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 16 - 유건하를 기억하십니까
씬1. 레스토랑 (전회, 마지막 씬 연결 밤)
하은 : (대답 없이 메뉴판만 보고 있다)
강주 : ? (왜 이러지 싶어서 살피는데)
남자 : (E) 신혁아.
하은 : (고개 들어 본다)
귀공자처럼 보이는 하은이 또래 남자가 뜻밖이라는 듯 반가운 표정으로 서 있다.
은하, 강주, 진우도 무심히 보고.
하은 : (누군지 알 수가 없다. 당황해서 보는데)
남자 : 오랜만이다. 안 그래도 연락하려고 했었는데 여기서 만나네.
하은 : (일어나서 애써 침착하게)..어..그래.
남자 : (손님들 확인하고) 손님들 계시는데 오래 얘긴 못하겠다.
하은 : ...그래. 다음에(하는데)
진우 : (일어나서 남자에게) 정진우라고 합니다. (하은보며) 누구신지 소개 좀 해줘.
하은 : (말문이 막힌 채 당황해서 본다)
진우 : (기다리듯 보는)
하은 : (당황한 채로 망설인다)
강주 : ? (본다)
은하 : (의아해서 보는)
하은 : (애써 당황스런 표정 감추며) 어..내 친구야. (남자에게) 우리 언제보고 못 본 거지?
남자 : 미국 연수 갈 때 보고 처음이니까 딱 2년 됐네.
하은 : 벌써 그렇게 됐나? 어, 참. 인사해라. J&C의 정진우 부사장.
남자 : 첨 뵙겠습니다. 황의경이라고 합니다.
진우 : 반갑습니다.
남자 : 네. (하은에게) 나중에 전화 해.
하은 : (애써 미소)..그래.
하은, 애써 침착한 표정으로 자리에 앉지만 여전히 남아있는 당혹감.
진우 : 어디 친구야?
하은 : ...중학교 동창.
강주 : (대뜸) 당황했겠다.
하은 : (움찔해서 본다)
강주 : 저 친구 이름 잊어버렸지?
하은 : (민망한 웃음으로)...이강주는 못 속이겠다.
강주 : (메뉴판만 보면서 무심히) 나도 가끔 그럴 때 있거든.
하은 : (씁쓸하게 웃고 무심히 시선 돌리다 은하와 눈이 마주친다)
은하 : (어색하게 먼저 시선을 피하고 메뉴판을 본다)
하은 : (복잡한 시선으로 보는)
진우 : (은하를 보는 하은의 모습을 놓치지 않고 보고 있다)
씬2. 무릉 건설 한 곳 (밤)
재훈, 의문에 가득 찬 표정으로 생각에 잠겨있다.
씬3. 레스토랑 안 (밤)
와인을 곁들인 식사를 하고 있는 하은, 은하, 강주, 진우.
하은, 불편한 마음을 감추려고 애써 무심한 표정으로 식사를 하고 있다.
강주 : (열심히 떠들고 있다) 일어나 보니까 남의 집인 거야. 필름은 끊겼지. 진짜 황당하더라.
진우 : 황당하기로 따지면 은하씨가 더 황당했겠다. (은하보며) 왜 그렇게 못 먹어요? 음식이 입에 안 맞아요?
은하 : (차분한)..아뇨. 맛있어요.
진우 : 은하씨 오는 줄 알았으면 더 근사한 데로 가는 건데.
강주 : (농담하듯) 오늘은 내 생일이거든요, 정진우씨?
진우 : (민망한 듯 웃는다)
하은 : (심기가 불편한 채로 보는 위로)
강주 : (E) 진짜 남자들 초고속으로 변하는 건 못 따라 가겠네.
진우 : (웃곤 문득 은하의 와인 잔을 보더니 손을 들어 웨이터를 부른다)
웨이터 : (온다)
진우 : (은하 컵 집어서 주며) 다른 걸로 갖다 주세요. 흠집이 있어요.
은하 : (불편하고 어색한) 괜찮습니다.
진우 : 내가 괜찮지 않아요. (웨이터에게) 부탁해요.
강주 : (빙긋 웃곤 무심코 하은을 보면)
하은 : (잔뜩 굳어서 묵묵히 음식을 먹고 있다)
강주 : (의아해서 보는)...
씬4. 레스토랑 화장실 (밤)
하은, 질투가 섞인 복잡한 감정을 삭이려는 듯 손을 씻고는 거울을 본다.
도무지 마음이 안정 되지 않는지 벽에 머리를 박고 잠시 그대로 있다가 고개를 들어 시선 허공을 헤매며 숨을 들이쉬고 내쉰다.
씬5. 레스토랑 화장실 앞 (밤)
하은, 애써 감정 추스르고 나오는데 앞에서 걸어오는 진우.
두 남자, 묘한 긴장감을 느끼면서 지나치는데 진우가 하은을 부른다.
진우 : 신혁아.
하은 : (멈추고 본다)
진우 : (담담하게 말하지만 눈빛은 예리하다) 서은하씨 잘 부탁한다.
하은 : 뭘?
진우 : 은하씨 나한테 특별한 사람이다.
하은 : (눈빛이 날카로워지며) 그래서?
진우 : (여유 있게) 유신혁한테 로비하는 거야. 은하씨 상사니까.
하은 : 하고 싶은 말이 뭐야?
진우 : 니가 더 잘 알 것 같은데?
하은 : 모르겠다.
진우 : 오늘 여러 번 들켰어. 유신혁이 서은하한테 관심 있다는 거.
하은 : (좀 당황스럽게 피식 웃으며) 오버하지 마라.
진우 : 그렇다면 다행이구.
하은 : (피식 웃고 가려는데)
진우 : 확실히 해.
하은 : (본다)
진우 : 강주하고 정리도 덜 끝난 것 같은데.
하은 : (무섭게 보며) 저번에 말했지. 나한테 충고하지 말라구.
진우 : (낮지만 강하게) 충고가 아니라 경고야.
하은 : (비죽 웃으며) 경고는 자존심으로 하는 게 아니야.
씬6. 레스토랑 안 (밤)
강주 : (은하가 준 십자수 핸드폰 줄을 보며 감탄한다) 직접 만든 거예요?
은하 : 네. 뭘 선물하면 좋을지 고민했는데 마땅한 게 떠오르지 않아서요.
강주 : 너무 맘에 들어요. 진짜 이쁘다. 고마워요.
은하 : (미소 짓는다)
강주 : 미안해요, 은하씨. 불편하게 해서.
은하 : ? (본다)
강주 : 이미 눈치 챘겠지만 일부러 은하씨 불렀어요. 정진우 때문에.
은하 : (어색한 미소만 짓는데)....
하은 : (와서 앉는다)
강주 : (핸드폰 줄 보이며) 이쁘지?
하은 : (본다)
강주 : 은하씨가 직접 만든 거야. 정말 잘 만들었지?
하은 : ...응. (하며 복잡한 감정으로 은하를 본다)
은하 : (차분히 보는)
강주 : 나두 십자수 한 번 배워볼까. (하다 문득) 그러고 보니까 오빠도 이런 거 갖고 (하는데)
하은 : (당황해서 빠르게 말 자르며) 그만 일어나자.
강주 : ? (보는)
하은 : 그만 일어나자구.
강주 : 어..그래. 이차 어디로 갈까? (은하에게) 가고 싶은데 없어요?
하은 : 이차는 나중에 가.
강주 : 무슨 소리야?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하은 : 오늘은 여기서 끝내자.
진우 : (와서 앉으며 여유 있게) 뭐 바쁜 일 있어?
하은 : 할 일이 좀 있어. (강주보며) 너두 들어가 봐야 되잖아?
강주 : (의아해서 보는)
씬7. 레스토랑 앞 (밤)
밖으로 나 와 있는 네 사람.
진우 : (승용차 문을 열고 은하 보며) 타요.
하은 : (불편한 감정으로 보는)
은하 : 택시 타고 갈게요.
진우 : (웃는 얼굴로) 그 택시비 나 줘요, 그럼.
은하 : (보는)
강주 : (농담하듯) 정진우 납치범 아니니까 안심해요, 은하씨.
은하, 어색한 미소를 짓다가 시선 느끼고 보면
하은이 복잡한 시선으로 은하를 보고 있다가 두 사람 시선 마주친다.
하은, 애써 무심한 표정으로 시선을 돌린다. 그 위로.
강주 : (E) 은하씨 목적지까지 무사히 착륙시켜 드려.
진우 : (E) 걱정 마.
진우 : (하은에게) 강주 잘 바래다줘라.
하은 : (입가에 쓴 미소를 지으며)...가라.
진우 : (강주에게) 다음에 보자.
강주 : (밝게) 응.
진우 : (웃곤 은하에게) 타요.
은하 : (어쩔 수 없는 상황인 듯싶다 강주 보며) 갈게요.
강주 : 오늘 고마웠어요.
은하 : (웃어보이곤 좀 불편한 기분으로 하은에게) 내일 뵙겠습니다.
하은 : (복잡한 마음을 감추려고 오히려 차갑다 싶은) 가요, 그럼. (곧바로 강주에게) 가자. (하며 자기 차로 간다)
강주 : (오히려 당황해서 보곤, 은하에게) 다음에 봐요. (하고 하은을 따라간다)
은하 : (마음에 걸리 듯 하은의 뒷모습을 본다)
진우 : (그런 은하를 보는)...
하은의 멈춰진 차 안.
하은, 시동을 켜면서 룸미러로 진우의 차에 오르는 은하를 보고 있다.
화가 나고, 질투가 나고 혼란스럽고 복잡한 심정이다.
강주 : (옆자리에 타면서) 두 사람 꽤 잘 어울리는데?
하은 : (급하게 차를 출발 시킨다)
강주 : (몸이 앞으로 확 쏠렸다가 황당해서 하은을 본다)
진우의 차도 뒤따라 출발한다.
씬8. 달리는 차 안 (밤)
하은, 태연을 가장하고 있지만 어쩔 수 없이 굳어있는 얼굴로 앞만 보고 운전하고 있다.
강주, 하은의 태도가 어딘가 석연치가 않아서 본다.
하은, 강주의 시선을 느끼면서도 고집스레 앞만 보고 있다.
강주 : 왜 그러는 거야?
하은 : (앞만 본 체로) 뭐가?
강주 : 아까부터 내내 화난 사람처럼 굳어 있잖아?
하은 : 그런 적 없어.
강주 : 무슨 일인데?
하은 : (대답대신) 경찰서로 가면 되나?
강주 : (포기하듯) 어. (대답 해 놓고 다시 하은을 본다)
하은 : (생각이 많은 얼굴로 여전히 앞만 보고 있다)
씬9. 달리는 차 안 (밤)
은하 하은처럼 생각이 많은 얼굴로 조용히 창밖을 내다보고 있는 은하.
<인써트>
하은 : (복잡한 마음을 감추려고 오히려 차갑다 싶은) 가요, 그럼. (곧바로 강주에게) 가자. (하며 자기 차로 간다)
은하, 왜 그런지 자꾸만 섭섭한 마음이 들고 맘에 걸린다.
이런 기분이 드는 자신이 스스로도 어이가 없는 듯 쓴 미소를 짓는다.
진우 :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요?
은하 : (본다)
진우 : (대답을 들으려고 한 말은 아닌 듯 웃어 보이고는 보조석 글로브 박스를 눈으로 가리키며) 거기 열어봐요.
은하 : ? (본다)
진우 : (자신이 손을 뻗는다)
은하 : (움찔 놀라서 몸을 뒤로 뺀다)
진우 : (그 모습에 웃어 보이고는 글로브 박스를 열어서 뭔가를 꺼내서 내민다)
은하 : ? (본다)
진우 : 필요하면 써요.
은하 : (받아서 보면, 귀 밑에 붙이는 멀미약. 몰라서 묻는 건 아니다. 황당해서) 이게 뭐예요?
진우 : (장난스럽게) 승용차 타면 멀미한대서 상비약으로 준비해 둔 거예요. 언제 내 차 타게 될지 몰라서.
은하 : (잠시 어이가 없는 듯 보다가 이내 풀썩 웃는다)
진우 : (아이처럼 좋아함) 어? 웃었다. 지금 분명히 웃은 거 맞죠?
은하 : (웃음 끼가 남은 채로 진우를 본다)
진우 : (미소 띤 얼굴로) 그렇게 하루에 열 번씩만 웃어요.
자꾸 웃다보면 버릇이 되구 그러다보면 자기도 모르게 하루 종일 웃고 있게 될 겁니다.
은하, 차분한 미소로 보곤 다시 앞을 본다. 진우와 함께 있는 은하의 표정이 조금은 편해진 느낌이다.
씬10. 경찰서 앞 (밤)
하은의 차가 멈춰 선다. 안에서 내리는 강주와 하은.
강주 : 조심해서 가.
하은 : 들어가, 은하(하다 자신도 놀래서 말을 멈춘다)
강주 : (굳어서 본다)
하은 : (애써 웃으며) 들어가.
강주 : (좀 당황한 듯 웃으며) 지금...은하라고 하려던 거야?
하은 : (부러 아무렇지 않게) 말이 잘 못 나왔어. 갈게. (하고 차에 오르려는데)
강주 : 혹시.
하은 : (멈추고 보면)
강주 : 은하씨 좋아해?
하은 : (당황해서 본다)
강주 : (긴장한 표정으로 대답을 기다린다)
하은 : (어이없다는 듯 웃으며) 그런 거 아니야. (묻지도 않는 말을 한다) 며칠 동안 인테리어 팀하고 회의를 했더니 버릇이 된 모양이야.
강주 : (보는)
하은 : 간다. (하고 차에 오른다)
강주 : (뭔가 가슴에 막힌 듯 한 기분으로 서서)...
씬11. 신혁의 방 (밤)
하은, 들어와서 넥타이 풀다가 손놓고 복잡한 감정 추스르지 못한 채로 서서...
씬12. 상국 사무실 (아침)
막 출근한 상국, 책상위에 우편물들을 훑어보다가 보낸 이가 없는 편지 하나를 확인한다.
상국, 봉투 들어 보낸 이를 찾다가 대수롭지 않게 한쪽에다 툭 던져 놓고 다른 서류 뒤적이다가
어쩐지 맘에 걸리는 듯 다시 봉투를 집어서 열어 내용물을 꺼낸다.
순식간에 창백하게 식어 내리는 상국의 표정.
봉투에서 꺼낸 종이를 든 상국의 손이 덜덜덜 떨리더니 그 손에서 종이가 힘없이 책상위로 떨어진다.
20년 전 건설부 과장 자살 기사가 복사한 내용과 그 밑에 워드로 친 짧은 글.
‘당신의 친구 유건하를 기억하십니까?’
창백한 표정의 상국, 두 눈에 두려움이 가득 차 있다.
씬13. 태준 사무실 (아침)
상국의 전화를 받은 태준, 미세하게 떨림이 이는 손으로 천천히 수화기를 내려놓는다.
애써 침착한 태준의 얼굴에도 두려움이 얼핏 스친다.
씬14. 갈비 집 안 (낮)
아직 장사를 시작하지 않아 손님이 없는 한적한 실내.
강주, 사장으로 보이는 전직 형사 출신의 중년의 남자와 함께 있다.
강주 : (눈빛을 반짝이며) 임대식씨하고 양만철씰 기억하세요?
남자 : 열 받아서 기억을 하지, 내가. 두 사람은 혐의 없음으로 풀려났거든요.
강주 : 혐의 없음이요?
남자 : 그때 재개발 붐이 일어갖고 폭력조직들이 경비용역으로 투입되는 건 뭐 다반사였거든요.
강주 : 그런데요?
남자 : 다른 애들도 많은데 고 두 사람만 빼가더라구.
강주 : 누가요?
남자 : 시공사에서 힘을 썼지 뭐.
강주 : 시공사가 어디였는지 기억하세요?
남자 : (생각하는)...어디드라...상국건설이든가?
강주 : (놀라서) 상국건설이라면...지금 J&C를 말씀하시는 거예요?
남자 : 그건 모르겠구. 아무튼 상국건설이 맞을 거예요.
강주 : (굳어져서)...
씬15. 갈비 집 앞 (낮)
강주 :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나와 서서)...J&C.
움직이지 못하고 잠시 그렇게 서 있는 강주, 어딘가 깊은 수렁에 점점 빠져드는 기분이 든다.
씬16. 식당 룸 (낮)
음식도 시켜 놓지 않은 채 무거운 침묵 속에 앉아있는 태준, 상국.
동찬, 인상을 구기고 앉아서 뭔가 머리를 회전시키고 있는 듯 하다.
태준, 상국 앞으로 전달 된 편지를 들고 있다가 탁자위에 놓는다.
상국 : (초조하고 불안한 기색이 역력하다) 누군 거 같애? 짐작 가는 사람 없어?
태준 : (조용히 생각하는)..
상국 : (동찬 보며 화내듯) 혹시 자네가 장난치는 거야?!
태준 : (동찬을 본다)
동찬 : (억울하다) 무슨 말씀이십니까?
상국 : 자넨 충분히 그럴 수 있어! 날 협박까지 했던 사람이야!
동찬 : 협박이라뇨? 회장님과 의원님은 제 주인이신데.
상국 : (O.L.) 개도 때에 따라선 주인을 문다고 했던 말, 잊지 않고 있어, 난!
동찬 : 그건 섭섭한 마음에 실언을 한 겁니다. 그리고 스타호텔은 회장님께서 너그럽게 처리해 주셨는데
절은 못할망정 뭐 때문에 이런 장난을 치겠습니까?
상국 : 이 사건을 알고 있는 사람은 여기 모인 세 사람밖에 없어!
동찬 : (조심스레 태준 눈치 살피며) 혹시 이강주기자가
태준 : (무섭게 눈을 치켜뜬다)
동찬 : (태준 눈치 살피고 비굴하게 웃으며) 따님께서 좀 깊숙이 파고드는 감이 있어서
태준 : (내리 누르듯 무섭게) 그 앤 아무것도 모르고 있어!
상국 : 장담할 수 없는 일이야!
태준 : (기분 상해서 보며) 우리 강주는 자네가 더 잘 알잖아? 만에 하나 사실을 알았다 해도 이런 식으로 행동할 아이가 아니야!
상국 : (불안하고 혼란스러운) 강혁이 파트너란 형사는?
동찬 : 그 친군 두 분의 존재를 모를뿐더러 이런 짓을 할 배짱도 없는 놈입니다.
태준 : (매섭게 살피듯 보며 동찬에게) 자넨 짐작 가는 바가 전혀 없나?
동찬 : (실은 뭔가 마음에 캥기는 것이 있지만) 도무지...모르겠습니다. 경기도반장은 아직 혼수상태에 있구...
태준 : (동찬이 뭔가 숨기는 것이 있는 것 같다)
동찬 : (태준의 눈치 살피며) 분명 허서장 비리 테잎을 보냈다는 놈의 소행일 겁니다.
상국 : 그게 누구냐고 묻는 거 아냐!
태준 : 이 편지는 일종의 경고야.
상국 : (본다)
태준 : 경고를 했다는 건 뭔가 바라는 게 있다는 거구.
상국 : 그래서?
태준 : 자네한테 바라는 건 돈일테구...그렇다면 조만간 모습을 드러내겠지.
상국 : 만약 바라는 게 돈이 아니라 다른 거라면?
태준 : (대답할 말을 못 찾고 본다)
상국 : (공격하듯) 이건 나만의 문제가 아니야! 자네도 같이 걸린 문제야!
태준 : 무슨 뜻으로 하는 소리야?
상국 : 자네도 안심하고 있을 수 없단 얘기야.
태준 : (눌러 보는데)
동찬 : (분위기 파악하고 재빠르게 끼어들며) 제가 목숨을 걸고 어떤 놈인지 반드시 찾아내겠습니다.
절 믿고 맡겨주십쇼. (비굴하게 웃는다)
태준 : (날카로운 눈으로 동찬을 본다)
씬17. 동찬 사무실 (낮)
동찬 : (험악하게 인상구기고 들어서며 버럭) 박상철이 중국으로 밀항한 게 확실한지 빨리 알아봐!
만약 한국에 처 박혀있는 거면 반드시 찾아내! 알았어!
수하 : 알겠습니다.
동찬 : (씹어뱉듯) 박상철이 이 개자식.
씬18. 경찰서 한 곳 (낮)
강주와 장형사.
강주 : (놀라서) 박상철이 그런 전활 했어요?
장형사 : 네. 자기는 서형사님를 알지도 못한다구요.
강주 : 그럼 왜 자술 안 하죠? 경찰살해는 중범죄로 처리되는데.
장형사 : 마약밀매에 살인까지 걸린 게 한두 가지가 아니거든요.
강주 : (끄덕이며 생각하다) 참, 최동찬 전과기록 좀 찾아봐 주실래요?
씬19. 공원 (낮)
하은과 천사장.
천사장 : (예의 그 무덤덤한 표정으로) 박상철하고 최동찬은 같은 고향 출신이에요.
하은 : (무심하게 한 곳 보면서 끄덕끄덕)
천사장 : 둘 다 임대식 밑에서 잔뼈가 굵은 것 같애요.
하은 : (관심 갖고 본다)
천사장 : 그러다가 박상철은 15년 전에 폭력혐의로 구속돼서 3년 살았어요.
하은 : 최동찬은 혐의 없음으로 풀려난 사건이죠?
천사장 : (보며) 알고 있네?
하은 : (피식 웃고)
천사장 : 박상철은 출소 후에 조직을 만들어 임대식한테서 독립했어요. 독립자금은 임대식이 대 준 거 같고..
그 뒤론 세력구축을 위해서 마약밀매에 손을 뻗었구 최동찬은 임대식 밑에 남아 있었구요.
하은 : 아마 임대식이 사망한 뒤에 박상철은 최동찬을 협박했을 겁니다.
천사장 : (본다)
하은 : 최동찬이 임대식을 죽였을 거란 걸 눈치 챘을 수도 있고 아니면 호텔을 나눠먹겠다고 덤볐을 수도 있구.
천사장 : 그래서 최동찬이 상철이파를 와해시켜서 손발을 잘라낸 뒤에 서하은형사 살해범으로 만들구요?
하은 : (입가가 차갑게 비틀린다)
천사장 : 일단 박상철을 찾으면 뭐가 나오긴 할 것 같은데.
하은 : 자기 발로 찾아 올 겁니다.
천사장 : 누구를요?
하은 : 그거야 박상철이 결정할 일이죠.
씬20. 오피스텔 (낮)
하은, 냉담한 표정으로 사진을 응시하고 있다.
하은 : (혼잣말) 이젠 불구경을 할 차롄가.. 불신의 불씨가 던져졌을 테니까. (하며 미묘한 미소를 지어 보인다)
씬21. 태준 사무실 (낮)
상국 : (굳어진 표정으로) 그게 무슨 소리야?
태준 : 자네 말대로 이 일을 아는 건 세 사람밖에 없어. 그 편진 최동찬이 한 짓이야.
상국 : 뭐 때문에? 스타호텔도 최사장한테 맡기기로 결정한 마당에 왜 그런 짓을 해?
태준 : 최동찬은 욕심이 많아. 누군가를 시켜서 교묘하게 자넬 협박한 뒤에 돈을 받아낼 속셈일 거야.
상국 : (분노로 일그러진다)
태준 : 지금은 어쩔 수가 없어. 모르는 척 요구를 들어주는 수밖에.
상국 : (화가 나서 어쩔 줄 모르며) 돈이야 주면 그 뿐이야. 하지만 평생 그 놈한테 이런 식으로 끌려 다닐 순 없는 노릇이잖아!
태준 : (생각에 잠겨서)...지금부터 방법을 찾아봐야지.
씬22. 무릉 건설 로비 (오후)
하은과 재훈이 걸어 들어온다.
엘리베이터 앞에서 걸어오던 인철과 정장차림의 40대 중반의 남자가 얘기를 나누며 걸어온다.
그 뒤로 종인 조용히 따르고 있다.
인철, 하은을 알아보고 웃어 보인다. 남자도 고개 숙여 하은에게 인사를 한다.
하은, 누군지 모르는 인물에 좀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본다.
재훈, 하은의 표정을 읽는다.
인철과 하은의 거리가 좁혀지고 있다.
하은의 얼굴에 긴장감이 도는 어느 순간.
재훈 : (담담하고 조용히) 상현레미콘의 김한석 사장입니다.
하은 : (어쩔 수 없이 확 굳어져서 재훈을 본다)...!
재훈 : (평소와 다름없는 표정으로) 회장님 대학 후배시고 올 해부터 시멘트 공급을 맡고 있습니다.
하은 : (당혹스럽게 보는데)
인철과 김한석 사장이 앞에 와 선다.
김사장 : 오랜만에 뵙습니다.
하은 : (얼른 표정 바꾸며) 김사장님도 건강하시죠?
김사장 : 덕분에요.
하은 : 저희야 말로 상현레미콘 덕분에 공사가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인철 : (하은을 관찰하듯 보고 있다. 그 위로)
김사장 : (E)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고맙습니다.
하은 : (웃고 인철보며) 어디 가세요?
인철 : 어. 다섯 시에 모임이 있어. 거기서 바로 퇴근할 거야.
하은 : (웃는 낯으로) 그러세요. (김사장에게) 다음에 뵙겠습니다. (인사하고 간다)
인철 : 가지.
김사장 : 네. (따라가고)
인철 : (생각이 많은 얼굴로 가는)...
씬23. 엘리베이터 안 (오후)
재훈의 태도에 긴장한 채로 서 있는 하은, 조용히 재훈을 돌아본다.
재훈은 아무 일도 없다는 듯 담담하게 서 있다.
하은, 도무지 재훈의 생각을 읽을 수가 없어서 머릿속이 혼란스럽게 움직인다.
씬24. 신혁 사무실 (오후)
하은, 복잡한 표정으로 창밖을 응시하고 서서 재훈의 보고를 듣고 있다.
하지만 하은의 귀에는 재훈의 말이 들리지 않는 듯하다.
재훈 : 며칠째 재개발 추진위원장 컨텍이 되질 않고 있습니다. 전화도 받지 않는 걸로 봐선 우리를 피하는 것 같습니다.
아마 J&C에서 한 발 먼저 움직인 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하은 : (창밖만 응시한 채로) 마케팅 팀에선 주민들 의견 수렴은 잘 되고 있습니까?
재훈 : 아직은 시작 단계라서.
하은 : 인테리어 팀을 포함해서 필사동 지역만의 컨셉을 찾아내세요.
재훈 : 알겠습니다. (하고 잠시 보다가 돌아서는데)
하은 : (등을 보인 채로 서서) 안비서님.
재훈 : (멈추고 본다)
하은 : 나한테...궁금한 거 없습니까?
재훈 : (굳어 보는)
하은 : (그제야 돌아보며, 진심어린) 뭐든 할 말 있으면 하세요.
재훈 : (진지해져서 본다)...
하은 : (기다린다)
재훈 : 전...부사장님을 가장 가까운 곳에서 모시는 사람이고 누구보다도 부사장님을 신뢰하고 있습니다.
하은 : (보는)..
재훈 : 언제든 부사장님께서 저한테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면 그때 말씀해 주십시오.
하은 : (입가에 미소가 잡히며)...시간이 걸릴지도 모릅니다.
재훈 : (미소를 지어보이며)...괜찮습니다.
하은 : (마음이 따뜻해져 오는 듯 웃어 보인다)
재훈 : (회답하듯 웃어보이고는 고개 숙여 인사하고 나간다)
하은 : (그 자세 그대로 서서).....
씬25. 신혁 비서실 (오후)
재훈, 자리에 와서 앉는다. 혼자 미소를 지어보이고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서류를 본다.
씬26. 인테리어 팀 앞 복도 (오후)
하은이 천천히 걸어와 서서 안을 들여다본다.
은하와 인테리어 팀들이 모여서 뭔가 열심히 회의를 하고 있다.
은하의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하은의 얼굴엔 오랜만에 작은 평화로움이 깃들어 있다.
씬27. 태준 사무실 (오후)
무거운 마음인 채로 희수의 방문을 받은 태준.
태준 : 자원개발공사 이사장과 곧 자릴 만들 생각이에요.
희수 : 전 빠를수록 좋습니다. 그리고 말씀 낮추세요. 저희 아버지와 같은 연배신데 듣기 불편합니다.
태준 : (웃으며) 그럴까, 그럼?
희수 : 네, 의원님.
태준 : 자넨 미국에서 살았다고 들었는데 모국어가 아주 능통하구만.
희수 : 부모님들께서 한국어 개인지도 선생님을 붙여주실 정도로 엄격하게 가르치셨습니다.
태준 : 부모님이 아주 훌륭한 분들이시구만, 그래.
희수 : (얼핏 쓸쓸한 미소가 스치며)...좋은 분들이시죠.
태준 : (웃으며 끄덕이곤) 어 그리고 파이프라인 공사가 엄청난 규몰 텐데 시공은 어디다 맡길 생각인가?
희수 : J&C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태준 : (짐짓 모른 척) 내 생각엔 무릉 건설도 괜찮을 것 같은데.
희수 : (짐작했던 대답인 듯 입가에 미소가 잡히며 본다)
태준 : 규모면에선 J&C보다 작지만 기술력에선 신뢰할 수 있는 회사야.
희수 : (난감한 표정으로) 안 그래도 무릉 부사장이 접촉을 해 오고 있습니다.
태준 : 어, 그래?
희수 : 저 혼자 결정할 일은 아닙니다만 고려는 해 보겠습니다.
태준 : 강요는 아니야. 좋은 회사를 찾아주고 싶어서 그러는 거지.
희수 : 알고 있습니다. 헌데 안색이 별로 좋지 않으신 것 같네요?
태준 : 어..무리를 했는지 좀 피곤해서.
(E) : 노크
태준 : 들어와.
정무 : (들어와서) 이강주씨가 와 있습니다.
태준 : 어, 그래.
희수 : 그럼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하며 일어선다)
태준 : (일어서며) 연락하지.
희수 : 네.
희수, 문 쪽으로 나가는데 강주가 들어온다.
두 사람, 서로를 모른 채로 고개 인사를 하고는 지나친다.
강주 : 누구에요?
태준 : (대답대신) 어쩐 일이야?
씬28. 까페 (오후)
희수 : (앞에 앉은 정무에게 봉투를 내민다)
정무 : 뭡니까?
희수 : 부담 갖지 말고 받아주십시오. 의원님을 잘 모셔달라는 부탁에서 드리는 겁니다.
정무 : 사양하겠습니다. 이런 걸 받긴 좀.
희수 : 조건 같은 건 없습니다. 의원님께 여러모로 도움을 받고 있고 그 뒤엔 보좌관님의 노력이 있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정무 : (싫지 않은 미소로 본다)
씬29. 태준 사무실 (오후)
강주 : 20년 전 창혁동 재개발 사업추진 때 아빠도 건설부에 계셨죠?
태준 : (긴장감을 감추며) 어. 그랬을 거야. 그건 왜?
강주 : J&C가 그땐 상국건설이었는데 혹시 불법적인 거래가 있었던 일은 없었어요?
태준 : (당혹스러움을 애써 감추며) 없었던 걸로 아는데.
강주 : 드러난 거 말구 감춰진 걸 여쭙는 거예요.
태준 : 그런 게 있었다면 내가 모를 리가 없지. 더군다나 J&C 일인데.
강주 : ..그렇긴 하죠.
태준 : (웃는 낯으로) 갑자기 J&C 얘길 꺼내는 이유가 뭐야?
강주 : (담담하게) 저번에 말씀드렸던 20년 전 자살한 건설부 과장이 창혁동 재개발 사업 실무담당이었어요.
태준 : (긴장)..그런데?
강주 : 이 사건하고 강혁오빠 사건이 연관이 있어요. 거기에 J&C도 뭔가 관계가 있는 것 같구요.
태준 : (창백해져서) 무슨..근거로 그런 생각을 하는 거냐?
강주 : 강혁오빠 사건과 연루 돼 있는 두 사람이 창혁동 재개발 철거사업에 투입된 폭력조직 일원이었거든요.
태준 : (소리 내서 웃고는) 그렇게 따지면 어떤 일도 관련 없는 사람이 없어. 니가 너무 확대해석 하는 거야, 그건.
강주 : (담담하게) 그럴 수도 있구요.
태준 : 내가 알아보니까 강혁이가 폭력조직에 연관돼서 살해 됐던데?
강주 : 아니에요, 그건.
태준 : 이 녀석 이거, 이제 보니까 기자 자격이 없구만.
강주 : 무슨 말씀이세요?
태준 : 기자는 사실을 근거로 확신을 갖는 거야. 증거도 증인도 다 있는 사건인데 아니라고 단정 짓는 건 기자로서 자격 없는 거다.
강주 : (미소를 지으며) 눈에 보이는 게 전부 사실은 아니잖아요.
태준 : (본다)
강주 : 그리고 감춰진 진실을 찾아내는 게 기자의 책임이구요.
태준 : ..감춰진 진실?
강주 : 분명 감춰진 진실이 있어요. 이 사건엔.
태준 : (복잡한 심정으로 보는)..
씬30. 무릉 엘리베이터 안 (밤)
하은, 엘리베이터 안에 서서 한 손에 주사위 만지작거리며 서 있다.
중간층에서 멈추고 문이 열리면 기다리고 서 있던 은하.
하은, 순간 움찔해서 얼른 주사위를 주머니에 넣는다.
은하도 주사위를 만지작거리고 있었던 듯 주사위를 조용히 가방에 넣고 안으로 올라 고개 인사를 한다.
하은도 고개로 인사를 받는다.
말없이 어색하게 서 있는 두 사람.
씬31. 무릉 건설 앞 (밤)
하은의 승용차가 대기해 있다.
하은과 은하가 밖으로 나온다.
하은은 계속 뭔가 망설이고 있는 듯한 표정이다.
은하 : 안녕히 가세요. (하고 가려는데)
하은 : 저기.
은하 : (멈추고 본다)
하은 : (담담하게 말하려고 하지만 어색함이 묻어난다) 집으로 가는 거예요?
은하 : ..네.
하은 : 그럼 내 차 타고 갑시다.
은하 : 괜찮습니다.
하은 : (둘러대느라 좀 허둥대는 느낌이다) 일부러 데려다 주려는 게 아니구요. 내가 그쪽에 갈 일이 있거든요. 약속이 있어요, 그쪽에.
은하 : (보는)...
씬32. 달리는 차 안 (밤)
하은, 어쩐지 불안정한 모습으로 이러 저리 시선을 돌리고 있다.
은하는 차분하게 앉아있는 듯 보이지만 은하의 손은 불안하게 꼼지락거린다.
하은 : (표정 들키지 않으려고 앞 만 본 채로)...저녁..먹고 갈래요?
은하 : (본다)
하은 : (앞 만 보면서)...배고프네.
은하 : 약속 있으시다면서요?
하은 : 아...그게 술 약속이에요. 아직 시간도 좀 남았구. (거짓말이 어색하다)
은하 : (잠시 보다가)...아빠 혼자 바쁘실 것 같아서 아무래도 좀.
하은 : (그 말에 실망의 빛이 얼핏 스쳤다가 아무렇지 않은 척)..뭐 그럼 할 수 없구요.
은하 : (말은 그렇게 했지만 맘이 쓰인다)
하은 : (앞만 보는)...
은하 : 저기.
하은 : (본다)
은하 : 괜찮으시다면 포장마차에서 김밥 드시고 가시겠어요?
하은 : (그 말에 자신도 모르게 슬그머니 아이 같은 웃음이 감돌았다가 얼른 표정 수습하고)..글쎄요.
은하 : 부사장님 뵈면 아빠가 좋아하실 거예요.
하은 : (앞만 보며) 그럼...그렇게 하죠.
은하 : (담담하게 보곤 앞으로 시선 돌린다)
하은, 그제야 은하를 살며시 본다.
이렇게라도 은하와 함께 있을 수 있다는 것이 위로가 되는 하은의 두 눈엔 애틋함이 가득하다.
씬33. 수철 입원실 (밤)
침대시트가 깨끗하게 정리돼 있고 수철의 모습은 없다.
천사장, 좀 난감해서 둘러본다.
씬34. 포장마차 (밤)
재수, 분주하게 손님에게 서빙하고 있는데 초췌한 얼굴의 수철이 들어선다.
수철의 얼굴엔 아직 가시지 않은 멍과 상처, 가슴엔 붕대를 감은 상태로 걷는 것조차 불편해 보인다.
재수 : (수철을 보고 눈 커져서 부리나케 다가와서) 어떻게 된 거야, 임마!
수철 : (부스스 웃어 보이며) 잘 지내셨어요?
재수 : 그렇게 걱정되는 놈이 연락도 안 해? (하며 어깨를 팍 친다)
수철 : (아파서 인상 쓰며 작은 비명)
재수 : ? 왜 그래? 어디 아퍼? (하다 그제야 움찔해서 수철 얼굴 자세히 들여다보곤 놀라서) 이 놈이 이게. 얼굴이 왜 그 모양이야?
수철 : (민망한 웃음으로) 별 거 아니에요.
재수 : (O.L. 속상한 맘에 버럭버럭) 아니긴 개뿔! 반 죽도록 퍼 맞은 얼굴이잖어!
수철 : ..그냥 좀 다친 거예요.
재수 : (O.L.) 사실적으루다 말 안 할 거야! 어떤 놈이야? 무슨 일이야, 대체?
수철 : (말 돌리려는 듯 웃는 얼굴로) 은하는요?
재수 : 금방 올 거야. 그나저나 왜 그런 거야?
수철 : (좀 망설이며) 회사 잘 다니죠, 은하?
재수 : (곱게 흘기며) 말 돌리기는. 은하는 잘 다녀. 거기 부사장도 잘 해주고.
수철 : (움찔해서 본다)
재수 : 거기 부사장이 (했다가) 저기 말하자면 사연이 긴데. 하은이한테 쌍둥이 동생이 있어.
수철 : (알고 계시는 구나)..네에.
재수 : ? 왜 그렇게 안 놀래?
수철 : (당황스레) 너무...뜻밖이라서. (하는데)
재수 : (한 곳 보며 확 반가운 얼굴로) 아이구 왔어요.
수철, 돌아보면 하은과 은하가 들어선다.
하은과 수철, 서로를 보곤 두 사람 모두 순간 긴장한다.
재수 : (하은에게 반갑게) 어서 와요. 어서.
하은 : (수철로 인해 긴장한 채로) 안녕하셨어요?
재수 : 나야 안녕 무사 무탈하지.
은하 : (수철보고) 어떻게 된 거예요, 오빠?
수철 : ...잘 있었어? (하면서 하은을 본다)
하은 : (무심한 표정으로 보고 있지만 두 눈엔 긴장감이 흐른다)
은하 : (두 사람 모습에) 아 참. (수철보며) 소개가 늦었네. 이 분은
재수 : (끼어들어서) 안 그래도 그 얘기 하고 있던 중이야. (수철에게) 아까 내가 말한 하은이 쌍둥이 동생 분.
(하은에게) 그리고 우리 하은이하고 제일로 가까운 친구에요.
하은 : (표정 없는 얼굴로 무심하게) 처음 뵙겠습니다. 유신혁입니다.
수철 :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며)...김수철입니다.
재수 : 자자자 일단 앉아요. 앉아. 응?
하은 : 아닙니다. 약속이 있어서 가봐야 됩니다.
은하 : (의아한 표정으로 하은을 본다)
재수 : (섭섭해서) 여기까지 왔는데 어묵국물이라도 뜨고 가야지.
하은 : 지나던 길에 인사나 드리려고 들린 겁니다. 다음에 뵙겠습니다.
재수 : ..그럼 뭐 할 수 없지.
하은 : (씁쓸한 미소 지어보이곤 수철에게 고개 인사한다)
수철 : (당황스러운 채로 고개 인사 받고)
하은 : (은하에게) 갈게요.
은하 : ...네에. 조심해서 가세요.
하은, 옅은 미소로 은하를 보고는 수철을 다시 한 번 본다.
하은의 입가에 얼핏 미소가 스치는 듯 하더니 밖으로 나간다.
은하, 조용히 밖으로 따라 나간다.
재수 : (수철에게) 정말 똑같이 생겼지?
수철 : (복잡한 심정으로 어색하게 웃어 보인다. 시선은 하은의 뒷모습에 박혀있다)
밖으로 나온 은하, 차로 가는 하은의 뒷모습을 본다.
하은은 돌아보지 않고 묵묵히 걸어간다.
쓸쓸한 하은의 뒷모습에 마음이 쓰이는 은하.
씬35. 상국의 거실 (밤)
상국, 이미 있는 대로 취한 채로 거침없이 독주를 들이키고 있다.
그 사이 도우미 아줌마는 현관문을 열어주고 상국의 눈치 살피며 주방 쪽으로 총총히 사라진다.
미정, 화가 나서 보고 있다가 빈 잔에 또 술을 채우려는 상국에게서 술병을 채 가며.
미정 : 도대체 왜 이래요? 많이 취했어요, 당신. 그만 마셔요.
상국 : (거칠게 뿌리치고 술을 들이킨다)
미정 : 이유가 뭐예요? 뭐 때문에 이러는 거냐구?
진우 : (들어오다가 상국의 모습에 멈춰 선다)
상국 : (취한 채로) 이유? (조소를 지으며) 이유....이유라...
미정 : (알고 싶지도 않은 듯 진우에게) 초저녁부터 지금까지야. 니가 아버지 좀 말려봐. 내 말은 듣지도 않으시니까.
(일어나서 찬바람 나게 안으로 들어가 버린다)
진우 : (다가와서) 아버지.
상국 : (술을 마신다)
진우 : 그만 하세요.
상국 : (취한 눈으로 혀 꼬부라진 채 불쑥) 진우야.
진우 : 네.
상국 : 나는...너한테..강한 J&C를 남겨주고 싶었다. 아무도 건드릴 수 없는 힘을 갖게 해 주고 싶었어.
진우 : (놀라서 보는)....
상국 : 내가 가진 돈...그건 힘이야. 날 버티게 해주는 힘. 널 버티게 해줄 힘. 그래서 뭐든 했어. 포기할 수가 없었어. (술잔을 비워내고)
진우 : (불안하다)...무슨 일 있으신 거죠?
상국 : (취한 눈으로 고개 가로 저으며 자기 말만한다)..그래도...강혁인 아니야.
진우 : ? (본다)
상국 : (거의 들릴 듯 말듯) 강혁인 아니었어. 바랬던 게 아니야. 원하지 않았어.
진우 : (의문에 쌓여서) 무슨 말씀이세요?
상국 : (허공에 허한 미소를 날리더니 다시 술잔을 비운다)
진우 : ....
씬36. 진우 사무실 (아침)
진우, 알 수 없는 의문에 쌓인 채 생각에 빠져있다.
진우 : 강혁...강혁..(하다 뭔가 떠오른 듯 흠칫 굳으며) 유강혁?
씬37. 신혁 비서실 (아침)
하은 : (들어서며) 좋은 아침입니다!
재훈 : (웃는 얼굴로) 나오셨습니까?
하은 : (썰렁한 농담) 들어갈 겁니다.
재훈 : (어리둥절해서) 네?
하은 : 사무실루 들어간다구요. (하고 빙긋 웃어보이곤 안으로)
재훈 : (웃으며 자리에 앉는다)
씬38. 신혁 사무실 (아침)
하은, 양복 윗도리 벗어서 거는데 휴대폰이 울린다. 보면 진우다.
하은 : (받으며) 나야.
진우 : (F) 물어볼 게 있는데.
하은 : 말 해.
씬39. 진우 사무실 (아침)
진우 : 다른 게 아니라. (해 놓고 망설인다)
하은 : (F) 뭔데 그래?
진우 : (잠시 생각하다) 아니다. 너한테 물어볼 일은 아닌 것 같다. 끊는다.
전화 끊고는 의문에 쌓여서..
씬40. 신혁 사무실 (아침)
하은 : (전화 끊고 뭔가 심상치 않은 느낌이 온다)...
씬41. 동찬 사무실 (낮)
동찬 사무실을 찾은 강주. 마주 앉아 있다.
강주 : (본론부터 후려치듯) 박상철씨 잘 아시죠?
동찬 : (미세한 표정 변화가 일며) 그 사람이 누굽니까?
강주 : (능청스럽게) 기억 못하실 리가 없는데? 고향친구시구 또 15년 전인가?
두 분이 유흥가 관할 권 다툼 폭력 사건에 연루 된 기록이 있던데요?
동찬 : (비틀리게 웃는다)
강주 : 그 일로 박상철은 3년형을 살았구 최사장님은 무혐의로 풀려나셨더라구요.
임대식 사장이 손을 쓴 거라면 박상철도 빼줬을 텐데 어떻게 최사장님만 풀려나셨는지 모르겠어요?
뭔가 다른 백이 있으신가 봐요?
동찬 : (싸늘하게 웃으며) 조사를 많이 하신 모양인데..이기자님 아무래도 몸조심 하셔야겠어.
이거 사생활 침해로 고소할 수도 있는 문제거든.
강주 : (거침없이) 고소하시고 싶으면 하세요. 대한민국은 민주국가니까.
동찬 : (피식 웃고) 거두절미하고 용건이 뭡니까?
강주 : 서하은형사 살해범으로 박상철이 지목돼 있는데 이 점에 대해서 최사장님이 뭔가 아실 것 같아서 왔어요.
동찬 : (큰 소리로 웃어 재낀다)
강주 : (본다)
동찬 : 이거 피곤해서 못살겠구만. 소시 적에 안 좋은 물에서 좀 놀았다고 툭하면 찾아와서 찔러대니
착하게 잘 살래야 살수가 없어 이 나라는.
강주 : (담담하게) 서형사님도 자주 와서 찔러댔던 모양이죠? 성가실 만큼?
동찬 : (인상 굳히고 보며) 이기자님.
강주 : 말씀하세요.
동찬 : 이 최동찬이도 참는데 한계가 있습니다. 자꾸 건드리지 마십시오. 어떻게 폭발할지 모르니까.
강주 : 사생활 침해에 공갈협박으로 맞고소 하면 되겠는데요?
동찬 : (비죽이듯 웃으며) 협박이 아니라 부탁하는 겁니다.
난 백지장처럼 깨끗한 사람입니다. 만약 죄가 있다면 경찰에서 알아서 할 일이구.
강주 : (빙긋 웃어 보인다)
씬42. 달리는 차 안 (낮)
강주 : (운전하면서)...너무 세게 나갔나?
씬43. 동찬 사무실 (낮)
동찬 : (험악하게 구겨져서 어딘가에 전화를 하고 있다) 아무래도 이강주를 이대로 두고 봐선 안 될 것 같습니다...
물론 섣불리 건드리면 안된다는 건 알고 있습니다....네. 신중하게 행동하겠습니다.
씬44. 진우 사무실 (오후)
석훈 : 최동찬과 얽힌 특별한 건 알아내지 못했습니다만 과거 상국건설 시절에 임대식 사장이 창혁동 재개발 용역에 투입됐었습니다.
진우 : 철거 용역을 말하는 건가요?
석훈 : 네. 그 일로 임사장이 입건됐었는데 바로 풀려났습니다. 아무래도 회장님이 손을 쓰셨던 것 같습니다.
진우 : (생각에 빠져서)...그래요.
석훈 : 아마 임대식사장과 회장님의 친분이 최사장한테로 넘어온 게 아닌가 싶습니다.
진우 : 이태준의원하고의 관계는요?
석훈 : 말씀드렸던 후원회 건 말고는 특별한 점이 없습니다.
진우 : ....
씬45. 태준 사무실 (오후)
태준 : (심각하게 굳어있다)
동찬 : (태준을 찾아왔다) 말씀드리기 어렵습니다만 따님을 이대로 두고 보고만 계셔선 안 될 것 같습니다, 의원님.
태준 : (난감한 상황)...
동찬 : 의원님이 어떻게든 손을 써 주십시오. 너무 깊숙이 파고들고 있어서 이러다간 의원님한테까지 불똥이 튈 수도 있습니다.
태준 : (생각하다가)...알았어. 방법을 강구해 보지.
동찬 : 그럼 의원님만 믿겠습니다. 그나저나 정회장님한텐 그 후로 별다른 소식은 없는 모양입니다?
태준 : 무슨 소식?
동찬 : 편지를 보냈으면 그 다음 행동이 있어야 할 것 같은데.
태준 : (비웃듯 보며) 글쎄...아직은 때가 아닌 모양이지. 자네야말로 알아는 보고 있는 건가? 편지를 보낸 사람이 누군지?
동찬 : 아직까진 오리무중입니다.
태준 : (동찬이라는 확신으로 비틀리게 웃곤 뜬금없이) 거인의 무등을 탄 난쟁이란 얘기 들어봤나?
동찬 : ? (본다)
태준 : 난쟁이가 높은 곳까지 올라갈 수 있었던 건 거인의 무등을 탔기 때문이야. 거인이 쓰러지면 그도 같이 땅으로 떨어지지.
동찬 : (의중을 살피며) 무슨 말씀이신지.
태준 : 사람은 자신의 위치를 정확히 파악할 줄 알아야 된단 얘기야.
자칫 경거망동으로 거인을 공격하면 결국 자길 공격하는 셈이 되니까.
동찬 : (의중 파악이 안 된 채로 석연치 않은 웃음을 웃어 보인다)
씬46. 선술 집 (밤)
하은, 들어와서 둘러보면 한쪽에 혼자 앉아 술을 마시고 있는 강주.
하은, 다가가서 앉는다.
강주 : (보곤) 왔어?
하은 : 무슨 일이야?
강주 : (물끄러미 본다)
하은 : 왜 그렇게 봐?
강주 : 유신혁 보려면 꼭 용건이 있어야 되나?
하은 : (피식 웃고는 자작한다)
강주 : 오늘 최동찬을 만났어.
하은 : (본다)
강주 : 좀 세게 나갔더니 금방 협박조로 나오던데?
하은 : (걱정의 빛이 돌며) 뭐라고 했는데?
강주 : 그냥 좀 흘렸어. 너 박상철이하고 관계있지? 니가 서하은형사 죽음하고 관계있는 거 내가 알아. 뭐 그런 식으로.
하은 : (굳어져서 보며) 배짱이 지나치다.
강주 :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로 들어가는 수밖에 없잖아. 강혁오빠가 가졌던 확신 나한테도 있어. 최동찬이 키워드야.
하은 : (복잡한 심정으로 바라보다 술잔을 비운다)
강주 : 헌데 걸리는 게 좀 있어.
하은 : (본다)
강주 : 아직 확실한 건 아니지만 어떤 식으로든 J&C와 관계가 있는 것 같아.
하은 : (순간 흥미를 느낀다) J&C?
강주 : 어. 임대식의 뒤를 봐 줬던 게 J&C야. 그게 정회장님인지 그룹 내 다른 인물인지는 알 수 없지만.
아무튼 그게 좀 찜찜해. (하며 술병 들다가 빈병임을 확인하고) 이모! (소주병 흔들며) 여기!
하은 : (복잡한 심정으로 물끄러미 본다)
강주 : ? 왜?
하은 : 한 번 시작하면 멈출 수 없는 일이 있는 것 같다. 너두 나두.
강주 : 오빤 멈출 수 없는 게 뭔데?
하은 : (씁쓸한 미소를 짓고는 술잔을 다시 비운다)
종업원 여자가 소주를 갖다 놓는다.
강주 : 뭐냐니까?
하은 : 곧 알게 될 거야.
강주 : 무슨 대답이 그래?
하은 : (약해지려는 마음을 다잡으려는 듯 차가운 미소를 띠우며) J&C에 대해서 의원님께 의논 해 보지 그래?
강주 : 안 그래도 여쭤봤었는데 모르시는 것 같애. 우리 아빠 꽤 강직한 분이라서 아는 게 있다면 나한테 얘기해 주셨을 거야.
하은 : (미묘한 미소를 띠우며)..그렇겠지.
씬47. 달리는 택시 안 (밤)
하은, 생각에 빠져서 앞만 보고 있다.
강주는 술이 취한 채로 하은의 옆모습을 돌아본다.
하은을 보는 강주의 눈에 잠시 갈등이 어리더니 하은이 어깨에 머리를 기댄다.
하은, 움찔해서 보면 강주, 눈을 감고 그대로 있다.
하은, 마음이 복잡한 채로 앞을 바라본다. 그러다 다시 강주를 본다.
하은의 두 눈엔 강주에 대한 연민이 어린다.
씬48. 경찰서 앞 (밤)
은하, 한 손에 죽이 든 그릇을 넣은 가방 들고 걸어오다가 멈칫 멈춰 선다.
저쪽에 택시에서 내리는 강주모습에 은하 빙그레 미소를 지으며 걸음을 옮기다가
뒤 따라 내리는 하은의 모습에 다시 멈춰 선다.
하은 : 들어가.
강주 : 손 줘봐.
하은 : ? (본다)
강주 : (하은의 손을 잡는다)
하은 : (좀 당황스러워서) 뭐 하는 거야?
강주 : 느낌이 와, 이젠.
하은 : (보는)
강주 : 유신혁한테 느낌이 온다구.
하은 : (복잡한 기분으로) 이강주. (하는데)
강주 : (하은의 입에 입을 맞춘다)
하은 : (놀라 굳어 있어서)...!
은하, 놀라 서 있다가 당황스레 고개 돌리고 왔던 길을 빠르게 되돌아가기 시작한다.
강주 : (충동적으로 행동하고 당황스러운 듯) 잘 가. (하더니 돌아서서 빠르게 간다)
하은 : (그대로 서서)...
씬49. 기자실 (밤)
강주 : (들어와 앉으며 후우 숨을 내쉬고 잠시 멍하니 있다가 아우 하듯 고개를 쿵 책상에 박는다)
씬50. 포장마차 앞 (밤)
은하, 좀 얼이 빠진 듯 멍해서 걸어온다.
재수, 나가는 손님 보내다가 은하의 모습 발견하곤.
재수 : 갔다 왔어??
은하 : (얼른 정신 차리고)...네.
재수 : 수철이 놈 좋아하지? 그 놈이 전복죽 귀신이거든.
은하 : (어색한 미소로)...못 전해 주고 왔어요?
재수 : ? 왜? 수철이 놈 없으면 맡기고라도 오지.
은하 : (미소 지으며 어색하게 둘러댄다) 그게 아니라..갑자기 급한 일이 생각나서요.
재수 : (이해가 안돼서) 얼마나 급한 일인데 그냥 와?
은하 : (미소 지으며)..집에 가는 길에 전해주고 갈게요.
씬51. 신혁의 방 (밤)
하은, 신혁의 사진을 들여다보고 있다. 신혁에 대한 미안한 마음과 난감한 기분으로 복잡한 심정이다.
(E) : 노크.
하은 : (사진 제자리에 놓고)..네!
이화 : (문을 열고 들어온다)
하은 : (금방 미소가 지어지며 어머니에게 다가간다)
이화 : 저녁은 먹었어?
하은 : (따뜻한 미소로) 그럼요. 일찍 퇴근해서 어머니하고 저녁 먹으려고 했는데..죄송해요.
이화 : 죄송하긴 바빠서 그런 건데.
하은 : 아무리 바빠도 밥은 꼭 어머니하고 먹어야 되는데.
이화 : (미소로 본다)
하은 : 근데 저한테 하실 말씀 있어서 오신 거 아니에요?
이화 : 어. 너하고 같이 가고 싶은 데가 있어서.
하은 : 어머니가 가고 싶으신 데면 어디든 가야죠.
이화 : 경기도 아저씨 병원엘 좀 갈까 해서.
하은 : (당황하는)
이화 : 널 많이 보고 싶어 하셨어. 아직 의식불명 상태지만 같이 가서 뵙는 게 좋을 것 같애. 부인께도 인사드리고. 언제가 좋겠니?
하은 : (당황하는)...글쎄요.
이화 : 니 시간에 엄마가 맞출게.
하은 : (애써 웃으며) 요즘 좀 바쁜 일이 많아서 어머니하고 시간 맞추기가 쉽지 않을 것 같은데요.
이화 : ..그래.
하은 : 제가 나중에 따로 찾아뵐게요.
이화 : 그럼 할 수 없구. (하는데)
신영 : (문 벌컥 열고 보며) 오빠! 게임 한판 뜨자.
이화 : 오빠 피곤해.
하은 : 아니에요. (도망치듯 얼른 신영에게 가며) 딱 한시간만이다.
신영 : 삼십분에 끝내줄게!
이화 : (보는)...
씬52. 인철의 거실 (밤)
인철, 체스 판 놓고 혼자 이러 저리 말을 옮기고 있다.
이화, 이층에서 내려온다.
인철 : 신혁이 뭐 해? 같이 체스나 한 판 둘까 싶은데.
이화 : 신영이하고 게임하는데 내려오라고 할까요?
인철 : 놔둬요. 요즘 남매 사이가 좋아져서 보기가 아주 좋아.
이화 : (같은 심정으로 미소를 짓는다)
씬53. 인테리어 팀 (낮)
하은과 은하, 재훈, 팀장, 해경, 인테리어 팀 한 명 회의 중이다.
하은 : (미소띤) 서은하씨 디자인 기획안 봤습니다. 좋든 데요?
은하 : (시선 피한 채로 좀 차갑다) 고맙습니다.
하은 : (어쩐지 느낌이 이상해서 보는 위로)
팀장 : (E) 수주 형은 실제보다 고급스럽게 가니까 실내 공간을
팀장 : 넓게 보일 필요가 있습니다.
하은 : (신경은 은하한테 가 있다)..네에.
해경 : (도면 보면서) 이 부분 말인데요. 욕조 부근 피디 박스 공간을 없애는 게 낫지 않겠어요?
하은, 은하에게 시선을 주지만 은하는 열심히 메모만 하고 있다. 그 위로.
해경 : (E) 일단은 답답하고 좁아 보이니까 실효성 문제만 없다면 과감히 없애는 것이.
씬54. 인테리어 팀 엘리베이터 앞 (낮)
하은과 재훈 나란히 서 있다.
하은 : (잠시 서 있다가 불쑥) 서은하씨 오늘 기분 좀 별룬 거 같죠?
재훈 : (미소 띤)..저도 그렇게 보였습니다.
하은 : (신경이 쓰여서)...
씬55. 기자실 (낮)
강주, 고민에 쌓여서 핸드폰을 들여다보고 있다. 번호를 눌렀다가 다시 끊어버린다.
씬56. 신혁 사무실 (낮)
하은, 고민스러운 생각에 빠져서 창밖을 응시하고 있다.
강주 : (E) 좀 쎄게 나갔더니 금방 협박조로 나오던데?
씬57. 강력 5팀 (낮)
수철, 출근해 있다. 몸이 불편한 탓에 앉은 자세가 불편하다.
장형사 : (걱정 가득해서) 그냥 집에 들어가세요. 아직도 힘들어 보이는데.
수철 : 괜찮아.
장형사 : 도대체 어쩌다가 다치신 건데요? 말씀 좀 해 보세요.
수철 : 박상철이한테 전화 온 얘기나 해 봐. (하는데)
(E) : 수철의 휴대폰.
수철 : 잠깐만. (무심히 받으며) 강력5팀 김수철입니다.
하은 : (F) 나야.
수철 : (굳어지며) 하은(하다 의아하게 보는 장형사 모습에 얼른)...어, 그래.
씬58. 오피스텔 (낮)
수철, 안으로 들어와 보면 하은이 자신을 기다리고 있다.
수철 : ....하은아.
하은 : (표정 없는 얼굴로 대뜸) 부탁할 일이 있다.
수철 : (긴장해서 본다)
씬59. 경찰서 한 곳 (낮)
수철, 생각에 잠겨서 걸어오는데 강주가 어딘가로 급하게 나가고 있다.
강주를 유심히 보는 수철.
씬60. 까페 (낮)
찻잔을 앞에 놓고 앉아있는 진우와 강주.
강주 : 어쩐 일이야? 여기까지 날 찾아오구?
진우 : 물어 볼 게 좀 있어서.
강주 : 뭔데?
진우 : (웃는 낯으로) 심각한 건 아니구, 신혁이 쌍둥이 형말야.
강주 : (뜻밖의 말에 움찔 보는)
진우 : 이름이 유강혁 맞나? 기억이 좀 희미해서.
강주 : 그건 왜 물어 봐?
진우 : 맞지? 신혁이 쌍둥이 형 이름.
강주 : 혹시 아저씨한테 무슨 얘기 들었어?
진우 : (뭔가 아는 것이 있나 싶어서 유도하듯) 뭐..조금.
강주 : 조금, 어디까지?
진우 : 니가 아는 만큼.
강주 : (픽 웃으며) 뭐하자는 거야? 나한테 캐묻는 거야, 지금?
진우 : (웃으며) 사실은 들은 건 없어.
강주 : 근데 강혁오빠에 대해서 왜 묻는 거야?
진우 : (보다가) 그냥 좀 마음에 걸리는 게 있어서.
강주 : 그게 뭐냐구?
진우 : 설명하기 어려워. 너하고 아버지가 알고 있는 유강혁에 관한 얘기 나한테 해 줄 수 없을까?
강주 : (좀 보다가)...아직은 곤란해.
진우 : 내가 알면 안 되는 일인가?
강주 : 그런 건 아니지만 신혁오빠하고 약속을 했어. 미안해.
진우 : (걸리듯 보는)...
씬61. 상국 사무실 (오후)
상국과 마주 앉아있는 희수.
희수 : 저희 라이언 펀드에선 J&C의 시공능력을 높이 사고 있습니다.
상국 : 하하하 고마운 말씀이구만. 헌데 이런 일은 아무래도 쉽게 틀어질 수가 있어서 신중해야 할 것 같아요.
희수 : 네. 공식적인 프로젝트 발표는 북한 측과 협의문제가 걸려있어서 우선 그걸 해결 한 뒤에 발표할 생각입니다.
상국 : 북한 측과 협의라면?
희수 : 파이프라인이 북한을 지나와야 되기 때문에 토지점용료 문제도 있고 미국 측과의 합의도 있어야하고
민감한 사안이 많습니다.
상국 : (끄덕이곤) 합작회사는 결정했습니까?
희수 : 자원개발공사와 합작을 계획 중에 있습니다.
상국 : 거기라면 믿을 만 하지.
희수 : 네. 그래서 이태준의원께 부탁을 드렸던 겁니다.
상국 : (놀라서) 이태준 의원이요?
희수 : 네, 회장님. (좀 난감한 듯) 그리고 죄송한 말씀이지만 파이프라인 시공은
J&C와 무릉건설에게 50대 50으로 나눠서 맡길 생각입니다..
상국 : (굳어져서) 무릉건설과 나누다니 그게 무슨 말입니까?
희수 : 무릉건설도 기술력에선 뛰어난 회사라고 들었습니다.
상국 : (이미 기분이 틀어져서) 혹시 이의원이 무릉건설을 추천했습니까?
희수 : (난감한 표정으로 변명하듯) 그런 건 아닙니다.
상국 : 짐작 가는 바가 있어서 묻는 거예요. 무릉건설하고 이의원하곤 사돈지간이 될 수도 있는 사이니까.
희수 : (뜻밖이라는 듯) 아아..그렇군요. 아직 그 문젠 본사에서도 결정이 안 된 상태니까 좀 더 신중하게 생각해 보겠습니다.
상국 : (기분이 있는 대로 틀어져서 보는)
씬62. 권투도장 (오후)
희수와 천사장 사발면 먹고 있다.
희수 : 도대체 이해가 안가는 게, 그냥 J&C만 친 담에 돈 받고 빠지면 될 텐데 무릉건설은 왜 끌어들여요?
천사장 : (무심하게) 너하곤 목적이 다른 사람이니까.
희수 : 그 형님 목적은 뭔데요, 그럼?
천사장 : (젓가락 멈추고 좀 안쓰러운 눈빛으로 물끄러미 본다)
희수 : 돈이 아니면 뭐냐구요?
천사장 : (대답대신 씁쓸한 미소를 짓고는 계속 먹는)
희수 : (애 같이 투덜댄다) 아 증말 답답해 죽겠네! 동업을 할 거면 톡 까놓고 다 얘길 하던가.
솔직히 남자들끼리 우정이 싹트려면 첫째는 비밀이 없어야 된다구요! 안 그래요?
천사장 : 조용히 해. 침 튄다.
희수 : (머쓱해서 보는)
씬63. 상국 사무실 (오후)
상국 : (화가 나서 통화를 하고 있다) 자네가 나한테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
화면 분할되면서 태준 사무실의 태준.
태준 : (난감한) 오해하지 마.
상국 : 이번엔 강회장하고 손잡기로 작정이라도 한 건가?
태준 : 무슨 소릴 하는 거야?
상국 : 그게 아니면 무릉건설을 참여시키겠단 얘기가 왜 나와?
태준 : 그거야 그쪽 판단이구.
상국 : 스티븐 리가 자네하고 접촉하고 있다는 거 다 알고 있어! 자네 입에서 그 말이 나오지 않고서야 그런 얘기가 나올 리가 없어.
태준 : 뭔가 오해를 한 모양인데 스티븐 리는 이미 J&C로 마음이 기운 상태였어.
설혹 내가 무슨 말을 했대도 바뀔 상황이 아니었어.
상국 : (비죽이며) 구차한 변명은 그만 둬. 역시 자넨 정말 무서운 친구야.
태준 : 무슨 뜻으로 하는 소리야?
상국 : 필요에 따라선 누구든 손잡고 누구든 버리지, 자넨.
태준 : (굳어지며) 해선 안 될 말을 하는구만.
상국 : 건하도 강혁이도..자네 때문이었어. 난 그렇게까지 할 생각 없었어.
태준 : (어이없는 웃음이 나오며) 이렇게까지 비겁한 사람인진 몰랐는데?
상국 : (대꾸할 말이 없는데)
태준 : (냉정을 되찾으며) 이봐, 자네와 난 같은 줄을 잡고 있다는 걸 잊어선 안돼.
상국 : 같은 줄?
태준 : 그래. 같은 줄. 오해가 쌓여서 우리끼리 자중지난이 일어나면 그 줄은 끊어져. 결국 둘 다 추락하는 거구.
상국 : (굳어진다)...
씬64. 오피스텔 안 (오후)
하은, 미묘한 미소를 지은 채로 허밍을 하면서 뭔가 재미난 게임을 구경하듯 사진을 응시하고 있다.
씬65. 무릉 건설 로비 (오후)
은하, 차분한 표정으로 나와서 둘러보면 저쪽에 기다리고 서 있는 진우.
은하, 잠시 보고 서 있는데 진우가 은하를 보고 웃어 보인다.
은하 : (다가가 서서) 어쩐 일이세요?
진우 : 밖에 나왔다가 은하씨 생각나서 들렀어요.
은하 : (좀 불편한 채로)...근무시간이라서 곧 들어가 봐야 돼요.
진우 : 알고 있어요. (하며 작은 화분을 건넨다)
은하 : (보는)
입구로 들어서던 하은이 두 사람의 모습에 얼굴이 확 굳어버린다.
진우 : 늦었지만 입사선물이에요. 물은 삼일에 한 번만 주면 된 답니다.
은하 : 고맙습니다.
진우 : 바쁜데 어서 들어가요.
은하 : ..네. (하다 무심코 보면)
하은 : (무심한 표정으로 걸어온다)
진우 : (하은을 보곤) 못 보고 갈 줄 알았는데.
하은 : (툭 던지듯) 잘 가라.
하곤 은하에겐 일별도 없이 그대로 지나쳐서 엘리베이터 앞으로 간다.
은하 : (복잡한 기분이 돼서 본다)
진우 : 들어가요. (농담하듯) 부사장 눈 밖에 나면 곤란하니까.
은하 : (어색한 미소로) 안녕히 가세요. (간다)
진우 : (하은의 태도에 피식 웃음이 나온다)
씬66. 엘리베이터 앞 (오후)
질투심으로 괜히 화가 나서 주먹을 불끈 쥐고 서 있는 하은.
저쪽에서 은하가 걸어오는 걸 알면서도 애써 돌아보지 않고 있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하은 망설임 없이 안으로 오른다.
보고 있던 은하, 다음 엘리베이터를 탈 생각으로 보통 걸음으로 걸어와 서면.
하은, 무심한 얼굴로 문을 열고 기다리고 있다.
은하, 잠시 당황스럽게 보다가 안으로 탄다.
씬67. 엘리베이터 안 (오후)
하은과 은하, 서로 복잡한 감정으로 서 있다.
침묵 속에 어색하게 서 있는 두 사람.
하은, 은하의 손에 들린 화분에 시선을 주었다가 기분이 상하듯 앞을 보며.
하은 : (뚝뚝하게) 그런 거 책상 앞에 두면 정신 산만한데.
은하 : (앞만 본 체로) 오히려 머리가 맑아져요.
하은 : (뜻밖의 대답에 은하를 본다)
은하 : (고집스레 앞만 보고 있다)
씬68. 신혁 사무실 (오후)
안으로 들어오는 하은. 질투심으로 복잡한 감정을 추스르지 못하고 이리저리 서성인다.
이럴 땐 영락없이 서하은이다.
씬69. 인테리어 팀 (오후)
은하, 한쪽에 화분 놓고 자리에 앉는다. 화분엔 관심도 없는 듯 멍하니 한 곳 본다.
<인써트>
강주와 하은의 입맞춤하던 모습.
은하, 자신의 모습에 어이가 없는 듯 머리를 흔들어 털어내곤 서류를 들여다본다.
씬70. 경반장 입원실 (오후)
경반장, 똑같은 상태로 누워있고 부인의 모습은 없다.
노크 소리 들린 뒤 조용히 문이 열리고 이화가 조심스레 들어선다. 한 손엔 정갈한 화환이 들려있다.
아무도 없자 잠시 어쩔까 서 있는데 부인 들어온다.
부인 : (반갑게) 오셨어요?
이화 : 안녕하셨어요?
부인 : 바쁘실 텐데..어떻게 오셨어요?
이화 : 아닙니다. 자주 찾아뵀어야 하는데 죄송해요. 이거(하며 화환을 건넨다)
부인 : (받으며) 고맙습니다.
이화 : (안타까운 시선으로 경반장을 본다)
부인, 이화가 갖고 온 화환을 놓으려고
하은이 보낸 화환 ‘경기도 아저씨 빨리 일어나세요.’‘후배 경상도’ 라고 써 있는 화환을 옆으로 조금 비켜 놓는데
하은과 경반장, 수철, 장형사등 강력5팀에서 함께 모여 웃고 있는 스냅사진이 액자에 넣어져 무심히 놓여있다.
부인 : (자리 만들어주며) 이쪽으로 앉으세요.
이화 : 네에.
하며 자리에 앉으려다가 무심코 액자에 시선이 가는 이화.
부인 : (그 시선 알고 미소로) 애 아빠 후배가 갖다 놨어요. 지금도 자주 찾아들 와요. (하고 보면)
이화, 굳은 얼굴로 사진을 보고 서 있다.
부인 : ? 왜 그러세요?
이화, 대답도 못하고 액자를 들어서 사진 속 웃고 있는 하은의 얼굴에 시선이 고정돼 있다.
믿을 수 없는 듯 창백하게 굳어버린 이화에서.
(엔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