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KBS대본

[힐러] 13 - 기다리고 있어

작성자수다쟁이|작성시간15.03.03|조회수1,316 목록 댓글 0

[힐러] 13 - 기다리고 있어

 

 

 

 

 

 

 

 

 

 

#1. 12회 #71. 도로

 

달리는 정후의 차. 조수석의 영신이 앞을 보다가 깜짝.

정후가 모는 차가 또 한 대를 추월해 달린다.

 

 

#2. 민자 아지트

 

거기 모니터 중의 하나에 보이는 것. 아래에는 정후 모친을 찍은 두 장의 사진(집 앞에서. 백화점 앞에서)

그리고 새로운 파일을 연다. 레스토랑에 오비서와 마주 앉은 정후모친의 사진이 열린다.

 

민자목소리 : 근데 힐러야. 이거 누가 봐도. 확실한 함정이야. (12회의 #58)

 

 

#3. 12회 #63. 도로

 

정후가 차를 급하게 우회전 시킨다.

영신이 놀라서 정후를 보고 있다. 낯선 느낌이다.

 

 

#4. 레스토랑 내부

 

마주 앉은 오비서와 정후모친.

 

오비서 : 얼마 전에 저희 사모님을 만나셨다던데. 무슨 얘기를 나누셨는지요.

정후모 : (내심 무섭지만 또박또박) 그런 거라면 거기 사모님께 여쭤보시면 되겠네요.

오비서 : 혹시 아드님께서.. 그러니까 큰아드님이요. 서정후지요? 이름이. 저희 사모님께 뭔가를 알아봐 달라고 부탁하든가요.

            사장님께서 그걸 궁금해 하시는데.

정후모 : 저, 우리 애 못 만난지 십년도 넘었구요. 그동안 연락 한번 없었습니다. 유학 갔다는 얘기만 들었지.

            어디로 갔는지도 모르구요. 잘 아시겠지만 저 어린 아들 버리고 재가한 여자에요. 무슨 염치로 그 애 연락을 바라겠어요.

            정후 그 애도 나 잊은지 오래 됐을 겁니다.

오비서 : 예에 그러시군요. (하더니 주위를 둘러보는) 약속이 있으신가봐요. 누구하고...?

정후모 : ..친구요.

오비서 : 그러시구나. 저도 친구 만나러 왔는데. 같이 기다려 드리겠습니다.

 

하더니 오비서가 바로 옆 테이블로 가서 앉는다.

정후모친이 마음 속의 떨림을 애써 감추며 오비서를 본다.

오비서는 조용히 두 손을 모으고 창밖을 본다.

정후모친이 머뭇거리다 일어선다. 그러자 오비서가 빤히 본다.

 

정후모 : 잠시.. 저기.. 화장실에..

오비서 : 다녀오세요.

 

정후모친 옷가방을 차마 들지 못하고 그냥 손가방만 들고 일어서 걸어간다.

정후모친이 오비서의 옆을 지나가는데.

손가방의 앞주머니에 들어있던 정후모친의 휴대폰을 오비서가 전혀 긴장감도 없이 스윽 빼낸다.

 

 

#5. 12회 #76. 레스토랑 앞 길

 

레스토랑 건너편 길가. 급정거로 서는 정후의 차.

 

 

#6. 건물 뒤? 복도?

 

정후모친이 나온다. 주위를 둘러본다. 저도 모르게 혼잣말..

 

정후모 : 오지 마. 정후야. 오면 안 돼.

 

어디로 가야할지.. 조바심 내며 빠르게 걸어가기 시작한다. 그 장소에서 더 멀어지기 위해.

 

 

#7. 건물 내부

 

오비서가 걸어온다. 정후모친의 휴대폰을 들고 내용을 뒤져보면서 계단 쪽으로 들어간다. 그 위로.

 

민자소리 : 느이 엄마가 오비서 차 쪽으로 간 거 같다. (12회 #82)

 

 

#8. 12회 #85.

 

민자소리 : 둘이 합쳐지고 있어.

 

추적기를 표시하는 지도 모니터. 두 개의 빨간 점이 하나로 뭉쳤다.

 

 

#9. 지하주차장 (12회 #94.)

 

정후. 봉고차의 문손잡이를 잡는다. 확 열어젖힌다.

그 순간 안에서 날아오는 쇠파이프. 정후가 날렵하게 피한다.

안에 숨어있던 윤발이 공격해 들어온다.

정후가 피하며 안을 들여다본다. 봉고 안은 비어있다. 그리고 그 안에 놓여 있는 정후모친의 휴대폰.

다시 공격해오는 윤발을 피해서 반격하려는 순간.

아. 정후의 허벅지에 날아와 꼽히는 마취주사기.

 

 

#10. 지하 주차장 비상계단 앞 입구

 

상수파들이 잠겨진 입구 문을 열려고 하는데 그리로 다가가는 윤동원.

사내들이 일제히 윤동원을 향해 막듯이 선다.

 

윤동원 : 아. 나 형산데.. (하며 신분증을 꺼내는데) 진짜 형사.

용식 : (가로막듯) 수고가 많으십니다.

윤동원 : 지금 그 안에서 누가 뭘 하고 계시나. 좀 볼까요.

용식 : 문이 잠겨서요.

 

 

#11. 비상계단 (12회 #95)

 

정후가 돌아서다가 멈춘다.

안에서 기다리고 있던 요요가 웃는다. 그 얼굴이 흐려졌다가 겨우 초점이 맞는다.

뒤에서 요요가 공격해온다. 간신이 피하거나 맞으며 도망치려는데.

요요의 손에서 뻗어 나온 요요. 한번은 피했는데.

피하다 비틀. 계단 위에서 주저앉는 순간. 다시 뻗어오는 요요.

정후가 한 팔을 들어 얼굴을 가리는데. 그 팔뚝을 요요의 유리섬유 줄이 날카롭게 벤다. 피가 튄다.

 

 

#12. 옥상 안 계단

 

정후가 거의 주저앉을 듯 하며 간신이 올라온다. 계단이 울렁거리며 제대로 초점이 잡히지 않는다.

옥상으로 나가는 문을 잡으려는데.

뒤에서 누군가 정후의 뒷덜미를 잡는다. 반사적으로 반격하지만 간단히 제압당한다.

그가 정후의 모자를 잡더니 홱 벗겨버린다. 정후의 점퍼를 잡더니 벗겨버린다.

그러더니 옥상 문을 열고 밖으로 밀어버린다. 문이 닫힌다.

그러더니 그 옷을 입는 영재. 모자도 눌러쓰고. 팔뚝을 내려다본다. 찢겨진 옷에 피가 배어있다.

에혀.. 한숨을 쉰다. 아래에서 달려 올라오는 발소리들.

주머니를 뒤적뒤적. 그러다 꺼내드는 만능공구. 울상이 돼서 내려다보다가 에잇. 찢어진 옷 위로 주욱 긋는다.

그 뒤로 달려 올라오는 요요와 사내들. 그들에게 등을 지고 선 채.

 

영재 : (혼잣말) 어우우. 아퍼. (울고 싶다)

 

 

#13. 레스토랑 밖

 

걸어 나오고 있는 영신. 주위를 둘러본다. 봉수도 누구도 보이지 않는데.

울리는 전화벨. 받아든다.

 

영신 : 여보세요.

민자소리 : 채영신씨?

영신 : 네 전데요?

민자소리 : 박봉수씨 아시죠?

 

 

#14. 건물 내부

 

영신이 급하게 걸어가며 주위를 두리번거린다.

화장실 안내판이 보이자 그리로 달려가서 남자 화장실 안으로 쑥 들어가 살핀다.

놀라는 남자 이용자는 상관하지 않고.

 

민자소리 : (계속) 그 건물 안에 어딘가 있을 거예요. 통화를 하다가 끊겼는데. 아무래도 다친 거 같아서요. 찾아봐줄 수 있어요?

 

 

#15. 12회 #100. 옥상 위

 

옥상 위. 구조물 뒤. 사람들에게 들키지 않을만한 곳에 정후가 쓰러져 있다. 정신을 잃고 있다.

점퍼도 입지 않고. 부상당한 팔에서는 조금씩 흘러나온 피가 흥건하게 고이고 있다.

 

 

#16. 지하 주차장

 

입구에서 달려 나오던 영신이 멈춰 서더니 반사적으로 옆의 차? 뒤로 숨는다.

저 앞에 상수파들이 우루루 차에 타고 출발하고 있다.

영신이 좀 더 자세히 보려고 목을 빼다가 이크. 얼른 다시 숨는다.

윤형사가 전화를 하며 달려가고 있다.

 

윤형사 : 차량 넘버 보냈으니까 추적해봐. 놈들이 이렇게 철수하는 거 보면 분명히 목표대상을 잡았다는 거야.

            그게 누군지 알아야겠어.

 

윤동원이 자기 차에 타더니 급히 출발해간다.

영신, 그제야 몸을 일으켜 그들을 본다. 뭔가 불안하다.

걸음을 옮겨가다가 멈춘다. 고개를 숙여 내려다본다. 거기 한 점 떨어져 있는 핏자국.

설마해서 손가락 끝으로 찍어서 본다. 더 앞을 본다. 거기도 한 점 피가 떨어져 있다.

후딱 차들이 나간 입구를 본다. 영신이 그 입구를 향해 달리기 시작한다. 그들이 차에 태워 갔다고 생각하는 것.

전화벨이 울린다. 영신이 달리며 받는다.

 

민자소리 : 박봉수 아직 못 찾았어요?

영신 : 그 깡패들이 누굴 잡아갔대요. 봉수가 다쳤다고 했죠. 여기 피가 떨어져 있어요. 그러니까 그 놈들이 봉수를..

민자소리 : 아니야. 아니니까 정신 좀 차리고 아가씨.

영신 : (멈춰 서서) 어떻게 알아요.

민자소리 : 그 놈 위치가 움직이지 않고 있거든. 그러니까 좀 찾아보라고. 거기 어딘가 숨어 있을 만한데.

영신 : 누구세요. 그걸 어떻게 아세요.

민자소리 : 그거 강의할 시간이 없다니까 지금.

 

 

#17. 건물 일각

 

영신이 달려온다. 구석구석.. 비품 창고 같은 데도 뒤지며.

그러다 멈춘다. 문득 들리는 기억 속의 정후 소리.

 

정후소리 : 내가 높은 데를 좋아해. (10회 #48)

 

 

#18. 계단

 

달려 들어오는 영신, 달려 올라간다.

 

정후소리 : 난 사람들을 볼 수 있는데 사람들은 날 못 보거든. (10회 #48)

 

 

#19. 옥상 앞 계단

 

달려 올라오는 영신이 넘어질 뻔 하면서 위를 올려다본다. 옥상으로 향하는 문.

 

 

#20. 옥상 /

 

문을 박차듯 열고 나온 영신이 사방을 둘러본다. 정후가 있는 곳은 보이지 않는 상황.

영신이 마음이 급해 이리저리 몇 걸음씩만 가며 사방을 둘러보고 다시 나간다.

그렇게 닫히던 문이 다시 벌컥 열리며 영신이 들어온다.

거의 엎어질 듯해서 보는 바닥. 거기 한방울 떨어져 있는 피.

영신이 거의 바닥을 기며 다른 핏방울을 찾는다. 좀 떨어진 곳에서 또 한방울 찾았다.

그리고 그 너머에 있는 정후를 발견한다.

 

영신 : 봉수야.

 

장애물에 넘어질 뻔하면서 넘어가 달려들어 정후를 일으켜 안는다. 의식이 없어 축 늘어지는 정후.

영신이 늘어진 정후의 팔을 봤다. 크게 베어진 옷과 상처. 그 아래 바닥에 고인 피를 본다.

정후의 얼굴을 만진다. 너무 차다.

영신이 더 생각할 것 없이 자신의 웃옷을 벗어 정후를 감싸며 휴대폰을 꺼낸다.

마음이 급해 덜덜 떨면서. 119를 누른다.

 

영신 : 여보세요. 여기 사람이 정신을 잃었는데요. 피를 흘리구요. 여기가.. (애써 기억을 해서) 태양 상가 옥상이요. 애가 너무 차요.

         제발 좀.. 빨리 좀.. 와주세요.

 

영신이 혼이 나간 얼굴로 어떻게든 정후를 따뜻하게 해주려고 자기 웃옷으로 감싸 안고 안는다.

 

 

#21. 병원 응급실

 

하나 둘 셋. 베드에서 응급실 처치실 침대로 눕혀지는 정후.

간호사와 인턴이 붙어서 윗도리를 벗기고 간호사 하나는 혈압을 재고.. 다른 간호사는 모니터를 붙이고.

옆에서 구급요원이 도우며

 

구급 : 저체온증 의심됩니다. 팔에 열상은 심하지 않은데 의식이 없어요.

간호사 : BP 80에 50이구요. 36돕니다.

인턴 : 덮읍시다. 히터램프, 핫백. 수액도 좀 데우고요.

 

바쁜 그들의 옆에서 영신이 불안해서 보고 있다.

인턴이 영신을 돌아보더니

 

인턴 : 술 냄새는 안 나는데. 이 분 무슨 약 먹은 거 있어요? 의식이 너무 처지네.

영신 : 아뇨. 그럴 리가 없는데요.

인턴 : (간호사에게) 열상은 바로 봉합 들어갈께요.

영신 : (인턴을 잡아서) 피 나는 건 괜찮은 거에요?

인턴 : 워낙 근육이 딴딴한 분이라 상처가 깊지 않았어요.

 

영신이 좀 의아해지며 정후를 돌아본다.

 

 

#22. 응급실 밖 홀?

 

영신이 전화를 하고 있다.

 

영신 : 예 윤형사님. 아닙니다. 오래 기다리지 않았습니다. 이쪽도 일이 좀 있어서. 예. 그럼 편할 때 전화주세요. 기다리겠습니다.

 

전화를 끊다가 문득 통화 기록을 살핀다. 거기 나와 있는 낯선 전화번호. (민자에게서 받은)

통화를 누른다. 기다린다. 잠시 후 들리는 안내음.

 

안내소리 : 지금 거신 번호는 없는 번호입니다.

 

 

#23. 응급실

 

마취제 효과로 깊은 잠에 들어있는 정후.

그 옆에 앉아서 정후를 내려다보고 있던 영신. 고개를 기울여 내려다보며

 

영신 : (조그맣게) 박봉수. 그만 일어나지? 내가 물어볼 게 많은데. 너 도대체 왜 거기 추운데서 그러구 있었어.

         애가 피 흘리면서 정신도 잃고.. 내가 얼마나 놀랐는데. 그리구 아까 나한테 전화한 여자분.. 누구야? 전화했더니 없는 번호래.

 

영신이 고개를 기웃해서 정후의 얼굴과 각도를 맞춰 바로 앞에서 바라본다.

 

영신 : 봉수야아. 그만 좀 일어나아.

 

정후는 대답이 없다.

영신, 에이.. 다시 바로 앉는다. 단념하고. 이불을 잘 덮어주는데.

정후가 부스스 눈을 뜬다. 영신 반가워서

 

영신 : 정신 들어? 깼어?

 

정후의 초점 없는 눈이 헤매다가 영신을 보더니.

 

정후 : 채영신.

영신 : ... 지금 내 이름을 불렀냐?

정후 : 채영신..

 

하더니 한 손을 들어 헤맨다.

영신이 머뭇거리며 그 손을 잡아 줬더니 다시 눈을 감는다. 들여다보니 또 깊이 잠들었다.

 

영신 : 얘 진짜 무슨 약 먹은 거 아냐?

 

정후는 대답이 없다.

영신이 내려다보니 자기 손을 잡고 있는 건 정후의 다친 팔이다. 정후의 팔뚝에 봉합 후의 드레싱 붕대가 붙여져 있다.

영신이 조심스레 손을 빼려고 하는데.

정후의 손이 더 힘껏 영신의 손을 잡는다. 놓치지 않겠다는 듯.

멈칫.. 영신이 멈춘다. 떠오르는 파편 같은 기억.

 

 

#24. 회상 10부 #48. 엘리베이터 안

 

영신이 정후의 손을 찾아 꼭 잡는다. (짧게)

 

 

#25. 회상 11부 #54. 극장 입구

 

문 뒤에서 나온 정후의 손이 영신의 팔목을 잡는다. 서로가 편 손바닥을 마주한다.

 

 

#26. 응급실

 

영신이 당황스러운 마음으로 자기 손을 잡고 있는 정후의 손을 내려다본다. 그리고 정후의 얼굴을 다시 본다.

 

 

#27. 회상 5회 #1. 골목길

 

약 두 알을 자기 손에 올려주고 쥐어주던 손.

 

 

#28. 회상 7회 11-1. 탕비실

 

자기 손에 약 두 알을 올려주고 쥐어주던 봉수의 손.

 

 

#29. 응급실

 

영신이 순간 움찔 놀라서 뿌리치듯 정후의 손에서 자기 손을 빼낸다.

정후의 손이 영신의 손을 놓치고 힘없이 툭 떨어진다.

 

 

#30. 병원 입구

 

영신이 달려 나오고 있다.

 

 

#31. 길가 / 정후 차 내부

 

달려오는 영신. 그 앞에 세워져 있는 정후의 차.

영신이 손에 든 차 키를 눌러댄다. 차 문이 열린다.

차 문을 열고 들어오는 영신. 운전석에 앉더니 몸을 기울여 조수석의 글로브박스를 연다.

안에 들어있는 것을 꺼낸다. 자동차 매뉴얼과 등록증.

등록증을 비닐커버에서 꺼내 본다. 거기에는 김병선이라는 낯선 이름이 적혀 있다.

도어포켓 같은 곳도 뒤져보다가 콘솔 박스를 연다. 그 안에서 꺼내는 것. 안경집 세 개. 그리고 작은 케이스 두 개.

케이스 하나의 뚜껑을 열었더니 이어셋이 하나 들어 있다.

다른 것도 마찬가지리라 생각해서 넣으려다가 다른 케이스를 흔들어 본다. 안에 들어있는 것의 느낌이 다르다.

조심스럽게 그 케이스를 열어본다. 그 안에 있는 것을 보고.

영신. 잠시 숨이 멈추는 기분이 된다.

케이스에는 종이별이 들어있다.

종이별을 집어 드는 영신의 손. 들리는 기억 속의 소리.

 

영신소리 : 이 사람이 분명히 나한테 할 말이 있을 거거든.

 

 

#32. 회상 9회 #30. 공중전화

 

종이별을 접는 영신의 손. (?)

 

영신 : 이렇게 아무 말도 없으면 안 되는 거거든. 난 들을 준비가 돼있는데..

 

 

#33. 회상 9회 #33. 공중전화

 

전화기 옆에 놓여있던 종이별. (종이별 단독샷이 없으면 그 종이별을 집어 드는 손. 정후는 보이지 않게)

그 위에 소리

 

정후소리 : 나는 안 될까.

 

 

#34. 회상 10회 #. 옥상 위

 

정후 : 선배가 원하는 모습이 있다면. 그 모습으로 살 수 있는데. 되도록 오래. 조심하면서. 선배 옆에서.

 

 

#35. 길가 차 내부

 

영신이 멍한 얼굴로 앉아있다. 한꺼번에 밀려드는 조각들이 맞춰지면서 정신이 하나도 없다.

문득 내려다보면 종이별을 들고 있는 자신의 손이 바들바들 떨리고 있다.

 

 

#36. 병원 입구

 

아직 반쯤은 넋이 나간 듯한 영신이 다가오고 있다.

문득 걸음을 멈추고 병원 입구를 본다. 어떻게 해야 할지 아직 모르겠다.

그런 영신의 옆을 경쾌하게 지나쳐 가는 대용. 손에는 정후모친이 가져왔던 옷가방을 들고 있다.

영신이 멈춰 있는 동안 대용은 이미 병원 안으로 들어갔다.

 

 

#37. 응급실

 

입구로 들어서던 영신의 발걸음이 느려지다가 멈춘다.

저 앞에 커튼이 젖혀진 정후의 침대 옆에 정후가 일어나 있다.

그리고 그 앞의 대용이 옷가방에서 옷을 꺼내주며 정후와 둘이 낮게 뭔가 얘기를 하고 있다.

대용이 빠르게 그간의 상황을 설명 중.

정후가 심각하게 들으며 끄덕이기도 하면서 그 옷을 받아들어 입다가 영신을 봤다.

영신이 아직 혼란스러운 채 그 침대로 다가선다. 어쩔 수 없이 굳은 얼굴.

 

영신 : 다 잔 거야? 의사샘이 그러던데. 너 자는 거라고.

정후 : 아.. 엄청 잤네.

영신 : 몸은 괜찮은 거지?

정후 : 어. 선배 덕분에. 선배가 나 여기 데리고 왔대매.

영신 : (대용을 보며) 이 분이 그래? 내가 너 델고 왔다고?

대용 : (뚱하니 영신을 보는. 별로 낯선 사람과 친하게 지내는 성격이 아님)

정후 : 아 그건.. (당황스러워지는)

영신 : (대용을 보며) 난 채영신이라고 박봉수 회사 선밴데요.

 

대용이 정후를 본다. 뭐라 그래?

 

정후 : 얘는.. 아는 동생이야.

영신 : 안녕하세요.

 

대용, 대충 꾸벅 영신에게 고개 숙여 보인다.

영신이 제 손에 들려있던 차 열쇠를 그제야 깨달은 듯 정후에게 내주며

 

영신 : 아. 이거 니 차 열쇠.

대용 : (중간에서 가로채가며 정후에게) 병원비 내고, 차 앞에 대놓을께.

 

하더니 영신을 스쳐 나간다.

영신이 그런 대용을 보다가 정후를 돌아본다. 정후가 불편해지면서.

 

정후 : 선배. 내가 요즘 잠을 못자서.. 수면제를 먹었는데. 그게 좀 늦게 약효가 퍼졌나봐. 그래서..

         (치료받은 자기 팔뚝을 보고) 이건 졸다가 넘어져서.. (점점 거짓말을 잇기가 힘들어 멈춘다. 보는데)

영신 : (가만 보다가) 갈라고?

정후 : ..어.

영신 : 아까 그 아는 동생이랑?

정후 : 어.

영신 : 동생이 이 병원 어떻게 알고 왔대? 넌 계속 자고 있었는데.

정후 : .. (거짓말을 더 하기가 싫어졌다. 보기만)

영신 : (마음을 정했다. 미소 짓더니 부러 명랑하게) 아.. 아까 전화 받았다. 느이 어머니신 거 같더라.

         어머니께서 너랑 통화 도중에 끊어졌다고 엄청 걱정하셨어. 내가 전화했어야 했는데.. 나도 정신이 없어서..

         느이 어머님이 근처 병원 다 찾으셨나부다. 그치.

정후 : (영신을 빤히 보며) 아마..

영신 : 가봐. 그 동생 기다리겠다.

 

하며 영신이 미소 짓는다.

정후. 그런 영신을 보다가.

 

정후 : 놀랐지. 나 땜에.

영신 : 놀랐어.

정후 : 미안해. (많은 미안함을 담아)

영신 : (끄덕인다. 울고 싶은 것을 필사적으로 참고 있는 중이다)

정후 : 그럼..

영신 : 그래.

 

정후가 영신의 옆을 지나쳐 간다.

영신이 그냥 서 있다가 후딱 돌아본다. 정후가 멀어지고 있다.

영신이 저도 모르게 부른다.

 

영신 : 봉수야.

 

정후가 멈춰 돌아본다.

 

영신 : 내일 회사 나올 거지?

정후 : (보는)

영신 : (간절하다) 올 거지?

 

정후가 잠깐의 망설임 후, 웃으며 엄지와 검지로 동그라미를 그려보이고는 돌아서서 간다.

보고 있는 영신. 가득한 불안함으로.

 

 

#38. 거리 / 밤

 

달리는 차 내부. 대용이 운전을 하고 있다.

정후는 뒷좌석에서 민자와 통화 중. (민자 소리는 차의 오디오로).

 

민자소리 : 니 어머닌 지금 집에 안전하게 계시다. 그 집 앞에 CCTV 하나 확보해서 지켜보고 있는 중이고.

정후 : 사부는.

민자소리 : 상수네 애들이 데리고 갔어.

정후 : 그 영감탱이는 왜 쓸데없는 짓을..

민자소리 : 뭐.. 아직 죽지는 않은 거 같으니까. 그쪽도 일단 지켜보자고.

정후 : 지켜보자.. (맘에 안 든다)

민자소리 : 몸은 괜찮은 거 맞아? 그 마취약이라는 거 코끼리도 쓰러뜨리는 거 아니냐. 양 조절 잘못하면 사람은 죽는다고.

               아오.. 그 무식한 것들.

 

갑자기 정후가 고개를 든다.

대용이 운전하는 핸들 옆에서 달랑거리는 차 열쇠를 본다. (아까 영신이 넘겨준)

정후. 후다닥 콘솔을 열더니 이어폰 케이스를 꺼낸다. 뚜껑을 휙 열어본다.

그 안에 종이별이 그대로 들어있다. 후우.. 안심.

 

대용 : 그래서 이제 어디로 가요.

민자소리 : 대용아. 힐러 그 놈 일단 좀 쉬게 하자. 그러니까..

정후 : 김문식이 집으로 가.

민자소리 : 거긴 왜애.

정후 : 그 놈이 내 엄마를 건드렸어. 그 놈이 채영신도 건드렸고.

민자소리 : 그래서 어쩔라고

정후 : 못하게 해야지.

민자소리 : 가서 패주기라도 할라고? 황재국이처럼?

정후 : 죽여 버릴 거야.

 

대용이 깜짝 놀라서 백미러를 본다. 정후는 차갑다.

 

민자소리 : 미친놈. 대용아. 거기서 광화문 가깝지? 거기 오피스텔로 가. 일단 쟤 좀 더 재우자.

정후 : 차 세워. 너 내리고.

 

대용이 고개를 젓는다.

정후가 손을 뻗어 핸들을 길 가로 홱 돌린다.

 

 

#39. 거리 (강변?) / 밤

 

급정거를 해서 서는 차.

바로 튀어나오는 정후. 운전석으로 가더니 문을 벌컥 연다.

 

정후 : 나와.

 

대용이 핸들을 두 손으로 굳게 잡고 고개를 젓는다.

정후가 대용의 손목에 맥을 짚어서 꺾어 올린다.

아야 아아.. 하면서 대용은 아예 남은 팔로 핸들을 감싸고 매달린다.

 

정후 : 안 나와?

 

대용이 고개를 젓는다.

정후가 대용의 뒷덜미를 잡는데 대용이 발로 찬다.

피하고 끌어내려는 정후와 악착같이 핸들에 매달리는 대용이 짧게 격투를 벌이고.

결국 정후가 대용을 차에서 끌어낸다.

정후가 운전석에 타고 보는데. 차 열쇠가 없다.

저만치에서 대용이 어느새 빼냈는지 차 열쇠를 들어 보이고 있다. 언제라도 도망갈 자세로.

정후가 열이 확 뻗치며 차에서 내리는데.

대용이 다른 손으로 휴대폰을 들어 내민다. 스피커폰으로 들리는 민자의 소리. 버럭 소리 질러.

 

민자소리 : 야 이 똥강아지야. 정신 못 차려!

 

 

#40. 민자 아지트

 

민자가 아예 일어나서.

 

민자 : 뭘 해? 누굴 죽여? 그래. 일단 가서 사람 하나 죽이고. 그 담에 니 아부지 살인 누명 벗기고.

         그 누명 벗기다가 누가 걸리적거리면 또 하나 죽이고. 해봐.

 

정후가 고함치는 소리가 들린다.

 

정후소리 : 열쇠 안내놔!

민자 : 너 다시 안 만날 거야?

 

 

#41. 강변 / 밤

 

정후가 대용을 잡아 그 손을 비틀어 열쇠를 빼앗는데.

대용의 다른 손에 들린 휴대폰에서 들리는 민자의 소리.

 

민자소리 : 채영신이 다시 못 봐도 괜찮냐고!

 

잠깐 멈칫하던 정후가 열쇠를 뺏어 들고 차로 가서 탄다. 시동을 건다.

기어를 움직이려고 손을 얹긴 하지만 그대로 있다. 네비에 통화가 연결되며

 

민자소리 : 김문식이 하나 죽인다고 끝나는 게 아닌 거 같다. 그 놈이 니 엄마는 너 땜에 건드린다 치고.

               채영신이는 왜 죽일려고 했는지 그거 먼저 알아봐야 하지 않겠냐.

정후 : (기어를 넣으며) 김문식이한테 가서 물어보지. 죽기 직전까지 패면 대답하지 않겠어. (출발하는데)

민자소리 : 거기 채영신이 엄마도 있어.

 

정후가 그만 끼익 차가 다시 세운다.

 

민자소리 : 니 여자애 엄마가 있다고. 그 집에.

 

정후가 울컥 답답해지면서 핸들을 두 손으로 쾅쾅 때린다. 때리다보니 다친 팔뚝이 아프다. 그래서 더 성질이 난다.

퍼엉. 애꿎은 차를 한 대 더 친다.

 

 

#42. 채치수 까페 / 밤

 

치수가 변호사 사무실에서 나온다.

철민이 그 앞으로 오며 바 안쪽을 가리키며 속삭이듯.

 

철민 : 영신이 왔어요.

치수 : 대체 지금이 몇신데..

철민 : 근데 이상해요.

치수 : 뭐가.

 

치수가 보면 바 안 쪽. 영신이 레코드판을 고르고 있는 뒷모습이 보인다.

 

철민 : 애가 술냄새도 안 나는데 눈에 초점이 없어요.

 

치수가 뭔소린가 해서 영신이 있는 쪽으로 간다.

// 고개가 숙여져 머리칼 때문에 얼굴이 보이지 않는 영신이 앨범 하나를 골라서 안의 판을 꺼내는데

손이 제대로 말을 듣지 않아 잘 꺼내지지 않는다. 마음이 너무 어지럽다.

그 뒤로 다가오는 치수.

 

치수 : 너 뭔 일 있어?

 

순간, 영신이 과도하게 힘을 줘서 꺼낸 레코드판이 손에서 놓쳐져 날아간다.

치수가 잡으려 했지만 날아가 떨어지고. (혹은 컵을 깨거나 판이 깨진다)

 

치수 : 영신아.

 

고개를 숙이고 있는 영신이 조그맣게 말한다.

 

영신 : 미안. 나중에 치울게.

 

얼굴을 보이지 않으며 치수의 옆을 지나쳐 가는 영신. 계단 쪽으로 가려다가 철민에게 막힌다.

철민이 고개 숙인 영신의 얼굴을 보려고 기웃대다가 버럭 이른다.

 

철민 : 형님. 영신이 울어요.

 

뒤쫓아 온 치수가 영신을 잡아 얼굴을 보려하며

 

치수 : 뭐야. 뭔 일이야.

 

묻는데 영신이 그제야 참으려 애썼던 울음이 터지며.

 

영신 : 아빠.

치수 : (걱정이 돼서 자기도 울려 하며) 그래. 왜. 뭐.

영신 : 이 나쁜 시키가 이제까지 날 속였어.

치수 : 아 대체 어떤 놈이.

영신 : 내 눈 앞에서 했던 말이 하나하나 다 거짓말이었어. (펑펑 울며) 난 그것도 모르고.. 지를 믿고.. 다 얘기했는데...

치수 : 얘.. 얘기만..?

영신 : 이 진짜 나쁜 시키가 처음부터 끝까지 나를 이렇게 엿먹였는데에. 아빠.

치수 : 그래애.

영신 : 말을 할 수가 없었어. (흐느껴 울며) 내가 말을 하면.. 안다 그러면.. 가버릴까봐... 다시 못 볼까봐.. 말을 할 수가 없었어.

 

영신이 너무 울기 때문에 치수도 더 뭐라 못 묻고 철민도 그저 옆에서 보기만 하고.

 

영신 : 다시 못 보면.. 안되잖아. 그럼... 내가 안 되거든.

 

영신이 더 소리 내어 운다.

치수가 어쩔 줄을 모르고 영신을 안아 달랜다.

// 시간경과

치수가 따뜻한 우유를 머그잔에 받고 있다. 그 옆에 붙어선 철민.

 

철민 : 일단 영신이가 지 혼자 좋아하는 놈이 둘 있어요. 형님.

치수 : 말 같지도 않은 말을 하구 있네. 우리 영신이가 왜 지 혼자 어떤 놈을 좋아해. 그 반대면 몰라두.

철민 : 제가 한 말이 아니구요. 영신이가 직접 지 입으루 한 얘기라니깐여.

치수 : 시끄러. 비켜.

철민 : (앞을 막으며) 그런데 제 생각에는요. 그 두 놈은 별로 문제가 안돼요.

치수 : (의심스러워 보며) 그럼.

철민 : 그 왜 후배라고 들락거리는 놈 있잖아요.

치수 : 봉숙이?

철민 : 그 놈이에요.

치수 : 그니까 뭐가아.

철민 : 우리 영신이가요. 어디 가서 지 얘기를 막 하는 놈이 아닌 거 아시죠.

치수 : 그야.. (생각해보는) 그러고 보면 영신이가 친구가 없는 편이지. 집에 누굴 데려오는 것도 못 봤고.

철민 : 그건 맨날 집에 전과자들이 우굴대니까 그런거고요. 하여간에. 영신이가 그 놈한테는 다 해요.

치수 : .. 봉숙이?

철민 : 내가 내 눈으로 보고. 내 귀로 들었어요. 형님이나 저한테도 절대 안 하는 얘기들을 그 멍청한 놈한테는 다 하더라고요.

         그니까.. 그 놈이에요.

 

 

#43. 영신의 방

 

영신이 침대에 기대 앉아있는데 노크소리.

 

영신 : 네에.

 

치수가 들어오더니 우유잔을 건네주며.

 

치수 : 이거라도 마셔. 저녁 먹으라고 안 할게. 너 울 때 밥 먹으면 체하잖아.

영신 : 이제 안 울어. (하며 두 손으로 받아 마시는)

치수 : 마시구 자. (나가려는데.)

영신 : 아빠.

치수 : 어.

영신 : 왜 나였어?

치수 : (보는)

영신 : 이상하잖아. 솔직히 나 말야. 누가 좋아해주긴.. 좀 힘든 애잖아.

치수 : 그게 이상했어?

영신 : 고아원에 더 어리고. 이쁘고 말 잘 듣는 애들 많았을텐데. 난 말도 못하고. 말도 드럽게 안 듣고 그랬대매.

 

치수가 옆에 와서 앉으며

 

치수 : 그뿐이냐. 씻기려고 하면 물어뜯지. 마루 밑이니 창고 속에 한번 기어 들어가면 하루 종일 안 나오지.

         애가 꼬질꼬질해서 냄새는 또.. 어유..

영신 : 그런데 왜 델고 왔어.

치수 : 내가 데리고 온 거 아냐.

영신 : 데리고 왔잖아.

치수 : 아냐. 난 그냥 기다렸지. 기다렸더니 니가 온 거야.

영신 : (치수를 돌아보는데 또 눈물이 고인다) 내가?

치수 : 그래. 니가 내 옆으로 왔고. 니가 먼저 내 손을 잡은 거야. 그래서 같이 온 거지. 우리 집에.

영신 : (흐느낌이 올라오며) 아빠는 그냥 기다렸다고?

치수 : 그럼. 사실은 더 오래 기다릴 수도 있었는데. 니가 생각보다 좀 더 빨리 왔어. 영신이 니가 원래 끈기가 좀 부족하잖아.

 

영신이 치수를 팔꿈치로 툭 친다. 훌쩍훌쩍 울면서.

치수도 영신을 툭 친다.

영신이 치수의 어깨에 기댄다. 영신의 머리에 치수도 기댄다.

 

치수 : 울지 마. 아빠 속상해.

영신 : 이제 거의 다 울었어. (눈물을 닦으며 계속 잉잉 운다)

 

 

#44. 상수네 건물 앞 / 밤

 

요요가 빠른 걸음으로 건물에서 나온다. 옷깃을 매만지고 기다린다.

잠시 후 그 앞에 도착하는 검은 승용차. 운전석에서 내리는 오비서.

요요가 얼른 다가와 뒷문을 열어준다. 차에서 내리는 문식.

그 모습이 보이는 이만치 길 건너? (상수파들이 쉽게 눈치 채지 못할만한 곳에) 은밀하게 감추어져 있는 카메라.

 

 

#45. 민자 아지트

 

아지트의 모니터 하나에 비춰지고 있는 상수파 건물 앞의 광경.

요요가 안내해서 문식 등이 건물로 들어가고 있다.

민자가 초조한 얼굴로 커피를 마시며 보고 있다가 멈춘다.

어라? 해서 보는 그 모니터. 건물 건너편으로 도착하는 차 한 대.

민자가 재빨리 마우스 조작을 한다.

 

 

#46. 상수네 건물 앞 / 밤

 

숨겨져 있던 CCTV 카메라가 지잉 한쪽으로 돌아간다. 길 건너편을 비추게.

 

 

#47. 민자 아지트

 

모니터에 비추는 상수 건물 건너편. 또 한 대의 차가 도착한다.

앞 차의 운전석에서 내리는 윤동원 형사. 상수파 건물을 바라본다.

뒤 차에서 내리는 다른 형사 둘.

민자가 혼자 좋아서 헤 헤헤 웃는다. 의자를 지잉 밀어서 다른 테이블로.

거기 흩어져 있는 구형 휴대폰 중에서 하나를 골라든다.

 

 

#48. 상수네 사무실

 

문이 열리며 요요의 안내로 문식이 들어선다. 그 옆을 수행하는 오비서.

상수가 얼른 나가서 맞이하며

 

상수 : 오셨습니까. 이 누추한 곳까지 와주셔서..

 

문식이 상수의 얼굴을 새삼 본다. 상수의 눈가와 입가에 피멍이 맺혀 있다.

 

상수 : (손을 들어 상처를 가리려 애쓰며) 첨에 지하 창고에 가둬두려고 했는데. 그 장소가 맘에 안 든다고 아주 난동을 부려서..

         그래서 일루..

 

문식이 상수를 지나쳐 안으로 들어온다. 그리고 가운데를 보더니 허허 웃는다.

거기 가운데 소파에 편안한 자세로 앉아있는 영재. 검은 점퍼에서 한쪽 팔은 내놓고 있다. 다친 부분에 붕대를 감고 있고.

영재가 씩 웃는다.

 

문식 : 이 자가 힐러다?

상수 : 틀림없습니다. 그런데 본인이 사장님의 절친이라고 계속 우겨서 혹시나 해서 사진을 보내드렸던 건데..

문식 : 다들 자리 좀 비켜줄래요?

상수 : 어유 그건 위험해서..

문식 : 절친 맞아요. 그러니 괜찮아.

 

상수가 부하들에게 지시를 하고 모두 나간다. (전산실과는 가운데 가림막을 내리든가. 그 안에 있던 자들도 다 나가든가)

저쪽 입구 가까운 쪽에 오비서만 조용히 서 있다.

문식이 영재의 앞에 서서 손을 내민다.

 

문식 : 오랜만이다.

영재 : (싱글싱글 웃으며) 어뜩하냐. 나 너하고 악수하기 싫은데.

문식 : (웃고 손을 거두고 앞에 앉으며) 니가 힐러라고 했어? 저 친구들한테?

영재 : 아아.. 그동안 니 돈 빼먹는 거 꿀이었는데.

문식 : 저번에 내 집에 숨어들어왔던 것도 너였고?

영재 : 계속 거래해볼 생각 없냐? 친구 할인. 대박 10프로.

문식 : (보더니 웃는) 너 아니야.

영재 : 명희는 아직도 자니? 요즘은 하루에 몇 시간 쯤 자는데?

 

그렇게 말하는 영재를 보고 있는 문식.

 

 

#49. 회상 / 병실

 

젊은 문식이 돌아본다. 일인 실의 병실.

한쪽 침대에는 명희가 자는 듯 눈을 감고 있다. (사고난지 일 년 뒤. 겉으로 보기에 외상은 보이지 않는 상태, 환자복)

문식은 그 옆에서 테이블 위에서 새로 가져온 꽃다발을 꽃병에 꼽고 있었다. 깨끗한 신사복차림.

문식이 보는 입구. 젊은 영재가 열린 문가에 기대서 그를 보고 있다.

문식이 놀라서 일어선다.

 

문식 : 영재야.

영재 : 살아있었네. 김문식. (싱글싱글 웃는)

문식 : (놀라 다가서며) 너 언제 나왔어. 미안하다. 우리가 면회 한번 못 갔지. (영재의 손을 잡으려 하는데)

영재 : (슬쩍 그 손을 피해서 자기 손을 빼더니 명희 쪽으로 가며) 명희는.

문식 : 자. 하루에 스무 시간 넘게 자는 거 같아.

영재 : 지 남편도 죽고. 딸도 죽고. 깨고 싶지 않겠지.

문식 : 그래도 이제 많이 안정됐어. 저번 검사에선..

영재 : (말을 잘라) 나 감방에서 나온 지 한참 됐다. 두달? 더 됐나?

문식 : 왜.. 그동안 연락 안했어. (억지로 웃는)

영재 : 니가 너무 의심스러워서.

문식 : (웃음이 가시는)

영재 : 야. 생각해봐. 어느 날 아침. 곰 세 마리가 사냥을 나갔어. 근데 그 중에 둘이 죽고 하나만 살았단 말야.

         그 하나 살아남은 곰은 폐차장 때려치우고 이상한 신문사에 뭐? 기획실장? 그런 게 됐대.

문식 : 너 혼자 멋대로 생각하지 마. 넌 교도소 안에 있어서 이 세상이 어떻게 얼마나 변했는지 몰라. 먼저 내 얘기를 들어봐.

영재 : 어떻게! 곰이 기획실장이 돼? 와 진짜 이상한 얘기다 그치. 곰은! 숲에서! 살아야 되잖아.

 

 

#50. 상수네 사무실

 

문식이 좀 웃으며 말한다.

 

문식 : 준석이 아들이 찾아왔더라. 지 아버지 일을 알고 싶다고.

영재 : 아이가 물어보면 어른은 대답해줘야지.

문식 : 애들은 이해 못할 거야. 지금 이 세상을 만들기 위해 우리가 어떤 희생을 해왔는지.

영재 : (킬킬 웃는) 희생..이란 단어가 희생하고 있네.

문식 : 영재야. 난 우리가 지켜온 이 세상의 평화, 이거 깨는 건 용납못해. 우린 그런 자들을 불순분자라고 하지.

영재 : 넌 왜 평생을 불순분자로 사니?

 

영재가 뒤로 늘어져 기대며 문식을 본다.

 

영재 : 우린 곰이거든.

문식 : 내 동생 문호하고 손잡았니? 그래서 새삼스레 20년 전 일이라도 캐겠다는 거야?

         준석이 아들한테 지 아버지 얘기해준 것도 느이들이고?

영재 : 아빠 곰 두 마리가 죽었으면 엄마 곰 둘. 아기 곰 둘이 남잖아.

문식 : 그 애가 명희를 다치게 했어.

영재 : 원래는 세 마리여야 노래가 되거든. (노래하는) 곰세마리가 한 집에 있어. 아빠곰 엄마곰 아기곰.

문식 : 나 많이 화나 있어. 왜 나를 화나게 만드니.

영재 : 문식아. 나 뭐 하나 물어봐도 돼?

문식 : 말해.

영재 : 길한이하고 준석이. 걔들이 끝이었나? 니가 죽인 사람. 더 있지?

문식 : (보는)

영재 : 근데.. 아기곰들은 건드릴 생각하지 마. 내가 지켜줄 거거든. 왜냐면 음.. (생각해보더니) 난 아빠곰 친구니까. 예이~

 

 

#51. 상수 건물 앞

 

윤형사가 돌아보는 곳.

순찰차 한 대가 오더니 옆에 선다. 제복 경찰이 내리며.

 

경찰 : 여기서 뭐하십니까?

윤동원 : 아 예.. (신분증을 뒤지느라고 버벅대면) 저는..

 

하는데 옆에서 부하 형사가 갑갑해서 자기 것을 꺼내 보여주며

 

형사 : 우리 지금. 업무 중인데요.

경찰 : 어. (경례하며) 수고하십니다. 우린 신고 받고 왔습니다.

윤동원 : 무슨 신고요.

경찰 : 이 건물에 납치된 사람이 있다고 방금 전에 신고가 들어와서요.

윤동원 : 오오케이.

 

하더니 건물로 달려가기 시작한다.

부하들과 경찰이 어어.. 해서 보다가 할 수 없이 따라간다.

 

 

#52. 상수 사무실

 

문이 벌컥 열리며 상수와 사내들이 급히 들어오며.

 

상수 : 지금 형사들이 아래 와 있습니다.

 

문식이 돌아보면.

 

상수 : 저기 사장님 신분이 드러나면 곤란하시니까.. 이쪽..뒤쪽으로 빨리..

 

문식이 일어선다. 앞에 앉아 웃고 있는 영재를 본다.

 

문식 : 영재야. 또 보자.

영재 : 생각해보고.

 

문식이 상수의 안내를 받아 오비서와 함께 방을 나간다.

사내들이 영재를 잡아 나가려는데. 영재가 소파를 부여잡고 버티며 노래를 한다.

 

영재 : 아빠곰은 뚱뚱해. 엄마곰은 날씬해. 아기곰은 너무 귀여워.

 

다급해진 사내들이 어떻게든 떼어놓으려는데.

영재는 교묘하게 피하고 버티며 계속 노래를 흥얼거리고 있다.

 

영재 : 으쓱으쓱 잘한다.

 

결국 문식이 나간 쪽과 반대쪽 문이 열리더니 윤형사와 그 부하들. 제복의 경찰까지 우루루 들어선다.

그 뒤로 요요가 따르며

 

요요 : 이거 뭐 수색 영장 그런 거 있어야 되는 거 아닙니까? 예?

윤형사 : 없어도 되요. 긴급 상황이거든..

 

하다가 소파에 앉아있는 영재를 봤다. 어라.. 해서 보면.

영재. 옆에 놓았던 모자를 눌러쓰고 점퍼를 입어 여민다. 힐러처럼. 안에 폴라도 끌어 올려 입을 막는다. 귀엽게 웃는다.

윤형사가 일단 영재를 외면하고 요요를 보며

 

윤형사 : 오늘 태양상가 주차장에서 납치해온 분 있죠. 납치가 싫으면 뭐.. 강제 동행? 암튼 그런 분 있을텐데.

요요 : 어유. 무슨 말씀이신지 저는 통..

 

하다가 보면 영재가 한 손을 들고 있다. 윤동원도 돌아봤다.

 

영재 : 거기 형사님? 저 좀 살려주세요.

 

하며 울상을 해보인다.

 

 

#53. 정후모친의 집 앞 / 밤

 

길 건너편에 주차되어 있는 차. 그 안에 앉아있는 사내. 정후모친의 사진을 찍던 그 사내다.

그가 문득 자세를 바로 하며 보는 곳.

집에서 나오는 정후모친. 불안한 듯 주위를 둘러본다.

사내가 카메라를 들어 그런 모친을 찍는다. 그러다 옆을 보면.

거기 스냅백 차림의 (문식 쪽에 보인 서정후 차림) 정후가 건들거리며 오고 있다.

정후모친이 정후를 봤다. 그러자 정후는 마치 외국 사람처럼 양 팔을 벌리더니 정후모친에게 다가가 끌어안는다.

다정하게라기보다는 의례적으로 보인다. 그 과정을 사내가 연속으로 찍어댄다.

// 정후 쪽. 정후는 의아해하는 모친을 덥석 껴안고 웃는 얼굴로 그러나, 귓가에 대고 빠르게 말한다.

 

정후 : 누가 우리 보고 있거든.

정후모 : (겁에 질려 정후를 떼어내려 하는데)

정후 : 엄마 연기 좀 되나? 십년 만에 아들을 만난 엄마. 해볼래?

 

정후가 안았던 것을 풀고 모친의 얼굴을 들여다본다. 모친이 그런 정후를 보다가 울컥 눈물이 고이며.

 

모친 : 막 반가워하면 되는 거지? 그거야 쉽지. 너무 쉽지.

 

// 차 안. 사내가 보는 시각으로 정후와 모친이 나란히 이동해간다.

 

 

#54. 가게 안

 

마주 앉은 정후와 모친. 그 앞에 놓이는 팥빙수 하나.

점원이 놓고 가자 모친이

 

모친 : 다른 것도 하나 시키자. 너 뭐 좋아해?

정후 : (웃으며) 길게 얘기할 시간이 없어.

모친 : 그래.. 근데 너.. 괜찮은 거지?

 

정후, 싱긋 웃더니 휴대폰의 화면을 보여준다.

그 화면에는 모친이 준 옷을 입고 찍은 정후의 셀카 사진.

모친이 울컥한 걸 참느라고 입을 막는다.

 

정후 : 어허.. 엄마 울면 다시 안 본다 그랬는데.

모친 : 안 울어. 내가 왜. (억지로 웃어 보이는)

정후 : 그동안 미안했어. 내 연락처도 안 가르쳐주고. 내가 보고 싶을 때만 연락하고. 아무것도 묻지 말라고 하고.

모친 : 괜찮아. 그거 밖에 없었잖아. 엄마가 너한테 해 줄 수 있는 게.

정후 : 당분간 그것도 안 될 거 같아.

모친 : (불안해서 보는)

정후 : 그래야 엄마가 안전할 거 같아서. 이해 안 되겠지만..

모친 : 이해해. 알어.

 

그러는데 가게로 들어오는 사내.

정후. 돌아보진 않지만 알아챘다.

사내는 무심한 듯 걸어와 모친의 바로 뒤에 등을 대고 자리 잡는다. 서로 간의 이야기가 다 들릴 거리.

모친도 눈치를 챘다.

 

정후 : (사내가 충분히 들을 수 있게) 오늘은 마지막으로 얼굴만 보러 온 거야.

모친 : 그래.

정후 : 그러니까 내 연락처 같은 건 묻지 마시고.

모친 : 알았어.

 

정후가 슬쩍 사내 쪽을 본다. 사내의 테이블 옆에 얹혀져 있는 휴대폰. 녹음을 하는 중인 듯.

 

정후 : 엄마 새 남편하고 새 아들하고 잘 사시고. 뭐 나는 잊어주는 게 내 쪽에서도 편하고.

 

정후. 냉랭하게 말하면서도 엄마가 상처 입을까봐 걱정되어 본다.

모친이 그런 정후에게 눈웃음을 보인다.

 

정후 : 엄마가 버려준 덕분에 나도 내 자리를 찾았으니까. 이걸로 서로 계산 끝냅시다.

모친 : 정후야. 미안해.

정후 : (고개를 저어 보이면서 말은 냉랭하게) 우연히라도 만날 일 없을 거야. 나 이번에 온 일만 마치면 바로 출국할 거니까.

         아마 다시는 안 올 거야. 이 나라. 끝. 그럼 이렇게 인사하는 걸로 자식의 임무도 끝.

 

정후모친이 어쩔 수 없이 운다. 정후가 입모양으로

 

정후 : (울지 마)

 

정후모친이 울며 끄덕인다.

정후가 일어선다.

 

정후 : 그럼.. 건강하시고.

 

하더니 선뜻 돌아서 간다.

정후가 나가고 모친이 참았던 울음을 터뜨린다.

사내가 옆을 돌아본다. 유리창 밖으로 정후가 미련 같은 건 없는 얼굴로 건들거리며 지나가버린다.

정후모친이 소리 죽여 울고 있는 앞. 테이블에 아무도 손대지 않은 팥빙수.

 

 

#55. 동네 어린이 놀이터 / 밤

 

밤이라서 아무도 없는 동네의 작은 놀이터. 그네가 혼자 오락가락하고 있다.

그 옆에 서 있는 정후. 그네의 움직임이 잦아들자 한 번 더 그네를 발로 찬다. 삐걱삐걱 움직이는 그네.

 

 

#56. 다른 동네 어린이 놀이터 / 낮

 

다섯 살 정도의 남자아이(정후모의 아들)가 그네를 타고 있다.

좀 떨어진 곳. 벤치에 앉아있는 젊은 정후모친.

인형이 들어있는 큼직한 헝겊 가방을 무릎에 놓고. 인형 눈을 붙이는 작업을 하고 있다.

가끔 눈을 들어 아이를 살핀다. 아이가 그네에 싫증났는지 총총 뛰어가는 것을 보다가 굳는다.

손에 들었던 인형이랑 도구가 떨어져 내린다.

벌떡 일어나는 바람에 무릎에 놓였던 가방이 떨어져 내리고 눈을 붙이지 않은 인형들이 흩어진다.

모친이 보고 있는 곳. 저만치에 교복을 입은 소년 정후가 서있다. 외투나 점퍼도 없이 그냥 동복 교복차림.

모친이 그대로 울음이 터진다.

정후가 뚜벅뚜벅 다가와 앞에 서더니 뚱한 얼굴로 모친을 보며

 

정후 : 찾았다.

모친 : 정후야.

정후 : 내 이름 아직 안 잊었네.

 

모친이 울며 보다가 갑자기 입고 있던 점퍼를 벗으며

 

모친 : 왜 그렇게 춥게 다녀. 안 추워?

 

하며 그 점퍼를 정후에게 입혀주려고 한다.

정후가 거칠게 쳐낸다. 땅에 떨어지는 옷.

모친이 결국 주저앉으며 우는데.

정후가 아. 돌아보면. 아이가 정후를 차고 때리며

 

아이 : 우리 엄마 울리지 마.

 

모친이 얼른 아이를 떼어 가며

 

모친 : 하지 마. 기찬아. 형한테 그러지 마.

 

아이가 모친의 품에 안겨서도 정후를 노려보고 있다.

 

정후 : 엄마 아들이야?

모친 : (끄덕이는)

정후 : 같이 살아?

모친 : (울며 끄덕이는.)

정후 : 걔하고는 같이 살면서 난 왜 안 되는데?

모친 : 미안해 정후야.

정후 : (버럭) 아 좀 울지 마. 그렇게 울면 무슨 말을 해.

 

 

#57. 동네 길 / 낮

 

정후가 화난 듯 걸어 내려오고 있다.

그 뒤에 40대의 남자(정후모친의 새 남편)가 열심히 달려와서 헉헉대며 정후를 가로막는다. 숨이 차서.

 

남편 : 내가 잘못한 거야.

정후 : 뭐야.

남편 : 니 어머니. 나 같은 거 절대 안 볼라 그랬는데. 내가 니 어머니 없으면 살 수가 없어서 억지로..

정후 : 아 씨 뭐래는 거야.

 

비켜서 걸어가는.

남편이 정후의 어깨를 잡으려 하자 버럭 화를 내며 쳐낸다.

남편이 다시 종종 정후의 앞으로 와서 막으며

 

남편 : 니 어머닌 맨날 니 얘길 했어. 진짜야. 얘기할 때마다 울고. 또 울고. 그런데도.. 내가 잘못했어.

 

하더니 고개를 깊이 숙인다.

정후가 뒤를 돌아본다. 저 멀리. 모친이 아이를 데리고 서서 더 오지도 못하고 보고 있다. 울고 있다.

 

정후 : 아저씨.

남편 : (고개를 들어) 어

정후 : 엄마. 맨날 저렇게 울어?

남편 : 잘 울어.

정후 : 울지 못하게 해. 짜증나니까.

남편 : 그럴게. 미안해. (또 고개를 숙인다)

정후 : (보다가) 옷 줘.

남편 : (고개 들어 보는) 어?

정후 : 추워. 옷 줘.

 

남편이 얼른 점퍼를 벗어 준다.

정후가 큼직한 그 옷을 입으며 걸어간다. 조금은 걸음이 가벼워져서.

 

 

#58. 동네 어린이 놀이터 / 밤

 

정후가 그네에 앉아있다. 작은 그네에 끼어서 앞뒤로 굴러본다.

떠오르는 옛날 기억들에 어쩐지 미소가 지어진다.

 

 

#59. 문호 거실 / 밖은 낮

 

문호가 컵에 커피를 따른다.

 

문호 : 그 정도면 손을 뗄 거야. 어차피 느이 어머니 건드린 건 정후 니가 힐러인지 아닌지 확인하고 싶어서였으니까.

         김문식. 내 형. (잠깐 머뭇하다가) 그렇게까지 바닥은 아니야.

 

말을 하면서 보는 곳. 정후가 거실을 성 난 맹수처럼 오락가락하며.

 

정후 : 아아. 그렇게 바닥이 아니라서 우리 어머닌 미끼로 끌어내고. 채영신인 죽이려 했구나.

문호 : 커피 한잔 줄까?

정후 : (문호의 앞에 서더니) 김문식이 채영신은 왜 죽이려 하는 건데. 그거 물어 볼라고 여까지 왔으니까. 대답 좀 해주시죠.

문호 : 형이 아니야. 어르신이라고 있어.

정후 : 그건 또 뭐야.

문호 : 우리가 이제부터 싸워야 할 대상.

정후 : 우리라니. 누가 우린데.

문호 : 너하고 나. 그리고 아마 영신이도.

정후 : 헛소리는 혼자 하시구요. 그 어르신이 누군지 그것만 가르쳐주면 됩니다.

문호 : 사람들이 어르신이라고 부른다는 것만 알고 있어. 이름도 얼굴도 몰라.

정후 : (짜증나는) 그럼 김문호 기자님이 아는 건 뭔데.

문호 : 어디서부터 어떻게 싸워야할지.. 그 정도는 알 걸.

정후 : 설마 그 싸우는 방법이란 게 방송에다 대고 저 놈은 나쁜 놈이다.. 떠드는 거?

문호 : 그렇지.

정후 : (보다 웃는) 그럼 뭐가 어떻게 됩니까?

문호 : 나쁜 짓을 더 못하게 되지 않을까.

정후 : 그놈들이 나쁜 짓을 더하시거나 말거나 관심없구요. 내 방법은 이렇습니다. 첫째. 그 어르신이란 놈을 찾는다.

         그 놈이 내 아버지 경찰 기록을 갖고 있는지 뒤진다. 보통 뒤가 구린 놈들은 남의 정보를 모아놓는 취미가 있으니까.

         가능성은 50퍼센트. 그리고 그 어르신놈이 채영신을 다시 건드리지 못하게 만들어놓는다.

문호 : (웃는) 소용없을 걸. 그 어르신을 죽여봤자 다음 어르신이 나올 거니까.

정후 :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하고.

 

하는데 현관 벨소리. 정후가 반사적으로 이동할 수 있는 자세를 잡는데.

문호가 손목시계를 보더니

 

문호 : 좀 일찍 왔네.

정후 : 뭐가.

문호 : 내가 좋아하는 여자. 가서 좀 열어줄래?

 

// 정후가 막 현관문을 열었는데, 그 밖에 영신이 본다. 둘 다 잠깐 멈췄다가.

 

정후 : 선배.

영신 : 아.. 후배.

정후 : (순간 기분이 상하며) 여긴 왜? 아니 직장 상사 집에.. 왜?

 

다음 순간. 그때까지는 보이지 않았던 영신의 뒤에서 카메라 장비 가방을 든 종수가 밀고 들어오며

 

종수 : 아 진짜. 인간적으로 일요일은 일요일로서 일요일답게.. (하다가 정후를 보고는) 어라. 카메라맨 여기 있구만. 굳이 나를...

 

하다 보면 영신과 정후가 서로 바라보고 서 있다. 뭔가 분위기가 썰렁해서 눈치를 보는데.

영신이 큰소리로 외치며 먼저 들어간다.

 

영신 : 선배. 저희 왔습니다.

 

종수가 짐을 정후가 들어주기를 바라는데, 정후는 완전 무시하고 안으로 들어간다.

// 거실.

 

영신 :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꾸벅 절한다)

문호 : (소파 쪽으로 가서 앉아 자리를 잡으며) 아니. 나도 놀랐어. 채영신이 제대로 취재 루트를 잡고 있어서.

         어떻게 나를 먼저 취재할 생각을 했지?

영신 : 제일 만만하잖아요.

문호 : 뭐 인마?

영신 : 농담이었습니다.

 

정후가 그들을 보는데. 이게 뭐하는 짓들이지? 싶다.

 

 

#60. 문식의 집 전경

 

 

#61. 명희의 방 / 낮

 

침대에 기대 앉아 있는 명희.

문식이 알약을 덜어내서 물 컵과 함께 내주며

 

문식 : 약 먹고 한잠 더 자자.

 

명희가 약을 받을 생각을 하지 않고 문식을 본다.

 

문식 : 왜.

명희 : 약 안 먹을래. 깨어있을 거야.

문식 : 조박사가 절대 안정을 취하래잖아.

명희 : (온순하게. 미소로) 왜 자꾸 재우려고 해?

문식 : 너 아프잖아.

명희 : 아파도 괜찮으니까 생각을 좀 해보고 싶어서 그래.

문식 : 무슨 생각

명희 : 생각을 해본 게 하도 오래 돼서.. 뭐부터 해볼까. 예를 들면. 내 병원비?

문식 : 무슨 병원비

명희 : 이십 이년 전. 나 사고 난 뒤에 일년 넘게 병원에 있었어. 수술도 몇 번이나 했고. 병실은 언제나 특실이었고.

문식 : 그게 뭐.

명희 : 그 때 그 돈, 어디서 났어?

문식 : 말했잖아. (웃는) 폐차장 팔았다고.

명희 : 느네 폐차장 얼마에 팔았을까.. 내 병원비는 얼마였을까. 산수해보는 중이야. 더하기 빼기. 아주 기초.

문식 : 너 아무래도 준석이 아들 만나고 난 뒤에 많이 불안해보여. 그러니까..

 

하면서 명희의 손을 잡으려고 했는데. 명희가 반사적으로 뺀다.

 

명희 : 나 산수 중이라니까.

 

문식이 뿌리쳐진 자기의 손을 내려다본다.

 

 

#62. 문호의 거실

 

이쪽에 종수가 삼각대 위에 카메라를 조작하고.

영신이 그 앞에 자리 잡고. 문호를 인터뷰 중.

정후는 떨떠름해서 이만치서 구경 중.

 

영신 : 저희가 조사한 바로는 1992년까지 김문식씨는 소규모 폐차장을 소유하고 있었습니다. 그게 자산의 전부였구요.

 

정후. 이제 좀 흥미가 생겼다. 자세를 고쳐서 보는.

 

문호 : 그랬어요.

영신 : 92년 봄. 그 폐차장을 매각해버리고, 그해 여름.. 제일신문 기획실장으로 특채가 됩니다.

문호 : 그리고 매년 그 직책이 더 올라갔죠. 제일신문사 사장으로 취임 된 게 아마.. 5년만일 겁니다.

영신 : 상식적으로 잘 납득이 안 되는데요. 신문사에 공채도 아니고. 외부에서 특채로 들어간 사람이

         5년 만에 사장이 될 수도 있나요?

문호 : 저도 놀랐죠. (웃는) 당시 거의 매일 집으로 손님들이 찾아왔었는데.

         제 기억으로 신문사 사람보다는 다른 쪽 사람이 더 많았어요.

영신 : 다른 쪽이라면요?

문호 : 제일 기억에 남는 건 오메가창투라는 투자회삽니다.

영신 : 오메가창투요.

문호 : 그 때 제일신문은 도산 직전이었어요. 그 지분을 대거 사들인 곳이죠. 그 직후 김문식, 제 형은 사장이 되었구요. 재미있죠?

 

 

#63. 문식의 부엌

 

문식이 유리컵에 찬물을 따르고 있다. 목이 탄다. 벌컥벌컥 마시고.

반쯤 컵에 남은 물. 싱크대? 테이블에 올려놓는다. 투명한 유리컵에 맺히는 물방울들.

문식이 손가락으로 컵을 민다. 조금씩조금씩 밀려나는 컵. 테이블 끝까지 밀려가서 위태롭게 선다.

문식이 잠시 멈추는가 싶더니 더 민다. 유리컵이 바닥에 떨어지며 박살이 난다.

 

 

#64. 민자 아지트

 

민자가 머리칼이 온통 뻗친 상태로 의자를 휘릭 밀어서 다른 키보드로 넘어가 작업을 하면서.

 

민자 : 내가 지금 38시간째 못 자고 있거등. 출입국관리국 기어들어가서 니 놈 출입 서류 만들어야지.

         아 하필 나라를 골라도 러시아냐. 이거 뭐 읽을 수가 있어야지. 게다가 김문식이네 감시해야지. 상수 패거리들 봐줘야지.

 

 

#65. 문호네 아파트 거실 밖 데크 / 낮

 

정후가 전화 중.

 

정후 : 그래서 사부는 경찰서에 있다는 거야? 뭐야. 체포된 거야?

민자소리 : 아 글쎄 걱정을 하덜 말어. 너 그 영감 몰라? 늦어도 내일 아침이면 제 발로 기어 나올 거니까.

정후 : 사부. 감옥에서 십년 넘게 있었거든. 또 들어가면 진짜 안 된다고. 그니까 어떻게. 내가 가서 끄집어낼까?

민자소리 : 시끄럽다고오. 정신 사납게 굴지 말고 쫌.

 

덜컥 끊어지는 소리.

정후가 답답해서 돌아보면 거실 안쪽에서 인터뷰가 끝난 종수가 카메라를 거두고 있고.

영신은 문호와 뭔가를 얘기하며 하하 웃고 있다.

 

정후 : 좋댄다.

 

 

#66. 문호 거실

 

베란다 쪽에서 들어오는 정후. 문을 닫는데 그 가슴에 턱 안겨지는 두터운 서류뭉치. 문호다.

 

문호 : 내가 그동안 모은 제일신문사 자금 관련 자료들. 그리고 이건.. (또 하나의 서류 뭉치를 영신에게 안겨주며) 삼한공업 자료들.

         이 둘 간에 유사한 점들이 보일 거야.

영신 : 정리해보겠습니다.

문호 : 오늘 밤 안으로 되겠지?

정후 : (뭐?) 오늘 밤?

영신 : 그럼요. 문제 없습니다.

정후 : 저 오늘 밤은 좀.. 제가 일이..

문호 : 종수야. 너도 붙어. 우리가 시간이 좀 없다.

종수 : (영신을 보며) 그럼 채기자. 우리 회사에서?

영신 : 회사, 밤에 추워서 안돼요. 우리 집으로 가죠.

정후 : (어이없다)

종수 : 오. 좋습니다. 가면 저녁은 줍니까?

영신 : 설거지 잘 해요?

종수 : 제가 또 취사병 출신 아닙니까.

영신 : 딱이네. 내가 요리는 다 되는데. 설거지가 좀 약하거든.

 

정후 점점 더 기가 차다. 그런 말을 하면서 영신은 정후 쪽은 한 번도 보지 않는다.

이만치에서 커피를 마시며 그런 그들을 보고 있는 문호. 혼자 웃는다.

 

 

#67. 치수 까페

 

치수가 이층에서 우당탕탕 내려온다. 철민이 바 뒤에서 쪼르르 나온다.

그들이 나란히 서서 보는 곳.

영신이 종수와 나란히. 그 뒤에 별로 기분이 안 좋은 정후가 서 있다.

 

영신 : 우리 회사 사람들. 이쪽은 우리 아버지. 그리고 아저씨.

종수 : (씩씩하게) 안녕하십니까. 이종수라고 합니다. 염치없지만 잘 부탁드립니다.

치수 : 아 예에..

영신 : 야근할 게 있어서 같이 왔는데. 아부지 사무실 좀 써도 되나?

치수 : 그럼. 써. 다 써.

종수 : 어이구 이거 처음 인사드리는 건데 케잌이라도 좀 사왔어야 하는 건데 죄송합니다.

철민 : 케잌은 우리 집에 넘쳐나고.

종수 : 근데요... 까페 너무 이쁩니다. 분위기 완전.

 

엄지를 치켜 보인다.

영신이 슬쩍 정후를 본다. 정후는 넉살 좋은 종수를 어이없어 보고 있다.

 

영신 : 아 시간 없슴다. 시작하죠.

 

하더니 종수의 등에 손을 턱 얹어 밀어 사무실 쪽으로 간다.

정후. 종수의 등에 얹힌 영신의 손이 신경이 쓰여 본다.

이쪽에서 철민이 치수를 쿡쿡 찌른다. 정후하고 얘기해보라고.

 

치수 : 자네. 또 왔구만.

정후 : (치수를 힐끔 보고) 예.

치수 : 이름이 봉숙이.. 아니 봉수라고 했지? (말을 붙여보려는데)

정후 : 예

 

하더니 그대로 사무실로 따라 들어간다.

 

치수 : 그러니까 저 둘 중에 있다는 건가? 우리 영신이 울린 놈이?

철민 : 좀 전까지는 봉숙이에 한 표였는데. 지금 보니깐... (갸웃)

 

 

#68. 치수의 사무실

 

소파 주변으로 어질러진 자료들. (프린트한 것. 신문 등을 복사하거나 오려 붙인 것. 등등)

종수는 자료를 뒤지며 메모를 하는 중이고. 영신은 노트북에 뭔가를 열심히 쳐 넣는 중.

이만치에 따로 앉은 정후는 손에 들린 프린트물을 대충 넘겨보는 척 하면서 영신과 종수를 슬쩍 본다.

둘은 나란히 앉아 있다.

 

종수 : 와아. 오메가 창투가 손을 뻗은 기업이 한두 개가 아니네.

 

영신이 종수가 넘겨 보여주는 자료를 보느라고 둘이 거의 머리가 닿을 듯이 돼서. 자료를 보며

 

영신 : 어느 거.

종수 : 여기 봐요. 97년에 대일 기계. 99년에는 동구화학..

 

영신이 종수가 가리켜주는 자료를 보며 노트북에 타자 쳐서 넣는다.

정후. 속이 덥다. 일어나서 나가려는데.

문을 열고 들어오는 치수와 철민. 각각 케잌이니 차를 쟁반에 들고.

정후가 다시 밀려 들어와 앉고. 치수와 철민은 차와 케잌을 내려놓아주며.

 

치수 : 좀 먹고들 해요. 속이 든든해야 머리도 돌아가는 거지.

 

하면서 슬그머니 자리 잡고 앉는다.

 

종수 : 감사합니다. 잘 먹겠습니다.

치수 : 응. (종수를 자세히 보며) 나이를 물어봐도 되나.

종수 : 채기자하고 동갑입니다.

영신 : (종수를 보며) 내 나인 어떻게 알았는데.

종수 : 저 이종수. 기자 중에 기자. 그 정도 취재는 기본.

철민 : 부모님과 같이 살고?

종수 : 아닙니다. 독립했습니다. 아 독립이라고 보긴 그런가. 부모님께서 작은 아파트 하나를 구해주셔서.. 하하. 부끄럽습니다.

 

영신이 슬쩍 정후를 본다. 정후는 자료를 보는 척 하고 있다.

 

치수 : 형제는 어떻게 되나.

영신 : 아버지.

치수 : 어?

영신 : (인상 쓰는)

치수 : 아.. 일해야지.. 아버지 금방 나가. 근데.. 기자 일은 언제부터 하셨나.

종수 : 제가 원래는 ABS 방송국에 있었거든요.

 

영신이 다시 돌아보면 정후가 일어나서 나가고 있다.

 

 

#69. 까페

 

문을 닫고 난 늦은 시간. 정후가 바 쪽으로 가서 컵 하나를 들고 물을 찾는다. 그러다 멈칫.

영신이 다가오더니 정후가 든 컵을 받아간다. 물을 따라서 다시 내준다.

정후는 컵을 받으면서 그런 영신을 보고 있는데.

영신은 여전히 정후를 보지 않는다. 그래서 정후도 말을 붙이지 못하는데.

 

영신 : 동쪽 서쪽.

정후 : 뭐?

영신 : 어느 쪽

정후 : ..동쪽.

영신 : 좋아. 그럼.

 

하더니 정후의 옆에 나란히 바에 기대선다.

 

영신 : 1분 동안 나란히 서서 얘기하기.

정후 : 서쪽은 뭐였는데.

영신 : 10초 동안 안아주기.

정후 : ... 바꿀래.

영신 : (소리 내어 웃는다)

정후 : (안심이 돼서) 웃네. 다행이다.

영신 : 왜.

정후 : 화난 줄 알았거든. 날 한 번도 보지 않길래.

영신 : 화난 게 아니고 참고 있는 거야.

정후 : 참어?

영신 : 응. 손잡고 싶은 거.

정후 : (뭐? 해서 돌아보는)

영신 : (자기 앞을 보면서 말짱한 얼굴로) 안고 싶고.. 밤새 얘기도 하고 싶고. 또.. 키스하고 싶고...

 

정후. 저도 모르게 바에 기댔던 몸을 세우며 보는데.

 

영신 : 그 사람이랑 그러고 싶은데 참고 있다고. 참다보니 화도 나네.

 

하더니 사무실 쪽으로 가려고 몸을 움직이는데 어느 틈에 그 앞을 막고 서는 정후.

영신이 막혀서 정후를 본다.

 

영신 : 왜

정후 : (고개를 젓는. 뭐라 말을 할 수는 없어서)

영신 : ... 아직도 안 와. 그 놈.

정후 : 뭔가.. 이유가 있을 거야.

영신 : 알어. 그럴 거라고 생각은 해.

정후 : 그렇게 생각해?

영신 : 응. 그래도. 진짜 나쁜 놈이지?

정후 : 그러게.

영신 : 기다릴 거야. 기다리는데. 화는 나. 엄청.

정후 : 응.

 

영신이 고개를 숙여 정후의 가슴에 가만히 박는가 싶다.

정후가 저도 모르게 고개를 숙이며 안으려고 한 손이 올라가는데.

영신이 몸을 돌려 정후의 어깨를 스쳐 지나간다. 둘의 팔이 스친다.

정후가 뒤늦게 잡으려고 손을 뻗었지만. 이미 영신은 사무실 쪽으로 가고 있다.

정후. 더 따라가지 못한다.

 

 

#70. 치수네 까페 앞 / 아침 이른

 

아침이다. 등교하는 학생이 하나 가방을 메고 늦었는지 달려간다.

 

 

#71. 치수 사무실

 

종수가 소파에 누워 담요를 덮고 잠들어 있다.

 

 

#72. 영신 방

 

영신이 하품을 하며 책상 앞에서 노트북으로 검색을 하고 있다.

옛날 신문들을 뒤져 보고 있는 중이다.

 

 

#73. 민자 아지트

 

민자가 칫솔질을 하며 하품을 하며 책상 앞을 지나가다가 문득 멈춘다. 다시 돌아본다.

거기 모니터 하나가 문식의 집 앞을 비추고 있다.

문식의 집에 설치된 CCTV 중에 하나가 찍고 있는 장면. 거기 오비서가 어떤 남자와 만나고 있다.

오비서가 남자에게 뭔가를 건넨다. 남자가 그것을 주머니에 넣더니 이쪽을 향해 돌아선다.

민자가 재빨리 키보드를 친다. 화면이 정지된다.

그 남자의 얼굴이 비춰진다. 낯이 익은데 누군지 모르겠다.

갸웃해서 보며 칫솔질을 한다.

 

 

#74. 동네길

 

정후가 달리고 있다. 아침 운동 겸 심난한 마음을 달래러 달리는 중.

전화가 온다. 이어셋을 건드려 연결하고.

 

정후 : 왜.

민자소리 : 아무래도 이상하다.

정후 : 뭐가.

민자소리 : 한 시간 전에 김문식이네 사이코가 누구를 만났어.

정후 : 그런데.

 

 

#75. 민자아지트

 

민자 : 그 상대놈이 아무래도 낯이 익어. 한시간동안 내내 찝찝하더니..

정후소리 : 아 일절만 해. 그래서 뭐.

민자 : (불안함이 가득해서) 윤동원이 똘마니였어.

 

 

#76. 동네길

 

정후가 우뚝 서 있다가 갑자기 미친 듯이 달리기 시작한다.

 

 

#77. 경찰서(윤동원의) 외경 / 아침

 

 

#78. 조사실

 

영재가 국밥을 맛나게 먹고 있다.

문이 열리며 윤동원이 노트북 하나를 들고 들어온다.

 

영재 : 식사하셨어요?

윤동원 : 많이 드세요. (건너편에 앉아 노트북을 연다)

영재 : 이 집 깍두기가 맛있네. (하며 깍두기도 먹고)

윤동원 : (모니터 화면을 보며) 본명 기영재. 국보법 위반으로 11년 2개월 실형. 지난 93년 2월 출소. 현주소는 현남면..

영재 : 현남면? 그건 또 어디지?

윤동원 : .. 강원도 양양군.

영재 : 오. 강원도 좋지.

윤동원 : (보다가) 혹시.. 조민자란 이름 아세요?

영재 : 여자 이름인 거 같은데..

윤동원 : 기영재씨가 복역하는 동안 다섯 번이나 면회를 갔던데. 기억 못하시면 안 되죠.

            조민자. 당시 사이버팀 형사였고. 내 직속 선배였던 분. 나 이 선배 무지 좋아했는데.

영재 : 아.. 좋아하셨구나.

윤동원 : 이 선배가 해킹 실력이 진짜 신급이었거든요. 내가 많이 배웠죠. 근데 어제 지하주차장에서

            아주 그리운 향기를 느꼈지 뭡니까. 내가 머리통을 수없이 두들겨 맞으며 배웠던 루트킷. 딱 그 패턴이..

 

하다가 보면. 영재가 조용하다.

윤형사가 기웃해서 보는데.

영재가 조용히 숟가락을 놓는다. 옷깃을 느슨히 한다. 그러더니 윤동원을 본다.

 

영재 : 형사님.

윤동원 : 예?

영재 : 아무래도 내가.. 자수를 해야 될 거 같아요.

윤동원 : 자수요?

영재 : 내가.. 사실은 힐러에요.

 

하더니 싱긋 웃는다.

 

 

#79. 경찰서 복도

 

오비서와 만났던 사내가 경찰 제복을 입고 유유히 걸어가고 있다.

장갑을 낀 손 안에 감췄던 약병(황재국네 있던)을 옆의 쓰레기통에 넣고 지나간다.

 

 

#80. 영신의 방

 

영신이 하품을 하며 클릭. 화면을 넘기다가 멈춘다.

보이는 화면. 옛날 잡지의 한 페이지를 스캔한 듯한 페이지.

제목 [행복한 동행 - 제일신문 김문식의 성공신화]

 

 

#81. 조사실

 

윤동원이 빠르게 타자를 치고 있는 앞에서 영재가 나직나직 말하고 있다.

그 옆에는 녹화용 카메라가 설치되어있다.

 

영재 : 출소하고 일년 뒤부터 힐러 일을 시작했어요. 힐러라는 이름은 학교 때 친구들하고 같이 만들었던 잡지 이름이었고.

         폼나잖아. 힐러.

윤동원 : 해커와 파트너로 일했을텐데요.

영재 : 그랬어요. 근데 얼굴을 본 적이 없어. 이름도 몰라. 우리 일이 그래요.

윤동원 : 맨 처음 맡은 일이?

영재 : 가장 최근에 맡은 일부터 시작하면 안될까요. 내가 시간이 별로 없어서.

 

윤동원이 이상해서 보지만 영재는 웃고 있다. (비장하지 않게. 편하게. 장난하듯)

 

윤동원 : 가장 최근에 맡은 일이 뭐였죠?

영재 : 제일신문 사주. 김문식이라고 알지요? 그 놈 일을 했지요.

 

// 시간경과

 

영재 : 고성철이라고 아실래나. 엘에이에서 온 놈인데..

 

// 시간경과

 

윤동원 : 황재국이라고 알죠?

영재 : 알지. 그 집 금고를 좀 털었지.

윤동원 : 자살이 아니었지요? 황재국..

 

하다가 멈춘다. 영재의 입가에 끓어오르는 하얀 거품.

 

윤동원 : 이봐요. 기영재씨.

영재 : 내가 말했잖아. 시간이 별로 없다고.

 

영재가 웃는 듯 하더니 고개가 천천히 수그러진다.

윤동원이 놀라서 일어서는 바람에 의자가 나가 넘어진다.

고개를 숙인 채 그대로 앉아있는 영재.

 

 

#82. 영신의 방

 

영신이 기사의 아래에 나와있는 사진을 클릭해서 크게 키운다.

김문식이 서 있는 옆에 휠체어를 타고 앉아있는 명희의 모습.

둘 다 카메라를 보며 미소 짓고 있다. 행복하게.

 

 

#83. 경찰서 앞 주차장? 혹은 길가?

 

정후가 탄 차가 급히 들어온다. 급히 차를 세운 정후가 뛰어내린다.

옷깃을 세워서 어떻게든 얼굴을 가리려 하며 경찰서 입구로 달려가다가 멈춘다.

거기 경찰서 앞에 세워져 있는 구급차.

정후가 불안한 마음으로 빠르게 걸어 다가간다.

그때 안에서 구급대원들이 들것을 들고 나온다. 그 옆을 따라 나오는 당혹스러운 얼굴의 윤형사.

정후가 얼른 기둥? 사각의 장소로 이동해 피하며 다시 본다. 그러다 멈춘다.

들것 위에 천으로 얼굴까지 덮여 있던 시신의 팔이 툭.. 들것 옆으로 떨어져 내린다.

그것은 정후가 입었던 점퍼. 팔 부근이 베어져 아직도 피가 묻어 있는 바로 그 점퍼다.

방금 본 것을 믿을 수 없어 굳어버린 정후.

// 명희의 사진을 알 수 없는 느낌으로 보고 있는 영신.

 

=THE END=

 

 

 

 

 

 

 

 

 

 

 

 

 

 

 

 

 

 

 

 

 

 

 

 

 

 

 

 

 

 

 

 

첨부파일 힐러13.hwp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 북마크
  • 공유하기
  • 신고하기

댓글

댓글 리스트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