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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 08 - 가슴에 하은을 묻다

작성자수다쟁이|작성시간08.09.01|조회수498 목록 댓글 0

[부활] 08 - 가슴에 하은을 묻다

 

 

 

 

 

 

 

 

 

 

1. 동네 공원 (낮, 7회 마지막 씬)

 

하은 : (보며 망설임 없이) 결혼 얘긴 없던 걸로 하자.

강주 : (뜻밖의 말에 놀라서 본다)

하은 : 가자. (의미심장한) 만나고 싶은 분들이 한 자리에 다 모였는데 빨리 가서 인사를 해야지.

       (하며 의미 있는 미소 지어 보인다)

 

 

2. 상국의 집 앞 (낮)

 

표정 없는 얼굴로 걸어가는 하은. 그 뒤를 생각이 많은 얼굴로 따라 걷던 강주.

 

강주 : 잠깐만.

하은 : (멈추고 돌아본다)

강주 : 무슨 뜻이야?

하은 : (본다)

강주 : (진지해져서) 설마...진심으로 날 좋아하고 있었단 소리야? 유신혁한테 진심이란 게 있었단 소리냐구?

하은 : (훗 웃더니) 들어가자.

강주 : 대답해 봐. 

하은 : (잠시 보다가)...머리만 있고 심장은 없는 남자, 그게 유신혁은 아니야, 이강주.

강주 : (움찔해서 본다)

하은 : (씁쓸한 미소로) 유신혁한텐 이강주란 여자와 함께 있을 때가...가장 편안한 시간이었어. 

강주 : (말문이 막혀서 본다)

 

 

3. 상국의 정원 (낮)

 

현관으로 들어서는 하은과 강주 위로 들리는 태준의 소리.

 

태준 : (E) 대출 외압 의혹이 분명히 있는데 특검에서라도 진상규명을 해야지.

 

<정원>

인철, 태준, 상국, 이화, 미정, 진우가 식탁에 둘러 앉아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얘기꽃을 피우고 있다.

집 안 도우미 한 명은 조용히 각자의 잔에 와인을 채우고 있다. 

 

인철 : 하지만 여당이 강경하게 맞서고 있어서 쉽진 않겠던데?

태준 : (여유 있는) 결국 받아들일 수밖에 없어. 국민은 진실을 원하니까.

상국 : (비죽 웃으며) 자네 같은 정치인만 있으면 대한민국의 앞날은 탄탄대로겠어?

태준 : (미간을 찌푸리며 본다)

미정 : (애교 있게 끼어들며) 아우 참, 머리 아픈 얘긴 그만들 하시구요. (이화보며) 신혁이하고 강주 약혼은 언제 하는 거예요?

이화 : (미소를 잃지 않으며) 애들이 워낙 바빠서요. (하는데)

미정 : 어머! 바쁜 애들 저기 오네.

      

사람들의 시선이 들어서고 있는 하은과 강주에게 쏠린다.

하은은 여유 있는 표정이고, 강주는 조금은 머릿속이 복잡한 표정이다.

 

미정 : (환하게 두 사람 반기며) 뭐야? 둘이 데이트 하느라 늦은 거야?

강주 : (대답대신 어른들 향해) 늦어서 죄송합니다. (상국에게) 생신 축하드려요.

하은 : (냉소적인 미소 띠우며 상국에게) 축하드립니다, 회장님.

상국 : 하하하 축하는 무슨. 어서들 앉아.

        

강주, 자리 찾아 앉는 사이 하은은 선 채로 태준에게 인사한다.

 

하은 : (냉소 띤 얼굴로) 오랜만에 뵙습니다. (시선 똑바로 맞추며) 잘 지내셨죠?

태준 : (친근하게 웃으며) 덕분에. 앉지.

       

하은, 고개만 조금 숙여 인사하고 자리에 앉다가 진우와 시선이 부딪친다.

진우, 눈짓으로 아는 체 하며 미소를 지어보이자 하은도 회답하듯 입가에 미소를 짓지만 그 눈은 웃고 있지 않다.

그 사이 도우미들이 하은과 강주의 잔에 와인을 채워주고..

 

미정 : 자, 이제 올 사람은 다 왔으니까 건배 해야죠. (상국에게) 뭐해요? 주인공이 인사를 해야죠.

상국 : (기분 좋은 얼굴로) 주인공은 무슨. (하면서도 자리에서 일어나 잔을 든다) 

        나이 먹는 게 자랑도 아닌데 생일 축하 건배는 생략하구.

        

상국과 미소 띤 표정의 태준을 표정 없는 얼굴에 눈만 살아서 응시하고 있는 하은. 그 위로.

 

상국 : (E) 차기 대선주자이며 나의 절친한 친구인 이태준의원의 빛나는 민주정치 실현과 새롭게 탄생될 아름다운 커플의...

      

상국을 바라보는 하은의 눈빛에 차츰차츰 분노와 증오의 빛이 강하게 어리면서 상국의 목소리가 점점 작아진다.

        

<몽타주-정원에서의 모습과 회상이 교차편집>

 

-5회, 78씬 신혁.

신혁 : ...20년이나 기다렸어...형.

 

-건배하면서 잔을 비우며 웃고 있는 상국과 태준을 바라보는 하은의 증오에 찬 눈빛.

-사고 차 안에서 자신을 슬프게 바라보던 건하의 얼굴.

-친근함을 과시하며 상국과 태준이 호탕하게 웃는 모습.

그를 바라보는 하은의 괴로움에 찬 강렬한 눈빛.


-5회 엔딩씬.

신혁 : (두려움에 찬 눈빛에 물기가 어리며, 힘겹게)...혀어엉.

 

-하은, 터질 것 같은 분노를 억제하느라 와인 잔을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간다.

웃고 있는 태준과 상국을 바라보는 하은의 충혈 된 두 눈은 무서우리만치 침착하다.

 

 

4. 강력 5팀 (낮)

 

수철, 몹시 고민스런 얼굴로 어찌해야 할지 몰라 서성이고 있다.

발을 멈추는 수철.

 

<플래시 컷>

7회, 무릉건설 로비에서 봤던 하은의 모습.

 

수철 : (고민하듯 중얼거린다) 하은이가 유강혁이면 유신혁은 하은이 동생.

       

엄청난 사실을 안 듯 앞으로 어찌해야 할지 스스로도 해답이 안나오는 듯 답답하게 숨을 깊이 내리쉰다.

 

 

5. 정원 (낮)

 

담소가 이어지고 있다.

표정 없는 얼굴로 침착하게 듣고 있는 하은.

 

태준 : 인권위가 사형제 폐지 의견표명을 확정했다고는 하지만 쉽지는 않을 거야.

상국 : 어떻게든 사형젠 존재해야 돼, 범죄예방 차원에서도 그렇고.

인철 : (부드럽게) 글쎄..난 그 사형제 폐지에 찬성하는 입장이야. 흉악범이라 해도 사람 목숨을 뺏는 일인데..

        (하며 이화보며 미소를 짓는다)

이화 : (동의하듯 미소로 회답한다)

태준 : (웃으며) 인간적인 측면에선 논란이 되고 있지만 사형제는 상징적인 효과로서 존재의 이유가 충분하다고 봐.

       (신혁 보며) 자네 생각은 어때?

하은 : (담담한 미소로) 생각해 본 적은 없지만...만약 내 가족이..그것도 도저히 용납될 수 없는 이유로 누군가에게 죽임을 당했다면...

       

태준과 상국, 순간적으로 미간이 어두워지는 위로.

 

하은 : 그 사람에게 불과 몇 초 동안 죽음의 공포를 주는 걸로 만족할 순 없을 것 같습니다, 전.

진우 : (흥미를 보이며) 그럼 어떻게 할 생각인데?

하은 : (미소를 띠우며) 글쎄..가능한 내가 받은 고통과 비슷한 고통을 줘야하지 않을까?

        

태준과 상국, 굳어진 표정으로 본다.

인철과 이화 역시 당황스럽게 하은을 보는 위로.

 

강주 : 그럼 똑같은 사람이 되는 거지. 가장 확실한 복수는 용서라고 하잖아?

하은 :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용서할 수 있는 일이라면 얼마든지 용서를 해야지.

        (태준과 상국에게 묘한 시선 보내며) 하지만 영혼이 죽어가는 고통을 경험해 본 사람이라면

        용서란 말은 쉽게 나오지 않을 것 같은데?

       

순식간에 기분 나쁜 침묵이 찰라 같은 시간을 흐른다.

 

하은 : (표정 밝게 바꾸며) 기분 좋은 날 이런 얘기는 어울리지 않네요?

상국 : 하하하 그러게 말이야. 이거이거 정치꾼이랑 밥을 먹으니까 영 재미가 없구만 그래.

태준 : 하하하 알았어, 알았어. 그런 얘긴 그만하지.

미정 : 바라던 바예요. (강주에게) 결혼하고도 일은 계속 할 거야?

강주 : 저희 결혼 안 해요.

       

다들 당황스럽게 보는데.

 

태준 : (강주에게) 그 얘긴 나중에 하자. (사람들보며 웃는 낯으로) 이 녀석이 일에 너무 빠져있어요. 

        (신혁보며) 자네가 이해해.

하은 : 강주 말대롭니다, 의원님.

태준 : (굳어서 보는)

인철 : (당황스러워서) 그게 무슨 소리냐?

하은 : 결혼 얘긴 없던 일로 해 주십시오. 저흰 얘기가 끝났습니다.

        

뜻밖의 말에 당황스러워 하는 사람들 속에 상국만이 은근히 기분 좋은 표정이다.

진우는 하은의 변한 태도가 놀라운 듯 보는 눈빛.

 

 

6. 태준의 사무실 (오후)

 

마치 배신이라도 당한 사람처럼 험악하게 인상 굳어있는 태준.

 

 

7. 상국의 거실 (오후)

 

한껏 기분이 좋은 상국과 미정이 들어선다.

 

미정 : (의아한) 결국 강주한테 지고만 건가?

상국 : (기분이 좋다) 어찌됐든 현명한 선택이야. 신혁이 그 놈 남자다운 데가 있어, 오늘 보니까.

미정 : 은근히 고소한 모양이네, 당신?

상국 : (동의하듯 훗 웃는)

 

 

8. 달리는 차 안 (오후)

 

묵묵히 운전만 하고 있는 하은을 의아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강주.

 

하은 : (앞 만 본 체로) 뭘 그렇게 봐?

강주 : 아냐. (하며 시선 돌렸다가 다시 하은보며) 유신혁 맞아?

하은 : (움찔해서)....뭐?

강주 : 유신혁 아니지?

하은 : (긴장된 표정으로 애써 웃으며) 왜 그런 소릴 하는 건데?

강주 : 사람이 어떻게 그렇게 갑자기 변해? 꼭 딴사람 같잖아, 말투도 행동도. 이유가 뭐야? 갑자기 딴사람처럼 구는 이유?

하은 : (대수롭지 않다는 듯) 이유야 간단하지.

강주 : 그게 뭔데?

하은 : 니가 알고 있는 유신혁이 전부는 아니라는 거.

강주 : (복잡한 얼굴로 보는)

 

 

9. 경찰서 앞 (오후)

 

하은의 차가 와서 선다. 강주가 내리더니 차 창 안으로 하은 보며.

 

강주 : 바래다 줘서 고마워. 어찌됐든 쿨하게 마무리 져 준 것도 고맙구.

하은 : (그저 담담한 미소)

강주 : (돌아서려다가 다시 보며) 그 동안 못되게 군 거 미안해. 나중에 사과주 한 잔 살게.

하은 : 얼마든지.

강주 : (웃으며) 오늘은 유신혁이 좀 맘에 든다.

하은 : (냉소적으로 피식 웃는다)

강주 : 잘 가. (하고 간다)

        

하은의 시선은 강주가 아니라 경찰서를 보고 있다.

자신이 몸담았던 곳...복잡한 심정으로 보다 차를 출발시키려는데 경찰서 안에서 나오는 수철의 모습이 보인다.

수철은 몹시 갈등하듯 고민스런 표정이다.

무섭게 굳은 표정으로 수철을 응시하고 있는 하은.

 

 

10. 경찰서 한 곳 (오후)

 

강주 : (걸으며 중얼거린다) 기분 참 묘하네. 왜 내가 차인 기분이 들지?

        (자신이 생각해도 기막힌 듯 픽 웃으며) 이강주 참 웃긴다, 증말.

일진 : (E) 이강주!

강주 : (보고 바짝 군기 들어서) 네, 선배님!

일진 : 취잰 하고 있는 거야? 그렇게 떼를 썼으면 뭔가 결과를 보여줘야 할 거 아냐?!!

강주 :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제보자 전화 기다리고 있는 중입니다.

 

 

11. 재수 집 거실 (오후)

 

재수 : (강주 명함 들고 망설이듯 서성이며) 해? 아니야. 괜히 비리경찰 어쩌구 죽은 놈 또 한번 죽이지.

        아니지. 그래도 언론의 힘이 막강한 건데.

은하 : (나오다 보고) 뭐 하세요, 아빠?

재수 : 어? 아니야, 아무것도. 근데 어디 가게?

은하 : (부러 웃는 얼굴로) 회사에요.

재수 : 노는 날에 회산 왜 가? 시장까지 같이 보느라 힘들었을 텐데.

은하 : 아빠 딸 천하무적이잖아요. 다녀올게요.

재수 : (잡으며) 쉬어. 어? 사실적으로 월급을 더 주는 것도 아닌데 뭐 땜에 나가? 쉬어, 은하야.

은하 : 빨리 회사 일 익히고 싶어서 그래요. 일찍 올게요. (하고 나간다)

재수 : (안쓰러워서 보는)....

 

 

12. 병원 복도 (오후)

 

누군가의 시선으로 보여지는 모습.

경반장 부인, 휴대폰 통화하면서 걸어간다.

 

부인 : (잔뜩 미안해서) 이런 부탁 할 사람이 너 밖에 없어. 애 아빠가 보증 선 것 땜에 집 담보도 곤란한 상태구.

        미안하다 번번이 어려운 부탁만 해서...

       

등을 보이고 서 있는 남자 옆으로 통화하면서 지나가는 부인.

곧이어 남자가 시선을 돌린다. 하은이다.

하은은 양복이 아닌 하은이 때처럼 평상복에 모자까지 눌러 쓰고 있다.

 

 

13. 입원실 (오후)

 

누워있는 경반장. 탁자위에 놓인 하은이 보낸 화환.

조용히 문이 열리고 하은이 조심스레 안으로 들어선다.

경반장을 보는 하은의 눈에 미안함과 슬픔이 깔린다.

가만히 경반장 옆으로 다가와 서는 하은.

 

하은 : (모자를 벗어서 들고 슬픈 미소로)....저 왔습니다, 반장님.

경반장 : (대답을 할 리가 없다)

       

조심스레 경반장의 손을 잡아 쥐고는 경반장의 얼굴을 들여다보는 하은, 미소 짓고 있지만 두 눈엔 깊은 슬픔이 가득하다.

        

 

14. 병원 접수계 (오후)

 

부인 : (놀란 얼굴로)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직원 : 입원비를 일년 치 선불하셨다구요.

부인 : 일년이요?

직원 : 네에. 그 전에 퇴원하시면 환불 가능해요.

부인 : (얼떨떨해서)...저기 그 분 이름 같은 건 안 남겼나요?

직원 : (미소로) 후배라고 하시던데 이름이 좀 독특해요, 경상도라구.

부인 : (당황스런 표정으로 보는 위로)

직원 : (E) 환자 상태도 꼼꼼히 물어보시고 가족들 걱정도 많이 하시던데요?

부인 : (얼떨떨)...네에...고맙습니다.

        

대답하고도 쉽게 그 자릴 떠나지 못하고 의문에 찬 얼굴로 난감한 듯 서 있는 부인의 모습을 뒤로하고

뚜벅뚜벅 사람들 사이를 걸어 나가는 하은의 모습.

 

 

15. 오피스텔 (오후)

        

하은의 비밀 아지트. 간단하고 깔끔한 가구와 전자제품으로만 채워져 있는 실내.

한쪽 벽을 채우고 있는 확대된 사진들이 하나씩, 하나씩 보여진다.

태준, 상국, 동찬, 허서장의 모습을 망원렌즈로 잡은 사진들이다.

하은이 입었던 옷가지들이 한쪽에 아무렇게나 벗어 던져져 있고 거울 앞에 선 하은은 양복차림의 신혁으로 바뀌어 있다.

거울을 들여다보는 하은의 얼굴엔 무서우리만치 표정이 없다.

 

 

16. 놀이 공원/또는 분수대가 있는 공원 (오후)

 

분수대의 시원한 물줄기를 맞으며 신나게 장난을 치고 있는 꼬마들.

천진난만하게 노는 아이들을 사람 좋은 웃음으로 바라보며 느긋한 걸음으로 걸어오는 천사장

(천공명, 사설정보지 업체 사장으로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

허름한 차림에 강냉이가 든 커다란 봉투를 들고 우적우적 강냉이를 먹고 있는 천사장의 손엔 서류봉투가 하나 들려있다. 

        

천사장 : (꼬마들 보며 혼잣말) 하, 고 녀석들 시원하겠다.

        

하고 돌아서는데 그 앞에 와 서는 남자.

 

천사장 : (보면)

        

양복을 입은 하은이 조용히 미소를 지어 보인다.

 

 

17. 공원 한 곳 (오후)

 

하은이 봉투 안에서 사진과 서류를 꺼내 본다.

허서장이 동찬과 일식집 앞에서 나오는 사진과 허서장의 개인 신상 기록이 담긴 서류다.

천사장은 여전히 강냉이 먹고 있다.

 

하은 : (사진을 보는 위로)

천사장 : (E) 일주일 전에 만나고 아직까진 최동찬하곤 별달리 접촉은 없어요.

하은 : (사진만 보면서 끄덕끄덕)

천사장 : 허덕우란 사람 돈이 꽤 필요하긴 하겠던데요.

하은 : (본다)

천사장 : 큰 딸이 첼론가 뭔가 전공하러 오스트리아에 유학 가 있고 둘째 딸도 예고에서 피아노 전공이구. 서장 월급 갖군 택도 안되지.

하은 : (미소 띤 얼굴로 끄덕이곤 다른 사진 보이며) 이 자는 누굽니까?

천사장 : (강냉이 먹으며 무심히 사진을 본다)

       

허서장이 50대 초반으로 보이는 양복 입은 남자와 룸싸롱으로 들어가는 모습이 담긴 사진이다.

 

천사장 : 김성호라고 자동차부품 만드는 중소기업 사장인데 최근에 이 사람 아들이 폭력 혐의로 고소 됐어요.

하은 : (흥미를 느끼며) 그래서요?

천사장 : 뭐 피해자랑 합의는 했는데 허서장이 뭔가 관여 한 것 같기도 하구.

하은 : 피해자 연락처는 알고 있습니까?

천사장 : 알아보죠. 그리고 양만철씨 부인 말인데요.

하은 : (보는)

천사장 : 얼마 전에 최동찬을 만났어요.

하은 : ..그래요?

천사장 : 최동찬한테 돈 봉투 같은 걸 돌려주는 것 같던데...거기 사진 있을 겁니다.

        

하은이 사진을 넘겨서 보면.

커피숍에서 양만철 부인과 최동찬이 마주 앉아있고 부인이 최동찬 앞으로 돈 봉투를 밀어놓는 장면이 찍혀있다.

 

하은 : (미소로) 소문대로 천사장님 솜씨가 빠르고 정확하시네요.

천사장 : (자조적으로 웃으며) 소문을 들으셨으면 사기 전과 있는 것도 아시겠네?

하은 : 악덕업주 골탕 먹인 거면 사기치곤 좋은 사기죠.

천사장 : (허 웃으며) 좋은 사기요?

하은 : (불쑥) 어떤 형사가 그러더군요.

천사장 : ? (본다)

하은 : 가끔은 풀어주고 싶은 범인이 있는데 천사장님이 그 중에 한 사람이었다구요.

천사장 : (픽 웃으며) 어떤 형산지 관둬야겠네.

하은 : 그만뒀을 겁니다, 아마. (하며 웃어 보인다)

천사장 : (순간) 가만. (하며 하은의 얼굴을 유심히 본다)

하은 : (잠자코 보는)

천사장 : 우리 어디서 만난 적 있어요?

하은 : ..아뇨.

천사장 : (갸우뚱) 그래요? 어쩐지 낯이 익네.

하은 : (의미 있는 미소지어 보이며) 그런 소리 자주 듣습니다. 

천사장 : 예에..(하면서도 어디서 봤더라...하는 표정)

 

 

18. 무릉건설 로비 (오후)

 

토요일 휴무라 드나드는 사람은 없다. 간혹 한 두 명 정도.

수철, 갈등하는 표정으로 고민스럽게 서성이고 있다.

경비원은 수철을 못 마땅한 시선으로 힐끔거리고 보면서 자기 할 일 하고.

로비로 들어서던 양복을 입은 하은이 수철을 발견하고 멈춰 선다.

하은의 표정은 순식간에 싸늘하게 굳어있다.

수철, 아무래도 안 되겠는지 포기하고 힘없이 발길 돌리다가 하은을 보고 철렁해서 멈춰 선다.

무표정한 얼굴로 수철 쪽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오는 하은.

 

경비원 : (하은을 발견하고 와서) 나오셨습니까, 부사장님.

하은 : (여유 있는 미소로)..네.

        

하고 굳어있는 수철을 향해 걸어가는 하은.

수철은 동상처럼 뻣뻣하게 굳어서 긴장된 표정으로 하은을 보고 있다.

하은, 동요 없는 표정으로 수철의 옆을 스쳐 지나간다.

하은이 옆을 스치는 순간 심장이 덜컥 내려앉을 것 같은 표정의 수철, 그대로 얼어붙어 있다가 서서히 시선을 하은에게 돌린다.

 

 

19. 엘리베이터 앞/안 (오후)

 

싸늘하게 식어 내린 표정으로 서 있는 하은.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안으로 오른다. 막 문이 닫히려는 순간.

수철이 닫히는 문을 잡아 멈추며.

 

수철 : 잠깐만요!

하은 : (무표정한 얼굴로 본다)

수철 : ..잠깐만.

경비원 : (득달 같이 달려와서) 이봐요!

하은 : (경비원에게) 괜찮습니다. (수철에게) 무슨 일이시죠?

수철 : (망설이다)...혹시 서하은이란 사람...알고 계십니까?

하은 : (짐짓 의아한 표정으로) 누구요?

수철 : ..서하은이요.

하은 : 처음 들어보는 이름인데요.

수철 : 네에...(하면서도 엘리베이터를 잡은 손을 놓지 않고 있다)

하은 : 더 하실 말씀이 있으신가요?

수철 : (순간 망설이는)...

하은 : (기다려준다)

수철 : (격심한 갈등으로 흔들리는 눈빛)...

하은 : (수철을 응시하며, 기다리는)...

수철 : (시선 돌리며 자신 없게)...아닙니다. 죄송합니다.

하은 : 별 말씀을요.

       

문이 서서히 닫히려는데 수철이 다시 하은을 돌아본다.

하은이 특유의 미소를 지으며 수철을 바라보고 있다.

그 순간, 형사시절 하은의 미소가 겹쳐지면서 하은의 모습이 수철의 시야에서 사라진다.

마치 무서운 것을 본 사람처럼 얼어붙어버린 수철.

 

 

20. 엘리베이터 안 (오후)

        

냉정한 표정의 하은 위로.

 

수철 : (E)...제보가 들어왔어. 널 여기서 봤다는...(망설이는)..어디야 지금?

 

도대체 왜 그랬을까?..그럴 수밖에 없던 이유는 뭘까?

...하은의 두 눈엔 절친한 친구의 배신으로 인한 허망함과 괴로움이 가득 차 있다.

 

 

21. 진우 사무실 (오후)

 

양복이 아닌 정장풍의 캐주얼 차림으로 출근해 있는 진우. 창밖을 보며 생각에 잠겨있다.

그러다 불현 듯 수화기를 들어 버튼을 누른다.

 

진우 : 접니다, 김비서님. 이번에 무릉건설에 입사한 사원 명부를 입수해주셨으면 해서요.

 

 

22. 인테리어 팀 (밤)

 

은하, 혼자 앉아 저번에 들렀던 모델하우스의 내부 모습을 자신의 디카로 찍은 사진들을

컴퓨터에 포토샵으로 깔끔하게 정리하고 있다.

은하의 책상 한쪽엔 중학생 하은과 은하가 함께 찍은 사진(은하의 수첩에 있던 것)이 액자에 넣어져 놓여있다.

 

 

23. 신혁 사무실 (밤)

 

탁자위에 펼쳐져 있는 서류들.

소파에 편안한 자세로 앉아 ‘이게 다 뭔 서류나?’ 싶은 좀 따분한 표정으로 들여다보며 재훈의 설명을 듣고 있는 하은.

 

재훈 : 10년 이상 근무해 온 직원들을 사전 협의 없이 해직 또는 대기발령 내리신 점을 가장 문제 삼고 있습니다.

하은 : 최상필인가? 그 노조위원장은 어때요?

재훈 : (질문의 의도를 몰라서 보는)

하은 : 여기(서류)보니까 하청 업체 관리를 혼자 도맡아하고 있던데..

재훈 : (의중을 파악하고) 아 안 그래도 업체 청탁을 받았다는 의혹이 있습니다.

하은 : (자신도 모르게 툭) 탐문수사 해야겠네.

재훈 : 네?

하은 : (당황해서 씩 웃으며) 아닙니다. (일어나며 불쑥) 중국집 배달도 되나요?

재훈 : (어리둥절) 네?

하은 : 밥 먹고 하죠. 배고프면 머리도 잘 안 도는데.

재훈 : (여전히 어리둥절한지만) 아마 배달은 될 겁니다.

하은 : 그럼 전..(하다 뭔가 엄청난 고민을 하듯) 아 근데 뭐 시키지? 음식 주문할 때가 제일 고민스럽지 않아요?

재훈 : (황당해서 대답이 선뜻 안나오는)...그렇죠, 그건.

하은 : 음...짜장면 곱빼기요. 아 그리고 군만두 추가.

재훈 : (의아한 표정으로)...괜찮으십니까?

하은 : ? 뭐가요?

재훈 : ..밀가루 알레르기 있으시잖아요?

하은 : (순간 당황했다가) 아..그거. (미소로) 극복 중입니다.

재훈 : 예에. 알겠습니다. 헌데 손목은 다 나으셨어요?

하은 : 네. 다 나았습니다. (하며 웃어 보인다)

 

 

24. 무릉 화장실 (밤)

 

정신을 차리려는 듯 세수를 하는 하은. 후우 숨을 내리쉬곤 거울을 들여다보는 하은의 눈빛에 그리움이 차 온다. 그 위로.

 

은하 : (E) 좀 비켜봐, 오빠.

 

 

25. 재수 집 화장실 (아침)

 

세면대 앞에서 거울을 보며 이를 닦고 있는 하은, 그 뒤에서 이를 닦고 있는 은하.

거울이 안 보이는지 은하가 요리조리 하은을 피해 거울을 보려 애쓰며.

 

은하 : 비켜 보라니까. 오빠 땜에 거울이 안 보이잖아?

하은 : (부러 장난치며 거울 보려는 은하를 방해한다)

은하 : (곱게 흘기더니 등짝을 딱 때린다)

하은 : (아퍼 죽는다) 아아아. 아우 무슨 여자 손이 그렇게 맵냐?

은하 : 말로 할 때 들었음 좋잖아. (하곤 어느새 거울 앞을 차지한다)

하은 : (싱글싱글 웃으며 거울 속 은하의 콧등을 손으로 쓸어주며) 폭력 쓰지 마세요, 서은하씨.

은하 : (해 맑게 웃는다)

하은 : (은하에 웃음에 마냥 아이처럼 좋은)

       

거울 앞에 서서 행복한 모습으로 나란히 이를 닦고 있는 하은과 은하.

 

 

26. 무릉 화장실 (밤)

 

거울에 비친 하은의 입가엔 미소가 잡혀있지만 은하에 대한 그리움이 물밀 듯이 밀려와 두 눈은 한 없이 슬프다.

 

 

27. 인테리어 팀 앞 (밤)

 

사무실 앞에 서 있는 하은, 흔들리는 눈빛으로 망설이고 서 있다.

이끌리듯 손잡이에 손이 가는 하은.

 

 

28. 인테리어 팀 (밤)

 

어두운 실내. 은하의 컴퓨터 모니터 불빛만이 실내를 밝히고 있다.

책상 앞에 앉아 있는 은하, 책상 앞에 놓인 사진을 그리움에 찬 얼굴로 들여다보고 있다.

 

 

29. 인테리어 팀 앞 (밤)

 

손잡이를 잡고 망설이고 있던 하은, 맘을 고쳐먹고 조용히 손을 거두고는 발길을 돌려 걸어간다.

처연한 표정으로 걸어가는 하은, 자신도 모르게 ‘나의 마음은 황무지..’ 휘파람을 분다.

 

 

30. 인테리어 팀 (밤)

 

사진을 보던 은하, 사진에서 시선 거두고 모니터를 보는데 어디선가 들려오는 휘파람 소리에 심장이 멎는 듯 굳는다.

휘파람 소리가 서서히 멀어지고 있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는 은하. 정신없이 밖으로 나간다.

 

 

31. 인테리어 팀 앞 (밤)

 

벌컥 문을 열고 정신없이 나오는 은하.

조금씩 멀어지는 휘파람 소리의 방향을 찾으려는 듯 안타까운 시선으로 주위를 두리번거리더니 한쪽으로 뛰어간다.

 

 

32. 다른 복도 (밤)

 

휘파람 불며 오던 하은이 휘파람을 멈추고 허공을 보며 깊은 숨을 쉬더니 엘리베이터와 비상구를 번갈아 보고는

비상구 문을 열고 안으로 사라진다.

곧이어 뛰어오는 은하. 아무도 없는 텅 빈 공간. 휘파람 소리도 멈췄다.

멍한 눈으로 당황스럽게 서 있는 은하. 마치 환청이라도 들은 듯 해서 허탈하게 웃지만 은하의 눈엔 어느새 물기가 어려 있다.

 

 

33. 계단 (밤)

 

터벅터벅 계단을 오르는 하은이 걸음 멈추고 시선 둘 곳을 찾지 못해 헤매는 슬픈 얼굴.

 

 

34. 다른 복도 (밤)

 

아무도 없는 텅 빈 복도 한가운데 서서 길을 잃은 미아처럼 멍하게 서 있는 은하, 흐르는 눈물을 손으로 닦아내면서..

 

 

35. 포장마차 (밤)

 

재수, 못마땅한 듯 한곳을 쏘아보고 있다.

재수의 시선 따라가면 수철이 장형사와 앉아 소주를 연속적으로 마시고 있다.

수철은 이미 많이 취해있고 장형사는 말리지도 못하고 보고만 있다.

 

재수 : (씩씩대고 가더니 수철의 술잔을 확 뺏으며 버럭) 너 왜 여기서 이러고 있어?! 증거 찾는다며?

        증거 찾아서 우리 하은이 원한 풀어준다며, 이 자식아!

수철 : (혀 꼬부라진) 제가 죽일 놈입니다. (하며 또 잔에 술을 붓는데)

장형사 : (잡아서 말리며) 그만 하세요.

수철 : (뿌리치며) 놔아!

장형사 : 취하셨어요.

수철 : (혀 꼬부라진) 안 취했어. 아무리 마셔도 안 취해, 미치겠다, 임마. 

재수 : (O.L. 속상한 마음에 버럭) 야 이 못나 빠진 놈아! 누군 술 마실 줄 몰라서 이러고  있는 줄 알어?

        장사고 뭐고 다 때려 치고 싶은 사람이야, 나두!

수철 : (술 취해 탁자에 고개 박고) 죄송합니다.

재수 : (버럭) 술이나 처먹고 있을 거면 당장 내 눈 앞에서 꺼져!

수철 : (고개 박고) 용서해 주세요, 아저씨.

재수 : 꺼져 당장!

수철 : (휘청거리고 일어서서 몸을 지탱 못하고 흔들거리며)..잘못했습니다, 아저씨.

재수 : (딱해서 혀차듯 보는)

장형사 : (흔들거리는 수철 잡아주며 안타까워서) 왜 이러세요, 정말?

수철 : (우는 듯한 소리로) 잘못했습니다.

재수 : (속이 상해서) 너까지 정말 왜 이러냐?

수철 : (털퍼덕 무릎 끓고 앉아 운다) 제가 죽일 놈입니다. 제가 죽일 놈이에요. 

        전 쓰레기만도 못한 놈입니다. 친구도 뭐도 아닙니다, 저는. (하더니 바닥에 머리박고 어깨를 떨며 소리 내서 흐느낀다)

재수 : (위로할 말을 찾지 못하고 한숨쉬듯 보는)...

 

 

36. 인철의 주방 (밤)

 

주스 잔 들고 밖의 소리에 귀를 쫑긋해서 듣고 있는 신영.

 

인철 : (E) 실은 낮에 좀 당황했었다. 결혼이야 당사자들 뜻이

 

 

37. 인철의 거실 (밤)

 

막 들어온 차림의 하은이 인철과 이화와 함께 앉아있다.

 

인철 : (부드러운 얼굴로, 앞에 대사 이어서)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만 갑자기 네 마음이 바뀐 이유가 뭔지 궁금하기도 하구.

하은 : 미리 상의 드리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인철 : (좋은 얼굴로) 그런 뜻으로 하는 말은 아니다.

하은 : 강주는 결혼을 원하지 않습니다. 그게 가장 큰 이윱니다.

인철 : 그럼 다른 이유도 있단 소리야?

하은 : (잠시 망설이다 미소를 지으며)...아뇨. 그게 전붑니다.

인철 : 그렇다면 너무 성급한 판단 같은 생각이 드는데.

하은 : (보는)

인철 : 강주 맘이야 그 전부터 알고 있었던 거구. 중요한 건 신혁이 니 생각이야.

하은 : (잠자코 미소만 띤다)

인철 : 니가 강주를 사랑하고 있다면 어떻게든 붙잡아야지. 그래야 나중에 후회가 없어. 

하은 : (담담하게) 후회 안 합니다. 후회하게 된대도 할 수 없구요.

이화 : (조용히 미소 띤 얼굴로 하은을 본다)

인철 : (지긋이 보는)....

 

 

38. 인철의 안방 (밤)

 

인철, 들어온다. 뭔가 맘에 걸리는 듯 생각에 잠겨서...

 

 

39. 신혁의 방 (밤)

 

이화 : 이런 말 어떻게 들릴지 모르지만 엄만 오히려 기뻐. 니가 올바른 결정을 한 것 같아서.

하은 : (애틋한 미소로 본다)

이화 : (안쓰러운 듯) 한동안 힘들겠지만 인연은 억지로 되는 건 아닌 것 같애.

하은 : (쓸쓸한 미소로) 옛날에 아버진 뭐라고 청혼하셨어요?

이화 : (당황스럽게) 갑자기 그건 왜?

하은 : (멋쩍은 웃음으로) 그냥 궁금해서요.

이화 : (그리움이 젖어드는 미소를 지으며) 물 한 모금 달라고 하더라.

하은 : 물 한 모금이요?

이화 : ..응. 날 만나려고 너무 오랫동안 먼 길을 왔더니 목이 마른다면서.. 물 한 모금 달라고 했어.

하은 : (흐릿한 미소로)....우리 아버지 멋있다.

이화 : (미소로 본다)

하은 : (쓸쓸하게 웃어 보이며) 저도 그렇게 말해야겠어요. 언젠가 제가 사랑하는 여자 만나면...

        너무 먼 길을 걸어와서 다리도 아프고 목마르다고...그러니까 물 한 모금만 달라구요.

이화 : (물기 어린 눈으로 웃어 보인다)

하은 : (슬프게 웃어 보인다)

 

 

40. 거실 (밤)

 

이층에서 내려오는 이화의 눈빛에 순간적으로 이유를 알 수 없는 작은 동요가 인다.

 

 

41. 식당 룸 (낮)

 

태준과 동찬이 앉아있다.

 

태준 : (예의 그 침착한 표정으로) 서하은이 죽기 전에 신혁일 만나지 않은 건 확실한 건가?

동찬 : 물론 입니다.

태준 : 분명히 만나지 않았단 얘기지?

동찬 : 확실합니다. 헌데 그건 왜 물으십니까?

태준 : 아니야. 확실하면 됐어.

동찬 : 안 그래도 의원님을 찾아뵐 생각이었습니다.

태준 : (보는)

동찬 : 저번에 말씀드렸던 도의원 출마에 대해 의논드릴까 싶어서요.

태준 : (순간 굳었다가 표정 정리하며) 너무 서두르지 않는 게 좋아.

동찬 : (비죽 웃으며) 서두르는 게 아니라 서서히 준비를 하겠다는 겁니다. 의원님이 힘을 보태주셔야 준비가 되는 거구요.

태준 : (웃으며) 최사장 실력이면 대의원들한테 인심 사는 일쯤은 쉬울 것 같은데.

동찬 : (입은 웃지만 눈빛은 날카롭다) 인심을 산다고 누구나 공천을 받는 게 아니라는 건 의원님이 더 잘 아시잖습니까?

태준 : (대수롭지 않다는 듯) 차근차근 생각해 보지.

동찬 : (차가운 눈빛으로) 월급 사장이나 하려고 지금까지 의원님을 보필했던 건 아닙니다.

태준 : (싸늘하게 굳어서 본다)

동찬 : (웃는 낯으로) 오해하진 마십쇼. 저야 의원님의 명령 없인 신발 끈도 못 매는 사람이라서

        혼자 힘으론 어렵다는 말씀을 드리는 것뿐입니다.

태준 : (냉소를 띄우며) 생각보다 야망이 큰 사람이구만, 자네.

동찬 : 야망 같은 건 없습니다. 큰 꿈을 펼치실 의원님을 보필하려면 그 정도 자리엔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태준 : (싸늘하게 눌러보는)...

 

 

42. 식당 앞 (낮)

 

동찬, 차안에 있는 태준에게 정중하게 고개 숙여 인사하자 태준의 차가 출발한다.  

고개를 드는 동찬의 표정엔 비웃음이 흐르고 있다. 그 위로 찰칵 찰칵 카메라 셔터소리.

        

 

43. 식당 건너편 앞 차 안 (낮)

 

낡은 승용차에 타고 있는 천사장, 카메라 내려놓는다.

강냉이 먹으면서 시선은 차창 밖 자신의 차에 오르는 동찬의 모습에 고정돼 있다.

 

천사장 : (흥미가 생기는 듯) 이태준의원이라...

        

 

44. 달리는 차 안 (낮)

 

태준 : (골치 아픈 듯 미간을 찡그리며 씹어뱉듯)...호랑이 새끼를 키웠어. ....이보좌관.

정무 : 네, 의원님.

태준 : 유신혁 부사장하고 저녁 약속 좀 잡아.

정무 : 알겠습니다.

태준 : (냉정한 표정으로 생각하는)....

 

 

45. 신혁의 사무실 (낮)

 

하은, 한 손으로 주사위 만지작거리며 창밖을 응시하다 돌아서서 책상에 앉으려는데 재훈이 다급한 표정으로 들어온다.

 

하은 : (주사위를 얼른 감추며) 무슨 일이에요?

재훈 : 큰일 났습니다, 부사장님.

하은 : (보는)

 

 

46. 무릉 복도 (낮)

 

급한 걸음으로 걸어오는 하은과 그 뒤를 따르는 재훈.

걸어오던 박이사와 뭔가 심난한 표정의 이실장이 하은을 보고 멈춘다.

단호한 표정으로 거침없이 걸어가 두 사람 앞에 가 서는 하은.

 

하은 : 경찰에 노조원들 연행지시를 요구하셨다구요?

박이사 : (웃으며) 언제까지 기다릴 수도 없는 일 아닙니까?

하은 : (O.L.) 그 요구 철회합니다.

박이사 : (불쾌함을 애써 참으며) 업무방해는 불법이고, 난 법적으로 해결 한 것뿐입니다.

하은 : 법은 이럴 때 쓰라고 있는 게 아닙니다.

박이사 : (능청스럽게 웃으며) 부사장답지 않게 왜 이렇게 감정적으로

하은 : (말 자르며) 감정적으로 나오신 건 이산님입니다. 

        (예전의 하은처럼 좀 흥분해서) 힘없는 사람들 무조건 잡아넣는다고 일이 해결됩니까? 

        도대체가 좀 높은 자리에 있다하면 (하다 자신을 보는 사람들의 시선에 감정 얼른 추스르며) 아무튼 이 일은 내가 해결합니다.

 

하고는 휙 돌아서서 걸어간다.

재훈, 박이사에게 정중히 인사하고 하은을 따른다.

 

박이사 : (일그러지며) 저 친구 왜 저래? 갈수록 안하무인이구만.

이실장 : (하은의 태도가 맘에 드는 듯 혼자 슬쩍 웃는다)

 

 

47. 신혁 비서실 (낮)

        

하은, 답답한 듯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어내며 들어서고

재훈이 따르는데 난처한 표정으로 서 있던 여비서 다급하게 와서.

 

여비서 : 저기 부사장님.

 

 

48. 신혁 사무실 (낮)

 

하은이 문을 벌컥 열고 재훈과 들어와 보면

상필을 비롯한 노조 간부들이 사무실을 점거한 채로 노기충천해서 웅성거리며 서 있다.

 

상필 : (하은을 보자마자 득달같이 달려와서) 이게 부사장이 약속한 합의점입니까?

하은 : 연행지시는 철회 할 겁니다.

상필 : (O.L.) 그 말 못 믿습니다. 합의한다고 해 놓고 고작 연행지시 내리는 사람 말을 어떻게 믿습니까?

1 : 우린 여기서 뼈를 묻고 죽는 한이 있어도 한 발작도 못 움직입니다!

2 : 연행을 할 테면 해! 겁날 거 없어, 우리가 호군지 알어?!

       

노조원들 두서없이 소리 질러댄다.

 

재훈 : 저기요. (하며 나서려는데)

하은 : (O.L.) 여러분 힘든 거 다 압니다!

상필 : 배부른 사람이 배고픈 사람 심정을 어떻게 압니까?!

하은 : (O.L. 강하게) 위원장님은 그런 말 할 자격 없습니다!

       

순간 뜨악해서 보는 재훈과 상필, 노조원들.

 

상필 : 뭐요?

하은 : (상필을 무섭게 노려보며) 하청업체와의 관계 여기서 말해도 괜찮습니까?

상필 : (당황스러운 기색)

하은 : (불현 듯 넥타이를 풀어 한쪽에 툭 던져 놓는다)

      

재훈은 물론이고 노조원들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보는데.

 

하은 : (웅성거리는 노조원들 향해) 대기발령 상태인 직원들은 그 동안 업무 성과를 참조해서

        최대한 다시 업무에 복귀시킬 것을 약속합니다.

1 : 조건을 다는 건 수용 못합니다!

하은 : (단호하게) 회사 역시 무조건적인 노조 측 입장 수용은 불가능합니다,

        단! 우리가 흡수할 수 없는 직원들은 협력업체에 경력직 재취업이 가능하도록 적극 추천하겠습니다!

2 : 믿어도 되는 약속입니까?

하은 : 약속은 지키라고 있는 겁니다. 대신 불법시위로 업무에 차질을 빚은 것에 대해서는 정확히 책임을 묻겠습니다.

        그리고 (상필을 똑바로 보며) 앞으론  현장 책임자들과 하청업체 간의 커넥션에 대해서는

        경영진이 철저히 관여하겠습니다.

상필 : (뭔가 걸리는 것이 있는 듯 시선을 피한다)

하은 : (노조원들 보며) 우리는 함께 살아야 합니다.

        

노조원들 집중해서 본다.

 

하은 : 말을 백 마리 가진 사람이라도 채찍 하나 때문에 누군가의 신세를 져야 할 때가 있듯이

        여러분도 저도 각자의 자리에서 서로를 도와야 합니다.

        

재훈과 노조원들 말없이 하은을 지켜본다.

 

하은 : 제 약속을 믿으시고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십시오. 부탁드립니다! (꾸벅 고개 숙여 인사한다)

       

노조원들 하은의 태도에 어쩌지도 못하고 머쓱해서 서 있고.

하은을 바라보는 재훈의 얼굴엔 신뢰가 담긴 미소가 떠오른다.

 

 

49. 인테리어 팀 (오후)

 

해경 : (은하 자리에서) 시장조사나 기존 책들 찾아서 디자인데이터 준비 할 수 있으면 한 번 해봐.

은하 : 네, 대리님.

해경 : (문득 사진에 시선이 가서) 누구야? 오빠?

은하 : (미소로)..네.

해경 : 되게 착하게 생겼다.

은하 : (쓸쓸해지며 그저 웃어 보이는데)

팀장 : (들어오며) 부사장 대단하네.

       

은하와 해경, 직원들 팀장에게 시선 준다.

 

팀장 : 대기발령 직원들 복귀 약속 했대, 부사장이. 나머진 재취업 알선해 주구.

해경 : (놀라서) 정말이요?

팀장 : 그래에.

해경 : 부사장 휴가 갔다 오더니 머리에 총 맞은 거 아니에요?

은하 : (묵묵히 자기 일 하는 위로)

해경 : (E) 어떻게 사람이 그렇게 갑자기 달라져요?

팀장 : 파혼했단 소문 있더니만 그거 땜에 충격 받았나부지.

은하 : (노트 들고 일어서며) 샘플실 좀 다녀올게요.

해경 : 어.

은하 : (나가는 위로)

해경 : (E) 파혼했대요?

팀장 : (E) 소문이 그래.

 

 

50. 주택가/또는 서울시경 앞 (오후)

 

마이크 들고 멘트 중인 강주. 카메라 기자, ENG 카메라 들고 촬영중이고 그 옆엔 오디오맨 조명..

 

강주 : 현재 농성중인 철거민에 대해 서울지방경찰청은 다음주 내로 강제 진압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현재 철거민들에게 체포영장이 발부 된 상태이기 때문에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는 것이라고 경찰은 밝히고,

        진압 일정을 사전에 공개할 예정입니다. KSB 뉴스 이강줍니다.

카맨 : (카메라 내리며) 오우케이.

강주 : (마이크 오디오 맨에게 내밀며) 수고하셨습니다.

(E) : 휴대폰

강주 : (휴대폰 찾아 받는 사이)

카맨 : 그거 또 안 꺼 놨어?

강주 : (웃으며) 그래도 멘트 딱 끝나고 울리잖아요. 여보세요?

재수 : (F) 이강주기잡니까?

강주 : 네, 전데요.

 

 

51. 재수 거실 (오후)

 

재수 : (결심이 선 듯 다부진 얼굴로) 나 서재수올시다.

강주 : (F) 누구시라구요?

재수 : 아 거 저번에 경찰서 앞에서 명함 줬잖아요 나한테. 벌써 잊어버렸소?

 

 

52. 주택가 앞 (오후)

 

강주, 멈춰진 보도 차량 앞으로 가다가 놀라 멈춰 서서.

 

강주 : (환해지는) 잊다뇨? 아니에요. 기억해요. 기억하고 말구요. 전화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선생님.

재수 : (F) 선생은 무슨 얼어 죽을.

강주 : (움찔)

재수 : (F) 암튼 만납시다.

강주 : (좋아 죽는다) 네에, 좋습니다. 제가 선생님 아니 암튼 편하신 장소로 가겠습니다.

 

 

53. 재수 거실 (오후)

 

재수 : (여전히 찜찜한 표정으로 수화기 내려놓는다) 이거 잘 하는 짓인지 모르겠구만.

 

 

54. 진우 사무실 (오후)

 

진우 : (놀란 표정으로) 노사합의를 이끌어냈다구요?

석훈 : 네. 무릉 직원들조차 유신혁부사장의 결단에 놀라는 눈칩니다.

진우 : (허 웃고는)...부탁드렸던 건?

석훈 : 아, 무릉 신입사원 명단입니다. (서류를 내민다)

       

진우, 받아서 보면 무릉건설 신입사원 사진까지 있는 명부의 복사본이다.

하나씩 서류를 넘겨보던 진우, 은하의 사진을 발견하곤 미소를 짓는다.

 

진우 : (석훈보며) 쉽지 않으셨을 텐데..수고하셨습니다.

(E) : 전화벨.

진우 : (받는다) 정진웁니다. 네, 회장님...(놀라는) 신혁이가요?

 

 

55. 태준 사무실 (밤)

 

피곤한 듯 인상 찌푸리고 있는 태준에게 보고를 하는 정무.

 

정무 : 유신혁 부사장한테 여자문젠 전혀 없습니다, 의원님.

태준 : 그래? (혼자 중얼거리듯) 근데 왜 맘이 변했을까?...(자리 털고 일어나며) 저녁 약속은 몇 시로 잡았어?

정무 : (난처한 듯) 그게..저.

태준 : (본다)

정무 : 유신혁부사장이 오늘은 다른 약속이 있어서 좀 곤란하다구...

태준 : (기분 상해서 보며) 다른 약속?

정무 : 네, 의원님.

태준 : (어이가 없는 듯 헛웃음을 웃더니 그 웃음이 기분 나쁘게 잦아든다)

 

 

56. 고급 레스토랑 룸 (밤)

 

하은, 상국과 양주를 마시고 있다.

상국은 잔뜩 기분 좋게 취해있다. 그 옆에 진우도 앉아 하은을 살피듯 보고 있다.

 

하은 : (상국의 잔에 술을 따라주며) 그 동안 제가 너무 소홀했습니다.

상국 : 하하하 아니야, 아니야. 자네 바쁜 거야 누구보다 내가 더 잘 알지.

하은 : (냉소를 띠우며) 돌아가신 아버지와 (강조하는) 절친한 친구 분이셨으면 저한테는 아버님 같은 분이신데..

        앞으론 자주 찾아뵙겠습니다.

상국 : (순간 움찔했다가 얼른 웃어 보이며) 그건 과분한 말이구. (술을 들이키곤 술 잔 내밀며) 자, 받아.

하은 : 네. (받고)

상국 : (따르며) 나두 신혁이 널 볼 때마다 문득 문득 건하 생각이나. (혼잣말하듯) 참 아까운 친군데.

하은 : (무섭게 굳은 얼굴로 입만 웃는다)

상국 : (기분 털어내며) 그나저나 강주하고 결혼 포기한 진짜 이유가 뭐야? (또 술잔을 비워내면서)

하은 : (짐짓 겸연쩍은 미소로) 짐작하셨겠지만 그 동안 결혼 자체보다는 이의원님한테 관심이 더 많았습니다.

진우 : (속마음을 읽으려는 듯 보는 위로)

상국 : (E) 하하하 이거 너무 솔직하게 말하는 구만.

하은 : (미소로) 그런가요?

상국 : 결정 잘 했어. 사내는 자고로 배포가 커야 돼. 정치인 힘이란 건 다 돈이야. 그건 우리가 채워주는 거구.

하은 : (미소만 짓는다)

상국 : (기분 한껏 좋아서) 어쨌든 이의원이 실망이 크겠구만? 무릉건설 현금동원력이야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일이구

        이의원도 그걸 원했을 텐데 말야.

하은 : 그러실 리가 없죠. (냉소를 지으며) 이의원님은 정의감이 남다르신 분입니다. 결혼 문젠 어디까지나 제 의사였구요.

상국 : (비웃듯 픽 웃으며) 순진한 건 아버질 닮았구만.

하은 : 저희 아버지가 순진하셨던 모양이죠?

상국 : (씁쓸한 웃음으로)...뭐 그런 셈이지. (하며 또 술잔을 비우는데)

진우 : (말리는) 너무 많이 드셨어요.

상국 : 괜찮아, 오늘 같은 날은. (하은 보며) 사람은 겉만 보고 판단하면 안돼.

하은 : (짐짓 의아한 듯) 무슨 말씀이세요?

상국 : 권력 맛을 보면 쉽게 헤어 나오질 못하게 돼 있어 사람은. 더군다나 이의원처럼 무서운 친구는.

진우 : (더 이상의 말을 자제시키려는 듯) 아버지.

상국 : (진우의 말은 들리지 않는 듯 혼자 생각에 취해) 권력을 위해서라면 결혼도 충분히 이용할 친구야. 오래전에도 그랬지.

하은 : (눈빛이 반짝이는)

상국 : 그렇게 순진하고 착한 여잘(하는데)

진우 : (좀 강한 어조로) 술이 과하셨습니다, 아버지.

상국 : (멈칫 멈추고는 그제야 정신이 드는 듯 웃으며) 어, 이거 쓸데없는 소릴 하구 있구만, 그래. (술 병 들며) 자, 한 잔 더 받어.

하은 : 네. (냉정한 미소를 지으며 상국을 보는)

진우 : (그런 하은을 눈여겨본다)

 

 

57. 룸 앞 (밤)

 

무섭게 굳은 얼굴로 걸어오던 하은,

룸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진우를 보고 표정을 자연스럽게 풀고 진우를 지나쳐 룸으로 들어가려는데

 

진우 : 이유가 뭐야?

하은 : (멈추고 보며) 뭘?

진우 : (여유 있는 태도로) 유신혁이 갑자기 달라진 이유?

하은 : (피식 웃는다)

진우 : 계속 생각해 봤는데..잘 모르겠어.

하은 : (여유 있는 미소로) 그럼 이제 그만 생각해. (하곤 안으로 들어간다)

진우 : (굳어서 보는)...

 

 

58. 경반장 입원실 (밤)

 

수철과 장형사가 병문안을 왔다.

 

수철 : (놀라서) 병원비를요?

부인 : (의문에 차서) 네에. 혹시..경상도란 이름 들어보셨어요?

수철 : (벙해서) 경상도요? (하곤 장형사에게 묻듯이 본다)

장형사 : (모르겠다는 표정)

 

 

59. 선술집 앞 (늦은 밤)

 

택시에서 급하게 내리는 재훈, 집에서 나온 듯 평상복 차림이다.

선술집 확인하곤 안으로 들어간다.

 

 

60. 선술집 안 (늦은 밤)

 

재훈, 급하게 들어와 둘러본다.

한쪽에 혼자 소주를 마시고 있는 하은. 그 모습이 쓸쓸하고 외롭다.

 

재훈 : (다가가 서서) 부사장님?

하은 : (술 취한 눈으로 보곤 미소를 지으며) 앉아요.

재훈 : (앉는다)

하은 : (술 잔 주고 술 따르면서) 퇴근한 사람 불러내서 미안합니다.

재훈 : 아닙니다. 헌데..무슨 일루?

하은 : (쓰게 웃으며) 그냥...편하게 술 한 잔 하고 싶은데..안비서님 말구 친구가 없네요.

재훈 : ...네에.

하은 : (대뜸) 안비서님은 날 어떻게 생각해요?

재훈 : ..네?

하은 : 나 어떤 인간 인 것 같애요. 그 동안 날 가장 가까이서 지켜본 사람이 안비서님이잖아요.  

재훈 : (당황스러워서 보는)...

하은 : 별루 안 좋아하죠, 나? 다른 사람들처럼 유신혁은 감정도 없는 인간이라고 생각하시죠?

재훈 : (당황해서)...아닙니다.

하은 : (쓸쓸하게 웃으며) 상관없어요. 남들이 뭐라고 해도 내가 유신혁을 사랑하니까.

재훈 : (용기를 내듯)...이런 말 어떻게 들리실지 모르지만.

하은 ; (본다)

재훈 : 최근에 부사장님이 많이 편해졌습니다.

하은 : 그럼..그 동안은 불편했어요?

재훈 : ..아뇨....많이 안타까웠습니다.

하은 : (의외의 대답에 손을 멈추고 본다)

재훈 : 늘...혼자신 거 같아서. 항상 혼자뿐이신 거 같아서..힘들어 보이셨어요.

하은 : (울컥해지며 눈시울이 붉어진다)

재훈 : (어색하게 웃으며) 제가 너무 주제넘은 소릴 한 것 같습니다.

하은 : (슬픈 눈에 미소를 지으며)...유신혁이...혼자는 아니었네요.

재훈 : (보는)

하은 : (고마운 듯 희미하게 미소 지어 보이며)..고맙습니다, 안비서님.

재훈 : (대꾸할 말을 못 찾고 보는)...

 

 

61. 육교 위 (밤)

 

대로위로 목적지를 향해 달려가는 차들.

하은, 육교 위에서 멍하니 내려다보고 있다. 한 손엔 주사위를 만지작거리면서..

 

 

62. 다른 육교 위 (밤)

 

한손에 주사위를 꼭 쥐고 하은이가 그랬던 것처럼 멍하니 차들을 내려다보고 있는 은하.

        

 

63. 재수 포장마차 (늦은 밤)

 

혼자 술과 안주 놓고 앉아 분주하게 움직이는 재수를 바라보는 강주.

그 상태로 꽤 오래 기다린 듯 답답한 표정으로 손목시계 들여다보고 한숨 내 쉬다가

더 이상은 못 기다리겠다는 듯 벌떡 자리에서 일어난다.

 

강주 : (재수에게) 저기요 선생님.

재수 : (분주하게 움직이며) 나 선생 아니라니까아.

강주 : 제가요. 두 시간도 넘게 기다렸거든요?

재수 : (대답 안 하고 자기 일만 한다)

강주 : (따라다니면서) 이젠 말씀해 주세요. 절 만나자고 하셨으면 결심이 서신 거잖아요.

재수 : (그저 바쁘게 일한다)

강주 : 저번에 약속드린 거 꼭 지킬게요. 다른 건 몰라도 약속 하난 칼입니다, 제가.

재수 : 무딘 칼날이면 어쩌구요?

강주 : (호소하듯) 이러실 거면 절 뭐 하러 부르셨어요? 저요, 돌아가신 엄마께 약속했었어요.

재수 : (손 멈추고 본다)

강주 : (좀 흥분해서) 나쁜 놈들은 나쁘다고 쓰고 좋은 사람들 좋다고 쓰고 

        잘못된건 잘못됐다고 잘했으면 잘했다고 기사 쓰는 정직한 기자가 되겠다고 약속했다구요.

재수 : (망설이듯 본다)

강주 : (후 한숨 내쉬고는) 절 그렇게 못 믿으시겠다면 할 수 없네요. 

        (가방 챙겨 들며) 맘 바뀌시면 다시 전화 주세요. (하고 가려는데)

재수 : 앉아요.

강주 : (돌아본다)

재수 : (자리에 앉으며) 앉으라구요.

강주 : (다시 표정 밝아져서 얼른 자리에 가서 앉더니 가방에서 소형 녹음기와 필기도구 꺼내들며) 말씀하세요.

재수 : 녹음은 하지 말아요.

강주 : 이건 그냥

재수 : (O.L.) 아직까진 기자양반 못 믿어.

강주 : (녹음기 가방에 넣고 필기할 준비하며) 알겠습니다.

재수 : (결심이 선 듯) 억울하게 죽은 놈 원한 좀 풀어주쇼.

강주 : (긴장해서 보는)...

 

 

64. 육교 위 (늦은 밤)

 

오랫동안 그 자세로 서 있던 은하가 발길을 돌린다.

 

 

65. 다른 육교 위 (늦은 밤)

 

하은, 맘을 추스르고 발길을 돌려 걸어간다. 그 위로.

 

강주 : (E) 억울하게 죽은 사람이 누군데요?

 

 

66. 포장마차 (늦은 밤)

 

재수 : (자기 가슴팍 쳐대며) 내 아들. 이 서재수의 아들 서하은!

강주 : (놓치지 않으려고 받아 적으면서) 서하은이요?

재수 : 그래요! 무지하게 착한 놈이요, 그 놈이! 눈 씻고 찾아봐도 그 놈처럼 착한 놈이 없을 거요.

강주 : 그 사람 형사였나요? 저하고 만나셨던 그 경찰서 소속이요.

재수 : 그럼 뭐해요?! 형사고 나발이고 아무짝에도 쓸모없는데.

강주 : 처음부터 차근차근 설명해 주시겠어요?

재수 ; 차근차근이고 뭐고 이건 분명 무슨 내막이 있어요. 이 서재수가 눈치가 9단 코치가 10단 합이 19단인 사람입니다.

강주 : 무슨 내막이요?

재수 : (버럭 화내 듯) 그걸 모르니까 기자양반 불러서 입 아프게 떠들고 있는 거 아뇨?!

        돈 없고 빽도 없고 어디 기댈 데가 없으니까!

강주 : 아시는 만큼만 말씀해 주세요.

재수 : 분명한건 우리 하은인 절대로 비리 같은 걸 저지를 놈이 아니란 겁니다.

       세상에 둘도 없이 착한 놈이 더러운 누명까지 쓰고 비명횡사했는데 경찰에선 수사를 하는 건지 마는 건지.

강주 : (긴장된) 아드님이 살해됐단 말씀인가요?

재수 : (한숨쉬듯) 그래요. (간절한 눈으로) 다른 건 몰라도 제발 우리 하은이 누명만이라도 벗겨주쇼.

강주 : (심각해져서 보는)...

 

 

67. 보도국 복도 (늦은 밤)

 

강주 : (휴대폰 통화하며 걸어온다) 얼마 전에 선배님 관할에서 살인사건이 있었는지 확인해 보려구요.

       아마 지역방송에서 단신처리 된 사건 같아요.

 

 

68. 보도국 (늦은 밤)

 

강주 : (통화하면서 자리에 앉으며) 이름은 서하은이구요. 강력계 형사예요.

        (초조하게 기다리다 눈빛이 반짝이며) 있었어요?...그 얘긴 알고 있어요. 비리혐의 증거는요?...증인까지요?

       (생각하다) 저기요 그 사건보고서 저한테 좀 보내주세요, 선배님.

 

 

69. 몽타주 (이른 아침)

 

<헬스클럽>    

-런닝머쉰에서 땀을 흠뻑 흘리며 달리고 있는 하은.

-기구 운동을 하고 있는 하은.

        

<샤워실>

-샤워기에서 쏟아져 내리는 물줄기를 흠뻑 맞으며 머리를 벽에 박고 서 있는 무표정한 얼굴의 하은.

 

 

70. 분식집 (아침)

 

양복차림의 하은, 한쪽에 앉아 만두를 먹고 있다.

그 위로 양만철 부인의 전화통화 내용이 들린다.

 

부인 : (E) 애 아빠가 원치 않았던 돈이에요. 그 사람 마지막 가면서까지 부탁했던 일인데 다시 돌려받을 순 없습니다.

하은 : (묵묵히 만두만 먹는)...

 

 

71. 달리는 차 안 (아침)

 

하은 : 사람을 찾아봐 주십쇼. 이태준의원이 건설부 근무 시절 만나던 여자가 있었을 겁니다...네. 그리고 양만철씨 부인 말인데요.

 

 

72. 신혁 사무실 (아침)

 

재훈이 막 출근하는 하은 따라 들어오며.

 

재훈 : 컨벤션센터 기술위원 발표가 났습니다, 부사장님.

하은 : (관심 갖고 돌아보며) 그래요?

 

 

73. 진우 사무실 (아침)

 

석훈 : (진우에게 보고중이다) 저희가 예상했던 기술위원과 거의 맞아떨어집니다.

진우 : (자신만만한 미소로) 그럼 크게 염려할 건 없겠네요.

석훈 : 네.

진우 : 기술위원들과 일대일 약속 잡아요. 확실하게 마무리 집시다.

 

 

74. 신혁 사무실 (아침)

 

하은 : J&C가 로비에 승부를 건다면 우린 진검승부로 상대하면 됩니다.

재훈 : 하지만 J&C가 미리 기술위원들과 질문을 짜 맞추면 저희가 승산이 없습니다.

하은 : (미소를 지으며) 그래도 부딪쳐 봐야죠. 내가 잘나서가 아니라 믿을 수 있는 건 자기 자신이니까

        스스로를 믿고 내 마음이 시키는 대로.

        

<인써트-4부 26씬>

은하 : (미소로) 그냥 걸어가. 오빠 마음이 시키는 대로 오빠가 옳다고 생각하는 길로. 그럼 되는 거야.

 

<사무실>

하은 : (흐린 미소로) 내가 옳다고 생각한 길로 걸어가는 게 최선의 방법입니다.

재훈 : (미소로) 알겠습니다.

하은 : 설계팀 진행 상황은 어때요?

재훈 : 며칠 째 철야로 가동되고 있습니다.

하은 : 그럼(생각하며) 일단 기존의 컨벤션 센터 시공 기술과는 다른 뭔가 차별화 된 설계가 관건인 것 같은데..

        강원도라는 지역적 특성을 살릴 만한 게 뭐 없나요?

재훈 : 설계팀과 미팅을 잡겠습니다.

하은 : 그러세요.

재훈 : 그리고 두시에 신입사원 오리엔테이션이 있습니다, 부사장님.

하은 : (순식간에 굳어졌다가...시선 돌리며) 알겠습니다.

재훈 : (밖으로 나간다)

하은 : (복잡한 표정으로 한 곳 응시하다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린다)

 

 

75. 인테리어 팀 (낮)

 

은하는 자리에 앉아 설계도면 들여다보고 있고

해경과 직원들도 각자 일을 하고 있는데 팀장, 서류 들고 들어오며.

 

팀장 : (큰소리로 직원들에게) 이제부터 실전이야. 기술위원 발표 났어. 이대리.

해경 : 네, 팀장님.

팀장 : 강릉에 한번 내려갔다 와야겠어.

은하 : (강릉이란 말에 고개 돌려 본다)

해경 : 거긴 왜요?

팀장 : (좀 못마땅한 듯) 설계팀이랑 조인해서 강원도 지역 특성 살리라는 부사장 지시야.

해경 : 가봐야 허허 벌판이잖아요?

팀장 : 누가 아니래. 어차피 J&C랑 얘기 끝났다는 소문 파다하더구만.

(E) : 사무실 전화벨

은하 : (시선 돌려 사진 속 하은에 시선이 간다. 그 위로)

해경 : (전화 받는 E) 인테리어 팀입니다. ..잠시만요. 서은하씨.

은하 : (돌아본다)

해경 : 전화.

은하 : ..네. (수화기 들어 받는) 서은합니다.

진우 : (F) 이름을 이제야 알았네요.

은하 : ?

진우 : (F) 강진우라고 합니다.

은하 : (생각이 나질 않는다)..죄송하지만 누구신지 기억이 안 나네요.

 

 

76. 진우 사무실 (낮)

 

진우 : (서성이면서 통화하는) 승용차 타면 멀미하는 숙녀 분한테 두 번 거절당한 사람입니다.

은하 : (F)....

진우 : 아직도 기억 안 나요? 횡단보도에서 며칠 전에 만났었는데.

        

-화면 분할되면서...

은하 : (감흥이 없는 표정으로) 이 번호는 어떻게 아셨어요?

진우 : (미소를 지으며 대뜸) 오늘 저녁 시간 어때요? 두 번이나 거절했으면 식사정돈 같이 해 줄 수 있을 것 같은데.

은하 : ....

진우 : 몇 시가 좋겠어요?

은하 : (담담하게) 그날은 정말 감사했습니다.

진우 : 7시 어때요?

은하 : 죄송하지만 시간이 없네요.

진우 : 내일은요?

은하 : 내일두요.

진우 : 그럼 모렌요?

은하 : 계속 바빠서 시간이 없습니다. 그럼 전화 끊겠습니다. (하곤 먼저 끊는다)

        

-진우에게 화면오고.

진우 : (자존심이 상하는 듯 순간 굳었다가 이내 빙긋 웃는다)

 

 

77. 무릉 건설 옥상 (낮)

 

하은, 주사위 만지작거리면서 생각에 잠겨 먼 곳을 응시하고 있다.

마음의 결심이 선 듯 손목시계를 본다. 2시를 향해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는 시계바늘.

 

 

78. 무릉 건설 강당 (낮)

 

중앙에 걸려있는 현수막. ‘변화와 혁신의 무릉건설 2005년 신입사원 교육’

단상 탁자 뒤론 임원용 의자가 놓여있다.

단상 위 중앙 탁자위에 마이크 준비하고 물이 담긴 컵 등을 바쁘게 놓는 직원.

속속 들어서는 사원들. 그 안에 은하와 해경도 함께 들어온다.

 

 

79. 무릉건설 복도 (낮)

 

하은이 재훈과 함께 걸어온다.

하은의 표정은 무척 긴장돼 있다. 마음을 진정시키려는 듯 주먹 쥔 손에 힘이 들어간다.

 

 

80. 방송국 로비 (낮)

 

강주가 빠르게 뛰어나와 주변을 둘러본다.

택배직원의 모습이 보이자 급하게 앞으로 가 서는 강주.

 

강주 : 이강준데요.

직원 : (서류 봉투 하나 주며) 여기요.

강주 : (받아들고) 고맙습니다. (인사하고 휴대폰부터 찾아서 번호 누른다)

 

 

81. 강당 안 (낮)

 

신입사원들과 각 팀, 팀장과 대리급 이상이 참석해 있다.

경력 사원들은 자기들끼리 앉아있고 은하는 신입사원들 틈에 앉아있다.

담담한 표정으로 앉아있는 은하.

문이 열리고 인철과 박이사 이실장, 다른 임원 여럿이 들어선다.

앞자리에 앉아 있는 팀장급들 일어나서 인사하고 인철, 웃는 얼굴로 인사 받는다.

        

 

82. 강당 앞 복도 (낮)

 

은하를 만날 것이란 예상에 괴로운 심정인 하은, 재훈과 함께 걸어와 선다.

재훈이 문손잡이를 잡는데.

 

하은 : 잠깐만요.

재훈 : ? (본다)

하은 : (긴장된 표정으로 서 있다)

 

 

83. 보도국 복도 (낮)

 

강주 : (서류 봉투 열면서 휴대폰 하고 있다) 변사사건 발생보고서 잘 받았습니다, 선배님.

        (웃으며) 좀 의심이 가는 부분이 있어서요. 고맙습니다. (하고 자리로 간다)

 

 

84. 강당 앞 복도 (낮)

 

긴장된 표정으로 문 앞에 서 있는 하은.

 

재훈 : ..부사장님?

        

하은, 여전히 움직이지 못하고 얼어붙은 듯 서 있다가 이내 결심이 선 듯 입 꽉 다물고 손잡이를 잡는다.

 

 

85. 보도국 (낮)

 

봉투에서 ‘변사사건 발생보고서’를 꺼내드는 강주. 무심히 첫 페이지를 넘기려다가 순간 다시 첫 페이지를 본다.

서류에 붙어있는 하은의 증명사진.

사진을 자세히 들여다보는 강주, 놀라서 표정이 굳는다.

 

 

86. 강당 안 (낮)

 

은하와 다른 직원들 편안한 자세로 기다리고 있다.

은하는 주사위를 손에 쥐고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

단상 위 임원석의 인철에게 박이사가 뭔가 얘기 주고 받으면서..

하은과 재훈이 들어와 단상위로 오른다.

은하는 고개 숙인채 주사위만 바라보고 있다.

하은, 인철에게 인사하고 박이사에게도 고개로 인사를 나눈다. 그리고는 중앙 탁자 앞으로 움직인다.

직원들 자기들끼리 소곤거리며 하은에게 집중한다.

주사위만 바라보던 은하가 무심히 고개를 든다.

막 탁자 앞에 서는 하은이 시선을 사원들에게로 돌린다.

그 순간, 하은의 얼굴에 시선이 멈춘 은하, 마치 시간이 정지된 듯 얼굴에 핏기가 사라진다.

하은의 얼굴엔 표정이 없다.

 

 

87. 보도국 (낮)

 

강주 : (하은의 증명사진을 다시 확인한다. 놀라서)....이게 어떻게 된 거야..

 

 

88. 강당 안 (낮)

 

은하 : (하은에게 시선 고정된 채 믿을 수 없는 듯 신음처럼)...오빠.

        

단상 앞에 선 하은이 입을 연다.

 

하은 : 무릉건설 부사장 (하다 말이 멈춘다)

        

너무도 큰 충격으로 넋이 나간 표정의 은하, 커다란 힘에 이끌리듯 자리에서 일어선다.

눈 앞에 있는 은하의 모습에 어쩔 수 없이 굳어버린 하은.

인철과 박이사, 사원들의 어리둥절한 시선이 은하에게 쏠리며 술렁인다.

은하의 눈엔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아무소리도 들리지 않는 듯 오로지 하은만 바라보고 있다.

은하를 바라보는 하은의 흔들리는 눈빛, 꽉 쥐는 주먹.

충격으로 말을 잃고 서 있는 은하의 멍한 두 눈에 물기가 어리는데서. (엔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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