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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대본

[한성별곡] 08

작성자수다쟁이|작성시간07.11.17|조회수663 목록 댓글 0

[한성별곡] 08



           

 

 

 

 

 

 

 

S#1. 주합루, 낮 

           

이재한 나직이 신음 토하고, 신성두 등 안절부절 못하고 있다. 


신성두 : 어찌하면 좋습니까, 대비전에서 계집을 국문한다합니다. 

한두희 : 죽여 입을 막으려는 셈이 아닙니까? 

신성두 : 가서 막아야하지 않겠습니까? 계집이 죽으면 그걸로 끝입니다. 

한두희 : 공연히 우르르 몰려갔다 자칫 책을 잡힐 수도 있습니다. 대비께서 친국하지 말라는 법도 없질 않습니까.

신성두 : 이판대감.

이재한 : ... 신참판 말씀이 옳습니다. 계집이 살아있어야 음모를 밝힐 수 있는 것. 

한두희 : 무장한 군사들이 눈에 불을 켜고 지쳐섰다는데 어찌 우리 힘으로... 

이재한 : 내영군을 부르지요.

한두희 : 대감?



S#2. 전각 앞, 낮 


박상규 : (별감들 밀치며) 어서 비키지 못할까? 

별감 : (막으며) 아니된다 하지 않았소. 

박상규 : (큰소리로) 국청 조사를 받아야 할 죄인을 어찌하여 죽이려하십니까? 마마, 국문을 멈추십시오.


부산한 발소리에 돌아보면 이재한과 신성두 등이 내영군을 끌고 달려온다.  

별감들 내영군을 보자 금방이라도 칼을 뽑을 태세로 몸을 웅크린다. 

내영군 호위무사들과 금방이라도 싸울 듯 대치한다. 


이재한 : 길을 열어라. 

별감 : 대비마마의 명이 계시었습니다. 


이재한 두말 않고 칼을 뽑자 내영군 기다렸다는 듯 칼을 뽑고 달려들려는데, 


대비 : 이 무슨 해괴한 짓이냐? 


대비 천천히 나온다.

뒤따르던 조상궁 박상규 보고 차갑게 미소 짓는다. 


박상규 : (별감들을 뚫고 가려하며) 마마, 어찌하여 죄인을 죽이려 하십니까? 

박상궁 : 죽이다니? 감히 어느 안전이라 함부로 입을 놀리는 게요. 

신성두 : 살인멸구하려는 것을 모르는 줄 아시오? 


그때 이나영 나인들의 부축을 받으며 걸어 나온다. 

한두희 등 아연실색, 낭패스러움을 감추지 못한다. 



S#3. 빈청, 낮 


심민구 : (벌떡 일어난다) 그 아이가 살아나와? 

홍만기 : (웃으며) 왜 그러십니까? 대비 앞에서 감히 칼부림을 했습니다.

             이제 이판을 비롯한 시파당은 박살이 난 것이나 다름 없는데 어찌하여... 

심민구 : 아뿔사... 

홍만기 : 대감? 

심민구 : 그 아이가 대비전과 손을 잡았어... 

홍만기 : ? 



S#4. 영춘헌 근처, 낮

           

포졸들 부축 받아 가는 이나영.

박상규의 가다가 멈칫 선다.

돌아서는 박상규의 화 나 있다. 포졸들 슬그머니 옆으로 비킨다.


박상규 : 대체 어쩌자고 그런 짓을 했습니까? 

이나영 : (힘겹게 미소) 전하를 모시던 신료들에게 큰 시련이 내렸습니다. 이제 푸른 솔을 가릴 수 있을 겁니다... 

박상규 : (바짝 다가선다) 낭자 그곳에서 죽을 뻔했습니다. 모르시겠습니까?

             (안타깝다) 다시는... 다시는 낭자의 목숨을 가벼이 여기지 마십시오. 

이나영 :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대비마마는 저를 죽일 이유가 없습니다. 

박상규 : ?



S#5. 영춘헌 안, 낮 

           

마치 살아있는 듯 누워있는 임금의 얼굴이 그대로 드러난다.

박상규 차마 임금을 바로 보지 못한다.



S#6. 영춘헌 안, 낮 


이나영 : (눈이 반짝인다) 금잠이 하얗습니다. 

박상규 : ? (금잠 빼내어 보며) 웬만한 독에도 변하지 않는 것이 금입니다. 헌데...

이나영 : 수은 때문입니다. 금을 하얗게 변하게 할뿐 아니라 치명적인 독이기도 합니다. 

박상규 : ! 

이나영 : 경면주사를 태우면 그 연기가 수은을 품은 것은 아실 겁니다. 

박상규 : (금잠을 쥐고 어찌할 바를 모르다 품에 넣는다)



S#7. 희정당, 낮

           

이나영 희정당 안을 둘러본다.

박상규 돌아보면 곤여만국전도. 

이나영 곤여만국전도 앞으로 간다.


(E) 임금 : 내 나라 조선에 마지막 소망을 담아놓았으니... 


이나영 병풍 뒤를 보면 무언가 숨긴 흔적.

꺼내면 이나영의 은장도 칼집이다.

이나영 품에서 장도 꺼내 맞춰보면 꼭 맞는다.



S#8. 도가, 밤 


도술 : 대체 언제까지 이러고만 있을 참인가? 

양만오 : ... 

 

삽입컷) 박상규 : 네 놈 살수들을 끌고 옥문을 깨 낭자를 구할 생각은 왜 하지 않느냐?

                         주필 형님을 주살하던 그 기세는 어디에 버렸냔 말이다.     


도술 : 북촌 저택을 언제 얼마에 팔아야하는지 행수들이 묻고 있어. 게다가 철시한 상점문은 또 어찌하는가? 


삽입컷) 박상규 : 무엇을 잃고 싶지 않아서, 네가 조롱하던 나에게 이리 매달리는지 생각해보란 말이다.


양만오 : (신음한다) ... 알아서 하라 하십시오. 

도술 : 이보게 양행수.

상천 : (들어와) 국장도감에서 내일 일꾼을 보내라 연락이 왔습니다. 

양만오 : (벌떡 일어난다) 계원들을 모아라.

상천 : 예. (나간다)

도술 : 양계주?

양만오 : 아씨를 구할 것입니다.

도술 : 지금 그 딴 일에 넋이 나가있을 땐가? 자넨 혼자의 몸이 아니야. 

양만오 : (쏘아본다) 저에게 소중한 일입니다, 그 딴 일이라니요. 말씀을 삼가주십시오. (나간다)


도술 입가를 씰룩대며 그 모습 본다. 



S#9. 대비전, 밤 

           

대비 딱딱하게 굳어 앉아 있고, 그 앞에 박인빈 결연한 자세로 있다. 


박상궁 : 어느 안전이라 감히 겁박을 하는 것이오? 

박인빈 : 은혜를 베풀어 달라 읍소하는 것입니다. 소신이 쥐망초 독을 들여오고,

             조상궁이 대비마마의 명을 받아 계집을 이용했다는 사실,

             굳건해진 마마의 위상에 감히 생채기 하나 낼 수 있겠습니까.

대비 : ... 그저 경을 내치는 것 이상의 처분을 할 수 있다는 것도 아시오? 

박인빈 : 이대로 궐밖으로 쫓겨날 바엔 차라리 목을 내놓는 것이 좋습니다. 하오나 아무리 계집을 구하기 위해

             거짓 조사결과를 발표하려하지만 국청 조사관은 제 자식입니다.

             무엇으로도 끊을 수 없다는 천륜으로 이어진 부자지간이 아닙니까? 

박상궁 : 이것 보시오, 예판.

박인빈 : 저 박인빈, 충분히 마마께서 주인 되신 그 조선에 한 자릴 할 자격이 있다 생각합니다.

             부디 은혜를 베풀어 주십시오, 마마... 

대비 : ... 틀리지 않소. 

박상궁 : 마마?

대비 : 밤이 늦었으니 물러가시오. 내 기꺼이 그리 생각해 보리다. 

박인빈 : (만족스럽게 미소 지으며 절한다) 마마... 



S#10. 외전각, 밤  

           

박상규 초를 들고 간다. 

전각 안 옥 안에 이나영 힘겹게 고개를 든다.

박상규임을 알아보고 희미하게 미소 짓는데, 박상규 초를 내려놓고 은장도를 꺼낸다.

이나영 무슨 일이냐는 듯 보는데, 박상규 은장도 안의 밀지를 꺼내 초에 가져간다. 


이나영 : 무슨 짓입니까? 

박상규 : 어차피 이 밀지를 받을 신료도 남지 않았습니다. 

이나영 :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박상규 : 주합루 신료들 모두가 살 길을 찾아 뿔뿔이 흩어졌다 들었습니다. 

             아마 대비에게 허리를 숙이고 목숨을 구걸할 것입니다.  

이나영 : 화산에 채승환 대감이 있질 않습니까? 

박상규 : 하여 낭자 앞에서 이것을 태우려는 겁니다. 이제 그만 포기하십시오. 

             더 이상 낭자가 위험을 자초하는 것을 두고 볼 수 없습니다. 

이나영 : 나리! 어찌 전하의 마지막 소망을 태워 없애려하십니까? 

박상규 : 전하는 돌아가셨고, 그분의 유지를 받을 신료도 없습니다. 제가 아니어도 그 소망은 이미 없어졌습니다.

             이제 사라진 것 따위가 아니라 낭자 자신을 위해 사십시오. 세상 모든 사람들이 그리 살고 있습니다. 

이나영 : 나리... 

박상규 : (태운다)  

이나영 : (절망한다) 나리...  



S#11. 궐문 안, 낮 

           

양만오, 도술, 일꾼으로 변장한 상천과 살주계원들, 목재를 가득 실은 수레를 끈다.

군사들이 오가는 일꾼들을 살피느라 분주하다.  


양만오 : 대여(왕실의 상여)를 위한 목재들입니다. 

별감 : (수레에 실린 작은 항아리들 본다) 무엇이냐? 

도술 : 대여를 칠할 도료를 담은 것입니다. 보시겠습니까? 

별감 : 됐다. (상천 등을 보며) 뭐하는 자들인가?

도술 : 국장을 위해 징발된 자들입니다. 


별감 고개 끄덕이면 목재, 도료를 담은 항아리를 실은 수레들을 앞세우고 가는 양만오와 상천 눈빛 번뜩인다.

뒤따르는 도술 표정이 차갑다. 



S#12. 대비전, 낮 

           

신성두, 한두희 절하고 나간다.

대비 미소 짓는다. 


강극수 : 계집을 살려 둔 것은 감히 누구도 생각지 못한 탁월한 판단이셨습니다. 

대비 : 내 병판을 다시 보겠다 한 판단 역시 틀리지 않았으면 좋겠소이다... 

강극수 : ... 여부가 있겠습니까... 



S#13. 주합루, 낮 

           

이재한 텅빈 주합루 안을 쓸쓸히 본다.  


이재한 : ... 그렇습니다, 전하. 이리 허망한 것이었습니다.

             전하께서 품으셨던 소망은 이 텅 빈 주합루와 다르지 않사옵니다. 이제 화산 채승환 대감만 남은 것입니까?


이재한 슬픈 듯 주합루 안 보다가 묘한 웃음을 남기며 주합루를 나간다. 



S#14. 대전, 낮 


박상규 : (조사결과를 읽는다) ... 자신의 치료가 전하의 종기를 치료치 못하고 급기야 나라에 큰 슬픔을 가져오게 되었으니,

             심의원은 그후 문책에 대한 중압감을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음독 한 것으로 판단됩니다... 


용상의 대비와 심민구 이재한을 비롯한 신료들이 조사결과를 읽는 박상규를 보고,

박인빈 신료들을 못마땅한 듯 본다. 


박상규 : 선대왕마마의 승하를 둘러싼 의혹을 조사키 위해 본 경신년 유월 스므 여드레 국청에서는 금부도사 박상규는... 

대비 : 그만. 국장을 준비하느라 모두들 바쁠 터, 요점을 간단히 말하시오. 

박상규 : 음용하신 탕재와 처방 등을 살피고, 감히 전하의 옥체를 검험하였으나

            일부 신료들이 주장하는 바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대비 : 그 말은?

박상규 : 천하를 호령하실 춘추이시나 안타깝게도 전하께선 천수를 다하셨습니다. 

대비 : (신료들 보며) 조사 내용에 할 말이 있으면 지금 하시오.  


조용한 대전, 심민구 눈을 내리깔고 씁쓸하게 미소 짓는다. 


대비 : (만족스럽다) 허면 이 결과를 적어 묘당과 사간원 홍문관에 보이고 또한 사대문에 보여 널리 알리시오. 


박인빈 당연하다는 듯 과장되게 연신 끄덕이는데,

그를 보는 심민구 어쩔 수 없다는 듯한 미소 띠며 고개를 젓는다. 


 

S#15. 대비전, 낮 


대비 : 우상께서 어려운 걸음을 해주시니, 마음이 아주 홀가분하기 그지없어요. 

심민구 : 나이를 거꾸로 먹는지, 잠시 눈치가 바르지 못했습니다. 용서해주십시오.

대비 : (끄덕인다) 그래... 예판대감에 대한 재미있는 사실이 있다 하셨소? 

심민구 : 미꾸라지 한 마리가 연못물을 흐리려 한다 들었습니다. 우연치 않게 그 미꾸라지를 잡을 방도를 알게 되었지요.


심민구 바짝 허리를 숙이자, 뒤에 앉은 양만오가 보인다. 


양만오 : 양만오라 하옵니다, 마마. 

대비 : 너는 시전에서 장사를 한다는 놈이구나. 

심민구 : 꾀가 많아 여러모로 쓸모가 많습니다. 

대비 : ... 미꾸라지 잡는 것 말고도 달리 재주가 있느냐? 

양만오 : 명만 내려주십시오, 마마. 

대비 : 너를 부리던 상궁과 그 상궁이 부리던 계집이 있다. 처리할 수 있겠느냐? 

양만오 : (눈을 반짝이며 머리를 조아린다) 


 

S#16. 빈청, 낮 

           

박인빈 사색이 된다.

강재순 부인 들어와 선다.


심민구 : 말해 보거라. 

여인 : (떨리는 목소리) 분명 예조판서 박대감께서 주셨다 했습니다... 

박인빈 : (탁자 내려치며) 내 이년... 


심민구 여인1 내보내고 박인빈을 본다. 


심민구 : 멸문을 면치 못할 죄라는 걸 아실 게야. 

박인빈 : ... 모함입니다. 

심민구 : 박도사가 이를 알고도 숨긴 것 역시 알고 있네.

             역도를 다스리는 데는 천륜을 지켰다 사정을 두지 않는다는 것 쯤은 자네도 알 터...


박인빈 고개를 떨군다.

심민구 측은한 시선으로 본다. 


심민구 : 권불 십년이라 했는가? 나 역시 자네와 다르지 않다 할 수 없겠지? 

박인빈 : ... 

심민구 : 벼슬을 두고 낙향하면 더 이상 문제 삼지 않겠다 윤허를 받았네.

             그래도 십수년을 함께한 중신을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게 할 순 없질 않은가... 

박인빈 : 대감... 



S#17. 전각 안, 밤 


조상궁 : 대비마마께서 그리 말씀하셨단 말이냐? 

양만오 : 그렇습니다, 마마. 사냥이 끝났으니 사냥개를 처리하라 말씀하셨습니다. 

조상궁 : (차가운 미소) 그래, 이제 계집도 박도사 그 자도 쓸모가 없어졌겠지. (쏘아보며) 실수 없어야 할 것이야.


일어서 나가려는데 별감들 막아선다.

별감들 칼 뽑는다. 

양만오 묘한 미소를 띠고 조상궁 본다. 

조상궁 그런 양만오 얼굴에 의아해하는데,

별감 칼이 옆구리를 파고든다. 


양만오 : 사냥개는 다름 아닌 상궁마마를 이르심입니다. 

조상궁 : !  

양만오 : 대비마마께선 상궁마마의 쓸모가 다했다 보시는 듯합니다. 

조상궁 : (흘러나오는 피가 믿겨지지 않는다) 마마를 뵈어야겠다. 마마께서 절대... 나에게 절대... 이럴 수는... 없어... 


양만오 측은한 듯 보다 상천에게 눈짓한다. 

상천 가져온 보자기를 조상궁에게 덮어 씌운다. 



S#18. 궐내 전각, 밤


한상궁 : 양만오 그 자가 계집을 구하려한다? 

도술 : 그렇습니다 마마. 건평방에서 황집사를 주살한 이유 역시 계집을 구하기 위함이었습니다, 마마님.

한상궁 : (쏘아본다) 주인을 배신하려는 놈의 말을 날 더러 믿으란 말이냐? 

도술 : 한 무리에 우두머리가 둘이 있어서야 쓰겠느냐 말씀하셨습니다. 

          길을 벗어난 우두머릴 제거하고 무리를 바로 잡으려 배신의 오명을 무릅쓰고 감히 마마님을 찾아 뵌 것입니다. 

한상궁 : (차갑게 웃는다) 길을 벗어난 우두머리라... 



S#19. 궐문 근처, 밤

           

박인빈 터벅터벅 걷는다. 


박상규 : (달려와) 대감마님. 

박인빈 : (힘없이 돌아본다)

박상규 : (떨린다) 관직을 내어놓으셨다 들었습니다. 어찌하여... 

박인빈 : ... (미소) 네가 원하는 바가 아니었더냐? 

박상규 : 하오나... 

박인빈 : (두 손을 꼭 잡는다) 내 너만을 다치게 하고 싶지 않았다. 

박상규 : ? 


미소 지으며 끄덕이곤 손 놓고 돌아서 손 흔들며 터벅터벅 가는 박인빈.



S#20. 외전각, 밤  

           

포졸1,2 술잔에 술을 따른다. 


포졸1 : 이제 궐 생활도 끝났구만. 며칠 되지도 않는데 아주 답답해 죽것어. 

포졸2 : 누가 아니래. 이쁜 궁녀들 본다고 좋다했더만 죄 그림의 떡이고... 

포졸1 : 포청 앞 주모가 낫지. 손만 뻗으면 그, 그, 그 말이여. (킥킥댄다)

포졸2 : (몸서리치며 웃는다) 내가 먼저여. 

포졸1 : 무슨 소리? 장유유서도 몰라? 

포졸2 : 갑신년생끼리 뭔 소리여? 

포졸1 : 넌 유월, 난 사월 몰라? 

포졸2 : 이런 니미... (술잔 들며) 들어. 오늘부터 술 잘 먹는 놈이 형이여. 

포졸1 : 그래?  좋다. 한번 마셔보자. 



S#21. 외전각 근처, 밤  

           

어둠속에서 양만오 상천 나타난다. 뒤로 살주들 있다.  


양만오 : 준비 됐느냐? 


상천 고개를 숙인다. 


양만오 : 가라...   


손에 손에 작은 항아리를 매단 끈을 든 살주들 앞으로 나선다. 

상천 눈짓하자 살주들 항아리를 빙글빙글 돌린다. 

살주들 항아리를 외전각 기둥에 던진다. 

완만한 곡선을 그리며 날아간 항아리는 외전각 기둥에 부딪혀 깨지고 거기선 묽은 액체가 흘러나온다. 



S#22. 궐문 근처, 밤 


박상규 : (고개를 떨군다) 그랬습니까? 기어이 양화당 일이 발각됐습니까? 

박인빈 : 내 우상에게 당부하였다. 넌 그 일을 몰랐던 것으로... 

박상규 : 대감마님... 

박인빈 : (어둠에 잠긴 궐을 본다)...지금 비록 떠나지만...나는 반드시 돌아올 것이야. 나는 여기를 떠나 하루도 살 수 없다..

박상규 : ... 

박인빈 : 퇴청하면 사랑채에 들르거라. 오랜만에 너와 함께 취해보고 싶구나. 

박상규 : 대감마님... 


박인빈 허탈한 미소 지으며 돌아선다. 

박상규 그 모습 길게 보다가 돌아서는데 외전각에서 불기둥이 치솟는다. 



S#23. 외전각 근처, 밤 

           

상천 들고 있던 항아리에 불을 붙인다. 

양만오 힐끔 보고는 항아리 돌려 외전각을 향해 던진다.  

살주들 그걸 신호로 외전각을 향해 달린다.  

불 붙은 항아리가 외전각 지붕위에서 깨지자 외전각은 삽시간에 불타오른다.  



S#24. 궐내, 밤 

           

멀지 않은 곳 궐내를 환하게 밝히는 불길이 일렁이고 있다. 

박상규 놀라 보고 미친 듯 달린다.  



S#25. 대비전, 밤  


한상궁 : 마마? 

대비 : (담담한 얼굴로 차를 마신다) ... 

한상궁 : 양만오 그 자가 계집을 빼돌린다하지 않습니까? 

박상궁 : 마마... 

대비 : ... 그냥 두시게. 

한상궁 : ? 

대비 : (알 수 없는 미소 지으며 천천히 차를 마신다) ... 



S#26. 외전각, 밤

           

지쳐 잠시 고개를 숙이고 있던 이나영 문득 고개를 든다. 

눈 앞에 하얀 연기가 자욱하는가 싶더니, 이내 화염이 치솟는다.  



S#27. 외전각 앞, 밤 

           

숨을 몰아쉬며 달려온 박상규 활활 타오르는 전각 앞에서 분노로 일그러진다.  



S#28. 외전각 앞, 밤 

           

숨을 몰아쉬며 달려온 박상규 활활 타오르는 전각 앞에서 분노로 일그러진다.  

물을 든 양동이를 든 군사들과 내관 등 전각을 향해 물을 붓지만 불길은 쉽게 잡힐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포졸 1,2 그을린 서로를 부축하며 나오다 박상규 앞에서 쓰러진다. 


박상규 : 죄인은? 

포졸1 : 아이고 저희도 겨우 빠져나왔습니다요. 


박상규 더 들을 것도 없다는 듯 돌아서더니, 군사 하나가 들고 있는 양동이를 빼앗아 몸에 끼얹는다.  


포졸1 : 형님!  


박상규 우지끈 소리를 내며 쓰러지는 기둥을 피해 전각 안으로 달려 들어간다.  



S#29. 외전각 안, 밤 

           

이나영을 안은 양만오 당황한다. 

눈 앞을 가로 막은 화염... 


상천 : (다가와) 입구 쪽은 이미 군사들이 몰려왔습니다. 


양만오 일그러져 불타오르는 전각 벽을 본다. 

양만오 이나영을 상천에게 안기고, 불타는 벽을 보며 어금니를 문다.  



S#30. 외전각 안 다른 곳, 밤 

           

박상규 자욱한 연기와 이곳저곳에서 치솟는 화염을 피해 이나영을 가둔 곳으로 간다.  


박상규 : 낭자, 대답을 해보시오. 낭자... 


여인의 신음소리 들린다.

박상규 얼른 돌아보면 누군가 쓰러져 있다.  

달려가 일으키면 조상궁이다.

놀라지만 주저없이 조상궁을 들쳐 엎는다. 


박상규 : (둘러보며) 낭자... 

조상궁 : (신음하듯) ... 양만오 이 놈...  

박상규 : ! 


그때 한쪽 지붕이 우르르 무너진다. 



S#31. 외전각 밖, 밤 

           

사람들 전각을 향해 정신없이 물을 끼얹는데, 


내영군 : (E) 사람이 안으로 들어갔다.


그 소리에 사람들 우르르 몰려가고,

잠시 후 양만오 불타오르는 전각벽을 부수고 튀어 나온다. 

뒤이어 상천 이나영을 안고 나오자, 만오 얼른 이나영을 받아 안아 살핀다. 

나직하게 신음을 흘리는 이나영,

그을린 양만오의 얼굴에 잠시 안도감이 스친다. 


상천 : (급히 둘러보며 다급히) 계주님. 


둘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  



S#32. 외전각 앞, 밤 


포졸1 : (정신없이 물 끼얹으며) 아이고 우리 형님은 어찌 된 거여... 

이재한 : (급히 달려와) 어찌 된 일이냐.  

포졸2 : 보면 모르겠습니까요? 

이재한 : 계집은? 계집은 어찌되었느냐? 

포졸1 : 도사 형님이 안으로 들어가셨는데... 


하는데 요란한 소리와 함께 전각 입구가 무너져 내린다.   


포졸1,2 : 아이고, 형님... 


이재한 무표정한 얼굴로 불타는 전각 보는데,  

조상궁을 업은 박상규가 무너져 내린 전각 사이로 뛰어나온다.   


포졸1,2 : 형님! 


포졸1,2 얼른 박상규 몸에 묻은 불씨를 끄고,

이재한 박상규에게 다가간다.

박상규 조상궁을 눕히고 맥을 짚는다.

조상궁 마지막 힘을 내 박상규 팔을 잡는다. 


박상규 : 어서 의원을... 

조상궁 : ... 계집이... 


스르르 떨어지는 팔.

박상규 암담하다. 무겁게 신음 흘리는데, 이재한 다가와 본다.

이재한 조상궁 시신 확인하고는 내영군에게 턱짓한다.  


이재한 : 계집이 죽었는가? 

박상규 : ? 

이재한 : (내영군에게) 계집이 죽었다. 시신을 수습해 형조로 옮겨라. 

박상규 : 대감, 이 사람은... 

이재한 : (노려보며) 대체 전각을 비우고 어딜 다녀온 게야. 내 그 책임은 엄히 물을 것이야.

             (시신 업는 내영군에게) 서둘러라. (간다)

박상규 : ?

포졸1 : (슬쩍 다가와) 형님, 그 죄인이 아니잖아요. 

박상규 : ... 됐어... 

포졸2 : 형님? 

박상규 : 모두 사라졌으면 했던 죄인이 사라져 버린 거야... 저 불꽃처럼 말이야... 



S#33. 도가 방, 밤  

           

사대부집 여인 차림의 이나영 멍하게 앉아 창밖을 본다. 


양만오 : (E) 아씨... 


이나영 문득 정신을 차리고 보면,

양만오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들어온다. 


양만오 : 고초가 많으셨습니다. 배를 준비하라했으니 잠시 동안만 피해계십시오. 

이나영 : 배라니요?

양만오 : 청나라로 모실 것입니다.

이나영 : 저는 채승환 대감을 만나야합니다. 전하의 말씀을 전해야합니다. 

양만오 : ... 그것이 아씨가 해야 할 일이었습니까? 불가합니다. 

이나영 : 양행수?

양만오 : 그들에게선 아무것도 기대하지 마십시오. 권력욕으로 가득한 양반들일 뿐이지 않습니까!

             민초를 위하는 일은 민초들 스스로가 해야 합니다!

이나영 : 뜻이 같다면 가는 길도 함께 해야지요. 

양만오 : 뜻이 같지 않으니 길도 다른 것입니다! 경장이라는 허울 좋은 도구도 그들이 가진 것을 지키기 위한 수단에

             불과합니다! 정작 한 줌 쌀이 필요한 민초들에게는 관심조차 없는 자들입니다!

이나영 : 허나 양행수 역시 이미 민초라기보다 양반에 더 가깝습니다. 

양만오 : (떨며) 저는 양반이 아닙니다.

이나영 : 민초들 눈엔 이미 그리 보이고 있을 것입니다. 

양만오 : ! 


삽입컷) #5회 55씬. 노객주 : 자네 역시 양반의 비단옷을 입고 기와집에 사니 양반의 사고를 하는가?

삽입컷) #6회 9씬. 사내 : 너희 같이 양반놈들에게 빌붙어 호의호식하는 자들이 그 심정을 알기나 해?


이나영 : 저는 양행수 뜻이 겉모습과 다름을 믿습니다. 허나 양행수가 가는 길이 옳은 길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양만오 : 아씨... (고개 떨군다)

이나영 : 저에게는 저의 길이 있으니, 저를 놓아주십시오, 양행수.

양만오 : 절대 아씨를 화산으로 보낼 수 없습니다. (단호하다) 이번만큼은 제 뜻을 따르십시오. 

이나영 : 양행수...



S#34. 방 밖, 밤 

           

미소 띤 얼굴로 안의 이야기를 엿듣는 도술. 



S#35. 사랑채, 밤 

           

박인빈 빈 술잔을 물끄러미 본다.

머리 숙인 박상규. 


박인빈 : (탄식) 그 아이가 결국 죽었느냐... 

박상규 : 금부에 사직서를 제출하였습니다. 

박인빈 : (힘없이) 결국 대비의 결백만 증명해주고, 그 아이를 구해내진 못했구나. 이제 어쩔 셈이냐.

박상규 : ... 

박인빈 : 대비전에서 널 그냥 두지 않을 것이다. 궐 안에서야 보는 눈이 있어 너를 어찌 못했겠다만, 궐 밖에서는 다르겠지. 

박상규 : ...

박인빈 : (쏘아보며) 네가 아무리 외면하고 무관심하다 해도, 절대 그 힘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는 것이, 바로 정치이다!

             ... 나도 이제 어찌해 줄 힘이 없으니... (서글프다)

박상규 : (문득 두렵다)



S#36. 도가 방, 밤 

           

이나영을 지키던 살주 목이 꺾여 쓰러진다. 

복면의 사내(도술)이 동행한 복면을 보면, 복면 방 커튼 연다. 

이나영 흠칫 놀란다.

도술 나오라는 듯 손짓하자, 이나영 잠시 머뭇거리다가 미처 장옷도 들지 못하고 밖으로 나온다. 

바닥에 쓰러진 살주에 놀라는 이나영, 흠칫 복면들을 본다. 

도술 가라는 듯 손짓하자, 이나영 망설이다가 이내 어둠속으로 사라진다. 


도술 : (복면 내리며 본다)



S#37. 매향루 별채, 밤

           

월향 심민구 잔에 술을 따른다. 


심민구 : (술잔 보며) 박도사를 산 채 궐밖으로 내보냈으니 자네 청은 들어준 셈이지?  

월향 : 고맙습니다, 대감.

심민구 : 이제 자넨 나에게 무엇을 주겠나? 

월향 : 보잘 것 없는 퇴기의 몸, 그래도 한번 안아보시렵니까? 

심민구 : (슬쩍 웃으며) 국상 중에 그리 할 순 없지... 

월향 : 이 매향루는 어떻습니까? 

심민구 : 오호, 기루를 버리고 그 잘 따라나설 셈인가? 

월향 : (대꾸않고 술 마신다) ... 

심민구 : 됐네... 이제 모든 것이 제 자리로 돌아왔어. 독한 정치실험으로 나라를 뒤흔들 임금도 없고,

             그를 따라 종사를 뒤흔들 인사들도 모두 사라졌어... 자네 역시 그 전처럼 그 자리에 있으면 되는 게야...

월향 : ...



S#38. 도가, 밤 


양만오 : (나직이) 아씨가 사라지다니? 방을 지키던 자들은 뭘 하고 있었단 말이냐. 

상천 : (고개 들지 못한다) 지키던 계원 역시 행방을 알 수 없습니다. 


양만오 벌떡 일어나 나가려는데 한상궁 들어온다. 

뒤따라 들어오는 호위무사들, 양만오 긴장한다. 



S#39. 매향루 별채, 밤 

           

심민구를 배웅한 듯 문 잡고 기대어 선 월향.


월향 : 모든 것이 제 자리로 돌아왔다니요? 아닙니다. 이 년 마음 그전엔 이리 쓸쓸한 적 없었습니다.


나직이 한숨 토하다 인기척에 보면 이나영 마루 끝에 서 있다. 



S#40. 도가, 밤


양만오 : (부들부들 떨며 쏘아 본다)  

한상궁 : 계집이 살아있는 것을 대비께서도 알고 계신다. 

양만오 : ! 

한상궁 : 허나 자네의 재주가 특출나고, 자네가 원하는 것 역시 백성을 위함임을 아시니

             대비께서 어찌 자네를 아끼지 않으시겠는가? 

양만오 : (떨며) 제게 무엇을 원하십니까? 

한상궁 : 예서 그만 손을 떼고 박 도사와 계집이 화산으로 가도록 두어라.

양만오 : !

한상궁 : 시전 총행수가 되기까지 지금껏 쌓아 온 모든 것을 지킬 수 있는 마지막 기회임을 명심해라.

             (가려다가) 세상이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음을 잘 알 터... 반드시 명을 따라야 할 것이야.


한상궁 무사들과 나간다.

양만오 인사도 못하고 장승처럼 서 있다. 

멀리 서 있던 도술, 상천 급히 들어온다. 


도술 : (걱정하는 듯하나 음흉한 미소) 대체 무슨 일인가?

양만오 : (한상궁 쪽을 돌아보는데 고통스럽다)



S#41. 매향루 별채, 밤  

           

월향 찻상을 들고 들어선다.

밖을 내다보는 이나영의 자태가 곱다,

월향 잠시 한스러움이 얼굴을 스친다.  


이나영 : 제가 원망스러우시죠... 

월향 : (찻잔을 내려 놓으며) 말씀을 낮추십시오... 

이나영 : 저는... 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빼앗은 파렴치한 관비에 불과합니다. 

월향 : (차를 따르며) 아씨께선 나리의 생명을 살리신 은인이십니다... (보며) 저에게도 은인이시지요. 


이나영 월향의 시선이 부담스러운지 고개를 돌린다.  


월향 : (보다가) 청이 있습니다. 

이나영 : ? 

월향 : 화산으로 가려하는 걸 알고 있습니다. 아씨께서 가시면 나리 역시 따르실 것입니다. 부디 마음을 돌리십시오. 

이나영 : 나리께선 가시지 않을 것입니다. 

박상규 : (문을 열며) 예, 맞습니다. 저는 가지 않습니다.

월향 : (일어나 허리 숙이며) 나리...

박상규 : (들어오며) 낭자 역시 가지 않을 것입니다. 

이나영 : ? 



S#42. 도가, 밤 

           

이나영의 장옷을 쥔 채 별빛 가득한 창밖 하늘을 보는 양만오 뒷모습. 돌아서 텅빈 방안을 돌아본다.

장옷 들여다 본다. 번민에 가득 차 흔들리는 눈동자.


상천 : (급히 들어와) 계신 곳을 알아냈습니다.

양만오 : (결심한 듯) 계원을 모아라. 아씨를 모시고 화산으로 간다. 

도술 : (미소가 가시고 분노로 일그러진다) ! 


양만오 상천 성큼성큼 간다.


도술 : 자네가 아무리 재주가 뛰어나다 하나, 나 역시 산전수전 다 겪은 몸이네...

          감히 대비가 나와 자네를 저울질하려는 것이라면... (차갑게) 내 그 저울추를 끊어주지!



S#43. 매향루 대문, 밤 

           

양만오, 상천 서둘러 중문을 지난다. 

별채로 올라서려다 댓돌에 있는 박상규 신발 보고 멈추어 선다.


이나영 : (E) 양행수를 피해 이곳에 온 것을 아시지 않습니까? 

양만오 : !



S#44. 매향루 별채, 밤 


박상규 : (선 채) 지금 낭자 지켜줄 자는 그 자 뿐입니다. 양행수에게 돌아가십시오. 

이나영 : 도련님!

박상규 : 제 자신조차... 내일을 장담할 수 없는 몸입니다.


이나영 슬프게 보다가 허리 숙이고 간다.

박상규 자신을 지나쳐 가는 이나영을 팔을 잡아 돌려세운다. 


박상규 : 할 만큼 하셨습니다. 이 정도면 전하의 명을 충분히 따른 셈입니다. 제발... 가지 마십시오...

이나영 : 도련님...

박상규 : 두렵지 않으십니까?

이나영 : (떨린다) ... 두렵습니다. 

박상규 :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이나영 : 하지 않아도 된다면... 저도 하고 싶지 않습니다.

             다른 여인들처럼 사내 만나 아이 낳고 그렇게 평범하고 행복하게 살고 싶습니다. (눈물 흐른다)

             헌데 이 두 손으로 저지른 죄는 어찌 합니까? 이 저주 받은 손에 죽은 많은 원혼들에게 어찌 사죄한단 말입니까...


박상규 그 아픔에 안타깝게 본다.



S#45. 매향루 별채 앞, 밤

           

마당에서 이야기를 듣던 양만오, 서글픔을 참다 각오한 듯 안으로 든다.



S#46. 매향루 별채, 밤 


양만오 : (들어서며) 제가 아씨를 모시겠습니다!


박상규, 이나영 멈칫해 본다. 


박상규 : 과연... 시전 총행수 자리까지 포기할 수 있다는 뜻인가? 

양만오 : ... 장사는 언제고 다시 시작할 수 있습니다.

             허나 (나영 보며) 아씨께서는 지금 이순간 도움을 필요로 하십니다! 제가 돕겠습니다.

박상규 : (답답하다) 장사는 죽은 자가 아니라 산 자가 하는 것이다, 모르느냐?

양만오 : (상규 쏘아보며) 두려움에 떤다면, (나영 애잔하게 보며) 어찌 모든 것을 걸 수 있겠습니까... 

이나영 : (만오 본다) 

박상규 : 낭자, 무엇을 위해서든 목숨을 건다는 건 어리석은 행동입니다. 

이나영 : (상규 돌아보며 미소) 고집을 부려 죄송합니다.

박상규 : !

이나영 : 도련님께서 아니 가신다니, 한편으론 마음이 놓입니다. 

박상규 : (서글프다) ... 

이나영 : 살아남아 소망을 실현시키는 것 역시 용기가 필요한 것임을 알고 있습니다.

박상규 : 낭자...

이나영 : 부디 옥체 보존하시어, 언젠가 나리의 소망을 이루십시오.

박상규 : (낙심한다) 낭자...

이나영 : (만오 돌아본다)

양만오 : 날이 밝는 대로 아씨를 모시러 오겠습니다.

이나영 : 고맙습니다.


양만오 그 말이 고맙다, 절로 입가에 미소가 돈다. 



S#47. 매향루 대문 근처, 밤 


이나영 보고 서 있고, 월향 허리 숙인다.

돌아서 가는 박상규 가슴이 미어진다.  



S#48. 박상규 집 사랑채, 밤 

           

서안 위에 놓인 문서들과 작은 함. 


박인빈 : (문서 밀며) 네 어미의 노비문서니라. (작은 함 보며) 두 식구 사는데 부족하지는 않게 넣었다. 

박상규 : 이곳을 떠나란 말씀입니까? 

박인빈 : (답답한듯 강하게) 여기 있다가 언제 죽을지 모른다. 어쩌겠느냐? 

박상규 : 대감마님...

박인빈 : ... 과시에 급제하여 처음 입궐하던 때가 떠오르는구나.

             (웃으며) 나 역시 백성을 위하여 마음으로 정치를 하리라 수 없이 다짐했다.

박상규 : !

박인빈 : 허나 백성들은 고사하고 나 하나 건사하기에도 벅찬 현실... 내가 권력만을 좇는다 경멸하였더냐?

             (회상하듯) 나 역시 내 아비에게 그리 말했었다. 허나 식솔을 거느린 가장이 된 후에

             어느새 나도 내 아비처럼 됐다! (웃으며) 자식 한 번 낳아 보거라, 너도 아마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건... 세상이 아무리 바뀌고 뒤집혀도 변하지 않는 진리이다.

박상규 : 대감마님...

박인빈 : 네 놈이 아무리 아비라 부르지 못하겠다 하여도, 네 몸 속에 이미 내 피가 반이나 흐르고 있다.

박상규 : ... 마님...

박인빈 : (허허 웃으며) ... 못난 놈! 



S#49. 박상규 집 행랑, 밤 

           

엄씨 금덩이를 만지며 싱글벙글 호들갑스럽다. 


박상규 : 그리 좋으세요?

엄씨 : 아유 좋다마다, 게다가 이젠 노비라 무시당하지도 않을 거 아냐!

박상규 : 다른 노비들도 모두... 면천을 받는다면... 무척 좋아들 할 텐데요?

엄씨 : 그런 건 알게 뭐냐? 너하고 나하고만 잘 살면 되지.

박상규 : (미소 짓는다) 그래요...

엄씨 : 아유, 이깟 종이 쪼가리 하나가 뭐라고 그 고생을 시키냐 글쎄? 



S#50. 박상규 집 행랑 앞, 밤


마루에서 마당으로 내려서던 박상규, 엄씨 방 돌아보는 눈빛이 처연하다.



S#51. 포도청 앞, 아침.


박행수 : 대역죄인을 빼돌리다니? 양행수가 말인가? 

도술 : ... 

공행수 : 아니, 이, 이걸 어쩌나? 이 일을 의금부에서도 알고 있는가? 

도술 : 아직은 모르나 그 대역죄인이 살아 있는 한 언젠가는 밝혀질 사실입니다. 

박행수 : 어허! 이제야 우리 시전이 제대로 돌아가나 했는데, 이 무슨 청천벽력 같은 소린가. 

도술 : 그야말로 우린 상인들의 꿈이 실현될 날이 멀지 않습니다. 이대로 앉아 금부도사를 기다릴 수만은 없습니다.

공행수 : 좋은 방도라도 있는가?

도술 : 두 분 도와만 주신다면 이 난국을 타개할 방도 있지 않겠습니까?

박행수 : 방도? 무슨 방도?

홍행수 : 오랜만이오! 별고들 없으신가? (웃음 가득해 온다)



S#52. 포도청, 아침  


포도대장 : 어허, 양행수가 왜 그런 엄청난 짓을 한 게야! 홍행수 자네가 선배로서 혼을 내어서라도 가르쳤어야지!

홍행수 : 아하, 형님도 참! 요즘 애들이 선배 말이라고 콧구멍으로라도 듣습니까?

도술 : (엎드려) 자칫 불똥이 저희 시전 전체에 튈까 두렵습니다. 두 분 형님들께서 적합한 조치를 취해 주십시오.

포도대장 : 그래, 홍행수도 왔는데 내 모른 체 할 수 없지! 그 대역죄인은 어디에 있는가? 

홍행수 : 화산으로 간다 했으니 필시 노들나루로 갔을 것입니다.

             서둘러 포졸을 풀면 큰 공을 세우실 수 있을 겝니다. (크게 웃는다)

포도대장 : 공? 지금 공을 세우는 것이 문제인가? 대역 죄인을 은닉하려 들다니!

                 내 양행수 뭔가 음흉스러운 눈빛이 처음부터 마음에 들지 않았네! 언젠가 이런 일을 칠 줄 알았어!

                 여봐라! 밖에 아무도 없느냐! 있는지 없는지 대답을 해!


홍행수 비릿하게 웃고,

뒤에 앉은 박행수 공행수 못내 찜찜하다.



S#53. 매향루 별채, 아침

           

월향 이나영에게 장옷을 건넨다.  


이나영 : 신세가 많았습니다. 

월향 : 나리께선... 말씀을 그리 하셨어도... 아씨를 따라나서실 겁니다... 

이나영 : (슬픈 미소) 그러기엔 그분 상처가 너무도 깊습니다. 부디 나리를 부탁합니다.



S#54. 매향루 마당, 아침

           

대문 앞에 양만오 서 있다.

마루까지 나온 월향 허리 숙인다.

이나영 잠시 월향 보다 양만오에게 간다.


양만오 : 노들나루에서 강을 건너는 것이 좋겠습니다. 화산으로 가려면 그쪽이 빠를 것입니다. 

이나영 : (슬쩍 문쪽을 본다) 

양만오 : 나리는 오지 않을 것입니다. 

이나영 : (끄덕이고는 보며) 양행수가 있어 가는 길이 든든합니다. 

양만오 : 아씨... (뜨거운 눈빛) 

이나영 : (눈길 피하며) 서두르시지요.

양만오 : 저도 아씨와 함께 같은 길을 가고자 하니... 마음이 새롭습니다. 

이나영 : (미소)

상천 : (다급하게 달려와 칼 내밀며) 계주님! 포청 군사들입니다!


종사관과 포졸들과 들이닥친다. 

당황하지만 침착하게 이나영과 눈빛을 주고받는 양만오, 상천과 이나영을 보호하고 대치한다.


종사관 : 대역죄인을 빼돌리려 하다니, 간이 배 밖으로 나온 놈 아니냐! 포박하라!


포졸들 다가오면, 칼을 빼어드는 양만오와 상천.


종사관 : 저, 저런 고얀 놈을 봤나! 천한 장사치 주제에 감히 칼을 들고 설치다니! 모조리 베어 버려라!


칼을 뽑아드는 포졸들, 대치하는 양만오와 상천.

포졸들 달려든다.

한바탕 칼바람이 인다.



S#55. 매향루 후문 앞, 낮

           

도망쳐 나오는 이나영과 양만오, 상천.

다른 쪽에서도 포졸들 몰려온다.

마당에서도 다가오는 종사관과 포졸들.

난감한 일행들 말발굽 소리에 돌아보면 박상규 말들을 끌고 달려온다. 

이나영을 말에 태우고 각자 말에 올라 박차를 가하고 출발하는 일행들.

쫓아가는 포졸들 뒤로 보고 있는 월향.


월향 : (미소) 가실 줄 알았습니다... 분명 함께 가실 줄 알았습니다... 



S#56. 대비전, 낮 


한상궁 : 성문을 빠져나갔다 합니다. 

대비 : (끄덕인다) ... 

박상궁 : 포청에서 토포에 나선 것은 한상궁이 지시한 일인가? 

한상궁 : 도술이란 자가 쓸데없는 짓을 한 듯합니다. 

대비 : 운이 좋은 계집이 아니냐? 잘 빠져나갈 것이야.

한상궁 : 저는 여전히 이해할 수 없습니다, 마마. 계집을 놓아주시다니요?

대비 : (차갑게 웃는다) 숯덩어리가 되고 싶은 게야? 자넨 그저 내가 시키는 일만 잘 하면 될 터! 

한상궁 : (조아린다) 예, 마마...



S#57. 수수밭, 낮 

           

상천 말 고삐들을 잡고 물을 먹이기 위해 개울가로 간다. 

셋 사이에는 어색함이 흐르는데 한 무리의 아이들 까르르 웃으며 지난다.

아이들을 보며 미소 짓는 셋.

잡기 놀이를 하며 수수밭으로 들어가는 아이들. 술래를 피해 도망가는 아이들이 여기저기 뛰어다닌다.

술래가 막 한 아이를 보고 달려가는데 수수밭 끝, 어른 키 정도의 둔덕아래가 순간 나타나고

술래 짤막한 비명과 함께 떨어지려는 찰아 이나영 아이를 잡는다.

울먹이는 아이.

박상규 양만오 다가온다.


이나영 : (토닥여주며) 괜찮아. 다음부턴 조심하렴. 


아이 수수밭으로 들어간다.

어지럽게 흔들리는 수수들... 


박상규 : 아이가 다치지 않아 다행입니다.

이나영 : 우리의 처지도 저 수수밭의 아이들과 다르지 않습니다. 언제 어디서 낭떠러지가 나타날지... (박상규 본다)

             걸인도 물고기를 잡는 어부도 저희와 그 처지가 다르지 않겠지요.

양만오 : 낭떠러지에서 아이 하나 건져 올리는 것이 조선 백성 모두를 구하는 것과 같다 할 수는 없지요.

박상규 : (미소) 우리에게 그럴 만한 힘은 없지만, 그 일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작은 보탬이 될 수는 있을 것입니다.


셋 숙연한데, 아이들 수수밭 사이로 목을 쏙 내민다.

박상규 호랑이처럼 어흥 소릴 내자 아이들 까르르 웃으며 다시 수수밭으로 들어간다. 

양만오 실소하고 이나영 재미있다는 듯 미소 짓는다.

박상규 슬쩍 미소 짓는다.



S#58. 빈청, 낮 


심민구 : 명을 받고 토포에 나선 것은 아니다? 

포도대장 : 대역 죄인이 아닙니까. 그들을 놓치긴 했으나 조만간 체포했다 소식이 들릴 것입니다. 

심민구 : (강극수보고) 대비전에서 명이 없었단 말인가? 

강극수 : 즉위식 전까진 일절 군사이동이 없어야한다는 엄명만 있었습니다. 

심민구 : 이상한 일이야... 계집이 살아있는 걸 알고도 별 움직임이 없다? 

홍만기 : 그러고 보니 이판도 보이질 않습니다.

신성두 : 혹... 화산 채승환대감에게 간 것은 아닐까요?

심민구 : 그렇다면 더욱 이상한 일 아닌가. 이판이 화산 외영군을 움직이려 하는데 군사이동을 금하다니...

             (신음 토하며) 모를 일이야, 모를 일... 



S#59. 화산성 성문 앞, 밤 

           

말을 멈추는 박상규 등.


양만오 : 저는 이곳에서 계원들을 기다려야 하니 먼저 가십시오. 채승환 대감이 계신 곳은 알고 있습니다. 심려치 마십시오.

            

이나영 고개 끄덕이고 앞장선다.

박상규 뒤따른다.  


양만오 : (상천에게) 대비전에서 도사 나리와 아씨를 화산에 가도록 두라 했다. 필시 속셈이 있을 것이다.

상천 : (긴장한다) ...

양만오 : 게다가 좌포청에서 나섰다는 건 우릴 쫓는 다른 무리들이 있을 수 있다는 뜻... 



S#60. 채승환 집 사랑채, 낮 

           

채승환 살기등등해 박상규와 이나영을 본다.  


채승환 : 나를 찾은 이유가 무엇이냐? 


이나영 품에서 장도 꺼낸다.

장도의 존재를 알고 있던 듯 놀라는 채승환.

칼집안에서 밀지 꺼내 건네는 이나영.

채승환 얼른 받아서 펴보더니 손이 떨린다. 


최인우 : 어필이 틀림없습니까? 

채승환 : (끄덕이고 떨리는 손으로 밀지를 들고 본다) 전하... 

이나영 : (눈물이 핑 돈다) 겨울이 오면 솔이 푸르른 것을 알 수 있다 명하셨습니다. 

채승환 : (슬프게) 그래, 과연 솔이 푸르른 것을 알았느냐? 

이나영 : 궐 안에 푸르른 솔은 남아있지 않습니다...

이재한 : (문 벌컥 열고 들어온다) 발칙하구나, 어디서 함부로 주둥일 놀리는 게냐. 


손에 들린 칼 금방이라도 잡아 뽑을 태세로 이나영에게 성큼 다가선다. 


채승환 : 그만두시게, 이판!

이재한 : 전하를 독살한 계집입니다.

채승환 : 전하의 유지를 가져온 자들 아닌가!

이재한 : 대감!

채승환 : (밀지 보며) 전하를 반대해온 모든 자들에게조차 새 조선을 직접 보게 하고 깨닫게 하라 하셨으니,

             이 어찌 어지신 성심이 아니겠는가.

최인우 : 비록 전하께서 그리 명하셨으나, 전하를 독살한 시해범을 살려둘 순 없습니다! 

채승환 : ... 

이재한 : 그렇습니다. 계집의 목을 효수해 전하의 원수를 갚았다 천하에 알려야합니다. 

채승환 : (신음하다가) 그리 해야 하는가... (둘 보는데)



S#61. 채승환 집 근처, 낮 

           

양만오 채승환의 집을 주시한다.

 수풀사이로 상천과 살주들 나타난다. 


양만오 : 알아보았느냐? 

상천 : 일대를 수색했으나 수상한 흔적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양만오 : (불길하다)


양만오 눈짓하자 상천과 살주들 조심스럽게 채승환의 집으로 향한다. 



S#62. 채승환 집 사랑채, 낮  

           

채승환 심각한 얼굴로 밀지 본다. 


박상규 : 밀지를 전하러 온갖 위험을 무릅썼거늘, 어찌 목을 친단 말입니까? 

이재한 : 닥쳐라. 국청 조사결과를 허위로 고한 자의 말을 어찌 곧이듣는단 말이냐?

박상규 : (분노로) 경면주사를 써 전하를 위태롭게 한 심의원을 이판께서 추천한 것을 압니다.

             이판께서는 그 경위를 설명해야하지 않습니까? 

이재한 : 어디서 함부로 입을 놀리는가? 대감!

채승환 : (쏘아보며) 그것은 단지 자네의 주장일 뿐, 알려진 사실과는 다르네.

             (이나영 보며) 저 아이가 전하께 독이 든 탕약을 올렸고, (박상규 보며) 자네는 그 사실을 숨기지 않았나...

박상규 : 대감! 

채승환 : (측은한 듯 둘을 본다)

이재한 : (칼을 뽑는다) 형장에 갈 것도 없습니다. (칼 뽑는다)

이나영 : (애타게) 저는 전하의 유지를 받아 제 할 일을 다 하였습니다. 부디 새 조선을 이루어 주십시오, 대감... 


채승환 눈을 감고 고개를 돌린다.

이재한 한껏 칼을 치켜든다.

돌연 채승환을 베는 이재한. 

박상규 이나영 놀라고, 가슴을 베인 채승환은 믿기지 않는다는 듯 이재한을 본다.  


채승환 : 자네가 어찌하여...

이재한 : (비장하다)

채승환 : ! (최인우 보며) 뭣하는가? 어서 이 역도를...

최인우 : (차갑게 채승환 본다)

채승환 : (놀라고 절망한다)

이재한 : 임금은 바뀔 수 있어도 하늘의 섭리를 어찌 어긴단 말입니까. 천한 상놈들을 위해 양반들이 희생해야 한다니요...

채승환 : ! ... 전하!

이재한 : 잘 가시오. 


힘껏 칼을 휘두른다.

채승환 스러진다.

이재한 차갑게 박상규 돌아본다.  


박상규 : (분노로 떨며) 국청을 세우자 한 것도,

             대비가 국문하시는 곳으로 군사들을 이끌고 난입한 것도 모두 대비와 내통했던 일이오? 

이재한 : 어찌 모든 것을 미리 알고 계획한단 말인가...

             계집 탓에 적잖게 당황했으나 어쨌든 우상 대감까지 제압했으니 나름 성과가 있는 게지. 

박상규 : 심의원을 시켜 전하를 시해한 것도 이판 짓이오? 

이재한 : 그것은 나도 모르는 일이네... (밀지를 집어든다)


박상규, 이나영 아차 싶다. 


이재한 : 깊고 깊은 구중궁궐이다. 비록 내가 대비전에 몸을 의탁했다 하나 언제 또 무슨 일이 있을지 모르네.

             (밀지 보이며) 이것은 그때를 위한 마지막 패인 셈이지.

이나영 : (부들부들 떤다) 전하... 


이재한 품에서 종이 하나 툭 던진다. 

이나영 그제야 이재한 소매에 수놓은 무늬를 알아 차린다.


이재한 : (알아차리고) 은인을 보았으면 예를 올리는 것이 도리 아니더냐? 


이나영 덜덜 턱이 떨린다.


이재한 : 이제 다 되었네... (최인우 본다) 

최인우 : (칼을 뽑고 다가온다) 

이재한 : 채대감은 너희들이 죽인 것이다. 이것으로 네가 할 일은 모두 끝났다.

이나영 : ! 


최인우 칼을 들어 내리치려는데 문풍지를 뚫고 수리검이 날아오고 그 중 하나가 최인우의 손목을 뚫는다.

이어 장지문이 부서지고 상천과 양만오가 들이닥친다.  



S#63. 채승환집 마당, 낮 

           

양만오 이나영을 허리에 끼고 훌쩍 마당으로 내려선다. 

박상규 황급히 따라나서고, 상천 이재한과 칼을 나누며 마당으로 피한다. 

마당에는 경계를 서던 군사 서넛이 바닥에 쓰러져 있고, 살주들 주위를 경계하고 있다. 


이나영 : (넋이 나갔다) 이럴 순 없습니다... 이럴 순... 

양만오 : 우선 몸을 피하셔야합니다.

이재한 : (따라나오며) 게 아무도 없느냐? 역도들이 채대감을 살해했다. 


손목을 움켜쥔 최인우 나와 호각을 분다.  


양만오 : 뒷문으로 간다.  



S#64. 채승환집 뒷문, 낮 

           

뒷문 요란하게 열리고 살주들 튀어 나온다.

달려오던 군사 둘을 제압한 살주들. 

이어 양만오 이나영과 박상규 상천이 뒤를 따른다. 

먼곳에서 함성소리 들여온다.

돌아보면 기마대와 군사들 몰려온다.   

양만오 이나영을 호위하며 뒤쪽으로 빠지자 상천과 살주들 그 앞을 막아선다. 

최인우 손짓하자 기병들 사이로 조총부대가 신속하게 전진해 상천들을 겨냥한다. 

일그러지는 양만오들. 

총을 장전하는 조총부대. 요란한 소리와 함께 조총이 불을 뿜고 살주 서넛이 맥없이 쓰러진다.

상천의 수리검 날아가고 살주들 칼을 들고 달려 나간다.

사격을 마친 조총부대 사이로 다시 또 조총부대가 나와 살주들을 향해 사격을 개시한다.

바닥을 뒹구는 살주들.

양만오, 박상규와 이나영을 말에 태우고 뒤를 따른다. 

흘낏 그 모습을 본 상천 팔에 흐르는 피에는 아랑곳 하지 않고

사격을 마치고 장전하는 외영군을 베고 넘어 최인우를 향해 달려간다. 

최인우 예상치 못한 반격에 당황하나 기병대 상천을 향해 편곤과 철퇴를 휘두르며 달려든다.

가까스로 몸을 피하는 상천, 그러나 조총부대와 칼을 나누던 살주들 기병대에게 전멸한다.

성난 상천 칼 바투 쥐고 달려들려는데 이미 조총부대의 총구가 자신을 겨누고 있다.

불을 뿜는 총구, 상천 급히 수풀 사이로 몸을 날린다.

말을 타고 빠져나가는 상천. 뒤를 쫓는 기마대.



S#65. 들판, 낮

           

쫓고 쫓기는 기마대와 이나영들.

마상총에 이나영 말이 쓰러진다.

떨어진 이나영을 박상규 말에 태우고 달린다.

박상규 등에 기댄 이나영.

죽음을 앞두고서야 비로소 상규를 다시 껴안아 보는 이나영.

둘을 애써 외면하는 양만오.



S#66. 산 언저리 호숫가, 낮.

           

말에서 내리는 네 사람.


양만오 : 서장대를 비껴 산을 넘으면 화산을 빠져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이나영 : 채승환 대감이 죽었습니다... 전하의 소망이 사라졌어요... 

박상규 : (안스럽게 본다) 낭자... 

이나영 : 도성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박상규 : (황급히 이나영을 잡으며) 낭자 정신을 차리십시오. 낭자? 

이나영 : (슬픔에 멍해지며) 가서 전해야 합니다. 전하께서 수은 독에 승하하시고, 채승환 대감이 무참하게 살해당했다고...

박상규 : 낭자 제발 정신을 차리십시오.

양만오 : 아씨!

이나영 : 이대로 조선의 운명이 뒤바뀌도록 둘 수는 없습니다...

양만오 : (두손으로 이나영을 두 뺨을 감싸 잡아 눈을 가까이 마주쳐 쏘아보며) 아씨! 제발!

박상규 : 무슨 짓이냐? 

양만오 : (돌아보고) 우선 이곳을 벗어나야 합니다! (나영) 아시겠습니까?


이나영 겨우 진정하고 고개를 끄덕인다.

박상규 그런 이나영을 안타깝게 본다.

말을 버리고 산으로 오르는 네사람.



S#67. 산중 동굴, 밤 

           

양만오 동굴 입구에서 주위를 살피고 있다. 


상천 : 날이 밝으면 추격이 시작 될 것입니다. 잠시 눈을 붙이십시오. 

양만오 : 계원들은... 

상천 : ... (애써 담담하게) 살아남으면 언젠가 다시 만나 후일을 도모하자 일렀습니다.  


양만오 무거운 발걸음으로 동굴 안으로 들어간다.

동굴 안 박상규 놀라 장도를 꺼내 든 이나영 보고 있다.

양만오 황급히 다가선다.  


이나영 : 백번 죽어도 제가 세상에 지은 죄를 씻지 못하겠지요. 여죄는 죽어 받도록 하겠습니다... (장도 천천히 치켜든다)

박상규 : (얼어붙어) 낭자! 이게 무슨 짓입니까?

이나영 : (슬프게 본다) 저승에서조차 도련님을 뵐 수 있을지요.

박상규 : 칼을 내려놓으십시오.


어느새 달려든 양만오, 이나영 손목을 잡는다.


양만오 : 아씨를 살리기 위해 희생된 목숨들도 많다는 걸 잊지 마십시오! 

이나영 : !

박상규 : 살아 할 수 있는 일이 있을 것입니다. 스스로 목숨을 버리다니요!

이나영 : 제가 이제... 무얼 할 수 있겠습니까?

박상규 : 버리지 아니하면, 끝까지 포기하지 아니하면 결코 사라지지 않는 것이 소망 아닙니까... 

양만오 : 어서 칼을 버리십시오. 다시 찾지 못할 것이라면 애초에 소망이라 부르지 않았을 것입니다.


이나영 두 사람 보며 스르르 손에 힘이 빠진다. 바닥에 떨어지는 장도...  


상천 : (서둘러 와 다급히) 자리를 뜨는 것이 좋겠습니다, 계주님. 



S#68. 구릉, 낮 

           

모두 혼신의 힘을 다해 달아나지만 거리를 좁혀 오는 외영군들.


상천 : (양만오에게) 제가 시간을 벌겠습니다. (모두에게) 산을 넘으면 배를 준비해두었습니다.

양만오 : (아프게 본다) 

상천 : (양만오에게 악수를 청한다) 살아남은 계원들을 보살펴주십시오... 그것이 계주님께서 하실 일입니다.

양만오 : 살아있거라... 죽어서는 좋은 세상을 볼 수 없다.

상천 : (미소) 저 이미 계주님과 함께 그 세상을 보았습니다. (이나영에게) 소망이라는 것... 부디 이루시기를... (돌아선다)


상천의 뒷모습 보다 급히 돌아서는 양만오.

박상규 안타깝게 보다가 돌아서 간다.

멀리 하늘을 보다 군사들을 향해 달려 나가는 상천. 



S#69. 구릉 정상, 낮  


양만오 : 조금만 힘을 내십시오. 


숨을 몰아쉬다가 놀라 보는 박상규, 이나영.

살주계들을 이끌고 나타나는 도술.


도술 : 이보게 양행수... 

양만오 : (돌아보는데 놀랍다)

도술 : (차갑게 웃는다) 꼴이 말이 아니군...

양만오 : (아차싶다) 이미 제 자리를 차지하셨을 터인데 어찌하여 예까지 절 찾아오셨습니까? 

도술 : 자네 죽은 걸 확인치 않고서야 내 어찌 편히 잠을 잘 수 있겠는가? (살주들 도술의 눈짓에 다가서나)

양만오 : (무섭게 노려보며) 감히 너희들이 나를 어찌할 수 있을 것 같으냐? 


살주들 주춤한다.  


도술 : 이보게... (칼을 뽑아 회초리처럼 휘두른다) 자네에게 검을 가르친 게 바로 나 아닌가...

양만오 : (입술을 깨문다) ... 

도술 : 우린 원하는 것을 모두 얻었네. 조선 백성 대부분이 우리 곡식으로 배를 채우고,

          우린 그 이윤으로 양반 사대부 못지않은 권세를 누릴 일만 남았는데, 왜 이런 무모한 짓을 한 게야?


칼을 양만오에게 겨눈다.

살주들 다가온다. 

이나영 안타깝게 본다. 


양만오 : (박상규에게 칼을 하나 던져주며) 무엇하십니까, 나리!   


박상규 비장하게 눈빛 주고 받고, 이나영과 반대쪽으로 달린다.


도술 : 그래, 그 빌어먹을 사랑... 저승길에 실컷 하시게나. 

양만오 : 한가지 모르시는 것이 있습니다. 

도술 : ? 

양만오 : 그 빌어먹을 사랑이... 가장 큰 힘이 된다는 것입니다. (달려든다)


단숨에 서넛을 베어내는 양만오, 그러나 점차 밀린다.

이어 도술까지 가세하자 양만오 몸 여기저기서 피가 흐르기 시작한다. 

괴성을 지르며 양만오를 덮치는 도술. 


 

S#70. 낮은 구릉, 낮  

           

박상규 이나영 달리는데 멀리 나타나는 기마대와 조총부대.

얼른 뒤돌아 다른 쪽으로 달린다.

조총을 발사하는 소리 이어진다.

박상규 연신 뒤 돌아보며 붙잡고 뛰는데, 이나영 얼굴이 창백하다. 


박상규 : 조금만 힘을 내십시오. 숲으로 가면 쉬이 찾지 못할 것입니다.

이나영 : 저는... 잠시 쉬어야겠습니다.


이나영의 입가에 흐르는 피... 박상규 놀라서 본다.  

어느새 이나영의 가슴이 붉게 물들어온다. 


박상규 : (절망한다) 낭자... 

이나영 : 저는 지쳤습니다... 도련님이라도 어서... 

박상규 : 안돼... 안돼... (이나영을 끌어안는다)

이나영 : 도련님의 품은 언제나 이리 따스했습니다... 

박상규 : 눈을 뜨십시오, 낭자... 

이나영 : (가늘게 눈 뜨며) 저도... 살고 싶습니다.... 저도... 도련님과 살고 싶었습니다...

             부디 살아...  좋은 세상을 보십시오... 


이나영 피를 토하며 희미하게 미소 짓는다. 

박상규 이나영을 안고 고통스럽게 절규한다. 메아리치는 절규... 

외영군 지척까지 달려왔다.


박상규 : 어떻게 다시 만났는데 이렇게 떠나십니까? (이나영을 눕히며) 왜... 모두 떠나는 겁니까?

             (칼을 들고 옷을 찢어 칼자루를 쥔 손에 묶는다) 살아선 가질 수 없는 소망이기 때문입니까? 


외영군 달려온다. 


박상규 : (마지막으로 나영 보며) 허면... 죽어 가질 수밖에요... 


달려드는 군사들.


박상규 : (절규한다) 낭자!


미친 듯 외영군을 베어 쓰러뜨리는 박상규의 처절한 눈빛.  

박상규 희미하게 미소 짓는가 싶더니 피투성이가 되어 울컥 피를 토한다. 


박상규 : (웃는다) 이제... 제가 품은 소망을 아무도 막지 못하겠지요... 


털썩 쓰러진다.

돌아보면 쓰러진 이나영 자신을 보며 미소짓는 듯.

이나영을 향해 손을 뻗으려 하나 몸이 말을 잘 듣지 않는다.

있는 힘껏 이나영을 향해 기어가는 박상규.

이나영 미소 지으며 힘겹게 끄덕여 준다.

박상규 나영 보며 힘겹게 끄덕인다.

고통을 참으며 미소 지으며 끄덕이며 기어가던 손 끝이 허공에 떨리다 멈춘 듯한 순간 푹 꼬꾸라지는 박상규.

힘겹게 끄덕여주던 이나영, 피를 울컥 토하면서도 끝까지 끄덕이다 눈 감는다.



S#71. 구릉, 노을 

           

무거운 발소리...

서로를 향해 손을 뻗은 박상규와 이나영 앞에 누군가 선다. 

온몸이 상처투성이인 양만오.

절뚝이며 이나영에게 간다. 

이나영을 안고 머리를 쓰다듬어본다. 


양만오 : 이제야 겨우... 아씨를 갖게 되었습니다...  


양만오 이나영을 안고 웃는 듯 하다가... 오열한다.

나영을 안아올려 힘겹게 일어서는 양만오.

아주 힘겹게 한 걸음씩을 떼어 박상규 옆으로 가 그 옆에 눕힌다.

슬프게 보다가 두 사람 모두를 끌어안고, 둘의 손을 함께 쥐어주는 양만오.

마치 둘의 사랑을 지켜주듯 하늘을 보며 절규하는 양만오.


양만오 : (E) 평생을 내 가슴에 품고 살았던 한 여인... 그 여인이 평생을 가슴에 품었던 한 사내를,

             그 둘이 함께 품었던 작은 소망과 함께... 그 여인 곁에 묻었소...

             나는 이제 그들과 함께 묻은 그 소망을 잊을 것이오. 어쩌면 그 둘을 잊고 싶을 것인지도 모르지만...

             하지만 먼훗날, 그들을 묻은 자리에서 싹이 나고, 그 싹이 온 세상을 뒤덮는 우거진 나무로 자라난다면...

             나는 그 사내와 여인을 기억할 것이고, 어쩌면 다시 소망을 품어 볼 것이오...


붉게 물드는 노을... 세상을 삼킬 듯 커다란 태양이 천천히 지고 있다. 



S#72. 편전, 낮  

           

대비 어린 임금과 함께 용상에 앉아 있다.

줄지어 선 신료들 하나씩 계단을 올라 어린 임금 앞으로 가 허리를 숙인다. 


이재한 : 왕실과 종사를 위해 목숨을 바쳐 충성을 다하겠습니다. 

대비 : 경이 고생이 많았소. 

이재한 : 과찬이십니다, 마마. 

대비 : 밀지는... 찾으셨소? 

이재한 : (엷게 미소) 찾지 못했습니다... 

대비 : (미소로 답한다)


이재한 허리를 숙이고 물러나면 심민구 다가와 허리를 숙인다. 


심민구 : 애석하게도 채대감이 급사했다는 소식입니다.

대비 : 저런 쯧쯧쯧... 경께서 앞으로 수고를 많이 해 주셔야겠어요.

심민구 : 충심을 다해 모시겠습니다, 마마.


강극수 신성두 한두희를 비롯한 신료들이 차례로 대비 앞으로 가 허리를 숙이고 충성을 맹세한다. 


강극수 : (계단을 내려서며 다가와 속삭인다) 계집이 화산에 가는 것을 그냥 둔 것은 이재한 때문이었다니... 

             (이재한 보며) 무서운 자가 아닙니까... 

심민구 : 오래가지 못할 것이야.

홍만기 : ? 

심민구 : 얼마나 많은 자들의 피가 흘렀는가... 

홍만기 : 헌데 선대왕께서 수은중독으로 승하했다는 소문이 있습니다. 그건 대체 누가... (눈치 본다)

심민구 : ... 알아 무엇하시게? 임금은 지병으로 죽었네. 시간이 지나면 금새 모두에게서 잊혀지고, 역사 속으로 묻힐 걸세.

             그걸로 끝인 게야.



S#73. 박상규 집 사랑채, 낮 

           

초췌한 모습의 박인빈 허탈한 표정이다. 

천천히 일어서면 그 앞에 기둥에 매단 올가미...

박인빈 쓸쓸하게 미소지으며 보다 손을 뻗는다. 



S#74. 주막 근처 산 등성이, 낮  

           

월향 무덤 위에 난 잡초를 뽑는다. 

두 개의 무덤이 나란히 서 있다. 

몸을 일으켜 허리를 토닥이는 월향 배가 불룩하다. 

그 뒤에 먼 산을 보는 상인, 양만오다. 


월향 : 인사를 올리시지요? 


양만오 힐끔 돌아봤다가 다시 길게 이어지는 산등성이로 시선을 옮긴다. 


월향 : 이승에 남은 자가 저승으로 간 자를 질시하면 아니되지요... 


양만오 돌아서 보기만 할 뿐 다가가지 않는다.  


월향 : (다가와) 멀리 가신다 들었습니다. 

양만오 : ... 어디든 여기 조선이 아닌 곳으로 갈 것이네. 

월향 : 그러시군요... 

양만오 : 따라 나서겠다면 내 기루 정도는 하나 열어줄 수 있네.  

월향 : 고맙습니다...  허나 전 이곳을 떠날 수 없습니다. (배를 만진다)

양만오 : ... 

월향 : 이 아이에게 아비가 소망하던 세상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혹여 이 아이가 그 세상을 보지 못한다 해도, 이 아이의 자식이 두 분 원하시던 그 세상에 살겠지요. 

양만오 : 부질없네...

월향 : ... 그리 한 번 소망해 보는 겝니다...  


양만오 물끄러미 무덤 보다 돌아선다. 

월향 여전히 무덤 보고, 볼에는 회한의 눈물이 흘러내린다.  

        

" 한성별곡-正을 사랑해 주신 애청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출처 : 대본과시나리오사이*

http://cafe.daum.net/ygy2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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