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 09 - 진실을 찾는 사랑
씬1. 전편 엔딩 스케치
씬85 <강당>
주사위만 바라보던 은하가 무심히 고개를 든다.
막 탁자 앞에 서는 하은이 시선을 사원들에게 돌린다.
그 순간, 하은의 얼굴에 시선이 멈춘 은하, 마치 시간이 정지된 듯 얼굴에서 핏기가 사라진다.
하은의 얼굴엔 표정이 없다.
씬87<보도국>
강주 : (하은의 증명사진을 다시 확인한다, 놀라는)...이게 어떻게 된 거야..
씬88<강당>
은하 : (하은에게 시선 고정된 채 믿을 수 없는 듯 신음처럼)...오빠.
단상 앞에 선 하은이 입을 연다.
하은 : 무릉건설 부사장(하다 말을 멈춘다)
너무도 큰 충격으로 넋이 나간 표정의 은하, 커다란 힘에 이끌리듯 자리에서 일어선다.
눈앞에 있는 은하의 모습에 어쩔 수 없이 굳어버린 하은.
인철과 박이사, 사원들의 어리둥절한 시선이 은하에게 쏠리며 술렁인다.
은하의 눈엔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아무소리도 들리지 않는 듯 오로지 하은만 바라보고 있다.
은하를 바라보는 하은의 흔들리는 눈빛, 꽉 쥐는 주먹.
충격으로 말을 잃고 서 있는 은하의 멍한 두 눈에 물기가 어린다.
씬2. 강당 (전회 엔딩씬 이어서, 낮)
물기 어린 눈으로 서 있는 은하. 술렁대는 사람들의 시선이 은하에게 쏠려있다.
은하를 바라보던 하은의 얼굴에 얼핏 고통스러운 빛이 스친다.
곧이어 무심한 표정으로 은하에게서 시선을 돌리는 하은.
하은 : 저는 무릉건설 부사장 유신혁입니다. 반갑습니다.
얼어붙어 있는 은하위로 사원들의 요란한 박수소리가 울린다.
하은 : 이번 2005년 무릉건설 입사시험에 당당히 합격하신 신입사원 여러분 모두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하은에게 시선 고정된 채 서 있는 은하위로 하은의 인사말 이어지고
김팀장의 ‘어떻게 좀 해 봐’하는 따가운 시선을 받은 해경.
해경 : (난감한, 소리 죽여) 왜 그래, 은하씨?
은하 : ....
해경 : (억지로 잡아 앉힌다) 무슨 일이야, 대체?
은하 : (믿을 수 없는 표정으로 하은에게 못 박힌 시선, 물기어린 눈)
해경 : (영문을 모르겠는 얼굴로 은하 보는)..
하은 : (이어지고 있다) 님이란 글자에 점하나만 찍으면 남이라는 유행가 가사가 있습니다.
사원들, 뜻밖의 시작 말에 웃음소리가 터진다..
하은 : 그리고 삶이라는 글자에 ㅏ 하나만 보태면 사람이란 글자가 됩니다.
삶을 아름답게 이끄는 힘은 바로 사람입니다. 무릉건설을 이끄는 힘은 바로 여러분이며
무릉건설의 미래는 여러분 손에 달려있습니다. 무릉건설을 위해 맘껏 꿈을 꾸십시오.
현실만이 전부라고 생각해 안주하지 말고 이상을 높이 가지십시오.
시도해 보고자 하는 일이 있다면 주저하지 말고 시도하십시오.
실패를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훌륭한 시도는 실패를 하더라도 위대합니다.
연설이 이어지고 있는 사이.
인철은 은하를 알아보는 듯 한 표정이다. 박이사, 흥미롭다는 듯 하은과 은하를 번갈아보고.
재훈은 의구심에 찬 표정으로 은하를 본다.
하은을 뚫어져라 바로 보는 은하,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옆으로 가로 젓는다. ‘이럴 수가 없어..이럴 수가 없어’..하듯이.
하은 : (마치 자신에게 말하듯 힘주어) 아무리 절망적인 상황에 놓이더라도 포기하지 말고 길을 찾으십시오.
뜻이 있으면 신은 반드시 길을 열어놓습니다.
씬3. 강당 앞 (낮)
하은과 인철, 박이사, 재훈, 종인, 임원진들이 밖으로 나온다.
하은의 표정은 어쩔 수 없이 괴로움에 차 있다.
냉정함을 찾으려고 하은의 꽉 쥔 주먹에 힘이 들어가지만 그 손은 미세하게 떨리고 있다.
떨리는 하은의 손을 놓치지 않고 지켜보는 재훈...
씬4. 강당 안 (낮)
얼어붙어 앉아있는 은하에게 힐끔거리는 시선 보내며 자리를 뜨는 사원들.
은하, 꼼짝도 않고 한 손에 주사위를 꽉 쥔 채 얼음처럼 앉아있다.
해경 : (답답해서) 대체 무슨 일이야, 은하씨? (하는데)
은하 : (벌떡 일어서더니 정신없이 밖으로 뛰쳐나간다)
해경 : 은하씨!
씬5. 엘리베이터 앞 (낮)
하은과 인철, 박이사, 종인, 재훈이 엘리베이터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
곧 문이 열리고 안으로 오른다.
은하, 코너를 돌며 정신없이 뛰어와 엘리베이터 앞에 와 서는데 문이 닫힌다.
짧은 순간, 서로를 보는 하은과 은하.
하은의 표정엔 찰라와 같은 고통이 스치는 듯싶더니 은하의 시선에서 하은의 모습이 사라진다.
은하, 멍한 표정으로 정지해 있다가 정신을 차리듯 급하게 옆 엘리베이터 버튼을 미친 듯이 눌러댄 뒤
이내 다시 비상구로 뛰어 들어간다.
씬6. 엘리베이터 안 (낮)
하은, 처연한 얼굴로 애써 냉정을 찾으려는 듯 서 있다.
그런 하은을 묵묵히 지켜보는 재훈.
박이사 : (은근한 호기심으로 하은에게) 아는 사람입니까? 아까 그 여사원 말입니다.
하은 : (애써 표정 정리하고 담담한 미소로 보는데)
인철 : 아, 이제 생각이 났어, 아까 그 신입사원.
하은 : (움찔해서 인철을 본다)
인철 : (종인 보며) 맞는 거 같지?
종인 : 네, 회장님.
하은 : (무슨 일인가 싶어 긴장해서 인철을 보는 위로)
박이사 : (E) 회장님이 아시는 사람입니까?
인철 : (웃기만 하는)
씬7. 비상구 계단 (낮)
정신없이 계단을 뛰어 올라가는 은하.
씬8. 신혁 비서실 (낮)
의구심에 찬 표정으로 안으로 들어오는 재훈, 잠시 생각하는데 은하가 뛰어 들어온다.
재훈 : (놀라서 보는)
은하 : (떨리는 음성)...아까..아까 그 사람..어디 있어요?
여비서 : (사무적으로, 좀 따지듯) 무슨 일이십니까?
은하 : (간절한 눈빛으로 재훈을 보며)..어디 있어요?
여비서 : 무슨 일인지(하는데)
재훈 : (손으로 제지하고, 은하 앞으로 가서) 부사장님을 찾으시는 겁니까?
은하 : (물기 어린 눈으로, 간절히)...그 사람을 만나게 해 주세요.
씬9. 무릉 옥상 (낮)
하은, 처연한 눈빛으로 먼 곳을 바라보고 서 있다.
<인써트>
강당에서 자신을 바라보던 은하의 넋이 나간 슬픈 얼굴.
가슴이 찢기는 듯한 아픔을 참으려고 애써보는 하은, 손에 쥔 은하의 팔찌를 슬픈 눈으로 바라본다.
<인써트-3회50씬>
하은, 팔찌 보이며 이게 무슨 뜻이냐?
은하, 하은과 은하는 영원히 함께 한다고 대답하던 모습.
고통스러운 하은, 팔찌를 쥔 손에 기도하듯 얼굴을 묻는다.
씬10. 신혁 사무실 앞 복도 (낮)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 사무실 밖으로 나오는 은하.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상황에 걸음을 옮기지 못하고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다.
씬11. 인철 사무실 (낮)
인철 : (생각에 잠겨 있는)
종인 : 지금 오라고 할까요, 회장님?
인철 : (대답대신) 그 여사원말야.
종인 : (보는)
인철 : 신혁일 아는 것 같았지?
종인 : 그런 것 같았습니다.
인철 : .....
씬12. 신혁 사무실 앞 복도 (낮)
하은, 처참한 심정으로 터벅터벅 걸어오다 문득 걸음을 멈춘다.
보면, 저쪽에 멍하니 서 있는 사람, 은하다.
하은, 휘청하는 기분으로 은하를 보고 굳어 서 있다.
멍하니 서 있던 은하, 고개를 돌려 하은을 본다.
하은, 슬픔에 찼던 표정을 순간적으로 무심한 얼굴로 애써 바꾸고는 사무실을 향해 걸어간다.
넋이 나간 표정으로 하은을 바라보고 서 있는 은하.
하은, 은하 앞으로 다가간다. 꽉 다문 무심한 표정, 꽉 쥔 주먹...
하은이 가까이 올수록 더욱 믿을 수 없는 은하의 눈에 물기가 일렁이며 하은을 응시하고 있다.
무심한 표정으로 은하를 스쳐 지나가는 하은.
하은이 스쳐지나가는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은하.
하은의 눈에도 동요가 일고 있지만 입 꽉 다물고 떨림이 이는 손으로 손잡이를 잡으려는데.
은하 : 잠깐만요.
하은 : (은하에게 등을 보인 채로 고통스럽게 눈을 감는다)
은하 : ...잠깐만요.
하은 : (돌아본다. 무심한 표정으로 돌아와 있다)
은하 : (흔들리는 눈빛으로 하은을 응시한다)
하은 : (담담하게)..무슨 일이시죠?
은하 : (떨리는 음성)....절 모르나요?
하은 : (짐짓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한 표정)...글쎄요.
은하 : ...서하은이란 이름...들어본 적 없어요?
하은 : (무심하게) 없는데요. (하곤 들어가려는데)
은하 : 저기요.
하은 : (보는)
은하 : (할 말을 찾지 못하고 그렁해진 눈으로 하은의 얼굴을 더듬는다)
하은 : (애써 태연한 척 보고 있지만 눈빛은 흔들리고 있다)
은하 : (혼잣말처럼)...믿을 수가 없어.
하은 :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내 이름은...유신혁입니다.
은하 : (멍한 눈빛으로 믿을 수 없다든 듯 고개를 가로 젓는다)
하은 : (맘 꽉 다잡듯 시선 돌리는데)
은하 : 혹시.
하은 : (보는)
은하 : ...혹시 어렸을 때 잃어버린 형제가 있었나요?
하은 : (당황스런 빛이 찰나처럼 스치곤 이내 무심하게) 그런 것까지 대답해야 합니까?
은하 : ...있었어요?
하은 : 오래전부터 혼자였습니다. (안으로 들어간다)
은하 : (그 자리에 무너져 내릴 듯 서서)...
씬13. 신혁 사무실 (낮)
냉정한 표정으로 들어서는 하은의 얼굴이 급격히 고통스럽게 변한다.
꼼짝도 못하고 서 있는 하은의 슬픈 눈에 물기가 어리며
참을 수 없는 고통을 추스르려 안간힘으로 애쓰는 하은의 입가에서 낮은 신음이 새어나오며 방향을 잃은 시선은 허공을 헤맨다.
씬14. 신혁 사무실 앞 (낮)
은하 : (꼼짝도 못하고 그 자리에 서 있다)...
씬15. 보도국 한 곳 (낮)
강주, 변사사건 발생보고서의 하은의 사진을 들여다보며 프린터기 앞에서 초조하게 서성이고 있다.
곧이어 프린터기에서 인쇄 돼 나오는 서류 한 장. 하은의 주민등록등본이다.
바쁜 손길로 서류를 받아보는 강주.
하은과 은하, 서재수의 가족 관계를 확인한다.
머리가 복잡해지는 강주.
씬16. 인테리어 팀 (낮)
은하의 자리는 비어있고 직원들은 은하의 행동에 대해 수군거리고 있다.
곧 혼이 빠져나간 듯한 은하가 들어온다.
해경 : (득달 같이 가서) 은하씨, 빨리 회장실부터 가.
은하 : (보는)...회장실이요?
김팀장 : 회장님이 서은하씰 보자고 하시는데, 대체 무슨 일이야?
은하 : (영문을 모르겠는)
씬17. 신혁 사무실 (낮)
하은 : (놀라서) 회장님이요?
재훈 : 네. 서은하씰 회장실로 부르셨습니다.
하은 : 이유는요?
재훈 :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하은 : (생각하는)...
재훈 : (어렵게) 저..외람된 질문이지만 혹시 서은하란 신입사원이 강릉에서 부사장님이 말씀하셨던 그..(말끝을 흐린다).
하은 : (씁쓸한 미소로) 아닙니다. 날 다른 사람하고 착각을 한 모양이에요.
재훈 : ..네에. 죄송합니다. 쓸데없는 질문을 해서.
하은 : 괜찮습니다. (시선을 피하려는 듯 서류에 시선 주는)...
재훈 : (보다..돌아서 나간다)
하은 : (그제야 시선을 든다. 착잡한 시선)...
씬18. 인철의 사무실 (낮)
인철 앞에 앉아있는 은하.
인철 : (친절하다) 뜻밖이었어요. 이렇게 다시 만나게 될 줄은 생각도 못했는데.
은하 : (담담하게 보는)
인철 : 우리 딸을 위해 애써준 보답도 못하고 돌려보내서 내내 마음에 걸렸었는데
이렇게 우리 회사에 입사한 걸 보면 서은하씬 나하고 인연이 깊은 사람인 모양이에요.
은하 : (담담하게 듣고 있다)
인철 : 그땐 정말 고마웠어요. 집사람도 같은 마음이구요.
은하 : 아닙니다.
인철 : (웃곤) 헌데 우리 유신혁 부사장을 알고 있는 것 같든데?
은하 : (보는)
인철 : 딴 뜻이 있어서 묻는 건 아니구.
은하 : (담담하게) 제가 아는 사람과 너무 닮아서...착각을 했습니다.
인철 : (주억이며) 그래요. 닮았다는 사람이 누군가?
은하 : ...오빱니다.
인철 : (웃으며) 착각 할 정도로 닮았다니까 한번 만나보고 싶군, 그래. 그 오빠란 분.
은하 : (참담하게)...죽었습니다.
인철 : (순간, 감지하기 어려운 미세한 표정의 변화가 인다)...
씬19. 인테리어 팀 (낮)
김팀장 : 서은하씨 아직 회장실에서 안 왔어?
해경 : 네. 근데 회장님이 왜 은하씰 부르신 거예요?
김팀장 : 나도 모르지. 해경씨한테도 아무 말 안 해?
해경 : ..네에. (하는데)
남자 : (E) 서은하씨 자리가 어디죠?
해경, 보면 포장된 꽃을 배달 온 남자가 보인다.
해경 : 지금 은하씨 자리에 없는데요.
씬20. 재수 포장마차 (늦은 오후)
이제 막 문을 연 포장마차.
재수, 분주하게 테이블 놓고 의자 놓고 있다.
강주 : (급하게 들어온다) 안녕하세요?
재수 : (분주히 일하면서) 안녕하게 생겼소?
강주 : 서하은씨에 대해 여쭤 볼 말이 있어서 왔습니다.
재수 : 그때 말한 게 내가 아는 전붑니다.
강주 : (진지하게) 서하은씨가 아저씨 친 아들이 맞나요?
재수 : (손놓고, 뜨악해서 본다)
강주 : 오해하진 마세요. 나쁜 뜻으로 여쭤보는 건 아니구요.
재수 : (O.L.) 그 놈은 내 친아들이나 진배없는 놈이요! 친아들보다 더 귀한 놈이라구!
강주 : (놀라 굳어서) 그럼...친자가 아니란 말씀이세요?
재수 : (좀 성질나서) 친아들이든 아니든 그게 왜 중요해?!
강주 : 저한텐 중요한 일이에요. 언제 어떻게 만나신 건지 말씀해 주세요.
재수 : (버럭 화낸다) 이런 제길! 기껏 누명 벗겨달라고 부탁 했더니만
비리형사 불행한 과거어쩌구 개 같은 기사나 떠벌릴 생각이야?!
강주 : (간곡하게) 말씀해 주세요. 어쩌면 서하은씨 가족을 찾을 수 있게 될지도 몰라요.
재수 : (휘둥그레져서 보는)
씬21. 신혁 사무실 (늦은 오후)
넥타이를 풀어버린 하은이 재훈, 김팀장과 이실장이 회의를 하고 있다.
은하의 생각으로 표정이 어두운 하은, 회의 내용은 귀에 들어오지 않는 듯 딴 생각에 빠져 있는 위로.
재수 : (E) 20년 전에 어떤 사내가 하은일 나한테 맡겼어요.
씬22. 포장마차 (늦은 오후)
재수 : 잠깐만 데리고 있으라고 하더니만 깜깜 무소식이더라구.
강주 : (긴장된 표정으로) 맡긴 사람이 누군데요? 이름이 어떻게 되죠?
재수 : 그걸 알았으면 내가 진작 하은이 부몰 찾아줬지.
(가슴이 아파오며) 하은이 놈이 말은 안 해도 지 부몰 얼마나 만나고 싶어 했는데..
강주 : (바짝 긴장해서 재촉하듯) 그래서요?
재수 : 무슨 사고를 당했는지 쪼그만 놈이 온통 피투성이었어요.
강주 : (눈빛이 반짝이며) 사고요?
재수 : 예에. 크게 다친 덴 없었는데 지이름도 기억을 못하는 거라. 게다가 말도 못하고.
그러니 뭐 가족을 찾아줄래야 찾아 줄 방법이 있어야지.
강주 : 사고 후유증 같은 건가요?
재수 : 그렇다고 하두만. 근데 정말 가족을 찾을 수 있는 거요?
강주 : (착잡해 져서)...그럴 것 같아요.
재수 : (한숨 쉬 듯) 에휴, 지지리 복도 없는 놈.
강주 : (본다)
재수 : 이제 와서 가족을 찾은들 무슨 소용이야? 가족들한테도 가슴에 두 번 못 박는 꼴이지.
강주 : (복잡한 심정으로 보는)...
씬23. 갤러리 (늦은 오후)
회화 전시회를 보러 나온 이화. 평화로운 얼굴로 그림을 감상하고 있다.
저쪽에서 걸어오던 미정이 이화를 발견하고는 다가온다.
미정 : 안녕하세요?
이화 : (돌아보곤) 안녕하세요.
미정 : 잘 됐다. 전문가를 만났으니까 그림 평 제대로 듣겠네요. 미술 전공하셨죠?
이화 : (쑥스러운 미소로) 전공만 했을 뿐이지 전문가는 아니에요.
미정 : (빙긋 웃곤) 강회장님하곤 같이 안 오셨어요?
이화 : 혼자 왔어요.
미정 : 여자로서 솔직히 사모님이 참 부러워요.
이화 : (본다)
미정 : 강회장님이 부인께 너무 잘하시잖아요. 따뜻하고 다정하고..신혁이한테도 친아들 못지않게 잘해주시구.
이화 : (대답 없이 부드러운 미소를 짓고는 그림에 시선을 돌린다)
미정 : (자존심이 상해서 보는)...
씬24. 방송국 한 곳 (늦은 오후)
복잡하고 착잡한 심정으로 걸어오는 강주, 걸음 멈추고 잠시 망설이다
결심이 선 듯 휴대폰을 꺼내들어 버튼을 누른다.
씬25. 신혁 사무실 (늦은 오후)
하은, 슬픈 눈으로 주사위를 들여다보고 있다.
(E) : 전화벨
하은 : (받으며) 강 (하다 허탈한 미소 지으며) 유신혁입니다.
강주 : (F) 나야.
하은 : 누구신데요?
강주 : (F) 내 목소리도 잊었어?
하은 : (담담하게) 어. 이강주.
씬26. 방송국 한 곳 (늦은 오후)
강주 : 이유는 묻지 말고 대답만 해줘. 20년 전에 오빠, 친아버지하고 쌍둥이 형 교통사고였지?
하은 : (의문이 어린 F)....그건 왜?
강주 : 이유는 묻지 말라니까. 교통사고 맞아?
하은 : (F)...그래.
강주 : 사고 장소가 어디였어?...확인할 일이 있어서 그래.
씬27. 신혁 사무실 (늦은 오후)
하은 : (긴장된 얼굴로, 목소리는 침착하게)...뭘 확인하려구?
강주 : (F) 강원도였어?
하은 : ..그럴 거야, 아마.
강주 : (F, 한숨처럼)...그렇구나.
하은 : 무슨 일인지 궁금한데? 뜬금없이 20년 전 얘길 꺼내서.
씬28. 방송국 한 곳 (늦은 오후)
강주 : (후 한숨을 내 쉬곤, 마음 다잡고) 내일 시간 좀 내. 할 얘기가 있어. ...전화로 할 얘긴 아냐.
씬29. 신혁 사무실 (늦은 오후)
하은, 수화기 내려놓고 생각하는, 도대체 무슨 일일까...이강주가 왜 이 일을 묻는 걸까...
씬30. 무릉 한 곳 (늦은 오후)
해경 : (은하에게 자판기 커피를 건네며) 이유나 좀 알자.
은하 : (본다)
해경 : 부사장하고 무슨 관계야? 혹시 부사장한테 실연이라도 당했어?
은하 : (쓸쓸한 미소로)..닮았어요.
해경 : (보는)
은하 : ...우리 오빠하구. (쓸쓸한 미소로) 많이 닮았어요.
해경 : (황당한 듯) 난 또...닮은 사람은 많아, 은하씨.
은하 : (허탈한 미소 지어 보이는데 눈엔 물기가 어리며) 믿을 수 없을 만큼 똑같아요.
해경 : (이해하는 듯 보며) 은하씨 맘은 이해하는데 여긴 회사야. 공과 사는 구별해야지.
신입이 벌써부터 사람들 입방아에 올라서 좋을 거 없잖아?
은하 : ...죄송합니다. 앞으론 이런 일 없도록 주의 할게요.
씬31. 분식집 앞 (늦은 오후)
허름한 분식집 앞에서 천사장이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다.
곧 초라한 차림의 양만철 부인이 분식집 안에서 나온다.
부인 : 절 찾으셨다구요?
천사장 : 양만철씨 부인되시죠?
부인 : (경계하는 눈빛으로)...그런데요.
천사장 : (대뜸 봉투하나 건네며) 어떤 분이 이걸 전해달라고 부탁하셔서요.
부인 : (경계를 풀지 못하고) 뭔데요, 이게?
천사장 : (사람 좋게 웃으며) 글쎄요. 저야 단지 심부름만 하는 사람이니까.
(하고 돌아서다가) 아, 참. 혹시 양만철씨 유품 중에서 뭐 특별한 건 없었습니까?
부인 : 특별한 거라뇨?
천사장 : 뭐든지요.
부인 : (경계하는 눈길)
천사장 : (웃으며) 혹시라도 그런 걸 발견하시면 (전화번호 적힌 쪽지 내밀며) 전화 주세요.
부인 : (받지 않고 경계하듯 보고 있다)
천사장 : 나쁜 사람 아닙니다. (부인 손에 쪽지 쥐어주고 돌아서서 간다)
불안한 얼굴로 조심스럽게 봉투안의 것을 꺼내드는 부인.
분식집 계약서와 편지가 들어있다.
부인, 가계 계약서를 보고 놀라서 황급히 편지를 읽기 시작한다.
하은 : (E) 그 가겐 이제 부인 소윱니다. 양만철씬 두 딸과 부인 걱정을 많이 했었습니다.
씬32. 신혁 사무실 (밤)
비가 내리고 있다.
창밖에 비를 말없이 바라보고 서 있는 하은, 한 손엔 주사위가 여전히 들려있다. 그 위로.
하은 : (E) 이건 양만철씨가 저에게 보인 마지막 양심에 대한 작은 보답이니 거절하지 말아주십시오.
씬33. 무릉 건설 앞 (밤)
멍하니 비를 바라보고 서 있는 은하.
<인써트>
하은 :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내 이름은 유신혁입니다.
은하, 도저히 믿어지지가 않는 현실에 넋을 놓고 서 있다.
씬34. 무릉 로비 (밤)
하은, 혼자 밖으로 걸어 나오다 멈칫 걸음을 멈추고 굳어 선다.
건물 앞에 서 있는 은하의 뒷모습에 심정이 철렁 내려앉는 하은.
잠시 그렇게 서서 은하를 바라보다가 맘을 꽉 다잡고 걸어 나간다.
씬35 무릉 건설 앞 (밤)
비를 바라보고 한 발짝도 움직이지 못하고 서 있는 은하.
하은이 밖으로 나와 은하 앞에 선다.
은하가 시선을 돌려 하은을 본다.
하은, 은하의 시선을 느끼면서도 건물 앞에 멈추는 자신의 승용차만 바라보고 있다.
하은을 바라보는 은하의 눈엔 간절함이 담겨 일렁이고 있다.
기사, 승용차에서 급하게 우산 펴 들고 내려 하은 앞으로 와서 우산을 내민다.
하은, 한 발 앞으로 나가려는데 은하가 하은의 팔을 잡는다.
철렁하듯 굳어선 하은, 시선을 돌려 본다.
은하, 시선을 내린 채 하은의 팔을 잡고 있다. 은하의 손이 부들부들 떨린다.
은하의 떨림을 느끼는 하은, 무너져 내릴 것 같은 심정으로 보는...
은하 : (고개를 숙인 채 떨리는 목소리)...믿을 수가 없어서...
하은 : (처연한)..
은하 : ..믿을 수가 없어서요. (그제야 고개 드는데 눈물이 흐르고 있다)
하은 : (은하의 눈물에 가슴이 내려앉는다)
은하 : ...도저히...믿을 수가 없어요.
하은 : (애써 무심한 표정으로) 그 사람이..날 그렇게 닮았습니까? 이렇게 착각할 만큼?
은하, 하은을 간절한 눈빛으로 바라본다.
하지만 흔들림 없이 무심하게 바라보는 하은의 시선에 은하의 눈빛이 서서히 절망감으로 바뀌면서..
하은의 팔을 잡았던 손을 조용히 놓는다.
은하 : (애써 침착하게)...무례를 했습니다.
하은, 대답 못하고 처참한 심정으로 은하를 바라보다 이내 기사가 받쳐주는 우산을 받으며 승용차로 걸어간다.
은하는 그 자리에 못 박힌 듯 서 있다.
하은 : (기사에게 조용히) 우산....저분께 드리세요. (운전석에 오른다)
하은의 차가 망설임 없이 출발한다.
은하, 떠나는 하은의 차를 보고 있다.
기사 : (우산을 은하게 전하며) 부사장님께서 전하시랍니다.
은하 : (멍하니 우산을 본다)
씬36. 달리는 차 안 (밤)
고통스러운 얼굴로 힘겹게 운전하는 하은, 터질 것 같은 감정을 추스르려 애써보지만 쉽지가 않은 표정이다.
씬37. 무릉 건설 앞 (밤)
처연한 눈빛으로 우산을 한손에 들고 그 자리에 서 있는 은하.
씬38. 달리는 차 안 (밤)
자신도 모르게 핸들을 꺾어 차를 돌리는 하은. 하지만 얼마 가지 못해 브레이크를 밞아 차를 세운다.
하은의 고통스러운 시선이 허공을 헤매더니 핸들에 머리를 묻는다.
씬39. 인철의 거실 (늦은 밤)
지친 몸으로 들어서는 하은을 이화가 맞는다.
이화 : 왜 이렇게 늦었어?
하은 : (지친 미소를 지으며) 저 기다리셨어요?
이화 : (미소로) 그래. (의아하다는 듯) 술 마셨니?
하은 : ..조금요. (애써 웃는 얼굴로) 늦었는데 어서 주무세요. (하곤 이층으로 올라간다)
이화 : (미소로 보곤 돌아서려는데)
하은 : 어머니.
이화 : (돌아본다)
하은 : (아이 같은 미소로) 저 밥 좀 차려주세요. (흐릿한 눈으로 웃으며) 갑자기 어머니가 차려준 밥이 먹고 싶다.
이화 : (의아해져서 보는)...
씬40. 인철의 주방 (늦은 밤)
어머니가 차려준 밥상을 앞에 놓고 먹먹한 가슴으로 앉아있는 하은.
이화 : (국 그릇 놓아주며) 이 시간에 밥을 다 찾구..배가 많이 고팠나부다?
하은 : (어머니를 바로 보지 못하며)..네. 배가 많이 고팠어요.
이화 : (걱정스런) 혹시..아줌마 음식이 입맛에 안 맞는 거 아니니?
하은 : 아니에요, 그런 거. (멋쩍게 웃어 보인다)
이화 : 밤늦게 먹는 거 안 좋은데. 천천히 먹어. 급하게 먹지 말구.
하은 : ..네에. (수저 든다)
이화 : (미소로 보다가 나가려는데)
하은 : 어디.
이화 : ? (본다)
하은 : ..여기 계세요.
이화 : (의아해서 보며)...난...니가 식사할 때 옆에 사람 있는 거 싫어해서.
하은 : (멋쩍은 듯 부스스 웃으며) 맞다. 불편하긴 하다. 술 먹으니까 괜히 어리광부리고 싶어지네.
이화 : (미소로) 그럼 있을게.
하은 : (부러 밝게) 아니에요. 들어가세요. 혼자 먹을 게요. 그게 더 편하겠어요.
이화 : (순간 복잡해지는 표정)
하은 : (웃는 얼굴로) 그게 더 편해요. 그게 좋겠어요.
이화 : (미소를 띠우며) 그래, 그럼. (나간다)
하은, 슬픈 눈으로 어머니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밥을 먹기 시작한다.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끼는 하은, 밥을 입에 꾸역꾸역 넣는다.
하지만 가슴이 막히고 목이 막혀와 음식을 넘기는 것조차 힘들어 보인다.
씬41. 인철의 안방 (밤)
복잡한 표정으로 들어오는 이화. 인철은 잠들어 있다.
이화, 무언가 맘에 걸리는 듯 의구심이 담기 표정이다.
씬42. 주방 (밤)
음식을 입에 밀어 넣는 하은, 넘어가지 않는 음식을 삼키려고 애쓰지만 더 이상 음식을 넘기기가 힘이든지
힘없이 수저를 놓는 하은의 눈에서 어느 순간 눈물이 흐르더니 차츰 고개가 꺾인다.
하은의 어깨가 가늘게 떨려오며 소리 없이 흐느낀다. (F.O.)
씬43. 은하 방 (아침)
출근 준비를 끝낸 은하, 가방 들고 일어서는데 재수가 들어선다.
재수 : 어젠 왜 그렇게 늦었어?
은하 : (애써 명랑하게) 오랜만에 친구 만나서 저녁도 먹고 수다도 떨구..그래서 좀 늦었어요.
재수 : (거짓말인지 안다)..그랬어?
은하 : 다녀올게요, 아빠. (나가는데)
재수 : (따라 나가며) 은하야.
씬44. 재수 거실 (아침)
은하 : (멈추고 본다)
재수 : 어쩌면 하은이 친부모를 찾게 될지도 모르겠다.
은하 : (놀라서)...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씬45. 경찰서 구내식당 (낮)
강주가 들어와 둘러본다. 저쪽에서 수철과 장형사가 식사하는 모습이 보이자 ‘찾았다’ 싶은 얼굴.
수철은 식욕이 전혀 없어 보인다.
장형사 : 아무래도 이상해요.
수철 : 뭐가?
장형사 : 김성호사장 아들이요. 고소 취하된 게 벌써 두 번째잖아요.
수철 : 돈 많은 집 아들이니까 돈으로 해결했겠지.
장형사 : (주위를 의식하듯 작은 소리로) 그게 아니라요. 그때마다 서장님 차가 바뀌잖아요. (하는데)
강주 : (의자 놓고 옆에 턱 하니 앉는다)
수철과 장형사, 깜짝 놀라서 본다.
강주 : (작심한 듯) 지금부터 경찰은 경찰답게 기자는 기자답게 솔직하게 얘기 좀 해 보죠.
수철 : (귀찮은 듯) 무슨 얘기요?
강주 : 두 분이 알면서도 감추고 있는 동료경찰에 대한 얘기죠, 물론.
수철과 장형사 당황스런 시선을 교환한다.
씬46. 공원 (낮)
천사장이 샌드위치 먹으면서 하은과 얘기하고 있다.
천사장 : 김성호사장이 허서장한테 뇌물을 준 건 확실한 것 같애요.
하은 : (엄마와 산책 나온 꼬마 형제들이 장난치는 모습을 쓸쓸한 미소로 바라보는 위로)
천사장 : (E) 김사장 비서 말엔 오천만원을 현금으로 인출했다는데 그 날이 김사장과 허서장이 만났던 날이에요.
하은 : (무심한 미소로) 그래요? 저번에 부탁드린 건 알아보셨어요?
천사장 : 이태준하구 건설부에 같이 근무했던 사람하고 접촉 중에 있어요. 이태준 때문에 물먹고 옷 벗은 사람이거든요.
하은 : (만족스런 미소로) 역시 천사장님께 의뢰한 건 탁월한 선택이었어요.
천사장 : (피식 웃으며) 나야 돈 받고 하는 일이니까. 그리고 뭐 껀수가 되는 정보면 정보지에 실을 수도 있는 거구.
하은 : 정보지에 싣는 건 약속대로 나와 협의를 통해섭니다.
천사장 : (빙긋) 알고 있어요. 이런 질문 불문율인 거 아는데 어쩐지 자꾸 호기심이 생겨서.
하은 : 뭐가요?
천사장 : 이유가 뭡니까? 개인 원한이에요?
하은 : (냉소를 짓더니) 또 연락드리겠습니다. (하고 간다)
천사장 : (대답할리가 없지, 픽 웃고는) 저기요.
하은 : (돌아본다)
천사장 : 정말 우리 만난 적 없어요?
하은 : (의미 있는 미소로) 오다가다 만났을 수도 있었겠죠. (간다)
천사장 : ...분명히 어디서 봤어. (생각하는) 어디더라...
씬47. 구내식당 (낮)
강주와 수철, 장형사.
강주 : 경찰들끼리 감싸주기 수사하면서 의혹을 은폐했다는 기사, 방송에서 떠들어도 괜찮겠어요?
장형사 : (발끈해서) 감싸주기 수사라뇨? 그런 적 없어요.
강주 : (유도심문하려는 의도) 감싸주기가 아니면 뭐예요? 서하은씬 비리 때문에 도주중이었잖아요?
수철 : (화내듯) 함부로 말하지 마십쇼! 하은인 절대로 비리를 저지를 놈이 아니라구요!
강주 : (걸렸다 싶어) 증인도 있고 증거도 있잖아요?
수철 : 그게 다 조작된(하다 말을 멈춘다)
강주 : (이때다 싶어서) 조작된 거라뇨? 증인도 증거도 모두 조작된 거란 얘긴가요?
수철 : (당황한다)
강주 : 누가요? 뭐 때문에요?
수철 : 그 사건은 관할에서 수사 중이니까 죽은 사람 더 이상 괴롭힐 생각 마세요. (하고 일어선다. 장형사도 따라 일어서는데)
강주 : (벌떡 일어서며) 누명을 썼다면 진실을 밝혀야죠. 그게 동료로써 해야 할 일 아니에요?!
수철과 장형사, 말문이 막혀서 강주를 본다.
강주 : 비리형사 까발리는 기사 쓰려는 거 아닙니다.
수철 : (보는)..
강주 : 서하은 형사가 왜 비리에 연류됐구 도대체 왜 강원도까지 가서 살해 된 건지 그 진짜 이율 알고 싶은 거예요.
수철 : (당황스레) 그건 아까도 말했지만 관할에서 수사 중인 사건이에요. (하고 휙 도망치듯 나가버린다)
장형사 : (뭔가 망설이듯 보다가 수철을 뒤 따른다)
강주 : (뭔가 숨기는 게 있음을 확신하는 표정으로)...
씬48. 경찰서 한곳 (낮)
장형사 : (수철을 따라잡으며) 저기요. 믿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저 기자.
수철 : (딱 멈추고) 그래서? 뭘 어떻게 한다구?
장형사 : 어떻게 한다는 게 아니라. 사실이잖아요. 의심스러운 부분이 많은 건.
수철 : (O.L.) 우리가 못 찾는 증걸 기자가 찾아 줘? 기자한테 말해봐야 비리경찰 얘기만 갖고 떠들게 뻔해.
장형사 : (말문이 막혀서)...
수철 : 증거는 어떻게든 우리가 찾아야 돼. 무슨 수를 써서든 내가 찾고 말거야. 10년이 걸리든 20년이 걸리든! (하고 가버린다)
장형사 : (후 한숨쉬곤 따라가는)...
씬49. 허서장실 (낮)
허서장, 점심을 먹기 위해 막 일어서는데 여경이 서류봉투 하나 들고 들어온다.
여경 : 택배가 왔습니다, 서장님.
허서장 : 이리 줘봐.
허서장, 여경한테 서류를 받아 본다. 겉봉투엔 받는 사람이 허덕우 서장이고 보낸 이는 없다.
허서장 : 보낸 사람이 없어, 왜?
하며 봉투를 열어 안에 것을 꺼내든다. 순식간에 낯빛이 굳어버리는 허서장.
천사장이 하은에게 보여주었던 동찬과 중소기업 사장과 만나는 장면을 찍은 사진이다.
허서장, 창백하게 굳어서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편지 같은 것이 있는지를 찾아본다.
작은 쪽지가 하나 나온다. 워드로 찍은 글자.
하은 : (E) ‘진실의 가치는 언젠가 밝혀진다는데 있습니다. 부디 그때까지 건강하시길‘
허서장, 다리가 후들거려 자리에 털썩 주저앉는다.
씬50. 하은의 오피스텔 (낮)
하은, 무서우리만큼 냉정한 얼굴로 의자에 앉아 벽에 붙어있는 허서장의 사진을 응시하고 있다.
씬51. 상국 사무실 (낮)
상국 : (소파에 앉으며 동찬을 맞는다) 여기까지 어쩐 일이야?
동찬 : (앉으며 비죽 웃으며) 회장님 뵌 지도 오래 됐구 또 스타호텔에 대한 의논도 해얄 것 같구해서 겸사겸사 들렸습니다.
상국 : (미간 찡그려지며) 스타호텔 얘기라니?
동찬 : 그야 회장님도 잘 아시다시피 제가 책임질 호텔 경영권에 관한 얘기죠.
상국 : (심기가 확 불편해진다) 그 문제는 좀 더 심사숙고해야 할 것 같아. 동네 여관도 아니구 호텔 사업이란 건 범위가 큰 사업이야.
동찬 : (웃는 얼굴로) 저도 15년 동안 호텔사업을 해 온 사람입니다.
상국 : 그거하곤 달라.
동찬 : (웃지만 무서운 눈빛) 임대식사장 처리할 때 저하고 약속하셨던 일입니다. 잊으셨습니까?
상국 : (굳어지며) 약속이라니? 생각해보자고 한 것뿐이지 약속 한 적은 없어. 그 일에 대한 대가도 이미 충분히 치렀구.
동찬 : 섭섭합니다, 회장님. (몸을 상국 앞으로 내밀며) 전 회장님만 믿고 15년을 모셨던 형님께 몹쓸 짓을 저질렀습니다.
어디 그 뿐인가요? 서하은(하는데)
상국 : (말 자르며) 자네 지금 날 협박하는 건가?
동찬 : (얼른 표정과 자세 공손한 척 바꾸며) 제가 감히 회장님께 어떻게 협박을 합니까?
단지 우리가 같은 배를 타고 있단 사실을 확인시켜 드린 것 말고는 딴 듯은 없습니다.
상국 : (굳어서) 우리?
동찬 : (승자의 미소로) 네, 회장님과 저. (강조하듯) 우리.
상국 : (잔뜩 굳어서 일그러지는)
씬52. 상국 사무실 앞 복도 (낮)
동찬, 수하와 함께 밖으로 나온다.
사무실 보며 비웃음을 날리고 걸어가는 동찬.
앞에서 오던 석훈이 동찬을 본다.
동찬은 석훈을 전혀 신경 쓰지 않고 다른 때 보다 더 당당하게 간다.
씬53. J&C 앞 (낮)
밖으로 나와 차에 오르는 동찬의 모습을 찍는 카메라 셔터 소리.
카메라 렌즈가 떠나는 동찬의 차를 따라가다가 구석진 곳 한곳에서 동찬을 지켜보는 사람이 얼핏 잡힌다.
휙 남자 쪽으로 돌아가는 카메라의 시선.
동찬의 차를 숨어서 지켜보고 있는 수철이다.
씬54. 멈춰진 차 안 (낮)
J&C 앞 한 곳에 세워져 있는 천사장의 차 안.
천사장 : (카메라 내려놓고 흥미로운) 저건 또 뭐야?
(차창 밖으로 수철이 J&C 건물을 올려다보고 있는 모습을 보며) 이거 점점 재밌어지는데?
하곤 시동 걸려다가 손길을 멈춘다. 그리곤 다시 차창 밖 수철에게 시선을 준다.
수철은 자신의 차에 오르고 있다.
천사장 : (생각에 골몰해서 혼잣말)..맞아..이 년 전에.
수철 : (E) 도무지 이해가 안 가네.
씬55. 경찰서 조사계 (낮, 이년 전 회상)
수철, 컴퓨터 앞에 놓고 앉아 조서 작성중이다.
그 앞에 앉아있는 천사장.
수철 : 천공명씨 참 무모한 사람이네 정말.
천사장 : (담담하게) 이해 받을 생각 없으니까 구속하세요.
수철 : 아니 그렇게 어렵게 사기 친 돈을 (하는데)
하은 : (기분 좋게 들어오며) 김수철, 만두 먹으러 가자! (한손엔 여전히 주사위)
수철 : 너희 팀 놔두고 꼭 남의 반에 와서 그러냐?
하은 : (아이처럼 웃으며) 너도 금방 강력계로 올 거면서 뭘 그러냐? 바쁘냐?
수철 : 보면 몰라.
하은 : 기다릴게 그럼. (하며 여기저기 기웃거린다. 그 위로.)
수철 : (E) 치페코씨 말로는 외국인 노동자 체불임금 대신 받아주려고 당신이 꾸민 사기라는데 사실이에요?
하은 : (관심이 가는 듯 천사장을 본다)
천사장 : (하은 보지 않은 채로) 불법체류자라고 협박이나 하면서 돈 떼먹는 그런 놈은 사기 아니라 뭘 당해도 쌉니다.
하은, 빙긋 호의적인 웃음으로 천사장을 본다.
천사장 무심하게 돌아보다 자신을 보는 하은과 시선이 마주친다.
하은, 멋쩍은 듯 빙긋 웃어 보이고는 자기 할 일 하고 천사장도 무심하게 시선을 돌린다. 그런 모습 위로.
수철 : (E) 그렇다고 사장 돈을 가로채요? 천공명씨 전과자 줄 가서 좋을 거 뭐 있어요?
씬56. 교도소 면회실 (낮, 회상)
천사장을 면회 온 필리핀 노동자 치페코.
천사장 : (의아해서) 형사? 어떤 형사?
치페코 : 이름 몰라. 서형사라고 했다.
천사장 : (뜻밖의 얘기에 의아한 위로)
치페코 : (E) 치페코 고향 너무너무 가고 싶다 했더니 서형사님이 비행기표 끊어줬다. 투데이 있다가 간다.
천사장 : ....
씬57. 멈춰진 차 안 (낮, 현재)
천사장 : (그제야 생각이 난 듯 허 웃는다. 그 위로)
하은 : (E) 어떤 형사가 그러더군요.
<인써트-8회>
하은 : (불쑥) 가끔은 풀어주고 싶은 범인이 있는데 천사장님이 그 중에 한 사람이었다구요.
천사장 : (확신에 찬웃음으로)...맞아. 틀림없이 그 얼굴이야.
씬58. 신혁 비서실 (낮)
하은이 나온다. 재훈과 여비서 일어선다.
하은 : (재훈에게) 점심 먹으러 가죠. (여비서 보며) 은영씨도 같이 갑시다.
여비서 : (당황해서 본다)..네?
하은 : (여비서 상관없이 재훈에게) 내가 쏠게요. 구내식당 괜찮죠?
재훈 : ..좋습니다.
하은, 먼저 나가고 재훈이 뒤 따라 가는데.
여비서 : (재훈에게) 부사장님 너무 달라지신 것 같아요?
재훈 : (미소 지어보이며) 좋은 변화잖아.
하며 나간다. 여비서도 어리둥절한 채 바쁘게 따라 나선다.
씬59. 무릉 복도 (낮)
하은과 재훈, 여비서가 걸어 나온다.
하은, 문득 걸음을 멈춘다.
엘리베이터 앞에 샘플 북을 한 아름 안고 걸어와 서는 은하.
은하는 하은을 보지 못했다.
하은, 흔들리는 맘을 다지고 걸어가는데
은하가 샘플 북을 힘들게 안고 한 손으로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려다 들고 있던 샘플 북을 바닥에 떨어뜨린다.
순간적으로 자신도 모르게 은하 쪽으로 가려다가 움찔 멈춰서는 하은.
그런 하은을 보는 재훈.
은하는 하은을 보지 못한 채 샘플 북 정리해서 든 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안으로 탄다.
하은, 애틋한 얼굴로 바라보다 이내 맘 굳게 먹고 걸어간다.
하지만 그 얼굴엔 깊은 슬픔이 드리워져 있다.
씬60. 인테리어 팀 (낮)
샘플 북을 한 아름 안고 들어와 자리로 와 앉는 은하.
문득 책상위에 놓인 포장된 꽃에 이제야 시선이 간다.
의아한 얼굴로 꽃을 보는 은하, 카드가 눈에 들어와 막 집어 들려는데.
해경 : 그 꽃 누가 보낸 거야?
은하 : 모르겠어요.
해경 : 은하씨가 모르면 누가 알아?
은하 : (미소 지어보이곤 카드 펼쳐본다)
진우 : (E) 무릉건설에 합격하신 건 축하드립니다. 그리고 서은하씨와 세 번째 우연은 제가 만들겠습니다. 정진우.
은하 : (아무런 감흥이 없는 무심한 표정으로 카드를 놓고는 샘플 북 펼쳐보는데)
김팀장 : (들어오며) 이대리하고 서은하씨.
은하와 해경 김팀장을 본다.
김팀장 : 3시에 부사장하고 미팅 있어.
은하 : (자신도 모르게 긴장되는 표정위로)
해경 : (E) 컨벤션센터 건인가요?
김팀장 : (E) 응.
씬61. 진우 사무실 (낮)
진우 : (석훈에게 보고를 받은 뒤다) 회장님을 찾아온 이유는요?
석훈 : 정확하진 않지만 스타호텔 건으로 온 것 같습니다.
진우 : 스타호텔이요?
석훈 : 네. 최동찬사장이 스타호텔 인수에 관여를 했습니다.
진우 : (생각하다 나가려는데)
석훈 : (눈치 빠르게) 회장님은 이태준의원님과 약속이 있어 나가셨습니다.
진우 : ...그래요. 앞으로도 최동찬을 계속 주시해서 보고하세요.
석훈 : 알겠습니다. 그리고 이번 턴키 기술위원 교수들과 저녁약속이 잡혔습니다.
진우 : 알고 있습니다.
석훈 : (인사하고 나간다)
진우 : (석연치 않은 얼굴위로)...
상국 : (잔뜩 열이 오른 E) 언제까지 두고 볼 셈이야?!
씬62. 식당 룸 (낮)
상국 : (열이 올라서 어쩔 줄 모르며) 이젠 협박까지 하고 있어. 이대로 뒀다간 우리 목덜미를 물게 될 거라구!
태준 : 함부로 건드려선 안돼. 최동찬은 너무 많은 걸 알고 있어.
상국 : (속이 터진다) 쉽게 입을 열진 못해. 살인을 한 건 바로 최동찬이니까.
태준 : 하지만 잃는 건 우리가 더 많지.
상국 : (굳어 보는)
태준 : 우는 아이는 젖을 물려 달래는 수밖에 없어.
상국 : (분을 삭이지 못하고) 최동찬을 너무 쉽게 생각했던 게 실수야.
태준 : (냉소를 띠우며) 심각하게 생각하지 마. 그래봐야 뒷골목 양아치니까. 그나저나 신혁이말야.
상국 : (본다)
태준 : 자네보기엔 어때? 이상한 느낌 같은 거 못 받았어?
상국 : 이상한 느낌이라니?
태준 : 어딘가 좀 달라진 것 같아서 말야.
상국 : (비웃듯 웃으며) 신혁이 녀석 이제야 좀 사내다워 졌어.
태준 : (미간을 찌푸리며 본다)
상국 : (좀 의기양양한 기분으로) 강주보다는 자네한테 관심이 많아서 결심한 결혼이었다구 나한테 솔직히 털어놓드구만.
태준 : 신혁일 만났단 얘긴가?
상국 : 어, 며칠 전에 만나서 술 한 잔 했어.
태준 : (어이없는 듯 냉소를 지으며) 그래?
씬63. 소회의실 (오후)
은하와 해경, 김팀장, 이실장, 설계팀 직원 등이 기다리고 있다.
곧이어 하은과 재훈이 들어온다.
다들 자리에서 일어선다.
은하를 본 하은, 순간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다.
은하 역시 동요가 이는 얼굴이다.
하은, 이내 맘을 굳게 다져 먹듯 씩씩하게.
하은 : 앉으세요. (앉는다)
다른 직원들도 앉는다.
은하, 마음을 가라앉히려고 서류에 시선을 준다.
그 모습을 보는 재훈과 해경의 시선.
하은 : (은하에게 가려는 시선을 억지로 붙들어 매며) 컨벤션센터 시공사 선정 날짜가 임박했습니다.
J&C에 맞서려면 설계의 차별화가 필요하고 설계도면 수정이 불가피 합니다.
이실장 : 부사장님 말씀대로 외관 디자인은 강원도라는 지역적인 특성을 살려서
은하, 노트에 회의 내용을 적는 손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다.
그 모습을 보는 하은의 얼굴에 슬픔이 가득하다. 그 위로.
이실장 : (E) 자연과 문화의 조화라는 모토로 수정해야 할 것 같습니다.
씬64. 고급 식당 룸 (늦은 오후)
진우와 석훈, 기술위원인 대학교수 두 명이 술과 요리를 놓고 얘기중이다.
진우 : 저희 J&C에선 디자인부터 21세기를 주도하는 최첨단 컨셉으로 설계했습니다.
씬65. 무릉 건설 소회의실 (늦은 오후)
하은 : 분명 J&C에서 내세우는 건 최첨단 컨셉일 겁니다. 그에 맞서서 우린 친환경 적인 요소를 배치시키는 게 좋을 듯한데.
해경 : 안 그래도 서은하씨가 그에 대한 복안을 내 놨습니다.
하은 : (은하를 본다)
은하 : (하은의 시선에 흔들리는 맘을 다잡고) 큰 복안이라고 할 순 없지만 내부를 원목 자재를 써서 마감하고
하은 : (그리움에 찬 얼굴에 살포시 미소가 떠오르며 보는 위로)
은하 : (E) 여러 개의 홀을 구분지어서 만드는 것 보다 농기계 같은 큰 전시물 위해
은하 : 전시 홀을 하나로 크게 만들고 필요에 따라 칸막이를 만들어 나눠 쓰는 게 좋을 듯 합니다.
(하며 자신도 모르게 하은을 본다)
하은 : (미소를 얼른 지우며 황급히 시선 돌리며) 좋은 생각이네요. 다른 의견은요?
은하 : (하은을 바라보던 시선을 힘겹게 돌리는 위로)
김팀장 : (E) 복층 부스를 세울 수 있을 만큼의
씬66. 고급 식당 룸 (늦은 오후)
진우 : 약속대로 올 연말까지 교수 연구동은 완성하겠습니다.
안교수 : (싫지 않은 듯 웃으며) 뭐 그런 거까지 신경 쓸 거야 없는데...
진우 : 아닙니다. 연구에 전념하시는 분들을 위해 기업에서 그 정도 뒷받침은 해 드려야죠.
씬67. 소회의실 앞 복도 (늦은 오후)
회의를 마치고 나오는 하은과 은하, 나머지 사람들.
하은 : (김팀장에게) 앞으로 철야 작업에 저도 참여하겠습니다.
설계팀하고 인테리어 팀은 같이 움직이는 게 좋을 것 같은데요.
김팀장 : 안 그래도 이대리하고 은하씰 참여시킬 생각입니다.
하은 : (마음이 복잡해지는)...그래요.
은하 역시 복잡한 심정으로 조용히 뒤에서 걸어오고 있다.
해경이 그런 은하를 안쓰럽게 바라본다.
씬68. 경찰서 앞 (밤)
휴대폰 통화하면서 급하게 걸어 나오는 강주.
강주 : 내가 그쪽으로 갈게. 8시면 도착할 거야.
급한 걸음으로 경찰서로 들어가는 천사장이 강주와 스쳐 지나간다.
씬69. 경찰서 로비 (밤)
천사장, 들어와서 두리번거리다 저쪽에서 생각에 빠져 걸어오는 수철 모습에 얼굴 환해져서
빠르게 수철 쪽을 향해 급한 걸음으로 간다.
천사장 : (수철을 가로막듯 서며) 안녕하세요?
수철 : ? 누구시더라.
천사장 : (웃는 얼굴로) 천공명입니다. 한 이 년 쯤 됐는데.
수철 : (자세히 보는...그제야 생각난 듯) 아아...언제 나왔어요?
천사장 : (웃으며) 몇 달 안됐어요.
수철 : 근데 여긴 어쩐 일이세요? 이런데 또 오면 안 되는데?
천사장 : (웃는 얼굴로) 서형사님을 만나려구요.
수철 : (의아해서) 서형사요?
천사장 : 네. 그때 노동부에 진정서 넣어준 분 서형사님 맞죠?
수철 : 맞긴 한데....하은인 왜 찾으시는데요?
천사장 : 아..그 분 성함이 하은입니까?
수철 : 글쎄 왜 찾으시냐구요?
천사장 : 신세를 졌는데 고맙다는 인사를 못해서요. 어디 계십니까, 지금?
수철 : (착잡해서) 만나기 힘든 사람이에요, 하은이.
천사장 : 왜요? 다른 경찰서로 가셨나요?
수철 : (착잡해서 한숨 쉬 듯 본다)
천사장 : (호기심에 찬 표정으로 대답을 기다리는)...
씬70. 무릉 건설 로비 (밤)
하은이 걸어 나오다 보면 저쪽에 강주가 자신을 기다리고 있다.
강주, 하은을 보고 손들어 보인다.
하은, 담담한 얼굴로 강주 앞으로 간다.
하은 : 오래 기다렸어?
강주 : 방금 왔어. 나가자. (하며 먼저 나선다)
하은 : (담담한 표정으로 따라가는)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는 은하와 인테리어 팀 직원들.
은하, 하은과 강주의 모습을 본다. 어쩔 수 없이 흔들리는 눈빛.
은하는 강주의 얼굴을 정면으로 보지 않아 알아보지 못하고 있다.
해경 : (하은과 강주의 모습을 보고) 깨졌다더니 헛소문이네, 뭐.
은하의 멍한 시선은 현관 앞 강주에게 차 문을 열어주는 하은에게 멈춰있다.
그 위로. 떠들며 나가는 직원들 소리.
김팀장 : 깨지든 말든 신경 끄고, 내일부터 철얀데 오늘 한 잔 걸치자.
해경 : 산 오징어 산 낙지 사절이에요.
씬71. 무릉 현관 앞 (밤)
하은, 차에 오르고 승용차가 막 출발하는데 은하와 직원들이 밖으로 나온다.
하은의 승용차를 바라보는 은하...
씬72. 달리는 차 안 (밤)
사이드 밀러로 은하의 모습을 확인한 하은의 얼굴에 괴로움이 번진다.
강주 : 어디로 갈까?
하은 : (표정 정리 못한 채로)...글쎄.
강주 : 미라클로 가자. 분위기 괜찮든데.
하은 : (당황함을 감추며) 다른 데로 가.
강주 : 왜? 거기 분위기 좋다고 했잖아?
하은 : 하루 종일 사무실에 있었더니 막힌 덴 답답해.
강주 : (한숨쉬듯) 허긴 나도 그게 좋겠다. 유쾌한 얘기 할 것도 아니니까.
하은 : (불현 듯 강주 쪽으로 팔을 뻗는다)
강주 : (움찔 놀라서 본다)
하은 : (손을 멈추고 앞만 보면서) 안전벨트.
강주 : 어어. (당황스레 안전벨트 하고는 하은을 본다)
하은 : (은하로 인해 복잡한 심정, 묵묵히 앞만 보고 운전하는)
강주 : (묘한 느낌이 온다. 스스로 당황하듯 시선을 창밖으로 돌린다)
씬73. 야외까페 (밤)
찻잔을 앞에 놓고 앉아있는 하은과 강주.
하은 : 갑자기 20년 전 얘길 꺼낸 이유가 뭐야?
강주 : (선뜻 말을 꺼내지 못하고 망설인다)
하은 : 무슨 얘긴데 그렇게 뜸을 들여?
강주 : 좀 심각한 얘기야.
하은 : (미소로 보며) 심각한 얘기 뭐?
강주 : (작심하고) 20년 전에 죽었다는 오빠 쌍둥이 형을 찾았어.
하은 : (놀라서 본다)...!
강주 : 근데. (하다 말을 멈추고 말로 설명하기 힘들다 싶은지 가방에서 변사사건 조사 보고서를 꺼내 하은 앞으로 내민다)
하은, 긴장된 표정으로 사진 속 자신의 얼굴을 보곤 서류를 넘겨본다.
그 모습을 착잡하게 바라보는 강주.
하은 : (이미 알고 있는 사실임에도 서류를 보는 두 눈에 분노가 서린다)
강주 : 강력팀 형사였어. 최근에 강원도에서 살해됐구.
하은 : (냉정한 눈빛으로 본다)
강주 : 강혁 오빠는 살아있었어. 서하은이란 이름으로.
하은 : (입가에 옅은 미소가 지어지며 혼잣말처럼) 서하은.
강주 : 응. 사고 충격으로 자기 이름조차 기억 못했대. 그래서 가족을 못 찾은거구.
하은 : (허탈하게 허 웃는다)
강주 : 사고를 당한 뒤에 누군가가 강혁오빨 서재수란 사람한테 맡겼던 모양이야..
하은 : (침착하게) 어떻게 알게 된 거야?
강주 : 서재수씨가 나한테 부탁을 했어.
하은 : (서재수란 이름에 순간 눈빛이 흔들린다. 그 위로)
강주 : (E) 서하은씨 누명만이라도 벗겨 달라구. 비리의혹을 받던 중에 도주했거든.
하은 : (쓸쓸한 미소가 입가에 잡힌다)
씬74. 공원 한곳 (밤)
하은과 강주 걸으며 얘기를 이어간다.
강주 : 헌데 이상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야.
하은 : 어떤 점이?
강주 : 아직 정확한 건 모르는데 뭔가 내막이 있어. 동료경찰도 숨기는 게 있는 것 같구.
하은 : (멈추고 보며) 이 사건 계속 취재할 생각이야?
강주 : 당연하지. 다른 사람도 아니고 강혁이 오빠 일인데. 그리고 서재수씨란 분하고 약속을 했어. 그 약속 꼭 지키고 싶어.
하은 : (보는)
강주 : 그 분 강혁오빨 친아들처럼 사랑했던 것 같애.
하은 : (자신도 모르게 따뜻한 미소가 잡히며 고개를 끄덕인다)
강주 : (진심으로) 미안해. 이런 얘길 전하게 돼서.
하은 : 아니, 오히려 다행이야. 다른 사람도 아닌 이강주가 전해줘서. (의미 있는 미소 지으며) 정말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거든.
강주 : 그건 나도 마찬가지야.
하은 : (씁쓸하게 웃어보이고는) 부탁하나만 하자.
강주 : ? (본다)
하은 : 당분간 이 일은 우리 둘만 아는 비밀로 해 줬음 좋겠다.
강주 : (의아해서) 무슨 소리야? 아주머닌 아셔야지. 강혁오빤 아주머니 아들이야.
하은 : 어머니한테 형은 20년 전에 죽은 사람이야. 만약 이 사실을 아시면 충격이 너무 크실 거야.
강주 : 가족을 잃은 슬픔은 이해하지만(하는데)
하은 : (낮지만 강하게, 말 자르며) 이강주.
강주 : (본다)
하은 : (눈빛이 살아서) 이해한다는 말은 함부로 하는 게 아니야.
그건 경험 해 보지 못한 사람은 절대 이해할 수 없어. 절대루.
강주 : (굳어 보는)
하은 : 그리고 어머니한테 난, 비리경찰로 쫓기다 살해당한 아들로 ...유강혁을...기억하게 하고 싶지 않다.
강주 : (이해하는 심정으로)...하지만 언젠간 아셔야 하는 일이잖아. 비리혐의는 내가 계속 알아볼 거야.
하은 : 그러니까 당분간이라고 하는 거야. 니 말대로 만약 뭔가 숨겨져 있는 사건이라면
그 진실을 찾을 때까지만 비밀로 해줘. 부탁한다.
강주 : (보는)....
씬75. 방송국 앞 (밤)
하은의 차가 와서 멈춘다.
강주와 하은이 차에서 내린다.
강주 : 조심해서 가. 뭔가 알게 되면 연락할게.
하은 : (냉정한 미소 지으며 뜬금없이) 세상은 참 신기해.
강주 : 뭐가?
하은 : 오랜 세월을 돌고 돌아서 결국 이태준의원님 딸한테 인연이 닿은 거 보면.
강주 : (훗 웃으며) 그러게 오빠하고 나, 보통 인연은 아닌가봐.
하은 : (냉정한 눈으로 입만 웃는다)
강주 : (가방에서 전화번호 적힌 쪽지 꺼내 건네며) 서재수씨 연락처야. 한번은 만나봐야지. 여동생도 있던데.
하은 : (복잡한 심정으로)...글쎄.
강주 : (이해 못하겠는 얼굴로) 안 궁금해? 강혁오빠가 어떻게 살았는지 궁금하지도 않아?
하은 : (조소를 날리듯) 들어가라. (하고 차에 오른다)
강주 : (기막힌 듯 떠나는 차를 보며) 어떻게 저렇게 침착하냐?..유신혁답네, 오늘은.
씬76. 달리는 차 안 (늦은 밤)
뜻하지 않은 변수에 골똘한 생각에 빠져있는 하은.
씬77. 포장마차 안 (늦은 밤)
재수 : (손님이 먹고 간 탁자 치우며) 근데 이기잔지 죽이잔지 왜 전활 안 해? 가족을 찾았으면 찾았다 말이라도 있어야지.
은하 : (E) 아빠.
재수 : (반갑게 돌아보며) 어, 은하 왔구 (하다 말을 멈춘다)
은하 : (술이 취해서 몸을 가누지 못하며 빙글빙글 웃으며 비닐봉투 들어 보인다) 만두 드세요.
재수 : (얼른 가서 흔들리는 은하 어깨 잡아주며) 어디서 이렇게 술을 많이 마셨어?
은하 : 회식 있었어요.
재수 : (속이 상해서) 이 놈이 안 하던 짓을 다하고. 여기 좀 앉어. (의자에 앉힌다)
은하 : 만두 드세요. 아직 따듯해요. (술 취한 손으로 비닐봉투에서 만두를 꺼내는데 삼사인분은 된다. 흐린 눈으로 웃으며)
어떡하지? 너무 많이 사왔다.
재수 : (속이 상해서 화내듯) 너 언제까지 이렇게 허깨비처럼 돌아다닐 거야?!
죽은 놈은 죽은 놈이고 산 사람은 어떻게든 살아야지!
은하 : (눈물을 참으려는 듯 애써 미소를 짓는다)
재수 : (달랜다) 은하야, 살다보면 다 잊게 될 날 있어. 시간이 약이란 말 괜히 있는 게 아니야.
당장은 죽을 것 같아도 하루 이틀 일년 이년 시간이 지나면(하는데)
은하 : (떨리는 음성) 보고 싶어 미칠 것 같애.
재수 : (쿵 심장이 내려앉듯 본다)
은하 : (그렁해진 눈으로) 보고 싶어서 죽을 것 같애, 아빠. 너무 보고 싶어서 ...나...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재수 : (가슴이 막힌다)
은하 : 정말 모르겠어, 아빠....아무것도 모르겠어. 아무것도 할 수가 없어.
재수 : (아파서)...괜찮아 질 거야.
은하 : (우는 눈으로 웃으며) 언제쯤이요...언제쯤 괜찮아지는데요. 얼마나 세월이 흘러야 괜찮아지는 건데.
재수 : .....
은하 : 아빠, 난...괜찮을 거 같지 않아. 괜찮을 것 같지가 않아요.
재수 : (자신도 울고 싶은 심정으로 말문이 막혀서 본다)
씬78. 포장마차 앞 (밤)
하은의 차가 멈춰서 있다.
차 안의 하은, 그리움에 가득 찬 눈으로 차창 밖 포장마차를 바라보고 있다.
멀리 보이는 재수와 은하의 모습을 바라보는 하은의 두 눈엔 안타까운 슬픔으로 가득하다.
씬79. 인철의 거실 (늦은 밤)
모두 잠든 늦은 시간.
하은, 조용히 현관으로 들어온다.
이층으로 움직이는데 이층에서 빈 물 컵 내려오던 신영이 하은을 본다.
신영 : 이제 와?
하은 : 아직 안 잤어?
신영 : 오빤, 동생이 고3인 것도 잊었어?
하은, 쓸쓸하게 웃으며 자신도 모르게 은하에게 그랬듯이 손이 신영의 콧등으로 가려다가
흠칫 놀라 멈춰선 당황스레 손을 내리며.
하은 : ...대충해. 무리하지 말구. (이층으로 올라간다)
신영 : (황당한 듯 보며)...왜 저러냐?
씬80. 하은의 방 (늦은 밤)
침대에 누워 무표정한 얼굴로 천장을 바라보고 있는 하은.
씬81. 경찰서 한곳 (아침)
강주 : (일진 쫓아 걸으면서) 담당형사 말로는 전화로 몸값을 제시 한 사람은 또 다른 공범일 가능성이 크다고 합니다.
일진 : CCTV 용의자 확인된 상태니까 잡히는 데로 기사 가져와.
강주 : 알겠습니다.
일진 : (멈추고) 그리고 기획 취재하는 건 진전 좀 있어?
강주 : 취재 중입니다.
일진 : 언제까지 취재만 할 거야?! 이번주내루 제대로 된 기획안 제출해!
강주 : ...네.
일진 : (가고)
강주 : (복잡해져서 머리 북 헝크는데)
여경 : 이강주기자님이시죠?
강주 : (본다) 그런데요.
여경 : (봉투 하나 내밀며) 이걸 전해 달라고 하셔서요.
강주 : ? (받으며) 누가요?
여경 : 택배로 와서 잘 모르겠는데요. (하고 간다)
강주, 봉투를 보면 ‘이강주 기자님 앞’이라고만 써 있다.
서둘러 봉투를 뜯어서 안에 것을 꺼내드는 강주. 프린터기로 인쇄된 편지.
하은 : (E) 친애하는 이강주 기자님. 아무리 복잡한 일에도 단순한 출발점이 있습니다.
강주 : (이거 뭐야 싶은 얼굴로 주위를 둘러본다. 아무도 없다)
씬82. 공원 한곳 (아침)
비둘기에게 과자부스러기를 던져주고 있는 천사장에게 다가가고 있는 하은 위로.
하은 : (E) 만약 당신이 서하은형사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알고 싶다면 서형사가 시작했던 그 출발점을 찾으십시오.
천사장, 돌아보다 하은을 발견하고 의미 있는 미소를 지어 보인다.
하은이 회답하듯 미소를 짓지만 그 눈은 냉정함으로 가득하다.
하은 : (E) 하지만 이것만은 부디 기억하시길.
씬83. 경찰서 한 곳 (아침)
강주, 편지를 보고 있다.
하은 : (E) 나비는 수심을 몰라 바다가 조금도 두렵지 않은 것처럼
당신의 무지한 용기가 언젠간 당신을 두려움에 빠트릴지도 모른다는 사실.
강주 : (황당해서 서 있다)...
씬84. 공원 한 곳 (아침)
하은 : (묘한 미소를 지으며 먼 곳을 바라보고 있는 위로)
천사장 : (E) 건설부 시절에 이태준의원과 염문설이 있던 민수연이란 여자가 있었는데
하은 : (천사장을 본다)
천사장 : 이태준 결혼하기 삼 개월 전에 퇴직했어요. 꽤 깊은 사이었던 모양이던데.
하은 : (흥미로운 얼굴로) 그 사람이 그러던가요? 이태준의원 동기라는.
천사장 : 그 사람, 이태준한테 꽤나 억울한 감정이 쌓였는지 묻지도 않은 말을 잘도 지껄이더라구요.
하은 : (훗 웃곤) 민수연이라 여자, 지금 살고 있는 곳은요?
천사장 : 행방불명됐어요, 오래전에.
하은 : 행방불명이요?
천사장 : (무심하게 끄덕이곤) 그 여자 모친이 사는 덴 알아뒀는데 호적을 보니까 모친 밑으로 아들이 하나 있더라구요.
하은 : 아들이요?
천사장 : (빙긋 웃으며) 아마 손자겠죠. 모친 연세가 여든이 다 됐는데 아들이 25살이란 건 이해하기 어려우니까.
하은 : (의미 있는 미소 지어 보이며) 대단한 걸 알아내셨습니다.
천사장 : (미소로) 그 보다 더 대단한 것도 알아냈는데요, 뭘. (하더니 주소가 적힌 쪽지를 내밀며) 노모가 사는 주솝니다.
하은 : (받아서 본다)
천사장 : 직접 찾아갈 생각입니까?
하은 : (무표정한 얼굴에 미소 지으며) 수고하셨어요. (하고 돌아서서 가는데)
천사장 : (E) 서형사님!
하은 : (흠칫 놀라 굳어 선다)...!
천사장 : (여유 있는 미소로) 오랜만입니다. 서하은 형사님.
하은 : (굳은 얼굴로 돌아보는데서)...
<엔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