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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대본

[부활] 14 - 복수는 고통이다

작성자수다쟁이|작성시간08.09.01|조회수369 목록 댓글 0

[부활] 14 - 복수는 고통이다

 

 

 

 

 

 

 

 

 

 

1. 신혁 사무실 (오후, 전회 마지막씬 연결)

 

<화면 분할 상태>

진우 : 예상 못했던 결과지만 깨끗하게 승복할게. 이번엔 니가 이겼어.

하은 : (담담하게 듣는)

진우 : 그 동안 내가 유신혁을 잘 몰랐던 것 같다.

하은 : ....

진우 : 솔직히 기분이 나쁘지만은 않다. 유신혁이 이제야 싸워 볼 상대가 된 것 같아서.

하은 : (입가에 냉소가 잡히며) 내 상대가 되기엔...넌 너무 잘 보여.

진우 : (싸늘하게 굳어지는)...

하은 : 그리고 유신혁에 대해서 함부로 아는 척 하지 마라.    

진우 : (어이가 없다는 듯 헛웃음을 웃더니) 승리란 게 사람을 교만하게 만들긴 하는 모양이다?

하은 : (차갑게 웃으며) 그렇게 생각해도 좋고.

진우 : 친구로서 하는 충곤데 어쩌다 한 번 정진우를 꺾었다고 해서 앞으로도 그럴 거라고는 생각하지 마.

하은 : 충고하지 마라. 난 머리가죽이 두꺼워서 남의 충고 같은 건 들어오지 않으니까. 축하 전화 고맙다.

 

 

2. 진우 사무실 (오후)

 

진우, 비틀리게 웃으며 수화기를 놓는다.

어이가 없는 듯 헛웃음을 날리더니 웃음이 사그라지며 무섭게 표정이 굳어버린다.

신혁에게 처음 느껴보는 열패감에 감정 주체하지 못하고 책상을 주먹으로 내리친다.

 

 

3. 신혁 사무실 (오후)

 

한 손에 주사위를 만지작거리며 한 곳을 응시하고 있는 하은의 입가에 미묘한 미소가 잡힌다.

 

 

4. 인철의 사무실 (오후)

 

등을 보이고 서 있는 인철. 그 뒤에 종인 묵묵히 서 있다.

 

인철 : (혼잣말 하듯) 이번 건을 진짜 따낼 줄을 몰랐는데...

종인 : (묵묵히)...

인철 : 뭐가 신혁일 이렇게 변하게 한 걸까? (조용히 돌아보며)..어떤 계기로?

종인 : (인철의 마음을 읽으려는 듯 조용히 응시한다)...

 

 

5. 상국 사무실 (오후)

 

상국과 진우.

 

상국 : (기분이 상한 채로) 내가 그 동안 널 너무 과대평가 하고 있었던 거냐? 어떻게 다 잡은 고기를 신혁이한테 넘겨줘?!

진우 : (담담한 자신감) 제 불찰입니다. 너무 빨리 우리 쪽 승리를 자신했습니다.

상국 : (대답이 맘에 들었다) 니가 신혁일 너무 얕잡아봤어. 너도 느꼈겠지만 신혁이가 요즘 많이 변했어. 배짱도 두둑해졌구.

진우 : 그런 것 같습니다. 하지만 두 번 다시 이번 같은 일은 없을 겁니다, 아버지.

상국 : (눌러 보며) 사업은 입으로 하는 게 아냐? 무조건 건설은 사람이야. 리더십이 최우선이란 소리야.

진우 : 압니다.

상국 : 최근 들어 무릉건설 내에서도 신혁이에 대한 평판이 날로 좋아지고 있어.

        신혁이가 제대로 맘먹고 덤벼들고 있단 얘기야. 게다가 무릉이 회사규모는 우리보다 작아도 절대 만만하게 봐서 안돼.

진우 : 명심하고 있습니다. 솔직히 이번 실패가 제겐 자극이 됐습니다, 아버지.

상국 : 그래. 남잔 실패가 있어야 크기도 하는 거다. 

진우 : 네. 앞으론 실망시켜드리지 않겠습니다.

상국 : (마음이 좀 놓이는 듯) 좋아. 곧 재개발 계획발표가 있을 거야. 그 자신감으로 멋지게 한 번 밀어 붙여봐.

진우 : 알겠습니다.

 

 

6. 포장마차 (밤)

 

재수, 손님들 서빙하면서 한 손으로 휴대폰 통화하고 있다.

 

재수 : 괜찮아. 여긴 신경 쓰지 말고 재미나게 놀다 와. 그래그래.

        어 근데 은하야. 거기 하은이 동생도 같이 있어? 그럼 한 번 놀러오라구 해.

 

 

7. 나이트클럽 룸 밖 (밤)

 

은하, 휴대폰 통화를 하고 있다.

룸 안에서 팀장의 노래 소리가 밖으로 들려오고 스테이지의 시끄러운 음악소리.

 

은하 : 그럴게요....(부러 밝게) 알았어요. 그렇게 전할게요.

      

저쪽에서 걸어오던 하은이 은하를 보고 멈춰 선다.

 

은하 : (모른 채로 통화) 근데 부사장님 너무 바쁘세요. 일도 많구..

       

하은, 그리운 미소가 저절로 입가에 생기며 물끄러미 은하를 바라보고 있다. 그 위로.

 

은하 : (E) 알았어요, 아빠. 네에. 저녁 잘 챙겨 드세요.

      

은하, 전화 끊다가 시선을 느끼고 문득 돌아본다.

그 순간 하은과 시선이 마주친다.

하은, 얼른 표정 정리하고 은하 앞으로 걸어간다.

 

하은 : 이번 일..은하씨 아니었으면 힘들었을 겁니다. 아주 훌륭하게 잘해줬어요.

은하 : 아닙니다. 부사장님께서 고생 많으셨어요.

하은 : (뭔가 더 말을 하고 싶지만 할 말이 없다. 잠시 보다가)...들어가요.

은하 : ..네.

        

하은과 은하, 룸 쪽으로.

 

 

8. 나이트클럽 룸 안 (밤)

 

인테리어 팀들과 설계팀 직원들이 모인 회식자리.

재훈과 이실장도 참석해 있다.

모두들 적당히 기분 좋게 취한 상태로 한껏 기분이 고조돼 있다.

하은과 은하 들어오면  앞에 나와 서서 밝은 노래와 춤으로 분위기를 더욱 띄우고 있는 해경.

사람들 박수도 치고 탬버린도 흔들고 누군 앞에 나가서 춤도 함께 춰주면서.. 

하은과 은하, 각자 자리로 가서 앉는다.

은하도 밝은 표정으로 박수를 치며 분위기를 맞춘다.

하은, 박수도 치고 술도 마시고 분위기 맞추면서도 시선은 자꾸 은하 쪽으로만 향하고 있다.

스스로 자제를 하려는 듯 눈을 돌렸다가도 다시 은하를 보는 하은.

재훈, 하은에게 술을 권하려다 은하를 바라보는 하은의 시선에 슬그머니 술병을 내려놓는다.

        

<시간경과>

하은, 겸연쩍은 표정으로 앞에 나가 서 있다. 반주가 흘러나온다.

하은, 좀 머쓱한 기분이지만 최선을 다해 노래를 부른다. 마치 은하에 대한 자신의 심정을 담은 듯한 노래. 

직원들, 하은의 노래를 들으면서 자기들끼리 얘기도 나누는 분위기.

은하, 자신도 모르게 노래하고 있는 하은의 모습에 시선이 고정돼 있다.

마치 정말 하은을 보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지는 은하.

마치 은하에게 들려주듯 노래를 부르는 하은.

어느 순간, 부사장에게서 하은을 찾아 헤매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 은하, 당황스럽게 조용히 시선을 돌린다.

하은의 노래가 끝나자 열광적인 박수와 환호.

머쓱한 웃음을 지어 보이곤 자리로 가려는데.

 

해경 : (일어서며) 왜 앉으세요? 나가죠. 간만에 무도회장까지 왔는데 관절운동도 좀 해야죠.

        (직원들에게) 뭐해요? 팀장님 나가요, 어서요.

팀장 : 난 관절 치료해야 될 사람인데. (그러면서도 일어서서 하은에게) 나가시죠.

하은 : ..예. (팀장과 나가고)

해경 : (다들 일어서는데 앉아있는 은하에게) 은하씨 뭐해?

은하 : 전..그냥.

해경 : (O.L.) 신입이 개념 없이 빠져가지고. 나와.

은하 : (미소를 지으며 일어선다)

 

 

9. 나이트클럽 스테이지 (밤)

 

요란한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있는 직원들.

하은과 은하는 조용히 분위기에 맞추고 있다.

빠른 템포의 음악이 끝나고 블루스 곡이 나오자 하은과 은하 자리로 돌아가려는데

해경이 하은을 은하 앞으로 밀어버린다.

당황스럽게 서 있는 하은과 은하.

해경은 나가려는 재훈을 붙잡고선 빙긋 웃으며 블루스를 춘다.

오히려 어색한 건 재훈 쪽이다.

어색하게 서 있는 하은과 은하.

은하, 스테이지 밖으로 나가려는데 하은이 은하의 팔목을 조심스레 잡는다.

은하, 좀 놀라서 보면 하은, 애써 아무렇지 않은 듯 미소를 지어보이지만 어쩐지 어색하고 수줍다.

하은, 은하를 조심스레 안아 블루스 곡에 맞춰 춤을 춘다.

하은과 은하, 두 사람 사이에 어색함과 긴장이 흐른다.

은하의 허리에 닿아있는 하은의 손.

하은의 어깨에 와 닿아있는 은하의 손.

서로의 체온과 느낌을 고스란히 전달받고 있는 두 사람.

하은, 은하와 함께 있는 이 순간만큼은 유신혁도 유강혁도 아닌 서하은으로의 짧은 행복을 느끼고 있다.

긴장돼 있던 은하도 차츰 편안함이 느껴진다.

어느 순간 자신도 모르게 조용히 눈을 감는 은하.

        

<인써트-3부 37씬>

은하 : (흡, 들이마신다)

하은 : ....

은하 : (맑게) 오빠한텐 소금 냄새가 나. 바다 소금 냄새.

 

은하, 노래가 끝나지도 않았는데 동작을 멈추고 당황스럽게 서 있다.

하은 역시 당황스런 표정으로 은하를 본다.

은하, 혼란스러운 시선으로 하은을 본다.

두 사람 시선이 마주친다.

 

은하 : (혼란스러운 감정을 이기지 못하고) 죄송합니다. 먼저 가볼게요.

       

급하게 스테이지를 빠져나간다.

 

하은 : (그대로 서서 은하를 본다)

        

해경, 은하를 따라간다. 재훈도 무슨 일인가 싶어서 하은을 보고.

 

 

10. 나이트클럽 안 (밤)

 

은하 : (자리로 오더니 팀장에게) 먼저 가보겠습니다.

팀장 : 왜?

은하 : 죄송합니다. (하고는 가방 들고 황급히 나간다)

해경 : (따라가며) 은하씨?

       

해경, 은하를 따라가려는데 하은이 먼저 은하를 따라 나간다.

재훈도 자리로 왔다.

 

팀장 : (해경에게) 왜 그래?

해경 : 내가 실수했나 봐요.

팀장 : 실수라니?

해경 : 부사장님이 은하씨 오빠하고 굉장히 닮았대요.

재훈 : (그 소리에 해경을 돌아보는 위로)

해경 : (E) 부사장님 볼 때마다 힘들어하는 것 같길래 이 기회에 좀 편해지라고 그런 건데..

 

 

11. 나이트클럽 앞 (밤)

 

밖으로 나오는 은하, 감정 추스르지 못한 채로 걸어간다.

곧이어 하은이 급하게 밖으로 나와 은하의 뒷모습을 본다.

은하를 부르려다가 결국 부르지 못하고 서 있는 하은.

 

 

12. 나이트클럽 근처 거리 (밤)

 

은하, 혼란스러운 자신의 감정에 스스로 당황스럽다. 애써 감정을 추스르려는 듯 숨을 들이쉬면서 걸어간다.

저 만치 떨어져서 은하의 뒤를 조용히 따라가는 하은, 와이셔츠 차림이다.

일행과 떠들며 지나던 행인이 은하와 부딪친다.

하은, 자신도 모르게 움찔하지만 정작 은하는 아무런 유감도 없이 걸어가고 있다.

 

 

13. 버스 정류장 (밤)

 

은하, 버스 정류장 앞에 서서 주사위를 바라보고 서 있다.

마치 주사위가 하은이라도 되는 듯 주사위를 손에 꼭 쥐어보고는

자신의 혼란스러움이 어이가 없는 듯 허공에 허탈한 미소를 날린다.

저만치 떨어져서 다가가지 못한 채 은하를 지켜보고 있는 하은의 눈빛이 슬프고 애처롭다.

 

 

14. 강력 5팀 복도 (밤)

 

바쁜 걸음으로 복도를 가로질러 오는 강주.

 

 

15. 강력 5팀 (밤)

 

장형사와 다른 형사 한 명이 자릴 지키고 있다.

 

강주 : (문을 열고 들어오더니 장형사에게) 김형사님 안 계세요?

장형사 : 김형사님은 왜요?

강주 : 서하은씨 시신을 처음 발견했던 분이 김형사님 맞죠?

장형사 : ...네.

강주 : 어디 계세요, 지금?

장형사 : (대답할 말을 찾다가)...잠복근무중이세요.

강주 : 그럼, 그때 같이 계셨던 다른 형사님은 누구세요? 5팀 소속 아니죠?

장형사 : (다른 형사 때문에 좀 난처한 듯 보다가)..저하고 잠깐 나가세요.

강주 : (눈치 빠르게 고개 끄덕인다)

 

 

16. 경찰서 한 곳 (밤)

 

장형사 : (망설이고 있다)

강주 : (대답을 기다리며) 무슨 얘긴데요?

장형사 : (진지하게) 우리 친군 거 맞죠?

강주 : (보는)..

 

 

17. 성인 오락실 앞 (밤)

 

멈춰진 차 안. 수염도 못 깎고 까칠한 모습의 수철이 눈빛만 살아서 오락실 앞을 뚫어져라 응시하고 있다.

잠시 후, 한쪽에서 허름한 차림에 똘마니 남자1이 어슬렁거리며 걸어온다.

수철의 눈에 광기가 흐른다.

 

 

18. 후미진 골목 (밤)

        

수철 : (남자1을 벽에 밀어 붙이며) 박상철이 어딨어?

남자1 : (시치미 뗀다) 박상철이 누군데요?

수철 : (버럭) 니들이 마존이라고 부르는 놈 말야!

남자1 : 그런 사람 정말 몰라요?

 

수철, 대뜸 남자1의 팔을 낚아 소매를 쭈욱 걷어올리면 주사자국이 드러난다.

당황하는 남자1.

 

수철 : (손목 처 들어 남자1의 얼굴에 들이밀며) 이거 뭐야?

남자1 : (바로 사정 조로) 형사님, 저 정말 끊었거든요? 정말이에요. 한번만 봐 주세요.

수철 : 박상철이 어딨는지만 말해.

남자1 : 저는 마빡한테 산 거라서(하는데)

수철 : (말 자르며 버럭) 마빡은 지금 학교 잘 다니고 있잖아, 이 자식아!

남자1 : (겁먹고 보는)

수철 : 안되겠구만. (휴대폰 폴더 열며) 이쪽 관할 형사가 내 동기야. (번호 누른다)

남자1 : (울상이 돼서) 형사님 저기요. 난 그냥 딱 한 세트 사서 해 본 거예요. 날도 덥고 짜증도 나고

수철 : (통화하는) 완일이냐? 나다 수철이.

남자1 : (다급해져서) 제가 아는 건요. 해골귀신 여동생이 박상철이.

수철 : (휴대폰 끊고 본다)

남자1 : (새끼손가락 보이며) 이거라고만 들었지 박상철이 얼굴은 한번도 못 봤어요.

수철 : 해골귀신이면 니들 중간 공급책?

남자1 : ..예. 근데요 사실인지는 저도 몰라요. 그냥 그런 애기가 들리더라는 거지.

수철 : (눈빛에 긴장감이 감돈다)

 

 

19. 경찰서 한 곳 (밤)

 

강주 : 서형사님이 도주 중에도 김형사님과 연락을 하고 있었단 얘기에요?

장형사 : 파트너끼리는 끈끈하게 밀착된 뭔가가 있어요. 눈 한번 찡긋해도 배고픈지 아픈지 서로 알 정도로.....

           사실 그런 거 없으면 우리 이렇게 일 못해요.

강주 : 하지만 결과적으로 잘못된 판단이 된 거잖아요?

장형사 : 그래서 박상철일 직접 쫓는 거예요. 본인 실수로 서형사님 그렇게 됐단 죄책감 때문에요.

강주 : 그럼 잠복근무라는 게?

장형사 : 네. 지금으로선 박상철을 잡는 것밖엔 서형사님 누명을 벗길 방도가 없거든요.

강주 : (생각에 잠겨 고개 끄덕인다)

장형사 : 그러니까 김형사님한테 캐묻지 마세요. 예민한 문제니까.

강주 : 무슨 말인지 알았어요. 저기 부탁하나만 할게요.

장형사 : 뭔데요?

강주 : 임대식하고 양만철이 과거에 어떤 관계였는지 알고 싶은데 방법이 없을까요?

장형사 : 일단..둘이 비슷한 시기에 얽힌 전과기록부터 찾아봐야 할 것 같은데요?

강주 : 그럼 장형사님이 좀 알아봐 주실 수 있어요? 기자한테는 열람이 안되잖아요.

 

 

20. 재수 집 동네 (밤)

 

은하, 쓸쓸한 마음이지만 애써 힘을 내서 걸어온다.

        

진우 : (E) 서은하씨.

은하 : (멈추고 돌아본다)

        

진우, 한쪽에 차를 세워놓고 기다리고 있던 듯 담담한 표정으로 은하에게 다가와 선다.

 

은하 : (담담하게 보며) 여기까지 무슨 일이세요?

진우 : (어쩐지 좀 쓸쓸해 보이는)...나 밥 좀 사줄래요?

은하 : (보는)..

진우 : (흐리게 웃으며) 아직 저녁도 못 먹었는데..

은하 : (힘없어 보이는 진우 모습에 단번에 거절 못하고 보는)...

 

 

21. 선술집 앞 (밤)

 

재훈, 하은의 양복 윗도리 들고 난감한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보며 걸어온다.

문득 술 집 안을 보면 혼자 소주를 마시고 있는 하은의 모습.

재훈,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안으로 들어간다.

 

 

22. 선술집 안 (밤)

 

탁자 위엔 이미 두 병 정도 빈 술병이 놓여있다.

하은, 소주잔을 단 번에 비우고 다시 채우려는데 그 병을 잡는 재훈.

하은, 흐린 눈을 들어보면 재훈이다.

 

하은 : (반갑게 부스스 웃으며) 왔어요?

재훈 : ..네. (앉아 하은의 잔을 채워준다)

하은 : (받고 잔 채워주며) 다들 갔어요?

재훈 : 네. 걱정들 많이 하면서 갔습니다. 부사장님, 옷하고 핸드폰도 놓고 가셔서 연락도 안 되구...

하은 : 아...맞다. 깜빡했네. 미안해서 어떡하죠?

재훈 : 아닙니다. (조심스레) 근데 왜 여기 혼자 계세요?

하은 : (미소 지으며) 그러게요. 왜 여기 이러고 있지? (하며 또 허하게 웃는다)

재훈 : (걱정스레 보며)....서은하씬 갔나요?

하은 : (그저 끄덕끄덕)

재훈 : ...저...서은하씨하고 부사장님 예전부터 알고 계셨던 사이시죠?

하은 : (긴장해서 본다)

재훈 : 주제 넘는 말이지만 서은하씰 대할 때마다 많이 힘들어하시는 것 같아서요.

하은 : (좀 당황스러운데) 그렇게...보였어요?

재훈 : ..네.

하은 : (부러 장난스럽게) 난 참 문제네. 감정을 너무 잘 들켜서.

재훈 : (본다)

하은 : 예전부터 알고 지낸 사인 아니지만 서은하씨 볼 때마다 힘든 건 맞아요.

재훈 : (의아해서)...왜 힘드신지 여쭤 봐도 되겠습니까?

하은 : (잠시 보다가 흐리게 웃으며)...난 유신혁이니까요.

재훈 :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

하은 : 내가...무릉건설 유신혁부사장이니까...힘들어요.

재훈 : (그제야 자기식대로 이해하고)...서은하씨가 부하직원인 건 문제 되지 않는다고 생각됩니다.

하은 : (본다)

재훈 : (미소를 지으며 조심스럽게) 부사장님께서 서은하씰 마음에 두고 계신다면...솔직하게 표현하세요. 망설이지 마시구요.

하은 : (쓸쓸하게 웃으며)...나중에요.

재훈 : (보는)...

하은 : (술잔 만지며 혼잣말 하듯)...나중에.

 

 

23. 재수 집 앞 (늦은 밤)

 

하은, 술이 취해 다리가 좀 풀린 상태로 걸어온다.

집 앞으로 걸어오다가 멈추고 보더니 흠칫 정신이 든다.

자신도 모르게 이곳까지 와 버린 하은, 스스로의 행동에 좀 어이가 없는 듯 허탈한 웃음을 웃는다.

잠시 그렇게 서 있다가 발길을 돌려 왔던 길을 되돌아가려는데

저쪽에서 얘기하며 걸어오는 진우와 은하의 모습에 당황스레 골목 한쪽으로 몸을 숨긴다.

 

진우 : 은하씨 덕분에 아주 오랜만에 맛있는 밥을 먹었어요. 

은하 : (담담한 표정으로)...

진우 : (둘러보며) 이 동네 참 좋네요. 따뜻해 보이고 사람 사는 냄새도 나고.

은하 : (멈추고) 조심해서 가세요.

진우 : ...고마워요. 혼자 밥 먹는 거 싫었는데...지켜봐 줘서.

은하 : (보며) 아닙니다.

진우 : 들어가요, 그럼.

은하 : 여기...다시 오지 마세요.

진우 : (동요 없이) 은하씨 마음에 다른 사람 있다는 거 알아요,

은하 : (보는)...

진우 : (잠시 보다 뜬금없이) 오늘 우리 어머니 돌아가신 날이에요.

은하 : (뜻밖의 말에 좀 놀라서 본다)

진우 : 아버지가 원칠 않으셔서 한번도 어머니 제살 모시지 못했어요. 단 한번두.

은하 : .....

진우 : 그리고 나..어머니한테 너무 미안한 게 많아서..제사 지낼 자격도 없구요.

은하 : (보는)...

진우 : 나...조금은 알아요.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는 사람을 그리워 한다는 게 얼마나 힘든고..외로운지..

        지금 은하씨가 얼마나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지....조금은 알 거 같애요.

은하 : (그 한마디가 내내 참고 있던 아픔을 건드리듯 두 눈에 물기가 어린다)

진우 : (가만히 보는)..

은하 : ...기억만으로도 충분한 사람이 있어요.

진우 : ...

은하 : 그 사람은 나한테...그런 사람이에요.

진우 : (진심어린) 은하씨 마음에 담고 있는 사람...밀어낼 생각 없어요.

은하 : ....

진우 : 밀어내려고 해도 맘대로 안 된다는 거, 누구보다 잘 아니까.

        다만 느리게 한 발짝씩이라도 은하씨한테 다가가는 것만 막지 말아요.

은하 : (뭔가 말을 하려는데)

진우 : 갈게요. 잘 자요. (하고는 은하의 대답 기다리지 않고 돌아서 간다)

은하 : (잠시 바라보다가 안으로 들어간다)

 

 

24. 골목 (밤)

 

어두운 구석, 입 꽉 다물고 벽에 기대 서 있는 하은. 설명할 수 없는 처참한 심정으로 조금의 미동도 없이 서 있다.

하지만 하은의 두 눈과 두 손은 떨림이 일고 있다.

 

 

25. 은하의 방 (밤)

 

차분한 표정으로 안으로 들어오는 은하.

옷 갈아입을 생각 않고 잠시 그대로 서 있다가 등대에 그리움이 가득 담긴 시선을 준다.

 

 

26. 골목 (밤)

 

그 자세 그대로 미동도 없이 서 있는 하은의 고개가 차츰 꺾여진다. (F.O.)

 

 

27. 몽타주 (아침, F.I.)

 

헬스클럽에서 온 몸이 땀에 젖도록 미친 듯이 운동하고 있는 하은.

흔들리는 마음을 다 잡으려는 듯 운동에 몰입하는 하은의 모습.

 

 

28. 무릉 건설 로비 (아침)

 

하은, 예의 그 거침없는 걸음으로 로비로 들어선다.

하지만 하은의 표정은 다른 때 보다 조금 굳어있다.

 

 

29. 인테리어 팀 (아침)

 

은하, 일찌감치 출근해서 서류 챙기고 있는데 해경이 들어선다.

 

해경 : 좋은 아침!

은하 : 나오셨어요?

해경 : (자리에 앉자마자) 어젠 어떻게 된 거야?

은하 : 죄송해요. 먼저 일어나서.

해경 : (조심스럽게) 부사장하고 같이 있었어?

은하 : (의아한) 부사장님이라뇨?

해경 : ? 같이 있었던 거 아니었어?

은하 : 아뇨.

해경 : 그래? 우린 그런 줄 알았지. 어젯밤에 부사장이 은하씨 뒤쫓아 나가선 안 돌아왔거든.

은하 : ....

 

 

30. 신혁 사무실 (낮)

 

냉정한 눈빛, 건조한 목소리로 통화중인 하은.

 

하은 : 유신혁입니다. 의원님께 긴히 드릴 말씀이 있는데 언제쯤 시간이 괜찮으시겠습니까?

 

 

31. 태준 사무실 (낮)

 

태준 : (자리에 앉으며) 할 말이란 게 뭐지?

하은 : (따라 앉으며) 부탁드릴 일이 있습니다, 의원님.

태준 : 부탁이라니?

하은 : 라이언펀드라고 들어보셨지요?

태준 : 물론.

하은 : 거기 홍콩주재 아시아 담당 사장인 스티븐 리가 극비리에 한국에 와 있습니다.

태준 : (짐짓 처음 듣는 얘기인 듯)..그래? 무슨 일로?

하은 : 이미 알고 계시겠지만 최근 중국 신장성에 매장된 천연가스 채굴권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태준 : 그 얘긴 얼마 전에 뉴스에서 본 기억이 있어.

하은 : 그 채굴권을 이번에 라이언펀드에서 따냈습니다.

태준 : (관심 보이며) 그럼 그 비즈니스를 성사시키려고 한국에 와 있단 얘긴가?

하은 : 네. 한국에서 합작회사를 설립하려는 목적인 것 같습니다.

태준 : (생각하는)..헌데 그 일에 내가 도와줄 일이란 게 뭔지 모르겠군.

하은 : 그 프로젝트에 LNG 파이프라인 설치공사 시공을 저희 무릉이 할 수 있도록 스티븐 리를 설득해주셨으면 합니다.

태준 : (웃음을 흘리며) 내가 무슨 힘으로? 더군다나 스티븐 리라는 친구하곤 친분도 없는데 말이야.

하은 : 스티븐 리는 의원님께 상당한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태준 : (본다)

하은 : 중국에서 북한을 거쳐 한국으로 들어와야 하는 일이라 민감한 문제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의원님 같은 힘있는 파트너 없인 추진하기 힘든 프로젝트구요.

태준 : (짐짓 무심한 척) 그 친구가 잘못 알고 있구만. 난 샌님 정치인이라 그런 일엔 전혀 힘이 없는 사람이야.

하은 : 솔직히 말씀드리면 제 선에서 접촉을 시도해 봤습니다만 그쪽에선 J&C를 염두 해 두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태준 : (머릿속이 빠르게 회전하면서...무심히 고개만 끄덕인다)

하은 : 이번 프로젝트만 성사시킬 수 있다면 무릉이 해외로 진출하는데 커다란 발판이 될 겁니다.

        하지만 중국 내에서도 극비리에 추진되고 있는 일이고 워낙 민감한 사안이라서 제 힘으론 한계가 많습니다.

        부탁드립니다, 의원님.

태준 : (쉽게 대답 않고 고개만 주억이는)...

 

 

32. 달리는 차 안 (낮)

 

보일 듯 말 듯 냉소를 지으며 운전하고 있는 하은.

 

 

33. 태준 사무실 (낮)

 

태준 : (생각에 잠겨서)...천연가스라...

 

 

34. 증권회사 (낮)

 

천사장, 예의 그 무심한 표정으로 강냉이 먹으면서 증권현황 판을 주시하고 있다.

지나가던 증권회사 직원이 천사장을 알아보는 듯 본다.

 

직원 : 저기..

천사장 : (본다)

직원 : 혹시...예전에 한울증권에..천공명(하는데)

천사장 : (좀 당황스레 피하며) 아닌데요. (하고는 빠르게 나간다)

직원 : (잘못 봤나? 고개를 갸웃)

 

 

35. 권투도장 (낮)

 

양복차림의 희수가 천사장을 따라 들어오며.

 

희수 : 이태준은 언제 만나는데요?

천사장 : (무심히) 곧.

희수 : 시작했으면 빨리 치고 빠지든가..따분해 죽겠어요.

천사장 : 스위트룸 좋다면서?

희수 : 좋은 것도 하루 이틀이죠? 여자가 있는 것도 아니구.

천사장 : (피식 웃곤 문득)...넌 부모님 만나고 싶단 생각 해 본 적 없어?

희수 : (툭) 별루요. (머쓱한 웃음으로) 뭐 가끔은 궁금하긴 하지만.

천사장 : (복잡한 미소)..

희수 : 근데 아저씬 왜 이런데서 혼자 살아요? 가족 없어요?

천사장 : (씁쓸한 미소만 짓곤 강냉이 하나 툭 입에 털어 넣고 딴 데 본다)

희수 : (보는)...

 

 

36. 무릉건설 엘리베이터 앞 (낮)

 

하은, 생각에 빠져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서 있다.

문이 열리고 무심히 보면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던 은하와 시선이 마주친다.

두 사람 모두 순간적으로 당황하고는 곧 표정을 거둔다.

한 손에 서류를 들고 있는 은하, 고개 숙여 인사하고 지나가려는데.

 

하은 : 어젠.

은하 : (멈추고 본다)

하은 : (애써 대수롭지 않은 듯)..잘 들어갔어요?

은하 : ...네.

하은 : (시선은 피하면서 좀 퉁명스레) 앞으론 그러지 말아요.

은하 : ? (보면)

하은 : 말도 없이 가버리면...동료들이 걱정하잖아요.

       

하곤 은하의 대답도 듣기 전에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간다.

 

은하 : (보면)

하은 : (시선을 피하고 있다)

       

문이 닫히고 기분이 복잡한 채로 잠시 서 있던 은하, 가던 길을 간다.

        

 

37. 엘리베이터 안 (낮)

 

답답한 심정을 추스르지 못하고 여기저기 시선 돌리면서 어쩔 줄 모르는 하은.

 

 

38. 경찰서 한 곳 (오후)

 

성가시고 짜증스러운 표정으로 빠르게 걸어가는 함형사를 끈덕지게 따라 걸으며 묻는 강주.

 

강주 : 따지려는 게 아니에요. 곤란하게 하려는 게 아니라구요.

함형사 : 할 말 없습니다.

강주 :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 돼서 그래요.

함형사 : (멈추고 짜증) 아 증말 짜증나네. 뭐가 이해가 안 되는데요?

강주 : 서형사님 시신을 발견한 건 새벽인데 강릉엔 왜 전날 내려가셨잖아요? 그 사이에 뭐하고 계셨어요?

함형사 : (어이가 없어서) 수사했지 뭐해요?

강주 : 무슨 수사요?

함형사 : (답답해서) 강릉 00호텔에서 서형사를 봤다는 제보 받고 내려간 겁니다.

강주 : (긴장) 제보요? 누가 한 제본데요?

함형사 : 익명이에요.

강주 : 그럼 00호텔에 서형사님이 나타났단 얘긴가요?

함형사 : 나타났으면 서형사 죽게 내버려뒀겠어요? 허위제보 땜에 공쳤구만.

강주 : 허위제보요?

함형사 : 그래요! (하고는 도망치듯 가버린다)

강주 : 허위제보? (복잡해서 머리 긁적이고 가며) 00호텔이라...(하다 문득 걸음을 멈추고 생각하는)

 

 

39. 룸 까페 앞 (오후)

 

멈춰져 있는 수철의 차 안.

차 안의 수철, 밤을 꼬박 새운 듯 몹시 피곤한 얼굴로 까페 앞을 주시하고 있다.

자꾸 졸음이 쏟아지지만 머리 흔들어 졸음을 쫓아내는 수철.

 

(E) : 휴대폰.

수철 : (발신자 확인하고 받는) 나야.

장형사 : (F) 도대체 어디 계신 거예요?

수철 : 박상철 애인을 알아냈어.

 

 

40. 강력 5팀 (오후)

 

장형사 : (놀라서) 그래서 만나셨어요?

수철 : (F) 아직. 기다리고 있는 중이야.

장형사 : 일단 서로 들어오세요. 반장님이 김형사님 땜에 엄청 화나 계세요.

 

 

41. 룸 까페 앞 (오후)

 

수철 : 니가 내 대신 휴가계 좀 내 줘. 일주일 정도만.

장형사 : (F, 놀라서) 휴가요?

수철 : 부탁해.

장형사 : (F) 김형사님.

       

수철, 대답도 않고 전화를 끊고는 힘겹게 낮은 한숨을 내리쉰다. 그 위로.

 

하은 : (E) 니가...서하은을 버렸던 그 날 밤,...난 그 이름을 버렸다.

 

<인써트-13회 3씬>

하은 : (차갑게 응시하며) 20년 만에 만난..동생이 (고통스럽게) 형을 대신해 잔인하게 죽어갈 때...서하은도 함께 죽었어.

        니가 버린 사람은 서하은만이 아니야.

 

수철, 괴로운 심정을 억누르며 까페 앞으로 시선을 고정시킨다.

수철의 두 눈은 기필코 박상철을 찾아내고 말겠다는 의지가 불타고 있다.

 

 

42. 상국 사무실 (오후)

 

상국 앞에 앉아있는 동찬.

 

상국 : (마지못한 결정이지만) 일단 자넬 믿고 스타호텔을 맡겨보기로 했어. 한 번 잘 해봐.

동찬 : (만면에 웃음을 띄우며) 고맙습니다, 회장님.

상국 : 아직 고맙단 인사 받긴 일러. 결정이야 이사회에서 하는 거니까 변수가 생길 수도 있고.

동찬 : 회장님이 절 밀어주신다면야 변수가 생길 게 뭐가 있겠습니까? 이 최동찬이가 제대로 한 번 해보겠습니다.

상국 : (떨떠름한 기분으로) 이게 마지막이야. 스타호텔로 자네하고 나, 깨끗하게 마무리하자구.

동찬 : (웃음을 띄우며) 무슨 그런 섭섭한 말씀을 하십니까?

        저야 회장님을 보필하는 데 보람을 갖고 있는 사람인데 마지막이라뇨? 그런 말씀 마십시오.

상국 : 다른 뜻 없어. 자네가 나한테 한 만큼 나 역시 충분히 보상을 했단 뜻이야.

동찬 : (웃는 낯으로) 황송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회장님.

상국 : (감정을 삭이며 노려보는)...

 

 

43. 진우 사무실 (오후)

 

진우 : (석훈의 보고를 듣고 있다)

석훈 : 예상대로 재개발 사업 발표가 났습니다, 부사장님.

진우 : 좋아요. 우선 조합 측하고 업체 자격조건부터 명확히 하세요. 이번엔 참여단계에서부터 무릉을 제외시켜야 합니다.

석훈 : 알고 있습니다.

진우 : 조합 측에 재개발 실적이나 도급 순위 면에서 우리가 월등한 조건인 걸 충분히 어필시키세요.

        컨벤션센터와 같은 실수는 절대 안 됩니다.

석훈 : 네. 그리고 회장님께서 스타호텔 경영을 최동찬사장한테 맡기시기로 결정하신 것 같습니다.

진우 : (굳어보는)...!

 

 

44. 신혁 사무실 (오후)

 

하은 : (천사장의 전화를 받고 있다) 정회장도 어쩔 수 없었던 모양이죠?

천사장 : (F) 뭐 거래 같은 거겠죠.

하은 : (피식 웃으며) 그럼 우리도 거래를 시작해야겠네요. 천사장님께서 윤미정을 만나주세요.

        아 그리고 최동찬 사무실엔 오늘 가신다고 했나요?

천사장 : (F) 그럴 생각이에요.

하은 : (끄덕이는데)

(E) : 노크.

하은 : 다시 전화 드리겠습니다. (끊고 보면)

재훈 : (들어온다) 필사동 제2구역 재개발 사업 발표가 났습니다.

하은 : ? 재개발이요?

재훈 : 네. (해 놓고 대답을 기다린다)

하은 :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서 잠시 보다)...알았어요.

재훈 : 저기...재개발 팀을 조합 측에 접촉 시켜야 하지 않을까요?

하은 : 아아...그렇죠.

재훈 : J&C에서 예상보다 빨리 일을 추진시키고 있는 것 같아서요.

하은 : 그래요?...(생각하다) 알겠습니다. 일단 그 재개발에 관한 자료 좀 갖다 주세요.

재훈 : ...자료라고 하시며?

하은 : 그냥 관계자료 전부 다요.

재훈 : ...알겠습니다. (나간다)

하은 : (이건 또 무슨 일인가 싶어서 난감한...혼잣말로) 재개발이라...

(E) : 휴대폰.

하은 : (보는)

 

 

45. 무릉 로비 (오후)

 

강주 : (통화중이다) 로비에 있어. 내가 올라갈까? 오빠가 내려올래...알았어.

       

전화 끊고 기다리는데 은하가 로비로 들어선다.

 

강주 : (반가운 얼굴로) 은하씨!

은하 : (보고는 반가운 듯 웃어 보인다)

강주 : 안 그래도 포장마차로 갈까 했었는데. (겸연쩍은 듯) 저번에 술주정 좀 했죠, 내가?

은하 : (미소가 떠오르며) 아뇨.

강주 : 아니긴요. 미안했어요. 그리고 고마웠구요. 신혁이 오빠한테 연락해줘서.

은하 : (그저 어색하게 웃는)..

강주 : 어, 참. 은하씨한테 물어볼 거 있는데.

은하 : (본다)

강주 : 서형사님을 강릉에서 만났었다고 했죠?

은하 : ..네.

강주 : 그때 어떻게 알고 강릉엘 갔던 거예요?

은하 : 오빠한테 걸려왔던 발신자 번호를 확인했어요.

강주 : 거기가 어디였는데요?

은하 : 00호텔 공중전화였어요.

강주 : (긴장해서) 00호텔이요?

은하 : ...네.

강주 : 그럼 허위제보가 아니었단 소리네.

은하 : 허위제보라뇨?

강주 : (대답대신) 혹시 서형사님이 왜 그 호텔에 갔는지는 몰라요?

은하 : ...네.

       

하은,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걸어오다가 은하와 강주의 모습에 멈칫 멈춰 선다.

은하와 얘기하고 있던 강주, 하은의 모습을 확인하곤 손을 들어 보인다.

은하, 돌아보며 하은을 확인하고..

 

강주 : (은하에게) 나중에 포장마차로 갈게요.

은하 : (어쩐지 좀 쓸쓸한 기분)...그러세요.

       

은하, 강주와 헤어져 엘리베이터를 향해 걸어가다 하은에게 고개 인사하고 스쳐지나간다.

하은, 애써 무심한 척 인사를 받고 강주 쪽으로 간다.

 

강주 : 바쁜 거 아냐?

하은 : ..괜찮아. 나가자.

       

하은과 강주, 현관으로 가는.

 

 

46. 인테리어 팀 (오후)

 

은하, 자리에 앉는다. 자신도 이해할 수 없는 쓸쓸한 감정에 잠시 앉아 있다가 기분 털어내고 서류 보려는데.

 

(E) : 전화 벨.

은하 : (받으며) 인테리어 팀 서은합니다.

진우 : (F) 정진웁니다.

은하 : ...네.

 

 

47. 진우 사무실 (오후)

 

진우 : 어젠 정말 고마웠어요. 은하씨 덕분에 기분도 많이 좋아졌구요. 

은하 : (F)...

진우 : (대답이 없자 더 이상 할 말이 없어서)....일 해요, 그럼.

은하 : (F) 저.

진우 : (긴장)....

        

화면 분할되면서.

 

은하 : (차분히) 어머니한테...미안해하지 마세요.

진우 : (흠칫)....

은하 : 아무것도 모르지만 어머닌 다 이해해 주셨을 거예요. 정진우씨 마음 누구보다 어머니가 제일 잘 아실 테니까요.

        

진우, 그 말이 내내 쑤시던 상처를 위로해 주는 듯 입가에 미소를 짓는다.

 

 

48. 공원 (오후)

 

하은과 강주.

 

강주 : 내가 원래 폭탄주 체질이라서 소주 먹으면 빨리 취하드라구. 아무튼 그 날은 정말 고마웠어.

하은 : (앞만 본 체로 덤덤하게) 그 인사하려고 보자고 한 거야?

강주 : 왜? 그래서 불만이야?

하은 : (피식 웃고)

강주 : (본론을 말하듯) 실은 서재수씨한테 강혁오빨 맡긴 사람이 양만철씨란 걸 알아냈어.

하은 : (본다)

강주 : 20년 전 사건과 임대식 양만철이 관계 있는 건 확실해졌어.

하은 : ...그렇구나.

강주 : 경팀장님은 서하은이 유강혁이란 사실을 알아내셨던 것 같애. 그래서 강혁오빠를 만나자고 했던 거구.

하은 : (미묘한 미소를 짓는다)

강주 : 근데 이해가 안 되는 게 있어.

하은 : ..뭐가?

강주 : 은하씨 얘길 들어보면 강혁오빠도 자신이 쌍둥이란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 같거든? 근데 왜 오빠한테 연락하지 않았을까?

하은 : (다른 곳 보며 부러 무심히)...몰랐던 모양이지.

강주 : ...글쎄..어 그리고 강혁오빠 파트너였던 김수철형사라고 있는데.

하은 : (순간 긴장해서 본다)

강주 : 강혁오빠가 쫓기면서도 그 사람하고는 연락을 취했었던 모양이야.

하은 : (무심코)...파트너니까.

강주 : ? 뭐?

하은 : (당황스레 얼른) 파트너니까 믿을 수 있었겠지.

강주 : 파트너 이상이었대. 강혁오빠하군 제일 친한 친구였나 봐.

하은 : (씁쓸한 미소지으며 끄덕끄덕)

강주 : 아무튼 그 사람이 뭔가 알고 있는 것 같은데 통 만날 수가 없어.

하은 : ..왜?

강주 : 강혁오빠 누명 벗기겠다고 박상철을 쫓고 있대. 휴가까지 내구.

하은 : (굳어서 본다)...

 

 

49. 룸 까페 앞 (밤)

 

멈춰진 차 안. 잠복중인 수철, 이틀을 꼬박 그렇게 있었던 듯 피곤에 지쳐있다.

도저히 안 되겠는지 시동을 키려다가 손을 멈추고 긴장해서 차 창밖을 본다.

한쪽에서 걸어오는 미모의 여자(20대 후반)가 까페를 향해 걸어오더니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이 보인다.     

수철...

 

 

50. 까페 안 (밤)

 

작은 실내. 테이블엔 손님들 몇 없다.

 

애인 : (프런트로 가서 종업원에게) 별 일 없지?

종업원 : (난감한 표정으로) 형사가 왔다갔어요.

애인 : (긴장해서) 형사?

수철 : (E) 안녕하십니까?

애인 : (돌아보곤 흠칫 굳는)

수철 : (경찰증 보여주며) 유미리씨 되시죠?

애인 : (날카롭게 반응) 그런데요?

수철 : 박상철이 지금 어딨어요?

애인 : 누구요?

수철 : 당신 애인 박상철이요.

애인 : 무슨 소릴 하는 거야. 그런 사람 모르니까 영업방해 하지 말고 가주세요.

수철 : (까페 안 손님들 들으라는 듯) 당신 오빠 약장사 하는 거 알죠?

애인 : (당황해서) 어디 와서 행패에요? 경찰이면 다예요?

수철 : 그러니까 조용히 말 할 때 불어요.

애인 : 모른다고 했잖아요!

수철 : 당신오빠가 중간공급자라는 거 투약자가 다 불었어요.

애인 : (짐짓 모른 척) 나랑은 상관없는 일이에요.

수철 : 그럼 할 수 없지. 당신 오빠만 물고 늘어지는 수밖에.

애인 : 뭐예요?

수철 : 당신 오빠, 죄질이 나빠서 이번에 들어가면 좀 오래 걸릴 겁니다.

애인 : (갈등하듯 보고)

수철 : 애인보다야 가족이 더 중요하지 않아요?

애인 : (화내듯) 그 사람, 오빠 소개로 몇 번 만난 거뿐이에요. 다른 건 몰라.

수철 : 그래요? 그럼 기억 날 때까지 요 앞에서 기다리죠 뭐. 남는 게 시간인데.

애인 : (노려보는)

수철 : 박상철이 잡는 게 목적이 아닌 사람이에요, 난. 그 사람 도와주려는 겁니다. 살인죄 풀어주려구.

애인 : (보는)...

수철 : 잘 생각해 봐요. (하고 밖으로 나간다)

       

애인, 수철이 나가길 기다렸다가 황급히 수화기 든다.

 

 

51. 동찬 사무실 (밤)

 

동찬 : (짜증스런 표정으로 전화를 받고 있다)..알았어. 허튼 짓 말고 입에 자물쇠 채우고 있어.

        (끊고는, 험악하게 구겨지며 씹어 먹을 듯) 김형사 이 새끼..

 

 

52. 오피스텔 룸 (밤)

 

하은, 책상 앞에 앉아 초조한 듯 두 손을 모으고 생각에 잠겨있다.

 

<인써트-13회 3씬>

수철 : (멍하니 보는 얼굴에 눈물이 흐른다)....난 용서 받을 자격 없는 놈이야... 내가 어떻게..

        (고개 숙이고 흐느끼며) 미안하다..미안해, 미안해..하은아.

 

괴로운 심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초조하게 서성이는 하은.

 

강주 : (E) 강혁오빠 누명 벗기겠다고 박상철을 쫓고 있대.

       

하은, 갑자기 엄습해 오는 불안감을 지울 수가 없다.

 

 

53. 동찬 호텔 앞 (밤)

 

천사장, 강냉이 먹으면서 어슬렁거리고 있다.

호텔 직원 한 명이 주위를 살피며 밖으로 나온다.

천사장, 호텔 직원 확인하고는 무심한 얼굴로 직원 옆으로 스쳐 지나면서 직원의 손에 있던 열쇠를 천사장이 넘겨받는다.

천사장,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그대로 로비로 들어간다.

 

 

54. 호텔 안 (밤)

 

안으로 들어온 천사장, 주위를 둘러본다.

저쪽에서 잔뜩 굳은 표정의 동찬과 수하, 어깨 서너 명이 함께 걸어 나온다.

슬쩍 얼굴을 피하는 천사장, 동찬이 밖으로 나가자 엘리베이터 쪽으로 움직이는데 휴대폰이 울린다.

 

천사장 : (받으며) 네.

하은 : (F) 어디 십니까?

천사장 : 최동찬 호텔이요.

 

 

55. 오피스텔 (밤)

 

하은 : (긴장되고 다급한) 그 일은 나중에 처리하세요. 더 급한 일이 있습니다.

 

 

56. 룸 까페 앞 (늦은 밤)

 

멈춰진 차 안. 빵하고 우유로 끼니를 때우면서 까페 앞만 노려보고 있는 수철.

 

수철 : 누가 이기나 어디 한 번 해보자.

        

죽어도 물러서지 않을 자세로 꾸역꾸역 빵을 넘기면서 안 주머니에 뭐가 들었는지 괜히 한 번 툭툭 치며 확인하는데.

유리창 두드리는 소리가 들린다.

수철, 돌아보면 동찬의 수하가 안을 들여다보고 있다.

확 겁에 질려서 굳어버리는 수철.

수하, 무표정한 얼굴로 밖으로 나오라는 손짓을 보인다.

수철, 어쩔까 궁리하다가 이내 시동을 거는데 벽돌로 승용차 유리창을 깨버리는 수하.

겁에 질린 수철.

 

 

57. 창고 안 (늦은 밤)

 

발길질에 채이며 바닥으로 나 뒹구는 수철. 이미 많이 맞은 듯 얼굴이 엉망이다.

수철, 다시 일어선다.

한쪽에서 유유자적하게 보고 서 있는 동찬.

수철, 동찬을 노려보는 눈빛은 저항하고 있지만 몸은 저항하지 못한다.

동찬, 쯔쯔 혀차듯 수철을 본다.

수하, 인정사정없이 수철을 팬다.

주변의 수하 1,2,3도 달려들어 합세한다.

 

수철 : (그렇게 맞으면서도 동찬을 향해 고함을 지른다) 말해! 하은일 죽인 건 최동찬 너야! 

        

날아오는 주먹에 다시 고꾸라지는 수철.

 

수철 : (무릎이 꺾여 주저앉아서도) 임대식을 죽인 것도 너구! 박상철한테 뒤집어씌운 것도 너야! 그렇지!

      

다시 난폭하게 날아오는 주먹과 발길질.

수철, 배를 움켜쥐고 간신히 일어서려다가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꼬꾸라진다.

수하, 또다시 패려는데.

지켜보고 있던 동찬, 손을 들어 제지하고는 수철 앞으로 걸어간다.

 

동찬 : (수철의 얼굴을 보며) 이런, 내 마음이 아퍼. 친구한테 이러고 싶지 않은데..우정은 쉽게 깨지는 거라서 말야.

수철 : (간신히)..말 해. 하은일 죽인 건..너라구.

동찬 : 왜 이렇게 무모하시나...우린 이미 같은 편인데.

수철 : ...말 해...니가 죽였다구.

동찬 : 서하은을 죽인 건 내가 아니지. 김수철 형사가 죽인 셈이지.

수철 : (괴롭게 일그러지더니 동찬의 얼굴에 침을 뱉는다)

 

동찬, 순식간에 일그러진다.

수하가 수철에게 달려들려고 하자 동찬, 손으로 제지시키고 손수건을 꺼내 천천히 얼굴을 닦아내더니

갑자기 수철에게 미친 듯이 발길질을 해댄다.

맥 놓고 맞고 있는 수철. 두 손은 가슴을 싸잡고 있다.

 

동찬 : 천하의 최동찬이도 인내심엔 한계가 있어. 한번만 더 개수작부리면 그땐 나도 어떻게 돌아버릴지 장담 못해.   

수철 : (눈두덩이 부어 시야를 볼 수 없는 지경)..

 

 

58. 창고 앞 (늦은 밤)

 

동찬과 일당이 밖으로 나와 자신들의 승용차로 오르는 모습이 누군가의 시선에 보여진다.

멀찌감치 떨어져 있는 천사장의 차 안.

천사장, 심각한 표정으로 동찬 일행의 차가 떠나는 것을 지켜보고 있다.

 

 

59. 창고 안 (늦은 밤)

 

천사장이 기절해 있는 수철을 일으켜 안는다.

 

천사장 : 김형사님. 정신 좀 차려 봐요. 김형사님.

        

수철, 힘겹게 눈을 부스스 뜨면 천사장의 얼굴이 흐리게 보였다가 다시 수철의 눈이 감기면서(F.0.)

 

 

60. 작은 병원 입원실 (아침, F.I.)

 

수철의 시선으로 차츰 차츰 밝아지는 화면.

마치 울 것 같은 얼굴로 고통스럽게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는 하은의 얼굴이 뿌옇게 보인다.

수철, 온 몸의 타박상과 얼굴 눈두덩이 부어올라서 멍들어 있고 가슴엔 붕대를 휘감고 누워있다.

                

수철 : (간신히 눈을 뜨려고 노력하며 겨우 입을 달싹거린다)...하은아..

하은 : (처연한 얼굴로 가만히 내려다보는)...

수철 : ..하은아..

하은 : (입가에 겨우 미소를 짓지만 마치 우는 것 같다)....

수철 : ...미안하다...(하더니 다시 눈이 감긴다)

        

수철의 앞에 처연한 표정으로 앉아있는 하은, 고통스러운 심정으로 수철의 손을 천천히 잡아 쥐고는 얼굴을 묻는다.

 

 

61. 병원 복도 (아침)

 

천사장, 한쪽에 서 있다가 한 손에 들린 소형녹음기를 들어서 본다. 생각이 많은 얼굴이다.

하은, 처연한 표정으로 밖으로 나온다. 

 

천사장 : (다가가더니 녹음기를 건넨다)

하은 : ? (보면)

천사장 : 김형사 주머니에 있던 거예요.

하은 : (조용히 받아든다)

 

 

62. 인철의 거실 (아침)

 

인철의 출근길.

 

인철 : 안 들어오다니? 신혁이가 외박을 했단 얘기야?

이화 : (걱정이 담긴)...네에.

인철 : 휴대폰은 해 봤구?

이화 : 아침 일찍 전화는 왔었어요. 그냥 일이 좀 있다면서 걱정 말라구요.

인철 : ...그래.

신영 : (교복 입고 내려오면서) 오빠 나이가 몇인데 그렇게 걱정을 하세요?

        우리오빠가 좀 별나서 그런 거지 내 친구 오빠들은 툭하면 외박하든데요, 뭘.

인철 : (웃으며) 니 말이 맞는 것 같다. (이화 보며) 전화 왔었다니까 걱정하지 말아요.

이화 : (미소로) 당신이 회사 가면 좀 물어봐요. 무슨 일인지.

인철 : 그러지.

 

 

63. 경찰서 한 곳 (낮)

 

강주와 장형사.

 

장형사 : 00호텔 투숙객 명단이요?

강주 : 네. 서하은 형사가 사망하던 날 그 호텔에 투숙객을 알고 싶어서요. 가능할까요?

장형사 : 공식적인 협조공문이 있어야 되는데...

강주 : 어떻게 방법이 없겠어요?

장형사 : 강원도에 친한 선배형사가 있으니까 한 번 부탁해 볼게요.

강주 : (환해져서) 고맙습니다, 장형사님.

장형사 : 고맙긴요. 서형사님 일로 애써주셔서 저야말로 고맙습니다.

강주 : (웃어 보인다)

 

 

64. 무릉 옥상 (낮)

 

유난히 지쳐 보이는 하은. 쓸쓸하게 홀로 서 있다.

한 손에 들려있는 소형 녹음기를 들어보는 하은.

녹음기 재생버튼을 누르면 창고 안에서의 수철과 동찬의 대화가 흘러나온다.

고통스러운 수철의 목소리, 잔인한 동찬의 목소리.

먼 곳을 바라보며 녹음기 소리를 듣고 있는 하은의 얼굴은 텅 비어 있는 듯 표정이 없다.

 

 

65. 신혁 사무실 (낮)

 

하은, 안으로 들어오는데.

 

재훈 : 오셨습니까?

하은 : 별 일 없었죠?

재훈 : 회장님께서 찾으셨습니다.

하은 : ...

 

 

66. 인철 사무실 (낮)

 

인철 앞에 앉아있는 하은.

 

인철 : (부드럽게) 신영이 녀석이 아침에 그러더구나 다 큰 성인인데 뭘 걱정하냐구?

하은 : (조용히 미소)....

인철 : 하지만 부모 맘이란 게 그래. 자식이 육십이 돼도 끼니 때 되면 밥은 먹었는지 살피게 되고..염려 되구.

하은 : 걱정 끼쳐드려서 죄송합니다.

인철 : 무슨 안 좋은 일이 있었던 건 아니구?

하은 : 아닙니다.

인철 : 그렇다면 다행이지만 니가 외박한 건 처음이라서 맘에 좀 걸리는 구나.

하은 : (덤덤하게) 그냥...밤새 드라이브를 좀 했습니다.

인철 : ..갑자기 드라이브는 왜?

하은 : (미소지으며)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는 아니구요. 갑자기 마음이 답답하기도 하구 뭐 그래서요.

인철 : 허긴 한창 나이에 일에만 파묻혀 있으니 그럴 만도 하지. 강주하고는 어떻게 지내고 있어? 가끔 만나는 것 같든데.

하은 : ..가끔 술도 마시고 차도 마시고 그러고 있어요.

인철 : (웃으며) 듣던 중 반가운 소리다.

하은 : (그저 미소만 지어 보인다)

인철 : 헌데 좀 피곤해 보이는 것 같구나.

하은 : (희미하게 미소지으며) 밤새 운전을 했더니..좀 피곤하네요.

 

 

67. 인철의 거실 (낮)

 

이화 : (전화를 받고 있다) 안 그래도 걱정돼서 전화할까 했었다. 무슨 일 있는 건 아니지?

 

 

68. 신혁의 사무실 (낮)

 

하은 : (어머니한텐 유난히 따뜻하다) 그럼요. 아무 일 없어요. 밥도 먹었구요. 저 때문에 걱정하셨어요?

이화 : (F) 그럼. 이런 일 없었는데 걱정이 되지.

하은 : (쓸쓸한 얼굴에 아이처럼 웃으며) 자주 외박해야겠다.

이화 : (F) 무슨 소리야?

하은 : 어머니가 밤새도록 제 생각만 하고 계셨을 거 아니에요? 

이화 : (F) 너두 참.

하은 : (부스스 웃는데 슬프다)

 

 

69. 입원실 (낮)

 

천사장, 수철 옆에 앉아서 만화책 뒤적이며 보고 있다.

수철이 눈을 뜨고 천사장을 본다.

 

천사장 : 정신 들어요?

        

수철, 몸을 일으키려다가 너무 아파 비명을 지른다.

 

천사장 : 그냥 있어요. 몸이 엉망진창이에요, 지금.

수철 : (아파서 인상 쓰면서도 누군가를 찾듯 둘러본다)

천사장 : 그 사람 찾아요?

수철 : (보면)

천사장 : 서하은형사 동생.

수철 : (그 말에 당황스럽게 보며)...어디 있습니까?

천사장 : 밤새 김형사님 옆에서 지키고 있다가 한 시간 전에 갔어요.

수철 : .....

천사장 : 가족한테 아직 연락 못했는데? 경찰서에 알릴 일은 못 되는 것 같구.

수철 : ...퇴원해야죠.

천사장 : 그 몸으로 어떻게 퇴원을 합니까?

수철 : (천사장 보며) 천공명씨는 어떻게...하은이..(말을 멈췄다가) 동생하고 같이 있는 겁니까?

       

천사장, 대답대신 피식 웃곤 약속이라도 있는 사람처럼 시계를 들여다본다.

        

 

70. 스타호텔 로비 (낮)

 

태준이 정무와 함께 걸어 들어온다.

 

 

71. 호텔 식당 룸 안 (낮)

 

태준과 정무가 들어오면 기다리고 있던 희수가 자리에서 일어나 정중하게 인사를 한다.

 

희수 : 안녕하십니까. 스티븐 리라고 합니다.

태준 : (악수 청하며) 얘기 많이 들었어요.

희수 : (악수하며) 다시 만나 뵙게 돼서 영광입니다, 의원님.

태준 : (웃는 낯으로) 앉아요.

희수 : (앉으며) 작년 미국에 오셨을 때 인사를 드렸었는데 기억하시는지요?

태준 : (웃는 얼굴로) 어쩐지 낯이 익다 했어요. 아주 낯이 익어.

희수 : 기억해주시니 고맙습니다.

태준 : (웃고)

        

<시간경과>

한식으로 저녁식사를 하고 있는 태준과 희수.

두 사람, 같은 반찬에 자주 젓가락이 간다.

 

태준 : 듣기론 라이언펀드에 아시아담당 사장이시라는데 너무 젊은 분이시라서 좀 놀랬어요.

희수 : 저희 라이언펀드 임원진 중엔 젊은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태준 : 요즘 세계적인 추세가 그렇긴 하지. (하다 같은 반찬에 동시에 젓가락이 간다. 웃으며) 나하고 입맛이 아주 비슷한 분이시구만.

희수 : 미국에서 오래 살았는데도 햄버거보단 한식이 좋습니다.

태준 : 그래서 피는 못 속인다는 거지.

희수 : (웃고)

태준 : 헌데 나한테 의논하겠다는 일은 뭔가?

희수 : (좀 망설이듯 보며) 죄송한 말씀입니다만 오늘은 말씀드리기가 힘들 것 같습니다.

태준 : (본다)

희수 : 좀 전에 본사에서 전화를 받았는데 다소 민감한 사안이라서 본사에서도 신중을 기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태준 : (좀 기분이 상하지만 내색하지 않으며) 괜찮아요. 이렇게 새로운 인연을 만든다는 것 자체가 의미 있는 일이니까.

희수 : (미소로)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72. 달리는 차 안 (오후)

 

태준 : (생각에 잠겨 있다가) 스티븐 리 말이야.

정무 : 네.

태준 : 다른 정치권 인사와 접촉하고 있는지 자네가 좀 알아봐.

정무 : 알겠습니다.

태준 : 그리고 라이언 펀드에서 추진하고 있다는 천연가스 채굴권에 대해서도 은밀히 좀 알아보구.

정무 : 네, 의원님.

태준 : .....

 

 

73. 권투도장 안 (오후)

 

하은과 천사장.

하은은 복잡한 표정으로 샌드백을 툭툭 치고 있다.

 

천사장 : 무슨 생각해요?

하은 : 뭐 이런 저런.

천사장 : 박희수도 생각보다 잘 해주고 있고 모든 일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데 왜 그렇게 기분이 저조합니까?

하은 : (부러 미소지으며) 내가요? 안 그런데.

천사장 : (미련 없이) 아님 말구요. 근데 김형사가 녹음한 테잎 경찰에 제시할 겁니까?

하은 : (피식 웃으며) 그 정도 증거론 경찰폭행 죄밖에 성립 안돼요. 오히려 김형사만 곤란해지지.

        그리고 그렇게 쉽게 최동찬을 보내면 너무 시시하잖아요.

천사장 : (빙긋 웃곤) 나한테 언제 다 설명해 줄 겁니까?

하은 : (본다)

천사장 : 쌍둥이 별자리 전설말구 진짜 당신 이야기. 언제쯤 해 줄 거예요?

하은 : (미묘한 미소로)...글쎄요.

천사장 : 진짜 당신은 누굽니까?

하은 : (긴장해서 보면)

천사장 : 불사조 서하은 동생입니까? 아니면 하늘에 별이 된 형 서하은입니까?

하은 : (잠시 보다가 쓸쓸한 미소로) 내가 누구인지...나도 모릅니다. 진짜 나는...여기 없으니까요.  

천사장 : (복잡한 표정으로 보면)

하은 : (이미 현관으로 뚜벅뚜벅 걸어 나가고 있다)

 

 

74. 술집 룸 (밤)

 

태준과 상국의 간단한 술자리.

 

상국 : 강주가 신혁이 사건을 캐고 다니고 있다면서?

태준 : (기분이 상해서) 최동찬이가 자네한테 따루 보고를 하는 모양이지?

상국 : (기분 눈치 채고) 자네한테만 문제되는 사안이 아니잖아?

        게다가 다른 사람도 아니고 강주는 자네 딸인데...보통 난감한 문제가 아니야, 이건.

태준 : (부러 대수롭지 않다는 듯) 난 그다지 신경 쓰이지 않는데? 별달리 기사거리가 될 만한 걸 찾지도 못할 테고.

        (말 돌리듯) 그나저나 자네야 말루 골치 좀 아프겠드구만.

상국 : (본다)

태준 : 스타호텔 말야.

상국 : 골치 아플 게 뭐 있어?

태준 : 자네 안 사람이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 같아서 말야. 물론 자네가 알아서 잘 처리하겠지만. (술잔을 비운다)

상국 : (기분이 틀어져서 보는)..

 

 

75. 상국의 거실 (밤)

 

기분이 틀어진 채로 들어서는 상국.

 

미정 : (차갑게 맞는다) 왔어요.

상국 : 진우는?

미정 : 걔가 언제 나한테 보고하고 다니는 얘에요? 당신도 마찬가지지만.

        

상국, 뭔가 말하려다 거두고 안방으로 움직이다가 한쪽에 걸린 새로운 그림에 시선을 준다.

 

상국 : 못 보던 그림인데?

미정 : 선물 받았어요.

상국 : 선물?

미정 : 네.

상국 : (대수롭지 않게 넘기고 들어가려는데)

미정 : 나 스타호텔 포기 못해요.

상국 : (본다)

미정 : 최동찬이란 사람한테 경영을 맡긴다구요? 그 사람하고 당신 무슨 관곈데 그 사람한테 맡겨요?

상국 : 이사회에서 결정할 문제야.

미정 : 당신이 그 사람을 밀고 있다는 거 다 알아요. 하지만 똑똑히 알아둬요. 나도 쉽게 포기 안 할 거니까.

상국 : (골치 아파서 보다가 들어가 버린다)

미정 : (싸늘하게 보는)..

 

 

76. 입원실 (밤)

 

하은, 잠들어 있는 수철을 안쓰러운 표정으로 조용히 내려다보고 있다.

친구를 그때 용서해 주었더라면 이런 일은 없었을 거라는 안타까움이 하은의 얼굴에 담겨있다.

 

 

77. 포장마차 (밤)

 

혼자서 소주를 마시고 있는 하은. 마음이 서글프고 고단하다.

 

재수 : (안주 갖다 놔 주며, 하은이 찾아와 준 게 신이 나 있다) 이것 좀 먹어 봐요. 사실적으루다 우리 집에서 최고 맛난 안주요, 이게.

하은 : (미소로 보며) 잘 먹겠습니다. (하고 안주 집어 먹고)

재수 : 사실적으루다 내가 저기..이름이 뭐라고 했죠?

하은 : (잠시 보다가 미소로)..유신혁입니다.

재수 : 어. 그 유신혁씨를

하은 : 말 놓으세요.

재수 : 에이 어떻게 그래? 좀 더 친해지면 모를까.

하은 : ....

재수 : 아무튼 내가 무척 기다렸어요. 뭐 어떻게 들리지 모르지만 유신혁씨 보면서 우리 하은이 놈 본다 그렇게 생각하면..

        위로도 되는 것 같구.

하은 : (쓸쓸하게 보며)....죄송합니다.

재수 : ? 뭐가요?

하은 : (담담하게)..자주 찾아뵙지 못해서요.

재수 : 내가 고맙지. 이렇게 찾아와 줬는데.

        

손님들 서너 명 한꺼번에 들어온다.

 

재수 : 아이고, 어서 오십쇼. 오랜만에 오셨네요. 이쪽으로 앉으세요. 이쪽으로 (하며 손님들을 맞는다)

       

하은, 바쁜 재수의 모습을 물끄러미 보다가 자리에서 일어선다.

재수, 돌아보면 어느새 하은은 가고 없다.

 

재수 : 어디 간 거야? (둘러보는)

 

 

78. 포장마차 근처 길 (밤)

 

하은, 술이 좀 취한 채로 쓸쓸한 모습으로 터벅터벅 걸어온다.

앞에서 걸어오던 은하가 하은을 보고 걸음을 멈춘다. 

하은도 무심히 고개 들었다가 은하 모습에 흠칫 굳어 걸음을 멈춘다.

        

 

79. 보도국 (밤)

 

강주, 팩스로 온 투숙객 명단 들고 자리로 오면서 휴대폰 통화를 한다.

 

강주 : 장형사님, 전데요. 투숙객 명단 지금 받았어요. 고맙습니다.

       

끊고 명단을 훑어보기 시작한다. 그러다 놀라서 어느 한 곳에 시선이 집중된다.

투숙객 명단 속에 있는 ‘유신혁’이란 이름.

 

강주 : (굳어서) 유신혁? 

 

 

80. 포장마차 근처 길 (밤)

 

하은과 은하 마주보고 서 있다.

 

은하 : 아빠 만나고 가시는 길이세요?

하은 : ...네.

은하 : ...고맙습니다.

하은 : 뭐가요?

은하 : (담담하게) 바쁘실 텐데 이렇게 와 주셔서요.  

하은 : (물끄러미 바라보고만 있다)

은하 : (잠시 보다가 담담히)...그럼, 조심해서 가세요.

        

은하, 고개 숙여 인사하고 하은을 스쳐 지나가는데

하은, 앞만 보고 선 채로 은하의 손목을 잡는다.

은하, 너무 놀라서 하은을 돌아본다.

앞만 보고 있던 하은이 고개 돌려 은하를 바라본다.

은하, 당황스럽게 하은을 본다.

은하를 바라보는 하은의 두 눈이 슬픔으로 가득 차 있다.


(엔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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