

        

희미한 월광이 비치는 어둠 속을 헤매던 하은의 시선이 바닥에 시커멓게 쓰러져 있는 물체...신혁에게 멈춘다.

        

하은 : ...! (다급하게 다가가서 신혁의 어깨를 감싸 안고 흔든다) 신혁아!...신혁아!

신혁 : (가쁜 호흡을 내쉬며 힘겹게 눈을 뜬다)...

하은 : 신혁아, 정신 들어?

신혁 : (두려움에 찬 눈빛에 물기가 어리며, 힘겹게)...혀어엉.

하은 : (침착하려 애쓰지만 목소리가 떨린다) 괜찮아, 괜찮아,

        (신혁의 몸에 상처가 있는지를 확인하는 손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다) 걱정하지 마. 아무 일 없어.

        (신혁을 부축해 일으켜 세우려 하며) 괜찮아, 신혁아. 괜찮아. 

        (신혁의 몸이 일으켜 세워지질 않는다) 조금만 힘을 내봐. 신혁아, 조금만 힘을 내. (신혁의 몸이 축 늘어진다)

        

창백해져서 신혁의 얼굴을 들여다보는 하은.

신혁은 자는 듯 아무런 반응이 없다..

 

하은 : 신혁아? (신혁의 뺨을 때리며) 정신 차려, 신혁아. 정신 좀 차려봐, 제발. (울부짖듯) 정신 차려, 임마!

       

창백하게 식어 내려서 제 정신이 아닌 하은, 신혁의 코에 귀를 대 본다.

숨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하은 : (넋이 나간 듯)..안돼...안돼. (미친 듯이 신혁의 가슴을 두 손으로 압박하기 시작한다) 안돼, 신혁아.

        (눈물이 고이며 울부짖듯) 안돼! 제발.. 제발...하느님..제발. (눈을 뜨지 못하는 신혁을 끌어안고 절규한다) 안돼! 안돼! 안돼!

 

 

2. 신혁의 방 (밤)

 

화면 가득 멍한 표정으로 문 앞에 서 있는 잠옷 차림의 이화의 얼굴.

그녀의 시선을 따라가면 방바닥에 와장창 떨어져 조각나 있는 액자의 유리 조각.

이화가 새로 유리를 갈아 걸었던 그 액자다.

인철과 신영이 뒤 늦게 뛰어와 상황을 보고..이런 또 깨졌네 하는 얼굴.

이유를 알 수 없는 불길한 예감으로 멍해있는 이화의 떨리는 눈빛.

 

 

3. 몽타주 (밤)

        

빠르게 교차 편집되는 화면.

 

<폐가 안>

신혁의 시체를 부둥켜안고 걷잡을 수 없는 슬픔으로 고통스럽게 오열하고 있는 하은.

<룸싸롱>

동찬이 수하들과 함께 술잔치를 벌이고 있다.

마이크 잡고 분위기에 심취해 노래를 하고 있는 동찬의 모습.

<폐가 안>

신혁의 시체를 부둥켜안은 하은, 격심한 슬픔을 참느라 몸을 흔들며 고통스러운 신음이 흘러나온다.

<상국의 거실>

텔레비전 골프 채널에 시선 고정된 채 바라보고 있는 상국.

자신도 모르게 손은 골프채를 잡고 스윙하는 듯한 포즈를 저절로 취하고 있다.

<폐가 안>

오열하고 있는 하은의 눈에서 피눈물 같은 눈물이 흘러내린다.

<건설회관 앞>

건설회관 리셉션 참석 후 나온 태준이 방송사 기자에게 미소 띤 얼굴로 여유 있게 대꾸하고 있는 모습 위로 플래시 연속적으로 터진다.

그 위로 짐승 같은 하은의 울부짖음 소리.

<폐가 앞>

소리 지르며 밖으로 달려 나오는 하은,

극심한 슬픔과 분노를 주체 못하고 우리에 갇힌 상처 입은 맹수처럼 제자리를 돌며 울부짖는다. 

 

 

4. 달리는 차 안 (밤)

 

극심한 초조와 불안으로 안절부절 못하고 습관처럼 다리를 떨고 있는 수철.

 

수철 : (재촉한다) 빨리 좀 가, 빨리!

함형사 : (갑자기 차를 한쪽에 세운다)

수철 : (버럭 성질낸다) 뭐 하는 거야?!

함형사 : (답답해서 좀 성질) 이유나 좀 알고 가자. 도대체 다섯 시간을 넘게 온 길을 왜 되돌아가자는 거야?

수철 : (대뜸) 내려! 나 혼자 갈 테니까.

함형사 : 나 참. (한숨 쉬 듯 잠시 생각하다 어쩔 수 없이 차를 출발시킨다)

수철 : (초조해서 시선 둘 곳을 찾지 못하는)....

 

 

5. 재수의 거실 (늦은 밤)

 

차분한 표정으로 만두를 빚고 있는 은하, 하지만 미세하게 떨리는 손.

탁자위엔 이미 꽤 많은 양의 만두가 만들어져 있다.

 

재수 : (신경은 딴 데 가 있어서 건성으로 만두 빚으며 걱정으로) 하은이가 분명히 그렇게 말했어?

        내일 아침에 집에서 만둣국 먹는다구?

은하 : ..네에.

재수 : (걱정으로 조급증이 생겨 두서없이) 괜히 너 안심시키려고 그러는 거 같진 않아? 

        꼬락서니는 어때? 밥은 제대루 먹고 다닌대? 아픈 덴 없구? 도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거래? 어떤 죽일 놈 짓인지 알고는 있대?

은하 : (그제야 손놓고 애써 차분한 미소로) 다 말씀드렸잖아요, 아빠.

재수 : (만두고 뭐고 툭 내려놓고 깊게 한숨쉬며) 도대체 안심이 안 된다. 

        (흥분) 그래서 내가 누누이 말한 거야. 화투를 쳐봐도 사람 좋은 놈이 무조건 지게 돼 있으니까 너무 착하게만 살지 말라구.

은하 : (안심 시키려는 듯) 수철이 오빠도 돕고 있다니까 잘 될 거예요.

재수 : 그래, 수철이 그 놈이 의리는 있는 놈이다. (스스로에게 안심 시키듯) 너두 아무 걱정 하지 마. 별일 없을 거야.

        수십억 수백억씩 돈받아 쳐 먹는 놈들도 떵떵거리고 잘만 사는데 죄도 없는 우리 하은이한테 뭔일이 있겠냐? 안그러냐?

은하 : (초조한 얼굴에 애써 미소를 지으며) 그럼요, 아빠.

 

 

6. 폐가 안 (늦은 밤부터 여명까지)

 

싸늘하게 식어버린 신혁의 시체는 한쪽 벽에 기대어져 있다.

그 옆에 나란히 앉아있는 하은, 멍한 눈빛으로 마치 모든 것이 정지된 듯한 시간과 공간 속에 있는 듯 하다.

이젠 하은의 눈에서 눈물도 흐르지 않는다.

목적도 없이 한 곳을 뚫어져라 응시하고 있는 하은의 멍한 눈빛.

 

<플래시 컷-사고당시 자동차 안>

-죽음을 목전에 두고 자신을 바라보던 건하의 슬픈 눈빛.

<폐가 안>

-하은의 멍했던 눈빛이 미세하게 떨려온다.

<플래시 컷-3회 강남 터미널 안>

-칼에 찔린 채 하은에게 뭔가를 전하려던 경반장의 애절한 눈빛.

<폐가 안>

-서서히 분노에 차며 하은의 황폐해져가는 얼굴, 냉정한 눈빛, 떨리는 입술.


<플래시 컷-5회 폐가 앞>

신혁 : ...응. 20년이나 기다렸어..형.

 

<폐가 안>

-하은, 슬픔에 찬 얼굴이 서서히 분노로 바뀌어가며 손을 뻗어 신혁의 손을 움켜쥔다.

 

<플래시 컷-5회 폐가 앞>

신혁 : ...우리 이젠 합체한 거야?

 

<폐가 안>

신혁의 손을 더욱 꽉 잡아 쥐는 하은의 손이 부들부들 떨려온다.

까칠한 얼굴의 하은, 슬픔과 증오, 분노가 뒤섞인 채 눈빛만이 살아서 정면을 응시하고 있다.

 

하은 : (마음의 소리) 그래, 신혁아. 우리 이젠 영원히 합체한 거야. 영원히.

        

-밖은 또 다른 날의 시작을 알리는 듯 서서히 여명이 밝아오고 있다.

 

 

7. 달리는 차 안 (새벽)

 

초조한 표정의 수철이 운전대를 맡고, 함형사는 조수석에 앉아 피곤해서 잠들어 있다.

그 위로 동이 터가고 있다.

승용차가 급하게 폐가로 꺾어져 들어간다.

 

 

8. 폐가 앞 (새벽)

 

하은의 승용차(수철의 차)는 한쪽에 세워져 있고 신혁의 차는 없는 상태.

급하게 와서 멈추는 승용차.

거칠게 문을 열고 튀어나오는 수철, 세워져 있는 자신의 승용차를 확인 하고는 폐가 안으로 소리치며 뛰어간다.

        

수철 : 하은아!

함형사 : (그 소리에 번쩍 정신이 드는)

 

 

9. 폐가 안 (새벽)

 

수철 : (튀어 들어오며) 하은아!

        

하며 주변을 살피다 창백하게 굳어버리는 수철.

벽에 기대어져 있는 신혁의 시체.

허나 신혁은 하은의 옷을 입고 헝클어진 머리는 하은처럼 앞머리를 내린 모습이다.

 

수철 : (휘청하는 심정으로 신혁의 어깨를 잡고 흔들며) 하은아! 하은아!

       

이미 죽었음을 확인한 수철, 자신도 모르게 엉덩방아 찧듯 뒤로 확 물러난다.

두려움과 무서움으로 얼이 빠진 수철.

 

함형사 : (뒤따라 들어오다 그 모습 보고 굳어서는)...!

 

 

10. 달리는 차 안 (새벽)

 

신혁의 옷으로 갈아입은 하은이 차를 몰고 햇빛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차 창 밖으로 펼쳐져 있는 평화로운 풍경들...

앞만 똑바로 응시한 채 운전하는 하은의 꽉 다문 입...냉정하고 차가운 눈빛...

 

 

11. 허서장실 (이른 아침)

 

뭔가 급한 일이 터졌는지 빠른 걸음으로 들어서는 허서장, 표정은 기분 좋게 잔뜩 상기돼 있다.

형사과장 따라 들어오면서 보고한다.

 

과장 : 오늘 새벽에 상철이파 22명은 일시 검거했고 잔당은(하는데)

허서장 : (말 자르며 흥분해서) 잘했어! 정말 수고했어. 검거보고 서류는?

과장 : 곧 올리겠습니다. 그리고 아직 잔당 추정중이라서 엠바고 걸어둔 상탭니다.

허서장 : 잘했어. 지연되면 큰일이니까 제시간 맞춰서 검찰 송치시키구.

과장 : 알겠습니다.

허서장 : (흥분된) 어, 그리고 공보관한테 연락해서 기자들 브리핑 준비시키라고 해.

         (과장 대답도 하기 전에) 아니야, 내가 직접 공보관한테 지시하지.

 

 

12. 폐가 앞 길 (이른 아침)

 

강릉 경찰서에 출동한 경찰차가 요란한 사이렌 소리를 울리며 폐가를 향해 가고 있다.

차 안에는 강릉 경찰서 소속 형사1,2,가 타고 있다.

        

 

13. 바닷가 (이른 아침)

 

잔물결을 일으키며 아침 햇살을 받아 눈부실 정도로 빛나고 있는 바다의 수면...

망망대해 앞에 굳건히 서 있는 하은의 뒷모습.

처연한 눈빛으로 바다를 바라보고 있던 하은이 누군가에게 다가가듯 한 발 한 발 바다를 향해 걸어 들어간다.

하은의 표정이 무서울 정도로 담담하고 처절하다.

무릎까지 차오는 바닷물...발을 멈추고 바다 끝 어딘가를 바라보는 하은의 처연한 눈빛.

 

하은 : (낮고 처연한, 마음의 소리)...어디 계십니까? 어디에 계십니까? 

        ..이럴 순 없습니다. 이럴 수는 없는 겁니다. 절 보고 계십니까? 절 똑똑히 보고 계십니까? 

        (무릎을 꿇고 앉는다. 온 몸이 물에 젖는다) ..지금껏 당신께 바란 건...힘들어 주저앉고 싶을 때...

        (아픈 눈물이 고인다) 한 걸음 뗄 수 있는 힘만 달라고...그거면 충분하다고...그렇게 기도했었습니다. 

        (처연한 시선은 바다 끝 허공을 응시하고 있다) ...당신이 진정 존재한다면...탓하지 못할 겁니다. 

        이건...당신이 선택하신 길입니다. 

 

새롭게 태어나 듯 그렇게 한참을 앉아 먼 곳을 응시하고 있는 하은.

그 위로 쏟아져 내리는 아침 햇살.

 

 

14. 재수의 주방 (이른 아침)

 

꼬박 밤을 새운 듯한 은하, 만둣국을 끓이기 위한 준비로 분주하다..

냉동실에서 얼린 만두는 한쪽에 놓여져 있고,

도마에 파를 썰고 가스렌즈위에서 끓고 있는 국물이 넘치는 지를 확인하는 은하...

 

 

15. 병원 영안실 앞 (아침)

 

함형사가 강원도 경찰서에서 나온 형사(이하 강형이라고 줄임)와 얘기중이고.

한쪽 구석에 얼이 빠진 얼굴로 넋을 놓고 앉아있는 수철.

                

강형 : (같은 형사끼리라 말투는 친근하다) 비리혐의로 도주중인 상태였으면 경찰청 특수수사과 직원이 해야 하지 않나요?

함형사 : 우리야 지시대로 움직이는 거니까요. 육안으로 봐선 타살 혐의점은 없는 것 같던데?

강형 : 국과수에 부검의뢰 해봐야 알 것 같아요. 같은 형사라서 맘이 좀 그러네.

함형사 : (같은 심정이라 입맛이 쓰다)

강형 : 곧 검시할 건데 같이 들어가 보시겠어요?

함형사 : ..예. (하며 의구심 어린 표정으로 수철을 본다)

수철 : (심한 죄책감과 자책으로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다)...

 

 

16. 병원 밖 한곳 (아침)

 

구석진 곳에 머리를 벽에 박은 채 등을 보이고 서서 휴대폰하고 있는 수철.

 

수철 : (분노를 누르느라 떨리는, 소리죽여) 손대지 않기로 했잖아?! 경찰한테 넘기는 걸로 약속했잖아?!....(어이가 없는) 뭐?

 

 

17. 달리는 차 안 (아침)

 

동찬 : (유유자적한 표정으로 통화중이다) 난 서형사가 어디 있었는지도 몰랐던 사람이야. 그건 동업자가 더 잘 알잖아?

        ...어쨌든 젊은 친구가 안됐구만. 그래도 어쩌겠어. 죽고 사는 일이야 하늘의 뜻인데. 안 그래, 친구?

 

 

18. 병원 밖 한곳 (아침)

 

창백하게 식어 내려서 전화를 끊는 수철. 느닷없이 머리를 벽에 쿵쿵 박는다.

 

수철 : 죽어라! 죽어! 죽어! 죽어 이 나쁜 놈아! 죽어! (결국 터지듯 소리 내어 흐느낀다)

 

 

19. 강력5팀 (아침)

 

함형사에게 전화를 받고 있는 장형사.

 

장형사 : (충격으로 멍한 표정으로)...알겠습니다. (수화기 내려놓고도 믿기지 않는 듯 멍한)

형사2 : (문 열고 들어서며) 상철이파 땜에 서가 시끌벅적하네.

장형사 : (멍한)...

형사2 : ?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장형사 : (대답도 못하고 한숨 쉬 듯 두 손을 얼굴에 묻는다)    

 

 

20. 허서장실 (아침)

 

허서장 : (놀라서) 서형사가 죽어?

과장 : (침통한)...네. 방금 보고 받았습니다.

허서장 : (미간을 찡그리며) 비관 자살인가?

과장 : 부검을 해봐야 알 것 같습니다.

허서장 : (심각해지는) 시체 발견 장소가 어디야?

과장 : 강릉 외곽에 있는 폐가라고 하는데.

허서장 : (말 자르며) 그럼 타 관할이잖아?

과장 : ..네.

허서장 : (빨리 정리하고 싶은 마음이다) 그 문젠 그 쪽에 맡겨. (관심은 딴 데 있다) 기자들 브리핑 준비는 확실하게 했나?

과장 : (못마땅함을 감추며)..네.

허서장 : 좋아. 그리고 부하들 입단속 다시 한번 시켜. 쓸데없이 서형사문제로 우리서에서 잡음나지 않도록 깨끗하게 정리하자구.

과장 : (내키지 않는 얼굴로)...알겠습니다.

허서장 : (문득) 근데 사체를 처음 발견한 게 김형사하고 함형사라고 했지?

과장 : 네.

허서장 : 어떻게 알고 간 거야, 거긴?

 

 

21. 병원 한 곳 (아침)

 

수철과 함형사.

 

함형사 : 사실대로 말해봐. 서형사가 있는 장소는 어떻게 안 거야?

수철 : (말을 잃은 사람처럼 넋이 나가서)...

함형사 : 아직 보고는 안 했지만 현장에 김형사 차가 있었잖아?

수철 : (움찔 굳어서 본다)

함형사 : 니가 도주를 도왔던 거야? 서형사하고 연락도 하고 있었던 거구?

수철 : (괴롭게)...하은인 비리 같은 걸 저지를 놈이 아냐. 그건 함형사도 잘 알잖아?

함형사 : (한숨쉬며) 미치겠네. 도대체 어쩌려구 그런 거야?

수철 : (두 손에 얼굴을 묻고 괴로워하는)..내가 죽일 놈이야. 내가 죽일 놈이야.

함형사 : (이해하는 심정으로 딱하게 본다)

 

 

22. 호텔 로비 (아침)

 

무표정한 얼굴로 거침없이 뚜벅뚜벅 걸어 들어오는 하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프런트 앞으로 간다. 옷은 아직 젖은 채다. (너무 튀지는 않는 상태)

 

여직원 : (깍듯하게 목례하며) 안녕히 주무셨습니까, 부사장님.

하은 : (담담한 미소) 산책 나오는 길에 깜빡하고 키를 룸에 놓고 나왔네요.

여직원 : 종종 그런 일이 있어요. 재발급 해 드리겠습니다.

하은 : (신분증 꺼내려고 안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는데)

여직원 : (컴퓨터 자판 치며 모니터 보면서) 괜찮습니다. 부사장님 신분이야 분명하신데요.

         (미소, 카드 내밀며) 많이 피곤하신가 봐요. 얼굴이 까칠해 보이시네요.

하은 : (미세하게 눈빛이 움찔하다 이내 표정정리하고 카드 키 받으며) 그래요?

        (까칠하게 수염이 나 있는 턱을 만지며) 밤새 회의를 했더니 그런가? (하며 미소 지어 보이며) 고마워요.

       

인사하고 뒤돌아서는 하은을 미소로 보고는 자기 할 일 하는 직원.

엘리베이터를 향해 걸어가는 하은의 표정은 이내 어둡고 냉정하다.

 

 

23. 호텔 엘리베이터 앞 (아침)

 

엘리베이터 앞에 와 서는 하은.

곧바로 일층에 멈춰서 문이 열리면 신혁에게 주사위를 전해주었던 호텔직원이 타고 있다.

        

직원 : (내리며 반갑게) 안녕히 주무셨습니까, 부사장님.

하은 : (신혁의 생각으로 복잡해지는 마음)...네. (하며 안에 타선 직원에게) 고마웠어요. (하며 어쩐지 서글픈 미소를 짓는다)

       

직원, 미소로 대답하려는데 문이 닫히면서 하은의 얼굴을 가린다.

 

 

24. 호텔 룸 (아침)

 

불은 꺼져 있고 창으로 들어오는 아침 햇살만 비쳐 들어오는 실내.

재훈이 하은을 기다리다 소파에 불편한 자세로 잠이 들어있다.

문이 열리고 하은이 들어온다.

안으로 들어오던 하은, 재훈의 모습에 당황스레 멈춰 선다.

재훈의 얼굴을 살피듯 보는 하은.

 

<플래시 컷-4회 89씬>

호텔로비로 신혁과 함께 들어오던 재훈의 모습.

 

재훈의 모습을 기억해 낸 하은, 잠시 서 있다가 조용히 욕실로 움직인다.

잠들어 있던 재훈이 인기척에 부스스 눈을 떴다가 하은의 뒷모습을 보고 번쩍 잠이 깨어 벌떡 일어선다.

 

재훈 : (당황해서) 죄송합니다. 부사장님 오실 때까지 기다리다가 그만.. (말끝을 흐린다)

하은 : (등을 보인 채로 살짝 얼굴을 돌려보며)..별 일 없었죠?

재훈 : 아침 일찍 회장님께서 전화 주셨는데...주무신다고 했습니다.

하은 : (끄덕인다)

재훈 : (망설이며 조심스럽게)...가셨던 일은 잘 해결되셨습니까?

하은 : ...뭐 그럭저럭. (말투는 딱딱하지 않고 어쩔 수 없이 지쳐있다)

재훈 : (살피며)...문의원과의 12시 미팅은 컨폼 해 놓겠습니다.

하은 : (대답을 하지 않고 잠시 생각하다)...취소해 주세요.

재훈 : (어리둥절)...네?

하은 : 정리해야 할 여자문제가 있었어요.

재훈 : (의외의 말에 당황스레)...아..네에.

하은 : 좀 자야겠어요. ...깨우지 마세요.

재훈 : (두 말 없이)...알겠습니다, 부사장님.

하은 : (욕실 쪽으로 간다)

재훈 : (조용히 현관 쪽으로)

 

 

25. 호텔 룸 밖 (아침)

 

재훈, 밖으로 나온다.

신혁의 의외의 말이 좀 놀랍기도 하고 그래서 그랬구나 싶어 어제부터의 신혁의 행동이 비로소 이해가 가는 듯한 표정이다.

 

 

26. 호텔 욕실 (아침)

 

옷을 입은 채로 샤워기 틀어놓고 물을 맞고 있는 하은의 손에 꽉 쥐어져 있는 무언가. 

은하가 주었던 팔찌다. 차마 이것만은 버리고 오질 못했다.

고개를 숙인 하은의 어깨가 아프게 흔들린다.

        

 

27. 재수 집 마당 (아침)

 

화창하고 맑은 날씨.

화분에 물을 주고 있는 은하의 시선이 계속 대문 쪽을 향하고 있다.

하은을 기다리는 간절함이 담긴 은하의 시선은 알 수 없는 불안으로 가득하다.

같은 심정으로 그 옆에서 서성이고 있는 재수.

 

재수 : 아침에 온다던 놈이 왜 안 와? 이 놈 이거 오늘도 못 오는 거 아냐?

은하 : 올 거예요. 온다고 약속 했어요.

재수 : (딸의 맘을 이해하듯 보는데)

장형사 : (잔뜩 난처한 얼굴로 쭈뼛거리며 들어선다)

        

은하와 재수, 장형사를 본다.

 

장형사 : (말없이 고개만 숙여 인사한다)

은하 : ...오셨어요?

장형사 : ...네에.

재수 : 아침 댓바람부터 또 뭔 일이야?

장형사 : (말이 나오질 않는다)...그냥.

재수 : 그냥 정탐하러 온 거면 그냥 가. 아니면 만둣국이나 먹고 가든가.

은하 : (불안한 시선으로 보며)..무슨 일이에요?

장형사 : (어렵게)..저기..저하고 같이 가주셔야 할 데가 있어서요.

은하 : (확 불안해져서 보는데)

재수 : 가다니 어딜?

장형사 : ...저기..사실은

재수 : (O.L. 답답해서) 사실은 뭐어? 뭔데 그렇게 뜸을 들여?

은하 : (불길해진다)..오빠한테 무슨 일 있어요?

재수 : (긴장해서 보고)

장형사 : ..그게..서형사님이(하다 도저히 말이 안 나오고)

재수 : (긴장해서) 붙들렸어? 우리 하은이 붙들린 거야? 아니면 이번엔 또 뭔 죄를 우리 하은이한테 뒤집어씌웠어? 엉?

장형사 : ..그게 아니라.

재수 : (버럭 화낸다) 할 말 있으면 빨리 해?! 사람 속 터지게 만들지 말구!

은하 : 무슨 일인데요. 솔직하게 말씀해 보세요.

장형사 : (맘을 굳게 먹고)...서형사님이. (쉰 목소리)...돌아가셨어요.

은하 : (멍해지는)...

재수 : (잘 못 들었나해서) 돌아가셨다니? 어디루? 우리 하은이가 어디로 돌아가?

장형사 : 지금..강릉병원 영안실에....

은하 : (휘청하는 느낌으로 멍하니)

재수 : (큰 충격으로 멍해졌다가...믿기지 않아서)...너 지금 나하고 장난하냐? (떨리는 음성)...농담하는 거야, 지금?

장형사 : (고개 푹 숙이고)...죄송합니다.

재수 : (장형사 어깨 붙들고 흔들며) 야 임마, 니가 뭘 잘못 알고 있는 거지. 우리 하은이가 왜 죽어?

        (멍해있는 은하보며) 은하야, 이 놈이 지금 어디서 엉뚱한 소릴 듣고 와서 헛소리 하는 거야. 그럴 리가 없어.

        (울컥해서 떨리는 목소리로 장형사 보며) 그럴 리가 없잖아, 임마!

장형사 : (같이 울컥해지며)...김형사님이 시신 확인했대요, 아저씨.

은하 : (휘청하는)...

재수 : (큰 충격으로 멍해지며 장형사를 잡았던 팔을 놓고 은하를 본다) 은하야..

       

숨이 막힐 것 같은 표정의 은하, 멍한 눈에 물기가 어려 있다.

아무런 말도 없이 침착하게 집 안쪽으로 걸어가던 은하, 발에 힘이 풀리 듯 휘청 비틀거리더니 땅바닥에 털썩 주저앉는다.

 

재수 : (달려가며) 은하야!

 

 

28. 호텔 룸 (낮)

 

웃통을 벗은 채 침대에 잠들어 있는 하은.

악몽을 꾸는 듯 하은의 얼굴은 온통 땀범벅으로 괴롭게 머리를 흔든다.

 

<인써트-하은의 악몽>

-등대 앞의 어린 은하.

 

은하 : 이건 은하 등대구 저건 오빠 줄게.

        

-버스 안에서 자신의 손에 얼굴을 묻고 잠들어 있던 성인은하.

-하은이 콧등을 쓸어주면 수줍게 미소 짓던 은하.

-은하와 하은이 첫 키스를 하던 순간.

-강릉고속터미널. 헤어지려던 순간 하은을 바라보던 은하의 애틋한 눈빛.

하은의 시야에서 멀어지는 물기어린 눈빛의 은하의 얼굴이 하얗게 부서지는 위로.

 

하은 : (소리치는 E) 은하야!

 

<호텔 룸>

 

하은 : 은하야!

        

벌떡 일어나 앉는다.

혼란스러운 얼굴로 주위를 둘러보는 하은, 격심한 고통으로 아프게 일그러지는 얼굴로 고개를 숙이는 하은.

 

 

29. 병원 로비 (낮)

 

혼이 빠진 표정으로 정신없이 안으로 들어서는 은하와 재수, 그 뒤로 따라오는 장형사.

한쪽에 넋을 놓고 있던 수철이 은하와 재수의 모습을 확인하고 철렁하는 심정으로 본다.

 

 

30. 영안실 (낮)

 

은하의 시선에서 보여 지는 흰색 시트가 덮여진 신혁의 시체.

그리로 떨리는 걸음으로 걸어가는 재수의 모습..

천천히 한 발 한 발 시체 옆으로 걸어가고 있는 은하.

강릉형사가 흰색 시트를 벗겨내자 차갑게 식어있는 신혁의 얼굴이 드러난다.

재수, 휘청 주저앉을 듯 비틀거리더니 신혁의 가슴에 얼굴 묻고 아프게 흐느낀다.

현실감이 없는 멍한 시선으로 신혁의 얼굴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고 있는 은하.

한쪽에 침통한 얼굴로 서 있는 장형사와 강원도 형사.

은하, 조용히 신혁에게 다가가서 손을 뻗어 가만히 신혁의 얼굴을 만진다.

그제야 은하의 눈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진다.

 

 

31. 호텔 룸 (낮)

 

침대 끝에 앉아 은하의 팔찌를 한 손에 들고 바라보고 있는 하은의 처연한 눈빛....

 

 

32. 병원 밖 한곳 (낮)

 

혼이 빠져나간 듯한 멍한 눈길로 하은이 준 주사위를 한 손에 꼭 쥐고 바라보고 있는 은하.

여전히 믿기지 않는 듯 현실감이 없는 얼굴위로.

 

재수 : (E) 부검이요?

 

 

33. 병원 안 한 곳 (낮)

 

재수와 수철, 장형사, 강릉경찰서 형사.

 

재수 : (넋이 나간 얼굴로) 우리 하은이 몸에 칼을 댄다는 거요?

장형사 : (얼른 끼어들어) 타살 가능성이 있기 땜에 해야 돼요, 아저씨.

강형 : (말투는 부드럽게) 이삼일 후에 사체인수증이 나오면 그때 인수해 가세요.

재수 : 인수증? 사람이 죽었는데...뭐 인수증? (순간 흥분해서) 난 경찰 못 믿어. 우리 하은이가 왜 죽었는데!

        내가 뭘 믿고 당신들한테 수사를 맡겨! (수철을 잡고) 수철아, 니가 해. 니가 해 줘. 

수철 : (울먹한 눈으로 고개를 숙인다)

재수 : 난 아무도 못 믿는다. 하느님이 수살 한대도 못 믿어. 수철아, 니가 해. 니가 해라, 어?

수철 : ....

장형사 : (난처해 있는 강형대신) 이쪽 관할에서 일어난 사건이라 여기서 수사를 해야 (하는데)

재수 : (수철의 가슴팍을 주먹으로 때리며) 넌 도대체 뭐했냐! 하은이가 저렇게 될 때까지 넌..뭐하고 있었어, 이 자식아..

        (결국 울음을 터트린다)

수철 : (아무 말도 못하고 후회의 눈물만 흘린다)

       

장형사도 침통한 채 보고 있고, 강형은 난처해서...

 

 

34. 경찰서 소회의실 (오후)

 

단상 앞에 ‘신흥 폭력 조직<연합 상철이파> 검거 관련 기자회견’이라고 써 있는 대형 플랜카드 걸려있다.

브리핑을 준비하는 여경과 경찰 서넛 아주 바쁘고 분주하게 움직인다.

서장이 설 단상위에 주스와 물 컵이 놓여지고 기자들이 앉을 책상과 의자들을 정리한다.

 

 

35. 경찰 한 곳 (오후)

 

일진과 다른 기자들 노트북 들고 바쁘게 소회의실로 움직이는데 강주가 걸어온다.

 

일진 : 어디가?

강주 : ..강력5팀에.

일진 : (O.L.) 상철이파 관련 브리핑 있어. 빨리 그리로 와.

강주 : ..네.

 

 

36. 강력 5팀 (오후)

 

형사2가 문을 열고 들어와서 자릴 지키고 있는 형사에게.

 

형사2 : 함형사 아직 안 왔어?

형사 : (침통한)...네.

        

하는데 강주가 들어와 씩씩하게 인사한다.

 

강주 : 안녕하세요?

형사2 : (본다)

강주 : (둘러보며) 장형사님 안 계세요?

형사2 : 외근중입니다.

강주 : 요즘 5팀에 외근이 많네요? 무슨..사건 있어요?

형사2 : 왜 여기서 이래요? 대형사건 터졌잖아요. 연합 상철이파. (하고는 나간다)

강주 : (머쓱해져서)..

 

 

37. 일식 집 룸 (밤)

 

복잡하고 심난한 표정으로 앉아있는 태준과 죄인처럼 고개 숙이고 있는 동찬.

 

상국 : (흥분했지만 애써 목소리는 낮게) 뭐 하는 짓이야, 이게! 손발만 묶으라고 분명히 말했잖아?!

동찬 : 죄송합니다.

상국 : 죄송? 사람을 죽여 놓고 그걸 말이라고 해?!

태준 : (침착하다) 소리 낮춰.

상국 : (애써 흥분 가라앉히며) 이의원이 시킨 일이야?

태준 : (날카롭게 본다)

상국 : 꼭 이렇게까지 해야 했어? 강혁일 죽일 필요까진 없었잖아?

태준 : (어이없는 듯 헛웃음을 웃곤) 사람이란 존잰 참 우습구만. 자기가 생각하는 것만큼만 보려고 하니 말야.

상국 : 뭐야?

동찬 : (얼른 끼어들며) 제 판단이었습니다.

        

태준과 상국 동찬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본다.

 

동찬 : 손발만 묶어두기엔 너무 많은 정보를 알고 있었습니다. 전 두 분을 위한 일이라고 생각해서.

태준 : (낮지만 무섭게 O.L.) 함부로 판단하지 마! 넘치는 건 모자라는 것만 못해!

동찬 : ..죄송합니다.

상국 : 앞으로 이런 식으로 경고망동하면 최사장을 믿고 일할 수 없으니까 그렇게 알아! (화가 나서 휙 나가버린다)

태준 : (가만히 보고 있다)

동찬 : 미리 상의 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의원님.

태준 : (눌러보며) 누구나 넘칠 때가 있지. 지금은 뒤처리가 더 중요한 시점이구.

동찬 : 걱정마십쇼. 뒤처리는 확실하게 끝냈습니다.

태준 : (살짝 웃어 보이지만 그 눈은 웃고 있지 않다).

 

 

38. 달리는 차 안 (밤)

 

뒷좌석에 앉아있는 진우에게 보고를 하고 있는 석훈.

 

석훈 : 지금 만나게 되실 예상 기술위원 중 김시철 교수는 전남 구례 출신으로 한국대에서 석사,

진우 : (창밖을 바라보고 있다. 승용차가 씬37의 일식집 앞으로 들어서고 있는 중이다. 그 위로)

석훈 : (E, 계속 이어진다) 일본 동경대에서 공학박사를 거쳐 현재 한국대 건축 공학과 조교수로 있습니다. 군대는(하는데)

진우 : (말 자르며) 유신혁 부사장은 서울에 올라왔나요?

석훈 : 아직 강릉에 머물고 있는데 별다른 액션은 없습니다.

진우 : (끄덕이다가 문득 시선이 창밖 한 곳에 멈춘다) 차 세워요.

       

석훈, 무슨 일인가 해서 보고. 기사가 차를 세운다.

진우의 시선에 상국이 일식집 주인의 정중한  배웅을 받으며 자신의 승용차에 오르는 모습이 보인다.

상국의 표정은 잔뜩 울상이다.

 

석훈 : (밖을 보곤 상국이 차를 타고 떠나는 것을 확인하곤) 회장님이신데요.

진우 : (내리지 않고 그대로 보고 있다)

석훈 : (눈치 살피고 말없이)...

       

상국의 차가 떠나고 잠시 후, 태준이 밖으로 나오는 모습이 보인다.

대기하고 있던 자신의 승용차에 올라 곧바로 출발한다.

상국이 만난 상대가 태준임을 확인한 진우, 담담한 얼굴로 차에서 내리려고 손잡이를 잡다가 멈춘다.

일식집에서 나오는 동찬, 잔뜩 기분이 좋은 얼굴이다.

수하가 차 문을 열어주면 동찬이 수하의 어깨를 두드려 주며 차에 오른다.

세 사람이 한꺼번에 나오지 않은 이유는 뭘까? 저 사람은 뭐하는 사람 일까...

의구심어린 눈빛으로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진우.

 

 

39. 인철의 안방 (밤)

 

핼쑥한 얼굴로 침대에 기대있는 이화의 이마를 짚어 열을 확인하는 인철.

그 옆에서 걱정스럽게 보고 있는 신영.

 

인철 : (걱정스럽게) 열이 많네. 김박사 오라고 해야지 안 되겠어.

이화 : (미소 지으며) 그냥 몸살이에요. 자고나면 괜찮을 거예요.

인철 : 고집 부리지 말구.

신영 : 엄마, 약 먹고 주사 맞는 거 싫어서 그래요, 아빠.

인철 : (웃으며) 설마?

이화 : 맞아요. (신영에게) 물 좀 떠올래?

신영 : 알았어요. (나가고)

이화 : 신혁인 언제 와요?

인철 : 오늘 오는 걸로 알고 있는데..내일 점심에 이의원하고 약속도 있구.

이화 : 아 참, 그 약속 있었네.

인철 : 당신 몸이 이래서 내일 나갈 수 있겠어?

이화 : 그럼요.

 

 

40. 인철의 거실 (밤)

 

아무도 보지 않는 TV 화면에선 뉴스가 방송중이다.

신영이 물 컵을 쟁반에 받쳐 들고 안방으로 가는데 인철이 밖으로 나온다.

두 사람의 대화위로 앵커의 목소리는 계속 흘러나오고 있다.

 

신영 : (안방으로 가며 귀엽게) 우리 엄마, 오빠 며칠 못 봤다구 병난 거야, 아빠.

인철 : (웃는다)

신영 : 암튼 내가 너무 불쌍해. 차별 당하는 둘째니까. (하며 안방으로 들어가고)

        

인철, 얼굴에서 웃음이 사그라들며 무표정한 얼굴로 잠시 그대로 서 있다가

TV에서 흘러나오는 뉴스 앵커의 목소리에 TV에 시선을 준다.

 

앵커 : (E) 서울 강북 일대에서 활동해 온 대규모 폭력연합조직이 적발됐습니다. 

        이들은  도박장 주도권 장악을 위해 상대폭력 조직원을 살해하는 끔찍한 일도 서슴지 않았습니다. 김주호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화면이 경찰서 앞에 서 있는 일진기자로 바뀐다.

 

일진 : 일명 상철이파로 불리는 연합 폭력조직 22명이 경찰의 일년여에 걸친 수사 끝에 검거됐습니다.

        이들은 2003년 2월경부터 남대문로 소재 상하이 단란주점에서 10여개 업주들로부터 업소 보호비 명목으로...

 

 

41. 재수의 거실 (밤)

 

재수가 입던 옷 그대로 입고 넋을 놓고 앉아서 소주를 병 채로 마시고 있다.

TV에선 다른 뉴스가 계속되고 있다.

 

일진 : (E) 경찰이 사전에 폭력조직의 동향을 소상하게 파악하고 검거 조를 은신처에 진출시키는 등의

        체계적인 수사를 펼친 결과 이룩한 성과였습니다. KBC 뉴스 김주홉니다.

앵커 : (E) 최근 잇달아 터지는 민간사업과 관련된 정치권의 외압의혹의

재수 : (TV를 확 꺼버리며 내뱉듯) 얼어 죽을 체계적인 수사. (분해서) 우리 하은이 얘긴 기사거리도 안되는구만.

        (눈물이 핑 돌아 허공을 보며 깊은 한숨을 쉬더니 걱정스런 눈길을 하은의 방으로 보낸다)

 

 

42. 하은의 방 (밤)

 

처연한 얼굴로 책상 앞에 우두커니 앉아있는 은하.

하은의 노트북을 켠다. 바탕화면에 뜨는 하은과 은하가 함께 활짝 웃는 사진.

그렁해지는 눈으로 손을 뻗어 하은의 얼굴을 쓰다듬듯 만지다 하은이 그랬듯 사진속의 하은의 콧등을 쓸어주는 은하.

 

<인써트>

은하의 콧등을 웃으며 쓸어주던 하은.

        

은하, 참았던 슬픔이 터지듯 눈물이 주루룩 쏟아져 내린다.

        

 

43. 호텔 룸 (늦은 밤)

 

마치 시체처럼 미동도 없이 앉아 허공을 응시하고 있는 하은.

어둠 속에서 하은의 증오에 찬 눈빛만 빛나고 있다.

 

 

44. 은하 방 (새벽)

 

은하, 다리를 끌어 모으고 명치끝이 저려오는 괴로움을 참느라 어쩔 줄 모르며 숨죽여 흐느낀다.

        

 

45. 호텔 룸 (새벽)

 

그 자세 그대로 앉아있던 하은 불현듯 자리에서 일어난다.

무표정한 얼굴에 싸늘한 결의가 차 있다.

 

 

46. 몽타주 (이른 아침)

 

<호텔 욕실 안>

-무표정한 얼굴로 거울을 보며 그 동안 까칠하게 길어진 수염을 깎아내고 있는 하은.

-머리에 무스를 바르고 머리카락을 뒤로 빗어 넘기는 하은.

-얼굴에 로션을 바르고 거울을 보는 하은.

 

<룸 안>

-신혁의 와이셔츠를 걸치고 단추를 하나씩 채우기 시작하는 하은. (넥타이는 메지 않는다)

-침대위에 나란히 놓여있는 신혁의 지갑, 유건하의 배지, 은하의 팔찌를 결연한 눈빛으로 하나씩 집어 들어 챙기기 시작한다.

지갑과 배지는 주머니에 그리고 은하의 팔찌를 집어 들고 잠시 바라보다

힘껏 손에 쥔 채로 정리해 놓은 가방을 들고 현관문을 향해 걸어가는 하은.

 

 

47. 호텔 엘리베이터 앞 (이른 아침)

 

땡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자 신혁으로 변모한 하은이 내린다.

뚜벅뚜벅 거침없이 앞으로 걸어가는 하은, 결연한 눈빛과 꽉 다문 입.

 

 

48. 호텔 프런트 앞 (아침)

 

재훈 앞으로 봉투를 내미는 호텔 직원.

재훈, 어리둥절한 얼굴로 봉투를 열어 그 안의 편지를 꺼내 펴본다.

노트북으로 작성된 짧은 하은의 편지.

 

하은 : (E) 마음정리를 위해 마음껏 게으름을 피우고 오겠습니다.

 

 

49. 달리는 차 안 (아침)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진 길을 달리고 있는 하은의 승용차.

묵묵히 앞만 보며 운전하고 있는 하은의 단호한 얼굴, 뭔가 무서운 걸 삼키고 있는 듯한 표정 위로.

 

하은 : (E) 그리고 어젯밤 저의 사생활은 남자끼리의 비밀로 해 주리라 믿습니다. 곧 서울에서 뵙겠습니다.

 

 

49. 프런트 앞 (아침)

 

하은의 편지를 들고 난감한 표정으로 서 있는 재훈 위로.

 

하은 : (E) 끝이라고 생각했던 순간이 언제나 새로운 시작의 첫걸음이었다는 걸 기억하면서...유신혁.

 

 

50. 달리는 차 안 (아침)

 

앞만 보며 달리고 있는 하은, 처연한 눈으로 어느 순간 ‘나의 마음은 황무지’를 나직하게 허밍하기 시작한다.

 

 

51. 재수 집 거실 (아침)

 

은하가 혼자 만둣국을 앞에 놓고 먹고 있다. 꾹꾹 입에 만두를 넣고 있는 은하의 눈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진다.

그 위로 하은의 구슬픈 허밍 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52. 달리는 차 안 (아침)

 

우는지 웃는지 알 수 없는 괴이한 표정으로 계속해서 허밍을 하고 있는 하은의 안색이 점점 서글프게 바뀌어 가더니

기어코 눈물이 뚝 떨어진다. 허밍소리가 더 커진다.

 

 

53. 인철의 거실 (아침)

 

출근 차림으로 전화를 받고 있는 인철.

그 옆에 걱정스러운 얼굴로 보고 있는 이화.

 

인철 : 어디로 간단 말도 없었구?...그래. 알았어. 회사에서 얘기하지. (끊는다)

이화 : ..신혁이가 어딜 갔단 거예요?

인철 : (안심시키려는 듯 미소로) 안비서한테 며칠 쉬고 오겠다고 했대. 많이 피곤했던 모양이야, 그 동안.

이화 : (걱정으로) 갑자기 무슨 일일까요?

인철 : 글쎄..요즘 노사문제 땜에 신혁이가 많이 힘들었을 거야. 며칠 푹 쉬고 오면 머리도 맑아지겠지.

이화 : (여전히 걱정스런 표정)...

 

 

54. 허서장실 (아침)

 

수철과 형사과장 함형사가 허서장 앞에 서 있다.

 

허서장 : (버럭 화낸다) 수사과정? 서형사가 있는 곳을 알면서도 입 다물고 있었는데 그게 어떻게 수사과정이야?

수철 : (고개 숙이고 묵묵히 듣고 있다)...

함형사 : (조심스럽게 변명해 준다) 김형사는 서형사 파트너였으니까 어떻게든 서형사를 설득해 보려구

허서장 : (말 자르며, 수철에게) 자네 심정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서형사는 불미스럽게 도주한 경찰이야.

수철 : (자조적으로)...모든 게 제 잘못입니다. 징계 받겠습니다.

과장 : 김형사 단독으로 진행 시킨 것도 아니구 함형사랑 같이 움직인 거니까 정상적인 공무집행이라고 생각했을 겁니다.

허서장 : 나 참. (수철 보며) 어쨌든 그 상황에서 그런 식으로 대처한 건 자네 실수구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어. 이의 있나?

수철 : ...없습니다.

 

 

55. 인철 사무실 (낮)

 

인철 : (재훈에게) 강릉에서 무슨 안 좋은 일이라도 있었던 건가?

재훈 : (조심스럽게) 도청관계자들과의 미팅이 생각보다 수월하지 못했습니다.

인철 : J&C 쪽에서 미리 손을 써 놓은 모양이지.

재훈 : ...네. 그 일로 부사장님이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셨습니다.

인철 : (끄덕이곤)...그 일 말고는 없는 거구?

재훈 : (잠시 망설이다가)...없었습니다, 회장님.

인철 : 알았어. 혹시 부사장한테 연락 오면 나한테 알려주구.

재훈 : ...알겠습니다.

 

 

56. 펜션 앞 (낮)

 

자연 속에 호젓하게 위치한 펜션.

하은의 승용차가 서 있다.

 

 

57. 펜션 안 (낮)

 

신혁의 여행용 가방이 한쪽에 열려있고 소파 앞 탁자 위에 가득 펼쳐져 있는 신혁의 서류들.

소파에 앉아 집중해서 서류를 훑어보고 있는 하은,

한손엔 신혁에게 다시 주었던 노란색 주사위를 익숙한 솜씨로 만지작거리고 있다.

하은, 전문적인 서류인 탓에 뭐가 뭔지 잘 모르겠다.

서류 놓고 탁자 위에 있던 노트북을 켠다.

순간, 굳어지는 하은.

바탕화면에 어린시절 유건하, 이화, 신혁, 하은이 함께 찍은 사진이 떠 있다. (이화가 보던 사진)

사진 속 이화의 얼굴에 시선을 뺏기고 있는 하은. ..이 사람이 어머니구나...

손으로 어머니의 얼굴을 쓸어보곤 이내 맘을 다 잡고 노트북 창을 연다.

액정에 쭈욱 뜨는 파일 목록.

파일 목록을 차례로 훑어보는 하은.

맨 끝에 <X file>이라고 써 있는 곳에 시선이 멈추곤 클릭을 하자 암호를 넣으라는 창이 떠서 커서가 깜빡이고 있다.

 

하은 : ...암호?

        

난감해서 잠시 생각하다 지갑에서 신혁의 신분증을 꺼내 생일을 쳐본다.

암호가 틀렸다는 문구가 나온다.

 

하은 : 자동차 번호가. (번호를 쳐 본다. 역시 아니다)..집 전화..(핸드폰 확인해서 집 전화번호 끝자리를 쳐 본다. 아니다.

        연달아서 회사번호를 쳐보지만 맞지 않다) 그럼...

      

신혁, 강혁, 건하를 영문자판으로 쳐보는 하은의 손.

모두 맞질 않는다. 일어나서 답답한 듯 고민스럽게 서성이는 하은.

 

<시간경과>

다시 자판을 두드리는 하은.

맥주를 마시며 서성이는 하은.

        

<시간경과, 밤>

모니터 창은 열려있는 채로 지쳐서 소파에 기대 천장을 바라보며 주사위를 빙글빙글 돌리며 보고 있던 하은,

갑자기 번쩍 스치는 생각에 몸을 일으켜 세워 앉는다.

 

하은 : (주사위를 보며 중얼거린다) 합체....합체...(영문자판을 놓고 합체를 친다. GKQCP)

       

다 쳐 놓고 긴장된 표정으로 엔터 키를 누르는 하은.

암호가 풀리고 정리된 사진 리스트가 뜬다.

하은 합체가 암호임을 확인하고 신혁에 대한 생각에 마음이 먹먹해진다.

곧이어 마음을 다잡고는 사진 리스트를 훑어보다 이태준의 사진에 시선이 멈추곤 싸늘하게 굳은 표정으로 클릭을 한다.

이태준의 사진과 함께 이태준에 대한 자세한 신상명세가 뜬다.

 

하은 : (슬픈 미소 지으며) 신혁이 이 자식..아버질 닮았어.

       

집중해서 읽어 내려가기 시작하는 하은.

        

<몽타주>

정상국, 강인철, 안재훈, 이강주...차례대로 클릭하은의 손과 문서 내용을 읽는 하은의 얼굴..

그리고 문서에 적힌 내용들이 빠르게 교차된다.

문서를 읽던 하은이 강주의 사진을 보고는 멈칫한다. 어디서 본 얼굴인데....

        

<플래시 컷>

술취해서 주정을 하던 강주의 얼굴.


하은, 좀 어이가 없는 듯..그러다 다시 문서 읽기에 집중한다.

 

 

58. 펜션 앞 (아침)

 

 

59. 펜션 안 (아침)

 

파일을 끝까지 다 읽은 하은. 액정엔 처음 파일목록이 떠 있다.

하은, 피곤한 듯 목을 돌려 보곤 일어서려다가 문득 목록에 시선이 간다.

<X file> 밑에 주사위 모양의 그림이 빙글빙글 돌아가고 있다.

다시 자리에 앉아 주사위에 클릭을 해 보는 하은.

또 다시 뜨는 암호 창.

하은, 합체를 쳐 보지만 이번엔 열리지 않는다.

또 다시 고민해야 하는 하은, 피곤한 듯 한숨을 쉬며 몸을 소파에 길게 기댄다.

 

 

60. 강력5팀 (밤)

 

함형사 : (수철에게) 상철이파 땜에 서형사일이 은근슬쩍 묻혀서 그나마 다행이야. 자랑할 만한 일도 아닌데. (하는데)

장형사 : 부검결과 서형사님 혈액에서 그라목손이 검출됐답니다.

수철 : (굳어서 본다)

함형사 : 그럼 정말 독살이란 얘기야?

장형사 : ..네.

수철 : (동찬에 대한 증오로 일그러지는)

 

 

61. 허서장실 (낮)

 

허서장 : (찜찜한 표정으로 통화중이다) 이런 말 한다고 오해는 마쇼, 최사장. ...부검결과 자살이 아니라 타살로 밝혀졌어요....

           (조심스럽게) 그냥 확인차 묻는 건데...최사장은 이 일하곤 전혀 관계없는 거죠?

 

 

62. 동찬 사무실 (낮)

 

동찬 : (서장과 통화중) 이거 노파심이 지나치십니다. 서장님도 아시다시피 그간 서형사가 지나치게 영업방해를 하니

        잘 타일러 달란 당부를 드렸던 것뿐인데......하하하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63. 진우 사무실 (낮)

        

동찬의 사진(관광호텔 앞에서 나오는)을 들여다보고 있는 진우.

 

석훈 : (앞에 서서 보고한다) 관광호텔 사장으로 최근 부임했는데 저희와 사업상 관계는 전혀 없습니다.

진우 : ...그래요?

석훈 : 네. 회장님과는 필드에 몇 번 나간 정도인 듯한데...최근에 만남이 잦아진 것 갖긴 합니다.

진우 : 이의원님과는 어떤 관곕니까?

석훈 : 얼마 전 사망한 00관광호텔 사장이 이의원님 후원회 회원이었습니다.

진우 : (생각에 잠겨 끄덕이는데)

미정 : (화사한 차림으로 들어온다)

진우 : (미정을 보고 안색이 좀 굳으며 석훈에게) 수고하셨어요. (사진 감추고 일어나서 맞으며) 어쩐 일이세요?

미정 : 앉아도 되지?

        

진우의 대답도 듣기 전에 소파에 가서 앉는 미정. 

 

미정 : (둘러보며) 엄마란 사람이 아들 사무실에 처음 와보네.

진우 : (앉으며. 미간이 찌푸려진다)

미정 : (보며 대뜸) 무슨 일인지 좀 알아봤어?

진우 : 뭘요?

미정 : 아버지한테 무슨 일 있는 건지..알아봤냐구?

진우 : (쌀쌀맞게) 그걸 물으려고 여기까지 오셨어요?

미정 : 내가 요즘 아버지 땜에 걱정이 많어. 건강도 그렇지만 스트레스를 너무 받고 계신 거 같아서 나까지 잠을 못 잔다니까아.

        왜 그러시는 거야?

진우 : (한숨쉬듯 보곤) 여자문젠 없으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미정 : (불쾌해지며) 누가 그렇댔어?

진우 : (일어서며) 곧 회의가 있습니다.

미정 : (기분 팍 상해서 일어서서) 바쁜데 시간 뺏어서 미안해. (하며 나가려다가 휙 돌아보며) 17년이면 이젠 인정할 때도 되지 않았어?

진우 : (굳어져서 본다)

미정 : 17년 동안 한 집에 살면서 니 동생 진호도 낳고 지금까지 군말 없이 아버지 내조해 온 사람이야, 나.

진우 : (묵묵히 보고 있다)

미정 : 날 원망할 거면 그때 왜 친엄마 안 따라갔어? 아버지랑 살겠다고 한 건 너였어.

진우 : (무섭게 굳어져 있다)

미정 : 엄마로 인정하는 것까진 바라지도 않지만 인간적으로 무시하는 건 더 이상 못 참아.

        (쌀쌀한 미소 지으며) 수고해, 그럼. (휙 나간다)

진우 : (얼어붙은 듯 서 있다)...

        

 

64. 펜션 안 (낮)

        

노트북을 켜 놓고 고민스럽게 주위를 서성이고 있는 하은.

노트북 액정에는 여전히 풀지 못한 암호 창이 떠 있고 커서가 깜빡거리고 있다.

 

 

65. 공동묘지 (낮)

 

누군가의 시선으로 보여 지는 하은의 장례식.

눈물로 얼룩진 은하의 어깨를 침통한 표정으로 안아주고 있는 재수.

수철, 장형사만이 참석한 초라한 장례식이다.

은하가 재수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오열한다.

수철은 심한 죄책감으로 은하를 위로해 주지도 못하고 있다.

        

 

66. 공동묘지 어느 한곳 (낮)

 

장례를 마친 은하와 재수 수철 장형사가 걸어 내려오고 있다.

먼발치에서 지켜보고 있는 누군가..하은이다.

은하를 쫓는 하은의 충혈 된 눈엔 아픔을 뛰어넘는 깊은 고뇌가 일렁인다.

 

 

67. 경찰서 앞 길 (밤)

 

장례식에 다녀온 복장 그대로의 까칠한 얼굴의 재수, 수철과 장형사에게 양팔을 잡힌 채 몸부림을 치며 고함을 치고 있다.

지나가던 행인들 힐끔힐끔 쳐다보고 보초를 서고 있는 정복경찰도 난감한 듯 서 있는 상황.

 

재수 : (분노에 차서) 이거 놔! 서장 나오라 그래! 나 여기서 할복하기 전에 당장 서장 나오라 그래, 이 새끼들아!! 

장형사 : 아저씨 이러지 마시고 돌아가세요.

재수 : 나 돌았어! 미쳤다구! 말리지 마, 니들도 죽어!

수철 : 아저씨.

재수 : (O.L.) 너두 똑같애 자식아! 니들이 죽였어. 니들 땜에 죽었어. 죄 없는 우리 하은이가 니들 땜에 죽었다구 이 자식들아.

수철 : (말문이 막히는데)

장형사 : 이러지 마세요. (하며 힘으로 끌고 가려하려 하며 수철에게 짜증스레) 뭐하세요?

재수 : (안 끌려가려고 버티며) 놔! 안 놔! 죽어도 못 가! 불쌍한 놈 누명 벗기기전까진 여기서 한 발짝도 못 움직여! 

수철 : (맘 굳게 먹고 재수의 팔 잡아끌며) 저하고 얘기해요. 범인은 꼭 잡을게요, 아저씨.

재수 : 못 간다는데 왜 지랄이야! (힘으로 끌려가며) 이거 놔! 못 놔! 놔아! (양팔을 잡힌 채 끌려간다)

 

 

68. 은하 방 (밤)

 

하은의 유품(옷, 신발, 신분증, 볼펜, 박하사탕 하나)을 앞에 놓고 멍하니 외롭게 앉아 처연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는 은하.

갑자가 무슨 생각에선지 안색이 변하더니 뭔가를 찾듯 유품을 하나씩 확인하기 시작한다.

 

 

69. 하은의 방 (밤)

 

흐트러진 차림으로 맥없이 서서 마치 처음 보는 방인 듯 좁은 실내를 둘러보고 서 있는 재수.

하은의 영정사진이 책상위에 놓여있다.

벌컥 문이 열리고 은하가 들어선다.

 

은하 : ..아빠.

재수 : (보는)

은하 : ..없어요.

재수 : ? 없다니 뭐가?

은하 : 팔찌하고 주사위요. (떨리는 목소리로 횡설수설하듯) 제가 오빠 생일 날 만들어 준 팔찌가 없어요.

        오빠가 나한테 주사위 하날 주고 갔어요. 하나는 오빠가 갖고 있구요. 근데 없어요, 아빠.

재수 : (안타까워서)..은하야.

은하 : 아빠도 아시잖아요. 오빤 주사위를 항상 갖고 다녔어요. 그 팔찌요, 절대루 잊어버릴 사람이 아니에요.

재수 : 그게 뭐가 중요해?

은하 : (우는 듯한 목소리로)...그냥...그냥요...그럴 리는 없겠지만...어쩌면.. (눈물이 흐른다)

재수 : (울컥해져서 은하를 안아주며) 맘 단단히 먹어. 어쩌겠냐. 산 사람은 살아야지. 살아야지 은하야.

은하 : ..내가 잘못했어..오빠 데리고 같이 올 걸..어떻게든 같이 올 걸.. 같이 왔으면..

        (눌렀던 것을 폭발하듯 재수의 품에서 소리 내어 운다)

재수 : (뭔가 위로할 말을 찾지만 말이 나오질 않는다)...

 

 

70. 재수 마당 (늦은 밤)

 

넋 나간 얼굴로 구석에 쭈그리고 앉아있는 은하. 처연한 눈빛에 이젠 눈물조차 나오지 않는다.

고개를 들어 밤하늘을 바라본다. 무심하게 떠 있는 달이 유난히 아름답게 빛을 발하고 있다.

모든 희망을 상실한 채 맥없이 밤하늘을 바라보는 은하의 모습이 아프도록 아름답고 처연하다.

 

 

71. 펜션 앞 (밤)

 

비참하고 기막힌 심정으로 멍하니 하늘에 떠 있는 달을 바라보고 있는 하은.

        

<인써트>

장례식을 치르며 울던 은하의 모습.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하은, 처참한 고통으로 일그러지며 점점 고개가 꺾인다. (F.O.)

 

 

72. 병원 복도 (낮, F.I)

 

신부복을 입은 남자가 한 손에 성경책을 들고 복도를 걸어가는 뒷모습.

 

 

73. 경찰서 한 곳 (낮)

        

수철이 목소리 죽여서 어딘가에 전화를 하고 있다.

 

수철 : (상기된 얼굴로) 외부병동으로요?...상태가 위독합니까? 

        (심각해져서 다급하게) 양만철씨 일대일 특별접견을 요청해 주십쇼...중요한 일입니다.

 

 

74. 병실 안 (낮)

 

철창이 없는 보통 일인용 병실.

병색이 완연한 양만철이 코에 연결된 플라스틱 호흡기에 의지한 채 침대에 누워 초점 잃은 시선으로 허공을 바라보고 있다.

문이 열리고 교도관이 먼저 들어서고 그 뒤로 신부복을 입은 사내가 들어선다. 하은이다.

교도관은 문 앞에 서 있고, 하은은 침대 가까이 가서 교도관을 등지고 의자에 앉는다.

양만철, 시선을 돌려 하은을 바라본다.

하은, 차분하고 온화한 표정으로 양만철을 지긋이 바라본다.

 

하은 : (머리 가슴 왼쪽 어깨 오른쪽 어깨 순으로 성호 그으며)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양만철 : (죽음을 앞 둔 자의 처량한 시선으로 하은을 응시한다)...

        

하은, 조용히 양만철의 눈을 바라본다.

이윽고 하은이 양만철의 한 손을 잡아 기도하듯 가슴에 모아 쥐곤 양만철 얼굴에 가까이 몸을 내밀어 밀착시키고는

작은 소리로 무언가 얘기한다.

점점 안색이 변해가는 양만철...자책어린 눈에 물기가 어린다.

양만철이 힘겹게 입을 열려고 하지만 무슨 소린지 들리지가 않는다.

하은, 양만철의 입에 자신의 귀를 가져다 댄다.

교도관은 따분한 표정으로 습관적으로 보초를 서고 있다.

힘겹게 말하는 양만철의 얘기를 듣는 하은의 눈에 점점 분노의 눈물이 차오른다.

        

 

75. 병실 앞 복도 (낮)

 

어두운 복도를 천천히 걸어 나오는 무표정한 하은.

 

 

76. 병실 안 (낮)

 

우는지 웃는지 알 수 없는 얼굴로 허공을 바라보고 있는 양만철이 눈을 조용히 감으며 한 줄기 눈물이 흘러나온다.

양만철의 표정은 어찌 보면 평온하게 웃고 있는 듯 하다.

 

 

77. 병원 로비 (낮)

 

뚜벅뚜벅 무표정한 얼굴로 걷고 있는 하은의 입가엔 보일 듯 말 듯 미소를 띠우고 있지만 눈은 슬픔에 가득 차 울고 있다.

밖으로 나가는 하은의 모습위로...눈부시게 밝은 빛이 부서진다.

 

 

78. 달리는 유건하의 차 안 (오후, 20년 전)

 

강릉 방향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는 건하의 소형 승용차.

뒷좌석과 운전석 사이에 몸을 숨기고 있는 어린 하은, 소변이 몹시 마려운 듯 바지 가랑이 사이를 잡고 쩔쩔매고 있다.

상황을 살피려고 운전석 사이로 눈만 겨우 보일 정도로 조심스럽게 고개를 내밀어 아버지의 뒷모습을 보는 어린 하은.

묵묵히 운전만 하고 있는 건하의 뒷모습.

하은, 나서려니 혼날 것 같고 그냥 있자니 화장실이 급하고 어린 마음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갈등하는데.

건하가 뭔가 기척을 느끼고 룸미러로 무심히 뒤를 살핀다.

순간, 하은의 모습을 보는 건하.

놀란 건하, 뒤를 본다. 어린 하은의 눈동자와 딱 마주치는 시선.

 

하은 : (순간 흠칫 놀란다)

건하 : (너무도 황당해서) 유강혁?! 너 임마, 여기 왜 있어?

하은 : (급해 죽을 지경이다) 아빠아빠 나 급해. 쌀 것 같애.

 

 

79. 도로 한 곳에 멈추어 있는 건하의 승용차 (오후)

 

밖에 나와 서서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장난까지 치면서 소변을 보고 있는 어린 하은.

어이없고 기막히면서도 웃음으로 아들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다.

볼 일을 마친 어린 하은, 이제 살았다 싶은 표정으로 건하를 돌아보며 빙그레 개구쟁이 웃음을 지어 보인다.

건하, 아들의 그 모습에 화를 내기보다 웃음이 나와 ‘으이구 자식’ 하며 철부지 아들의 머리를 북 흩어놓는다.

아버지의 손길이 마냥 좋기만 한 어린 하은.

 

 

80. 달리는 차 안 (오후)

 

조수석에 앉아서 빵을 맛나게 먹고 있는 어린 하은, 몹시 배가 고팠던 모양이다.

 

건하 : (야단치 듯, 하지만 얼굴은 웃고 있다) 또 한 번 이런 짓하면 아빠한테 아주 혼날 줄 알어?

하은 : (끄덕끄덕)

건하 : (웃고는 하은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 준다)

하은 : (해맑게 웃음 지으며 건하를 올려다본다)

건하 : (웃고 운전하는데)

       

하은, 눈빛을 반짝이며 운전석 옆 소지품 놓는 자리에 놓여있는 경찰 배지를 바라본다.

 

하은 : (얼른 주워 들어보며) 이거 나 줘, 아빠.

건하 : 안돼. 악당을 잡으려면 그게 있어야 돼.

하은 : 십자가 같은 거야, 이게?

건하 : 십자가?

하은 : 드라큐라는 십자가 무서워하잖아?

건하 : (웃으며) 맞아, 십자가 비슷한 거야.

하은 : 그렇구나.

        

하며 고개 끄덕이면서도 경찰배지를 쉽게 놓지 않고 바라본다. 무지무지 갖고 싶고 엄청나게 탐나는 물건인 듯...

건하, 웃는 얼굴로 하은을 보고는 시선을 앞으로 돌린다.

승용차는 아름다운 해안도로를 따라 달리고 있다.

하은, 창밖을 내다보며 창 밖으로 펼쳐진 바다를 경이에 찬 눈망울로 바라본다.

건하, 자신의 차 앞으로 느린 속도로 달리고 있는 트럭을 무심히 본다.

        

 

81. 달리는 트럭 안

 

차 안 재떨이에 수북하게 쌓인 담배꽁초.

운전대를 잡고 있는 손, 그 손에 끼워져 있는 반지가 눈에 들어온다.

운전을 하고 있는 20년 전의 임대식, 긴장된 듯 굳은 표정이다.

임대식, 시계를 힐끗 보고는 중앙 백미러를 고쳐 잡으며 뒤쫓아 오며

트럭과 거리를 좁히고 있는 건하의 승용차를 긴장되고 냉정한 눈길로 본다.

 

 

82. 달리는 건하의 승용차

 

건하, 느린 속도로 앞을 막고 있는 트럭을 살피고 있다.

하은은 여전히 창밖에 시선 주며 신나서 어쩔 줄 모르고 있다.

하은의 손엔 여전히 경찰배지가 들려있다.

건하, 트럭의 속도가 너무 느린 탓에 적당한 장소에서 앞의 트럭을 추월하기 위해 시도하는데

트럭이 중앙선을 넘어 건하의 차를 막는다.

위험을 느끼고 추월을 포기하는 건하, 왜 저러지? 하는 얼굴이다.

하은, 그제야 트럭을 보았다. 와아, 무지하게 큰 차다 싶은 얼굴.

건하, 시계를 본다. 5시 정도의 시간. 안되겠다 싶은 건하, 다시 한번 트럭을 추월하려고 시도하는데

이번에도 트럭이 다시 건하의 추월을 방해한다.

건하, 어쩐지 불길한 예감이 드는 듯 추월을 포기하려는 듯한 표정이다.

 

 

83. 달리는 트럭 안

        

사이드 미러와 중앙 백미러로 건하의 차를 계속해서 살피는 대식의 날카로운 눈빛.

 

 

84. 해안도로 한 곳에 정차해 있는 양만철의 차 안

 

운전대 앞에 앉아 대기하고 있는 20대 후반의 양만철, 무표정하고 비장한 얼굴이지만 무척 긴장한 듯 땀을 쏟아내고 있다.

손바닥으로 아무렇게나 땀을 닦아낸다. 

그때, 옆에 놓인 무전기에서 신호음이 들린다. 양만철, 흠칫 놀라서 무전기를 본다.

 

 

85. 해안 도로

 

달리는 임대식의 트럭과 그 뒤를 따라오는 건하의 차. 

그 위로. 임대식의 명령조의 목소리가 들린다. "지금이야. 시작해!"

 

 

86. 양만철의 차 안

 

긴장된 양만철, 액셀을 힘껏 밟는다.

 

 

87. 달리는 건하의 승용차 안

 

추월을 포기한 건하지만 앞의 트럭이 계속 신경이 쓰이는 건하.

차가 해안도로의 구부러진 길로 막 접어들었다.

그때, 트럭 운전석에서 손을 내밀어 먼저 가라는 사인을 보낸다.

하은, 호기심어린 눈망울로 고개 들어 앞을 살핀다.

하은의 시선에 임대식의 반지 낀 손이 인상적으로 들어온다.

트럭의 거듭된 사인을 확인한 건하, 별다른 의심 없이 추월을 시도한다.

이번엔 트럭의 방해가 없다.

 

 

88. 해안도로 (오후)

 

다른 승용차의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는 한적한 해안도로.

건하의 승용차가 임대식의 트럭을 막 추월한다.

건하의 승용차가 트럭을 스치면서 차 안의 하은이 트럭을 올려다본다.

트럭 운전석 밖으로 팔을 내밀고 있는 임대식의 손에 낀 반지.

입 꽉 다물고 액셀을 있는 힘껏 밞아 속력을 내는 양만철.

건하, 트럭을 추월하고 구부러진 길을 돌아서는 순간, 앞에서

상향 등을 깜빡거리며 위협적인 속도로 자신의 차를 향해 달려오는 양만철의 차를 발견한다.

순간! 너무 놀라 본능적으로 핸들을 꺾는 건하.

차가 돌아가는 힘에 밀려 옆으로 몸이 쓰러지는 어린 하은.

요란한 마찰음을 내며 몇 바퀴 공회전을 하는 건하의 차가 해안도로 난간을 뚫고 절벽으로 굴러 떨어진다.

임대식의 트럭과 양만철의 차가 멈춘다.

두 남자, 시선을 교환한다. 임대식이 양만철에게 눈으로 뒷수습을 지시한다.

곧바로 임대식의 트럭은 아무 일도 없었던 듯 속력을 내어 달려간다.

양만철은 차창 밖으로 절벽으로 굴러 떨어진 건하의 승용차를 살핀다.

절벽 밑에 뒤집힌 채 곤두박질 쳐 있는 건하의 승용차의 모습.

 

 

89. 사고 현장 (오후)

 

건하의 승용차의 오일 탱크가 터졌는지 뚝뚝 기름이 흘러내리고 있다.

그 위로 건하의 필사적인 목소리.

 

건하 : (E) 강혁아! 정신차려! 강혁아, 강혁아! 정신 차려, 강혁아!

하은 : (겨우 정신 차리고 울먹이는) ...아빠..

       

뒤집힌 차안의 건하.

상처로 엉망인 손을 뻗어 하은의 안전벨트를 필사적으로 풀어준다.

 

건하 : (하은을 밀어내며) 밖으로 나가.

하은 : 무서워.. (운다)

건하 : (필사적으로 밀쳐낸다) 빨리! 빨리 나가! 어서!

       

밖으로 엉금엉금 기어 나오는 상처투성이의 어린 하은.

절벽 위에서 하은을 발견한 양만철의 놀란 얼굴.

차 안의 건하, 밖으로 빠져나오기 위해 죽을힘을 다해본다.

거친 숨소리를 내며 빠져나오려고 상체를 밖으로 빼보려다가 비명을 지른다.

건하의 다리가 걸려서 꼼짝도 안한다.

건하의 얼굴위로 떨어져 내리는 기름.

차 밖으로 뚝뚝 떨어지고 있는 기름..그 위로 불길이 붙는다..

 

하은 : (밖에 서서 겁먹은 얼굴로 울먹이는 소리) 아빠. 아빠.

       

건하, 다시 다리를 빼보려고 하지만 도저히 불가능하다.

 

하은 : 아빠..(울고 있다)

건하 : (절망적인 눈빛으로 하은을 본다)

       

하은과 건하의 처절한 시선이 교차한다.

그 위로 들리는 두 사람이 마음의 대화를 나누듯 환청처럼 들린다.

 

하은 : (울면서 건하를 본다. E) 아빠..

건하 : (슬픈 눈으로 아들을 보며 E) 울지 마. 아빤 괜찮아..괜찮을 거야.

하은 : (운다 E) 아빠..아빠..

건하 : (신음하듯) 강혁아...

하은 : 아빠아..

건하 : (이내 맘 다잡듯 소리친다) 강혁아, 뛰어!

하은 : 아빠..

건하 : (절규하듯 고함친다) 뛰어, 어서! 뛰어! 강혁아! 어서!

       

하은, 아버지의 거친 고함에 자신도 모르게 정신없이 달리기 시작한다.

건하, 멀어지는 아들의 뒷모습을 처절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건하 : (슬픈 눈으로 보며 마음의 소리 E) 돌아보지 마.

       

달리던 하은이 달리던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본다.

차 안에 갇힌 아버지의 모습을 흐느끼며 바로 보는 어린 하은.

어린 아들과 건하의 시선이 부딪친다.

 

건하 : (마음의 소리 E) 돌아보지 마, 강혁아. 계속 달려.

하은 : (가지 못하고 우는 눈으로 아버지를 본다)

       

울고 있는 아들을 바라보는 건하의 얼굴에 얼핏 슬픈 미소가 감도는 듯싶더니

그 순간, 차가 폭발하며 차량에 무섭게 불길이 인다.

큰 충격으로 감전된 듯 불길 속에 아버지의 손길과 눈길을 보고 있는 하은,

머리가 하얗게 비어지는 듯 멍한 눈길로 뒷걸음질을 치더니 이내 몸을 돌려 도망치듯 정신없이 달려기 시작한다.

넘어지면서도 다시 일어나 달리는 하은.

놀라고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달리고 있는 하은을 바라보는 양만철의 시선.

그 위로 들리는 순찰차의 사이렌 소리.

 

 

90. 한적한 강가

 

제 정신이 아닌 듯 미친 듯이 바다를 향해 달리는 어린 하은. 신발이 벗겨지는 줄도 모른 채 그저 앞만 보고 달리고 있다.

달리던 하은, 돌부리에 걸려 앞으로 꼬꾸라지듯 넘어지며 바닥에 머리를 부딪치며 쓰러진다.

        

(시간경과)

사방이 어두워진 밤. 내리는 빗줄기.

하은의 신발 한 짝을 집어 드는 양만철의 손.

앞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가는 양만철, 순간 걸음을 멈춘다.

어느 한곳에 정신을 잃고 쓰러져 있는 어린 하은의 모습을 발견한다.

양만철, 들고 있던 신발 한 짝을 멀리 바다로 던져 버린다.

 

 

91. 병원 밖 한곳 (오후)

 

햇빛 속에 우뚝 서 있는 하은, 성격 책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간다.

초점을 잃은 듯 처연한 두 눈은 더 이상의 망설임의 빛이 없이 굳건하다.

 

 

92. 인철의 거실 (밤)

 

인철 : (전화를 받고 있다) 어, 그래? 알았어. (끊고) 신혁이가 지금 오는 중이라고 안비서한테 전화를 했대. 도착할 때 됐다는데.

이화 : (반가움에) 그래요?

 

 

93. 달리는 차 안 (밤)

 

신부복을 벗고 신혁의 옷을 입은 하은, 처연한 눈빛과는 어울리지 않게 무섭게 굳은 강인한 하은의 얼굴에서. (엔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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