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KBS대본

[경숙이 경숙아버지] 04 - 아부지 멋째이~! 울아부지 최고대이!

작성자수다쟁이|작성시간11.11.21|조회수975 목록 댓글 1

[경숙이 경숙아버지] 04 - 아부지 멋째이~! 울아부지 최고대이!

 

 

 

 

 

 

 

 

S# 1. 학교 앞길 (낮)

은비, 안절부절 지켜보는 가운데

책보 맨 채 만근을 올라타고 앉은 경숙, 닥치는 대로 때리고

 

만근       (팔로 얼굴을 감싼 채 맞아주며) 그만해라. 아프다. 내는 윤섭이가 아이라 니 친구다. 어른들이 그캐서 걱정돼서 말한 긴데...

경숙       (씩씩) 어른들 누꼬? 누가 그 따구 헛소리를 지껄이드노?

은비       언니야, 내도 어무이 아부지 하는 얘기 들었다.

경숙       뭘 들었다는 기고?!

은비       언니야 어무이캉 남식이 아재캉 밤마다 물레방아간에서 몰래 만나가, 몰래 만나가... 

경숙       (벌떡 일어나 몰아세우며) 몰래 만나가 멀 어쨌다 말이고?

은비       (기세에 눌려 눈치 보고) 

경숙       은비 니 똑바로 말 몬하나?! 퍼뜩!

은비       (마지못해 꽥) 짝짜꿍한다 카드라!

경숙       ! (씩씩 노려보고)

만근       (일어나며 걱정 반 항변 반) 동네에 벌써 소문 다 났다.  

경숙       (짝 째리고) 너그들 거짓부렁이기만 해봐. 조동아리를 짝 찢어놀끼다. (씩씩 가고)

만근       우리 어무이처럼 즈그 어무이도 도망가뿔까바, 내는 걱정이 돼서 말해준 긴데...

은비       그런데 오빠야, 짝짜꿍이 머꼬?

 


S# 2. 경숙이네 부엌

목에 수건 걸고 일하다 온 차림의 남식, 문 쪽 힐끗 살피고

 


남식       (귤 까서 들이밀며) 자, 아-

경숙모     (질겁으로 낮춰) 와 이라노? 어무이 나오믄 우짤라꼬?

남식       그러니까 얼른 먹어요. 나 빨리 공장 다시 가야 돼요.

경숙모     인 도, 내가 묵으께. (먹고, 떼 주며) 동생도 묵그라. 

남식       내가 뭐 애 가졌어요? (남은 귤 주며) 이거 몇 개 안 되니까 혼자 다 먹어야 돼요. 신거 땡긴다 그래서 어렵게 구한 거예요. 

경숙모     (멋쩍어) 먼 말을 몬하겠네... 

남식       언제든지 먹고 싶은 거 있으면 말해요. 내가 다 구해올게요. 그럼 나 가요. (문으로)

경숙모     (내심 감동) 말만으로도 배부르다. 팔자에 엄는 호강이대이...

남식       (새삼 짠해 보고, 문밖 힐끗 살피고, 얼른 볼에 입 맞추고)

경숙모     (질겁해 주먹퉁으로) 아이구 참말로~

남식       (머쓱해 헤헤 웃으며 가는데)

상필       (E) 제수씨 안에 있는교?

경숙모/남  (놀라 서로 보고)

경숙모     만근아부지 아이가? 야,야 나갑니더~ (소리치고, 낮춰) 동생은 여 꼼짝 말고 있그라. (황망히 나가고)

 

S# 3. 동 마당

상필과 명랑, 서있고

 


경숙모     (다가오며) 왔는교? 우짠 일로...?

명랑       (대뜸, 비딱하게) 삼팔이는 여 아예 눌러살 모양이지요? 

경숙모     야?

명랑       그노마를 여까지 끌어들인 건 재수지만, 경숙어무이도 그라믄 안 되는 기라요.

상필       (제지로 낮춰) 니 와 이라노? (경숙모에게) 저... 날도 추분데 헛간에서 우째 지내겠는교. 우리집에 방 하나 치워놨으이, 오늘부터 우리집으로 오라 카소.

경숙모     (난감) 여자도 엄는 집에 입 하나 더 보태서 집안일을 우얄라꼬...

명랑       지금 그거 걱정할 땐교?

 


S# 4. 다시 부엌

숨어서 지켜보던 남식, 낭패스러워 안절부절하는 위로

 


명랑       (E) 사방이 누(눈)인데, 재수도 엄이 여자들만 있는 집에 외간남자가 이래 죽치고 있으이 말들이 많다 아인교!

 


S# 5. 다시 마당

명랑       재수를 우째 볼라꼬 그캅니꺼?

상필       (제지로) 야가 와 이카노? (경숙모에게) 이왕지사 이렇게 된 거 우덜이 시키는 대로 하소.

경숙모     (민망해 외면한 채 말 못하고)

 


때마침 보따리 들고, 우당탕 요란하게 문 열고 나오는 할머니

 


할머니     치아라 마! 세상이 디비졌다꼬 법도도 엄꼬, 내외도 엄꼬, 시어매도 안중에 없는 기라!

경숙모     (죽을 맛이고)

상필       (난처) 어, 어무이 기셨십니꺼?

할머니     젊은 기 허구헌 날 독수공방 한다싶어 엔간하믄 내가 보고도 몬 본 척, 들어도 몬 들은 척 봐줬디만, 이래 산송장 취급을 당할 중 누가 알았드노? 친시어매 아이라 그거재?

경숙모     (볼 낯 없고, 서운하고) 누가 산송장 취급을 했다꼬 어무이는...

할머니     시어매가 두 눈 시퍼렇게 뜨고 살아있는데 이래 사단을 낸 기 산송장 취급이 아이믄 머꼬?! (돌연 바닥에 털퍼덕 앉으며 짐짓 통곡으로) 아이구 내 팔자야~ 늘그막에 등 따시고 배부른 건 고사하고, 메느리한테 고려장 당하게 생?대이~ (눈치 살피며 과장스레) 친시어매 아이라꼬 이래 내를 무시하다이~

상필       어무이 동네사람들 다 듣겠십니더. 일어나이소. 

할머니     (벌떡 일어나며) 눈치꾸러기 돼서 쫓기나기 전에 내 발로 나갈란다!

명랑       (잡으며) 재수도 엄는데 어무이까지 나가믄 누구 좋은 일 시킬라꼬예?

할머니     놔라 마! 젊은 놈한테 눈이 뒤집히가 서방도 안중에 없는데, 인자 친시어매도 아인 내를 발톱에 때맨치라도 여길 끼가?

경숙모     (잡으며 답답해) 어무이 내캉 살은 기 십오 년입니더. 지가 은제 시어무이 대접 안 한 적 있십니꺼? 그랬으믄 내 벼락 맞심더. 보따리 이리 주이소.

할머니     (뿌리치며) 일 엄따! 내 나가서 객사를 하디라도 우째 이 집에 붙어있을 끼고?! (상필 명랑에게) 재수 오마 내 메느리 눈치에 쫓기났다 캐라.

경숙모     (잡으며) 누가 어무이를 쫓아낸다꼬 이라는교? 지는 펭생 어무이캉 같이 살 끼라예. 이라지 마이소.  

할머니     (확 뿌리치며) 그 말을 우예 믿을 끼고?

경숙모     아이쿠야~(엉덩방아 찧으며 넘어지고)

남식       (엉겁결에 뛰쳐나오며) 누님 괜찮아요? 안 다쳤어요?

상필/명랑  (눈 휘둥그레져) 누님?

경숙모     (난감해 눈치 주고)

할머니     니 정지간에 숨어있었나? 거서 머한 기고?

남식       숨어있었던 게 아니라, 잠깐 볼 일이 있어서 왔다가...

할머니     (다시 털퍼덕 앉으며 짐짓) 아이구~ 서방복 엄는 년 자식복도 엄다꼬~ 허구헌날 천지사방 떠돌아댕기는 그노마보다 지를 더 믿고 살았구마~ 시어매 눈을 찔러도 우예 이리 찌르노~

 


씩씩거리며 들어오는 경숙 보이며

 


경숙모     지가 잘몬했심더. 어무이 고정하이소.

경숙       (꽥) 어무이~!

경숙모     (놀라 털퍼덕 앉으며) 아이구 깜짝야! 아 떨어질 뻔했네...(하다 아차 싶어 입 막고)

남식       (당황)

할머니     (놀라) 니 아 섰나?

상필/명랑  (역시 놀라) 으이?

 


오매야, 세상에~/ 아-꺼정! / 일났대이!

등등... 어느새 모여들어 담 너머로 구경하던 동네사람들 저마다 수군대고

 


상필       (제풀에 화로 꽥) 먼 구경났는교? 머 볼 게 있다꼬, 퍼뜩들 가소!

경숙       (눈물 핑 돌며 경숙모를 노려보고)

할머니     (땅을 치며 통곡으로) 아이구야 저기 아-까지 섰는갑다. 인자 우린 망했대이. 재수 이노마 지 여펜네도 하나 간수 몬하고, 동네 챙피스러버 우예 살끼고?

경숙       내는 인자 아부지도 어무이도 다 필요 엄따! (눈물 훔치며 씩씩 나가고)

남식       경숙아, 잠깐만. 내 말 좀 들어봐~ (따라나가고)

경숙모     (체념으로 평상에 털썩 주저앉고)

상필/명랑  (낭패스레 외면하고)

할머니     (과장스레 통곡으로) 아이고~ 아이고~ 재수 이노마는 지 둥지 불난 중도 모르고 멀 하느라꼬 꾸물대고 안 오노~

 


S# 6.  부산 요정 정자

저만치 보이는 재수, 기생1을 뒤에서 감싸 안고 장구 가르쳐준다며 수작 걸고

한심하다는 듯 보던 화자, 다가가서

 


화자       (기생1에게) 니 그거 아나? 조절구 그 양반 얼라가 둘이다.

기생1      어머, 예술에 홀려서 장가도 못간 총각이라더니... (흘기며 일어나고)

재수       아 연화야, 쪼매 더 친해지믄 차차 말할라꼬 (하는데 기생1 가버리고) 니는 와 넘의 청춘사업에 초를 치고 그라노? 질투하나?

화자       흥! 질투가 다 얼어죽었는갑다. 먼일인지 급하다꼬 기별까지 왔으믄 퍼뜩 집에나 가 볼 일이재, 먼 시답잖은 총각행센교?

재수       니가 우리 어무이 꿍꿍이를 몰라서 그라는데, 가락지 때문인 기라.

화자       사나가 약속을 했으믄 지킬 일이재, 그거를 떼묵어서 사람까지 보내게 하나.

재수       니-나 내하고 한 약속 잘 지키그라. 내 아이었으믄 니가 여 다시 발붙일 수 있었는 중 아나. 회춘옥 마담이 와서 같이 가자꼬 그래 사정을 하는데도 모가지 빳빳이 세우고 튕길 수 있었던 거도 다 내 덕분인기라. 안 그캤으믄 꼬랑지 팍 내리가 졸졸 따라가야 됐을 판이재.  

화자       생색은... (아니꼬워 못 박듯) 내도 빚지고는 몬 사는 성미거든예! 언젠가 갚을 날 엄을라꼬. 쪼르지 마이소. (팽 가고)

재수       그 말 잊지말그라이~ (장구 두들기고)

 


S# 7. 경숙네 할머니 방(저녁)

남식       (E) 찾는다고 찾아봤는데 안 보여요.

 


머리끈 질끈 동여매고 짐짓 앓는 시늉을 하던 할머니, 얼른 일어나 문틈으로 엿보면

 


S# 8. 동 마당

경숙모     (경미 업은/ 평상에 앉으며) 집에 들어오고 싶겠는교. 애미가 애미로 안 보일낀데...

남식       (옆에 앉고) 기왕 이렇게 된 거 이참에 우리 여기 떠요.

경숙모     (한숨만) 

남식       왜 가만히 있어요? 뭐라고 말 좀 해봐요.

경숙모     가진 것도 엄이 빈손으로 어데로 가자 말이고?

남식       얘기했잖아요. 최사장님이 부산으로 공장 옮기면, 나보고 공장장으로 오랬다고.

경숙모     (막막해 한숨으로 일어나고)

남식       그거 아니라도 내가 경숙이, 경미 굶길까봐 그래요?

 

빠끔 문 열고 엿듣던 할머니

 


할머니     (혼잣말로) 저젓들이 내는 우짜고?

 


다시 경숙모와 남식

 


경숙모     그래 쉬운 문제가 아이다. 아나 더 찾아 보그라. (부엌으로)

남식       (일어나며) 혹시 내가 떠나길 바라는 거예요?

경숙모     (질겁으로 방 쪽 살피며) 와 이라노? 어무이 듣구로. 

 


S# 9. 다시 할머니 방

할머니     (들킬세라 얼른 문 닫고) 이 일을 우야믄 좋노? 이 문디자슥은 기별을 넣어도 소식도 엄꼬... 내가 이랄 때가 아이다. (황급히 베개만 잔뜩 들어있는 씬5의 보따리 풀어 베개 치우고, 서둘러 옷가지와 패물들 싸며) 여차하다간 끈 떨어진 연 신세 되는 기라...

 


S# 10. 기차역 역사 안

기차에서 내려 역사로 들어오는 사람들 속에 회춘옥 마담도 보이며

철로 쪽에서 경숙의 귀를 잡고 끌고 들어오는 역무원.

 


역무원     머리에 피도 안 마른 기 벌써부터 도둑승차를 할라꼬? 가자, 니 부모가 누꼬?

경숙       내는 어무이 아부지 엄어예!

역무원     고아라 말이가? 전쟁통에 부모 다 죽었나?

경숙       (말 못하고 끙)

역무원     (알밤으로) 어데 거짓부렁이고? 니 오늘 혼나 보그라.

경숙       (끌려가며) 잘몬했십니더. 이거 좀 놔주이소. 

 


지나쳐 나가던 회춘옥 마담, 돌아보며

 


마담       니 조절구 딸 아이가?

역무원     (귀 놓으며) 아는 안-교?

경숙       (마담 뒤로 숨으며) 내 좀 살리주이소. 울아부지 찾으러 가야 되예.

 


S# 11. 동 기차역 앞

경숙과 마담, 역사에서 나오며

 


마담       부산까지가 어덴데 겁도 엄이. 부산 어데 있는지 알기는 알고 갈라는 기가?

경숙       접때 집에 온 여시 같은 언니 따라갔으니까네, 요정에 있을 끼라예.

마담       부산에 요정이 한 두 개가? 천지분간도 몬하고... 퍼뜩 집에 가그라. (가는)

경숙       (잡으며) 아주무이, 차비 쪼매만 꿔 주이소. 냉중에 학실히 갚을께예.

마담       니 내한테 ?기 논 돈 있나? 와 볼 때마다 돈 달라 카노?

경숙       내는 울아부지 꼭 만나야 합니더.

마담       와? 

경숙       (아무 말 못하고)

마담       집에 가서 기다리믄 어련히 오겠재. 먼일인지는 몰라도, 니 아부지는  원래 바람처럼 물처럼 떠도는 사람인 기라. 나무처럼 한군데 뿌리박고는 몬 사는 위인이재. 니 어매도 몬 잡는 걸 니가 무슨 수로 잡을 끼고?

경숙       (울상으로) 그런 기 아이라

마담       (오엘로) 딴 생각 말고 집으로 가그래이~! (가려다) 니 회춘옥에 와서 한번 안 겪었드나? 니 아부지 또 니 모른다꼬 하믄 우짤라꼬?

 


순간 스치는 재수 플래시(1부 씬22)

 


재수       (멀찍이 서서 난감히) 니가 내... 딸...? 떽! 우예 그런 거짓부렁을 하고 다니노?

 


다시 기차역 앞

 


경숙       (새삼 서러움에 손등으로 눈물 훔치고)

마담       내가 니 아부지를 모르믄 몰라도, 먼일이 됐든 가봐야 헛수고대이. (혀 차며 가고)

 


그대로 덩그마니 선 채, 밀려오는 서러움에 눈물을 훔치는 경숙과 교차되는

 


-1부 씬28/윤섭이네 마당

 


재수       저 가스나가 (황망히 경숙을 끌어다 꿇어앉히고) 참말로 지송하게 됐십니더 사장님. 처분대로 하이소.

 


-1부 씬48/경숙이네 마당

 


재수       (슬슬 뒷걸음질치며) 그라믄 전쟁 끝날 때까지 자기의 안전은 자기가 지키고, 전쟁 끝나고 보재이. (그대로 내빼고)

   

-3부 씬3/경숙이네 안방

 


재수       꼴도 보기 싫다, 썩 꺼지그라! (눈물 글썽이며 나가는 경숙에게) 아예 들어올 생각도 하지 말그라!

 


-3부 씬6/경숙이네 마당

 


재수       정 크카믄 경숙이 쟈 다 컸으이, 델꼬 가가 식모로라도 부려 묵던지.

 


-3부 씬44/ 놀이판

 


재수       그래 빨빨거리고 돌아댕기싸이 아프재. 가서 칵 디비져 처자라 마!

 

S# 12. 철로 옆 평상 (밤)

철로 옆, 나무 밑 평상에서 울다 지쳐 잠들었던 경숙, 설핏 깨서 보면

주위가 깜깜하다.

순간 밀려드는 무서움과 한기에 팔로 몸을 감싸는데  

 


남식       (E) 경숙아~ 경숙아~

경숙       (새삼 배신감에 노려보고, 일어나서 반대편 철로를 따라 걸어가고)

남식       (E) 경숙아~ 어 거기 경숙이지? (서둘러 다가오며) 어디 가? 잠깐 서 봐. 엄마가 얼마나 걱정한다고.

경숙       (휙 돌아보며) 어무이는 아재만 있으믄 되재 내같은 기 먼 필요 있다꼬! 내도 필요 엄으이까 따라 오지 마이소. (다시 가고)

남식       (잡으며) 날도 추운데 어딜 가려구? 

경숙       (뿌리치며) 놔예! 내는 아재가 좋은 사람인 중 알았는데, 인자보이 순 나쁜 사람인기 (하다 재채기 하고)

남식       (서둘러 옷 벗어 감싸주며) 일이 이렇게 돼서 미안해. 너한테 다 설명할 순 없지만, 엄마도 나도 일부러 그런 건 아냐. 어떻게 하다 보니까...

경숙       (옷 쳐내며) 내한테 잘해주지 마이소! 아재는 어무이캉 얼라만 있으믄 돼재, 내캉 경미는 필요 엄잖아예!

남식       무슨 소리야? 내가 널 얼마나 예뻐하는데. 너 감기 걸리면 저번처럼 또 아프니까 얼른 가자. 응? (다시 옷 감싸주고)

경숙       (눈물 훔치며)이기 다 울아부지 때문인기라. 와 아재 돈은 훔치갖고...

남식       (착잡하고) 

경숙       (울며) 인자 내는 챙피시러버서 학교도 몬가예. 만근이도 두들기 패놨는데...

남식       ... 경숙아, 아저씨하고 엄마하고 우리 다같이 부산에 가서 살자. 아저씨가 열심히 일해서 경숙이 학교도 보내주고, 식구들 밥 굶기지 않게 잘 할게. 

경숙       (울며) 인자 울아부지는 우얍니꺼?

남식       니가 정 싫다면, 너희 아버지도 부산에 있다니까 어딨는지 찾아서 데려다 줄게.

경숙       내는 그런 아부지 필요 엄어예! (씩씩 가다 다시 재채기하면)

남식       (얼른 가서 목에 걸고 있던 수건 주고)

 


경숙 계속 재채기하며 가고

철로를 따라 걸어가는 두 사람 멀어지는 위로

 


재수       (E) 야야야야 야반도주?!

 


S# 13. 요정 종업원 숙소 (몇 개월 후, 낮)

조촐한 술상 놓고 술 마시며

 


재수       (흥미진진 웃음으로) 이야~ 굼벵이도 구르는 재주가 있다 카디, 그 뚱한 마누라가 꼬장한 삼팔이 그노마를 우째 꼬셨을꼬? 재주 좋대이.

명랑       넘 얘기하고 있나? 어무이가 퍼뜩 오라 캤을 때만 왔어도 일이 그래까지 안됐을 낀데, 니 눈 니가 찌른 기라.

재수       내는 또 그기 가락지 때문에 어무이가 꿍꿍이 쓴 중 알았재. (돌연 파안대소로) 우하하하하~

명랑       야가 와 이라노? 씨게 충격을 묵으가 머리가 돌아삔 기가?

재수       (번쩍 두 손 쳐들며) 내는 인자 자유다~ 우하하하하~

명랑       마누라가 넘의 아-까지 가졌다는데 머가 그리 좋노?

재수       이 참에 내도 큰물에서 놀끼다. 신장구 어른 젊었을 적 얘기 들어보이까네 만주로 일본으로 안 가본데 엄이 화려하게 돌아댕?더만. 내도 그래 살지말라는 법 어딨노? 인자 멕이 살릴 식구 걱정도 엄는데. 자자자 한잔 묵자. (건배로) 조절구 해방의 날을 기념하며!

명랑       미친 놈... (무시하고 홀짝 마시고)

재수       저래 장단을 모르이 펭생 꽁생원 면서긴 기라. (마시고)

명랑       (짜증) 때리?다 안캤나? 최사장네 제분공장서 총무부장 한 지가 언젠데. 니 부산으로 공장 다 옮긴 건 알재? 삼팔이도 거 공장장으로 와있다 아이가.

재수       풍신하곤... 게우 야반도주한 기 내 손바닥 안이가?

명랑       (빈정) 만주 가신다믄서? 먼 상관? 니가 암만 잘난 척캐도, 낙동강 조절구 낙동강 오리알 된 기라.

 


화자, 때마침 대접 들고 들어오며

 


화자       오리알 좀 드셔보이소. 귀한 깁니더.

명랑       오리알?(고소해 포복절도하며) 저래 센스 있는 아가씬 중 내 몰랐대이.

재수       (무안해 퉁) 술안주에 뭔 오리알이고?

화자       (뚱) 오리알이 머 잘몬 됐십니꺼?

명랑       야 신세가 지금 딱 낙동강 오리알인 기라. (놀리듯) 니 마누라하고 아-들 우예 사는지 안 궁금하나?

 


S# 14. 부산 장터 

말쑥해진 입성으로 옷가게 앞에서 옷 고르는 만삭의 경숙모와 경숙.

 


경숙       어무이 내는 이기 이쁘다.

경숙모     (대보며) 안 적을란가? (하다 주춤) 어 쟈는...?

경숙       (따라 돌아보면)

 


한쪽 어깨에 망태 걸치고 걸어가는 진수, 쓰레기 줍는 척하며 빵을 훔쳐 몰래 망태에 집어넣는다.

 


경숙       (치마 잡으며 낮춰) 어무이, 인민군 오빠야 (하는데)

경숙모     (제지로) 쓰-!

 


돌연 소란스러워진 빵가게 앞.

 

진수       누가 뭘 훔쳤다는 거예요? 놔요!

주인       이자식이 누가 모를 줄 알고? 망태 이리 내놔봐.

진수       왜 이래요? (하다 망태 벗겨지며 빵 굴러 나오고)

주인       이래도 오리발야. (멱살잡이로) 이거 아주 질이 나쁜 자식 아냐. 어디서 도둑질이야? 너 같은 놈은 경찰서 가서 뜨거운 맛을 봐야 돼.

진수       (질겁으로, 확 밀치며) 놔 이거! 

주인       (나동그라지고)

 


노여움으로 지켜보던 경숙모, 득달같이 다가가

 

경숙모     (그대로 등짝을 후려치며) 야 이놈아, 너 여서 뭐하는 기고?

진수       아씨 뭐야 또? (하다 보고, 주춤) 어?

경숙모     내가 니를 을매나 걱정했는데! 이래 목심 부지했으믄 잘 살 끼재, 와 이라고 있노?!

진수       (외면해 고개 떨구고)

 


S# 15. 경숙이네 부엌 (슬레이트집 정도)

경숙모, 서둘러 상 차리고

 


할머니     (허둥지둥 들어오며) 쟈를 와 집으로 데리고 왔노? 전쟁도 안즉 안 끝난 판에 빨개이를 집에 뒀다 뭔 변을 당할라꼬? 

경숙모     목소리 좀 낮추이소.

할머니     간도 크대이. 내는 빨개이캉 한집에 몬 산다.

경숙모     어무이만 암말 안하믄 누가 안다꼬예. (정색으로) 이번에도 또 신고하믄 내 어무이 다시는 안 볼 낍니더.

할머니     (캥겨서) 잘하믄 시애미 치겠대이.

경숙모     (달래듯) 군인들한테 쟈 끌리가고 나서 한동안 두 다리 뻗고 잠이나 제대로 잔 중 압니꺼. 이래 만난 거도 다 빚 갚으라는 기지예.

경숙       (다급하게 E) 어무이 오빠야 간다~

 


S# 16. 동 마당 (저녁)

경숙       (진수 잡은 채) 어무이~

진수       비켜! (뿌리치며 문으로)

경숙모     (황급히 나오며 꽥) 갈 때 가디라도 밥은 묵고 가그라!

진수       (주춤 서고) 

 


S# 17. 동 안방

밥상 위에 고봉으로 담긴 흰쌀밥 보이고

창피하고 면목 없어 고개 떨군 채 앉은 진수.

 


경숙모     (수저 쥐어주며) 퍼뜩 묵그라. 식는다. 길거리서 자믄서 을매나 배를 곯았을 끼고?

진수       (마지못해 먹고)

경숙모     푹푹 좀 떠 묵그라. 모지라믄 더 있다. 어데서 뜨신 밥이나 제대로 얻어 묵었겠나. 살이 마이 빠?대이. 아픈 데는 엄노?

진수       ...

할머니     (못마땅해) 먼 대단한 손님이라꼬...

경숙모     (제지로) 어무이! 나가 계시소.

할머니     알았대이. 가마이 있으께.

경숙       (새삼 미안해서) 오빠야 고기(생선)도 묵으라. 맛있을 끼다.

진수       (돌연 울컥해 목이 메이고)

경숙모     (안돼서) 밥 묵다 와 그라노? 체하구로...

진수       (어깨 들썩이며 서럽게 울고)

경숙       (덩달아 울먹이며) 오빠야 와 우노? 내가 잘몬했대이. 오빠야는 내한테 옷도 갖다 주고, 학교도 보내주고 참말로 잘해줬는데... 내가 억수로 미안태이. 오빠야 미버서 피한 기 아이라... 무서버서 그랬다. 울지마라... (제풀에 소리내 울고)

진수       (우는) 

경숙모     (짠해서 코 팽 풀고)

할머니     (중얼) 초상집이 따로 엄꾸마. 가관이대이.

남식       (퇴근해 온/ 벌컥 문 열며) 왜 그래? 무슨 일이야?

 


S# 18. 안방 (밤)

잠자리에 누워 뒤척이던 경숙모, 한숨으로 일어나 앉고

 


남식       (따라 일어나며) 왜, 힘들어요? 다리 주물러줄까?

경숙모     (혼잣말로) 저래 내보내믄 또 도둑질?에 할 기 엄을 낀데... (남식에게) 제분공장에 쟈 시킬만한 일 엄나? 밀가루포대 옮기는 일이라도 있으마 좀 데리다 쓰거라.

남식       (질겁) 빨갱이로 탈영한 애를요?

경숙모     (와락) 갸가 원래부터 빨개이드나?! 인민군한테 붙잡히 가서 그리 된 기제! 부모도 다 죽고 세상천지 의지할 데도 엄다 카드라.

남식       아니 그러다가 누가 알아보기라도 하면 어쩔라구... 최사장도 있고 명랑아재도 있는데 시골에서 빨갱이 짓한 거 다 알 거 아녜요.

경숙모     그거는 걱정할 거 엄따. 그 사람들 그때 다 피난 가고 엄을 때다.

남식       나중에라도 알게 되면 어떡해요. 최사장은 특히나 빨갱이고 이북사람이고 질색인데. 나도 신의주 출신인 거 톡 까놓고 말도 못했단 말예요.

경숙모     (돌아앉으며) 알았다! 됐다, 고마!

남식       왜 그래요, 무섭게. 신경질 내면 애한테 안 좋아요.

경숙모     공장장씩이나 돼갖꼬 그래 간이 콩쪼가리 만해가 엇따 쓸 끼고?

남식       간이 콩알만한 놈이 누님 붙잡고 이러고 살아요? 최사장은 나더러 간이 배 밖으로 나왔다 그러던데... (새삼 머쓱해 헤헤 웃고)  

경숙모     (보는) 

남식       (답답해) 아니 누나, 최사장이 공장 옆에 집까지 이렇게 얻어주고 신경써줄 만큼 써줬는데, 거기다 또 어떻게 사람까지 써 달라 그래요.

경숙모     (막무가내 다그치듯) 그래가 해줄 끼가 안 해줄 끼가?!

 


S# 19. 경숙이네 앞 길 (다른 날 낮)

이집 저집 유심히 살피며 걸어오는 재수

 


화자       (뒤쳐져 따라오며) 바람 쐬러 가자카디 와 좁아터진 골목은 쑤시고 다니는교? 발 시려 죽겠심더.

재수       (짐짓 딴청으로) 꼭 산으로 들로 가야 맛이가. 넘들은 우째 사나 보는 거도 좋은 구경이재. (하다 박남식 문패 발견하고 아니꼬워 끙 보고, 다가가 목 빼고 담 너머로 기웃대고)

화자       (힘겹게 다가오며) 넘의 집은 머 볼 게 있다꼬 기웃거리는교.

재수       (짐짓 무심히) 이란 집은 을매나 할끼고... (하다 안에서 나오는 경숙모 발견하고 얼른 움츠리며 낮춰) 고마 퍼뜩 가자.  

화자       (집 돌아보며) 와예? 

재수       (화자 손 잡아채서 서둘러 내빼는데)

 


새끼줄로 묶은 달강어 들고 걸어오다 주춤 서는 경숙, 화자와 잡은 재수 손 쏘아보고  

 


재수       (역시 놀라 주춤 서고, 시선 느껴 얼른 손놓고, 무안해 과장스레) 잘 있었나? 우리 딸내미 부산에서 보이 억수로 반갑대이.

경숙       (모른 척 팽 가는)  

화자       가스나야 니는 와 아부지를 보고도 와 모린 척하노?

경숙       (팩) 우리아부지는예, 지금 제분공장에서 일하고 있어예!

재수       (기가 차서) 이 문디가스나 봐라. 니가 아무리 그캐도 호적에 니 아부지는 낸기라. 어데서 지 맘대로 아부지를 바꾸노?

경숙       우덜 내삐리고 간 기 누군데?

재수       내삐리긴 누가? (얼버무리듯) 밥은 묵었나? 아부지가 맛있는 거 사주께, 가자. (앞장서는데) 

경숙       (선 채 따지듯) 아부지는 어무이캉 경미도 안 보고 싶나?

재수       (주춤 서고, 얼렁뚱땅) 와 안 보고 싶겠노. 그래도 지금은 때가 아인 기라. 아부지가 니한테 말은 다 몬하지만 (하는데)

경숙       그라믄 여까지 머하러 왔노? 톡 까놓고 안 보고 싶다 캐라! 저 여시가 머 그래 좋다꼬! (쌩 가고)

재수       (뒤에 대고) 니 내 봤다 소리 하지 말그래이.

화자       (못 말린다는 듯 절래절래 고개 젖고)

재수       (헛기침으로 외면해 가는데) 

화자       어데 바람을 쐬러가예? 그래 식구들이 밟히믄, 그노무 삼팔인지 먼지 멕살이라도 잡아가 끌어내뿌고 도로 안방 차지하지, 와 이라고 있는교?

재수       (불뚝) 내가 와? 딴 놈 좋다꼬 따라 나선 예펜네를. 

화자       만주로 간다 일본 간다 그래 살판난 거맨쿠로 캐쌌디, 아쉽기는 한 모양이지예? 그라이 있을 때 쪼매 잘하재.

재수       (끙 가는)

화자       이왕지사 여까지 왔는데 식구들이나 보고 오소.

재수       일 엄따... (헛헛하게 가고) 

           

S# 20. 제분공장 마당 (저녁)

창고에서 밀포대 지고 나오는 진수. 

거칠게 차를 몰고 달려와 그 앞을 가로막고 서는 운짱, 차에서 내리며

 


운짱       이따 사장님 모시러 가야 하이까 차 깨끗하이 닦아놓그라. 

진수       (못마땅해) 그걸 왜 나한테... 

운짱       자식이 안즉도 정신을 몬 차?구마. 니 내가 입만 뻥끗하믄 우째 되는 지 모리나? (차키로 머리 콕콕 찌르며 으르듯) 니만 고로버지는 기 아이라, 공장장까지 날아가는 수가 있대이.

경숙       (도시락꾸러미 들고 온) 와 우리 오빠야를 몬살게 구는 기라예?

운짱       몬살게 굴기는 누가? 쪼매한 기... (가려다) 니도 그렇고 너그 어무이도 그렇고 사람이 그래 의리가 엄으믄 안 되는 기라. 멀쩡한 아부지를 냅두고...

경숙       (쏘아보고) 

운짱       니가 꼬라보믄 우짤 낀데?

경숙       저번 참에도 울오빠야 담배캉 빵캉 뺏아묵고, 자꾸 괴롭힌다꼬 아재한테 다 일러뿔끼라예!

운짱       일러라 가스나야. 암 거도 모르믄서... (눈 부라리며 가려는데)

남식       (E) 시동 걸어, 시동~!

 


소리치며 부상당한 미자(여공)를 엎고 달려오는 남식.

천으로 싸맨 미자의 다친 손을 받쳐 든 김씨, 신발을 챙겨든 여공1도 뒤따라 달려오며

 

남식       (다가오며 다급히) 뭐해? 빨리 시동 걸라니까!

경숙       (얼른 차 뒷문 열어주고)

남식       어 그래. (미자 차에 태우고)

운짱       (질겁) 차에 피라도 묻으믄 우짤라꼬, 딴 차 타이소! (거들먹대듯 차키 손가락에 끼고 빙빙 돌리며) 이기 소나 개나 타는 찬 중 아나...

남식       딴 차가 다 나가고 없으니까 이러죠! 사람이 중요하지 차가 중요해요? 쟤 저러다 팔 못쓰면 당신이 책임질 거야?! (하며 차키 낚아채려는데) 

운짱       어델! (하며 피하다 열쇠 떨어뜨리고)

진수       (얼른 열쇠 주워들고) 저 운전해봤어요. (잽싸게 운전석으로)

운짱       야 니 몬 내리나? 죽고 싶나?

남식       (무시하고 차에 타며) 빨리 가! (차 떠나고)

운짱       아이 저것들이 참말로 겁도 엄이...(하고 보면)

경/여1/김  (못마땅해 보고 있고)

김씨       차 주인도 아이믄서 너무 그라지 마소. 쯧! (혀 차고, 밀포대 챙겨들고 여공과 가고)

운짱       (기막혀 헛웃음, 화풀이로) 공장이 무신 니 놀이턴 줄 아나? 와 풀방구리 쥐맨쿠로 들락날락하노?

경숙       우리 아재 야근한다꼬 벤또 싸온 기라예!

운짱       내가 줄테이까 인 주고 니는 집에나 가그라!

경숙       (뺏길세라 도시락 끌어안으며) 어데예!

 


S# 21. 경숙이네 할머니 방 (밤)

경숙모, 커다란 미군양말을 한 켤레씩 짝 맞춰 실로 뜨고

  

할머니     (신기한 듯 양말 신어보며) 니도 극성이대이, 그 몸으로 먼 부업을 한다꼬. 하이고야 양코백이덜 코만 큰 중 알았디 발도 함지박만하구마.

경숙모     공장장이라고 백날천날 우덜 멕이 살리라는 법 있는교. 

할머니     ? (의아히) 인자 남식이캉 쭉 같이 사는 기 아이가?

경숙모     어데예! 그래야지예. 그캐도 사람 앞일을 우예 압니꺼? 그라고 공장장도 지금이야 잘 벌지만 직장은 있다가도 엄을 수 있는 기고...

할머니     (빤히 보는)

경숙모     와예?

할머니     니 속을 알다가도 모르겠대이.

경숙모     모를 기 머 있는교. 쪼매 있으믄 아가 셋인데 공장장만 쳐다보고 있을 수 있는교, 벌수 있을 때 한 푼이라도 더 벌어야재. 

할머니     우찌됐든, 니가 누캉 살든, 내는 니하고 펭~생 같이 사는 기대이. 니도 그칸다꼬 니 입으로 말했재?

경숙모     안 그카믄 어무이 어데 갈 데 있는교?

할머니     가다 한번씩 꼭 저래 넘의 속을 찌른대이. 야는 벤또 갖다주고 오라캤디 와 이래 안 오노...?

            

S# 22. 제분공장 사무실

경숙, 도시락 끌어안고 소파에 앉아 졸고

  

남식       (들어오다 보고) 경숙아? 

경숙       (모르고 졸고)

남식       (미소 짓고, 살그머니 도시락 빼내고, 경숙 눕힌 후 담요 덮어주고, 탁자에 앉아 도시락 펼치다) 어 이거 숫달재 아냐? (감회로) 이야~ 이걸 여기서 다 먹다니. (한 잎 먹고, 아쉬운 듯) 따뜻했으면 좋았을 걸...

경숙       (퍼뜩 깨서 놀라) 엄마야 내 벤또! 아재요 몬 봤는교? 

남식       (뻥) 나 먹으라는 거 아녔어?

경숙       아휴~ 내는 또 운짱이 가져가삔 중 알고... 고기 어때예? 아재 좋아한다꼬 어무이가 사오라 캐서, 내가 자갈치시장까지 가서 사온 긴데.

남식       그래? (먹고, 짐짓 과장스레) 이야~ 이건 우리오마니가 해주던 맛인데!

경숙       굽었을 때 바로 묵었으믄 더 맛났을 낀데...

남식       아냐~ 지금도 너무 맛있어. 고맙다, 잘 먹을게. (먹고)

경숙       (보는) 

남식       그릇은 내가 이따 가져갈테니까 얼른 집에 들어가. 여기 추워.   

경숙       (정색으로) 아재는 우리캉 사는 기 좋아예?

남식       그럼, 좋지. (보고) 왜, 경숙이 너는 안 좋아? 

경숙       (스스로 확인하듯) 내도 좋아예. 쌀캉 돈캉 안 꾸러 댕기도 되고, 외상술 심부름 안 댕기도 되고, 아침마다 호랭이 소리보다 더 무서븐, 쌀독 긁는 소리 안 들어도 되고... (울먹) 넘의 밭에서 몰래 무시 안 캐 묵어도 되고... 핵교도 댕길 수 있꼬...(하다 눈물 훔치고)

남식       (짠해 보고, 머리 흩트려 쓰다듬으며) 이젠 그런 거 안 해도 돼. 내가 약속할게.

경숙       내는 그래가 아재가 좋아예!

남식       (사투리 흉내로) 내도 경숙이가 좋대이~

경숙/남식  (웃고)

남식       (놀리듯) 울다 웃으믄 똥구녕에 솔 난대이~

경숙       (눈물 훔치며 웃고) 

 


S# 23. 큰방 앞

앞서 걸어오던 명랑, 장구 메고 부은 얼굴로 뒤따라오는 재수에게

 


명랑       퍼뜩 오그라.

재수       니는 부산바닥에 요정이 여 뿌이가?

명랑       최사장이 여 가자 카는데 우짜라꼬?

재수       우리집 상황 뻔히 알 낀데, 머 좋은 소릴 들으라꼬... 니는 와 그래 생각이 엄노? 

명랑       경찰서장캉 손님들 모시고 와놓고 벨 말이야 하겠나. (가려다) 혹시 머라 캐도 괜시리 어깃장 놓지 말고 화끈하게 놀아주그라. 영 안 보고 살 사람도 아이잖아. (앞장서 큰방으로 들어가고)

재수       으~ (내키지 않아 망설이는데)

 


그 뒤로 양손에 권총 들고, 바바리 자락을 휘날리며 바람같이 방으로 들어가는 김두한.

재수, 멋모르고 뒤따라 들어가면

연거푸 요란한 총소리 울리고-

(당시 댄스홀에 습격한 김두한이 16발의 총알을 쏘았다고 함)

 


S# 24. 동 큰방 안

총소리 계속되며

혼비백산한 최사장과 명랑, 화자, 경찰서장과 손님 몇, 악사들 두엇, 제각각 상 밑으로 병풍 뒤로 머리 박은 채 벌벌 떨고

천장에 권총을 쏘아대던 김두한 뒤로, 멋모르고 뒤따라 들어오다 놀라 두 손을 번쩍 치켜든 채 얼어있는 재수 보이며

 


두한       나는 시대의 협객 김두한이다. 너희들이 가진 금품을 이 모자에 담아! (하며 모자를 벗어 상 위에 폼나게 던지고)

명랑       (올려다보며) 아니 서울 종로통에 그 김두하이?

일동       (역시 눈 휘둥그레져 보면)

재수       (손을 든 채 슬그머니 돌아서서 내빼려다 문짝에 쿵 부딪히고)

두한       (그제야 알고 재수의 뒷덜미를 낚아채 바닥에 팽개치면) 

재수       (바닥에 나동그라졌다 납작 엎드려) 아이구야 아부지, 잘몬했심더. 진작에 집에나 가는 긴데...

두한       나는 단순한 금품강도가 아니다. 포항작전에 의용군으로 참여했다 부상당해 돌아온 500명 학도병들의 치료비로 쓸 것이다.

최사장     저...저... 협객양반, 아무캐도 방을 잘몬 찾아왔지 싶은데... 여 경찰서장님도 계시고... (하며 보면)

경찰서장   (상 밑으로 기어들다시피 머리 박은 채 제지로 눈 찡긋거리고)

최사장     아 서장님 머하십니꺼?

두한       뭐 경찰서장? 부산바닥에 빨갱이 첩자가 널렸는데 서장이 한가하게 요정에서 뭐하는 거야? 불과 100여리 전방에서는 젊은 청년들이 전쟁으로 죽어가는데, 소위 지도층이라는 것들이 주지육림에 파묻혀서 흥청망청 놀고 있어?! 또 다시 국가와 민족을 망각하고 흥청거리는 년놈은 부산앞바다에 수장시켜 버릴테니 알아서 하라!

최사장     흥청망청 노는 기 아이라 일 때문에...

두한       입 닥쳐! (다시 천장에 총 쏘아대면)

 


벌벌 떨며 머리 감싸 쥔 재수.

그 귓가에 요란하게 울리던 총소리 아련해지며 주마등처럼 스치는

 


S# 25. 플래시

경숙모     그렇다고 청득까지 찾아가 그카고 있는 아를, 모른 척 한다는 기 말이 됩니꺼. 멩색이 아부지가. (1부 씬24)

 


할머니     그라이 뭐꼬? 우리는 여서 죽고, 니 혼자 살겠다고 부모캉 처자식캉 다 내삐리고 가겠다 그말이가? (1부 씬48)

 


경숙       아부지는 맞아도 싸대이. 아푸지도 않으믄서 내를 그래 구박하고, 아부지는 아부지?에 모른다. 내도 식모로 보낼라 카고. (3부 씬20)

 


경숙       인자 아재 갈 때 내도 델꼬 가주이소. 내는 지?에 모리는 아부지 필요 엄어예. 내는 차라리 아재가 아부지였으믄 좋겠어예. (3부 씬48)

 


경숙모     놀음채 퍼뜩 내놓고 가소! 챙피스럽지도 않은교? (3부 씬50)

 


경숙       아부지는 어무이캉 경미도 안 보고 싶나? (중략) 톡 까놓고 안 보고 싶다 캐라! 저 여시가 머가 좋다꼬! (4부 씬19)

 


S# 26. 다시 큰방

두한 이미 사라지고

꾸물꾸물 일어나는 최사장 일동, 제각각 한숨 돌리는데

여전히 엉덩이를 쳐든 채 머리 박고 있는 재수.

 


최사장     이 무신 난리벅구통이고? (뻥 발로 차며) 이노마 얼굴 한번 볼라카다 비명횡사할 뻔했대이.  

재수       (그대로 벌러덩 다리 들고 누운 채) ...

최사장     야가 넋이 빠졌는갑다.

재수       (돌연 벌떡 일어나 나가며) 내가 이러고 있을 때가 아이다. (하다 도로 와서 화자 손을 덥석 잡으며) 니 내캉 가자. 이 참에 빚 갚그라. (손 끌며 나가고)

화자       와 이카는교? 밑도 끝도 엄이 어데를예~ (끌리듯 나가고)

일동       ?

 

S# 27. 경숙이네 근처 길 (다른 날, 저녁)

제각각 양말보따리 이고 들고 걸어오는 경숙과 경숙모.

경숙, 책가방 메고 걸어가는 소녀를 목이 빠져라 돌아보면

 


경숙모     (따라 돌아보고) 니도 책가방 갖고 싶나? 

경숙       (마음은 굴뚝이지만) 아이다...

경숙모     양말 마이 꼬매가 돈 모이믄 사주께.

경숙       (좋아서) 참말이가? 

경숙모     옛날맨쿠로 핵교 몬댕길 일은 엄을 테이까 공부 열심히 하그라. 아재한테도 잘하고. 니 핵교도 보내주고 우덜한텐 은인이나 진배엄따. 

경숙       내도 안다. (신나서 가고)

경숙모     (가는) 

 


걸어가는 두 사람 위로

 

경숙모     (E) 아니 넘의 집에서 머하는교?!

 


S# 28. 경숙이네 마당

볕에 말리던 나물채반이며 세숫대야 등 엎어지고 흩어져 난장판인 가운데,

장닭을 쫓아다니고 있는 재수와 화자.

 


재수       달구새끼 도망간다. 퍼뜩 대문 닫그라! (화자에게) 이리, 이리로 몰라 카이 와 엄한 데로 몰고 가노?

화자       저거 장닭 맞나? 미인계가 안 통한다 아인교.

경숙       집을 이래 어질러 놓고 아버지 머 하노? 누가 다 치우라꼬?

재수       머 하기는. 니 어매 얼라뱄다 캐가 몸보신 해줄라꼬 장닭 사왔다 아이가. 니도 퍼뜩 잡그라. 이기 기운이 뻗치가 (하다 덮치며) 앗따 요놈 잡았다! (그러나 놓치고)

경숙모     머 하나 지대로 할 줄 아는 기 엄다카이. (옆에 있던 바구니 집어 들어 퍽 덮어서 잡으면)

경숙       (얼른 이고 있던 보따리 내려 바구니 눌러두고) 

재수/화자  (뻘쭘)

화자       저래 쉬븐 걸... 행님 닭 잡는 솜씨가 사람 잡는 솜씨 못지않구마. 잘 계?는교?

경숙모     내가 와 거그 행님이고?

재수       그라마 쟈 행님 시키고 니가 동상 할래? 내가 데불고 왔으이 행님 맞재 뭘 그라노?

경숙모     (어처구니없고)

재수       경숙이 니도 인자부터 단디 알아두그라. 작은어무이다.

경숙       (씩씩 노려보고)

화자       작은어무이는 무슨... 기냥 언니야라 캐라.

경숙모     (성큼 마루로 가서 보따리 턱 놓고) 이 집에서 눌러 살기라도 하겠다는 긴교?

재수       몬 살 거도 엄재.

경숙모     개코같은 소리마소! 누구 맘대로?!

재수       똥 뀐 놈이 성낸다 카디... 그래 큰소리 칠 때가 아일낀데!

경숙모     (끙 말문 막히고)

경숙       아부지가 멀 잘했다꼬? 아부지 둘, 어무이 둘, 헷갈리 죽겠다 내는!

 


때마침 대문 밀며 남식과 함께 들어오는 할머니(경미 업은).

 


할머니     이기 먼 소리고? (하다 놀라) 저기 누꼬?

남식       (보고 난감) 어 어떻게...?

경숙       (화나 팽 나가고)

할머니     죽은 중 알았더이 이래 기들어왔네! 쟈가 귀신이가 사람이가?

재수       어무이도 참... 지 왔심더. (남식에게 삐딱) 내 엄는 동안 식구들 건사하느라고 고생 많았대이.

남식       (끙 경숙모 보면)

경숙모     (할말 없어 외면하고)

남식       나가요. 나가서 얘기합시다. (가려는데)

재수       내집 두고 어델? 할 말 있으믄 여서 하자. (안방으로 성큼 들어가고)

할머니     아니 쟈,쟈가... 뭔 작정으로 저카노?

남식       (각오로 보고)

 

S# 29. 제분공장 일각 (밤) 

최사장 차 세워져 있고,

운짱의 주먹을 맞고 나가떨어지는 진수, 머리 감싸 쥔 채 맞고

 


운짱       (발길질하며) 이 빨개이씨끼! 월급을 가불하든 훔쳐오든 내노라믄 내놀 기재 어데서 잔말이고? 깜빵에 확 쳐너주까?

 


시무룩 걸어오던 경숙.

 


경숙       (놀라 소리쳐) 어 오빠야?!

 


S# 30. 경숙네 마루

문구멍으로 안방 엿보던 할머니.

 


할머니     (혼잣말로) 저것들이 우짤라꼬 저카노? 일났대이. (경숙모에게) 니 인자 우얄래?

경숙모     (옆에 경미 눕혀져 있고, 묵묵히 빨래 개키는)

할머니     저래 붙었으이 누구 하나 죽기 전엔 해결 안날 일인 기라, 이기. 이 판국에 빨래 개킬 정신이 있나?

경숙모     안하믄 어무이가 할낍니꺼?

할머니     참 태평이대이. (다시 구멍으로 엿보는)  

 


S# 31. 동 안방

크고 작은 빈 술병들 상 옆에 세워져 있고

이미 만취 상태지만 애써 눈 부릅뜨고 서로 노려보며 대작 중인 재수와 남식.

제각각 잔 비우고, 탁 소리 나게 잔 놓으면

중간에 앉은 화자, 한숨으로 이쪽저쪽 술 따라주고

다시 질세라 잔 비우는 재수와 남식.  

 


화자       (다시 빈잔 채워주며) 내 술 따르기 이래 바쁘기는 머리털 나고 처음이대이. 고마 천천히들 드이소. 차라리 한대씩 패뿌리고 말재...

남식/재수  (질세라 잔 비우고)

화자       뒷간도 안 가고 싶은교? 오줌보 터지겠구마.

재수       (다그치듯) 쓰-

화자       (다시 잔 채우며) 알았심더. 내가 머랬다꼬... (하다 좋아라) 아이구야 술이 똑 떨어졌네예. 기냥 피장파장이라 카이소.

재수/남식  (동시에 재촉으로 목청껏) 경숙아-!

화자       (꽥) 묵고 죽을라 카는교? 숨도 안 쉬고 벌써 ? 병 짼교?

경숙모     (벌컥 문 열며 들어오고)

화자       (지레 질겁으로) 아이구 행님까지 와 이카는교? 술 고마 갖고오이소. 까딱하단 행님 과부됩니더.

경숙모     (그러나 곧장 서랍장으로 가서 그 위에 얹어둔 이불 챙겨들고, 재수에게) 고마 됐으이까네 안방 차지하소. (남식에게 이불 턱 던져주고) 퍼뜩 들고 따라 오그라. 

재수       (쩝 외면해 빈잔 털어 마시고)

남식       (혀 꼬여) 아니 왜 내가 안방을 내줘요. 여기가 누구 집인데.

재수       (술잔 탁 놓고) 저 여자는 내 마누라거든!

경숙모     (뭔 꿍꿍인가 보고)

남식       하하 (같잖다는 듯 웃고) 야 조절구! 어디 와서 어깃장야? 여자까지 달고 나타나서 그게 말이나 된다고 생각해? 너어, 자격 없어~어.

재수       내가 두 여자를 옆구리 끼고 깨춤을 추든 말든 니가 관여할 일이 아이거든. 니만 빠지믄 싹 다 정리될 테이까네 콩나라 팥나라 하지 말그라.

남식       벌~써 배 떠나갔거든. 애도 생긴 마당에 이제와서 뭘 어쩌겠다고... 당신 안 그런 줄 알았는데 참 답답해.

재수       얼라가 생겼으이 내가 온 기재.

화자       (지루해 몸 뒤틀며 하품으로) 내가 여를 와 따라 왔던고...

경숙       (다급히/ E) 어무이~ 아재요~

재수       내가 이래봬도 18대 종손이라 안 캤나. 가스나만 달랑 둘 뿌인데 대를 이어야 안 쓰겠나.

경숙       (헐레벌떡 들어오며) 아재요 클났대이!

남식       (흥분해 못 듣고 재수에게) 뭐뭐뭐 뭐라구? 저 애는 내 애야!

경숙       (발 동동) 어무이~

재수       야가 답답한 소리 하네. 내 마누라가 애를 가졌는데 그기 우째 니 아고? (경숙모에게) 안 그러나?

경숙       (꽥) 내 말 안들리나?!

경숙모     (신경 곤두서 경숙에게 꽥) 아 좀 조용히 하그라!

재수       아 참 잊아뿔 뻔했네. (앞섶에서 종이 꺼내며) 내가 이름도 딱 지어왔다 아이가. (씩씩 나가는 경숙 보이며) 끌어죌 경, 복 복, 복을 콱 끌어 쥐고 살라꼬 경복이라 지은 기라. 우떠노? 쥑이재?

경숙모     (날카롭게) 우물에서 숭늉 찾겠구마. 사난지 가스난지 우찌 알고!

재수       (선심 쓰듯 남식에게) 가스나믄 마, 니 얼라 해라. 둘도 적어가 또 보탤 기 머 있노.

화자       듣는 가스나 억수로 기분 나쁘네.

경숙모     가스나고 사나고 내 뱃속에 있으이 내 아-구마! 쉰소리 하지 마소!

 


때마침 다시 뛰어 들어온 경숙, 궁글채로 대야 쾅쾅 쳐대면

 


일동       (일제히) 미?나?!

경숙       진수 오빠야 죽는다카이!

남식       뭔 소리야아... (하며 일어나려다 술기운에 그대로 쿵 쓰러지고)

 


S# 32. 다시 제분공장 일각

진수       (머리 감싼 채 바닥에 웅크린)

운짱       (씩씩) 한번만 더 성질 긁어보그라. 공장장 떨거지들까지 싸그리 다 엮어서 빨개이로 쳐너버릴테이까.

진수       (불끈 보고, 그대로 달려들고)

 


두 사람, 엎치락뒤치락 싸우는데

누군가 프라이팬으로 다시 진수를 타고 앉은 운짱의 뒤통수를 갈긴다.

운짱, 그대로 진수 위에 꼬구라지고

진수, 놀라 보면

다친 손에는 붕대 감은 채, 다른 손엔 우그러진 프라이팬 들고 씩씩 서 있는 미자... (F.O)

 

S# 33. 제분공장 전경 (다음날 낮) 

(F.I)

 


최사장     (E) 내 공장에 빨개이라이? 우찌된 일인지 퍼뜩 말 몬하나?

 


S# 34. 동 사장실 앞 복도

미자와 여공1 등 여공들 모여서서 걱정스레 엿듣는 가운데

 


최사장     (E) 빨개이 썼다고 소문나믄 관이고 어디고 가마이 둘끼가?!

여공1      그래 성실하던 아가 빨개이라이...

미자       진짜 빨개이였으믄 벌써 이북으로 튀었재 여서 일하고 있었겠나?

운짱       (머리 붕대 처맨/ 벌컥 문 열며 나오고)

일동       (놀라 비켜서면)

운짱       (일동 훑듯이 보며) 느그들 공장장 믿고 내를 우습게 봤재? 인자 호시절 다~ 간기라.

미자       (못마땅해 쏘아보고)

운짱       야가 아직도 분위기 파악을 몬 하고 있네. (볼 쓱 만지며) 조만간 보재이. 그때도 또 튕기나? (휘파람 불며 여유 작작 가고)

미자       (볼 털어내며 분해 쏘아보고)

최사장     (E) 그라이 머꼬? 문기사 말대로 니도 빨개이가?!

 


S# 35. 동 사장실

테이블에 둘러앉아

 


남식       (펄쩍) 그건 절대 아녜요, 사장님.

최사장     그라믄 빨개이를 니가 우찌 알고 델꼬 왔냐 말이다! 문기사 말로는 경숙이캉 그 집 식구들도 그노마를 다 알고, 기숙사로 밥도 챙겨보냈다믄서?

남식       (지레 펄쩍) 저희 식구들하곤 상관없어요, 사장님. 실은 제 고향 후,후배예요.

최사장     머시라? 니는 서울 출신이라믄서? 니 입으로 내한테 안 캤나?

남식       그게요... 사실은 공부는 서울에서 한 게 맞고, 고향은 신의(하는데)

명랑       (제지로 몰래 다리 차고)

최사장     어디라꼬? 

남식       (차인데 만지며 명랑에게) 이렇게 된 마당에 뭘 더 숨겨요. (최사장에게) 실은 사장님이 이북사람이라면 하도 질색을 하셔서 그동안 제가 제대로 말씀을 못드렸는데요, 원래 고향은 신의주예요. 죄송해요.

최사장     신의주?! (흥분해서 명랑에게) 그,그,그라이까네 니는 알구있었구마? 

명랑       장본인이 입을 다물고 있는데 지가 우째 나서서 말을 합니꺼. 사나 체면에...

최사장     이,이,이것들이 인자 보이 전부 한통속이구마? (벌떡 일어나며) 내 이것들을 기냥~ (하다 뒷덜미 부여잡으며) 어이구야~ 뻗친대이~

명랑       (남식에게 낮춰) 그 봐라. 입 다물라카이.

최사장     꼴도 보기 싫으이 둘 다 내 눈앞에서 썩 꺼지라 마! (노크소리에 버럭) 머꼬?!

미자       (들어와서) 사장님 지가 쪼매 할 말이 있십니더. 다른 기 아이라 (하며 우그러진 프라이팬 들어 보이며) 이 우그러진 후라이팬 보이시지예? 

최사장     이 판국에 지금 찌그러진 후라이팬 바까달라 말이가 머가? (다시 뒷골 잡으며) 어이구야 가지가지대이~

미자       그기 아입니더. (다시 프라이팬 세워 보이며) 이기 와 이래 우글탕이 됐나하믄...

 


S# 36. 공장 마당

운짱, 흥얼흥얼 콧노래로 차 닦고

프라이팬 들고 씩씩 걸어오는 최사장.

 


최사장     (다짜고짜 프라이팬으로 머리통 때리며) 이 문디자슥이 누한테 거짓부렁이고?! 빨개이를 니 손으로 잡을라 캤는데 도망?다꼬? (다시 프라이팬 휘두르며) 에라 이 놈아! 

운짱       (피하고) 아이구 사장님 말로 하시소. 와 이라십니꺼? 

최사장     (프라이팬으로 찔러대며) 말로? 말로? 삥 뜯고 부리묵고 그랬다믄서? 가마이 있는 여공들은 와 지분대서 공장 분위기를 꾸질르노? 내는 빨개이도 싫지만 니맨쿠로 양아치같은 놈은 더 싫은 기라! 

 


어느새  모여든 여공들 고소해 킥킥대고

여공들을 노려보다 머리 아파 우거지상이 되는 운짱

 

최사장     이런 걸 운전기사라꼬 달고 댕?으이 내 체민이 머가 됐을꼬? 당장 보따리 싸서 꺼지그라! (돌아서면)

여공들     (혼날세라 서둘러 공장으로 흩어지고)

남식/명랑  (면목 없어 고개 떨구고)

최사장     어젯밤에 내가 먼 꿈을 잘못 꿨길래 이 꼴을 당하노? 으~(가는데)

운짱       아이(아니) 사장님, 와 지만 그만두라꼬 (하는데)

최사장     저기 안즉도 정신을 몬 차리고! (냅다 프라이팬 던지고)

 


S# 37. 경숙이네 안방~마루 (다른 날, 저녁)

밥상 위, 고기접시 위에 동시에 날아와 꽂히는 남식과 재수의 젓가락.

두 사람 젓가락으로 고기 찍은 채 기 싸움하고

 


할/경숙    (꽥) 밥 좀 묵자!

재수/남식  (머쓱해 젓가락 떼다 다시 앞다퉈 고기 찍고)

경숙모     (와서 앉으며 엉덩이로 재수 밀치며) 저리 비키소! 델꼬 온 색시한테 얻어묵으라카이!

재수       (밀려난 채 달래듯 살살) 화자 일 나가고 엄다 아이가.

경숙모     (무시하고, 남식에게) 일한다꼬 힘들었을 낀데 마이 묵그라. 

남식       (의기양양 재수에게 씩 웃어주고) 경숙아 많이 먹어. 할머니도 많이 드세요. 여공 시골집에서 직접 잡은 거래요.

할머니     (반색으로) 그래. 공장장이 이래 좋은 자린 중 누가 알았겠노. 

경숙       할무이는 공장장이라꼬 다 주는 중 아나? 아재가 억수로 잘하이 이래 주는 기재. 아재요, 내 말이 맞재?

남식       (흐뭇) 어.

재수       (입맛 쩝쩝 다시며) 내 빼놓고 그래 묵으믄 살로 안 갈낀데.

경숙모     고기가 연하고 꼬시대이.

재수       (꼴려서 벌떡 일어나 나가고)

할머니     그라이 사람은 펭소에 잘해야 하는 기라. 언제 무슨 일을 당할지 모르는 기거든. (마당으로 난 문 열고 들으라는 듯 소리 높여) 누구 맨쿠로 마 대문만 나서믄 함흥차사, 가락지도 함흥차사 (하다 놀라) 야 니 와 그라노?

 


보면, 어느새 들고 나온 식칼을 세워든 채 눈 내리깔고 째리는 재수. 

 


일동       (역시 놀라 헉! /남식은 사레 걸리고)

할머니     야야 고기 ? 점에 피 볼 일은 아이재. 그래 서운했나?

재수       (보란 듯이 장닭 날개잡고 끈 내리치고)

할머니     저 문디자슥 저거, 애미 놀래키가 자빠뜨릴 일 있나?

재수       이거 잡으믄 (손에든 칼로 일동 훑으며) 국물도 엄대이.

경숙모     (고기 뜯으며) 닭고기를 쇠고기에 댈 일이가. 그라고 산모는 원래 닭고기는 안 묵심더. 얼라 닭살 된다꼬.

재수       그러나? 진즉에 그래 말하지. (쩝 돌아서다, 칼과 장닭 든 양손 쳐들며 반색으로) 행님 오?는교? 잘 왔구마.

 


큰 보따리 짊어지고 만근과 기웃이 들어오던 상필. 

 


상필       야야 칼은 좀 치우고 인사하재이. 어무이 제수씨 잘 계?는교?

경숙       (반색으로 뛰어나가며) 만근아~

남식/경숙모 (서로 보며) ?

 


S# 38. 다시 안방

만근, 피곤해 보따리에 기대 졸고

 


상필       (성나) 니는 너그 집이라 카디, 이래 언치있는 주제에 우덜을 와 부르노? 이런 중 알았으믄 살집 구하고 왔재. 니 땜시 내 꼴이 이기 머꼬?

재수       행님도 언치있기는 누가? 다들 고향 떠나서 사는 재미가 엄따카길래 내는 생각해서 불렀구만.

할머니     퍽이나! 잔대갈빡 굴리는 건 천하에 조절구 따라 올 놈 엄다카이. 쟈 니편 삼을라꼬 불렀재?

재수       아-들맨쿠로 니편 내편은... (자못 당당히 소리쳐) 술을 맹글러 갔나? 와 이래 오래 걸리노?

 


S# 39. 동 부엌

경숙모, 술상 차리고

 


남식       (씩씩 서성이다) 아니 남의 안방 차지한 것도 모자라서, 어떻게 친구까지 불러들일 수가 있어요? 

경숙모     (묵묵히 일만)

남식       여기가 자기 집야 뭐야? 해도 너무하는 거 아냐? 뭐라고 말 좀 해봐요.

경숙모     (되레 퉁) 그라마 그만한 각오도 엄이 내캉 살자캤다 말이가?

남식       (찔끔) 아니... 그래도 이건 좀 심하잖아요.

경숙모     우덜이 한 짓이 있으이 아-아부지가 우째 나오든 참아야지 우야겠노? 지금이사 성이 나서 저래 어깃장이지만, 그라다 말겠재... (상 드는)

남식       줘요. 그 몸으로 무슨 상을 든다고... (상 들고 나가고)

경숙모     (착잡, 한숨)

경찰1      (E) 당신이 박남식이가?

남식       (E) 그런데요. 무슨 일이죠?   

경숙모     ? (내다보고)

 


S# 40. 경숙이네 근처 큰길

술병 들고 걸어오던 경숙, 보면

경찰1,2에게 잡힌 채 끌려오는 남식.

 


남식       정말 왜 이래요? 이거 좀 놔 봐요.

경찰1      잔말 말고 따라 와, 이 빨개이 자슥!

남식       아니라니까요 글쎄. 도대체 누가 나더러 빨갱이라는 거예요?

경숙       아재요! (놀라 달려가고)

남식       경숙아!

 


그러나 대기하고 섰던 지프에 남식을 밀어 넣는 경찰1,2.

그대로 차 떠나고

 


경숙       (술병 내던지고 뒤쫓으며) 아재요~ (점점 멀어지는 지프를 쫓아 죽어라 달려가고) 

 

S# 41. 경숙이네 마당 (다른 날 낮)

외출복 차림으로 들어오는 경숙모,

 


할머니     (경미 업고 마루에서 서성이다) 우찌됐노? 최사장이 나서준다 카드나?

경숙모     어데예... (힘겹게 마루에 앉고)

할머니     하기사 뻘건 구두만 신어도 빨개이라꼬 잽히가는 판국에 공장으로 불똥 튈까봐 어데 나설라 카겠나. 그라이 내 머라캤노! 진수 갸 집으로 델꼬 올 때부터 조심하라 안 캤나. 내만 입다물고 있으마 아무일 엄다믄서.

경숙모     운짱이 그랄 중 누가 알았는교... (부엌에서 밥상 들고 나오는 상필 보고) 아이구야 우짜꼬? 내가 채릴 낀데...

상필       (상 놓으며) 이 판국에 누가 하믄 어떻십니꺼. 얼라 생각해서 한술 뜨이소. 아침도 몬 묵었는데...

경숙모     고맙십니더. (수저 들고 먹으려다) 빨개이 잡는 특무부대로 넘어가믄 빼도 박도 몬한다 카는데...(눈물 훔치고)

할머니     재수 이노마는 경찰서 가디 와 이래 소식이 없노? 지만 믿고 걱정말라카디...

 


S# 42. 경찰서 앞

  경찰서 건물 담벼락 밑에 쪼그리고 앉은 재수와 경숙, 만근

 


재수       (달래듯) 집에 가자아. 조사해보고 죄엄으믄 보내준다 안 카나? 니가 여 지키고 앉아 있다꼬 경찰들이 봐주는 기 아이라니까.

경숙       아부지는 여 큰 요정에서 일한다 카디 힘도 엄나? 맨날 큰소리만 뻥뻥 치고.

재수       힘이사 쪼매 있재. 그캐도 빨개이 어쩌구 하는 거는 대통령이 와도 안 되는 기라.

경숙       아부지는 아재가 잡히가이 좋재? 인자 집도 다 아부지 차지고.

재수       니는 아부지를 그래 ?이 안보나? 사람이 어려븐 일을 당했을 때는 싸우다가도 돕는 기 인지상정인 기라. (일어나며) 배고프다 퍼뜩 가자.

만근       경숙아 내도 배고푸다. 그카마 묵고 다시 오믄 안 되나? 

경숙       내는 아재 나올 때까지 밥도 안 묵고, 잠도 안 자고 여서 기다릴 끼다.

재수       밥이라카믄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는 가스나가... (떨떠름) 니는 삼팔이가 그래 좋나?

경숙       (앉은 채 올려다보며) 아부지는 내 죽을 뿐한 거 모르재?

재수       먼 소리고? (다시 앉고)

경숙       아재가 내를 업고 양코백이 부대로 안 뛰갔으믄 내는 지금 죽고 엄따. 아침에 일어나보이 양코백이들이 내를 이래~ 내리다보고 있는데, 내는 내가 죽은 중 알았다. 놀래가 소리를 막 질렀디 아재가 뛰들왔는데, 억수로 반가버서 눈물이 났다 아이가. (새삼 눈물 훔치며) 쪼매만 늦었으믄 내는 죽었다 카드라.

만근       파상풍이라꼬 그때 경숙이 억수로 아팠심더. 팔에 흉도 안즉 있재?

재수       그랬나? 어데 좀 보자. (하며 보려는데)

경숙       (팔 빼며) 아부지는 그때 내가 그래 아프다 캐도 들은 척도 안했다 아이가! 그 여시하고 내빼기나 하고. 

재수       (할 말 없고)

경숙       아부지는 아재가 미블지 몰라도, 어무이캉 내한텐 억수로 좋은 사람인 기라. 우덜 냅두고 내빼지도 않고. 

재수       (착잡해 허공에 한숨 뱉고)

 


S# 43. 최사장네 집 앞(밤)

최사장 차 달려와 서고,

차에서 내리는 최사장, 대문으로 가는데

검은 두루마기 차림으로 대문 앞에서 기다리던 재수, 쓱 다가와 서고

 


최사장     으이? (뒷걸음질 하며) 이,이,이기 머꼬?

재수       (바닥에 엎드려 넙죽 절하고) 청이 있어 왔십니더.

윤섭모     (대문 열고 나오며) 어머 아직도 여?었네. 들어와서 기다리라니까.

최사장     이 문디자슥, 저승사자 온 중 알았네... 청이라이? 설마 니꺼정 공장장 꺼내달라꼬 온 거는 아이재?

재수       삼팔이 (하다) 아니 공장장 좀 살려주이소. 이래 부탁하겠십니더.

최사장     쯧쯧쯧 오줄없는 놈... 갸한테 처자식 다 뺏기고 니가 이랄 일이가?

재수       지도 속이 속은 아니지만, 죄엄는 사람부터 살리고 봐야 안 되겠십니꺼.

윤섭모     공장장 이대로 특무대로 넘겨지면 이집 식구들 다 초상 치게 생겼대요. 당신이 좀 나서봐요. 

최사장     공장장 엄으믄 젤로 답답한 기 내거든! 딴 거는 몰라도 빨개이 문제를 내더러 우야라꼬? 

재수       갸가 빨개이가 아이라는 건 사장님도 알고, 내도 알고, 세상이 안다 다 아입니꺼.

윤섭모     경찰서장한테 그동안 할만큼 했잖아요. 말이라도 한번 해봐요.

최사장     공장장 그노마 가는 데마다 꿀을 발라놨나, 경숙어매부터 공원들까지 돌아가매 찾아와가 사람을 몬 살게 굴디, 와 당신까지 이라노? 이 문제는 대통령 할애비라 캐도 용빼는 재주 엄따! 고마 가보그라. (가려는데)

재수       (다리 잡으며) 사장님, 쪼매만 도와주이소.

최사장     야가 소용엄따 카이!

재수       사장님~

최사장     어이구야 환장하겠대이. 내더러 우야라꼬!!

 


S# 44. 경찰서 앞 (다른 날 낮)

경찰서 출입구 앞에 몰려선 김씨와 미자 등 제분공장 공원들과 경숙, 은비, 만근, 윤섭, 만삭의 경숙모, 경미를 업은 할머니, 은비모. 

공장장은 죄가 엄따! / 퍼뜩 돌리도! / 빨개이가 웬 말이고! / 아무나 잡아가는 기 겡찰이가! 등등... 각자 냄비뚜껑 솥뚜껑 따위 두드리며 중구난방 외쳐대고...

            

S# 45. 동 경찰서장실

그 소리 계속되며

책상에 앉은 경찰서장, 일하는 척 짐짓 서류 뒤적이고

최사장, 몸이 달아 붙어 서서

 


최사장     내 좀 살리주이소 서장님. 공장장 엄으믄 일 몬하다고 기계도 다 세워뿌고, 공원들이 아예 여로 출근해가 저칸다 아인교. 내가 오즉하믄 이래 달리왔겠는교. 

경찰서장   (끙 외면해 돌아앉으면)

최사장     (따라가 얼굴 들이대며) 여태까지 잘 봐주다 와 이랍니꺼? 여까지 이래 왔는데 공장장 엄이 빈손으로 가믄 내 체민이 머가 되는교? 행님임~

명랑       (벌컥 문 열며 들어오며) 사장님요 클났십니더. 소동핀다꼬 공원들 싹 다 트럭에 태워가 저기 낙동강 뻘에 내리놔뿐다 카는데요.

E          (노이소! 우덜은 아무 데도 몬 간다! 등등 아우성 소리 들리고)

최사장     (서장에게) 참말로 이래 나올낍니꺼?

 


S# 46. 다시 경찰서 앞

여가 경찰서 땅인교? /우리가 잘몬한 기 머 있다꼬? / 엄마야 잘하믄 패겠대이. /여기 경찰이 죄엄는 사람 끌고 간대이~!  등등...

경숙 일동과 공원들, 아우성치며 버티지만 경찰들에 의해 속속 트럭에 실리고

 


경숙       (트럭에 태워진 채) 우덜을 어데로 델꼬 가는 기라예?!

할머니     (트럭에서 팔 뻗어 경찰 머리 쥐어박으며) 느그들은 애미 애비도 엄냐, 이놈들! 우리 메느리 아 떨어지믄 느그들이 책임질 끼가?

경찰1      (무시하고 뒤에 올라타며) 출발~!

여공들     (제각각 발 동동) 우야노? / 사장님 우덜 잡아갑니대이~ / 공장장님~

 


거리로 나서기 위해 서행해 방향을 틀던 트럭, 돌연 멈추고

 


운전수     (내다보며) 당신 머꼬? 비키라!

 


보면,

장구를 메고 트럭 앞을 막고 떡하니 버티고 선 재수, 씩- 웃고

돌연 선장구를 치기 시작한다.

열받은 운전수, 비켜 가기 위해 이리저리 트럭머리를 틀면

재수, 그때마다 장구치며 길을 막아서는 모양새가 우스꽝스럽다.     

어리둥절 지켜보던 일동, 와~웃고

 


경숙       (그제야 뜻 알고) 아부지...! (벅차) 어무이 아부지다!

경숙모     (어리둥절) 저 양반이 우짠 일로...

일동       (함성으로) 장구가락 쥑인대이~! / 대체 누꼬?

윤섭       (신나서) 낙동강 조절구대이!

경숙       (머리 쥐어박고, 운전석 지붕 위로 목 빼고) 아부지 멋째이~! 울아부지 최고대이!

재수       (호응하듯 신나게 장구 두들기고)

일동       (덩달아) 낙동강 조절구 멋째이~ / 잘한대이~

경찰1      (열받아서) 머하노? 칵 밀어삐라!

운전수     (위협적으로 부릉부릉 가속 올리며 다가가는데)

재수       (아랑곳없이 선장구 치고) 

일동       (초조하게 지켜보고)

할머니     아이구 재수야, 비키래이! 니 그카다 죽는대이.

 


때마침 요란한 풍물소리를 앞세우고 나타나는 상필을 필두로 한 풍물패들.

 


상필       재수야~ 오늘 신바람 나게 놀아보재이!

 


풍물패들 재수와 함께 어우러져 트럭 앞에 진을 치며 풍물을 울리며 돌고

경찰들 당황한 틈을 타 트럭에서 우르르 뛰어내린 사람들, 풍물패 뒤를 따라 신나게 어깨춤 추며 돌고

 


S# 47.  다시 서장실

풍물소리 연결

창문으로 내다보던 최사장과 경찰서장, 명랑.

 


최사장     저저 윤섭이 저노무 자슥은 바이올린 배우러 가라캤디 와 저 낑겨 있는 기고?

서장       저 장구재비는 요정에 있던 놈 아이가?

최사장     (반짝) 와 아이라예. 맞십니더. (으름장으로) 서장님 참말로 우리 공장장 몬 풀어줍니꺼?

서장       (책상으로 가며) 내 끗발로는 어림엄따카이.

최사장     좋십니더! 그라마 내도 부산바닥에 쫙 소문 낼낍니더.

경찰서장   소문이라이? 

최사장     김두한이 쳐들어왔을 때, 서장님 혼자 살겠다꼬 상 밑에 기들어 가서 벌벌 떨었다 아입니꺼. 날도둑을 그래 맞는 경찰서장이 어딨십니꺼.

서장       (못마땅해 끙 책상으로)

최사장     (명랑에게) 낼 부산일보 김부장캉 점심 묵기로 했다 캤재?

명랑       (알아듣고) 예, 열두십니더.

경찰서장   (다급히 잡으며) 최사장, 와 이라노? 내 좀 봐도!

최사장     (손 마주잡으며) 행님이 내 좀 봐도!

 


S# 48. 경숙이네 근처 길 (밤)

술에 취해 어깨동무하고 오는 재수와 남식, 상필, 명랑.

<굳세어라 금순아>를 목청껏 부르며 거리를 누비는데

호루라기를 불며 쫓아오는 순경1,2.

 


순경1      통금시간에 당신들 머하는 기고? 거기 서!

재수       튀재이!

일동       (뿔뿔이 흩어져 뛰기 시작하고)

재수       (달려가며 손 번쩍 들어 보이며) 집에서 보재이~

 


하며 달려가다 그대로 전봇대에 머리를 박는 재수, 그 반동으로 장작처럼 뒤로 쿵 넘어가고

달려가던 남식, 돌아보고 놀라

 


남식       형님! (다급히 달려오고)

 


S# 49. 경숙네 마당

재수와 남식과 상필, 들어오며

 


상필       가마이 서있는 전봇대는 와 갖다 박노.

남식       그 덕분에 순경들이 봐줬잖아요. 하마터면 나오던 날로 다시 잡혀갈 뻔 했는데... 형님이 오늘 여러 가지로 도와주네.

상필       머리는 괘않은 기가? 내는 니 머리통 뽀사진 중 알았대이.

재수       (앉으며) 궁금하믄 행님도 가서 함 박아보소. 골이 띵하이 어질어질하구마. 명랑이 이노마는 그 판국에도 혼자 날라삔 모양이재? 지 몸보신 하는 데는 일등이라카이. 

경숙모     (E/ 산통으로) 아이구야 어무이, 내 죽십니더~

일동       ? (안방 보면)

할머니     (안방에서 나오며) 통금인데 우째 들왔노? 퍼뜩 군불 때고 물 끓이그라. 얼라 나올라칸다.

남식       에? 벌써요?

할머니     오늘 그 난리를 쳤으이 아-도 놀라가 퍼뜩 나올라 안 카나.

상필       우덜은 그런 중도 모르고... 지가 물 끓이겠심더. (부엌으로)

재수       니가 내 대신 보초 좀 서그라. 내는 들어가 쪼매 누버야겠다. (마루로)

남식       무슨 소리예요, 당연히 내가 보초서야지.

할머니     이 판국에 실갱이는... 얼라 나오믄 판가름 나겠재. (안방으로 가는 재수 잡으며) 어딜 들어가노? 야가 정신이 엄네. (안방으로 가며) 저방으로 가그라.

재수       (비척비척 건넌방으로) 

남식       저는 뭐해요? (초조해 동동거리고) 

 


S# 50. 동 안방

경숙모, 화자 손잡고 산통으로 신음하고

 


화자       얼라는 행님이 낳는데 지까지 몸살하겠심더. 시집도 몬가본 처녀가 각중에 얼라 받게 생?네.

할머니     가짜 색시 놀음하다 오지게 걸린 기지 머.

화자       옴마야. 우찌 아?는교? 

경숙모     (와중에도) 가짜라이...?

할머니     니는 그래 눈치가 엄나? 보나마나 뻔한 거 아이가. 재수 그 노마 집에 혼자 들어오기 머쓱하이 쟈 달고 온 기재.

화자       우리 할무이 눈치가 백단이라카이.

경숙모     (끙) 술 고마 따르고, 그 재주로 서울 가가 배우나 하재. (하다 다시 산통으로) 아이구야~

 


S# 51. 동 건넌방

경숙모의 산통하는 비명소리 들리고

만근과 경미, 경숙이 줄줄이 누워 자는 밑에 대충 쭈그리고 누운 재수

 


재수       (기운 없이 중얼) ...저 마누라가 혼자 얼라 낳나... 처음도 아인 기 와 저래 소리를 질러대노...

경숙       (잠결에 울상으로) 아부지~ 아부지~

재수       (발로 툭툭 치며) 야가 와 이라노...? ... 일나바라... 경숙아...

경숙       (퍼뜩 깨서 벌떡 일어나며) 아부지는 와 자는데 발로 차고 그카노?

재수       (무안) 저 가스나...  니 무서븐 꿈꾸지 싶어서 안 그캤나...

경숙       (신경질로) 아부지가 내 어금니를 콱 쌔리 뽑아다 아이가. 아파 죽겠대이. 아부지는 꿈속에서도 낼로 몬살게 굴고...

재수       (뭐라 하려다) 알았다 마. 인자부터 잘하꾸마... 니도 아부지 고마 미버해라... 

경숙       (내심 미안) 아이다. 내도 인자 아부지 안 밉다. 오늘 얼매나 멋?다꼬.

재수       그랬나...? (흐뭇) 안방에나 가보그라... 니 어매 얼라 놓는다...

경숙       참말로? (벌떡 일어나 나가다) 얼라 나믄 알리주께이. (나가고)

재수       (의식 가물가물 해지고)

E          (장구소리 아련히 들려오며)

 


신장구와 합을 맞춰 날듯이 선장구를 치는 재수의 모습 환영처럼 스치고

 


경숙       (벌컥 문 열며) 아부지 고추대이~!

재수       (장구치듯 허공에서 손을 놀리며 기쁜 듯) 인자야 가락이 잡힌대이...

E          (갖난 아기의 첫울음소리 들리고)

재수       (동시에 손 툭 떨어지고)

경숙       (뭔가 심상치 않은 느낌으로 한걸음 들어오며) 아부지...?!

 


S# 52. 경숙이네 앞 (다른 날 낮)

이동사진관 백그림을 배경으로 서서 기다리는 경숙모와 남식. 

 


경숙모     (갓난아이 안고) 어무이 퍼뜩 안 나오고 머합니꺼?

남식       (경미 안고) 경숙아 빨리 와.

할머니     (고꾸라질 듯 고무신 꿰고 나오며) 어지간히도 깝치쌌는다. 언제 또 찍을 중 모리는데 지대로 분단장을 해야재. 

진수       (사진사) 천천히 하세요. 시간 많아요.

할머니     (몸 이리저리 돌려 보이며 진수에게) 요래 하까, 요래 하까? 어느 쪽이 더 낫노?

경숙       (뛰어나오며) 암캐도 똑같다. 오빠야 내는 여 서까?

진수       응, 그래 거기. 그럼 이제 찍어요. 하나 둘 셋하면 웃으세요. 하나 둘 (하는데)

경숙       (손 번쩍 쳐들며) 시톱뿌! 쪼매만 기다리래이~ (부리나케 집으로 들어가고)

경숙모     또 머꼬? 사진 한 장 박을라카다 환갑잔치 하겠네.

남식       (펄쩍) 환갑은요... 이렇게 갓난애도 있는데.

할머니     쟈한테 먼 농을 하노. 델꼬 사는 니도 참 장하대이.

남식       그래도 환갑은 쫌 심하잖아요.

할머니     (무시하고) 경숙아~ 구찌베니 다 지워지겠대이.

경숙       (장구 들고 헐레벌떡 나오며) 아부지가 빠?다 아이가.

경숙모     맞다. 그캐도 큰딸 ?에 엄네.

경숙       (장구 척 세워들고) 아부지 김치 하이소. 김치~

일동       김치~(하며 웃고)

 


플래시 퍽! 터지며 찍히는 가족사진에서~<제4부 끝>

 

 

 

 

 

 

 

 

 

 

 

 

 

 

 

 

 

 

 

 

 

 

 

 

 

 

 

 

 

 

 

 

 

 

 

 

첨부파일 4부.hwp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lilychouchou | 작성시간 18.04.30 감사합니다.
댓글 전체보기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