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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 13 - 서하은은 죽었다

작성자수다쟁이|작성시간08.09.01|조회수426 목록 댓글 0

[부활] 13 - 서하은은 죽었다

 

 

 

 

 

 

 

 

 

 

1. 오피스텔 안 (전회 마지막 연결, 늦은 오후)

 

불은 꺼져 있고 창으로 들어오는 오후의 석양 빛.

하은은 벽에 붙은 사진을 응시한 채로 등을 보이고 서 있다.

조심스럽게 안으로 들어서던 수철, 하은의 모습에 흠칫 멈춰 선다.

그리고 그 순간 수철의 시선에 보이는 벽에 붙은 사진들.

수철, 창백하게 식어 내리며 두 눈엔 두려움이 가득 찬다.

몸과 입이 얼음처럼 굳어서 하은의 등을 보고 서 있는 수철.

잠시후.

 

하은 : (등을 보이고 선 채로)...어서 와.

수철 : (심장이 내려앉듯 본다)...!

하은 : (돌아보며 무표정한 얼굴로) 기다리고 있었다.

수철 : (격심한 충격으로 흔들리는 눈동자)

하은 : (흐트러짐 없는 냉정한 눈빛)...

 

 

2. 인테리어 팀 (늦은 오후)

 

은하, 건하의 경찰배지를 손에 들고 내려다보고 있다.

경찰배지를 손으로 조심스레 쓸어보는 은하의 표정엔 마치 그리운 사람을 떠나보내려는 안타까움과 애잔함이 담겨있다.

 

 

3. 오피스텔 안 (늦은 오후)

 

마주보고 서 있는 하은과 수철.

두려움에 가득한 수철을 바라보는 하은의 얼굴엔 표정이 없다.

하은, 수철이 먼저 입을 열기를 기다리는 듯 조용히 수철을 응시한다.

 

수철 : (두려움에 흔들리는 눈동자, 힘겹게 겨우 입을 연다).....하은아...

하은 : ...그렇게 부르지 마.

수철 : (보는)...

하은 : 니가...서하은을 버렸던 그 날 밤...난 그 이름을 버렸다.

수철 : (무너지듯 떨리는 눈빛으로 보는)...

하은 : (차갑게 응시하며) 20년 만에 만난..동생이 (고통스럽게) 형을 대신해 잔인하게 죽어갈 때...서하은도 함께 죽었어.

       니가 버린 사람은 서하은만이 아니야.

수철 : (처절한 얼굴로 바라본다)

하은 : (아프게) 넌 이해할 수 있을까? 형을 잡지 못했다는 후회와 죄책감으로..20년을 아프게 살아야 했던...내 착한 동생의 심정을...

        친구라고 믿었던 ..누구보다도 믿었던 친구의 배신으로... 20년 만에 만난 동생을(잠시 말을 잇지 못하다가)

        죽음으로 몰아간 서하은의 뼈아픈 후회를..그 고통을...넌 과연 이해할 수 있을까?

수철 : (무너지듯 무릎이 꺾이며 주저앉아 흐느낀다)...죽을죄를 지었어...내가 죽일 놈이야...잘못했어.

        잘못했어...하은아...내가..(흐느낀다)

하은 : (처연한 심정을) 생각하고 또 생각했어. 니가..왜 그래야만 했을까?.. 이유가 있었겠지. 그랬겠지..

        분명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을 거다. 어쩔 수 없는 이유가 분명 있었을 거라고...골백번도 더 생각했어. 그리고 기다렸어.

수철 : (흐느껴 울고 있다)

하은 : 니가 날 찾아오기를...길을 만들어 놓고..널 기다렸어. (어쩔 수 없이 목소리가 갈라진다)..용서해 주고 싶어서..

        널 용서해 주고 싶어서..그래서 널 기다렸다....하지만 수철아.

수철 : (우는 눈으로 그제야 고개 들고 본다)

하은 : (목이 메어오며) 난.....널 용서 못하겠다.

수철 : (멍하니 보는 얼굴에 눈물이 흐른다)....난 용서 받을 자격 없는 놈이야... 내가 어떻게..

        (고개 숙이고 흐느끼며) 미안하다..미안해, 미안해..하은아.

하은 : (아프게 본다)

수철 : ....난..니가 이렇게 살아있는 게....너무 고맙다. 고맙다, 하은아. 살아있어 줘서..살아있어 줘서..고맙다, 하은아.

하은 : (고통스럽게 보는)...

수철 : (고개 숙이고 흐느끼며)..고맙다...살아있어 줘서..고마워..고마워..하은아.

       

친구의 모습을 바라보는 하은의 두 눈이 격심한 갈등과 고통으로 흔들린다.

하은, 자신도 모르게 친구에게 천천히 손을 뻗다가 그 손을 멈춘다.

흐느끼는 친구의 모습에 목이 메어와 시선을 허공으로 돌리는 하은.

울고 있는 건 수철인데 하은이 아프게 울고 있는 것 같다.

 

 

4. 오피스텔 로비 (늦은 오후)

 

수철, 시체처럼 걸어 나오다 멈추고 돌아본다.

수철의 물기어린 두 눈엔 고통스런 후회와 친구의 살아 있음을 확인한 기쁨이 공존한다.

 

 

5. 오피스텔 안 (늦은 오후)

 

하은,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그 자세 그대로 서 있다.

 

 

6. 경찰서 로비 (밤)

 

강주와 카메라 기자가 취재를 마치고 들어오는 길이다.

그 옆을 넋이 나간 표정으로 걸어가는 수철.

강주, 수철을 발견하고는 뭔가 물어볼 게 있는 듯 주춤거리다가 넋 나간 수철의 모습에 포기하고 수철을 그냥 보낸다.

 

 

7. 신혁 비서실 (밤)

 

은하가 하은을 찾아왔다.

 

재훈 : 부사장님 지금 자리에 안 계신데요.

은하 : ..언제쯤 들어오시나요?

재훈 : 전화가 없으셔서 잘 모르겠는데..급한 일이세요?

은하 : 아뇨. 그런 건 아니구.(하는데)

       

하은이 지친 표정으로 들어서다 은하를 발견하고 우뚝 멈춘다.

재훈이 일어서자 은하가 돌아본다.

은하의 모습에 저절로 위로가 되는 듯 하은이 지친 얼굴에 보일 듯 말 듯 미소를 짓는다.

 

 

8. 신혁 사무실 (밤)

 

하은을 뒤 따라 들어오는 은하.

 

하은 : (걸음 멈추고 돌아보며)...차 한 잔 할래요? (조금이라도 함께 있고 싶은 마음)

은하 : (차분히)...아닙니다.

하은 : (쓸쓸한 미소를 짓는다)

은하 : ..전해 드릴 게 있어서 왔습니다.

하은 : (보는)

은하 : (배지를 건네며) 아무래도 이건 부사장님께 전해드려야 할 것 같아서요.

하은 : (배지를 보고 다시 은하를 본다)

은하 : 아버님 유품 같은데...오빠가 우리 집에 올 때부터 최근까지 소중하게 간직했던 거였어요.

하은 : (가슴이 먹먹해져서 은하의 손에 있는 배지를 바라본다)

은하 : (차분하게 기다린다)

하은 : (조용히 은하의 손에서 배지를 건네받는다)

은하 : (감회에 젖어, 그리운 눈빛으로) 오빤...그 배지를 나침반이라고 생각했어요.

하은 : (잔잔한 미소를 지으며 배지를 본다)

은하 : 자신이 누구인지..어디서 왔는지..오빠가 잃어버린 길을 찾아줄 나침반 같아서 오빤 무작정 경찰이 됐다고 했어요. 

하은 : (복잡한 심정으로 은하를 본다)

은하 : (차분한 미소로 보곤 고개 숙여 인사하고 돌아선다)

하은 : 저기.

은하 : (멈추고 본다)

하은 : ...은하씨한테 소중한 물건인데..그냥 갖고 있어요. 돌려주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은하 : (잠시 보다가 미소가 떠오르며) 안 그래도 망설였어요. 오빠를 떠나보내는 것 같아서...(말을 잇지 못하는)

하은 : (아프게 보는)...

은하 : 하지만 부사장님껜 더 소중한 물건이라고 생각됐어요. 

        그리고 전...이미 오빠한테 너무 많은 걸 받았어요. 그것만으로도 전...충분합니다.

하은 : (서글픈 미소가 떠오르며)...아마..형도 그렇게 생각할 겁니다.

은하 : (본다)

하은 : ..서은하씨한테 너무 많은 걸 받았다구...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그렇게 생각할 겁니다.

은하 : (가슴이 먹먹해지듯 잠시 보다가...물기어린 눈으로 웃어 보인다)

하은 : (회답하듯 미소를 지어 보인다)

       

그렇게 마주보고 서 있는 두 사람.

 

 

9. 인테리어팀 앞 복도 (밤)

 

은하, 오던 걸음을 멈추고 선다. 복잡한 마음을 달래려는 듯 허공에 시선을 주고 서서...

 

 

10. 신혁 사무실 (밤)

        

하은, 복잡한 심정으로 경찰배지를 바라보고 서 있더니 마음을 다지듯 두 손으로 배지를 꼭 쥐어본다.

 

 

11. 강력 5팀 (밤)

 

수철, 한곳을 응시하고 앉아있다. 수철의 두 눈에 서서히 어떤 결의가 차온다.

 

장형사 : (문 열고 들어서다 수철을 보고) 김형사님. 어딜 그렇게 다니시는 거예요?

수철 :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표정)

장형사 : 함형사님이 계속 찾으셨어요. 중국교포 살해(하는데)

수철 : (벌떡 일어서며 O.L.) 오늘부터 잠복 들어간다.

장형사 : (어리둥절) 잠복이라뇨? 누구요?

수철 : 박상철.

장형사 : 어디 있는 줄 알구요? 벌써 중국으로 튀었다는 소문도 있구. (하는데)

수철 : (이미 나가버렸다)

장형사 : (수철의 심정을 이해하면서도 답답해서)..아 참.

 

 

12. 기자실 (밤)

 

장형사에게 받은 강릉에 사는 양만철의 리스트를 앞에 놓고 여기저기 전화를 하고 있는 강주.

리스트에는 하은이 미리 전화를 걸었던 흔적으로 몇 명의 양만철 이름에 줄이 그어져 있는..

 

강주 : 임대식이란 이름은 전혀 들어보지 못하셨나요?...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끊고 골치 아픈 듯 머리 싸잡고) 아아아 돌겠다, 증말.

       

지친 듯 후우 숨을 내 쉬고 턱을 괴로 앞을 보는 강주.

        

<인써트-8회 씬2>

하은 : (씁쓸한 미소로) 유신혁한텐 이강주란 여자와 함께 있을 때가...가장 편안한 시간이었어. 

 

강주, 마음이 복잡하고 뒤숭숭해져서 머리를  털어내고 다시 수화기를 들어 리스트에 있는 다음 번호를 빠르게 누른다.

 

강주 : (신호 간 뒤에) 강릉교도소죠? KSB의 이강주기잡니다. 수감 중인 무기수 양만철씨에 대해 알아볼 게 있어서요.

 

 

13. 방송국 로비 (밤)

 

보도국 민국장, 밖으로 나오는데 일진이 들어온다.

 

일진 : 퇴근하세요?

민국장 : 너 마침 잘 왔다. (이미 발을 떼면서) 같이 가자.

일진 : ? 어딜요?

민국장 : 따라와.

일진 : (어리둥절한 채로 따라가는)..

 

 

14. 레스토랑 룸 정도 (밤)

 

태준과 민국장 일진이 앉아서 식사와 술을 겸하고 있다.

일진은 담담하게 있지만 이 자리가 못마땅한 기색이다.

 

태준 : 부족한 자식을 맡겨 놓고 인사가 너무 늦었습니다.

국장 : (담담한 얼굴로) 별 말씀을요.

태준 : (분위기 좋게 하려는 의도에서, 일진 보며) 김기자 그물에 걸렸다간 미꾸라지도 못 빠져나간다는 소문이 있든데..

국장 : 이 친구 그물이 촘촘한 편이지요. 그래서 특종도 많이 했구요.

태준 : 이거 우리 강주가 직속선배를 제대로 만났습니다. 우리애가 호기심이 유독 많아서 선배들 애 좀 먹일 텐데..

일진 : (예의는 지키면서 주눅 들지 않고) 평범한 듯 보이는 사건에도 의문을 가질 줄 아는 건 이강주기자의 큰 장점입니다.

태준 : 하하하 부모 맘이란 게 이렇습니다. 자식 놈 칭찬을 들으면 더 없이 좋고

        자식 놈이 힘들다 싶으면 나라 일보다 더 걱정되고....자식이 보석이고 때론 자식이 돌덩이고.

국장 : (담담히 웃는)

태준 : 실은 애비입장에서 국장님께 부끄러운 부탁하나 드리려고 뵙자고 했습니다.

일진 : (견지하듯 본다)

국장 : 말씀해 보시죠.

태준 : 어느 부서든 힘든 점이야 다 있겠지만 사회부란 데가 워낙 치열한 곳이다 보니 딸 가진 입장에선 노파심이 자꾸 생겨서요.

국장 : (담담하게 듣고 있다)

태준 : 게다가 우리 애가 아직 부족한 점이 많아요. 혹여 넘치게 행동하지 않을까 염려도 되고...

국장 : 구체적으로 뭘 부탁하시는 건지요.

태준 : (웃는 낯으로) 우리 애가 기자로서 능력을 갖출 때까지 실수를 하더라도 덜 구멍이 나는 부서로 옮겨주시면 어떨까 싶어서요.

일진 : (확 불쾌해 지는데)

국장 : 괜한 걱정을 하시는 것 같습니다. 여기 이 친구가 칭찬에 아주 인색한 편인데 이기자 칭찬은 자주 합니다.

        (일진 보며) 그렇지?

일진 : (국장의 뜻을 읽고 태준보며) 이기자는 누구보다 잘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실수해도 구멍이 덜 나는 부서 같은 건 보도국엔 없습니다.

태준 : (애써 웃는 낯으로) 하하하 이거 내가 말실수를 한 모양입니다. 별다른 뜻으로 드린 말은 아니에요.

        애비로서 걱정을 털어놓는 다는 것이 그만.

국장 : 압니다. (좋은 낯이지만 소신 있게) 하지만 보도국은 엄격한 조직입니다.

        제 맘대로 좌지우지 되는 곳도 아닐뿐더러 그래서도 안 되는 거구요.

태준 : 그거야 나도 알지요.

국장 : (부드러운 표정으로) 아신다니 다행이군요.

태준 : (내내 유지했던 온화한 표정이 사라진다)

국장 : 제 밑에 있는 후배 놈들 모두, 부모님들이 계십니다. 그 분들 자식에 대한 마음이야 의원님과 별 반 다를 게 없을 테구요.

태준 : (애써 미소를 지으며) 노파심이 앞서다보니 내 생각이 너무 짧았습니다. 오해는 하지 마세요, 민국장. 김기자도 그렇구.

국장 : (미소로)

일진 : (뚝뚝한 표정)..

 

 

15. 레스토랑 앞 (밤)

 

태준과 민국장 일진이 악수를 나누고 태준이 곧바로 차에 타서 차가 출발한다.

 

일진 : 죄송합니다. 이기자는 제가 따루 불러 타이르겠습니다.

국장 : (딴 생각을 하고 있던 듯 뜬금없이) 요즘 이강주 취재하고 있는 게 뭐야?

일진 : 특별한 건 없습니다. 뭐 기획취재 하는 게 있긴 한데 기획안 제출을 자꾸 미루고 있구요.

국장 : 기획취재?

 

 

16. 달리는 차 안 (밤)

 

강주, 급하게 차를 몰고 어딘가로 간다.

그 옆엔 양만철 리스트가 있다. 뭔가 알아낸 듯한 강주의 표정.

 

 

17. 술 집 (늦은 밤)

 

캐주얼 차림의 하은이 혼자 앉아 맥주를 마시고 있다.

 

강주 : (그 옆에 턱 앉으며) 집에 있다 나온 거야?

하은 : 응.

강주 : 그럼 말을 하지. 난 퇴근하는 길인 줄 알고 보자고 한 건데.

하은 : (피식 웃곤) 급한 얘기란 거 뭐야?

강주 : 숨 좀 돌리자. (하곤 하은이 마시던 맥주를 마시곤 탁 내려놓으며) 찾았어.

하은 : (본다)

강주 : 강혁오빠가 강릉에서 누굴 만나려고 했는지 알아낸 것 같아.

하은 : (짐짓 영문을 모르겠는 표정) 무슨 소리야?

강주 : 얘기 안했나? 강혁오빤 강릉에서 꼭 만나야 할 사람이 있다고 했대.

하은 : (예감하고 있었다는 듯 보일 듯 말 듯 미소를 지어보이며) 그래서, 그게 누군데?

강주 : 강릉교도소에 수감돼 있던 양만철이란 무기수야.

하은 : (입가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맥주를 마신다. 그 위로)

강주 : (E) 선배까지 동원해서 어렵게 양만철을 최근 면회한

강주 : 사람을 알아 봤는데 (대단한 걸 알아낸 듯) 경기도팀장이 그 사람을 면회했어. 그리고 그날 밤 고속터미널에서 사고를 당했구.

하은 : (보일 듯 말 듯 미소를 지으며 본다)

강주 : 게다가 경팀장님 사고 현장을 발견한 건 강혁오빠였어. 은하씨 말로는 강혁오빠가 팀장님 전화를 받고 급하게 터미널로 갔었대.

하은 : 김밥 먹고 싶다, 갑자기.

강주 : (어이가 없어서) 무슨 소릴 하는 거야?

하은 : (피식 웃고) 그래서?

강주 : 뭐야? 남은 심각하게 얘기하는데. 그리고 강혁오빠 일인데 너무 무관심한 거 아니야?

하은 : 니 말, 너무 복잡해서 못 알아듣겠다. 나중에 리포트로 작성해서 제출해라.

강주 : (기막혀서) 나 참. 어쨌든 결론부터 말하면 경팀장님 사고와 강혁오빠 비리연루 타이밍이 우연치곤 절묘하게 맞아떨어져. 

        그건 누군가 두 사람의 입을 막으려고 했단 얘기가 돼. 그리고 두 사람은 같은 사건을 수사하고 있단 뜻도 되구.

하은 : 어떤 사건?

강주 : 20년 전 오빠 아버지의 사고와 강혁오빠 사건은 연관이 있어.

하은 : (본다)

강주 : 그걸 알아내야 돼. 임대식과 양만철 그리고 20년 전 사건의 연결 된 끈.

하은 : ...이강주 생각했던 것보다 훨씰 더 명석하다.

강주 : 고마워. 근데 내 머리가 아니라 수호천사 덕분이야.

하은 : 수호천사?

강주 : 있어. 보이지 않는 이강주의 조력자.

하은 : (복잡한 미소로 보며)...좀 걸린다.

강주 : ? 뭐가?

하은 : 사람을 너무 쉽게 믿지 마. 어쩌면 수호천사가 아닐지도 모르잖아?

강주 : (빙긋 웃으며) 명심할 게.

하은 : (좀 씁쓸한 미소로 보는)...

 

 

18. 인철의 집 앞 (늦은 밤)

 

강주의 차가 멈춰와 선다.

        

 

19. 멈춰진 차 안 (늦은 밤)

 

하은 : 고맙다.

강주 : 천만에.

하은 : (내리려다가 강주 보며) 앞으론 전화로 해도 돼.

강주 : (순간 당황스러워서) 어?

하은 : 이런 얘기 전화로 해도 된다구.

강주 : (머쓱해져서) 전화로 설명하긴 좀 그렇지. (하다 기분이 상해서) 정말 너무하네. 기껏 생각해서 만나자고 했더니..

하은 : (미소로) 바쁜데 시간 뺏길까봐 하는 소리야.

강주 : (할 말이 없고)

하은 : 조심해서 가. (하고 미련 없이 내린다)

       

강주, 좀 서운한 기분이 들어 차창 밖으로 하은을 본다.

하은이 돌아보다 강주와 시선이 마주치자 순간 당황하는 강주.

하은, 별 다른 감정 없이 미소 지으면서 손을 들어 보인다.

강주도 얼른 ‘갈게’하듯 미소를 지어보이지만 어쩐지 어색하다.

강주, 자신의 감정에 스스로 당황스러운 듯 빠르게 차를 출발시킨다.

남아있는 하은, 떠나는 강주의 차를 웃음으로 배웅하다 차츰 웃음이 사라진다.

 

 

20. 스타 호텔 앞 (아침)

 

고급 외제 승용차가 멈추고 현관 앞 호텔 직원이 운전석 차문을 연다.

운전석에서 서류 가방을 들고 내려 직원에게 키를 건네는 젊은 남자, 희수다.

어설픈 사기꾼 티를 벗어낸 고급스러운 양복 차림의 희수는 누가 봐도 의심스럽지 않을 만큼 인텔리로 변신해 있다.

당당한 걸음으로 호텔로 들어가는 희수.

다른 호텔 직원은 희수의 승용차 트렁크에서 커다란 트렁크 형 가방을 꺼내들고 희수를 뒤따른다.

 

 

21. 호텔 로비 (아침)

        

안으로 들어온 희수, 프런트를 향해 간다.

한쪽에서 만화책을 보고 서 있던 천사장, 프런트로 가는 희수를 보고 자신의 손목시계를 본다.

희수는 천사장에게 시선 주지 않고 곧장 프런트로 가서 선다.

 

직원 : (몸에 베인 친절함으로) 어서 오십시오.

희수 : 예약을 확인하고 싶은데요.

직원 : 성함이 어떻게 되십니까?

희수 : 스티븐 리.

직원 : 잠시만요. (컴퓨터로 확인을 하더니 더욱 정중한 태도로) 홍콩에서 스위트룸을 예약하셨던.

희수 : 맞습니다.

직원 :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하곤 매니저에게 보고하듯 얘기하자)

매니저 : (직접 와서 정중하게) 저희 호텔을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희수 : (미소만)

매니저 : 이쪽으로 오시지요.

        

매니저가 직접 희수를 룸으로 안내한다.

희수, 매니저를 따라 가다가 슬쩍 천사장에게 시선을 주곤 장난스럽게 슬쩍 웃어 보인다.

천사장, 사람 좋게 피식 웃어 보이고는 한쪽에 시선을 준다.

천사장의 시선 따라가면 정무와 남자1이 막 엘리베이터 쪽에서 얘기를 나누며 걸어오고 있다.

매니저를 묵묵히 따라가던 희수, 정무와 스치듯 지나치려는 순간.

 

희수 : (짐짓 놀랍다는 듯 정무에게) 이보좌관님?

정무 : (본다)

희수 : 이정무 보좌관님 아니신가요?

정무 : 그렇습니다만. 누구신지?

희수 : 라이언 펀드에 스티븐 리라고 합니다. (명함을 꺼내서 내민다)

        

정무, 명함을 받아서 본다. 라이언 펀드 아시아담당 사장 직함의 영문명함으로 주소지는 홍콩의 번화가로 돼 있다.

 

희수 : 작년 하버드대 이태준의원님 초청강연 때 인사 드렸었는데

정무 : 아..예에.

희수 : (미소로) 기억을 못하시는 것 같군요.

정무 : (여전히 기억은 안 나지만) 아닙니다. 기억이 나는 것도 같습니다.

희수 : 이해합니다. 만나는 분이 워낙 많으실 테니까요.

정무 : (미소로) 이해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한국엔 언제 오셨습니까?

희수 : 홍콩에서 오늘 도착했습니다. 이의원님께도 한 번 찾아뵙겠다고 전해 주십시오.

정무 : (미소로) 그러죠.

        

희수, 좀 건방지다 싶을 정도로 고개 인사하고는 간다.

기다리고 있던 매니저가 얼른 희수를 따라간다.

정무, 엘리베이터 앞으로 꺾어져 사라지는 희수를 보고 관심어린 눈빛으로 명함을 들여다본다.

 

정무 : (남자1에게) 가시죠.

남자1 : 네.

        

정무, 걸음을 옮기는데 프런트 앞으로 걸어가는 하은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그 사이 천사장은 하은을 스쳐 지나서 호텔 현관을 향해 걸어 나가고 있다.

하은, 급한 사무가 있는 사람처럼 정무에겐 전혀 시선 주지 않은 채로 프런트 앞으로 가서 선다.

정무, 잠시 망설이다 인사하는 걸 포기하고 지나쳐 간다.

 

하은 : (프런트 직원에게) 룸으로 전화 연결 부탁드립니다.

        

하은의 등 뒤로 지나가는 정무 위로.

 

하은 : (E) 홍콩에서 오늘 도착했을 겁니다. 라이언 펀드에 스티븐 리라고.

정무 : (순간 멈춰서 본다)

하은 : (앞 만 보고 있다)

직원 : 잠시 기다리셔야겠네요. 지금 막 룸으로 올라가셨거든요.

하은 : 기다리죠.

      

정무, 관심을 갖고 보다가 이내 걸음을 옮긴다.

하은은 내내 진지한 자세로 정무에게 시선을 주지 않고 있다.

 

 

22. 태준 사무실 (낮)

 

태준 : (들어오면서) 김위원장 약속, 오늘인가?

정무 : 내일 저녁입니다. 최동찬 사장한텐 전화해 뒀습니다.

태준 : (마땅치 않은 듯 미간을 찡그리며) 너 나 없이 정치판에 끼어들겠다고 나서니.... 스타호텔 경영권 문젠 어떻게 돌아가고 있어.

정무 : 아무래도 최사장한테 내주기로 결정하신 것 같습니다만 윤여사님이 이사들을 접촉하고 있다는 소문이 있습니다.

태준 : (입가가 비틀리며) 알았어, 나가봐.

정무 : 저 혹시 스티븐 리라고 기억하십니까?

태준 : 스티븐 리?

정무 : 작년 하버드 초청강연 때 참석했던 사람인데 미국 라이언 펀드의 아시아담당 사장입니다.

태준 : 최근에 급성장하고 있는 펀드란 기산 본 적 있어. 헌데, 그 사람은 왜?

정무 : 현재 스타호텔에 묵고 있는데 유신혁 부사장이 스티븐 리를 만나러 왔더군요.

태준 : ...그래?

 

 

23. 상국 거실 (낮)

 

한쪽에 지금 막 포장을 푼 그림 한 점이 놓여있다.

정장차림의 갤러리 직원이 미정 앞에 공손한 자세로 서 있다.

 

미정 : (의아한 얼굴로) 보낸 사람이 누구라구요?

직원 : 김누인씨라구 하셨습니다.

미정 : (모르는 사람이다)..김누인? 처음 들어보는 이름인데. 분명히 나한테 보낸 게 맞아요?

직원 : 맞습니다. 

미정 : 그 사람 명함은요?

직원 : 그게..저희 갤러리로 전화로 구입하신 거라서요.

미정 : 연락처는요?

직원 : 남기지 않으셨습니다. 

미정 : (의문에 쌓인 채 그림을 보는)...

 

 

24. 권투 도장 (오후)

 

하은, 와이셔츠 차림으로 샌드백을 툭툭 두드리고 있다.

 

천사장 : (예의 그 무심한 표정으로 강냉이 먹으면서) 자금은 있습니까?

하은 : (본다)

천사장 : 스타호텔 주식을 매입하려면 엄청난 거금이 필요할 텐데.

하은 : (빙긋 웃곤 샌드백만 친다)

천사장 : (대답에 대한 미련이 없는 듯 시선을 돌리는데)

하은 : (뜬금없이) 원의 법칙을 아세요?

천사장 : (보며)...원이 법칙이요?

하은 : (허공에 동그라미를 천천히 그리며) 원에서 끝은 곧 시작이다. 다시 말해서 모든 일의 끝은 시작점에서 마무리 된다.

천사장 : (피식 웃으며) 그래서요?

하은 : 정상국의 돈으로 시작해서 정상국의 돈으로 마무리해야죠.

천사장 : (허 웃으며) 생각보다 무서운 사람이네.

하은 : 지옥을 경험해 본 사람은 겁날 게 없거든요. (차가운 미소를 짓는다)

천사장 : (복잡한 시선으로 보는)...

 

 

25. 인철의 거실 (밤)

 

하은 : (막 들어서면서 이화에게) 다녀왔습니다.

이화 : (따뜻하게 맞는다) 어서 와. 고단하지?

하은 : 아뇨. 회장님(하다 민망한 미소로)...아직 안 오셨어요?

이화 : 샤워 중이셔. 저녁은? (하는데)

신영 : (입안 가득 음식 넣고 우물거리면서 나오며) 오빠 만둣국 먹어. 그 언니가 해 온 만두, 되게 맛있어.

하은 : (입가에 미소가 잡히며)..그래?

신영 : 응. 오빠도 먹어 봐. 캡이야.

하은 : ...난 됐어.

이화 : (본다)

신영 : 왜? 밀가루 알레르기 극복중이라며?

하은 : 아직 극복했다고는 안 했어. (이화에게 미소로) 씻고 내려올게요.

이화 : ...그래.

하은 : (올라가고)

신영 : (이화 팔 잡아서 한쪽으로 끌고 간다) 엄마, 오빠랑 강주언니 계속 만나는 거 같애.

이화 : (본다)

인철 : (안방에서 나오는 위로)

신영 : (E) 어젯밤에 강주언니 전화 받고 나가는 것 같든데?

 

 

26. 신혁의 방 (밤)

 

하은, 옷도 벗지 않은 채로 액자 속 신혁의 사진을 바라보고 있다.      

 

 

27. 무릉 건설 로비 (아침)

 

이실장과 팀장이 상기된 표정으로 급하게 걸어 들어온다.

 

 

28. 신혁의 사무실 (낮)

 

하은과 재훈, 이실장, 팀장.

 

이실장 : (흥분된 어조로) 최종심사에서 J&C와 동점이 나왔습니다.

하은 : 동점이요?

재훈 : 네. 삼일 후에 평가위원들의 재심사가 열릴 예정이랍니다.

하은 : (기쁜 얼굴로) 그래요?

이실장 : 이런 경운 아주 이례적인 일이라 업계에서도 화제가 되고 있을 정돕니다.

하은 :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잘됐네요.

팀장 : 솔직히 저희두 J&C로 넘어간 공이라고 생각했는데 강원도 특성을 살린 친환경 컨셉에 점수를 준 위원들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하은 : 평가위원들 되게 똑똑하네?

        

그 말에 다들 좀 어리둥절해서 보고.

 

하은 : (상관 않고) 안비서님.

재훈 : 네, 부사장님.

하은 : 평가위원들 공개 된 거죠, 그럼?

재훈 : ..네. 오픈 된 상탭니다.

 

 

29. 상국 사무실 (낮)

 

상국 : (핏대를 올리고 있다) 그렇게 자신만만하더니만 결과가 대체 이게 뭐야?

진우 : (예상 못한 일이라 굳어진)..죄송합니다. 하지만 재심사에선

상국 : (O.L.) 뭐 때문에 다 끝난 일을 재심사까지 가게 만드냔 말이야! 실탄을 그 만큼 썼으면 제대로 명중을 시켰어야지!

진우 : ...죄송합니다.

상국 : (못마땅해서 보며) 재심사가 언제야?!

진우 : 삼일 훕니다. (각오가 서린) 무릉에서 움직이기 전에 저희 쪽에서 먼저 손을 쓰겠습니다.

 

 

30. 인철 사무실 (낮)

 

인철 : (기분 좋은 표정으로) 전혀 예상 못했던 결과라서 나도 실은 놀랬어.

하은 : (기쁜 얼굴로) 아직 재심사가 남아있습니다.

인철 : 재심사 결과와 상관없이 이번 일엔 니 공이 커. 끝까지 뚝심 있게 밀어붙인 결과야. 수고했다.

하은 : 설계팀과 인텔리어 팀이 열심히 해 준 결괍니다. 무엇보다 등대 컨셉이 효과가 있었구요.

인철 : 그 얘긴 들었어. 서은하양이 디자인을 했다구?

하은 : (저절로 미소가 떠오르며) 네에.

인철 : (의미 있는 미소를 지으며) 참한 줄로만 알았더니 실력도 있고 아주 당찬 아가씨야.

하은 : (자기가 칭찬 받는 것처럼 좋아서 미소 짓는다)

 

 

31. 인테리어 팀 (낮)

 

해경 : (기쁜 얼굴로) 은하씨 공이 정말 컸어, 이번 일은.

은하 : (겸연쩍은) 아니에요. 제가 한 일이 뭐가 있다구요.

해경 : 은하씨 등대에 좋은 점수를 줬단 후문이야. 정말 수고했어.

은하 : (미소를 짓는데)

팀장 : 그렇게 좋아할 일이 아니야, 이대리.

해경 : 무슨 말씀이세요?

팀장 : (농담한다) 호랑이 새끼 키웠다가 자기 자리 뺏겨, 잘못하면.

해경 : (짐짓 심각하게) 그런가? (은하보며) 적당히 해. 선배자리 넘보지 말구.

은하 : (웃으며) 명심하겠습니다, 선배님.

 

 

32. 진우 사무실 (낮)

 

진우, 굳은 표정으로 들어오며 뒤따라 들어오는 석훈에게.

 

진우 : 평가위원들은 누굽니까?

석훈 : (서류 들고 보며 보고하듯) 지역도시과 호준용 과장과 건축과 강진국 과장 황민재 계장, 주택국 이동준 과장,

       J 엔지니어링의 김대일 이사등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진우 : 모든 인맥을 동원해서라도 신속하게 자릴 만드세요. 시간이 없습니다.

석훈 : 알겠습니다. 헌데 강진국 과장은 좀 어려울 것 같습니다.

진우 : (보는)

        

 

33. 구내식당 (낮)

 

하은, 먹성 좋게 식사를 하면서 재훈의 얘기를 듣고 있다.

식판 들고 가는 직원들, 식사하는 직원들 구내식당에서 식사하는 하은의 모습에 좀 놀란 듯 보면서...

 

재훈 : 그 중에서도 건축과 강진국 과장은 성품이 대쪽같기로 정평이 나있습니다.

하은 : (관심 보이며) 대쪽이요?

재훈 : 네. 원리원칙주의자라 업체 관계자하곤 사적으로 커피 한 잔도 안 마신답니다.

하은 : 훌륭한 분이시네..영향력이 큰 사람인가요, 그 분?

재훈 : 업체를 가려내는 데는 거의 신적인 존재로 통하고 있습니다. 후배들로 부터 신망도 투텁구요.

하은 : 그런 분이시면 J&C의 로비에도 흔들리진 않겠네.

재훈 : 하지만 어차피 평가위원들이 파트별로 점수를 합산하는 거라서

        만약 J&C에서 다른 평가위원들을 설득한다면 저희가 불리합니다.

하은 : (생각에 잠겨 끄덕이다가) 왜 안 드세요? 에이 국 다 식었겠네. 어서 식사부터 해요. 일은 밥 먹은 담에 해도 되니까.

재훈 : (웃는 얼굴로) 알겠습니다. (식사하기 시작한다)

        

하은, 입안 가득 음식을 넣고는 무심히 고개를 들었다가 식판 들고 자리 찾아 앉는 은하와 해경을 본다.

하은, 저절로 음식이 목에 걸리듯 본다.

하은의 그리운 시선은 은하의 모습을 따라가고 있다.

재훈, 하은을 본다.

해경이 재밌는 얘기를 했는지 은하가 오랜만에 환하게 웃는다.

그 모습에 하은의 얼굴에 저절로 미소가 떠오른다. 그 위로.

 

은하 : (E) 방해하지 말고 빨리 나가.

 

 

34. 은하 방 (낮, 회상)

 

하은, 책상 앞에 붙어 앉아 공부하고 있는 은하 옆에 서서.

 

하은 : (떼쓰듯) 오랜만에 오빠랑 좀 놀아주라.

은하 : (싫지 않으면서 괜히) 낼 모레가 입사시험이야.

하은 : 넌 공부 안 해도 무조건 합격이라니까!

은하 : 혼자 노세요, 서하은씨.

하은 : 일승일패니까 결승하자. (얼굴 들이밀며) 하자, 서은하씨.

은하 : (책만 보며) 안돼.

하은 : 하자.

은하 : 안돼.

하은 : 한판만 하자.

은하 : (대꾸도 않고 얼굴 책에 박고)

하은 : (책을 뺏어 버린다)

은하 : (어이없는 듯 보면)

하은 : (소년처럼 웃으며) 한번만.

은하 : (부러 쏘아보며) 한번만이야.

 

 

 

34-1. 은하방 (낮, 회상)

        

눈싸움 하는 하은, 은하

하은 눈장난에 자지러지는 은하.

하은, 은하의 콧등을 쓸어준다.

 

 

35. 구내식당 (낮)

 

하은, 웃고 있는 은하에게 시선이 멈춘 채로 입가에 쓸쓸한 미소가 지어지더니 이내 시선을 돌리고는 식사를 한다.

하지만 이미 식욕이 사라진 듯하다.

재훈, 계속된 의문에 쌓여서 하은을 보는..

 

 

36. 신혁 비서실 (낮)

 

재훈 : (혼자 들어오는데)

여비서 : 안비서님.

재훈 : (본다)

 

 

37. 인철 사무실 (낮)

 

재훈을 부른 인철.

 

인철 : 이번 컨벤션센터 건도 그렇고 안비서가 많이 애썼단 얘긴 들었어.

재훈 : 저보단 부사장님이 바쁘게 뛰고 계십니다.

인철 : (미소로) 자네가 우리 부사장을 성실하게 보필하고 있어서 항상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

재훈 : (몸 둘 바를 모르겠다) 아닙니다, 회장님.

인철 : 겸손한 것도 안비서의 큰 미덕이지.

재훈 : ....

인철 : 자넬 이렇게 부른 건 회장으로서가 아니라 아버지로서 우리 부사장에 대해 좀 물어 볼 말이 있어서야.

재훈 : ? (본다)

인철 : (어디까지나 부드럽게) 부모란 위인들이야 밥 먹고 제일 먼저 하는 일이 자식 걱정이다 보니

        대수롭지 않은 일에도 신경이 쓰여. 요즘 부사장이 어딘지 모르게 좀 불안해 보여서 말이야.

재훈 : (보는)..

인철 : 기우인진 모르지만 혹시 부사장한테 내가 모르는 일이 있는 건가 싶은 생각도 들고..

        그래서 안비서를 불렀어. 누구보다도 잘 알 것 같아서.

재훈 : (차분하게) 특별히 알고 있는 건 없습니다.

인철 : ...그래?

재훈 : 네, 회장님. 단지

인철 : (주시하는)

재훈 : 최근 부사장이 모든 면에서 많이 유연해 지시고 능동적으로 바뀌셔서 많은 직원들이 부사장님을 친숙하게 느끼고 있습니다.

인철 : (웃는 얼굴로) 그렇다면 좋은 변화인데.

재훈 : 네, 회장님.

인철 : 그렇다면야 걱정할 게 없지. 앞으로도 지금처럼 부사장을 잘 도와주게.

재훈 : 네, 회장님.

인철 : 어, 그리고 앞으로도 어려운 일 있으면 언제든 편하게 찾아오구.

재훈 : ...네, 회장님.

인철 : (미소로 보는)...

 

 

38. 인철 사무실 앞 (낮)

 

밖으로 나온 재훈, 어쩐지 뭔가 맘에 걸리는 듯 잠시 서서...

 

 

39. J&C 로비 (오후)

 

굳은 표정의 진우를 따라 걸으며.

 

석훈 : 예상대로 강진국과장은 단칼에 거절입니다. 하지만 다른 위원들만 설득한다면 문젠 없을 겁니다.

진우 : (묵묵히 듣기만)...

 

 

40. 술 집 룸 안 (밤)

 

진우와 석훈이 평가위원들 세 명과 회식중이다.

진우는 미소 띤 얼굴로 웃어가며 얘기를 하고 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

 

 

41. 어느 집 앞 (밤)

 

강진국 과장의 허름한 단독주택 앞에 차를 세워놓고 밖에 나와 기다리고 서 있는 하은과 재훈.

 

재훈 : (조심스럽게) 그냥 돌아가시는 게 좋겠습니다, 부사장님.

하은 : (본다)

재훈 : 강진국 과장은 쉽게 만나주지 않을 겁니다.

하은 : (호쾌하게) 일단 부딪쳐는 봐야죠.

       

그때 저쪽에서 걸어오고 있는 소박한 양복차림의 강진국.

 

하은 : (유심히 보며) 저 분 같은데요?

재훈 : (본다)

        

하은과 재훈은 전혀 신경 쓰지 않고 대문 앞으로 걸어오는 강진국.

 

하은 : (얼른 가서) 강진국 과장님이십니까?

진국 : (보며) 그렇습니다만.

하은 : (씩씩하게) 처음 뵙겠습니다. 무릉건설에 유신혁이라고 합니다.

진국 : (무심한 얼굴로 본다)

하은 : 잠시만 시간을 내 주셨으면 합니다.

진국 : 이럴 시간 있으면 돌아가서 기술연구나 더 하세요. (하곤 돌아서는데)

하은 : 로비를 하려고 온 게 아닙니다. 다만 (하는데)

진국 : (이미 대문 안으로 들어가 버린다)

하은 : 과장님.

       

쾅! 닫혀버리는 대문.

 

하은 : (전혀 유감없이 오히려 웃는 얼굴로) 되게 무섭네.

재훈 : (난감해서) 포기하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하은 : (사람 좋게 웃으며) 가죠. 약속대로 돼지껍데기에 소주 한 잔 살게요. (차로 간다)

재훈 : (복잡한 얼굴로 보고 서 있다)

하은 : (돌아보며) 뭐 하세요?

재훈 : 아닙니다. (하은을 따라간다)

 

 

42. 경찰서 한 곳 (낮)

 

A4용지에 양만철의 복사된 증명사진을 뚫어져라 들여다보고 있는 장형사.

 

강주 : (옆에 서서 기대에 갖고) 모르는 얼굴이에요?

장형사 : ...네.

강주 : 정말 짐작 가는거 없어요? 경팀장님이 왜 이 사람을 면회한 건지..서하은씨가 왜 이 사람을 만나려고 했는지, 그 이유요.

장형사 : ...전혀 없어요.

강주 : (난감해서) 그래요..

일진 : (E) 이강주!

강주 : (번뜩 정신을 차리듯 보며) 네, 선배님.

일진 : 나하고 얘기 좀 하자. (하고 간다)

강주 : (장형사에게) 나중에 얘기해요.

장형사 : 네에.

        

강주, 일진의 험악한 분위기에 무슨 일인가 싶어서 따라가는.

 

 

43. 경찰서 다른 곳 (낮)

 

등을 보이고 서 있는 일진의 얘기가 나오길 기다리며 눈치를 살피며 서 있는 강주.

 

일진 : (돌아본다)

강주 : (긴장해서 본다)

일진 : (낮지만 무섭게) 이강주.

강주 : 말씀하세요, 선배님.

일진 : 사회부 기자하기 싫으면 사표 쓰고 나가.

강주 : (뜨악해서)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일진 : 니가 더 잘 알 거 아냐?!

강주 : (영문을 모르겠는) 모르겠습니다.

일진 : 잘 들어. 넌 이태준의원의 딸이기 전에 KSB소속 사회기자야. 앞으로 처신 똑똑히 해. (하고 돌아서는데)

강주 : (앞을 막고 서서) 그런 얘기 들을 이유 없습니다, 전.

일진 : (보는)

강주 : (다부진 표정으로) 제가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해 주세요.

일진 : (좀 당황스럽게 본다)

 

 

44. 태준 사무실 (오후)

 

태준, 외출을 하려는지 양복 윗도리를 막 걸치는데.

 

강주 : (거칠게 문을 열고 들어선다)

태준 : 연락도 없이 어쩐 일이야?

강주 : (화가 나서) 도대체 왜 그러셨어요?

태준 : (본다)

강주 : 제가 언제 사회부 힘들다고 한 적 있어요? 힘들다고 했대도 그렇죠. 아빠가 왜 국장님 만나서 그런 부탁을 하세요?

태준 : 그 사람들 생각보다 입이 무겁진 않은 모양이구나.

강주 : 제가 원해서 간 부서예요. 제가 정말 가고 싶어서 어렵게 간 곳이라구요. 그건 아빠도 잘 아시잖아요?

태준 : 일단 앉아.

강주 : (O.L.) 저 성인에요. 유치원 짝 바꿔달라는 것도 아니구, 도대체 절 왜 이렇게 한심한 사람으로 만드세요?

태준 : 널 걱정해서 한 부탁이었어.

강주 : 도대체 뭐가 그렇게 걱정되시는데요?

태준 : (말문이 막혀 보는)

강주 : 정말 이해가 안돼요. 다른 사람도 아니고 아빤 누구보다도 보도국 생리를 잘 아시는 분인데

        왜 그런 부탁을 하셨는지 도저히 이해가 안된다구요.

태준 : 애비가 쓸데없는 짓을 했어, 인정해. 하지만 다 널 염려해서 한 일이야.

강주 : (답답해서) 그러니까 뭐가 그렇게 염려가 되시냐구요? 제가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을 좀 해주세요.

태준 : (보다가)...살다보면 이해시킬 수 없는 일이란 게 있어. 그러니까 그 얘긴 여기서 그만두자.

강주 : 아빠, 진심으로 부탁드리는데요. 절 정말 아끼신다면 다신 이런 식으로 제 일에 끼어들지 말아주세요. 가볼게요.

        (말 끝나자마자 나가 버린다)

태준 : (난감한 채로)...

 

 

45. 포장마차 (밤)

 

재수, 한 곳을 걱정스럽게 멀뚱히 보고 서 있는데 은하가 들어온다.

 

은하 : 다녀왔습니다.

재수 : 일찍 퇴근했네?

은하 : 급한 일이 끝나서요.

재수 : 마침 잘 왔다. (한쪽 가리키며) 니가 좀 가봐.

       

은하, 재수가 가리키는 쪽을 보면 강주가 혼자 술을 마시고 있다.

꽤 마신 듯 탁자위엔 빈 소주병이 하나 놓여있다.

 

재수 : 초저녁부터 저렇게 술을 퍼 붇고 있어. 아주 황소고집이야. 아무리 말려도 꿈쩍도 안 해.

은하 : (강주 자리로 간다) 오셨어요?

강주 : (술 취한 눈으로 웃으며) 아아아 서은하씨! 안 그래도 술친구 없어서 되게 심심했었는데 잘 됐다. 앉아요. 우리 한 잔해요.

은하 : (앉으며 미소로) 속상한 일 있었어요?

강주 : 속상한 일 있을 때만 술 마시나..(잔 주면서) 받아요.

은하 : (걱정스럽게 보며 잔을 받는)

 

 

46. 스타 호텔 내 작은 룸 (밤)

 

태준이 김위원장(50대 초반)과 들어오면 기다리고 있던 동찬이 일어선다.

 

태준 : 말씀드렸던 최동찬 사장입니다.

동찬 : (깍듯하게) 이렇게 뵙게 돼서 영광입니다, 위원장님. 최동찬입니다.

: 얘기 많이 들었습니다.

       

악수 나누고 자리에 앉는다.

 

태준 : 한 번 믿고 맡겨볼 만한 사람입니다. 우리 당의 발전을 위해서도 주어진 몫을 충분히 해낼 뚝심도 있구요.

동찬 : 과찬이십니다, 의원님. (김위원장보며) 하지만 절 믿고 밀어주시면 그 은혜는 평생 잊지 않고 보답하겠습니다, 위원장님.

: (어쩔 수 없이 고개 끄덕인다)

        

동찬, 비굴한 웃음 흘리며 보고.

태준은 떨떠름한 미소를 짓고 있다.

 

 

47. 호텔 안 화장실 (밤)

 

동찬, 잔뜩 들뜬 기분으로 소변을 보고 있다.

곧이어 양복차림의 하은이 안으로 들어서더니 무표정한 얼굴로 동찬의 뒷모습을 잠시 보곤 세면대로 가서 손을 씻는다.

볼일을 마친 동찬, 세면대로 가서 거울을 보며 머릴 만지는데 하은이 고개를 들어 거울을 본다.

동찬, 하은의 모습에 흠칫 놀라서 본다.

하은은 무심한 표정으로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손의 물기를 천천히 닦아내다가 고개돌려 동찬을 본다.

 

동찬 : (순간 표정 정리하고 미소를 지으며) 안녕하십니까?

하은 : 누구신지?

동찬 : 아..기억을 못하시는 군요. 이태준의원님 후원회 모임 때 인사드린 적이 있는데..

하은 : 죄송합니다. 제가 기억력이 워낙 없어서요.

동찬 : 아닙니다. (명함을 꺼내서 내밀며) 최동찬이라고 합니다.

하은 : (받아서 보곤 미묘한 미소를 지어보이며) 왠지 성함이 낯설지가 않네요.

동찬 : 흔한 이름이죠.

하은 : 그런가요? 아무튼 반갑습니다. 다음에 또 뵙죠. (나간다)

동찬 : (보며 피식 웃는)...

 

 

48. 호텔 로비 (밤)

 

태준이 정무와 함께 나오다가 한쪽에서 오는 하은을 보고 멈춘다.

하은도 두 사람을 보고는 서둘러 앞으로 온다.

 

하은 : (고개 숙여 인사한다)

태준 : 여긴 어쩐 일이야?

하은 : 중요한 약속이 있어서요. (좀 서두르는 듯한) 그럼, 다음에 찾아뵙겠습니다.

태준 : 어 그래.

        

하은, 서둘러서 로비에 있는 커피숍을 향해 걸어간다.

태준, 하은을 돌아보는데 동찬이 밖으로 나온다.

 

동찬 : 위원장님은?

태준 : 약속이 있어서 먼저 일어났어.

동찬 : 방금 유신혁 부사장을 만났습니다.

태준 : 나도 봤어. (커피숍 쪽으로 시선을 돌린다)

 

커피숍 한 곳에 노트북을 앞에 놓고 앉아 짐짓 심각한 표정으로 키보드를 두드리는 희수 앞으로 가서 서는 하은의 모습이 보인다.

하은, 희수에게 정중하게 인사를 하면 희수가 일어나 하은과 악수를 나눈다.

하은의 태도는 유난히 정중하고 깍듯하다.

 

태준 : 누구지?

정무 : 말씀드렸던 라이언펀드에 스티븐 립니다.

태준 : ..그래. ...가지.

        

태준과 정무 현관을 향해 걸어가고.

동찬, 영문을 모른 채로 하은과 희수쪽을 본다. 두 사람 뭔가 진지한 태도로 긴밀히 얘기를 나누고 있는 모습이다.

태준, 가면서 다시 한번 하은과 희수 쪽을 돌아본다.

희수에게 시선이 잠시 멈춰는 태준, 이내 시선 돌리고 가던 길 간다.

하은, 그제야 태준 쪽을 본다. 희수도 슬그머니 태준을 보는.

 

 

49. 호텔 커피숍 (밤)

 

희수 : (태준의 뒷모습 보며) 저 사람이 국회의원 이태준이에요?

하은 : ...응.

희수 : (흥미롭게 태준의 뒷모습 쫓으며) 엄청 기대 되네.

하은 : (본다)

희수 : (신나서) 국회의원 상대로 사업하는 건 이번이 첨이거든요. 규모도 이번이 제일 크구. 

하은 : (복잡한 시선으로 본다)

희수 : 진짜 믿어도 되는 거죠?

하은 : 뭘?

희수 : 이번 건 성공하면 나한테 주기로 약속한 돈이요.

하은 : 그건 걱정 마. 근데...그 돈 갖고 뭐 할 건데?

희수 : 폼 나게 한 번 살아보는 거죠. 차도 사고, 옷도 사고, 집도 사고, 천사원 애들한테 컴도 쫘악 돌리구.

하은 : (쓸쓸하게 보며) 착하구나, 너.

희수 : (싫지 않은 듯 픽 웃으며) 착하단 말 머리 털 나고 첨 들어보네.

하은 : (쓰게 웃는다)

희수 : 근데 라이언 펀드에 진짜 스티븐 리가 나타나면 어떡하죠?

하은 : (여전히 복잡한 마음으로) 그건 걱정 마. 그 전에 끝낼 거니까.

        

 

50. 달리는 차 안 (밤)

 

하은, 어쩐지 쓸쓸한 기분으로 운전하고 있다.

 

(E) : 휴대폰

하은 : (발신자를 확인하면 강주다. 무심하게) 어, 이강주.

은하 : (F) 저..서은한데요.

하은 : (순간 긴장하는)

 

 

51. 포장마차 (늦은 밤)

 

강주 : (완전히 술이 취해서) 진짜루 괜찮아요. 딱 한 병만 더 마실게요.

은하 : 강주씨 많이 취했어요. 그만 마셔요.

강주 : 진짜 안 취했어요. (하면서도 고개는 자꾸 탁자로 숙여진다)

재수 : 안 취했다고 하는 게 취한 거야. 고집 그만 부리고 그만 마셔.

하은 : (들어와서 본다)

은하 : (하은을 보는)

재수 : (반색하면서) 어서 와요.

하은 : 안녕하셨어요?

재수 : 나야 안녕한데. 이기자가 안녕 못해요.

은하 : 어디다 연락해야 할지 몰라서 전화 드렸어요. 이기자님 집으로 연락 드리면 걱정하실 것 같아서..

하은 : ..잘했어요. (탁자에 엎드려 있는 강주에게 가서 어깨 잡아 깨우는) 이강주, 정신 차려.

강주 : (술 취한 눈으로 부스스 보며) 어...유신혁 왔네?

하은 : 정신 차리고 일어나.

강주 : 정신 차리기 싫은데? 나랑 딱 한 잔만 하자.

재수 : 빨리 집에다 데려다 재워야지 안 되겠네.

하은 : (어깨 잡아 안아 번쩍 일으켜 세우며) 걸을 수 있겠어?

강주 : 물론이죠. (하면서도 비틀거린다)

        

하은, 어쩔 수 없이 강주를 한 팔로 감싸 안 듯이 잡는다.

은하, 두 사람의 모습을 보는 마음이 좀 복잡해지는 듯 시선을 조심스레 돌린다.

 

하은 : 죄송합니다.

재수 : 죄송은 무슨. 빨리 집에 데려다줘요.

강주 : 집에 안 가요. (하은 보며) 방송국에서 자면 돼.

하은 : (재수에게) 가보겠습니다.

재수 : 그래요. 조심해서 가요.

하은 : ...네. (은하를 본다)

은하 : (어색한 시선으로)...조심해서 가세요.

하은 : (자신도 마음이 복잡하다)...네.

        

하은, 강주를 감싸 안고 밖으로 나간다.

 

강주 : (다리 풀려서 나가면서도) 아 계산 안 했다. 오빠가 좀 해 주라.

재수 : (따라 나가서면서) 됐어요. 그냥 가요. (하은 보며) 괜찮아요.

강주 : 정말요? 고맙습니다.

하은 : ...연락드리겠습니다.

재수 : (하은을 보듯 따뜻하게) 시간나면 가끔 놀러 와요.

하은 : (쓸쓸한 미소로)...네. (밖으로 나간다)

은하 : (뒤 따라 나가는)

재수 : (보며 쓸쓸하게 혼잣말) 볼수록 하은이 놈하고 똑같네.

 

 

52. 포장마차 앞 (밤)

 

은하가 지켜보는 가운데 하은이 술 취한 강주를 차에 태운다.

 

하은 : (문 닫고 애써 담담하게)...갈게요.

은하 : 조심해서 가세요.

        

하은, 뭔가 할 말이 있는 듯 하더니 보일 듯 말 듯 서글픈 미소만 지어보이고는 차에 오른다. 

은하, 걱정스런 얼굴로 차 안의 강주를 본다.

곧이어 차가 출발한다.

혼자 남은 은하, 허전한 기분이 든다.

 

 

53. 달리는 차 안 (늦은 밤)

 

하은, 멀어지는 은하의 모습을 사이드 미러로 본다.

마치 은하를 홀로 두고 오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 하은, 몹시 착잡한 심정이다.

 

강주 : (술 취해서) 은하씨 참 고맙다.

하은 : (본다)

강주 : (눈은 감은 채로) 유신혁이 되게 보고 싶었는데.

하은 : ....

 

 

54. 포장마차 안 (늦은 밤)

 

재수 : (강주가 있던 테이블 치우면서) 두 사람 연애하는 사이야?

은하 : (음식 정리하면서 애써 담담한)...모르겠어요.

재수 : 척 보니까 그런데 뭘.

은하 : (어색한 미소)

재수 : 그나저나 너도 빨리 좋은 인연을 만나야 될 텐데. (하다 바닥에 떨어진 서류를 집어든다) 이기자가 흘리고 간 모양이네?

        

무심히 서류를 펴 보는 재수, 양만철의 복사된 사진이 들어있는 서류다.

어쩐지 낯이 익은 듯 사진을 유심히 보는 재수의 표정이 심상치가 않다. 다시 서류를 불빛에 비춰본다.

 

재수 : (놀라서) 이 사람...

은하 : ? 뭔데요?

재수 : (놀란 눈으로 은하를 본다)

은하 : (영문을 몰라보는)..

 

 

55. 방송국 앞 (늦은 밤)

 

하은, 문을 열어주면 강주가 애써 정신을 차리려고 노력하면서 내린다.

 

하은 : 집으로 가지 왜 여기로 와?

강주 : (부스스 웃으며)...고마워, 유신혁.

하은 : 술 좀 그만 마셔라, 이강주. 그러다 남의 차에도 뛰어 들겠다.

       

하는데 강주가 하은의 어깨가 머리를 기댄다.

 

하은 : (놀라서 보는)

강주 : (기대고 선 채로 있다)

하은 : (좀 당황해서)

강주 : (잠시 후 고개를 떼고 보며)...이제 좀 편해졌다.

하은 : (보는)

강주 : ..조심해서 가. 전화할게.

하은 : ..들어가.

강주 : (부스스 웃곤 안으로 들어간다)

하은 : (강주의 마음이 느껴진 상태로 복잡한 기분으로 서서)....

 

 

56. 은하 방 (늦은 밤)

 

모니터 화면에 하은과 함께 찍은 사진을 들여다보고 있는 은하.

그리운 미소로 하은의 얼굴을 쓸어본다.

 

 

57. 권투도장 (늦은 밤)

 

하은, 와이셔츠가 땀에 흠뻑 젖도록 샌드백을 두드리고 있다.

 

<인써트>

포장마차 앞에서 홀로 서 있던 은하의 모습.

 

마치 경기라도 하듯이 사력을 다해 샌드백을 치고 때리고 있는 하은.

        

<인써트>

술 취한 은하를 업고 재수 집 앞으로 걸어오던 모습.

 

토해내고 싶은 고통스런 눈물을 땀으로 토해내듯 샌드백을 치는 하은.

        

<인써트>

등대에서 은하와 첫 키스를 하던 그 순간의 아련한 기억.

 

샌드백을 두드리는 하은의 모습이 아프다.

안으로 들어서던 천사장, 하은의 모습에 흠칫 멈춰선다.

하은, 지친 듯 샌드백을 끌어안고 거친 숨을 몰아쉬더니 샌드백에 머리를 박은 채로...

천사장, 뭐라 말을 건넬까 하다가 그만 둔다.

땀범벅인 채 고통스러운 하은의 눈빛...(F.O.)

 

 

58. 보도국 (아침)

 

강주 : (민국장 앞에 서 있다) 괜한 일로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합니다 국장님.

민국장 : 주호가 쓸데없는 얘길 한 모양이네.

강주 : 다시는 이런 일 없을 겁니다. 아빠께도 잘 말씀드렸습니다.

민국장 : (웃는 얼굴로) 별 일도 아닌데 뭐. 근데 기획취재하고 있는 게 있다면서?

강주 : 아직 보고드릴 만큼 취재가 안 된 상탭니다.

민국장 : 뭔데 그게?

강주 : (잠시 망설이다가) 강력계 형사가 살해당한 사건입니다.

민국장 : 기획취재 할 만한 건 아니잖아?

강주 : 20년 전에 있었던 사건을 수사하다가 살해당한 것 같아서요.

민국장 : (관심보이며) 추측이야? 증빙자료가 있는 거야?

강주 : 자료를 찾고 있는 중입니다.

민국장 : (잠시 생각하다) 진행되는 대로 나한테 상황 보고해.

강주 : ..알겠습니다.

민국장 : 근데 술 냄새 엄청나네?

강주 : (민망해서)...죄송합니다. (하는데)

(E) : 휴대폰.

강주 : (얼른 자리로 가며 받는다) 이강줍니다.

재수 : (F) 지금 좀 만납시다.

 

 

59. 재수 집 거실 (낮)

 

재수 : (양만철 사진이 있는 서류 펴 보이며) 이 사람 지금 어딨어요?

강주 : (의아해서) 양만철씰 아세요?

재수 : 이 사람 이름이 양만철이요?

강주 : (긴장해서) 어떻게 아시는 데요?

재수 : 이 놈이 그 놈이야.

강주 : ? 그 놈이라뇨?

재수 : 하은일 나한테 맡긴 사람이 바로 이 사람이라구.

강주 : (놀라서) 확실..해요?

재수 : 확실해. 분명히 이 사람이야. 근데 이 사람 사진을 왜 이기자가 갖고 있는 거요?

강주 : (놀란 채로)...

 

 

60. 신혁 사무실 (낮)

 

하은 : 서은하씨요?

재훈 : 네. 등대 컨셉이 좋은 점수를 얻었다면 서은하씨도 함께 가는 게 좋을 것 같아서요.

하은 : (망설이는)...

재훈 : 그리고 오늘 강진국 과장이 휴가라서 집으로 가야 할 것 같습니다.

하은 : 그거야 뭐...

 

 

61. 달리는 차 안 (낮)

 

운전기사가 운전을 하고 재훈이 조수석에 앉아있다.

하은과 은하는 뒷자리에 좀 떨어진 채로 어색하게 앉아있다.

재훈은 묵묵히 앞만 보고 있다.

        

 

62. 진우 사무실 (낮)

 

진우 : (들어오며) 강진국과장한텐 제대로 전달했나요?

석훈 : 강과장 집 앞에 차를 세워놓고 우편함에 키를 넣어뒀느데..바로 견인을 시켜버렸습니다.

진우 : 트렁크는요?

석훈 : 사과박스도 그대로 들어있구요.

진우 : (난감한 듯 한숨 내 쉬며) 알겠습니다.

 

 

63. 강진국 집 앞 (낮)

 

하은과 재훈이 꽤 오래 기다린 듯 지루한 표정으로 서 있다.

한 손에 등대 디자인이 들어있는 파일을 들고 차분한 표정으로 서 있는 은하.

 

하은 : (은하보며)...다리 아픈데..차에 들어가 있어요.

은하 : 괜찮습니다.

       

더 이상 말을 못하고 시선 돌리는데 대문이 열리고 평상복 차림의 강진국이 쓰레기봉투 들고 나온다.

 

하은 : (얼른 다가가서) 안녕하십니까?

진국 : (본체만체 쓰레기봉투 놓고 들어가 버린다)

하은 : (난감한데)

재훈 : 역시 안 되겠는데요?

하은 : (머리만 긁적긁적)

 

 

64. 기자실 (낮)

 

강주, 생각에 잠겨 있다가 전화 수화기를 든다. 그러다 도로 내려놓는다.

 

강주 : 경기도팀장은 서하은이 유강혁이란 사실을 알았단 얘기가 되는데...

 

 

65. 강진국 집 앞 (밤)

 

하은과 은하 재훈.

하은, 시계를 보면서 집 앞을 서성이고 있다. 은하와 재훈도 좀 난감한 얼굴이다.

대문이 열리고 다시 나오는 진국, 하은 일행을 모습에 좀 놀란 듯 멈춰서더니 다시 지나가는데.

 

하은 : (그 앞을 막고 선다)

진국 : (본다)

하은 : 맞습니다. 저 로비하러 왔습니다, 강과장님.

진국 : (보는)

하은 : 하지만 돈 봉투도 술대접도 못 합니다. 저희 무릉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로비를 하러 온 겁니다.

        잠시만 시간을 내서 저희 얘길 들어봐 주십시오. 부탁드립니다.

진국 : 최선의 로비가 왜 필요합니까? 실력으로 승부하세요.

하은 : 죄송한 말씀입니다만, 실력으로 제대로 평가 받고 싶어서 이렇게 찾아온 겁니다.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는 건 강과장님께서 더 잘 아실 겁니다.

진국 : (본다)

하은 : 더도 덜도 말고 10분만 시간을 내 주십시오. 부탁드립니다.

진국 : ....

 

 

66. 커피숍 (밤)

 

하은과 은하, 재훈과 진국 네 사람이 모여 있다.

진국은 등대 디자인을 들여다보고 있다.

 

하은 : 저희 무릉에선 이번에 설계한 컨벤션센터를 기업 이익이 우선이 아닌 강원도의 마음을 담아

      지역을 대표하는 상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첫 번째 목푭니다.

       물론 기후조건을 반영한 구조적인 기술도 충분히 뒷받침 될 거구요.

진국 : (담담한 표정으로 은하보며) 이걸 디자인 했다구요?

은하 : ...네.

진국 : 이 등대가 갖고 있는 기능이 뭔가요? 내 생각엔 겉치례일 수 있다고 보는데...

은하 : (잠시 보다가)..전 강원도에서 태어나 중학교 때까지 살았습니다.

하은 : (은하를 본다)

은하 : 어렸을 땐 밤바다가 참 무서웠어요. 근데 등대 불빛이 바다를 비추는 걸 봤어요.

        그때부터 바다가 무섭지 않게 됐구...그때부터

진국 : (보는)

은하 : 등대는 제 유일한 놀이터였구..휴식처였구..언제나 반갑게 맞아주는 친구였어요.

하은 : (아련한 눈빛으로 은하를 바라본다)

은하 : 전 이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이 등대가 작은 놀이터가 되고 휴식처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언젠간 돌아갈 수 있는 자기만의 추억의 장소로 기억되길 바라구요.

진국 : .....

 

 

67. 회의실 복도 (낮)

 

한 손에 설계도면을 축소해 만든 서류철을 들고 걸어오는 평가위원들.

그 속에 강진국과장이 있다.

 

 

68. 회의실 (낮)

 

평가위원들 각자 도면 복사한 서류들 놓고 앉아있다.

 

진국 : 오늘 여기 오는 길에 라디오에서 좋은 말이 나왔어요. 아나운서 목소리도 아주 이쁘고.

        

위원들 웃는다.

 

진국 : 아나운서가 그러더군요. 먼 훗날 꼭 이렇게 말하고 싶다구요. ‘너 참 잘 살았다. 가슴이 시키는 대로’

        

위원들 좀 진지해져서 진국을 본다.

 

진국 : (웃으며) 심사 시작하죠.

 

 

69. 진우 사무실 (낮)

 

결과를 기다리며 서성이는 진우.

 

 

70. 신혁 사무실 (낮)

 

하은, 주사위 만지작거리며 창밖을 응시하고 있다.

 

 

71. 회의실 복도 (오후)

 

정진국과 평가위원들 회의를 마치고 밖으로 나온다. 표정으론 결과를 알 수가 없다.

 

 

72. 진우 사무실 (오후)

 

진우, 서 있는데 노크 소리 들린다. 진우 돌아보면 석훈이 들어온다.

긴장된 표정의 진우.

 

 

73. 신혁 사무실 (오후)

 

하은, 창밖을 응시하고 있는데 재훈, 노크도 없이 급하게 들어온다.

 

하은 : (긴장된 표정으로 본다)

재훈 :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부사장님...우리가 이겼습니다.

하은 : ...정말 입니까?

재훈 : 네에. 평균점수는 J&C와 아주 근소한 차이였습니다만 디자인과 구조면에서 우리가 최고점을 받았습니다, 부사장님(하는데)

하은 : (재훈을 와락 끌어안는다)

재훈 : (어리둥절)

하은 : (포옹을 풀며 기쁜 표정으로) 수고하셨어요. 수고하셨어요, 안비서님.

재훈 : 부사장님이 수고 많으셨습니다.

하은 : (환하게 웃는다)

 

 

74. 인테리어 팀 (오후)

 

은하와 해경, 인테리어 팀들 소식을 기다리느라 초조한데.

 

팀장 : (문을 벌컥 열고 들어서며) 우리가 따냈어! 우리가 J&C를 이겼다구!

해경 : 정말요? 정말이에요?

팀장 : 그래! J&C하고의 경쟁해서 처음으로 이긴 거야, 우리가!

은하 : (오랜만에 환하게 웃는다)

 

 

74. 진우 사무실 (오후)

 

싸늘하게 굳은 표정의 진우, 잠시 생각하다 전화 수화기 들어 번호를 찍는다. 신호음 간 뒤.

 

진우 : (목소리엔 자신만만함이 묻어있다) 나다, 정진우.

 

 

75. 신혁 사무실 (오후)

 

하은 : (진우의 전화를 받고 있다)..그래.

진우 : (F) 축하한다.

하은 : (담담하게) 고맙다.

        

화면 분할되면서.

 

진우 : 예상 못했던 결과지만 깨끗하게 승복할 게. 이번엔 니가 이겼어.

하은 : (담담하게 듣는)

진우 : 그 동안 내가 유신혁을 잘 몰랐던 것 같다.

하은 : ....

진우 : 솔직히 기분이 나쁘지만은 않다. 유신혁이 이제야 싸워 볼 상대가 된 것 같아서.

하은 : (입가에 냉소가 잡히며) 내 상대가 되기엔...넌 너무 잘 보여.

 

(엔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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