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 21 - 진실을 찾을 자신있는가
씬1. 인철의 거실 (전회 마지막 씬 연결, 낮)
은하, 얼어붙은 표정으로 신영의 팔찌를 뚫어져라 보는데.
신영 : (전혀 느끼지 못하고) 아빠하고 오빤 어디 갔어요?
이화 : 오빤 약속 있어 나가구, 아빤 운동 가셨어.
신영 : (계단 쪽으로 움직이며) 부럽다. 다들 평화롭게 사는데 나만 고행의 나날이야.
은하 : (일어서더니) 신영씨.
신영 : ? (본다)
이화 : ? (보는)
은하 : (침착 하려고 애쓰며) 그..팔찌..좀 보여줄래요?
신영 : (팔 들어 보이며) 이거요?
은하 : ...네에.
신영 : (대수롭지 않게 팔목 내 보이며) 이쁘죠?
은하, 신영의 팔목을 잡은 채 팔찌를 자세히 들여다본다.
틀림없이 자신이 만들어 준 그 팔찌다.
세상이 하얗게 변하듯 멍해지는 은하.
이화 : (의아한 표정으로 은하를 본다)
은하 : (신영에게)...이거..어디서 났어요?
신영 : (너무 진지한 은하의 모습에 조금은 의아해서)...오빠 건데 제가 뺏었어요.
은하 :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 창백해진다)....!
이화 : 왜 그래요, 은하씨?
은하 :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듯 팔찌만 보고 있다)
이화 : 은하씨?
은하 : (그제야 겨우 정신을 차리고 이화를 본다)
이화 : 그 팔찌가 은하씨하고 무슨 관계라도 있어요?
은하 : (극도의 혼란으로 망설인다)
신영 : (역시 궁금해서 보는)
은하 : (표정 정리하려고 애쓰며)...아닙니다..(변명처럼) 제가 십자수에 관심이 많아서요.
이화 : (뭔가 숨기고 있는 것을 직감한다)
신영 : 언니 십자수도 할 줄 알아요?
은하 : ...조금이요.
이화 : (복잡한 시선으로 은하를 바라보는 위로)
신영 : (E) 언닌 엄청 여성스러운가부다. 만두도 잘 만들고 십자수도 잘 하구.
은하 : (대답대신) 저 그만 가보겠습니다.
이화 : ..벌써 가게요?
은하 : (당황스러운 채로 애써 웃으려 노력하며) 급하게 해야 할 일이 생각나서요.
이화 : (마음에 걸린 채로)...그래요, 그럼.
은하 : (가방 집어 들며) 죄송합니다.
이화 : 아니에요. 바쁜데 이렇게 와줘서 고마워요.
은하 : 다시 찾아뵐게요.
이화 : 그래요. 자주 와요.
은하 : 네에. (하곤 도망치듯 현관으로 걸음을 옮긴다. 따라 나오려는 신영에게) 나오지 말아요. 괜찮아요.
(하곤 이화보고 서둘러 고개 숙여 인사하고 나간다)
신영 : 되게 급한 일인가부네.
이화 : (깊은 생각에 잠겨 있다가 신영 손목의 팔찌에 시선을 준다)...
씬2. 인철의 집 앞 (낮)
은하, 창백한 표정으로 밖으로 나온다. 도무지 믿어지지 않아 현실감이 없는 눈빛으로 얼어붙은 듯 서 있다.
씬3. 성당 요양원 한 곳 (낮)
하은의 팔에 의지해 휠체어에 앉는 경반장.
경반장, 가슴에 통증이 오는 듯 표정을 약간 찡그리며 숨이 찬 듯 잠시 호흡을 가다듬는다.
하은 : (따뜻한 미소로) 너무 무리하지 마세요, 반장님.
경반장 : (예의 그 특유의 사람 좋은 미소로) 경상도하고 4차 가려면 경기도가 빨리 일어나야지.
하은 : (부스스 웃는)
경반장 : (쓸쓸한 미소로 보다가 시선 돌려 한 곳 보며)...유선배 수첩 니가 갖고 있나?
하은 : ..아뇨. (아프게) 신혁이가 죽던 날 같이 사라졌습니다.
경반장 : (참담한 표정으로)...그래.
하은 : 아버지가 강원도로 만나러 갔다는 증인의 흔적이 혹시 수첩에 남아 있을지 몰라서 저도 찾고 있는 중입니다.
경반장 : 나하고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구나.
하은 : 그 사람이 누굴까요?
경반장 : 글쎄...어쩌면 유선배를 유인하려던 술수였는지도 모르지.
하은 : (보는)
경반장 : 유선배가 강원도에 간다는 사실을 아는 건 나뿐이었어. 헌데 그들은 유선배가 오는 시간과 장소까지 정확히 알고 사고를 냈구.
하은 : (싸늘해지며) 이태준과 정상국이 파 놓은 함정이었을 겁니다.
경반장 : 그들이 어떻게 알았을까?
하은 : (보는)
경반장 : 기억이 돌아오고 불현 듯 그 생각이 났어. 유선배가 자신들을 의심하고 있다는 사실을 그들이 어떻게 알았을까..
하은 : 아버지가 수사를 하는 과정에서 알아챘겠죠.
경반장 : 유선배는 신중한 사람이야. 파트너인 나한테조차 이태준과 정상국이 과장 자살사건에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전혀 말하지 않았어. 내가 두 사람을 의심했던 건 유선배의 수첩을 본 후였구.
하은 : (긴장한 채로) 임대식이 그들에게 전했을 가능성은요?
경반장 : 임대식은 현장에 증거를 남기지 않았어. 단지 임대식을 의심했다는 정황만 갖고 살인을 저질렀다는 건 납득이 안가.
하은 : (마치 서형사로 돌아간 듯한 모습으로) 그럼...두 가지 추측이 가능해요.
첫 번짼, 이태준과 정상국의 정체를 아는 자가 아버지께 증언을 하려고 했고
그 사실을 그들이 알아채서 사전에 막았을 가능성이고 두 번짼 우리가 모르는 제3자가 존재할 가능성.
경반장 : 그렇겠지. 만약 그들에게 정보를 흘린 제3자가 존재한다면 그는 분명히 유선배와 가까운 사이었을 거야. 비밀을 공유할 만큼.
하은 : (불투명한 의문에 싸인 채) 그게 사실이라면 왜 그래야만 했을까요? 분명 동기가 있을 텐데..
경반장 : 아마도..돈이겠지. (하는데)
부인 : (저쪽에서) 여보! 재활 운동할 시간이에요!
하은 : (큰 소리로) 제가 모시고 가겠습니다!
부인 : (웃어 보이고는 돌아서 간다)
하은 : 들어가세요, 반장님. (하며 휠체어를 밀어주려는데)
경반장 : ..강혁아.
하은 : (멈추고) 네.
경반장 : 니가 할 일은 진실을 찾는 거야. 그들을 심판하는 건 신의 몫이다
하은 : (굳어서 본다)
경반장 : (흐린 눈빛으로) 네가 겪었을 고통이 얼마나 큰지..경험해 보지 않은 사람은 절대 알 수 없다는 거 안다.
널 탓해서도 안 된다는 거 알아.
하은 :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안다)
경반장 : 아마 내가 너라도 분명 같은 선택을 했을 거야. 하지만 난 널 멈추게 하고 싶다.
하은 : (슬프게 보며) 이젠 누구도 절 멈추고 할 수 없습니다. 제 자신조차두.
경반장 : 난..니가 다칠까봐..너 자신을 잃어버리게 될까봐 그게 제일 무섭다.
하은 : (마음을 다잡듯 냉정한 표정으로 돌아와) 그래서 되찾으려는 겁니다. 제가 잃어버린 모든 과거를.
경반장 : (아프게 보는)..
씬4. 성당 앞 (낮)
하은, 예의 그 냉정한 표정으로 걸어 나오는데 수녀님이 부른다.
수녀 : 잠깐만요.
하은 : (멈추고 돌아본다)
수녀 : 신분증을 놓고 가셨어요. (주민등록증을 내민다)
하은 : 고맙습니다. (받는다)
수녀 : (웃어보이고는 들어간다)
하은, 지갑을 꺼내 주민등록증을 넣으려다가 번뜩 떠오르는 어떤 생각에 지갑을 뒤진다. 팔찌가 없다.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황급하게 다시 찾아보지만 보이지 않는다.
당황스럽기만 한 하은, 마음을 가다듬고 생각을 더듬는다.
그러다 문득, 어제 밤 방에서 보았던 기억을 떠올린다.
황급히 걸음을 옮기는 하은.
씬5. 공원 (낮)
은하, 얼어붙은 표정으로 혼자 앉아있다.
그 동안 유신혁이 자신에게 보여주었던 의아했던 행동들이 하나씩 되짚어 진다.
<플래시 컷-12회 씬32>
강주 : (주사위 하나 들고 하은 보며) 하난 나 주라.
하은 : 안돼.
<플래시 컷-16회 6씬>
강주 : 나두 십자수 한 번 배워볼까. (하다 문득) 그러고 보니까 오빠도 이런 거 갖고 (하는데)
하은 : (당황해서 빠르게 말 자르며) 그만 일어나자.
은하, 안개 속처럼 흐렸던 무언가가 조금씩 선명해지는 느낌이다.
<플래시 컷-10회 엔딩>
‘황무지’를 허밍 하던 하은의 모습.
은하, 그랬었구나...유신혁이 하은임을 확신한다.
은하의 두 눈엔 하은이 살아있다는 믿을 수 없는 기쁨이 일렁인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걸음을 옮기던 은하가 걸음을 멈춘다.
곧 또 다른 혼란스러움이 은하를 지배한다. 왜 그랬을까...아무리 생각해도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씬6. 달리는 차 안 (낮)
하은,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급하게 집으로 차를 몰고 있다.
씬7. 인철의 거실 (낮)
이화 : (복잡한 표정으로 팔찌를 들여다보고 있다)
신영 : (천진난만하게) 엄마, 거기 써 있는 H-E 이니셜 같지?
이화 : (팔찌만 보며)...글쎄.
신영 : H는 신혁의 혁이고 E는 그럼 뭐지? 강주 언니면 K나 J일 텐데.
이화 : (뭔가 무서운 것을 감지한 듯한 표정이다. 그 위로)
신영 : 엄마 이름을 딴 건가? 이화의 E.
씬8. 인철의 집 앞 (밤)
하은의 승용차가 급하게 멈춰 와 선다.
씬9. 멈춰진 차 안 (밤)
하은, 서둘러 차에서 내리려는데 휴대폰이 울린다.
발신자가 은하임을 확인하곤 반가움과 긴장이 교차된다.
하은 : (받으며) 유신혁입니다.
은하 : (떨리는 F) 지금..만났으면 해요.
하은 : ..무슨 일이죠?
은하 : (F) 꼭 할 말이 있어요.
하은 : (뭔가 심상치 않은 기운을 감지한다)...
씬10. 강력 5팀 (밤)
수철 : 그게 무슨 소리야?
장형사 : 며칠 전에 폭력사건 시민제보가 지구대로 들어와서 순찰차가 현장에 갔는데 이미 튀고 없었대요.
거기서 뉴스타 관광호텔 직원 명함이 발견됐구요.
수철 : 그래서?
장형사 : 뭔가 싶어서 인근 병원에 좀 알아봤더니 최동찬이 응급실로 실려 왔다가 다음날 바로 퇴원했다고 하더라구요.
수철 : 누구한테 당한 건데?
장형사 : 모르죠, 그건. (하는데)
(E) : 수철의 휴대폰.
수철 : (보면 발신자 번호가 뜨질 않았다)..여보세요?
상철 : (F) 김수철 형삽니까?
수철 : 그런데요?
상철 : (F) 나 박상철이요.
수철 : (순간 긴장해서 장형사를 본다)
장형사 : (의아해서 보면)
수철 : 잠깐만요. (하며 밖으로 나간다)
장형사 : (보는)...
씬11. 공중전화 부스 (밤)
외진 곳에 위치한 부스 안에서 상철, 전화를 하고 있다.
그 앞에 멈춰진 승용차 앞엔 상철의 수하가 나와서 망을 보고 있다.
차 안에는 상철의 애인이었던 까페 여주인이 뒷자리에 수하와 앉아 있지만 잘 보이진 않는다.
상철 : 당신이 이 박상철이 살인 누명을 벗겨준다고 했다는데 무슨 꿍꿍이로 그런 말을 한 거요?
수철 : (F) 서형사를 죽인 건 박상철씨가 아닌 걸 알고 있습니다.
상철 : (히죽 웃으며) 지금 낚시질 하는 거요?
씬12. 경찰서 한 곳 (밤)
수철 : (긴장한 채) 서형사는 내 파트너였습니다. 절대 폭력조직과 손잡을 사람이 아니란 건 누구보다 잘 압니다.
그리고 서형산 최동찬을 의심했었습니다.
화면 분할되면서.
상철 : (확 흥미가 당겨서) 최동찬?
수철 : 그렇습니다.
상철 : (입가에 비열한 미소가 지어지며) 형사 중에도 그런 똑똑한 친구가 있었구만 그래.
수철 : 누명을 벗으려면 자수를 하십시오. 그래야 진범을 잡을 수 있습니다.
상철 : 김형사의 성의는 갸륵하지만 자수는 곤란하지.
화면 수철로 간다.
수철 : (하은의 말을 상기한다)
하은 : (E) 내 정보를 눈치 못 채게 흘려.
상철 : 그럼 다시 전화하지(하는데)
수철 : (다급하게) 잠깐만요.
화면 분할되면서.
수철 : 만약 당신이 자수를 한다면 서형사 동생이 어떻게든 도와줄 겁니다.
상철 : (어이가 없는 듯) 그 사람이 날 어떻게 돕는다는 거야?
수철 : 서형사 동생은 무릉건설 부사장으로 있습니다.
상철 : (순간 흠칫해서) 무릉 건설?
수철 : 네. 박상철씨가 자수를 해서 진범이 아니란 진술을 한다면 변호사 비용은 그 사람이 댈 수 있도록 내가 부탁 하겠습니다.
상철 : (허 웃으며) 그 정도 돈은 나한테도 충분히 있어. 다음에 연락하지.
화면 수철에게 온다.
수철 : 박상철씨 (하는데 전화가 끊겼다)
수철 : (다급하게) 박상철씨?
강주 : (E) 박상철이라뇨?
수철 : (당황해서 본다)
강주 : 그 전화 상철이파 박상철 전화예요?
씬13. 공중전화 부스 앞 (밤)
상철, 부스에서 나온다. 구미가 당기는 듯 웃음을 날린다.
상철 : 얘기가 아주 재밌게 돌아가는 구만.
하며 차로 가면 밖에 나와 있던 수하가 뒷문을 열어준다.
상철, 타기 전에 안을 들여다보면 까페 여주인이 겁에 질린 표정으로 앉아있다.
씬14. 경찰서 한 곳 (밤)
강주 : (수철 따라오며 다그친다) 분명히 박상철이라고 했잖아요?
수철 : (당황해서 얼버무리는) 박상철이란 이름을 가진 사람이 세상에 그 사람 한 명입니까?
강주 : (따지듯) 김형사님이 숨기는 게 도대체 뭐예요?
수철 : 숨기긴 뭘 숨겨요? (하고는 휭 하니 가버린다)
강주 : (뭔가 심상치 않아 맘에 걸리는)...
씬14-1. 달리는 차 안 (밤)
하은 : (운전하면서 수철과 통화를 하고 있다) 알았어.
수철 : (F) 만약 박상철한테 전화가 오면 어쩔 생각인 거야?
하은 : 박상철이 뭘 갖고 있느냐에 따라서 방법은 달라지지.
씬15. 공원 한곳 (밤)
하은, 급한 걸음으로 걸어온다. 은하를 찾아 두리번거리지만 은하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시계를 보고 다른 쪽으로 급하게 걸음을 옮기다가 멈춰 선다.
하은의 시선이 가 닿은 곳에 은하가 서 있다.
은하는 하은을 보지 않은 채 처연한 눈으로 허공을 응시하고 있다.
하은, 쉽게 다가가지 못하고 바라보는데 은하가 천천히 시선을 돌려 하은을 본다.
은하의 두 눈엔 물기가 어려 있다.
은하를 향해 다가가는 하은.
하은 : (선뜻 말이 나오지 않아 바라본다)
은하 : (할 말이 많은 얼굴로 조용히 응시한다)
하은 : ...할 말이 뭡니까?
은하 : (물기어린 눈으로 미소를 지으며)...왜 알아보지 못했을까? 이렇게..느낄 수 있는데 그 동안 왜 몰랐을까?
하은 : (휘청하는 기분으로 애써)..무슨 말을 하는 겁니까?
은하 : (슬픈 눈으로 보며)..오빠.
하은 : (철렁하는)....!
은하 : ...오빠 맞지?
하은 : (너무 놀라서 얼어붙어 있다)...!
은하 : ..오빠 집에서 오는 길이야. 팔찌를 봤어. 오빠 생일 날 내가 만들어 준 그 팔찌.
하은 : (창백하게 식어서 본다)
은하 : (손을 뻗어 하은이 얼굴을 만지려는데)
하은 : (굳은 표정으로 손을 잡아 제지하더니) 오해를 한 모양이군요.
은하 : (굳어서 본다)
하은 : (죽을힘을 다해 맘을 다 잡고) 형한테 받은 겁니다.
은하 : ..오빠?
하은 : (시선을 피하며 어쩔 수 없이 흔들리는 음성) 그 팔찌 형한테 받은 거예요.
은하 : (믿지 않는) 왜 이러는 거야?
하은 : (O.L. 자기말만 한다) 은하씨한텐 말하지 못했지만 강릉에서 형을 만났어요. 그때 건네받은 겁니다.
은하 : (혼란스럽다) 오빤 거 알아. 오빤 거 다 아는데 왜 자꾸 아니라고 해.
하은 : (시선을 피한 채로 이를 악문다)
은하 : 오빠가 이럴 수밖에 없는 이유 뭔가가 있겠지. 하지만 나한테까지 이러는 거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어.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어.
하은 : (주먹을 꽉 쥔 채 고통스러움을 참으려 오히려 차갑고 냉정하게) 서은하씨한테..이해 받아야 할 이유 난 없습니다.
은하 : (굳어서 본다)
하은 : 그리고 이런 얘기라면 더 이상 들을 것도 더 이상 할 얘기도 없군요. (매몰차게 돌아서서 간다)
은하, 얼이 빠져서 보다가 뛰어와 하은을 가로막고 선다.
하은,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고 고통을 참으려고 주먹을 꽉 쥔 채 이를 악 문다.
은하, 그런 하은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본다.
은하 : 정말...아니란 말야?
하은 : (애써 냉정한 표정)...
은하 : ...날 똑바로 봐.
하은 : (눈빛이 흔들린다)
은하 : ...내 눈을 똑바로 봐.
은하의 시점으로 보이는 하은의 냉정한 얼굴.
자신의 마음을 들키지 않으려고 있는 힘껏 냉정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하은. 그러나 떨리는 하은의 눈빛...떨리는 주먹..
은하, 두 눈에 물기가 그렁이며 하은임을 또 다시 확신한다.
하지만 이유를 모르겠는 혼란스러움으로 고개를 가로 젓는다.
은하 : ...모르겠어.
하은 : (고통스럽게 흔들리는 눈빛)
은하 : ...오빠가 나한테까지 왜 이래야하는지...정말 모르겠어.
하은 : (이를 악 물듯) 몇 번을 말해야 합니까? 난...유신혁입니다.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은하를 지나쳐 빠른 걸음으로 걸어간다.
하지만 하은의 발걸음이 휘청이고 있다.
은하, 넋이 빠진 얼굴로 얼어붙어 서 있다. 은하의 두 볼에 눈물이 흐른다.
씬16. 달리는 차 안 (밤)
하은, 감정을 억누르며 위태롭게 차를 몬다. 그러다 결국 차를 세운다.
자신에 대한 분노를 삭이지 못하고 밖으로 뛰쳐나오는 하은.
터져버릴 것 같은 심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서성이다 주먹으로 차를 내려치고 발로 걷어차고 그리곤 자신의 머리를 괴롭게 감싼다.
씬17. 공원 (밤)
은하, 꼼짝도 못하고 그 자세 그대로 서 있다...
씬18. 멈춰진 차 밖 (밤)
하은, 차에 몸을 기대고 머리를 숙인 채 고통스럽게 눈을 감고 있다.
하은의 주먹은 여전히 꽉 쥐어져 있다.
씬19. 까페 (밤)
수철, 들어와서 들러보면 저쪽에 은하가 창백한 표정으로 앉아있다.
수철 : (긴장된 표정으로 와서 앉는다)
은하 : (본다)
수철 : 무슨..일이야?
은하 : (무섭도록 차분하다) 오빠는 알고 있었죠? 강릉에서 죽은 사람은 유신혁씨란 거.
수철 : (너무 놀라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본다)...!
은하 : 알아야겠어요. 우리오빠한테 무슨 일이 있었던 거예요?
수철 : (더듬거린다) 무..슨..소리야?
은하 : (단호하게) 더 이상 날 속일 생각은 하지 마요. 이유가 알고 싶어서 온 거예요.
오빠가 왜 이런 선택을 해야 했는지..이유를 알아야겠어요, 난.
수철 : (마음이 흔들린다)
은하 : (흔들림 없는 눈으로 똑바로 응시한다)
수철 : (격심하게 흔들리고 있다) 은하야..그게. (하다 말을 멈춘다)
<플래시 컷-18회 82씬>
하은 : 지금 내 모습...은하한텐 또 다른 고통이야.
은하 : 난 괜찮아요. 어떤 말이든 어떤 것이든 다 들을 수 있어요. 말을 해줘요.
수철 : (시선을 피하며)..난 아무것도 아는 게 없어.
은하 : (울 것 같은 얼굴로 화를 낸다) 다들 왜 이러는 거야? 왜 이러는 거예요?
수철 : (죄인처럼 고개만 숙이고 있다)...
씬20. 강력 5팀 (밤)
수철, 초조한 표정으로 하은에게 휴대폰을 하는데 받질 않는다.
수철 : (음성 메시지를 남긴다) 나야. 은하를 만났어. 메시지 듣거든 전화해.
씬21. 술 집 (밤)
하은, 미친 듯이 폭음을 하고 있다. 연거푸 술잔을 비워내더니 불현듯 웃기 시작한다.
그러나 웃는 건지 우는 건지 도무지 알 수 없는 고통스러운 웃음이다.
옆 테이블에 있던 남자 손님 서너 명이 하은을 황당한 듯 본다.
남자1 : (들으라는 듯) 미친 새끼. 꼴값 떨구 있네.
하는 순간, 하은이 순식간에 남자의 멱살을 움켜쥐더니 남자를 바닥으로 팽개친다.
그와 동시에 남자의 친구들이 하은에게 달려든다.
하은, 제 정신이 아닌 듯 바닥으로 떨어진 남자에게 달려들어 엉켜서 바닥에서 뒹군다.
여기저기 터지는 비명. 아수라장이 되는 실내.
씬22. 술 집 앞 (밤)
종업원들, 흐트러진 차림의 하은의 등을 짜증스럽게 떠밀어 밖으로 내몬다.
종업원들 ‘에이’ 하듯 손 털어내고 안으로 들어간다.
하은, 입가의 피를 손등으로 닦아내더니 자신이 생각해도 어처구니가 없는 듯 조소를 날린다.
그리곤...슬프게 멍하니 서 있다.
씬23. 재수의 거실 (밤)
은하, 무서우리만치 차분한 표정으로 한곳을 응시하고 앉아있다.
재수 : (투덜대며 들어온다) 툭하면 단속을 나오니 먹고 살 수가 있나. (하다 은하를 본다) 왜 그러고 있어?
은하 : (시선을 돌려 재수를 본다)..아빠.
재수 : (딸의 표정이 심상치 않다. 걱정가득) 무슨 일 있어?
은하 : (차마 입이 떨어지질 않는다)
재수 : 회사에서 뭐 안 좋은 일 있었어? 아빠한테 말해 봐. 응?
은하 : (대답대신 눈물이 흐른다)
재수 : (깜짝 놀라서 바짝 다가앉으며) 왜 그래? 무슨 일인데? 응? 사실적으루다 말 안 할 거야?
은하 : (얼른 눈물을 닦아내며 어이없는 듯 웃기만 한다)
재수 : (걱정 가득해서 보며) 너 혹시 그때 그 포장마차에 왔던 멀끔하게 생긴 녀석하고 무슨 일 있었던 거야?
은하 : ...아니에요.
재수 : 말이 나왔으니까 말인데 그 놈하고 너하고 무슨 사이냐? 내가 아주 궁금해서 미치겠드라구. 둘이 연애하는 사이야?
은하 : (어이없는 듯 허탈한 웃음을 짓는다)...
씬24. 신혁의 방 (밤)
술이 취한 하은, 넥타이를 푼다.
신영 : (옆에 서서 걱정가득) 얼굴에 상처 났잖아? 어디서 그런 거야?
하은 : (흐린 미소로) 별 거 아냐.
신영 : 오빠 진짜 이상해진 거 알아? 요즘엔 술도 너무 많이 마시고.
하은 : ...팔찌 니가 갖고 있니?
신영 : 오빠 책상 위에 놔뒀어. 엄마한테 혼났어. 오빠한테 중요한 물건일지도 모르는데 함부로 가졌다구.
하은 : (좀 긴장돼서)....어머니가?
씬25. 인철의 안방 (밤)
이화, 처연한 표정으로 조용히 앉아있다.
인철 : (들어오며) 신혁이가 술을 많이 마셨네.
이화 : ...그래요.
인철 : 낮에 은하양 왔다갔다면서?
이화 : 얘길 나누고 싶어서 내가 오라고 했어요.
인철 : 잘했어. (안색을 살피며) 근데 당신 안색이 많이 안 좋아. 몸이 불편한 거 아냐?
이화 : (보며)..여보.
인철 : 어.
이화 : (뭔가 할 말이 있는 듯 망설인다)
인철 : 무슨 얘긴데 그렇게 망설여?
이화 : ...아니에요.
인철 : (보는)...
씬26. 신혁 사무실 (아침)
재훈 : (출근하는 하은을 뒤따라 들어오며) 10시에 임원회의가 있고 12시에는 애주실업 박사장과 청담동에서 점심 약속 잡혀있습니다.
3시에는 재개발 사업 관련 인테리어 팀과 회의가 있구요.
하은 : 점심 약속은 내일로 옮겨주세요.
재훈 : 알겠습니다. (하다 하은의 얼굴에 살짝 긁힌 상처를 발견하곤) 얼굴에 상처가?
하은 : (얼른 민망한 듯 웃으며) 싸워서 생긴 겁니다.
재훈 : (어리둥절) 싸우시다뇨? 누구하구요?
하은 : 술 먹고 행패 좀 부렸어요, 내가.
재훈 : (놀라우면서도 걱정으로) 왜 혼자 술을 드세요? 절 부르시죠.
하은 : (쓸쓸한 미소로 보는) 그러게요. 우리 안비서님하고 같이 마셨으면 실수 안했을 텐데.
재훈 : (어쩐지 걱정이 돼서 본다)...
씬27. 인철 사무실 (아침)
인철 : (생각에 잠겨있다)
종인 : (들어와서) 부르셨습니까?
인철 : 어. 강릉엘 좀 다녀와야겠어.
종인 : 강릉이라면?
인철 : 자네가 신혁이가 묵었던 로얄호텔에 가서 직접 확인을 해 봤으면 해.
종인 : (보는)
인철 : 내 생각엔 신혁이가 그때 강혁이 만난 것 같아서 말야.
종인 : 알겠습니다, 회장님. (하고 고개 숙이고 나가려는데)
인철 : 그리고.
종인 : (멈추고 보면)
인철 : 노파심인지 모르겠지만 최사장한테 혹여 경고망동하지 말라고 일러. 스타호텔 문젠 정회장의 의도가 아닐 수도 있어.
종인 : 알겠습니다.
씬28. 태준 사무실 (아침)
태준, 책상 앞에 앉아 미간이 어두운 채 앞으로 배달되어 온 등기소포 봉투를 보고 있다.
발신자는 최동찬으로 확실하게 명시되어 있다.
뭔가 불길한 기운을 직감하는 태준.
예의 그 냉정하고 침착한 표정으로 봉투를 열어 안의 것을 꺼내면 테이프가 들어있는 작은 소형 녹음기가 나온다.
태준, 천천히 재생버튼을 누른다.
테이프에서 흘러나오는 대화내용.
상국 : (F) 부담 갖지 말고 우선 필요한 데 쓰라고 자네 차에 5개를 실어놨어.
태준, 너무 놀라서 창백하게 굳어진 위로.
태준 : (F) 보답 차원은 아니지만 UV텔리콤은 J&C가 인수할 수 있도록 당 정책위에서 적극 검토도록 할 생각이야.
어차피 공론화가 된 상태니까 아마 조만간 결판이 날 거야.
씬29. 상국 사무실 (아침)
역시 상국 앞으로 동찬이 녹음기를 보내왔다.
분노에 찬 얼굴로 부득부들 떨며 내용을 듣고 있는 상국.
상국 : (호탕한 웃음 F) 그렇게 되면 우리야 바랄 게 없지.
태준 : (F) 소규모 정보 통신족도 이젠 역량 있는 기업이 흡수 통합관리를 할 때가 됐어.
상국 : (F) 옳은 말이야. 아 그리고 지구당 연찬회 때 쓸 건 혹시 몰라서 3개는 이틀 후에 보내겠네.
태준 : (F) 무리를 했구만. 그나저나 임대식 말이야.
하는데서 테이프가 끊긴다.
상국, 분노를 참지 못하고 녹음기를 집어던져 박살을 낸다.
화면 분할되면서.
분노에 차서 부들부들 떨고 있는 상국과 창백하게 식어서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리는 태준의 모습이 한 화면에 잡힌다.
씬30. 동찬 사무실 (아침)
동찬, 깁스를 한 다리를 테이블에 턱 걸쳐놓고 앉아 특유의 능청스런 표정으로 시원한 주스를 마시고 있다.
동찬 : (잔 내려놓고 비죽이며)..전화가 올 때가 됐는데.
(E) : 휴대폰이 울린다.
수하 : (대기하고 있다가 휴대폰을 동찬에게 건넨다)
동찬 : (능청스럽게 받으며) 최동찬입니다. 아이구 정회장님 안녕하셨습니까?
상국 : (F, 분노를 억지로 누르며) 뭐 하자는 거야?!
동찬 : 이런 제 선물이 맘에 안 드셨던 모양이시군요?
상국 : (F) 당장 이쪽으로 와!
동찬 : 이걸 어쩌지요? 아시다시피 제가 다리가 불편해서 꼼짝을 못하는 상황이라..회장님이 제 사무실로 오셔야겠습니다.
이런 갑자기 손님이 오셔서요. 그럼 끊겠습니다. (하더니 일방적으로 끊고는 신나서 히죽 웃는다)
씬31. 상국 사무실 (아침)
상국, 전화기가 부서질 듯 수화기를 내려놓고는 벌떡 일어나다가 순간 휘청하면서 다시 자리에 주저앉는다.
그러곤 거친 숨을 몰아쉬며 떨리는 손으로 책상 서랍을 열어 작은 약병을 찾아 알약을 입에 털어 넣는다.
씬32. 태준 사무실 (아침)
태준, 의자를 돌리고 앉아 심각한 표정으로 생각에 잠겨있다.
씬33. 오피스텔 (낮)
하은과 수철.
하은 : (굳어서) 그래서? 은하한테 말을 했다는 거야?
수철 : 아니. 아무것도 모른다고 했어. 하지만 은하가 믿지 않는 것 같애.
하은 : (고통스럽다)
수철 : 너무 안쓰러워서 볼 수가 없드라.
하은 : (울 것 같은 얼굴이 된다)
수철 : 은하한텐 사실대로 말 할 때가 된 것 같다, 하은아.
하은 : (말없이 혼자 생각에 빠져있다)...
씬34. 경찰서 한 곳 (낮)
강주 : (놀라서) 그럼 최동찬이 테러를 당했다는 거예요?
장형사 : 그건 확실치 않은데 짐작이 그래요.
강주 : 어떤 이유에서요?
장형사 : 박상철이 세력을 모으고 있다는 제보가 들어오자마자 최동찬이 다쳤거든요.
강주 : 그러니까 최동찬을 공격한 건 박상철이란 얘기네요.
장형사 : 아마 서형사님 살해범으로 자신에게 누명을 씌운 것에 대한 보복 같은 거겠죠. (하는데)
(E) : 강주 휴대폰.
강주 : 잠깐만요. (받으며) 네 국장님.
씬35. 까페 (낮)
강주와 국장.
강주 : (놀라서) 기획취재에서 빠지라뇨?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국장 : 말 그대로야. 그 건은 주호한테 넘기고 이기잔 빠져.
강주 : 이유가 뭐죠?
국장 : 이유는 묻지 말고 내 말 들어.
강주 : 이유도 없이 무조건 빠지라고 하시는 건 납득할 수 없습니다. 고소건 때문인가요?
국장, 잠시 갈등하듯 강주를 눌러보더니 신문을 강주 앞으로 내민다.
강주, 의아한 표정을 신문을 본다. 민수연을 찾는 광고란이 보이도록 놓여있다.
강주 : (영문을 모르겠는 얼굴로) 이게 뭐요?
국장 : 며칠 전에 홍조일 선배가 다녀갔어.
강주 : 그런데요?
국장 : 거기 사람 찾는 광고 자세히 읽어 봐.
강주 : (광고를 본다. 여전히 알 수가 없다) 민수연씰 찾는 광고가 제가 취잴 그만둬야 하는 것과 무슨 상관이죠?
국장 : 홍선배가 전한 얘길 그대로 전할게. 민수연은 건설부에 근무할 때 이의원님하고 스캔들이 있었어.
강주 : ...우리 아버지요?
국장 : 응. 두 사람이 상당히 가깝다는 소문이 있었는데 이의원님이 결혼하면서 민수연이 그만뒀고
그래서 소문이 기정사실처럼 한때 떠돌았던 모양이야.
강주 : (좀 어이가 없는 듯 웃음기가 감돌며) 남녀간 스캔들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일이구 그게 제가 이 일을
국장 : (말 자르며) 홍선배가 말하는 건 이 광고에 한 가지 의문점이 있다는 거야.
강주 : 의문점이라뇨?
국장 : 이의원님은 결혼하고 4년을 건설부에 근무하다 정치에 입문했어. 그게 20년 전이지.
민수연은 의원님의 결혼과 동시에 그만뒀구.
강주 : (핵심이 잡히지 않는다)..
국장 : 가족이 민수연을 찾는 거라면 정확히 24년 전에 건설부에 근무했다고 써 있어야 맞아.
강주 : 착각했을 수도 있죠. 아니면 대체루 20년 전 30년 전이라고 말하는 경우도 있구요.
국장 : 홍선배 생각은 이 광고는 누군가에게 보이기 위한 광고일 수도 있다는 거야.
20년 전 사건을 언급하려는 의도가 숨어있는 의도된 광고란 거지.
강주 : (긴장해서) 그럼..우리 아버질 겨냥한 광고란 말씀이세요.
국장 : 그래. 다시 말해서 이의원님은 이 사건과 어떤 식으로든 연관이 돼 있단 얘기구.
나두 걸리는 게 있어. 이의원님이 이기자를 사회부에서 빼려고 했던 일..지금 생각해보면 납득이 좀 안돼.
강주 : (알고 있다. 하지만 부인한다) 아버진 이 사건과 무관합니다.
국장 : 어떻게 자신하지? 그리고 난 이기잘 믿을 수 없어.
강주 : (굳어서 본다) 국장님?
국장 : 상국건설은 이 사건과 관련돼 있고 J&C의 정회장과 이의원님의 친분은 알만한 사람은 다 알아.
헌데 자넨 그 얘길 나한테 말하지 않았어.
강주 : (당황스럽지만) 그건 죄송합니다. 하지만 아버지가 20년 전 과장 자살 사건과
임대식, 서하은형사의 살인사건과 무관하다는 건 제가 확신합니다.
국장 : 물론 홍선배의 생각이 억측일 수도 있어. 자네 말대로 이의원님은 아무런 관련이 없을 확률도 있고.
하지만 만약이란 게 있어.
강주 : 전 아버질 믿습니다, 국장님. 그걸 증명하기 위해서라도 이 기획취잰 꼭 제가 하고 싶어요. 제가 진실을 찾도록 해 주세요.
국장 : 자신 있나?
강주 : (본다)
국장 : 만에 하나 이의원님이 관련 돼 있더라도 기자로서 사명감을 버리지 않을 자신이 있냐고 묻는 거야?
강주 : ...네. 자신 있습니다.
국장 : (보는)...
씬36. 뉴스타 관광호텔 앞 (낮)
상국의 차가 와서 서고 그 뒤로 태준의 차도 와서 선다.
두 사람 잔뜩 굳은 표정으로 차에서 내려 시선을 교환하곤 안으로 들어간다.
태준, 상국을 책망하는 눈빛을 보낸다.
한쪽에 서서 두 사람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천사장.
씬37. 동찬 사무실 (낮)
동찬 : (앉은 채로 두 사람을 맞는다) 높으신 분들을 여기까지 걸음 하시게 해서 죄송합니다.
(말은 그렇게 하지만 표정은 전혀 아니다)
상국 : (감정 감추지 못하고 불쾌한 표정으로 앉는다)
태준 : (못마땅하지만 냉담한 얼굴로 앉으며 수하의 모습이 거슬리는 듯) 저 친구는 좀 나가있으라고 하지.
동찬 : 믿으셔도 되는 사람입니다. (상국을 보며) 전 신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라서
믿지 못할 인간이면 애초에 손을 잡지도 않습니다.
상국 : (자신한테 하는 말인 걸 안다) 그건 내가 자네한테 하고 싶은 말이야.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
동찬 : 그거야 정회장님이 더 아실 거 아닙니까?
태준 : (싸늘하게 동찬을 보고 있다 그 위로)
상국 : 자넨 오핼하고 있어! 스타호텔 문젠 내 뜻이 아니었어. 나도 모르는 일이야.
동찬 : (비죽이며) 그러시겠지요.
상국 : 우릴 걸고넘어지면 자네도 무사하지 못 해!
동찬 : (비웃으며) 이런 뇌물수수에 정치자금법 위반 거기다가 살인교사까지 추가하실 생각이십니까?
제가 특별히 그 부분은 삭제했는데.
상국 : (굳어져서 본다)
태준 : (침착하게) 자네가 원하는 게 뭔가?
동찬 : 역시 의원님은 핵심을 금방 파악하시는 것 같습니다.
태준 : 다른 말 필요 없고 이런 걸 보냈을 땐 거래를 하자는 건데. 원하는 게 뭐야?
동찬 : (상국을 보며) 이번 달까지 300억을 양도성 예금증서로 교환해서 저한테 주셔야겠습니다.
상국 : (어이가 없다) 300억?
동찬 : J&C 그룹이면 그 정도 비자금이야 떡 값 아닙니까? 저도 정치를 하려면 정치자금이 필요해서 말입니다.
상국 : (부르르 해서 벌떡 일어서며) 은혜를 원수로 갚는다더니만 감히 어떻게 나한테(하는데)
동찬 : (말 자르며) 우는 아이 사탕으로 달랬다가 이 썩는다고 뺏으면 아인 더 영악해지는 겁니다, 회장님.
상국 : (굳어서 보다가 이 악물고 박차고 나간다)
동찬 : 아이고 화가 많이 나신 모양이네.
태준 : (싸늘하게 본다)
동찬 : (태준 보며 웃는 얼굴로) 도의원 후보 공천은 어떻게 돼 가고 있습니까?
태준 : (보는)
동찬 : 설마 아직도 말도 안 되는 이유로 이 최동찬일 제외시키려는 건 아니시겠지요?
태준 : 나한테 원하는 건 그건가?
동찬 : 이 최동찬인 원래 욕심이 없는 소박한 사람입니다. 그러니까 지금껏 두 분이 시키는 대로 머슴처럼 살았던 거 아닙니까?
(하며 기괴하게 웃어 보인다)
태준 : (뭔가 빠져나올 수 없는 수렁에 빠진 기분으로 본다)...
씬38. 권투도장 (낮)
천사장과 하은.
천사장 : 당신 계획대로 최동찬이 두 사람을 협박하고 있는 것 같애요. 둘 다 사색이 돼서 호텔에서 나오더라구요.
하은 : (무표정한 얼굴로) 제가 부탁드렸던 건 어떻게 됐습니까?
천사장 : 그 위원장인가 뭔가 하는 사람한테 보내라는 거요?
하은 : 네.
천사장 : 아침에 받았을 겁니다. 박희수도 오후에 이의원을 만날 거구요.
하은 : ...잘 됐군요.
천사장 : 잘됐다고 하면서 표정은 왜 그래요?
하은 : (본다)
천사장 : 되게 심난해 보이네.
하은 : (슬픈 눈으로 입만 웃어보이곤) 민수연에 대한 제보는 없었나요?
천사장 : 없어요. 광고를 낸 사람을 묻는 사람들은 아주 많았던 모양이에요.
하은 : 많다뇨?
천사장 : 예상대로라면 이태준 정상국 최동찬, 이렇게 셋이어야 맞잖아요? 따로 알아본다고 해도.
하은 : 그런데요?
천사장 : 두 사람이 더 있었어요. 한 사람은 이강주기자구요.
하은 : (예상치 못했던 일이라 굳어져서) 강주요?
천사장 : (끄덕인다)
하은 : 그리고 또 한사람은요?
천사장 : 신분을 밝힌 사람은 이기자 하나니까 알 수가 없죠.
하은 : (누굴까)...
씬39. 인철 사무실 (낮)
인철, 특유의 버릇인 손을 까닥거리며 생각에 잠겨있다.
씬40. 경찰서 한 곳 (낮)
장형사 : (광고가 난 신문을 보고 있다)
강주 : 민수연씨 신원조회가 가능할까요?
장형사 : (난감해서) 이거 잘못될 경우 형사입건 되는 사항입니다.
강주 : (미안한 얼굴로) 너무 중요한 일이라서 그래요.
장형사 : (잠시 보다가)...알고 계신 사항이 뭐가 있어요?
강주 : 이름하고 대략적인 나이만 짐작할 뿐이에요.
장형사 : 특정조회로 해봐야 겨우 알 수 있겠는데요. 이름이 평범해서 쉽지 않을 수도 있어요.
강주 : 번번이 어려운 부탁만 드려서 죄송해요.
씬41. 태준 사무실 (낮)
태준, 도 당위원장의 방문을 받았다.
위원장 : (태준 앞으로 서류 봉투 하나를 쓱 밀어놓으며) 오늘 내 앞으로 이런 게 왔습니다.
태준 : ..뭡니까?
위원장 : 최동찬사장에 대한 투섭니다.
태준 : (확 굳어진다)
위원장 : 그리고 다른 후보들한테도 같은 내용의 투서가 간 모양입니다.
태준 : (애써 여유 있는 웃음을 흘리며) 내용은요?
위원장 : 최사장이 예전에 폭력조직에 몸담았던 전력과 입건됐던 기록들입니다.
그리고 신빙성은 없지만 최근에 살인사건 용의자로 지목된 적도 있다는 내용이에요.
태준 : (싸늘하게 굳어졌다가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이건 누군가 최사장을 음해하려는 공작을 한 겁니다.
위원장 : 다른 건 음해라 해도 폭력조직 전력과 입건됐던 건 사실이었어요.
태준 : (애써 웃으며) 그건 과거 일입니다. 최사장이 믿을 만한 사람이 아니라면 내가 왜 추천을 했겠습니까?
위원장 : 그래서 여기까지 온 겁니다. 이의원이 추천하신 후보라 나도 맘이 쓰여서요.
헌데 다른 후보들한테까지 알려진 상황이라서 이의원이 나서서 수습을 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구는 최동찬사장의 후보 공천은 어려울 것 같아요.
태준 : (난감하고 혼란스럽다. 도대체 누구의 짓인가)...
씬42. 인테리어 팀 (오후)
팀장과 해경, 인테리어 팀이 회의를 준비하기 위해 테이블 주위로 모여 앉는다.
은하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팀장 : (테이블로 오면서) 우물천정 간접등 말인데 너무 안 살지 않아?
해경 : 그럼 박스라인을 복도까지 넓혀 볼까요?
긴장된 표정의 하은과 예의 그 담담한 표정의 재훈이 들어온다.
팀장 : (반갑게) 안 그래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하은 : 네에.
하고 테이블로 앉으려다가 자신도 모르게 비어있는 은하 자리를 본다.
재훈 : (눈치 빠르게) 서은하씨가 안 보이네요?
해경 : 은하씨 오늘 결근했어요.
하은 : (굳어져서) 어디..아픈 가요?
해경 : 모르겠어요. 연락이 없어서 집에 전활 했더니 (난감한) 출근했다고 하시더라구요. 아버님이신 것 같던데.
하은 : (멍해진다)
재훈 : 휴대폰은 안 받나요?
팀장 : 골백번도 더 해 봤는데 안 받아요.
해경 : 혹시 무슨 사고라도 난 게 아닌가 싶어서 걱정이에요.
하은 : (멍해져 있는 위로)
팀장 : (E) 나쁜 생각하지 마. 신입 땐 무단결근하고 싶을 때가 있어.
해경 : (E) 은하씬 그럴 사람이 아니니까 걱정이죠.
팀장 : (E) 곧 연락 오겠지.
씬43. 무릉 복도 (오후)
하은, 불안정한 표정으로 걸어온다.
재훈 : (살피며) 제가 서은하씨 집엘 가 보겠습니다, 부사장님.
하은 : 집엔 없을 겁니다. 아저씨가(하다 멈추고 말을 바꾼다) 서은하씨 아버님이 전활 받았다고 하셨으니까.
재훈 : ...너무 걱정 마십시오. 큰일은 없을 겁니다.
하은 : (대답할 정신도 없다)
재훈 : (걱정스레 보는)...
씬44. 신혁 사무실 (오후)
하은, 안절부절 못하고 서성인다. 어찌할 바를 도무지 알 수가 없다.
그러다 안 되겠는지 밖으로 급하게 나간다.
씬45. 공원 (오후)
하은, 어제 은하를 만났던 공원에 와서 은하를 찾는다.
하지만 은하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애가 탄다.
씬46. 고속터미널 (오후)
은하, 자리에 앉아서 손에 들린 강릉행 버스표를 보고 있다. 한 장이 아니라 두 장이다.
씬47. 로얄호텔 (오후)
종인, 프런트 앞으로 걸어와 선다.
직원 : 어서 오십시오.
종인 : 긴히 상의드릴 일이 있어서 왔습니다. (명함을 꺼내서 내밀며) 매니저를 만났으면 하는데요.
직원 : (명함을 확인하고 깍듯하게)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씬48. 고속터미널 (오후)
하은이 뛰어와 두리번거리며 은하를 찾는다. 아까 은하가 앉았던 자리에 은하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하은, 다른 쪽을 향해 뛰어간다.
씬49. 로얄호텔 커피숍 (오후)
종인과 매니저가 앉아있다.
종인 : 그 날 유신혁부사장님을 찾는 사람은 없었습니까?
매니저 : 저흰 어떤 식으로든 고객의 정보를 누출할 수가 없습니다. 양해해 주십시오.
종인 : 사실은 부사장님 쌍둥이 형이 그 날 밤 살해 당하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매니저 : (놀라서 본다)
종인 : 범인은 아직 찾지 못한 상태고 그때 여기 들렀다는 얘기가 있어서 혹시 연락이 된 건지 확인해보려고 온 겁니다.
매니저 : 그렇다면 부사장님게 직접 여쭤보시면 아실텐데요.
종인 : 그 날 이후 부사장님도 행방불명 상태라서요.
매니저 : (이해하듯) 아..네에.
종인 : 확인해 주실 수 있겠습니까?
매니저 : 그런 일이라면 확인해 드려야죠. 헌데 그때 근무했던 직원들이 근무시간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종인 : 시간이 걸려도 괜찮으니까..부탁드리겠습니다.
씬50. 인철 사무실 (오후)
인철, 생각에 싸여서 손가락을 까닥거리고 있다.
인터폰이 울린다.
인철 : (누르며) 어.
비서 : (F) 박상철이란 분 전홥니다, 회장님.
인철 : (싸늘해진다)...연결해.
상철 : (F) 안녕하십니까, 회장님? 박상철입니다.
인철 : 이름은 들은 적이 있는 것 같은데...실례지만 누구신지.
화면 분할되면서 차 안의 상철이 휴대폰으로 통화를 하고 있다.
상철 : 오래전 대식이 형님을 몇 차례 모시고 인사드린 적이 있는데. 벌써 절 잊으셨습니까?
인철 : (차갑게 식어 내리며) 무슨 말을 하는 건지 통 모르겠습니다만.
상철 : (히죽 웃으며) 그럼 친절하게 설명을 해 드려야죠. 20년 전에 유건하 형사한테 전화한 사람이 저 아닙니까? 강릉에서 만나자고.
인철 : (확 굳어진다)
상철 : 모르셨던 모양인데 그 전환 대식이 형님이 아니라 내가 했습니다.
인철 : (몰랐던 일이다. 싸늘한 표정으로 차분히 대응한다) 뭘 잘못 알고 있는 모양인데 그 역시 무슨 말인지 모르겠군.
상철 : 설마 대식이 형님이 아무 증거도 남기지 않고 당했다고 생각하는 겁니까?
인철 :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지?
상철 : 뭐 별 건 아니지만 나한테 증거란 게 있는데 이걸 유신혁부사장한테 넘기면 어떻게 될지 궁금해서요.
아니면 경찰에 넘길 수도 있구.
인철 : (차가운 미소가 번지며) 거래는 이렇게 하는 게 아니지.
상철 : ....
인철 : 증거가 있다면 얼마만한 가치가 있는지 확인을 하고 그때 정확한 거래를 하는 거야.
상철 : 글쎄요. 생각을 좀 해 봐야 할 것 같은데요. 회장님과 거래를 해야 할지 말지.
어떤 게 나한테 이득이 되는 건지 계산도 따져봐야 하구.
인철 : 그렇지. 거래는 바로 그렇게 하는 거야. 맘에 드는구만, 자네.
상철 : (허 웃더니) 그럼 다시 연락드리지요.
하고 전화 끊으면서 인철에게 화면이 온다.
인철, 얼굴에 웃음기가 싹 가신 채 싸늘하게 식어서 수화기를 내려 놓는다.
그랬다가 다시 수화기 들어 번호 찍으려다가 무슨 생각에선지 수화기를 도로 내려놓고는 손가락을 까닥거리며 골똘히 생각한다.
씬51. 경찰서 한 곳 (오후)
강주와 장형사.
장형사 : 민수연은 수년전에 이미 법원에서 실종선고가 내려진 상태예요.
강주 : 실종신고요?
장형사 : 네. 주민등록도 말소 된 상태라 찾기 어려워요.
강주 : 그럼 가족도 확인이 안 되나요?
장형사 : 호주가 박말숙씨로 돼 있는데 아무래도 모친 같애요. 민수연씨 언닌 오래 전에 사망했구요.
남동생도 있는데 호적상에만 나와 있고 주민등록상엔 나와 있질 않아요.
강주 : 그래요.
장형사 : (쪽지 주며) 민수연 본 적을 적어오긴 했어요. 하지만 박말숙씨가 아직 거기 살고 있는지는 모르겠네요.
씬52. 진우 사무실 (오후)
석훈 : 스타호텔 문제로 윤여사님을 지지하는 세력과 회장님 지지 세력이 양분화 된 상탭니다.
회장님과 윤여사님의 불화설도 끊임없이 떠돌고 있구요.
진우 : (당차게) 가능하면 빨리 이사들과 약속을 잡아주세요.
석훈 : 알겠습니다. 그리고 회장님께서 해외지사 관리 명목으로 무리한 대출을 받아 해외로 송금하고 계신 것 같습니다.
진우 : 회장님께서 추진하고 계신 프로젝트가 있습니다.
석훈 : (어렵게) 그렇지만 매출에 비해 낮은 순익 때문에 이사진들이 민감한 상탭니다.
만약 이 사실이 알려지면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겁니다.
진우 : ....
씬53. 상국 사무실 (오후)
상국, 안색이 몹시 좋지 않다. 머리가 아픈 듯 이마를 손으로 누르며 앉아있다.
진우 : 나머지 자금을 홍콩으로 송금하는 건 잠시 보류하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상국 : (만사가 귀찮은 얼굴이다)
진우 : 스타호텔 문제로 이사들의 술렁임이 심상치가 않습니다.
상국 : (지친 목소리) 천연가스 개발이 공식화 되면 단숨에 잠재울 수 있어. 주가 회복도 역전 시킬 기회가 될 거다.
진우 : 하지만 더 이상 대출도 어려운 상황인 건 아버지도 아시잖아요.
상국 : 이의원 통해서 대양은행장하고 긴밀히 연락을 취해 뒀어.
(피곤한 표정으로) 그러니까 그 일은 나한테 맡기고 넌 재개발에 주력해.
진우 : (마지못해)..알겠습니다. 헌데...어디 편찮으세요?
상국 : (한숨처럼) 아니야. 오늘은 일찍 들어가 쉬어야겠어.
진우 : 그러세요.
상국 : (일어서다가 휘청거린다)
진우 : (얼른 팔을 잡으며) 아버지!
상국 : 괜찮아. 괜찮아. (하면서도 자리에 도로 주저앉는다)
진우 : (심상치 않은 아버지 모습에 불안이 엄습한다)
씬54. 성당 정원 한곳 (늦은 오후)
경반장, 혼자 휠체어에 앉아 푸른 나무들을 바라보고 있다.
천사장이 경반장에게 다가와 선다.
경반장 : (본다)
천사장 : 인사가 늦었습니다. 천공명이라고 합니다.
경반장 : (미소로) 저야말로 인사가 늦었습니다. 덕분에 이렇게 좋은 곳에서 쉴 수 있게 됐습니다.
천사장 : (미소로) 많이 좋아보시네요.
경반장 : 오늘은 꽤 많이 걸었어요. (농담하듯) 내일이면 달리기도 할 것 같습니다.
천사장 : (농담한다) 그럼 서형사하고 시합 한번 하세요. 그 사람 되게 잘 뛰 든데.
경반장 : (서형사란 말에 좀 움찔해서) 우리 강혁이가 말하던 가요? 자기가 서하은이라구.
천사장 : ...어쩌다보니 알게 됐습니다. 그 사람 자신에 대해서는 얘기하지 않거든요.
경반장 : (끄덕인다)
천사장 : 실은 부탁드릴 말씀이 있어서 찾아 왔습니다.
경반장 : (본다)
천사장 : 서하은 형사를 도와주십시오.
경반장 : 무슨 뜻으로 하는 말입니까?
천사장 : 서형산 이젠 혼자 힘으론 멈출 수가 없습니다. 그 사람을 멈추게 할 수 있는 사람은...반장님뿐입니다.
경반장 : (보는)
천사장 : 지금 서형산 너무 많이 고통스러워하고 있습니다. 자신이 얼마나 아픈지도 모를 만큼 고통 속에서 살고 있습니다, 그 사람.
경반장 : (흐린 눈으로 아프게 보며)...그럴 겁니다.
천사장 : 전 서형살 멈추게 할 힘이 없습니다. 이미 너무 많은 길을 함께 와 버렸습니다. 반장님이 도와주십시오.
경반장 : (아프게 보다가 먼 곳에 시선을 돌려 말없이 바라본다)
천사장 : (묵묵히 서서 보는)...
씬55. 고속 터미널 (늦은 오후)
하은, 강릉으로 갈 수도 그 자리를 떠 날 수도 없는 듯 아까 은하가 그랬던 것처럼 한 곳에 멍하니 앉아있다.
바쁘게 오고가는 사람들 속에 오로지 하은만이 혼자인 듯 외롭게 보인다.
씬56. 인테리어 팀 앞 복도 (늦은 오후)
재훈 : (해경을 불러냈다) 서은하씨한텐 아직 연락 없어요?
해경 : (걱정이 된다) 네에. 휴대폰도 안 받구요. 정말 무슨 일 있는 거 아닐까요?
재훈 : (은하도 하은도 두 사람이 다 걱정이 된다).
해경 : 은하씨 아버님은 출근했다고 하시니까 집에도 전활 못 해보겠구.. 걱정이네.
재훈 : 서은하씨한테 연락 오면 나한테 전화 좀 해 주세요.
해경 : 왜요? 안비서님 은하씨한테 관심 있어요?
재훈 : (민망한) 그런 거 아닙니다. (하고 얼른 돌아서서 간다)
해경 : (피식 웃는다)
씬57. 로얄 호텔 커피숍 (늦은 오후)
종인, 자리에 앉아 기다리고 있다. 시계를 본다.
오래 기다린 듯 초조한 표정이다가 자리에서 막 일어서려는데
매니저와 여직원(하은의 부탁을 받고 신혁에게 주사위를 주었던)과 함께 걸어온다.
매니저 : (앞에 와 서더니) 오래 기다리시게 해서 죄송합니다.
종인 : 아닙니다. (하며 시선이 여직원을 향한다)
매니저 : 진선미씹니다. (만약 명찰에 이름이 있었다면 그 이름으로 대체해 주세요. 여직원보며) 말씀드려.
여직원 : 부사장님 형님 되시는 분을 그 날 뵀었어요.
종인 : (긴장해서) 어떻게요?
여직원 : 부사장님과 너무 닮으셔서 금방 알 수가 있었어요. 그리고 부탁을 받았거든요.
종인 : 어떤 부탁이었습니까?
여직원 : 비밀로 해달라고 하시면서 부사장님께 뭘 좀 전해드렸으면 하셨어요. 그래서 그걸 부사장님께 전달해 드렸습니다.
종인 : (굳는) 전한 게 뭔지 혹시 알고 있어요?
여직원 : 편지봉투를 전했을 뿐 내용은 모릅니다.
종인 : (역시 그랬구나..싶은) 그럼 두 사람이 그 날 밤 만났다는 건가요?
매니저 : 룸서비스 직원 말로는 그날 밤 부사장님은 룸에 계셨답니다.
종인 : 부사장님을 직접 봤답니까?
매니저 : 주문 받은 음식은 비서분이 받아주셨지만 분명 두 분이 회의를 하고 계셨다고 하던데..
종인 : ..네에..
씬58. 인철 사무실 (늦은 오후)
인철 : (예의 그 덤덤한 표정으로 전화를 받고 있다)..그래서?
씬59. 로얄 호텔 앞 (늦은 오후)
종인 : (밖으로 나오며) 만난 건 확실치 않지만 두 사람이 연락이 됐던 건 사실입니다. 아마 편지를 건넸던 것 같습니다.
씬60. 인철 사무실 (늦은 오후)
인철, 싸늘하게 식은 표정으로 수화기를 내려놓는다.
그리곤 조용히 앞을 응시하다 책상서랍을 열어 감춰두었던 담배를 하나 꺼내든다.
복잡한 시선으로 책상에 담배를 톡톡 치더니 입에 문다.
씬61. 허름한 동네 슈퍼 (늦은 오후)
강주, 쪽지에 적힌 주소를 보며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걸어온다.
슈퍼 앞에는 민수연의 노모가 밖에 나와 앉아서 야채를 다듬고 있다.
강주 : (노모 앞으로 오더니) 저기..여기가 647번지 맞나요?
노모 : (무심히) 그런데요.
강주 : (겨우 찾았다. 반색하며) 그럼 혹시 민수연씨가 따님이신가요?
노모 : (그 말에 사색이 되듯 굳어져서 외면하며) 그런 사람 몰라요.
강주 : (눈치 채고) 귀찮게 해 드리려고 온 게 아닙니다.
노모 : 글쎄 모른다니까! (손놓고 안으로 들어간다)
강주 : (따라들어 가면서) 한 가지만 여쭤보려고 왔어요.
씬62. 슈퍼 안 (늦은 오후)
강주 : (무시하고 있는 노모에게 신문 보여주며) 따님 찾는 광고 할머니가 내신 거죠?
노모 : (그제야 신문을 슬쩍 본다)
강주 : 할머니가 내신 거 맞죠?
노모 : (버럭 성질을 낸다) 알지도 못하는 사람을 왜 찾아, 내가!
강주 : 왜 따님을 모른다고 하세요?
노모 : 모르니까 모른다고 하지!
강주 : 할머니.
노모 : (강주 등 떠밀 듯 하며) 노인네 귀찮게 하지 말고 가! 가라구, 가!
강주 : (등을 떠밀려 나오며) 할머니.
씬63. 슈퍼 밖 (늦은 오후)
노모, 강주를 밖으로 밀어내버리고 안으로 들어가 버린다.
강주 : (밖에 서서 안을 들여다보며) 대답만 해 주세요. 이 광고 할머니가 내신 게 정말 아닌가요?
노모 : (안에서 버럭) 망령 났어! 그 년을 왜 찾아, 내가?!
강주, 후우 한숨을 들이쉬고 잠시 서 있다.
저쪽에서 선글라스를 쓴 희수, 한 손에 포장 된 상자를 들고 휘파람을 불며 껄렁거리며 걸어온다.
강주, 아무래도 노모가 낸 광고는 아닌 듯 하다. 발길을 돌려 왔던 길을 내려가는 강주.
희수와 강주가 서로를 모른 채 스쳐 지나간다.
강주, 몇 걸음 걸어가다가 걸음을 멈추고 희수를 돌아본다.
희수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보는 강주, 어디서 본 듯한데 도무지 생각이 안 난다.
강주 : ..어디서 봤지?
희수는 슈퍼로 들어가고 있다.
강주, 생각이 안 나는 듯 다시 발길을 돌려 걸어간다.
씬64. 슈퍼 안 (늦은 오후)
희수 : (들어서며 장난스럽게) 박말숙여사한테 배달 왔습니다.
하고 보면 노모는 막걸리를 사발에 따라서 벌컥벌컥 마시고 있다.
희수 : 대낮부터 무슨 술이에요?
노모 : (보더니 감정의 동요가 이는 듯 움찔했다가 곧바로 외면하며) 정신이 나간 놈도 아니구 모른다는데 왜 자꾸 와, 여긴?
희수 : (장난친다) 전 박희수 친구 박찬호거든요? 희수가요, 박여사님께 (상자 내밀며) 이거 전해드리래서 왔어요.
노모 : (무시한 채로 막걸리만 마시고 있다)
희수 : (그러던지 말던지 혼자 좋아서) 이게 뭔 줄 아세요? 산삼이에요. 30년 묵은 진짜 삼산.
노모 : (사발 내려놓고 밖으로 나간다)
희수 : (상자는 놓고 따라 나가면서) 저거요 진짜루 비싸고 좋은 거예요.
씬65. 슈퍼 앞 (늦은 오후)
희수 : (노모 따라 나오며) 저거 다려 먹으며 할머니 또 시집가도 된다니까아?
노모, 아무 대꾸 없이 야채를 다듬는다.
희수 : (쭈그리고 앉아서 노모와 눈을 맞추며) 저거 꼭 드셔야 돼, 할머니. 진짜 비싼 거야. 알았지?
노모 : (공허한 눈으로 희수를 본다)
희수 : (히죽 웃으며) 오늘은 가라고 막 욕 안하네?
노모 : (시선을 내리고 다듬던 야채 주섬주섬 챙겨들고 안으로 들어간다)
희수 : (뒤에다 큰소리로) 희수 친구 찬호 가요. 다음에 또 올게요.
노모 : (대답이 없다)
희수 : (예상은 하고 왔지만 그래도 마음은 싸하다. 쉽게 걸음 돌리지 못하고 서서 본다)...
씬66. 경찰서 한 곳 (밤)
강주, 생각에 싸여서 걸어온다.
일진 : 이강주.
강주 : (멈추고 본다)
일진 : 어딜 그렇게 돌아다녀?
강주 : 사건 있었어요?
일진 : 국장님이 그 업주한테 선포하셨대.
강주 : 선포라뇨?
일진 : (웃으며) 이강주 징계는 죽어도 못하겠으니까 고소를 하든 맘대로 하라구.
강주 : (미안해서)...그러다가 정말 회사에 피해 입히면 어떡해요?
일진 : 그러니까 빨리 그 기획취재 진상 파악부터 해. 그게 제일 급선무니까.
강주 : (마음이 무겁다)...알고 있습니다.
씬67. 기자실 (밤)
강주, 피곤한 듯 의자에 털썩 앉는다. 후우 한숨 내 쉬며 눈을 감았다가 불현듯 떠오르는 생각에 눈을 뜬다.
<인써트-16회 27씬>
태준 사무실에서 희수와 마주쳤던 장면.
강주 : 맞아..분명히 아빠 사무실에서 봤어.
씬68. 태준의 사무실 (밤)
태준, 심각한 고민에 싸인 채 어둠 속에 앉아있다.
씬69. 상국 거실 (밤)
상국, 지친 표정으로 안으로 들어오다 멈칫 멈춰 선다.
미정이 싸늘하게 식어서 독기품은 얼굴로 앞을 보고 앉아 있다. 탁자 위에는 이혼서류가 놓여있다.
상국, 미정을 무시하고 방으로 향한다.
미정 : 분명히 말했죠.
상국 : (멈추고 본다)
미정 : 나하고 이혼하려면 내가 원하는 걸 달라고. 그럼 얼마든지 이혼해 줄 수 있어요.
상국 : 피곤해.
미정 : (O.L.) 그리고 (이혼서류 들어 보이며) 이런 건 변호사를 통해서 보내는 게 아니에요.
당신 아들 낳고 17년을 함께 살았던 여잔데 최소한의 예의는 지켜야죠.
상국 : 더 이상 구차하게 굴지 마. 김변호사와도 얘긴 끝났어.
미정 : (어이없다는 듯 웃더니 대뜸 이혼서류를 찢는다)
상국 : (짜증스럽게 본다)
미정 : (일어서더니) 이혼은 나하고 하는 거지. 변호사하고 하는 게 아니에요.
그리고 한 가지 분명하게 말하겠는데 나도 당신한테 미련 있어서 이러는 거 아니니까 그건 걱정 말아요. (휙 가버린다)
상국 : (모든 게 엉망진창이 돼 버린 느낌으로 몹시 피곤하다)..
씬70. 포장마차 (밤)
재수, 분주히 서빙을 하고 있는데 진우가 들어온다.
재수 : 어서 오십쇼. (하다가 진우를 보고 호기심가득) 어서와요.
진우 : 안녕하셨어요?
재수 : 나야 뭐. 근데 어떻게 왔어요? 우리 은하하고 여기서 만나기로 약속했어요?
진우 : 아닙니다. 여기 오면 만날 수 있을 것 같아 무작정 왔습니다.
재수 : 아직 퇴근 안했는데. 일단 여기 앉아요. 전화 해 볼 테니까.
진우 : 전화하지 마세요. 그냥 은하씨 올 때까지 여기서 기다리겠습니다.
재수 : (살피며) 그러든지 그럼.
씬71. 인철의 집 앞 (밤)
하은의 차가 와서 멈춰 선다.
씬72. 멈춰진 차 안 (밤)
하은, 내릴 생각 않고 눈을 감고 그대로 차에 머리를 기대고 잠시 앉아있다.
그러다 몸을 일으켜 세워 차에서 내린다.
씬73. 인철의 집 앞 (밤)
하은, 온 몸에 힘이 빠진 듯 집 앞으로 걸어가다가 우뚝 멈춰 선다.
은하가 집 앞에서 기다리고 서 있다.
하은, 휘청하는 기분이다.
은하도 시선을 돌려 하은을 본다.
은하의 처연하고 차분한 시선과 하은의 갈등어린 시선이 마주친다.
하은, 입 꽉 다물고 은하한테 시선 주지 않은 채 그대로 걸어서 대문으로 향한다.
벨을 누르자 곧 대문이 열린다.
하은, 은하를 돌아보지 않은 채로 대문 안으로 들어간다.
은하, 말없이 하은을 보고 서 있다.
씬74. 인철의 거실 (밤)
무표정한 얼굴로 들어오는 하은을 맞는 신영.
신영 : (투정하듯) 아빠하고 엄만 나가고 안 계셔. 아빠가 나만 빼놓고 엄마만 밖으로 부르신 거 있지?
하은 : (아무런 대답도 없이 이층으로 올라간다)
신영 : (왜 저러지? 싶은 얼굴로 보는)..
씬75. 신혁의 방 (밤)
하은, 들어와 선다. 넋이 나간 얼굴로 천천히 넥타이를 풀다가 멈추고 바로 간다.
술병을 집어 술잔에 따른다. 하은의 손은 떨리고 있다.
술잔을 들어 마시려다가 손을 멈춘다. 그리곤 문 쪽을 돌아본다.
씬76. 거실 (밤)
신영, 주방에서 물 잔 들고 나오다가 계단을 정신없이 뛰어내려오는 하은을 본다.
신영 : (어리둥절해서) 어디 가게?
하은 : (아무소리도 들리지 않는 사람처럼 밖으로 뛰어나간다)
씬77. 인철의 집 앞 골목 (밤)
은하, 창백한 얼굴로 천천히 걸어가고 있다. 그러다 뒤에서 달려오는 발소리에 걸음을 멈춘다.
은하, 돌아보면 하은이 정신없이 뛰어온다. 기대감으로 바라보는 은하.
하은, 은하 앞에 멈춰와 선다.
하은 : (잠시 숨을 몰아쉬다가 버럭 화를 낸다) 지금까지 어디서 뭘 한 거예요? 휴대폰이라도 받아야 할 거 아닙니까?!
은하 : (조용히 바라본다)
하은 : (화를 내고 있다) 지금까지 여기서 날 기다린 겁니까?! 몇 번을 말해요! 난 유강혁도 아니고 서하은도 아니라고!
난 유신혁이라고 대체 몇 번을 말해야 믿을 겁니까!
은하 : (처연한 두 눈에 눈물이 고인다)
하은 : (괴롭게 시선을 피하더니 대뜸 주머니에서 팔찌를 꺼내 주며) 이건 형 거니까 돌려줄게요.
(어쩔 수 없이 목소리가 갈라진다) 내게 아니니까...형 거니까..돌려줄게요.
그렇게 말하는 하은의 두 눈에도 물기가 어린다.
은하, 슬프게 그 모습을 보다가 손을 뻗어 하은의 얼굴에 가만히 손을 댄다.
하은 : (아프게 본다)
은하 : (손을 거두고는) 묻지 않을게. 오빠가 왜 이러는지 이해할 수 없지만...이유가 있을 거야. 그래서 나 묻지 않을게.
하은 : (무너지듯 본다)
은하 : (우는 눈으로 미소 지으며) 오빠가 이렇게...내 앞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나 너무 고마워.
이런 맘 갖는 거 (아프게) 유신혁씨한텐 너무나 미안하지만...그래서 마냥 기뻐할 수도 없지만...
그래도 너무 고맙고.. 그걸로 됐다고 생각했어, 난.
하은 : (눈물이 흐른다)
은하 : (슬픈 눈으로 미소를 지어보니 조용히 돌아선다)
하은 : (참지 못하고 은하의 팔을 잡는다. 떨리는 음성으로) 아니라고 하잖아. 내가 아니라고 하잖아.
은하 : 알았어. 오빠가 아니라면 아닌 거야. (눈물이 흐른다)
하은, 은하의 눈물을 아프게 본다.
두 사람의 아픈 시선이 교차한다.
하은,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그대로 은하를 당겨 안아버린다.
은하, 하은의 허리를 감싸 안는다.
두 사람, 서로를 깊게 감싸 안는다. 오랫동안.
(엔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