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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의 남자] 19

작성자수다쟁이|작성시간12.02.06|조회수1,420 목록 댓글 1

[공주의 남자] 19

 

 

 

 

 

 

 

 

 

 

S#1. 다른 골목 (낮)

 

제18화 68씬의 연장.

정신없이 뛰어 몸을 피하는 승유, 어느새 복면을 한 상태다.

지나가는 송자번의 모습을 보고 몸을 숨기는 승유, 눈치 못 챈 송자번이 그냥 지나가자 안도의 한숨을 쉰다.

다른 길 안으로 접어들어 큰길로 나서려는 승유, 조금만 더 가면 행인들이 많이 나다니는 곳이다...

저 앞에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보인다...막 복면을 벗으려는 그 때!

 

신면(E) : 김승유!

 

우뚝 멈춰서는 승유의 발길...

 

신면 : 네 놈이 김승유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조용히 숨을 고르며 듣고 있는 승유...

 

신면 : 네 아버지 뒤에 언제까지 숨을 작정이냐! 비겁하게 도망가지 말고 네 정체를 밝혀라!

 

잠시 정적이 흐르는 긴장된 순간... 싸늘해진 승유의 눈빛과 분노에 찬 신면의 눈...

천천히 뒤돌아서 신면을 보는 승유...복면을 내린다... 승유의 싸늘한 얼굴이 드러나자 경악하는 신면...

 

신면 : 진정...진정 네가 살아있었던 것이냐?

승유 : 꼭 야차를 본 얼굴이군. 그리 죽이려 애썼던 자가 살아오니... 두렵나?

신면 : (대답 않고) 세령 아가씨를 납치한 것도 너였구나.

         복수를 위해 한다는 짓이 고작 여인을 납치하고 자객 흉내나 내는 것이냐?

승유 : (서슬 퍼런) 그 끝은 너와 수양이다... 널... 죽인다.

 

소름끼치게 웃는 승유...처음 보는 그 모습이 당혹스러운 신면.

승유, 살기 어린 표정으로 신면을 노려보면, 신면의 얼굴도 분노로 잔뜩 일그러진다.

서로를 노려보는 팽팽한 긴장감....그 긴장감을 깨는 송자번의 목소리...

 

송자번(E) : 나리! 어디 계십니까? 나리!

 

그 소리에 저도 모르게 뒤에 시선을 준 신면, 송자번과 군사들 재빠르게 다가오고 있다.

신면, 도로 앞을 보면 어느새 사라져버린 승유...

놀란 신면, 골목 밖으로 나아가 여기저기 둘러본다. 이미 승유는 신면의 시야를 벗어났다...

 

신면 : (으르렁거리는) 김승유...

군사1(E) : 물러가시오!

 

 

S#2. 창덕궁 근처 (낮)

 

한성부 군사들에게 막혀 더 나아가지 못하는 세령과 여리.

 

군사1 : 물러가라 하지 않소!

여리 : 궐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진 것입니까?

군사1 : 전하를 시해하려던 자들이 모조리 잡혔소.

세령 : (다급한) 군사들이 있었다던데, 그들도 잡혔습니까?

군사1 : 왜 그리 꼬치꼬치 캐물으시오?

세령 : ...공주마마께서 알아오라 하셨습니다.

군사1 : (놀라서) 도망친 무리들이 있다는데 곧 잡힐 것이오. 이만 비키시오!

 

군사들로부터 물러난 세령, 난감한 표정으로 생각에 잠긴다. 그러더니 갑자기 어딘가로 향하는 세령.

한숨 푹 쉬고 세령의 뒤를 따르는 여리.

 

 

S#3. 반군들의 집결지 (낮)

 

주위를 경계하며 서둘러 걸어온 승유, 집결지로 들어선다.

그곳을 지키던 반군 두셋, 승유를 보고 예를 갖춘다. 부상을 입은 반군들, 몰골이 말이 아니다.

 

반군1 : 어찌 된 것입니까?

승유 : 거사가 발각됐다. 너희밖에 안 남은 것이냐?

반군들 : (침통하게) 예...

승유 : 일단은 잡혀간 분들을 구해야한다. 어두워지면 옥사를 습격할 것이니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여라.

반군1 : 이 정도 머릿수로 되겠습니까?

반군2 : 다들 부상을 입어 잘못하면 손도 못 써보고 잡힐 것입니다.

승유 : (잠시 생각하다가) 기별이 있을 때까지 여기 있거라.

반군들 : 예!

 

다급히 길을 나서는 승유.

 

 

S#4. 빙옥관 근처 (낮)

 

거리를 어슬렁거리며 가는 공칠구의 패거리, 멈춘다. 다급히 걸어가는 세령과 여리의 궁녀복장에 호기심이 생긴다.

두려움을 느낀 여리, 공칠구 패거리의 시선을 피한다.

 

여리 : (두려운) 대체 이런 데는 어찌 오신 것입니까, 마마!

세령 : (매섭지만 나직이) 마마라고 불러선 안 돼! 알았어?

여리 : 예.

 

두려움 없이 앞으로 나아가는 세령의 앞을 척! 막아서는 공칠구.

 

공칠구 : 어딜 그리 급히 가시나? 오라버니 섭하게.

세령 : ...비켜서라!

공칠구 : 어쭈? 얘 또 거칠게 반항하네. 나 이런 애들한테 깜빡 죽는데.

세령 : (매섭게 노려보면)

공칠구 : 이 바닥에선 내 허락 없으면 똥도 못 싸.

 

자신을 노려보는 세령의 목선과 몸매를 징그럽게 훑어보는 공칠구.

 

공칠구 : (맛보듯) 아유, 속살도 아주 야들야들하겠네.

 

공칠구의 손이 세령의 맨 목에 닿는 순간, 뺨을 후려치는 세령.

허! 황당한 공칠구, 얼굴이 벌개지며 눈이 뒤집어지는데,

 

공칠구 : (손을 올리며) 어쭈, 이년이!

 

공칠구, 무지막지하게 세령을 후려치려는 그 때, 갑자기 공칠구의 목에 들어온 날카로운 칼날!

공칠구, 멈칫하고 보면 분노로 일렁이는 눈빛의 승유다!

세령, 안도한 얼굴로 승유를 본다.

검을 들이대고 뚜벅뚜벅 걸어오는 승유를 보며 점점 뒤로 물러나는 공칠구.

 

공칠구 : 어? 또 너냐? 혹시 너 궁녀들이 취미냐? 아님 아는 사이?

승유 : 자꾸 빙옥관 근처를 얼쩡거리지 마라.

 

승유, 검을 들고 위협하면 이를 갈다가 도망가는 공칠구와 무리들.

 

세령 : 무사하셔서 다행입니다.

승유 : (답 않고) 그리 무모한 짓을 하지 말라 일렀거늘, 왜 또 온 것이오?

세령 : ...잡히신 건 아닌지 불안하고 초조하여...

승유 : 이만 돌아가시오. (가려는데)

세령 : 혹 부마와 스승님 얘기를 들으셨습니까?

 

그 말에 주위를 경계한 승유, 세령의 팔을 잡고 어딘가로 끌고 간다.

끌려가는 세령의 뒤를 멀찌감치 따르는 여리.

 

 

S#5. 빙옥관 뒷마당 (낮)

 

세령의 팔을 놓고 외면해버리는 승유.

 

세령 : ...어찌 하실 것입니까?

승유 : (멈칫하고) ...내가 그대에게 그 답을 말해줄 것 같소?

세령 : (얼굴 굳는)

승유 : (시선 피하며) 내 정체가 면이에게 발각되었소. 나와 마주쳐서 좋을 것이 없을 것이오.

세령 : 정체를 들켰다면 더더욱 위험하지 않습니까? 미약한 제 힘이나마 보탤 수 있는 일이 있을 것입니다.

승유 : (물끄러미 보다가) 그대 아비의 죽음을 도모한 우리들이요. 어찌 아무렇지 않게 돕는다는 말이 나올 수 있소?

세령 : ...누구든 죽거나 다치는 일을 더는 볼 수가 없습니다.

 

세령의 맑은 눈을 바라보는 승유, 거짓이 아니라는 걸 안다...

 

승유 : (시선 거두고) 경혜공주 곁을 지켜주시오. 어두워지면 내가 가리다.

세령 : (결연하게) 그리하겠습니다.

 

서둘러 예를 갖추고 돌아서는 세령을 걱정스레 보는 승유...

 

 

S#6. 빙옥관 / 류씨의 객방 (낮)

 

류씨, 아강이를 한자공부 시키는 중이다. 그 곁에서 구경하고 있는 초희, 무영, 소앵.

 

무영 : 나도 이참에 글 좀 배워볼까?

소앵 : 난 우리 오라버니한테 배워야지.

류씨 : 배우고 싶으시면 언제든 말씀하시지요.

초희 : 그럴 시간 있으면 화장이나 신경 써.

류씨 : 아버님 함자가 뭐라 했느냐?

아강 : 김, 승자, 규자라 하였습니다.

류씨 : 그래, 우리 아강이 참으로 기특하구나. 쓸 수 있겠느냐?

아강 : 예.

 

뭔가 써보려고 애를 쓰는 아강이를 따스하게 보는 류씨.

 

 

S#7. 빙옥관 / 류씨의 객방 앞 (낮)

 

문밖에서 그 얘기를 듣고 있던 승유, 저도 모르게 미소 짓는다.

저쪽에서 그 모습을 보던 석주와 눈길이 마주치는 승유. 조용히 석주에게 예를 갖춘다.

 

석주(E) : 뭐, 부탁?

 

 

S#8. 빙옥관 / 술창고 (낮)

 

승유와 마주보고 선 석주, 기가 막힌 표정.

 

석주 : 너 지금 어딜 가는데 또 쓸데없이 비장해졌냐? 네 형수랑 조카 나한테 부탁하지 말랬잖아.

승유 : ...스승님과 벗이 잡혀갔소.

석주 : 그래서 그 사람들을 구하러 가시겠다? 군사들도 다쳤다며? 너 혼자 몸으로 가능한 일이냐?

승유 : 할 수 있고 없고는 중요치 않소. 해야만 하오.

석주 : 허, 이놈 봐라! 군식구들 떠맡기는 주제에 뻔뻔하기는.

승유 : (목례하고) 믿을 수 있는 사람이라 뻔뻔한 줄 알면서도 청한 것이오. 그간의 고마움은 죽어서라도 갚겠소.

         (목례하고 가려는)

석주 : (버럭) 누가 살린 목숨인데 맘대로 죽어?

승유 : (멈춰 보면)

석주 : 징한 놈. 어디든 같이 가자!

승유 : ...들키면 이곳이 위험해질 수 있소.

석주 : 이미 널 숨겨줬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위험해. 네 놈을 안 들키게 하는 게 수지. 언제 갈 거냐?

 

그 때 섭섭한 얼굴로 나타난 노걸.

 

노걸 : (분위기 파악 못하고) 어딜 가는데? 또 나만 쏙 빼놓고 치사하게. 좀 끼워줘!

석주 : 듣던 중 반가운 소리다. 같이 가야지, 그럼.

승유 : (그런 석주를 보는)

 

 

S#9. 대궐 전경 (밤)

 

수양(E) : 뭐라 했느냐! 김승유?

 

 

S#10. 강녕전 동온돌 (밤)

 

일제히 놀란 얼굴로 보고 있는 신숙주, 한명회, 권람.. 수양 앞에 고하고 있는 신면.

 

한명회 : 신판관이 잘못 본 것은 아닌가?

신면 : 틀림없는 김승유였습니다.

수양 : (노한) 물귀신이 돼있어야 할 자가 어찌 살아있단 말인가?

신면 : 송구하옵니다.

한명회 : (책임 통감하는) 송구하옵니다.

권람 : ...그렇다면 온녕군을 살해하고 공주마마를 납치한 대호가.. 바로 김승유였단 얘기 아닙니까.

수양 : (굳은 얼굴로 생각하다가) 친국 차비를 하라 이르게. 내 직접 저들을 추국할 것이야.

신면 : (순간 놀란 얼굴로 보는)

수양 : 저들을 추궁하여 김승유의 행방을 쫓아야 할 일 아닌가? 이개와 정종은 김승유와 각별한 자들이니

         반드시 그 행방을 알고 있을 것이야.

신면 : (걱정스런 얼굴로 고개 숙여 답한다)

수양 : 내 들를 데가 있네. 신판관만 따르게.

 

노기로 뒤덮인 얼굴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는 수양. 모두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숙인다.

수양의 뒤를 따르는 신면.

 

 

S#11. 세령공주의 처소 (밤)

 

문이 열리고 수양이 들어온다. 뒤에는 신면이 따른다.

죄인처럼 고개 숙이고 서있는 공주처소의 나인들.. 난감한 표정으로 서 있는 윤씨와 숭, 세정.. 수양에게 예를 갖춘다.

 

수양 : 어찌 다 모여 있는 것이오, 중전?

윤씨 : (난감한) 전하.. 이를 어찌하면 좋습니까?

수양 : (보는) 대체 무슨...

숭 : ...아바마마, 누이가 사라졌습니다..

수양 : (놀라는) 뭐라?

세정 : 여리까지 데리고 궐 밖으로 나갔나 봅니다, 아바마마.

수양 : (굳어지는 얼굴 표정)

 

 

S#12. 경혜공주의 사저 / 내당 (밤)

 

초조하게 서성이고 있던 경혜, 옆에는 은금이 서 있다.

서둘러 다가와 예를 갖추는 세령과 은금을 의아하게 보는 경혜.

 

경혜 : 네가 여기 어쩐 일이냐? 아직 궐에 들어가지 않았더냐?

세령 : 그분을 뵙고 왔습니다.

경혜 : ...그분이라니 김승유 말이냐? 다행히 몸을 피했구나.

세령 : 곧 부마를 구하러 오실 것입니다.

경혜 : (희망이 피어오르는)

 

 

S#13. 세령공주 처소 앞 (밤)

 

매서운 눈빛으로 서 있는 수양. 그 곁을 지키는 신면.

 

#플래시백: 제15화 28씬

화살을 맞고 병석에 누워있는 세령을 걱정스레 보는 수양..

 

수양 : 그 자의 얼굴을 보았느냐? 혹 아는 자였느냐?

세령 : (가만히 보다가 도리도리 고개를 가로젓는)

 

도로 현재.

괘씸하다는 눈빛이 되는 수양.

 

수양 : 자네가 그 아이의 마음을 틀어쥐질 못하니 이런 일이 생기는 게 아닌가.

신면 : ...송구합니다.

수양 : 납치를 당하고도 김승유를 보호하려던 아이야. 그 자와 함께 있다면 어쩔 텐가?

신면 : (확 얼굴 굳는)

수양 : 밑에 아이들을 풀어 은밀히 세령이를 찾게. 그 아이와 김승유의 일을 아무도 알아서는 안 되네.

신면 : 예!

 

송자번, 급히 다가와 예를 갖춘다.

 

송자번 : 추국 차비를 마쳤습니다.

신면 : 가시지요, 전하.

수양 : (고개를 끄덕이고 추국장으로 향하는)

신면 : 경혜공주마마 사저로 가서 조용히 공주마마를 찾아보거라.

송자번 : 예!

 

송자번, 예를 갖추고 멀어지자 수양이 향한 편전 쪽을 보는 신면.

이개와 정종, 성삼문의 끔찍한 비명소리.

 

 

S#14. 편전 앞 (밤)

 

타오르고 있는 관솔불 안에서 달구어지는 인두 모양의 쇠꼬챙이.

기진맥진한 정종, 이개, 성삼문 등을 매서운 눈으로 쏘아보는 수양.

신숙주, 한명회, 권람 등의 신료들 얼굴을 찌푸리며 보고 있다.

이미 한바탕 주리와 인두질이 지나가 봉두난발이 되어있는 이개와 정종의 무리들.... 허나 누구도 겁먹지 않은 형형한 눈빛.

한쪽에 선 신면, 괴로운 얼굴로 이개와 정종을 본다.

 

수양 : (둘러보며) 김승유가 어디 있느냐?

다들 : (묵묵부답)

수양 : (이개 보며) 네놈은 김승유의 스승이니 분명 놈의 은신처를 알고 있을 것이다. 바른대로 대라.

이개 : 죽은 제자의 이름을 듣기만 하여도 가슴이 찢어질 듯합니다. 은신처라니....그 녀석이 살아있기라도 하단 말씀이십니까?

수양 : (정종을 향해 타이르듯) 집에서 기다리고 있을 경혜공주를 생각해야 하지 않느냐?

         김승유의 행방만 대면 내 부마의 죄를 묻지 않고 목숨을 구명해 줄 것이야.

정종 : 내 벗의 행방은 더 잘 아시질 않습니까? 서해바다에 수장되어 한 많은 넋이 된 지 오래입니다.

수양 : (부르르 떨면서) 이놈들이...김승유가 너희의 역모에 가담했음을 알고 있는데 어디서 시치미를 떼느냐!

성삼문 : (우렁차게) 역모라니 가당치 않소!

수양 : ...뭐라?

성삼문 : 옥좌를 훔친 도둑놈의 목을 베려한 것을 어찌 역모라 하십니까?

수양 : (피가 거꾸로 솟는) 뭐, 뭐라..도둑놈?

성삼문 : 그렇습니다, 나리.

한명회 : 나리라니? 어디 전하 앞에서 그런 망발을 입에 담느냐?

성삼문 : 전하라 부를 수 있는 분은 창덕궁에 계신 오직 한 분뿐이외다!

권람 : 저 자가!

수양 : (제지하고 온화하게) 나는 너희의 학식과 재주가 안타깝다. 지난 날 선대왕들께서 참으로 아끼신 너희가 아니냐.

         아무리 역모를 꾀했다 하여도 어떤 명분이든 내세워 목숨을 구명해주고 싶구나.

박팽년 : 감언이설에 속지 마시오!

유응부 : 귀를 닫으시오!

수양 : 김승유의 행방은 고하지 않아도 좋다. 날 너희들의 군주로 받아들인다면 그간의 죄는 묻지 않을 것이다.

 

추국을 받는 사육신 무리들...잠시 나마 갈등 어린 듯한 표정들...

주위를 둘러보는 이개, 정종, 성삼문의 불안한 눈빛...

 

수양 : (회심의 미소) 마음을 돌리는 일이 쉬울 리 있느냐. 내 얼마든지 기다릴 것이다.

 

 

S#15. 경혜공주 사저 앞 (밤)

 

어둠 속. 승유, 석주, 노걸이 신속하게 다가와 몸을 숨긴다. 마침내 건너편에 보이는 경혜공주의 사저...

 

노걸 : 형님, 대체 저기가 어디유?

석주 : 시끄러.

노걸 : (입으로만 삐죽대고) 작은 형님!

석주 : (아예 입을 우악스럽게 막아버리며) 쉿!

 

저편에서 횃불 들고 다급히 뛰어오는 송자번과 한성부 군사들. 거칠게“문을 여시오!”“어서 문을 여시오!”

문이 열리자마자 쏟아져 들어가는 군사들을 눈여겨보는 승유.

 

 

S#16. 편전 앞 (밤)

 

서로의 뜻을 다시 한 번 눈빛으로 교환하는 이개와 정종, 성삼문.

부드러운 얼굴로 다시 한 번 나선 수양, 사육신 무리들을 회유하려한다.

 

수양 : 이제 나를 전하라...부를 수 있겠느냐?

성삼문 : (난데없이 우렁차게) 전하!

수양 : (회심의 미소)

성삼문 : 부디 먼저 가는 신하를 용서하시오소서, 전하! 지하에서라도 반드시 전하를 옥좌에 다시 모실 것이옵니다.

 

그 말에 얼굴이 확 일그러지는 수양과 수양의 무리들...

 

이개 : 저 무도한 자로부터 옥좌를 되찾아 필히 전하께 돌려드릴 것이옵니다, 전하!

정종 : 전하, 죽어서도 영영 전하의 신하로 남을 것이옵니다!

박팽년 : 저승에 가서 세종대왕과 문종대왕께 나리의 무도한 짓거리를 낱낱이 밝힐 것입니다!

수양 : (잔혹해지는 표정) 여봐라!

신면, 군사들 : 예!

수양 : 저놈들을 날이 밝는 대로 거열형에 처해라! '자막 {거열형: 죄인의 팔, 다리 및 머리를 각각 찢어 죽이는 형벌}'

신면 : (놀라는)

수양 : 다시는 저들이 내 눈에 띠지 않도록, 저들의 말소리가 귀에 닿지 않도록, 눈, 코, 입, 사지육신을 갈가리 찢어 죽여라!

성삼문 : 이것으로 그칠 줄 아느냐! 이후로도 너는 수없이 많은 피를 보게 될 것이다!

수양 : (광기어린) 저 입부터 닥치게 하지 못하느냐?!

 

군사들, 다시 주리를 틀기 시작한다. 이를 앙다물고 참는 성삼문...

가쁜 숨을 몰아쉬며 사육신 무리들을 노려보는 수양의 광기 어린 시선.

그런 수양을 두렵게 보는 신면의 눈빛...

 

 

S#17. 경혜공주의 사저 / 안방 (밤)

 

문 옆쪽 벽에 숨어 있는 세령, 문틈으로 밖을 내다본다.

송자번과 군사의 무리들, 경혜와 마주서 있는 모습 보인다.

 

 

S#18. 경혜공주 사저 / 내당 (밤)

 

경혜와 송자번, 마주 서서 대화 중이다.

 

송자번 : 세령공주마마께서 궐에서 사라지셨습니다. 신판관께서 이곳을 수색하라 하셨으니 잠시 무례를 용서해주십시오.

            (군사들에게 수색을 명하려는데-)

경혜 : (기가 막힌다는 듯) 굳이 수색할 필요가 있겠느냐?

송자번 : (보면)

경혜 : (분노로 부들부들 떠는) 내 지아비를 잡아간 자의 여식이다. 여기 발을 들여놓는다면 내가 먼저 한성부로 끌고 갈 것이야.

송자번 : (망설이다가) 송구하옵니다. (예를 갖추고 가려는데)

경혜 : 부마는...부마는 어디로 모시는 것이냐?

송자번 : ...친국이 끝나는 대로 한성부 옥사로 모실 것입니다.

경혜 : 알았다.

 

예를 갖추고 군사들을 이끌고 나가는 송자번. 사라질 때까지 보고 있는 경혜...

그 때 다급히 다가오는 은금.

 

은금 : 마마, 김승유 나리께서 오셨습니다.

 

경혜 보면, 어둠속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승유와 석주, 노걸.

승유, 경혜에게 예를 갖추고 주위를 둘러본다. 세령이를 찾는 것이다.

 

경혜 : (알아채고) 방 안에 있습니다.

 

안방 문이 열리고 그제야 모습을 드러내는 세령.

안도하는 기색으로 서로를 바라보는 승유와 세령...

 

 

S#19. 경혜공주 사저 / 안방 (밤)

 

경혜와 마주보고 앉은 승유와 세령. 대책을 논의하는 진지한 분위기.

 

경혜 : 추국이 끝나면 곧 한성부에 하옥될 모양입니다.

승유 : 아마 내일 참형에 처해질 것입니다. 그 전에 옥사를 습격해서 구해오는 것 외에는 방도가 없습니다.

경혜 : (심각해서) 한성부를 습격해 들어간다는 것은 더없이 무모합니다. 군사도 몇 없지 않습니까?

승유 : (고심하는) 어떻게든 수를 낼 것입니다.

세령 : (결심한 듯) 제가 함께 가겠습니다.

승유,경혜 : (놀란 눈으로 보는)

세령 : 제 호위무사로 가장하시면 한성부 안까지는 어렵지 않게 들어가실 수 있을 것입니다.

         저는 신판관을 따돌려 궁으로 함께 들겠습니다.

경혜 : (희망이 보이는) 그래, 그리하면 되겠구나.

승유 : (눈빛 흔들리는)

세령 : 제 스승님께서도 그 안에 계십니다. 저도 돕게 해주십시오.

승유 : (단호한) 그대를 위험에 빠지게 할 수는 없소.

세령 : (역시 단호한) 홀로 위험을 무릅쓰시게 할 수는 없습니다.

 

팽팽하게 오고가는 승유와 세령의 시선을 보던 경혜...

 

경혜 : (절박한) 지금 우리에게 가장 큰 힘이 되는 것은 세령입니다. 도움을 받으셔야 합니다.

승유 : (고심하는)

 

 

S#20. 경혜공주의 사저 / 마당 (밤)

 

대기하고 있는 석주와 노걸.

노걸, 나란히 걸터앉은 여리와 은금에게 야릇한 시선을 날린다. 둘 중 누가 더 나은가...

황당한 얼굴로 시선을 피하는 여리와 은금..

그 때 경혜와 세령, 승유가 함께 나온다. 경혜의 복장을 갈아입고 나온 세령.

 

경혜 : 부디 부마와 함께 돌아오십시오.

승유 : (고개 끄덕이는)

경혜 : 네게 이리 큰 빚을 지는구나.

세령 : 빚이라니 당치 않은 말씀이십니다.

 

울지 않으려 이를 앙다무는 경혜에게 예를 갖추는 승유와 세령. 돌아 나서면 뒤를 따르는 석주, 노걸과 여리.

 

 

S#21. 한성부 / 옥사 (밤)

 

묶인 채 끌려 들어오는 만신창이가 된 이개, 정종, 성삼문의 무리들.

 

성삼문 : 네 이놈들! 너희들이 잡아 가둬야 할 놈은 궐에 있지 않느냐?

 

신면, 이개와 정종과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 애쓰며 감독하는 중이다.

신면 옆에 우뚝 멈춘 정종.

 

정종 : (차갑게) 어찌 날... 똑바로 쳐다보지 못하는 것이냐?

 

분노에 찬 정종의 눈빛과 그저 차분하게 자신을 보기만 하는 이개... 군사들이 옥 안으로 그들을 밀어 넣는다.

그들이 마음에 걸리고 아프지만 어쩔 수도 없는 신면의 참담한 얼굴...

돌아온 송자번, 급히 예를 갖추고 보고한다.

 

송자번 : 경혜공주마마 사저에는 안 계신 듯합니다.

신면 : 분명...김승유와 함께 있을 것이다.

 

비뚤어진 질투로 얼굴이 일그러지는 신면...

 

 

S#22. 한성부 근처 (밤)

 

말없이 주위를 경계하며 걷는 승유와 세령. 그 뒤를 따르는 석주와 노걸, 그리고 여리.

얼굴을 가릴 법한 작은 삿갓들을 쓴 승유 무리.

앞에 한성부 군사들의 무리가 지나간다. 순식간에 세령의 팔을 잡아끌어 제 뒤로 감춰주는 승유.

뒤에 있는 석주 무리들도 얼른 몸을 감춘다.

 

노걸 : 여긴 한성부 근처 아냐? 대체 왜 온 거야?

석주 : 우린 한성부로 들어간다.

노걸 : 왜? 왜 제 발로 거기를?

석주 : (입을 또 막아버리는)

 

일단의 군사들이 지나가면 다시 움직이기 시작하는 승유, 저도 몰래 붙들었던 세령의 손목을 놓고 앞서 간다.

잔뜩 긴장해서 승유를 따르는 세령...

 

여리(E) : 세령공주 마마십니다.

 

 

S#23. 한성부 앞 (밤)

 

얼른 예를 갖추는 한성부 군사들. 당당한 눈빛으로 예를 받는 세령. 옆에는 여리, 뒤편에는 승유 무리가 서 있다.

 

세령 : 내 잠시 신판관을 뵈러 왔느니라. 어서 길을 열라.

군사 : (승유 무리를 흘깃 보면)

세령 : 나의 호위무사들이다. 수족과 같은 자들이니 경계할 것 없다.

 

군사들, 서로 눈짓하고는 길을 열어준다.

태연하게 들어가는 세령의 뒤를 따르는 여리와 승유의 무리...

 

 

S#24. 한성부 마당 (밤)

 

군사들이 오고가는 마당. 호위무사 차림의 승유 무리를 흘깃거린다.

 

노걸 : 나 형님들하고 힘들어서 형제관계 유지 못 할 거 같소. 어딜 가면 간다 정확히 말은 해줘야지.

 

궁시렁대는 노걸의 뒤통수를 퍽! 갈기는 석주.

세령, 신면의 집무실 쪽을 본다. 이제 가야만 한다...

 

세령 : (당찬) 저는 신판관께 가보겠습니다. 무사하십시오.

 

가려는 세령의 팔을 저도 모르게 붙드는 승유...

 

승유 : ...정녕 괜찮겠소?

세령 : (안심시키는) 염려 마십시오. 신판관은 저를 어쩌지 못할 것입니다.

         (애틋하게 보며) 몸은 멀리 있으나 마음은 늘 곁에 있겠습니다. 부디...외로워 마십시오.

승유 : (심하게 흔들리는 눈빛)

석주 : 서둘러!

 

세령을 붙든 승유의 손이 겨우 떨어진다...

세령과 여리는 집무실 쪽으로, 승유 무리는 옥사 쪽으로 움직인다.

집무실 쪽에서 이 광경을 보고 있던 송자번의 예리한 눈빛.

 

 

S#25. 한성부 / 집무실 (밤)

 

들어온 송자번, 이미 신면에게 귓속말로 보고 중이다. 잠시 흔들리는 신면의 표정.

그 때 문이 열리고 들어오는 세령. 천천히 일어나 예를 갖추는 신면, 그리고 송자번.

 

신면 : 어찌 공주마마께서 이런 누추한 곳까지 나오셨습니까?

세령 : (태연하게) 궐이 답답한 나머지 잠시 외유를 하였는데, 부모님께 혼이 날까 두려워 신판관의 힘을 빌리러 왔습니다.

신면 : (지그시 쳐다보다가) 언제부터 그리 부모님을 두려워하셨는지요? 잠시 계시지요.

 

신면, 눈으로는 세령을 보면서 귓속말로 뭐라고 송자번에게 지시한다.

그 모습이 불안하지만 애써 안 그런 척 하려는 세령... 송자번이 나가자 어디로 가는지 무척 궁금하다.

 

세령 : 부관은 어디를 가는 것입니까?

신면 : 거기까지 아실 필요는 없습니다. 함께 입궐하시지요. 방패막이가 되어드릴 수 있을지는 모르오나 동행하겠습니다.

세령 : (긴장해서 보는)

 

 

S#26. 한성부 / 옥사 앞 (밤)

 

어둠 속에 몸을 감추고 있던 승유와 석주, 노걸. 옥사 앞을 나다니는 군사의 규모를 짐작했다.

승유, 손짓으로 각기 처리해야 할 사람들을 정해주고 막 들어가려는 순간,

 

군사들(E) : 오셨습니까?

 

뒤편에서 나타난 송자번에게 예를 갖추는 군사들.

승유의 무리들, 다시 어둠 속으로 숨어버린다. 송자번이 군사들에게 지시하는 모습을 보는 승유...

 

석주 : 군사를 보강하려는 건가?

 

승유, 난감하다 싶은 순간, 군사들이 줄을 맞춰 옥사에서 빠져나온다.

이상하다 싶은 눈길로 서로를 바라보는 승유와 석주, 노걸.

 

노걸 : 함정 아냐?

승유 : (그래도 갈 수밖에 없다) 그래도 간다!

 

무작정 들어가는 승유의 뒤를 따르는 석주. 나도 모르겠다 싶어 따라 들어가는 노걸.

 

 

S#27. 한성부 / 마당 (밤)

 

신면과 함께 나오는 세령. 뒤에는 여리가 따르고 있다.

자꾸 옥사 쪽으로 눈길이 가는 세령.

 

신면 : 스승님을 뵙고자 하십니까?

세령 : 아닙니다... 서둘러 궐로 돌아가야지요.

 

담담한 척하는 세령을 탐색하는 듯한 신면의 눈길...

 

 

S#28. 한성부 / 옥사 (밤)

 

엉망이 된 몰골로 힘겹게 있는 정종, 이개, 성삼문 등 사육신들..

멍하니 생각에 잠겨있는 정종.. 서글픈 얼굴로 눈을 감는다.

옥사 안으로 황급히 들어서는 승유, 석주, 노걸..

노걸이 입구에서 망을 보고, 옥창 쪽으로 다가오는 승유와 석주. 벗과 스승의 참담한 몰골에 목이 메는 승유..

 

승유 : 종아...

정종 : (놀라 눈을 뜨고 보는) 승유야! 스승님, 승유입니다.

이개 : 네가 어찌 여기까지 왔느냐? 아무도 네 정체를 발설하지 않았으니 들키기 전에 썩 물러가거라!

승유 : (이개와 사육신들 보며) 서둘러 빠져나가야 합니다. (정종에게) 옥문을 부술 것이니 어서 여기를 나가자.

 

품에서 도끼를 꺼내드는 석주, 그대로 옥사 자물쇠를 부수려 하는데..

 

이개 : 아니다!

석주 : (멈칫)

승유 : (의아한 얼굴로 이개 보는) 스승님.

이개 : (서슬 퍼런) 누구 맘대로 그런 일을 벌이라 하였느냐! 나는 이곳에서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을 것이다.

성삼문 : 우리는 옥을 부수고 도망갈 만큼 나약한 위인들이 아니네.

승유 : ...곧 날이 밝으면.. (차마 말을 잇지 못하는)

정종 : ...참형에 처해질 것을 다들 알고 계시다.

이개 : 이렇게 잠시 목숨을 구한다하여 무엇이 달라지겠느냐?

승유 : (물러서지 않는) 목숨부터 구하시고 후일을 도모하십시오. 살아야 내일이 있질 않습니까?

이개 : ...승유야...

승유 : (보는)

이개 : 우리는 한낱 썩어 없어질 육신이 아니라 푸르른 역사 속에 살아남기로 했다.

승유 : 스승님!

성삼문 : 우리 죽음이 역사에 기록되어, 후세인들이 수양이란 자가 어떤 자인지를 결코 잊지 않도록 할 것이네!

승유 : ...아니 됩니다...스승님마저...종이마저 잃을 수는 없습니다...

이개 : (눈물 어린) 네게 이런 아픔을 또 주어 참으로 미안하구나. 허나 승유야, 죽음을 각오한 자들의 뜻은 아무도 꺾을 수 없다.

         ...부디... 후일을... 부탁한다.

정종 : ...공주마마를 잘 부탁한다...승유야...

성삼문 : 내 저승에 가서 자네 아버님의 얼굴을 기쁘게 뵙겠네.

박팽년 : 뒷날은 자네에게 맡기고 왔노라 당당히 말씀드리겠네.

유응부 : 우리는 이리 가지만 부디 끝까지 상왕전하를 지켜주시게!

좌중 : (여기저기서) 지켜주시게!

 

천천히 무릎을 꿇고 부복하는 승유... 승유, 흐느낌을 참을 수 없다. 막을 수 없다는 걸 안다...

옥 안 여기저기서도 흐느끼는 소리 들려온다...

그 비장함과 참담함에 석주도 안타깝게 본다.

 

석주 : (혼잣말) 징하다, 징해.

 

한참을 웅크리고 몸을 떨며 우는 승유가 안쓰러운 정종... 입구에 있던 노걸이 석주에게 서두르라 신호를 보낸다.

 

정종 : (그걸 보고 석주에게) 어서...어서 데리고 나가시오.

이개 : 이놈을 잘 부탁하오.

 

석주, 결심한 듯 승유를 옥창에서 떼어낸다.

석주와 노걸에게 끌려 나가는 승유를 바라보는 정종과 이개의 눈빛.. 어느새 촉촉이 젖어있다.

옥사 밖으로 사라지는 승유..

 

 

S#29. 한성부 일각 (밤)

 

석주와 노걸에게 질질 끌려가면서도 눈물범벅이 되어 자꾸만 뒤를 돌아보는 승유...

 

신면(E) : 승유를 만났소.

 

 

S#30. 대궐 일각 (밤)

 

나란히 걸으면서 대화중인 세령과 신면. 여리는 저 뒤를 따른다.

 

신면 : 죽은 자를 만났다는데 어찌 놀라지도 않으십니까?

세령 : (담담하게) 그렇다면 이제 제가 신판관과 혼인을 할 수 없는 연유를 잘 아시겠군요.

신면 : 아니!

세령 : (보면)

신면 : 김승유는 내 손에 죽을 것이고 공주마마는 나와 혼인할 것입니다!

세령 : 나리!

신면 : 한성부 옥사에 김승유가 있었음을 모를 줄 알았소?

세령 : (놀라는)

신면 : 그 자를 살려주는 것은 오늘이 마지막이오. 그리 알고 나와의 혼례를 준비하시오! (돌아서 가버리는)

세령 : (신면의 태도에 불안한)

윤씨(E) : 이제 오는 것이냐?

세령 : (예를 갖춘다)

윤씨 : 너와는 아무 말도 섞고 싶지 않으니 아바마마를 가서 뵈어라.

세령 : (고개 숙이는)

 

 

S#31. 강녕전 동온돌 (밤)

 

술상을 앞에 둔 수양의 매서운 눈빛. 거칠게 술을 한 잔 들이킨다.

 

#플래시백: 제19화 16씬

성삼문 : 이것으로 그칠 줄 아느냐! 이후로도 너는 수없이 많은 피를 보게 될 것이다!

 

#플래시백: 제8화 67씬 김종서의 일갈

김종서 : 대군께서 옥좌에 오르고자 한다면 수많은 피를 흩뿌려야겠지요.

 

도로 현재.

피식 웃는 수양.

 

수양 : (마치 김종서가 앞에 있듯) ...죽은 자에게 내 질 줄 아시오?

전균(E) : 전하, 공주마마께서 드셨사옵니다.

수양 : 들라.

 

문을 열고 들어온 세령, 수양에게 예를 갖춘다.

아버지를 바라보는 세령...그런 세령을 노려보는 수양...

 

세령 : 제 스승님과 부마를 비롯한 관련자들의 참형을 멈춰주시옵소서. 자비를 베푸신다면 그들도 아버님을 달리 볼 것입니다.

수양 : 날 죽이려 한 자들이다. 어찌 자비를 베풀 수 있겠느냐.

세령 : 그리 수많은 자들을 죽여 놓고도 아버님께 원한을 가진 자들이 없으리라 생각하셨습니까?

수양 : (섬뜩한) 내 여식마저 나를 죽이는 일에 동참할 줄은 몰랐다. 살아 돌아와 널 납치까지 한 김승유가... 그리 좋더냐?

세령 : (잠시 놀랐다가) 아무리 아버님이 미웠기로서니 그런 계획에 동참한 적은 없습니다.

수양 : 그것 참 믿기 힘든 말이로구나. 무시로 경혜공주 사저에 들르지 않았더냐.

 

가만히 수양을 보는 세령...수양도 세령을 본다... 더는 서로를 믿을 수 없는 눈길...

 

세령 : ...지금이라도 옥좌를 버리시고 낙향하시지요. 그리해주신다면 아버님 곁에서 평생 보필할 것입니다.

수양 : 나더러 이제와 촌부로 살아가라? 가당키나 한 얘기냐?

세령 : ...아버님이 제 아버님인 것이 너무도 괴롭습니다...

수양 : (!)

세령 : 차라리 필부의 딸로 태어났더라면...이리 괴롭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수양 : (충격 받은 것을 감추고) 운아!

임운 : (병풍 뒤에서 나타나) 예!

수양 : (세령을 보며) 앞으로 공주를 철저히 감시하여라. 김승유와 내통해 언제 아비 등에 칼을 꽂을지 모를 일 아니냐.

 

그 말에 아버지를 노려보던 세령, 일어나 예를 갖추고 나간다.

딸을 거들떠보지도 않던 수양, 임운마저 나가면 혼란스러워진다...

 

세령(E) : ...아버님이 제 아버님인 것이 너무도 괴롭습니다...

 

#플래시백: 제7화 67씬

세령 : 아버님! 아버님이 제 아버님이셔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습니다.

 

도로 현재.

허탈한 웃음이 터진다... 난 무엇을 잃어 가는가...

 

 

S#33. 한성부 마당 (밤)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송자번의 보고를 듣는 신면.

 

신면 : 어찌..어찌 아직 종이와 스승님께서 옥안에 계시다는 말이냐?

송자번 : 분부하신 대로 옥사 안은 아무도 접근하지 말라 일렀건만 아무래도 파옥을 거부하신 듯합니다.

 

도무지 그들의 선택을 이해할 수 없는 신면...옥사를 노려본다!

 

 

S#34. 한성부 / 옥사 (밤)

 

성난 얼굴로 옥사 안으로 들이닥치는 신면.

힘겹게 있다가 신면을 보는 정종과 이개의 힘겨운 시선... 옥창살을 붙잡고 일갈하는 신면.

 

신면 : (흥분과 분노) 대체 왜! 왜 달아나지 않은 것입니까? 김승유를 잡고 싶은 마음까지 접고 기회를 드린 것입니다.

         어찌 가만히 앉아 죽음을 맞이한다는 말씀이십니까?

이개 : (안쓰럽게 보는)

정종 : (냉소) 네 놈은 죽었다 깨나도 우릴 이해하지 못할 게다.

신면 : 대체 어떤 신념이 목숨 보다 귀하단 말이냐?

정종 : 이만 가거라! 가문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벗에게 칼까지 겨눈 놈의 귀에는 소귀에 경 읽기로 들릴 것이다.

신면 : (이개를 보면)

이개 : (온화하게) 돌아가거라.

 

허탈한 마음에 힘없이 옥창에서 힘없이 떨어뜨리는 신면의 손. 돌아서 발걸음 옮기는 신면의 핏기 없는 얼굴...

 

이개 : 면아.

신면 : (멈칫하면)

이개 : (차분하게) 나를 살리고자 했다니...고맙구나.

신면 : (울까봐 이를 앙다무는)

이개 : 내게 보여준 그 측은지심을 부디 승유에게도 보여다오. 서로를 죽이지 말고 살리는 벗이 되어다오.

신면 : ...이젠 돌이킬 수 없습니다.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억누르며 옥사를 빠져나오는 신면.

 

 

S#35. 한성부 / 집무실 (밤)

 

성난 짐승처럼 들어온 신면, 털썩 자리에 앉는다.

분노로 초점 잃은 눈빛이 위태롭게 일렁이기 시작하더니, 고함과 함께 책상 위에 놓인 물건들을 내동댕이친다.

괴로운 자신의 속내를 감당하기 힘든 사내의 처절한 몸부림..

 

 

S#36. 경혜공주의 사저 근처 (밤)

 

울어서 말개진 얼굴로 휘청휘청 걸어가는 승유... 간격을 두고 따라가는 석주와 노걸...차마 가까이 가지 못한다.

 

노걸 : 아니, 작은 형님이 그렇게 대단한 인물이었수?

 

대답 없이 걱정스레 승유를 보는 석주.

어느새 우뚝 발길을 멈춘 승유...

 

#플래시백: 제19화 28씬

이개 : ...부디... 후일을... 부탁한다.

정종 : ...공주마마를 잘 부탁한다...승유야...

 

도로 현재.

다시 휘청휘청 걸어가는 승유...

 

 

S#37. 경혜공주의 사저 / 마당 (밤)

 

마주 보고 서 있는 승유와 경혜. 충격을 받은 듯한 경혜의 얼굴...

 

승유 : 뜻이 그러한지라 스승님과 종이를 더는 말리지 못했습니다.

 

충격이 너무 큰 경혜, 기가 막혀 차마 울지도 못한다.

말없이 제 방 안으로 들어가 버리는 경혜. 은금도 따라 들어간다.

마당에 혼자 남은 승유, 처연한 밤하늘을 올려다본다. 속절없이 밝기만 한 달.

 

 

S#38. 세령공주의 처소 / 마당 (밤)

 

역시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는 세령. 좀 떨어진 곳에 임운이 서 있다.

여리 달려와 임운의 눈치를 보며 작게 보고한다.

 

여리 : 한성부에서는 아무 일도 안 일어났대요. 누가 도망가지도 잡히지도 않은 모양이에요.

세령 : (놀라서 혼잣말처럼) 실패했단 말이냐...

여리 : ...그분이...걱정되세요?

세령 : (심란하게 달을 보는)

 

 

S#39. 빙옥관 앞 (밤)

 

꾸벅꾸벅 졸고 있는 아강이를 업고 걱정스레 승유를 기다리는 류씨.

저 멀리서 터덜터덜 걸어오는 승유와 석주, 노걸 보인다.

 

류씨 : (깨우며) 아강아! 삼촌 오셨다.

아강 : (그 말에 번쩍 깬 아강) 삼촌!

 

어머니의 등에서 얼른 내려와 달려가는 아강, 승유에게 폭 안긴다. 아강이를 안아 올려 소중하게 품어주는 승유.

 

아강 : ...무슨 슬픈 일이 있으셨습니까?

승유 : (고개 저으며) ...아니.

아강 :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생각나신 것입니까?

승유 : (또 저으며) ...아니.

아강 : 목소리가 이상한데... 꼭 아강이가 실컷 울고 난 다음 같습니다.

승유 : (꾹 참고) 아니...아니다...그저 고단한 하루여서... 그래서...

 

아강이를 안고 결코 울지 않으려 애쓰는 승유...

류씨와 석주와 노걸, 그런 승유를 보는 숙연한 분위기...

 

 

S#40. 대궐 전경/ 다른 날 (낮)

 

세령(E) : 비켜서지 못하느냐?

 

 

S#41. 세령공주의 처소 (낮)

 

방문 앞. 나서려는 세령의 앞을 막아선 임운. 곁에는 여리가 서 있다.

 

세령 : 참형 당하시는 스승님께 마지막 인사를 올리려 한다. 그마저도 가로막는 것이냐?

임운 : 궐 밖으로 나가시는 것은 아니 됩니다.

 

임운이 보기 싫어 방문을 닫아버린 세령의 절망감.

 

 

S#42. 빙옥관 / 객방 (낮)

 

혼자 웅크리고 앉은 승유. 문을 열어본 석주, 조용히 승유 곁에 와 앉는다.

 

석주 : 참형장에 가볼 거냐? 가지 마라. 죽겠다는 양반들한테 무슨 말을 더 하겠냐?

승유 : ...아버님과 형님께서 돌아가시기 전에는, 죽음이란 나와는 상관없는 남의 일인 줄만 알았소.

석주 : (보는)

승유 : 수없이 죽을 뻔하고 수없이 죽여 왔으면서도 죽음이 점점 더 두려워지는 연유는 무엇인지...

         나도 언제든 죽을 수 있다는 걸 알아버렸기 때문이겠지.

석주 : 개똥철학 같은 소리에 왜 마음이 움직이는지 모르겠군. 다녀와라. 가서 곧 가실 양반들 명복이나 빌어드려라.

승유 : (골똘히 생각에 잠기는)

 

 

S#43. 경혜공주의 사저 / 내당 (낮)

 

장지문이 열리고 나서는 버선발, 소복차림에 장옷을 든 경혜다... 경혜, 담담하고 맑은 얼굴로 내려선다.

마당에서 걸어오던 은금, 놀라서 달려온다.

 

은금 : (붙들며) 마마, 이 차림으로 어디를... 설마 참형장에 가시게요?

경혜 : 내 다녀올 데가 있으니 걱정 말거라.

 

오히려 차분한 음색의 경혜, 범접하기 힘들어 팔을 놓는 은금 결연하게 밖으로 향하는 경혜의 뒤를 따르는 은금.

 

 

S#44. 강녕전 동온돌 (낮)

 

수양 앞에 모여 있는 한명회, 신숙주, 권람.

 

한명회 : 곧 죽을 목숨들이니 신경 쓸 것 없습니다. 문제는 창덕궁이지요.

            창덕궁을 비워야 불순한 무리들이 더는 생기지 않을 것입니다.

권람 : 상왕을 내쳐야 한다는 말씀이십니까?

신숙주 : (신중한) 다소 시기가 빠른 감이 있사옵니다만.

한명회 : 모든 역모의 중심에는 상왕이 있질 않습니까? 게다가 김승유가 상왕과 더불어 또 다시 음모를 꾸미려 들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입니다. 헛된 뜻을 품을 수 없는 먼 곳으로 보내야지요.

권람 : 명분은 이미 충분히 갖추었사옵니다. 잔뿌리를 뽑았으니 이제 근원을 도려내심이 지당한 처사이옵니다.

수양 : ...내 옥좌를 노리는 자들은 누구라도 용납할 수 없네. 마땅한 유배지를 찾아보시게.

신숙주 : 서둘러 양사를 움직여 상왕의 폐위를 주청하는 상소를 올리게 하겠사옵니다.

수양 : (끄덕이는)

 

이때 문밖에서 들리는 전균의 목소리.

 

전균(E) : (난감한) 전하! 잠시 나와 보시오소서.

수양 : (의아한 얼굴)

 

 

S#45. 강녕전 동온돌 앞 (낮)

 

내관과 나인들 모여서 쑥덕거리며 보고 있다. 수양의 무리들, 서둘러 나와서 보고 놀란다.

소복차림으로 거적을 깔고 석고대죄를 하고 있는 경혜. 담담한 표정. (눈물로 호소하지 않는다!)

성큼성큼 걸어 나온 수양, 경혜 앞으로 다가간다.

 

수양 : (냉정한) 네 지아비의 목숨을 구걸하러 온 것이냐?

경혜 : (차분한) 그러하옵니다. 부디 부마 정종의 목숨을 살려주시고 저와 함께 유배를 보내주십시오. (이를 앙다물고) 전하.

수양 : (흡족한) 전하...전하라?

경혜 : 천 번, 만 번이라도 불러드릴 것이옵니다, 전하. 전하께서 선처를 베풀어 주시면

         부마와 저는 평생 전하의 눈에 띠지 않는 곳에서 숨죽이고 살아갈 것입니다.

수양 : 네 말을 약조할 수 있겠느냐?

경혜 : 예, 전하.

수양 : 만일 그 약조를 어길 시엔 부마 정종을 네 눈앞에서 찢어 죽여 줄 것이다. 알겠느냐?

경혜 : (부들부들 떨면서) 예, 전하.

 

 

S#46. 한성부 / 집무실 (낮)

 

굳은 얼굴로 앉아 있는 신면. 그 곁에 선 송자번.

 

송자번 : 대역 죄인들을 참형장으로 끌고 갈 시각입니다. 안 나가보시겠습니까?

 

대답 없는 신면의 곁을 가만히 지키는 송자번.

 

 

S#47. 한성부 마당 (낮)

 

옥사에서 끌려나오는 이개, 정종, 성삼문 무리들... 처참한 몰골들이나 형형한 눈빛까지 가릴 수는 없다.

그 때 들어온 금부도사, 이들 앞을 가로 막는다.

 

금부도사 : 죄인 정종은 어명을 받아라! 고신과 과전을 거두고 전라도 광주로 유배 안치하라는 전하의 명이 내리셨다!

정종 : (당혹감) 어찌...어찌 나만 살려두는 것이냐? 내 목숨도 거둬가거라, 어서 끌고 가지 못하느냐?

 

발악하는 정종을 붙드는 한성부 군사들.

 

정종 : 스승님! 스승님!

 

끌려가면서도 온화한 표정으로 끄덕여주는 이개... 나머지 사육신들도 역시 온화한 표정으로 끄덕인다.

이개와 무리들 끌려 나가면 무릎 꿇고 오열하는 정종... 그 때, 정종을 감싸 안는 손길...보면 슬픈 눈빛의 경혜.

 

정종 : ...마마께서 하신 일입니까?

경혜 : ...어찌 저를 두고 가려 하셨습니까?

정종 : 마마를 생각하면 가슴이 찢어지는 듯하였으나 전하를 위해 죽으려 하였습니다. 이대로 날 죽게 해주십시오.

경혜 : 수치스럽게 해드려 송구합니다... 허나 부디 저를 위해 살아주십시오... 살아만 계셔주십시오...

정종 : 오늘만은....오늘만은 마마가 밉습니다...

 

눈물 흘리는 정종을 끌어안아주는 경혜, 이미 눈물이 메말라버린.

멀리서 그 모습을 보고 있는 신면. 곁에 있는 송자번.

 

 

S#48. 참형장 근처 (낮)

 

백성들이 모여서 죽으러 끌려가는 사육신 무리들을 구경한다. 승유, 그들 안에 숨어 이개를 찾는다.

한성부 군사들을 경계하며 조금씩 이개 쪽으로 다가가는 승유... 이개가 보자 억지로나마 미소를 지으며 예를 갖춘다.

참형장으로 걸어가며 마지막 대화를 나누는 승유와 이개.

 

승유 : 스승님.

이개 : (웃어주는) 왔느냐. 종이는 목숨을 구하여 내일 유배를 갈 것이다.

승유 : (잠시 다행이다 싶지만) 스승님의 당부 잊지 않겠습니다.

이개 : ...고맙구나...

 

제자의 얼굴을 따사롭게 들여다보는 이개.

 

이개 : ...승유야.

승유 : 예, 스승님.

이개 : ...다시는 네 이름을 잃지 말거라.

승유 : (눈물을 꾹 참는)

이개 : ...여기서...이만....보자꾸나...

 

알아들었다...고개를 끄덕여준 승유, 그만 발길을 멈춘다...

눈물 어린 채 마지막으로 웃어주는 스승의 온화한 미소... 점점 아련하게 멀어지는 스승의 얼굴...

울지 않는 승유, 이를 앙다물고 돌아서는데, 그 때 들려오는 인파 속의 목소리들...

 

백성1 : 지금 궐 안에서는 상왕을 폐위하라고 난리가 났대?

백성2 : 폐위시키면 어디 귀양을 보내는 건가?

백성1 : 수양대군이 왕이 되더니 조카를 완전히 쫓아낼 모양이네.

 

그 소리에 발길을 우뚝 멈춘 승유...분노가...들끓는다..

 

권람(E) : 전하!

 

 

S#49. 편전 앞 (낮)

 

권람과 한명회가 주도하여 백관들이 부복하여 청하고 있다.

 

권람 : 창덕궁에 있는 상왕이 이개, 성삼문 등과 공모하여 전하를 해하려 했음이 백일하에 드러났사옵니다.

         어찌 소신들이 상왕을 우러러 받들 수 있겠나이까?

한명회 : 상왕을 폐하시어 종사의 대계를 바로잡으소서!

일제히 : 바로 잡으소서!

 

 

S#50. 편전 안 (낮)

 

밖에서 들려오는 백관들의 함성.

꼿꼿이 앉아있는 수양. 수양의 입가에 흡족한 미소가 스친다.

 

여리(E) : 폐위래요!

 

 

S#51. 세령공주의 처소 (밤)

 

세령, 침착한 얼굴로 여리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여리 : 어디로 가실지 유배지를 정해야 된대요.

세령 : (지나치게 차분한) 역모가담자들은 어찌 되었다더냐.

여리 : ...참형에 처해지셨답니다...

세령 : (눈을 감아버리는)

여리 : 마마...

세령 : 혼자 있고 싶어. 잠시 나가 있어.

 

눈치를 보던 여리가 문을 닫고 물러나면 홀로 남는 세령. 조용히 서랍에서 은장도를 꺼낸다.

담담한 눈빛으로 칼을 꺼내보는 세령. 칼날이 번득인다. 세령, 칼을 도로 넣어 손 안에 쥐고 일어선다.

 

 

S#52. 세령공주의 처소 앞 (밤)

 

제 처소를 천천히 나서는 세령의 앞을 막아서는 임운. 여리도 세령을 보고 가까이 간다.

 

임운 : 어딜 가시는 것입니까?

세령 : (단호한) 아버님께 갈 것이니 못 믿겠으면 뒤를 따르거라.

 

대답 없이 뚜벅뚜벅 걸어가는 세령을 따르는 임운과 여리.

 

 

S#53. 대궐 일각 (밤)

 

결연한 얼굴로 여러 인물들을 생각하며 걸어가는 세령.

그간 제 아버지로 인해 비참하게 된 사람들... 단종, 경혜공주, 정종, 이개...그리고 승유 등...

 

#일루젼: 제16화 46씬

창덕궁으로 이어하는 단종의 모습. 몇몇 관리만이 따르는 조촐한 행렬.

 

#플래시백: 제15화 44씬

경혜, 아예 주저앉아 수양에게 고개를 조아리던 모습.

 

#일루젼: 제18화 63씬

잡혀서 끌려오는 정종과 이개.

 

#플래시백: 제10화 22씬

수양에게 대적하다가 처참히 쓰러지는 승유의 모습.

 

도로 현재.

손에 쥔 은장도를 다잡는 세령.

 

 

S#54. 강녕전 동온돌 (밤)

 

술을 마시고 있는 수양과 한명회, 신숙주, 권람..

 

한명회 : 이개, 성삼문을 비롯한 집현전 학자들을 만백성 앞에서 거열형에 처했사옵니다.

권람 : 쓸데없이 왈가왈부하던 자들의 싹을 도려내니 속이 다 시원합니다.

수양 : (흡족한) 상왕이 머물 곳은 알아보았는가?

한명회 : 강원도 영월에 청령포가 마땅할 듯하옵니다.

수양 : 청령포라?

한명회 : 앞으로 삼면으로는 강물이 흐르고 뒤로는 아찔한 절벽이 자리잡고 있으니 누가 감히 노산군을 만나려 들겠사옵니까..

            '자막 {노산군: 강등된 단종을 가리킴}'

권람 : (조롱) 자연을 벗 삼아 세월을 탓하기 딱 좋은 곳이옵니다.

수양 : (흡족하게 술잔을 비우는)

전균(E) : 공주마마 드셨사옵니다.

수양 : (얼굴 찌푸리고) 들이지 말라.

 

하는데 문이 드르륵 열리고 등장한 세령.

 

수양 : 들이지 말라 했거늘 어찌 감히-

세령 : 드리고픈 말씀이 있어 무작정 들어왔습니다. 곁을 물러주시지요.

수양 : 그대로들 있게.

세령 : (독기 품고) 다 같이 있는 자리에서 들으시겠습니까?

 

그 모습을 본 수양, 체념하고 나가라고 눈짓한다.

다들 나가고 나면 수양과 세령 사이, 갑자기 흐르는 정적.

 

세령 : ...정녕 상왕전하를 폐위시키실 것입니까?

수양 : 네가 알 바 아니다.

세령 : 유배를 보내신 다음 어린 전하께 사약을 내리시겠지요.

수양 : (노려보는)

세령 : ...한 번쯤은 아버님께서 자식에게 져주시길 바랐습니다.

         잘못된 길로 들어선 아버님을 바로잡을 힘이 제게 있기를 바랐습니다.

수양 : (듣기 싫은) 공주를 처소로 데려가거라.

 

임운 다가오면, 단호한 동작으로 은장도를 꺼내 제 목에 겨누는 세령.

놀라서 눈이 커지는 수양과 임운.

 

수양 : 네가 또 무슨 짓을 벌이는 게냐?

세령 : ...신체발부 수지부모라 하였습니다. 더는 아버님과 부모 자식의 연을 이어갈 수 없습니다. 더는 이어가지 않겠습니다.

 

휙 올라간 은장도. 긴장하는 수양과 임운.

제 머릿단을 붙잡고 그 끝을 잘라버리는 세령! 잘린 머리채가 툭! 바닥에 떨어진다.

그 과감함에 경악하는 수양과 임운.

 

세령 : 아버님과의 연을 끊어냈으니 더는 저를 자식이라 생각지 마십시오.

수양 : (경악한) 감히 네가...네가...

세령 : 궁을 나가 지낼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예를 갖추고 나가버리는 세령. 뒤를 따르는 임운.

잘린 머리채를 보고 충격을 받은 수양...아무 말도 하지 못한다.

 

 

S#55. 강녕전 동온돌 앞 (밤)

 

머리를 끊고 나온 세령을 놀란 얼굴로 쳐다보는 윤씨와 숭.

 

세령 : (임운에게) 나는 더 이상 공주가 아니니 더는 따르지 말거라.

임운 : (멈칫하는)

윤씨 : ...세령이 네가 정말...

세령 : 당분간 승법사에서 지낼 것입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숭 : 누님!

 

기가 막혀 하는 윤씨에게 예를 갖추고 나가는 세령. 어쩔 줄 몰라 하다 그 뒤를 따르는 은금.

 

 

S#56. 빙옥관 / 술창고 (밤)

 

심각한 얼굴로 골똘히 생각에 잠긴 승유... 석주가 술병 집어 들고 다가온다. 술병을 건네려하면 받지 않는 승유.

 

승유 : 술기운을 빌리기 싫소.

석주 : (한 모금하고) ...잘 보내드렸냐?

승유 : (답하지 않고) ...힘이...힘이 필요하오...

석주 : (보는)

승우 : (결연한) 수양 그 자와 정면으로 맞붙을 수 있는...

 

 

S#57. 경혜공주의 사저 / 마당 (밤)

 

가만히 서서 노비들이 짐들을 꾸리는 것을 보는 경혜.

 

은금 : 마마!

 

경혜, 불러서 뒤돌아보면 은금 옆에 서 있는 세령, 예를 갖춘다.

짧아진 머리 때문에 놀라는 경혜.

 

 

S#58. 경혜공주의 사저 / 안방 (밤)

 

세령과 마주 앉은 경혜.

 

경혜 : ...정녕 네 아비와의 연을 끊었다 이 말이냐?

세령 : ...예. 상왕전하의 일은...송구합니다.

경혜 : 그것이 어찌 네 탓이겠느냐?

세령 : 부마와 함께 유배지에 가시는 것입니까?

경혜 : (서글픈 웃음) 전하의 유배지에는 아무도 따를 수 없지 않느냐?

세령 : 염려를 많이 했는데 생각보다 의연해보이십니다.

경혜 : ...눈물조차 마음에 여유가 있을 때 흘릴 수 있는 사치임을 알았다.

         굴욕적으로 살아남았으나 이대로 무너지지는 않을 것이다.

세령 : (안쓰럽게 보는)

경혜 : 너는 이제 어찌할 셈이냐?

세령 : ...승법사에서 지낼 것입니다.

경혜 : (걱정스러운) 괜찮겠느냐?

세령 : ...아버님께 대적할 수 있냐는 마마의 질문에 기어이 답을 얻었습니다.

         만일 아버님의 악행이 계속된다면 제 미약한 힘으로나마 아버님과 맞설 것입니다.

경혜 : (안쓰럽게 보는)

 

 

S#59. 한성부 / 집무실 / 다른 날 (낮)

 

상념에 잠겨 있는 신면이 홀로 앉아있다. 들어오는 송자번, 예를 갖춘다.

 

송자번 : (다급히) 어젯밤 공주마마께서 궐을 나가셨습니다.

신면 : 그것이 무슨 소리냐?

송자번 : 머리카락을 끊고 전하께 맞서셨다 합니다.

신면 : 그 시각에 대체 어디로 가셨다는 말이냐?

송자번 : 승법사라는 불사로 가셨다 합니다.

신면 : (심각한 얼굴)

 

 

S#60. 경혜공주의 사저 / 마당 (낮)

 

외출복 차림. 헤어지는 세령과 경혜, 두 손을 꼭 맞잡는다. 뒤편에는 은금과 여리가 서 있다.

 

세령 : 상왕전하를 뵈러 가실 것이지요?

경혜 : (끄덕인다)

세령 : ...유배 길을 배웅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경혜 : 살아 있으면 다시 만날 것이다.

 

예를 갖추고 멀어지는 세령의 뒷모습을 보는 경혜, 울지 않는다.

 

 

S#61. 창덕궁 / 침전 (낮)

 

마주 앉아 있는 단종과 경혜... 단종은 용포 대신 평범한 도포를 입었다.

서로의 마음을 너무나 잘 알기에 미소 띤 채 서로를 보는 누나와 동생.

 

경혜 : ...외따로 떨어지시니 처음엔 힘드실 것입니다.

단종 : (씩씩한 척) 한적하게 지내고 싶었는데 도리어 잘 되었습니다.

경혜 : ...전하.

단종 : 예, 누님.

경혜 : 우리는 반드시 다시 만날 것입니다. 누이와 자형이 좋은 소식을 전할 때까지 굳건히 버텨주십시오.

단종 : (미소) 그래야지요. 아바마마께서 우리를 지켜주시지 않겠습니까?

 

더는 만날 수 없는 두 오누이, 담담히 이별을 맞이하는 두 사람...

 

 

S#62. 승법사 (낮)

 

승법사로 들어서는 세령과 여리. 동자승1, 2 달려와 씩 웃어준다.

그들을 보는데 괜히 눈물이 나려하는 세령...

 

동자승1 : 왜 그래? 무슨 일 있었어?

동자승2 : 예쁜 누님, 울지 마.

 

도리도리 고개 저으면서 눈물을 참는 세령...

 

 

S#63. 거리 (낮)

 

길가에 쭈욱 늘어서서 안쓰러운 얼굴로 보고 있는 사람들. 그들 속에 묻혀 보고 있는 승유...

가마 안에 경혜를 태우고 걸어가는 정종의 유배길... 군사 둘과 은금, 하인들 몇몇만이 따르고 있다.

터벅터벅 걷고 있는 정종의 옆으로 어느새 다가와 나란히 걷는 승유... 어김없이 나타난 승유를 보고 미소가 스치는 정종.

 

정종 : (일부러 밝게) 형님 가시는데 왜 안 나타나나 싶었다.

승유 : (역시 일부러 밝게) 이 형님이 배웅 나와 주신 걸 고맙게 여겨야지.

 

서로를 보고 픽 웃어버리는 승유와 정종.

 

승유 : (결연한) 수양에게 대적할 군사들을 모아볼 것이다.

정종 : (주위를 경계하고) 금성대군을 만나보거라. 총통위엔 아직도 금성대군을 따르는 군사들이 많다 들었다.

승유 : (고개 끄덕이는) 그리하마. 곧 찾아갈 테니 그 때까지 몸조심하거라.

 

서로의 눈빛으로 이별하는 승유와 정종.

가마창을 연 경혜. 승유, 경혜를 보며 마지막 예를 갖추는데..

 

경혜 : ...세령이가 제 발로 궐을 나왔습니다.

승유 : (놀라는)

경혜 : 제 아버지 앞에서 머리카락을 끊어내고 승법사로 갔습니다.

승유 : (경악!!)

 

점점 멀어지는 정종과 경혜...충격이 가시지 않은 얼굴로 서있는 승유.

 

 

S#64. 강녕전 동온돌 (밤)

 

수양과 마주 앉은 신면.

 

수양 : 세령이에 대해 다 듣고 왔는가?

신면 : 예.

수양 : 김승유 그 자가 세령이와 함께 있다면 어쩔 텐가?

신면 : (피가 끓는) 그 자를 당장 잡아 대령시키겠습니다.

수양 : 김승유가 그 아이를 그리 변하게 했네. 이 나라의 정사와 자네의 혼례를 위해서라도 반드시 잡아 화근을 없애야하네.

신면 : (잔혹해지는 얼굴)

 

 

S#65. 빙옥관 근처 (밤)

 

넋이 빠져 걸어가는 승유...잠시 발길을 멈춘다.

 

경혜(E) : ...세령이가 제 발로 궐을 나왔습니다. 제 아버지 앞에서 머리카락을 끊어내고 승법사로 갔습니다.

 

정신 차린 승유, 발길을 돌려 어딘가로 향한다.

 

 

S#66. 승법사 / 불당 (밤)

 

한가한 풍경소리 들리는 가운데, 홀로 절을 올리고 있는 세령. 이마에는 땀이 송글송글 배어있다.

곁에 앉아서 꾸벅꾸벅 졸고 있는 동자승들. 그 모습을 보고 빙그레 웃는 세령.

 

 

S#67. 승법사 / 승방 (밤)

 

동자승들을 자리에 눕혀주는 세령, 이불을 잘 여며주고 나간다.

 

 

S#68. 승법사 / 마당 (밤)

 

마당으로 혼자 나온 세령, 밤하늘을 바라본다. 여러 가지 감정으로 복잡한 세령의 모습...

그때, 세령의 옆에 바닥에 길게 비친 그림자 하나 보인다. 천천히 앞으로 나서는 그림자...

애틋한 표정이 된 세령은 이미 느끼고 있다...승유다...

어느새 세령의 뒤에 와서 선 승유... 천천히 세령의 머릿단을 아프게 매만지는 승유... 이 여자가 안쓰럽고...안쓰럽다...

천천히 몸을 돌려 승유를 바라보는 세령... 세령의 눈빛을 피하지 않는...애절하게 바라보는 승유...

오랜만에 서로를 마주한...연인의 애절한 눈빛에서!!

 

[連]

 

 

 

 

 

 

 

 

 

 

 

 

 

 

 

 

 

 

 

 

 

 

 

 

 

 

 

 

 

 

 

 

 

첨부파일 제19화(초고0913).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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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럭키세븐 | 작성시간 13.01.02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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