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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균관 스캔들] 08

작성자수다쟁이|작성시간15.03.03|조회수946 목록 댓글 0

[성균관 스캔들] 08

 

 

 

 

 

 

 

 

 

 

1. 성균관 전경 (밤)

 

어둠에 잠긴 성균관. 그때 저 멀리 반짝하고 불빛이 생겨난다.

 

 

2. 향관청 (밤)

 

촛불을 켜는 손 윤희다.

촛불에 드러나는 향관청. 재신이가 있던 그곳. 향로와 담뱃재가 어지럽고, 제기용품들 앞에 목간통엔 물이 찰랑인다.

윤희, 걱정스럽고 불안하지만 씻을 수 있다는 안도감.

 

 

3. 성균관 곳곳 (밤)

 

윤희를 찾아 나선 듯 두리번거리는 선준. 그 앞에 고장복.

 

선준 : (고장복에게) 혹.. 김윤식을.. 보지 못했소?

 

 

4. 향관청 (밤)

 

욕조 뒤, 주위를 살피며 조심스레 옷을 벗는 윤희.

 

 

5. 용하방 (밤)

 

부채질하며 서성이는 용하.

 

용하 : 이건, 계집의 벗은 몸을 보고 싶은 사내의 마음이 아니야. 참과 거짓을 확인하고픈 학인의 마음일 뿐이지. 암.

 

탁 부채를 접는 용하. 씩 웃는다.

 

 

6. 향관청 (밤)

 

물속에서 찰랑찰랑 움직이며 아무것도 모른 채 씻고 있는 윤희. 간만에 느껴보는 해방감이다.

그 욕조 뒤편으로 옷가지와.. 가슴 가리개.. 등이 보인다.

 

 

7. 향관청 앞 일각 (밤)

 

이곳 저곳을 둘러보다 불빛을 발견한 선준, 발걸음이 빨라지고.

 

 

8. 향관청 다른 일각 (밤)

 

용하 흥분되는 듯 눈빛을 반짝이며 향관청으로 간다.

 

 

9. 향관청 (밤)

 

물속으로 쑤욱 들어가는 윤희.

 

 

10. 향관청 앞 (밤)

 

뚜벅뚜벅 다가오는 사내의 발. 문 앞에 멈춰 선다. 문 틈새로 새어나오는 불빛.

사내의 어깨너머 문틈으로 쭈욱 빨려 들어가는 카메라. 사내의 시선으로 보여지는--

 

 

11. 향관청 (밤)

 

물속으로 쑤욱 들어갔다가 위로 솟아오르는 윤희 뒷모습. 여인의 몸이 확실한 부드러운 곡선들.

머릴 찰랑이며 물기를 터는 여인네.. 고개를 돌리자.. 윤희다!!

사내의 시선이 흔들린다.

 

 

12. 향관청 앞 (밤)

 

카메라 쭈욱 빠지면 문 틈 새를 보고 있는 남자의 뒷모습이다.

소스라치게 놀란 듯 돌아서는 사내는.. 재신이다.

목격한 광경이 믿기지 않는 듯 경악한 얼굴이고 저도 모르게 나오는 딸꾹질.. 후들후들 떨리는 재신의 다리.

못 볼 걸 봤다. 식은 땀이 주루룩 딸꾹 딸꾹질은 계속 되고

자기가 안 사실이 감당이 안 돼 주춤주춤 뒤로 물러서는 재신.

그때다. 훅 등 뒤에 부딪히는 무언가!! 소스라치게 놀라는 재신 휘익~ 고개 돌려보면 그 앞에 서 있는 선준이다.

허걱, 이제 어쩌지 싶은 재신인데...

 

선준 : 사..형.

재신 : (애써.. 침착하려 헛기침하며, 주변을 서성이며) ...왜.

선준 : 여긴.. 어쩐 일이십니까.

재신 : (당황하며) 그..그러는...넌.

선준 : 혹.. 김윤식.. 못 보셨습니까..

재신 : (화들짝 사색이 되며) ..기.김윤식? 대물이 왜.

선준 : (그런 재신이 의아하지만) 내내 보이질 않아서..

 

그러던 선준, 향관청으로 다가서면 훅- 바람처럼 그 앞을 막아서는 재신.

 

재신 : 여...여긴.. 햐..향관청이다. 제..제관들..거..뭐냐..문묘에 제례드릴 제관들만 드나들 수 있다구!!

         그런데..여길.. 그..그자식이 왜 와..

용하E : (여유로운) 올 수도 있지!

 

재신, 선준, 돌아보면 그 앞에 빙글빙글 웃으며 나타난 용하.

 

용하 : 제관들에만 허락된... 은밀하고도 비밀스런 곳이니---- 대물.. 그 녀석 , 혼자만의 은밀하고 비밀스런 사연이 있다면 ---

         (재신 똑바로 보면서) 이 보다 더 좋은 곳이 어디 있겠나? 안 그래?

 

재신을 향해 싱긋 웃는 용하. 재신 용하 보는데.

 

FLASH

4회 10씬, 용하 재신에게 자네..딸꾹질 괜찮았나?

5회 8씬, 용하 대물에겐 뭔가 비밀이 있어.

 

재신, 용하가 파 놓은 덫임을 직감한다.

용하를 쏘아 보는 재신. 용하는 아는지 모르는지 여유만만이다.

그런 용하와 재신을 의아한 듯 보는 선준.

 

용하 : (향관청 문 쪽으로 서서히 다가가며) 백문이 불여일견이라 하질 않았나? (문에 손이 가며) 보면 알겠지.

         이 안에.. 과연 (힘주어) 대물이 있는지... (씨익 웃으며) 없는지..

 

용하 손 닿으려는 찰나 사색이 된 재신 몸을 날려 쿵!! 문에 등짝이 부딪히며 용하를 막아선다.

 

재신 : (다급한 나머지 저도 모르게 소리 지르며) 안돼~~!

 

놀란 눈으로 그런 재신을 보는 용하와 선준.

헉헉! 사색이 된 재신.

 

 

13. 향관청 (밤)

 

욕조에 몸을 담근 윤희. 놀란 듯 뒤돌아본다. 쿵!! 흔들리는 문.

헉.. 불안해지는 윤희.

 

용하E : 뭐가 그렇게 겁나?

 

 

14. 향관청 앞 (밤)

 

평소와는 달리 안절부절 못하는 안색으로 문 앞에 찰싹 붙어있는 재신.

 

재신 : 거..겁은 무슨!!

용하 : (이 자식 .. 봤나? 싶어서 놀리듯) 반궁의 미친말 문재신은 어디가고 피죽도 못 먹은 당나귀 한 마리가

         바들바들 떨고 있지 않나-- (부채로.. 떨고 있는 재신의 다리 툭 치며) 이렇게!!

재신 : !!

용하 : 혹 이 안에 우리가 봐선 안 될 뭔갈.... 숨겨 두기라도 한겐가?

재신 : .....뭐?

용하 : 그래서 우린 안 되고.. 걸오 자네만 숨어서 몰래 보겠다는게 아닌가 해서.. (선준 보며) 그렇지 않나? 가랑..

선준 : (재신 보며)

재신 : (당혹스럽다)

용하 : (다가오며 꼬시듯 부채로 재신의 턱을 쓸며) 말 .. 해보게. 친구.

재신 : (쏘아보며) 미친 놈~!! (윤희에게 신호하듯 문 쾅쾅 두드리며) 여기 향관청이다.. 향관청!! (쾅쾅쾅)

 

 

15. 향관청 (밤)

 

쿵쿵쿵 흔들리는 문.

윤희 시선에 문에 걸쇠 대신 질러 놓은 나뭇가지가 흔들 흔들 금방이라도 툭 떨어져 나올 것처럼 위태롭게 보인다.

불안한듯 돌아보는 윤희의 눈망울. 뭔가 불길하다.

두 손 x자로 양 어깨를 감싸는 윤희. 도망갈 길을 찾듯 향관청을 살 핀다.

여길 보면 높다랗게 쌓여있는 촛대들뿐이고 쉬익- 저길 보면 축문 두루마리들을 얹어 놓은 서가들 뿐이다.

다시 쉬익 돌아보면 단 하나 뿐인 문은 덜컹덜컹 흔들리고 창이라곤 높이 솟 아난 들창 뿐이다.

윤희 파랗게 질려 가는데...

 

 

16. 향관청 앞 (밤)

 

역시 불안한 시선으로 용하와 선준을 쏘아보는 재신.

 

재신 : 고작 (쿵쿵 문 두드리며) 이따위 향관청에 보물이 있어봐야 향로 뚝배기 밖에 더 있어? (쿵쿵쿵) 그러니까...

         (윤희에게 말하듯) 꺼져!! 꺼지라구. 어서!!

 

재신, 문이 떨어져 나가라 쿵쿵쿵 두드린다. 윤희가 알아듣길 바라는 간절한 심정인데, 우리 재신이 힘이 좀 과했다.

삐그덕 흔들리는 문.

 

 

17. 향관청 (밤)

 

문이 흔들리면서 그 바람에 위태롭던 걸쇠의 나뭇가지가 팅~!! 튕겨져 나온다.

툭!! 바닥으로 떨어지는 나뭇가지!!

물기가 뚝뚝 떨어지는 머리와 몸으로 엉거주춤 옷을 갈아 입던 윤희. 놀란 눈으로 고개들면--

또르르륵 바닥으로 굴러가는 나뭇가지.

윤희, 사색이 된다.

 

 

18. 향관청 앞 (밤)

 

삐끗 틈이 열리는 문, 사색이 되는 재신 와락 닫는다. 젠장!! 싶고,

용하는 오호라.. 점점 확실해진다는 듯 미소 짓는다.

선준도 그런 재신이 의아한듯 보는데...

 

용하 : 향로 뚝배기 밖에 없는 향관청이라 옳은 말일세..

재신 : (넘어갔나? 싶은데)

용하 : 그럼 방금 문틈으로 새어 나오던 불빛은-- 아무래도 (재신 살피듯 눙치며) 지난 제례때 썼던 향로에

         아직 불씨가 남아 있는 모양이군.

재신 : (이 자식 뭐라는거야)

용하 : 내... 학관과 서리들에게 일러 온 성균관 유생들이 다아 보는 앞에서 확인을 하는 편이 낫겠네..

 

재신 보란듯이 돌아서 가려는 용하, 얼른 그 앞을 막아서는 재신.

 

재신 : 아.. 안 돼!!

용하 : (걸려 들었다) 역시 안되겠지?

재신 : --

선준 : --

용하 : 차라리.. 이 여림이 확인하는 편이 낫겠지?

 

씨익 개구쟁이 같은 미소를 짓는 용하.

재신, 용하 말을 그제야 알겠다 싶은데.. 쌩 향관청으로 향하는 용하.

어딜~, 가는 용하의 뒷덜미를 채는 재신. 발을 버둥거리는 용하.. 뒤로 넘어가는 용하.

용하와 재신 한데 엉켜 붙어 구른다.

보고 말겠다는 용하와 막아야만 하는 재신의 필사적인 다툼.

그때다. 천천히 향관청 문 앞으로 다가가는 선준의 무심한 얼굴.

구르던 재신, 선준을 봤다. 헉!! 사색이 돼 달려 오는 재신.

용하도 봤다. 호기심에 빛나는 눈빛으로 다가오고.

선준을 향해 손을 뻗는 재신. 그러나 문을 여는 선준의 손이 빨랐다.

무심한 얼굴로 문을 여는 선준.

 

 

19. 향관청 (밤)

 

문이 열리는 향관청 안, 축축한 바닥. 기묘한 김이 서린 향관청을 의아한 듯 들어서는 선준..

그런 선준을 제치고 들어서는 용하.

용하, 등롱을 들어 향관청 내부를 비추지만..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그제야 안도하는 재신,

말도 안돼!! 싶은 용하 휙 재신을 돌아본다.

 

재신 : (이제는 여유다. 용하에게) 있긴.. 뭐가 있다는거냐?

용하 : ---

선준 : (휘휘 살펴 보더니) 다행히 불씨 흔적은 없어 보입니다.

 

용하 분한 듯 휙휙 향관청 사방을 둘러 보는데 어디에도 윤희는 보이지 않는다.

벽면 한 켠에 밀쳐져 있는 욕조. 물기 묻은 흔적만 남아있다.

믿기지 않는 듯 둘러보는 용하. 선준 그런 용하를 보는데.

 

재신 : (용하 의식, 기지개 켜며) 간만에 취침 점호에나 한번 참석해 볼까?

 

자신있게 나서던 재신.. 허걱.. 발걸음이 멈춘다. 똑똑똑 물방울이 재신의 발 등으로 떨어진다.

윤희가 그 어딘가에 있다는 걸 직감한 재신, 차마 고개도 들지 못한다.

서가 맨 꼭대기 위에 올라가, 천장과 서가 그 좁은 틈 사이에 누워 숨어 있는 윤희.

윤희 머리 끝에서 물방울이 똑똑 떨어지고 있었다.

윤희 옆에는 축문 두루마리며 촛대들이 주루룩 쌓여 있다. 아주 좁은 틈새.

그 때다. 분한 듯 재신 쪽으로 휙 고개 돌리는 용하.

순간 긴장하는 재신, 얼른 뒤로 물러서며 물방울을 밟아 감춘다.

 

용하 : (이건 아닌데.. 억울한) 밖에서 난 분명 불빛을 봤다구!!

 

향관청 안으로 들어오는 환한 불빛.. 그 위로--

 

유창익E : (호령하는) 뭣 하는 짓들이냐?

 

놀란듯 휙 돌아보는 재신. 선준도 용하도 보면..

그 앞에 등롱을 들고 엄한 얼굴로 서 있는 유창익과 고장복..

재신-- 사색이 된다.

서가 위, 윤희 역시 놀라는데.. 그제야 제 젖은 머리가 서가 아래로 내려 와 있는 걸 본다.

놀란 듯 머리자락을 올리는 윤희. 그 바람에 툭~ 서가 위 쌓여 있는 두루마리와 초. 향들을 건드리고

흔들흔들 도미노처럼 굴러 떨어질 위기에 처한다. 사색이 되는 윤희.

 

유창익 : 이 시각에.. 그것도 감히.. 향관청에서 소란을 떨다니..

재신/용하 : (어쩌나 싶어 서로 마주 보는데)

유창익 : 어서 말하지 못할까!!

선준 : 지나던 길에 ... 불빛을 봤습니다. 그래서.

유창익 : (의아한듯) 불빛?

 

향관청 안으로 들어오는 유창익.. 등롱을 들어 구석구석을 비추고..

어둠 속.. 윤희 서가 위에서 끙끙대며 한 팔로 촛대더미가 무너지는 것을 막고 있다.

그러나 역부족.. 또르르르 굴러 떨어지는 둥근 초.

윤희 사색이 된다.

저만큼 등롱 불빛은 다가오고 일촉즉발의 상황.

턱 ..허공으로 떨어지는 초를 윤희 다른 손으로 가까스로 잡아낸다.

이윽고.. 윤희 쪽으로 오는 등롱.. 다행히도 빗겨가고.. 유창익 시선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유창익 : (선준. 재신 용하 쏘아보며) ..신성한 향관청에서 장난질이라니.. 이런 불경한 일이 있나!! 너흰 모두 감점 5점씩이다!

용하 : (억울한) 스승님!!

선준 : --

재신 : (안도하는)

유창익 : (버럭) 어서 나오지 못해?

 

서가 위.. 휘유~ 한고비 넘겼다!! 안도하는 윤희.

 

 

20. 중이방 (밤)

 

댓돌 위에는 아무런 신발도 보이지 않는다.

그 앞에 선준 용하 재신.

 

용하 : (호이.. 휘파람 불며) 아직인 모양이야.. 우리 대물은.

선준 : (걱정스럽다)

재신 : --

용하 : 향관청도 아니라면 대체 어디 간 걸까?... 이 성균관에 숨을데가 어디 있다고 머리카락도 안 보이냔 말이지.....

         안 그런가? 걸오?

 

재신에게 이죽거리는 용하.

재신 그런 용하를 쏘아 보는데 돌아서 나가려는 선준.. 재신 그런 선준을 잡는다.

 

재신 : 너.. 어디가.

선준 : 찾아 봐야겠습니다. (가려는데)

재신 : (저도 모르게) 거기 안 서!!

용하 : (재신 보면)

재신 : (젠장.. 용하 의식하며 허세) 다 큰 사내자식이.. 어련히 알아서 기어 들어 올까봐!! 걱정도 팔자다.

 

선준 머쓱해져 멈춰서고, 재신은 용하 보란듯 방으로 들어가고

그런 재신이 귀엽다는 듯, 씨익 웃는 용하.

 

 

21. 성균관 일각 (밤)

 

어둠 속을 불안한 듯 주위를 살피며 빠른 걸음으로 걷는 윤희, 앞섶을 여미고 옷가지를 가슴에 꼬옥 끌어 안은 채다.

그때 턱 그 어깨를 잡는 사내의 손.

기겁한 윤희 돌아보면 그 앞에 정약용이다.

윤희, 조금 안도하는데.

 

 

22. 약방 (밤)

 

마주 선 윤희와 정약용.

 

정약용 : 향관청이 소란했다 들었다.. (윤희 위아래 훑으며) 너 때문이냐?

윤희 : (고개 숙이며) 소..송구합니다.

정약용 : 성균관 유생으로 사는 일이 규중 처자의 한가한 나들이쯤이라.. 그리 여기고 있는게냐.

윤희 : (놀라 고개 들며) 그런건.. 그런건.. 결코 아닙니다.. 스승님..

정약용 : (한심한듯 보다가) 명심하거라. 이 성균관에서 넌-- 계집의 몸이나.. 계집이어선 안 된다--

윤희 : --

정약용 : 또한 모두가 널 사내로 여긴다하여.... 스스로 계집임을 잊고 경계를 게을리 해서도 안 될 것이다.

윤희 : (본다)

정약용 : 계집인 네가 성균관에 남겠다한 그 때부터..넌.. 매 순간순간... 목숨을 건 외줄타기를 하고 있음을 잊지 말거라.

윤희 : (복잡해진다.. 입술.. 깨무는데)

정약용 : 이토록 위험천만한 일을 선택한 건.. 김윤희.. 바로 너다!

 

윤희... 긴장한 듯 보인다.

 

 

23. 장의방 (밤)

 

서탁 위 손가락을 까딱까딱 두드리고 있는 하인수.

 

하인수 : 김윤식이 그랬던가. 장원을 하면 성균관 유생으로 인정을 해 달라, 저와 제 가솔에게 사과를 하라고도 했었지.

 

피식.. 조롱하듯 웃는 하인수.. 그 앞에는 강무과 설고봉.

그리고 한 쪽 코를 솜으로 틀어막은 임병춘이 앉아 있다.

 

임병춘 : (나서며) 그 말 같지도 않은 말은 잊어버리십쇼. 장의.

하인수 : (임병춘 사람 취급도 하지 않고 시선 무시한 채) 하는 수 있나? 금상이 인정한.. 탕평접이라는데 (허허롭고 씁쓸한듯)

            장부가 약조를 했으면 지켜야지.

임병춘 : 장의!! 잘못했습니다. 이 모두가 제 잘못..

강무 : 명하신다면.. 제가 녀석들을..

임병춘 : (무릎꿇고 간절히) 아니.. 제가.. 저에게 기회를 주십시오. 딱한번만

설고봉 : (뭐야..이거..무릎 꿇어야 되는거야? 눈치보는데)

 

하인수, 그렇게 사색이 된 강무 임병춘 설고봉 보다가.. 으흐흐하하하.. 웃음이 터진다.

그런 하인수가 뜻밖인 임병춘 설고봉 강무--

그러나 하인수 배꼽 빠진다는 듯 책상에 얼굴을 파묻다.... 고개를 든다..

 

하인수 : 겁 먹은 꼬락서니들 하고는... 하하하.

강무 : 장의!

하인수 : (웃음기 가시며) 나서지 마라. 아무도 나서지 마!!

임병춘 : --

하인수 : 재밌는 구경이 될게다. 금상이 직접 그 놈들을 성균관에서 내치는 쪽이 나을까--- 아니면.

임병춘/설고봉 : (마주 본다)

하인수 : 탕평접입네 떠들던 놈들이 서로 등을 돌리게 만드는게 나을까.... (씨익.. 비열한) 이거.. 고민 되는데..

 

 

24. 중이방 (밤)

 

비어 있는 가운데 윤희 이부자리.

선준과 재신은 각자의 생각에 복 잡한 듯 양 벽면을 향해 등을 돌린 채 뜬 눈이다.

재신(아직 상의는 벗고 있는)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듯.

 

FLASH BACK> 8회 11씬 향관청에서 머리 털며 고개 돌리던 윤희

 

재신, 생각을 떨쳐 버리듯 고개 흔든다.

선준도 선준 나름대로 복잡하다.

 

FLASH BACK> 7회 81씬 차갑게 선준 뿌리치며 무슨 상관이오.

 

선준과 재신, 두 사람 동시에 휙 고개 돌려 윤희 자리 본다. 여전히 비어 있는 윤희자리.

그리고 선준과 재신 마주 보는 시선. 머쓱한 듯 헛기침하는 선준과 배게 탕탕!! 괴는 재신.

다시 등 돌리고 눕는 두 사람.

 

 

25. 중이방 앞 (밤)

 

댓돌 위에 올라와 있는 두 개의 신발. 재신과 선준의 신발.

그 앞에서 긴장되는 듯 올라설까 말까 망설이는 윤희. 하는 수 없다.

심호흡 두 번 깊게 하는 윤희. 결심한 듯 댓돌 위로 올라선다.

그때.. 저 앞에서 빼꼼 열리는 용하방, 용하 회심의 미소를 짓는다.

 

 

26. 중이방 (밤)

 

삐죽 문을 열고 살짝 방 안에 들어오는 윤희.

이부자리에 누운 선준과 재신은 벽을 향해 등 돌린 채 여전히 뜬눈이다.

살금살금 걸어와 옷가지를 제 사물함에 내려 놓는 윤희. 선준과 재신을 돌아본다.

윤희 시선에 자는 척 하는 재신.

윤희.. 얼른 이불속으로 쏘옥 들어간다.

재신 저도 모르게 딸꾹질이 나온다. 얼른 손으로 입을 틀어막는 재신.

윤희, 양쪽의 선준과 재신을 살피듯 본다. 두 사람 다.. 아무 일도 없이 잠든 듯 보인다.

여전히 불안한듯 윤희 이불을 눈 아래까지 끌어 올린다.

긴 침묵과 긴장의 밤. 서로 다른 생각으로 복잡한 세 사람의 그야말로 동상이몽의 밤이다.

윤희의 눈꺼풀이 스르르 감기기 시작한다.

재신 딸꾹질은 계속 되고 숨을 꾸욱 참는 재신.

그러나... 도무지 안 되겠다 싶은 재신, 이불을 박차고 문 밖으로 나가 버린다.

선준, 그런 재신 돌아본다.

 

 

27. 중이방 앞 (밤)

 

밖으로 나온 재신..턱-.. 기둥에 손대고.. 가쁜 숨을 몰아 쉬는 재신.

 

용하E : 넌.. 봤어.

 

그 소리에 재신 뒤돌아보면..

벽면에 기대어 서 있는 용하. 아까부터..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용하 : (재신에게 다가 오며) 아까.. 향관청에서.. 그렇지?

재신 : (허걱!! 당혹스럽지만 감정 감추려 애쓴다)

 

 

28. 중이방 (밤)

 

여전히 벽만 보고 누운 선준. 윤희 돌아보지 않은 채로 말한다.

 

선준 : 지금껏 어디서 뭘 하다 이제야 들어 오는거요.

윤희 : ---

선준 : 게다가.. 안 하던 싸움도 했다 들었소. 대체 오늘 왜 그러는게요.

윤희 : --

선준 : (대꾸 없자 기분 한층 더 나쁘다) 점호 불참에 싸움질까지.. 그새 걸오 사형을 닮기라도 했소?

 

하고 돌아보는 선준, 그 시선에 윤희, 이불을 차 내버린 채 곤하게 잠들어 있다.

어이 없는 선준인데 윤희의 아픈 손이 들어온다.

선준 안쓰러운 듯 윤희 이불을 여며준다.

달빛에 윤희 얼굴 반듯한 이마와 오똑한 콧날, 야무진 입매... 선준의 눈길이 간다.

 

용하E : 김윤식, 계집이지?

 

 

29. 중이방 앞 (밤)

 

당혹스러운 재신 앞으로 바짝 다가온 용하.

 

재신 : 미..미친놈..그게 무슨 말이냐?

용하 : 귀신을 속여라. 나, 구용하야.

재신 : (속마음을 들킬까봐.. 용하 시선 외면하는데)

용하 : 계집이라면 분냄새만 맡고도 속곳 색깔을 맞추는 여림 구용하.. 그리고 자네 십년지기 구용하!!

재신 : 자앙하다. 그래서 뭐!!

용하 : 딸꾹질.

재신 : (헉!! 들켰다)

용하 : 넌 계집이랑은 도저히 한방에 있을 수가 없어서 도망친거야.

재신 : --

용하 : 그렇다면 저 방에 있는 누군가는 분명 계집이란 얘긴데-- 이선준은 우리랑 같이 있었고... 그럼 답은 하나. 대물 김윤식.

재신 : (용하 얼굴 손바닥으로 스윽 밀며, 한심하다는 듯) 자라!! 자!!

용하 : (윽)

재신 : 눈 뜨고 잠꼬대 하는거. (용하 보며) 그거 자꾸 하면 습관 된다.

 

용하 보라는 듯 하품 늘어지게 하며 방으로 돌아서는 재신.

 

용하 : 두고 보면 알겠지.. 계집이랑 한방에서... 얼마나 버티는지.

 

뒤돌아 선.. 재신.. 윽.. 저 자식.. 싶은 얼굴.

 

 

30. 중이방 (밤)

 

들어와 문을 등지고 선 재신. 바깥의 여유로운 표정은 간데 없고 복장 터진다는 듯 주먹 부르르 떠는데.

그 앞에 윤희 얼굴. 이제 보니 완전한 여인의 얼굴이다.

어김없이 나오는 딸꾹질. 밖에 있는 용하가 들을까봐 얼른 입을 가리는 재신.

재신 그제야 제 벗은 가슴팍을 본다. 안되겠다. 사물함에 가 아무 옷이나 꺼내 마구잡이로 주워 입는 재신.

그때다. 툭 떨어지는 손수건. 낯선 물건이다.

의아한 듯 줍는 재신. 그때 불현듯 스쳐가는 생각.

 

FLASH BACK> 1회 52씬 보은.. 손수건을 내밀던 윤희.

 

손수건을 쥔 재신, 놀란 듯 윤희 돌아본다. 이 쬐그만 녀석이 대체 무슨 사연을 가진걸까.. 아득해진다.

곤하게 자는 윤희 얼굴 그 위로.

 

용하E : (벼르는) 김윤식.. 용케도 빠져 나갔겠다--?

 

 

31. 용하방 (밤)

 

뒤척이는 용하.

 

용하 : (괘씸한) 계집의 몸으로 성균관에 들어와.. 감히.. 군왕을 능멸하고 국법을 기망해? (쿨하게) 뭐.. 그럴수도 있지.

         (벌떡 일어나 앉으며) 허나.. 이 여림 구용하를 속여 넘겨 보시겠다 그건.. 내 자존심이 허락을 안 한단 말이지. 암!!

         (휙 옆방 째려보며) 걸오 그 자식만 아니었어도.. 내 오늘 끝장을 보는건데..

 

 

32. 중이방 (밤)

 

위 아래.. 옷을 다 겹겹이 껴 입고 이불까지 둘둘만 채 입에는 손수건을 꾸욱 물고 딸꾹질을 참고 있는 재신.

 

FLASH BASK>

3회 33씬 홍벽서인 재신을 모른척 해주는 윤희.

5회 40씬 넌 음풍농월 할 시간에.. 난 그랬다.

6회 25씬 사형, 고맙습니다. 까딱까딱 하는 윤희.

7회 66씬 피가 나도록 시위를 놓질 않던 윤희.

 

김윤식. 대체 뭐하는 놈이야.. 싶은 듯 휙 돌아보는 재신.

눈 앞에 펼쳐진 광경에 너무 놀란 나머지 입에 물었던 수건이 뚝 떨어진다.

윤희 마구 굴러가 선준 옆에 딱 붙어서 자고 있는 모습이다.

재신 기막힌 얼굴이다.

 

 

33. 청재마당 (밤에서 아침으로)

 

고요히 잠든 청재 마당의 밤하늘이.. 차츰차츰 밝아온다.

E 북소리 둥둥-

북을 치고 있는 복동이.

 

복동 : (큰 소리) 기침 기침.. 일어나십시오.

 

 

34. 중이방 (아침)

 

E 북소리

눈을 뜨는 선준, 뭔가 마뜩찮은 표정으로 아래 내려다 본다.

깜짝 놀라는 선준. 선준 가슴팍에 꼭 붙어 잠들어 있는 사람은... 이불을 돌돌 말고 잠든.. 재신이다!!

선준 의아한 듯 일어나 보면 윤희는 저 방구석 끝에 붙어 잠들어 있다.

 

선준 : (손가락으로 재신 쿡 찌르며 조심스럽게 깨우듯) 사형.. 사형.

재신 : (화들짝 놀라 벌떡 일어나며) 꺼져!

 

그 소리에 놀라 눈을 뜨는 윤희, 부스럭 일어난다. 어색하게 앉아 있는 선준 재신 보며.. 자리가 바뀐 걸 안다.

 

윤희 : 사형.. 왜..거기 계십니까?

 

재신 그제야.. 선준에게서 훅 떨어져 나오고 윤희는 그런 재신의 행동이 어쩐지 의아하다.

 

윤희 : 왠일이십니까. 안 입던 ..옷이랑.. 이불이랑.. (살피듯 다가서는)

재신 : (저도 모르게 버럭) 저리 안 가?

윤희 : 사형.... (재신이 아무래도 이상하다.. 어쩐지 불안해지는데)

재신 : (그런 윤희 느끼고) 하.. 학질.. 아무래도 학질에 걸린.. 모양이다.

윤희 : (걱정스러운 듯 다가서며) 학질..이요?

재신 : (애써 태연한 척) 그..그래..그러니.. 가까이 오지 말란 말이다.

 

선준, 학질이란 말에 옮은 건 아닌지 걱정스럽지만 체면상 티도 못 내고 고개 돌려 흠.. 헛기침 하고.. 슬쩍 제 이마를 짚어본다.

 

 

35. 화장실 (아침)

 

들어서는 용하와 윤희 딱 맞닥뜨린다.

윤희 당황하지만 애써 태연한척 들어서고, 용하는 잘 만났다 싶은 표정.

(화장실-- 한칸씩 문을 열고 들어가면 다리와 머리는 보이는)

한 칸씩 들어가 서 있는 용하와 윤희.

 

용하 : (윤희 떠보듯) 간밤에... 목욕은.. 잘 하구?

윤희 : (너스레) 웬걸요.. 사형 덕분에 무진장 고생 좀 했죠.

용하 : (짐짓 놀라듯) 아니 왜? 향관청에서.. 무슨 일이라도 있었나?

윤희 : 향관청 근처엔.. 가지도 못했습니다.

용하 : (윤희 보며, 의혹..) 안 갔다구? 향관청에? 왜?

윤희 : 처녀 귀신 얘길 듣고 나니 갈 수가 있어야죠. 그 계집 말입니다.. 사내가 들어오길 오매불망 기다리고 있을텐데...

         (바지춤 여는 듯 보이는 동작) 제가 또 보통 사내도 아닌..

용하 : ---

윤희 : (용하보며 싱긋) 대물 아닙니까. 대.물

용하 : (갸웃... 사실일까 아닐까 하는데)

윤희 : 해서.. 사형께 등목이나 함께 하자 찾아 헤맸는데. 안.. 계시더군요.

용하 : (허흠.. 헛기침)

윤희 : 사형도 향관청 가까인 절대 가지 마십시오. (용하 보며) 또 압니까? 버림 받은 계집의 한 하면..

         (싱긋 웃는) 사형도 만만치 않을테니까요.

용하 : 뭐..뭐?

 

윤희 여유 만만하게 나가면 바지춤을 잡고 달려 나오는 용하. 윤희 옆에 다가와 서며.

 

용하 : 정말.. 향관청에 가지 않았나? 어제 분명... 향관청에서 불빛을 봤다구.. (하는데)

윤희 : (빤히 보며) 간밤에.. 향관청에 가셨습니까?

용하 : (헉!!.. 입 다무는데)

윤희 : 거 보십쇼.. (용하에게 스윽 다가와 은밀히) 그 불빛.. 처녀 귀신이 사형을 불러 들인게 분명합니다. (용하 등 토닥토닥)

         그러니.. 이제라도 좀.. 착하게 사십쇼..

 

윤희, 가다가 슬몃 용하 보면.. 용하, 이게 어떻게 된 사실인지.. 혼란스러워 보인다.

윤희.. 고소한 듯 미소 짓는다.

 

 

36. 청재마당 (아침)

 

청재의 문들이 일제히 좌라라락 열리면서 갓 도포, 평복 차림의 유생들. 작은 봇짐들을 들고 일제히 쏟아져 나온다.

해원 우탁 도현, 설레는 얼굴들.

그 앞에 유창익과 고장복에게 외출계를 쓰고 있는 분위기다.

 

유창익E : 오늘은 매달 8일과 23일에 있는 귀가 날이다. 모든 유생들은 본가로 돌아가 있는 동안

              사냥이나 낚시, 노름 잡기를 즐겨 유생의 품위를 떨어뜨려선 안되며

 

 

37. 유생들 청재방 여럿 (아침)

 

청재 사물함 앞에 서 있는 성균관 유생들 여러명.

유창익, 눈짓하면 고장복, 함춘호 사물함을 뒤져서 금지품목들을 귀신 같이 찾아낸다.

배게 속에 숨겨진 흑백 바둑알. 이불 호청 속에 숨겨진 각종 춘화집 대나무 옷걸이에 다닥다닥 붙어 있는 투전패.

먹물통에 들어 있는 술, 맛보는 고장복. 붓대롱 속에서 나오는 육포. 육포 씹으며 웃는 함춘호.

 

유창익E : 성균관으로 복귀할 때는 사가의 금품이나 사치품.. 그리고 반입이 금지된 각종 물품들을 가지고 들어오지 않도록

              주의하기 바란다..

 

 

38. 존경각 (아침)

 

봇짐을 짊어진 남명식과 소론 유생1,2 가 책들을 고르고 있다. 그 위로

 

유창익E : 또한 귀관 뒤에 있을 전하의 순두전강을 준비하기 위해 학업에도 열중해주기 바란다.

 

 

39. 청재마당 (아침)

 

봉투를 받는 손, 윤희다.

유생들에게 용돈 주머니를 나눠주는 유창익과 고장복 함춘호, 꾸벅 인사하는 윤희. 환해진다.

 

유창익E : 마지막으로 오늘 지급되는 용돈은 백성의 고혈이니 함부로 낭비하는 일이 없도록!! 이상.

 

윤희, 뿌듯한 듯 용돈 주머니를 품에 안는 윤희. 저도 모르게 자꾸만 입이 벌어지고 헤실헤실 웃음이 난다.

 

도현 : 어이, 대물 솔직히 말해 봐라. 집에 가는게 좋은거냐? (용돈 주머니 흔들며) 이.. 돈이 좋은거냐?

해원 : 말해 뭐해? 집구석에 가봐야 처 자식이 있는 것도 아닌데.. 돈이 좋지.

우탁 : 공자께선 (하는데)

도현 : (돈 주머니 우탁 입에 확 물린다)

윤희 : 전--

도현/우탁/해원 : --

윤희 : 이 돈을 들고, 집에 가는게... 너무 좋습니다.

 

에라이..우탁 해원 도현 사내애들 다루듯 윤희 때리고 그들과 호탕하게 웃어제끼는 윤희다..

그런 윤희를 한켠에서 지켜 보고 있는 재신.

 

재신 : (혼잣말, 의혹..) 뭐 하는 물건이야.. 저거.

 

재신 돌아서면, 다급히 와 서는 용하. 이 자식 또 시작인가 싶은 표정의 재신.

 

용하 : 말 해!! 어제 향관청에 정말, 진짜로, 단연코!! 아무도 없었어?

재신 : (모른 척 가려는데)

용하 : (다급해져) 말 하라구!! 이 자식아.

재신 : 왜 이래 아침부터.. 귀신이라도 본 사람처럼 얼굴은 허얘져서.

용하 : (헉!!, 정말 귀신이란 말인가? 잡았던 재신 소매 놓친다)

 

 

40. 정록청 (아침)

 

청재 압수품을 품에 안고 들어오는 유창익 졸졸 따라다니며 들어오는 대사성.

 

대사성 : 난 말입니다. 이렇게 생각합니다. 유박사.

유창익 : (청재 압수품 서탁 위에 내려놓는)

대사성 : 유생들이 본가에서 가져 오고 싶은게 있다면... 그게 제 아무리 값진 물건이라고 해서

            우리가 꼭 금지까지 해야 하느냐, 뭐 이런

유창익 : (속이 다 들여다 보인다는 듯 돌아보면)

대사성 : (움찔) 아니 내 말은 -- (둘러대려 긁적이며) 그러니까 유생들이 집에서 청자화병을 하나 가져왔다 칩시다.

유창익 : 그래서요?

대사성 : 그걸 볼 때마다 부모님을 떠올리며 그리움을 달래다가 부모님처럼 즈이들을 돌봐주는 우리 학관들에게

            솟구치는 감사의 마음을 주체 하지 못하고.. 받아 주십사 건넬 수도 있고...

            그럼 난 또 그걸.. 내 어버이이신.. 전하께 (하다가 유창익보면)

 

유창익, 매서운 눈매에 대사성.. 옆에 뒤돌아 있는 정약용에게 응원을 구하듯 툭툭 치며..

 

대사성 : 내 말이.. 틀렸습니까? 정박사는 내 심정 알겝니다.

 

그러자 돌아서는 정약용, 눈에는 작은 구식 쌍안경 낀 채다. (전당포 안경처럼 눈에 낄 수 있는 모양)

허걱.. 놀라서 뒤로 주저 앉아 버리는 대사성.

 

대사성 : 저저.. . 그 해괴한 꼴은 또 뭔가.

정약용 : (벗으며) 이런.. 놀라셨습니까? 돌아올 순두전강에.. 전하께 드릴까 해서 만들고 있습니다--

대사성 : (쌍안경 눈에 대며) 뭡니까..이게.

 

INST/ 쌍안경 안으로 가깝게 확 다가오는 정약용.

 

정약용 : 멀리서도 부정행위를 하는 유생들을 잡아낼 수 있는.. 일종의 천리안입니다.

대사성 : 키야~ 역시 정박산 나보다 한수 위라니까.. 조만간 있을 인사이동에 벌써 약을 치시겠다..? (은밀히) 비싼거요?

유창익 : 혹.. 알고 있소? 이번 순두전강에서.. 전하께옵서 내실 문제 말이오.

정약용 : 그 낮도깨비 같은 양반 하시는 일을.. 누군들 짐작이나 하겠습니까.

 

 

41. 규장각 (낮)

 

서탁 위에 올려 놓는 나무로 만든 칠교 조각들.. 조각들로 모양을 만드는 손. 안경을 낀 정조다.

 

채제공 : (의아한 듯) 전하.. 이는---?..

정조 : 문젭니다.

채제공 : (다소 놀란) 예?

정조 : (웃으며) 놀라지 마세요. 문제를 풀 사람들은 따로 있습니다.

채제공 : --

정조 : (계속 만들고 있다) 이번 성균관 순두전강에 과인이 내릴-- 문젭니다.

채제공 : (신기한 물건인 듯 칠교 보는데)

정조 : 이번에 과인의 시험을 통과하는 자라면.. 설령 그것이 노론의 아들 이선준이라 해도...

         경들은... 과인의 뜻을 말릴 수 없을 겝니다.

 

 

42. 성균관 일각 (낮)

 

선준, 뒷 춤에 뭔가를 감추고 누군가 기다리고 있는 듯 보인다.

그때 선준 시선에 환한 얼굴로 집으로 향하는 윤희가 들어온다.

선준 반갑지만 애써 태연한척 그런 윤희 곁으로 다가간다.

 

선준 : (짐짓 차갑게) 성균관 유생이 돼서도 달라진 건 하나도 없군.

윤희 : (뭐야, 보면)

선준 : 돈 봉투에 정신이 팔려 정작 중요한 건 셈하지 못하는 건 여전해.

윤희 : 난 거기랑 할 말 없-- (하는데)

 

선준, 성균관 약첩 (일반 약첩이랑 달리 성균관 써 있거나-- 약첩 종이 색깔이 다르면 좋겠습니다)을 내민다.

윤희 보면..

 

선준 : (따뜻한) 아픈 동생이 있다 하질 않았소?

 

받으라는 듯 약첩을 건네는 선준.. 그런 선준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윤희..

 

윤희 : (받으며.. 좋지만 감정을 감추려 퉁명스러운) 뭘.. 그런걸 다.. 기억.. 하고 있소? 뭐.. 이왕 가져온거니.. 내 가져는 가겠소.

 

돌아서 가는 윤희 그런 선준이 고맙다. 윤희 얼굴에 피는 엷은 미소.

 

하인수E : 이런.. 내가 한발 늦었군.

 

윤희 선준, 앞에 나오는 하인수, 임병춘 설고봉 강무.. 손에 든 약첩 봉투와 음식 보따리들.

 

하인수 : 받아라, 김윤식.

 

설고봉, 임병춘, 음식 보따리와 약첩을 윤희 앞에 가져 온다.

여전히 코에 솜 뭉치를 넣고 있는 임병춘. 윤희를 야린다.

 

윤희 : 왠..겁니까? 장의.

하인수 : (비웃듯이 보면서) 내 ... 선물.

 

윤희, 그런 하인수 의아한 듯 선준 돌아보고.. 선준도 하인수 보는데

그때.. 하나둘.. 집에 돌아가는 길로 내려오고 있는 유생들. 용하와 재신도 보인다.

 

하인수 : 생각을 좀 했다. 우리가 이 성균관을 비우고 나면.. 식당에 남는 반찬들은 어차피 다 쉬어 터져 버리겠지.

윤희 : ---

하인수 : 그럼 저 반촌에 내다 버려 소여물이나 되고 말텐데...

윤희 : (무슨 뜻인지 보고)

하인수 : 김윤식.. 너도 자알 알다시피.. 이는 다 백성의 혈세가 아니냐. 백성의 혈세를 소, 돼지의 여물로 버릴 수는 없지.

            (선준 보며) 언젠가 출사하여 관원이 될... 우리들이 말이다.

선준 : 그게 무슨 뜻입니까.

하인수 : (씨익 웃으며) 급하긴-- 그래서.. 내 생각을 좀 했단 말이지. 이 남은 반찬을 처리하기에 가장 어울리는 놈이 누굴까--

 

윤희 보고 싱긋 웃는 하인수.

어느새 주위를 뱅 둘러선 유생들. 수군 수군대는 우탁 해원 도현..

그리고 굳은 얼굴의 재신, 용하.

윤희, 유생들의 시선을 느끼며.. 차츰차츰 굳어진다.

 

하인수 : 찢어지게 가난해서 살림에 보탬이 될 것.. 뭣보다 없는 주제에 자존심이니 뭐니 피곤하게 굴지 않을만큼은--- 영리할 것!!

            그게...너였다.. 김윤식..

윤희 : (주먹 꽉 움켜쥐는데)

선준 : (윤희와 하인수 앞으로 나서며 싸늘한) 이는 김윤식을 돕는 게 아닙니다.

하인수 : (선준에게) 왜?? 너는 되고.. 나는 왜.. 안 된다는 거냐?

선준 : (그런 의도는 아니었지만 딱히 반박할 수 없어.. 말문이 막힌다)

윤희 : (손에 들린 선준의 약첩을 내려다보는 기분.. 참담해진다)

하인수 : (윤희에게) 대사례 장원을 하면 성균관 유생으로 인정해달라고 했나? 이게 내 대답이다.

            성균관 유생이 이만한 호산 누려야지.. (유생들 둘러보며) 안 그런가..

 

임병춘 설고봉.. 와하하하 웃고.. 노론파 유생들..키득거린다.

그 유생들 제치며 나와 하인수 멱살 잡는 재신.

 

재신 : 그 입.. 닥치지 못해?

임병춘 : (이죽) 오호라.. 이선준에 문재신까지.. 김윤식 근위대 총출동이군.

설고봉 : 탕평접이라나... 뭐라나.. 키득키득..

윤희 : (울컥 치밀어 오르지만 재신에게) 전 괜찮습니다. 사형. 그만 하십시오.

 

재신, 윤희 보면.. 차갑게 굳은 얼굴이다.

재신, 그 얼굴에 마음이 쓰이는데 그런 재신의 손목을 와락 떼어내는 강무.

 

윤희 : (하인수에게 꾸벅 인사한다) 고맙습니다. 장의. (물건들 집어든다)

 

재신, 선준 의외다 싶어 윤희 본다.

유생들은 웅성웅성 수군대고.

 

재신 : 너!! 지금. 뭐래는거야?

윤희 : (보퉁이 든 손에 힘을 꽉 쥐는)

재신 : (윤희 쏘아보며) 당장 못 내려놔?

윤희 : (지지 않는 눈빛, 흔들리는..젖어오는) 싫습니다. 저.. 가져 갈겁니다.

재신 : --

선준 : --

하인수 : (피식.. 어쩔 수 없는 놈이군 싶어 보는데)

윤희 : 저희 집에.. 큰 보탬이 될 것입니다. (똑바로 보며) 고맙습니다.

 

유생들.. 수군거리는데 윤희 음식 보따리와 약첩 들고 돌아서 간다.

어떻게든 이 자리를 빨리 벗어나고 싶은 생각 뿐이다.

따라 가 와락 윤희를 돌려 세우는 선준. 윤희 눈가에 눈물.

선준, 당혹스럽다. 아무 말도 하지 못하는 선준. 윤희, 그대로 돌아서 간다.

눈물을 꾹 참으며 걸어가는 윤희.

 

하인수 : 이봐, 문재신, 이선준!!

재신/선준 : (보면)

하인수 : 당색을 떠나 하나가 되겠다.. 했나?

재신/선준 : (본다)

하인수 : 너흰.. 김윤식 따위와 하나가 될 수 없다. (재신과 선준 쪽으로 한 발 더 다가오며) 노론이든 소론이든...

            태어나 단 한 번도 끼니 걱정 같은 건 해본 적 없는.. 고관대작의 귀한 아드님이니까~~

 

재신, 이게 진짜 싶어 주먹을 들면 그 앞을 막아서는 강무.

 

하인수 : (피식 비웃듯) 앞으론 잘 좀 지내보는 게 어떤가. 비슷한 출신끼리. (유들유들 바라본다)

재신 : (분노에 차 하인수 보다가) 그 입 좀 닫어라!! 냄새 난다.

 

재신, 강무 와락 밀치고 윤희 간 쪽으로 따라간다. 선준 복잡해진다.

 

 

43. 반촌 일각 (낮)

 

윤희 양 손에 약 첩과 음식보퉁이를 들고 힘 없이 걷고 있다.

저 멀리서.. 그런 윤희 뒤를 따라 나오는 재신.. 부르려다가.. 그만 둔다..

그 대신.. 천천히.. 윤희 뒤를 따라가는 재신.

윤희는 그런 재신을 알지 못한다.

 

 

44. 선준 집/ 마당 (낮)

 

주욱 늘어선 난 화분 큰 화분에 축 생신, 생신을 경하 드립니다. 팻말과 리본들이 달려 있다.

선준 그런 화분들을 의아하게 보며 들어서는데 순돌이 달려 나온다.

 

순돌이 : 되련님~~ 이제 오셔라?

선준 : (화분을 보며) 왠 화분들이냐.

순돌이 : 아따 자식 키워봐야 순 헛거네 헛거여. 오늘이 뭔 날인지 모르쇼?

선준 : 아버님 생신인 걸 모르는 게 아니다.

순돌이 : (꿈벅꿈벅) 근디요.

선준 : 들어온 난이며 화분을 돌려 보내시지 않은건... 오늘이 처음이라 하는 말이다.

선준모E : 그러게나 말이다.

 

선준, 돌아보면 곱게 늙은 중년 부인 선준 모 나온다.

부엌에서 막 나온 듯 행주치마에 소매를 걷어부친 채, 손을 닦으며.. 간소하게 살아온 양반네 부인의 차림.

 

선준모 : 네 아버님도 나이 드시나보다. 글쎄.... 저녁땐 하례객들도 청하셨다지 뭐냐.. 저녁 상 준비에 이 에미만 동동 걸음이다..

선준 : (의아하다) 아버님께서요?

선준모 : (선준 양팔 잡고.. 흐뭇한) 어디 보자.. 우리 아드님. (보기만 해도 배부른) 뉘댁 도련님인지.. 참 잘도 생기셨지.

선준 : (머쓱하게 웃으며) 아버님은. 어디 계십니까---

 

 

45. 선준 집 / 사랑 (낮)

 

바둑판을 앞에 두고 기보를 보며 바둑돌을 놓고 있는 이정무.

 

순돌E : 대감마님.. 되련님 오셨어라..

 

보지도 않고 바둑돌만 두는 이정무.

 

순돌 : 되련님 (하는데)

이정무 : (여전히 보지 않고) 안다. 기다리고 있질 않느냐.

 

맞은편 바둑판 앞으로 흑색 돌 밀어놔주는 이정무.

선준, 그런 아버지 모습에 엷은 미소.

이정무는 말없이 바둑 돌만 올려 놓고. dis

시간경과

바둑판은 조금 더 진전된 상태.

 

선준 : 생신연을 하신다기에.. 조금 놀랐습니다. 전에 없던 일이라..

이정무 : 연은 무슨.. 지난해 담근 과실주가 잘 익었길래 나누려는게다.

선준 : (돌.. 놓는다)

이정무 : (바둑돌 놓으며) 활을 내는 솜씨가 제법 많이 늘었더구나.

선준 : 아버님을 따르기엔 아직 부족합니다.

이정무 : (바둑돌 고르며) 탕평접이라--, 금상께서 무척이나 흡족해 하는 걸로 보였다.

선준 : (바둑돌 놓다가..주춤 굳어져 본다)

이정무 : 잘 했다.

선준 : (뜻 밖이다)

이정무 : (여유) 아직은 금상을 적으로 돌려 네게 좋을 것이 없지.

선준 : 언젠가는... 전하와 적이 되어야한단 말씀이십니까.

이정무 : (부드럽지만..아들을 꿰뚫는 눈빛으로 건네다 보며) 두려우냐-

선준 : 그 길이 그릇된 길일까.. 그것이 두렵습니다.

이정무 : (엄한) 이 나라 조선은, 사대부의 나라다.

선준 : (보면)

이정무 : 임진년과 병자년 두 번의 전란 속에서 이 나라 왕조가 한일이라곤 백성을 버리고 몽진을 가거나 오랑캐 앞에 엎드린 일뿐.

선준 : --

이정무 : 그때마다 백성들을 일으키고 사직을 지킨건 우리 사대부였다.

선준 : ---

이정무 : 그런 사대부를 붕당의 무리라 단죄하고 모든 권력은 군왕이 갖겠다는 것이 탕평책의 실체다.

선준 : --

이정무 : 아빈, 니가 그런 허울 좋은 명분에 현혹될 얼치기는 아니라 믿는다. 허나--

선준 : (본다)

이정무 : 세상의 오해를 살만한 행동은 하지 않는 게 좋겠지.

선준 : 세상의... 오해라 하셨습니까.

이정무 : 근본 모를 남인아이나 소론출신과 동방생이라 어울리는 일 말이다.

선준 : (공손하나 심지 곧은) 제겐.. 그런 동방생이 없습니다. 아버님.

이정무 : (본다)

선준 : 가난하지만 배움을 게을리 하지 않고 제 자존심 보다는 가족을 먼저 생각하는 상유 김윤식..

         그리고 의를 행함에 언제나 주저함이 없는 상유 문재신.. 소자 그들에게 더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이정무 : (보다) 아비의 명이다. 긴 말.. 필요하더냐--

 

이정무의 위엄어린 눈빛.. 감히 반항할 수 없는 눈빛이다.

 

 

46. 반촌 장터 (낮)

 

등짐을 이고 지고 분주하게 오가는 사람들.

약첩과 보따리를 든 윤희가 인파 속을 헤치며 걷다가 발걸음을 멈춘다.

김이 모락 모락 뜨겁게 올라오는 떡집 앞.

 

 

47. 떡집 앞 (낮)

 

도마 위에 찰떡이 올라오고 송송송 썰려 나간다.

함지박으로 또르르 굴러가는 찰떡들. 노란 콩고물이 범벅되어 먹음직스러워 보인다.

종이에 둘둘 말아주면 윤희 용돈 주머니에서 엽전을 꺼내 셈하고.

윤희가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기름 솥에선 타래과 여러개가 두둥 떠오르며 맛깔나게 튀겨지고 있다.

엿에 굴려지는 타래과.. 바라보는 윤희 얼굴이 조금씩 환해지고 있다.

떡과 타래과 봉지를 들고 돌아 서는 윤희 앞에 걸인 남매가 손가락을 빨며 윤희 보고 서 있다.

지나쳐 가던 윤희 다시 돌아와 남매에게 떡 하나씩 쥐어준다.

좀 큰 누이는 고개 숙여 인사하는데 얼른 입에 쏙 넣는 남동생. 누이 떡을 보고 있다.

한입 베어문 누이가 남동생에게 건네자 윤희. 봉지에서 몇 개 더 꺼내 누이 손에 쥐어 주곤.. 머리 쓰다듬어주고 간다.

 

 

48. 반촌장터 일각 (낮)

 

전과 전 사이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재신. 그런 윤희를 보고 있다. 들키지 않게..

윤희가 멈춰서면.. 저도 멈춰서 물건 구경하는 척-- 조심스레.. 윤희를 따라가고 있다.

 

 

49. 장신구 전 (낮)

 

나무비녀부터 은비녀, 옥비녀에 각종 머리 꽂이에 참빗에 손거울에 각종 금은 칠보 가락지 팔찌 등등

당시 여인네들의 치장을 위한 모든 것이 좌악 펼쳐진 가게.

그 중 소박해 보이는 은비녀 하나를 골라드는 손, 윤희다.

이리 저리 살펴보던 윤희 시선에 윤희 또래의 처자들 서넛, 반지도 껴보고 댕기도 대주고 까르르 웃고 있다.

 

주인 아낙 : (윤희 손에 들린 은비녀 보고) 서푼이오.

 

윤희, 주인 아낙 소리도 못 듣고 그네들을 보고 있다가..

저도 모르게 시선이 가는 금장과 자수가 화려한 댕기 하나.. 만지작 만지작 거린다.

 

주인 아낙 : 어쩜 그리 여인네 마음을 잘 아슈? 그건 닷 푼.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댕기를 보고 있는 윤희.

 

 

50. 건어물 전 (낮)

 

조금 떨어진 건어물 전에서 건어물 보는 척 윤희를 보는 재신.

아무리 사내인척을 해봐야.. 대물녀석도 계집은 계집인가 보다..

 

 

51. 장신구전 (낮)

 

막 사려는 듯 댕기를 집는 윤희.

그때다, 또래의 처자들. 고개를 돌리면 효은, 정현, 미현이었다.

소스라치게 놀라는 윤희. 마치 도둑질이라도 하려던 것 처럼 댕기를 얼른 내려 놓는다.

 

윤희 : (주인 아낙에게 돈 건네) 예.옛소.

주인아낙 : (종이에 비녀 말아주며) 댕기도 하시지. 왜.

윤희 : (얼른 받아 보퉁이에 밀어느며) 됐소.

 

효은, 어디서 봤더라 윤희 살피듯 갸웃하면 갓을 눌러쓰는 윤희. 후다다닥 도망치듯 가게를 빠져 나온다.

 

 

52. 장터 거리 (낮)

 

빠른 걸음으로 걸어가는 윤희, 속마음을 들킨 듯 수치스럽다.

 

 

53. 장신구전 (낮)

 

다시 효은과 미현 정현은 물건 고르고.

재신 어슬렁 걸어와 윤희가 집었던 댕기 집어 드는데...

그때 걸려 있는 거울 속으로 저 뒤편에서 관군들이 슥 나왔다 사라지는게 보인다.

댕기 내려 놓는 재신. 표정 굳어져 나간다.

그 댕기 집는 효은.

 

효은 : (정현 미현 볼까봐 살짝쿵) 사내들 취향인가? (주인에게) 난 이거.

 

 

54. 장터 다른 일각 (낮)

 

빠른 걸음으로 걸어가는 재신, 싹 옆 골목으로 몸을 숨기면...

그 뒤를 따라오는 관군1. 재신이 숨은 것도 모르고 앞으로 달려가는데,

뒤에서 와락 관군1의 목을 잡아 골목으로 끌어들이는 재신.

 

재신 : 누구야? 이 따위 짓을 시킨게 누구냐구.

관군1 : --

재신 : (더 확 조이며) 말 못해?

관군1 : (켁켁 숨 막힌 채로) 벼..병판.

재신 : 병판이 왜 내 뒤를 밟아! 왜!!

관군1 : 나리가 아닙니다요.

재신 : (뭐?) 그럼.. 누구냐..

관군1 : --

재신 : 대답해라. 대답.

관군1 : 그.. 계집애 같이..곱상한 선비님..

 

놀랍고 불안해지는 재신.

 

 

55. 장터 거리 일각 (낮)

 

골목에서 나온 재신, 그러나 윤희는 이미 사라진 다음이다.

남부여대한 장터 사람들 중, 어디에도 윤희모습은 뵈지 않는다. 낭패다!!

 

재신 : (혼잣말, 답답하고 혼란스런) 김윤식.. 너 이 자식..대체 정체가 뭐냐..

 

 

56. 병판 집 사랑 (낮)

 

탕 책상 치는 손, 병판이다. 그 앞에 움찔하는 관군대장.

 

병판 : 뭐야? 그 계집애 같은 놈 하나 못 따라잡고.. 놓쳐?

관군대장 : 허나 김윤식 그 자는 분명 홍벽서가 아닙니다. 습사법도 그렇거니와 체구가 홍벽서와는 달라 보였습니다.

병판 : (긴히 할 말이 있다는 듯 손가락 까딱까딱)

관군대장 : (기대에 찬 다가가면)

병판 : (냅다 목덜미를 후려치는) 누가 너더러 그 따윌 분석하래? 잡으란 말이야 잡어!! 홍벽선지 청벽서인지 잡아 들이라구!!

하인수E : 저 왔습니다. 아버님.

 

병판, 보면 들어오는 하인수. 손에는 보자기로 싼 선물단지 들려있다.

병판 눈짓하면, 관군대장 하인수에게 예를 갖추고 나간다.

 

하인수 : (병판에게 선물단지 내밀며) 좌상대감댁 생신연에 가신다구요. 영암 도깁니다. (도자기)

병판 : (끌러보며) 그 깔끔떠는 인간이 무슨 바람이 분겐지 주연을 다 열구.

하인수 : 세를 보여 주겠다는 거 아닙니까.

병판 : (끌러 보다 말고 하인수 보며) 왜? 누구한테?

하인수 : 금상이 어린 유생들을 선동한다 해도.. 조선을 움직이는 이문은 전주 이씨 왕족이 아니다..

            (피식 웃는) 좌상의 진성 이문이다..

병판 : (그런가? 넌즈시) 유생 중에.. 김윤식이란 놈이 있던데.. 어떤 놈이냐.

하인수 : (보다가) 그를 하문하시는 연유를 먼저.. 알아야겠습니다. 아버님.

병판 : 거 자식 깐깐하게 굴기는.. 아 좀 넘어가. 그냥.

하인수 : 성균관에서.. 제가 모르는 일이 벌어져선... 안됩니다.

병판 : (아들이지만.. 눈치 보는) ...그 놈 애비에게.. 진 빚이 좀 있다. 됐냐.

하인수 : (믿지 못하지만) 그래서.. 아비의 빚을 놈이 대신 받아내겠다 할까봐.. 그를 걱정하십니까..

병판 : 뭐..비슷해.

하인수 : (비웃듯 피식 웃으며) 염려 마십시오. 그럴 주제가 못 되는 놈이니.

병판 : (보다가, 떠보듯..) 그럼 다행이다만... (속내를 감추고) 금상이 눈 여겨 보는 거 같든데? 동방생들과.. 거 뭐냐.. 탕평 어쩌구..

하인수 : (자르며. 단호한) 그것도 이젠 끝입니다.

병판 : --

하인수 : 이선준을.. 제 사람으로 만들 생각이니까요.

병판 : 어떻게?

하인수 : (의아한) 모르...셨습니까?... 효은이.

병판 : (전혀 모르는) 효은이? 우리 딸내미가 왜.

 

 

57. 반촌 다방 / 다방 수다박수 (낮)

 

빨간 주단 위 뒤집혀 있는 동물점 그림 카드들.. 카드를 골라 뽑는 손, 효은이다.

점괘를 기다리는 효은 호기심과 설렘으로 가득하다.

그 옆에 미현, 정현, 그리고 버들이도 궁금하긴 마찬가지.

천천히 카드를 뒤집는 손, 빨간 손톱에 반지를 주렁 주렁 낀, 그러 나 파란 핏줄이 두룩두룩 드러난 사내의 손.

치렁치렁 긴 머리를 귀 밑으로 밀어 넣는 요염한 자태의 박수무당.

그 한 켠에는 각종 점술 도구, 유리구슬. 산가지 통과 주역의 팔괘 표, 별자리 그림 등..

오늘날의 사주까페 같은 분위기가 연출된다.

점을 보는 박수무당은 손 동작 하나하나 우아하고 눈빛은 고혹적인 사내. 내리 깐 눈빛은 서늘하다. 뭔가 신비로운 이미지.

 

효은 : (기대에 부푼) 언제쯤 도련님께서 우리 집으로 매파를 보내실까?

박수 : 꿈 깨! 이년아, 그런 일 없으니까--

효은 : (벌떡 일어나며) 뭐? 뭐 이런게 다 있어? 내가 누군줄 알고..

버들이 : (효은에게 귀엣말) 참으세요 애기씨. 저 박수, 양기가 다 입으로 몰려서 욕을 하면 할수록 신빨 받는다니까요.

미현 : 그래, 우리 언니 십년불공으로 못낳은 아들. 저 박수가 점지했어.

효은 : (솔깃)

정현 : 우리 아버지 시앗 들이는거두 귀신같이 맞혔다니까.

효은 : (주춤 자리에 앉지만 새침하게) 그럼..어뜩해야 되는데..

 

 

58. 수다박수 다른 일각 (낮)

 

그 뒤 효은의 뒷자리에서 섬섬이 앵앵이를 끼고 차를 마시는 용하.

갓도포 용하 귀거리며 팔찌, 과하지는 않지만 충분히 화려한 치장.

효은의 모습에 고개 설레 설레..

그 양 옆에는 섬섬이 앵앵이 맞은 편에는 초선이가 책을 보며 우아하게 차를 마시고 있다.

 

용하 : 순진한거야, 멍청한거야.. 그림 패 몇 장으로 사람 마음을 바꿀 수 있다구 진짜 믿는건가?

섬섬 : 왜요... 얼마나 용한데요. 저이 때문에 문닫은 찻집이 한두개가 아니예요.

용하 : 그래?

앵앵 : 수다도 떨고 박수무당이 점도 봐주고.. 대박이죠?

용하 : (입간판 보며) 그래서 이 찻집 이름이.. 수다박수?

 

INST/ 간판.. 수다박수

 

용하 : 어디 그렇게 용하다면.. 나도 한 장 봐 볼까?

초선 : (용하 본다)

앵앵 : (의외다) 어머. 어머 도련님이요?

섬섬 : (조르듯) 그게 누군데요, 누구 마음을 바꿔 놓고 싶은건데요.

용하 : (무심하게) 나.. 내 마음.

섬섬 앵앵 : -

용하 : 여인네라는게 말야.. 다 좋은데 꼭 지루해진단 말이지. 따분해지지만 않으면 좋잖아. 매번 작업비용도 안 들테고. 안 그래?

초선 : (책장 덮으며) 언젠가 그런 인연을 만나면 꼭 소개시켜 주십시오. 그 대단한 여인네가 누군지... 궁금하니까요.

 

 

59. 다방 수다박수 / 효은 자리 (낮)

 

두근두근 지켜 보는 효은 그 앞에 곰카드 토끼 카드 여우 카드 뒤집혀 있고, 마지막 카드만 남았다.

 

박수 : 사내는 곰이야, 곰 이런 머저리 같은 놈.. 계집이 앞에서 알짱알짱 대도 그걸 모르네..

         눈은 가죽이 모자라서 찢어논 줄 아나.. 허..

효은 : 그래서 내가.. 안 보이신다는거야? (저도 모르게 차 오르는 눈물)

박수 : (마지막 카드 뒤집으며) 아따따.. 그림패는 어디서 이 따위로 골라 놓고 뭘 잘 했다고 울어, 울길- 뚝!!

효은 : (마지막 카드 보면 호랑이) 호랑이는 뭔데?

박수 : 호랑이가 아가릴 따악 벌리고 있는 위험천만한 운세라구 이년아.

효은 : 그럼-- 난 이제 어떻게 해야 되는데...(간절해서 나오는 존대)요?

 

박수, 카드 한 장 뽑아 뒤집으면 쑥갓과 마늘이 그려진 꽃 점패.

효은.. 보고 버들이도 긴장한 듯 본다.

 

박수 : 쑥과 마늘.. 계집이 되야지. 이 둔한 자식에게 니 년이 계집이다.. 확실하게 보여줘. 그럼 끝나!!

효은 : 계집인 걸 어떻게...요?

박수 : (효은 귀에 속삭속삭)

효은 : (벌떡 일어난다) 안해!! 못해!! 절대로 못해.

버들/정현/미현 : 뭐래는데.. 들어보기나 하자.

효은 : (째리며) 알 필요 없어.. 어차피 안 할꺼니까..

 

 

60. 세책방 (낮)

 

눈이 똥그래져 벌떡 일어나는 황가.

 

황가 : 안하긴!! 돈이면 뭐든지 다 하시는 양반 아니셨소?

윤희 : (겸연쩍고 미안한 표정으로) 연서 말고 다른 일 꺼릴 주게. 내.. 성균관으로 돌아가기 전에 다 해주고 갈테니..

황가 : 누구 죽는 꼴 보고 싶소? 그 댁 애기씨 성깔이 보통이 아닌데.

윤희 : 어쩌나 낸들... 안 써지는데!! (쭈뼛쭈뼛) 연서 같은 걸 써 본 적이 있나~. 받아본 적이 있나.

황가 : (윤희에게 들이대듯) 난들 뭐 하고 싶어 하는 줄 아시오?

         이문 (강조) 하나 안 남는 장살.. 그나마 선비님 사정 봐주느라 (하는데)

윤희 : (이상하다) 이문이 왜 안 남나? 연서 한통에 석냥씩이라 들은 것 같은데..

황가 : 어디 그게 한 푼이라도 내 주머니로 들어 오는지 아시오? (답답해서 저도 모르게 불쑥 튀어 나온) 죄 좌상댁 아드님한테

         가는 돈이니 내 답답해서 하는 말 아니오? 왜 기억 안 나시오? 성균관 입학할 때 드렸던 선금 50냥!!

윤희 : (굳어지며) 좌상댁 아들이라니.. 그게 무슨 말인가.

 

허걱!! 그제야 입을 막는 황가.

윤희, 싸해져 돌아 나간다. 제 입을 때리는 황가.

그 옆엔 덩그라니 남아 있는 윤희의 짐.

 

 

61. 반촌 장터 거리 일각 (낮)

 

있는 대로 열 받은 윤희 주먹에 힘을 꽉 준 채 씩씩 걸어오고 있다.

사람들이 부딪혀 가는 것도 피하지 않고.. 넋이 나간 것처럼 참담한 기분이다.

그때 길가 포목점에서 비단을 대어 보던 초선이 윤희를 봤다.

반가운 마음에 얼른 윤희에게 다가서지만 윤희는 그런 초선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 듯 지나쳐 간다.

초선, 윤희를 차마 아는 척 하지 못하고 그 뒷모습을 오래도록 보고 있는데.

그 옆에 다가와 서는 섬섬 앵앵, 용하.

 

섬섬 : 형님-

초선 : --

앵앵 : 안색이 왜 그래요? 귀신이라도 봤소?

용하 : (화들짝) 귀..귀신이라니.. 이 대명천지에.. 귀신은. (주위 살피는)

초선 : 그만... 모란각으로 돌아가야겠다.

섬섬 : 왜요.. 새 옷 한다 하지 않았수?

초선 : 곱고 화려한 새 옷을 입었는데- 그때도.. 날 돌아봐 주시지 않으면.. 그땐..

         (애써 덤덤하려 미소짓는) 내가 핑계댈 게 없어지잖니..

 

섬섬 앵앵.. 뭔 소리래? 어깨 으쓱하며 마주 보는데..

용하, 초선 보면, 초선의 시선이 아직도 인파 속에 사라져 가는 윤희의 뒷모습 보고 있다.

 

 

62. 선준 집 / 선준 방 (낮)

 

책을 읽고 있는 선준, 선준의 머릿속이 복잡하다.

 

FLASH BACK>

8회 42씬 선준 윤희에게 약첩을 내미는 모습,

하인수 선준에게 왜 넌 되고 난 안 돼지?

선준, 윤희 돌려 세울때.. 윤희 눈물진 얼굴.

 

책장을 넘기지 못하는 선준인데.

 

순돌E : (숨이 넘어가는) 되련님.. 되련님.. 손님이어라. 손님.

 

선준, 의아하다.

 

 

63. 선준 집 / 선준 방 앞 후원 (낮)

 

선준 마당에 내려와 서다 놀란 듯 멈칫한다. 그 앞에 갓도포 차림의 윤희 뒷모습.

선준 반가운 듯 달려가 돌려세운다.

 

선준 : 여기까진.. 어쩐 일이오?

 

하는데 돌아서는 건 갓끈을 묶지도 않고 도포를 채우지도 않은 걸치다만 갓 도포 차림의 효은.

 

효은 : (생긋) 도련님.

선준 : (깜짝 놀라 물러선다) 뜨.뜻 밖입니다.. (효은의 차림새 보며) 이런 차림으로..

효은 : (갓 도포 벗어 들며, 겸연쩍은듯) 제가.. 그래도 반가의 여식입니다. 사람들 눈도 있고...

         제겐 이 댁 문턱이 성균관 보다 더 높은걸요..

 

생긋 웃는 효은이. 선준.. 난감하다.

어른들 E 허허허.. 웃음 소리.

 

 

64. 선준 집 / 누마루 (낮)

 

잔칫상(개인 독상들)을 앞에 놓고 앉아 있는, 이정무 병판 채제공 문근수. 권커니 잣커니 즐거운 듯 웃고 있다.

 

이정무 : 전하께.. 전해 주시겠습니까? 전하께서 내려주신 술과 음식으로 (자리한 사람들 보며) 이 자리에 모인 모든 이가..

            넉넉히 마시고 흡족했다고 말입니다.

병판 : (톡 나서며).. 영상대감께서 보신대로... 얼마나 많은 이들이.. 좌상의 생신연에.. 와 축하드렸는지..

         하나도 남김 없이.. 전해 주셔야 합니다..

문근수 : (병판의 속내를 알기에.. 피식 웃는다)

채제공 : 난.. 그리 할 생각이 없소. 병판.

 

술잔을 막 입에 가져가던 이정무..굳어지고..

탕 술잔을 내려 놓는 병판, 싸아해 지는 좌중.

 

채제공 : 남의 말 좋아하는 호사가들은.. 아마 좌상의 이 잔치를 두고 말이 많을겝니다.

            전하께 좌상의 세를 보여주자는 자리가 될게다.. 구구한 말들 말입니다..

이정무 : (천천히 생각하면서 술잔 들이킨다)

채제공 : 그런 천박한 세상인심이나 전하는 것은 좌상대감을 흠집 내는 것과 같질 않겠습니까?

이정무 : (웃으며, 여유) 이런, 영상께선 전하께서 그런 세상의 추문에 흔들리 실 분이라.. 그리 여기고 계십니까.

채제공 : (굳어진다)

이정무 : 전하께선 그 누구보다 잘 알고 계십니다. 이 나라 조선을 향한 이 사람의 충심을요..

 

웃으며 술잔 드는 이정무.

 

 

65. 선준 집 / 선준 방 앞 후원 (낮)

 

마주 서 있는 선준과 효은. 효은이 벗어 놓은 갓도포는 마루 한켠 놓여 있다.

 

선준 : 더 이상.. 이런 식은 곤란합니다.

효은 : (선준의 얘기엔 관심도 없고 다른 생각이 있는 듯, 선준의 얼굴만 빤히 바라본다)

선준 : 이렇게 불쑥불쑥 아무 때나 찾아오시는 건 남녀유별의 법도에도 어긋나거니와 저에 대한 예의도 아닙니다.

효은 : (천천히 선준에게 더 가까이 다가오는, 입을 맞추려는 듯)

선준 : 앞으론 전할 말씀이 있으시면 가복들을 통해 서찰을 (하는데)

 

효은, 입 맞추려는 듯 두손으로 선준의 목덜미를 잡는데.

그때다. 선준, 효은의 손을 잡아챈다. 놀라는 효은.

선준, 그 손 보면 반쯤 나와 있는 종이쪽. 선준, 종이쪽 빼려는데 놓지 않으려는 효은.

때문에 찢겨 나가 버리고 마는 효은의 부적.

 

효은 : 어뜩해.. 딱 1각이면.. 일각만 도련님께서 지니고 계시면 된다고--

선준 : (자르며) 혹.. (효은 똑바로 보는) 제게.. 마음이 있으십니까-

효은 : (헉!!)

선준 : (차갑게) 그렇다면 그만 두십시오. 저는 이따위 부적으로 사람 마음이 움직일꺼라 생각지 않습니다. 그리고 전..

         이렇듯 요행이나 바라는 어리석은 짓은 딱 질색입니다. 그런 이완 정인도.. 마음을 나누는 벗으로도 교유하고 싶지 않습니다.

효은 : (싸늘한 선준의 말에 상처 입는.. 일렁이는 눈빛)

선준 : 그만 돌아가십시오. 그리고 더는 마주치는 일이 없길 바랍니다.

 

차갑게 돌아서 마루 위로 향하는 선준, 그때다.

 

효은E : 그럼.. 전 어찌 해야 합니까?

 

선준, 멈춰 서고.

 

효은 : 저도 화가 납니다. 이런 제가 너무 싫어서. .. 오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이런 바보 같은 짓 같은 건 꿈도 꿔 본 적이 없습니다.

선준 : (돌아서지 않은 채 듣고 있는)

효은 : 헌데 어느새 전 여기 이렇게 한심한 꼴로 도련님 앞에 서 있을 수 밖에 없는걸요. (흐르는 눈물 훔치며)

         이야기 책에서만 보던 일이.. 제게도 일어난 것 같아 기뻤습니다. 매일매일 설레기만 했습니다. 그래두 어느새 알아졌습니다.

         알게 되더군요. 도련님은 저와 같은 마음이 아니시라는 걸--

선준 : (돌아본다)

효은 : 그래도 괜찮습니다.. 저는 도련님이 좋으니까요... 너무 좋으니까요.

 

그런 효은을 보는 선준. 뭐라 말하려는 듯 다가서려는데.

민망해진 효은. 선준에게서 등을 돌려 문 쪽으로 달려 나가기 시작한다.

선준이 말릴 틈도 없이 어느새 문으로 나가 버리는 효은.

 

 

66. 선준 집/ 이정무 사랑 앞 누마루 (낮)

 

문을 열고 달려 나오는 효은. 눈물을 닦으며 오는데 그 앞으로 술상을 봐 오던 계집종들과 와락 부딪힌다.

쨍그렁. 엎어지는 술상. 엉망이 된 효은이. 그리고 웅성이는 사람들.

효은, 그제야 제 앞을 보면 누마루에 앉아 있는 십여명의 고관대작들.. 이정무와 병판도 보인다.

놀란 계집종들.. 행주로 효은을 닦아주고 하는데 효은은 넋이 나간듯 우두커니 서 있다.

 

병판 : (기겁해서 일어나는) 효.효은이 너!!

 

이정무 무슨 일인지 싶어 효은 보고 의아한데.. 여기 저기서 웅성대는 사람들..

병판의 여식이 여긴 왜 등등. 혼인도 안 한 처자가.. 사내 집에.. 웅성웅성 손가락질

효은은 어찌할 바를 모르는데...

그때 효은 앞에 나타난 선준, 선준 효은을 돌려 세워 데려가려하지만 효은.. 얼음처럼 굳어있다.

선준 다시 밖으로 이끄려는데, 겁을 먹은 듯 파르르 떨고 있는 효은의 손을 본다.

웅성이는 사람들은 선준과 효은을 수군대며 바라보고 그 시선을 느낀 선준, 효은을 덥석 안아 올려 걸어 나간다.

놀란 효은 선준을 바라보지만 굳은 얼굴의 선준.

이정무와 병판 그런 선준과 효은을 놀란 듯 보고 있다.

 

 

67. 선준 집/ 선준 방앞 후원 (낮)

 

효은과 마주 선 선준.

 

선준 : 별일은 없을 겁니다. 너무 걱정(하는데)

 

효은, 까치발로 선준 뺨에 쪽 입을 맞춘다. 선준 당황한 얼굴로 효은 본다.

 

효은 : (눈물 젖은) 이런 도련님을 저더러... 어떻게 포기하란 말씀이십니까.

 

 

68. 선준 집/ 누마루 (낮)

 

복잡한 얼굴로 술잔을 드는 이정무. 병판 이정무를 살피듯 본다.

 

병판 : (이정무에게) 좌상대감께서도.. 모르고 계셨나 봅니다.. 하긴. (기정사실처럼) 저도 안 지는 얼마 안됐습니다. 대감..

이정무 : --

병판 : 요즘 애들은 워낙 우리 때랑은 달라서.. 마냥 탓할 수만도 없고.. 허허.. (이정무 살피며) 다아 젊어 한 때 아닙니까--

 

이정무 복잡한 얼굴로 술잔 든다.

 

 

69. 선준 집 앞 (낮)

 

쓰개치마로 가린 효은, 선준 그리고 그 뒤를 따라 나온 버들과 순돌.

 

선준 : (건조한) 댁까지 순돌이가 뫼셔다 드릴 것입니다. 조심해서 가십시오.

 

선준을 보며 말 없이 생긋 웃는 효은.

그때, 선준의 집을 향해 오던 윤희. 그런 효은과 선준을 봤다. 차마 더는 앞으로 나서지 못하는데.

그때 순돌이 윤희를 발견한다.

 

순돌 : 어라? 되련님, 저기 저 냥반.. 꽃도령 선비님 아니어라?

 

선준 보면, 윤희 저도 모르게 뒤돌아 다른 길로 막 걸어가기 시작한다.

 

선준 : (그런 윤희를 눈으로 쫓으며) 순돌이 너.. 아가씨.. 댁까지 잘 뫼셔라.

 

효은, 선준에게 인사할 겨를도 없이 윤희를 찾아가는 선준.

 

 

70. 도성 거리 어느 일각 (낮)

 

성큼 성큼 걸어가고 있는 윤희를 따라와 와락 돌려 세우는 선준.

 

선준 : 여기 까지 와서 왜 그냥 가는 게요?

윤희 : (그런 선준을 보다가.. 흔들리는 눈빛) 그동안... 재미 있었소?

선준 : (본다)

윤희 : 아무것도 모르고 성균관 유생입네 신나서 다니는 꼴을 보고 속으로 얼마나 비웃었냐..그 말이오.

선준 : 그게..무슨 말이오?

윤희 : 50냥!! 세책방 황가에게 다 듣고 오는 길이오.

선준 : (굳어진다. 당혹 그자체!!)

윤희 : (눈가에 고인 눈물, 삼키며 선준 매섭게 쏘아본다) 다신... 그 얼굴 안 보고 싶소.

 

원망과 분노의 감정으로 선준을 쏘아보는 윤희.

굳은 채 그런 윤희를 바라보는 선준.

팽팽히 맞선 그 두사람의 시선에서. - 8강 엔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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