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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러] 18 - 남들처럼

작성자수다쟁이|작성시간15.03.03|조회수1,161 목록 댓글 0

[힐러] 18 - 남들처럼

 

 

 

 

 

 

 

 

 

 

#1. 봉안실

 

들리는 발소리. 대용이 걸어오고 있다. 서준석의 안치함 앞에 멈춘다.

주위를 슬쩍 보더니 주머니에서 만능열쇠를 꺼낸다. 두어번 조작해서 안치함의 문을 연다.

안을 뒤진다. 유골함 뒤에서 낡은 상자를 꺼낸다. 열어본다. 그 안에 낡은 카세트 테이프가 들어있다.

주머니에서 다른 테이프(17회에서 정후가 꺼냈던)를 꺼내 (17회에서 정후가 발견했던) 액자 뒤에 넣어놓는다.

안치함의 문을 닫는다.

 

 

#2. 17회 #74. 썸데이

 

직원들이 보는 앞에서 문호가 블라인드를 내린다.

 

 

#3. 문호 집무실

 

대용이 서서 보고 있는 앞에서 문호가 낡은 카세트 테이프를 카세트플레이어에 넣는다. 플레이 버튼을 누른다.

창을 통해 테이프가 돌아가는 것이 보인다..

잠시 지직거리는 잡음이 들리더니 젊은 박동철의 목소리.

 

동철소리 : 진술 녹음합니다. (건조하고 쪼가 배인) 1992년 3월 2일. 진술인 서준석.

 

 

#4. 17회 #67. 길

 

정후가 운전하는 차가 달리고 있다.

 

 

#5. 차 내부

 

운전하는 정후. 조수석의 영신. 차량 블루투스 폰으로 통화 중.

 

문호소리 : 니네 아버지 진술 테이프 들었어.

정후 : (긴장해서) 뭐래요?

 

옆에 앉은 영신이 손을 뻗어 정후의 팔을 잡아준다.

 

문호소리 : 니 아버지. 준석이 형. 처음부터 살인용의자같은 게 아니었어.

 

 

#6. 문호의 집무실

 

문호가 전화를 하고 있다. 옆에는 대용이 무료하게 서서 기다리고 있고.

 

문호 : 니 아버지는 경찰에 살인사건을 신고하러 갔던 거야. 친구인 오길한이 놈들 손에 죽었다고.

         증거 사진까지 찍어서 들고 경찰에 간 거라고.

 

 

#7. 차 내부

 

정후가 차를 길가에 급정거시키며 듣는다.

 

문호소리 : 그러니까 이 진술테이프는 피의자가 아니라 신고자의 진술인 거야. 그놈들이 어떻게 길한이 형을 죽였고.

               그 놈들이 그 현장에서 무슨 짓을 하고 있었는지. 그 얘기를 하고 있다고. 니 아버지는.

 

영신이 정후를 돌아본다.

정후가 격정을 어쩔 줄 몰라 하고 있다가 돌아본다. 영신이 웃어주자 정후도 그제야 웃는다.

 

 

#8. 문호 집무실

 

문호 : 정후야. 이 정도면 된 거 같아. 그냥 돌아와. 이걸로 방송 충분히 할 수 있겠어.

 

 

#9. 차 내부

 

정후가 영신을 본다.

 

정후 : 어떻게 생각해?

영신 : 그니까 내 아버지를 죽이고, 니 아버지를 살인범으로 만들고. 너하고 나를 완전 엿 먹였던 것들을 어떻게 생각하냐고?

정후 : (웃더니) 계획대로 가죠. 갈 데까지 가보는 거.

 

 

#10. 17회 #84. 썸데이 스튜디오

 

문호가 방송을 시작하고 있다. 앞에 직원들이 각자 자리를 잡고 있고.

 

문호 : 또 하나의 외로운 죽음이 있었습니다.

 

옆의 모니터에 박동철의 사진이 떠오른다.

 

 

#11. 17회 #81. 봉안실

 

정후가 안에서 테이프를 꺼낸다.

// 뒤에는 이곳저곳 자리를 지키고 있는 사내들.

 

문호소리 : (17회 # 90) 내부고발자라는 이유로 하루 아침에 경찰에서 쫓겨난 박동철씨는

 

 

#12. 썸데이 스튜디오 / 17회 #90에 쓰인.

 

문호 : 지난 22년간 녹음테이프 하나를 간직해왔습니다. 바로 서준석씨의 진술이 담긴 테이프였습니다.

 

 

#13. 17회 #83. 납골당 밖

 

영신이 달리며 카세트테이프(알맹이는 빠진. 케이스만. 겉으로는 잘 모르게)를 힘껏 던진다.

정후가 받아들더니 영신과는 다른 방향으로 달리기 시작한다.

 

문호소리 : (17회 #91의) 박동철씨는 그 테이프를 없애려는 자들에 의해 살해된 것이 아닌가 의심됩니다.

 

 

#14. 17회 #91. 썸데이 스튜디오

 

문호가 데스크 위에 내놓는 것. 그것은 오래되고 낡아 보이는 카세트 테이프다.

테이프 위에는 세월에 의해 번진 글자로 [1992/03/02/서준석 진술 ]이라고 적혀 있다. 그 위로 계속

 

문호소리 : 왜냐하면 죽기 직전에 우리 썸데이에 넘겨준 22년 전 진술 테이프에는

               그들에 대한 엄청난 이야기가 들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15. 17회 #85. 납골당 외각 일각

 

(정후가) 또 한 대를 별 저항없이 맞으며 요란스레 비명소리를 낸다.

그런데 워낙 센 주먹을 맞아 바로 입가가 찢어지며 피가 맺힌다. 퉤 뱉었더니 피가 섞인 침이 나온다.

 

정후 : (두 손을 들고) 어르신을 만나게 해줘요.

 

 

#16. 17회 #92. 어르신 거실

 

사내 둘이 정후를 끌고 와서 밀쳐놓는다.

무릎을 꿇을 뻔 했다가 가까스로 버티고 책상다리를 하고 앉는 정후. 비어있는 앞을 본다. 그 위로 들리는.

 

문호소리 : 여기서 나오는 그들이란 대체 누구를 말하는 걸까요.

 

 

#17. 17회 #98. 썸데이 스튜디오

 

문호 : 우리 썸데이의 기자가 그들이 누군지 물어보기 위해 모처를 찾았습니다.

         사람들은 그분을 보통 어르신이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문호가 옆의 모니터를 본다.

모니터에 나타나는 화면. 정후의 안경으로 찍는 장면.

 

 

#18. 어르신의 거실

 

거기 문을 들어서고 있는 어르신. 정후를 본다.

그 모습이 안경 화면의 프레임으로 잡힌다.

정후가 천천히 일어서 어르신을 보더니

 

정후 : 안녕하세요.

 

뒤늦게 달려온 비서가 어르신의 앞을 막으며 그 얼굴을 가린다.

그 모습을 보며

 

정후 : 거기 얼굴 가리시는 분이 어르신 맞으시죠? 썸데이뉴스입니다. 지금 생방송 중인데 질문 좀 해도 되겠습니까?

 

비서가 어르신을 감싸며 밖으로 나가고 달려온 경호원들이 정후 쪽으로 몰려든다.

정후. 그런 경호원들을 하나씩 돌아가며 안경화면으로 비추며

 

정후 : 어르신 밑에서 일하시는 분들인가봅니다. 그럼 이분들께 여쭤보겠습니다. 설마 어르신께서 인터뷰하러 온 기자를

         생방 중에 패라거나 그런 거 시키진 않으시겠죠. 어.. 어어..

 

하는데 몇 명이 뒤에서 정후를 잡고 누군가 정후의 안경을 빼가더니 살펴본다..

 

정후 : 그거 망가지면 혼나는데.. 좀 살살..

 

경호원이 안경을 바닥에 던지고 발로 밟아 버린다.

정후.. 으으.. .안타까워서.

뒤에서 잡은 이들이 정후의 주머니를 뒤진다. 하나가 지갑을 꺼내간다.

입구 쪽으로 어르신이 들어서고 있다.

비서가 그 뒤를 따라와 경호원이 건네주는 지갑을 받는다. 안을 열어본다. 거기 들어있는 신분증을 빼보더니

 

비서 : 박봉수라는 이름입니다. 썸데이 기자 명함도 있습니다.

 

어르신이 다가와 정후를 가까이 보더니.

 

어르신 : 힐러라고 하지 않았나.

정후 : 그렇게 말하면 만나줄 거라고 해서요.

어르신 : 자네가 힐러가 맞다면 내가 잠깐의 시간을 내 줄 것이고. 아니면..

정후 : 죽일라고요?

어르신 : ... (이렇게 자기 말을 끊는 자를 본 적이 없다)

정후 : 할아버지가 어르신이에요? 사람 죽이러 다니는 오태원 같은 것들. 데리고 있는 분?

어르신 : (빙긋이 웃더니) 그게 궁금하면 그저 물어보지. 내 얼굴은 왜 찍어서 내보내요.

정후 : 어쩔 수 없었어요. 할아버지는 기분 나쁘거나 걸리적거리면 죽이잖아요. 근데 우린 그럼 안 되거든요.

         와 진짜 너무 불공평하죠. 그래서.. 얼굴이라도 알리면서 그 밑에 안내판을 붙이는거에요. 맹견조심.

어르신 : 그런다고 사람들이 고마워하든가?

정후 : 아직 잘 모르겠어요. 이번이 처음 해보는 거라서.

어르신 : 아가. 너 누구니?

정후 : ..(잠시 보다가) 할아버지같은 사람이 죽인 사람들 중에 서준석이라고 있어요. 그 아들 서정후라고 해요.

         앞으로는 사람들 죽일 때요. 그 아들이나 딸도 좀 생각해줬으면 좋겠어요. 이제까진 그런 거 생각 안 해봤죠?

 

 

#19. 어르신 집 가는 길목

 

경찰차가 세워져 있다.

경찰 하나는 차 안에서 경찰폰?으로 전화 중. 다른 한 명은 옆에서 초조해하는 영신과 서서.

 

영신 : (휴대폰을 보여주며) 보세요. 여기. 이 안에서 인터뷰하다가 영상 끊겼잖아요. 그 집이 바로 저기라니까요.

경찰 : 좀 기다려보세요. 우리도 상부 지시를 받아야 되니까.

영신 : 그니까 그 지시가 내려올 때 쯤이면..

경찰 : 경찰이라고 아무 집이나 막 들어갈 수 있는 게 아니에요 아가씨.

영신 : (답답해 보다가 문득 카메라를 돌리더니 부근의 상황을 찍기 시작한다)

 

 

#20. 썸데이 스튜디오 복도

 

문호 : (카메라에 대고) 아직 어르신의 집에 들어간 저희 기자하고는 연락이 닿지 않고 있습니다. (하면서 보는 것)

 

장부장이 종이에 큰 글씨를 써서 보여준다. [채영신 어르신 집 앞 촬영]

 

문호 : 방금 새 영상이 들어왔습니다. 저희 썸데이 기자가 그 집 앞을 촬영해 보냈습니다. 경찰이 도착해있는 모양입니다.

 

여기자가 컴퓨터 조작을 하고 대형 화면에 영신이 찍은 영상이 보이기 시작한다.

길목. 그 옆에 세워진 경찰차.

운전석의 경찰과 그 옆에 선 경찰이 뭔가 이야기하고 있는 모습.

그러다 경찰 하나가 이쪽을 돌아본다. 그제야 촬영중인 걸 알아서.

 

 

#21. 어르신 거실

 

밖에서 사내 하나가 와서 문가의 비서에게 귓속말로 전달한다.

비서가 초조해지며 어르신을 보는데.

어르신은 탁자 앞에 자리 잡아 앉으며 정후에게 앞을 가리켜 보인다.

 

어르신 : 이 집에 이렇게 젊은이가 온지도 꽤 오래된 거 같군. 앉아요.

 

정후가 경계의 눈으로 보다가 그 앞에 가서 방석 위에 양반다리로 앉는다.

어르신은 탁자 위의 자기 술병과 잔을 올려놓고. 향초에 불을 피워 대에 꼽는 등의 일을 하며 얘기한다.

 

어르신 : (술을 채운 잔을 내밀어 주는) 한 잔 해요.

정후 : 난 울 아버지 죽인 놈 패거리하고는 술 안 마셔요.

어르신 : (잔을 도로 가져와 자신이 마시며) 오해하고 있어. 우린 사람을 죽이지 않아.

정후 : 죽이라고 시키겠죠.

어르신 : 우린.. 우리 모두를 살리는 일을 하고 있어요.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정후 : 아까부터 우리우리.. 하는 게 거슬리는데. 그니까 어르신 같은 것들이 얼마나 많은 거에요?

어르신 : 사람들을 보살피는 우리가 있고. 우리의 보살핌을 받는 저들이 있거든. 젊은이. 어느 쪽을 하고 싶나.

정후 : ..할아버진 정말 말이 많네요. 난 뭐 대단한 포스가 있는 뭔줄 알았더니 그냥.. 말을 막..하고 싶은 할배였어.

         (하고 말을 하는데 어쩐지 발음이 꼬인다)

어르신 : (미소) 난 지금 젊은이가 몹시 마음에 든다고 말하고 있는 거야. 잘 생각해봐. 오래 기다리진 못해.

 

정후가 대답을 하려다가 멈칫한다. 앞에 앉은 어르신이 초점이 맞지 않는다. 눈을 비비고 다시 본다. 어질...하다.

정후가 아차해서 앞을 살피다가. 한줄기 연기가 피어오르는 향대를 본다.

잡으려는데 초점이 맞지 않아 한번 실패하고. 겨우 잡는다. 거꾸로 들어 상에 짓눌러 겨우 끈다.

다시 앞을 본다. 어른거리는 어르신이 일어서고 있다. 잡으려고 한 손을 뻗어 보는데. 아득하다.

 

 

#22. 공간

 

테이블 위에 놓인 카셋 플레이어가 작동하고 있다. 유리창 아래 돌아가는 테이프가 보인다.

 

준석소리 : 그자들은 자기네를 농부라고 불렀어요. 진짜 농부들에겐 미안하죠.

 

 

#23. 회상 11회 #25. 폐차장 사무실

 

준석 길한 문식이 모여앉아 얘기하며 웃는 모습. 그 위로.

 

준석소리 : 저하고 오길한 최명희 삼인방은 벌써 일 년 넘게 이 농부 집단을 쫓고 있는 중인데요.

               이 자들이 몰래 트럭을 이동한다는 정보를 얻었거든요.

 

 

#24. 92년 조사실

 

유리벽거울 같은 건 없는 예전의 경찰서 조사실.

젊은 준석이 앉아 있고. 건너편에는 30대 후반의 김용운.

저쪽에서는 타이프를 앞에 놓고 20대 후반의 박동철이 앉아있다.

그들 가운데에선 카셋 녹음기가 돌아가고 있고.

준석은 며칠 전. 친구인 오길한의 죽음을 보고 난 뒤, 제대로 씻지 못하고 다녀 초췌해져 있지만. 애써 냉정하게 얘기하려는 중.

 

준석 : (앞에서 이어지는) 비자금이 이동된다고 생각했어요. 이 농부라는 자들. 하는 일이 그거에요.

         우리나라를 지네 텃밭쯤으로 생각해요. 지들 입맛에 맞게 정치자금 대주면서 정치 놀음 하고.

         그렇게 지네 원하는 법 만들어서 이익을 챙기는 거요.

 

두 형사가 서로 마주본다. 뭐래는 거야? 하는 얼굴.

 

 

#25. 어르신 집 정원

 

달려 들어오는 영신. 그 뒤를 따르는 경찰 둘.

그러나 정원은 이미 비어서 아무도 없다.

 

 

#26. 어르신 집

 

영신이 달려온다. 이미 집 주변엔 아무도 남아있는 사람들이 없다.

영신이 집 안으로 뛰어든다. 뒤에서 경찰 하나가 달려오며

 

경찰 : 어이 아가씨. 거 함부로 들어가면 안 되지.

 

 

#27. 어르신 집 거실

 

뛰어들던 영신이 놀라 선다.

거기 창가 벽에 기대 앉아있는 정후. 잠이 덜 깬 눈으로 영신을 본다.

영신이 그 옆에 가 주저앉으며

 

영신 : 정후야. 너 왜 그래.

정후 : 아.. 잠이 안 깨네.

영신 : (놀랐던 마음에 울컥해서) 넌 왜 볼 때마다 자.

정후 : 니가 맨날 깨우잖아.

영신 : 무슨 약이라도 먹인 거야? 병원에 갈까?

 

정후가 영신을 잡아당겨 자기 옆에 앉히더니 스르르 옆으로 기울어지며 영신의 어깨에 기댄다.

 

정후 : 좀만 더 자고.

 

경찰 하나가 들여다보더니

 

경찰 : 그 사람이에요? 괜찮아요?

영신 : 졸리대요.

 

경찰이 어이없어 하며 전화를 하며 나간다.

 

경찰 : 찾았습니다. 혼자 있습니다. 예. 자고 있었다는데요.

정후 : 채영신

영신 : 응 뭐해줘.

정후 : 우리 아버지들. 사이 좋았대지?

영신 : 첨부터 끝까지 한편이었대. 니가 방송을 봤으면 좋았을 걸.

정후 : 얘기해봐. 니가.

영신 : 제발.. 기자 명함을 갖고 다니는 분이 직접 뉴스라는 것도 좀 보고..

정후 : 해줘.

영신 : (할 수 없어) 음.. 92년 그 날. 우리 아버지들은 같이 취재를 나갔는데.

 

영신에게 기댄 채 거의 잠들어 보이는 정후.

그 둘 위로 들리는 트럭 달리는 소리.

 

 

#28. 92년 국도

 

앞에 냉동 트럭이 한 대 가고 있다.

그 뒤를 좀 멀리 쫓는 문식이 운전하는 차. 조수석에는 카메라를 든 준석. 뒤에는 길한.

길한이랑 준석은 앞뒤 좌석에서 서로 패면서 싸우고 장난치는 중.

길한이 준석의 손목시계를 뺏는 중이다. 놔라. 안 놔. 하고 버티는 준석과

가만 있어봐. 한번만 차본다니까. 하고 악착같이 뺏어가는 길한.

방해를 받아 귀찮아하면서 웃는 문식.

 

영신소리 : 첨에는 그냥 돈 주고 받는 장면 찍어 오면 된다고 생각했다는 거야. 그렇게 가볍게 출발했대. 금방 다녀와야지.. 하고.

 

 

#29. 물류 창고 앞

 

거기 도착하는 냉동트럭1. 이미 도착해 있던 다른 트럭2.

그 주변에서 기다리고 있던 사내들 몇. 신사복의 경호원 느낌.

// 그들로부터 좀 떨어진 이만치에 숨어 카메라를 대고 있는 준석.

트럭1에서 내린 사내 둘(둘 다 연구직으로 보이는)이 트럭의 뒤를 연다.

준석의 카메라 렌즈에 잡히는 트럭. 줌인..

그 안에는 상표를 두르지 않은 페인트 통 같은 게 잔뜩 실려 있다.

준석이 일단 연속으로 찍는다.

준석의 옆에 숨어있던 길한.

 

길한 : 뭐냐 저거.

 

// 기다리던 사내들이 트럭2의 뒤도 열린다.

그 안에 사과상자 같은 것이 10상자쯤 쌓여져 있다.

사내 하나가 상자 하나를 들고 와서 열어 보인다. 만원 뭉치를 들어 보인다.

준석의 렌즈가 그것을 잡고 찍고 스톱.

 

길한 : 사과상자 하나에 2억. 열 개쯤 돼 보이지?

준석 : 페인트 한 트럭에 20억이라고?

길한 : 나 저 페인트 가질래. (일어서려는데)

준석 : (잡아당기며) 어쩔라고.

길한 : 죽이기야 하겠냐. 그래도 기잔데.

준석 : 그러다 죽으면

길한 : 설마..

 

길한이 웃으며 준석의 카메라를 툭 쳤는데. 플래시가 터지며 요란한 소리가 난다.

저 앞의 사내들이 일제히 이쪽을 본다.

 

길한 : 아 씨.. 내가 유인할게. 넌.. 페인트 한통만.

 

하더니 달려가기 시작한다. 사내들이 보고 쫓는다.

트럭1의 연구직들은 쫓지 않고 그냥 보고만 있다. 추격같은 건 해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다.

준석이 안절부절하다가 에잇. 트럭을 향해 달려간다.

연구직들이 놀라 보는데. 그냥 웃어보이고는 페인트 한통을 들고 도망친다.

연구직들이 그냥 어어.. 해서 좀 쫓아오다 만다.

 

 

#30. 근처 길

 

달려오는 준석. 한 손에는 페인트 통을 들고.

운전석에서 기다리던 문식이 놀라 보는데.

튀어 들어온 준석이 옆을 가리키며

 

준석 : 저쪽으로 빨리.

문식 : (재빨리 시동을 걸어 이동하며) 왜 그래? (언제나 그다지 당황하지 않는)

준석 : 길한이가 위험해. 여기 세워봐. 델고 올게. (차에서 내리며) 출발 준비 하고 있어.

 

준석이가 달려간다.

문식이 뒤를 돌아본다. 거기 준석이 던지고 간 페인트 통.

 

 

#31. 근처 일각

 

준석이 달린다. 코너를 돌아가려다 멈칫. 반사적으로 몸을 숨긴다.

그리고 조심스레 다시 보는 그곳. 저만치 떨어진 곳에 사내들이 둘러서 있다.

그들이 둘러선 바닥. 그들의 다리 사이로 보이는 것. 늘어진 길한의 손. 그 손목에 준석의 시계.

준석이 튀어나가려는데. 그 허리를 감싸 잡는 손. 문식이다.

준석이 뭐라 하려하지만 문식이 고개를 젓는다. 조용하라고. 준석을 끌고 뒤로 잡아당기는데.

준석이 버티더니 다시 그들을 향해 선다. 그러더니 카메라를 들어 찍는다.

문식이 놀랐는데. 그 셔터 소리에 사내들이 돌아본다.

악착같이 한 번 더 찍는 준석.

문식이 준석을 끌고 도망치기 시작한다. 쫓는 사내들.

 

 

#32. 근처 길

 

문식과 준석이 차에 탄다. 준석은 펑펑 울고 있다.

문식이 차를 출발시킨다.

사내들이 뒤늦게 달려온다.

 

사내 : 차번호. 번호 적어.

 

 

#33. 92년 조사실

 

초췌한 준석이 사진들을 늘어놓는다.

트럭의 뒤를 찍은 사진도 있고. 늘어진 길한의 손을 찍은 사진도 있다.

그리고 내놓는 [화학 성분 분석자료](별첨)

이제 지치고 울분에 찬 준석은 목이 메어 말하고 있다.

 

준석 : 며칠 동안 도망 다니면서 그 페인트가 뭔지 알아봤거든요. 이게.. 가짜 광명단이라는 건데요.

         공사할 때 철골에 부으면 철의 부식이 빨라진댑니다. (형사들이 못 알아듣는 표정이자 울컥하며)

         원래는 녹슬지 말라고 바르는 건데. 그 반대로 만든 거라고요. 이게....

 

하는데 열리는 문. 정장의 사내 둘이 들어온다.

형사들이 우물쭈물 일어선다.

준석이 불안해지며 보는데.

사내 하나가 형사들에게 신분증을 보여준다.

정장 하나는 준석이 책상에 늘어놓은 자료들을 수거하기 시작한다.

준석이 당황하고 있다.

카세트 테잎이 다 돌아갔는지 달칵 멈춘다.

 

 

#34. 어르신 거실

 

나란히 앉아 있는 영신과 정후.

이제 정후는 눈을 뜨고 있고. 영신처럼 뒤에 기대고 앉은 채.

 

영신 : 그게 녹음테이프의 끝.

정후 : 노친네들.. 디게 피곤하게 살았구나.

영신 : 그러게.

정후 : 끝났다.

영신 : 뭐가.

정후 : 숙제. 사부. 아버지. 그리고 너.

영신 : 참 잘했어요. (하며 정후의 이마에 검지 도장을 찍어준다)

 

정후가 꾸물거리며 내려가더니 영신의 무릎베개를 베고 영신을 올려다본다.

 

정후 : 영신아.

영신 : 응?

정후 : 나.. 자면서 생각해봤는데.

영신 : 자면서 무슨 생각을 해.

정후 : 남들처럼 사는 거 어렵나?

영신 : 그렇게 살고 싶어? 남들처럼?

정후 : 난.. 어려울까?

영신 : (웃지도 않고 덤덤하게) 해보자. 남들처럼 사는 거.

정후 : 옆에 있을 거지?

영신 : 그래.

정후 : 됐다.

 

하더니 정후는 다시 눈을 감는다.

영신은 잠시 그대로 앉아있기로 한다.

정후가 손을 뻗어 영신의 손을 잡더니 자기 머리 위에 얹는다.

영신이 정후의 머리칼을 가만가만 쓰다듬어 주자 안심이 된다.

 

 

#35. 문식의 집

 

길다란 식탁 테이블에 차려진 이인분의 서양식 저녁식사.

테이블 가운데에 장식된 촛불이 흔들린다.

명희가 한쪽 끝에 앉아서 보고 있다. 잔잔한 미소로.

문식이 와인병과 자기 잔을 들어 명희에게 간다. 명희가 밀어주는 와인잔에 와인을 따르며.

 

문식 : 지안이 생일상 차리는 줄 알았는데.

명희 : 점심 때 했어. 간단하게.

문식 : 점심 때 아팠다면서.

명희 : 잠깐. 지나가듯이.

문식 : (자기 잔에도 따르고 잔을 든다) 아프지 마.

명희 : (부딪쳐주며) 이제 안 아플라고.

 

미소 지으며 와인을 마신다.

문식이 자기 자리로 가는데.

명희가 샐러드를 뒤적이며 무심한 듯.

 

명희 : 문호 방송 봤어.

문식 : (안타깝다는 듯) 안 보길 바랬는데. 근데 당신 괜찮았어. 그런 거 봐도?

명희 : .. 어디까지 알고 있었어? 나에게 말해주지 않은 부분?

문식 : (음식을 먹어가며 가볍게) 당신한테 말하지 않은 부분은 없어. 그날.. 난 차에서 대기했고.

         준석이가 달려와서 도망가자고 했고. 그 녀석을 태우고 도망쳤어. 말은 안했지만.. 사실 난 이제까지 준석이를

         의심하고 있었거든. 오해가 풀려서 정말 다행이야. (스프를 떠먹고) 스프 맛있는데. 이거 콘소메 스픈가?

명희 : (잠시 보다가 웃는다. 더 이상 묻기를 단념하고) 새로운 레시피대로 해봤는데. 괜찮나?

 

문식. 먹으면서 엄지 하나를 들어 보인다. 최고라고.

명희가 문득 한쪽을 돌아본다. 거기 가득 만들어놓은 각종 과자들...

 

 

#36. 문식 서재

 

문식이 접시를 하나 들고 들어온다. 그 접시에는 명희가 만든 과자들이 들어있다.

문식이 과자를 먹으며 책상 쪽으로 걸어간다. 문득 들리는 소리.

 

회상 10회 #45 어르신소리 : 딱 한번 눈을 감아 봐.

 

 

#37. 회상 10회 #45.

 

어르신이 말하고 있다.

 

어르신 : 그리고 다시 떠봐. 그럼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이기도 해요. 그걸.. 성장이라고 하지.

 

 

#38. 92년도 조사실

 

젊은 문식이 앉아있다. 어르신 집에서와 연장, 멍들고 상처 난 얼굴. (주위에 다른 조사관은 필요 없고. 상징컷같은 느낌)

앞을 향해 떨며 더듬더듬 말한다.

 

문식 : 제가.. 봤습니다. 준... (애써서) 준석이가 길한이를.. 죽였습니다. 봤..습니다.

 

// 시간경과/

이제 시간이 지나 상처는 없는 문식. 자포자기한 듯. 멍한 눈으로 말하고 있다.

다른 날. 다른 옷. 초췌하고 흐트러진 머리.

마치 몇 번이고 되풀이해서 외운 이야기를 하는 듯 줄줄.

 

문식 : 우리는 비자금이 있다는 트럭을 미행하고 있었습니다. 현장에 도착하자 우리를 본 트럭 기사가 도망을 쳤습니다.

         트럭을 열어보니 만원권이 든 사과상자가..

 

// 시간경과 /

이제 문식이 신사복에 깔끔한 헤어를 하고 앉아서 또렷한 말투로 이쪽을 보며 말하고 있다.

적극적으로 자기 얘기를 하고 있다.

 

문식 : 그 돈을 앞에 놓고 싸움이 일어난 거죠. 이 돈은 눈 먼 돈이다. 갖자. 그럴 수 없다. 그러다가.. 죽인 겁니다. 친구를요.

         말릴 틈도 없었어요. 돈이 그런 거에요. 사람이 그런 건가? ..예? 아 그 돈. 진민당이 받은 정치자금으로 밝혀졌잖아요.

         정말 무섭죠. 그 돈이 내 친구를 서로 죽고 죽이게 만든 겁니다. (한숨 쉬고 고개를 절레절레)

 

 

#39. 문식의 서재 / 현재

 

문식이 소파에 앉아 안경을 쓰고 책을 읽고 있다. 과자를 먹다가 가슴께에 흘린 과자 부스러기를 탁탁 털어낸다.

 

 

#40. 치수의 까페 / 밤

 

문을 닫은 까페 가운데 영신과 치수가 마주 앉아 있다. 둘은 지금 테이블 위에 집중하고 있는데.

영신이 냅킨에 싸온 명희의 과자를 조심스레 펴보는 중이다. 폈더니 과자의 한 부분이 부서져 있다.

둘 다 일제히 아쉬워서 아아..

 

치수 : 부서졌네. 아깝다야.

영신 : 그르게. 내가 오늘 진짜 정신없이 뛰다니면서도 이건 조심했는데.

치수 : 느네 어머니가 요리 솜씨가 좋으신가부다.

영신 : 그 집에 가면 부엌 싱크대 높이가 다 요만해. 휠체어 높이에 맞춰서 만들었나봐.

치수 : 그 정도 부엌에 애정이 있으면 더 볼 거 없어. 요리짱이라는 거지.

영신 : 아빠 아.. (과자 한 쪽을 들어주는)

치수 : 어우 왜. 니가 먹어야지.

영신 : 아빠 맛보여 줄라고 싸온 건데? 자.

 

치수가 받아먹는다. 영신도 한쪽 먹는다. 둘이 눈이 마주치며. 와.. 오..

 

치수 : 달지도 않고 맛나다.

영신 : 그치그치..

치수 : 근데.. 그 놈은 언제 와.

영신 : (알면서) 어느 놈? 내가 놈이 좀 많은데.

치수 : 끌고 와.

영신 : 끌고 오면 팰라고.

치수 : (보다가 속 터져서) 이눔아 하필이면 그렇게 부실한 놈이냐고. 니가 좀 폭력 폭행.. 이런 거에 좀 약하잖아.

         그럼 좀 듬직한 놈으루 골라서 좀 그 품에 쏙 숨을 수 있으면 좋겠다. 그게 이 아빠의 바램이었거든.

         근데 하필이면 그렇게 겁도 많고. 주먹 한 대면 질질 짤 놈을...... (하다 보고) 왜 웃어.

 

영신이 킬킬 웃으며 과자를 먹다가 걸려서 캑캑거린다.

 

 

#41. 영신의 방

 

영신이 아직도 웃으면서 들어서다가 엄마 깜짝이야.

거기 정후가 서서 벽의 사진들을 보고 있다가 돌아본다.

영신이 어이없는데 정후는 좋다고 웃는다.

 

영신 : 어떻게 들어왔어.

정후 : (당연하다는 듯) 창문으로. (하며 영신에게 성큼 다가와 안았는데.)

영신 : (웃다가 두 손을 내밀어 주욱 밀어내며) 일 미터 뒤로.

정후 : 왜.

영신 : 좀 더. 빽.

정후 : (할 수 없이 뒤로 물러선다)

영신 : 너.. 남들처럼 살고 싶다 그랬지.

정후 : (해맑게) 침대로 가서 얘기하자.

영신 : 남들처럼 첫째. 여자 친구네 집에 올 때는 문으로 들어온다.

정후 : 그럴게. (또 다가오려는 것을)

영신 : (두 손을 뻗쳐 막고) 둘째. 여자 친구와 사귀려면 그 여자친구의 아버지에게 먼저 인사를 하고 허락을 받아야한다.

정후 : (난감하다) 그건 좀..

영신 : 셋째. 여자친구의 생일엔 선물을 해준다. 오늘.. 내 진짜 생일.

 

정후. 보다가 아.. 해서 자신의 목걸이를 뺀다. (제작되었던 태양무늬)

 

영신 : 선물은 좀 새 걸로 준비하지. 포장도 하고.

정후 : 니 휴대폰의 추적기 지웠잖아. 이거 위치추적 기능이 있거든.

영신 : 와.. 이 사람 보게. 지금 여친 스토커를 하겠다는 건가?

정후 : 이거.. 원할 때만 켜면 되는데. (불 켜지나요?) 싫으면 꺼 놓으면 돼.

         그러니까 위험하다 생각되면 이걸 켜는데.. 평소에는 꺼서..

 

영신이 딱해서 보다가 정후의 앞으로 다가서 돌아서 준다.

정후가 마음이 놓여 영신의 목에 걸어준다.

 

영신 : 고마워.

정후 : 이제 안아도 돼?

 

말보다 먼저 안는데. 영신이 뒷발로 정강이를 찬다.

 

정후 : 아..

 

영신이 정후에게서 빠져나가 벽에 붙어 선다.

정후가 바로 따라와 그 앞에 서서 영신의 얼굴을 들여다보며 마음이 상해서.

 

정후 : 내가 귀찮아?

영신 : (그만 웃는) 아니.

정후 : 근데 왜 밀어내.

영신 : 니가 그랬잖아. 남들처럼 사랑하고 싶다고.

정후 : ... (어.. 해서) 사랑.

영신 : 응. 사랑.

정후 : 그럼 지금 이건.

영신 : 남들하고 좀.. 다른 거?

정후 : (물러서서 보더니) 알았어. 그럼. 남들처럼 순서 다 밟아서 갈 테니까 기다려.

영신 : 너무 오래 걸리지 마시고.

정후 : 아버지께 인사.. 월급..

영신 : 그리고 남들처럼 문으로 다니기.

 

영신이 문으로 가서 열어주고 돌아봤는데. 어라. 기웃해서 보니.. 창문이 열려 있다. 이미 창문으로 나갔다.

 

 

#42. 까페

 

치수가 앞치마를 벗다가 돌아본다. 멈췄다.

거기 들어오던 정후도 멈췄다.

치수가 정지된 채 본다.

정후가 후우.. 아무래도 안되겠다. 치수에게 어정쩡하니 웃어주고는

 

정후 : 아무래도.. 다음에 다시..

 

슬그머니 입구 쪽으로 몸을 돌리는데. 거기 들어오고 있는 철민.

 

철민 : 형님 우리 생지 내놓는 거 잊었...

 

하다가 정후를 봤다.

정후가 별 수 없이 철민에게 밀려 다시 안으로 들어온다.

이쪽을 봤더니 치수가 이쪽으로 다가서고 있다. 무표정한 얼굴.

 

정후 : 안녕하십니까. (말로 인사는 하는데. 고개를 못 숙이겠다. 시야를 놓치면 당장 맞을 거 같아서)

         제가 지금.. 인사를 드리러 왔는데.. 허락도 받아야 되는데..

 

 

#43. 영신의 방

 

영신이 잠옷을 꺼내다가 멈칫. 뭔가 불안하다. 문 쪽을 돌아본다.

 

 

#44. 까페

 

영신이 이층에서 뛰어내려온다. 아.. 보는 곳.

치수 사무실 안의 정후. 영신을 보는 불쌍한 얼굴.

그러나 철민이 영신을 빤히 보며 블라인드를 내려버린다.

영신이 문 쪽으로 가는데.

문이 열리며 치수가 내다보며

 

치수 : 들어오지 마라.

영신 : 아빠

치수 : 니가 들어오면 저 놈은 끝이야.

 

문을 쾅 닫아 버린다.

 

 

#45. 치수 사무실

 

소파에 조심스레 앉는 정후. 그 앞에 나란히 앉는 치수와 철민.

정후가 웃어보지만 앞의 둘 다 웃지 않아서 그만둔다.

 

치수 : (애써 차분하게) 몇가지 물어보겠네.

정후 : 예.

치수 : 전 날.. 저기 까페에서.. 내 딸애하고.. 내가 보는 앞에서.. (하고 말하다 울컥해서 벌컥 일어서는데)

철민 : (얼른 허리를 잡아 말리며) 죽이기 전에 형님. 일단 정보부터.

정후 : (괴롭다)

치수 : (다시 앉는데 씩씩거리느라 말을 못하는)

철민 : 제가 물어볼까요. 그러니까 일단 둘이 어디까지 갔는지..

치수 : (철민의 머리통을 눌러 막고 정후를 보더니) 북어국은 맛있었나.

정후 : 아. 맛있었습니다.

치수 : (벌컥 일어나더니 정후에게 덤비며) 이 놈이 맞잖아. 밤새 간호한다던 그 친구가 이 놈이잖아.

 

급한대로 소파 등을 넘어 도망치는 정후.

철민이 치수의 허리를 잡아 말리지만 워낙 등치 차이가 나서 매달려 다니고.

정후. 도망 다니긴 하는데. 정말 난감하다.

 

 

#46. 까페

 

영신이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우당탕 요란한 안의 소리를 듣고 있다.

에혀. 모르겠다. 편하게 앉는다. 크림 한 숫갈 더.

 

 

#47. 문호의 집 / 밤

 

불이 꺼져 있다.

현관문이 덜그럭거리더니 열린다. 문이 조심스럽게 열리고 들어서는 그림자. 조심조심 거실 쪽으로 움직인다.

이제 드러나는 모습. 오비서다. 평소에 다니는 옷차림 그대로.

오비서는 문호가 없다는 것을 잘 아는지 별로 조심하지도 않고 거실의 불을 켜더니 내부를 둘러본다.

손에 장갑을 끼면서 책상 쪽으로 움직여서 물건들을 뒤지기 시작한다.

 

 

#48. 썸데이 사무실 / 밤

 

장부장이 혼자 컴 앞에 앉아 집중해서 화면을 보고 있다. 보면.. 화투? 내지는 카드 게임.

저만치의 전화가 울린다. 무시하려는데 계속 울린다.

할 수 없이 일어나 가서 전화를 받는다.

 

장부장 : 예 썸데입니다.

 

하다가 듣는... 어라..

문호의 집무실 쪽을 본다. 불이 켜 있다.

 

 

#49. 문호의 집무실

 

노트북으로 일하고 있던 문호가 고개를 들어본다.

열린 문으로 장부장이 들여다보며

 

장부장 : 제보가 들어왔는데요. 이게 뭔가 심상치가 않습니다.

문호 : 어떤 제본데요.

장부장 : 어르신이란 자를 만난 적이 있답니다.

문호 : (놀라서) 제보자 연락처 받아놨어요?

장부장 : (들어오며) 그게 문제가 아니구요. 지금 우리 썸데이 게시판 좀 보세요. 뭐가.. 막 올라오고 있는데요. 이게이게..

 

문호가 노트북을 조작한다.

// 화면. 썸데이의 게시판이 뜬다. 보이는 첫 페이지에 리스트. 썸데이 자유게시판.

2529 제보- 서도대교 사건을 아십니까?

2528 92년 가짜 도료 사건에 대해서 제보합니다.

2527 제보합니다!!

2526 1992년 살인사건을 보다 심층적으로 다뤄주시기 바랍니다

2525 다시보기가 안되요ㅜㅜ

2524 진실의 파수꾼 김문호 기자 멋집니다!

2523 저 할아버지 킬러임?

2522 어르신이 누굽니까?

2521 어르신이 농부라는 거? 이장님?

2520 저 그 할아버지 본 적 있어요

2519 제보합니다

 

 

#50. 썸데이 편집실 / 아침

 

모든 직원이 출근해 있다.

문호가 가운데를 가로지르며 지시 중.

 

문호 : 지금부터 24시간, ‘제보를 받습니다’ 코너를 개설합니다. 어르신과 92년도 광명단 사건, 또는 그에 관계된

         모든 제보를 받을 거에요. 그 중에 쓸 만한 걸 걸러내고. 신뢰성을 더블 체크하고. 가능한 한 직접 만나 인터뷰할 겁니다.

장부장 : 김문식 후보 대담 공격방송도 있고. 사람이 부족할텐데..

문호 : (입구 쪽을 보고 미소) 저기 보충 인력이 하나 오네요.

 

모두 돌아보면 정후가 들어서고 있다. 봉수의 복장으로. 꾸벅 절하고

 

정후 : 안녕하세요.

 

장부장과 직원들이 우루루 몰려가서 반기고. 맞아들이며 두들겨 대며

 

장부장 : 이야. 이 자식. 신참이 건방지게 비밀 잠입 취재! 잘했다. 으이그..

선재 : (후다닥 가서 정후의 팔짱을 끼어 오며) 나 진짜 봉수씨 없으니까 막 삶이 재미없어지면서 폭식도 하게 되고..

 

등등 반갑다고 떠들고. 거기 들어가는 거 무섭지 않았냐. 맞았대매.. 등등.

영신이 문호가 기댄 책상 옆으로 와서 나란히 기대선다.

 

영신 : 남들처럼 살고 싶대요.

문호 : 남들처럼 사는 거 쉬운 거 아닌데.

영신 : 남들처럼 사는 게 뭔지 잘 모르는 거 같아요. 그게 뭐 좋다고. 그래도 정말 그러고 싶은가 봐요. 박봉수를 다시 하는 거 보면요.

         (문호에게 가까이 소근) 힐러도 그만 뒀대요. 아무래도 해고당한 거 같아요.

 

// 이만치 사람들에게 둘러 싸여서 문호 쪽을 보는 정후.

웃으며 들어주는 문호. 가까이 속삭이고 있는 영신이 신경 쓰인다.

정후의 옆에서 사람들이 오늘 회식을 해야 한다며 떠드는 중. 회식은 아무래도 곱창. 아 그 집 별루야..

 

문호 : (영신에게 가까이) 누나가 전화로 니 얘기 한참 했어.

영신 : 진짜요? 뭐라시는데요.

문호 : (웃으며) 너 또 보고 싶대. 보고 싶으니까 핑계 좀 만들어 달래. 최명희 특집 기사 안 만드냐고.

영신 : 히히.. 만들어요. 우리. 예?

 

하는데 성큼 다가온 정후가 영신의 손목을 잡더니 문호에게는 못마땅한 얼굴을 보이며

 

정후 : 할 얘기가 좀 있어서요.

 

하고는 영신을 끌고 간다.

 

영신 : 어어.. 얘 봐. 어이.. 놔라. 건방지게 선배한테..

 

남은 문호가 웃는다. 귀여워서.

정후가 영신을 끌고 탕비실에 들어가는 그림 위로.

 

영신소리 : 내가 아는 애가 하나 있는데요. 걔는 좀 다른 세상에 사는 애 같거든요. (명희에게 말하는 어조)

               사실 좀.. 남들하고는 다른 세상에서 살아오긴 했어요.

 

 

#51. 건설 현장(혹은 야외) 일각

 

영신과 50대의 사내가 인터뷰 중.

정후가 옆에서 삼각대 없이 카메라를 무릎? 정도에 놓고 사내의 얼굴이 아닌 아래 쪽을 찍고 있다.

얼굴을 내지 않는 조건의 인터뷰인 듯.

사내는 건설현장의 인부 옷을 입고 있다.

 

사내 : 제가 92년도에 서도대교에서 도료 도포했는데요. 그 다리 알죠? 그거 개통 전에 무너졌잖아요.

         그 때 우리 사이에 말 좀 있었지. 하루 아침에 갑자기 도포제 싹 바꿔서 칠하라 그랬거든.

 

 

#52. 화면

 

앞의 인터뷰가 이어지며.. 인부의 얼굴 아래만 찍힌 화면.

아래 자막 [건설업자 K모씨. 92년 서도대교 건설 도장공사 담당자]

 

영신 : 당시 대교 건설을 맡았던 건설회사는 어떻게 되었습니까?

사내 : 어떻게 되긴. 망하기 직전이 돼서 다른 데로 넘어갔지.

 

 

#53. 건설 현장(혹은 야외) 일각

 

인터뷰가 끝나서 장비를 챙기고 있는 정후.

옆에서 영신이 보면 정후가 하품을 하고 있다. 인터뷰가 어지간히 지겨웠다.

영신 혼자 웃는다. 그런 위로.

 

영신소리 : 그런 애가 우리 세상에 와서 남들처럼 살겠다는 거에요. 옆에서 보면 좀 웃겨요. 딱하기도 하고.

 

정후가 잠을 깨느라고 고개를 냅다 젓는다.

 

 

#54. 썸데이 사무실

 

선재와 찬영이 스피커폰으로 제보를 듣고 있다.

선재는 들으면서 빠르게 키보드로 받아 적는 중이고.

 

전화소리 : (40대 남) 그 어르신이란 분을 제 눈으로 직접 봤다니까요. 7년 전에 제가 국회의원 보좌관이었거든요.

               입법에 올리라는 거 우리 의원님이 반대했단 말입니다. 그리고 의원직 상실했습니다. 보지도 못한 뇌물 받았다고요.

               한달도 안 걸렸어요. 그 어르신 짓 분명합니다.

 

등의 말이 들리는 가운데 보이는 사무실 저쪽.

정후가 의자에 늘어져 자고 있다. 자세가 불편한지 눈을 좀 뜨더니 다른 의자를 발로 끌고 와서 발을 올려놓는다.

다시 자보려고 하지만 역시 불편하다. 불편 한 채로 고개가 스르륵 옆으로 떨어진다.

앞의 제보 전화와 엇갈리며 들리는 영신소리.

 

영신소리 : 그 왜 고양이과 맹수들이 그러잖아요. 사냥 나갈 일 없으면 계속 자는 거. 딱 그거에요. 월급 주기... 아깝죠.

여기자 : 박봉수씨.

 

정후. 눈을 반만 뜨고 본다.

 

여기자 : 월급 입금되었을 겁니다. 확인해보세요.

정후 : (멍하니 보다가 그제야) 아.. 월급.

 

 

#55. 탕비실

 

정후가 들어오며

 

정후 : 얼마야. 내 월급.

민자소리 : 이거저거 떼고 90만원 좀 넘네.

정후 : (멈췄다가) 내가 거의 한 달을 일했는데?

민자소리 : 휴가간답시고 빼먹은 날도 많자네.

정후 : 90만원.. 한 달.. (결코 믿어지지가 않는) 저기 아줌마. 아무래도 내가 알바를 좀 뛸까? 간단한 일거리 있으면..

민자소리 : 너. 일단 그 이어셋 반납하고.

정후 : (얼른 이어셋 만지며) 아 왜애.

민자소리 : 너 그만 뒀잖아. 그만 둔 놈이 회사 비품 갖고 있음 안 되지.

정후 : 에헤. 우리 사이에 진짜...

민자소리 : (냅다 소리 지르는) 저 봐라 저저..

 

정후가 시끄러워서 으으.

 

 

#56. 민자 아지트

 

민자 : 너 똑바로 안 할래.

 

열 받으면서 보고 있는 화면.

// 화면. 안경 화면에 비친 골목길. 길 한쪽 편으로 차들이 줄줄 주차되어있는 골목이다.

걸어가는 중인 듯. 화면이 위쪽을 향하다가 거기 CCTV를 보고는 얼른 아래로 향한다.

 

민자 : (냅다 소리 지르는.) 블랙박스! 옆에 줄줄이 차에 달린 거 안 보이냐.

 

// (안경을 벗더니 거꾸로 들었다는 설정) 화면이 한 바퀴 돌더니 보이는 얼굴. 대용이다.

 

대용 : 그럼 어뜩해요. 서울 시내에 주차된 차 없는 길이 어딨다고.

민자 : 그니까 지붕 위로 날라 다녔자네. 니 형님은!!

 

 

#57. 명희의 침실

 

온실 옆쪽에 마련된 티테이블. 티와 과자 등이 준비되어있고.

휠체어에 앉아있는 명희. 그 옆에서 영신이 과자를 먹어가며 계속 얘기.

 

영신 : 꿈도 참.. 소박하죠. 남들처럼 사는 게 꿈이라니. 그래도 뭐 지가 하고 싶대니까 그래 잘해봐. 이러고 봐주는 거죠.

         나이는 나보다 쥐똥만큼 많은데요. 하는 짓 보면 딱 열세 살. 그러니 내가 보살펴야죠.

명희 : 그 아는 애는 남자?

영신 : ... 예.

명희 : 좋아하는 남자?

영신 : 에이... 예. (헤헤 웃는)

 

명희가 손을 뻗어 영신의 입가에 묻는 과자부스러기를 털어준다.

영신. 자연스레 받고.

 

명희 : 좀 있다 또 인터뷰 간다면서요.

영신 : 아직 시간 좀 있어요. 바로 옆동네에요.

명희 : 어디보자.. (하고 영신의 얼굴을 살피더니 휠체어에 달린 주머니를 뒤져 미스트쿠션을 꺼낸다.) 나 봐요.

영신 : (수줍어서 얼굴을 내밀며) 근데 말씀 좀 놓아주시지.

명희 : 그럴까. (하며 영신의 얼굴에 분을 두들겨 준다) 눈 감고.

영신 : (말 잘 듣는 아이처럼)

명희 : 됐다..

 

영신이 좋아서 꼼질거리다가 아.

 

영신 : 대담 시간 다 됐어요. 김문식 후보님 특별 대담.. 보실 거죠?

 

 

#58. 썸데이 복도

 

종수가 달려오다 미끄러지듯 코너를 돌아..

 

 

#59. 썸데이 스튜디오

 

문이 벌컥 열리며 종수가 들여다본다. 숨이 차서.

안에는 방송 준비 중인 문호. 장부장. 찬영.

 

종수 : 선배. 어뜩하죠.

문호 : 뭐가.

종수 : 김문식 대담이요. 콘티 싹 바꿨대요.

문호 : .. 언제. 왜.

종수 : 방금 들었는데요. 김후보가 방송국 도착하자자마 그랬대요. 오늘은 원고 없이 내가 알아서 할게요.

         ..그래서 강부장 지금 머리카락 하나하나 파지직파지직.. 옆에서 숨도 못 쉰다고..

 

 

#60. ABS 방송국 대담 스튜디오

 

김문식이 자리 잡고 있다. 옆에는 민재가 질문자로 앉아 있고.

FD가 문식의 마이크를 달아주고 있고. 앞에는 카메라맨 등이 생방송 준비를 하고 있고.

민재가 앞에 놓인 큐시트에 빠르게 메모를 하면서

 

민재 : 후보님. 이거 생방송입니다. 자칫 말 한마디 잘못하시면..

문식 : 괜찮아요. 긴장 풀어요. (웃는) 강부장 하고 싶은 대로 다 물어봐요.

 

 

#61. 썸데이 편집국

 

책상에 고개를 박고 자던 정후가 부스스 잠을 깬다. 침을 닦으며 주위를 둘러본다.

자기 옆 책상에서 전화벨이 울리고 있다.

선재가 책상에서 전화를 받고 있다.

 

선재 : 그건 저희가 받는 어르신 제보하고는 상관이 없는 거 같은데요. 저기요 아저씨. 가출하신 부인에 대한 제보는

         저희가 방송해드릴 수가 없다고요. 죄송합니다. (끊으며 정후를 보더니) 거기 전화 좀 받지. 쫌.

 

정후가 자기 책상에서 울리는 전화를 보고. 받는다. 듣지도 않고.

 

정후 : 잘못 거셨습니다.

 

끊고 끄응 일어선다.

여기자가 우당탕 달려오더니 자기 책상에서 외장하드를 들고 달려간다.

정후가 어슬렁어슬렁 여기자가 간 쪽으로 이동한다.

 

 

#62. 썸데이 스튜디오 앞

 

정후가 와서 스튜디오 유리창 안을 구경한다.

거기 문호와 다른 직원들(장부장 찬영 여기자 종수)이 모두 TV화면을 구경하고 있다.

정후가 어.. 해서 다가선다. 거기 아는 사람. 김문식이 나오고 있다.

 

 

#63. ABS 대담 스튜디오

 

문식이 민재와 대담 중이다.

 

문식 : 요즘 제 동생인 김문호 기자와 저의 대립을 놓고 일각에서는 형제의 난이니 뭐니 부른다는 거 알고 있습니다.

민재 : 바로 그 때문에 자기 집안도 다스리지 못하는 분이 서울시 큰살림을 맡을 수 있겠느냐..는 우려도 있는데요.

문식 : 저도. 동생도 기잡니다. 제가 처음 기자가 됐던 게 80년도에요. 제 동생인 김문호 기자가 요즘 이 시리즈를 방송해서

         인기를 끌고 있던데, 거기 나오는 해적방송 있지요? 제가 그 멤버였어요. 여기 그 사진 가져왔는데 보여드려도 되나.

민재 : 보고 싶은데요.

문식 : (옆에 준비된 다섯 친구의 사진을 들어 카메라가 비추기 좋게 각도를 잡아주며) 여기 다섯 친구 중에 이게 접니다.

         이 옆이 현재 제 부인이구요.

 

 

#64. 썸데이 스튜디오

 

장부장 등이 문호의 눈치를 본다.

문호가 성난 얼굴로 보고 있는 화면에서는 문식이 계속 떠들고 있고. 그 위로 이하 상황들 계속.

 

문식 : 제가 그 가혹한 시절에도 언론의 자유를 위해 싸워봤던 사람입니다.

         그런 저로서 제 동생이 설령 엇나간 보도를 한다고 해도 봐줘야죠. 그게 우리가 싸워서 지켜온 언론의 자유니까요.

 

// 장부장이 조심스레

 

장부장 : 내용이 완전 달라졌는데. 우리 시간차 방송은..

문호 : (화면만 보며) 취소합니다.

 

장부장이 나머지 직원들에게 눈치를 줘서 나간다.

나가는 그들과 엇갈려서 들어온 정후. 문호를 보고 화면을 보고.

정후로서는 왜 문호가 그렇게 화난 얼굴로 있는지 잘 모르겠다.

 

민재 : 해적방송이라는 개념이 사실 낯선데요. 좀 더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65. 명희의 방

 

영신이 명희의 옆으로 붙어 앉으며 걱정돼서 본다.

명희는 충격을 받은 얼굴로 티테이블 위의 노트북 화면을 보고 있다.

영신이 조심스레 명희의 손을 잡아준다.

명희가 영신의 손을 더 꼭 잡는다. 기대려는 듯. 이런 위로 계속되는 문식의 대담.

 

문식 : 80년 그 당시는 그랬어요. 금지된 말. 보도할 수 없는 이야기들이 참 많았습니다. 그래서 우린 해적방송을 할 수 밖에 없었죠.

 

 

#66. ABS 대담 스튜디오

 

문식 : 솔직히 요즘은 좀 지나치게 언론의 자유를 누리고 있지 않습니까? 오늘 날 누리는 여러분의 이런 자유를 위해

         윗세대들이 그만큼 희생 했다. 이건 좀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하하..

민재 : 솔직히 놀랐습니다. 제일 신문의 사장이신 김문식 후보께서 해적방송을 했었다..

문식 : 보여드리고 싶은 게 있는데.. (웃으며 테이블 아래에서 들어 올리는)

민재 : 그게 뭘까요.

 

 

#67. 썸데이 스튜디오

 

보고 있던 문호가 꿈틀한다.

정후도 그건 뭔지 알아서 찌푸린다.

 

정후 : 저거 사장님꺼잖아.

 

화면에 비치는 것. 카메라가 줌인된다.

문식이 테이블 위에 놓은 것은 문호가 갖고 있던 서류가방이다.

 

 

#68. ABS 대담 스튜디오

 

문식이 웃는 얼굴로 가방을 연다. 카메라가 잘 비쳐지게 돌려준다.

그 안에 보이는 가득한 카세트테이프들.

 

문식 : 우리 해적방송단이 방송했던 테잎들입니다. 제가 이십년 넘게 소중하게 간직해 왔죠.

         (테잎 몇 개를 한꺼번에 집어내서 테이블 위에 후루룩 던지듯 늘어놓아 보여주며) 보세요. 여기 날짜들. 80년.. 보이죠?

         (다른 테잎도 몇 개 들어내어 후루룩 펼친다. 구경시키려고)

 

 

#69. 썸데이 스튜디오

 

문호가 분을 못 이기고 모니터를 부술 듯 왈칵 다가서는데

정후가 얼른 사이로 끼어들어 더 못 가게 한다.

문호가 그런 정후의 어깨에 손을 짚어 겨우겨우 참는다.

그 사이에 들리는 문식의 방송 멘트

 

문식소리 : 여기 철필 프린트 잡지 보이세요? 젊은 친구들이 보기는 좀 우스울 거에요. 그래도 우린 그 때 이렇게 순수했답니다.

 

 

#70. ABS 대담 스튜디오

 

문식이 힐러 잡지를 들어 보여주고 있다.

 

민재 : 그 해적방송단이 만들었던 건가요?

문식 : 딱 한권 나왔던 겁니다.

민재 : 잡지 이름이 힐러네요. 무슨 뜻인가요.

문식 : (잡지에 적힌 부분을 보여주며) 여기 보이시죠? (카메라에 잘 보이게 해주며) 언론은 이 사회의 아픔을 진단하고

         치유하고자 존재한다. 제가.. 이 마음으로 언론을 지켜왔습니다. (카메라를 향해 똑바로, 미소로)

         이런 제가.. 이제 서울시에 이 마음을 바칠까 합니다. 우리가 목숨 바쳐 지켜온 이 나라의 자유. 민주. 그리고 질서를 위해서요.

 

 

#71. 명희 방

 

영신이 노트북의 뚜껑을 덮고 명희를 돌아본다.

내려다보면 아직 영신의 한 손은 명희에게 잡혀 있다.

명희가 영신을 본다.

 

영신 : 괜찮으세요?

명희 : 미안해.

영신 : 어.. (모르겠다.) 뭐가요?

명희 : (눈물이 고이며) 미안해.

 

명희가 울려고 한다. 영신이 조심스레 다가가서 명희를 안아준다.

영신의 품에 고개를 박는 명희.

 

영신 : 울지 마세요. 그러다 또 아파요.

 

영신이 명희의 등을 가만가만 쓸어준다.

 

영신 : 뭐가.. 잘못 됐어요?

명희 : (대답을 못한다)

 

 

#72. 썸데이 스튜디오

 

까맣게 꺼져 있는 모니터.

정후가 좀 난처해하며 보는 곳. 데스크 앞 의자에 앉은 문호. 두 손을 모아 이마에 댄 채.

정후가 슬그머니 입구 쪽으로 몇 걸음 움직인다. 이런 불편함이 싫어서.

문을 열려다가 다시 돌아본다.

 

정후 : 저 테잎.. 저놈들이 훔쳐간 거면 다시 찾아다 줄까요? 별로 어렵지 않은데.

문호 : (그제야 고개를 들어 정후를 본다. 이제 마음을 가라앉혀서) 이제 너 그런 거 안 한다며. 남들처럼 살 거라며.

정후 : 아. 영신이한테 들었구나.

문호 : 그래. 나도 니가 그럴 수 있음 좋겠다.

정후 : 뭐.. 그건 우리가 알아서 할께요. 근데.. 괜찮아요? 우는 줄 알고 겁먹었네.

문호 : 울 뻔 했어.

정후 : 그니까.. 저 테잎을 뺏겨서? (설마?)

문호 : .. 언제 또 맥주 사와라. 해주고 싶은 얘기가 많네.

정후 : (끄덕이다가) 영신이도 같이?

문호 : 그래.

 

문호가 이제 조금 웃는다.

 

 

#73. 민자 아지트

 

민자가 모니터를 보고 있다. 모니터에는 17회 #62에서 정후가 찍었던 봉고 차 사내의 얼굴들이 주루루 늘어져 있다.

디리리 전화가 온다. 키보드를 쳐서 받는다.

 

민자 : 오냐.

대용소리 : 더블에스에서 사람들 나와요.

민자 : 놈들이 근처 CCTV 다 작살내 놨어. 니가 찍어 보내.

 

 

#74. 상수건물 앞 / 밤

 

건물 길 건너 이만치 차 안에 숨어서 사진을 찍고 있는 대용.

대용이 보는 길 건너. 상수 건물 앞에 사람들이 나오고 있다. 안팀장과 여자 부하.

대용의 카메라 렌즈화면으로 줌인해서 안팀장의 얼굴을 찍는다.

안팀장이 여부하와 함께 대기해 있던 차에 타고 출발해간다.

 

민자소리 : 차 번호 찍고.

 

렌즈가 얼른 차 넘버를 찍는다.

 

대용 : 쫓아가요?

민자소리 : 됐어 대기해.

대용 : 근데 우리 여기서 뭘 쫓는 거에요?

 

 

#75. 민자 아지트

 

민자 : 힐러 그 놈의 퇴직금을 만드는 중이다. 박동철이 집에서부터 힐러를 쫓아다닌 놈들.

         힐러가 그 얼굴들을 이렇게 딱딱 찍어 보냈거든.

 

봉고차에서 찍은 사내들의 사진..

 

민자 : 그러니까 이 놈들 중에 박동철이 죽인 진범이 있을 거 같은데.. 얘들이 왜 상수파랑 놀고 있나..

 

중얼중얼 혼자 정리하다가 멈춘다.

마우스를 조작해서 대용이 보낸 사진 중에 안팀장의 사진을 맨 위에 놓고 본다.

 

민자 : 내가 이 놈을 어디서 봤지. 분명히 봤는데...

 

 

#76. 썸데이 편집실 / 밤

 

벽시계가 새벽 3시를 넘어가고 있다.

모두 몇날 밤을 야근 중이라는 설정. 사무실 한 쪽에는 간이 침대가 놓여져 있고. 찬영이 점퍼를 덮고 잠들어 있다.

선재가 졸린 눈에 까치집 머리칼로 검색을 하고 있고. 종수는 컴 앞에 똑바로 앉은 채 자고 있다.

화면에는 편집 중이던 인터뷰 장면(영신이 찍어온)이 띄워져 있다.

반쯤 감긴 눈으로 컴 작업을 하고 있던 여기자 옆의 전화가 울리기 시작한다.

여기자가 받아서

 

여기자 : 썸데입니다. 네에. 어르신 제보, 받는 중입니다. (듣다가) 야식집 전화 번호는 잘 모르겠습니다.

 

 

#77. 문호의 집무실

 

소파에 마주 앉은 문호와 장부장.

문호는 무릎에 올려놓은 노트북으로 게시판을 훑어보고 있는 중.

장부장은 프린트 된 종이를 들추며 얘기 중이고.

 

장부장 : 제보해온 것에 70퍼센트는 장난뻘글이고요. 20퍼센트는 뜬금없는 얘기구요.

문호 : 그래도 생각보다 수확이 좀 있잖아요. 벌써 서도대교 껀으로 두세건 올렸고.

장부장 : 그건 당시 작업했던 인부들 사이에 양심적으로 임팩트가 있었던 거죠.

            생각해보세요. 지들이 공사한 다리가 무너진 거잖아요. 그게 개통되고 무너졌으면 어쩔 뻔 했냐고.

 

말하다가 보면 문호가 피곤한 듯 얼굴을 부비고 있다.

 

장부장 : 좀 주무시죠. 거의 안 주무시는데.

문호 : 이제 슬슬 시작될 거 같아요. 어디서부터 어떻게 들어올지 사실 잘 모르겠구요.

장부장 : 뭐.. 대단한 거처럼 굴지만 걔들 할 줄 아는 건 하나에요. 남의 밥숫가락 뺏어드는 거부터 시작하겠죠.

            하도 치사해서 맞짱 뜨기도 싫은데.. 효과는 또 대단하거든요. 허허.

 

 

#78. 썸데이 편집실

 

문호가 자기 방에서 나와 본다. 벽시계를 보니 새벽 3시가 넘어 있다.

문호가 카메라를 들어 사무실에 있는 이들을 하나씩 찍기 시작한다.

컴 앞에서 꼿꼿이 앉은 채 자고 있는 종수. 간이 침대에서 반쯤 떨어진 상태의 찬영.

졸면서 일하는 선재를 찍으려 하자 선재가 브이자를 그려 보인다.

문호가 탕비실을 돌아보더니 다가간다. 노크를 하고.

 

 

#79. 썸데이 탕비실

 

문이 열리며 안을 들여다보는 문호.

테이블에는 작업하던 서류며 노트북이며 연표 같은 것들이 즐비하게 늘어져 있고.

한쪽에 놓인 작은 소파에 영신이 누워 자고 있다. 한쪽에 앉은 정후의 무릎을 베고. 정후의 팔 하나는 움켜잡고.

자지 않고 있던 정후가 문호를 보고 있다.

문호가 웃고 들어서 문을 닫아준다. 둘 다 영신이 깰까봐 소리를 낮춰.

 

문호 : 니들 너무 당당하다.

정후 : 채영신이 다른 사람 있는 데서 못 자요.

문호 : 넌.

정후 : 난 ..다른 사람이 아니니까.

문호 : 여기 봐.

 

정후가 미처 준비하기도 전에 둘의 사진을 찍는 문호.

 

정후 : 나 사진 남기는 거 안 좋아하는데.

문호 : 난 걷기 시작할 때부터 사진 찍는 거 좋아했거든.

 

잠든 영신이 움찔거리자 정후는 영신에게 신경을 쓴다.

영신이 움직이는 바람에 떨어질 뻔한 정후의 외투를 잘 덮어주고. 그러다가

 

정후 : 근데요.

문호 : 어.

정후 : 사장님. 그 어르신이란 놈하고 지금 싸우자는 거죠.

문호 : 그렇지.

정후 : 그럼 영신이 또 위험해지나?

문호 : ... 모르겠어. ...데리고 멀리 갈래? 멀리 가면 남들처럼 살기 더 쉬울텐데.

 

정후 망설이는 중.

 

문호 : 왜.

정후 : 내가 왜 망설이나.. 생각해봤는데. (문호를 보는) 사장님 때문인 거 같아. 혼자 냅두고 우리끼리 가기가 맘에 걸리네.

문호 : .. (보다 웃는. 어쩐지 마음이 따뜻해져서. 가슴에 손을 얹고) 감동인데.

정후 : 근데 나...

문호 : 응

정후 : 이제 얘 없으면 안 돼. 그래서 얘 때문이라면 사장님 버릴 수도 있어.

문호 : 괜찮아.

 

문호가 웃는다.

 

 

#80. 썸데이 건물 외경 / 낮

 

 

#81. 문호 집무실

 

찬영이 봉투를 들고 들어온다. (별첨)

 

찬영 : 우편물이요.

 

문호가 받아서 봉투를 찢는다.

/// 책상 위에 던져놓는 서류 한 장. 언론중재위원회 조정기일 출석요구서.

 

 

#82. 썸데이 복도

 

문호가 타블렛을 보며 걸어가는데 선재가 봉투를 하나 건네준다.

 

선재 : 검찰에서 뭐가 왔는데요.

 

 

#83. 문호 집무실

 

책상 위에 또 한 장의 서류가 얹혀진다. 출석 요구서 – 명예훼손(별첨)

그 위로 또 한 장이 얹혀진다. 출석 요구서 - 공직선거법위반(별첨)

 

 

#84. 썸데이 편집실

 

카메라니 가방을 챙기는 정후와 영신. 그 앞에서 설명 중인 문호.

 

문호 : 이 제보자는 당시 함께 일했던 인부들을 더 소개해 줄 수 있을 거야. 일단 안심시키는 거부터 시작해봐.

영신 : 예 알겠습니다.

 

하는데 입구에서 들리는 소리.

 

장부장 : 누구십니까? 어떻게 오셨는지..

 

모두 돌아보면 우루루 들어오는 신사복들.

 

문호 : (앞으로 나서며) 무슨 일입니까?

신사 : (한 명이 나서며 신분증을 보여주며) 서울 국세청 조사 4국에서 나왔습니다.

장부장 : 국세청이요?

신사 : 썸데이 뉴스 인수 자금 출처에 의혹이 있다고 제보가 들어와서요. 김문호씨?

문호 : 전데요.

신사 : 동의해주시면 바로 압수수색 들어가겠습니다. 거부하시면 강제 수색으로 실시하겠습니다.

 

문호가 양손을 들어보인다. 하라고.

신사복이 뒤의 부하들에게 손짓. 사내들이 가져온 박스들을 죽 늘어놓더니 익숙하게 각종 문서(장부 위주)들을 쓸어 담기 시작한다.

정후가 영신을 뒤로 물러서게 한다. 썸데이의 다른 직원들도 이리저리 밀려난다.

신사복 하나는 컴퓨터 앞에 앉아 외장하드를 꼽고 하드를 복사하기 시작한다.

하나는 개인 노트북들을 거둬간다.

하나는 문호의 집무실로 들어가고 있고.

여기자가 끝까지 자기 데스크탑을 끌어안고 있다가 밀려난다.

사내들이 가져온 박스에 문서들이 쌓인다.

 

 

#85. 썸데이 복도 일각

 

정후가 카메라를 들고 오다가 보면 저 구석에서 벽을 향해 선 장부장이 벽에다 이마를 콩콩 찧고 있다.

정후가 무시하고 지나가다가 멈춘다. 신경이 쓰인다.

다시 돌아가 장부장의 어깨를 톡톡 친다. 장부장이 움찔해서 돌아본다.

 

정후 : 왜요.

장부장 : 암 것도 아니야.

정후 : 예. (가려는데)

장부장 : (정후의 옷깃을 잡더니) 울 마누라가 치킨집을 하는데 시에서 위생점검을 나온 거야. 정수기에서 뭔 세균이 검출됐다고

            영업정지 당했어. 과징금이 천만원 넘을 거 같대... 뭐.. 설마 이게 우리 썸데이하고 상관이 있는 일은 아니겠지?

정후 : (갸웃.. 모른다)

 

장부장이 에혀.. 돌아서더니 다시 벽에 이마를 콩..콩.. 찧는다.

 

 

#86. 썸데이 스튜디오

 

문호가 방송을 하고 있다. 카메라를 향해

 

문호 : 지난 일주일 동안 저희 썸데이와 제가 받은 출석요구서를 보여드리겠습니다.

         (책상 위에 쌓였던 종이들을 하나씩 보여주며) 명예훼손...공직 선거법 위반...

 

 

#87. 썸데이 편집실

 

정후가 책상에 고개를 박고 자고 있다.

책상의 전화벨이 울린다. 손만 뻗어 들어서 귀에 대더니

 

정후 : 잘못 거셨습니다.

 

다시 끊으려는 수화기를 받아채 가는 영신.

 

영신 : 썸데입니다. 제보하시게요? 저희가 제보는 녹음을 하기로 되어있는데 괜찮으시겠습니까?

 

영신이 이동하려다 내려다보면 자고 있는 정후가 영신의 옷자락을 잡고 있다. 으이그..

 

 

#88. 문호네 지하 주차장 / 밤

 

문호가 차를 타고 들어오고 있다. 빈 자리를 찾아 차를 주차한다.

운전석의 문호가 벨트를 풀고 옆자리에 놓았던 가방과 사진기를 챙겨 든다.

 

 

#89. 문호네 지하주차장 입구 / 밤

 

정후가 모는 차가 들어오고 있다. 조수석에는 영신이 앉아 있다.

영신의 손은 기어에 얹혀 있고. 그 손을 감싸듯 잡고 운전하고 있는 정후. 뒷좌석에는 맥주가 두 묶음.

 

 

#90. 주차장 일각

 

문호가 차 문을 여는 순간. 그 문을 잡으며 막는 사내.

아차 순간에 조수석과 뒷좌석의 양문이 열리며 사내들이 우루루 탄다.

문호가 차 문을 막아선 사내를 거세게 밀치며 나서려지만 옆의 사내와 뒤의 사내들이 일제히 제압해 온다.

뒤에 있던 자 중의 하나가 흰 수건을 문호의 입에 막는다.

 

 

#91. 주차장 일각

 

정후가 차를 몰고 코너를 돌아오는데.

앞에서 달려오는 차. 하이빔을 켜는 바람에 정후가 눈을 찌푸리는 사이 옆을 지나쳐간다.

또 한 대의 차(문호의)가 그 뒤를 따른다.

정후가 차의 속도를 줄이며 그 차를 돌아본다.

 

영신 : 왜?

정후 : 저 차.. (문호의 차와 같은 차종이다)

 

느낌이 이상하다. 차를 슬슬 몰아간다. 옆을 본다. 거기 빈자리(문호의 차를 세웠던)가 하나 있다.

지나쳐 가다가 급정거를 하는 정후. 빠르게 차를 후진시켜 세운다.

차에서 뛰어내리는 정후. 거기 빈 자리 한쪽에 떨어져 있는 사진기.

정후가 집어 들어 작동을 해본다.

차 안에서 영신이 이쪽을 본다.

정후가 조작한 사진기 화면에 아까 찍었던 정후와 영신. 직원들 사진이 나온다.

정후가 자기 차로 달려간다. 박스에서 급히 이어셋을 꺼내 착용한다.

 

영신 : 무슨 일인데?

정후 : 아줌마. 김문호 휴대폰 추적 돼? 아 은퇴고 해고고 좀..

 

걱정이 되어 보는 영신과 시선이 마주친다.

 

정후 : 납치된 거 같아. (영신에게) 어쩔래. 나하고 갈래. 아님 김문호 집에 있을래. 아님..

영신 : 너 가면 싸우게 될 거 같지.

정후 : 아마.

 

영신이 두말없이 차 문을 열고 내리며

 

영신 : 가서 선배 델고 와.

정후 : 알았어. (차를 돌아 달려가 영신을 감싸며 입구로 가려는데)

영신 : (밀쳐내며) 뭐해. 빨리 가.

정후 : (머뭇머뭇 운전석으로 가며) 김문호 집 비번 알지?

 

영신이 손을 휘저어 보인다. 빨리 가라고.

정후가 차에 타며 한마디 더.

 

정후 : 김문호 집 현관에 걸쇠 있어. 그거까지 다 잠궈.

영신 : 알았으니까 빨리 좀 가.

 

탄 차가 출발해간다. 걱정이 돼서 보고 있는 영신.

 

 

#92. 거리 / 밤

 

문호의 차가 이동하고 있다.

앞에는 사내 둘이 운전하고 있고. (어르신 아래 안팀장 소속)

뒤에는 사내 둘이 가운데 문호를 끼고 앉아있다. 문호는 정신을 잃고 뒤로 늘어져 있다.

사내 중의 하나가 문호의 주머니를 뒤져 휴대폰을 꺼낸다.

운전하는 사내1이 백미러를 본다. 거기 오토바이 하나가 달려오고 있다.

차를 길 가에 멈춘다. 뒤에 타고 있던 사내가 창문을 연다.

오토바이가 옆에 멈춘다.

사내는 문호에게서 빼낸 휴대폰을 오토바이 사내에게 넘겨준다.

오토바이 사내가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고는 달려간다.

차가 다시 출발한다. 오토바이와는 다른 방향으로 달린다.

 

 

#93. 문호 건물 지하 엘리베이터 앞

 

영신이 올라가는 버튼을 누른다. 기다린다.

 

 

#94. 도로 / 밤

 

정후가 운전하는 차가 달리고 있다.

 

민자소리 : 그 앞에 삼거리에서 우회전.

 

정후가 우회전을 하며 앞의 차들을 살핀다.

 

 

#95. 엘리베이터 앞

 

높이 있던 엘리베이터 숫자 버튼이 차츰 아래로 내려오고 있다.

엘리베이터를 탈 생각에 영신이 심호흡을 하며 각오를 하고 있는데.

누군가 옆에 와서 선다. 영신과 나란히 서서 엘리베이터를 보고 있다.

영신이 멈추었다가 조심스레 옆을 돌아본다.

그 옆에 서 있던 오비서가 영신을 돌아보며 수줍게 웃는다.

굳어버린 영신.

// 초조해서 달리는 정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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