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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러] 15 - 기억합니다

작성자수다쟁이|작성시간15.03.03|조회수1,591 목록 댓글 0

[힐러] 15 - 기억합니다

 

 

 

 

 

 

 

 

 

 

#1. 정후 스튜디오

 

창 밖에 아침 햇살이 들어오고 있다. 따듯한 색.

천천히 팬 되면서 보이는 스튜디오 내부의 모습.

창 앞의 소파. 거기 정리되지 않은 채 놓여있는 쿠션. 담요(어제 영신이 정후에게 덮어주었던).

테이블 위에 놓여 있는 머그잔 두 개.

침대 쪽으로 좀 더 팬하다 보면 바닥에 비뚤게 흩어져 놓인 영신의 신발.

테이블 앞 의자에 걸쳐 있는 영신의 겉옷.

그리고 보이는 침대. 흰 이불에 덮인 두 사람.

영신의 두 손이 정후의 팔을 잡고 있다. 영신은 정후를 향한 자세로 잠들어 있다.

그러나 정후는 그렇게 잠든 영신을 보고 있다. 따뜻함으로.

(영신은 정후의 얇은 긴 셔츠 정도. 정후는 민소매 셔츠 정도)

문득 영신이 정후에게 등을 대고 돌아눕는다.

정후가 서운해서 보다가 한 팔을 영신의 목 아래로 살그머니 밀어 넣는다. 살짝 영신을 굴리며 잡아 당겨본다.

영신이 좀 버티는가 싶더니 다시 정후 쪽으로 돌아눕는다.

만족해서 보다가 영신의 팔을 살짝 잡아 자기 허리에 두른다. 감싸 안는다. 그 머리칼에 얼굴을 묻는다. 이제 다 만족스럽다.

// 시간경과

영신이 부스스 눈을 뜬다. 잠이 덜 깨서 옆을 봤는데 옆이 비어있다.

기지개를 켜다가 멈춘다. 팔이 걸렸다. 돌아보니 거기 정후가 머리를 괴고 내려다보고 있다.

영신.. 민망해서 기지개 켜려던 팔을 내린다.

계속 보고 있는 정후. 영신 더 견디지 못하고 꼬물꼬물 아래로. 이불 속으로 기어 들어가 버린다.

정후, 보고 있다가 쑤욱 이불 속으로 따라 들어간다.

 

 

#2. 정후네 욕실

 

샤워를 마친 영신이 젖은 머리를 수건을 닦아내며 문 쪽으로 간다.

막 문을 열려고 하는데 그 문이 열리며 들어서는 정후.

영신이 우물쭈물 옆으로 피해 나가려는데.

잡아서 슬쩍 돌리더니 자기 앞에 세우는 정후. 웃지도 않는 얼굴로 당연한 듯 수건을 받아 영신의 젖은 머리를 닦아주기 시작한다.

영신이 찡그리고 서 있는데.

닦아주다 보니 수건이 영신의 눈을 가리게 된다.

눈이 가려진 영신의 얼굴에 정후가 멈칫해진다.

수건으로 가려진 얼굴 아래. 기억 속의 그 모습. 영신의 입술.

저도 모르게 정후가 입술을 가까이 하는데.

영신의 손이 쑥 올라오더니 수건을 아래로 쑥 내린다.

이제 입은 가려지고 눈만 나온 영신. 바로 앞에 있는 정후의 시선과 마주친다. 잠깐 피차 정지.

 

 

#3. 정후 스튜디오 // 무인도 사진 앞

 

사진을 보며 서 있는 영신의 뒷모습. (정후의 시선)

영신은 고개를 갸웃해서 이런저런 각도에서 사진을 바라보고 있다.

 

정후소리 : 꿈인 줄 알았어. 난 원래 꿈을 잘 안 꾸는데. 무슨 꿈이 이렇게 긴가. (민자에게 말하는 어조)

 

그런 영신을 이만치 뒤에서 보고 있는 정후. 문득 성큼성큼 다가서 뒤에서부터 껴안고. 함께 사진을 본다.

// 소파에 앉아 있는 두 사람. 정후는 영신의 뒤에 영신을 감싸듯 앉아 있다.

영신은 그 자세로 정후의 다친 팔에 약을 발라주고 있다. 아플 거 같아서 지가 더 찡그려서.

(팔에는 아직 봉합실이 남아있는 상태. 소독약을 바르는)

정후는 한 팔을 맡긴 채 영신의 뒤에서 손가락으로 영신의 머리칼을 빗어 넘겨주고 있다.

이 머리칼을 이렇게 맘대로 하고 싶었었다.

 

정후소리 : 그래서 자꾸 확인하게 되더라고. 진짜인가?.. 설마 아닌가.. ?

 

// 부엌 영신이 북어국을 끓이는 중이다. (젓가락으로 달걀을 푸는 중)

그 옆에 몸을 붙이고 있은 정후.

영신이 옆으로 밀어놓고 푼 달걀을 끓는 국에 조심스럽게 돌려 넣는다.

 

정후소리 : 그러면서 또 생각하게 되는 거야. 이게 진짜여도.. 괜찮나?

 

정후가 영신의 어깨에 손을 얹는다. 그 손을 치우고 썰어놓은 파를 넣는다.

계속 거부당한 정후가 이번에는 영신의 머리에 손을 얹는다. 어떻게든 접촉을 유지하려고.

영신이 아아 진짜. 짜증을 내며 정후를 향해 돌아선다. 한마디 하려는데.

그 입을 막듯이 입맞춤해버리는 정후.

 

 

#4. 정후건물 앞

 

영신이 나오고 있다. 그 뒤를 못마땅해서 따라 나오고 있는 정후.

 

정후 : 내가 차 태워준다니까.

영신 : (손가락을 세워 정후를 멈추게 하고는) 내가 만든 국. 밥. 반찬. 다 먹기 전에 나오기만 해. 나 아직 화낼 거 엄청 남은 거 알지?

 

정후가 두 손을 올려 항복을 하며 멈춘다.

영신이 손을 흔들어 보이더니 씩씩하게 걸어간다.

 

 

#5. 버스 정류장

 

멈춰서는 버스. 영신이 버스에 올라탄다. 카드를 찍고 비어있는 자리에 앉는데.

출발하려던 버스가 다시 멈추더니 뒤늦게 올라타는 정후.

성큼성큼 와서 앉아있는 영신의 손을 잡아채더니 맨 뒷자리까지 데려가 나란히 앉는다.

 

정후 : 한 정거장만.

영신 : 말 디게 안 들어.

정후 : 봐주라.

영신 : 딱 한 정거장?

정후 : 응.

 

영신이 할 수 없이 웃고, 정후가 영신의 머리를 감싸 자기 어깨에 기대게 한다.

그렇게 흔들리며 가는 둘.

// 시간경과

영신이 내다보는 창 밖에 버스에서 내린 정후가 서 있다.

버스가 출발해간다. 영신이 아예 뒤로 돌아앉으며 본다.

정후가 보는 버스. 뒷창문으로 이쪽을 보고 있는 영신. 영신이 손을 흔들어 보인다.

정후는 그저 웃으며 보고 있다.

 

정후소리 : 근데 아줌마. 난 진짜하고 가짜가 헷갈려.

 

 

#6. 정후 스튜디오

 

다시 살아난 모니터들. 가운데 모니터에 민자의 캐리커처가 떠있다.

 

정후소리 : 내 일이란 게 원래 가짜가 돼야 할 수 있는 거잖아. 얼굴은 가리고 신분은 위장하고.

 

// 옷 방 쪽에서 외출복을 차려입은 정후가 나와서 모니터 책상 쪽으로 이동해서 책상에 놓여있던 시계. 반지 등을 착용하며

 

정후 : 내가 세상에 나가서 세상 사람들을 만날 때는 언제나 가짜란 말야. 그치만 그 애를 만날 때는 진짜로 만나야 되는 거잖아.

         근데. (멈추더니) 진짜 나? 응? 그게 뭐지? 그런 게 있긴 있나?

민자소리 : 언제부터 그렇게 생각이란 걸 깊이 하셨어요?

정후 : 그니까.

민자소리 : 내가 마흔아홉 번째 말하는데. 생각하지 마. 넌 생각이란 걸 하면 꼭 사고를 치거든.

정후 : 아줌마.

민자소리 : 시계 리셋해봐.

정후 : (시계를 만지며) 고맙다고.

민자소리 : 그것도 배터리 한번 볼 때 됐다. 체크해.

정후 : (웃는, 입구 쪽으로) 나 나가요.

민자소리 : 어딜 가.

정후 : 진짜 나를.. 찾으러?

 

 

#7. 민자 아지트

 

민자 : 애가 점점 맛이 가는 게.. 이건 뭐 포맷을 새로 할 수도 없고. 바꿀 때가 넘은 거 맞아.

 

하면서 저도 모르게 흥얼흥얼 콧노래. (싱잉인더레인의 멜로디)

문득.. 생각을 좀 해보다가.. 리듬에 맞춰 건들거리며 의자에서 일어나더니 의자를 휙 밀어놓고는

 

민자 : 싱잉 인더 레인.. 으응응... (약간의 탭댄스도 가능하실까요?)

 

탭댄스를 하다가 옆으로 두발차기를 이쪽 저쪽으로 해서 마무리.

 

 

#8. 문호의 지하 주차장

 

퇴근해서 돌아오는 문호. 입구 쪽으로 걸어가다가 뭔가를 봤다.

거기 입구에 기대서서 기다리고 있는 정후.

정후가 떨떠름한 얼굴로 보다가 한 손을 들어 보인다. 거기 들려있는 맥주 한 묶음.

문호가 씨익 웃는다.

 

 

#9. 문호의 거실

 

경쾌하게 따지는 맥주 캔.

좀 떨어진 거리에 기대 서거나 앉은 문호와 정후. 각자의 캔을 건배도 없이 각자 마시며.

 

문호 : 걱정했다.

정후 : (성의 없게 끄덕이고)

문호 : 채영신도 많이 기다리던데. 연락했어?

정후 : 걔가 날 찾아왔어요.

문호 : (의외라서) 설마.. 말해 준거야? 니가 누군지?

정후 : 말해준 적 없는데 알아냈어요. 지가.

문호 : 어디까지 아는데.

정후 : 어디까지 알려줘야 하나 생각 중. 근데 그 녀석. 물어보질 않네요. 넌 왜 그러고 사냐. 왜 다쳤냐.

         심지어 내 진짜 이름도 안 물어봐요.

문호 : (살펴보다가) 너.. 지안이 좋아하는구나.

정후 : (그냥 보는, 뭐라 대답해야될지 몰라서)

문호 : 그러니까 말을 못했겠지. 지안이가 누군지. 그 아버지가 누구였는지. 니 아버지 얘기도.

정후 : 생각 중이라고 했잖아요.

문호 : (농담처럼) 그럼 나도 좀 이해해 줄래. 나도 좋아해서 그래. 명희누나. 지안이. 그래서 말을 못하고 있거든.

정후 : 피차 안부 인사는 여기까지. 이제 용건.

문호 : (웃는) 좋아.

정후 : 난. 내 사부의 복수를 원해요.

문호 : 그래.

정후 : 내 아버지의 누명, 세상 사람이 다 알게 벗겨주고 싶어요. 우리끼리만 아닐 거라고 징징대는 거 말고.

문호 : 그래야지. 그리고.

정후 : 알아야겠어요. 채영신이한테 언제 말해줘도 되는지. 니 친엄마가 살아 계시다고.

문호 : 그 애나 누나가 위험해지지 않을 때. 아닐까.

정후 : 그게 언젠데.

문호 : 앞에 두 개와 이어지는 얘기야.

정후 : (못마땅해서 보다가 단념하고) 피라미들하고 그 뒤에 있는 놈들, 다 끌어내서 제대로 엿 먹이는 방법. 찾아내겠다고 했죠?

문호 : 그랬지.

정후 : 찾아냈어요?

문호 : 생각해봤는데 내가 아는 방법은 하나뿐이더라고. 니 아버지와 채영신이 아버지가 하던 방법.

         그래서 내가 평생 흉내만 내던 방법. 그거 나하고 같이 제대로 해볼래?

정후 : ... 내 아버지가 했던 방법.

문호 : 그래.

정후 : 승산은?

문호 : 힐러인 니가 같이 해주면 .. 반반?

 

정후가 잠시 보더니 썩 마음에 들진 않지만, 끄덕인다.

문호가 캔을 든다 건배를 하자고.

그러나 정후는 빤히 보면서 그냥 한모금 마신다. 아직 건배는 하고 싶지 않다.

문호가 웃고 저도 한모금 마시는데.

정후가 문득 생각났다는 듯이. 실은 말해두고 싶었어서.

 

정후 : 아까 물어본 거. 맞아요. 나 채영신 좋아해요. 알아두시라고.

 

 

#10. 화장터 앞

 

승용차가 도착한다. 운전석에는 기사. 옆에 조수석에는 오비서.

오비서가 얼른 내려서 뒷문을 열어주고 문식이 내린다.

문식은 검은 문상용 양복을 입고 있다.

문식이 오비서가 들고 있던 사진을 받아든다. 기영재의 얼굴이 찍혀 있는 사진이다. (경찰서의 진술화면에 찍힌 웃는 얼굴)

그 사진을 직접 들고, 오비서의 안내로 문식이 이동한다. 몹시 슬픈 얼굴이다.

 

문호소리 : 김문식이 처음 어르신 밑으로 들어간 게 92년 그 사건이 나고 나서야. 몇 년 그 밑에서 일하다가 독립을 할 때

               어르신이 붙여 준 게 지금의 오비서. 몇 개의 이름과 신분을 갖고 있어. 그 중에는 변호사 신분도 있고.

 

 

#11. 화장로 가는 길

 

걸어가며 문식이 슬픈 얼굴로 오비서에게 지시하고 있다.

 

문식 : 내게는 정말 소중한 친구였어. 모든 걸 다 최고급으로 해주고 싶네.

오비서 : 장례절차. 납골당까지 최고로 준비해서 모시겠습니다.

 

사진을 안고 걸어가는 문식. 그 한 걸음 뒤를 졸졸 따르는 오비서.

 

문호소리 : 이 두 사람 관계가 재밌어. 김문식과 오비서는 동전의 앞뒷면?

 

 

#12. 화장터 관망실

 

화장로에서 불길이 오르고 있다.

영재의 사진을 안은 채 바라보고 있는 문식. 그 뒤에 오비서가 함께 있다.

 

문호소리 : 온갖 더러운 짓은 오비서가 하고, 김문식은 한 점 부끄러움이 없는 신사로 사는 거지.

               가끔 보면 말이지. 김문식은 정말로 자신은 잘못한 게 전혀 없다고 믿는 거 같아. 정말로 기억을 못하는 거 같다니까.

               그래서 나도 자꾸 속았으니까.

 

문식이 눈물이 글썽해서 영재의 사진을 내려다보다가 오비서에게 묻는다.

 

문식 : 사진이 이거밖에 없었나?

오비서 : 그것도 경찰서에 부탁해서 간신히 구한 겁니다.

 

문식이 옷소매로 액자를 닦아낸다. 금방이라도 울 듯 하다.

 

문식 : 여전히 못생겨 가지구.. 평생 고생만 하드니..

 

 

#13. 컨베이어 벨트? 화장터

 

직원이 하얀 천에 싸인 유골함을 벨트 위에 올려놓는다. 벨트 위에서 이동되는 유골함.

그러나 어느 지점에서 손이 쑥 들어오더니 유골함을 집어 들고 비슷한 모양의 다른 것을 내려놓는다.

스윽 돌아서서 가는 사내. 정후다.

상주 중의 하나인 듯한 차림. 검은 외투. 팔에 두줄 완장을 차고 있다.

 

 

#14. 화장터 입구?

 

세워져 있는 차. 운전석으로 들어오는 정후. 들고 온 유골함을 조수석에 잘 놓고는 잠시 보다가.

 

정후 : 뭐.. 사부가 이 안에 없는 건 잘 아는데. 그래도 기분이 그렇잖아. 뼛가루뿐이긴 하지만 그래도. 저 놈 손에 넘겨주긴 싫거든.

 

정후가 앞(옆)을 본다.

문식의 차가 지나가고 있다. 뒷좌석에 앉은 문식이 손수건으로 눈 부위를 닦는 것이 보인다.

 

정후 : 요즘 내가 좀 바빠서 나중에. 시간이 펑펑 남아돌면. 그 때 사부 뼛가루는 좋은데 뿌려줄게. 남태평양 콜?

 

정후가 슥 돌아보더니 유골함을 툭툭 두드려주고 시동을 건다.

 

 

#15. 썸데이 건물 외경 / 낮

 

 

#16. 썸데이 편집실

 

문호와 썸데이의 식구들. 각자 편한 자세로 회의 중.

종수가 프린트물을 나눠주는 중.

 

문호 : 이번 주 ABS 집중조명. 김문식과의 대담에 쓰일 대본입니다.

종수 : 제가 구해온 겁니다. 제가.. 목숨 걸고..

문호 : 그 중에 체크된 일곱 개의 항목에 대해 우리가 물고 늘어질 거구요.

장부장 : (살펴보며) 대강 우리가 준비해온 것들이긴 한데.. 어느 정도 수위로 내도 될까요. 이게 참..

문호 : (웃는) 왜 수위를 걱정하세요. 누가 검열해요?

장부장 : 그러네요. 검열이 이 뼈 속 깊이 내재화되어 있다 보니.. (자기 가슴을 퍽 치는)

문호 : 종수야.

종수 : 옙

문호 : 스파이 보고했어? 우리가 이번 김문식 대담에 붙을 거라고?

종수 : 했습니다.

문호 : 제대로 겁 준 거 맞아?

종수 : 여기서 어마어마한 자료들을 준비하고 있다고.. 분명히 전했습니다.

문호 : 김문식 밑에는 사이버팀이 있어요. 아마 거기서 나서지 싶은데.. (여기자를 보며) 준비를 제대로 해줘야겠죠?

여기자 : 물론 또 내일까지. 라고 하실 겁니다. 그럼 전 도저히.. 라고 말하려고 하지만 분명히 다 듣지도 않고..

문호 : (또 무시) 채영신. 오늘 윤동원 형사 만나기로 했지?

영신 : 네. 오후 두시에요. 얼른 만나고 와서 이쪽 취재에 붙겠습니다.

문호 : 아니야. 그 취재 계속해. 그거야말로 우리의 스페셜 파트가 될 거니까.

영신 : ... 예?

문호 : 그 취재를 위해서 프리랜서 한 사람을 불렀어. 오늘 도움이 필요할 거 같다던데. 좀 봐줄래?

영신 : 무슨 도움이요?

문호 : 직접 물어봐. (모두에게) 아. 그리고 박봉수는 휴직했습니다.

장부장 : 휴직이요. 얼마나..

문호 : 개인적인 사정이 있답니다. 그럼 회의는 짧을수록 좋으니까 여기까지. 채영신은 날 따라와. 취재 방향 짚어줄테니까.

영신 : 예. (따라가고)

장부장 : (주위에 대고) 휴직이면 유급이야. 무급이야. 그게 중요한데..

 

그러나 장부장의 말을 듣는 사람은 없이 다 바쁘게 흩어진다.

 

 

#17. 출판사 근처 길

 

영신이 걸어오고 있다. 약속장소인 듯한 구조물 앞에 멈춰 서서 길의 이쪽 저쪽을 본다. 기다리기로 한다.

발 앞에 작은 돌이 있어서 툭 차본다. 저 앞으로 가서 멈추는 돌.

한 발을 들어 깽깽이로 뛰어가 툭 차본다. 또 깽깽이로 따라가려다가.. 내가 이게 뭐하는 짓이지. 멈추고.

아까의 자리로 얌전히 돌아가 하품을 하며 시계를 보고. 오는 사람이 없는지 살피고.

기다리기가 무료해서 혼자 속으로 노래를 흥얼거리기 시작한다.

그러다보니 자연히 몸이 흔들흔들 리듬을 탄다. 리듬을 타다보니 춤스텝도 좀 밟게 되고.

그러다가 빙글 한바퀴 돌다가 넘어질 뻔 해서 멈춘다.

영신이 서 있던 뒤 쪽. (주차장?) 저만치 주차되어 있던 차에 기대 서서 보고 있는 정후. 웃음을 참고 있는 듯한 얼굴.

(좀 더 산뜻하게 커트된 머리. 힐러처럼 올블랙은 아니지만 활동적인 옷차림. 정후 특화)

정후가 몸을 일으키더니 놀라서 보는 영신의 앞으로 걸어온다. 영신의 바로 앞에 서더니

 

정후 : 채영신 기자?

영신 : (어이없어 보다가 뭐라 말하려는데)

정후 : 서정후라고 합니다. 오늘 채기자의 도움이 필요한 프리랜서?

영신 : (그저 보는)

정후 : (머뭇거려지며) 난 오늘 .. 채기자가 들어가려는 경찰서에 슬쩍 동행해서 들어갈 수만 있으면 되는데요.

영신 : (보다가) 이름이 뭐라구요?

정후 : 서 정후. 87년 12월생. 또 알고 싶은 거 있어요?

영신 : 서정후...

정후 : (끄덕)

영신 : 서정후씨?

정후 : (나쁘지 않다)

영신 : 아니면 그냥.. 정후야?

정후 : ..미안해. 너무 늦게 인사를 해서.

영신 : ..드디어 만났네.

정후 : (마음이 놓여서) 응. 드디어.

영신 : 반가워. 근데..

정후 : 응?

영신 : .... 몇 대만 맞자.

 

하더니 사정없이 정후의 다리를 찬다. 정후가.. 아.. 도망가는데. 쫓아가며 차는 영신.

결국은 정후가 영신의 어깨를 감싸 잡아 차로 데려간다. 정후에게 감싸여져 가면서도 영신이 한 대 더 찬다.

 

 

#18. 경찰서 앞 (주차장?)

 

달려와 주차하는 정후의 차. 조수석의 영신.

영신이 걱정되는 얼굴로.

 

영신 : 이런 데 막 들어가도 되나? 경찰선데? 그 뭐.. 위장같은 거 안 해도 돼? 모자도 쓰고 얼굴도 가리고..

정후 : (박스 안을 뒤적여 머리핀모양의 이어셋을 꺼내며) 위장은 그때그때 알아서. 필요한 도구는 대충 현장 조달. 그게 내 방식이지.

         (영신의 귀 옆에 꼽아주며) 그리고 이건 우리 보스의 특별 신제품. 자아.. 아무 얘기나 해봐.

영신 : 아무 얘기 뭐.

정후 : (자기 귀의 이어셋을 조절하며) 다시.

영신 : ..박봉수는 그럼.. 이제 안 와?

정후 : 소리가 좀 작나..

영신 : (머리핀을 빼서 입에 가까이. 큰 소리) 박봉수 보고 싶다고.

정후 : 아.. (큰 소리에 찡그려) 이거 엄청 예민한 거거든. 굳이 여기에 대고 무슨 말을 할 필요가 없어요. 아니 이게 있다는 걸 잊어.

         (영신의 손 에서 뺏어 다시 장착해주며) 이걸 의식하면 더 수상해지니까. 그냥 잊으라고.

         내가 알아서 주변 상황을 듣고 판단해 줄 거니까.. 알았지?

 

영신이 입이 비죽 나와서 벨트를 풀더니.. 우는 소리로

 

영신 : 봉수야..

 

부르며 차에서 내린다. 정후, 어이없어 본다.

 

 

#19. 경찰서 안내 데스크

 

당직 제복 경찰이 고개 들어 본다.

 

경찰 : 잠깐만 기다리세요.

 

경찰이 전화를 한다. 그 앞에 서있는 영신.

그 뒤 한두 걸음 뒤에 정후가 모자를 눌러쓰고 서있다. 마치 차례를 기다리는 것처럼.

전화를 하던 경찰이 끊고

 

경찰 : 신분증 주시겠습니까?

 

영신이 자신의 주민증을 내준다.

경찰이 주민증 사진과 영신을 대조해보고, 대신에 출입증을 내주며

 

경찰 : 3층에 올라가셔서 사이버팀을 찾으시면 됩니다.

영신 : 수고하세요.

 

경찰이 기록을 하고 다시 앞을 본다. 다음 차례일 거라고 생각했던 정후가 보이지 않는다. 이쪽 저쪽을 본다.

 

 

#20. 경찰서 1층 로비

 

보초 서듯이 서 있던 의경이 돌아본다.

거기 출입증을 목에 건 영신이 걸어온다.

그 옆에 정후가 딱 붙어서 온다. 출입증이 있을만한 부분은 안 보이게.

영신이 의경에게 출입증을 들어 보이며 웃으며 지나간다.

 

 

#21. 경찰서 계단

 

함께 나란히 올라오는 정후와 영신. 정후가 아무래도 불안해서.

 

정후 : 딴 생각하지 말고.

영신 : 딴 생각이라면 예를 들어 어떤 생각?

정후 : 할 일만 하세요. 기자 일.

영신 : 노력해보지요.

 

계단 끝에서 영신은 왼쪽으로 정후는 더 윗층으로 헤어진다.

계단을 올라가던 정후가 다다다 다시 내려와 영신에게 가더니

 

정후 : 혹시 위험상황이 생기면..

영신 : 저기요.

정후 : 네.

영신 : 내가 지금 대한민국 경찰서 안에 있거든요. 사방에 경찰이 쫙 깔렸고요. 여기서 무슨 위험상황?

 

정후가 멀뚱히 보다가 다시 올라간다.

영신.. 에혀.. 한숨이 나온다.

 

 

#22. 민자 아지트

 

민자가 콧털을 뜯는 시늉을 하며 참고 듣고 있다가.

 

민자 : 다 끝났냐? 이제 일 좀 할까?

정후소리 : 어디야?

민자 : 4층 올라가서 왼쪽. 마지막에 서버실이 있다.

 

 

#23. 사이버팀 사무실

 

윤동원 형사가 영신을 맞아들인다.

 

윤동원 : 여기까지 오게 해서 미안해요. 지금 좀 비상이라 사무실을 비울 상황이 안 되네요.

영신 : 어유. 제가 죄송하죠. 이렇게 바쁘신데.. (하며 둘러보는) 그러니까 여기가 사이버팀?

윤동원 : 왜요. 평범해보여서요?

 

하며 중간의 작은 응접테이블로 안내. 마주 앉는.

 

윤동원 : 뭐 마실 거라도?

영신 : 아닙니다. (수첩 등을 꺼내며) 바쁘신데 빨리 하고 가겠습니다.

윤동원 : 우리가 무슨 이야기를 하기로 했더라. 아. 정보교환.

영신 : 형사님은 저에게 황재국 사장의 죽음에 대해 정보를 주시고.

윤동원 : 채기자는 힐러에 대한 정보를 주겠다.

영신 : 그렇죠.

 

하는데 제복 경찰이 하나 문을 열고 안에서 일하는 이들에게

 

경찰 : 15분 정각에 올리셋합니다. 준비하세요.

 

하고 간다.

 

윤동원 : 잠시만요. (하며 자기 책상으로)

 

영신이 둘러보면 자기 자리가 아닌 다른 데 있던 형사들도 바쁘게 자기 자리로 가서 컴퓨터를 만진다.

 

영신 : 뭐.. 일이 생긴 거에요?

윤동원 : (컴퓨터 작업을 하며) 아. 우리가 지금 서버망 분리 작업 중이라서요.

 

 

#24. 경찰 락커룸

 

정후가 락커 하나를 열고 서서 경찰 제복으로 갈아입으며 듣고있다가

 

정후 : 뭔 소리야. 서버망 분리?

 

 

#25. 사이버팀

 

윤동원이 책상에서 열심히 컴 작업 중.

영신이 무료해서 주위를 둘러보며 머리핀을 만지작거리다가 놀라서 움찔.

민자의 버럭 소리가 들린다.

 

민자소리 : 윤동원이 이 융통성이라고는 똥 닦을래도 없는 놈의 섀키.

 

영신이 놀라서 얼른 머리핀을 만져서 다시 끈다. 좀 있다가 다시 켜본다.

들리고 있는 민자의 소리.

 

민자소리 : 이 놈이 이번에 내가 심어놓은 백도어를 찾아내더만 제대로 돌아버렸는갑다.

 

 

#26. 민자 아지트

 

민자가 열받아서

 

민자 : 이제부터 경찰서 외부에선 경찰 시스템을 이용할 수 없게 하겠다는 거야. 말이 되냐.

         범죄자 놈들은 사방 천지에서 날뛰고 있는데 경찰이란 것들은 기록 하나 찾아볼라고 그때마다 경찰서로 기어들어 가야 해?

         이 놈이 이게 말이야 방구야.

정후소리 : 아줌마. 정신 차려. 우린 이쪽이야. 경찰 쪽이 아니고.

 

 

#27. 경찰 락카룸

 

정후소리 : 이제 어떻게 해. 전산실 드가서 새로 깔아봤자 소용없는 거야?

 

락커 문을 닫고 돌아서는데 다른 경찰이 들어오며 정후를 본다.

정후 손에서 동전이 떨어지더니 구른다.

정후 자연스럽게 허리를 굽히고 그 동전을 따라가며 줍는 척하며 얼굴을 못 보게 해서 그 경찰의 옆을 지나간다.

 

 

#28. 사이버팀

 

영신, 재미있어서 귀를 기울이고 있다.

 

민자소리 : 일단 그 안에서 경찰 컴퓨터 아무거나 들어가 봐. 리셋하기 전에. 내부 컴퓨터 하나를 우리 껄로 만들어놓고 보자고.

 

영신. 와.. 신기해.. 하는 얼굴이다가 굳는다.

바로 건너편에서 영신을 보고 있는 윤동원.

영신. 얼른 웃는다.

 

윤동원 : (웃고) 어디까지 얘기했죠?

영신 : 아. 얘기. 황재국. 힐러.

윤동원 : 힐러에 대해서 저번에 아는 게 별로 없다고 그런 거 같은데?

영신 : 아이.. 그 말을 믿으셨어요? 아하하..

 

 

#29. 경찰서 내 다른 사무실

 

경찰 제복을 입고 모자를 눌러 쓴 정후가 들어선다.

스윽 내부를 둘러보고 구석 쪽으로 걸어가며 근처의 책상에서 아무 서류나 집어 든다.

그 서류를 보는 척 하면서 구석의 빈 책상 앞으로 가 선다.

사무실에 다른 사복 형사 몇이 있지만 다 바쁘다.

정후가 주위를 보며 슬쩍 컴퓨터 부팅을 한다. 아예 의자에 앉는다.

화면에 뜨는 경찰 내부 홈페이지. 주소창에 빠르게 숫자 도메인 주소를 쳐 넣는다.

 

정후 : 다.. 됐다.

 

하다가 어라.. 멈춰서 보면 화면에는 페이지를 찾을 수 없다는 에러표시가 떠있다.

 

 

#30. 민자 아지트

 

민자가 일어나 서성거리며

 

민자 : 경찰서의 모든 컴퓨터에 외부 연결을 끊어놓은 거야. 리셋 전에 아무도 안 들이겠다 이거지.

정후소리 : 그래서 이게 안 되면 그 다음.

민자 : 그래도 외부하고 연결된 게 하나는 있어야지. 하나가 있다면 그건.. 윤동원이 그 놈의 컴퓨터일 거고.

 

 

#31. 경찰서 내 복도

 

제복을 입은 정후가 걸어오며

 

정후 : 거기 안 돼. 거기 지금 윤동원하고 영신이가 있다고.

민자 : 리셋까지 4분 남았어. 그 전에 못 들어가면 끝이여. 말짱 꽝.

 

 

#32. 사이버팀

 

윤동원 : 그래서.. 힐러에 대해 알고 있다는 게?

영신 : (심호흡을 하더니) 사실은요. 제가 힐러를 만났었어요.

 

 

#33. 경찰서 내 복도

 

걸어오던 정후가 놀라서 멈췄다.

 

윤동원소리 : 언제요.

 

 

#34. 민자 아지트

 

커피잔을 들어 마시려던 민자가 놀라 멈췄다.

 

영신소리 : 음.. 지난 두 달 사이에 세 번?

 

 

#35. 사이버팀

 

윤동원 : 어떻게 만났는지. 그 인상착의까지.. 말해줄 수 있어요?

 

하는데 영신은 윤동원의 뒤 쪽을 놀란 듯이 본다.

윤동원이 이상해서 자기도 돌아본다. 거기는 열린 문만 있다.

 

영신 : 방금 그 사람.

윤동원 : 누구요?

 

영신이 벌떡 일어나더니 한 손으로는 문을 가리킨다.

 

영신 : 금방 저기 문 밖으로 지나간 사람요.

 

하며 한 손으로는 모자를 등 뒤로 던진다. 모자가 옆의 윤동원의 책상 위에 떨어진다.

영신이 문으로 달려간다. 윤동원이 놀라서. 뭐야.. 하며 쫓아간다.

문가 쪽에서 일하던 형사 하나도 왜요? 하며 일어나 뒤를 따라간다.

 

 

#36. 경찰서 내 복도

 

걸어오던 정후가 얼른 벽을 향해 서서 거기 있는 뭔가를 보는 척.

그 옆으로 달려 지나가는 영신. 그 뒤를 쫓는 윤동원. 다른 형사.

 

윤동원 : 이봐요. 채기자?

영신 : 저기. 아래로 가네. 저 사람요.

 

정후가 어이없어서 돌아보면.

달려가는 영신이 자기 머리를 두어번 두들기고 있다. (모자 표시)

정후가 이걸 따라가야 하나 싶다가 영신네가 달려온 쪽을 돌아본다.

 

 

#37. 사이버팀

 

정후가 들어온다. 휘익 안을 둘러보다가 멈추는 곳. 거기 책상 위에 올려져 있는 영신의 모자.

정후가 그 책상으로 다가가며 둘러보면 저만치에 굉장히 열심히 타자를 치고 있는 형사 하나가 있을 뿐.

정후가 시계를 본다. 14분으로 틱 바늘이 움직인다.

정후가 빠르게 윤동원의 컴퓨터 앞에서 검색창에 주소를 쳐 넣는다.

 

 

#38. 민자 아지트

 

민자가 키보드에 달려들다시피하며

 

민자 : 오키. 연결 됐스. 이젠 내꺼.

 

 

#39. 사이버팀

 

혼자 일하던 형사가 엔터를 치고 휴우 뒤로 의자를 밀며 시계를 본다. 15분으로 바늘이 딱 떨어진다.

무심코 돌아본다. 방은 이미 비어있다.

 

 

#40. 경찰서 입구

 

영신이 헉헉대며 서서 주위를 둘러보고 있다.

그 옆에 선 윤동원이 뭔가 수상해지며 영신을 본다.

 

윤동원 : 채기자?

영신 : 어디 갔지? 이상하네.

윤동원 : (영신의 눈 앞에 손가락을 튕겨) 나 좀 볼래요?

영신 : 예?.

윤동원 : 방금 뭐 한 거에요?

영신 : 아.. 꼭 그 사람인 줄 알고.

윤동원 : 그 사람이?

영신 : 저기.. 제가 짝..사랑하던 사람인 줄... 죄송해요.

 

윤동원이 잠깐 영신을 보다가 뭘 생각했는지 안으로 달려 들어간다.

달려 들어가는 윤동원과 태연하게 엇갈려서, 모자를 매만져 얼굴을 가리며 나오는 경찰 제복 차림의 정후.

영신이 점점 울상이 되며 본다.

정후가 영신의 옆에 서서 반대쪽을 보는 모양새로 뒷짐을 지고 서더니.

 

정후 : 아가씨. 지금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알아요?

영신 : 그러게요.

정후 : 공무집행방해. 기밀 절도 공범. 또..

영신 : 내가 어쩌다 하필이면 이런 남자친구를 만나서..

정후 : 여보세요.

영신 : 이거 너무 재밌잖아.

 

하더니 씩씩하게 경찰서 안으로 들어간다.

그런 영신을 돌아보는 정후. 어이가 없어 보다가..

 

정후 : 남자.. 친구. (나쁘지 않다.)

 

그 얼굴 위로.

 

오비서소리 : 서정후란 이름으로 된 입국기록을 받았습니다.

 

 

#41. 문식의 서재

 

오비서가 문식에게 보고 중이다.

 

오비서 : 기록에는 지난 6일 모스크바 출발 아에로플로트 항공으로 들어온 걸로 되어있습니다. 그런데..

문식 : 그런데?

오비서 : 이걸 좀 보시겠습니까? (노트북을 열며) 경찰에 심어놨던 자가 보내왔습니다.

 

하며 보여주는 노트북 화면.

썸데이 회사 건물 앞, 차를 사이에 두고 하이파이브를 하는 정후와 영신.(9회 #54. 경찰에 찍히고 윤동원에게 넘겨졌던 것)

 

오비서 : 알아본 결과 이 썸데이에 입사한 것이 그보다 전 날짜입니다. 러시아에서 귀국하기 전이요.

문식 : (허허 웃더니) 출입국 기록을 바꿀 수 있는 실력이라.. 그럼 이 사진의 주인공이라고 할 수도 있지 않나. 힐러.

 

그리고 옆에 놓였던 사진을 집어 든다. (12회 #80. 길 건너에서 사진 찍던 자가 찍은 사진이라는 설정.

방송 중에 영신이 보는 각도로 보였던 식당 유리창 안의 정후. 얼굴은 잘 보이지 않게.)

문식이 돋보기안경을 조정하며 얼굴을 자세히 보려하며

 

문식 : 비슷해 보이나? 좀 잘 찍을 것이지..

오비서 : 서정후는 썸데이에 박봉수라는 가명으로 입사했습니다.

문식 : 그리고 그 썸데이를 인수한 게 문호. 거기는 지안이도 있었지. 지금 이름이 뭐? 채영신?

오비서 : (노트북을 끌어다가 조작을 하며) 이건 더블에스 아이들이 사모님의 통화 내용을 보내 온 것입니다.

 

노트북에서 들리는 전화 녹음 소리. (14회 #51)

 

영신소리 : 안녕하십니까. 저는 썸데이뉴스의 채영신기자라고 합니다. 최명희 사모님과 통화할 수 있을까요?

명희소리 : 제가 최명흰데요.

 

문식이 벌떡 일어선다.

오비서가 얼른 녹음소리를 끈다.

문식이 저만치 걸어갔다가 멈춰 선다.

 

문식 : 지금 서정후는 어디 있지?

오비서 : 썸데이에는 휴직처리가 되었구요. 현재 찾는 중입니다.

문식 : 지안이는?

오비서 : 그 자리에 그대로 있습니다. 낮에는 썸데이. 밤에는 채치수란 자의 집에요.

문식 : (후우.. 깊은 한숨) 정후 그 녀석은 부모도 없이 혼자 자랐다 했지? 지안이는 전과자들이 드나드는 집에서 컸다고 했고.

오비서 : 그렇습니다.

문식 : 그렇다면 제대로 사회에 적응하는 방법을 배우지 못했겠군.

오비서 : 가르치시려고요?

문식 : 그래야겠지. 그게 도리겠지. (안타깝다는 듯)

 

 

#42. 경찰서 복도 / 밖은 밤

 

자판기 앞에서 박기정 형사가 동전을 넣고 있다. 철컬철컹. 그 얼굴이 잠깐 스톱.

 

 

#43. 민자 아지트

 

모니터 화면 하나에 오비서와 마주 한 박형사가 보이고 있다.

민자가 빠르게 작업을 하는 중.

마우스를 클릭하면 또 다른 모니터에 뜨는 기록. 박기정 형사에 대한.

민자가 그 기록의 얼굴과 옆에 뜬 오비서와 찍은 사진을 비교해본다.

 

민자 : 경장 박기정. 윤동원이 밑에 들어 온지 2년 됐고. 집 주소는 니 차 네비에 찍어줄게.

 

 

#44. 거리 / 밤

 

정후가 운전하는 차가 달리고 있다.

 

정후 : 영신이가 아직 경찰서에 있어. 그 놈은 대한민국 경찰서가 세상에서 제일 안전한 곳인 줄 아는 모양인데.

민자소리 : 힐러야?

정후 : 아줌마도 알잖아. 사부도 그 안에서 당했어.

민자소리 : 얘야?

정후 : 아무래도 안 되겠네. 내가 도로 가서 델고 와야겠어.

 

 

#45. 민자 아지트

 

민자가 참다못해 책상 위에 올렸던 발로 책상을 쾅쾅 내려치더니

 

민자 : 너 진짜 정신 안 차릴래. 지금 모든 게 다! 계획대로 되어가고 있으니까 지발! 아오. 나야말로 남태평양으로 확 가버리든가..

 

 

#46. 경찰서 복도

 

박기정이 음료 캔을 두 개 빼들고 걸어간다. 복도를 뚜벅뚜벅..

 

 

#47. 조사실

 

영신과 윤동원이 마주 앉아 있다.

 

윤동원 : 그러니까 세 번 다 얼굴은 못 봤다.

영신 : 한번은 내 가방을 훔쳐 달아난 걸 쫓아갔는데..

윤동원 : 채기자가 쫓아갔다고요. 힐러를.

영신 : 그렇죠. 근데 바로 제가 잡혔죠. 뒤에서 이렇게 잡고 있었으니까 연약한 내가 어쩌겠어요. 그냥 발발 떨고 있었던 거죠.

         와 그때 완전 놀래 가지고 그 날 밤 악몽을 꾸는데..

 

 

#48. 민자 아지트

 

민자가 키보드 하나를 쳐서 통화 연결을 하고.

 

민자 : 잘하고 있어요. 시간을 좀만 더 끌어 봐요. 다 되어가요.

 

 

#49. 조사실

 

영신이 더 신이 나서 손짓까지

 

영신 : 두 번째는 내가 눈을 가리고 있었거든요. 그렇게 하고 그 동영상을 받은 거죠. 아시죠? 황재국 동영상.

 

 

#50. 경찰서 복도

 

박기정이 오고 있다. 조사실 문 앞에 이르러 막 노크를 하려는데. 휴대폰의 알림음.

휴대폰을 꺼내 들어온 문자를 본다.

작게 떠 있는 사진. 놀라서 키워 본다. 오비서에게 뭔가를 받고 있는 자신의 사진이다.

다시 문자 알림음. 열어보면 주소가 적혀져 있다. 오동아파트 101동 302호 (자신의 집 주소)

 

 

#51. 박기정의 집

 

아파트 문 302호 팻말이 걸려 있다.

그 앞에 서 있는 정후. 벨을 누른다. 대답하는 이가 없다.

 

 

#52. 박기정 집 내부

 

현관문이 덜컥 열리더니 들어서는 정후.

 

정후 : 실례합니다.

 

안은 어둡고 사람의 반응이 없다.

정후. 핀라이트를 켠다. 20평대 정도의 소형 아파트.

들어서며 주욱 살피다가 멈추는 곳. 거실 가구 위에 있는 가족사진. 박기정과 부인. 초등학생 정도의 딸과 아들.

 

정후 : 가족사진은 있는데 가족은 없어.

 

하면서 휴대폰을 들어 그 가족사진을 찍는다.

 

민자소리 : 아내와 딸 하나 아들 하나. 현재 캐나다에 있댄다. 기러기 아빠였구만.

 

// 이제 실내의 등이 다 켜진 상태. 컴퓨터가 부팅된다.

정후가 자기 휴대폰과 컴퓨터를 USB 잭으로 연결하며

 

정후 : 이 컴퓨터는 아줌마가 털어보시고.

 

// 방 안

정후가 침대 위에 올라서 천정 모서리들을 쿵쿵 쳐서 공간을 찾아보고 있다.

// 욕실

정후가 변기 뒤의 물통 뚜껑을 열고 손을 넣어 뒤지더니 뭔가를 찾아낸다.

비닐과 테이프로 잘 싸놓은 것이다.

// 거실

정후가 비닐에 든 것을 탁자에 쏟아놓는다. (장갑 낀 손)

통장 몇 개. 도장. 주민등록증 두 개. 약병 하나(황재국네서 사용한 약병).

 

정후 : 사이버팀에서 일하시는 분이 상당히 아날로그하시네.

 

하면서 들어보는 주민등록증 하나. 나이 든 남자의 사진이 붙어있다.

통장을 주루루 늘어놓으며

 

정후 : 명의를 도용한 대포통장이 몇 개 있구요.

 

하면서 통장을 열어 계좌번호를 휴대폰으로 찍으며.

 

정후 : 이건 그 계좌번호들.. 그리고..

 

정후가 약병을 집어 들어 살펴본다.

 

정후 : 약병 같은 게 하나 있는데. 감기약 같지는 않고.

 

찰칵 찍는다.

 

 

#53. 도로 / 밤

 

운전을 하고 있는 박기정 형사. 급히 차를 모는데 빨간 신호등에 급정거를 하고는 휴대폰을 열어본다.

거기 뜨는 사진. 가족사진이다. (발신인은 제한)

박기정, 마음이 초조해져서 빨간 신호등을 보며 핸들을 두들겨댄다.

 

 

#54. 썸데이 문호의 집무실

 

문호가 휴대폰을 보고 있다. 그 화면에 같은 박기정의 가족사진이 떠 있다.

화면을 넘겨보면 온라인으로 찍은 해외송금 내역. (별첨)

 

 

#55. 조사실

 

윤동원 형사의 휴대폰이 울린다. 보면 발신인 김문호기자.

윤동원이 맞은편에 앉아서 말똥거리며 보고 있는 영신을 보며 전화를 받는다.

 

윤동원 : 윤동원입니다.

문호소리 : 김문홉니다. 지금.. 우리 쪽 기자하고 함께 계시는 걸로 아는데.

윤동원 : 채영신 기자. 여기 있습니다. 대화가 아주 즐거워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있네요. 하하.

 

 

#56. 썸데이 문호 집무실

 

문호 : 힐러에 대한 얘기라면 제 쪽이 아는 게 더 많을텐데요.

 

화면 분할로 대화 계속되는.

 

윤동원 : 안그래도 김문호 기자를 참고인으로 부를까. 직접 찾아갈까 생각중이 었습니다.

            자신이 힐러라고 주장한 자를.. 가족같은 관계라고 불렀죠. 안치실에서요.

문호 : 그래서 그 가족같은 형을 죽인 자를 잡고 싶어서요. 제보자들의 도움을 받아서 취재를 하고 있거든요. 그 정보.. 필요하세요?

윤동원 : (갈등 생기지만) 그 제보자들이라는 게 합법적인 분들일까요?

문호 : 글쎄요. 저희는 제보자들의 신분은 철저히 지켜줘야 한다. 그렇게 배워서요.

 

윤동원이 새로 들어온 문자를 본다. 앞에 문호가 받았던 해외송금 내역이다.

 

문호소리 : 방금 보내드린 것은 윤형사님의 직속 후배죠? 박기정 경장. 그 분의 차명 계좌인데요. 흥미 있으시죠?

 

 

#57. 경찰서 복도

 

윤동원이 빠르게 걸어오고 있다.

저 앞에서 호출을 받았는지 다른 형사가 달려와 함께 이동하며

 

윤동원 : 박기정이 찾았어?

형사 : 한시간 전에 나가는 걸 봤답니다.

문호소리 : 매달. 가족이 있는 캐나다로 오천불 이상의 돈이 송금되고 있던데요. 경찰 봉급으로 그거 힘들죠?

 

 

#58. 사이버팀

 

형사들 세 명 정도가 웃옷을 걸치며 우루루 달려 나간다.

 

문호소리 : 우리가 받은 모든 정보를 드리겠습니다. 한가지.

 

 

#59. 경찰서 내부 일각

 

세 명의 형사들이 우루루 가다가 저쪽에서 오는 윤동원과 다른 형사를 만난다.

그런데 윤동원이 문득 멈춰 선다. 다들 따라 멈춘다.

 

문호소리 : 범인을 검거하기까지의 과정을 취재하게 해주세요. 그거면 됩니다.

 

 

#60. 문호 집무실

 

문호가 선 채 전화하고 있다.

 

문호 : 물론 어려울 거 압니다. 경찰서 관내에서 누군가가 살해를 당했다. 그 용의자는 같은 경찰서 내의 형사다.

         당연히 숨기고 싶으시겠지요. 그런데 방송까지 하게 했다? 시말서로 끝나지 않을지도 몰라요.

         그래서.. 숨기실 건가요. 윤동원 형사님?

 

 

#61. 경찰서 내부 일각

 

다른 형사들이 다 윤동원을 바라보고 있다.

윤동원은 머리를 쥐어뜯고 싶은 심정으로 서 있다가.

 

윤동원 : 전화해봤어?

형사 : 꺼놨습니다. 위치추적이 안됩니다.

 

그 때 디링. 문자가 온다.

윤동원이 화면을 켜본다. 박기정이 차에서 내리는 장면이 찍혀 있다.

다음 장을 넘기면 박기정이 아파트 입구로 들어가는 장면. 그 옆에 보이는 아파트 이름. 오동아파트.

 

윤동원 : 박기정이 집주소가 어디라고 했지?

형사 : 장위동에 있는 오동아파틉니다.

 

말없이 휴대폰의 사진을 내려다보고 있던 윤동원.

 

윤동원 : 내가 이럴라고 그랬던 건 아닌데..

형사 : 예?

윤동원 : 처자식. 그 딴 거 없이 혼자 사는 거.

 

 

#62. 경찰서 입구

 

윤동원네들이 나온다. 거기 이미 대기하고 있던 종수가 그들을 찍는다.

윤동원이 맘에 안 들지만 그 옆을 지나쳐 간다.

차량이 두 개 와서 서고 그 차에 나눠 타는 윤동원과 형사들.

그 모습을 열심히 찍고 있는 종수.

안에서 달려 나오는 영신. 나오면서 얼른 머리칼을 매만지고.

종수가 재빨리 영신에게 마이크를 넘기며 이제 영신을 찍는다.

영신이 리포트를 시작한다.

 

영신 : 여기는 서울지방경찰청입니다. 지난 13일 이곳 경찰청의 조사실에서 의문의 죽음이 있었습니다.

         일반 신문에는 단 한 줄의 기사로도 실리지 못한 외로운 죽음이었습니다.

 

선재가 썸데이 차를 몰고 와서 옆에 급정거를 한다.

 

영신 : 그 사건을 추적하던 수사팀이 방금 새로운 단서를 잡은 듯 합니다.

         저희 썸데이뉴스에서 수사팀과 동행취재를 하기로 했습니다.

 

 

#63. 박기정의 집 내부

 

불이 꺼져 있는 상태.

현관문이 열리며 급히 뛰어 들어오는 박기정. 불을 켜고. 들어서다가 멈칫.

거기거실 테이블 위에 여행 가방이 열린 채 놓여 있다.

머뭇거리며 다가서 보면 가방 안에는 가족사진이 달랑 들어있다.

컴퓨터의 케이스가 엎어져 있고. 뚜껑이 열려 있고. 하드드라이브가 통째로 빠져 있다.

// 욕실.

달려 들어온 박기정. 놀라서 본다. 변기 뒤 수통의 뚜껑이 열려있다.

손을 집어넣어 휘저어 보지만 아무 것도 잡히지 않는다.

// 거실.

욕실에서 달려 나온 박기정이 어쩔 줄 몰라 하며 휴대폰을 꺼낸다.

전원을 키려다가 멈칫. 다시 집어넣고 거기 있는 유선 전화를 집어 든다.

 

 

#64. 문식의 집 정원 / 밤

 

입구 쪽으로 걸어가던 오비서가 전화를 받는다.

 

오비서 : 여보세요. (듣다가 걸음이 멈춰진다) 차근차근 말해보세요. ... 잠깐만. 박형사. 지금 이거 무슨 전화로 하는 겁니까?

 

오비서가 좀 더 듣다가 그냥 끊어버린다.

 

 

#65. 박기정의 집 내부

 

박기정이 끊겨진 전화에 성을 내어 거칠게 내려놓더니,

더욱 급해지며 테이블에 놓였던 가방을 집어 들고 방 쪽으로 간다.

 

 

#66. 박기정 집 방

 

문을 박차다시피 들어온 박기정이 옷장으로 가서 문을 벌컥 열고 몇벌의 옷을 쓸어담다가 멈춘다.

누군가 뒤에 있다. 돌아서려는데. 날아오는 주먹. 정후다.

 

정후 : 난 진짜 이해가 안 돼. 도망가는 놈이 왜 짐을 챙겨. 근데 다들 그러더라고. ..신기하지.

 

 

#67. 박기정 집 아파트 입구

 

우루루 들어서는 윤동원과 형사들.

그 뒤를 따라가며 찍는 종수. 그 옆을 따르는 영신. 엘리베이터를 타는 형사들을 따라 타려는데.

종수와 영신 앞에서 형사 둘이 막아선다.

 

윤동원 : 기자분들은 거기서 기다리시고. 니들은 입구 지키고.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고 형사들이 하나는 엘베 앞에. 하나는 비상계단 쪽 앞을 막는다.

영신이 재빨리 종수를 향해 선다. 마이크를 들고.

 

영신 : 수사팀이 급습해온 이곳은 어디일까요.

 

하더니 마이크를 형사 한명에게 무작정 댄다. 형사가 당황해서 카메라를 본다.

 

영신 : 용의자가 있는 곳이겠죠?

형사 : (자기도 모르게 머리를 다듬으며) 아. 예.

영신 : 어떤 용의점을 따라 오신 건지 여쭤 봐도 될까요?

 

 

#68. 박기정의 아파트 앞

 

긴 복도식으로 되어있는 아파트 앞으로 빠르게 이동해온 윤형사 일행. 모두 문을 보고 잠시 멈춘다.

 

형사 : 이게.. 뭘까요.

 

모두가 보는 문에는 손잡이 위에 큰 포스트잇이 붙어있다. 굵직한 화살표가 그려져 있다.

그 화살표를 따라가 보면 스카치테이프로 붙어 있는 현관 열쇠.

 

 

#69. 박기정 집 내부

 

문이 열리며 들어서는 윤형사 일행.

윤형사가 거실 테이블 위에 있는 것을 본다. 거기 나란히 놓여 있는 컴퓨터 하드드라이브. 통장과 주민증들.

 

형사 : 여기 화살표 또 있는데요.

 

유선 전화기 옆에 붙은 포스트 잇의 화살표.

윤형사가 다가가서 화살표를 따라 선을 끌어낸다. 가구 뒤에서 끌려나오는 IP전용 통화녹음장치?

방에서 형사 하나가 소리친다.

 

형사 : 팀장님. 여기요.

 

윤형사가 방으로 간다. 들여다보니 거기 침대 옆 구석에 박기정이 박혀 앉아있다. 테이프로 손목 발목을 감기고 입까지 막힌 채.

윤동원이 보다가 허..허허.. 웃는다.

 

 

#70. 다큐 화면

 

음악이 시작되면서. 젊은 날의 기영재 사진. 다섯 친구들의 사진 중에서 영재 부분만 떠낸 얼굴이다. 웃고 있다.

그 얼굴이 오래된 카세트테이프(문호가 갖고 있는) 몇 개로 디졸브되면서 나레이션 시작.

 

문호소리 : 1980년에 대학생이었던 한 청년이 있었습니다. 당시에 그는 친구들과 함께 해적방송을 했었습니다.

      

카세트테이프 플레이어로 디졸브되고. 그 투명창으로 보이는 돌아가는 테이프로 디졸브 되면서. (1회 #1 #2 )

이 위로 다큐의 화면은 아니고 그저 스쳐가는 오버랩처럼 방송하는 길한 명희 준석.

달리는 지무시 트럭. 잠깐씩 보이면서.. (다큐로 찍어 넣을 수는 없는 장면이니까)

(녹음 소리는 카세트 테이프에서 딴 그대로)

 

길한소리 : 오늘 우리가 떠들어대고 니들이 들어야 될 소리는 바로 이번 전두환 각하께서 저질러버리신 언론 통폐합.

명희소리 : 지난 두 달 사이. 쫓겨난 언론인은 약 일천 명.

문호소리 : 그 해적방송은 일년 정도 계속되었다고 합니다.

 

 

#71. 썸데이 스튜디오

 

장부장이 이제 많이 능숙해진 솜씨로 여기자에게 사인을 보낸다.

여기자의 조작으로 음악이 잦아들고

앞에는 데스크에 앉은 문호가 찬영이 찍고 있는 카메라를 향해 계속.

 

문호 : 당시 신문이나 방송에서 다루지 않던 사실들을 단파라디오를 통해 보도했고. 그 전파가 잡히는 곳에 있던 청취자들은

         그걸 몰래 카세트 테이프에 녹음해서 더 많은 이들에게 전했구요. 그 해적방송은 기영재씨가 체포되면서 끝이 났습니다.

         그리고 기영재씨는 11년이 넘는 옥고를 치루게 됩니다. 정부에서 말하지 말라고 했던 사실을 말했다는 이유로요.

 

 

#72. 박기정 아파트 입구 / 밤

 

윤동원네 형사들이 박기정을 체포해서 나오고 있다.

종수가 옆에서 열심히 찍고 있고. 이만치에서 영신이 구경하고 있다.

형사들이 박기정을 차에 태운다.

출발해가는 차를 구경하던 영신이. 아.. 멈췄다가 웃는다.

영신의 바로 뒤에 붙어서는 정후. 영신의 이어셋용 머리핀을 빼내더니. 귓가에 대고

 

정후 : 아가씨. 시간 좀 있으신가?

영신 : (한숨 쉬고. 정후의 손을 잡아 올려 머리핀에 대고) 제발 이런 대사 좀 가르쳐 주지 마세요. 예? 아니거든요.

 

정후가 웃고 영신의 손을 잡더니 자기 주머니에 넣어 버린다.

종수가 촬영을 마치고 카메라를 내린다. 아픈 어깨를 돌리며

 

종수 : 대충 된 거 같은데. 우리도 그만 가죠.

 

하고 돌아봤는데 영신이 있던 자리에 아무도 없다.

어라 해서 주위를 둘러보지만 어디에도 없다.

 

 

#73. 다큐화면 / 13회 #47.

 

CCTV에 보이는 화면. 상수 건물 건너편. 차가 도착한다.

앞 차의 운전석에서 내리는 윤동원 형사. 상수파 건물을 바라본다.

뒤 차에서 내리는 다른 형사 둘.

 

문호소리 : 오랜 세월 뒤에 그를 만나게 된 이들은 납치 신고를 받고 간 경찰이었습니다.

 

 

#74. 다큐화면

 

윤동원이 카메라를 향해 몹시 어색하게 인터뷰를 하고 있다.

아래는 자막이 들어가고. [윤동원 사이버테러수사팀 팀장]

 

윤동원 : 처음에는 참고인 자격으로 조사를 시작했죠. 근데 이게 얘기가 복잡해지더라고요.

            고인께서 관계했던 좀. 높은 분들의 뒷거래? 이런 얘기들을 다 하시려고 했죠. 했는데..

 

 

#75. 다큐화면 (#63의 경찰서 앞)

 

영신 : 지난 13일 이곳 경찰서의 조사실에서 의문의 죽음이 있었습니다.

         일반 신문에는 단 한 줄의 기사로도 실리지 못한 외로운 죽음이었습니다. (# 72에서 종수가 찍은)

 

박기정 아파트 앞에서 박기정이 체포되어가는 모습.

 

문호소리 : 기영재씨는 진술을 하던 도중 살해되었습니다.

               경찰이 체포한 살인용의자는 바로 그 경찰서에서 근무하고 있던 현직 경찰, 박모씨였지요.

 

증거물 비닐에 들어있는 약병.

 

문호소리 : 박모씨의 집에서 발견된 증거물 중에는 기영재씨의 사인이 된 독극물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증거물로 압수된 통장. 신분증. 하드 디스크. 등등이 보여지며

 

문호소리 : 박모씨는 지난 이년간 대포통장 차명계좌 등을 이용 매달 천만원에서 이천만원에 달하는

               모종의 급여를 받아왔던 것이 드러났구요.

 

 

#76. 썸데이 스튜디오

 

문호 : 누가.. 왜.. 이런 거액을 현직 경찰에게 계속 지급했을까요. 박모씨는 체포 직전에 모처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그 내용입니다.

 

문호가 옆의 모니터를 본다.

모니터에 나오는 전화기 사진. 체포되어가는 박기정의 모습이 슬로우로 보이거나.. 그 위로 들리는 녹음소리.

 

박기정소리 : 여보세요.

오비서소리 : 여보세요

박기정소리 : 오비서님? 저 박기정인데요. 문제가 생겼습니다. 누가 제 집을 뒤졌어요. 하드도 다 털리구요.

                  아무래도 알아챈 거 같다구요. 저 좀 어떻게 좀 해주세요.

오비서소리 : 차근차근 말해보세요.

박기정소리 : 나 당장 튀어야겠으니까 도와주세요. 쫌.

오비서소리 : 잠깐만. 박형사. 지금 이거 무슨 전화로 하는 겁니까?

 

하더니 절컥 끊기는 소리.

화면이 바뀌며 한 장의 사진이 뜬다. 오비서와 박기정이 만나는 사진.

 

문호 : 이 통화에서 나오는 오비서란 분이 박모씨와 만나는 장면입니다.

 

문호가 카메라를 똑바로 본다.

 

문호 : 공교롭게도 그 오비서란 분은 제가 개인적으로 잘 압니다. 이번에 서울 시장 선거, 출마선언을 한 김문식 후보 밑에서

         이십년 넘게 비서 일을 해온 분이죠.

 

 

#77. 다큐화면 13회 #44. 상수네 건물 앞

 

CCTV에 비치는 앵글로.

차에서 내리는 문식과 오비서. 요요가 안내해서 건물로 들어가는 모습.

 

문호소리 : 김문식 후보와 오비서. 이 두 사람이 기영재씨가 납치당했던 그 날 그 시각.

               그 건물에 출입했던 모습 역시 저희가 입수했습니다.

 

 

#78. 문식의 서재

 

문식이 벌떡 일어나 입구 쪽으로 간다.

그동안 보여지는 책상 위의 노트북 화면에서 문호가 카메라를 향해 말하고 있다.

 

문호 : 경찰은 이와 같은 증거들을 취합. 현재 수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문식이 문을 벌컥 연다.

 

 

#79. 문식 집 일각

 

문식이 빠르게 걸어간다.

 

문호소리 : 저희는 그 수사과정을 끝까지 따라가며 보여드릴 생각입니다.

 

 

#80. 명희의 방

 

문식이 문을 연다.

안쪽에 휠체어에 앉아있던 명희가 돌아본다. 명희는 무릎에 노트북을 놓고 있다.

그 화면에 문호가 보인다.

문식이 애써 웃으며

 

문식 : 보고 있었어?

명희 : (가라앉은 얼굴로 문식을 보며) 영재가.. 죽었네. 알고 있었어?

문식 : 당신. 괜찮아? 말 못했어. 당신 알면 놀랄까봐. 그래서..

 

명희가 휠체어를 밀어 온다. 그러더니 문식의 옆을 지나쳐서 문을 열어 잡더니.

 

명희 : 혼자 있고 싶은데.

문식 : 명희야.

명희 : 부탁이야.

 

문식이 보다가 나간다. 명희가 조용히 문을 닫는다.

닫히는 문 사이로 보이는 절망적인 문식의 얼굴. 문이 완전히 닫혔다.

명희가 노트북을 본다. 문호가 정면을 향해 말하고 있다.

 

문호 : 이 세상에는 아무리 억울한 죽음을 당했어도 신문에 이름 한 줄 나지 못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습니다.

 

 

#81. 썸데이 스튜디오

 

문호가 말하고 있다.

 

문호 : 그 모든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주진 못하겠지만. 그 중 단 한사람의 이야기라도 들어주고 싶었습니다.

         우린.. (잠깐 목이 메었다가) 당신을 기억합니다.

 

 

#82. 정후의 스튜디오

 

정후가 영신을 감싸 안은 채 텔레비전을 보고 있다. 소파 테이블 위에는 영재의 유골함이 놓여 있다.

화면에서 문호가 말한다.

 

문호 : 그걸 알려드리기 위해 오늘 이 방송을 했습니다. 함께 해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

 

문호가 고개를 숙여 보인다.

영신이 뒤로부터 정후가 감싸고 있어서 끙끙대며 리모컨을 찾아 끈다.

뒤를 돌아보려 하지만 정후가 영신의 목덜미에 머리를 묻고 있어서 돌아볼 수가 없다.

 

영신 : 저 분.. 사부님이라고 했지?

정후 : 응.

영신 : 돌아가신 아버지 친구 분이었고.

정후 : 응.

영신 : 좋은 분이었어?

정후 : 아니. 변태 영감이었어.

영신 : 그래도 좋아했구나.

정후 : ... 응.

영신 : 정후 니 옆엔 좋은 사람들이 많네.

정후 : .. 내가?

영신 : 전에 만난 아주머니도 그렇고. 사부님도 그렇고.. 나도.. 그 중엔 내가 제일 좋고...

 

정후가 웃으며 영신을 더 깊이 안는다.

그러면서 보는 저만치. 기억 속에 사부 모습.

 

 

#83. 회상 // 10회 #56. 건물 공간

 

모습을 드러내던 영재. 정후를 보며 이리저리 움찔거리며 웃는 모습.

 

 

#84. 썸데이 일각

 

퇴근을 하기 위해 걸어나오던 문호.

전화벨. 받아서 보면 화면에 떠 있는 김문식. 잠시 보다가 받는다.

 

문호 : 김문식 후보님?

 

 

#85. 문식의 서재

 

문식이 선 채.

 

문식 : 방송 잘 봤다.

 

나뉘어진 화면 속에서 팽팽하게 선 형제.

 

문호 : 고맙습니다. 아직은 제대로 보여드린 게 없어서요. 우린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할까요.

문식 : 우리라..

문호 : 김후보님은 아마 우리..가 없지요?

문식 : (미소 짓더니) 아직 어리구나. 이쪽의 우리는 말이야. 밥그릇이거든. 그래서 웬만큼 배신을 당하거나 치욕을 당해도

         잘 붙어있어. 아주 견고 해. 느이 쪽 우리는 뭘로 붙어있니? 명분?

문호 : 방금 전에 연락 받았어요.

 

 

#86. 경찰서

 

오비서가 강력계 형사 둘 사이에 껴서 걸어오고 있다. 연약한 얼굴로 불안한 듯 주위를 둘러보며.

이만치에서 윤동원이 그렇게 걸어오는 오비서를 보고 있다.

오비서는 윤동원과 시선이 마주치자 심약하게 고개 숙여 인사를 한다. 그리고 그 앞을 지나간다. (수갑은 아직 아니고).

그 위로

 

문호소리 : 김후보님의 오태원 비서가 경찰서에 도착했다구요. 그 친구가 입을 열기 시작하면 끝이 없을 거 같은데. 괜찮겠어요?

 

 

#87. 문식/ 문호

 

문식 : 괜찮을 거야. 내가 다시 빼낼 생각이니까. 너야말로 괜찮겠어?

문호 : 뭐.. 잠은 좀 부족하지만 건강은 괜찮네요.

문식 : 그 아이들. 널 믿든?

문호 : (어쩔 수 없이 긴장되는)

문식 : (어디까지나 온화하게) 니가 가진 그 얄팍한 명분으로 그 애들을 잡아 놓을 수 있을 거 같아? 계속 우리 우리 하면서?

문호 : 웬만하면 애들은 건드리지 말지. 아무리 바닥까지 간 형이지만.

문식 : 애들을 먼저 건드린 거 너 아니니? 보니까 멀쩡하니 잘들 컸던데. 왜 잘 사는 애들을 들쑤셔.

         너 아직도 악몽을 꾼대매. 너만 그러면 됐지. 애들까지 그렇게 만들어야겠어?

문호 : 김문식씨.

문식 : 느이들 보면 꼭 그러더라. 이편 저편 가르고. 적을 만들고.

문호 : 지금 이 전화. 선전포고라고 생각하면 되나?

문식 : 허허.. 난 내가 좀 전에 선전포고를 받았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어?

 

소리 내어 웃는 문식.

불안함으로 전화를 귀에서 떼어내는 문호.

 

 

#88. 정후 스튜디오 / 아침

 

침대. 이불 속에 파고 들어가 잠자던 정후. 잠이 깼는지 한바퀴 끄응 구르며 간신이 머리만 이불 밖으로 나온다.

잠이 덜 깨서 꿈벅거리다가 한 팔을 뻗는다. 더듬거리다가 집어 드는 휴대폰.

 

 

#89. 영신의 방 / 아침

 

영신이 급히 출근 준비를 하는 중.

윗도리 집어 들고 나가려다가 다시 돌아와 휴대폰 집어 들고 다시 나가려는데 울리는 휴대폰.

급히 받아들어

 

영신 : 채영신입니다.

 

 

#90. 정후 스튜디오

 

정후가 휴대폰을 귀에 대고 듣는데. 띠 띠. 통화중 음이 들리더니 고객이 통화중입니다.. 음성안내.

정후가 휴대폰을 던져놓고 다시 이불 속으로 기어들어간다.

 

 

#91. 명희의 방

 

꽃들 앞에서 명희가 전화를 하고 있다.

 

명희 : 나 최명희라고 해요. 기억하죠?

영신소리 : 그럼요. 안녕하세요.

명희 : 시간 괜찮아요? 만나고 싶은데.

 

 

#92. 영신의 방

 

영신 : 그럼요. 시간, 완전 괜찮습니다. 언제 뵈러 가면 될까요. 댁으로요? 아뇨. 찾아갈 수 있습니다.

         와. 연락이 없어서 80퍼센트 단념하고 있었거든요. 감사합니다.

 

 

#93. 명희 방

 

명희 : 그럼 이따 봐요.

 

전화를 끊었는데 어쩐지 미소가 지어진다.

 

 

#94. 치수네 까페 앞

 

기분이 좋아서 달려 나오던 영신이 멈췄다.

까페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고급 승용차. 그 옆에서 서서 기다리던 신사복을 입은 기사가 영신을 보더니

 

기사 : 채영신씨?

영신 : 예 전데요.

 

기사가 뒷문을 열어준다.

영신이 머뭇거리며 안을 들여다본다.

거기 뒷좌석에 앉아 기다리던 문식이 미소를 짓는다.

 

문식 : 나 기억해요?

영신 : 아. 안녕하세요.

문식 : 우리 집사람이 전화했죠?

영신 : 예. 금방.

문식 : 가요. 태워다 줄게.

영신 : 어우.. 안 그래도 되는데..

 

문식이 옆 자리를 툭툭 손으로 쳐준다.

 

문식 : 타요.

영신 : (내키지 않지만) 그럼.. 고맙습니다.

 

하더니 문식의 옆으로 탄다.

기사가 문을 닫아주고 운전석으로.

 

문식 : 운전은 안 하나봐요.

영신 : 제가 절대 겁이 많은 건 아닌데 이상하게 운전은 겁이 나더라고요. 아무래도 어릴 때 무슨 트라우마가 있는 거 같습니다.

         가끔 아주 깜깜한 길 가에 차들이 쌩쌩 달리는 꿈도 꾸고 그러거든요. 헤헤.

기사 : 출발하겠습니다.

문식 : 천천히 가자고. 우리 채기자가 겁나면 안되니까.

 

영신이 에이.. 웃고. 문식도 웃고.

차가 출발해간다.

 

=the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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