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2] 01
씬1. 학교 운동장 (이른 아침)
아직 이른 시간. 등교하는 학생들의 모습 보이지 않는 고요하고 황량한 운동장.
그 위로 남녀 학생들이 외치는 구호 소리.
(E) 용의 복장 불량 벌점 3점! 이의 없습니다!
씬2. 교문 앞
등교하는 아이들로 북적이는 교문 앞.
구호 소리 계속 들리고 지나는 아이들, 한 쪽을 슬금슬금 쳐다보며 간다.
선도부들 옆에 지민과 용구 혜원, 다른 학생들 서너 명 귀를 잡고 제자리 뛰기를 하며 계속 구호를 외치고 있다.
‘용의 복장 불량 벌점 3점! 이의 없습니다.’
지민, 씩씩하게 구호를 외치고 있지만 표정은 불만이 가득하다.
혜원은 건성으로 뛰는 듯 마는 듯 구호도 외치지 않고, 용구는 광도의 눈치를 살피며 요령 부리듯 쉬었다 뛰었다를 반복한다.
그 옆으로 30센티 자를 들고 뒷짐진 박광도 버티고 서서 등교하는 아이들을 매서운 눈초리로 살피고 있다.
성제, 단어장 넘기며 뭐라 중얼거리다가 덮곤 교문 통과하다 지민이 눈에 띄자 잠시 멈춰 본다.
지민, 성제와 눈 마주치자 귀엽게 찡그리며 입 모양으로만 ‘미치겠어’ 한다.
성제, 부시시 웃곤 지나가지만 지민이 걱정되는지 쉽게 발 길이 떨어지지 않아 다시 한 번 돌아보곤 간다.
구호를 외치며 벌을 받고 있는 아이들 위로 타이틀 뜬다. ‘인간에 대한 예의’
씬3. 교정 일각
성제, 단어장 넘기며 걸어가다가 우뚝 멈추곤 어느 곳에 시선 고정한다.
가방 바닥에 던져두고 파랗게 잎이 돋아 있는 나무를 신기한 듯 올려다보고 있는 신화.
성제 : (의아해서) 신화야?
신화 : (돌아보곤 빙긋) 이제 오냐?
성제 : 거기서 뭐해?
신화 : (대답대신 뜬금없이) 너 나뭇잎이 왜 초록색인지 아냐?
성제 : (벙해서) 뭐?
신화 : 나뭇잎 말야. 왜 초록색인지 아냐구?
성제 : ...그야...엽록소가 있으니까 그렇지.
신화 : (푹 웃곤) 이성제 다운 대답이다. (가방 집어들어 툭툭 털곤 간다)
성제 : (어이없이 웃곤 따라 붙으며) 니가 원한 대답은 뭔데?
신화 : (툭) 그 대답만 빼구 다. (간다)
성제 : (영문 모르겠는 표정으로 보다 간다)
씬4. 교문 앞
여전히 구호를 외치고 있는 지민과 아이들. 이젠 목소리의 힘이 빠져 소리가 기어 들어가고 있다.
교문으로 들어서는 흥수, 광도의 눈치 살피며 슬쩍 피해 가려는데.
광도 : (E) 거기!
흥수와 지나던 아이들, 동시에 화들짝 놀라서 본다.
광도 : (흥수 가리키며) 너 말야, 너. 이리와.
흥수 : (구겨져서 광도 앞에 가 선다)
다른 아이들 십년감수했다싶은 표정으로 지나가고.
광도 : (대뜸 흥수의 긴 듯한 앞머리 잡아채서 자를 대고 길이를 재본다)
흥수 : (잔뜩 긴장해서 보면)
광도 : 1센티 길다. 3점. 저 쪽에 가 있어.
흥수 : 저기 아,
광도 : (팍 노려보면)
흥수 : (찔끔해서 머리 긁적이며 지민 쪽으로 간다)
광도 : (슬쩍) 그건 안 가져왔냐?
흥수 : 네.
광도 : (희미하게 입꼬리가 올라간다)
흥수, 용구 옆에 앉아 제자리 뛰기를 하는데.
용구 : (비죽) 야야, 요령것 해. 요령것.
광도 : 뭘 궁시렁거려?
용구 : (얼른 버럭) 용의 복장 불량 벌점 3점!
씬5. 교정 일각
담벼락 위로 넘겨져 오는 스케이트보드.
주위를 살피며 넘겨받는 흥수. 곧, 자신의 뺏지를 담으로 넘긴다.
흥수 : (담 너머로) 빨리 갖구 와.
남학생 : (E) 알았어.
흥수, 스케이트보드에 입을 맞추곤 신나서 간다.
씬6. 복도
다리 절룩이며 걸어오는 지민과 멀쩡해 보이는 용구.
용구 : (절룩이는 지민 보며) 그러게 뭐하러 그렇게 악착같이 뛰냐? 학교 일이년 다녀.
지민 : (상대하기도 싫다는 듯 보는데)
흥수 : (E) 야, 비켜!
지민 돌아보는 동시에 피할 사이도 없이 스케이트보드 타고 오던 흥수와 와장창 부딪쳐 넘어진다.
용구는 이미 살짝 옆으로 피해서 히죽 웃곤 휘파람 불며 간다.
지민 : (엉덩이 싸잡고) 어우.
흥수 : (얼른) 괜찮어?
지민 : (일어서며 버럭) 야, 박흥수! 넌 그거 타러 학교에 오냐?
흥수 : (스케이트보드 끝을 발로 툭 차서 잡으며) 물론 공부하러 왔지.
근데 맘잡고 공부를 할래도 환경이 따라줘야 공부를 하든가 말든가 할 거 아냐?
지민 : (또 시작이다 하는 표정으로 보면)
흥수 : (두서없이 떠들며) 나같이 평범하지 못한 호모비디오쿠스는 말야,
육체적 고통은 참을 수 있지만 정신적 압박감만은 진짜 못 참잖아.
너두 알다시피 쿠엔텐 타란티노감독이 비디오 대여점 점원이었다는 사실을 왜 모르냐구?
지민 : 그게 지금 상황하고 무슨 관계가 있는데?
흥수 : 그러니까 내 말은 인간의 창의성만이 21세기 밀레니엄시대를 이끈다.
고로 머리 1센티 더 길다고 지구가 망하느냐? 아니다 이거지. (하다) 참, 야, 킴 베신저가 맞냐? 킴 베싱어가 맞냐?
지민 : (졌다 싶은 표정으로 고개 절레절레 흔든다)
씬7. 교무실
재하, 밝은 표정으로 자리를 지키고 앉아 수업 준비를 하고 있다.
일평 : (재하에게) 뭐가 그렇게 기분이 좋아? 이번에도 5반이 꼴지두만.
재하 : (웃으며) 더 이상 떨어질 데도 없으니까 이젠 오를 일만 남았잖아요.
복만 : (끼어들며) 참, 속도 편하네. 1등한 반하고 평균이 무려 20점 차이야. 20점.
유란 : 그래도 작년 3반 애들은 매번 꼴찌는 안했는데 5반 애들은 좀 심해요.
광도 : (자리에 앉으며) 그러니까 이선생이 미리미리 손을 써야지.
재하 : 손을 쓰다뇨?
광도 : 손 뒀다 뭐해? 반 평균 이하는 1점에 한대씩..
재하 : (흘려듣듯 웃는데)
광도 : (자신만만) 내가 말야, 서울로 발령 받은지는 한 달밖에 안됐지만 애들 다루는 건 서울이나 지방이나 똑같애.
백날 떠들어봐야 소용없다구.
정희 : (대수롭지 않게) 요즘 같은 분위기에 체벌했다가 무슨 봉변을 당하려구요.
광도 : 그런 거 무서우면 집에 가서 살림이나 해야지 뭐하러 학교에 남아있습니까?
정희 : (기분 상해서) 무슨 말씀을 그렇게 하세요? (하는데)
명교감 : (들어서며) 새로 오실 국어 선생님은 아직 안 왔어요?
씬8. 학교 앞거리
헐레벌떡 시계 보며 뛰어오고 있는 민주, 한 손엔 다이어리가 들려있다.
나름대로 신경 쓴 듯 정장을 차려 입었지만 어딘지 불편하고 어색한지 옷깃을 연신 만져가며 서둘러 간다.
순간 어떤 느낌에 다리를 내려다보는 민주. 인상 팍 구겨진다. 스타킹 올이 나가있다.
민주 : (장난스럽게 찡그리며) 금상첨화네.
허겁지겁 주위를 살피다 한 곳 향해 뛰어가는 민주.
씬9. 편의점
안으로 뛰어 들어온 민주, 스타킹 코너 앞으로 급하게 간다. 일단 다이어리를 코너 위에다 올려놓곤 스타킹을 서둘러 고른다.
민주, 다이어리를 잊은 채 정신없이 계산대로 간다.
계산을 마치고 나가는 민주와 안으로 들어서려는 교복차림의 한, 서로 마주보고 문을 밀고 있다.
한, 피식 웃곤 반대 방향으로 문을 잡아당겨 열어주자 민주 고맙다는 듯 웃곤 서둘러 나간다.
한, 느긋한 걸음으로 들어와 냉장고 쪽으로 간다.
냉장고에서 생수를 꺼내 들고 돌아서던 한, 민주의 다이어리를 발견한다.
다이어리를 집어들어 별 생각 없이 펴 본다. 민주의 스티커 사진이 붙어있고 그 밑에 연락처가 적혀 있다.
고개 들어 문 쪽을 바라보는 한. 민주의 모습 이미 사라지고 난 뒤다.
씬10. 여학생 화장실
맨 끝 화장실에 모락모락 피어나고 있는 담배 연기.
급하게 들어서는 민주, 새로 산 스타킹을 꺼내드는데 문득 담배 연기가 눈에 들어온다.
상황판단하고 귀엽게 찡그리며 보는 민주 위로 안에서 떠드는 소리 들린다.
세진 : (E) 3학년이 누굴 지목 할 거 같니?
혜원 : (E) ...
세진 : (E) 만약에 널 지목하면 어떡할 거야?
혜원 : (심드렁한 E) 관심 없어.
민주, 난감한 표정으로 화장실 쪽 보는데 문 열리며 나오는 혜원.
민주의 모습에 흠칫 멈춰서지만 그리 놀라지 않은 듯 무표정하고 오히려 민주가 훔쳐보다 들킨 사람처럼 화들짝 놀란 표정이다.
세진 : (곧 뒤따라 나오며) 향수 있어? (하다 민주 모습에 멈춰 서는데)
민주 : (얼른 표정 정리하고) 향수 내가 빌려줄까?
(들고 있던 스타킹을 얼른 수돗가에 놓고 가방 뒤지는데 쉽게 찾아지지 않는다) 어디 있지?
혜원, 무표정하게 민주를 지나가고 세진 역시 누구야? 하는 심드렁한 얼굴로 지나가려는데.
민주 : 잠깐만.
혜원, 세진 : (멈춰서 보면)
민주 : 화장실에서 숨어서 피는 담배, 자존심 상하지 않니?
세진 : (별꼴이라는 듯 보는데)
민주 : 니코틴이 몸에는 얼마나 나쁜데? 피부도 다 망가지고 잔주름도 생기구. 참, 머리도 엄청 나빠진다더라.
혜원 : (냉소적인 표정으로 보곤 나간다)
세진 : (따라 나가며 툭) 아침부터 재수 없네.
민주, 한 대 맞은 듯 멍 보다가 이내 풀썩 웃는다. 그러다 아차! 시계 보곤 황급하게 가방 챙겨들고 밖으로 나간다.
새로 산 스타킹은 수돗가에 그대로 놓여져 있다.
씬11. 2학년 5반 교실
조회 전. 소란스런 교실 안.
자리로 들어와 앉는 혜원, 앉자마자 책상에 얼굴 대고 엎드린다.
신화, 자리 지키고 앉아 느긋한 자세로 소설책을 보고있고,
흥수는 커다란 이어폰을 귀에 꽂고 음악에 맞춰 머리 까닥이며 스케이트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희진은 턱 괴고 앉아 심드렁한 표정이다.
아영 : (정명에게 자신의 귀 들이대며) 이거 너무 위로 뚫렸지?
정명 : 괜찮은데 뭐. (하다) 야, 눈썹이 그게 뭐냐? 짝짝이잖어? (희진에게) 그치?
희진 : (심드렁하게) 아무려면 어때. (하는데)
지민, 교탁 앞에 서서 아이들 향해.
지민 : 오늘 영어2는 교실 수업이야. 알았지?
아이들 : (여전히 소란스럽다)
지민 : (교탁 탁탁 치며) 알았지?
태훈 : (거만하게 보며) 알았으니까 그만 시끄럽게 하고 들어가라.
지민, 상대하기도 싫다는 듯 팍 노려보곤 다리 절룩이며 자리로 가 앉는다.
태훈, 지민 보며 비죽 웃는다.
정연 : (지민에게) 쟨 신경 쓰지마.
지민 : (대수롭지 않게) 황태자병 걸린 애를 뭐하러 신경 쓰냐? 뇌 세포가 아깝다. (다리 주무르며) 아우, 아퍼 죽겠네.
성제 : (옆에 와 서서) 오늘은 또 왜 걸렸어?
지민 : 치마 길이가 짧다잖냐.
유미 : (얼른 끼어 들며) 난 너보다 더 짧아도 안 걸렸는데?
애라 : 넌 학주가 예뻐하잖아. 지민인 찍혔구.
지민 : 아 그래그래. 찍힌 것두 좋고 다 좋아. 근데 왜 때릴 건 다 때리고 벌점은 벌점 대루 주느냐구? 순 강도야.
애라 : 그러니까, 이름이 박광도잖아..
흥수 : (그 소리에 슬쩍 지민쪽을 본다)
정연 : 너 벌점 벌써 20점 넘었지?
지민 : (고개 흔들며) 내 앞에서 점수 얘기하지도 마. 시험 점수도 모자라서 이젠 벌점에 상점에 봉사점수에 (하는데)
유미 : (심각하게) 불건전한 이성교제로 인한 풍기문란자는 몇 점이야?
지민 : (책상에 머리 박으며) 아우, 정말 싫다, 싫어.
씬12. 교무실
교무회의 시간. 명교감과 교사들 회의를 진행시키지 못하고 신입 교사 민주를 기다리고 있다.
명교감 : (시계보곤 짜증스럽게) 그냥 진행합시다. 교육부에서 (하는데)
민주 : (벌컥 문 열고 들어선다)
교사들의 시선 민주에게 쏠린다.
민주 : (당황스럽게) 늦어서 죄송합니다. (묻지도 않았는데) 시계를 분명히 6시에 맞춰놓고 잤는데.. 울리질 않았나 봐요.
그게 가끔 고장이 나거든요.
명교감 : (난감하게 보며) 일단 이쪽으로 오세요.
민주 : (교사들 앞으로 간다)
명교감 : 지방으로 전근가신 차현주 선생님 대신 2학년 국어를 맡아주실 나..
민주 : (얼른) 나민줍니다. 앞으로 잘 부탁 드립니다.
명교감 : (못마땅해서 보곤) 다른 선생님들께서 많이 도와들 주시고. (민주에게) 가서 앉으세요.
민주 : 네. (재하 옆에 앉는다)
재하 : (슬쩍 보고 미소짓는데)
명교감 : 어. 선생님들께서도 다 아시겠지만 촌지를 거절하거나 반환하는 교사에게
성과급을 주고 인사상 우대하겠다는 방침이 교육부에서 내려왔습니다.
교사들 : (어이없는 표정으로 보는데)
명교감 : 그리고 다음주 스승의 날을 맞아서 혹시 오해받을 소지가 있는 행동은 하지 말아주시길 부탁드립니다.
특히 여선생님들께선 그날은 쇼핑백 같은 거 들고 오지 마세요.
민주 : (영문을 모르겠는 표정으로 재하에게 살짝) 왜요?
재하 : (대답 못해주고 머쓱하게 웃는데)
정희 : (기막혀서) 언제는 촌지 때문에 스승의 날을 2월루 옮기겠다 어쩌구 하더니 차라리 스승의 날을 폐지하라고 하세요.
일평 : 맞습니다. 이건 스승의 날이 오히려 가시방석입니다. 가시방석.
명교감 : 나도 노이로제 걸릴 지경이니까 토달지 마세요. 오늘 회의는 이상입니다.
궁시렁 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나는 교사들.
민주, 호기심어린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보는데..
재하 : (민주에게 웃으며) 반갑습니다. 영어를 맡고 있는 이재합니다.
민주 : (벌떡 일어서서 명랑하게) 잘 부탁 드려요. 선배님.
재하 : (선배님이란 소리가 싫지 않아 웃다가 민주의 스타킹을 본다)
민주 : (재하의 시선 의식하고 스타킹을 보다가) 아, 화장실. (후다닥 나간다)
재하 : (황당해서 보는)
씬13. 2학년 5반 교실
아침 조회시간.
재하 : (밝은 표정으로) 이번에도 우리반이 꼴등이다.
아이들 : (미안한 표정으로 쳐다본다)
재하 : 꼴등도 할만큼 했으니까 다음엔 꼴등을 한 번 면해 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은데 너희들 생각은 어때?
아이들 : (동시에) 좋아요!
재하 : 좋다. 그럼 대오각성, 와신상담하여 다음 모의고사를 잘 치러보자.
유미 : (진지하게) 저기요... 대오각성은 했는데요, 상담은 언제 하러 가요?
재하 : (황당해서 풀썩 웃곤) 임마, 와신상담은 목적을 이루기 위해 오랜 시간 동안 괴로움을 참고 견딘다는 뜻이다.
유미 : (별다른 표정 변화 없이 진지하게) 네에.
아이들 : (웃음이 터져 나온다)
재하 : (씽긋 웃으며) 이상!
씬14. 교무실
재하, 안으로 들어서서 자리로 가는데 민주, 허둥대며 가방 안에서 뭔가를 계속 찾고 있다.
재하 : 뭘 그렇게 찾아요?
민주 : 다이어리요. 분명히 들고 온 거 같은데 없네요. (혼잣말로) 두고 왔나?
재하 : 5반이 첫 수업이시죠?
민주 : 참, 수업 들어가야지. (급하게 가다가 우뚝 멈춰서 휙 돌아보며 재하에게) 근데 뭐부터 해야죠?
재하 : 출석부 뽑아들고 5반으로 가셔야죠.
민주 : 네. (얼른 출석부 쪽으로 간다)
재하 : (민주 보며 빙긋 웃곤 책 챙겨들고 서는데)
전화벨 울리고 받는 명교감.
명교감 : 네. 네 교장선생님.
씬15. 2학년 5반 앞 복도
나란히 걸어오는 태훈과 형주(귀족1).
형주 : 동일일 제우스에 정말 가입시킬 꺼야?
태훈 : 일단은. 부모님들끼리 모이는데 뺄 수도 없잖아.
교실 안으로 들어간다.
씬16. 2학년 5반 교실
소란스런 교실 안. 형주와 태훈 자리로 간다.
태훈, 자리 지키고 앉아 책을 보고 있던 동일 옆을 지나가다가 동일의 어깨를 툭 친다.
동일 : (보면)
형주 : 다음주에 모임 있어. 정장 입고 오는 거 있지 말구.
동일 : (내키지 않는 표정으로) 알았어.
태훈과 형주 자리로 가고, 동일 어두워져서 다시 교과서 본다.
자리에 앉는 태훈 옆으로 오는 용구.
용구 : (게임씨디 내밀며) 태훈아, 이거.
태훈 : (거만하게 보며) 그게 뭔데?
용구 : 스타크 씨디? 니가 관심 있어 하는 거 같아서 카피 떴다.
태훈 : 이미, 깔었어. (교과서 핀다)
용구 : (머쓱하다가 곧 아무렇지 않은 듯) 그래? (자리로 간다)
태훈 슬쩍 웃으며 용구를 보는데.
교실 문으로 고개를 살그머니 내미는 민주. 아이들 순간 조용해지면 얼른 안으로 들어서는 민주, 교탁 앞으로 간다.
아이들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민주를 보고, 혜원, 화장실에서 만났던 기억으로 귀찮은 듯 인상 구겨진다.
민주 : (교탁 앞에 서서 밝게) 인사 안 해요?
지민 : (얼른 일어서며) 차렷! 경례.
아이들 : 안녕하십니까?
민주 : 안녕하세요. (나민주라고 판서하곤) 이름대로라면 난 아주 민주적인 사람이예요.
문득 고개 들어 민주를 보는 한, 책상 위에 놓인 다이어리를 펴본다. 민주의 스티커 사진을 보고 비죽 웃는다.
씬17. 교장실 앞 복도
명교감, 교장실에서 나와 조심스럽게 문을 닫는다. 곧 열오른 표정으로 굳어서 가는 명교감.
씬18. 2학년 5반 교실
민주의 수업시간. 칠판엔 ‘자유로운 마음, 자유로운 생각’이라고 판서한다.
아이들, 호기심어린 표정으로 보고 있다.
민주 : (돌아서며) 자, 만약 내가 미닫이를 소리나는 대로 써라 한다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게 뭐죠?
아이들 : (갑작스런 질문에 벙해서 보면)
민주 : 그냥 생각나는 대로 한 번 얘기해 봐요.
애라 : 구개음화요.
민주 : 그렇죠. 그리고요.
아이들 : (할 말 없어 보면)
민주 : (장난스럽게 문 여는 시늉하며) 드르륵. 미닫이를 소리나는 대로 쓰면 드르륵이죠.
아이들 : (웃음이 터져 나온다)
민주 : 하지만 정답은 아니죠. 그럼 현대소설 김동인의 감자의 주제는? (출석부 펴서 보며) 음.. 유신화.
신화 : ...네.
민주 : 대답해 볼래요.
신화 : (덤덤하게) 참을 수 없는 포테이토의 가벼움이요.
민주 : (환해지며) 와아, 재밌는 해석이네요. 그러나 역시 이것도 정답은 아니죠.
아이들 : (재밌는 듯 까르르 웃는다)
민주 : 하지만 문제를 새로운 각도에서 볼 줄 아는 능력은 아주 중요해요.
물론 답안지엔 드르륵이나 참을 수 없는 포테이토의 가벼움이라고 쓰면 안되겠죠? (빙긋 웃는다)
씬19. 복도
첫 수업을 마치고 기분좋게 걸어오는 민주.
그 뒤에서 오던 재하, 민주의 모습 발견하고 다가가며.
재하 : 나선생님.
민주 : (돌아본다)
재하 : 첫 수업 어땠어요?
민주 : 흥분되고 떨리고 얼떨떨하고 ...너무 재밌어요.
재하 : 그래요? 나하군 정 반대네요.
민주 : 선배님은 어떠셨는데요?
재하 : (피식 웃으며) 황당하고 진땀나고 지루했죠.
민주 : 정말 그러셨어요?
재하 : 네. (밝게 웃어 보이곤 간다)
민주 : (갸우뚱하곤 따라 간다)
씬20. 교무실
재하와 민주,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명교감 열오른 소리.
명교감 : (E) 도대체 왜 자꾸 일을 어렵게 만드십니까?
재하 보면, 명교감 앞에 광도, 불만스런 표정으로 서있다.
교사들, 걱정스런 시선으로 보고...
광도 : 누가 일을 어렵게 만들었다고 그러세요?
명교감 : 주임 선생님이지 누굽니까? 멀쩡한 벌점제도를 놔두고 왜 애를 때려요? 게다가 학부모가 학교 임원인데.
광도 : 임원 아니라 대통령 아들이래도 필요하면 체벌을 할 수도 있는 거죠.
교육부에서도 일정 범위 내에서 체벌은 허용했잖습니까?
명교감 : 글쎄, 그 일정 범위라는 게 애매하잖아요? 가능한 한 문제 일으키지 않도록 벌점으로 해결하시란 말입니다. 내 말은.
아시겠어요?
광도 : (뚱해서 대답 않고 서 있는데)
명교감 : (꾹꾹 눌러서) 아시겠어요?
광도 : (퉁) 차라리 교육을 포기하죠.
명교감 : (버럭) 뭐예요?
광도 : 그냥, 수업이나 하고 벌점이나 날리면 되는 거 아닙니까? (휙 나가 버린다)
명교감 : (말문 막혀서) 저, 저 사람이.
재하 : (심난한 표정으로 본다)...
씬21. 교무실 앞 복도
씩씩거리며 걸어 나오는 광도, 뭔가 결심이 선 듯 이악물고 복도를 질러 걸어가는 위로
수업 시작 종소리 울린다.
씬22. 2학년 5반 교실
수업시간 전. 어수선한 교실 분위기.
광도, 문 팍 열고 안으로 들어선다. 후다닥 자리로 가서 앉는 아이들.
광도, 굳은 표정으로 교탁 앞으로 가는데 그제야 뛰어들어오는 지민. 한은 자리에 없다.
지민 : (자리로 가며) 죄송합니다. (앉는데)
광도 : (탁자에 벌점 카드 탁 놓고 뭔가를 적으며) 죄송할 거 없어. 수업 시간 지연 참석 벌점 2점.
(노란 카드를 반 쭉 잘라서 지민에게 내민다)
지민 : (황당해서) 네에?
신화, 담담한 표정으로 상황을 본다. 성제, 걱정스럽게 보고.
광도 : (카드 내밀며) 뭐해?
지민 : (억울해서) 선생님, 반장들 모임에 갔다오느라 늦은 거예요.
광도 : (말 자르며) 수업 방해자로 5점 더 받구 싶어?
지민 : (마지못해 벌점 카드를 받곤 자리로 간다)
광도 : (한의 빈자리 보며) 거긴 누구야?
한짝 : 이한인데요.
광도 : (지민 보며) 결석이야?
지민 : 아..뇨.
광도 : 이 자식이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수업 끝나면 반장이 찾아서 학생부실로 오라고 해!
지민 : 네.
그때 안으로 들어서는 태훈과 승주(귀족1).
광도 : 니들은 또 뭐야?
태훈 : (태연하게) 영어회화실 수업인줄 알고 갔다가 오는 길입니다.
광도 : 그래? 자리에 앉아.
지민 : (기막혀서 태훈을 보는데)
광도 : (지민에게 오히려 버럭) 한지민!
지민 : (보면)
광도 : 넌 반장이 되가지고 그런 것도 제대로 통보 못하나?
지민 : 수업 전에 통보했는데요.
광도 : (무시하고 대뜸) 반장이 그 모양이니까 수업 분위기가 엉망이지? 모두 책 덮고 가방 속에 있는 소지품 다 꺼내 놔.
아이들, 아우하며 인상 일그러지고.
지민, 굳은 표정으로 태훈 보면, 태훈 재밌는 듯 지민의 시선 마주 보며 비죽 웃는 위로.
민주 : (E) 공포의 열린교육 세대요?
씬23. 교직원 휴게실
차를 마시고 있는 민주와 유란, 정희.
정희 : 응. 요즘 애들을 교사들이 그렇게 불러. 나선생도 겪어보면 알겠지만 진짜 애들 말도 안 듣고 이해하기도 힘들어.
민주 : (맑게) 애들 뿐 아니라 인간을 이해한다는 것 자체가 어렵죠.
유란 : 그것두 그래. 가끔은 내 속도 내가 잘 모르니까.
민주 : 아까 수업 들어가 보니까 개성도 있고, 애들 정말 예쁘드라구요.
정희 : (웃으며) 처음엔 그렇지. 근데 그게 오래 안 갈걸. (하는데 전화벨 울린다)
민주 : (휴게실 전화를 얼른 들곤) 여보세요? (계속 벨이 울린다)
유란 : 나선생 주머니에서 들리는데?
민주 : 네? (얼른 수화기 내려놓고 주머니에서 핸드폰 꺼내 든다) 여보세요? 네. 맞는데요.
정희와 유란, 민주의 모습이 귀여운 듯 풀썩 웃는다.
씬24. 교정 일각
급하게 어딘 가로 가는 민주 위로.
한 : (E) 다이어리는 체육관에 있으니까 찾아가세요.
씬25. 체육관
한, 수업에도 들어가지 않고 혼자 농구를 하고 있다.
안으로 급하게 들어서는 민주, 체육관 한 곳 눈에 띄는 곳에 놓여있는 다이어리를 집어들곤 주위를 둘러본다.
한, 민주 상관 않고 농구에 열중하고 있다. 한에게 다가가는 민주.
민주 : (한에게) 뭐 하나만 물어봐도 될까?
한 : (보면)
민주 : 혹시 (다이어리 보이며) 이거 두고 간 사람 못 봤니?
한 : 아뇨. (귀찮다는 표정으로 농구를 한다)
민주, 머쓱해서 돌아서다 문득 걸음 멈추고 한 돌아보며.
민주 : 근데, 넌 수업에 안 들어가?
한 : (공 바닥에 툭툭 친다)
민주 : (지레짐작으로) 농구부 선수구나?
한 : (씁쓸하게 비죽 웃으며) 아뇨. (골대로 농구공 날린다. 골인되는 공)
민주, 멀뚱하게 보다 체육관을 나간다.
그제야 민주를 돌아보는 한, 자신의 앞으로 또르르 굴러오는 농구공을 발로 걷어차 버린다.
씬26. 2학년 5반 교실
소지품 검사하고 있는 광도, 대부분의 아이들책상에 노란색 벌점 카드가 놓여있고 아이들 얼굴 울상이다.
긴장해 있는 용구 앞에서는 광도.
광도 : 넌 교과서 어쨌어?
용구 : 잊어 버렸거든요. 다음에 꼭 가져올게요.
광도 : (벌점 카드에 적어 내밀며) 수업준비 미비 5점.
용구 : (얼른 사정하듯) 선생님, 저 이번에 5점 먹으면 부모님 호출이예요. 한 번만 봐주세요.
광도 : (무시하고 그냥 지나가려면)
용구 : 선생님, 저는 맞을게요. 맞어두 되죠?
광도 : 싫어. 나도 휴머니스트야, 알겠냐? (지나간다)
용구 : (미치겠는 표정이다)
흥수, 고개만 푹 숙이고 죽겠는 표정으로 광도를 슬쩍 본다.
아이들을 지나쳐 가던 광도, 신화 앞에 탁 멈춰서선 신화 책상에 있는 영화 잡지를 든다. (씨네21 정도의)
광도 : 이건 뭐야?
신화 : 영화 잡집니다.
광도 : (벌점 카드에 적어 책상에 탁 놓으며) 불온문서를 은닉한자 벌점 20점.
지민과 성제 굳어서 광도를 본다.
광도, 신화를 지나쳐가려는데.
신화 : 선생님.
광도 : (보면)
신화 : (차분하게) 불온 문서의 정확한 규정을 알고 싶습니다.
광도 : (굳어 본다) ..!!
씬27. 학생부실
신화와 마주 앉아있는 광도.
광도 : 불온 문서에 대한 정확한 규정을 알려달라?
신화 : 네.
광도 : 교과서와 참고서 그밖에 학교에서 인정하는 다른 서적을 제외하곤 다 불온 문서다.
신화 : 그렇다면 영화반에서 학습 자료로 활용하고 있는 잡지는 학교에서 인정하는 서적에 속하는 거라고 생각됩니다.
광도 : 그건 학교에서 인정하는 게 아니라 니들 자체적으로 인정한 거야.
신화 : (담담하게 본다)
씬28. 교정 일각
지민, 한을 찾듯 주위를 두리번거리는데 한 쪽에서 농구공 들고 오는 한 모습 보인다.
지민 : 야! 이한!
한 : (본다)
지민 : 한참 찾았잖아?
한 : 날 왜 찾아?
지민 : 지금 당장 학생부실로 가봐.
한 : (이미 상황 알겠다는 듯 비죽 웃곤 농구공 지민에게 툭 던진다)
지민 : (얼떨결에 받으면)
한 : 내 자리에 좀 갔다 놔라.
지민 : 야!
한 : (돌아보곤 피식 웃곤 간다)
지민 : (어이없어서) 어유, 그냥 벌점 50점을 팍! (하다 머리 긁적이며) 에이, 이러다 나까지 인간성 상실하겠네.
(툴툴거리며 간다)
씬29. 학생부실 앞 복도
차분한 표정으로 걸어오는 신화, 맞은편에서 오던 한을 본다.
한, 관심 없는 표정으로 신화를 스쳐 학생부실로 가는데.
신화 : (툭) 언제 농구나 한 번 하자.
한 : (멈추고 보며 비죽) 너 돈 많어?
신화 : (담담하게 보면)...
한 : 돈 많으면 언제든지 붙어. 난 시시하게 그냥은 안 해.
신화 : (미소로 보며) 상습 도박자는 벌점 50점이야.
한 : (비죽) 그래? 그럼, 이전전학 되고도 10점은 남네. 그건 너 가져라. (간다)
신화 : (풀썩 웃곤 담담하게 간다)...
씬30. 교무실
수업을 마치고 자리에 앉는 재하.
곧 5반 아이들 용구, 애라, 유미 등 우르르 교무실로 들어와 재하의 자리로 간다.
재하 : (벙해서) 단체로 무슨 일이야?
아이들, 한꺼번에 벌점카드를 재하에게 내민다.
민주, 슬쩍 재하쪽을 흥미롭게 본다.
재하 : 이게 뭐야?
유미 : 벌점 카드요. 담임선생님한테 제출해야 되잖아요.
재하 : 벌점 카든 건 아는데 뭘 잘못 했길래 한꺼번에 세 명씩이나 걸린 거야?
용구 : 그게요 (하는데)
5반 아이들 몇 명 벌점카드 한 손에 들고 우르르 들어와 재하에게 온다.
재하, 황당해서 말문 막혀 본다.
씬32. 학생부실
한, 눈만 살아서 광도의 시선 비낀 채 허공을 보고있다.
광도, 그런 한 앞으로 벌점 카드 내밀며.
광도 : 이한, 너 앞으로 한 번만 더 수업에 빠지면 벌점 초과로 이전 전학이야? 알았어?
한 : (대답 않고 냉담한 표정으로 앞만 본다)...
광도 : (한심한 듯 보며) 도대체 넌 무슨 생각으로 학교엘 오냐? 엉?
한 : (외면한다)...
씬33. 2학년 5반 교실
소란스러운 교실. 자리를 지키고 앉아있는 성제, 편치 않은 얼굴로 신화의 자리를 본다. 아직 비어 있다.
지민, 들어와 자리에 앉으며.
지민 : (정연에게) 신화 아직 안 왔어?
정연 : 응. (하는데)
신화, 들어와 자리로 간다. 지민 얼른 신화에게 간다.
성제 : (걱정스럽게) 어떻게 됐어?
신화 : (담담하게) 교사의 지도에 불응한 자로 30점 더 먹었지. (빙긋 웃는다)
지민 : (기막혀서) 뭐? 이건 정말 말도 안 돼. (그 위로)
광도 : (E) 뭐가 이해할 수 없다는 거야?
씬34. 교무실
광도 앞에 굳은 표정으로 서 있는 재하. 민주, 벙해서 보고 있다.
재하 : 한꺼번에 그것도 말도 안 되는 이유로 벌점을 끊으신 건 부당하잖습니까?
광도 : 말도 안 되는 이유라니? 이선생, 담임이라고 애들을 너무 싸고도는 거 아냐?
재하 : 저희 반이라서가 아닙니다. 작은 실수는 말로 타일러도 되잖습니까?
광도 : 애새끼들이 말을 들어먹어?
재하 : 교사가 어떤 식으로든 힘에 의존하면 애들은 또 다른 방법으로 적응할 뿐이지 해결되는 건 없습니다.
광도 : (열올라서) 지금 날 가르치는 거야? 내가 선생을 해도 이선생보다 10년은 더 했어? 어디서 건방지게.
재하 : 그런 뜻이 아닙니다.
복만 : (얼른 끼어들어) 아이, 왜들 이러십니까?
광도 : 나도, 벌점인지 뭔지 좋아서 하는 줄 알어? 에이. (밖으로 나가버린다)
복만 : 주임선생님!
광도 : (문 쾅 닫고 나가버린다)
일평 : (재하 나무라듯) 이선생이 잘못했어? 가뜩이나 체벌 때문에 학부모 항의 전화 받고 신경 곤두서 있는데.
재하 : 그러니까 더 문젠 겁니다. 기분에 따라 왔다갔다하는 객관성 없는 규칙을 학생들이 신뢰하겠습니까? (재하 나간다)
일평 : 아, 참 저 친구 성질은...
민주, 살그머니 교무실을 빠져나간다.
씬35. 교정일각
답답한 듯 숨을 크게 들이쉬고 있는 재하. 그 옆에 와 서는 민주.
민주 : (고개 기웃해서 보며) 선배님, 괜찮으세요?
재하 : (보곤 겸연쩍어서 어색하게 웃으며) 이거 첫 날부터 선배 체면이 말이 아닌데요?
민주 : 아뇨. ...저야 왕초보 교사라 잘 모르겠지만요. 오늘 일은 주임 선생님이 잘못하셨다는 생각이 들어요.
재하 : (미소로 보며) 그렇지만도 않아요.
민주 : (뜻밖이어서 보며) 네?
재하 : 솔직히 난 주임 선생님 이해 못하는 거 아닙니다... 애들은 교사들 말엔 눈 깜짝도 안하고...밖에선 교사만 몰아세우고..
민주 : (보면)...
재하 : 그러다 보면 교사도 지치고 감정적으로 행동할 수도 있어요. 교사도 사람이니까요.
민주 : ...네에.
재하 : (한숨처럼) 내가 처음 부임했을 때 어떤 선생님이 그러시드라구요. 사람만이 희망이라고...
근데... 이젠 학교에서 교사가 점수 깎는다고 애들을 협박 해야한다는 거..
사람이 사라져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그게 화가 났어요.
민주 : (말갛게 본다)...
씬36. 교직원 휴게실
속상한 얼굴로 혼자 담배를 피워대고 있는 광도 위로.
재하 : (E) 교사가 어떤 식으로든 힘에 의존하면 애들은 또 다른 방법으로 적응할 뿐이지 해결되는 건 없습니다.
담배를 신경질적으로 비벼 끄는 광도, 맘이 편치 않다.
씬37. 영화반
성제와 신화, 지민, 정연, 유미, 애라, 흥수 모여 있다.
신화, 별다른 표정 없이 한 구석에 앉아 책만 보고 있다.
지민 : (흥분해서) 이런, 비인간적이고 불평등하고 말도 안 되는 일을 그냥 당하고만 있을 수는 없잖아.
애라 : 그렇다구 무슨 방법 있어? 잘 피해다니든가, 아부를 잘 하든가 해야지.
성제 : (골똘히 생각에 빠져있다)
지민 : 글쎄 그게 말이 되냐구? (하다 신화에게) 유신화, 넌 지금 책이 눈에 들어 오냐?
신화 : (책에 시선 박고) 귀는 열려 있어.
지민 : (못 말려 하는 표정으로 보곤 다시 아이들에게) 좋은 방법 없을까?
정연 : (냉정하게) 난 벌점제도가 나쁘다고는 생각 안 해. 솔직히 수업시간에 애들 너무 엉망이잖아.
지민 : 누가 무조건 나쁘대냐? 문젠 형평성이라구. 특히 학주는 자기 맘대루쟎아.
흥수 : 그건 아니다. 학생주임 선생님도 오늘만 그랬지, 다른 땐 안 그랬잖아.
유미 : 그땐 때렸잖아. 어떤 땐 벌점도 동시에 받구.
흥수 : (할말 없고)..
지민 : 나한테 좋은 생각이 있는데 우리 항의 표시로 (하는데)
성제 : 학생회에서 건의 해 볼게.
아이들 : (성제를 본다)
성제 : (침착하게) 오늘 학교 운영위원회에 나랑 부회장이 참석하게 돼 있어.
신화 : (그제야 고개 들어 성제를 본다)..
씬38. 2학년 5반 교실 복도
나란히 걸어오는 지민, 정연, 유미, 애라.
흥수, 무거운 표정으로 스케이트 보드 발로 밀려 뒤 쳐져서 오고.
지민 : 성제가 회의 끝날 때까진 비밀이다. 특히 애라 너.
애라 : 야, 난 입 무거운 거 빼놓으면 시체다 시체.
정연 : 결과가 어떻게 나든 난 벌점엔 찬성이야. 적어도 단체 벌점 같은 건 없잖아. (교실 안으로 들어간다)
애라 : 쟨 하여튼 도도공주야.
아이들 교실 안으로 들어간다.
씬39. 2학년 5반 교실
쉬는 시간. 용구, 걱정 가득한 표정으로 책상에 엎드려 있다.
안으로 들어오는 지민, 유미, 애라, 흥수, 정연.
애라, 자리로 가다가 용구 보며
애라 : 야, 어울리지 않게 웬 청승이야?
용구 : 당장 부모님 호출해야 되는 참혹한 현실 앞에 하루는 괴로운 척 해야지 학생답지 않겠냐?
애라 : (툭) 걱정 마. 학생회에서 오늘 건의하기로 했어?
용구 : (눈 반짝이며) 뭘?
씬40. 교무실 앞 복도
용구, 안으로 들어갈까말까 망설이다가 문 앞까지 갔다가 다시 돌아왔다가 다시 교무실 문을 보고...
그러다가 안되겠는지 그냥 가려는데 교무실 향해 오는 광도모습에 화들짝 놀라 멈춰 서는 용구.
씬41. 교정 일각
용구와 학주, 뭔가를 비밀스럽게 얘기하고 있다. 용구의 표정 밝지만은 않다.
그 한 쪽으로 지나가던 신화, 둘의 모습 본다.
씬42. 교무실
재하, 자리를 지키고 앉아 있는데 용구 들어온다.
용구 : 저 선생님.
재하 : (보면)
용구 : (그린색의 상점 카드를 내밀며) 이거.
재하 : 상점 카드를 받았어?
용구 : 네.
모둠별 숙제 노트 들고 들어오는 지민.
재하 : (카드 보며) 바람직한 학급 분위기를 조성한 자라.
(기분 좋아 용구 보며) 뭘 잘했길래 상점을 다 받은 거야? 것두 주임 선생님한테.
용구 : (대답 못하고 억지로 미소짓는데)..
지민 : (노트 내밀며) 모둠별 숙제 걷어 왔어요. (슬쩍 용구가 내민 상점 카드를 본다)
재하 : 어.
용구 : (지민 모습에 허둥대며 꾸벅 인사를 한다)
재하 : 그래. 가봐.
용구 : (나가고)
지민 : (의아한 표정으로 용구를 본다)..
재하 : 빠진 사람은 없고?
지민 : 네.
씬43. 복도
서둘러 가는 성제, 맞은편에서 오던 지민과 만난다.
지민 : 어디가?
성제 : 학생회실에.
지민 : 잘 해.
성제 : (빙긋 웃곤 간다)
지민 : (신나서 가는)...
씬44. 2학년 5반 앞 복도
지민 교실쪽으로 가는데 가방 들고 나오는 희진.
지민 : 야, 아직 종례 안 했는데 어디가?
희진 : (심드렁하게) 벌점 카드 날리라 그래. (간다)
지민 : (기막힌 표정으로 보다가 교실로)
씬45. 2학년 5반 교실
종례 전 어수선한 반.
흥수, 조금은 심난한 표정으로 스케이트보드 바퀴만 손바닥으로 굴리고있고, 신화는 자리를 지키고 앉아 있다.
용구, 조금은 불안한 표정으로 자리를 지키고 앉아 있는데 곧 안으로 들어오는 지민.
지민 : (자리로 가다 문득 용구에게) 야 너 상점은 왜 받았냐?
용구 : (놀라서) 어? 어어... 화단 청소를 했거든 내가.
지민 : 니가? 그럼 벌점 감점됐겠네?
용구 : 어? 뭐, 그런 셈이지.
지민 : 잘됐네. (자리로 간다)
용구 : (히죽 웃다가 이내 웃음이 사그라든다)
신화 : (놓치지 않고 본다)
씬46. 학생회실 앞 복도
성제, 급하게 걸어와 학생회실 문을 열고 들어간다.
씬47. 학생회실
안으로 들어선 성제, 동상처럼 굳어 선다.
광도, 학생회 임원 5명 고개 푹 숙이고 있는 앞에 버티고 서서 성제를 노려본다.
씬48. 2학년 5반 교실
지민 : (신화에게) 성제 얜 왜 아직 안오지?
신화 : (빙긋 웃는데)
흥수 : (급하게 뛰어 들어오며) 야야!
지민, 신화 : (본다)
씬49. 교무실
명교감 : (열올라서) 미리 알았으니 망정이지 하마터면 학교 운영위원들 앞에서 망신당할 뻔했지 뭡니까?
학생회 임원이란 놈들이 (하는데)
재하 : 그렇다고 이제 와서 불참시킨다는 건 아이들의 말할 권리를 뺏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명교감 : 이선생은 왜 자꾸 남의 말꼬리를 잘라먹어요? 벌점에 관해서는 나한테도 다 생각이 있으니까 회의 준비나 하세요.
재하 : (답답한 표정으로 내리 쉰다)
민주 : (그런 재하를 보고)...
씬50. 학생부실 (학생회실과는 다른 장소)
성제와 학생회 임원들 반성문을 앞에 놓고 있다.
성제, 입 꽉 다물고 앞만 보고...
씬51. 몽타쥐
*영화반
- 심각한 표정으로 모여 회의를 하고 있는 지민과 신화, 정연, 유미, 애라, 흥수.
지민 흥분해서 뭔가를 계속 떠들고, 신화는 담담한 표정으로 지켜만 보고 있고, 흥수는 여전히 편치 않은 표정이다.
*교정 일각
- 신화를 제외한 지민과 아이들 뭔가를 들고 부지런히 뛰어간다.
*2학년 5반 교실
- 하교를 하는 아이들.
용구, 책상 지키고 앉아 무겁게 굳어 있다. 그러다, 이내 털어내듯 피식 웃곤 가방 들고 일어선다.
씬52. 2학년 5반 교실 앞 복도
담담한 표정으로 걸어오는 신화, 마침 교실 안에서 가방 들고 나오는 용구와 만난다.
용구 : 안 가냐?
신화 : 가야지.
용구 : 아우, 오늘 진짜 피곤하다. 먼저 간다. (가는데)
신화 : 넌 어떻게 생각 하냐?
용구 : (돌아보며 벙해서) 뭘?
신화 : 벌점 때문에 친구를 배신하는 걸 어떻게 생각해?
용구 : (굳어 보면)
신화 : (담담하게) 난 슬프다는 생각이 든다. 가라. (간다)
용구, 창백하게 굳어서 보다가 고개가 차츰 꺾인다. 그러다 곧 고개 바짝 치켜들고 신화의 뒷모습을 노려보곤 피식 웃는다.
씬53. 교정 일각
회의를 마치고 나오는 명교감과 광도, 재하, 민주 등 교사들과 학부모 서넛.
학생들 웅성거리며 모여있는 모습에 문득 걸음 멈추고 본다.
어느 한 곳 나무에 항의 표시로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노란색 색종이들.
교사들 입 쩍 벌어지고, 재하, 담담한 표정으로 본다. (F.O.)
씬54. 게시판 앞 (F.I.)
아이들로 웅성거리고 있는 게시판 앞. 게시판엔 ‘생활 지도 벌점제 기준’이라고 적혀 있고, 그 밑으로
1. 선택제 - 가. 벌점 나. 규정에 의한 체벌 중 선택.
2. 세 번의 경고제 - 규정에 의해 벌점카드를 발부하기 전 세 번의 경고
3. 그린데이 - 매주 금요일은 벌점, 체벌 없는 날로 정한다. 라고 써 있다.
아이들 사이를 뚫고 나오는 지민과 성제 표정 환하다. 그 위로.
일평 : (열오른 E) 우리 땐 야전 삽자루로 맞았어.
씬55. 술집 (밤)
광도와 교사들 민주의 환영회 겸 술을 마시고 있다. 명교감은 없다.
광도 : (한 쪽 구석에 앉아 술 들이키는 위로)
일평 : 그래도 그저 우리 위한 거려니 인간 되라고 저러려니 하면서 끽 소리 하나 없이 맞았다구.
근데 이젠 애들한테 일일이 맞을래? 벌점 받을래? 확인 받아야 되는 판이니.
정희 : 그러게요. 차라리 안 때리고 벌점 안 주는 게 속 편하겠어요.
복만 : 아, 참. 가뜩이나 어제 못하고 미뤄진 환영식인데 신참교사한테 겁부터 주고 그러세요.
광도 : (불쑥) 나선생 요즘 유행하는 판 씨리즈 알어?
민주 : (보며) 판 씨리즈요?
광도 : 교사는 환장할 판, 교실은 난장판, 학교는 무너질 판. 이게 요즘 유행하는 판 씨리즈 4탄이야.
(씁쓸하게 웃으며 술 팍 들이킨다)
재하 : (어둡게 광도를 본다)...
유란 : 솔직히 걱정이예요. 체벌도 못하는 상황에서 벌점 말구는 그 많은 애들을 통제할 방법도 없는데.
재하 : 하지만 규칙이나 통제 같은 작은 것을 얻으려다가 아이들의 신뢰를 잃을 수도 있어요.
광도 : 신뢰? 요즘 애들이 교사를 신뢰한다고 생각해?
재하 : (무겁게 보는데)
복만 : (얼른 끼어들어) 아아, 여기서 이러지 말구 우리 노래방으로 가죠. 노래방.
씬56. 버스 정류장 앞 (밤)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 민주와 재하.
재하 : 피곤하죠?
민주 : 아뇨. 신나고 재밌어요.
재하 : (미소로 보며) 타고난 선생님 체질인가 봐요?
민주 : 어떡해 아셨어요? 저희 부모님 두분 다 선생님이시거든요.
재하 : 그래요?
민주 : 네. 어제 첫 출근하는데 아버지가 그러시더라구요. 콩나물은 기른다고 하고 나무는 키운다고 한다구요.
재하 : (보면)
민주 : (밝은 표정으로) 전요 서두르지 않고 정성스럽게 애들을 대하고 싶어요. 나무를 키우듯이요.
재하 : (빙긋 웃는데)
민주 : 어? 노래방에 다이어리 두고 왔다. (급하게 뛰어간다)
재하 : 나선생님!
민주 : (정신 없이 가고)
재하 : (어이없어 푹 웃곤 민주를 따라간다)
씬57. 광도의 아파트 현관
22평 정도의 소박해 보이는 거실.
평상복 차림의 흥수, 현관문 열자 얼큰히 취한 광도 들어선다.
흥수 : 오셨어요?
광도 : (거실로 들어서자마자 대뜸) 밥 먹었냐?
흥수 : 네.
광도 : (뚝뚝하지만 정을 담고) 또 라면 먹은 건 아니지?
흥수 : (대답 대신 머리 긁적인다)
광도 : 임마, 밥통에 밥 있는데 왜 라면을 먹어? 밥 푸는 것도 귀찮냐?
흥수 : 아뇨. 그냥...
광도 : 라면을 먹드라도 계란 좀 넣어서 먹어. 라면만 달랑 넣지 말구.
흥수 : ...네. 술 드셨어요?
광도 : 그래. (방으로 들어가려는데)
흥수 : 아버지.
광도 : (멈춰서 보면)
흥수 : 저기요. 저...
광도 : 뭐야? 빨리 말해.
흥수 : 저기요, 우리 학교가 단속이 제일 심하데요. 그러니까 (하는데)
광도 : 임마, 심하긴 뭐가 심해! 니네 반 놈들이 그러냐?
흥수 : 아, 아뇨.
광도 : (방으로 가며 혼잣말처럼) 시간 아까운 줄 모르고 거울이나 보면서 하루해 넘기는 놈들이 불만은 무슨.
흥수 : (귀엽게 푹 내리쉰다)
씬58. 교무실
한 쪽 칠판에 ‘그린데이’라고 써 있다. 그 위로.
정연 : (E) 이것은 소리 없는 아우성. 저 푸른 해원을 향하여 흔드는.
씬59. 2학년 5반 교실
민주의 수업시간. 정연 시읽고 있다.
혜원, 희진 등은 책상에 엎드려 자고 있고, 애라, 유미 떠들고 여기저기서 장난치는 아이들의 모습 보인다.
정연 : 영원한 노스탤지어의 손수건. (자리에 앉는다)
민주 : 잘 읽었어. 자, 여기서 아우성이나 손수건은
여전히 떠드는 아이들.
민주 : (조용히 하라는 듯 입에 손가락을 댄다)
아이들 : (순간 조용해져서 본다)
민주 : (엎드려 있는 혜원에게) 거기 누워있는 학생두 그만 일어나구.
세진 : (혜원을 꾹 찌른다)
혜원 : (그제야 부시시 일어난다)
민주 : (미소로) 어제 잠을 못 잔 모양이지?
혜원 : (심드렁한 표정으로 대답 않고 고개 숙인다)
민주 : (계속 수업 진행하며) 손수건은 모두 깃발을 상징하는 보조관념인데. (하는데)
혜원, 다시 책상에 엎드린다. 민주, 말 멈추고 굳어서 본다.
아이들 킥킥거리고 웃는 소리도 들린다.
민주 : (책상 탕탕 치며 자신도 모르게 언성 높이고) 다들 조용히 해!
아이들 : (그제야 겨우 웃음 멈추고 본다)
혜원 : (여전히 엎드려 있다)
민주 : (굳은 표정으로 출석부 펼쳐보곤) 신혜원 일어나!
혜원 : (마지못해 고개 든다)
민주 : (굳어서) 수업 시간은 자라고 있는 시간이 아니야. 집중해서 듣도록 해.
(맘 진정시키듯 잠시 멈췄다가) 순정과 애수가 함께 깃든 (하다가 스스로 참담한 생각에 말을 멈춘다)
미안해. 오늘 수업은 여기까지 하자. (도망치듯 나간다)
민주, 나가자마자 소란스러워지는 아이들.
지민 : (당황스럽게) 야, 조용히 해.
아이들 여전히 떠든다.
성제 무거운 얼굴로 아이들을 돌아본다. 신화, 어두워져서 천장을 보며 푸우 한숨을 내쉰다.
씬60. 2학년 5반 앞 복도
교실에서 나오는 민주 위로 아이들의 떠드는 소리 쏟아진다.
어깨 늘어뜨리고 천천히 걸어가는 민주.
씬61. 교무실
자리를 지키고 있는 재하, 걱정스럽게 명교감 자리를 본다.
명교감 : (나무라는) 교사가 수업 도중에 나가버리시면 어떡합니까?
명교감 앞에 풀죽어 서 있는 민주.
민주 : 죄송합니다.
명고감 : 옆 반까지 시끄러워서 수업을 못했다잖아요?
민주 : .....
명교감 : 앞으론 이런 일 없도록 주의하세요.
민주 : 네. (힘없이 밖으로 나간다)
재하 : (걱정스럽게 본다)...
씬62. 교직원 휴게실
기운 빠진 표정으로 앉아있는 민주, 푹 한숨 내리쉬는데
재하, 안으로 들어선다.
재하 : 여기 있었어요? (앉으며) 한 참 찾았습니다.
민주 : (여전히 어두운 표정으로 발끝만 내려다본다)...
재하 : (일부러 밝게) 왜요? 우리 반 놈들이 속상하게 했어요?
민주 : (희미한 미소로) ...아뇨. 제가 절 속상하게 했어요.
재하 : (보면)...
민주 : 나만큼은 절대 애들한테 소릴 지르지도 화내지도 않고 가르칠 자신이 있었는데... 벌써 소리지르고 화를 내고...
(씁쓸하게웃으며) 그리구요. 저 솔직히 애들한테 벌점 주고 싶단 생각 오늘 열 번은 더 했어요. 한심하죠? 선배님.
재하 : (담담하게 본다)...
씬63. 2학년 5반 교실
판서를 하고 있는 재하. 아이들, 지들끼리 쑥덕쑥덕 떠들고 있다..
재하 : (판서하며) 조용히 하자.
아이들 여전히 작은 소리로 속닥거린다.
재하, 판서하던 거 멈추고 그 자세 그대로 한동안 서있다.
아이들, 재하 모습에 순간 조용해진다.
재하 : (돌아보며 담담한 표정으로) 너희들이 바란 게 이런 거였어?
아이들 : (보면)
재하 : 자신이 인격적인 대우를 받길 원한다면 너희들도 스스로 지켜야 할 의무란 게 있는 거야!
(교과서 탁 덮곤) 영어 단어 하나 더 외우고 수학문제 푸는 건 집에서 혼자 공부해도 잘 할 수 있어.
난 너희들이 무언가를 바라기전에 스스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먼저 생각해 주길 바란다. (밖으로 나가 버린다)
아이들, 잠시 침묵하다가 곧 수런수런 떠들기 시작한다.
지민, 미치겠는 표정으로 책상에 고개 팍 묻는다.
성제 역시 어두워져서 아이들을 보는데 신화, 담담한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나간다.
그런 신화를 보는 성제.
씬64. 영화반
심난한 표정으로 멍하니 앉아있는 성제.
안으로 들어서는 지민.
지민 : (힘없이 앉으며) 집에 안가고 여기서 뭐해?
성제 : 그냥...기분이 좀 그래서.
지민 : (이해하듯) 나도 기분이 그렇다. 담임 선생님 화가 많이 나셨나봐. 종례 시간에도 안 들어오시구. (푹 내리쉰다)
성제 : 신화는 집에 갔어?
지민 : 몰라. 아까부터 안보여. (하는데)
흥수, 급하게 문 벌컥 열곤.
흥수 : 야, 이상한 대자보가 붙었어?
씬65. 교무실
어두운 표정으로 퇴근을 준비하는 재하.
안으로 들어서는 민주, 의미 있는 미소로 재하를 보곤 다가온다.
민주 : 선배님.
재하 : (보며) 네?
민주 : 선배님이 쓰신 거죠?
재하 : (영문몰라) 뭐가요?
민주 : 대자보요. 그거 선배님이 쓰신 거 맞죠?
재하 : (벙해서) 대자보라뇨?
광도 : (굳어서) 대자보가 붙었어?
씬66. 교정 한 곳
대자보가 붙어 있는 앞에 웅성거리며 모여 있는 아이들.
지민, 성제, 흥수 대자보 앞으로 뛰어와 대자보를 본다.
대자보의 제목은 ‘인간에 대한 예의’라고 쓰여 있고 그 밑으로 내용 보인다.
지민, 성제, 흥수 보는 위로.
신화 : (E) 인간을 인간답게 대우하는 방식, 그것엔 존경이 따라야 합니다. 그러나 최근 체벌의 대안으로 도입된 벌점제는
대학입시라는 굴레를 이용, 스승과 제자 사이의 따뜻한 인간을 잃어버리게 합니다.
씬67. 교무실 앞 복도
문 팍 열고 나오는 광도와 재하, 민주 위로.
신화 : (E) 행정적 편의를 이유로 미숙하게 행동한 학생에 대한 선도를 포기하고 벌점을 남용하는 선생님의 모습은
신뢰를 배워야 할 학교를 단순히 인간의 등급을 매기는 기관으로 전락시키고 있고.
씬68. 교정 일각
대자보를 보고 있는 성제, 지민, 흥수와 아이들 그 위로.
신화 : (E) 최소한의 예절도 잊은 채 자유, 개성을 내세우는 학생들 역시 무책임함에 대한 깊은 반성을 해야 할 것입니다.
광도, 재하, 민주 대자보 앞으로 오면 아이들 한켠으로 비켜선다.
흥수, 광도의 모습에 조금 놀라서 옆으로 비켜선다.
그 한 쪽에서 담담한 표정으로 걸어오는 신화 위로.
신화 : (E) 스승은 부모의 다른 이름입니다. 이젠 자식을 보살피듯 신중하게,
또한 부모를 대하듯 존경하는 마음으로 서로를 넉넉하고 여유 있는 가슴으로 안아 준다면
5월의 학교는 더욱 푸르게 빛나겠지요.
신화, 대자보를 읽는 아이들과 교사들 옆을 무심히 지나치려는데
그 뒤로 명교감 굳은 표정으로 신화를 지나쳐 대자보 앞으로 걸어와 아이들을 헤치고 대자보를 본다.
그 모습에 슬쩍 웃어 보이곤 태연하게 대자보 앞을 지나치는 신화의 어깨를 툭 치는 손.
신화 돌아보면 한이다.
한 : (무표정하게) 농구하고 싶댔지? 언제라도 붙어. 너라면 시시하진 않겠다.
비죽 웃고 가는 한과 그런 한을 보며 빙긋 웃는 신화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