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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데렐라 언니] 11

작성자수다쟁이|작성시간11.04.27|조회수1,087 목록 댓글 0

[신데렐라 언니] 11

 

 

 

 

 

 

 

 

 

 

S#1. 대성의 서재 앞 (밤)

 

기훈, 서 있다. 잘못했어요 용서해주세요 하는 은조의 통곡이 들려온다.

그 소리 한 마디 한 마디가 독약같은 화살이 돼서 기훈의 온몸을 찌르는 것 같다,

기훈, 정말로 화살에 찔려 숨이 막히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다.

 

 

S#2. 사랑채 뒤 (밤)

 

대성의 서재 창이 밝혀져 있고, 이곳으로도 잘못했어요 용서해주세요 하는 은조의 통곡이 들려오고 있다.

정우, 소리도 없는 굵은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다.

 

 

S#3. 발효실 (밤)

 

효선, 아직도 서 있다.

 

(10회 #58, #60의 연결)

은조가 들어내간 항아리 자리를 쏘듯이 보는 효선 위로

 

은조(E) : 어떡할래?

효선 : ......

은조(E) : 나는 이렇게 대성참도가에 기여가 큰데, 넌 뭘 할 거야?

 

 

S#4. 플래시백

 

(10회의 #58)

 

효선 : .....

은조 : 이러다 정말, 전부 다 내 꺼가 되구 말겠어 구효선.

효선 : ......

은조 : 그래두 괜찮아?

효선 : .....

은조 : 우리 엄마, 보통 사람 아니구 나, 그 엄마 딸이야.

효선 : .....

은조 : 어쩜 내가 엄마 이상일 거야. 난 엄마보다 머리가 훨씬 더 좋거든.

효선 : .....

은조 : 당하지 마라. 당해두 안구해줄 거야.

효선 : ....

은조 : 난....분명히 경고했다. 응?

 

 

S#5. 대성참도가 마당 (밤)

 

효선, 생각에 잠겨 마당에 서 있다.

문득 고개 들어서 도가를 둘러보는 효선. 불 꺼진 곳도 있고, 켜 있는 곳도 있는데, 효선, 불 꺼진 곳을 향해 간다.

 

 

S#6. 몽타주 (밤)

 

도가 안, 불 켤 수 있는 모든 곳의 불을 켜고 다니는 효선.

- 도가 이층

- 누룩실

- 사무실 등등.....

 

 

S#7. 마당 (밤)

 

마당까지 불이 환하고. 효선, 눈으로 도가 곳곳을 훑는다. (결연한 것은 아니다. 그저 훑어보듯이.....)

그런 효선의 얼굴 위에서 (F.O)

 

 

S#8. 은조의 방 (새벽)

 

은조, 눈이 퉁퉁 부은 채로 잠들어있는데 밖에서

 

정우(E) : 누야. 누야-

 

힘겹게 눈을 뜨는 은조...

 

 

S#9. 안채 마당 (새벽)

 

은조, 가디건 걸친 채 퉁퉁 부은 눈으로 마루에서 마당으로 내려선다.

정우가 배낭을 한 쪽 어깨에 걸치고 서 있다. (뽀레버 방망이는 없음)

 

은조 : (목이 꽉 잠긴) 왜?

정우 : 내 어디 좀 잠깐 갔다오께.

은조 : ?.....어디?

정우 : 어...어엄...그라이까네....어... 아, 나 예비군 훈련 간다.

은조 : 예비군 훈련?

정우 : 어. 마침 도가에 일도 없고, 내 없어도 대제?

은조 : .... 조심해서 잘 다녀와. (들어가려면)

정우 : (배낭 벗어서 발 밑에 던져두고 한발 다가서며, 다급한) 누야.

은조 : (보는)

정우 : (서둘러 주머니에서 보석상자 꺼내 제 손으로 마구 뜯으며) 니는 그기 나빠. 사람이 말을 할라카는데,

         히뜩 가뿌고 히뜩 가뿌고.... (왕 관모양의 브로치(브로치 맞나요?)를 꺼내고, 상자며 포장은 얼른 주머니에 쑤셔박는다)

         니 일로 와가 이 빵 쫌 바라. (오기를 기다리지 않고 은조 앞에 가서 손바닥에 놓고 쓱 내민다)

은조 : ? (본다) ...빵?

정우 : 빵. 딱 빵이제?

은조 : (보면서) 왕관 아냐?

정우 : 파는 즈그들은 그래 부르나본데, 내 보기엔 빵이다.

은조 : 이거 뭐?

정우 : (가디건에 꽂아준다) 이거 뜩 달고 있시모, 니 안굶는다.

은조 : 뭐야. 하지 마. (손으로 치우려고 하면)

정우 : 아 쫌! 가마있어바라!! (마저 꽂아준다) 내 없는 동안에 꼭 달고 댕기라. 이기 니를 지키줄 기다.

은조 : (실소하는)

정우 : (다 달고 나서. 떨어지며. 표준말로 진지하게) 옷 갈아입을 때 잊지 말구 옮겨 달아 누나.

은조 : ?

정우 : 빵이야. 달구 있음 절대 안굶어. 누나 주변사람까지 다.

은조 : (다시 실소)

정우 : 정말이라니까? 내가 누날 굶기지 않으려구 이때껏 살아왔는데, 내 말을 못믿는 거야 지금?

은조 : 이상하다...

정우 : ?

은조 : 그 바보 멍청이 같은 말이, 믿구 싶어져.

정우 : 믿으라 가스나.

은조 : .....

정우 : 나 갔다올게. 밥 잘 먹구, 잘 지내구 있어.

 

정우, 배낭 주워서 매고, 은조를 향해 씩 웃어보이고, 간다. 그런 정우를 보는.

 

은조 : .....

 

은조, 물끄러미 정우가 달아준 빵브로치를 본다.

 

 

S#10. 은조의 방 (새벽)

 

은조, 옷 다 갈아입었다. 입었던 잠옷이랑 가디건 대충 의자에 걸쳐놓고 나가려다 문득,

 

정우(E) : 빵이야. 달구 있음 절대 안 굶어.

은조 : ..... (물끄러미 가디건에 달린 빵을 본다)

 

 

S#11. 기훈과 정우의 방 앞 (새벽)

 

은조, 겉옷 아랫주머니에 빵 붙이고 와서 방 앞에 선다. 차마 문은 못 열고

 

은조 : (그렇지만 용무가 있어서 온 거다. 용무가 급하고, 감정은 의도적으로 배제했다)

         일어나봐요. 의논할 게 있어요. 한 시가 급하니까 그만 자요.

 

반응없다.

 

 

S#12. 기훈과 정우의 방 안 (새벽)

 

문 열고 빼꼼 들여다보는 은조. 방이 비었다. 은조, 휴대폰 열며 문 닫는다.

 

 

S#13. 기훈과 정우의 방 앞 복도 (새벽)

 

은조, 기훈에게 전화 연결하는데, 방 안에서 벨소리가 들린다.

 

은조 : ?

 

 

S#14. 기훈과 정우의 방 안 (새벽)

 

은조 다시 방문 열고 들여다본다. 벨소리 들린다. 침대 다리 밑에서 울고 있는 전화벨.

은조, 울도록 그대로 내버려두는 채로 들어와 전화기 집어올리다, 문득 액정을 본다. 발신자가 ‘MMM’으로 뜨고 있다.

(*‘내 나쁜 계집애 mi malo muchacha’의 약자입니다. 확인하신 후에, 틀렸으면 고쳐서 해주세요)

 

은조 : .....?

 

은조, 자기 휴대폰 끈다. 기훈의 휴대폰이 소리를 멈춘다.

 

 

S#15. 절 외경 (새벽)

 

목탁소리

 

 

S#16. 인서트

 

붓끝에서 씌어지고 있는 축국문.

 

 

S#17. 스님 방 안 (새벽)

 

기훈, 스님이 쓰고 있는 축국문을 물끄러미 보고 있다. 스님, 다 쓰고 붓을 놓는다.

 

스님 : 이제 누가 이걸 읽을 건가?

기훈 : 모르겠습니다.

스님 : (끄덕.. 해놓고) 다 마르면 가져가. (일어서는데)

기훈 : (따라 읽어서지 않고 가만히 앉아있다)

스님 : (문으로 가다가, 돌아본다)..

기훈 : (아직도 꿈쩍 않고 그 자세 그대로 앉아있다)

스님 : 안 가나?

기훈 : ....

스님 : (기훈쪽으로 가본다)

기훈 : (고개 돌려 스님을 올려다본다, 간절한 얼굴, 눈물이 한가득 고여있다)

스님 : (내려다보며).....?

기훈 : (눈물 뚝뚝 흘린다) 저 좀.... 살려주세요 스님... (정말 간절하다)

스님 : ......

 

 

S#18. 효선의 방 (새벽)

 

은조 들어온다. 효선, 베개 두어 개를 얼굴에 푹 덮고 잠들어있다.

은조, 잠든 효선에게 다가와, 조심스럽게 베개를 치운다. 효선, 눈 뜬다.

 

은조 : ....

효선 : 왜....

은조 : 아저씨들 집, 다 알지?

효선 : ......?

 

 

S#19. 동수네 집 앞

 

은조, 기다리고 있다. 잠시 후 문이 열리고, 효선이 나온다. 은조, 효선에게 다가선다.

 

은조 : 뭐라셔?

효선 : 너, 아저씨들한테 얼마나 건방지게 굴었으면 저러셔?

은조 : 안와주신대?

효선 : 절대루.

은조 : ..... (대문 보더니, 들어가려고 한다)

효선 : (붙잡는다) 어떡하려구?

은조 : 누룩 만들어야 해. 사람이 필요하다구.

효선 : 넌 구제불능이야.

은조 : ?

효선 : 넌, 아저씨들을, 누룩 만들 사람으루밖에 안보는 거라구.

은조 : .....

효선 : 이 집 아저씨, 우리 고등학교 동창 동수네 아빤 건 아니?

은조 : ..... 동수?

효선 : 그래 동수. 너 좋다구 꽃다발 들구 왔던 그 동수.

은조 : .....

효선 : 동수네 할머니 편찮으신 건 알아? 아저씨가 할머니 약값 대시느라 늘 형편이 어려웠던 건? 그것두 모르지?

         그럼 아빠가, 동수네 그런 형편 생각해서 일부러 공장이랑 도가 양쪽 다 동수네 아빠한테 큰 책임 맡겨놓구

         다른 사람보다 월급을 많이 챙겨주셨던 것도 당연히 모르겠네? 아저씨가 우리집 일을 그만두면

         갑자기 대책이 없어지는데두, 니가 어떡했음 도저히 못해먹겠다구 하시냐구?

은조 : .....

효선 : 아빠, 아저씨들이 실수라두 하면 정말 고약하게 하셨지만 아저씨들, 이십 년 넘게 우리집 일을 했던 건 다, 이유가 있어.

         넌.. 아저씨들을, 소 취급 말 취급했던 거야, 사람이 아니라.

은조 : .....

효선 : 무작정 대책없이 들어가 다시 나오라구 협박할 거면 관둬.

은조 : .....

효선 : 삼촌한테 부탁할 거야. 삼촌이 아저씨들하구 친하니까.

은조 : .....

효선 : 삼촌이 해보구두 안되면, 우리끼리 해.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있는 사람끼리 하자구. (간다)

은조 : (가는 효선을 본다. 어쩐지 달라보인다. 슬몃 미소. 얼른 미소 거두고, 효선을 따라간다) 나한테 다 말해줘.

효선 : 뭘?

 

 

S#20. 대성의 서재

 

효선, 말하고, 은조, 받아적는다.

 

효선 : 박정배 아저씨는 박언녕네 아빠야. 박언녕 알지? 맨날 2교시 끝나구 도시락 까먹던 애. 그 집 식구들이 전부 다

         고기랑 술을 너무 좋아해서, 버는 돈의 칠십프로가 다 식비래. 그 다음 장백진 아저씨,

         백진아저씨는 사람은 정말 좋은데 좀 게을러서 맨날 아빠한테 혼났는데, 냄새만 딱 맡구두 어느 회사 술인지를 알아내는

         기막힌 후각 때문에 우리 도가에서 버틸 수 있었구.

 

문득 보니 은조, 빽빽하게 모든 직원의 이름 옆에 효선에게서 들은 설명을 요약해놨다.

 

효선 : 너 뭐 시험공부하니?

은조 : 백진아저씬 뭘 좋아해?

효선 : ?

은조 : 박언녕네 아버진 고기랑 술을 좋아하신다며. 백진 아저씬 뭘 좋아하셔?

효선 : .....

 

 

S#21. 백진아저씨 집 마당

 

은조, 초컬릿과 사탕을 백진아저씨에게 준다. 백진아저씨, 받고 어리둥절해서 꿈벅꿈벅 은조를 바라본다.

 

은조 : 다른 뜻 없어요. 죄송했어요. 그 때 제가 좀 돌았었어요. 전 아저씨가 꼭 필요하기 때문에,

         다시 도가루 와주시면 좋겠다 생각하지만, 돌아오시지 않더라두 죄송하단 말씀, 꼭 드리구 싶었습니다.

백진 : ......?

은조 : (꾸벅 숙인다) 잘못했습니다.

백진 : (숙이니 당황해서)...

은조 : 안녕히 계세요 아저씨. (인사하고 돌아서 나온다)

백진 : ......

 

 

S#22. 그 집 앞

 

은조 나오면, 효선, 보약 한 재와 고기 한 근 들고 기다리고 있다.

 

 

S#23. 박언녕네 텃밭

 

텃밭 가꾸고 있는 박정배 아저씨에게 고기 한 근 내밀고 있는 은조.

 

은조 : 받아주세요. 손 부끄러워요.

정배 : (끄응)..(외면)

은조 : (손에 고기 쥐어준다) 감사한 걸루 치면 이깟 고기 한 근으루 때울 수 있는 게 아니지만,

         아시다시피 형편이 그다지 좋지 않아서요. 일단 이렇게 마음만 드릴게요.

정배 : 누, 누가 이딴 고기 못 먹어 환장했나 원...

은조 : (꾸벅 숙인다) 잘못했습니다. 용서하세요.

정배 : ....

 

보약 한 재 들고 지켜보고 있는 효선.

 

 

S#24. 동수네 집 대문 앞

 

보약 한 재를 동수아빠에게 내미는 은조. 동수아빠, 얼결에 받는다.

 

은조 : 효선이 작은할아버지가 한의원을 하시잖아요. 동수 할머니 어디가 편찮으신지 잘 알구 계시더라구요.

동수아빠 : ......

은조 : 제가 저번엔 정말.... (꾸벅) 잘못했습니다.

동수아빠 : .....

 

은조, 인사하고 돌아선다. 멀리서 효선이 보고 있다.

 

 

S#25. 동네 길

 

은조와 효선, 집 쪽으로 걷고 있다. 은조의 걸음 빠르다. 효선, 은조에게 보폭 맞추느라 애쓴다.

 

효선 : 물어볼 거 있어.

은조 : (걸음 멈추지 않고) 말 해.

효선 : (종종 따라붙으며, 진지하다) 나 너한테 뭐니?

은조 : (날카로움이 없다) 무슨 질문이 그래?

효선 : (잡아세우며) 궁금해서 그래. 나 너한테 뭐야?

은조 : 왜 그런 걸 묻냐구.

효선 : 니가 날 뭘루 생각하는지 확실히 알구 싶어.

은조 : 넌 날 뭘루 생각하는데.....?

효선 : 혹시.... 날 버릴 거니?

은조 : ......?

효선 : 이렇게 열심히 일해서 일으킬 수 있는 만큼 일으켜놓구, 그리구... 갈 거야?

은조 : ..... 갈까봐...걱정돼?

효선 : ..... 물어본 거에 대답이나 한 다음에 다시 니가 궁금한 걸 물어봐.

은조 : .....

효선 : 갈 거야?

은조 : .....

효선 : 너랑 뻗대는 거... 정말 힘에 부쳐.

은조 : .....

효선 : 잠깐이라두 나랑, 의좋은 자매 흉낼 내줄 순 없겠니?

은조 : .....

효선 : 어디 안 간다구 나랑... 약속해주면 안 돼?

은조 : ......

효선 : 도가 마당에 서서 한참 생각했어. 도가 무너지면, 아빠가 또 한 번 무너지는 거나 마찬가지다, 무너뜨릴 수 없다.

         무너뜨릴 수가 절대 없는데, 내가 뭘, 어떻게, 어디서부터 해야하는지, 골이 터지도록 생각해두 알 수가 없어.

         누가 날 좀 안아줬음 좋겠는데 엄마두...이상 해졌구. 난, 너무 외로워.

은조 : .....

효선 : 엄만, 충격이 커서 그러시는 거라구 생각해,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 질 거라구, 그렇게 생각하지 않음, 미쳐버릴 거 같아.

은조 : .....

효선 : 뻗대지 않구 너랑... 웃구 싶어, 너땜에 따뜻하구 싶어.

은조 : ......

효선 : (울음 참느라 파들파들 떠는 상태)

은조 : (그런 효선을 아주 잠깐동안, 가여움을 담아서 본다, 이내 정색한다) 울지 마.

효선 : (본다)....

은조 : (딱딱하지만 날카롭진 않게) 작정하구 너랑 뻗댔던 거라구 생각해?

효선 : ....

은조 : 그런 작정이 안되는 애야 난. 알잖아.

효선 : ....

은조 : 뻗댄다는 작정두 일부러 못하구, 따뜻하겠단 작정 같은 것도 일부런 안 되는 애야. 그렇게 생겨먹었어.

효선 : .....

은조 : 그렇지만, 해볼게.

효선 : ..... 응?

은조 : 따뜻하게 해달란 건, 안 돼. 약속 못 해. 난 그런 거 몰라. 근데, 뻗대지 않는 거 그거.... 그건 해볼게, 당분간이라두.

효선 : ...... 정말? (그렁그렁 차오르는)

은조 : 울지 마.

효선 : (삼킨다)

은조 : (간다)

효선 : (멍해서 보다가 따라간다)....(가서 은조의 팔짱 낀다)

은조 : 이런 건 하지 마.

효선 : (팔짱 푼다)

은조 : (간다)

효선 : (쭈뼛쭈뼛 따라간다...그래도 좋다)...

 

가는 두 아이 위에

 

기훈(N) : 내가 두 아이에게 죄를 지었다고 말씀드리자 스님은,

 

 

S#26. 절, 대웅전

 

기훈, 절하고 있다. 스님이 지켜보고 있다. 땀에 흠뻑 젖어있는 기훈 다리가 후들후들한 기훈.

 

기훈(N) : 다른 설명 없이 그저, 절을 하라고 하셨다. 절을 해서 용서받을 수 있을까...

              그럴 수만 있다면 숨이 끊어지는 순간까지 절만 할 수도 있겠다.....그렇지만...

 

절하는 기훈의 얼굴 위로 덮이는

(E)구급차 소리

 

 

S#27. 도로 (밤/기훈의 회상)

 

달리는 구급차.

 

 

S#28. 달리는 구급차 안 (밤/기훈의 회상)

 

기훈, 들것에 실려 산소호흡기를 쓰고 누워있는 대성을 겁에 질린 얼굴로 내려다보고 있다.

 

기훈 : (신음처럼) 아저씨.... 아저씨... 눈 좀.... 떠보세요....

기훈(N) : 나는 그 순간에도 내가 먼저였다. 죄를 짓지 않게 해달라고 빌었다. 떠나는 아저씨를 염려한 게... 아니었다...

기훈 : 아저씨.. 제발...눈 좀 뜨세요...

 

대성, 거짓말처럼 눈을 뜬다..힘겹게.

 

기훈 : 아저씨! (해놓고 대성에게 바짝 다가앉는다)

대성 : (뭐라고 말을 하려한다)

기훈 : ......

기훈(N) : 그런데도....

대성 : (호흡기 안에서, 입모양으로, 괜찮아....라고 말한다)

기훈 : ......

기훈(N) : 세상에.... 괜찮단다...

 

그리고 영원히 눈을 감는 대성.

기훈의 얼굴.

sound off.

 

 

S#29. 절, 대웅전 (밤)

 

sound off.

의식과 몸이 따로 노는 듯, 기훈, 비틀거리며 절한다. 가만히 보고 있는 스님.

푹 쓰러지는 기훈. 그래도 죽자고 일어나서, 또 비틀비틀 일어나 절을 하는 기훈.

 

기훈(N) : 어떻게 괜찮단 말인가... 어떻게.... 어떻게.

 

 

S#30. 사랑채 정자 (밤)

 

은조와 효선 앉아있다.

 

효선 : 도대체 어딜 가서 안 오는 거지? 응?

은조 : .... 어린애 아냐. 볼일이 있겠지. (일어선다) 나 먼저 들어간다.

효선 : (따라 일어서며) 밖에 나가서 기다릴까? 그러자 언니. 나가서 기다리자.

은조 : 빨리 자. 내일 일찍 일어나야잖아.

효선 : .... 알았어. 말 잘 들을게.

은조 : (흘긋 본다)

효선 : (어색하게 웃는다) 잘 들을게.

은조 : ..... 그래.... 착하다. (하고 간다)

효선 : .....

 

둘, 어색하다.

 

 

S#31. 욕실 (밤)

 

효선과 은조, 머리에 수건 감고 나란히 양치질한다.

효선, 거울속으로 은조를 흘긋 본다. 은조와 시선이 마주친다.

두 아이, 얼른 입속의 것 뱉어내려고 세면대에 숙인다. 머리 꽁 부딪는다.

부딪은 채로, 뱉어내고, 양치컵 드는 두 아이, 어색한 대로 예쁘다.

 

 

S#32. 효선의 방 (밤)

 

효선, 침대 이불 걷고 들어가 눕는다. 많이 안정을 찾은 듯한, 반짝거리는 효선의 얼굴.

효선, 누운 채로, 머리맡 대성의 사진 끌어다가 본다. 효선, 사진 품고, 눈 감는다.

 

 

S#33. 은조의 방 (밤)

 

누워있던 은조, 일어나 앉는다.

 

은조 : ......

 

 

S#34. 안채 마당 (밤)

 

살그머니 내려서는 은조의 발.

 

 

S#35. 정우와 기훈의 방 (밤)

 

문 열어보는 은조. 깜깜한 방.

 

은조 : .....

 

문 닫고 사라지는 은조.

 

 

S#36. 운학루 앞 (밤)

 

완전히 다리가 풀린 기훈, 기다시피 담장을 걸어와, 담장 아래 푹 꺾어진다.

 

기훈 : ......

 

다시 일어서는 기훈, 담장에 의지해 등을 기대고 선다.

저 앞쪽의 대문을 보는 기훈. 다리를 움직이려는데, 금방 후두둑 꺾일 것만 같은 무릎. 다시 담장에 몸을 곧추세우는데,

삐걱...소리. 기훈, 소리나는 쪽을 본다.

대문 열리고, 3회의 은조가 나온다. 3회의 기훈이 3회의 은조를 본다.

 

기훈(N) : 나왔다.....

 

(현재)

은조, 가만히 기훈을 본다.

(현재)

기훈, 은조를 가만히 본다.

 

기훈(N) : 나왔다.... 창자가 끊어지게 울던 계집애.

은조 : .....

기훈(N) : 이리 와....

은조 : ....

기훈(N) : 이리 좀 와...

 

은조, 돌아서서 들어가려고 한다.

 

기훈 : (있는 힘껏) 이리 좀 와!!

 

은조, 소리에 놀라서 휙 보면 기훈, 무릎을 꺾으며 바닥에 픽 쓰러진다.

눈 커지고, 달려와 기훈을 부축하는 은조. 그대로 멈춰서,

 

은조 : ....

기훈 : .... 은조야....

은조 : ....

기훈 : 은조야....

은조 : ....

기훈 : 정말루 이제 나는.... 너한테.... 못 가....

은조 : .....

기훈 : 못가게 됐어....

은조 : .....

기훈 : 갈 수가 없게 됐어 .....

은조 : .....

기훈 : 갈 수가 없게 됐는데... 그런데...

은조 : ....

기훈 : 너만 허락해주면 내가...

은조 : .....

기훈 : 너희들...

은조 : .....

기훈 : 너희들한테... 매일 삼천 번씩 절하는 마음으루.... 보살필게.

은조 : ......

기훈 : 아저씨처럼...

은조 : ......

기훈 : 아저씨 대신.

은조 : ...... 나한테...와달라구 한 적 없어.

기훈 : ......

은조 : 오라구 한 적 없기 땜에, 왜 못오겠단 건지두 안 물을 거야.

기훈 : .....

은조 : 왜 그분 대신 그분 역할을 하겠단 건지두 이해할 수 없지만, 안 물을 거야.

기훈 : ....

은조 : 그래...그렇게 해줘... 난 됐구, 효선이한테 말야.

기훈 : .....

은조 : 효선이가, 발가벗구 추운데 서 있는 거 같으대.

기훈 : .....

은조 : 어쩌면 그렇게 틈이 많은지.... 날 물어뜯었다가두 금세 나한테, 안아달라 그래.... 강아지같이. 신경질나 죽겠어....

기훈 : ......

은조 : 정말 진심으루 하나두 이쁘지 않지만, 내가 걜 따뜻하게 해주면 나..... 조금은 용서받을 수 있을 것 같아서,

         가능하면, 그렇게 해보려구 해.

기훈 : .....

은조 : 난 정말, 용서받구 싶거든.

기훈 : .....

은조 : .....

기훈(N) : 그래.... 나두 그래 .....

은조 : .....

기훈 : .....

 

(F. O)

 

 

S#37. 은조의 방 (밤)

 

어두운 방에 웅크리고 앉아 소리죽여 우는 은조 위에

 

기훈(N) : 그래서 그 날 내 나쁜 계집애는, 저와 나를 위해서, 마지막으로 울었다.

 

(F. O)

 

 

S#38. 정우와 기훈의 방 (밤)

 

기훈도 쭈그리고 앉아 운다.

 

기훈(N) : 나도 그랬다... 내 나쁜 계집애를 떼어내며, 마지막으로 울었다...

 

(F. O)

 

 

S#39. 안방 (새벽)

 

새벽 푸르스름한 기운이 스며들고 있고.

준수, 잠들어있고, 뜬눈으로 누워있던 강숙, 별안간 푸드득 하고 일어나 앉는다. 답답한 듯, 가슴을 치는 강숙.

 

강숙 : 아이구 가슴이야...아이구... 얹혔나, 뭐가 이렇게 답답해...후우...

 

길게 숨쉬어놓고 다시 눕는 강숙.

 

 

S#40. 효선의 방 (새벽)

 

효선, 뒤척이다가 쿵, 침대 아래로 떨어진다. 침대 아래에서 눈 뜨고, 몸을 일으키며 흑흑 흐느끼고 있다.

팔뚝으로 쓱쓱 눈물 닦아내며 다시 침대로 들어가는 효선.

 

 

S#41. 강숙의 방 (새벽)

 

강숙, 준수쪽으로 돌아누워 아직도 뜬눈인데, 방문이 스으윽... 열리는 소리.

 

강숙 : (고개는 안돌리고 시선만 등 뒤로 보내며) ?

 

효선, 베개 안고 살짝 들어온다, 고양이처럼 소리없이.

강숙의 등 뒤에 살짝 베개를 놓고, 강숙의 등에 바짝붙어 몸을 웅크리는 효선.

 

강숙 : .....

효선 : (강숙의 이불 살짝 끌어다 덮고).....

강숙 : .....

효선 : (팔을 살짝 강숙에게 걸친다)

강숙 : ......

효선 : (조금 더 바짝, 끌어안듯이 강숙을 안고, 눈 감는다)

강숙 : (시선을 아래로, 자기를 감싼 효선의 팔을 본다)

효선 : (숨이 깊어지려고 하는데)

강숙 : (참지 못하고) ... (나직하고 독한) 징그러. 치워.

효선 : (그대로 굳어버린다)

강숙 : ..... 안 치우니?

효선 : .....

 

효선, 들어왔던 것처럼 소리없이 팔을 거두고, 이불을 걷고, 베개를 챙겨, 소리없이 방을 나간다. 문 닫힌다.

강숙, 효선이 닿았던 곳을 털어내고 이불을 뒤집어쓴다.

 

 

S#42. 안방 앞 (새벽)

 

효선, 초점 없이 멍-하게 서 있다.

 

효선 : ......

 

 

S#43. 마루 (아침)

 

은조, 대청으로 나온다. 강숙이 밥상 앞에서 준수를 챙기고 있다.

 

강숙 : 국 다 식어. 빨리 앉어 먹어.

은조 : (앉다가 문득) ... ?

 

밥이 삼인분이다.

 

은조 : ? 왜 세 사람이야?

강숙 : 그럼 몇 사람이라야 하는데?

은조 : ..... 무슨 소리야?

강숙 : 시끄럽구. 밥이나 먹어. (준수 챙기며) 많이 먹어어?

은조 : 엄마.

강숙 : 내가 속이 자꾸 답답한게 걔랑 같이 앉아 밥 먹어 그런 거 같아서. 따루 먹으라 그랬어.

은조 : ..... (질리는)

강숙 : (본다) 왜? 부엌여자들 내보내구 밥 내가 했어. 내가 한 밥 지두 먹어. 굶긴대 누가?

         따루만 먹으라는 건데, 넌 또 뭐가 못마땅해 아침 부터 고약한 눈으루 에밀 봐 보긴!

은조 : ...... (숟가락 놓는다)

강숙 : ? 따 따... 먹기 싫음 먹지 마.

은조 : 준수, 짝은누나 어딨는지 보구 와.

강숙 : ?

은조 : 준수야. 짝은누나 방에 가서, 있나만 보구 와, 응?

준수 : 알았어 마귀할멈. (일어나 나가면)

강숙 : (밥 먹으며) 니가 아무리 껌은자 뒤루 넘기구 흰자위루 날 봐두 소용없어 이년아.

은조 : 죄를 얼마나 더 짓구 싶어 이래?

강숙 : (사납게 본다) 죄? 무슨 죄? 내가 무슨 죄를 지어? (숟가락 놓고, 가슴 친다)

         아이구 가슴이야. 왜 이렇게 가슴이 답답한 거야 대체. 야 넌 나가서 물 좀 갖구 와.

은조 : 내가 만약에 다음 세상에 다시 태어나면, 효선이를 낳아야 할 거 같아 끔찍해 엄마.

강숙 : .... 뭐?

은조 : 엄마랑 내가 너무 많이 죄를 지어서, 내가 다음에 효선일 낳아 걔 엄마가 돼야 하는 벌을 받을 거 같다구!!

         (벌떡 일어나 나간다)

강숙 : (가슴 치면서) 물 가지러 가니?

은조 : (기막혀서 선 채로 있다가)...(휙 나간다)

강숙 : (흥. 콧방귀 뀌고, 숟가락 한가득 밥을 떠서 꾸역꾸역 밥을 먹는다)......

 

 

S#44. 사랑채 마당

 

은조, 안채에서 뛰쳐나오듯 이곳으로. 기훈, 자기 방에서 마당으로 내려서는 중이다.

은조, 기훈을 본다. 기훈, 까칠한 얼굴, 어둑한 얼굴이었다가, 은조를 보고는 웃는다, 오빠처럼. 보호자처럼.

 

은조 : 효선이 찾아 아침밥 좀 먹여줘.

기훈 : 그래? 아침두 안 먹구 어딜 갔어?

은조 : 몰라. 찾아서 밥 꼭 먹여. (가려는데)

기훈 : 넌? 넌 먹었어?

은조 : 먹이구 도가루 데려와.

기훈 : 넌 사람이 뭘 물어보면 대답 좀 떼어먹지 마라 이놈아. 밥 먹었냐구 임마. (예전의 기훈 같다)

은조 : (보고, 그냥 나간다)

기훈 : (쓸쓸해진다)....

 

 

S#45. 도가 외경

 

텅빈 도가 인서트.

 

 

S#46. 도가 안 대성의 사무실

 

꽃님과 순분이 테이블에다가 밥상을 차리고 있고, 한켠에 모여있는 세 아이.

 

기훈 : 일단 제2금융권에서 대출받은 건, 나한테 맡겨.

은조 : (본다) 어떻게?

기훈 : 어쨌든 나한테 맡겨. 상환 기한, 연장받을 수 있을 거 같아.

은조 : 은행에선 바루 어제까지두 절대 안된다구 했었는데요?

기훈 : 믿어. 아는 사람이 있어. 조건 걸구 매달리구 있으니까, 무리 없어.

은조 : 조건? 조건이라니?

기훈 : 그보다 더 시급한 게, 집안 어른들한테 갚아야 하는 돈인데,

         지분이 아니라 당장 돈을 달라구 하시는 어른들.... 효선이가 다시 한번 만 나볼래?

효선 : 응, 오빠. 알았어, 내가 다시 만나뵐게.

기훈 : 은조 얘길 꼭 해, 어른들께.

은조 : ?

효선 : 응?

기훈 : 똑똑한 언니가 효몰 만들어 아버지랑 똑같은 술맛을 냈다구, 아버지 없는 자리, 분명히 언니가 대신할 수 있다구,

은조 : .....

기훈 : 다른 사람이 아니라 효선이 니가 말씀드리면, 마음을 바꾸실 수도 있어.

효선 : (은조를 본다)

은조 : (기훈에게) 조건이란 게 뭐야? 뭘 조건으루 연장받아? 혹시 담보를 더 대래? 그건 안 돼. 댈 게 없어.

기훈 : 좀 맡겨주지 나한테? 응? (해놓고 웃는다)

은조 : (웃는 기훈을 바라볼 수 없다. 얼른 시선을 효선에게) 밥 먹자. 배고프다. (테이블 쪽으로)

효선 : (그런 은조에게, 웃어보인다)....

 

테이블 위. 꽃님과 순분이 차려놓고 간 밥상에 각종 나물, 커다란 양푼의 상추쌈 보인다.

 

효선 : (눈이 어린애처럼 반짝!) 이거! 비벼먹자!!

 

- 상추쌈 한쪽으로 치워놓고 양푼에 밥을 몽땅 담아 나물 넣고 고추장 넣고 상추 뜯어넣고 비비는 효선.

- 먹어보고, 덜 맵다며 고추장 더 퍼넣는 기훈.

- 기훈과 효선, 숟가락으로 양푼의 비빔밥 퍼먹으며 문득 은조를 보면, 은조, 선뜻 같이 숟가락 넣지 못하고 쭈뼛대고 있다.

- 효선, 제 먹던 숟가락으로 한 숟갈 퍼서 은조 입 앞에 바짝 대준다.

- 은조, 치우고 자기 숟가락으로 한 숟갈 푸다가, 무슨 생각에선지 효선이 내민 숟가락을 덥석 받아먹는다.

- 씨익, 좋아하는 효선.

- 그런 두 아이를 보는 기훈.

(*세 아이가 함께 즐거운 장면이 하나도 없었고, 앞으로도 흔치 않을 것이기 때문에, 이 장면과 더불어

이후에 나올 몇몇 이런 장면은 훗날에라도 세 아이가 ‘가장 즐거웠던 한 때’로 기억할 수 있는 장면이 돼야 합니다)

- 세 아이, 밥 먹으면서 떠들썩 즐겁고, 은조, 간간히 엷게, 의도적으로라도 웃어보이는데...

갑자기 밖에서 웅성웅성.

세 아이, 볼따구니가 미어지도록 입 속에 밥을 넣은 채로, 소리나는 쪽을 본다.

 

 

S#47. 도가 마당

 

세 아이, 밥을 씹는 채로 사무실에서 나와보면,

동수아빠 언녕아빠 백진아저씨 포함, 도가의 모든 일꾼이 한꺼번에 들어와서 떠들고 있다.

해진이 앞장서서 끌고 들어온 거다.

 

동수아빠 : 아 누룩 만든다며, 왜 누룩 띄울 준비가 하나두 안 돼 있어?

언녕아빠 : 이번엔 뭘루 하나? 밀기울루 타개지? 그게 낫지?

백진 : (하품 쩌억쩌억) 어디서 참기름 냄새가 나네. 누가 밥 비벼먹나?

         (하면서 은조가 주고 갔던 초컬릿 하나 꺼내 입에 넣고 씹는다. 그러면서 은조를 보고 찡긋- 한다)

은조 : (감격으로) .....

효선 : 아저씨들!!

 

효선, 아저씨들에게로 튀어나가고, 은조, 차마 입 밖으로는 꺼내지 못하고, 고맙다고, 허리를 꾸벅 숙여 아저씨들한테 인사한다.

효선, 아저씨들 앞에서 팔짝팔짝 뛰면서 잘 오셨어요 고맙습니다 하는 동안,

동수 아빠, 은조를 보며 외면하듯 말한다.

 

동수아빠 : 뭐 그깟 보약 한 재 때문에 회가 동한 거라구 생각은 마. 우리 그런 사람들 아냐.

               자네가 잘못했다구 말해서야. 알았어?

은조 : (끄덕끄덕)....

해진 : (이 모든 것을 자기 공으로 하기 위해서다, 터무니없이 큰 목소리로) 어이, 이러구 있음 안되지이,

         일단 누룩틀부터 죄 꺼내서 챙겨 보자구요.

 

해진, 아저씨들을 몰고 도가 뒤편으로 우르르 가고,

감격으로 먹먹해서 꼼짝없이 서 있는 은조, 그 은조의 어깨에 가만히 손을 대는 기훈, 마치 대성처럼.

은조, 그런 기훈을 피하지 않고 가만히 본다.

마당 한가운데 서 있던 효선, 아저씨들을 대충 배웅하고 돌아오다가 그런 두 사람을 본다.

 

효선 : ...... (잠시, 복잡한 마음이 얼굴에 나타난다. 그리고 이내 곧 평정을 되찾아서, 두 사람 쪽으로 튀듯이 간다)

         오빠, 축국문 받아왔어? 우리 이제 고사 누가 지내?

 

 

S#48. 인서트 경제잡지

 

은조가 여러번 탈고를 거쳐서 보낸 원고가 투고되어 있는 지면.

 

 

S#49. 기정의 사무실

 

기정, 그것을 읽고 있다.

 

기정 : ......

 

기정, 갑자기 잡지를 탁 덮는다. 어디론가 전화하는.

 

기정 : (연결되면) 안녕하십니까 국장님? 홍기정입니다. 이번 호 아주 잘 읽었습니다. 아주 자알...읽었어요....(싸늘해지는)

 

 

S#50. 홍회장 사무실

 

기정 들어와 홍회장 앞으로 뚜벅뚜벅 걸어가, 부하직원인 듯 깊숙하게 인사한다.

 

홍회장 : 무슨 일이냐? 니가 이 방에 발걸음을 다 하다니. 기록이라두 해둬야겠구나.

기정 : 기훈이가, 일본 수출 사기 사건의 배후를 알면서, 문제 안 삼는 이유가 뭐라구 생각하십니까?

홍회장 : 나랑 너랑, 같은 편이니?

기정 : 아뇨, 모르구 계신 거 같아서, 제가 말씀을 좀 드리려구요.

홍회장 : ?

기정 : 홍주가의 장남 홍기정이가 그랬다는 거, 그리구 자기는 그 홍기정의 배다른 동생이라는 걸, 그 집안의 두 딸한테

         밝힐수가 없는 겁니다. 기훈이가 법적으루 문젤 삼았을 때 어떻게 할건지 짱짱한 대응을 모색해뒀는데, 쓸모가 없겠어요.

홍회장 : 그 얘길 하려구 왔니?

기정 : 두 딸 중 제법 똘똘한 여자애가, 경제지에 투고두 하구, 효모두 연구하구, 뭐 여러모로 애를 쓰고 있는 거 같던데요...

홍회장 : 그 얘기두 진짜 니가 하려는 얘긴 아닌 거 같다. 갑자기 그 집안 두 딸한테 관심을 가지게 된 건 아닌 거 같구.

기정 : (싸늘해져서) 아버진 정말..나쁜 사람이에요.

홍회장 : (보는)

기정 : 기훈이 엄마, 절 쫓아오다 쓰러졌을 때, 그리구 나중에 죽었단 얘길 들었을 때..... 제가 얼마나 괴로웠는지...모르시죠?

홍회장 : ....

기정 : 그걸, 기훈일 자극하는데 이용하셨어요?

홍회장 : .....

기정 : 정말 나쁘세요. 존경해요. 저도 나빠질게요. 얼마나 어떻게 더 나빠질 수 있는지 저두 제가 궁금해요. 아시겠어요?

 

기정, 돌아서서 나간다. 문이 쾅 닫힌다.

 

홍회장 : ......

 

 

S#51. 도가 마당 (밤)

 

사무실에 불 켜있다.

 

 

S#52. 도가 사무실 (밤)

 

아저씨들과 해진, 기훈, 은조, 효선 모여있다.

 

동수아빠 : 글쎄 그걸, 사장님이 평생 했던 일인데 누가 대신..

모두 : ..... (무겁게 가라앉는).....

해진 : 어허허허흠.

동수아빠 : (해진을 흘긋 보고는 이내) .. (도리도리) 그 참.... 이럴 때 난사람 자리가 참... 크네...

해진 : 어허커커큼!

기훈 : 효선아.

효선 : 응 오빠.

기훈 : 축국문을, 누가 읽으면 좋겠어? 니가 하자는 대로 하자.

효선 : ?

모두 : ?

기훈 : (모두에게) 혹시 여기 모인 사람들 중에 누군가, 사장님 대신 이런 일을 결정해야 한다면 그건 효선이가 아닐까 싶어요.

아저씨들 : (모두 수긍하는 끄덕끄덕)

해진 : (얼른 효선을 본다)

효선 : ......

기훈 : 내 생각엔, 사장님 다음으루 이 대성참도가에서 가장 경륜이 긴 해진이 형님이나,

해진 : 아아이구 그 참 말두 안 되는 소리다, 내가 으떻게 감히....어허허허 흠... 꼭 해야 한다면 뭐 하겠지만서두,

기훈 : 죽마고우처럼 지내오신 김부장님(동수아빠)이나,

동수아빠 : (도리도리, 난 아니다의 뜻)

기훈 : 아니면, 집안 어른 중 누군가에게 부탁드리는 방법두 있을 거야. 효선이 니가 잘 생각해서 내일, 결정하자.

효선 : 나 그냥 지금 결정할래.

모두 : (효선을 본다)

효선 : 내가 결정하면, 그렇게 따라주시는 거죠?

모두 : (해진만 침 꿀꺽 삼키고 모두 끄덕)

효선 : 그럼..... 언니가 해 줘.

은조 : ?

모두 : (은조를 본다)

효선 : 언니가 누룩고사 주관해줘.

은조 : 말이 돼 그게? 엉뚱하기가 짝이 없다 정말... (일어서서 나가려는데)

효선 : (벌떡 일어나) 해달라구!

은조 : (보는)..(조용히) 억지 부리지 마. 감히 내가 그걸 어떻게 해. 도가에서 가장 중요한 행사야. 내가 대신할 수 있는 게 아냐.

효선 : 나두 그렇게 생각은 해 언니.

은조 : .....

효선 : 아빠 말구 다른 사람은 생각할 수가 없어. 그치만....

은조 : .....

효선 : 언니 니가 하는 걸 아빠가...젤 좋아하실 같아서야.

은조 : .....

효선 : 이런 말 하면서 나두, 억울하다 뭐.... 왜 내가 아니구 언닌지.

은조 : ......

효선 : 그래두, 만약에 아빠가, 누룩고사를 대신 지내줄 사람이 누군지 지목했다면 분명히 언니였을 거야.

         그러니까... 언니가 해 줘.

은조 : .....

효선 : 내가 결정하면 다 따른댔잖아.

은조 : ......

기훈 : 효선이가, 결정했네요 여러분.

모두 : (끄덕끄덕하며 박수친다, 해진은 어쩔 수 없이 따라서 치고)

은조 : ..... (효선을 보는)

효선 : ..... (은조를 보는)

기훈 : (두 아이를 보는).....

 

 

S#53. 대성의 서재 (밤)

 

기훈과 효선이 지켜보고 있고, 은조, 출력한 축국문 원고를 소리내어 읽는 연습 중.

 

은조 : .....북방은 흑제위신 중앙은 황제위신, 삼가 오방 오토의 신께 여쭙니다.

         대성참도가 주인 구대성은 삼가 오월 상진을 택해....

효선 : ......

기훈 : ......

 

기훈, 서랍 속에 넣어둔 스님의 원문을 꺼내 펼쳐서 눈으로 읽는다.

 

기훈 : 스님은, 대성참도가 주인 아무개는... 이라구 적어주셨네.

효선 : .....

은조 : .....

기훈 : (축국문 잘 접어 제자리에 넣으며) 일단, 거기 써진 그대루 읽어보자.

은조 : .....

기훈 : 읽어봐 얼른. 연습해야지.

은조 : ..... (읽는다) 대성참도가 주인 구대성은 삼가 오월 상진을 택해 누 룩 수천수백덩이를 만듭니다.

         길을 가로세로로 내어 경계를 만들고,

기훈 : 너무 국어책 읽듯 하잖아. 아저씬, 말에 리듬이 들어가 멋졌었는데.

효선 : 멋졌지.

기훈 : 다시 해 봐.

은조 : (축국문 접으며 일어난다) 혼자 연습할게.

효선 : 왜? 우리 보는 앞에서 해 봐.

은조 : 혼자 해볼게.

기훈 : ..... 그래 그럼. 대신 실전에서 못하면 어떻게 되는지 알지?

은조 : (효선에게) 맘 달라졌음, 말 해.

효선 : 뭐가?

은조 : 나한테 하라 그런 거, 후회되면, 말 하라구.

효선 : 말할게. 후회 되면.

은조 : ..... (나간다)

기훈 : (가는 은조를 보는)...

효선 : (그런 기훈을 보는)...

 

 

S#54. 사랑채 마당 (밤)

 

은조, 서재에서 나와 사랑채 마당으로 내려서는데, 해진, 기다리고 섰다가 뽀르르 은조에게로.

 

은조 : ....?

해진 : 내가 말야, 할 말이 있다말야.

은조 : ....

 

 

S#55. 운학루 뒤편 (밤)

 

은조에게 하소연하는 해진.

 

해진 : 그짝두 잘 아다시피 내가 과거지사야 어땠든간에 이번에 일꾼들 죄 불러모은거 이거, 이거 이거 보통 일이 아니었다말야.

         나 아니었으면 누룩고사는 고사하구 누룩틀 하나를 거둬내질 못했을 거 아니냐 말야, 나나 되니까 나간 사람들

         도루 데려올 수 있는 거지, 나 아님 어림없었을 거 아니냐 말야,

은조 : 하실 말씀이 정확히 뭔데요?

해진 : 응?

은조 : 그 말씀 하시려구 절 기다리신 거예요? 다른 용건이 있으신 게 아니구요?

해진 : 아니 그러니까 사람이 어떻게 정없이 딱 본론을 말하냐말야,

         이렇게 깔구 저렇게 깔구 해서 부드럽구 자연스럽게 본론으루,

은조 : 많이 까셨어요. 그만 본론을 말씀하세요. 저 시간 없어요.

해진 : .... 그짝 엄마가 날, 자꾸 나가라 한다말야.

은조 : ..... 나가라구.... 한다구요?

해진 : 그짝두 알다시피 내가 갈 데가 어딨어? 나두 평생 이 집에 뿌리박구 산 사람인데, 돌루 치면 내가 박힌 돌이구

         그짝 엄마가 굴러온 돌 아니냐말야. 내가 아무리 우리 누나가 띡 가구 나서 처지가 우스워졌다해두 말야, 왕년엔 내가,

은조 : 알았어요. 안 나가셔두 돼요.

해진 : .... 응?

은조 : 엄마한텐 내가.... 제가 말씀드릴 테니까 걱정하지 마시구 들어가 주무세요. (간다)

해진 : (너무 간단해서 어이없는)...(갸우뚱)

 

 

S#56. 안채 마당 (밤)

 

은조, 들어서는데, 안방에서 강숙의 새된 소리가 흘러나온다.

 

강숙 : 싫다니까 도대체 왜 이래 얘가!!

은조 : ?

 

 

S#57. 안방 (밤)

 

은조, 방문 열어본다.

준수, 한쪽에서 자고 있고, 김이 따뜻하게 오르는 모주병이 방바닥에 떨어져 안의 모주가 졸졸 흘러나오고 있고,

모주잔 깨져있고, 강숙, 효선을 노려보고 있고, 효선, 무릎 꿇고 벽 쪽으로 비켜앉아 안절부절못하고 있다.

 

은조 : ..... 무슨 일이야?

효선 : 엄마가...자꾸 가슴이 답답하다구 해서.... 따끈한 모주 한 잔 드시라구, 피로두 풀리구 소화두 잘 되구 그러니까,

         얹혔을 때 이거 마시면 좋아서...

강숙 : 당장 안 나가!! 꼴두 보기 싫어 너!

효선 : .....

은조 : 효선이...일어나.

효선 : .....

은조 : 일어나 빨랑!

효선 : (그렁그렁해서 은조를 보는)......

은조 : 따라와. (먼저 나간다)

효선 : (쭈뼛거리며 일어서는데)

강숙 : (쏘아보고 있는)......

 

 

S#58. 기훈과 정우의 방 (밤)

 

기훈, 수건으로 얼굴을 닦으며 들어서는데, 책상 위에서 휴대폰이 울고 있다. 발신자에 “MMM" 뜬다.

 

기훈 : (받는) 응.

은조(F) : 아직 자지 마. 자지 말구 정자에 나가 있어. 조금 이따 효선이 보낼 테니까, 달래줘.

 

기훈 무슨, 하는데 전화 이미 끊겼다.

 

기훈 : ......?

 

 

S#59. 은조의 방 (밤)

 

휴대폰 끊고 책상에 던지는데, 효선 들어온다.

 

은조 : 아무데나 앉아.

효선 : ..... (침대에 앉는다)

은조 : 엄마한테 왜 자꾸 가? 갈 때마다 다치면서 왜, 너 왜 그렇게 미련 해? 우리 엄마 이상한 사람인 거, 아직두 모르겠어?

         갑자기 과부가 돼버린 자기 처지가 믿기지 않아서 너한테만이 아니라 온집안 사람들한테 행패를 부리다시피 하구있는데,

         잠깐만 피해. 잠깐만 피해 다녀라, 응?

효선 : 그게 잘... 안 돼.

은조 : 뭐라구?

효선 : 자꾸 엄마가 궁금하구, 보구 싶어.

은조 : (어이없다)....

효선 : 엄마가 머리... 쓰다듬어주던 생각...자꾸 나구.

 

 

S#60. 플래시백

 

- 처음 효선엄마의 옷을 입고 효선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던 강숙

- 효선 손의 가시를 빼주던 강숙

- 가시 다 뽑고 나서 강숙에게 파고들어 안기던 효선

- 효선의 발톱을 깎아주던 강숙.....

 

효선(E) : 가시 빼주던 생각두 나구... 발톱 깎아주던 생각두 나구....

 

 

S#61. 은조의 방 (밤)

 

은조 : .....

효선 : 엄만 외로워서 저러는 거니까, 나두 외로우니까, 그러니까 같이 있음 좋을 거 같기두 하구,

         잠깐 내가 미워두 자꾸 보면 다시 엄마가 날 예뻐할 거 같기두 하구..

은조 : (미치겠다)...(화가 나서 견딜 수가 없다)....(그래도 참고).. 너..바보야?

효선 : ..... 내가....바보라구 생각해?

은조 : .... (참고) 그냥, 부탁할게 내가. 엄마 잠깐만 피해. 아침두 그냥 도가에서 나랑 같이 먹구,

         밤 늦게까지 나랑 도가에 있다가 엄마 잠들면 집에 오구, 그렇게 얼마간만 피하면 곧 다시 괜찮아질지두 몰라.

효선 : 곧 다시 괜찮아질지두 모른다구?

은조 : ..... 그래.

효선 : (조금 날서서, 그리고 싸늘해져서 보면서)..... 내가.... 어린애니?

은조 : ......

효선 : 언제언제부터 나두 조금, 알았어.

은조 : ?

효선 : ..... 아빠가 앞에서 보구 있을 때랑, 없을 때랑, 나한테 조금 다르다는 거.... 알았어.

은조 : ......(충격)

효선 : 알았지만... 상관없었어.... 엄마가 나한테 그러는 게 서운하면 할수록, 그건 내가 엄말, 좋아한단 뜻이니까.

은조 : ......

효선 : 내가 좋아하면 상관없는 거야.

은조 : ......

대성(E) : 괜찮아, 내가 니 엄말 좋아하니까.

은조 : ......

효선 : 얼마간만 피하면 곧 다시 괜찮아질지두 모른다구?

은조 : ......

효선 : 안괜찮아져두 돼. 영영 미움만 받아두 돼. 날 쫓아내거나, 너랑 엄마가 도망가거나, 그러지만 않으면 돼...

은조 : (미치고 환장하겠다, 눈물이 뚝뚝 떨어지고 있다)

효선 : 엄마랑 너랑 준수랑 없으면 나... 정말 혼자잖아....

은조 : .....

효선 : 날 버리지만 마..... (일어서서 간다)

대성(E) : 날 버리지 마라. 그래주면 고맙겠다.

 

문닫히는 소리. 은조, 눈물 뚝뚝 떨어뜨리며 꼼짝도 못하고 서 있다.

 

 

S#62. 효선의 방 (밤)

 

효선, 들어온다. 가슴이 답답한 듯, 저도 강숙처럼 가슴을 친다. 가슴을 치며, 침대에 털썩 주저앉는 효선......

(*효선, 울면 안 돼요!)

 

 

S#63. 안방 (밤)

 

강숙, 깨진 잔과 술병 등을 치우고 있다. 깨진 잔을 쓰레기통에 던져넣고, 걸레로 술이 흐른 자리를 닦는데,

문득 어느 곳으로 시선이 가는 강숙. 문갑에, 가죽으로 커버가 씌워져있는 노트 한 권.

강숙, 걸레 던지고 노트 꺼낸다. 노트 열어서 후루룩 훑어본다. 필체 좋은 대성의 글씨들이 잔뜩 써 있다. 일기다.

강숙, 아무 페이지나 펼쳐서 읽기 시작한다.

 

강숙 : ......

 

 

S#64. 정자 (밤)

 

기훈, 나와있는데, 뛰어오는 발자국 소리. 기훈, 얼른 본다. 효선이 아니라 은조가 뛰어와 선다.

기훈, 은조에게로 가면 은조 얼굴이 눈물 범벅이다.

 

기훈 : 왜 이래....

은조 : 나... 나 좀...

기훈 : (염려가 가득한 얼굴로 은조를 보는)

은조 : 나 좀 데리구 어디 멀리, 도망가주면 안 돼?

기훈 : ......

은조 : 갑자기 자신이 없어졌어, 용서같은 거 못받아두 좋아, 도망치자.. 나랑 도망치자구!!

 

놀란 기훈의 얼굴/우는 은조의 얼굴/가슴을 치고 있는 효선의 얼굴에서 엔딩.

 

 

 

 

 

 

 

 

 

 

 

 

 

 

 

 

 

 

 

 

 

 

 

 

 

 

 

 

 

 

 

 

 

 

 

 

 

 

 

첨부파일 신데렐라언니11.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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