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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러] 20 - Goodbye 힐러

작성자수다쟁이|작성시간15.03.03|조회수2,001 목록 댓글 0

[힐러] 20 - Goodbye 힐러

 

 

 

 

 

 

 

 

 

 

#1. 정후 집

 

카메라화면의 불이 들어온다.

렌즈 앞의 정후 얼굴. 지금 자기를 향해서 카메라를 설치하는 중이다.

소파 건너편에 카메라를 설치하고 각도를 맞추고 테이블을 건너가서 소파에 자리 잡는다.

아무래도 어색하다. 흠흠..

편한 홈웨어 차림. 테이블에 놓여있던 프린트물 5-6장을 들어서 본다.

(2회에 복사해온 영신의 컴퓨터 내용 중에 있었던.. 영신이 작성한 힐러 인터뷰 질문지. 내용 별첨)

 

정후 : 질문.. 1번. (읽고) 예. 제가 힐러 맞습니다. 이름은 아실 거 없구요.

         2번. 하는 일.. 밤심부름꾼이죠. 실력은.. 뭐. 업계 최고? (당연) 3번. 이 직업이 꿈이었는가.. 질문이 뭐 이래.

         이건요. (질문지를 테이블에 던져놓으며) 남태평양에 무인도 하나 살 때까지만 할 생각이었거든요.

         찜해놓은 섬이 하나 있어서요. 그거 아직 안 팔린 거 같던데.. 암튼. 그러다 (머뭇거리고 웃더니) 여자를 하나 만났는데.

         와.. 이게 정신없더라고. 그래서 꿈을 바꿨죠. 사부가 남긴 말도 있고.

         내 여자하고 (쑥스러운..) 애들 낳고 남들처럼 살아보자. 쉬울 줄 알았지. 근데 가만 놔두질 않는 거야.

         잽으로 툭툭 치고 조인트 까대고, 그 중에 제일 열 받는 게, 내 사람들을 건드리는 거.

 

 

#2. 민자 아지트

 

안팀장을 비롯한 상수파 사내들이 몇명 들어와서 이것저것 거칠게 뒤지고 있다.

모니터들은 다 죽어있고. 안팀장은 하드가 뜯겨져 나간 본체를 보며 성질을 내고 있다.

그 중에 빈 껍데기 본체를 냅다 던져버린다.

누군가 민자가 뜨개질해서 진열해 놓았던 것들도 거칠게 쓸어서 바닥에 내동댕이쳐진다.

상수가 뒤에서 어슬렁거리다가 민자가 만들다 놓고 간 김밥을 본다.

들어서 냄새를 맡아보고 한입 베어 물어 본다. 괜찮다.

먹으면서 김밥대를 발로 툭 찬다. 쓰러지는 김밥 테이블.

누군가 지나가며 민자의 의자를 발로 차서 빈 의자가 주욱 미끄러졌다가 뭔가에 부딪혀 선다.

 

 

#3. 치수 까페 앞 길 / 밤

 

종수가 모는 썸데이 차가 와서 선다.

조수석에서 내리는 영신.

 

종수 : (운전석의 창문을 내리며) 들어가서 차 한 잔 마시고 가도 되는데.

영신 : 내일 봅시다. 운전 조심하시고.

종수 : 예에..

영신 : (손을 흔들어주며) 가세요.

종수 : 가요오.

 

종수의 차가 떠난다.

영신이 입구로 가다 보니 클로즈 간판이 걸려있다.

 

영신 : 왜 벌써 문을 닫았대?

 

이상해하며 문을 연다.

 

 

#4. 치수 까페 내부

 

들어서는 영신. 안은 조용하다. 더 들어오다가 놀라 선다.

 

영신 : 아빠.

 

거기 치수와 철민이 바 앞에 주저앉아 있는데. 테이프로 입이 가려져 있고. 손도 뒤로 묶여 있다.

둘 다 필사적으로 영신에게 도로 나가라고 신호를 보내고 있다.

영신이 놀라 머뭇거리며 뒤를 보는데.

이미 입구 쪽에서부터 막으며 다가오는 사내1. (안팀장 쪽)

그리고 카페의 이쪽 저쪽에서 사내 2.3이 더 나온다.

 

사내1 : 왜 이렇게 늦게 다니시나. 한참 기다렸네. 갑시다.

 

영신의 팔을 잡으려고 한다.

영신이 냅다 뿌리치고 바 쪽으로 달려가며 휴대폰을 꺼내며 바 안으로 도망쳐 들어가려 하는데.

사내2가 성큼 다가와 영신의 뒷덜미를 잡아챈다.

영신이 뒤로 끌려가다가 소리 지르며 가방을 냅다 뒤로 휘두르는데

그 가방을 팔로 겨우 막는 정후. (이층에서 내려온 설정)

 

정후 : 아오. (아퍼)

 

영신이 놀라 정후를 보고 아래를 본다.

아까 자신의 뒷덜미를 잡으려 했던 사내는 이미 쓰러졌다가 기어서 멀어진다.

 

정후 : 좀 보구 때리지.

영신 : 정후야. (놀라다가 옆을 보면)

 

남은 사내 둘이 정후에게 다가온다.

정후가 영신을 막아서며.

 

정후 : 눈 감어.

 

영신 눈을 감는다. 그러다가 실눈을 뜨고 본다.

정후는 사내들 쪽으로 마주 가면서도 시선은 치수에게.

 

정후 : (정후버전) 안녕하세요. 사실은 제가..

 

하다가 공격해오는 사내를 막아 반격하고.

 

정후 : 서정후라고 합니다.

 

놀라고 있는 치수와 철민에게, 쪼르르 달려와 테이프를 떼어내 주는 영신.

그 앞에서 정후가 별로 웃지도 않고. 공격해 오는 사내들을 막고 반격하며.

 

정후 : 사정이 있어서 본명을 말씀드리지 못했습니다. 채영신 너 눈 뜨고 있어도 괜찮아?

영신 : 안 봐.

 

정후는 싸우고 대화를 하면서 넘어진 의자는 다시 세우고.

사내가 쳐서 떨어질 뻔한 컵은 잽싸게 받아서 다시 놓고.

자기가 쳐서 탁자 위로 넘어질 뻔한 사내를 얼른 잡아서 탁자에 피해가 안 가게 옆의 바닥에 쓰러뜨리고.

그 사이 묶인 것에서 풀려난 치수와 철민이 비실비실 일어나 얼이 빠져서 정후를 보고 있다.

 

정후 : (좀 숨이 차서) 당분간 이런 놈들이 또 찾아올지 모르겠습니다.

 

정후의 옆에서 꿈틀거리며 일어나려는 사내.

 

정후 : 영신아.

영신 : 감았어. (눈을 감는)

 

정후가 어떻게 했는지 뭔가에 부딪히는 소리가 들린다.

 

영신 : 됐어?

정후 : 어.

 

영신이 눈을 떠보니 사내는 다시 기절해있고.

정후가 그 사내의 주머니에서 삐져나온 청테이프를 꺼내 사내의 손목을 돌려 묶으며.

 

정후 : 죄송합니다. 이 사람들이 들으면 곤란한 얘기를 해야 돼서요.

 

치수와 철민이 질려서 보고 있다.

 

정후 : 경찰에 전화부터 하세요.

철민 : 예. 알겠습니다. (기합이 들어가서)

정후 : 가게에 강도가 들었다고 하시구요. 제 얘긴 빼주시고요.

철민 : 예 그러겠습니다. (전화기를 찾아 달려가는)

 

일어서는 정후의 앞을 막아서는 치수.

 

치수 : 이름이 봉수가 아니라고.

정후 : 아닙니다.

치수 : 우리가 위험하다는 건가. 우리 영신이도?

정후 : 지금은 그렇습니다.

치수 : 무슨 일인지 설명을 해봐.

 

정후. 난처해진다. 모자를 벗고 치수에게.

 

정후 : 제 아버지. 사부. 영신이 친아버지가 어떤 놈들 때문에 죽었습니다.

 

치수가 놀라서 영신을 본다.

영신이 끄덕인다.

 

정후 : 그랬는데.. (설명은 어렵다. 영신을 본다)

영신 : (정후의 옆으로 붙으며) 우리 아버지들이 기자였거든. 그놈들 비리를 밝히다 돌아가셨대요.

         근데 아무도 그놈들한테 잘못했다고 벌주는 사람이 없었어. 그니까 계속 같은 짓을 하는 거야. 지금도 그때처럼 계속.

         그래서 얘가 싸우고 있어. 이제 쫌 그만하라고. 그랬더니 이렇게 치사한 짓을 하는 거지.

         얘를 협박하느라고 나한테 이런 놈들을 보낸 거야.

 

정후.. 계속 끄덕이며 동조하다가 치수에게.

 

정후 : 그렇습니다.

치수 : 아니 그러니까.. 기자하고.. 살인범하고.. 뭐?

정후 : 그런 의미에서 영신이를 데려가야겠습니다.

치수 : (보다가 철민을 보더니) 얘가 뭐래는 거야.

정후 : 방금 보신 것처럼 위험해서요. 우리가 가진 안전가옥이 몇 채 있어서..

치수 : (왈칵 정후의 멱살을 잡으려다가.. 다시 놓으며.. 애써 점잖게)

         곤란하네. 내 딸을 자기 이름도 오락가락하는 놈에게 내주라고.. (고개를 젓는) 어림도 없지.

정후 : (이어셋을 조정하더니) 곤란하시다는데?

 

치수와 철민이 본다. 뭐하는 거지?

 

정후 : (치수에게) 바로 옆집을 빌리거나 살 수 있는지 알아보겠답니다. 그럼 여기를 안가로 정하고 다시 오겠습니다.

 

입구 쪽으로 가다가 다시 온다. 영신의 앞에 서더니.

 

정후 : ...5초만.

 

하더니 끌어안는다.

영신이 웃더니 마주 안아 준다.

치수가 울컥 나서려는데. 철민이 치수를 딱 잡고 놓아주지 않으며 손으로 5를 표시해 보인다.

정후, 영신을 겨우 놓아주고 물러서며. 후우.

 

정후 : 됐다.

 

그러나 영신이 정후의 옷깃을 잡아 끌어당기더니.

 

영신 : 빨리 와.

정후 : 알았어.

 

정후가 영신의 손을 잡아 내려주고 입구 쪽으로 간다.

치수가 뭐라 한마디 하려는데 정후가 다시 돌아온다. (언젠가와 비슷하게. 심각한 얼굴로)

치수와 그 옆에 철민까지 완전 긴장해서 어어어...

정후가 바로 영신의 앞까지 와서. 영신의 옆 테이블에 놓았던 자기 모자를 집어 들더니. 살짝 웃고 나간다.

얼어버린 치수와 철민 옆에서 영신이 괜히 크게 웃는다. 정후가 간 쪽을 가리켜가며.

 

 

#5. 문호 집 거실 / 아침

 

창 밖으로 보이는 도시. 명희가 보고 있다가.

 

명희 : 어쩜 이렇게 집이 많니? 저 집 하나하나에 사람이 다 있다는 거잖아.

문호 : (웃고) 좀 있으면 간호사분 올 거야. 더 필요한 거 있음 전화하고.

명희 : 그래.

 

문호, 가방을 들고 가려다가 명희의 앞으로 오더니 자세를 낮춰서.

 

문호 : 오늘 저녁 같이 먹자.

명희 : 준비는 내가. 설거지는 니가.

문호 : 누나한테 할 말이 있어. 오늘 밤에 할게. 할 거야.

명희 : (문호의 옷깃을 바로잡아주며) 기다릴게. 다녀와.

 

문호가 서둘러 나간다. 문이 닫히는 소리.

명희가 다시 도시를 본다. 잔잔한 미소.

풍경을 보다가 자그맣게 멜로디를 넣어서 불러본다.

 

명희 : 민주야 민주야 어디 있니.. 여기 있다.

 

 

#6. 문호 엘리베이터 안

 

문호가 혼자 타고 내려오는데. 휴대폰 전화벨. 받아서.

 

문호 : 김문홉니다.

 

 

#7. 지하주차장

 

문호가 입구에서 나오며 전화를 받고 있다.

 

문호 : 제보를 하실 게 있으면 저희 썸데이에 직접... 어디 계신다구요?

 

하며 주차장을 둘러본다.

저만치 거기 주차되어있던 차들 중 한 대에서 실내등이 켜진다.

차 안을 살펴보니 젊은 여자가 뒷좌석에 앉아있다.

문호가 주위를 살펴보고 다가간다.

여자가 안쪽으로 물러나 앉는다. 들어와 옆에 앉으라는 듯.

이제 보니 여자는 여고생 교복을 입고 있다.

문호가 보다가 다가가 차 문을 열고 밖에 선 채 들여다보며.

 

문호 : 김문혼데요. 학생이 좀 전에 전화한 거에요?

여자 : (끄덕인다)

문호 : 어르신 관계 제보를 하겠다고? 학생이 어르신을 어떻게 알지.

여자 : (고개를 숙인 채 대답이 없다)

문호 : (의심스러워지며) 학생. 나 좀 볼래요?

 

하는데 여자애가 한 손바닥을 펴보인다. 손바닥에 굵게 [도와주세요]라고 쓰여 있다.

그리고는 옆으로 스르르 기울어진다.

문호가 놀라서 차 안으로 들어가 받아 안는다.

 

문호 : 이봐요. 학생.

 

하는데 이쪽에서 그 모습을 찍는 카메라. 셔터 소리. 연이어서.

문호가 학생을 안아 얼굴을 살펴보는 모습도 교묘한 각도로 찍힌다. 마치 입을 맞추듯.

문호가 그제야 앞을 본다.

거기 차 앞에 아예 똑바로 서서 사진을 찍어대고 있는 남자.

문호가 자기 품 안에 학생을 내려다본다.

학생이 부스스 몸을 일으키더니 문 반대쪽으로 나가 도망친다.

문호가 그제야 파악이 돼서. 차에서 튀어 내려 남자에게 달려가려는데.

이미 저만치 달리는 남자.

남자가 뒤를 돌아보고 문호와의 거리에 안심하는데.

주차된 차 옆에서 스윽 나온 누군가가 그 다리를 걸어버린다. 엎어지는 남자.

대용이 다가서서 남자의 손에서 카메라를 뺏어 들더니 카드를 빼낸다.

숨이 차서 달려온 문호가 놀라고 반가워서 본다.

 

문호 : 어. 정후 친구!

대용 : (대충 손을 올려 경례해주고. 엎어진 사내가 도망치려는 것을 다시 걷어차고 뒷덜미를 잡아서 끌고 간다)

민자소리 : 경계심이라고는 똥두간의 휴지로 쓸래도 없어.

 

문호가 돌아보니 거기 차 사이에 서 있는 민자.

 

민자 : 당신같이 이름 팔고 사는 인간은 죽이는 거보다 이쪽이 효과가 있다는 거 왜 모르나.

문호 : (목소리를 알아들었다) 혹시 정후하고 같이 일하시는.,,

민자 : 김문호 기자가 미성년자와 여차저차했대드라. 거기에 사진 한방이면 당신은 끝이야.

         나중에 아니란 거 밝혀봤자. 아님 말고 땡.

문호 : (웃는) 그러네요.

민자 : 고성철 기억해요?

문호 : LA에서 왔다가 살해당한 자요?

 

민자가 USB를 던져준다. 문호가 겨우 받는다.

 

민자 : 이게 그 자가 갖고 온 동영상의 카피본.

문호 : 이걸 어떻게..

민자 : 내가 갖고 있는 고객님들의 어마어마한 정보를 보면. 김문호 당신. 바로 까무라칠 걸?

         아 그리고.. 당분간 썸데이 쪽으로는 가지 않는 게 좋아.

 

 

#8. 썸데이 건물 앞 / 낮

 

장부장이 오다가 멈칫거리며 본다.

 

민자소리 : 거기 당신한테 맞아서 전치 2주쯤 나왔다고 증언할 사람이 많거든.

 

썸데이 건물 바로 앞에 모여 있는 십여 명의 노인네들. 이마에 띠를 두르고 있다.

길다란 현수막 한 장을 바닥에 늘어놓고 돌멩이로 고정시켜 놨다. [허위선동 왜곡보도 썸데이 폐간하라]

50대 60대의 노인네들 이마에 두른 띠에는 [악마선동 김문호] [거짓방송 나라분열][쓰레기 김문호] 등이 보인다.

노인네들은 양지바른 곳에 모여 이야기하고 있다가 다가오는 장부장을 본다.

장부장이 우물쭈물 하는데 옆에서 다가오는 우체부.

 

우체부 : 저 건물에서 일하세요?

 

하며 내미는 작은 소포 상자.

// 경과 장부장이 소포를 든 채 건물로 다가가자.

어른들이 일제히 장부장에게 몰려든다. 그 중에 누구는 소고를 쳐대고. 누구는 구호를 외치며 장부장을 에워싼다.

 

노인 : 김문호 처벌하라. 모두 처벌하라.

노인 : 악마기자 김문호 사죄하라. 모두 사죄하라.

 

 

#9. 썸데이 건물 로비

 

장부장이 간신이 피해서 들어온다. 문 앞까지 몰려들며 구호를 외치는 이들.

돌아보니 계단 쯤에 찬영과 선재가 겁이 나서 내려다보고 있다.

 

장부장 : 할아버지들이 랩을 배우시네. 처벌하라 예이. 사죄하라 예!

 

하면서 손에 들린 소포 상자를 흔들어댄다.

 

 

#10. 썸데이 편집실

 

장부장. 선재 찬영이 들어오는데.

입구 쪽에 뻣뻣하게 서있는 종수.

 

장부장 : 왜?

 

종수가 한 곳을 가리킨다. 거기 활동복 차림의 정후가 영신의 서랍을 뒤지고 있다.

 

장부장 : 뭐야 도둑이야?

종수 : 아니 그게 아니고..

 

하는데 정후가 몸을 일으키더니 모두를 본다. 손에는 녹음기를 들고. (19회의)

 

정후 : (정후버전) 필요한 게 있어서 잠깐.

 

하고는 책상에 걸터앉아 능숙하게 휴대폰과 녹음기를 연결하고 귀의 이어셋으로 통화.

 

정후 : 놈들이 원했던 녹음이 이거야. 러시아에서 온 제보.

 

 

#11. 치수 까페 외경 / 낮

 

안에서 철민이 나오더니 문 앞에 안내판을 붙인다. [ 당분간 휴업합니다 ]

 

 

#12. 까페 내부

 

치수는 바 뒤에서 구경 중이고.

까페의 구석 공간은 이미 민자의 사무실처럼 되어있다. 테이블에 노트북 세 개를 주리리 늘어놓고.

민자는 의자에 양반다리로 올라앉아. 문호는 그 옆에서.

그 위로 들리는 녹음소리.

 

영신소리 : 녹음 시작하겠습니다. 저는 썸데이에 채영신 기자고요. 제보하시는 분 성함을 여쭤 봐도 될까요.

재윤소리 : 지금 제가 러시아에서 전화를 하고 있는 거거든요 김문호 기자하고 통화하고 싶은데요. 다른 사람은 제가 못 믿어요.

 

 

#13. 썸데이 편집실

 

다른 직원들이 모두 구경하는 앞에서 정후는 별 생각 없이 녹음의 나머지 부분을 전하며 듣고 있다.

 

영신소리 : 김문호 기자가 지금 자리에 없어서요. 저에게 말씀해주시면..

재윤소리 : (초조한 듯) 내 이름은 김재윤. 러시아 니콜라이 코즐로프 박사 밑에서 일하는 연구원이고요. 난..

 

하다가 끊어진다.

기차역인지 뒤에서 러시아말의 열차편 안내가 들리고 웅성거리는 배경음.

 

정후 : 녹음은 여기까지고. 놈들도 여기까지 다 들었어. 이 정도로 뭐가 나오겠어? (듣더니) 알았어. 난 여기서 철수.

 

휴대폰 등을 챙기며 일어나서 거기 주리리 서 있는 사람들 쪽으로 온다.

 

종수 : 근데 어디로 들어왔어요? 내가 여기 계속 있었는데. 잠깐 이렇게 눈을 감았다가 떴더니.. 앞에 딱 있는 거야. 와. 놀라서..

 

정후가 잠시 난감해한다. 인사를 해야 하는데. 뭐라 하지.

 

장부장 : 박봉수? 오늘 뭔가 느낌이 다르네?

찬영 : 패션이 다르잖아요.

선재 : 얼굴도 좀 다른데? 뭐지?

 

정후가 다짜고짜 장부장과 악수를 하다가 장부장 손에 들린 소포의 주소를 보더니 (한글로 된 주소인데. 우편스탬프는 러시아어)

 

정후 : 이건 제가 배달.

 

장부장이 언제 줬는지도 모르게 이미 정후의 손에 가 있다.

정후가 찬영. 선재와 빠르게 악수를 하고 종수가 얼결에 손을 내미는데. 그 머리를 헝클여 주고.

탕비실 쪽으로 가다가 다시 돌아와 여기자를 본다.

여기자는 머리에 샴푸칠을 하고 있다가 본다.

정후가 그 머리를 북적북적 해주고 다시 간다.

 

장부장 : 쟤 뭐하는 거니,

선재 : 뭔가 이별을 하는 거 같은데요.

여기자 : 이별하고 나면 문으로 가야지 왜 일루 갑니까. 이쪽에는 나가는 문이 없습니다.

 

조용하다. 찬영이 쫓아가 본다. 돌아보더니

 

찬영 : 없어졌는데요.

 

사람들이 우루루 와서 찾아본다. 여기자도 기웃해서 보고. 그 위로.

 

정후소리 : 질문.. 그동안 작업하면서 기억나는 사람?

 

 

#14. 정후 방

 

비어있는 소파가 보이는 화면 위로.

 

정후소리 : 난 원래 사람 이름 안 외워요. 일할 때 필요한 이름은 내 파트너가 전송해주고. 일 끝나면 삭제.

 

정후가 맥주 캔을 따며 화면 안으로 들어와 소파에 편히 앉으며.

 

정후 : 내 일이란 게 아주 단순하거든. 의뢰를 받고. 해치우고. 집에 와서 맥주 한 캔 따고. 그럼 끝. 그러니 뭐 해줄 얘기가 없는데..

         (질문지를 보는) 이제까지 맡았던 의뢰 중에 가장 어려웠던 건 뭔가..

 

정후가 생각해보는데. 떠오르는 기억. 슬며시 미소.

흠.. 표정관리를 하더니

 

정후 : 여자를 찾는 일이었는데요.

 

플래시처럼 스치는 영상.

#15. 회상 2부 #9. 버스안. 넘어지는 영신을 잡아주는 정후. 짧게

 

정후소리 : 처음 만난 게 버스 안이었죠.

 

 

#16. 정후 방

 

정후 : 그 때 얼굴은 기억 안나요. 관심 없었거든. 근데 그 여자가 날 쫓아 온 거야. 겁도 없이.

 

 

#17. 회상 2부 #18. 화장실 내부

 

반항하며 빠져나가려는 영신을 한 바퀴 돌려 뒤에서 잡는 정후.

 

영신 : 아파요.

 

 

#18. 정후 방

 

정후가 어쩐지 쓸쓸한 얼굴.

 

정후 : 처음부터.. 내가 아프게 했어요. 폭력 같은 거 보면 숨도 못 쉬는 사람인데.. 몰랐거든.

         생각해보니까 그 여자. 날 만난 뒤로 인생 제대로 꼬였지. 많이 울고. 아프고. 죽을 뻔 하고... 원래 참 잘 웃는 사람인데.

         (화면을 보더니 미소) 잊지 마라. 기본이 잘 웃는 사람이란 거. (그런 말을 한 게 쑥스러워) 어.. 가만 있어봐. 질문이 뭐였지.

 

질문지를 다시 들여다본다.

 

 

#19. 까페 내부

 

영신이 집중하느라 사팔이 되어가며 보고 있다.

민자가 문호에게 건네줬던 USB다.

 

영신 : 이게 문제의 그 엘에이 동영상이다 이거죠.

 

구석 공간에는 민자가. 이쪽에는 문호가. 앉아서.

민자는 뜨개질 중.

 

문호 : 그 동영상 하나로 몇 명이 죽었는지 몰라. 처음 그거 찍은 프리랜서 기자가 죽었고.

민자 : 그거 훔쳐서 한국에 팔아먹으려던 고성철이도 죽었지.

문호 : 그 고성철의 죽음을 덮기 위해 황재국까지 죽었다고 봐야죠?

 

영신이 슬그머니 USB를 내려놓고 밀어놓는다.

문호가 웃으며 받아가서 자기 노트북에 꼽는다.

 

영신 : 근데. 정후는 왜 안 와요. 밤이 다 됐는데.

민자 : 아직 못 와.

영신 : 왜요.

민자 : 기다리는 중이거든.

영신 : 뭘요.

민자 : 좋은 소식.

 

 

#20. 지붕 위 / 밤

 

정후가 무료하게 앉아서 멀리를 보고 있다. 다리를 뻗고 까딱거리며 기다리는 중이다.

저도 모르게.. 노래 비슷한 것을 흥얼거려본다. 음정 박자 다 안 맞는.

 

정후 : 선뜻선뜻.. 잊읍시다. 간밤 꾸었던...

 

그러다 정신이 난다. 내가 지금 뭐하고 있는 거지. 자세를 바로 한다.

정후가 바라보고 있는 야경.

 

 

#21. 경찰서 근처 길 / 밤

 

윤동원이 차 쪽으로 걸어오고 있다. 얼굴이 영 좋지가 않다. 운전석으로 들어가 앉는다.

거기 본넷에 올려져 있는 민자가 준 고물 휴대폰. 내키지 않지만 집어 든다.

 

 

#22. 까페 내부 구석 / 윤동원 차 내부

 

울리는 전화벨.

(까페의 다른 곳은 조용하다. 다들 자러 가고. 늦은 밤. 민자 혼자 있었다)

민자가 후딱 받아서 통화를 누른다.

노트북의 스피커로 들리는 윤의 목소리.

 

민자 : 어떻게 됐어.

윤동원 : 증거보관실 갔는데. (말을 잇지 못하는)

민자 : 말을 해.

윤동원 : 박동철 살인 도구. 쇠파이프에 지문은 없어요.

 

 

#23. 지붕 위

 

정후가 귀 기울여 듣고 있다.

 

민자소리 : 지문 채취는 벌써 했을 거 아냐.

윤소리 : 기록도 없고. 증거물인 파이프가 깨끗하다고. 피 한 방울 없어.

민자소리 : 그럼 우리가 보내준 지문리스트는.

윤소리 : 뭐.. 어디 대조할 게 있어야 필요한 거지.

 

정후가 후우 숨을 쉰다. 답답하다. 이어셋을 빼려는데.

 

윤소리 : 방금.. 떴네. 내가 검색 걸어놨거든요. 여기..

 

정후가 숨죽여 듣는다.

 

 

#24. 까페 내부 구석

 

민자가 빠르게 노트북 자판을 쳐서 연결한다.

 

윤소리 : 15분 전에 서초경찰서로 파일이 전송되어 왔댑니다. 박동철 살인범 자백 동영상.

 

화면을 보고 있는 민자의 굳은 얼굴. 그 위로 들리는 목소리.

 

정후소리 : 내 이름은 서정훕니다.

 

 

#25. 지붕 위

 

정후가 눈을 질끈 감는다.

 

정후소리 : 지난 1월 21일 성모성당 뒷마당에서 있었던 박동철 살해사건.

 

 

#26. 까페 내부 구석

 

노트북의 화면에 보이는 정후의 얼굴. 썸데이 스튜디오에서 찍힌 그 영상이다.

 

정후 : 제가 저질렀습니다. 박동철이 노름빚을 안 갚아서 실랑이를 하다가..

 

민자가 노트북 뚜껑을 닫아버린다. 울컥한다.

대포폰에서 윤동원이 말하고 있다.

 

윤 : 선배. 이제 얘기 좀 해주지. 여기 서 정후. 선배하고 어떤 사이에요.

민자 : (대포 폰을 들어 입에 대더니) 같은 나라 국민 사이다.

 

하더니 끊어버린다. 그러다 멈칫 고개를 든다.

저 앞 어둠 속에서 영신이 빤히 보고 있다.

 

민자 : 들었냐.

정후소리 : 잘 들리네. 그럼.. 이제 어떻게 되는 거야.

 

영신이 굳어버린 듯.. 보다가 비틀해서 다가온다.

그런 영신을 빤히 보면서

 

민자 : 범인이 자백은 했는데 안 나타나면 전국적으로 수배 때리겠지. 풀HD 화질의 니 얼굴을 대량으로 찍어서.

 

..영신이 민자를 보는데 눈물이 그새 그렁해졌다.

 

 

#27. 지붕 위

 

정후 : (잠시 앞을 보고 있다가) 어쩐지 너무 쉽다 했어. (굳은 어깨를 풀고) 그럼. 이제 플랜 B

민자 : 플랜비가 뭔데.

정후 : 이제부터 만들어야지.

민자 : 정후야.

정후 : 어.

민자 : 내 앞에 채영신이 있다. 다 들었어.

 

정후가 멈췄다. 뭐라 말을 할 수가 없어서.. 머뭇거리는데.

// 까페의 영신과 이분할.

 

영신 : (얼른 눈물을 닦아내고 목소리를 가다듬더니 웃는 얼굴로) 서정후.

정후 : ... 어.

영신 : 우리, 니가 잡히기 전에 그 미친 늙은이를 잡자. 그럼 돼.

정후 : (영신의 씩씩한 말투에 좀 안심이 돼서 미소) 그래.

영신 : 만약에.. 만약에 그 늙은이를 잡아도 안 되면. 우리 같이 도망가자.

정후 : ..바보냐. 니 아버지랑 엄마는 어쩌구.

영신 : 아버진 이해해줄 거고. 엄마는 내가 있는지도 모르니까 괜찮아. 세상에는 아무도 우릴 찾지 못할 데가 엄청 많거든.

         그니까 걱정 마. 내가 다 알아볼게.

정후 : (마음이 아파서 듣기만)

영신 : 정후야. 내 말 듣고 있어?

 

정후. 아무 말 없이 허공을 보고 있다.

영신이 한 번 더 정후야.. 하고 부르는 소리가 들리는 위로.

 

정후소리 : 세상에 어떤 놈이 지 여자를 도망자로 만드나. 채영신은 진짜.. 뭘 너무 모르는 거다.

 

정후가 자리에서 일어난다. 허리 운동을 하고. 그리고 달린다. (뛰어내린다)

 

 

#28. 치수 까페 앞 골목 / 밤

 

골목에 주루루 주차되어있는 차.

그 중의 한 대, 배달차에 타고 있는 사내 두 명(대용의 패거리). 뒤를 돌아본다.

거기 차 한 대가 오고 있다.

까페 근처의 어딘가 설치된 CCTV. 건너편에 다른 차. 그 안에도 두 명.

민자가 까페를 지키기 위해 세워놓은 보초들이다.

 

 

#29. 까페 내부

 

민자가 노트북의 화면을 보며

 

민자 : 손님이 오나 부다.

 

앞에 테이블에서 노트북 위에 이마를 박고 있던 영신이 고개를 든다.

돌아보면 거기 들어오고 있는 명희와 명희의 휠체어를 밀고 있는 문호.

영신이 급히 달려간다.

민자는 옆에 있던 챙 넓은 모자를 들어 머리에 써서 얼굴을 가리며 잘 자세. 사람 만나 인사하는 게 제일 귀찮다.

// 명희가 영신을 향해 두 손을 내민다.

영신이 그 손을 마주 잡는다. 마음이 울적하던 참이라. 왠지 울먹해지면서. 웃는다.

 

문호 : 누나가 음식을 잔뜩 싸왔는데.

 

하며 들어 보이는 여러 층의 찬합.

 

 

#30. 치수의 사무실

 

거기 있던 영신의 어린 시절 사진을 들어 보는 명희.

그 뒤에서 치수가 급히 윗도리를 입으며 들어서다가 멈춘다.

명희가 사진을 보며 울고 있다.

치수가 어정쩡해서 들어가지도 나가지도 못한다.

명희가 돌아서다가 치수를 보더니 울며 웃으며.

 

명희 : 영신이 아버님?

치수 : 아예. 안녕하세요. 채치수라고 합니다.

명희 : 죄송해요. 사진의 아이가 너무 이뻐서.

치수 : 우리 영신이가 이쁘긴 좀..

명희 : 어쩜 이렇게 밝게 따뜻하게 따님을 키우셨대요.

치수 : 아.. 하하. 남들도 다 놀라더라고요.

 

 

#31. 치수네 이층 거실

 

계단을 올라오던 영신이 멈춰서 본다.

거기 치수와 명희가 나란히 휠체어와 의자에 앉아서 치수는 두꺼운 앨범을 보여주며 한 장 한 장 얘기를 하느라 정신이 없고.

명희는 연방 웃으며 들으며 보고 있다.

 

영신소리 : 어쩜.. 친엄만 알고 계신가부다.. 생각했어. 아마 난 친엄마를 닮았나봐.

 

 

#32. 까페 / 밤

 

문호와 영신이 함께 노트북 화면을 들여다보고 있다. LA 동영상 내용이다.

영신이 보면서 재빨리 노트북 타자를 친다. 프리뷰를 하는 중. (영상의 내용을 그대로 받아 적는. 화면 + 인터뷰 내용)

 

영신소리 : 내가 그러잖아. 겁이 나면 말을 못하는 거. 겁이 나면 더 웃는 거.

               넌. 겁이 나면 혼자가 되지. 겁내는 걸 보여주기 싫어서 그래?

 

영신이 어두운 창밖을 돌아본다.

 

영신소리 : 정후야. 혼자 어디서 뭐하고 있어.

 

 

#33. 길 가 / 밤

 

세워져 있는 정후의 차.

운전석에 앉은 정후가 실내등을 켠다. 커터칼로 소포를 뜯는다. 주소가 손상되지 않게.

작은 박스를 싸고 있는 포장지는 벗겨내서 접어 주머니에 잘 넣는다.

박스를 열자 완충재들 가운데 지퍼 비닐백에 담긴 휴대폰A가 있다.

정후가 휴대폰A를 꺼내 전원을 켠다. 차의 박스를 열더니 휴대폰B를 꺼낸다. 둘을 나란히 놓고 본다.

휴대폰A의 전원이 켜진다. 바탕화면에 커다랗게 글자가 보인다. [TO 김문호]

 

 

#34. 명희 부엌

 

불이 꺼져서 어둡다.

어두운 부엌을 가로질러 가는 정후. 안쪽의 서재 문이 열리며 오비서가 나온다.

오비서가 이만치 왔을 때 이미 정후는 어둠 속에 숨어 보이지 않는다.

오비서가 지나가고 다시 모습을 드러낸 정후가 서재 쪽으로 움직인다.

 

 

#35. 문식의 서재

 

문이 조용히 열리고. 정후가 들어선다.

문을 닫다가 멈칫. 문식의 웃는 소리가 들린다.

정후가 소리 없이 그늘로 숨어든다. 누군가 손님이 있는가 해서.

 

문식 : 인마. 넌 아직 모르는 거야.

 

정후가 조심스레 고개를 빼어 살펴본다.

거기 문식이 소파 쪽에 앉아있는데. 혼자다. 방안의 어디를 봐도 아무도 없다.

그런데 문식은 즐거운 듯. 오랜 친구라도 만난 듯 얘기하고 있다.

 

문식 : 니가 사랑을 하면 얼마나 했어. 기껏 10년? 그걸로 뭘 알어. 날 봐. 이십년을 넘어 삼십년이 돼가요.

         이 정도는 돼야 사랑을 논하지.

 

문식의 눈에만 보이는. 소파 건너편에 앉은 젊은 길한.

길한이 웃으며

 

길한 : 사랑을 시간으로 재는 놈이 어딨냐. 단 하루짜리라도 그 깊이와 진정성. 그게 중요한 거지.

문식 : 하여간 이 자식은 옛날부터 말이 너무 번드르해. 재수없어 야.

 

소파의 옆까지 다가온 정후가 문식을 보고.

문식이 보고 있는 자기 앞자리를 본다. 비어있는 자리.

문식이 정후를 봤다.

 

문식 : 어. 준석이 아들 왔네. 앉어. 뭐해.

 

정후가 문식의 건너편 자리에 앉는다.

 

문식 : 정후 너 문식이 삼촌 알지? (하며 앞의 길한을 가리킨다)

정후 : (문식을 살펴보며) 아저씨가 김문식이잖아요.

문식 : 젊은 애들이 왜 이렇게 이름을 헷갈리나 몰라. 난 오길한이고. 니 옆에 삼촌이 김문식.

 

문식이 양주잔을 들어 마시며 웃는다.

문식의 눈에는 길한이 정후를 살펴보는 게 보인다.

 

길한 : 준석이하고 닮았네.

문식 : 그래서 첨 볼 때부터 마음이 안 좋드라고. 근데 겉에만 닮으면 뭐해.

길한 : 기대를 버려. 요즘 애들, 우리 때의 그 패기.. 열정.. 그런 거 안 돼.

문식 : 내 말이.

길한 : 요즘처럼 풍족한 세대엔 그런 정신 못 나와.

 

문식이 흡족해서 술을 마신다.

정후가 조용히 일어선다.

 

정후 : 이 아저씨 언제부터 이렇게 맛이 갔어요?

 

뒤쪽에 언제부턴가 들어 와있던 오비서가 조용히 대답한다.

 

오비서 : 계속 그러시는 건 아닙니다. 저녁에 술 한 잔 하시면 이렇게..

 

 

#36. 서재 밖

 

먼저 나오는 정후. 뒤를 돌아본다. 문식이 기분 좋게 웃고 있다.

오비서가 따라 나와 문을 닫는다.

 

정후 : 안에 있는 아저씨에게 부탁하려고 왔는데. 할 수 없네.

 

주머니를 뒤지더니 오비서의 휴대폰.(17부#45의)을 꺼낸다.

 

정후 : 저번에 압수했던 아저씨 꺼. 이 안에 재미있는 전화번호 많던데.

 

내밀어 준다. 오비서가 받으려 하자 손을 다른 데로 뻗는다.

오비서가 휴대폰에 신경을 쓰는 사이. 정후가 오비서의 주머니에 작은 도청장치를 슥 넣는다.

그리고 웃으면서 휴대폰을 내준다. 받아드는 오비서.

 

정후 : 어르신 좀 만나야겠어요.

오비서 : 아무나 아무 때나 만날 수 있는 분이 아니라..

 

정후가 주머니에서 꺼낸 소포 포장지를 보여준다.

 

정후 : 러시아에서 소포가 왔거든요. 어르신한테 전화 해봐요. 요즘 이 나라에 관심 많으시던데.

 

 

#37. 지하바

 

입구로 들어오는 오비서. 그 뒤를 따르는 정후.

언제나처럼 바의 곳곳에 서있는 정장들.

입구 쪽에 있던 정장 둘이 정후를 가로막더니 주머니를 뒤진다.

정후는 양손을 벌리고 서서 당하면서 본다.

바 너머에 서 있는 어르신. 그리고 한 쪽 구석에 서있는 안팀장.

정장들이 정후의 휴대폰. 시계. 귀의 이어셋까지 샅샅이 빼서 쟁반에 얹는다. 바지를 올려 발목도 뒤져본다.

그러는 사이 오비서는 어르신에게 소포 포장지를 건네주고 구석으로 가서 조용히 서 있다.

 

정후 : (정장에게) 할아버지 기다리시는데.

 

정장이 비켜준다.

정후가 어르신 앞으로 가는 듯 하더니 방향을 돌려 오비서에게 돌진하듯 간다.

오비서를 벽으로 밀친다. 오비서의 목을 팔꿈치로 밀어 누르며 몸으로 가린 상태에서

다른 한 손으로는 아까 오비서의 주머니에 넣었던 도청장치를 빼낸다.

정장들이 우루루 달려와 떼어놓는다.

오비서가 놀라서 본다.

정후가 자신을 잡고 있는 정장들을 떨쳐내고 어르신 앞으로 와서 스툴 하나를 빼 앉는다.

 

어르신 : 어찌 그리 화를 내.

정후 : 저 인간 보면 괜히 울컥해서요. 울 사부를 죽인 놈인데 너무 잘 살고 있으니까.

         (그런 말을 하면서 손 안에 있던 도청기를 바 테이블 아래 틈새로 밀어 넣는다)

어르신 : (소포 포장을 들어 보이며) 안에 내용은?

정후 : 갖다 주면 내 수배 풀어줘요? 경찰에 보낸 동영상도 지워주고?

어르신 : 물건 먼저 가져오고.

 

정후가 보다가 일어난다. 더 볼일 없다는 듯이 입구 쪽으로 가서 쟁반의 자기 물건을 쓸어 담는다. 그러는데.

 

어르신 : 소포에 뭐가 들었었나?

정후 : 휴대폰 하나.

어르신 : 그 안에는?

정후 : 동영상 한 개. 무슨 마을회관 같은데서 사람들이 쓰러지고 토하고 그러는 거.

어르신 : 아가. 아직 모르겠어? 내가 널 데리고 있으면 아무도 못 건드려. 살인범이든 뭐든. 괜찮다니까.

 

정후가 어르신을 잠시 보다가 방금 거둔 휴대폰B를 들고 어르신 앞으로 간다. 다시 앉더니.

 

정후 : 내가.. 좀 힘들어요. 난 바라는 게 진짜 별거 없거든요. 나하고 내 여자하고 둘이 편하게 사는 거요.

         이렇게 맨날 경찰에 쫓기고 할아버지 사람들한테 위협받고.. 나 혼자는 괜찮은데 내 여자까지 이러는 건 못 참겠어요.

어르신 : 그럼 우선 그 여자가 보낸 거 어디 있니.

 

정후가 잡고 있던 휴대폰B를 밀어준다.

안팀장이 얼른 와서 휴대폰을 열어 내용을 체크해본다.

 

안팀장 : 두곡리 동영상이 있습니다. 틀림없네요.

어르신 : 그 여자가 이걸 김문호에게 보내려고 했단 말이지. 그런데 네가 이걸 중간에 빼내왔고.

정후 : (끄덕이는)

어르신 : (미소) 잘했구나.

 

 

#38. 까페 앞 / 밤

 

오토바이가 하나 달려온다. 까페 앞에서 멈추더니 헬멧을 벗는다. 대용이다.

 

 

#39. 까페 내부

 

들어오는 대용. 기다리던 문호와 영신. 민자.

대용이 주머니에서 지퍼 비닐에 든 휴대폰A를 내준다.

영신이 얼른 받아서 전원을 켠다. [TO 김문호]

동영상을 플레이하자 화면에 나타나는 김재윤 박사의 모습.

 

재윤 : 이거 보고 계신 분. 김문호 기자님 맞아요? (불안한 듯한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보더니) 제보할 게 있는데요.

 

 

#40. 영신의 방 / 밤

 

영신이 젖은 머리를 수건으로 닦으며 들어온다. 큰 타올로 닦느라고 앞이 잘 보이지 않아서 비틀거리기도 하며 들어왔다.

그런데 창문 쪽에서 톡 톡 소리가 난다.

이상해서 돌아보면. 거기 창문턱에 걸터앉아있는 정후. 웃으면서 한 번 더 손으로 톡톡 창문을 두들긴다.

영신이 어이없어 보다가 웃는다.

 

정후 : 아가씨. 시간 좀 있으신가.

영신 : 그거 하지 말랬지.

정후 : 한밤중에 드라이브 안 갈래?

영신 : 어디.

정후 : 너 가고 싶은 데까지.

 

 

#41. 거리 / 밤

 

정후의 차가 달리고 있다.

조수석의 영신이 정후를 돌아본다. 어쩐지 불안한 마음.

정후가 앞을 본 채 손을 옆으로 뻗는다. 영신이 그 손을 잡아준다. 손을 잡고 있자 겨우 마음이 편해진다.

 

영신소리 : 그 애의 손을 잡으면 .. 이제 괜찮아.. 하는 느낌이 손에서부터 스며들어와 온 몸에 퍼진다.

               참 신기한.. 세상에 하나 뿐인.. 이제 괜찮아.. 하고 말하는 손.

 

 

#42. 옥상 / 밤

 

언젠가 정후가 혼자 앉았던 옥상(5회 #16) 지붕 위에 이제 영신과 정후가 함께 앉아있다.

정후가 뒤에서 영신을 감싼 채. 함께 야경을 본다.

정후가 잡고 있던 영신의 손을 들어 입 맞춘다.

 

정후소리 : (인터뷰를 계속하는 어조) 질문. 좋아하는 것... 높은 데. 첫눈. 작은 손. 하얀 이불. 그 머리칼.

               싫어하는 것... 그것들과 같이 있지 못하게 하는 모든 것.

 

영신이 그 정후의 손을 당겨와 가슴에 소중히 감싼다.

 

 

#43. 정후의 방

 

정후가 책상 위 어딘가 있는 상자를 꺼내 뚜껑을 연다. 각종 잭이나 컴퓨터 부품들이 있는데.

그중에서 USB 하나를 골라낸다. 거기 포스트잇이 붙여져 있고. [채영신꺼]라고 적혀 있다.

(다른 부품들도 몇 개는 포스트잇의 메모가 있는 걸로)

그 USB를 잠시 내려다보는 정후. 기억나는 장면 때문에 입가에 미소가 떠오른다.

 

 

#44. 회상 3부 / #13. 영신의 방

 

정후가 영신의 노트북에 USB를 꼽는다.

 

 

#45. 정후 집

 

이하 몽따쥬로..

// 정후가 바로 그 USB를 컴퓨터에 꼽는다.

// 옆의 프린터에서 프린트되어 나오고 있다. 보여지는 것은 1쪽의 내용.

// 정후가 그 프린트물을 빼낸다.

// 소파 앞 테이블에 그 프린트물을 얹어놓는 정후.

// 소파 앞쪽으로 카메라를 설치하는 정후.

(#1에서 앞에 설치한 카메라 앵글과는 다르게 옆에서 찍은 앵글로 소파에 앉은 정후가 카메라를 보며 말한다.)

 

정후 : 질문.. 1번. (읽고) 예. 제가 힐러 맞습니다. 이름은 아실 거 없구요.

 

 

#46. 정후의 집

 

텅 비고.. .아무도 없는 스튜디오. 그리고 불 꺼진 무인도 사진.

 

 

#47. 까페 / 아침

 

민자가 찬합에 든(명희가 가져온) 전을 손으로 집어먹으며 모니터를 보고 있다. 그러면서 힐끗 보는 곳.

바로 옆의 테이블에 앉은 문호가 테이블 위의 핸드폰을 내려다보고 있다. 뭔가 깊이 생각에 잠겨 있는 듯.

펜을 들어 핸드폰 위에 놓고 굴리는 중.

민자가 계속 신경이 쓰여서 힐끔거리고 있다. 또 떼구르 구르는 펜.

 

민자 : 거 좀 그만.. (참고)

문호 : (정신 차리고 보는) 예?

민자 : 내가요. 워낙에 혼자 있던 사람이라 안 그래도 옆에서 누가 콧바람 들이쉬고 내쉬고 있으면 머리칼이 비비적비비적 꼬여서

         미치겠는데 댁처럼 커다란 덩치루다가 그러고 있으면.. (말할수록 열받으며)

 

하는데 울리는 전화벨. 둘 다 멈췄다.

문호가 조심스레 스피커폰으로 받으며 녹음까지 하며

 

문호 : 여보세요. 김문홉니다.

재윤 : 김문호 기자님 맞아요? (통화 상태가 별로 안 좋다.)

문호 : 예. 제 목소리 아세요? 전화하신 분은 김재윤씨?

재윤 : 네.. 네 저 김재윤이에요. 제가 지금 중국 대련입니다. 좀 있다 한국 들어갈 건데 공항에서 만날 수 있을까요?

         김문호 기자 만나고 바로 돌아올 거에요. 제가 한국 비자가 없어서.. (지직거리는 잡음)

문호 : 여보세요. 김재윤씨.

 

 

#48. 상수 사무실

 

상수와 요요가 어이없어서 보고 있다.

브리핑을 하고 있는 안팀장 옆에 붙어 있는 정후.

정후는 상수나 요요를 보며 싱긋.

안팀장은 모두에게 브리핑 하는 중.

 

안팀장 : 그 동영상을 보낸 건 김재윤이라는 한국계 중국인 생화학자에요. 그 연구팀은 우리가 대준 막대한 자금으로

            새로운 생균을 배양했는데. 김재윤이 얼마 전 몽땅 파기했답니다. 약간의 샘플만 남겨놓고요.

            그걸 한국에 가져올 모양입니다.

해커 : 중국에서 연락입니다.

 

안팀장이 그쪽으로 급히 간다.

상수와 요요가 정후를 들여다본다.

 

요요 : 너 이렇게 생겼었구나.

상수 : 내가 너한테 그동안 당한 거 생각하면 어우 이거 그냥.

 

하면서 분명히 정후의 뒤통수를 때렸는데.

정후가 스윽 피하는 바람에 요요의 따귀를 쳤다.

어... 화 낼 수도 없고.. 묘하게 서로 쳐다보고 있는데.

안팀장이 전화를 하며 급히 오며 둘 사이를 가르고 지나간다.

 

안팀장 : 그 여자가 오늘 한국으로 온답니다. 티켓 끊었대요.

 

정후가 그렇게 말하는 안을 슬쩍 본다.

 

 

#49. 지하바

 

어르신의 스피커폰으로 들리는 소리.

 

안소리 : 가서 데려오겠습니다.

어르신 : 여자는 굳이 데려올 필요 없어. 그 생균만 확보하면 돼.

 

그렇게 말하는 어르신의 바테이블 아래. 정후가 박아놓은 도청기가 있는 위치.

 

 

#50. 골목 차 내부

 

대용이 하품을 하는데 들리는 벨소리.

대용이 기지개를 켜며 듣는다. 낯선 남자의 목소리가 말한다.

 

남자 : 총회 날짜가 잡혔습니다.

 

 

#51. 지하 바

 

어르신이 스피커폰을 노려보고 있다.

 

남자 : 이번 총회에서는 박정대 대표의 재신임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질 겁니다.

         박대표께서는 필히 참석하셔서 그간의 공과에 대해 해명해주시기 바랍니다.

어르신 : 누가 이렇게 틈을 타서 기어오르는 게야. 뭐 쿠데타라도 해보자는 건가?

남자 : 틈 치고는 좀 컸지요. 박대표님 개인 신상 뿐 아니라 우리의 실체까지 드러낼 뻔 하셨잖아요.

어르신 : (스피커폰으로 바싹 다가와) 너. 너무 쉽게 줄을 바꾼 거 아니니?

남자 : 총회 날 뵙겠습니다.

 

전화가 끊어진다.

어르신이 잠시 그대로 있다. 울컥 치솟아 오르는 화를 누르며.

 

 

#52. 까페

 

맹렬하게 키보드를 치면서

 

민자 : 중국 국적인데. 비자가 없는데. 한국에 온다. 중국에서 우리나라로 올 때 120시간 무비자로 입국할 수 있는 공항이

         한군데 있어요.

 

그 앞의 영신과 문호.

 

민자 : 오늘 대련에서 그 공항으로 오는 비행기는 딱 한 대.

영신 : 그럼 가서 만나면 되는 거네.

문호 : 그 인터뷰 니가 해볼래?

영신 : 어. 진짜요? (좋은데)

민자 : 차암 해맑은 인간들이네. 이봐요. 그 미친 늙은이 쪽에서 일개 중대는 보낼 모양이라고.

         아무리 힐러라도 그렇게 쪽수에서 밀리면 방법이 없어.

영신 : 그럼 어떻게 해요.

민자 : (머리를 긁으며 생각해보는)

문호 : 생방을 하죠. 그거 쎄요. 자기가 방송을 타고 있는데 범죄를 저지를 수 있는 사람은 별로 없으니까.

민자 : 아놔.. 이 민간인들 데리고 이거 참.. 어이구..

 

 

#53. 건물 남자 화장실

 

윤동원이 볼일을 끝내고 바지를 추스르는데 휴대폰 벨소리.

 

윤 : 윤동원입니다.

민자소리 : 바지는 마저 입고.

 

소리가 너무 가깝다. 돌아서다가 휴대폰을 떨굴 뻔.

민자가 뚱한 얼굴로 보고 있다.

 

윤 : 선배

민자 : 손도 씻고. (빤히 보며) 바지 아직 그대로야. 마저 올려.

 

 

#54. 아이스크림 집

 

마주앉은 민자와 윤.

민자는 맛나게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민자 : 아이스크림 이건 택배가 안 된단 말이지.

 

윤은 노트북의 화면을 보고 있다. (아직 영상은 보지 않아도 됨)

잠깐 영상을 정지시키더니

 

윤 : 이게 뭐야. 어떤 미친 넘들이 우리나라의 어느 마을을 대상으로 이런 실험을 했다는 거야?

민자 : 그 실험을 했던 연구원이 직접 찍은 영상이고. 오늘 그 연구원을 만나러 갔어. 니놈이 가서 좀 도와줘.

윤 : 그럼 먼저 대답해줍시다. 선배하고 그 애. 서정후. 힐러 맞지? 그 정도는 서로 솔직해야 그 다음 얘기를 하지.

민자 : 윤동원

윤 : 먼저 자백하세요. 힐러. 그리고 그 파트너. 맞죠?

민자 : 지난 오년간 니가 쫓던 해커의 현주소. 일곱 개.

윤 : 일곱.. .. 데블윙.. 걔도?

민자 : 더해서 작년 삼오은행 망 뚫은 놈 실명과 주소.

윤 : (갈등이 부글부글)

민자 : 오늘 공항 가면 그 놈 만날 거다. 어르신의 천재해커. 안 모시기.

 

윤이 물 잔을 들어 다 마신다. 그러더니 정색을 하고 묻는다.

 

윤 : 선배. 하나만 물읍시다. 사람이.. 다 그 나물에 그 밥이지만 그래도 우리가 보면 알잖아요.

      이 세상을 위해서 살아주는 게 좋은 놈. 죽어주는 게 좋은 놈. 그 서정후란 놈. 어느 쪽이에요.

 

 

#55. 공항 건물 앞

 

몇 대의 차가 줄줄이 도착한다. 상수네 패거리들이다.

우루루 내리는 상수패들. 그 중에는 상수와 요요 용식 등도 보인다.

맨 뒤에 도착한 차가 맨 앞으로 오더니 선다. 안팀장의 차다.

뒷좌석에 나란히 앉은 안팀장과 정후.

 

안 : 김문호가 서정후씨는 대단히 신뢰를 하고 있을 거니까. 일단 옆에 붙어 계세요. (이어셋을 준다)

정후 : (받아 착용하며) 옆에 붙어 있는다.

안 : 김재윤을 만나게 되면 생균을 갖고 있는지 먼저 확인하시고.

정후 : 확인한다. (하면서 주머니에 꼽혀 있는 펜-녹음용-을 만지작)

안 : 확보한 다음 죽이면 됩니다.

정후 : ... (안을 돌아본다) 죽이라고?

안 : 아 직접 안하셔도 되요. 뒤에..

 

정후가 돌아본다. 거기 무표정한 암살자가 앉아 있다가 정후의 시선을 받더니 빙긋 웃는다.

손목 소매 안에서 뭔가를 조금 꺼내 보여준다. 작은 주사기다.

 

안 : 저 분 근처에만 있게 하시면 됩니다. 간단해요.

 

정후. 어이가 없다. 웃고. 끄덕인다.

 

정후 : 간단하다.

 

정후가 차에서 내린다. 힐러를 하면서 늘 들고 다녔던 검은 가방 하나를 둘러멘다.

정후가 공항 쪽으로 걸어가는데 요요가 괜히 정후의 어깨를 툭 친다.

정후 무시하고 그냥 간다.

// 이만치 세워진 봉고. 내부에서 보이는 그들 쪽. 윤동원과 3명 정도의 부하가 타고 있다.

 

부하1 : (계속 사진 찍으며) 저기 가는 놈이 서정후죠? 딱 한패 같은데요? 저쪽은 더블에스 쪽이고?

 

 

#56 공항 청사 홀

 

// 에스컬레이터 위에서 내려다보는 아래 로비?

영신이 프레임 안으로 들어온다. (카메라 가방을 들고 있다) 이쪽을 향해 걸어온다.

잠시 후. 한쪽에서 들어와 영신의 옆으로 붙는 문호(노트북 등이 든 가방을 들고 있다). 영신과 나란히 걸어온다.

잠시 후 다른 쪽에서 들어와 영신의 옆으로 붙는 정후. 영신과 눈이 마주치더니 웃는다.

셋이 나란히 모델워킹처럼 걸어온다.

영신이 먼저 정후가 그 다음 문호가 마지막으로 에스컬레이터에 타서 위로 올라온다.

주욱 올라온 그들이 보는 곳.

위에서 기다리고 있던 민자가 그들과 나란히 하더니 몸을 돌려 함께 걸어온다.

 

 

#57. 공항 이층

 

걸어오며 민자가 각자에게 이어셋을 나눠준다.

그리고는 각자 흩어져서 다른 방향으로 걸어간다. 각자 이어셋을 끼는.

 

 

#58. 1층 국제입국장 앞

 

문호가 와서 벤치에 앉는다.

돌아보는 저 쪽. 상수 패들이 몇 명 자리 잡는다. 이쪽에도 역시 몇 명이 자리 잡는다.

정후가 슬슬 걸어오더니 문호와 떨어져 선다.

정후가 돌아보는 곳. 문호가 봤던 거보다 더 먼 곳에 안 팀장이 자리한다. 거기 테이블 앞에 앉아서 노트북을 펴들고 있다.

정후가 위쪽을 본다. 2층 난간 너머에 자리 잡은 민자의 모습이 보인다.

 

문호 : 정후야.

정후 : (돌아보는)

문호 : (옆으로 와 앉으라고)

정후 : (안팀장 쪽을 한번 보고 다가와 옆에 앉는. 귀에서 이어셋을 꺼내버리고) 우리 너무 친한 척 하면 안되는데.

문호 : 꼭 이렇게까지 해야겠니.

정후 : 이게 플랜비니까. 이것도 안 되면 플랜씨까지 가야 되거든요.

문호 : 위험할 수도 있어. 아니. 아주 위험해. 이거.

정후 : 사장님.

문호 : 다시 생각하자.

정후 : 그거 버릇이에요?

문호 : ...뭐?

정후 : 생각만 하는 거. 맨날 시뮬레이션만 하다가 본게임은 못 하는 거.

문호 : (보다가) 어떻게 한번을 안 지냐. (웃고 만다)

정후 : 삼. 촌

문호 : (들었는데 안 믿겨서) 뭐라 그랬어.

정후 : 두 번은 못 하지.

민자소리 : 대련에서 온 승객들 입국수속 시작했네. 곧 나옵니다.

 

정후가 일어나더니 아까의 자리로 가서 선다.

문호가 불안해서 웃음기가 가시며 정후를 본다.

 

 

#59. 여자 화장실

 

// 화장실 문 밖에 안내판을 거는 영신 [수리 중]

// 영신이 화장실 내부를 스윽 둘러보더니 적당한(인터뷰를 하기에) 장소를 찾아 의자를 하나 끌어다놓고.

그 앞에 카메라 삼각대를 설치하기 시작.

 

민자소리 : 김재윤한테 전화 올 때 됐고. 스탠바이. ..스탠바이유어맨..

정후소리 : 아줌마아.

민자소리 : 빠라바라밤

 

그 소리에 영신이 웃다가 멈춘다. 걱정이 되고 있다.

 

소리 : (전화벨 소리)

 

 

#60. 1층 국제 입국장 앞

 

문호가 들고 있는 휴대폰이 울리고 있다. 문호가 받는다.

 

문호 : 김문홉니다.

 

정후가 귀에 이어셋을 넣으며 안팀장 쪽을 돌아본다.

 

안팀장소리 : 전화 소리 듣게 붙어요. 김문호 옆으로. 그리고 그거 빼지 마세요.

 

정후가 티껍지만 문호의 옆으로 붙는다.

 

문호 : 김재윤씨. 지금 기다리고 있습니다. 바로 문 앞에 있어요. (하며 일어 선다) 나오시면 제가 보일 겁니다.

         제 얼굴 뉴스에서 보셨죠? (그러나 이건 훼이크. 민자가 보낸 통화로 벨소리만 사용하고

         아무도 없는 상대에게 혼자 떠드는 중)

 

입국장 문이 열리며 여행 가방을 밀며 여행객이 하나 둘 나오기 시작한다.

 

 

#61. 여자화장실

 

영신이 진짜 김재윤과 통화중. (김재윤이 보낸 휴대폰 사용)

 

영신 : 채영신이라고 합니다. 김문호기자 후배구요. 입국장으로 나오시면 바로 앞에 김문호 선배가 있을텐데요.

         모른 척 하시고 우회전해서 오세요.

 

 

#62. 입국장 앞

 

문이 열리더니 한명의 젊은 여자가 나온다. 그리고 몇 걸음 뒤에 김재윤이 나온다.

재윤이 문호를 알아봤다.

그러나 문호는 무표정한 얼굴로 손을 가슴에 올리더니 화살표를 만들어 오른쪽으로 가라고. 재윤만 보게.

다음 순간 문호가 앞으로 성큼성큼. 재윤이 놀라 보는데.

문호는 재윤의 앞에 나온 여자한테 후딱 다가서며

 

문호 : 김재윤씨. 이쪽으로.

 

하며 놀라는 여자를 감싸다시피 해서 안팀장이 있는 왼쪽으로 끌어간다.

안팀장을 비롯한 사내들이 전부 거기에 신경을 쓰는 사이.

재윤이 얼른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어 부지런히 간다.

재윤의 옆을 엇갈려 스치며 상수파들이 문호를 따라 간다.

정후는 재윤의 뒤를 따른다.

// 저 뒤에서 문호가 잘못 봤다며 여자에게 사과를 하고 있다.

안팀장이 이쪽을 보고 있다.

재윤은 이층으로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를 탄다. 정후도 따라간다.

 

 

#63. 화장실 입구

 

재윤이 앞서 간다. 여자 화장실 쪽으로 들어간다.

정후가 옆의 남자 화장실로 들어간다.

 

 

#64. 여자 화장실

 

영신이 재윤을 끌어넣고 밖의 동정을 살핀다.

 

영신 : (재윤을 의자로 안내하며) 30분 뒤. 베이징으로 가는 비행기를 타실 거죠?

재윤 : (가방에서 작은 알루미늄상자와 USB를 꺼내주며) 이게 마지막으로 남은 생균이구요. 연구기록은 여기 USB에 있어요.

영신 : (받아 챙기며) 그 시간 동안.. 인터뷰 부탁드려도 될까요?

 

재윤 그제야 설치되어있는 카메라를 본다.

 

영신 : 장소가 참 거시기하지만..

재윤 : (망설이는)

영신 : 너무 위험한 부탁이죠? 단념하겠습니다.

재윤 : 나 지금 망명신청 중인데. 이 인터뷰가 도움이 될까요?

 

 

#65. 남자 화장실

 

열려진 가방. 그 가방 위로 떨어지는 정후가 방금 입었던 옷.

정후가 가방 안에 있던 힐러 옷으로 갈아입고 있다.

 

 

#66 공항 2층. 일각

 

영신이 있는 여자 화장실이 저 앞에 보이는 일각.

문호가 노트북을 앞의 테이블에 놓고 화상채팅을 준비 중. 뒤를 돌아본다.

저만치에는 민자가 테이블과 의자를 하나 차지하고 앉아 있다. 테이블에는 노트북.

 

문호 : 여긴 준비 다 됐습니다. 거기 시작하죠.

 

 

#67. 썸데이 스튜디오

 

장부장이 손을 지휘하듯 흔들고 여기자가 엔터를 폼 나게 누른다.

타이틀 음악이 흐르고. 메인 모니터에 공항에서 노트북을 향해 말하는 문호가 보인다.

 

문호 : 안녕하십니까. 썸데이뉴스 김문홉니다. 지금 이 시각 저희 썸데이는 공항에 나와 있습니다.

         러시아에서 중국을 통해 방금 입국한 생화학 연구원을 만나기 위해섭니다.

 

// 민자쪽. 민자가 아래를 보며 말한다.

 

민자 : 아직은 괜찮아. 더 기다려보자.

 

민자가 보고 있는 아래층 홀에서는 상수파들이 이리저리 김재윤을 찾아다니고 있다. //

 

 

#68. 남자 화장실

 

정후가 힐러 안경을 쓰고 모자를 눌러쓴다. 거울에 비친 그런 자신의 모습을 잠시 바라본다. 그 위로

 

문호소리 : 먼저 동영상을 하나 보여드리겠습니다. 작년 9월 두곡리의 공포라고 불렸던 사건 기억하십니까?

 

 

#69. 다큐 화면

 

어느 마을 회관, 십여명의 주민으로 보이는 이들이 앓고 있고.

마스크에 의료가운을 입은 사람들이 치료하고 있다.

 

문호소리 : 한마을 주민 전체가 원인을 알 수 없는 질병에 걸리고. 그 중 다섯명이 사망한 사건입니다.

               그 사건이 어떤 연구팀의 의도적인 실험이었다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70. 여자 화장실

 

재윤이 영신을 향해 말하고 있다.

 

재윤 : 저희 연구팀이 수질연구 중에 발견한 생균이 있어요. 그런데 이 생균의 독성을 일부러 강화시켜서

         사람들한테 해를 주는 연구를 비밀리에 하고 있더라고요.

영신 : 대체 그런 연구는 왜 하는 거죠?

재윤 : 제가 듣기론.. 그렇게 수질을 오염시키구요. 그래서 수질관리를 민간업체에 맡길 필요가 있다. 다시 말해 민영화죠.

         그 여론을 얻기 위해서래요.

 

 

#71. 공항 1층

 

안팀장이 휴대폰의 방송을 보고는

 

안팀장 : 공항 내 여자 화장실. 다 뒤져.

 

패거리들이 우루루 달려서 흩어진다.

 

안팀장 : 서정후. 어딨어. 방송 시작했어. 이거 못 막으면 당신 완전 끝이야.

 

 

#72. 남자 화장실

 

기다리고 있던 정후가 고개를 든다. 후우 한숨을 쉬고 몸을 움직인다.

 

 

#73. 여자 화장실

 

영신과 재윤이 놀라 돌아본다.

거기 들어서는 힐러 복장의 정후. 둘을 보더니 성큼성큼 영신에게 다가와 그 앞의 가방을 집어들더니

카메라에 비출만한 시각에서 가방을 뒤진다.

카메라의 뒤에서 영신이 소리도 못내고 필사적으로 낮게 말한다.

 

영신 : 하지 마. 난 반대야. 여기까지 하자.

 

정후가 쉿. 눈짓으로 카메라를 가리킨다. 카메라에 녹음되고 있다고.

놀라 일어선 재윤이 어찌된 건지 몰라서 겁에 질려 보고 있다.

 

 

#74. 문호쪽

 

노트북 화면에 지금 여자화장실의 모습이 비춰지고 있다.

겁에 질려 뒤의 벽에 붙어선 재윤.

힐러 복장의 정후가 카메라 앞에서 가방을 뒤져 알루미늄 상자를 찾아내는 장면이.

 

문호 : 이게 무슨 상황인가요. 채영신 기자?

 

 

#75. 여자 화장실

 

정후가 알루미늄 상자를 주머니에 넣고는 자기 녹음 볼펜을 영신에게 보여준다.

카메라를 살짝 가리며 ‘이거 대박’ 볼펜을 가방에 넣어준다.

그 새 뒤쪽의 재윤이 입구로 도망치려 하지만 정후가 바로 잡아채서 당긴다.

비명을 지르며 정후에게 부딪혀 안기는 재윤.

 

재윤 : 아 뭐야. 이 사람 왜 이래요. (거의 울기 직전)

 

정후가 카메라를 한 손으로 막더니 영신에게 준비됐어? 라고 입모양.

영신이 미워서 흘겨보다가 ‘넌 죽었어’

정후가 웃는다. 버둥거리며 도망치려는 재윤의 귓가에 낮게

 

정후 : 소리 지르셔도 되요.

 

하더니 그대로 재윤을 인질의 자세로 틀어잡는다.

비명을 지르는 재윤. 영신이 재빨리 카메라를 들면서 찍는다.

정후가 재윤을 거칠게 잡고 밖으로 끌어간다. 그 뒤를 찍으며 따르는 영신.

 

 

#76. 화장실 앞

 

거기 달려오던 상수와 요요가 놀라서 선다.

 

상수 : 뭐야 저 자식.

 

정후가 재윤을 거칠게 끌고 나오고 있다. 뒤이어 달려온 안팀장도 의외라서 놀라 보는데.

정후가 재윤을 끌고 안팀장 앞으로 온다.

 

정후 : 확보했슴다.

 

하더니 주머니에서 상자를 꺼내 안팀장에게 던진다. 안팀장이 놀라서 일단 받는다.

그리고 돌아보니 영신이 그들을 찍고 있다.

 

안팀장 : 카메라..

 

요요가 영신에게 성큼 다가선다. 영신이 그런 요요를 찍으며 뒤로 물러선다.

정후. 어쩔 수 없다. 재윤을 사람이 없는 쪽으로 밀어주고. 그대로 달려가 요요를 공격하고. 발로 차서 날려버린다.

그런데 하필 요요가 밀려서 넘어진 곳에 달려온 윤동원의 패거리들.

형사 하나가 요요에 밀려 넘어질 뻔 했다가 열 받아서.

 

형사 : 뭐야 이것들. 어!

 

양쪽의 분위기가 험악해진다.

달려온 문호가 영신의 카메라를 받아 찍으며 영신을 자신의 등 뒤로 숨긴다.

정후가 카메라를 의식하며 거기 달려온 윤형사의 부하 중의 하나를 잡아서 상수 쪽으로 밀어버린다.

우당탕 충돌이 일어나며 형사가 상수의 멱살을 잡는다.

상수가 거칠게 뿌리치면서 분위기가 험악해진다.

문호의 카메라를 뺏으려고 덤비는 자들을 정후가 물리치는데 문득 들리는 영신의 목소리.

 

영신 : 김재윤씨.

 

돌아보니 거기 재윤이 비실비실 벽을 짚고 도망치고 있다.

영신이 그쪽으로 쫓아가고 있다.

막 정후에게 부딪혀 오는 이를 하나 밀어젖히고 보다가 정후가 놀랐다.

거기 가는 재윤의 앞쪽에서 재윤에게 다가오고 있는 암살자.

정후가 그쪽으로 달리기 시작한다.

 

정후 : 채영신. 가지 마.

 

영신이 그 말에 뒤를 돌아보며 선다.

정후는 달리는데. 그러나 마주 달려오던 공항경찰 둘이 정후에게 부딪히며 막아선다.

정후는 재윤만 보고 있다. 암살자가 거의 재윤에게 가까워진다.

정후가 앞의 경찰을 잡아 옆으로 돌려 치우며 그 권총을 뽑아든다. 암살자를 향해 겨누며 (그러나 그 총구 방향에 재윤도 있는)

 

정후 : 거기 서!!

 

암살자가 이쪽을 봤다. 놀랐는지 멈춘다. 한걸음. 뒷걸음질을 하는데.

그 때 탕... 총소리.

재윤이 놀라 주저앉으며 이쪽을 돌아본다.

영신이 돌아본다. 영신의 시선에서 슬로우로 이어지는 장면.

정후가 권총을 들었던 손을 내리며 재윤 쪽을 보다가 영신을 돌아본다. 좀 웃는 것 같다.

정후의 손에 들었던 총이 바닥에 떨어진다. 그러더니 쓰러진다.

그 뒤에서 윤형사가 아직도 총을 겨눈 채 달려온다.

이제 영신은 그냥 서서 보고 있다. (진짜일 수도 있어서 겁이 나서 확인을 못하고)

영신이 천천히 시선을 내려 보는 것. 쓰러진 정후의 몸 아래로 붉은 피가 번지고 있다.

윤동원이 구급차 불러. 하고 소리 지르고 있다.

문호가 정후에게 달려오는 것이 보인다.

영신 힘이 빠져서 천천히 주저앉는다. 스스로의 귀에 자신의 쌕쌕 숨소리만 가득 들린다.

그 모습이 암전되었다가 들리는 민재의 멘트.

 

민재소리 : ...국제공항에서 총격전에 의해 한 명이 사망했습니다.

 

 

#77. ABS 스튜디오

 

앵커로 앉아있는 민재의 모습 뒤로 보이는 화면에는 공항에서 줄줄이 잡혀가는 상수파의 모습이 보인다.

그 중에는 안팀장의 모습도 있다.

그 화면 앞에서

 

민재 : 내부 고발자를 암살하기 위해 생방송 도중에 난입했다가 사망한 자는 고용된 암살자로 밝혀졌습니다.

 

 

#78. 뉴스화면

 

재윤이 이쁜 얼굴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재윤 : 생명의 위협을 느꼈죠. 그래도.. 사람은 양심이란 게 있잖아요. 도저히 침묵할 수가 없더라구요.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

 

자막 김재윤 .....

 

 

#79. ABS 스튜디오

 

앵커의 자리에 앉은 민재가 카메라를 향해 말하고 있다.

 

민재 : 이 암살자를 고용했던 이는 오메가홀딩스의 박정대 대표로 밝혀졌습니다.

 

 

#80. 동영상

 

화면 속에서 앉아있던 사내 셋이 한 곳을 보며 일어선다.

화면이 흔들리며 비추는 곳. 노인 하나가 그쪽으로 다가서는 뒷모습.

한 손을 들어 가까이 있던 자와 악수를 하는데 드디어 보이는 얼굴. 어르신이다.

 

민재 : 이번에 긴급 입수한 이른바 엘에이 동영상입니다. 박정대 대표가 러시아의 화학자 니콜라이를 만나는 모습이

         찍혀져 있습니다. 검찰은 박정대씨에게 두곡리 사건의 책임을 물을 예정입니다.

 

 

#81. ABS 스튜디오

 

남자앵커 : 이번에 사망한 암살자는 본명이 박봉수로 알려졌습니다.

 

민재의 뒷 배경에 나타나는 얼굴. 위장했던 박봉수의 본래 얼굴이다.

 

남자앵커 : 평소에는 여러 개의 다른 이름을 사용하곤 했다고 합니다.

               이번 암살 미수 사건 말고도 다른 여러 사건의 용의자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82. 서점 앞

 

대학생으로 보이는 젊은이가 서점 옆에 기대 서서 책을 읽고 있다. 그러다가 책을 덮는데.

그 표지의 사진이 힐러의 사진이다. 예전 영신의 방에 붙여두었던.

대학생이 빠지고 난 뒤에 보이는 서점의 진열대. 베스트셀러 책들이 진열된 가운데 보이는 책.

힐러(영신의 방에 있던 사진)의 옆뒷모습이 표지그림인 책이다.

책제목은 [힐러와의 데이트] // 지은이 채영신 //

 

 

#83. 남자 화장실 (공항의)

 

열려진 가방. 그 가방 위로 떨어지는 정후가 방금 입었던 옷.

정후가 가슴에 피탄을 장착하고 있다. 피융... 자신을 쏘고, 넘어지는 연습 잠깐.

 

 

#84. 공항

 

총을 맞고 쓰러진 정후. 그 위로 덮듯이 앉으며 윤형사가 소리지른다.

 

윤형사 : 구급차. 119 부르라고!

 

엎어져 있던 정후가 한 눈을 실눈 뜨고 본다.

그 눈을 덮어서 다시 감기는 손. 그 옆에 주저앉은 문호다. 얼굴은 몹시 슬픈 듯.

그러다가 카메라를 슥 돌아봤는데. 살짝 윙크.

 

 

#85. 치수 까페

 

민자가 구석 자리에 앉아서 뭔가를 초집중해서 노트북 작업을 하고 있다.

화면을 보면 정후의 살인용의자 수배 사진에 정후의 얼굴을 원래 봉수의 얼굴로 바꾸고 있는 중. 그러면서 노래 중.

 

 

#86. 방송국 앞

 

민재가 걸어나오다가 보면 거기 서서 기다리고 있던 문호. 들고 있던 커피 두 잔을 들어보인다.

잠시 망설이듯 보다가 다가서 한잔을 받아드는 민재.

문호 휴우.. 가슴을 쓸어내린다. 함께 걸어간다.

 

 

#87. 주택가 길 / 낮

 

달리는 자동차. 운전을 하고 있는 영신. 거칠게 코너링을 해서 옆의 길로 꺾어 들어간다.

영신은 안경을 쓰고 있다.

 

영신 : 지금 어디야.

정후소리 : 다섯. 넷..

 

영신, 빠르게 운전석의 창문을 연다.

 

정후소리 : 셋. 둘. 하나..

 

영신, 조수석에 있던 카메라를 들어 창문 밖으로 내밀어 준다.

오토바이 한 대가 뒤에서부터 달려오더니 카메라를 잡아채어 달려간다.

 

 

#88. 고급 주택가 앞

 

영신이 차에서 내려 달려간다. 거기 고급 주택에서 나오던 골프 복장의 중년 사내가 놀라서 본다.

영신이 꾸벅 인사를 하고

 

영신 : 안녕하세요. 썸데이뉴스 채영신 기잡니다.

 

대기하던 승용차의 기사가 급히 와서 영신을 밀어낸다. 사내는 얼른 차에 타고.

그 위로 연속 셔터 누르는 소리.

 

영신 : 어제 재판정에는 휠체어를 타고 오셨던데. 그새 몸이 다 나으신 모양입니다. 괜찮으시면 몇 가지 질문을 드려도 될까요?

 

그러나 기사가 차를 몰고 출발해버렸다.

영신이 미소 지으며 돌아본다. 거기 저 뒤. 담 위?에서 사진을 찍고 있던 정후가 본다.

카메라를 들어 영신을 찍는다. 영신이 뒷짐을 지고 서서 정후를 본다.

정후가 훌쩍 뛰어내려 오면서 계속 찍는다. 바로 코 앞까지 와서 찍고. 카메라를 내린다.

뒷짐을 진 영신이 까치발로 정후에게 입 맞춘다.

 

영신소리 : 내가 좋아하는 것... 그의 셔터소리. 커다란 손. 웃는 눈. 커다란 품.

 

 

#89. 동네 수퍼 앞

 

영신과 정후가 마주 앉아 맥주를 마신다.

영신이 계속 뭔가를 웃으며 떠들어대고 있다.

그렇게 떠드는 영신을 보고 있는 정후. 자기도 가끔 웃는다.

 

영신소리 : 싫어하는 것... 그것들과 함께 있지 못하게 하는 모든 것.

 

영신이 겨우 말을 멈추고 맥주를 한모금 마신다. 입가에 거품이 살짝.

정후가 고개만 숙여서 그 거품에 입 맞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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