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데렐라 언니] 08
S#1. 병원 로비 (밤)
서울의 큰 병원 로비.
준수, 풍선 줄을 손에 쥐고 사람들 사이를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놀고 있다.
누가 애를 병원에 저렇게 방치하나, 사람들이 눈살 찌푸리며 보고 있다.
저쪽에서 정우, 미꾸라지처럼 달아나는 준수를 잡으려고 뛰어오고 있다. 정우, 깨득대는 준수를 잡아 어깨에 태운다. 그 위에
기훈(E) : 서울 큰 병원으루 옮겼어?
S#2. 기훈의 객실 (밤)
효선, 의자에 앉아 멍하게 눈물만 뚝뚝 흘리고 있고 기훈, 통화중이다.
기훈 : 수술은 끝났어?
효선 : (문득 봤다가)
기훈 : .... 아직?
효선 : (다시 운다)
기훈 : ..... 효선이랑 난 첫 비행기 탈거야. 여기 왔던 일은 다, 잘 됐어. 듣구 있어? 효선이가 해냈어. 효선이 아니었음 안됐어.
(중요한 말이라서가 아니라 안심시키기 위해 끝없이 아무 말이나 하고 있는 듯한 인상)
S#3. 병원 비상계단 (밤)
은조, 귀에 휴대폰을 대고, 멍하게 듣고 있다.
기훈(F) : 정신 똑바루 차리구, 기다리기만 하면 돼. 아저씨 연세에 그럴 수 있어.
응급처치를 잘했기 때문에 아무 일 없을 거라구. 여보세요? .... 여보세요?
은조 : ......
기훈(F) : 은조야.
은조 : ......
기훈(F) : 은조야.
은조 : .....
기훈(F) : 은조야.... 듣구 있니?
은조 : (딱히 기훈에게 하는 말은 아니다. 독백처럼, 신음처럼) 나 때문일까.....?
S#4. 수술실 앞 (밤)
강숙, 수술실 문을 뚫어져라 바라보며 서 있다.
<하느님 부처님과 맞장 떠서 이겼던 년>의 자세로, ‘어디 한번 또 덤벼 보시지’의 얼굴로 나직나직 독하게 중얼거리고 있다.
강숙 : 아직 어림없수. 여기서 주저앉으려구 여기까지 온 게 아냐. 해보슈, 하느님, 부처님, 천지신명님, 해볼 테면 해봐요 어디.
댁들 실수루 여러 년한테 나눠줘야 할 개만두 못한 팔자를 나 하나한테 몰아줬으면, 내가 어떤 년인지 댁들이 알 거 아냐.
나 여기서 못 가... 안 가.....
S#5. 비상계단 (밤)
전화기 귀에 대고, 멍하게
은조 : 효선이 당숙모님 말씀처럼, 나랑 울엄마가 운수가 사나운 여자들이라서, 멀쩡한 사람을 잡아먹게 되는 걸까....
S#6. 수술실 앞 (밤)
수술실 문이 열리고 집도했던 의사들 나온다. 강숙이 아까와 똑같은 자세로 보고 있다.
의사1 : (강숙 앞에 와서 서며) 걱정하지 마세요. 수술 잘 됐구, 고비 넘겼습니다.
강숙 : .... 당연하죠.
의사1 : .... 예?
강숙 : 그럼 어떻게 되기라두 할 줄 알았어요?
의사들 : (멍)......
강숙 : ......
S#7. 기훈의 객실 (새벽)
더 이상 나올 눈물이 없을 만큼 울고 난 효선, 퉁퉁 분 눈으로 뚫어져라 기훈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다.
기훈, 창가에 서서, 저 혼자의 생각에 빠져있다.
효선(N) : 아빠가 <심인성 쇼크에 의한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져 응급 수술을 받으셨다. 돌아가실 뻔했다.
나는 거기에 없고 여기 있었다. 생각들 좀 해 보시라. 누가 가장 위로받아야 할 사람인지를.
기훈 : (효선에게 와서) 잠깐이라두 눈 붙여. 여기서 자. 깨우러 올게.
기훈, 나간다. 문 열리고, 닫히는 소리.
효선(N) : 소풍도 저희끼리 가더니, 위로와 위안도 저희끼리만 나눠가진다.
뭐가 어디서부터 어떻게 꼬여버린 건지, 왜 이렇게 된 건지, 누가 좀 알려주면 좋겠다......
(F. O)
S#8. 회복실
링거 등을 주렁주렁 단 대성이 침상에서 눈을 뜬다. 나란히 서 있는 세 여자의 얼굴이 희미하게 보이다 점차 또렷해진다.
아빠가 눈을 뜨자마자 수도꼭지를 틀 듯이 자동으로 눈물이 쏟아지는 효선.
효선 : 아빠.......
대성 : (세 여자에게 눈으로 괜찮다고 말한다)
효선 : 아빠, 왜 그랬어. 왜 그랬어. 왜 그랬어.....
효선, 아빠에게 엎어져 울고, 은조, 그런 효선을 대성에게서 떼어낸다.
은조 : 이러지 마. 힘드셔.
효선, 은조에게서 떼어내진 채로 울고, 강숙, 만감이 들어있는 얼굴로 대성을 내려다보고 있는데,
카메라가 강숙의 어깨와 팔뚝을 따라 팬다운하면, 강숙의 손이 이불 속으로 들어가 있다.
S#9. 이불 속
대성의 손등을 덮어 꽉 쥐는 강숙의 손.
S#10. 사랑채 마당
대성의 손을 꽉 쥐고 있는 강숙의 손. 강숙, 대성의 손을 잡고 천천히 마당 안을 산책하고 있다.
강숙 : 이제 들어가요 여보.
대성 : 괜찮아. 날두 좋구. 볕두 좋구.
강숙 : 아직 무리하면 안 된댔어요.
대성 : 괜찮대두.
강숙 : 안 돼요. 말씀 들으세요 여보.
대성 : (잡은 손을 다른 손으로 감싸 토닥토닥하며) 정말 괜찮아......(하는데)
강숙 : (잡은 손 팍 놓으면서 신경질 푸르륵) 안된다니까 왜 이렇게 말을 안들어요!
대성 : (놀라서 보는)....
강숙 : (가라앉히고) ..안돼요 여보.
대성 : (보다가) ....알았어. 말 듣지 그럼.
대성, 안채 쪽으로 움직이는데, 강숙, 숨 고르고, 쫓아가며 다시 대성의 손을 얽어잡는다.
대성 : (가면서) ......
S#11. 운학루 부엌
꽃님과 순분이 차려놓은 밥상. 강숙, 일일이 간을 본다. 꽃님과 순분, 눈치 보고 있다.
강숙 : (간 보던 젓가락 탁 내려놓으며) 도대체 몇 번이나 말을 해야 알아 들어요? 소금 안 된댔죠!
짜게 드시면 절대루 안된다는데 왜 이렇게 말을 안 듣는 거야 대체!!
꽃님 : 안 짠데...
강숙 : (울컥) 뭐요? 안 짜? 안 짜? 내가 짜다는데 안 짜? 내가 안 짠 걸 짜다 그런단 말야?
지금 나 미친 여자 취급하는 거에요 할머니?
꽃님 : 아니 그게 아니구,
순분 : (어쩔 줄 몰라하며) 다시 할게요? 예? 잘못했어요. 잘못했다구요.
얼른 싹 다 새루 만들어낼 테니까 노염 풀어요 준수엄마.
강숙 : ? 준수엄마? .... 아줌마 내 웃어른이셔?
순분 : 사모님. 죄송해요 사모님, 잘못했어요. 얼른 싹 다 만들어낼게요.
강숙 : (노려보다가....) 시레기 불려논 거 갖구와요. 새루 끓이게. (하며 양푼 꺼내는데)
꽃님 : 부..불려논 건 다 떨어졌는데...
강숙 : (휙 보는데)
꽃님, 순분 : (움찔)
S#12. 등산복 매장 앞
효선의 차가 그 앞에 와서 선다. 효선 내려서 그 안으로 들어간다.
S#13. 매장 안
효선 들어서면, 나미(“꿇었다면서?....요?” 했던 아이, 여기 직원이다)가 반색한다.
나미 : 효선아! 어쩐 일야, 연락두 없이?
효선 : 등산복 젤 좋은 걸루 한 벌 챙겨줘.
나미 : 야아.... 너는 야 오랜만에 보는 건데 인사두 안하구 그냥 그렇게 본론으루 팍 들어가주면 난 고맙지!
누가 입을 건데? 너 등산하려구?
효선 : 아니, 아빠.
나미 : 아빠?
효선 : 회복되구 나면 운동을 좀 하셔야 하거든.
나미 : (잠시 난감해서) 어..... 근데.....
효선 : ?
나미 : 그래 뭐! 두 벌 쯤은 갖구 계셔야지. 일루 와서 골라. (데려가려는데)
효선 : 두 벌? 무슨 말이야?
나미 : 좀 전에 니네 언니가 한 벌 사갔거든.
효선 : .....
나미 : 은조 말야. 니네 언니.
효선 : .....
S#14. 대학 캠퍼스
기훈과 대성이 산책을 하듯이 캠퍼스를 걷고 있다. 대성은 은조가 사준 등산복을 입었다.
기훈 : 병원에 계시는 동안 일단 동경(*자료화면 보여줬던 도시 이름으로)의 특급 호텔 일곱 군데하구 계약했구
오늘 세 번째 납품 완료했습니다. 잘 될 거예요. 이게 신호탄이 돼 줄 거예요 아저씨.
대성 : 니가 있어서 난 좋구 든든하다만, 홍회장, 너 여기 와 있는 거 알구 있니?
기훈 : ......
대성 : 모르구 있구나.
기훈 : ......
대성 : 니 아버질 한 번 만나야겠다.
기훈 : ? 예?
대성 : 어릴 때야 내가 널 데리구 있는 게, 어른이 아이 보살피듯 충분히, 내가 할 수 있는 일이었구, 할 만한 일이었지만,
지금은 내가 좀 양심이 없어보여 임마.
기훈 : 아저씨,
대성 : 분명히 니 아버지두 너한테 따루 계획이 있을 거다. 없을 리가 없어. 그러니 내가 널 이 시골구석에 마냥 잡아둘 순 없지.
기훈 : 아저씨, 그렇지 않아요.
대성 : (서며) 니가 뭘 알아 임마? 너 새끼 낳아 봤어?
기훈 : .....
대성 : 니 아버지가 입 밖으루 꺼내 발설하지 않는다구 니 아버지 맘을 의심하면 안 돼.
기훈 : 아버진, 아저씨랑 다른 분이에요.
대성 : 다르겠지. 그릇이 다르니까 그렇게 큰 회사에 그렇게 많은 식구들을 다 거둬먹이는 거지.
기훈 : 그런 게.. 아니에요.
대성 : 그런 건지 그런 게 아닌지 내 만나보마.
기훈 : 만나지 마세요. 제가 만나 말씀드릴게요. 언제구 꼭, 그렇게 할 테니까, 제가 하게 해주세요.
대성 : ..... 그래. 언제구 꼭이 아니라 곧, 그렇게 해라 그럼.
기훈 : ..... 아저씨.
대성 : 말 해.
기훈 : 절, 믿으셔야 해요.
대성 : ?
기훈 : 어떤 일이 있어두, 어떤 예상치 못한 일이 생기더라두 절, 믿으세요.
대성 : (그저 예사로운 소리로 듣고 다시 걷기 시작하며) 믿어달란 놈 많아 좋다.
기훈 : (따라걸으며) .....
대성 : 효선이 그 꼬맹이가 자길 믿으라더니. 그 담엔 너야? 든든해 좋구나...
S#15. 대학 내 연구동 앞
대성과 기훈, 연구동 앞에 도착해서 건물 안으로 들어가려는데 은조, 안에서 급히 콩 튀듯이 튀어나온다.
대성 : ?
기훈 : ?
대성 : 어디 가?
은조 : (기훈에게) 일본 바이어 혼자 만나요. 효선이 데리구 가든지요. 나 지금 못 가요. (가려면)
대성 : 무슨 소리야. 같이 가려구 일부러 데리러 왔잖아 기훈이가.
은조, 대답 않고 뛰어간다.
대성 : ?
기훈 : (의아해서 보다가 눈 질끈 감는다)
대성 : (기훈과 동시에, 아이쿠 놀라는)
은조, 저만큼 뛰어가다가 엎어졌다. 은조, 바로 털고 일어나 다시 뛴다.
기훈 : (그 모습 보는).....
S#16. 누룩발효실 앞 마당
완성된 누룩을 조심스럽게 꺼내오고 있는 직원들. 다른 직원들이 그걸 받아서 짚을 깐 박스에 담고 있는데,
은조, 급히 온다.
은조 : (박스에 담긴 누룩 서너 덩이를 꺼내들며) 좀 가져가요.
직원들 : ???
다시 쌩 사라지는 은조.
S#17. 도가 마당
누룩 발효실 쪽에서 마당으로 누룩을 들고 나오는 은조. 이 때 대성이 들어선다.
대성 : 이걸 가지러 온 거야? 뭐 하려구?
은조 : 열처리를 해보려구요.
대성 : 열처리?
은조 : 열처리를 해서 유해효모를 제거하면 균일한 술을 만들 수 있을 거예요. 만약 성공하면 지금처럼 밑술을 따루
담그지 않아두 좋은 술을 얻을 수 있을 거예요. 그러면 공정을 줄이구 원가 절감두 가능해요. (가려는데)
대성 : 가만. 가만 이놈아. 열처리를 하면 유해효모만 제거돼? 다른 좋은 효모들두 약해질 거 아냐.
은조 : 발효환경을 잘 맞춰주면 돼요. 저 지금 바루 가야 해요. 들어가세요.
대성 : 은조야.
은조 : 예.
대성 : 나 이거 입었다.
은조 : 예.
대성 : 안 이뻐?
은조 : .....
효선(E) : 이뻐 아빠.
보면, 효선, 봄바람처럼 화사하게 들어선다.
효선 : 아빠 멋져. 언니가 선물한 거라며? (은조에게) 나미한테 갔었거든 나두. 언니가 먼저 사갔다길래 난 말았지 뭐.
색깔 잘 골랐는데 언니야?
은조 : (어쩐지 변명이 되는) 걔가 연락을 여러 번 했었어. 매장 오픈했으니까 꼭 좀 와달라 그랬구,
일 보러 서울 갔다가 안들릴 수 없었어.
효선 : (절대로 미움이 드러나지 않게, 화사하고 다정하고 친절하게) 언니. 아빠한테 선물한 걸 왜 나한테 변명하듯 그래?
언니가 아빠를 생각해서 그런 거라 그럼 내가 화라두 낼까봐? 언니. 나 이제 열여섯살 아냐. (대성의 팔짱을 끼며)
나 억울해 아빠, 언니 땜에.
대성 : (부러) 그래 나도 억울하다. 친구한테 강매당해 산 물건 그냥 나한테 던져준 거야 그럼?
은조 : ..... 저 가요. (가는데)
효선 : 연구실 가는 거야? 아빠. 언니 데려다주자 우리.
은조 : (보며) 방금 거기서 오시는 길이야. 이제 쉬셔야 해.
효선 : (상관없이) 아빠? 괜찮지? 내가 운전함 되잖아.
은조 : ...... (나간다)
대성 : (효선의 어깨 안으며) 넌 지금 기훈이한테 가 봐.
은조 : (나가며 등 뒤로 듣는)...
대성 : 바이어들 상대는 얼마나 잘하는지, 우리 효선이 솜씨 좀 볼까 어디?
S#18. 도가 앞
은조, 자기 차까지 누룩을 들고 가고, 효선, 대성의 팔짱을 바짝 끼고 뒤따라 나오며 자기 차로 간다.
은조, 차 뒷자리에 누룩을 조심스럽게 들여놓고 운전석으로 간다. 효선도 자기 차 운전석으로 간다.
S#19. 동네
효선, 은조에게 바짝 따라붙으며 운전한다. 은조, 급하면 먼저 가라는 듯 길 한켠으로 차를 붙여 비켜준다.
효선, 은조 옆으로 다가 오고, 은조, 차창 내린다. 효선도 이쪽에서 차창 내린다.
은조 : 왜?
효선 : (은조를 본다. 아까의 다정함은 간 데 없이 싸늘한 시선)....
은조 : ......
효선, 그런 시선 한 번 던지고 차창 닫고, 은조를 앞질러서 쌩 하고 가버린다.
은조 : ......
S#20. 호텔 레스토랑 별실 (몽타주)
- 기훈과 효선이 중년의 일본 바이어들에게 샘플 탁주를 놓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효선, 테이블 밑에 커닝페이퍼를 감춰두고 몰래 읽는다. 일본어 밑에 한국말로 발음 적어놓은 종이.
“저희 탁주의 맛의 비밀은 대성참도가만의 특별한 누룩에 있습니다. 이 누룩은 제 부친께서....”
- 대머리 바이어 한 명이 효선에게 뿅 가서 뜨거운 시선을 보내며 뭐라고 뭐라고 우스개를 말하면
- 효선, 그 바이어에게 애교있게 활짝 웃어 보이고,
- 기훈, 바이어와 얘기하다 말고 그런 효선을 물끄러미 본다.
S#21. 연구실 몽타주 (낮/밤)
- 누룩을 조금 쪼개 막사발에 넣고 부수는 은조.
- 플레이트에 누룩을 담고 열처리 하는 은조
- 열처리된 누룩을 시약이 담긴 시험관에 담는 은조
- 플레이트 배지 위에 누룩 추출용액을 도말하는 은조
- 플레이트를 클린벤치에 넣고 온도 습도 버튼을 조절하는 은조..... 다 해놓고 보면, 창밖이 깜깜하다.
S#22. 호텔 로비 (밤)
효선, 화가 난 기훈에게 쏘아붙이며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로비로 오고 있다.
효선 : 뭐? 다시 말해봐 오빠. 내가 뭘 어쨌다구?
기훈 : (서서) 누가 어디서 그런 짓을 가르쳤어? (오빠가 동생 야단치는 거다. 엄하게)
효선 : 글쎄 내가 뭘 어쨌다는 거냐구우!
기훈 : 따로 술 한 잔 했으면 좋겠다는 게 무슨 뜻인지 몰라? 뭐 때문에 그런 제안에 대놓구 하이하이를 하냔 말야!
너 겨우 그런 애야?
효선 : (기막혀서) 뭐?
기훈 : 비즈니스 하랬지 누가 그딴 짓으루 술 팔아먹쟀어 임마!
효선 : (기막히고, 화나고, 자존심 상하고) 말.. 다했어?
기훈 : 너 오늘 비즈니스 한 거 아냐. 부끄러운 줄 알아! (간다)
효선 : (가는 모습 보며, 입 떡 벌리고)......
S#23. 달리는 기훈의 차 (밤)
기훈이 운전하는 옆에 앉은 효선, 아직도 불같이 화를 내고 있다.
효선 : 그럼 전에 일본에선 초대를 왜 받아들였는데? 왜 그 집에 가서 밥 먹구 술 먹구
그 집 아이한테 싸인해주구 사진찍어주구 그러라 그랬는데에!
기훈 : 그건 아들하구 대화가 없는 불쌍한 엄마를 위한 거였지 웃음 팔자는 게 아니었어.
효선 : 뭐...뭐라구? 그럼 내가 웃음을 팔았단 말야? 그 알머리 일본 아저씨들한테? 내가?
오빠 어떻게...어떻게 나한테 그런 말을 해? 그게 나 한테 할 말이야? 정말 그게 나한테 해두 되는 말이냐구!
기훈 : (전방을 보다 놀라서 헉, 핸들을 팍 꺾는다)
S#24. 국도 (밤)
마주 오는 차와 아슬아슬하게 비껴간 기훈의 차. 갓길에 굉음을 내며 급정거한다. 차바퀴가 1/3쯤 논두렁으로 넘어가 있다.
S#25. 기훈의 차 안 (밤)
쿨렁, 하며 멈추는 차. 기훈, 반사적으로 벨트를 풀고 효선을 보호하며 끌어안는다.
효선의 머리가 차 유리에 부딪히기 전에 기훈의 손에 의해 보호된다.
효선 : ......
기훈 : ......
둘이 한참 끌어안은 채로 정지된 듯.....
기훈 : (안은 채로) 괜찮아?
효선 : ......
기훈 : (떼어내서 본다) ...괜찮아?
효선 : (기훈을 본다)....
기훈 : (효선의 얼굴을 손바닥으로 좀 때려본다) 괜찮냐구.
효선 : (보고 있다)....
기훈 : ......
효선 : (보고 있다)....
기훈 : ......
효선 : 가슴이...
기훈 : 응? 가슴이? 가슴 부딪혔어? 아파? 숨은? 숨쉬기 괜찮아?
효선(N) : 가슴이.... 뛰어 오빠.
기훈 : 가슴을 다친 거 같냐구?
효선(N) : 가슴이 막... 빨리 뛰어.
기훈 : .....
효선(N) : 막...떨려.
기훈 : ......
효선(N) : 춥지두 않은데 막.... 떨려 오빠....
기훈 : ......
효선 : (기훈의 가슴에 얼굴을 묻는데)
기훈 : (효선에게서 떨어진다)
효선 : (본다)
기훈 : (차 밖으로 나가며) 운전석으루 옮겨 앉아. 내가 밖에서 밀 테니까.
효선 : ......
S#26. 운학루 마당 (이른 아침)
아직 아무도 안 일어났다. 조용한 마당. 부엌 쪽에서만 달그락 소리 들린다.
S#27. 부엌 (이른 아침)
프라이팬에서 계란말이 만들어지고 있고, 정우, 계란말이 뒤집는다.
한켠에 도시락 펼쳐져 있고, 정우, 계란말이를 도마 위에 올려놓고 칼로 솜씨 좋게 썬다.
도시락에 계란말이 담고. 보온병에 미역국 담고. 끝. 정우, 만족한 웃음.
S#28. 연구실 (이른 아침)
창밖으로 동트는 기운. 간이침대에 쪼그리고 자고 있는 은조. 은조, 갑자기 벌떡 일어나 앉는다.
서둘러 현미경쪽으로 가는 은조. 점프 현미경 들여다보고 있는 은조.
은조 : (현미경 들여다보는 채로, 낙담의 얼굴이 되는)....
S#29. 연구실 복도
은조, 세면도구를 들고 나와 화장실 쪽으로 가는데 복도 끝에서 정우가 보따리를 들고 오고 있다.
은조 선다. 정우, 뛰듯이 은조 앞으로 와서 선다.
정우 : 며칠째 집에두 안오길래. 밥은 먹나 해서.
은조 : (정우 손에 들려진 것 본다)
정우 : 밥은 먹나 궁금하다구, 아줌마가.
은조 : 엄마가?
정우 : (끄덕끄덕)
S#30. 휴게실
(연구실 옆에 붙어있는 작은 휴게실)
테이블 위에 도시락 펼쳐놓고 먹는 은조. 물끄러미 보고 있는 정우.
정우 : 맛있어? 맛있지?
은조 : (먹으며) 너 솜씨 좋다.
정우 : 나? 나 아냐. 아줌마가..
은조 : 우리 엄마 이런 거 안 해. 평생 안 했어. 쓸데없이 무슨 거짓말이야? 우리 엄마 아마, 내가 집에서 자구 있는 걸루 알 걸?
정우 : 설마. 아줌마가 왜,
은조 : 울엄마, 니가 넌지두 모르시지?
정우 : 그거야, 내가 이렇게 훈남으루 컸다구 누가 상상이나,
은조 : 너 내가 이 집에 있는 걸 어떻게 알았다구 했지?
S#31. 해병대 화장실 인서트
정우, 볼일 보면서 대성도가 기사가 났던 그 잡지의 은조 얼굴을 들여다보고, 놀란 듯 얼어붙어 있는 얼굴.
S#32. 휴게실
밥 싹싹 다 비워먹고 물 마시는 은조를 흐뭇하게 보고 있는 정우.
은조 : (물컵 내려놓고) 그래서?
정우 : 응?
은조 : 그래서, 잡지에서 보구 나서, 그 담에 어떻게 했다구?
정우 : 아, 그래서 도가 번호를 알아가지구, 나 제대하자마자 취직할 테니 기다려달라,
해진이 형님한테 하루에 두 번씩 꼬박꼬박, 아 참 누나! 해진이 형님 집에 왔어.
은조 : ?
S#33. 대성의 서재
무릎 꿇고 머리 조아리고 있는 거지꼴의 해진. 대성, 심란한 얼굴로 의자에 앉아있다.
해진 : 형님, 제가 그냥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 제가 잠깐 머리에서 삔이 빠져가지구,
제가 언제까지 형님 밑에서 형님 등골이나 빨아먹구 있을 수두 없구 해가지구 제 힘으루 독립을 해서
당당하게 형님과 어깨를 견줄 수 있는 주류계의 인사가 되구 싶어가지구설랑.
대성 : 나한테서 독립하구 싶어서 나한테서 물건을 빼내 가짜를 만들었다구?
해진 : (입에 발동기를 단 듯이, 쉴 새없이 빠르게) 그러니까 제 대가리가 치킨대가리밖에 안되는 거 아닙니까 형님,
태어날 때부터 머리가 안 좋아서 그런 걸, 그러니까 다 이게 우리 아부지가 사단이에요 아부지가. 아부지가 엄마를 하두
괄세를 하니까 우리 엄마가 뱃속에 있는 나를 지우겠다구 그냥 간장두 들이마시구 식초두 들이마시구,
대성 : 일어서.
해진 : 간장 식초만이면 말을 안해요 제가, 나중에 얘기 들어보니깐 후추가루에다가...
대성 : (엄하게) 일어서!
해진 : 예 형님. (일어선다)
대성 : 언제까지 이러구 살 거야. 나이가 몇인데, 결혼할 나이두 훨씬 지나서 매형한테 얹혀, 사고나 치면서 말야.
해진 : 그러게나 말입니다 형님.
대성 : 내가 너한테, 아무 생각두 없었는 줄 아니?
해진 : ......
대성 : 효선이 하나밖에 없는 외삼촌이야. 장가보내구 독립시키는 거까지 내 몫이라구 생각하구 있었어.
그걸 몰라주구 이런 거지같은 사고를 쳐 이 사람아?
해진 : .....
대성 : 해진아.
해진 : 예 형님.
대성 : 나 없으면 너 어떡할래?
해진 : 예?
대성 : 사람 일 모르는 거잖아. 나 없으면 너, 이 집에 있기 쉬울 거 같아?
해진 : .... 어디, 가세요 형님? 어디 가시는데요?
대성 : .... (설명 설득 포기하고, 한숨)....
S#34. 기훈의 방
기훈, 출근 준비하고 있다. 셔츠 소매의 단추를 꿰는데 갑자기 밖에서
해진(E) : 아이구 놔! 어딜 가자구 이래 얘가!!
기훈 : ?
S#35. 효선의 방
효선, 자고 있는데, 밖에서 소리.
은조(E) : 따라오라구요! 일을 저질렀으면 책임을 져야 할 거 아니에요!!
효선, 눈 뜬다.
S#36. 사랑채 마당
은조, 해진이 뿌리치면 잡고, 또 뿌리치면 또 잡고 하면서 악다구니 쓰고 있다. 정우, 안절부절못하고 있다.
은조 : 정우야! 이 사람 묶어. 묶어서 경찰서루 끌구 가자구우우우!
정우 : 누, 누야, 밧줄이 없으가,
해진 : 이거 놔아! 우리 형님이 암말씀 안하시는데 왜 니가 나서서 이러는 거냐 말야!
은조 : (뿌리치는 해진을 붙들고 늘어지며) 나랑 가서 자수해요! 자수해줘요! 우리 꼼짝없이 가짜 술 만들어판 회사루
낙인찍혀있다구요! 공장 멈췄어요. 국내에선 아무데서두 주문이 안들어온다구요!
효선 안채에서 사랑채로 뛰어들어와 은조를 해진에게서 뜯어낸다.
효선 : 놔. 이거 안 놔? 노란 말야!!
은조 : (해진을 죽어라 붙들고 늘어지며) 자수해줘요. 그러면 우리 누명 벗구, 다시 금세 회복할 수 있다구요오오오!
효선, 그러는 은조의 팔뚝을 물어뜯어버리고, 은조, 그래도 해진을 놓치지 않고 매달리는 채로 아아아악 비명 지르고,
놀란 정우가 달려와 효선을 은조에게서 뜯어내고,
기훈 달려와 은조를 해진과 효선에게서 뜯어내며 저 멀리로 은조를 던져버린다. 은조 털썩 나가떨어진다.
기훈, 그래놓고 흠칫 놀라는데, 은조, 그러는 기훈을 보고 있다. 섬광처럼 짧게 얽히는 기훈과 은조의 시선.
정우, 눈에 불이 나서 달려와 기훈을 주먹으로 갈겨버린다. 기훈, 나가떨어진다.
효선 : 야! 너 뭐야!!
효선, 달려와 정우의 뺨을 갈겨버린다. 정우 놀라고,
은조 : (벌떡 일어나 다시 해진에게로 달려들며) 나랑 가. 지금 나랑 안가면 신고할 거야. 잡아가라 그럴 거야!!
효선 : (그러는 은조에게 달려가 은조를 막으며) 니가 뭔데 우리 삼촌한테 자수하라 마라야! 아빠가 용서했단 말야! 아빠가!!
은조 : (효선을 세게 밀쳐내고)
효선 : (달려들어 은조의 뺨을 치려는데)
정우 : (달려와 효선의 손목을 턱 붙들며) 이 가스나 머꼬!! (눈을 부라리면)
기훈 : (정우 막으며) 이 자식 이거 안 놔!!
대성(E) : 무슨 짓들이야!!
대성, 들어서서 이 아비규환을 보고 있다. 참담한 심정의 대성 ......
은조, 숨을 쉴 수 없을 만큼 무언가가 목 끝까지 차오르고, 억울한 눈물 펑펑 쏟아진다,
누가 보기 전에, 갑자기 모든 사람을 밀쳐내며 밖으로 뛰어나가 버리는 은조.
기훈, 다리가 자동적으로 은조를 따라 나가게 되는데, 그런 기훈의 팔을 잡는 손. 효선이다.
기훈, 효선을 본다. 효선, 원망에 가득 차서 기훈을 보고 있다.
S#37. 호숫가
숨이 헐떡일 만큼 내달리고 있는 은조. 뒤따라 달려오고 있는 정우. 정우, 금세 은조를 따라잡아 은조를 붙잡는다.
은조 : 놔!
정우 : 알았다 알았다. 니 숨 헐떡인다 아이가. 내가 대신 띠주께. 어디까지 띠면 대는데? 으이? 쩌-까지-?
정우, 은조를 번쩍 들고 자기가 뛴다.
S#38. 호수 일각
정우, 은조를 들고 달린다. 정우가 파인 길에서 휘청하면 은조, 꺅 놀라서 정우의 목을 끌어안는다, 눈물은 이미 쏙 들어갔다.
정우, 좋-단다, 더 빨리 뛴다.
S#39. 호수 일각2
정우와 은조, 벤치에 앉아있다. 정우, 고개가 은조쪽으로 돌아가 있다.
은조 : ......
정우 : ......
은조 : (본다)
정우 : (휙 외면)
은조 : (정면 본다)
정우 : (다시 은조 본다)
은조 : (휙 정우를 본다)
정우 : (외면)
은조 : (기막혀 픽 실소)
정우 : (씩 웃으며) 왜 속상했었는지 다 까먹었지?
은조 : 그래. 그랬다 왜.
정우 : 눈물두 쑥 들어가버렸지?
은조 : 그래.
정우 : 그럼 이제 내가 쇼를 해두 되지?
은조 : ?
-시작되는 정우의 쇼. 개다리춤. 막춤. 은조를 웃기려는 갖은 몸부림.
-은조, 실소한다.
-정우의 쇼 계속 된다
-은조, 푹 웃는다.
-은조 앞에서 개다리춤을 추고 있는 사람이 어린 정우로 바뀐다. 뚱뚱한 정우가 엉덩이를 흔들며 은조 앞에서 춤을 춘다.
-은조, 어린 정우를 보며 웃는다. 좀 더 웃는다.
-큰 정우와 어린 정우의 합동 공연
-은조, 활짝 웃는다. 웃음소리도 간혹 난다.
-은조의 박장대소를 위해 큰 정우와 어린 정우가 놀아난다.
-처음으로 보여지는 은조의 활짝웃음.
S#40. 호숫가 일각
차 안에서 차를 세워둔 채로, 은조를 보고 있는 기훈. 기훈의 시선에, 노는 정우와 웃는 은조. 은조의 활짝 웃음.
아프고 서늘하게 그런 은조를 보는 기훈 ......
S#41. 연구실
현미경을 들여다보고 있는 은조.
은조 : (현미경을 들여다보며 희미하게 퍼지는 흥분).....
S#42. 도가 사무실
은조, 흥분되고 긴장된 얼굴로 밀봉포장된 누룩을 꺼내 고두밥에 섞는다(테스트용 탁주를 만드는 중이다)
곁에서 지켜보고 있는 대성, 기훈, 효선.
은조, 누룩이 섞인 고두밥을 작은 항아리에 담고 준비된 물을 붓는다.
대성 : (기훈과 효선에게) 잘 봐 둬. 이 순간이 우리 대성참도가의 역사를 바꿀지도 몰라. 그거 맞지 은조야?
은조 : (대꾸도 없이 진지하게 술만들기에 여념이 없다)
대성 : (새로운 효모의 누룩으로 빚은 술이 성공할 거라고 믿는 건 아니다, 그저 저러는 은조가 미덥고 고맙다.
그런 얼굴로 은조를 보고 있다)
효선 : (그런 아빠를 본다)....
S#43. 술발효실
발효실 한켠에 항아리를 얹는 은조. 기훈, 도우려고 하면, 은조, 밀어내고 제가 한다.
그런 모습을 보고 있는 대성과 효선. 뻘쭘해진 기훈을 바라보는 효선의 시선. 대성, 그런 효선을 보는데.....
S#44. 술발효실 (밤)
효선 들어온다. 은조의 항아리 앞으로 가는 효선. 항아리를 노려보는 효선.
효선, 충동적으로 항아리를 집어 든다. 높이 들어올려, 바닥에 철퍽! 술항아리가 바닥에 푹 퍼져버렸다.
상상이었다. 항아리가 아직도 효선의 눈앞에 있다.
효선의 손이 떨면서 항아리로 간다. 멈칫하는 효선. 효선, 어깨 축 늘어뜨리며, 나간다.
문 닫히면, 이쪽 구석에서, 그런 효선을 지켜보고 있던 은조 ..... (F. O)
S#45. 호텔 객실 안
7회에 나온, 기정이 ‘본부장’이라 불렀던 임원이 누군가와 은밀한 대화를 나누고 있다.
대화를 나누고 있는 상대는, 효선에게 뿅 갔었던 알머리 일본인이다.
S#46. 기정의 사무실
본부장이 기정에게 은밀하게 보고하고 있다. 기정, 가만히 듣고 있다....
S#47. 기훈과 정우의 방 (밤)
정우, 휘파람을 휙휙 불면서 다림질을 하고 있다. 셔츠도 다리고 바지도 다리고, 양말도 속옷도 다린다.
책상 앞에 앉아있던 기훈, 휘파람소리에 정우를 보고 있다.
정우, 다 다린 양말 속옷 등을 정리함에 두려고 정리함을 여는데
각이 빳빳하게 선 채로 질서정연하게 개어져 있는 속옷 양말 보인다.
정우, 문득 기훈을 본다.
정우 : 다릴 거 있으면 내놓으십시오, 선배님. 각 확실하게 잡아 다려드리겠습니다.
기훈 : 휘파람이나 불지 마.
정우 : 예, 알겠습니다.
기훈 : (돌아서 책으로)....
정우 : 질문 하나 해도 되겠습니까, 선배님?
기훈 : (본다)
정우 : 선배님도 제가 누군지 아직 모르십니까?
기훈 : ?
정우 : 됐습니다. 모르셔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주무십시오. 저는 양치 하러..
정우, 다리미 잘 정리해놓고 나간다.
기훈 : ?
이 때 밖에서.
효선(E) : 오빠-
기훈 : ?
S#48. 운학루 앞 (밤)
은조, 도가에서 올라오는 길이다. 대문 밀고 들어가려는데, 문득 나직한 강숙의 목소리가 들린다.
강숙(E) : 미쳤어? 죽구 싶어?
은조 : ?
S#49. 운학루 뒤편 (밤)
강숙, 휴대전화로 통화중이다.
강숙 : 이 시간에 전화하는 니가 미친놈이 아니구 그럼 뭐야? 니가 나 망하게 하자구 덤비는구나.
내가 망하면 나 혼자 망할 거 같어? 망하더라두 너 먼저 죽여놓구 망하지! (하다가 놀라서 휴대폰 떨어뜨린다)
은조 : (강숙 앞에 서 있다)
강숙 : (빽 소리 지른다) 뭐야 이 기지배야!
은조 : (휴대폰 줍는데)
강숙 : (휙 뺏어서 감춘다)
은조 : ..... 뭐야?
강숙 : 뭐긴 뭐야! 아무 것두 아냐.
은조 : 전화, 이리 내.
강숙 : 뭐? 미쳤냐 너?
은조 : 누구야?
강숙 : 몰라두 돼 이것아. (간다)
은조 : (잡는다) 장씨야?
강숙 : (어이없다는 듯) 미쳤어? 장씨가 왜 튀어나와 갑자기!
은조 : 그럼....장씨 말구... 다른 남자야?
강숙 : 별 소릴 다 듣겠네. 몰라두 돼! (간다)
은조 : (보면서) ....엄마.
강숙 : (못들은 척하고 서둘러 가는데)
은조 : 나, 죽을 수두 있어.
강숙 : (휙 본다) 뭐?
은조 : 내가 엄마를 견딜 수 있는 통이, 자잘자잘한 게 백 개쯤 있다구 쳐.
강숙 : ??
은조 : 그 통... 하나씩 하나씩 다 깨지구....딱... 한 개 남았거든?
강숙 : 뭐라는 소리야 이게!
은조 : 그 한 개, 마저 깨지면, 나 정말, 살지 않으려구 해.
강숙 : (와서 등짝 철퍽철퍽 갈기며) 이 년이 근데 에미 앞에서 못하는 소리가 없어! 뭐? 살지 않으려구 해?
안 살면? 안 살면 이년아!
은조 : 아무리 효선이 아버지한테...조금치두 정이 없다 해두.... 그럼 안되지 엄마. 그런 일은 없어야 하는 거지...
강숙 : .....
은조 : 효선이 아버지한테 못할 짓하면 엄마 나... 내가 엄마 대신 지옥 갈 거야.
강숙 : .....
은조 : 지옥이 엄마하구보다 훨씬 더.. 견디기 쉬울 거야...진심이야.
은조, 눈을 퍼렇게 빛내며 말하고는, 저 먼저 간다.
강숙, 어쩐지 오싹한 느낌으로 딸을 보고 있다......
S#50. 사랑채 마당
은조 대문 밀고 들어서서 안채 쪽으로 가는데, 정자 쪽에서 두런거리는 소리.
정자 전등 아래서 효선과 기훈, 일본어책 펼쳐놓고 공부하고 있다. 카세트 테이프에서 일본어 흘러나오고.
효선, 공부는 귓등으로 흘려들으며 기훈의 얼굴만 처연하게 보고 있다.
기훈 : 책 안 봐?
효선 : 응. 봐. (해놓고도 기훈만 본다)
기훈 : (책 탁 덮고 테잎도 딱 끈다) 너 이럼 나 너랑 아무것두 못해. (일어선다)
효선 : (올려다보며) 오빠...
기훈 : 어리광 버리랬지.
효선 : (일어서며) 어리광... 아냐.
기훈 : 어리광 아니면 뭐야 임마!
효선 : 어린 애... 아냐.
기훈 : .... 뭐?
효선 : 어린애루 보지 마. 자존심 상해. 어릴 때부터 봤다구 내가 늘 어린애같아? 내가 아직두 아무거나 질질흘리구 잃어버리구
다니는 여고생이야 오빠한테는? 빨리 어른돼라 그래서 어른 되구있어. 오빠랑 비슷해지려구 죽을 둥 살 둥 애쓴단 말야!
기훈 : 죽을 둥 살 둥 애쓰는 놈이 공부하자구 불러내서 공분 안하구,
효선 : (버럭) 좋아 죽겠어!!
기훈 : 뭐라구?
효선 : 좋아 죽겠는 걸 어떡해! 나한테 화를 내든, 야단을 치든, 눈을 부릅 뜨는, 맘에 안들어하든, 무시하든, 비웃든,
웃음이나 흘린다는 그런 기절할 것 같이 모욕적인 소릴 하든, 어떡해두 좋은데, 이럴 땐 어떡해?
그렇게 어른이면 어떡해야 하는지 대답해봐. 대답해 봐 얼른!
기훈 : .....
효선 : 모르지? 모를 거야. 이건 일본어두 아니구 수학두 경영두 아니니까. 그리구 나는.... 은조가 아니니까! 그치!!
은조(E) : 내 이름 들먹거리지 마 구효선.
기훈, 효선. 휙 하고 본다. 은조, 이쪽으로 다가온다. 두 사람을 똑바로 올려다보면서.
은조 : 나, 두 사람 일에 아무 상관없어. 난 너처럼 그렇게 남자 때문에 가슴 아플 애가 아냐. 알구 있지 않아 구효선?
알구 있잖아, 내가 어떤 앤지. 눈앞에 보이지 않는 순간부터 그 사람은 나랑 상관 없는 사람이야.
기훈 : ......
은조 : 난 살던 사람들하구 어느날 갑자기 예고없이 헤어지는데 굉장히 익숙한 애야. 전에 살던 사람들은 순식간에
아무 상관없는 사람들이 돼. 그거 나한테 세상에서 가장 쉬워. 그 사람들이랑 밥을 먹었든, 비를 함께 맞았든,
나한테... 아무리 잘해줬어두 나, 그 사람들 버리기가 ... 하나두 어렵지 않아. 누가 나를 버렸어두....마찬가지야.
기훈 : ......
은조 : 말 한 마디 없이 떠나두...내가 잘하던 짓이니까, 너두 잘하나부다... 그러면서 살아. 좋아죽겠다는 그거...
난, 고양이나 개만큼두 몰라. 그러니까 너...구효선.... 나 끼워넣지 말구 너 혼자 좋아 죽으라구. (간다)
효선 : (빽-) 거기 서 봐!
은조 : (상관없다. 사라져버린다)
효선 : (쫓아가려고 움직이면)
기훈 : (잡는다)
효선 : 놔 봐!
기훈 : (무섭게) 혼날래?
효선 : ....
기훈 : 혼나구 싶음....따라가.
효선 : .....
기훈 : .....
S#51. 술발효실 (밤)
은조, 항아리 앞에 쭈그리고 앉아있다. 독기 서린. 술이 다 될 때까지 기다릴 작정인가보다.
갑자기 뽁 소리. 은조 멈칫한다. 분명히 자기 항아리에서 소리가 났다.
은조, 조심스럽게 귀를 갖다 댄다. 뽀그락뽀그락 발효되는 소리. 은조, 그 소리가 반갑다.
은조, 항아리에 귀 대고, 끌어안듯이 항아리를 안고 앉아서,
은조 : 잘 익어줘. 부탁이야..... 부탁이야......
문이 열린다. 기훈이 들어선다. 은조, 휙 본다.
기훈 : ...... 나두 그래.
은조 : ......
기훈 : 나두, 잠깐이라두 마음 뺏겼던 것들하구 헤어지는 거, 아무렇지 않아. 못나게, 잠깐 감상적이 돼서, 옛날 일 떠올리거나,
옛날에 귀하다구 생각했던 마음 꺼내보는 때가 있긴 하지만 그 때 뿐이구, 나두 너 따위.... 간단해.
은조 : (항아리, 다시 잘 챙겨 제자리에 반듯하게 놓는다. 그 손이 살짝 떨린다)
기훈 : (보고 있다)
은조 : (밀치고 가려는데)
기훈 : (잡는다) 나는 그런데... 너는 아냐.
은조 : ....
기훈 : 너는...거짓말을 했어.
은조 : .....
기훈 : 그러지 마. 나 미워하지 마. 날 그렇게 죽도록 미워하는 거...간단하게 잊었다구 억지 쓰는 것도 하지 마.
아무것두 하지 마. 날 그냥.. 없다구 생각하면 돼.
은조 : ...... 나..... 이 집에 빚 엄청 많은 사람야.
기훈 : ......
은조 : 이 집에 해 끼치려는 사람 있음 다... 죽여버릴 거야.
기훈 : ......
은조 : 효선이한테 나쁘게 하면.... 내 손에... 죽을 줄 알아.
기훈 : ......
은조 : (간다)
기훈 : ......
S#52. 은조의 방 (밤)
은조, 침대에 누워있다.
은조 : ......
(F.O)
S#53. 발효실 앞
은조, 항아리를 소중하게 들고 나온다. 대성이 기다리고 있다.
은조, 온 얼굴에 긴장이 역력하다.
S#54. 도가 내 대성의 사무실
은조, 항아리를 들고 대성과 함께 들어선다. 기훈과 효선이 기다리고 있다.
은조, 항아리를 탁자 위에 내려놓는다.
대성 : 열어 봐.
은조 : (떨리는 손으로 항아리에 손을 댄다)....
대성 : 내가 열어?
은조 : 아뇨. 제가 해요.
은조, 항아리를 조심스럽게 연다. 은조, 들여다본다. 은조의 얼굴이 파리하게 굳는다.
효선, 얼른 와서 들여다본다.
효선 : (은조의 눈치를 보고, 대성을 보며) 골마지가 꼈어...
은조 : ......
효선 : ......
기훈 : ......
대성 : ...... (항아리 안을 본다).... 산막효모다. 아주 못 쓰게 된 건 아냐. 밀가룰 좀 뿌려뒀다가,
은조 : 아뇨. 버릴 거예요.
은조, 항아리째 들고 나가려는데 대성, 항아리 뺏어서 기훈에게 준다.
대성 : 밀가루 조금 뿌려 저어두라 그래. 식구끼리 먹기엔 무리 없어. (얼른 갖고 나가라는)
기훈 : (갖고 나가려는데)
은조 : (그 항아리 도로 빼앗으며) 버린다니까!!
하다가 손에서 미끄러지며 바닥에 철퍽 소리를 내며 깨지는 항아리, 내용물 줄줄 쏟아져 나온다.
은조 : ....
기훈 : ....
대성 : ....
효선 : ....
은조, 조용히 사무실을 나간다.
S#55. 동네 일각
효모 실패로 분한 은조, 씩씩대며 앉아있는데.
효선(E) : 아빠가 평생 해오면서두 못한 일인데, 니가 할 수 있을 줄 알았니?
은조 : (쳐다보지도 않는)
효선 : (옆으로 온다) 아빠가 너, 해낼 거라구 믿어서 가만히 두구 보신 거라구 생각해?
은조 : ..... 조용히 좀 해주라.... 시끄러워.
효선 : 너는... 영웅이 되구 싶지?
은조 : .....
효선 : 니가 짠 하구 과학지에 실릴 만한 효모 하나 발견하구 성공시켜서, 우리 삼촌이 말아먹은 공장을 니가 살려냈다구,
그렇게 뻐기구 싶은 거지?
은조 : .....
효선 : 어떡해? 영웅은 니가 아니네. 내가 만난 바이어가 오늘 대량 주문서를 넣었어.
설비가 모자라서 주문을 다 댈 수 없을 만큼. 술 만들 돈이 없어서 주문을 못 받을 만큼.
은조 : (휙 본다) 그게... 정말이야?
효선 : 왜? 내가 해서 심술나? 니가 해냈어야 하는데, 내가 해내서 분해?
은조 : (벌떡 일어나 도가로 달려간다)
효선 : (본다)......
S#56. 홍회장 사무실
홍회장과 독대하는 기훈.
기훈 : 돈 좀 주세요.
홍회장 : (무슨 소리야? 본다)...
기훈 : 좀 많이 필요해요. 갚을 테니 빌려주세요.
홍회장 : ......
S#57. 대성의 서재
기훈과 효선과 은조와 대성이 앉아있다.
대성 : .... 그래서, 주문을 안받기루 했다.
기훈 : 사장님, 돈 문제라면,
대성 : 됐다. 더 이상 거론할 거 없어. 결정 끝났다.
기훈 : 사장님,
대성 : 무리하지 말자. 그 많은 주문을 감당할 형편이 못 돼.
은조 : 제가... 주문 받아버렸어요.
대성 : ?
효선 : ?
기훈 : ?
대성 : 주문을 받았다구?
은조 : 예.
대성 : 어떻게 하려구 주문을 받아? 임마 그만큼 라인을 돌릴 돈이 없어 내가. 대출두 막혔어. 길이 없다구.
은조 : 많이 해결했어요. 아주 조금만 더 구하면 돼요.
대성 : ?
밖이 시끌시끌하다.
집안어른1(E) : 이보게 대성이-
강숙(E) : 아유 어르신, 어쩐 일이세요 연락두 없이?
시끌시끌한 소리 들리는 가운데.
은조 : 집안 어른들 찾아다니며 빌었어요. 당숙어른은 땅문서 내주셨구, 종조부께서는 손주 유학비용 마련해놓으신 거
빌려주셨어요. 지금 오신 작은 할아버진 아마, 학교 지으시려던 계획을, 일년 늦추시겠단 얘길 거예요.
대성 : ??? 뭐야? 너 이놈 어떻게 나한테 말 한 마디 없이,
은조 : 어른들 모두, 저 때문이 아니라,.... (아버지,라고 부르지 못하고) 대성도가 때문에.... 집안의 자랑인 대성도가가
일어설 기회라구 말씀드리니까 많이 망설이지 않으시구 허락하셨어요. 해요 우리. 하면 좋겠어요.... 잘 하면 되잖아요....
대성 : (기막히고)....
기훈 : ......
효선 : .....
은조 : ......
기훈 : 모자라는 건...제가 마련할 수 있습니다 사장님.
은조 : ......
대성 : ......
S#58. 공장
라인이 풀가동되고 있다. 대성, 직원들 지휘하고, 은조와 효선도, 기훈도, 깜냥껏 동동대고 있다.
동동대는 세 아이들, 서로 스칠 때마다 묘한 기운들.
S#59. 대성의 서재 (밤)
은조, 다른 생각을 떨치듯이 공부에 매달려있다.
대성, 따끈한 모주 두 잔을 들고 서재로 들어온다. 은조의 책상에 모주 한 잔을 놓아주는 대성.
은조, 그제서야 본다.
대성 : (앞 의자에 앉으며) 하루종일 공장에서 동동거리구 밤 늦게까지 이게 무슨 짓이야? 나처럼 쓰러지구 싶어?
은조 : (모주 물끄러미 본다)
대성 : 모주야. 마셔.
은조 : ... (들어서 한 모금 마신다)
대성 : (자기도 마신다) 아직두 효모야?
은조 : 누룩 법제를 인공적으루 해보려구 했던 게 잘못일까요? 뭐가 문제였던 거죠?
대성 : 나두 몰라.
은조 : .....
대성 : 모른다. 정말이야. 바람이 물이, 볕이, 밤이슬이 해준 일이라, 나는 정말 몰라.
은조 : .....
대성 : 그런데, 사방 곳곳에 니가 찾는 효모가 있어.
은조 : ......?
대성 : 니 엄마하구 니가 내 한 식구가 된 이후루, 술맛이 좋아지구, 도가가 불이 일듯 일어나구... 그랬어. 술이, 깊어졌지.
은조 : .....
대성 : 그게 너를 따라온 효모 때문이다.
은조 : .....
대성 : 너랑 니 엄마가, 좋은 효모를 끌구 나한테 온 거야.
은조 : ..... 진심.... 이세요?
대성 : 거짓말을 할 것 같니 내가? 너한테 잘 보이려구?
은조 : 운수 사나운.... 그런 모녀... 아니었어요?
대성 : ..... 너... 아버지라구 한 번, 안해줄래?
은조 : ......
대성 : .......
은조 : .......
대성 : 안 해줄 테야?
은조 : .......
대성 : 응?
은조 : 자꾸 하라 그러시면...
대성 : ......
은조 : 저.... 일어서야 해요.
대성 : (서운해서 보며) ..... 알았어. 니 마음이 안 그런 걸.
대성, 천천히 일어나서 나간다. 은조, 한숨 쉰다....
S#60. 어느 시골 다방 안
몇 안 되는 손님과 마담과 아가씨들이 모두 출입문 쪽을 향해서 앉아있다.
출입문 바로 옆에 티비가 있고, 마담과 아가씨들과 손님들이 모두 드라마를 보고 있다.
그 손님들 가운데 추레한 장씨가 있고, 장씨만 손님들과 반대방향으로 꾸부정하게 앉아있다.
S#61. 다방 앞
강숙이 택시에서 내려서 다방 간판을 본다. 건물 2층이 다방이다. 강숙, 계단을 올라간다.
S#62. 다방 입구
강숙, 문을 여는 순간 다방 안의 모든 사람이 자기쪽을 향해 있다. 흠칫 놀라는 강숙.
아가씨 하나가 나른하게 일어나 “어서오세요.” 하며 주방 쪽으로 간다.
그 소리에 손님들이 모두 티비에서 눈을 떼고 강숙을 본다.
S#63. 다방 안
티비를 보던 사람들이 강숙의 움직임을 따라 시선이 움직인다.
다른 세상에서 온 것 같은 화려하고 기품있어보이는 여자가,
이 다방안에서 가장 추레해보이는 남자에게로 가고 있는 것을 모든 사람이 본다.
강숙, 장씨 앞에 와서 앉는다. 장씨, 고개 들어서 강숙을 본다.
강숙 : .....뭐야...
장씨 : 니가... 온다캐놓고 안오고, 전화 한다캐놓고 안하고, 만난다캐놓고 안만나주고... 내가 살긋나?
강숙, 그런 장씨를 가만..히 본다.
아가씨가 물잔과 메뉴판을 들고 오는게 보인다.
강숙 : (시선은 장씨에게서 떼지 않고) 커피요.
아가씨, 도로 간다. 이제부터 강숙은 시종일관 나직나직하다.
강숙 : 이제.... 나 너 안 만날 거야.
장씨 : 그 소리... 백 번도 더 했다 아이가.
강숙 : 정말이야.
장씨 : 정말이란 소리도 백 번도 더 했다 아이가.
강숙 : 나, 내 남편한테 충성할 거야. 개처럼.
장씨 : 하. 사랑은 내하고 하고 충성은 니 남편한테 하고?
강숙 : 니가 무슨 소릴 지껄여두 상관없는데, 내가, 너하구 같은 종자라구 말하는 건... 관둬라... 입을 찢어놓기 전에.
장씨 : ..... 가스나 말..하는 거 바라...입도 참 깨끗하다...
강숙 : 내 영감 죽으면 나... 또 헛 거 돼.
장씨 : .....
강숙 : 미쳤어? 어떻게 가졌는데... 어떻게 만든 건데....
장씨 : ......
강숙 : (가방에서 얇은 돈봉투 꺼내 장씨 앞에 내민다)
장씨 : (돈봉투를 본다)..... 먹고 떨어지라 이기가?
강숙 : (눈물 글썽인다)..... 어.
장씨 : (눈물 고이며, 강숙을 본다) 강숙아...
강숙 : (눈물 삼키고 싸늘하게) 나 가구 나면 그거 꺼내서 세 봐. 입이 떡 벌어질 거야.
은조 몫으루 꼬불쳐둔 거 한 켠 헐어내온 거니까 너 그걸루, 술지랄하지 말구, 전셋방이라두 얻구 사람답게 살아.
장씨 : 니 대신 돈을 가지라 이 말이가. 니 우예 나한테! (억울한 눈물 뚝뚝) 니 내를 멀로 보고!
강숙 : 나 가구 나서, 그 돈 세보구, 그러구두 그 돈하구 나하구 바꾸구 싶잖으면, 그럼 따라나와 잡아봐. 같이 살아줄게.
장씨 : ......
강숙, 나간다. 커피가 오고 있는데 그냥 문 밖으로 사라져버리는 강숙.
손님들 시선, 이번에도 강숙에게로.
S#64. 인서트
수표.
S#65. 다방 안
수표를 보고 있는 장씨. (한 삼천만원쯤 되는 숫자)
장씨 : ......
이 작자, 아직 돈을 받을 건지, 강숙을 택할 건지 결정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S#66. 다방 앞
강숙, 건물에서 나온다. 장씨가 따라나오지 않을 것으로 강숙은 확신하고 있다.
강숙, 옷매무새 바로 하고, 구겨졌던 얼굴 펴고, 앞으로 똑바로 걷는다. 걷다가, 소스라쳐 놀라 우뚝 서는.
강숙 : .....
강숙 앞에 채귀처럼 은조가 서 있다.
강숙 : ......
은조 : ......
강숙 : ...... 너.... 니가 왜.....
은조 : ......
강숙 : 아냐. 아니래두! 아냐 이것아!!
은조 : (파들파들 떨고 있다) 뭐가... 아닌데?
강숙 : (다방 돌아보고, 다시 은조 보면서) 가자,. 응? 가자, 가면서 얘기해 줄게..
(은조 끌고가듯 하면서) 가자구, 내가 다 얘기 한다구!
은조, 그런 강숙을 모질게, 패대기치듯 뿌리치고, 강숙이 나온 다방을 향해 뛰는데서.
(엔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