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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대본

[공주의 남자] 17

작성자수다쟁이|작성시간12.02.06|조회수1,381 목록 댓글 0

[공주의 남자] 17

 

 

 

 

 

 

 

 

 

 

S#1. 빙옥관 근처 모퉁이 (낮)

 

제16화 82씬과 동일.

아무것도 모르고 천천히 걸어가는 승유... 다른 쪽 모퉁이를 따라 달려오는 석주와 신면의 무리가 보일 리 없다.

저를 보지 못한 채 앞을 쌩 지나가는 석주를 의아하게 보는 승유. 곧 뒤를 따라 달리는 군사들을 보면서 이상함을 감지한다.

한 발짝 나서려는 순간, 잰 걸음으로 지나가는 신면과 송자번이 보인다.

순간적으로 놀라 우뚝 멈춘 승유... 신면, 옆쪽의 기척이 뭔가 이상해서 고개를 돌리려는데...

신면이 승유를 보려는 순간, 골목에서 갑자기 튀어나온 손, 승유를 끌어당긴다!

승유의 손목을 붙든 채 절박한 눈빛으로 승유를 보는 여자, 세령이다!!

놀란 눈으로 세령을 보던 승유, 당황한 나머지 시선 거두며 손 뿌리친다.

 

세령 : 그러다 붙잡히면 어쩌려 그러십니까?

승유 : (차마 못 보며) 여긴 또 어찌 나타난 것이냐.

세령 : 할 말이 있어 왔습니다.

승유 : 돌아가! (가려는)

세령 : 살아는 있었는지!

승유 : (멈칫하면)

세령 : ...궁금하지도 않으셨습니까?

 

잠시 세령을 보던 승유, 흔들림을 들키기 싫어 홱 돌아선다.

골목 밖을 보면 저 멀리 이미 잡혀 끌려가는 석주, 보인다. 낭패다 싶은 승유, 나서려는데

그 앞을 떡하니 막으며 등장하는 노걸.

 

노걸 : 형님! 어디 가슈? 큰형님이 작은 형님 못 찾게 무조건 막으랬어.

         (그러다가 세령 보고) 어? 그 때 작은 형님 대신 화살 맞은... 살아계셨네. 우리 형님이 말은 안 해두 걱정 많이 했는데-

 

노걸을 휙- 밀치고 가는 승유. 들키지 않게 조심하며 석주가 간 쪽으로 따라간다.

그런 승유를 걱정스레 보는 세령.

 

노걸 : 잠깐 안에서 기다리세요.

세령 : (보는)

 

 

S#2. 빙옥관 근처 (낮)

 

노걸, 세령을 모시다시피 하며 걸어간다.

 

노걸 : 저도 작은 형님 따라 가봐야 해서... (빙옥관 가리키며) 저기 가서 기다리시면 됩니다.

세령 : ...부디 무탈하시도록 그분을 좀 도와주십시오.

노걸 : 예.

 

저쪽에서 궁금해 하는 얼굴로 걸어오는 무영에게 고함지르는 노걸.

 

노걸 : 어이! 이 아가씨, 작은 형님 손님이니까 안으로 모셔.

 

달려가는 노걸을 황당하게 보는 무영, 세령을 위아래로 훑어본다.

작게 목례를 하는 세령.

 

 

S#3. 빙옥관 / 객장 (낮)

 

아직 영업을 하지 않는 한산한 객장. 초희와 소앵, 2층에서 내려오다가 들어오는 무영과 세령을 본다.

한눈에 관심 받는 세령, 조용히 서서 주위를 둘러본다.

 

초희 : 밖에 웬 소란이야?

무영 : 아무래도 석주 오라버니 끌려갔나봐.

초희 : 뭐?

무영 : 두 서방이 따라갔으니까 별 일 없을 거야. 기다려봐.

초희 : (낭패다)

소앵 : (턱짓하며) 누구야?

무영 : 네 기둥서방 손님.

세령 : (놀라서 소앵을 보는)

소앵 : (놀라는) 뭐?

 

적대적으로 세령을 노려보는 소앵.

 

 

S#4. 한성부 전경 (낮)

 

석주(E) : 몇 번을 말해야 알아듣겠어!

 

 

S#5. 한성부 조사실 (낮)

 

포박당한 채 앉아있는 석주. 그 앞에 차갑게 보고 있는 신면..

 

석주 : 이게 다 공칠구라는 놈의 모함이라구.

신면 : (의심스럽게 보고 있는)

석주 : 마포나루에서 이 조석주 모르는 놈 아무도 없어. 한성부 관리가 그것도 모르시나?

         운종가 하면 청풍관의 한명회, 마포나루 하면 빙옥관의 조석주란 말이야!

신면 : ...강화부로 가는 호송선을 탄 적이 없단 말이냐?

석주 : (답답해 죽겠다는) 탔지! 그 배에 탔다가 바다에서 물귀신 될 뻔하다 간신히 살아남았지. 그것도 잘못인가?

신면 : 그 배는 대역 죄인들을 태우고 있었다.

석주 : 웃기지 마. 내 눈엔 이유도 모르고 끌려온 왈패에 모리배들이 더 많더군.

신면 : 네 놈 얘기는 그들이 이유 없이 끌려왔다는 말이냐?

석주 : 그건 공칠구한테 물어보시지.

신면 : (송자번에게) 확인해 보거라.

 

고개 숙이고 서둘러 사라지는 송자번.

 

 

S#6. 한성부 앞 (낮)

 

건물에 몸을 숨긴 채 한성부 쪽을 보고 있는 승유와 노걸.

 

노걸 : 큰일 났네. 저기로 끌려가면 뼈도 못 추리고 나온다던데..

승유 : (심각하게 보고 있는)

노걸 : 어찌하면 좋겠수?

승유 : 날이 저물면 들어간다.

노걸 : (놀라는) 미쳤어? 할 거면 작은 형 혼자 해. 난 못해.

 

 

S#7. 한성부 조사실 (낮)

 

여전히 석주를 날카롭게 보고 있는 신면. 말이 안 통한다는 듯 허공을 보며 후 한숨을 내쉬는 석주..

이때 들어오는 송자번. 보는 신면..

 

송자번 : (낮게 보고하는) 호송선에 타야 할 대역죄인들 중에 이미 고신을 당해 목숨을 잃은 자들이 상당수였다 하옵니다.

신면 : (!)

송자번 : 의금부 나장이 공칠구한테 뇌물을 받고 그 빈자리를 다른 놈들로 채운 것 같습니다.

신면 : (다시 석주 본다)

석주 : (삐딱하게 노려보는)

신면 : ..그 배에 좌의정 김종서의 아들이 타고 있었다. 기억하나?

석주 : (순간 흔들리는 눈빛. 이내 태연하게) 김종서의 아들놈이 누군지 내가 어떻게 아나? 아무튼 나 말고는 다 죽었어!

신면 : 분명한 사실이냐?

석주 : (비린 웃음 지으며) 내가 속일 이유가 있나?

신면 : (보는)

송자번 : (힐끗 석주 보며) 어찌 할까요?

 

 

S#8. 한성부 마당 (낮)

 

건물 안쪽을 보며 고소하다는 미소를 짓고 있는 공칠구. 지나가는 한성부 군졸들의 엉덩이도 툭 치고, 아주 기분이 좋다.

 

공칠구 : (혼잣말) 조석주, 이번엔 강화가 아니라 더 먼 곳으로 보내주마.

 

하는데 이미 건물에서 나오고 있는 석주.

놀라는 공칠구의 얼굴.. 칼도 없고 주위에 던질 것도 없어 달아나려는데..

덥석 공칠구의 멱살을 잡는 석주, 주먹을 날린다. 그대로 나뒹구는 공칠구.

 

석주 : 네 놈 명줄을 재촉하지 마라.

 

석주가 나가면 신면이 나타나 공칠구를 차갑게 내려다본다.

 

신면 : 네 원한을 나를 빌어 풀지 마라!

 

공칠구의 일그러지는 얼굴.

 

 

S#9. 한성부 앞 (낮)

 

숨어서 보고 있는 승유와 노걸의 눈에 나오는 석주가 보인다.

 

노걸 : (반가운) 큰 형님!

 

약간은 반가운 얼굴이 되는 승유.

승유와 노걸 보며 안도의 한숨 내쉬며 서둘러 다가오는 석주..

 

노걸 : 나 혼자라도 형님을 구하러 들어가려던 참이었는데..

석주 : (승유 보며) 너한테 여기는 위험하다. 자리를 뜨자.

 

 

S#10. 빙옥관 / 객장 (낮)

 

한쪽에 앉아서 초조한 채 생각에 잠긴 세령을 째려보는 소앵.

안절부절 못하고 서성이다 나가려고 하는 초희를 붙드는 무영.

 

무영 : 언니가 나가서 뭘 하게?

초희 : 언제까지 기다리기만 해? 또 어디로 잡혀갈지 어떻게 알아?

무영 : (붙들고) 가만있어. 내가 가볼게.

 

무영, 나가려는데 때마침 들어오는 석주와 노걸과 승유.

들어오던 승유, 세령을 보고 멈칫한다. 승유를 보고 벌떡 일어나는 세령.

세령을 보는 승유의 곁으로 다가가 착 붙는 소앵.

 

소앵 : 오라버니, 어딜 다녀와? 이 소앵이가 걱정 많이 했잖아.

 

초희, 야속한 눈초리로 석주를 보다가 올라가 버린다.

 

무영 : (석주에게) 언니도 속으론 반가우면서. 얼른 올라가 봐요.

석주 : (작게 한숨 쉬고 따라 올라가는)

 

가만히 세령을 보던 승유, 그냥 올라가려다가 우뚝 멈춘다.

갑자기 거칠게 세령을 붙들어 데리고 나가는 승유. 그냥 말없이 끌려 나가는 세령.

 

노걸 : 오, 박력 있네!

소앵 : 오라버니! 오라버니, 어디 가? 도대체 저 계집애는 누구야?

노걸 : 공주. 곧 공주마마가 되실 분이지. 감히 넌 쳐다볼 수도 없는.

소앵 : (농담인 줄 알고) 뭐?

 

 

S#11. 빙옥관 앞 (낮)

 

끌고 나온 세령을 가라는 듯 놓아주고 들어가려는 승유.

 

세령 : 가족을 만나고 싶지 않으십니까?

승유 : (멈칫하는)

세령 : 아강이와 형수님이 살아계신다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가셔서 스승님의 눈으로 직접 확인하시지요.

승유 : (의심스러운)

세령 : 가시지요. 조금 먼 곳입니다.

승유 : (보는)

 

 

S#12. 거리 (낮)

 

말을 타고 함께 달리는 세령과 승유.

세령, 빠른 속도에 몸이 울리자 등이 고통스러운지 얼굴을 잔뜩 찌푸린다.

그 표정을 느끼는 승유, 세령의 등을 본다. 저 대신 활을 맞은 곳...

저도 모르게 한 쪽 손을 가까이 대보려던 승유, 금세 손을 거둔다.

워워- 갑자기 말을 멈추는 승유 때문에 놀라는 세령, 말에서 내리는 승유를 의아하게 본다.

화난 듯한 표정으로 말을 끌고 가는 승유의 뒷모습을 아프게 보는 세령...

 

 

S#13. 대궐 전경 (낮)

 

수양(E) : 다행입니다.

 

 

S#14. 강녕전 동온돌 (낮)

 

수양을 한명회, 권람, 신숙주, 신면이 알현하고 있다.

 

수양 : 불의의 습격을 받고도 별 탈이 없었으니 천만다행 아닙니까?

신숙주 : 송구합니다.

한명회 : 그 자의 얼굴은 보지 못했습니까?

신숙주 : 어둠 속에서 복면까지 하고 있어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권람 : 신판관이 아니었으면 자칫 큰일을 당할 뻔 했습니다.

수양 : 대호란 자가 공신들을 노리고 있음이 분명해졌네.

 

불안한 얼굴로 서로를 보는 권람과 한명회..

 

신숙주 : 곧 전하의 왕위 등극을 승인할 명나라 황제의 사신이 도착할 것입니다.

권람 : 명국 황제의 고명만 받으시면 전하의 등극에 왈가왈부 하던 집현전 학자들도 어쩔 수 없이 입을 다물 것입니다.

신숙주 : 아뢰옵기 송구하오나 명국에서 어린 조카의 왕위를 빼앗았다 트집을 잡으면 낭패이질 않습니까?

한명회 : 만에 하나 명나라 사신들이 머무는 시기에 또 다시 이런 사건이 벌어진다면

            사신들이 어찌 나올지 알 수 없는 노릇입니다.

좌중 : (심각한)

수양 : (신면에게) 신판관은 각별히 도성 안 치안에 신경 쓰시게.

신면 : 명심하겠사옵니다.

한명회 : 전하.

수양 : (보는)

한명회 : 이 모든 사태가 상왕이 살아있기에 헛된 꿈을 꾸는 자들이 있어 벌어지는 일 아니옵니까?

 

수양을 비롯하여 일제히 놀란 눈으로 한명회 본다.

 

한명회 : 전하께서 무사히 명국의 고명을 받으시고, 사신들이 본국으로 돌아간 후에는

            반드시 상왕을 폐하고 나아가 그 존재를 없애야 할 것입니다.

 

모두들 고개를 동조하듯 고개를 끄덕이는..

놀라고 믿기지 않는 얼굴로 수양과 한명회, 권람, 신숙주를 보는 신면.

이때 밖에서 들리는 전균의 목소리.

 

전균(E) : 전하, 중전마마께서 입궐하셨사옵니다.

 

반색하는 수양의 얼굴.

 

 

S#15. 동온돌 앞 (낮)

 

윤씨와 세정, 숭이 기품 있는 복색으로 서있다.

반가운 얼굴로 나오는 수양.. 뒤따라 나오는 권람, 한명회, 신숙주, 신면.

순간 세령을 찾는 신면의 시선.. 그러나 세령은 없다.

 

수양 : 어서 오세요, 부인.

 

윤씨가 고개 숙이면 일제히 예를 갖추는 세정과 숭.

 

수양 : 세령이가 보이지 않습니다?

윤씨 : (난감한) 잠시 마음을 정리할 여유가 필요한 듯합니다.

수양 : 공주가 될 신분으로 어디를 돌아다닌단 말입니까?

윤씨 : 딸아이를 단속하지 못한 제 불찰입니다.

수양 : (신면에게) 세령이를 속히 찾아 입궐시키게.

신면 : 예.

 

 

S#16. 저자거리 (낮)

 

말없이 말 위 아래에서 함께 가는 승유와 세령,

여전히 굳은 얼굴의 승유를 슬프게 바라보는 세령, 승유가 차가운 표정으로 저를 보면 시선을 거둔다.

거리에 나온 물건들을 보는 세령.

 

세령 : 잠시만 멈춰주십시오.

 

승유, 말을 멈추고 의아하게 보면 서둘러 말에서 내리는 세령. 진열된 물건들 앞으로 가서 구경한다. 아이들의 신발들이다.

찬찬히 꽃신을 들여다보는 세령을 가만히 바라보는 승유.

 

 

S#17. 한적한 초가 앞 (낮)

 

말에서 내리는 세령과 승유. 세령, 초가집을 보며 말해준다.

 

세령 : 저곳입니다.

승유 : (의심스러운)

세령 : 몸소 확인해보시지요.

승유 : ...진정...살아있단 말인가?

세령 : (가만히 바라보다가) 저 집은 신판관이 구해준 곳이니 거처를 옮기시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순간 얼굴이 굳은 승유, 초가집을 본다. 한 발, 두 발, 걸음을 옮기는, 잔뜩 긴장한 승유...

탕탕! 조심스레 대문을 두들기는 승유, 대답이 없다.

승유, 더 절박하게 문을 두들기는데, 갑자기 뒤편에서 와장창 깨지는 물동이 소리.

승유, 천천히 돌아보면 믿기지 않는다는 얼굴로 서 있는 류씨와 아강.

승유의 눈이...커진다...

 

아강 : ...삼촌?

 

승유의 눈에 저도 모르게 어리는 눈물.

 

아강 : (달려오며) 삼촌!

 

승유의 품에 와락 안기는 아강. 승유, 아강을 안고 눈물 흘린다.

 

아강 : (얼굴 만져 보며) 진짜 우리 삼촌이십니까? (울며) 어머니, 삼촌입니다. 삼촌이 맞습니다.

류씨 : (눈물 흘리며) ...살아계셨습니까?

 

승유의 눈에서 하염없이 떨어지는 눈물... 안쓰럽게 승유를 바라보는 세령의 눈에도 눈물이 어린다.

 

 

S#18. 초가 안 (낮)

 

연신 아강이의 얼굴을 쓰다듬는 승유. 가만히 앉아 눈물을 훔치는 류씨.

차마 그들에게 다가갈 수 없는 세령, 약간 떨어져 앉아있다.

 

류씨 : 아가씨께서 옥에 갇혀 죽을 뻔한 아강이도 의원에 데려가주시고, 그 짐승 같은 놈 집에서도 빼내주셨습니다.

 

그저 고개를 숙인 채 있는 세령을 보는 승유, 흔들리는 눈빛.

아강이, 달려가서 세령이 옆에 앉아 정겹게 본다. 아강이의 볼을 쓰다듬어주는 세령.

희미하게 웃는 류씨를 보고 역시 희미하게 웃어주는 승유. 처음으로 웃음을 되찾은 남자...

 

승유 : 저와 함께 가시지요. 험한 곳이나 여기보다야 나을 것입니다.

류씨 : 아무리 험한들 가야지요. 가족 아닙니까...

 

갑자기 꽃신 한 켤레를 들고 달려온 아강, 함빡 웃는다. 두 사람 그 꽃신을 바라본다.

 

아강 : 곱지요? 언니가 줬어요.

 

승유와 류씨가 보면, 어느새 자리를 뜬 세령...

 

아강 : 아픈 일은 다 잊으래요. 멀리멀리 가서 우리랑 행복하게 살래요.

 

그 말을 듣던 승유, 감정이... 마음이... 일렁인다.

 

류씨 : 만나게 해주셔서 고맙다는 말씀도 못 드렸습니다.

 

그 말에 벌떡 일어나 정신없이 뛰어나가는 승유.

 

 

S#19. 한적한 초가 근처 (낮)

 

먼발치에서 초가집을 보고는 돌아서 가는 세령. 돌아서서 몇 걸음 가는데

어깨를 턱 집는 남자의 손. 돌아보면 승유다...잠시 망설인다...

 

승유 : ...고맙소.

세령 : (보는)

승유 : 허나 더는... (망설이다가) 마주치지 말았으면 하오.

 

가만히 승유를 바라보던 세령의 눈에 눈물이 어린다. 마지막 예를 갖추고 돌아서는 세령을 바라보는 승유, 심히 흔들린다...

괴로움과 그리움 사이에서 갈등에 찬 승유의 눈빛...

 

 

S#20. 한적한 초가집 앞 (낮)

 

승유를 기다리고 서 있던 류씨, 지나쳐 집 안으로 들어가려는 승유.

 

류씨 : ...아가씨와 연모하는 사이셨습니까? 어느 댁 규수인지...

승유 : 아닙니다. 더는 볼 일이 없는 사이입니다.

 

집 안으로 들어가 버리는 승유를 안타깝게 바라보는 류씨...

 

 

S#21. 경혜공주의 사저 근처 (낮)

 

터덜터덜 걸어온 세령의 발길, 우뚝 멈춘다.

 

신면(E) : 책봉을 거부한들 공주가 되는 것을 피할 수 있습니까?

 

세령, 깊은 고뇌의 눈으로 바라보는 곳...경혜공주의 사저다... 들어갈까 말까 망설이는 눈길...

 

경혜(E) : 사라지다니요?

 

 

S#22. 경혜공주의 사저 / 내당 (낮)

 

신면과 마주 선 경혜와 정종. 경혜의 놀란 얼굴.

 

경혜 : 세령이가 공주책봉을 피하고자 집을 나갔다는 말이오?

신면 : 진정 여기는 오시지 않은 것입니까?

경혜 : (가시 돋친) 그 아이가 어찌 여길 오겠소? 제가 공주 되는 것을 자랑하고자 오겠소? 나더러 경하해 달라 오겠소?

신면 : 혹 오시면...

정종 : (냉정하게) 알았으니 그만 가거라.

 

작게 한숨 쉰 신면, 예를 갖추고 밖으로 나선다.

정종, 경혜를 바라본다. 괘씸하면서도 걱정이 되는 복잡한 표정...

 

경혜 : 공주책봉을 피하다니...참으로...그 아이다운 짓이질 않습니까?

정종 : (어깨를 도닥여주는)

 

 

S#23. 경혜공주의 사저 / 중문 마당 (낮)

 

심란한 표정의 신면이 지나쳐 밖으로 나간다.

한쪽에 서서 신면을 보던 세령, 안으로 들어서려다가 멈칫한다. 내가 미쳤지 싶어 도로 밖으로 나서려는 순간,

 

경혜(E) : 어딜 가느냐?

 

세령, 돌아서서 보면 매서운 표정의 경혜가 서 있다.

 

경혜 : 마지막 인사라도 하러 왔더냐?

 

홱 하고 돌아서 가버리는 경혜의 뒤를 따르는 세령.

 

 

S#24. 경혜공주의 사저 / 안방 (낮)

 

마주 앉은 세령과 경혜. 고개 숙인 세령을 고까운 듯 노려보는 경혜.

 

경혜 : 신판관이 찾아와 너를 찾을 때만 해도 네가 여기를 찾아올 수 있을 정도로 염치없다 생각하지 않았다.

         헌데 너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뻔뻔한 아이로구나.

세령 : 와서는 안 될 곳이라는 걸 알면서도, 아무 데도 갈 데가, 말 할 데가 없었습니다.

경혜 : (비꼬는) 갈 데가 없다니, 네 집이 될 곳은 이제 궐이 아니더냐?

 

그런 경혜를 물끄러미 바라보는 세령.

 

경혜 : 왜? 내 말이 듣기 고까운 게야?

세령 : (도리도리 젓고) ...그간 철딱서니 없던 제가 얼마나 미우셨습니까?

         아비에 관해 아무것도 모르고 날뛰던 제가 얼마나 거슬리셨습니까?

경혜 : 네가 이제야 철이 드는가보구나. 아무리 그렇기로서니 공주책봉이 네 맘대로 피해지는 일이더냐?

세령 : (결심한 듯) 더는 피하지 않을 것입니다.

경혜 : (보는)

세령 : 궐에 들어가 마마께서 제게 물으셨던 질문을 끊임없이 되물을 것입니다.

경혜 : (의아한) 무슨 질문을 말이냐...

세령 : 제게 아버지를 대적할 수 있겠느냐? 하셨었지요. 아버님께서 하시는 양을 세세히 보고 그 답을 얻을 것입니다.

         임금 된 자가 더는 인간의 도리를 지키지 않는다면, 제 힘껏 막을 것입니다.

경혜 : (놀라서) 세령아...

세령 : (눈물 어리는) 제게 이 나라의 공주는 경혜공주마마 한 분 뿐이십니다. 그 말씀을 드리러 왔습니다.

경혜 : (역시 눈물 어리는)

 

 

S#25. 빙옥관 / 객장 (낮)

 

장사를 준비하던 빙옥관 식구들, 다들 황당하다는 얼굴로 서 있다.

잠이 든 아강이를 업은 승유 옆에 선 짐 보따리를 든 류씨.

 

무영 : 이건 또 웬 군식구야?

소앵 : 뭐야? 오라버니 유부남이었어? 그럼 아까 찾아온 그 여자는?

노걸 : (소앵 들으라고) 오, 진정한 능력자.

류씨 : (그 말에 승유 보는)

승유 : 형수님과 조카입니다. 잠시만 제 방에 머물게 하겠습니다.

초희 : 객식구는 딱 질색이야. 밥값 하려면 있고 아님 말고. (류씨에게) 뭘 잘 해?

승유 : 내가 더 일을 할 테니-

류씨 : 됐습니다, 도련님. 저도 짐이 되는 것은 싫습니다. 밥도 좀 지을 줄 알고 청소도 하겠습니다.

초희 : 좋아. (올라가라는 손짓)

석주 : 방을 하나 내주지.

다들 : (보면)

석주 : 남는 방도 많잖아.

초희 : 그러든가.

 

석주, 조용히 걸어와 아강이를 뺏어 안고 올라간다. 들여다보니 귀엽다. 노걸이도 들여다보고 히- 웃는다.

소앵도 류씨의 짐을 뺏으며 생글생글 웃는다.

 

소앵 : 형님! 소앵이라고 해요.

 

올라가는 류씨와 아강이를 걱정스레 보는 승유...

 

 

S#26. 빙옥관 / 류씨의 객방 (낮)

 

자는 아강이를 토닥토닥하고 있던 승유, 부린 짐을 정리하고 있는 류씨의 고단한 모습을 본다.

 

승유 : 잠시만 견디시면 편한 곳으로 옮기겠습니다.

류씨 : 괜찮습니다. 돌아가신 분들에 비하면 여기도 고대광실이지요.

         도련님께서 살아오신 것이 아무래도 아버님과 형님의 도움이시지 싶습니다.

승유 : (울컥한 감정을 억누르며) 이만 일하러 가봐야겠습니다.

류씨 : 예.

 

승유, 팔을 빼려고 하면 잠결에도 싫다는 듯 승유의 팔을 붙드는 아강. 그런 아강이를 보면서 저도 모르게 미소 짓고 있는 승유.

 

류씨 : 혹 여기 찾아왔다는 여인이 그 아가씨이십니까?

승유 : (말없는)

류씨 : ...진정 도련님의 정인이 아니십니까?

승유 : ...더는 만날 일도, 만나서도 안 될 사람입니다.

 

벌떡 일어나 나가버리는 승유. 그 바람에 깬 아강이, 놀랐다.

 

아강 : 삼촌... 삼촌...

 

류씨, 그런 아강이를 다독이며 걱정스레 문 쪽을 본다.

 

 

S#27. 빙옥관 / 객방 앞 (낮)

 

제 감정을 추스르려 애쓰는 승유. 문 앞에 놓인 아강의 꽃신을 본다.

 

#플래시백: 제17화 16씬

꽃신을 바라다보던 세령의 모습.

 

#플래시백: 제17화 19씬

눈물 어리며 돌아서던 세령의 모습.

 

도로 현재.

생각을 떨쳐내듯 복도를 빠져 나가는 승유.

 

 

S#28. 대궐 입구 (낮)

 

대궐 입구에 선 문지기들을 먼발치서 보고 있는 세령. 이제...궐로 들어가야만 한다...마음을 다잡고 문지기들 앞으로 나선다.

 

문지기 : 누구십니까?

세령 : (머뭇거리는) 나는...나는...

문지기 : (의아하게 보는)

신면(E) : 공주마마이시다!

 

세령 보면, 성큼성큼 다가오는 신면. 신면의 말에 ‘공주마마시래’ 웅성거리며 세령을 보는 군사들.

 

신면 :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안으로 드시지요, 공주마마.

 

공주마마라는 말이 낯설어 얼굴을 찌푸리는 세령.

 

 

S#29. 강녕전 동온돌 (낮)

 

수양과 윤씨, 세령이와 마주앉아 있다. 신면도 뒤편에 앉아 있다.

어느새 임금과 중전의 모습을 한 부모가 낯선 세령.

 

윤씨 : 역시 신판관이 널 찾아낸 게로구나. 인연은 인연인 게야. 전하, 부마를 하루바삐 맞이해야겠습니다.

수양 : 그래야지요.

세령 : 두 분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다들 : (보는)

세령 : 평생 누구와도 혼례를 치르지 않을 것입니다.

신면 : (놀라서 보는)

수양 : 뭐라?

윤씨 : 네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게야?

세령 : 원치 않는 일을 하는 것은 공주가 된 것으로 충분합니다. 이제는 제 마음에 따라 살고자 합니다.

수양 : 네 방자함이 도가 지나치구나. 당장 길례를 진행할 터이니 그리 알고 썩 물러가거라.

세령 : 앞으로는 저를 마음대로 하실 수 없을 것입니다.

 

조용히 일어나 밖으로 나가버리는 세령. 그런 세령을 못마땅하게 보는 수양과 윤씨.

가만히 앉아 생각에 잠겨 있던 신면, 일어나 예를 갖추고 나간다.

 

수양 : 흔들릴 필요 없네. 자넨 이미 내 부마일세.

 

가볍게 목례하고 나가는 신면.

 

 

S#30. 강녕전 동온돌 앞 (낮)

 

걸어가는 세령의 뒤를 따라온 신면, 앞을 막아선다.

먼저 가버리지 않고 차분하게 자신을 보는 세령을 의아하게 여기는 신면.

 

신면 : 왠일로 오늘은 피하지 않으십니까?

세령 : (차분한) 이미 신판관께서는 변치 않을 제 마음을 알고 계시질 않습니까?

신면 : 내게는 부마라는 자리보다 마마의 마음이 더욱 중요합니다. (분한) 살아 있는 내가 죽은 그놈보다 못한 것입니까?

세령 : 제 가슴 속엔 또렷이 살아 계신 분입니다.

신면 : ...뭐요?

세령 : 신판관께는 몹시 죄송합니다. 허나 마음에 품은 한 사람을 온전히 생각하는 일이

         때로 다른 이에게는 상처가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이해해주십시오.

 

예를 갖추고 멀어지는 세령을 망연자실 바라만 보는 신면... 분노로 떨리는 신면의 손...

 

 

S#31. 세령공주의 처소 앞 (낮)

 

궁녀 복을 입고 노심초사 기다리던 여리. 걸어오는 세령을 보고 반가운 마음에 반색한다.

 

여리 : 아가씨, 아니 공주마마 어딜 다녀오십니까? 쇤네가, 아니 소녀가 얼마나 걱정을 하였는지...

세령 : (힘없이 웃고) 궁녀복색이 꽤 어울리는구나.

여리 : 어서 들어가셔요. 상궁과 나인들이 마마께 인사를 올리려 기다리고 있습니다.

 

물끄러미 처소를 보는 세령...

 

세령 : ...경혜공주마마가 쓰시던 곳이구나.

여리 : ...기분이 이상하시죠?

 

 

S#32. 세령공주의 처소 (낮)

 

여리와 함께 들어온 세령. 머리를 조아리고 있던 상궁과 나인들, 예를 갖춘다.

 

상궁1 : 공주마마, 감축 드리옵니다.

나머지 : 감축 드리옵니다.

 

낯선 표정으로 방 안을 둘러보는 세령.

 

 

S#33. 세령공주의 처소 / 옷방 (낮)

 

각종 호화로운 복색들이 들어차 있는 공간, 경혜공주 시절 그대로이다.

경혜와의 추억이 곳곳이 서려 있는 공간에 들어선 세령, 여기저기 둘러보다가 비단신 앞에서 멈춰 물끄러미 본다.

 

#플래시백: 제1화 21씬

세령 : 그러시는 마마는 다 신지도 못할 비단신들을 왜 자꾸 모아들이십니까?

경혜 : (그런 대로 노리개가 흡족한) 갖고 싶으니까.

세령 : 저도 마찬가집니다. 타고 싶으니까. 타고 싶은데 타지 말라니까 더 타고 싶습니다.

 

아무것도 몰랐던 시절의 저와 경혜가 때문에 피식 웃음이 나는 세령. 곧 서글픈 얼굴로 돌아온다.

여리를 비롯한 상궁나인들 공주의 의복을 가지고 온다.

잠시 후. 그것들을 입혀주는 대로 가만히 있는 세령의 모습. 눈물 한 방울이, 톡, 떨어진다.

 

 

S#34. 빙옥관 / 술창고 (밤)

 

찰랑거리는 술 바가지, 기울어 바닥으로 술이 쪼르르 떨어진다.

승유, 골똘히 생각에 잠겨 있다.

그 술 바가지를 뺏어 한모금 들이키고 도로 주는 조석주.

 

석주 : (옆에 앉으며) 넌 어째 허구헌날 여기로 출근을 하냐?

승유 : (대답하기 싫은)

석주 : 네가 김종서의 아들이냐?

승유 : (물끄러미 보는)

석주 : 한성부 관리 하나가 네가 살았는지 죽었는지 애타게 찾더라.

승유 : 발고하지 그랬습니까?

석주 : (머리를 한 대 치려다가 말고) 정나미 떨어지는 말본새하고는. 오늘 그 여자가 왔었다며?

승유 : 듣기 싫어. 나가.

석주 : 제 목숨까지 건 여자야. 거짓 마음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승유 : (묵묵히 듣는)

석주 : 흔들리냐? 흔들리지? 그 여자 애비고 뭐고 막 달려가서 안아버리고 싶지?

 

#플래시백: 제14화 78씬

뒤로 허리가 꺾이면서도 애절하게 승유를 보던 세령...

 

#플래시백: 제14화 78씬

화살을 맞고도 눈을 뜬 수양, 저를 향해 비열하게 웃는다...

 

치가 떨리는 승유, 벌떡 일어난다. 술을 바닥에 부어버리고 나가는 승유.

그 뒷모습을 안타깝게 보는 석주.

 

석주 : 진짜 징한 놈.

 

 

S#35. 빙옥관 앞 (밤)

 

천천히 어둠속으로 묻히는 승유.

 

 

S#36. 청풍관 전경 (밤)

 

한명회(E) : 마음에 드냐?

 

 

S#37. 청풍관 / 안채 (밤)

 

미소지며 보고 있는 한명회와 매향. 어색하게 관복을 차려입고 어쩔 줄 몰라 하는 칠갑과 막손..

 

칠갑 : (목이 메는) 들다마다요, 형님.

한명회 : 그 정도로 감격할 것 없다. 앞으로도 올라갈 관직이 차고 넘쳐나질 않느냐.

막손 : 이게 꿈인지 생신지 모르겠소.

 

감격하여 한명회에게 큰절을 하는 칠갑과 막손. 코웃음치며 보는 매향.

 

한명회 : 됐다, 됐어. (하며 일어서는)

매향 : 야심한 시간에 어딜 가십니까?

한명회 : 복면을 한 김종서가 밤마다 공신들의 목을 노린다 하지 않느냐.. 당분간 잠자리를 바꿔야겠다.

 

 

S#38. 청풍관 앞 (밤)

 

관복차림에 칼을 들고 어색하게 나오는 칠갑과 막손.

나무에 가려진 담장 위에서 날카롭게 보고 있는 복면(승유)의 눈빛...

 

칠갑 : 김종서의 목 값을 이제야 제대로 받았어.

막손 : (킬킬거리며 웃는) 그 노친네 죽을 때 생각나? 지하에서 어쩌구... 그래봤자 칼 먹고 황천길 갈 주제에 끝까지 잘난 척은-

 

멈칫한 승유. 날카로운 눈으로 칠갑과 막손을 쳐다본다. 킬킬거리며 걸어가는 칠갑과 막손.

휙 뛰어올라 그 앞을 가로막는 승유. 승유의 등장에 놀라는 칠갑과 막손..

 

칠갑 : 웬 놈이냐?

 

천천히 검을 뻗어 칠갑과 막손을 겨누는 승유.

눈치를 살피던 칠갑과 막손.. 막손이 갑자기 승유의 칼을 칼집으로 쳐내는데..

승유의 검이 순식간에 막손의 다리를 베고, 목을 벤다.

황급히 칼을 뽑아드는 칠갑, 칼을 들고 버티고 선다.

관복을 입고 비지땀을 흘리는 칠갑.. 두려움 가득한 칠갑이 소리를 지르며 먼저 승유를 공격한다.

몇 번의 합을 겨누다 칠갑의 몸을 순식간에 지나치는 승유의 칼날.

칠갑의 관복이 X자로 찢어지며 피 흘리며 그대로 쓰러지는 칠갑.

핏물이 뚝뚝 흐르는 검을 거두고 복면을 벗는 승유...

 

칠갑 : 너, 너는....

 

차갑게 칠갑의 입을 짓이겨버리는 승유...

 

 

S#39. 빙옥관 근처 (밤)

 

유곽의 영업이 다 끝난 적막한 주변.

승유, 어둠을 타서 조용히 돌아와 막 빙옥관 안으로 들어가려 한다.

 

이개(E) : 이제 오느냐?

 

본능적으로 경계하며 돌아보면 이개가 서 있다. 예를 갖추는 승유.

 

이개 : 어둠 속을 다니는 일이 꽤 익숙해 보이는구나.

승유 : 여긴 어찌...

이개 : 종이에게 들었다. (둘러보며) 지내기가 수월치는 않은 곳이구나.

승유 : 무슨 연유로 오신 것입니까?

이개 : 네게서 나는 피내음이 짙어졌구나. 또 누구의 목숨을 끊은 것이냐?

승유 : 이만 돌아가시지요.

이개 : 아무리 많은 사람을 죽인다한들 네 칼끝이 수양에게 가 닿을 수 있겠느냐? 차라리 큰일을 도모하여라.

승유 : 대체 무슨 일을 벌이시려는 것입니까?

이개 : 나와 뜻을 같이 하는 이들이 있다. 수양을 몰아내고 상왕전하를 옹립할 것이다. 함께 하지 않겠느냐?

승유 : 스승님 같은 학자들이 어찌 수양을 대적하겠습니까? 그 자는 뼛속 깊이 간교하고 악독한 자입니다.

이개 : 그러니 큰 힘이 필요하지 않겠느냐? 힘을 합친다면 어떤 적도 무너뜨릴 수 있을 것이다.

승유 : ...뜻을 같이 한다는 것을 믿으십니까?

이개 : (보면)

승유 : 벗에게도 배신당한 저입니다. 누구도, 아무도 믿을 수 없습니다.

이개 : (가슴 아프게 보다가) ...종이와 나도 못 믿겠느냐?

승유 : (흔들리는 눈빛이다가) 수양을 만만히 보지 마십시오.

 

예를 갖추고 들어가 버리는 승유. 그런 승유를 안타깝게 보는 이개.

 

 

S#40. 빙옥관 / 2층 객장 (밤)

 

달빛만 비추는 영업 끝난 적막한 객장 안.. 복면을 한 승유가 터덜터덜 걸어와 의자에 걸터앉는다.

화장실을 가려고 졸린 눈을 비비며 나오는 아강이와 류씨.

류씨, 때마침 복면을 손에 들고 있는 승유의 모습을 본다. 승유는 칼집에서 피 묻은 칼을 꺼내 닦기 시작한다.

순간적으로 아강이의 입과 눈을 가리는 류씨. 너무 달라져버린 승유의 모습을 덜덜 떨며 보는 류씨...

 

 

S#41. 저자거리 / 다른 날 (낮)

 

신면과 송자번이 말을 타고 저자거리를 순시중이다.

 

신면 : 명국의 사신들이 이곳을 지날 것이다. 각별히 신경 쓰거라.

송자번 : 예!

 

이때 저편에서 헐레벌떡 뛰어오는 한성부 군사 하나.

 

송자번 : 무슨 일이냐?

군사 : 시, 시체가 걸려있습니다요.

신면 : 뭐라!

 

 

S#42. 저자거리 일각 (낮)

 

사람들이 웅성거리고 있는 저자거리 한복판.

황급히 말 달려오는 신면과 송자번. 신면이 다가오자 양쪽으로 갈라져 물러서는 행인들.

말에서 내린 신면과 송자번이 위를 쳐다본다.

나무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관복 차림의 칠갑과 막손의 시체. 그 밑에 피로 쓰여 있는 ‘大虎’라는 선명한 두 글자.

'자막 {대호: 김종서의 별호}'

심각한 얼굴로 보고 있는 신면. 자기들끼리 수군거리는 행인들..

 

행인1 : 벌써 몇 번 째야?

행인2 : 대호라니, 진짜 죽은 사람이 한 짓이란 말이야?

행인1 : 모르지. 억울하게 죽은 귀신이 원한 풀러 돌아왔는지.

 

이 모든 얘기들을 듣는 신면,

 

 

S#43. 청풍관 마당 (낮)

 

한성부 군사들이 칠갑과 막손의 시체를 마당 안으로 옮겨놓는다. 끔찍해 고개를 돌리는 매향..

아끼는 수하를 잃은 한명회의 얼굴이 험상궂게 일그러진다.

 

한명회 : 대체... 대체 어떤 놈이냐!!

 

 

S#44. 빙옥관 / 승유의 객방 (낮)

 

앉아서 생각에 잠긴 승유.

 

#플래시백: 제17화 39씬

승유 : 벗에게도 배신당한 저입니다. 누구도, 아무도 믿을 수 없습니다.

이개 : (가슴 아프게 보다가) ...종이와 나도 못 믿겠느냐?

 

류씨(E) : 방에 계십니까?

 

도로 현재.

류씨의 목소리에 정신 차린 승유. 문을 열면 간단한 먹거리를 들고 들어와 앉는 류씨.

 

류씨 : 아강이가 먹고 싶다기에 만들어보았습니다.

승유 : (어색하게 웃는)

류씨 : 어젯밤 객장에 홀로 계신 것을 보았습니다.

승유 : (놀라서 보는)

류씨 : ...혹 대호가 도련님이십니까?

승유 : 신경 쓰실 필요 없습니다.

류씨 : 그들을 처죽이고 싶은 마음을 어찌 제가 모르겠습니까? 허나 도련님께서 택하신 방식이 무모하지는 않은지,

         깊이 헤아려 보셨으면 합니다.

승유 : (보는)

류씨 : 만일 아버님이셨다면 어찌 하셨을지... 대호라는 함자가 부끄럽지 않도록 신중히 행동하십시오.

 

조용히 일어나 나가는 류씨. 뒤통수를 한 대 맞은 듯한 승유...

 

 

S#45. 대궐 일각 (낮)

 

세령(E) : 대호가?

 

 

S#46. 세령공주의 처소 (낮)

 

여리를 보고 놀란 세령의 모습.

 

여리 : 예. 시신이 저자거리에 걸려 있었다는 소문이 궐내에 파다합니다.

 

세령, 승유라는 걸 안다...낭패한 기색.

 

여리 : 마마, 오늘부터는 종학에 가셔야합니다. 어서 드시지요.

 

종학? 심란한 표정의 세령...

 

 

S#47. 공주 강론방 복도 (낮)

 

걸어오다가 발길을 멈춘 세령....

 

#플래시백: 제1화 27씬

경혜 : (기가 막혀) 공주강론방에 네가 들겠다? 어찌 그런 상상을, 가당키나 한 일이냐?

세령 : ...실은......직강 김승유가 제 낭군감이랍니다. 제 눈으로 확인해보고 싶어서요.

 

도로 현재.

그리운...혹은 서러운 기억...

곁에 서 있던 여리, 조심스럽게 묻는다.

 

여리 : 왜요? 옛날 생각나세요?

 

고개를 도리도리 저은 세령, 나인들이 문을 열어주면 그 안으로 들어간다.

 

 

S#48. 공주 강론방 (낮)

 

강론방에 들어선 세령, 가운데 내려진 발 건너편을 바라본다. 마치 그곳에 승유가 있듯이.

 

승유(E) : 공주마마. 직강 김승유라 하옵니다.

 

천천히 발을 올려보는 세령, 아무도 없다... 눈물이 어리는 세령의 모습...

그 때, 들어오던 이개 세령을 보고 놀라서 예를 갖춘다.

세령, 천천히 발을 내리려는데 번뜩 생각이 난다!

 

#플래시백: 제10화 41씬

정종 : 승유의 참형이 내일이라는데 어쩝니까, 스승님. 저놈 눈빛이 이미 산 사람이 아닙니다.

이개 : 방법을 찾아보자꾸나.

 

도로 현재.

승유의 스승이다...묘한 기분...예를 갖추고 자리에 앉는 세령.

 

잠시 후.

좌정한 두 사람.

 

이개(E) : 오늘부터 공주마마의 강론을 맡게 된 이개라 하옵니다.

세령 : (목이 메어 겨우) 잘 부탁드립니다.

이개 : 효경부터 강론을 시작하겠습니다.

세령 : (눈물 어려 농담처럼) ...지난 날...효경을 배운 적이 있었는데... 한 직강께서 목덜미에 입술연지를 묻히고 들어오셨지요.

 

놀란 이개, 그 직강이 누군지 안다...회한에 젖는 이개의 얼굴...

 

#플래시백: 제1화 18씬

연지자국 볼에 찍힌 채 겸연쩍게 미소 짓는 승유.

 

도로 현재.

역시 눈물 어리며 미소 짓는 이개.

 

이개 : 제 제자 중에서도 그런 놈이 한 놈 있었습니다.

세령 : (눈물 왈칵 쏟아지려는 것 참으며) ...그분은 어떤 분이셨습니까?

이개 : ...번듯한 얼굴로 하고 다니는 짓은 어찌나 한량 같은지...

세령 : (눈물 맺힌 와중에도 웃는)

이개 : 허나 천성이 밝고 벗을 목숨처럼 아낄 줄 아는, 구김살 없는 녀석이었습니다.

세령 : ...그 분을 참으로 아끼셨나봅니다.

이개 : ...오늘따라 그 녀석이 참으로 그립습니다...

세령 : (입을 막고 눈물 흘리는)

이개 : (눈시울이 붉어지는)

 

 

S#49. 강녕전 동온돌 (낮)

 

노기 가득한 수양 앞에 보고하고 있는 신면.. 신숙주, 한명회, 권람이 보고 있다.

 

수양 : 대체 한성부는 뭘 하고 있었단 말인가?

신면 : 송구합니다.

권람 : (불안한) 백성들의 동요가 만만치 않사옵니다. 김종서가 죽지 않고 살아있다는 풍문까지 돌고 있질 않습니까?

          혹 다음 차례는 누가 될는지...

한명회 : (불안한 눈빛)

 

탁! 연상을 내려치는 수양.

 

수양 : 뿌리를 뽑을 것이야! 나에게 반기를 드는 자들을 모조리 발본색원 하여 철저히 그 죄를 물을 것이야!

신숙주 : 전하, 조만간 명나라 사신들이 도착할 것이옵니다. 맞을 차비를 단단히 하셔야 하옵니다.

단종(E) : 대호라 했습니까?

 

 

S#50. 창덕궁 / 침전 (낮)

 

단종을 알현하고 있는 경혜와 정종.

 

경혜 : 예, 전하.

단종 : 대체 누굽니까? 이미 세상을 뜬 좌상의 별칭을 쓰는 자의 정체가 말입니다.

 

그 물음에 눈빛 교환하는 경혜와 정종.

 

경혜 : 대호의 정체는 바로 좌상의 자제 김승유입니다.

단종 : (놀라서) 김승유요? 그가 살아있다는 말입니까?

정종 : 죽을 고비를 넘어 살아 돌아와 부친의 원수인 수양대군과 대적하겠노라 애를 쓰고 있사옵니다.

단종 : (고개 끄덕이는데)

경혜 : 전하께 힘이 되어줄 신하들이 있으니 부디 힘을 내시오소서.

단종 : (힘없는 미소) ...지하에 계신 아바마마를 뵐 면목이 없습니다.

정종 : (눈빛 빛내며) 전하, 이제 수양대군의 운도 끝이 날 것입니다.

단종 : (의아한 얼굴로 보는)

정종 : 내일 있을 명나라 사신을 위한 연회에서 저와 뜻을 같이하는 전하의 신하 몇몇이 수양대군을 제거할 것입니다.

단종 : (놀라서 경혜 보면)

경혜 : (결연한 눈빛으로 고개 끄덕여주는)

정종 : 소신이 전하의 곁을 단단히 지킬 것이니 아무 염려 마십시오.

단종 : 자형..!

문내관(E) : 상왕전하, 전하께서 드셨사옵니다.

 

순간 놀라는 단종, 경혜, 정종의 얼굴. 눈빛 교환 후 차분해진 세 사람.

 

단종 : 들라하세요.

 

드르륵 문이 열리고 서있는 수양. 자리에서 일어나 맞는 경혜와 정종..

마뜩치 않은 눈으로 경혜와 정종을 보며 들어서는 수양. 단종 앞에 가볍게 목례만 하고 마주 앉는 수양.

 

수양 : 문안인사를 받고 계셨습니까?

단종 : (표정관리) 예, 주상.

수양 : 곧 명나라 사신이 도착할 것입니다.

단종 : 전해 들었습니다.

수양 : 상왕전하께서도 사신들을 위한 연회에 참석하셔야 합니다.

단종 : 왕실의 법도는 잘 알고 있습니다.

수양 : (정종을 보며) 상왕전하께서 혹이라도 불궤한 무리들에 휩쓸려

         명국 사신들 앞에서 오해를 일으킬 언사를 하실까 염려됩니다.

단종 : ...그럴 일은 없을 것입니다.

수양 : (경고하듯) 전하 곁에 공주와 부마가 오랫동안 머물기 바라는 것이 이 숙부의 마음입니다.

경혜 : (파르르 떨면서 보는)

정종 : (수양을 노려보는 결기에 찬 눈빛)

 

 

S#51. 빙옥관 / 승유의 객방 (밤)

 

방에 앉아 복면을 매만지고 있는 승유...

 

#플래시백: 제17화 39씬

이개 : 아무리 많은 사람을 죽인다한들 네 칼끝이 수양에게 가 닿을 수 있겠느냐? 차라리 큰일을 도모하여라.

 

#플래시백: 제17화 44씬.

류씨 : 만일 아버님이셨다면 어찌 하셨을지... 대호라는 함자가 부끄럽지 않도록 신중히 행동하십시오.

 

도로 현재.

승유, 그동안의 제 방식이 옳았는지 고민한다... 복면을 놓고 일어나 밖으로 나가는 승유...

 

 

S#52. 경혜공주의 사저 앞 (낮)

 

들어오는 사람들을 맞이해 사랑채로 안내하는 정종.

이개와 성삼문(40대,男), 박팽년(40대,男), 유응부(50대 후반,男)등의 학자들이 보인다.

그들이 들어가고 나면 주위를 경계하고 문 안으로 들어서려는 정종.

누군가 정종의 어깨를 턱 짚는다. 정종, 놀라서 보면 승유다!

 

정종 : (예상외라 반가운) 승유야!

승유 : (미소 짓는)

 

 

S#53. 경혜공주의 처소 / 사랑채 (낮)

 

이개를 중심으로 모여 있는 대 여섯 명의 학자와 신하들.. 그 말석에 자리를 잡고 있는 정종.

 

이개 : (정종에게) 전하께는 고했느냐?

정종 : 그러하옵니다.

박팽년 : (만족스런 눈빛) 이제 모든 준비가 끝났습니다. '자막 {박팽년: 훗날 사육신의 한 사람}'

성삼문 : (비장한) 수양이 명국의 고명을 받으면 반드시 전하를 해하려 들 것입니다. 사신 연이 마지막 기회입니다.

            수양이 왕위를 빼앗은 사실을 명나라 사신들에게 명명백백하게 알려야합니다. '자막 {성삼문: 훗날 사육신의 한 사람}'

유응부 : 수양의 목을 이 손으로 베게 됐으니 지극한 광영이 따로 없네. '자막 {유응부: 훗날 사육신의 한 사람}'

이개 : 반드시 전하께 보위를 되찾아드려야 합니다.

 

긴장감과 동시에 벅찬 얼굴로 서로를 보는 사람들...

 

정종 : 우릴 돕겠다 한달음에 달려온 이가 있습니다.

좌중 : (의아한)

정종 : (밖에다가) 들어오너라.

 

문이 열리면 서 있는 남자, 단정하게 상투를 틀어 올린 승유다! (*외모상의 변화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정돈된 느낌)

이개는 놀라고 정종은 뿌듯하고 나머지는 호기심 어린 눈빛인데,

품격 있는 동작으로 예를 갖추는 승유.

 

이개 : 왔느냐?

성삼문 : 대체 저 자는 누구입니까?

정종 : ...돌아가신 김종서 대감의 아들, 김승유입니다.

다들 : (놀라는)

승유 : 작은 힘이나마 보태고자 왔습니다.

성삼문 : ...정녕 살아있었다는 말인가?

정종 : 갖은 고초를 다 겪고 기어이 돌아왔습니다.

박팽년 : 그럼 혹 세간을 떠들썩하게 한 대호가 자네인가?

승유 : (인정하듯 고개 숙이는)

이개 : (찾아와준 승유가 대견한) 무슨 마음을 먹어 발길을 돌렸느냐?

 

잠시 숨을 고른 승유, 결심한 듯 입을 뗀다...

 

승유 : 제 아버님을 그리 만든 자들을 남김없이 죽이고자 했습니다. 허나 그것은 진정 아버님을 위한 복수가 아니라,

         제 분풀이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이제, 수양을 도모하고 전하를 다시 옹립하는 일에 매진하고자 합니다.

         사소한 일이라도 최선을 다 할 것이니 무엇이든 맡겨만 주십시오.

 

다들, 결의에 찬 김승유를 본다... 그간의 마음고생이 느껴지는 승유의 모습...

 

성삼문 : 대가 댁 자제로 태어나 부족함 없이 지내던 자네가 창졸간에 그런 일을 당하였으니 얼마나... 힘드셨는가?

유응부 : 참으로 장하네. 돌아가신 아버님께서도 자네를 장히 여기실 것이네.

박팽년 : 김종서 대감을 그리 가시도록 내버려둔 우리를 용서하시게.

 

김종서와 자신의 고충을 알아주는 사람들을 만났다... 울컥해서 나오는 눈물을 다스리려 애쓰는 승유...

그런 승유를 따스하게 바라보는 이개와 정종...

 

 

S#54. 대궐 전경 / 다른 날 (낮)

 

한명회(E) : 가만있을 위인들이 아니지.

 

 

S#55. 대궐 일각 (낮)

 

은밀히 대화 나누는 한명회와 신면.

 

한명회 : 근래에 집현전 출신인 이개와 성삼문, 박팽년 등이 자주 모이는데

            그 자리에 부마 정종까지 왕래가 빈번한 것이 목격되었네.

신면 : (놀라서) 부마까지...말입니까?

한명회 : 만일 무언가를 작당하고 있다면 명나라 사신들이 와 있는 이때를 놓칠 리가 없네.

신면 : (심각한 눈빛)

한명회 : 허나 서책이나 보던 고루한 자들이니 분명 허술한 데가 있을 것이야. 빈틈을 찾아보시게.

신면 : 그리하겠습니다.

 

 

S#56. 세령공주의 처소 앞 (낮)

 

답답한 마음에 뜰을 거니는 세령. 곁에는 여리가 따른다.

 

세령 : 대호는 어찌 되었다더냐? 혹 잡혔다더냐?

여리 : 아직은 오리무중이라 들었습니다.

세령 : (혼잣말처럼) 대체 누가 그분을 막을 수 있는지...

여리 : 예?

 

#플래시백: 제10화 41씬

정종 : 승유의 참형이 내일이라는데 어쩝니까, 스승님. 저놈 눈빛이 이미 산 사람이 아닙니다.

 

도로 현재.

눈을 빛내는 세령.

 

세령 : (혼잣말) 부마께서 설득하실 수 있을지도 몰라.

여리 : 예?

세령 : 어머님을 좀 뵈어야겠다.

여리 : (의아하게 보는)

 

 

S#57. 중궁전 (낮)

 

윤씨와 마주앉은 세령.

 

윤씨 : 어찌 이 어미를 다 찾았느냐?

세령 : ...경혜공주 마마를 좀 뵙고자 하옵니다.

윤씨 : 뭐라? 궐 안에 들어온 지 얼마나 됐다고 출궁 타령이야?

세령 : 어찌 지내고 계신지 몸을 보할 약재를 좀 지어 마마를 뵙고 와야겠습니다.

윤씨 : (가만히 보다가) 다녀오너라!

세령 : (의외라서 보는)

윤씨 : 너라도 왕래하면서 경혜공주와 돈독히 지내는 것이 남 보기에도 좋지 않겠느냐?

         네 노력이 아바마마의 치세에 도움이 될 것이다.

세령 : (듣기 싫은) 번거로운 것은 싫으니 여리만 데리고 단촐히 다녀오겠습니다.

 

목례를 하고 조용히 나가는 세령.

 

 

S#58. 종학 / 집무실 (낮)

 

이개와 염직강과 직강1, 2.

 

염직강 : 그래, 이번 공주마마는 어떠하십니까? 듣던 대로 구제불능이십니까?

직강1 : 혼인도 안 하고 평생 살겠다 했다면서요?

염직강 : 하나 같이 공주란 여인들은 어찌 그리 방자한지.

이개 : (언짢은) 말씀을 삼가시지요.

직강2 : 또 제자가 찾아왔나봅니다.

 

이개, 돌아보면 입구에 서 있는 신면, 예를 갖춘다.

 

 

S#59. 종학 일각 (낮)

 

이개와 나란히 걷는 신면.

 

신면 : ...종이와 자주 만나시는 것입니까?

이개 : (미소 지으며) 스승에게 무엇을 캐러온 모양이구나.

신면 : 종이와 만나는 일이 잦으시면 의심을 사실 수도 있습니다. 부디 자중하시지요.

이개 : 스승과 제자가 만나는 일이 의심을 받을 일이라니... 이제는 최소한의 인지상정조차 허락되지 않는 것이냐?

신면 : 종이는 금성대군과 일을 꾸민 적이 있질 않습니까? 전하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으시려면, 또 쓸데없는 의심을 피하시려면,

         당분간은 종이와 만나지 않으시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종이에게도 그리 이를 것입니다.

이개 : 전하...전하라...참으로 낯선 말처럼 들리는구나.

신면 : 이만 물러나겠습니다.

 

예를 갖추고 멀어지는 신면을 심란하게 보는 이개...

 

이개 : (혼잣말처럼) 너마저 함께하면 얼마나 좋겠느냐...

 

 

S#60. 거리 (낮)

 

가마를 타고 가는 세령, 가마창을 열면 곁을 따르는 궁녀복색의 여리.

 

세령 : 아직 멀었어?

여리 : 거의 다 왔습니다. 그리 경혜공주마마가 보고 싶으십니까?

세령 : (대꾸 없이) 좀 걷고 싶어.

여리 : 그 차림으로 걸으시면 저자거리가 난리가 날 것입니다. 답답해도 조금만 참으세요, 마마.

 

한숨을 쉰 세령, 가마창 밖을 본다. 다들 자유로워 보이는 바깥 거리...

 

 

S#61. 창덕궁 근처 (낮)

 

멀리서나마 매서운 눈빛으로 주위를 살피는 승유. 몇 명의 군사들이 서 있는지 입구의 위치는 어떤지 두루두루 살핀다.

담을 넘을 만한 위치를 찾아 확인하는 승유... 여러모로 거사 준비 중이다...

 

경혜(E) : 보고도 믿기지가 않습니다.

 

 

S#62. 경혜공주의 사저 / 마당 (낮)

 

승유를 보고 놀란 눈빛의 경혜. 곁에는 온화한 미소를 짓고 있는 정종.

 

경혜 : 죽었다 생각한 사람이 살아 돌아오다니 이리 기가 막힐 수가...

승유 : 송구합니다.

경혜 : (눈을 떼지 못하는)

정종 : 자꾸 그리 보시면 샘이 납니다. 지난 날 저를 제치고 부마감에 올랐던 놈이 아닙니까? 혹 인연이 닿았다면...

경혜 : (기가 막힌 듯 째려보는)

승유 : (웃는) 마마께 농은 그만 두어라.

 

그 때 들어서는 이개와 학자들. 서로서로 예를 갖추는 사람들.

 

경혜 : 전하를 위해 애써주시니 이 은혜를 어찌 갚아야할지.

이개 : 은혜라니 당치 않은 말씀이십니다, 공주마마.

성삼문 : 하늘은 옳은 자의 편이 아니겠습니까? 심려 놓으시지요.

정종 : 다들 들어가시지요.

 

 

S#63. 경혜공주의 사저 / 사랑채 (낮)

 

이개, 성상문, 박팽년, 유응부, 비장한 얼굴로 모여 있다.. 승유, 끝자리 쯤 정종과 함께 앉아 있다...

 

이개 : (유응부 보며) 연회에서 엄밀히 무장을 할 수 있는 이는 수양의 뒤에서 운검을 설 유대감뿐입니다.

         '자막 {운검: 임금의 좌우에 서서 호위하는 2품 이상의 임시관직}'

박팽년 : 수양의 목을 베라고 하늘이 내린 호기입니다.

이개 : 유대감께서 수양을 제거하는 막중한 역할을 맡아주시고,

         전하의 안위를 지키는 일은 나와 (정종 보며) 부마가 맡을 것입니다.

 

살짝 고개 숙여 답하는 정종.

 

성삼문 : 삼군도진무 김문기 대감 휘하의 군사들이 우리와 뜻을 같이 하니, 그들의 통솔을 맡아줄 자가 필요한데...

이개 : 승유야, 네가 해보면 어떻겠느냐. 병법과 검술에 익숙한 너 아니냐.

승유 : 성심을 다하겠습니다.

성삼문 : (승유에게) 수양이 죽고 나면 자네가 군사들을 몰고 들어와 한명회, 권람, 신숙주를 차례차례 처단해주시게.

승유 : 창덕궁 담을 돌며 침입이 용이한 자리를 미리 봐두었습니다. 군사들과 함께 몸을 감추고 기다리면 될 것입니다.

다들 : (고개 끄덕이는)

이개 : 사람의 힘으로 닿는 일은 다 한 듯싶네만, 과연 하늘의 뜻이 우리에게 있을지...

 

다들 그 말에 만감이 교차하는 사람들. 모두들 신념에 찬 얼굴..

긴장되고 설레는 정종과 승유의 눈빛.. 서로를 보고 희미하게 미소 짓는 친구들...

 

 

S#64. 경혜공주의 사저 / 중문 마당 (낮)

 

성삼문과 학자들, 이미 회합을 끝내고 돌아가는 길이다.

 

성삼문 : 이번을 놓치면 다시는 기회가 오지 않을 것이네.

유응부 : 반드시 성사시켜야지.

 

그들이 지나가고 나면 일각에 서 있던 세령의 모습 보인다.

 

성삼문 : 수양...네 간악함을 보는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인가. 걱정스레 안채 쪽을 바라보는 세령, 천천히 걸어 들어간다.

 

 

S#65. 경혜공주의 사저 앞 (낮)

 

나오는 학자들을 먼발치에서 의심스레 보는 남자, 송자번과 그 곁에 서 있는 신면이다...

 

 

S#66. 경혜공주의 사저 / 마당 (낮)

 

이개와 정종, 그리고 승유가 마주보고 서 있다.

 

이개 : 오늘 면이가 찾아왔더구나.

정종 : 면이가요?

승유 : (눈빛 차가워지는)

이개 : 우리의 움직임을 저들이 짐작하고 있는 듯싶었다. 앞으로는 더욱 조심하는 것이 좋겠구나.

승유 : ...회합을 저의 거처에서 하시지요.

이개 : 기녀들이 가득한 유곽에서 말이냐?

정종 : 좋다. 좋아. 눈으로는 기녀들을 보며 마음으로는 결의를 다지니 이거야말로 일거양득 아니냐?

승유 : (못 말린다 싶어 웃는)

이개 : ...그 웃음을 다시 보니 참으로 좋구나.

정종 : 네가 함께 하니 참으로 좋다.

승유 : (마음이 따듯해지는)

이개 : 거사를 앞둔 마음이 어떠하냐.

승유 : (비장한) 수양을 죽이기 위해 살아온 저입니다. 이 일을 성사시키기 위해 목숨이라도 내어놓을 것입니다.

 

그 때, 사르륵- 뭔가 떨어지는 소리. 보면, 여자의 장옷이 바닥에 떨어져 있다.

의아한 얼굴로 서 있는 장옷의 주인...세령이다!!

세령을 보고 놀란 승유...나머지 사람들도 놀랐다...

그 때, 은금의 목소리 다급히 들려온다.

 

은금(E) : 마마, 신판관 나리 오셨습니다.

 

그 말에 놀란 세령, 승유를 다급히 본다! 승유도 세령을 본다!

막 들어오는 신면의 모습, 승유와 세령 사이에 끼어들며!!

 

[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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