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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2] 17 - 유토피아를 꿈꾸며 잠들다

작성자수다쟁이|작성시간06.05.27|조회수1,103 목록 댓글 0

[학교2] 17 - 유토피아를 꿈꾸며 잠들다











씬1. 학교옥상 (N)


어두운 옥상... 을씨년스러운 바람 소리... 빈 석수통 하나가 떼구르르르 구르며 누군가의 발끝에서 멈춘다.

그 곳에 양팔로 무릎을 감싸안은 자세로 앉아있는 민정... 무릎 위에는 스무장 정도의 종이뭉치(유서겸 일기)가 올려져있고,

그 위에는 민정의 귀에 꽂힌 이어폰과 연결된 카셋트가 놓여있다.

민정에게 후욱- 달려들어 머리카락을 날리는 바람...

순간 가만히 바닥에 종이뭉치를 내려놓는 민정... 책가방으로 종이를 가볍게 눌러놓고,

한손에 카셋트를 쥐고는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난다.


민정 : (N) 난... 많은 걸 바라는 게 아니야... 그냥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맘대루 듣구 싶었을 뿐이야...

         내 인생이 숫자로 점수 매겨지는 게 싫었을 뿐이야...


카셋트 버튼을 누르면 시작되는 음악... (camel의 long goodbyes)

그 음악 소리에 맞춰 옥상끝으로 가서 서는 민정.



씬2. 학교 건물 외경 (N)


옥상끝... 바람에 교복 치마자락을 날리며 서있는 민정의 모습...


민정 : (N) 난 지금 친구가 필요한데... 가슴 시린 사랑두 한 번 해보구 싶은데.. 왜 지금은 안된다는 거지?



씬3. 학교 옥상 (N)


텅빈 옥상 위로 후우욱- 불어오는 바람... 가방에 눌러놓았던 종이들 휘리리릭 거린다.


민정 : (N) 우린 지금 심장이 가장 뜨거운 나인데, 왜 자꾸 차갑게 식히라고만 말하는거야...?


텅텅텅--- 소리를 내며 굴러가는 빈 석수통... 옥상 끝에 와서 멈추면..

민정의 모습 이미 사라지고 없는 텅빈 공간... 결국은 가방 밑을 빠져나와 바람에 어지럽게 흩어지는 종이들...


민정 : (N) 난 정말 모르겠어... 해두 안되는 일이 있는데 왜 무조건 하면 된다, 안되면 되게 하라고 말하는 건지...

         왜 공부가 가장 쉽다고 말하는 건지... 너무 답답해... 대학이 모든 사람이 꿈꿔야 할 유토피아는 아니잖아...?


민정이 서있던 텅 빈 공간 위로 종이 한 장이 팔랑팔랑 내려앉는 위로 스산한 바람소리... (디졸브)



씬4. 학교 교정 (이른 아침)


아무 일도 없었던 듯 평화로운 교정. 여학생 한명이 텅 빈 교정을 오르고 있다.

어디선가 이어폰에서 새어 나오는 듯한 음악소리...(씬1과 같은 음악)

여학생이 카메라 쪽으로 다가올수록 음악소리 점점 더 가까워지고...

문득 그 자리에 멈칫 서는 여학생. 그 시선으로 보면 바닥에 눈처럼 흩어져 있는 하얀 종이들...

여학생 고개 한 번 갸웃하고는 하나씩 줏어가며 앞으로 가는데, 문득 어떤 느낌에 옥상 쪽을 올려다 보는 여학생...

그 위에서 유영하듯 팔랑팔랑 내려오고 있는 종이 한 장....

그 종이가 내려앉는대로 시선 따라가다가 보면, 바닥에 축 늘어져있는 손...

그 손 위에 아무렇게나 걸쳐져 있는 이어폰... 그 이어폰에서 새어나오고 있는 음악....

순간 공포감에 하얗게 굳어버리는 여학생... 어느순간 꺄아아악- 소름끼치는 비명소리가 평화로운 교정을 덮치는데서,

타이틀 '유토피아를 꿈꾸며 잠들다'



씬5. 교문 앞 (D)


이제 슬슬 북적이기 시작하는 거리.

등교하고 있는 정연. 아이들 웅성이는 소리에 ? 해서 보면 학교 앞에 서있는 경찰차.

정연 고개 한 번 갸웃하고는 교문 안으로 들어간다.



씬6. 교정일각 (사고현장/D)


걸어오던 정연, 문득 그 자리에 멈칫 선다.

저만치 웅성이며 모여있는 사람들. 형사, 경찰, 광도 등... 현장 통제를 하고 사진을 찍는 등 어수선하고.

정연, 무슨 일인가 싶어 다가가려는데 그 앞을 가로막아 서는 광도.


광도 : 이쪽으룬 못 가니까 저 쪽으루 돌아가.

정연 : 왜요?

광도 : 가라면 가지 웬 말이 그렇게 많아!

정연 : ... (기분 상해서 뒤돌아 몇발자국 가다가) 지민아?

지민 : (적당한 곳에 정신이 나간 듯 멍한 표정으로 앉아있다가) ?

정연 : (다가와서 살피며)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지민 : 사...사람이... 죽었대...

정연 : (띵한) 뭐?

지민 : 그저께 토요일날 옥상에서 떨어져 죽었대.

정연 : 지민이 니가 아는 사람이야?

지민 : 어... (멍하니 정연 보며) 너... 너두 잘 아는 사람이야...

정연 : 나두? (차분하려 애쓰며) 누군...데?

지민 : (침 한 번 꼴깍 삼키고) 가...강...민...정.

정연 : (순간 심장이 쿵 내려앉는) 누...누구?

지민 : 일학년 때 너랑 같은 반이었던... 민정이.... 강민, (하는데)

정연 : (다리가 후두둑 꺾이며 그대로 주저앉는)

지민 : 정연아!

정연 : (멍한 표정, 공포와 충격으로 떨리는)



씬7. 교무실 (D)


사건조사로 부산스러운 실내.

유란, 책상에 앉아 부들부들 떨고 있고, 정희 뜨거운 차 만들어 와서 유란에게 건네주며 다독이고,

민주 걱정스런 표정으로 유란 위로하고 있다.

막 인화해온 현장사진 들고 와서 '현장사진 나왔어' 넘기는 형사2, 핸드폰 울리면

'네 반장님. 지금 사건현장입니다' 하면서 밖으로 나가고.


형사1 : (직업적으로 현장 사진 빠르게 넘겨보며) 타살은 아닌거 같고, 자살이 확실한거 같습니다.

           이 자식, 실패 할까봐 미리 수면제까지 먹었어요. (명교감에게 사진 보여주며) 여기 석수통 보이시죠?

           여기다 수면제를 타서 마셨어요.

명교감 : (눈 감고)

형사1 : (사진 좀 더 보다가 챙기며 유란에게) 담임선생님이시죠?

유란 : (좀 긴장하는) 네.

형사1 : 혹시 사건 당일날 무슨 일 없었습니까?

유란 : 네? 무,무슨 말씀이신지 잘...

형사1 : 좀 심하게 꾸중을 하셨다거나, 체벌을 하셨다거나

유란 : (O.L) 아, 아니요. 그런일 없었는데요.

형사1 : (살피듯 보는데)

형사2 : (들어와서 형사1에게) 큰일인데?

형사1 : 무슨 일이야?

형사2 : 유서가 바람에 날라가서 일부가 없어졌어. 총 스물다섯장 정도 되는 거 같은데

           최초 목격자가 줏은 거까지 열장 밖에 확보가 안됐는데?

유란 : (보는데서)



씬8. 2학년 5반 교실 (D)


민정의 자살 이야기로 들끓고 있는 교실 안.

그 속에 멍한 표정으로 앉아있는 정연. 지민과 성제 걱정스럽게 보고 있는데,


용구 : 아침에 일찍 온 애가 봤는데 이어폰을 꽂구 죽어있더래. 죽음 앞에 너무 여유롭고 멋지지 않냐?

애라 : 겁도 없다. 어떻게 토요일 오후에, 것두 아무도 없는 학교에 혼자 남아있다가 떨어져 죽을 생각을 했지?

용구 : 어쩜 혼자가 아니었을지도 모르지.

애라 : 그게 무슨 소리야?

용구 : 누군가 뒤에서 확 밀었을 수두 있잖아.

흥수 : 이용구. 목욕탕 가서 니 등이나 확 밀어. 시덥잖은 소리 그만하구.

유미 : (한술 더 떠) 그럴 수두 있겠다. 강민정 개 우리학교 전교 일등으루 들어온 애잖아. 혹시 전교 이등하는 애가 뒤에서 확,

용구 : 너 언제적 얘길 하는 거야 지금. 강민정 현재 스코어는 전교 49등이야.

애라 : 그럼 인생의 내리막길에서 좌절하다 결국 자살을 결심한 건가?

동일 : (듣고 있다가 좋게) 저기... 죽은 사람 얘기 함부루 하는 거... 좀 듣기 그렇다.

         아직 사고산지 자살인지 확실히 밝혀지지두 않았잖아.

성제 : 그래 이제 그만 하자. 자살이건 사고건 조용히 애도해 주는 게 죽은 사람에 대한 예의 아니겠냐.

         정연이랑 친한 친구면 우리 친구두 되는 건데...

아이들 : (그제서야 정연을 보면) ...

정연 : ... (어두운)



씬9. 교무실 (D)


회의 중인 교사들. 유란 창백해진 모습으로 그저 고개 떨구고 앉아있다.


명교감 : 이번 일루 학교 전체가 시끄러워지지 않도록선생님들이 정신 똑바로 차리고 중심을 잡아주셔야 겠습니다.

교사들 : ...

명교감 : 특히, 수능 원서접수가 얼마 안남은 고삼들. 괜히 마음의 동요 일으키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써주시고,

            쓸데없는 루머가 떠돌지 않게 학생들 입단속 철저히 시키세요. 그리고 이재하 선생님.

재하 : 네.

명교감 : 당분간 옥상은 패쇄시킬 테니까 그런줄 아시고 영화반 놈들에게는 적당한 핑계를 대십시오.

재하 : ...알겠습니다.

명교감 : 윤유란 선생님.

유란 : 네...

명교감 : 일교시 수업 하실 수 있겠어요? 흐트러진 모습 보일꺼 같으면 다른 선생님이랑 시간표 조절을 좀 해보시든가요.

유란 : ... (침울할 뿐인데)

정희 : 그렇게 해. 어짜피 이따가 학생 보호자랑 조서 꾸미러 수사과에 갔다와야잖아.

         오후수업 부터 들어갈 수 있도록 한 번 조정해보자구.

명교감 : 자 그럼, 모두들 평상심을 잃지 말고 수업에 임해 주시기 바랍니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강조) 이번 일은 실족으로 인한 사고삽니다.

교사들 : ... (보는데서)



씬10. 2학년 5반 교실 (D)


칠판에는 '오늘 조회, 종례 없음'이라고 써있고. 아이들 민정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로 웅성거리고 있다.

이때 교실문 열리고 들어서는 일평. 아이들 자리로 가서 앉고.

지민 일어나서 경례한다.


일평 : 저번 시간에 어디까지 했지? (하는데)

유미 : (도저히 궁금해서 못 참겠다. 손들며) 선생님.

일평 : 뭐야?

유미 : 자살한 애 왜 죽은 거예요?

일평 : 뭐?


순간 기다렸다는 듯이 여기저기서 마구 질문을 쏟아내는 아이들.

'약 먹었다는데 사실이예요? 혼자가 아니라 둘이었다는데 진짜예요?

유서엔 뭐라고 써있대요? 성적 때문에 비관해서 죽은거 맞아요?

교무실에 잠입해서 성적표 고치다가 들키니까 떨어져 죽은거라던데 진짜예요?' 등등...

쏟아지는 질문에 일평, 잠시 당황스러워서 고개만 둘레둘레 쳐다보다가 어느순간 정신수습하고 출석부로 교탁을 탕탕 치며,


일평 : 조용히 해! 조용히 못해!!

아이들 : (조용해지면)

일평 : 자살은 누가 자살했다는 거야 지금?

정연 : ! (순간 보고)

아이들 : ? (보는데)

일평 : 혼자 남아서 공부하다, 바람에 날아가는 프린트물 잡다가 그렇게 됐대.

         그러니까 바람 부는 날엔 니들두 옥상 올라가지마. 알았어? 교재들 펴. (판서 시작하고)

용구 : 지금 저걸 믿으라구 하는 소리냐?

흥수 : 유치하다 못해 찬란하기까지 하다 진짜.

일평 : (판서하다 확 돌아보며) 누구야? 누가 이렇게 떠들어?

용구, 흥수 : (입 다물고 고개 팍 숙이는데)

일평 : (돌아서려다가) 얼씨구? 거기 뒤에 이어폰 꽂은 놈, 그거 들구 이리 나와.

정연 : ! (돌아보는데서)



씬11. 1학년 8반 교실 (회상/D)


화면 시작되면 귀에 이어폰 꽂고 창밖 보고 앉아있는 민정. 옆에 짝이 툭툭 치면, 그제서야 이어폰 뽑으며 교탁 쪽을 본다.

민정에게 집중되어 있는 아이들의 시선. 그 속에 정연의 모습도 있고. (모두 일학년 때의 모습-동복차림?)


일평 : 얼른 안나와!!

민정 : .... (카세트 들고 교탁 앞으로 나오면)

일평 : 일등으루 들어온 놈이 자알한다 자알해.

민정 : (눈 감아버린다. 지겹게 들어온 말이다)

일평 : 너 요즘 수업태도가 왜 이 모양이냐? 성적이 바닥으루 곤두박질치면 자꾸 올릴 생각을 해야지. 너 대학 가기 싫어?

민정 : ...

일평 : (카세트 챙기며) 이따 교무실루 찾으러 와. 들어가!

민정 : (꾸벅 인사하고 가는 위로)

일평 : 쯧쯧. 들어올 때만 일등으루 들어오면 뭐해! 그 성적 죄 까먹구 아깝지두 않냐 너는?

민정 : (자리에 앉는)...

정연 : (민정 보며) ...



씬12. 교정 일각 (회상/D)


우울하게 교정을 바라보고 앉아있는 민정. 정연이 다가와도 모르는체 교정만 바라보고 있다.


정연 : ... 어디 아퍼?

민정 : ? (본다)

정연 : 얼굴이 안 좋아보여.

민정 : 요즘 잠을 잘 못 자. 불면증인가봐.

정연 : 그럼 수업시간에라두 좀 자지. 음악 듣지 말구.

민정 : 음악 듣는 게 더 좋아. 세상에서 들리는 모든 잔소리를 차단시켜주니까.

         보기 싫은 건 눈감아 버리면 그만이지만 듣기 싫은 건 어떻게 할 방법이 없잖아.

정연 : ...? (보는데)

민정 : (교정 바라보는 채로 한숨처럼) 지겨워. 그 놈의 일등으루 들어온 놈이라는 말... 듣기싫어 죽겠어.

정연 : ...

민정 : 학교에서 난.... 딱 여덟글자루 설명될 수 있는 아이일 뿐이야. 일.등.으.로.들.어.온.놈....

         난 그렇게 간단한 말루 설명될 수 있는 애가 아닌데...

정연 : ... (보는데서)

성제 : (E) (화면 밖에서 부르는 소리) 정연아. 정연아.



씬13. 교정일각 (현재/D)


화면 시작되면 생각에 잠겨있는 정연의 얼굴에 갖다대지는 캔음료.

정연 앗차거! 올려다 보면, 그 앞에 서있는 영화반 아이들.


지민 :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한 열번은 부른거 같다 야. (음료 주고)

정연 : 어 그냥... 금방 올라간다니까 왜 전부 나왔어?

흥수 : 옥상 출입금지야. 당분간 영화반 폐쇄됐어.

유미 : 자살이 확실한가봐. 신문 기자들두 왔어.

애라 : 선생님들 조회에 못 들어온 것두, 바람에 날라간 유서 찾느라 그랬대.

정연 : 유서?

애라 : 어. 미리미리 준비했는지, 유서만 스무장이 넘는데.

정연 : ...

신화 : 그 친구... 언젠가 한 번 영화반에 왔었지? 우리 일학년 땐가?

         왜 영화음악인가 하구 싶다구 가입했다가 하루 만에 탈퇴했었잖아. 그 친구 맞지?

정연 : 어어...

성제 : 뭐가 그렇게 힘들었을까? 스스로 목숨을 끊을만큼 괴로웠던게 뭘까?

유미 : 내일 되면 알게 되겠지. 신문에 대문짝만하게 실릴거 아냐.

정연 : ...



씬14. 레코드 가게 앞 (N) (제법 큰 규모의)


복잡한 표정으로 생각에 잠겨 걸어오고 있는 정연. 어느순간 우뚝 그 자리에 멈춰선다.

천천히 고개를 돌려 레코드가게를 바라보는 정연.


민정 : (E) (밝은) 정연아. 우리 음악 듣구 갈래? 영화음악 좋은거 나왔을 텐데....


정연 그렇게 레코드가게를 바라보는 모습에서...F.O



씬15. 이른 아침의 거리


신문 가판대에서 신문을 뽑아드는 손. 한이다. 돈 계산하고 신문 펼치며 전철역 쪽으로 간다.



씬16. 전철역 (D)


신문 읽으며 전철 기다리고 있는 한, 어느순간 느껴지는 시선에 고개 들어 보면,

힉! 놀라서 기둥 뒤로 사라지는 유미.

한 피식 웃고는 신문 접어들고 간다.

유미 다시 살짝 고개 내밀고 보면, 한 이미 가고 없다. 시무룩해져서 돌아서는데, 그 앞에 서있는 한.


유미 : 엄마야!

한 : (픽, 웃으며) 내가 니 엄마냐?

유미 : 아....아니.

한 : 내가 너 땜에 화장실에서두 자꾸 폼잡게 된다 요즘.

유미 : 왜에...?

한 : 자꾸 뒤에서 누가 훔쳐보는 거 같으니까 그렇지.

유미 : ....화, 화장실은 안봤어.

한 : (귀여워서 웃고는 턱짓으로 유미가 들고있는 신문 가리키며) 죽은 애 기사 났나 보려구 샀냐?

유미 : 어? 어..

한 :볼 거 없어. 달랑 박스기사 하나 났어.

유미 : (찡그리며) 정말? 그렇게 난리바가지를 치면서 취재해 가서는 달랑 박스기사 하나 냈단 말야? (신문 펴보려는데)

한 : 읽지 마.

유미 : (멈추고) 왜?

한 : 우울해져.

유미 : ...

한 : 본인은 죽기 전에 참 많이 괴롭구 힘들었을 텐데.... 달랑 신문 박스기사 하나루 인생이 마감되는 거 보니까

      우울하구 허무해지드라.

유미 : 그러니까 바보같이 죽긴 왜 죽어. 나같은 애두 사는데. (괜히 우울해진다)

한 : (툭) 니가 어때서?

유미 : ? (보면)

한 : 뒤에서 남 훔쳐보는 거 빼면 괜찮아 너두. (보며 웃는)

      앞으루 볼려면 숨지말구 나와서 봐. 난 뒷면보단 앞면에 더 자신 있거든.

유미 : (귀엽게 씨익 웃는데서)



씬17. 2학년 5반 교실 (D)


한과 유미 교실로 들어서고.

신문 보며 흥분하고 있는 흥수와 영화반 아이들. 신화도 와있고.


지민 : (흥수 옆에 붙어서 신문 같이 보며) 우와, 이거 좀 심한 거 아니냐? 돋보기 없으면 보이지두 않겠다 야.

유미 : (자리에 앉으며) 뭔데? 아아. 신문기사?

흥수 : 이게 뭐냐 이게! 가슴 아픈 교육현실을 코딱지 만하게 실었으면 진실만을 엑기스로 짜내 담아주던가!

정연 : 뭐라고 써있는데 그래?

흥수 : 이 기사대로라면 결국은 담임 선생님한테 꾸중 듣구 삐져서 죽었다는 얘기잖아. 우릴 뭘로 보는 거야 진짜.

유미 : 참 그러고 보니까 담임교사면 윤유란 아냐? 윤유란, 일학년 땐 강민정 디게 이뻐했었잖어.

애라 : 성적 떨어지구 나서는 헌신짝 버리듯 버렸잖아.

         그날두 걔네반 일등이랑 비교해 가면서 앨 완전 비참하게 만들었나보드라.

정연 : ! (눈빛이 움직인다)

성제 : 아무리 그래두 설마 그거 땜에 목숨까지 끊었겠어?

애라 : 영향을 준건 사실이지 뭐. (하는데)

신화 : (한숨) 괜한 억측과 소문이 더 퍼지기 전에 차라리 사실대루 밝히는 게 나을텐데...

         왜 선생님들은 자꾸 덮으려구만 하지? (하는데)

용구 : 얘들아! 빅뉴스야 빅뉴스!

애라 : 그렇지이. 니가 등장할 때가 됐는데 왜 안 등장하나 했다 내가.

신화 : 무슨 일인데 그래?

용구 : (다른 때 보다 흥분해서) 강민정의 죽음의 비밀이 밝혀질 때가 왔어.

아이들 : (보면)

용구 : (뒤에서 종이 뭉치 쨘 꺼내는) 없어진 강민정의 유서 일부분이야. 누군가 복사해서 전교에 쫘악 퍼뜨렸어.

아이들 : ! (보는데서)



씬18. 교무실 (D)


유란 침울하고 어두운 표정으로 신문 내려놓고 교재 들고 조용히 나간다.

각자의 자리에서 신문 보다가 착잡한 표정으로 유란을 보는 교사들.


광도 : (신문 툭, 던지며) 언론이 죽은 사람 또 한 번 죽이는 꼴이구만.

복만 : 이거야 마녀사냥두 아니구. 어떻게 한 학생의 죽음을 교사와 학생의 개인적인 관계로만 몰아 세워?

정희 : 그러게 말이예요. 아무렇지 않게 한마디 던진게 어떻게 애를 죽음으로 몬 단서가 되냐구요.

         무슨 대단한 말이나 했나? 이런 기본적인 문제두 못 풀어서 어떻게 대학 갈래? 가볍게 한마디 던진거 가지구.

민주 : 대학하구 성적이 지상 최대의 과제처럼 여겨지는 현교육이 문젠 맞죠 뭐.

         교사와 학생이 지식을 사고파는 관계루 전락해 버렸잖아요.

재하 : 과밀 학급에, 과다 수업에, 잡무처리에 교사가 학생한테 쏟을 시간이 너무 부족한 것두 문제예요.

         교사 혼자 날 뛴다구 해결될 문제가 아니잖아요.

일평 : 제자 잃은 슬픔에 괜한 죄책감까지... 윤선생, 여러 가지루 심난하겠구만.



씬19. 2학년 5반 교실 (D)


아이들 웅성이며 삼삼오오 모여 민정의 유서를 읽고 있는데, 들어서는 유란.

순간 썰렁한 분위기로 유란을 보는 아이들.


유란 : (애써 평상심으로) 뭐해? 수업 안할 거야?

아이들 : (자리로 가서 앉고)

유란 : 반장.

지민 : 차렷! 경례!

아이들 : (심드렁하게 인사하고)

유란 : 연습문제 풀 차례지? (판서 시작하고)

희진 : 제자가 죽었는데 어떻게 저렇게 말짱한 얼굴로 수업을 할 수가 있냐?

아영 : 슬퍼할 겨를이 어딨냐. 밥이나 축내는 우리 같은 사람은 죽든 말든 냅버려두구,

         되는 놈들은 한 문제라두 더 갈켜서 서울대 보내야지.

희진 : 맞아. 그냥 교실에서 책상 하나 빠져나간 거지 뭐.

유란 : (칠판에 문제 세 개 다 적고 돌아서며) 6번, 16번, 26번 나와서 순서대루 문제 풀구. 나머지는 노트 펴. 숙제 검사하게.


학생 두명 칠판 앞으로 나가 문제 풀고, 아이들 노트 펴는데.


유란 : 한 명은 왜 안나가? 26번 누구야?

지민 : (정연 건드리며) 너잖아 정연아.

유란 : (보고) 정연이야?

정연 : (꼼짝 않고 앉아있다)

유란 : 김정연. 문제 안 풀꺼야?

정연 : (보지도 않고) 못 풀겠는데요.

유란 : 숙제 안 해왔어? 왜 못 풀어?

정연 : (반항하는 눈빛으로 유란 보며) 전 일등이 아니라 저 문젠 너무 어려운데요.

유란 : ! (굳고)

아이들 : (웅성이며 보는데)

태훈 : (E) 제가 한 번 풀어보겠습니다.

아이들 : ! (순간 태훈에게 쏠리는 시선)

유란 : ... (보고) 어... 그래 태훈이가 나와서 한 번 풀어봐 그럼.

태훈 : (자리에서 나와 문제 풀기 시작한다)

정연 : (태훈을 노려보는 위로)

유란 : (E) (화면 밖의 소리) 한태훈. 어려운 문젠데 풀이 과정까지 아주 정확했어.



씬20. 1학년 8반 교실 (회상/D)


일학년 때의 태훈, 막 문제 풀이 마치고 분필 내려놓고 들어가는 중이고.

그 옆에 민정, 손톱을 물어뜯으며 반쯤 풀다 만 수학 문제 앞에 초조하게 서있다. 지우개로 지웠다, 다시 썼다를 반복하는데.


유란 : (들어가는 태훈 기특한 표정으로 보다가) 강민정.

민정 : (손톱 문 채로 돌아본다)

유란 : (한숨쉬듯) 못 풀겠으면 들어가.

민정 : ... (가만히 분필 내려놓고 들어가는)

유란 : 넌 일등으루 들어왔다는 놈이 이만한 문제에두 쩔쩔 매면 어떡해?

민정 : (고개 숙이고)

유란 : 넌 공식을 무조건 외워서 풀려구 하니까 안되는 거야. 수학이 암기 과목이니? 모르겠으면 태훈이한테 좀 배워.

민정 : (자존심 상해 입술 잘근 씹는)

정연 : (그런 민정을 걱정스럽게 보는)

유란 : (아이들에게) 자 봐봐. 일번과 이번은 같은 유형의 문제지만 태훈이의 풀이과정은 참고서에 나온 것과는 다르지?

         이건 문제와 공식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다는 거야. 자 그럼 일번부터 보자.


민정 가만히 고개를 들어 칠판을 본다.

깔끔하게 풀이되어 있는 태훈의 문제와 자신이 풀다 만 문제가 비교되듯 나란히 적혀있다...



씬21. 게시판 앞 (회상/D)


성적이 게시되어 있는 게시판 앞. 웅성이며 모여있는 아이들을 헤치고 들어서는 민정과 정연.

확인하던 정연의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성적이 오른 모양이다.

초조하게 손톱을 물어뜯으며 훑어 내려가던 민정의 시선. 35등에서 자신의 이름을 찾고는 눈을 감아버린다.

민정, 이번엔 일등자리를 올려다본다. 한태훈이다.

문득 어떤 느낌에 옆을 돌아보는 민정, 그 곳에 태훈, 양손을 주머니에 찌르고 게시판을 올려다보고 있다.

어느순간 마주치는 두 사람의 시선... 그런 두 사람을 바라보는 정연...



씬22. 2학년 5반 교실 (현재/D)


점심 시간. 태훈 서랍에 책 집어넣고 있는데,


정연 : (E) 남하구 비교되는걸 좋아하나봐?

태훈 : ? (본다) 무슨 소리야?

정연 : 남이 못 푸는 문제 척척 풀어내서 사람 기죽이구,

         남이 삐딱하게 굴 때 모범적인 모습으루 등장해서 더 나쁜 사람 만들구... 취미야?

태훈 : (그제서야 무슨 뜻인지 알구 피식 웃는)

정연 : 하긴 그렇겠지. 남하구 자꾸 비교가 되야 니가 최상급이라는 걸 확인할 수 있을 테니까. 근데 좀 유치하지 않니?

태훈 : 그러는 너두 아까 좀 유치하지 않았어?

정연 : (본다)

태훈 : 민정인 말 그대루 자살이야. 스스루 목숨을 끊은 거지 수학선생님이 가해자는 아니잖아.

         얘기 끝났으면 나가봐두 되지? (일어서려는데)

정연 : 일학년 때 같은 반이었던 친구가 죽었는데 넌 아무렇지두 않니?

태훈 : (본다)

정연 : 지금이야 니 상대꺼리가 안된다 해두 일학년 땐 그래두 둘이 팽팽한 라이벌이었잖아?

         슬픈 흉내라도 좀 내주는 게 예의 아냐?

태훈 : 너 나한테 왜 이래?

정연 : 너두 민정이 죽음이랑 전혀 무관하진 않은 거 같아서.

태훈 : 무슨 소리야 그게?

정연 : (유서 책상 위에 올려준다)

태훈 : ? (보면)

정연 : 니 이름두 있던데 거기.

태훈 : ! (보는)



씬23. 교정 일각 (사고현장/D)


혜원, 민정이 떨어진 장소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서있다.

도서관에서 책 빌려들고 나오던 신화, 혜원을 발견하고 그리로 간다.

신화가 옆으로 가도 혜원은 반응없이 그대로 서있다.


신화 :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혜원 : 떨어지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그런 생각.

신화 : 다시 살구 싶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혜원 : 만일 그랬다면 옥상이 높지 않아서 다행이다. 높았다면 그 만큼 더 길게 살구 싶다는 생각을 했을 꺼 아니야.

신화 : (본다)

혜원 : 되돌아갈 수두 없는데 너무 괴로웠을 꺼야.

신화 : 죽으면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거보단 살아가면서 죽을 만큼 힘든 일을 견뎌내는 쪽이 차라리 더 행복했을 텐데.

         조금만 더 견뎌 보지.

혜원 : ...

신화 : 아는 친구였어?

혜원 : 아니. 한 번 본 적 있어. 너무 어두워보여서... 불안했었어.

신화 : ... (보는)



씬24. 2학년 5반 교실 (D)


세진, 자리에 앉아 민정의 유서 복사본을 읽고있다.

혜원 들어와서 자리에 앉는데,


세진 : 이거 읽어볼래? 재밌는데. 왜 죽었는지 안 궁금해?

혜원 : 죽은 다음에 왜 죽었는지 아는 게 무슨 소용있어.

세진 : 것두 그러네. (픽, 웃고는 읽는데)

혜원 : 기억나? 일진에 들어오구 싶다구 찾아왔었잖아.

세진 : (다시 시선 유서로) 알어. 기억나.

혜원 : 일진에 가입시켰으면 안 죽었을까?

세진 : 옥상에선 안 떨어졌을지 몰라두 나한테 맞아죽었겠지.

혜원 : (본다)

세진 : 재수없어. (유서 내려놓으며) 다 가진 년이 그러면 그 아랫것들은 살 가치두 없다는 거야 뭐야?

혜원 : ... (보는데서)



씬25. 교정일각 (D)


한 손에 민정의 유서를 들고 앉아 생각에 잠겨있는 태훈.

형주, 다가와 태훈의 어깨를 툭친다.


형주 : 아직두 못 읽구 붙들구 있는 거야? 한태훈답지 않은데?

태훈 : ... (피식 웃는다)

형주 : 지은 죄가 있긴 있나부지?

태훈 : 지은 죄가... (픽 웃으며) 있지.

형주 : (농담으로 받는) 그게 뭔데?

태훈 : 학교에 입학한 죄.

형주 : 뭐?

태훈 : 전교 일등한 죄.

형주 : 무슨 소리야?

태훈 : 학교 안에서 우리가 숫자루 점수 매겨지는 이상 우린 서로에게 조금씩은 피해자구 가해자일지두 모른다는 생각을 좀 했어.

형주 : ...

태훈 : 상대방을 밟구 올라서거나, 상대방의 발 밑에 깔려주거나 둘 중에 하나는 해야하니까. (씁쓸한)

형주 : ...



씬26. 패스트푸드점 (D)


모여있는 영화반 아이들.


지민 : 영화반은 도대체 언제 열어줄 꺼지? 축제 준비두 해야되는데.

흥수 : 집 놔두구 떠돌이 생활 하는 거 같아 기분이 영 돼지밥이다.

애라 : 근데 옥상은 왜 패쇄시키는 거야 도대체?

신화 : 혹시라두 같은 일이 또 일어날까봐 그러는 거지 뭐.

성제 : 하긴. 한쪽에선 강민정 완전 영웅됐더라. 내가 못하는 일 용감하게 해냈다. 정말 부럽구 멋지다. 이런 심리있잖아 왜.

지민 : 솔직히 자살 한 번 안 생각해본 사람이 어딨겠냐. 나두 어떤 날은 하루에두 열두번 씩 죽구싶다는 생각이 드는데...

유미 : 영화반 열어줘두 난 안 올라갈 꺼야.

흥수 : 왜?

유미 : 무서우니까 그렇지. 귀신 돼서 나타나면 어떡해.

애라 : 호, 혹시 영화반 비디오에 찍히는 거 아니야?

유미 : (겁먹고) 아우 야아. 하지 마아. (하는데)

흥수 : (능청스레) 근데 배유미 니 뒤에 있는 사람 누구야?

유미 : 누구? 애라?

흥수 : 아니 니 등뒤에 달라붙어서 웃고있는 사람.

유미 : (얼른 고개 숙이며) 엄마얏!!

흥수 : (재밌어서 낄낄 웃는데)

성제 : 그만하구, 축제 프로그램이나 기획하자.

신화 : 용구 다큐 찍기루 했던 게 무산 됐으니까 첨부터 차근차근 다시 시작,

정연 : 민정이 다큐는 어때?

아이들 : (본다)

지민 : 민정이 죽음에 대한 다큐를 만들어보자구?

정연 : (끄덕이고)

흥수 : 야, 죽은 자는 말이 없는데 어떻게 다큐를 만들어.

정연 : 선생님들은 막으려만 하구있구, 언론에선 그저 늘상 일어나던 일 중에 하나처럼 가볍게 여기구 있구,

         아이들에겐 무용담이나 농담이 돼버렸어.

아이들 : ...

정연 : 알구 싶어. 정확하게. 민정이가 왜 죽었는지, 민정일 옥상 끝까지 몰고 간 게 뭔지...

아이들 : (보는데)

정연 : (가방 들고 일어난다)

성제 : 어디가?

정연 : 도서관. 오늘부터 기획구성안 짜볼 꺼야. (나간다)

아이들 : (벙쩍어 보는데서)



씬27. 도서관 (D)


구석 자리에 혼자 조용히 앉아있는 태훈. 책상 위에 민정의 유서가 놓여있다.

태훈, 어느 순간 결심한 듯 민정의 유서를 한 장 넘기는 모습 위로,


민정 : (N) 입학식에서 그앨 첨 봤을 때... 친구가 되고 싶었다...



씬28. 게시판 앞 (회상/D) (씬 21에서 이어지는)


화면 시작되면 민정의 시선으로 보이는 태훈의 전교등수...

문득 어떤 느낌에 옆을 돌아보는 민정, 그 곳에 태훈, 양손을 주머니에 찌르고 게시판을 올려다보고 있다.

어느 순간 마주치는 두 사람의 시선...


민정 : (N) 그러나 이 게시판의 숫자들은... 우리 두사람을 비교의 대상으로 만들어버리고,

         그 애를 향한 관심과 애정을... 한순간에 무너뜨린다.



씬29. 도서관 (회상/D)


서가에서 책을 고르고 있는 민정. 책 한권을 뽑아들다 멈칫한다.

책이 빠져나간 텅빈 공간 사이로 건너편 서가에서 책을 읽고있는 태훈의 모습이 들어온다.

민정 가만히 바라본다. 그 눈빛에 독기는 없다. 몰래 훔쳐보는 이 순간만큼은 감정을 담아 태훈을 본다.


민정 : (N) 난 또 다시... 누굴 좋아하는 감정이나 꿈 따위는 모두 숨기기로 한다. 모든 감정들은... 대학간 뒤로 미루기로 한다.


문득 시선을 느낀 태훈이 고개를 든다.

민정과 시선이 마주치자 태훈, 어쩐지 좀 불쾌한 표정이 된다. 감시당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태훈 책 탁, 소리나게 덮고는 서가에 꽂는다. 그 바람에 태훈의 모습은 사라지고 화면은 어두워진다.


여학생1 : (E) (수근대는) 입학할 때 일등으로 들어온 애가 어떻게 심화학습반에서 탈락될 수가 있지?



씬30. 어학실습실 (회상/D)


칠판에는 '심화학습반- 6시까지 입실할 것'이라고 써있고. 아직은 서너명의 학생들만 자리를 채우고 있을 뿐인 어학실.

민정, 자기 자리에 놓여있던 사전과 참고서 따위 챙기고 있다. 그 뒤로 수근대는 아이들의 소리...


여학생1 : 일등으로 들어온 이쁜놈, 요 이쁜놈 하던 선생님들두 좀 시들해졌드라?

여학생2 : 새로운 다크호스가 생겼잖어.

여학생1 : 누구 한태훈? 하긴 선생님들의 애정이야 원래 숫자 따라 옮겨 다니는 철새 아니냐. 커피나 마시러가자.

              (여학생2와 나간다)


민정, 자기 좌석에 붙은 이름표를 가만히 손으로 쓸어보다가 이 악물고는 떼어 내버린다.

가방과 함께 챙겨들고 돌아서는데, 문득 민정의 시선에 들어오는 태훈의 자리...

잠시 주위를 살피고는 슬쩍 태훈의 자리로 간다.

태훈의 책상 위에 놓인 참고서, 연습장, 샤프 등을 차례로 만져본다...

깔끔하게 정리된 노트를 부러운 듯 바라보며 넘기는데, 문득 그 안에서 나오는 '드림스쿨' 프린트물...

순간 민정의 눈빛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가슴이 쿵쾅거린다.

민정, 의지와는 다르게 프린트물을 슬슬 밑으로 빼내는데,


태훈 : (E) (무색무톤으로) 설마 지금 훔치는 중이냐?

민정 : ! (하얗게 질려 본다)

태훈 : ... (와서 프린트 꺼내 챙겨주며) 난 다봤으니까 너 갖다봐.

민정 : (가려는데)

태훈 : (책상 챙기며) 앞으로 필요하면 비열한 방법 쓰지 말구 직접 달라구 해. 얼마든지 줄 테니까.

민정 : (굳어서 본다)

태훈 : (비죽 웃으며) 도대체 내가 어떤 참고서를 보는지, 노트 필기는 어떻게 하는지, 도서관에선 어떤 책을 읽는지,

         그딴거 알아내서 뭘 어쩌겠다는 거냐? 내 흉내라두 내보겠다는 거냐?

민정 : (수치심으로 떨리는)

태훈 : 안타까워서 충고하는데, 그딴거 훔쳐간다구 내 머릿 속에 있는 내용까지 훔쳐가진 못해.

         성적을 올리고 싶다면 좀 더 현명한 방법을 써봐.

민정 : (O.L) 니가 쓰는 현명한 방법은 뭔데?

태훈 : ? (보면)

민정 : (비죽이며) 돈으루 성적 올리는거? 과목당 이백만원씩 세과목이라며? 머리에 저금하는 느낌이겠다?

태훈 : (굳는)

민정 : (프린트 도로 주며) 구경 잘했다. 너나 많이 봐. 나같은 서민한텐 좀 부담스럽다 내용이.

         (싸늘하게 웃으며 돌아서는 순간 표정 우울해진다)

민정 : (N) 저 애도... 날 닮았다. 심장에서 얼음 소리가 난다. 우린... 참 많이 닮았다.



씬31. 민정네 아파트 외경 (회상/N)


민정 : (E) (애원하는) 이러지 마 엄마! 제발 이러지 마 엄마아!!



씬32. 민정의 방 (회상/N)


쓰레기 봉투에 민정의 CD를 쓸어담고 있는 민정모.

민정 울먹이며 매달리면 손 치워내며 매정하게 쓸어담는다.


민정 : 엄마아 제발! 공부할 땐 안 들을께. (매달리며) 약속할께요 네?

민정모 : 얘가 왜 이래, 저리 안비켜!

민정 : 엄마아.

민정모 : 니가 지금 제 정신이니? 전교 삼십오등이, 세상에, 기두 안 멕혀서.

            허구헌날 귀에 이어폰 꽂구 딴 생각이나 하구 앉았으니까 자꾸 성적이 떨어지는 거 아냐!!

민정 : (막아서며 간절하게) 엄마 제바알...응? 안들어. 공부할 땐 안듣는다구요. (손으로 빌며) 버리지마아. 응?

민정모 : 저리 안비켜! (이번엔 영화잡지와 음악잡지 쓰레기봉투에 쳐넣는다) 어뜨케 일등으루 들어간 애가 응?

            심화학습반 하나 끝까지 못지켜내구,

민정 : (O.L) 그만 좀 해 제발!

민정모 : ! (놀라서 본다)

민정 : 일등으로 들어온 애! 일등으로 들어온 애!

         그 말이 날 얼마나 힘들게 하는 줄 알어? 그 말이 날 얼마나 외롭게 하는 줄 알어?

민정모 : 민정아아....

민정 : 그 말 때문에 난... 누굴 맘대루 좋아할 수두 없단 말야. 그 말 때문에 애들은 자꾸 나한테서 한발자국씩 멀어진단 말야.

민정모 : ...

민정 : (눈물 차오르며) 나두 다른 애들처럼 성적이 떨어질 수두 있는 거잖아... 다른 애들두 나처럼 성적이 오를 수 있는 거잖아...

         왜 맨날 나만 일등이어야 돼? 서루서루 한 번씩 골고루 일등해보면 그건... 좋은거잖아... 안그래?

민정모 : (속상해서) 너... 그걸 말이라구 하니 지금?

민정 : 난... 누굴 위해 공부하는 건지 모르겠단 말야. 선생님이나 엄마 기준에 맞추려구 하는건지,

         내 성적이 떨어질 때마다 고소해 하는 애들한테 보여주려구 하는 건지정말... 정말 모르겠단 말이야...

민정모 : ...

민정 : 해두 안되는 걸 어떡해... 해두 자꾸만 떨어지는걸 어떡해....

민정모 : ... (아무래도 안되겠는지 독한 표정으로 쓰레기봉투 들고 나간다)

민정 : (따라가며) 엄마! 엄마!



씬33. 아파트 옥상 (회상/N)


들어서는 모녀. 민정모 적당한 곳에 쓰레기 던져놓고, 석유통 찾아들고 온다.

그 사이 민정 쓰레기봉투 앞에 앉아 단 몇권이라도 꺼내려는데, 모질게 밀쳐내며 쓰레기 봉투에 석유를 뿌리는 민정모.


민정 : (기겁해서 매달리면) 엄마아!

민정모 : (매정하게 뿌리치고 성냥불을 던진다)

민정 : ! (순간 모든 동작 정지)


타오르는 불빛을 그저 멍하니 바라보는 민정.

민정모 무슨 말인가 한마디 해주려다가 관두고 먼저 내려간다.

불타고 있는 봉투 앞에 가만히 와서 앉는 민정. 그 눈가에 차오르는 눈물...



씬34. 민정네 거실 (회상/N)


멍한 표정으로 들어서는 민정. 민정모 거실 의자에 앉아 전화중이다.


민정모 : 그러니까 학교 운영 위원회를 소집하자니까요. 예체능 수업을 좀 줄이고,

            야간 자율학습두 부활시켜 달라구 건의해 보자구요...

민정 : (멍하니 방으로 향하는)

민정모 : (E) 네에... 속상해 죽겠어요오...입학할 때 일등으로 들어간 애가 자꾸 성적이 떨어진다는건

            아무래두 학교 교육방법에 문제가 있다는 거 아니겠어요?

민정 : ... (들어가는)



씬35. 민정의 방 (N)


들어서는 민정. 이미 말끔하게 정리되어 있는 방안. 책상 위에 공부할 책과 연습장 볼펜, 커다란 컵에 담긴 냉커피와 간식 등이

악, 소리 날 만큼 흐트러짐없이 깔끔하게 정리되어 놓여있다.

의자로 가서 앉는 민정, 무표정한 얼굴로 기계처럼 참고서와 연습장 끌어다가 볼펜을 드는데,

문득 책상 앞에 붙여놓은 글귀를 본다. '내가 잠든 사이에도 내 친구의 책장은 넘어가고 있다' '연습장은 내 키 만큼'

민정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데, 노크소리.

민정모 쟁반에 영양제와 작은 석수통 하나 들고 들어온다.


민정모 : (친절한) 이거 한알 먹구 해. 혈액순환두 잘 되구 머리가 맑아져서, 잠두 잘 안오구 정신집중이 잘 된대.

민정 : ...

민정모 : 알지? 엄만 우리 민정일 믿는다. (웃어주고 나간다)

민정 : (책상에 놓인 영양제와 석수통을 멍하니 바라보는 위로)

민정 : (N) 머리가 맑아지구 잠이 잘 안오는 약...?



씬36. 약국 (N)


어두운 표정으로 들어서는 민정. 약사 '어서오세요' 인사하며 맞고.


민정 : 저기요... 잠이 잘 안와서 그러는데요... 그런데 먹는 약 있어요?

약사 : (웃으며) 학생이 왜 잠이 안와? 책만 봐두 잠이 와야지.

민정 : 자꾸 불안해서 잠이 잘 안와요. 자두 계속 악몽만 꾸구요... 푹 자구 일어나면 머리가 맑아질거 같은데....

약사 : 약에 의존하지 말구, 엄마한테 우유 한 잔 따뜻하게 뎁혀달래서 먹구 자.

민정 : 엄만 자꾸 잠이 안오는 약을 먹으라구 해서요...

약사 : ...? (본다)

민정 : 너무 괴로워서 그래요...

약사 : ... (보다가) 요 앞 아파트에 살어?

민정 : 네... 5동 1004호요.

약사 : (잠시 고민하다가 약상자에서 약 한알 꺼내주며) 믿구 주는 거야?

민정 : (받고)

약사 : (딴 일 보려는데)

민정 : 이거 먹으면 악몽은 안꾸겠죠?

약사 : ? (본다)

민정 : (우울하게 웃으며 혼잣말처럼) 꿈에서만이라두 좀 편했으면 좋겠는데...

         이거 먹구 유토피아 같은데서 하루만 푹 쉬었다 왔으면 좋겠다...

약사 : (불안하게 보는)

민정 : (N) 유토피아... 정말 유토피아라는 게 있을까....?

         있다면 거긴 어떤 곳일까....? 그런 건 아직 학교에서 배우지 못했는데....



씬37. 도서관 (현재/N)


테이블 위에 놓인 민정의 유서... 태훈, 그 옆에 몇권의 책을 펼쳐놓고 도서카드를 꺼내보고 있다.

도서카드마다 한태훈이라는 이름 밑에 강민정이라는 이름이 따라붙고 있다.

태훈 우울하게 보고 있는데.


정연 : (E) 정말 몰랐어?

태훈 : ? (보면 언제 왔는지 앞에 와 서있는 정연)

정연 : (따지는 게 아니라 차분히) 민정이가 너한테 갖고있었던 관심... 몰랐어 정말?

태훈 : ... 내 머리 속에서 민정인 언제나 일등으루 들어온 애였어. 선생님들하구 민정이가 나한테 그렇게 주입시켰어...

정연 : ... (보는)

태훈 : 여자한테 일등을 뺏긴 거에 자존심 상해해야 했구, 비교당해야 했구,

         결국 내가 일등이 됐을 땐... 개랑 난 이미 친구가 될 수 없었어.

정연 : 왜...? 왜 그래야 됐는데...?

태훈 : (쓰게 픽, 웃으며) 몰라. 어쩌다보니까 그렇게 돼있드라구.

정연 : ...

태훈 : 민정일 죽인 사람은 바루 민정이 자신이야. 일등이란 족쇄가 그렇게 무거웠으면, 거기서 벗어났을 때 자유로워졌어야지.

         왜 거기에 다시 자길 가둬놓구 괴로워 해?

정연 : (본다)

태훈 : 읽어보니까 일학년 때부터 자살을 꿈꾼 거 같던데 어짜피 그렇게 나약한 의지라면 험한 세상 살아가기 힘들어.

정연 : 그래두 막을 수 있었을 꺼야.

태훈 : (본다)

정연 : 조금만 더 신경을 썼더라면.... 아주 조금만 더 신경을 써줬더라면... 민정인 죽지 않았을지두 몰라...

태훈 : ...? (보는데서)

정연 : (E) (화면 밖의 소리) 웬일이야 여기?



씬38. 옥상 (회상/D)


씬1과 같은 장소에 양팔로 무릎을 감싸안고 앉은 같은 자세에서 뒤를 돌아보는 민정,

거기에 다가가오고 있는 정연. (현재 2학년 모습)


민정 : (웃으며) 너 보러 왔어. 이학년 되구는 별루 못봤잖아 우리.

정연 : 감동인데? (옆에 같은 자세로 앉으며) 혼자 뭐하구 있었어?

민정 : 하늘바라기. 여기가 우리 학교에서 하늘이랑 제일 가까운 곳이잖아.

정연 : (웃는)

민정 : 정연아.

정연 : 왜? (보면)

민정 : (희미하게 웃으며) 나 좀 봐봐.

정연 : (웃으며) 보구 있잖아.

민정 : ... (울컥하는 감정 숨기고) 그래두 또 봐봐.

정연 : (어색해져서 웃으며) 왜 그래?

민정 : 잊어 버릴까봐 많이 좀 봐두려구.

정연 : 뭐?

민정 : ... (가만히 바라보다가 시선 돌리며) 됐다. 니 얼굴은 잊어버리지 않겠다. (웃고는 시선 다시 하늘로, 표정 우울해지는)

정연 : ? (봤다가) ? (하늘 올려보는데서)



씬39. 캠코더 화면으로 보이는 하늘 (D/현재)


카메라 팬해서 천천히 아래로 내려오면, 민정이 떨어진 장소에서 멎는 카메라.



씬40. 교정일각 (사고현장/D)


이른 아침. 눈에서 캠코더 떼고 가만히 사고현장을 바라다보는 정연. 어느 순간 울컥하는 심정이 되어,


정연 : (E) 몰랐어... 니가 그런 생각하구 있는 줄 정말 몰랐단 말야.

         말을 좀 해주지... 힘들면 힘들다구, 슬프면 슬프다구... 말을 좀 해주지... 말을 좀 해주지...


그렇게 원망과 죄책감과 슬픔을 담아 바라보는 정연의 모습에서...



씬41. 2학년 5반 교실 (D)


모여있는 영화반 아이들. (정연은 없고)


성제 : 학교측에 추모식 촬영 허가를 받을 생각이야. 다큐 마지막 장면에 넣으면 좋을꺼 같아.

신화 : 좋은 생각이다. 장지루 떠나기 직전에 운구차가 운동장을 한바퀴 도는 장면두 놓치지 말구 촬영해두구.

흥수 : 그건 그렇구 구성안은 완성됐데?

지민 : 몰라. 정연인 개인적으루 벌써 촬영 시작한 거 같던데?

동일 : 저기.

아이들 : (본다)

동일 : 다큐 만드는데 도움이 될까해서. (하며 봉투 내민다)

흥수 : 이게 뭔데?

동일 : 죽은 애가 쓴 유서 복사본하구, 죽기 전에 들었다던 음악 테입, 그리구 지금 이 봉투 안엔 없지만,

         죽기 전에 먹었던 수면제까지 세트루 묶어서 '유토피아'라는 이름으루 비밀리에 판매되구 있대.

아이들 : 뭐? (기막혀서 보고)

동일 : 인터넷에 누가 유서 일부분을 올리기두 했다나봐. 하나의 현상처럼 번지는 원인이 뭔지 다큐에서 다뤄줬음해서...

지민 : 어쩐지 좀 섬뜩하다 야.

애라 : 근데 뭐...? 유토피아?

동일 : 어. 대학이 모두가 꿈꾸는 유토피아는 아니다, 정말 내가 꿈꾸는 유토피아로 가고싶다... 죽은 애 유서에서 따온 말이래.

아이들 : (보는데서)



씬42. 교무실 (D)


회의중인 교사들.


명교감 : 내일 강민정 학생의 추모식이 있습니다. 차분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선생님들의 지도와 협조 부탁드립니다.

유란 : ... (우울한)

정희 : 전교생이 다 참여하는 건가요 아니면 학생회 간부만 참석하는 건가요?

명교감 : 그건 교장선생님과 오늘 상의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그건 그렇고 요즘 학생들 분위기는 어떻습니까?

재하 : 신문에두 기사화가 됐고, 더 이상 덮어둘 수만은 없게 됐습니다. 근본적인 대책마련이 필요할 땐 거 같습니다.

명교감 : 안그래두 오늘, '단 하나 뿐인 생명'이란 주제로 특별강의를 준비했습니다.

            각 담임 선생님들은 해당 시간에 학생들 인솔해서 음악실로 가시길 바랍니다.

재하 : ...

명교감 : 또, 일부에서는 자살한 학생이 영웅화되고 있다는 소리가 들리던데, 혹시 모르니까 옥상 출입 철저하게 금지시키시고,

            오늘 대대적인 소지품 검사를 실시하도록 하세요.

민주 : 소지품 검사라면...구체적으루 뭘 검사하라시는건지.

광도 : 끈, 약물, 남학생들 들고 다니는 잭나이프, 염세적인 소설이나 음악, 전부 다 압수 대상에 해당됩니다.

민주 : 소설이나 음악까지는 좀 심하지 않을까요? 내용을 일일이 파악할 수 있는 것두 아니구요.

복만 : 요즘 자살한 학생이 들었던 음악이 폭발적인 인기라는 소리 못 들으셨어요? 가방 뒤지면 한반에서 한 열 개는 나올 껄요?



씬43. 2학년 5반 교실 (D)


가방의 소지품을 전부 책상 위에 올려놓고 소지품 검사 받는 아이들.

책상 사이를 다니며 검사하는 광도.


광도 : 이건 뭐야?

아영 : 줄넘긴데요?

광도 : 줄넘긴지 누가 몰라? 줄넘기는 학교에 왜 들구와?

아영 : 쉬는 시간에 살 빼려구...

광도 : 살은 대학가서 빼! 압수! (희진 보며) 이건 또 뭐야?

희진 : 교련 시간에 쓰는 붕댄데요. 연습하려구 가져왔어요.

광도 : 수업 있는 당일날 찾아가. 압수!


기가막히다는 표정이고, 마침내 영화반 아이들 자리까지 오는 광도.

초조한 표정으로 두 눈 질끈 감는 영화반 아이들.


광도 : (정연의 책상 위에 놓인 테입 압수해 가며) 내용 보고 돌려주겠다.

정연 : (아랫 입술 잘근 씹고)


광도 돌아서다 문득 성제의 책상 위에 놓인 봉투 발견한다. 봉투를 열어 내용물 확인하는 광도.

안에서 나오는 유서와 테입. 대충 훑어내려가던 광도, 표정이 험악하게 일그러진다.



씬44. 교무실 (D)


테입과 유토피아 세트 들고 거칠게 교무실 안으로 들어서는 광도. 재하의 책상 위에 던져지는 테입과 봉투.


광도 : 이선생은 학생 단속을 어떻게 하는 거야 도대체!

재하 : ? (보는데서)



씬45. 2학년 5반 교실 (D)


종례 시간. 굳은 표정으로 들어오는 재하.

재하의 눈치를 살피는 영화반 아이들. 지민 일어나서 경례하고 앉으면,


재하 : 마지막 시간에 생명 존중 사상에 대한 특강이 있어서 종례를 먼저 한다.

         종례 끝나면 한 사람도 빠짐없이 음악실로 가도록. 알겠지?

아이들 : (심드렁) 네...

재하 : 그리고, 내일 있을 추모식 말인데... 취소됐다.

아이들 : (웅성이기 시작하고)

재하 : 그리고, 김정연.

정연 : (보면)

제하 : 테입은 압수다.

정연 : ! (본다. 눈빛에 적개심이 생긴다) 정당한 이유를 알고 싶은데요.

재하 : 무슨 정당한 이유.

정연 : 테입을 뺏으려는 이유와, 희생된 학생의 진실을 외면하려는 이유요.

재하 : 뭐? 희생된... 학생? 진실을... 외면?

정연 : 네.

재하 : 좋아, 어디 한 번 말해 봐 김정연. 누가 누구에게 희생됐구, 누가 어떤 진실을 외면한다는 건지 어디 한 번 들어보자.

정연 : ... 테입, 돌려주세요. 테입으루 말씀드리겠어요.

재하 : (본다. 조금 화가 난다)

아이들 : (두 사람 지켜보는데)

재하 : 니들 선생님말 똑똑이 들어. 니들이 학교에 갖고 있는 불만, 어른들을 향한 적개심, 이해 못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자살한 사람을 희생시킨 사람은 그 누구두 아닌 바로 그 자신이야.

정연 : (적개심으로 본다)

재하 : 진실을 외면해? 자살을 영웅시하고, 원인을 무조건 학교와 사회에 몰아붙이는 너희들은 진실한 거냐?

         자기 안에도 원인이 있다는 걸 인정 안하는 너희들은 진실하다구 말할 수 있어?

아이들 : (평소 재하답지 않음에 놀라고)

재하 : 힘들다고 모두 죽진 않아! 음악실로들 가. (나간다)

정연 : ...



씬46. 교정일각 (D)


재하 어두운 표정으로 얼굴 쓸어내린다. 민주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다가온다.


민주 : (조금 웃으며) 왜 흥분하구 그러세요 평소답지 않게.

재하 : 들으셨어요? (쓰게 픽 웃으며) 당당해 보이지 않으면 가해자라는 걸 인정하는 거 같아서,

         일부러 더 야멸차게 말하게 돼요 요즘. 비겁하죠?

민주 : ...

재하 : 실은 저 아직 그 학생 유서두 못봤어요. 혹시 내 이름이 있을까봐.

민주 : ... (보다가) 그 학생을 옥상에서 밀어낸 게... 뭐였을까요?

재하 : ? (본다)

민주 : 편애하는 선생님, 경쟁상대로만 보이는 친구들, 극성스러운 엄마, 오르지 않는 성적, 버려진 꿈... 정말 그게 전불까요?

재하 : ...

민주 : 사람은 없구 숫자만 있는 학교, 또 그걸 강요하는 사회...그게 바뀌지 않는 한

         아무리 옥상을 막구, 위험한 소지품을 뺏는다 해두, 또 한명의 민정이가 생기는걸 막진 못할꺼라는 생각이 들어요.

재하 : ...



씬47. 레코드가게 안 (N) (씬14와 같은)


가만히 문을 열고 들어서는 정연. CD 코너로 간다.

CD위를 스쳐가던 정연의 손이 마침내 어느 한곳에 멎는다. CAMEL의 'stationary traveller' 앨범.

망설이다 그만두고 간다. 그러다 다시 화면 안으로 들어오는 정연. 다시 망설이다 뽑아들고 카운터로 간다.


주인 : 오랜만이네? 친구는 같이 안왔어?

정연 : 예...어디 좀... 멀리 갔어요. (CD 내밀면)

주인 : 이 CD, 친구가 듣던 거 있는데... 가만 있어보자...(어디선간 찾아들고 와서) 여깄네. (하며 낡은 CD 보여준다)

         집에서는 못듣는다구 여기다 맡겨놓구 듣구 갔거든. 가져갈래?

정연 : ... (민정의 CD보며 울컥하는) 여기 있는 열번째 노래 좀 틀어주실래요?



씬48. 레코드 가게 앞 (N)


가게에서 나오는 정연. 적당한 곳에 앉는다.

가게의 스피커를 통해 정연이 부탁한 노래가 나온다. 민정의 자살할 때 들었던 'long goodbyes'...


민정 : (E) 내가 만든 영화음악을 세상 사람 전부가 듣는 날이 올까? 그럼 너무 멋질꺼 같지 않니?

         난 죽을 때까지 음악만 들었으면 좋겠어. 그럼 너무 행복할꺼 같애.


정연 가슴이 저려온다. 눈가가 붉어진다. 노래의 가사처럼 정연은 이제 정말 민정이와 이별을 하고 있다...F.O



씬49. 학교외경 (D)



씬50. 교정일각 (사고현장/D)


이른 아침. 정연이 걸어오고 있다. 사고현장 근처에서 멈칫 서는 정연.

그 곳에 검은 옷 차림의 유란, 언젠가 정연이 그랬듯이 사고현장을 바라본 자세로 서있다.

정연 잠시 망설이다가 유란에게로 간다. 유란 인기척을 느끼고 돌아본다.


유란 : 정연이구나.

정연 : (어색하게 인사하는) 안녕하세요....?

유란 : 그래... 일찍 왔네...?

정연 : ... (고개 숙이고)

유란 : ... (현장 보는데)

정연 : 죄송해요 선생님. 선생님한테 화났던 게 아니었어요. 실은 저한테... 저한테 화가 났었어요.

유란 : ... (보는)

정연 : 제가 나빴어요... 민정이 성적 떨어져서 고민할 때 위로해주는 척 했지만, 저 속으루는 은근히 좋았어요.

         민정이한테 쏠렸던 선생님들의 관심, 저한테 옮겨왔을 때두 속으루 얼마나 좋았는지 몰라요...

유란 : 담임이면서두 민정일 붙잡아 주지 못한 나두 잘한 거 없지 뭐. (우울하게 미소 짓고는 가방에서 비디오테입 꺼내준다)

정연 : (보며) ?

유란 : 민정이가 나한테 보낸 유서야. 어제 집으루 도착했어.

정연 : (받는)

유란 : 민정인 우리중 누구두 원망하지 않았어. 선생님은... 그게 더 맘이 아프다.

정연 : ... (테입을 보는)



씬51. 교무실 (D)


회의 시간. 유란 망연자실한 얼굴로 명교감을 보고 있다.


명교감 : (착잡한) 더 이상 문제가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유란 : (시선 떨군다)

명교감 : 인터넷에 유서 전문이 오르고, 수면제와 테입이 거래되고, 학생과 선생들 사이에 불신이 생기구 있어요.

            위험수위까지 오기 전에 사전에 막자는 뜻이니 윤선생이 이핼 좀 해주세요.

유란 : ... (숙인 채로)

재하 : ... (유란 보는)

명교감 : 구차는 시간을 변경해서 첫 수업시간 중에 들어올겁니다.

            운동장 쪽으로 창이 난 학급은 커텐을 치고 수업을 진행하도록 하세요.

유란 : (쿡, 눈물 터뜨린다)

정희 : (토닥여주는)



씬52. 2학년 5반 교실 (D)


우울한 표정으로 들어서는 재하. 지민, 일어서서 경례하려하면, 재하 막고.


재하 : (우울하게) 거기 뒤에, 햇빛 들어오니까 커텐 좀 쳐.

남학생 : ? (커텐치고)

재하 : ... 어디 할 차례지?

아이들 : (교재 넘기고, 재하 바라보며 수업 기다리는데)

재하 : ... (고개 숙인채 아무 말이 없다)

아이들 : ... (좀 이상해서 재하를 살피는데)

재하 : ... (마침내 고개 들며) 거기 뒤에 커텐 열고 모두들 책 덮어.

아이들 : (벙쪄서 보다가 책 덮는다)

재하 : ... 한 친구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아이들 : ...

재하 : 나 역시 이 사회가, 현재의 교육제도가 그 친구를 옥상 끝에 서게 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난 여기서 너희들에게 한가지만 묻고 싶다.

정연 : ...

재하 : 혹시 너희들 스스로가 성적의 노예가 되지는 않았는지,

         현 제도를 탓하면서 스스로 그 제도에 맞춰 규격화 되려고 하지는 않았는지.

태훈 : ...

재하 : 지금 이 사회에, 학교에, 기성세대에 불만이 있다면, 너희들이 바꿔라.

         저항은 변화를 가져오지만, 죽음은 그 대안이 될 수 없어.

아이들 : ..

재하 : 이 세상 어디에도 너희들이 꿈꾸는 유토피아 같은건 없다.

         현재에 저항하고, 변화하면서 스스로 만들어가는 세상이 바로 유토피아야.

아이들 : ...

재하 : 인생은 어짜피 평균점이야. 지금 내 인생의 성적이 좋지 않다고 해서 영원히 꼴지 인생을 살게 되는 건 아니야.

         (울컥 하는) 제발 중간에 포기하지 마라. 역전의 기회는 얼마든지 있어.

아이들 : ...

재하 : 앞으루 오분 후에 민정이의 운구차가 학교로 들어올 꺼다.

         불쌍하다, 안됐다가 아닌,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맘으로 민정일 보내줄 수 있다면.... 나가도 좋다.

아이들 : ..



씬53. 교문 앞 (D)


교문 안으로 들어서는 운구차. 학생은 한명도 없이 유란을 비롯한 교사 몇 명만이 운구차를 맞고 있다.


정연 : (E) 선생님...

유란 : ? (보면)


저만치 걸어오고 있는 재하와 5반 아이들.

눈물이 가득찬 얼굴로 미소지어 보이는 유란...


민정 : (E) 이 테입이 도착할 때 쯤이면 전 아마 여기에 없을 꺼예요.



씬54. 에필로그 (비디오 테입 화면)


화면 가득 민정의 모습.


민정 : 절 이해하려구 하지 않아두 좋아요. 절 용서하지 않아두 좋아요.

         그냥... 민정이가 많이 힘들었구나, 어쩔수 없었겠구나... 그렇게만 생각해 주세요...

         그 곳에서 모두를 지켜볼께요.... 혹시 제가 귀신으로 나타난다면 모두들 무서워하거나 피하지 말아줬음해요...

         그건...그건 아마... 제가 모두를 그리워해서 그러는걸테니까요...

         학교에서 행복했던 순간들만 기억할께요... 모두들...(눈물 가득찬 눈으로 웃으며) 행복하세요...


화면에서 사라지는 민정의 모습... 그 지지직 거리는 화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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