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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균관 스캔들] 12

작성자수다쟁이|작성시간15.03.03|조회수900 목록 댓글 0

[성균관 스캔들] 12

 

 

 

 

 

 

 

 

 

 

1. 밤섬 일각 (저녁)

 

기막힌 얼굴의 윤희.

 

윤희 : 그러니까.. 지금. 여인네들을 만나기 위해 여기까지.. (생각할수록.. 어이없다) 나를 데리고 이 먼 길을 왔단 말이오?

 

 

2. 마포 나루 (저녁)

 

버들이를 채근하는 다급한 효은.

 

효은 : 도련님께 가 봐야 돼..... 도련님.. 그 섬에 내일 아침까지 꼼짝 없이 갇혀 계실꺼라구..

 

재신, 효은을 돌아보는데.

 

 

3. 밤섬 포구 (저녁)

 

눈가에 눈물이 그렁그렁하게 맺힌 윤희 포구 쪽, 배를 향해 걸어가고 있다.

 

윤희 : (혼잣말, 눈물 삼키며) 한심하긴.. 대체 뭘 기대한 거야.. 이 꼴을 하구서..

 

그때 달려와 윤희를 와락 돌려 세우는 선준.

서운함과 원망의 시선으로 선준을 보는 윤희.

선준... 윤희 어깨에 올린 자신의 손 본다..

아무렇지도 않았던 행동이 이제는 남다르게 느껴지는 당황하며 손을 내리는 선준.

 

선준 : 난..난 그러니까 나는.. 김윤식 너두 좋아할 꺼라 믿었다.

윤희 : (기막히다) 뭐?

선준 : 사 사내라면...여인네는 마다할 수 없는 법이라구.. 여..여림 사형이 말했다.

         그래서 난-- (한숨. 결심한 듯..) 김윤식 너두 사내잖아.

윤희 : (맞는 말이다. 그래서 더 가슴 아픈 보다가.. 감정 삼키며) 그러니까 그 좋아하는 여인네들 만나는 건---- 너나 실컷 하라구!!

 

윤희 돌아서 보면 이미 떠나가고 있는 배.

윤희 첨벙첨벙 물가로 배를 향해 가고 있다.

 

윤희 : 어.. 어.. 이보시오, 사공!!

 

당황하는 윤희. 배를 향해 물가로 휘적휘적 들어가기 시작하고...

그런 윤희를 보다 못한 선준이 달려와 윤희를 와락 돌려 세우는데.

 

선준 : (버럭) 이게 뭐하는 짓이야!!

윤희 : (쏘아보는) 비켜!!

 

그대로 윤희 배 쪽을 향해 걸어가면 선준 다시 윤희를 잡아 돌려 세우는데..

 

윤희 : (앙칼진) 비키란 말 안 들려!!

 

E 번쩍하는 번개... 우르르 쾅쾅.. 천둥소리.

 

 

4. 마포나루 (저녁)

 

우르르쾅 천둥소리에 맞춰. 퍽!! 재신 주먹으로 용하를 날려 버린다.

 

재신 :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 이 나쁜 자식!!

 

 

5. 밤섬 포구 (저녁)

 

있는 힘껏 선준을 두 팔로 밀쳐내는 윤희.

돌아서 가려는 윤희를 잡는 선준, 그 바람에 비틀 중심을 잃는 윤희. 허우적 대자

선준, 반사적으로 윤희를 잡아준다.

윤희, 있는 힘껏 선준을 뿌리친다. 그러자 선준 균형을 잃고 물속으로 빠지려는 위태로운 순간.

돌아보는 윤희, 눈이 커진다.

휘청이던 선준, 풍덩 물속으로 빠져 버리고 만다.

헉... 놀라는 윤희.

 

 

6. 마포나루 (저녁)

 

입술 쓰윽 닦고 일어서는 용하. 픽 웃으며 재신 본다.

 

용하 : (여전히 심각하지 않은) 우리 사이에 뭐 이런 일로.. (입술 문질러 보이며) 피를 보나, 그래-?

재신 : 웃어? 넌 어떻게 된 게 매사가 장난질이야? 세상 모든 일이 그렇게 다.. 쉽고 재밌어?

용하 : ---

재신 : (차갑게 굳은)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그땐 너!! 각오해!!

 

성큼성큼 걸어가는 재신.

 

용하 : (빙긋 웃으며) 어이 걸오, 너 지금 나한테 다 들켰다구!!

 

멈칫 서는 재신.

 

용하 : (깐족) 대물이.. 그렇게 걱정되나? 누가 보면 정인이라도 되는 줄 알겠어!!

 

허... 기막힌 재신, 용하를 향해 그대로 달려와 멱살을 움켜쥔다.

 

재신 : 니가... 덜 맞았구나!!

 

재신의 주먹이.. 용하를 향해 나가는데 그때다...

 

효은E : (엉엉 아이처럼 흐느끼는) 도와.. 주세요..

 

멱살 잡은 채로 돌아보는 재신과 용하. 뜨악한 얼굴로 바라본다.

 

효은 : 저 때문에 도련님께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어떡해요...-?

 

눈물을 쏟아내는 효은.

그 위로 후두둑 떨어지기 시작하는 비.

 

 

7. 밤 섬 포구 일각 (저녁)

 

흠뻑 젖은 채로 걸어가고 있는 선준과

그런 선준에게 미안하지만 퉁명스러울 수 밖에 없는 윤희가 가고 있다.

 

윤희 : (혼잣말 궁시렁) 그러길래 비키라고 했을 때 비키면 좋았을껄.

선준 : (보면)

윤희 : (미안하지만) 이런 일은.... 없었을 것 아니오.

선준 : (뭐라 화를 낼 것 같은 표정이었다가 에치 재채기가 터진다)

윤희 : (걱정스럽지만 퉁명스런) 물에 좀 빠졌다구 엄살은.. 사내 장부가--

 

그러나 선준. 연거푸 에취 에취 재채기를 연발한다...심해 보인다.

윤희 손 바닥위로 한층 굵어지는 빗방울..

윤희, 와락 걱정스럽다. 선준의 도포자락을 잡아 이끌고 달려가기 시작한다.

쏟아져 내리는 빗줄기.

 

 

8. 밤섬 일각 (저녁)

 

효은이 마련해 둔.. 보금자리는 이미 빗물에 못쓰게 돼 버렸다.

흙더미 속에 묻혀버린 꽃들.. 천막은 비에 젖어 엉망인 채로 땅 바닥에 뒹굴고..

과일바구니들 속 과일들도 흙이 묻은 채 뒹굴고 있다.

낭패다 싶은 윤희.. 천막이라도 들어 올려 비를 막으려는 윤희 그러나 그 약한 힘으로 잘 될 리가 없다.

그런 윤희가 자꾸만 눈에 들어오는 선준.

결국 미끄러질 뻔 하는 윤희.

선준, 그런 윤희를 잡아주곤.. 윤희 옆 나무 기둥 위로 천막을 세워 비를 막아준다.

윤희, 다시 선준을 도우려 나서는데 한 팔로 윤희 막아서는 선준.

 

선준 : 그대로 있어!! 신경 쓰여서 일을 할 수가 없으니까.

 

윤희, 내가 실수를 해서 그런가.. 물끄러미 선준 보면

선준 빗속에서 나무 위에 천막을 제대로 잘 연결하고 어느새 비를 피할만한 장소가 만들어진다.

등롱을 손 보는 선준. 천막 위에 걸어둔다.

윤희 그런 선준을 말간 표정으로 따라가며 보고 있다.

선준이 보면 걱정스럽다는 듯 하늘 보며 딴청 하는 윤희.

 

 

9. 객점 (저녁)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국밥을 앞에 두고 앉아 있는 효은과 용하.

뒤로 비 내리는 창가.

효은의 손등으로 또르륵 떨어지는 눈물.

 

효은 : 차라리 제가 무인도에 갇혀 버리는게 낫겠어요.

용하 : (피식) 그 뻣뻣한 자식이 그렇게 좋아? 대신 갇혀 버리고 싶을 만큼?

효은 : (아직도 눈물이 그렁한 채) 다 제 잘못입니다.

용하 : (제가 꾸민 일이라 미안해서 시선 피하며 술잔 마시는데)

효은 : (진솔한) 도련님 마음이 너무 탐이 나서.. 제가 지나친 욕심을 부렸어요. 언제든.. 도련님께서 제게 오실 때 까지..

         그 자리에서 기다리는 일만도 좋다.. 여겼었는데.. 그래서.. 벌 받나봐요. 저.

 

쓰게 웃는 효은.

그런 효은을 보는 용하. 마냥 철부지인줄만 알았는데. 이런 면이 있네.. 싶다.

 

용하 : (보다가... 효은 손에 수저 쥐어주며) 뜨거운 게 들어가면 좀 나아 질꺼야.

효은 : (용하 보면)

용하 : 떨구 있잖아.. 지금.

 

수저 쥔 효은의 손... 젖은 몸과 긴장으로 여리게 떨고 있다.

가만히 술잔 들이키는 용하.

 

 

10. 밤섬일각 (밤)

 

나뭇가지에 떨어지는 빗방울이 잦아들고.. 땅으로 떨어지던 빗방울 들도 천천히 잦아든다...

천막 밖으로 손을 내미는 윤희. 이제 비는 확실히 그쳤다..

환해진 얼굴로 천막 쪽을 돌아보는 윤희.

 

윤희 : 봤소? 비가 그쳤소!!

 

나무에 기대 앉아 있는 선준.. 대답이 없다.

갸웃, 윤희 다가가며...

 

윤희 : 날이 밝으면.. 배가 들어 올테니..이제 한 걱정은 덜었소.

 

윤희 보면 선준 눈 감은채 미동도 않고 있다.

윤희 어쩐지 불안하다.

 

윤희 : (선준 팔 잡고) 괜--찮소--?

 

하는데 윤희 어깨 쪽으로 고개를 떨구는 선준.

놀라는 윤희 선준 이마에 손 대보는 윤희... 선준의 이마가 불덩이다.

윤희, 당혹스럽다.

 

 

11. 밤섬 일각 몽타쥬 (밤)

 

- 천막아래 누워있는 선준.

걱정스러운 얼굴로 선준의 이마를 짚어보고 제 이마 짚는 윤희.

파랗게 질린 선준의 입술. 오슬오슬 떨고 있는 선준.

선준의 손을 잡아보는 윤희. 손이 차갑다.

자기 도포를 벗어 선준에게 덮어주는 윤희.. 걱정스러운 듯 보다가 달려 나간다.

- 강변으로 달려 나가는 윤희.

어둠 속 주위에는 아무도 도와줄 사람도 민가도 보이지 않는 깜깜한 세상, 왈칵 두려움이 밀려오는 윤희

- 천막주변에 널려 있는 부러진 나뭇가지를 줍는 윤희.

천막에 들어와 불을 붙여보지만.. 젖은 나무 가지에 불이 잘 붙지 않고 매캐한 연기만 피어난다, 콜록 대는 윤희,

연기가 선준에게 갈까봐 손사래를 치면서 막아낸다.

선준을 돌아보는 윤희. 걱정스럽다. 결심한듯 달려 나가는 윤희.

- 수풀 속.. 나무 틈 속에 있는 비교적 젖지 않았을 것 같은 나무 들을 찾아 들어온 윤희.

닥치는 대로 손으로 발로 (과일 깎는 과도 정도는 있었을 듯) 나뭇가지를 부러뜨리고 넘어뜨리고

그러다.. 윤희 저도 넘어지고 손이 긁히고 상처 입고 옷은 어느새 얼룩덜룩 거지꼴이 되어간다..

그래도 신경 쓰지 않고 나뭇가지를 구하는데 여념이 없는 윤희.

- 여러번 불을 붙이려고 호호 불고 나뭇가지를 밀어 넣고 안간힘을 쓰는 윤희..

천신만고 끝에 윤희, 드디어 화톳불에 불을 붙였다. 다행이다.

환해져서 돌아보는 윤희, 땀이 송글 송글 맺힌 얼굴에 검불이 묻고 검댕자국으로 얼룩진 윤희 얼굴.

- 누워 있는 선준의 앞.

윤희 걱정스러운 얼굴로 선준 보면 여전히 파리한 선준의 입술, 그리고 오들오들 떨고 있는 선준.

모닥불을 돌아보는 윤희. 잘 타오르고 있지만 역부족인 듯 천막에 걸려 있는 등롱을 떼어다 선준 옆에 놔 주는 윤희.

불 빛 아래.. 창백한 선준의 얼굴. 여전히 떨고 있는 선준.

윤희, 선준의 손을 가만히 잡아준다. 체온을 나눠주듯 손을 잡고.. 팔로 어깨로 기울어지는 윤희의 몸.

그대로 바람을 막아주듯 선준의 몸 쪽으로 기울어지는 윤희.

떨고 있는 선준을 안아주는 윤희. 조심스럽고... 애처로운 마음이다..

선준을 가만히 안고 있는 윤희... 조금씩.. 선준의 떨림도.. 잦아들기 시작한다.

윤희, 걱정과 안타까움 그리고 떨림... 복잡한 표정이다.

바람을 막아줄 울타리 하나 없이.. 서로의 체온에 기대 밤을 나는 선준과 윤희 두 사람

그리고 그 둘 너머로 밤하늘을 가득 수놓은 별들.

 

 

12. 어느 객점 (밤)

 

술상 받아 놓고 술 마시는 사공들.. 술잔에 술 쳐주는 손.. 재신이다.

 

재신 : 배 좀 씁시다. (상 위에 엽전 올려주면)

사공 : (다시 그 손 위에 엽전 얹어 주며) 이놈 목숨 값을 주셔도.. 이 밤엔 못 갑니다.

 

 

13. 다른 주막 (밤)

 

장기판을 벌인 사공들. 그 옆에 털썩 앉는 재신. 장군 훈수 둔다.

 

재신 : 밤 섬에 좀 다녀옵시다. 어르신.

사공 : 장군!! 이 밤에? 물두 불구~ 밤도 깊구~ 임금님 어명이라도 나는 못가네~ 못가!!

 

재신 답답하다.

 

 

14. 강변 나루터 일각 (밤)

 

묶여있는 뱃전을 발로 쾅 차는 재신. 그 옆에 다가오는 용하.

 

용하 : (재신 눈치보며) 뭐.. 별일 있겠어? 건장한 (힘주어) 사내 놈이 둘씩이나 (강조하는) 같이 있는 건데.

재신 : (휙 쏘아본다)

용하 : (재신 눙치듯 보며) 아, 실은 그게 더 걱정스러운걸까? 걸오?

재신 : (무슨 말이지 싶어 보면--)

용하 : (재신 보며.. 싱긋 웃는) 십년지기를 속여먹은 네 녀석은 괘씸하지만 이봐 걸오, 난--

재신 : --

용하 ; (재신 귀에 대고) 무조건 자네 편일세.

 

의아한 듯 영문 모르는 얼굴의 재신.. 어깨 다독여 주고 가는 용하..

 

용하 : 배편은 내 알아보지.. 이선준이 아닌 (재신 돌아보며) 자넬 위해서..

 

재신... 용하 말에..뭐라는거야.. 저 자식, 싶다.

 

 

15. 밤섬 일각 (밤)

 

선준, 오한이 가라 앉은 듯 곤하게 잠이 든 얼굴, 파리하던 입술엔 혈색이 돌고 한결 몸이 좋아진 상태.

뒤척이는 선준, 눈을 뜨는 선준, 제 옆에서 잠든 윤희를 본다.

멈칫 놀라 앉는 선준. 이게 어찌된 상황일까..

제 몸 위에 있는 윤희의 도포자락. 둘러보면 한 켠에 모닥불..

그리고 그 옆에 널려 있는 선준의 도포.

다시 윤희를 내려다보는 선준. 윤희 얼굴에 얼룩덜룩 묻어 있는 검댕과 상처가 난 손을 바라본다..

고맙기도 하고 잠든 윤희 모습이 애처롭게도 느껴지는 선준.

선준, 윤희 손 잡아주고 싶다. 가까이 다가가는 손.

그때다 부스럭 깨어나는 윤희. 화들짝 놀라는 윤희.

당황하는 선준.

 

선준 : (지레) 나..난 아무 짓도 안 했소.

 

턱.. 선준의 이마에 손을 올리는 윤희.

선준, 저도 모르게 두근거리는 가슴,

그런 선준을 아는지 모르는지 윤희는 그저 선준의 이마와 제 이마에 손을 번갈아 대어보며 걱정스런 표정.

그런 윤희를 물끄러미 바라보는 선준이다.

 

윤희 : (손 이마에 댄 채로) 열은 많이 내렸소. (걱정스런) 좀 괜찮소?

 

선준 그런 윤희 보다가 이마 위 윤희 손 잡아 내린다.

모닥불을 피우기 위해 상처 입고.. 더럽혀지고 엉망이 된 손이다.

울컥.. 화가 치밀어 오르는 선준.

 

선준 : 미련하고 한심한건.. 정말 구제불능이군!!

윤희 : (뜻밖이다)

선준 : 고작 모닥불 하나 피우자고 (얼굴이며 훑는) 이 꼴이 된 건가--

윤희 : --

선준 : 아예 섬을 통째로 태워버릴 생각이라도 한 모양이오.

 

선준 돌아보는 시선, 윤희 보면..

모닥불 한켠에.. 윤희가 해다 놓은 나뭇가지들 어떻게 이고 지고 날랐을까 싶을 만큼 높이 쌓여 있다.

마치 선준을 향한 윤희 마음이라도 되는 듯.

 

선준 : 혼자 미끄러지기라도 하면 어쩔 뻔 했소? 왜 그렇게 생각이 없소!!

윤희 : (선준의 지청구에도 마냥 웃으며 얼굴 소매 춤으로 지우는) 밤새 열이 안 떨어지면 어쩌나 걱정 했는데.. 다행이다.

         (환해지며 선준 보는) 정말 .. 다행이오..

 

선준이 나은 게 마냥 기쁜 윤희..

해맑게 선준을 보며 웃는 윤희 그런 윤희를 바라보는 선준..

선준의 눈빛이.. 흔들린다. 동방생일뿐이다 다잡았던 마음을 자꾸만 뒤흔드는 윤희다..

 

 

16. 중이방 (밤)

 

방에 들어오는 재신. 불 꺼진 방.

윤희와 선준도 없는 빈방, 큰 대자로 편하게 몸을 누이는 재신..

그러나 윤희, 빈자리에 자꾸만 눈이 가는 재신. 벌떡 일어나 앉는다.

 

FLASH> 6씬.

용하 : (빙긋 웃으며) 어이 걸오, 너 지금 나한테 다 들켰다구!!

용하 : (깐족) 대물이.. 그렇게 걱정되나? 누가 보면 정인이라도 되는 줄 알겠어!!

 

재신 : (혼잣말) 미친 놈.

 

다시 퍽 자리에 눕는 재신. 윤희 쪽 빈자리에서 등을 돌리고 눕는 재신..

벽을 바라보고 누운 재신.. 얼굴 복잡해진다.

 

 

17. 밤섬 일각 / 천막아래 (밤)

 

모닥불 앞에 앉아 있는 선준과 윤희.

윤희, 효은의 과일 바구니 중 성한 걸로 골라 사과 바지춤에 슥 문지르는 윤희.

그 반을 쪼개 선준에게 건네는 윤희.

 

윤희 : (알지만.. 모르는 척 선준에게) 병판 댁 따님이라..했던가?

선준 : (받으며)

윤희 : (주위 둘러보며) 꽤나... 정성껏 준빌 했던 모양이든데..

선준 : (천막이며.. 과일들이며 본다)

윤희 : (선준 떠보듯) 얼굴도 곱던데.. 마음 씀씀이도 곱고.. 혼인하면 .... 현모양처가 될 규수 같습디다~

선준 : 내 생각도.. 그렇소.

윤희 : (와삭..공연히 사과에 감정 풀이다..) 어디가... 그렇게 좋았소?

선준 : ... 그런 건 생각해본 적이... 없소.

윤희 : (선준... 답답하다) 왜 그런 거 있잖소. 누굴 생각하면 가슴이 막 두근거린다든가.. 자꾸만 생각이 난다든가..

         별일 아닌 일에도 기분이 흐렸다 개었다 했다든가.. 그래두.. 어쨌든 보고 싶다든가..

선준 : (그런 윤희 빤히 보다가) 그런 사람이 있는 모양이군.

윤희 : (헉!! 당황해서) 뭐... (하다가) 물어본 건 나요.. 정혼, 한다지 않았소.

선준 : 단지 아버님의 생각일 뿐이오. 난... 혼인 같은 건 관심 없소.

 

그 말을 듣는 윤희. 점점 입꼬리가 배시시 올라간다.

인심 쓰듯 사과 하나 통째로 선준에게 내미는 윤희.

 

윤희 : (기분 좋지만... 짐짓 아무렇지도 않게) 자, 하나 다 먹어도 좋소..

 

윤희가 내미는 사과 위로 톡 올라오는 귀뚜라미.

눈이 똥그레지는 윤희. 분명 귀뚜라미다.. 으악.. 소리 지르며 뒤로 나동그라지는 윤희.

사과는 이미 저 멀리 날아가 버렸다.

그래도 겁이 나는 듯 거의 네발로 기다시피해서 도망가는 윤희의 모습이 우스꽝스럽다.

그런 윤희를 보는 선준.. 쿡 웃음이 터진다.

 

선준 : 대물 김윤식 맞소? 그깟 귀뚜라미가 무서워 지금 이러는거요?

윤희 : (겁에 질린채) 갔소? 아직 거기 있소? 뭐하는거요.. 좀 치우지 않고.

선준 : (살피듯 보다가) 없소. 없소.. 벌레라면.. 그쪽이 더 많아 보이는데..

 

그러자 윤희, 기겁해서 선준 옆으로 오는데,

그런 윤희가 귀여운듯 보고 웃는 선준. 뭔가 겸연쩍은 윤희.

 

윤희 : (센척이다) 무서워서 이러는게 아니오.

선준 : (보면)

윤희 : (둘러대는) 선비라면.. 한낱 미물의 생명이라 하나 귀히 여겨야하질 않겠소?

선준 : (웃음을 잔뜩 참은 얼굴로 윤희 앞에 손 내밀며) 이렇게 말이오?

 

윤희 보면 선준 손 바닥 위에 올라와 있는 귀뚜라미, 기절해서 도망가는 윤희.

그런 윤희를 보며.. 이번엔 배꼽이 빠져라 허리를 잡고 웃는 선준.

윤희.. 기분 나쁜 듯 돌아보다가.. 선준의 그 모습을 낯선 듯 바라본다.

 

윤희 : (혼잣말처럼) 이런 장난도 칠 줄 알고... 내가 아는 이선준.. 맞소?

 

선준은 윤희 말이 들리지도 않는 듯 윤희 놀리려 빈손을 휙 내민다.

윤희 화들짝 놀라다.. 웃는 선준의 빈손을 보곤.. 자기도 기막힌듯 웃어 버린다..

성균관이라는 긴장과 감정을 절제해야한다는 자기검열도 잠깐은 놓아버린 선준과 윤희의 어느 한때다.

 

 

18. 도성 길 일각 (새벽)

 

말을 달려가는 용하.

 

 

19. 병판 집 앞길 (새벽)

 

대문을 열고 나오는 쓰개치마 차림의 효은과 버들이..

손을 번쩍 들어 효은을 부르는 용하. 다가오는 효은이.

 

효은 : (환한) 배... 구하셨군요..

용하 : (말 보며) 타라구, 마포나루까지.. 일각이라도 빨리 가고 싶잖아.

 

효은. 용하가 고맙다..

용하 효은 앞에 손을 내밀어준다. 용하 손을 밟고 말에 오르는 효은. 용하도 말에 오른다.

달려가는 말. 버들이.. 순식간에. 일어난 일.

 

버들이 : 애기씨!!

 

말 고삐를 잡아채는 용하.

흔들리는 말, 놀란 효은이. 엄마야..저도 모르게 용하 허리춤 잡았다가.. 소스라치게 놓는다.

그 와중에 새침하게 내외하는 효은이.

 

용하 : (효은, 눙치듯) 꽉 잡는 게 좋을텐데. 말에서 떨어지면 그 이쁜 얼굴 다신 못 볼지도 모르니까-

 

확 고삐를 잡아채는 용하..

겁에 질린 효은 용하 허리춤을 꽉 잡고 용하.. 그런 효은이 귀여운 듯 슬몃 웃는다.

 

 

20. 밤섬 일각 / 천막 아래 (새벽)

 

불씨가 사그러 들어가는 모닥불..

뒤적이며 불씨를 살리던 선준. 돌아보면 윤희 무릎 위에 두 팔을 괴고 까무룩 졸음이 쏟아지는 얼굴이다.

 

선준 : 제대로 누워서 눈을 좀 붙이는 게 어떻소-

윤희 : (졸린 눈 그대로) 너무 피곤해서.. 누우면 못 일어날 거 같아서...

선준 : ...(미안해진) 이럴 줄 알았으면 같이 오자고 하지 말걸 그랬소.

윤희 : ----

선준 : (그런 윤희 보다가 잠든 줄 알고 모닥불 시선 주며) 내 마음 하나 다스리지 못해서.. 이런 내가.. 동방생이라서..

         (설핏.. 쓸쓸한 웃음 혼 자말처럼) 고생이.. 많다-- 김윤식..

윤희 : (잠결인 듯.. 나지막히 웅얼웅얼) ..응 괜찮았는데.... 나두 해줄 수 있는게 있어서..

         (자면서도 엷은 미소) 기분..아주...괜찮았다구..

 

선준, 윤희 돌아보면.. 윤희.. 새근새근..잠이 든 모습..

가만히 윤희를 보던 선준, 한 켠에 있던 도포를 가져와 윤희 폭.. 덮어준다.

곤하게 잠든 윤희 얼굴에..아직 묻어 있는 검댕이...

사랑스러운듯 피식 웃는 선준.. 손으로 닦아주는 선준.

평화롭게 잠든 윤희의 고운 얼굴, 반듯한 이마와 콧날, 어여쁜 입술선..

철렁.. 심장이 땅 속으로 무너져 내린 듯.. 선준, 윤희를 바라보고 있다.

저도 모르게 점점 윤희 얼굴 가까이 다가가는 선준. 윤희의 입술 위로 다가가는 선준의 입술..

흔들리는 선준의 눈빛.. 막 두 입술이 닿으려는 순간..

주먹을 꾹 쥐고 있던 선준.. 그대로 벌떡 일어난다.

아무것도 모른 채 잠이 들어 있는 윤희를 일렁이는 눈빛으로 보던 선준, 내가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그대로 돌아.. 나가는 선준..

 

 

21. 강변 일각 (새벽)

 

도망치듯이 나와 강가 일각에 서는 선준. 다리에 힘이 풀린 듯 무릎을 짚고 서는 선준..

지금 내가 무슨 짓을 저지른 거지? 당황스럽다.. 혼돈.. 충격..

이런 일은 한번도 생각해 본 적 없는 예와 법도의 정석 선준이 지금 머릿속에 지진이!!

숨을 몰아쉬며 강 너머를 바라보는 선준... 서서히 답답하고 화가 나고 미쳐 버릴 것 같은 심정이다.

답답함이 풀리지 않는 듯 손바닥으로 명치께 가슴을 치는 선준.

이러지 않기 위해.. 온 바로 그곳에서.. 더 충격적인 자신을 발견한 선준..

스스로에 대한 배신감 때문에..선준의 눈가엔 그런 복잡한 감정으로 촉촉한 핏발이 선다.

강 너머를 바라보는 선준...

 

효은E : 도련님...

 

놀란 듯... 돌아보는 선준.. 그 앞에 효은과 용하다.

반가운 마음.. 안도감에 눈가에 눈물이 그렁그렁 매달린 채 달려오 는 효은. 와락 선준의 목덜미를 안는다.

 

 

22. 밤섬 일각 / 천막 안 (새벽)

 

자다가 깬 듯 고개를 드는 윤희.. 도포 자락은 덮혀있고..옆 자리에 선준은...보이지 않는다.

의아한 윤희. 도포를 걷고 일어나 천막 안을 둘러본다.

갸웃하는 윤희 천막 밖으로 나선다.

 

 

23. 강변 일각 (아침)

 

효은, 선준에게 달려와 와락 품에 안긴다. 당혹스러운 선준.

 

효은 : (덥석.. 선준 안은 채로, 눈물 젖은 미소) 이제..살 거 같다..

선준 : (그런.. 효은의 큰.. 마음이 느껴진다. 떼어내지 못하고)

 

효은, 선준 품에서.. 떨어져 나와 선준의 손이며 팔이며.. 얼굴이며 귀하게 어루만진다.

 

효은 : 다행입니다. 무사하셔서.. 이렇게 아무 탈 없이.. 무사하셔서..

 

효은의 격한 감정에.. 선준은.. 딱히 말을 찾지 못하고 보고 있다.

그때 한 켠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윤희.

그 앞으로 나설 수도 없고..고개를 돌리지도 못한 채.. 효은과 선준을 보고 있다.

가슴 한켠이 무너져 내릴 것 같은..윤희다.

눈가가 젖어 드는 윤희,. 더는 보지 못하고 돌아서는데 그 앞에 서 있는 용하.

 

용하 : (윤희 한번 보고 저 멀리 선준 한번 보고) 어이 대물, 별 일.. 없었지?

 

윤희, 대꾸 없이 용하 스쳐 지나간다..

 

용하 : (혼잣말처럼) 있었다는 거야. 없었다는 거야... (선준 향해 가며) 이봐 가랑, 반가운 해후가 끝났으면 나 좀 보세나!!

선준 : (돌아보면)

용하 : 이런.. 자넨 또 안색이 이 모양인가.

선준 : --

효은 : (걱정스럽고)

용하 : (선준 살피며) 간밤에.. 혹 별일.. 있었나? 대물 녀석도 하얗게 질려 있던데..

 

선준, 걱정스러운 듯 윤희 쪽 돌아본다..

돌아서 가는 윤희. 쏟아지려는 눈물을 안간힘을 써서 참고 있다.

윤희 뒷모습 보는 선준, 윤희에게 가려는 선준.. 보는 용하..

그러나.. 멈춰서는 선준. 주먹을 꽉 쥐는 선준..

 

 

24. 성균관 / 장치기 터 (아침)

 

장치기 터를 밀대로 평평하게 고르는 고장복과 서리들.

직사각형의 사방으로 종선을 긋는 서리들.

장치기 터 양쪽에 만들어지는 구문, 장치기 터 한 켠에 조로로록 놓여지는 장치기 채(球杖)

그리고 그 앞에 도르르 굴러와 서는 공 (나무 공에 가죽 입힌 혹은 짚공)

 

대사성E : 이제 곧 장치기 대회와 입청잽니다.

 

 

25. 정록청 (아침)

 

정록청 곳곳을 청소하고 있는 서리들, 대사성이 매의 눈으로 감독하고 있다.

 

대사성 : (스윽 먼지 문질러 서리에게 보이면서) 성균관에서 가장 중요하고 분주한 날들이 시작되는군요.

서리 : (긁적이며.. 다시 닦아낸다)

정약용 : (웃으며 보고 있다) 모처럼 사람 사는 집 같겠습니다.

유창익 : 난 반댑니다. 장치기라니요.. 허!! 글 읽는 유생이 점잖지 못하게 우루루 몰려다니면서 공이나 차는 꼬락서니하며...

정약용 : ---

유창익 : 게다가 입청재는 또 어떻습니까.. 감히 공자를 뫼신 이 성균관에 치마를 두른 여인네들이라니요!!

대사성 : 난 다 참아줄 수 있습니다-만...(안색 돌변) 그 망할놈의 패싸움은 질색입니다.

유창익 : 여.여 영감 .. 언행에 체통을 좀.

대사성 : 왜요!! 더 심한 말도 할 수 있습니다, 난.

유창익 : (찔끔..)

대사성 : 이번에도 동재 서재, 노론 소론으로 나뉘어 박 터지게 싸울텐데 몇놈 머리통이라도 깨져 보십시오.

            학부형들이 나를 이리가라 저리 가라.. 동네북처럼.. 에휴..

정약용 : (쿡--웃음)

대사성 : 애비란 작자들이 하라는 나랏일들은 안하고 대궐에 앉아 패싸움 하는 것만 죄 보여줬으니.. 우리 애들이 뭘 배웠겠습니까..

고장복 : (톡 끼어들며) 덕분에 이 부수입이 짭짤하다고 좋아하셨잖습니까.

대사성 : 보..복이!! (안색 바꿔 인자한) 정박사, 유박사.. 이번 장치기엔..그래 어느 기숙사가 이길 것 같습니까?

 

 

26. 성균관 은행나무 앞 일각 (낮)

 

채를 휘두르며 연습하고 있는 우탁 도현 해원 남명식, 소론유생

 

도현 : 묻긴 뭘 물어? 그야... 대세는 잘금 4인방이 있는 동재지.

우탁 : 어째서?

도현 : 전하께서.. 친히 궁으로 불러 하사품을 내리신.. 유생들이야.. 이마빡에다.. 너는 내 사람.. 홍점 쾅 찍었단 말이지.

해원 : 하긴 그건 장의한테는 한 번도 없었던 일이라면서..

도현 : 출세 길이 보장된 잘금 4인방한테 찍히고 싶겠냐?

우탁 : 그러니까 (안경 올리며) 이 성균관에서 잘금 4인방을 대적할 자는 이제 아무도 없다..

         내 분석적인 머리는 이렇게 말해주고 있군.

 

하다가.. 경악하는 우탁.. 안경 테.. 바짝 올리며..긴장하는데

저만치 걸어오는 하인수, 설고봉, 강무.

 

남명식 : 우리 동재, 소론이 성균관 역사상... 처음으로 장치기 대회에서 우승을 하겠군..

            내... 이선준을 동재에 둔건.. 다 선견지명이었네.. 하하하.

 

하다가 헉.. 질린다.

그 앞을 싸늘하게 지나쳐 가는 하인수, 설고봉. 강무 그 뒤를 따른다.

하인수 얼굴, 피식 비웃음.. 유생들을 향해 위협적인 주먹질을 해 보이는 설고봉.

 

 

27. 장의방 앞 (낮)

 

하인수와 설고봉, 강무 오는데 역시 장치기 채를 들고 오가는 노론 유생들의 수군거림이 들려온다.

 

노론1 : 허면.. 이번엔 잘금 4인방이 있는 동재가 우승을 하는 건가.

노론2 : 나 원 살다살다..노론이..장치기에서 지는 꼴을 다보네..

 

굳어지는 하인수, 발걸음을 멈춘다 막 돌아서려는데..

 

임병춘E : 이러언... 싸가지 없는!!

 

임병춘, 노론 유생들에게 으름장을 놓고 있다.

 

임병춘 : 이것들아, 장의 어른께서 심려하시는 일이 없도록 장치기 대회에서 뼈가 가루가 되도록 멸사헌신 하겠습니다

            해도 모자랄 판에..

하인수 : (피식.. 어쭈..)

임병춘 : (더 기세 등등) 빨랑빨랑 안 꺼져? 엉덩이 붙이고 있을 틈이 어딨냐!! 장치기대회가 며칠이나 남았다구.. (위협적인 발차기)

 

노론1,2. 슬금슬금 눈치 보더니.. 우루루 도망가기 시작한다.

임병춘, 득의만면한 얼굴로 돌아본다.

보무도 당당하게 하인수에게 걸어오는 임병춘.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그렇게.

 

임병춘 : 다 처리했습니다. 장의.

하인수 : (고개 끄덕이며.. 어깨 두드려주는) 한결.. 같구나.

임병춘 : (칭찬이다.. 헤벌죽) 장의를 향한.. 제 충심이 어찌 변하겠습니까-

하인수 : (웃는 눈에서 점점 매서워지며) 시키지 않는 짓을 하는 것도... 말귀를 못 알아듣는 것도.. 여전해..

            여전히 넌!! 아무 쓸모가 없다.

임병춘 : (그 앞에 납작 무릎 꿇고 엎드린다) 압니다. 제가 모자란 것도.. 한심한 것도.. 다 압니다..허나... 장의, 절, 절...

하인수 : (본다)

임병춘 : 뒷간의 휴지처럼 쓰십시오.. 더러운 일 냄새나는 일.. 전.. 장의를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할 수 있습니다..

하인수 : 눈물겹군. (빗겨 가려는데)

임병춘 : (다부진 각오로..이 악물고) 이선준... 그 자식..

하인수 : (멈칫 선다)

임병춘 : 제가..장의 앞에서 반드시.. 꼭... 치워 드리겠습니다.

하인수 : (비웃는) 저런.. 그건 곤란해.. 잊은 게냐.

임병춘 : --

하인수 : 이선준, 내 매제가 될 아이다. 머리카락 하나라도.. 다쳐선 안되지.

 

하인수, 싸늘하게 웃는다.

 

 

28. 병판 집 앞 (낮)

 

효은을 데려다 준 선준. 문 앞에 나와 서 있는 버들이.

 

효은 : 허면 도련님 입청재 때 (하다가.. 얼른) 아니.. 아닙니다. 성균관에는 출입하지 말라 하셨지요?

선준 : ---

효은 : (생긋 웃으며) 도련님께서 싫어하시는 일은 저도 싫습니다. 가지 않겠어요.

선준 : 아닙니다.

효은 : (의외다)

선준 : 입청재는 성균관이 모든 사람들에게 문을 여는 날입니다.

효은 : (뭔가 기대하는) 그럼, 제가 가도 되겠습니까?

선준 ; (... 보다가) 법도에 어긋나는 일은.. 아니지요. ..

 

선준, 효은에게 예를 갖추고 돌아서 간다.

효은도 고개 숙이고 효은 선준의 뒷모습.. 눈에 넣어도 안 아프다는 듯 보고 있는데

효은에게 쪼르르 달려오는 버들이.

 

버들이 : (선준 흉내 내듯) 법도에 어긋나는 일은 아니지요..라니..오래는 거야 말라는 거야.

효은 : 몰라 묻니? 꼭 오라시잖아. 기다리실 꺼라구..

버들이 : (놀라) 언제.. 그렇게 말했는데요.

효은 : (손가락으로 제 눈 가리키며) 눈으로!!

 

 

29. 반촌 일각 (낮)

 

굳은 얼굴로 걸어오는 선준, 오가는 분주한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거리.

 

FLASH> 20씬 윤희 입술로 다가가는 선준의 얼굴.

 

선준, 그 생각을 쫓아 버리려는 듯 빠른 걸음으로 휘적휘적 걷는다.

툭툭 오가는 사람들의 어깨를 부딪히고도.. 느낌조차 없다.

지나가는 사람들.. 뭐 저런 게 다 있나? 싶은데..

그때다. 선준의 어깨를 잡는 우왁스런 손. 순돌이다.

 

순돌 : (반색) 되련님

선준 : (그제야 순돌 돌아본다)

순돌 : 안 그려도 나가 지금 되련님을 구하러 열길 한 강 물속으로 뛰어들어갈 참이었당께요.. 괜찮으신게라?

선준 : (여전히 넋이 나간듯 그저 가려는데)

순돌 : 옴마 되련님.. 섬에서.. 물귀신이라도 봤소? 으째 얼굴이 그 모양이시오?

선준 : 순돌아, 내가 말이다

순돌 : 야, 되련님.

선준 : (순돌 본다)

순돌 : (땡글땡글..)

선준 : (한숨) 아니..아니다.

 

선준, 그대로 순돌을 지나쳐 인파 속으로 사라져 간다.

갸웃 하는 순돌이..

 

 

30. 성균관 일각 (낮)

 

장치기 채로 공을 뺏고 뺏으며.. 치열하게 연습중인 유생들..

그 한 켠으로 들어서는 윤희와 용하.

나뭇 기둥마다 걸린 현수막 “경술년 장치기 입청재”

 

용하 : 역시 장치긴.. 내 취향이 아니야..

윤희 : (연습하는 유생들 보며) 장치기요?

용하 : (겁주듯) 꽤나 살벌하다구!! 동재 서재..아니지.. 노론과 소론남인이 편을 갈라 하는 경기니까..

         총 칼만 안 들었지.. 전쟁이지 전쟁.

윤희 : (겁먹는데)

용하 : 한해에 한명씩은 꼭... 팔 다리를 (끅!! 손날로 목 치는)

윤희 : (헉..긴장된다) 입청재는요.. 그것두... 무서운 겁니까?

용하 : 아니... (행복해진다) 딱 내 취향!! 성균관에 내가 남아 있는 이유지.

윤희 : --

용하 : 장치기 전야제쯤 되나? (윤희 시선 맞추며) 금녀의 공간.. 이 반궁 성균관에 여인네들이 마음껏 들어와도 되는 날이거든.

윤희 : 그런.. 날도 있습니까..

용하 : 대물, 자넨 누굴 부를 생각인가 (윤희 살피며) 이선준은... 병판댁 당연히~ 병판댁 여식을 불렀겠지만 -- 응?

윤희 : (먹먹해지는 흔들리는 눈빛)

용하 : (그런 윤희를 놓치지 않고) 이거... 큰일 났군!!

윤희 : (보면)

용하 : (윤희 보면서) 자넬 피가 마르도록 기다리는 놈이 있는데 말이지!!

 

갸웃하는 윤희.

 

 

31. 성균관 다른 일각 (낮)

 

퍽 퍽!! 장치기 채로 공을 구문(球門)에 때려 넣고 있는 재신.. 떠오르는 생각을 없애려는 듯 몰두하고 있는 재신이다.

이마와 머리카락은 이미 땀에 젖어 있고.. 굳게 다문 입술에 형형한 눈빛이다.

 

FLASH> 6회 25씬,

윤희 : 사형 고맙습니다.

 

윤희를 향한 마음을 날려 버리려는 듯 재신, 공을 힘껏 때린다.

 

FLASH> 10회 34씬,

윤희 : 괜찮으십니까? 사형.

 

땅-! 재신의 장치기 채가 공을 날려 버린다.

땀에 젖은 재신의 머리 카락이 흔들리고 채를 쥔 손은 다부져 보인다.

 

FLASH> 11회 36씬, 사형에겐 걸오가 안 어울립니다.

 

떨쳐 지지 않는 윤희. 구문을 향해 공을 때리고 때리고.

 

FLASH> 11회 38씬, 딸국질 멈췄다. 그죠? 까르르 웃는 윤희

 

탕 채를 던지는 재신 숨이 가빠진 듯.. 헉헉 멈춰 서 있는데

그 앞에 다가와 서는 발. 재신 보면 용하다.

 

용하 : (쯧쯔) 밤새 잠도 못 자고.. 기다린 모양일세.. 걸오. 얼굴이 축났어.

재신 : ..(찔린다.. 내색하지 않으려 애쓰며) 기다리긴...누가--

용하 : (이 자식 발뺌은.. 괘씸해진다, 약 좀 올라봐라..) 그럼~ 다행이구.

재신 : (보면)

용하 : (짐짓... 재신 골려주려고) 간 밤.. 비바람에... 그만.. 아무래도 일이 잘못된... 모양일세..

         (슬픈 표정) 섬에는 어디에도... 대물이..

 

사색이 된 재신 그대로 달려 나가는데 나무 뒤쪽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윤희.

 

윤희 : 사형!!

재신 : (어리둥절하다, 윤희 한번 보고 용하 한번 본다)

용하 : (유유히 부채질만 하며 돌아서 가고)

재신 : (저 자식.. 저걸.. 그냥)

윤희 : 어딜 그렇게 급하게 가시던 길입니까-?

재신 : ---

 

윤희를 아무 말도 못하고 보는 재신.

걱정했다는 말을 먼저 해야 할지.... 내색하지 않는 편이 나을지.. 말을 고르지 못하는 재신이.

 

윤희 : 걱정.. 많이 하셨다 들었습니다.

재신 : (마음과는 달리) 걱정은...무슨..

윤희 : 걱정 끼쳐 죄송합니다. 사형.. (꾸벅 인사 하는데)

재신 : (그런 윤희를 찬찬히 보다가) 얼굴.. 안 좋다. 가서.. 쉬어.

 

윤희, 엷게 웃으며 돌아서 간다..

그 모습을 보던 재신도 돌아서 다시 장치기 채를 잡는다.

그러나 이내 땅에 던지고 돌아서는 재신 윤희를 향해 달려가기 시작한다.

 

 

32. 성균관 어느 일각 (낮)

 

힘없이 걸어가고 있는 윤희 뒷모습.

그 뒤를 따라 달려온 재신 와락 윤희 어깨를 돌려 세우는 재신.

영문을 모른 채 의아한 듯 재신을 보는 윤희.

재신, 가쁜 숨을 몰아쉬며 윤희를 바라본다. 흔들리는 시선 벅찬 표정의 재신.

 

재신 : 안되겠다.. 대 (대물 하려다..더는 대물이라 부르지 못하고) 너!!

윤희 : --

재신 : 너..인마.. 앞으로.. 내 눈 앞에 꼭 붙어 있어라..

윤희 : (무슨 뜻인지...모르는--)

재신 : 어디를 가든.. 뭘 하든.. 내 눈 앞에... 꼭- 붙어 있으라구!! (혼잣말처럼.. 낮은) 돌아버리는 줄 알았으니까..

 

재신이 쏟아 놓은 말이 고백인줄도 모르는 윤희.

 

 

33. 용하 방 (낮)

 

방으로 들어서던 용하. 헉, 놀란다.

그 앞에 서 있는 선준.

 

용하 : 이게 무슨 짓인가? 예와 법도가 아니면 하질 않는 가랑 자네가 주인도 없는 빈방에서..

선준 : ... 결례인줄은 압니다만 (머뭇대다 결심한 듯) 사형이라면 이 문제에 제게 답을 주실 것 같아... 이렇게..

용하 : (혹..한다) 뭐든 말해보게.. (꼬시는) 난 보기보다 꽤 입이 무겁다네.

선준 : 사형 말처럼... 사내라면 누구나 다..예외없이.. 여인을 좋아하는 것이 세상의 법도겠지요-?

용하 : (진지) 아니!! 세상에 그런 법이 어딨나?

선준 : (본다)

용하 : 본능이지.. (싱긋) 사내들의 끓어오르는 본능.

선준 : (난..어쩌나 당황하면서 들키지 않으려 애 쓰는) 허나 아직은 잘 모르는 여인네보다는 뜻이 잘 통하는 벗이

         더 편하고 정겨운 것 또한-- (자기위안처럼) 당연한..이치겠지요.. 사형께서도.. 분명 그런 경험이.. (하는데)

용하 : (자르며) 그래서 자네 지금 사내가 더 좋다는 말인가-?

선준 : (헉..당황하는) 아..아니..제 말은.. 그러니까..어디까지나 친 동기간처럼.. 살가운 마음이 들 수도 있지... (하는데)

용하 : (자르며) 가까이 가고 싶고. 만지고 싶고?

선준 : (흠칫) --

용하 : (끄덕이며) 암.. 나도 그 같은 경험이 있네.. (선준 보며) 걸오!!

선준 : (다소 밝아지는데)

용하 : (서가 한 켠에서 비단책표지의 책 하나 꺼내며) 그럴 때마다 내 남색은 아닌가.. 마음의 번뇌가 깊었네..

         천하에!! 이 여림이 말일세.

선준 : --

용하 : 그때 내게 늘.. 마음의 평안을 준.. 주옥같은 책일세. (책 주면서) 꼭... 혼자 있을 때 보게나..

         지나치게 감동적이라..눈물이 나올 수도 있으니까!!

 

..천천히 책 받는 선준, 용하 선준의 어깨 다독거린다.

 

용하 : 너무 고민말게. 사람을 미워하는 게 죄지.. 좋아하는 마음이 어찌 죄가 되겠나? (선준..살피며) 그게.. 누가 됐든!!

 

 

34. 용하 방 앞 (낮)

 

선준 책 펴본다. 춘화집이다. 헉.. 놀라서 책장을 닫는 선준. 주위를 살핀다. 휘유.. 들키진 않았다...

다시 돌아갈 것처럼.. 용하 방 휙 돌아보는 선준. 그러나 한숨 한번 쉬고.. 책을 들고 가는 선준.

 

 

35. 대사성 집무실 (낮)

 

놀란 눈으로 바라보는 대사성. 믿기지 않는 듯 보는 유창익, 흥미롭다는 시선의 정약용.

 

대사성 : 그게.. 사실인가?

유창익 : 허나 그는 오랜 전통일세!!

하인수 : (긍정하듯) 전 이번 장치기 대회를 통해 유생들이 화합을 배우길 바랍니다.

정약용 : (흥미롭다는 듯 보고) 환영할 일이군.

하인수 : (지지 않는 눈빛) 장의로서 응당 해야할 일이 아니겠습니까.

대사성 : 허면? 무슨 방법이 있나?

 

 

36. 진사식당 (낮)

 

길게 늘어선 줄로 제비뽑기를 하는 유생들.

고장복, 함춘호가 제비 뽑기 함을 들고 유생들에게 내주면.. 유생들이 제비를 뽑는다.

한켠에 서서 그런 유생들을 지켜보는 하인수.

우탁, 해원, 도현, 심지 같은 제비를 뽑으면 청/홍 머리띠에 동과 서가 쓰여진 손목 보호대가 딸려 나온다.

다들.. 누가 뭘 뽑는지 궁금한 듯 기웃거리고 장난도 치는 분위기다.

침울한 표정으로 주위눈치를 보며 머리띠를 뽑는 임병춘.. 서군 행이다.

 

하인수E : 그간... 동재와 서재 기숙사별 대항전으로 치러졌던 장치기 대회는 사실 노론과 소론남인의 당색으로 나뉘어

              성균관의 분열을 가져왔다.

 

선준과 윤희 재신과 용하 차례..

선준-동군/ 윤희-서군/ 재신-서군/ 용하-동군의 머리띠를 각각 뽑아든다.

유생들 수군수군수군..

 

하인수E : 하여 이번 장치기대회에서는 유생 저마다 심지를 뽑아 동군과 서군으로 결정하고자 한다.

 

마지막, 하인수 머리띠를 뽑아 든다. 동군 머리띠이다.

선준과 용하를 보며 손목에 동군 머리띠를 묶는 하인수. 득의만면한 표정.

 

하인수E : 모든 성균관 유생들은...이번 입청재와 장치기 대회를 통해 탕평과 대동 화합의 정신으로 거듭나길 권한다.

 

윤희와 재신 손에 들린 서군 머리띠. 동군 머리띠를 쥔 선준 선준.

용하, 생각하는 듯 동군 머리띠를 허공으로 던졌다 받았다..

허공으로 올라가는 동군 머리띠.

 

 

37. 장의방 (낮)

 

탁- 동군 머리띠를 받는 손, 용하다.

그 앞에 장치기 채를 손 보며 서 있는 하인수.

 

용하 : 전부터 느낀 건데 -- 머리, 참 좋아.

하인수 : --

용하 : 설마.. 동군 서군 편을 나누는데 자넨 아무 관련이 없다... 나한테까지 거짓말을 할 생각은-- 아니지?

하인수 : (피식 웃는다)

용하 : (하인수 주변..맴 돌면서) 그러니까 잘금 4인방이 장치기 대회 때 성균관에서 더 주목받는 꼴은... 못 보겠다...

         그래서.. 노론이자 매제가 될 이선준은 동군에... 눈엣가시 같은 소론 걸오는 서군에?

하인수 : --

용하 : 늘 그래왔던 것처럼.. 공 앞에선 눈이 돌아가는 사내놈들이니.. 이선준과 문재신이 적이 되어 서로를 향해 달려들 수도 있겠지.

         결국... 노론과 소론의 싸움을 붙일 생각인거야. 그렇지?

하인수 : (씩 웃으며) 자네 머리도 나쁘진 않군.

용하 : 헌데-- 나는?

하인수 : (보면)

용하 : 나는 왜 자네 편이지?

하인수 : (0L) 자넨 내 사람이니까-

용하 : (진지) 누구 맘대로?

하인수 : --

용하 : (하인수 똑바로 보며) 나, 구용하다. 누구 사람이 되는 짓 따윈 앞으로도 할 생각이 없다.

하인수 : 여림!!

용하 : 날 자네 곁에 두고 싶다면 -- 방법은 딱 한가지야.

하인수 : --

용하 : (하인수 얼굴 가까이 다가가) 날--- 재밌게 해 달라구.. 지금 자넨 (빙글거리며) 좀... 지루하거든..

 

하인수, 굳어진다. 그 위로...

 

윤희E : (호기심어린) 꽤 재밌는데요~

 

 

38. 장치기 장 (낮)

 

채를 어설프게 쥔 윤희, 힘껏 공을, 퍽 친다.

그러나 땅 치기. 헉!! 윤희 당황하며 재신 본다.

재신, 쿡-- 그런 윤희 모습에 웃음이 난다.

다시 채를 잡는 윤희, 여전히 어설프기만 하다.

재신, 윤희에게 다가가지만.. 차마 손으로는 못하고 장치기 채 끝으로 윤희 손 톡톡 건드리며

 

재신 : (손 가르키며) 오른 손을 더 위로, (팔, 툭툭 치며) 왼팔은 아래로

윤희 : (잘 못 알아듣고) 이렇게 하면 됩니까?

재신 : (답답) 아니 (채끝으로 계속 가리키며) 여길 잡으라고 ..

윤희 : (여전히 어설픈) 이..이렇게요?

재신 : (욱-) 야, 이 답답한 자식아!!

 

그때 장치기 채를 들고 오던 선준, 그런 윤희와 재신을 본다.

 

재신 : 그거 하날 제대로 못해?

윤희 : (겁먹었다) 죄송..합니다 사형.

재신 : (당황하며.. 이럴 생각은 아니었는데) 아아니.. 내 말은.. 그..그러니까..이렇게 하라구.. 봐..

 

시범을 보이려는 듯 채를 들던 재신. 그러나 채를 놓고, 윤희에게 간다.

윤희 앞에 선 재신, 채를 잡은 윤희 손을 바로 잡아준다.

 

윤희 : (재신 올려다보며) 이렇게 하면 됩니까? 사형?

재신 : (시선 마주치자..떨려온다. 얼른 손 떼며..) 그.. 그래 잘...하네.

 

윤희, 탕, 공을 치자.. 저 멀리 날아가는 공..

환하게 돌아보는 윤희. 재신, 입이 귀에 걸렸다. 하이파이브를 하는 윤희와 재신.

누가 봐도 다정한 한때인 윤희와 재신을 보는 선준.. 굳어진다.

그때 선준에게 다가오는 남명식과 소론유생들.

 

남명식 : (선준에게 다가와) 잘해보자 이선준. 넌 노론, 난 소론이지만.. 이번만큼은.. 같은.. 동군이니까-

 

남명식, 환한 얼굴로 선준에게 손을 내밀지만..

선준에겐.. 지금 남명식도 다른 유생들도 보이지 않는다. 그들을 지나쳐 가는 선준.

 

소론유생 : 저런 싸가지~!!

 

선준, 굳은 표정으로 장치기 채로 공을 때린다.

윤희와 재신을 더는 신경 쓰고 싶지 않기에.. 열심히!!

그러나 선준의 귀에 들려오는 윤희와 재신의 목소리.

 

윤희E : 잘 안됩니다 사형.

 

탕 공을 치는 선준.

 

윤희E : 도와주십시오 사형.

 

공을 때려 넣는 선준.

 

윤희E : 사형, 저 잘했습니까?

 

탁!! 채를 던지는 선준, 더는 안 되겠다. 돌아서 장치기장을 나가 버리는 선준..

연습을 하던 윤희, 그런 선준의 뒷모습을 바라본다.

쌩 찬바람이 이는 선준의 뒷모습이다.. 버려진 장치기 채.

윤희 마음이 쓰여 선준이 가는 뒷모습을 따르는 윤희의 눈빛.

 

 

39. 성균관 일각 (낮)

 

걸어 나오는 선준. 답답하고.. 어쩐지.. 화가 치밀어 오르는 기분.

 

FLASH> 38씬 다정한 윤희와 재신의 모습. 그 위로 E 소리는 17씬

윤희 : 왜 그런거 있잖소.. 자꾸만 생각이 난다든가. 별일 아닌 일에도 기분이 흐렸다 개었다 한다든지..

 

멈춰 서는 선준. 지금의 이 감정이야말로.. 윤희가 말했던 바로.. 그 사랑일 수도 있다는 생각.. 당혹스럽다.

휙, 재신과 윤희가 있는 장치기 터를 돌아보는 선준.

 

FLASH> 33씬

용하 : 자네 혹 사내가 더 좋다는 말인가?

 

부정할 수 없는 감정임을.. 깨달아 가는 선준.. 사색이 된다.

그때다.. 선준이 놓고 간 채를 들고 오는 윤희가 보인다.

헉!! 당황스러운 선준.. 자신의 감정을 들킬 것만 같다..

점점 다가오는 윤희, 선준 그 옆의 어느 전각 뒤로 삭--- 몸을 감춘다.

윤희는 그런 선준을 보지 못하고 그 옆에서 선준을 찾아 두리번거리고 선준은.. 그 앞에 나서지 못한 채.. 숨어 있다.

후... 심호흡 하는 선준, 뛰는 심장을 잠재우기 위해.. 손을 꾹..눌러 본다.

선준 얼굴.. 차츰차츰.. 서늘하게 굳어진다.

 

 

40. 한성부 관청 (밤)

 

- 다다다 한성부 관청의 기와 위를 달려가는 발, 검은 옷차림의 홍벽서

그러나 등에는 활이 아니라 칼을 찬.. 조금은 다른 홍벽서다.

- 관청 마당으로 뛰어내린 홍벽서. 보초를 서던 관군들, 홍벽서를 향해 달려오면 일합을 겨루는 홍벽서. 칼을 뽑는다.

관군들은 홍벽서의 상대가 되지 못할 정도로 현란한 칼솜씨를 지닌 홍벽서. 관군들을 모두 베어버린 뒤 들어간다.

선혈이 낭자한 그 자리. 그동안 홍벽서는 전혀 하지 않았던.. 살생의 순간. 무자비하다.

- 관청에서 쌀과 돈궤를 지고 담을 넘는 홍벽서.

그 자리에 홍벽서 벽서를 붙여두고 달아난다.

 

 

41. 규장각 (밤)

 

그 홍벽서를 받아보는 손, 정조다. 그 앞에 채제공과 정약용

 

정조 : (홍벽서 읽는) 이는 백성의 고혈이니 다시 백성에게 돌아감이 마땅하지 않으냐.. (복잡한) 홍벽서가 살생을 했단 말인가--

정약용 : 전에 없던 일입니다. 전하.

정조 : (홍벽서를 바라본다)

채제공 : 전하, 분명.. 홍벽서는 백성의 영웅이 되고자 하고 있습니다.

            지난 번 금난전권을 폐지한 일로 민심을 얻자 이번엔 방자하게도

정조 : 의적이 돼 민심을 사로잡겠다는 뜻인가-- (흥미로운 듯 웃는)

정약용 : 지금껏 홍벽서는 금등지사를 말하기 위해 움직여왔습니다. 허나 오늘의 홍벽서는.. 그를 말하지 않고 있습니다.

정조 : --- 전과 다르다...---?

정약용 : (본다)

정조 : 허나.. 살생은 용납할 수 없는 큰 죄!! 당장 홍벽서를 잡아들이세요.

 

 

42. 모란각 일실 (밤)

 

술상을 마주 놓고 앉은 병판과 이정무.

 

병판 : 더는 홍벽서를 쫓지 않을 생각입니다.

이정무 : (본다)

병판 : 가짜 홍벽서가 도성 안을 휘젓고 다니면 진짜 홍벽서가 나타날 수 밖에요...

         그 때를 노렸다 이번엔 실수 없이 놈을 낚아 챌 생각입니다.

이정무 : (걱정스런) 신중하세요 병판.. 무리한 사수는 언제나 화를 불러오는 법이니까요.

병판 : 또또.. 걱정이 늘어지십니다. 사돈께서는 지나치게 돌다리를 두드리십니다. 저를 못 믿으십니까--

이정무 : 믿음은 말로 쌓는 것이 아닙니다. 병판!! 사돈이라는 이유로 내가 많은걸 용납할 꺼라 기대했다면...

            이 혼담.. 없던 일로 합시다.

 

벌떡 일어나 나가는 이정무.

사색이 된 병판, 이정무의 뒤를 따라간다.

 

 

43. 모란각 복도 (낮)

 

차갑게 굳어 걸어가는 이정무..

버선발로 따라가며 이정무에게 사정하는 병판.

섬섬 앵앵 기녀들.. 놀란 듯 수군수군..

 

병판 : 자..잘못했습니다. 사돈.. 아니.. 좌상대감.. 혼담만은.. 부디..

이정무 : (그저 가려는데)

병판 : (진심) 대감.. 딸자식의 앞길을 막는 아비는 되고 싶지 않습니다.

이정무 : (돌아본다)

병판 : 용서하십시오. 대감.

이정무 : 말했습니다-- 믿음은... 말로 쌓는 것이 아니라구요.. 혼담은.. 홍벽서를 잡은 다음에나 생각해 봅시다.

 

이정무, 찬바람이 일게 병판을 지나쳐 간다.

모멸감 느끼는 병판.

 

 

44. 중이방 (낮)

 

조보를 읽는 재신, 가짜 홍벽서 기사를 읽고 있다.

 

재신 : (읽어 내려가는) 홍벽서가 관군을 죽이고.. 관청을 털었다.--?

 

쓰게 웃는 재신이.

그때 벌컥 문이 열리고 들어서는 용하. 저도 모르게 조보를 접어 버리는 재신.

용하 그런 재신을 놓치지 않고.

 

용하 : 자네 요즘 나한테.. 감추는 게 너무 많아.. 그건 .. 연서라도 되나?

 

용하, 재신, 허리춤에서 뺏어보면 조보다.

조보를 읽어가는 용하. 용하 천천히 어두워지는 표정.

 

용하 : (진지한) 묘한 일이군.. 홍벽서가 사람을 살생할 리가 없는데-- (재신 슬몃.. 살피는데)

재신 : (용하 시선 느끼지 못한다)

용하 : (그러나 조보 접으며) 지금 이런 칙칙한 홍벽서 얘기나 읽고 있을 때 가 아니네.

재신 : ---

용하 : 오늘이 무슨 날인지 잊었나? 입청재라구 입청재!!

 

 

45. 성균관 정문 앞 (낮)

 

문이 차락차락차락.. 여기저기에서 동시에 열리는 꽃가마들.

꽃가마에서 내리는 어여쁜 꽃신의 양갓집규수들 설레는 마음으로 성균관으로 들어선다.

한 켠에 효은이, 정현, 미현, 보인다.

그 뒤로 들어서는 꽃 삿갓을 쓴 기녀들 초선 섬섬 앵앵등 일렬로 들어선다.

손에는 바리바리 선물이며 음식들을 싸가지고 오고

막 문으로 들어서려는 효은 정현 미현에게 쏙 나오는 황가 손.

 

황가 : (눈 찡긋 하며) 한냥 한냥.

효은 : 이게 뭔가

황가 : 일등신랑감 명부요

미현 : (톡 나서며) 정말이오?

황가 : 그렇다니까.. 성균관 안에 들어가 보시우.. 발에 채이는 게 다 명문가 고관대작 아들들인데..

정현 미현 : (눈빛 초롱초롱)

황가 : 누가 어느 방인지 모르면 입청재 내내 여기저기 헤매기만 하다가.. 제대로 된 놈 하나 못 건지고 빈손으로 나온다니까...

         억울해 죽어!!

정현 미현 : (일리 있다는 듯 고개 끄덕이며)

황가 : 노론이냐 소론이냐 당색이면 당색, 집안이면 집안.. 청재 배정표에 (은밀히) 성적표까지 다 실려 있소.

효은 : 난 됐네.

황가 : 애기씨, 저희 집 우수고객이 이러면 섭합니다.

정현 : 임자 있는 몸이다 이거지?

미현 : 하긴.. 좌상댁 아들이면. 확실한 일등신랑감이지 뭘 더 바래.

황가 : 하는 수 없지요.. 부록도 있는데...“잘금 4인방의 은밀한 외출”

효은 : (돌아서며 환한) 한 냥이라고 했나?

 

 

46. 성균관 곳곳 입청재 스케치 (낮)

 

- 우탁, 해원, 각각 여인들을 데리고 성균관 내를 소개시켜 주고 있다.

도현도 모처럼 식구들과 성균관을 둘러보고 있다. “따님이 미인이네요” 하면.. “ 손녈세” 이런 분위기

- 노모와 만나는 남명식..

- 남명식과 고봉도 여인들을 데리고 다니며 명륜당 앞을 소개해 주고 있는데

그때 등장한 용하, 몇몇 기녀들과 함께 등장해 성균관을 둘러보고 있다.

그러자 다른 유생들과 함께 왔던 여인들 용하가 가는 방향으로 눈길을 주더니

급기야 용하의 뒷 꼬리로 하나 둘 모여들기 시작한다.

마치 피리 부는 사나이가 아이들을 데리고 가는 것처럼..여인들을 이끌고 가는 용하.

남아 있는 남자 유생들.. 넋이 나간 표정이다.

해원 “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난 거냐 ”

우탁 “ 마성의 유생..여림 선진 아닌가 ”

 

 

47. 성균관 어느 일각 (낮)

 

댕기머리 계집애를 와락 안는 임병춘. 누이동생이다.

 

임병춘 : 어머니 병세는 좀 차도가 있구?

누이 : 오라버니가 보내준 돈으로... 약 해드시고.. 좋아지셨지 많이.

임병춘 : (누이동생이 예쁜 듯 뺨 쓸어주며) 우리 홍이, 시집가야겠다.

누이 : (성균관 둘러보며) 오라버니가 이 성균관에서... 제일 학문이 뛰어나 매번.. 장학금을 받는다구.. 어머니가 얼마나 자랑이신지..

임병춘 : (... 서글퍼지는데)

조씨E : 저어... 말씀 좀.

 

임병춘 고개 돌려 보면.. 초라한 행색의 조씨다.

 

조씨 : 김윤식 유생을 찾아 왔는데요..

임병춘 : ... 김윤식.. 유생.. (헉.. 찔린다...) 어디.. 갔더라..

 

그때.. 지나가던 정약용.. 그런 조씨를 봤다.

 

정약용 : 김윤식... 모친 되십니까?

 

조씨, 정약용..어디서 많이.. 본 얼굴이다.. 싶은 듯 바라보다가 놀라는 조씨.

정약용, 예를 갖춘다.

 

 

48. 약방 (낮)

 

사색이 되어 일어나는 조씨. 앞에 놓여 있는 찻잔.

 

조씨 : 아일 데려 가야겠습니다. 계집을 성균관에 보낸 죄를 물으셔야 겠다면.. 그 벌은 제가.. 달게 받겠습니다.

정약용 : 부인

조씨 : 애들 아버지를 생각하신다면.. 저희 세 식구.. 이대로 세상을 버리고 숨어 살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정약용 : 저를 설득하신다 한들... 윤희 그 아이 뜻을 꺾진 못하실 겁니다.

조씨 : (본다)

정약용 : 스승인 전.. 그 아이가.. 탐이 납니다.

조씨 : --

정약용 : 천주학에서는 하늘아래 사내와 계집이 똑같다 가르치고 있습니다. 부인. 어쩌면.. 조선에서도 언젠가--

조씨 : (자르며) 그길을 왜.. 저희 애가 가야 합니까..

정약용 : --

조씨 : 전 딸애가 세상이 반대하는 .. 그 모진 길을 가는 걸 원치 않습니다. 애들 아버질 잃은 것만으로도 충분하니까요.

 

조씨.. 돌아서 가려는데.

 

정약용E : 윤희 때문입니다.

조씨 : (멈칫)

정약용 : 스승님께서.. 금등지사를 그토록 원하셨던 이유 재주 많은 딸아이에게 새로운 세상을.. 열어주고자 하셨습니다.

 

천천히 돌아보는 조씨.. 흔들리는 눈빛이다.

 

 

49. 약방 앞 (낮)

 

힘 없이 걸어 나오는 발. 성균관을 돌아보는 조씨. 복잡한 얼굴이다.

그때 달려오는 윤희.

 

윤희 : 어머니.. 어떻게 오셨어요. 기별도 없이.

 

환한 윤희 얼굴을 보는 조씨.. 마음이 복잡해진다.

 

 

50. 진사식당 (낮)

 

나란히 앉아 있는 윤희와 조씨.

 

윤희 : (조심스럽게 살피며) 왜 말씀... 안 해주셨어요? 아버지께서 성균관 박사셨다는 걸.. 미리 알았더라면--

조씨 : 다 지나간 일일 뿐이다.. 달라질건.. 아무 것도 없다.

윤희 : 하지만..

조씨 : (윤희 손잡고) 윤희야, 우리 지금은 다른 생각하지 말고.. 무사히... 이 곳 생활 마치고 집으로 돌아올 일만 생각하자..

윤희 : --

조씨 : 나중에 언젠가.. 옛날얘기하듯.. 그렇게 하자.

 

조씨.. 복잡한 얼굴이고.. 윤희 역시.. 더는 말하지 못한다. 그 위로

 

섬섬E : 김윤식 유생은 대체 어딜 가셨답니까..

 

 

51. 중이방 앞 (낮)

 

인명부를 보는 섬섬 앵앵, 그리고 초선이.

 

섬섬 : 보십시오. 여기 중이방 헌데 어딜 가신게지?

앵앵 : 그러게요.. 형님이 오실꺼라는 걸 뻔히 아실만한 양반이.

초선 : ----

섬섬 : 그러니까.. 형님 자꾸 뜸들이지 말고.. 오늘은.. 한 이불 아래 깊은 속정을 나누자... 한번 해 보십시오.

 

까르르 웃는 섬섬과 앵앵

그 앞으로 다가오는 설고봉.

 

설고봉 : 장의께서 찾아 계시네 초선이.

 

섬섬 앵앵.. 초선 보면.. 초선, 새초롬 한 표정이다.

 

 

52. 성균관 어느 누각 (낮)

 

탁 트인 전경 앞에 서탁 위에 차와 다과.

꽤나 신경 쓴 하인수. 그 앞에 초선이.

 

하인수 : (나름 부드러운) 왔으면 바로 내게 왔어야지.

 

일어나 전경 앞에 가 서며.

 

하인수 : 성균관에선.. 여기가 제일 볼만하다. (초선 돌아보며 설레는) 네게 언젠가 보여주고 싶었지.

초선 : 제가 오늘 성균관에 온 건.. 조선땅. 어디에나 있는 하늘이나 보자고 온게 아닙니다.

하인수 : (보면)

초선 : (일어나며) 허니.. 그만 일어나도 결례가 아닐런지요. 장의.

하인수 : (손목 턱 잡으며) 노력하구 있다. 네깟 계집의 마음 한번 가져 보겠다구... 이 하인수가.. 노력이란 걸 하구 있잖아..

초선 : (보다가) 가여우신 분입니다.

하인수 : (보면)

초선 : 어째서 이 세상 모든 것들이.. 다 장의 뜻대로만 돌아가야 한다 모든 것이 다 도련님 것이다.. 여기십니까...

하인수 : --

초선 : 저 하나쯤은.. 그대로, 놔둬 주시겠습니까?

 

하인수와 초선.. 쨍 부딪히는 시선.

 

 

53. 성균관 다른 어느 일각 (낮)

 

굳은 얼굴로 내려오는 하인수.. 그 뒤를 따르는 강무와 설고봉.

 

강무 : 너무 마음 쓰시지 마십시오 장의.

하인수 : -

강무 : 천한 기녀아일 뿐입니다.

하인수 : (OL) 오늘처럼.. 물빛 저고리를 입고 있었다. 그날도.

강무/설고봉 : ?

하인수 : (회한 어린) 초선이 저 아이가 우리 집으로 뛰어 들어오던 날... 아버님 앞에 서 있던.. 열 살난 계집애가..

            물빛 저고리가 꽤 (엷은 미소..) 잘 어울렸지.

강무 : --

하인수 : 병춘이--- (싸늘한) 불러야겠다.

설고봉 : (신나서) 예, 장의.

 

 

54. 장의방 (낮)

 

창 쪽을 바라보고 서 있는 하인수, 그 뒤에 무릎 꿇고 앉아 있는 임병춘.

 

하인수 : 더러운 일, 냄새나는 일. 나를 위해 뭐든 할 수 있다고 했던가.

임병춘 : --

하인수 : 내일 장치기 대회 때.. 니가 ..필요해졌다.

임병춘 : 이선준입니까?

하인수 : (옆으로 살짝 돌아보면서) 김윤식이다!!

 

 

55. 존경각 (저녁)

 

윤희. 서가와 서가 사이에 서서 손바닥 위에 칠교를 놓고 바라보고 있다. 그 위로

 

조씨E : 나중에.. 옛날 얘기하듯 그렇게 하자..

 

칠교를 만지는 손.. 윤희 복잡해지는데..

그때 똑똑 노크 소리.

윤희 보면.. 그 앞에 아무도 없다. 다시 칠교로 눈이 가는 윤희. 다시 똑똑..

윤희 보면.. 서가 사이에서.. 슥 나타나는 재신.

 

재신 : 오늘 같은 날.. 여기서 뭐하는 거냐. (책 하나 꺼내 보며) 별호는 대물씩이나 되는 녀석이

         (책 편 채 슬몃 윤희보며) 이름값도 못하고!!

윤희 : (일어나며) 우와.. 사형을 존경각에서 뵙는 날도 다 있습니다. 그것도.. (재신 보고 놀리듯) 오늘 같은 날.

재신 : (심드렁하게 책들 펼쳐 보면서) 어, 다 읽었거든. 여기 책들은..

윤희 : (거짓말 이라 믿는, 피식 웃으며) 사형두 참.

 

웃으며 책 뒷장의 독서카드 꺼내 보는 윤희. 문재신 써있다.

다음 책도 꺼내 보는 윤희. 거기도 문재신 써있다.

믿기지 않는 윤희 책들 하나하나 빠르게 꺼내 본다, 어김 없이 써있는 문재신.

윤희, 눈 앞에 재신이 달리 보인다.

 

윤희 : (놀랍다) 사형.

재신 : (책 덮고 무심하게) 밥이나 먹으러 가자.

 

앞서 가는 재신, 윤희 그런 재신 의외의 모습에 놀랍기만 하다.

 

 

56. 명륜당 마당 (저녁)

 

차일아래 차려진 긴 상.. 곳곳에 놓여 있는 화톳불.

그 상 곳곳에 유생들이 연인 누이들과 함께 밥도 먹고 술도 마시고 있다.

의자에 앉는 재신과 윤희.

 

윤희 : (주위 둘러보며 장난스레) 참 못났습니다. 사형. 오늘 같은 날 찾아와주는 여인네 하나 없습니까?

재신 : --

윤희 : 마음에 둔 정인도 없으시죠? 사형?

재신 : 그래서.. (재신에겐 의미 있는) 너랑 밥이나 먹으려고.

 

표정이 굳어지는 윤희,

재신 머쓱해서 윤희 보면... 윤희 시선이 한 곳에 고정돼 있다.

그 앞에 선준, 효은 그리고 미현과 정현이다.

 

효은 : 도련님.. 동방생들 아니십니까?

선준 : (윤희와 재신 보고.. 굳어진다)

윤희 : (윤희도 선준 보고 굳어지고)

재신 : (그런 윤희 보고)

미현 : (일등신랑 명부 뒤진다) 중이방 문재신?

정현 : 대사헌의 차남? (얼굴 마주 보고 좋아하는)

 

정현과 미현, 재신 옆으로 다가가 앉는다.

딸꾹질이 시작된 재신. 정현 미현, 재신 보면. 재신 더는 안되겠다. 일어나는 재신.

 

재신 : (윤희 등 툭툭 치곤 귓가에) 우리 오늘, 밥은 먹은 걸로 하는거다.

 

윤희 보면 뛰어가는 재신,

정현 미현 그 뒤를 따라간다.. 서로에게 뒤처지지 않으려는 듯 안간힘을 다하며.

 

 

57. 은행나무 아래 (저녁)

 

정현 미현, 재신을 따라왔지만 재신은 보이지 않는다.

은행나무위에 올라와 앉아 있는 재신.. 딸꾹질이 올라오자 얼른 손으로 입을 막는다.

 

 

58. 명륜당 마당 (저녁)

 

벌떡 일어나는 윤희. 효은, 선준, 윤희를 본다.

 

윤희 : 허면 난.... 그만 가보겠소.

효은 : (따라 일어나며) 아닙니다. 도련님 저희랑 같이 드세요. 네?

윤희 : (어쩌나 싶은데)

효은 : 도련님 동방생이시면 제게도 소중한 분이십니다.

윤희 : (효은 보면)

효은 : 게다가 오늘은 진사식당도 문을 닫았습니다. 저녁은 어쩌시려구요. (선준 보며) 도련님께서 좀.. 청해 보십시오.

윤희 : (선준 보면)

선준 : (윤희 안 보고) 가겠다고 하는데는 다 사정이 있겠지요. 지나치게 청하는 건 법도가 아닙니다..

윤희 : (그런 선준의 태도 기막히다) 그럼 난 갈테니.. 저녁 맛나게들 드시오. (선준 똑바로 보며) 법도대로!!

 

차갑게 돌아서는 윤희. 그때다.

 

초선E : 도련님--?

 

윤희 돌아보면 그 뒤로 화려한 차림의 초선이 서 있다.

당황하는 윤희, 선준도 그런 윤희와 초선을 놓치지 않고.

 

윤희 : 초..초선이.

초선 : (당황하는 윤희를 보곤..) 혹 제가.. 찾아온 것이 도련님을 곤란케 해 드린 것입니까.

윤희 : 아,아니오.. (하다가 불현듯, 순간..작정했다) 기다리고 있었소.

초선 : --?

 

JUMP

이제 초선 윤희 효은 선준 두 커플의 만찬자리가 된 좌석.

 

효은 : (윤희에게) 섬에 가신 일은 .. 저 때문에 공연히.. 죄송하게 됐습니다.

 

선준과 윤희 밥 먹다 눈이 딱 마주친다.

얼른 외면하는 선준. 윤희도 고개 돌린다.

 

효은 : 섬에 두 분만 계시다는데... 밤새 별일이라도 생기는 건 아닌가 해서 얼마나 마음을 졸였는지요.

선준 : (헉... 그날의 기억이..떠올라 아찔해진다)

효은 : 그래도 한시름 놨지 뭐예요? 저희 도련님께서 가장 아끼시는 동방생이라 들었습니다. 그렇지요? 도련님.

윤희 : (먹다가 선준의 대답이 기다려진다.. 선준 본다)

선준 : (윤희 보다가.. 자기 마음을 들키기라도 할까봐 얼른 시선 피하며) 동방생은 다 똑같은 동방생일 뿐입니다...

         누가 누구를 더 귀히 여긴다니... 당치 않은 말입니다.

윤희 : (수저를 꼭 쥔 손.. 눈에는 서운함이 가득하다) 맞소!! 나 역시 마찬가지요. 우린 그저 동방생일 뿐이오. (선준 똑바로 보며)

선준 : (서운함.. 본다)

 

초선, 그런 선준과 윤희가 어딘가 남다르다 여겨진다. 선준 한번 보고 윤희 한번 보고..

싱긋이 웃는 초선. 그러다 효은과 눈이 딱 마주친다.

효은은 초선이 선준을 본다고 생각한다.

선준과 윤희가 눈싸움을 하는 그 순간.. 효은 초선을 향해.. 소리죽여.. 눈깔어!! 입술을 앙다문다.

초선. 배시시 웃고. 더 열 받는 효은. 안되겠다. 젓가락으로 음식을 집어 선준에게 먹여 주려 한다..

 

효은 : 도련님 드셔 보세요. 정혼하기로 한 날부터... 요리를 배우고 있긴한데.. 도련님 입맛에 맞으실지는 잘...

선준 : (난처하다)

윤희 : (아주 별 짓을 다하는구나)

효은 : 어서요 도련님, 내일 장치기 대회 때 힘 내시라고.. 영양식으로 준비했는걸요.

         기력증진에 좋은 갈낙탕입니다. 물 좋기로 유명한 독천마을로 사람을 보내 특별히 구한 낙집니다.

 

선준에게 더 다가오던 효은의 팔꿈치 툭-- 식탁 위에 있던 물병을 엎질러버린다.

놀라는 효은.. 선준, 얼른 수건으로 효은의 치맛자락과 효은의 손을 닦아주기 시작한다.

그런 선준을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는 효은이.

그 모습에 시선이 가는 윤희. 초선, 그런 윤희 바라본다.

 

윤희 : (효은과 선준 보라는 듯 초선에게 음식을 덜어주는) 내게 온 귀한 손님인데 대접하는 걸 잊었소. 초선이.. 많이 드시오.

초선 : (미소 지으며 윤희 본다) 도련님께 이런 면이 있는 줄은 몰랐습니다.

선준 : (차가운) 그러게나 말일세!! 김윤식 유생이 여인네를 싫다한 이유를 내 오늘에야 알았소.

         (윤희 보며) 여인을 싫어한 것이 아니라 초선이를 좋아했기 때문 아니오? 사람이 좀 솔직해 보시오.

윤희 : (선준 쏘아보며, 기막힌 듯) 하!!! 내가 할 말이오. (효은보며) 이선준 유생이 말이오.

선준 : (보면)

효은 : (부푼 눈망울로 윤희 바라본다) 말씀해 주세요 도련님.

선준 : ---

윤희 : 정혼 같은 건 부모님의 뜻일 뿐이다--- 대과를 보기 전까지는 혼인 따윈 하지 않겠다.. 내게 약속을 했지 뭐요.

선준 : ---

효은 : (선준 본다..서운하다)

윤희 : (선준 똑바로 보며) 그것도 사내장부의 약속을 말이오..

효은 : (실망) 도련님. 진정이십니까? (눈물이 그렁그렁 맺히는)

선준 : (굳은 얼굴로) 그만 하시오.

윤희 : (그런 선준의 차가운 얼굴을 보고, 눈물이 맺힌 효은 본다.. 마음이 흔들리는 윤희..누구러진 목소리..)

         그런데 오늘.. 그쪽을 보니 알겠소. (감출 수 없는 진심에... 목소리가 흔들리는) 이렇게 곱고 현숙한 처녀라..

         아마.... 그런 마음이 .... 흔들리고 있는 모양입니다.

 

눈빛이 흔들리는 윤희.

선준 그런 윤희를 보고... 초선도 그런 윤희를 의아한 듯 본다.

효은만.. 꿈꾸듯 설레는 표정으로 발그레해진 뺨을.. 손으로 감싸 쥐며 행복하다.

 

효은 : 너무 감동적입니다.. 이건..어떤 얘기책에서도 보지 못한.. 장면입니다. 도련님.

선준 : --

윤희 : (흔들리는 눈빛이다)

초선 : (벌떡 일어나며) 오늘 이 자린.. 이년이 있을 자리가 아니었습니다.

윤희 : (의아한) 그게 무슨 말이오, 초선이.

초선 : (윤희 보고 웃으며) 도련님께서 마음에 두고 있는 이는 제가 아닙니다.

윤희 : --

초선 : 이 자리에 계신 그분을 제가-- 맞춰 봐도 될런지요..

윤희 : (철렁) 그..그게 무슨 말이오.

선준 : (윤희 본다)

효은 : (영문 모른 듯 보고 있는데)

 

천천히 일어나는 초선. 선준과 효은의 자리로 가는 초선.

윤희 긴장하는데...

초선, 그대로 선준의 뺨에 입 맞춰 버린다.

그 모습에 경악하는 윤희와 사색이 된 효은이.

당혹스런 선준과 놀라는 유생들의 모습에서. -제 12강 엔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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