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홀릭] 02
1. 거리/낮
1부 엔딩 씬에 이어서, 강욱과 율주, 인파가 많은 거리에 서있다.
강욱 …… (율주가 내민 손을 보는)
율주 자, 어서. (강욱에게 좀더 손을 뻗는)
강욱 …… (천천히 율주의 손을 잡는)
율주의 손을 바라보던 강욱, 천천히 잡더니 갑자기 율주를 자신의 앞으로 바짝 끌어당긴다. 율주의 얼굴이 강욱의
코앞까지 닿았다.
당황하는 율주, 율주를 똑바로 쳐다보는 강욱, 서로 마주보는 두 사람.
강욱 (보는)
율주 (보는)
강욱, 뭔가 말을 할 듯하다가 천천히 손을 내려놓는다. 돌아선다.
율주 (얼른 강욱의 팔을 잡으며) 강욱아.
강욱 (율주의 손을 천천히 떼어내며) 가세요. 너무 멀리 따라오셨어요.
강욱, 돌아 선다. 율주, 어쩔 수 없는 표정으로 잠시 강욱을 바라보다가 포 기한 듯, 학교를 향해 반대방향으로
돌아선다. 두어 걸음 떼고는 도저히 안 되겠는지 다시 휙 돌아 강욱의 뒷모습을 바라본다.
2. 2학년 3반 교실/낮
거칠게 교실로 들어서는 자경. 손거울을 들고 투명 립스틱을 바르고 있 던 영화에게로 가서 뺨을 세게 때린다.
영화 (놀라서 소리도 지르지 못하고 멍하게 있다가) 야, 너 뭐야. 왜 때려!
자경 (한 번 더 힘껏 때리는)
돌아가는 영화의 얼굴. 떠들던 아이들, 쥐 죽은 듯이 조용해지면서 모두 자경을 본다.
영화 (붉어진 얼굴을 감싸고 흥분해서) 야, 야! 너 뭐야?
자경 고자질이 니 취민가 본데, 주둥이 함부로 놀리지 마. (자리로 가서 앉는데)
영화 (억울하고 흥분해서 말이 안 나온다.) 야! 야!
경오 (자경에게 달려드는 영화를 막으며 장난스럽게) 참는 자여, 복이 있~으라.
영화 놔! 이거, (경오에게 잡혀서 허우적 거리며) 야! 윤자경! 니가 뭔데? 니가 뭔데 날 때려!
자경, 무표정한 얼굴로 가방에서 책을 꺼낸다.
3. 거리 일각/낮
강욱, 걸어가고 있다. 율주, 일정한 거리를 두고 강욱의 뒤를 쫓고 있다.
강욱이 오른 쪽으로 가면 오른 쪽으로, 왼쪽으로 가면 왼쪽으로, 강욱의 보폭만큼 율주도 걷는다. 한번도
돌아보지 않고 앞만 보고 걷는 강욱.
강욱을 놓치지 않고 말없이 따라가는 율주.
4. 플라타나스 길/오후
아무도 없는 플라타나스 길. 주변에 눈만 쌓여있다. 율주, 여전히 일정한 거리를 두고 강욱을 따라 오고 있다.
강욱이 새로 만드는 눈발자국, 그 위 로 장난스럽게 걸음을 포개는 율주.
율주 (친구에게 수다 떨 듯이) 학주 말야, 정말 해도 해도 너무하지 않니? 유 치해. 치사해.
사람이, 아니 그것도 교사가, 이렇게 사람 차별해도 되는 거 야? 아니, 거길 너 혼자 갔냐고, 왜 너만 가지고
난리냐고, 자경인 또 왜 그렇게 예뻐하는데? 공부 좀 한다고? 아니면 여자라서? 남녀 차별하는 거
야 뭐야. 아 마음 상해 정말.
강욱 (입안 가득 억지로 웃음을 참고 있다.)
율주 서강욱.
강욱 (대답 없이 걸어가는데)
갑자기 강욱의 뒤통수로 눈이 날아온다.
강욱 앗 차가! (그제 서야 돌아보면)
율주 (히죽 웃는)
강욱 (어이없는데)
율주 야, 남 욕은 주고받아야 맛이지, 나 혼자만 떠들잖아 아까부터.
강욱 (웃음이 나고 만다.)
율주, 눈을 뭉쳐서 강욱에게 던진다. 싹 피하는 강욱. 율주, 어? 하고는 다 시 눈을 뭉쳐 던진다. 다시 피하는
강욱. 어쭈, 하는 표정으로 율주 눈을 뭉쳐서 계속 던진다. 강욱 계속해서 잘도 피한다. 그러다 어느 순간에
눈 을 뭉쳐서 율주, 얼굴에 정통으로 맞힌다. 눈을 맞은 율주, 멍히 서 있다가 옆으로 천천히
쓰러지는 척,
강욱 (장난인줄 알고 있다.)
강욱, 쓰러지는 척 하는 율주에게로 다시 한번 눈을 던진다. 율주, 인상 한 번 쓰고는 주먹을 불끈, 태권!
하고는 눈을 뭉쳐 미친 듯이 던지기 시 작한다. 갑자기 눈 세례를 맞은 강욱. 어린 아이처럼 뛰어다니며 서로에게
눈을 던지는 두 사람. 두 사람의 웃음소리가 커진다.
(시간 경과)
두 사람 나란히 의자에 앉아있다.
율주 강욱아.
강욱 ……
율주 니가, 억울하다는 거 알아.
강욱 ……
율주 너는 계속해서 억울해 왔다는 거, 알아. 근데, 그래도 난 니가, 주임 선생 님을 한번
봐줬으면 좋겠다. 주임 선생님이 너한테 백번 잘못했지만, 그래 도 난, 니가, 잘못했다고 그냥, 그렇게
말해줬으면 좋겠다.
강욱 (보는)
율주 (웃으며) 강요는 안 할게.
강욱 (대답 않는다.)
율주 (미소)
강욱 ……
율주 아, 이따 수업 끝나고 서점 앞에서 보자.
강욱 왜요?
율주 와 보면 알아.
강욱 (대답 않는)
율주 네, 선생님, 하고 대답해야지.
강욱 (피식 웃음 나는)
율주 (따뜻하게 보는)
5. 2학년 3반 교실/오후
경오와 패거리1, 2, 뒷자리에 서서 춤 연습을 하고 있다.(2000년도에 유행 했던 파라파라 댄스(스텝은
간편, 팔 동작은 현란한 춤)정도)
입으로 노래까지 흥얼거리며 춤을 추고 있는..
자경 (책에서 눈 떼지 않고 있는)
영화 (팔짱을 끼고는 내내 자경을 쏘아보고 있다.)
지윤 (지루한 듯) 반장, 담임 안 오는데 집에 가도 돼?
자경 ……
지윤, 크게 하품하더니 도저히 못 참겠다는 듯이 갑자기 일어서서 패거리1 처럼 팔을 현란하게 놀리다가 문득
창밖을 보고는,
지윤 어? 저기 온다! 강욱이랑 같이 오네?
아이들, 창문으로 다가간다. 강욱과 율주가 나란히 걸어오고 있다.
패거리1 그림 죽인다, 저거 둘이 사귀는 거 아냐?
경오 (킬킬거리며) 누군 조오- ?다!
영화 (앙칼지게) 윤자경만 새됐, 네에에~
자경 …… (굳은 표정으로 앉아있는)
경오, 우~ 하면서 바람을 넣자, 아이들 일제히 우~ 한다.
6. 학교 운동장/오후
강욱과 함께 들어오던 율주, 갑자기 아이들의 함성에 당황했지만,
아이들을 향해 오히려 손을 흔든다.
율주가 손을 흔들자 우~ 하는 아이들의 함성이 더 커지고,
강욱 ? (율주의 행동에 어이가 없는데)
율주 (아이들을 향해 손을 흔들며 강욱에게) 얼른 너도 흔들어.
강욱 (어이없지만 율주를 따라 같이 손을 흔들어 보는)
강욱이 손을 흔들자 창문가에 매달려 있던 아이들의 함성이 더 커진다.
율주와 강욱, 무슨 카 퍼레이드라도 하는 스타처럼 아이들을 향해 손을
흔든다.
7. 교무실/오후
학주, 이미 뚜껑이 열렸다.
학주 도대체 정신이 있는 겁니까, 없는 겁니까! 그깐 자식 때문에 수업을 빼먹 어요?
율주 (고개를 숙인 채) 죄송합니다. 어떻게 해서든지 학교로 데리고 왔어야 했 습니다. 빠진
수업은 보충 하겠습니다.
학주 서강욱, 당장 퇴학 시키세요!
율주 (애원하다시피) 한번 휴학까지 했던 애에요 용서해주세요 선생님.
학주 이선생, 지금 이 일이 두둔한다고 될 일이에요! 이선생도 반성하세요! 이선 생도 학생이었으면
이거 정학감이에요! 학교 온지 얼마나 됐다고 날마다 일이에요 일이!
율주 (깊이 고개 숙이며) 죄송합니다.
8. 교무실 앞 /오후
율주 말대로 사과를 하려고 왔던 강욱, 문 앞에 서서 듣고 있다.
학주E 그놈은 인간되기는 애당초 틀려먹은 놈이라고요, 구제불능이라고!
강욱 (문고리를 잡은 손이 떨려오는)
학주E 그 인간을 사람 만드느니, 개, 돼지한테 말 가르치는 게 더 빨라요, 알아 요?
강욱 (치솟는)
문을 확 열고 들어가려다가 다시 한번 참는 강욱.
9. 학교 체육관/오후
강욱, 미친 듯이 샌드백을 치고 있다. 샌드백을 치는 강욱의 주먹에 점점 힘이 가해진다.
10. 대형 서점 안/오후
율주, 교과서 코너에서 책을 고르고 있다. 문제집을 펼쳐보는,
11. 체육관/오후
강욱, 온 몸에 땀을 흘리며 샌드백을 치고 있다.
<율주에 대한 플래쉬 컷과 샌드백 치는 강욱의 얼굴 교차>
-플라타나스 길에서 자신을 보며 환하게 웃던 율주의 얼굴.
-샌드백을 치는 강욱.
-눈을 던지던 율주.
-샌드백을 치는 강욱.
-손을 잡으라며 손을 내밀던 율주의 손.
-샌드백을 치는 강욱.
12. 대형 서점 안/오후
문제집 몇 권을 들고는 미술책 코너에서 화집을 고르고 있다. 샤갈 화집 을 집는다. 천천히 넘기며 그림을 본다.
13. 샤워실 안/오후
강욱, 생각에 빠진 얼굴로 샤워를 하고 있다.
강욱 (잠시 씻던 손을 멈추는)
14. 체육관/오후
자경, 들어온다. 샌드백 옆에 있는 겉옷이 눈에 잡힌다. 둘러보는..
강욱이 샤워실에서 나온다.
자경 (보는)
강욱 어쩐 일이야?
자경 (다가와서는) 사과하러 왔어.
강우 (보면)
자경 … 미안해. 다 내 잘못이야.
강욱 됐어.
자경 강욱아. (하는데)
강욱 먼저 갈게. (샌드백 옆에 있던 겉옷을 집어 들고는 나간다)
혼자 남겨진 자경, 잠시 서있다.
15. 길에서 서점 앞으로/오후
강욱, 자전거를 타고 빠르게 가고 있다. 길 건너편 서점. 책을 잔뜩 든
율주가 서점 앞에 서있다. 강욱, 길을 건너 빠르게 서점 앞으로 달려간다.
율주 너 지각이야.
강욱 (웃곤) 뭘 이렇게 많이 사셨어요.
율주 자, 선물. (강욱에게 내미는)
강욱, 잠시 율주가 내미는 책을 바라본다.
율주 어서 받아. 책이야.
강욱 서점에서 책사지 그럼 빵 사나요. (책을 받아서는 손잡이에 걸고는 뒷 자 석을 툭툭
털어주고는) 타세요.
율주 ?… 이거 타고 집에 가자고?
강욱 (올라타며) 어서 타세요.
율주, 잠시 망설이다가 탄다. 타자마자 강욱의 허리를 꽉 잡는다.
강욱 !
율주 출발!
저절로 웃음이 터지는 강욱, 달리기 시작한다.
16. 춘천 일각/오후
자전거, 춘천 시내를 벗어나 경치 좋은 길을 달리고 있다.
율주 (겨울바람에 얼굴을 맞으며) 시원~하다!
강욱 ……
율주 야, 이렇게 가면서 보니까 더 멋지다.
강욱 선생님.
율주 응?
강욱 (큰 소리로) 땡큐!
율주 뭐가?
강욱 책이요. 열심히 볼게요.
율주 (기분 좋아지면서) 너 갑자기 왜 이렇게 고분고분 해졌어?
강욱 ……
율주 (큰 소리로) 겁난다 야.
강욱 …… 겁나는 건, 저예요.
율주 (못 듣고) 뭐라구?
강욱 ……
율주 (고개를 앞으로 내밀며) 뭐라 그랬냐니까?
강욱 선생님 발차기 맞을까봐 겁난다고요!
율주 (큰 소리로 웃는)
강욱 ……
달리는 강욱의 자전거. 자전거가 덜컹거릴 때 마다 강욱, 밀착된 율주의 몸을 느낀다.
17. 큰나무 길/늦은 오후
강욱과 율주, 한쪽에 자전거를 세워두고 나무 밑에 앉아 있다.
강욱, 율주가 준 샤갈 화보를 펼쳐서 보고 있다. 유독 <마을위에서> 라는 그림이 강욱의 시선을 잡았다.
(마을풍경이 있고 샤갈과 벨라가 하늘을 날 고 있는 그림)
율주 그 그림이 마음에 드나 보네.
강욱 네.
율주 .. 같이 날고 있는 여자는 샤갈의 아내 벨라래. 샤갈은 벨라를 무지무지하 게 사랑했던 것
같아.
강욱 닮았어요.
율주 응?
강욱 우리 엄마 아버지랑요.
율주 (짠해지는)
강욱 (그림 속의 집을 하나 가리키며) 요기가 우리 집이었어요. 아버지는 늘 책 을 보시고 엄마는
늘 잔소리를 했어요. 밥 먹어라, 씻어라, 얼른 자라…
율주 …… (애잔하게 보는)
강욱 근데 어느 날 아버지가 사라졌고, 얼마 후엔 엄마까지 사라졌어요.
율주 (아픈)
강욱 선생님 집은 어디였어요?
율주 음- (옆집을 가리키며) 요기.
강욱 이웃사촌이었네?
율주 그러게, 오다가다 만났을까? (미소)
강욱 어쩌면요. (미소)
18. 강욱의 집 마루/밤
인자와 자경이 앉아 있다.
인자 이 육시랄 놈이 왜 이렇게 안 와. (깐 귤을 자경에게 주는)
자경 (귤을 받아서 먹는)
인자 (인상 쓰며) 팍팍 좀 먹어라 아가.
자경 (웃으며) 네. 할머니.
인자 자경아.
자경 네.
인자 너 우리 애기, 어떻게 생각 하냐? 좋아하냐?
자경 (웃기만 하는)
인자 지 애비만 그렇게 만 그렇게 가지 않았어도… (한 숨 섞인) 지 애미라도
정신 똑바로 차리고 살았어도…
자경 (그 소리가 짠한데)
인자 (웃음기 있는 눈으로 흘겨보면서) 아무리 좋아해도 거시기 하고 그러면 안 된다.
자경 거시기라뇨?
인자 있잖아. 거시기. 내가 그거 때문에 열일곱에 덜컹 강욱이 애빌 가졌거든.
내 그 덕분에 혼인했잖아.
자경 (큰 소리로 웃고는) 할머니 그 옛날에 대단하셨네요.
인자 발랑 까졌었지 뭐. 그 벌로 내가 서른도 안 되서 청상과부 됐잖냐.
자경 (미소)
인자 넌 공부 잘한다며?
자경 머리는 강욱이가 더 좋아요.
인자 내 머릴 닮았거든. 그 나쁜 놈이.
19. 강욱의 집 앞/밤
강욱, 자전거 뒤에 책을 싣고는 율주와 함께 집으로 걸어가고 있다.
대문이 열리면서 자경이 나오다가 강욱과 율주를 봤다.
자경 !!!!!……(놀란)
강욱,율주 (자경을 봤다.)
자경 (말이 안 나오는데)
강욱과 율주, 다가온다.
율주 자경이 왔네.
자경 서, 선생님이 왜 여기에…….
율주 아, 너 강욱이한테 얘기 못 들었나보구나. 나 여기 살아. 하숙해.
자경 ?
강욱 웬일이야?
자경 너 만나러.
율주 추운데 오래 기다렸겠다.
자경 아니에요. 할머니랑 있었어요.
율주 (끄덕이며) 잘했네. 자, 그럼 난 먼저 들어갈게. 자경이 내일 학교에서 보 자. (안으로
들어가는)
자경 네. 들어가세요. (하면서도 표정은 황당한)
20. 동네 놀이터/밤
강욱과 자경이 그네에 나란히 앉아있다.
자경 … 이율주 선생님, 너희 집에 있다는 거 왜 말 안했어?
강욱 언제 물어봤어?
자경 (어이없는 듯) 상상할 수나 있는 일이야? 알아서 묻게?
강욱 그런가? ……, 근데, 무슨 일이야?
자경 (잠시 보다가) 보고 싶어서.
강욱 (보는)
자경 사람 마음 참 이상하지? 미안하니까… 미안해서 죽겠는 만큼, 보고 싶어 죽겠더라구.
강욱 (풋, 웃고는 시선 돌린다.)
자경 …… (보는)
21. 율주의 방/밤
율주, 이불을 깔면서 태현과 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
율주 내일 어머님 생신이셔? (사이) 글쎄, 수업은 좀 일찍 끝나기는 하는데……
22. 서울 도심/밤
쫓던 범인을 검거한 현장이다. 경찰차 석대가 수갑을 채운 범인을 싣고는 막 떠나고 있다. 태현, 현장 일각에서
전화를 하고 있다.
태현 엄마 아버지 다 너 보고 싶어 하셔, 너 오면 좋아하실 거야. (자신에게 인 사하고 있는
형사에게 손을 들어 눈짓으로 인사하며) 내가 데리러 갈까?
23. 율주의 방/밤
율주, 여전히 한손으로는 베개를 탁탁 털어 정리하며,
율주 아냐, 그러지마 마, 끝나는 대로 버스 타고 갈게. (사이, 웃으며) 알았어,
태현씨도 잘 자. (전화를 끊고는 이불 속으로 들어가는데)
E 대문 소리.
율주 (문소리에 바깥쪽으로 고개를 돌리는)
24. 강욱& 율주/몽따쥬
-강욱, 마당에 서서 불 켜진 율주의 방을 바라본다.
-율주, 방에서 밖을 보고 있다.
-강욱, 율주의 방으로 한걸음 가는데, 율주 방의 불이 꺼지자 멈칫한다.
-불을 끄고 엎드려 있던 율주, 뒤척인다.
-엎드려 스탠드 불빛아래서 샤갈의 화집(마을에서)을 보고 있던 강욱, 화 집을 덮고는 율주가 있는 쪽으로
몸을 돌린다.
-율주도 잠이 안 오는지 강욱 쪽으로 몸을 돌린다.
-강욱, 율주가 있는 벽 쪽으로 몸을 바짝 갖다 댄다.
-율주도 강욱이 있는 벽 쪽으로 몸을 바짝 갖다 댄다. 두 사람 꼭 서로 안 고 있는 듯하다.
25. 학교 구내식당/낮
강욱이 밥을 먹고 있다. 경오와 패거리1,2가 식판을 들고 다가와 앞에 앉 는다. 패거리1은 이미 샌드위치를
입에 물고 있다.
경오 (앉자마자) 강욱아, 동광고 애들이 오늘 좀 보자는데.
강욱 (대답 않고 밥을 먹는)
경오 이번엔 아예 쪽수로 밀고 들어오려나 보더라.
강욱 ……
패거리1 지난번에 우리가 오토바이 갖고 장난친 거 땜에 완존 돌은 것 같더라.
경오 돌라 그래 새끼들, 이번에 아예 죽여 놓지 뭐.
강욱 나, 이제 안 싸운다.
경오 ? … (굳어져서는) 농담 하냐?
강욱 가서 전해, 손들었다고. (식판 들고 일어서는데)
경오 (잡으며) 야, 왜 그래 너?
강욱 재미없어졌어. (가버린다.)
경오 (굳는)
패거리1 (걱정된다.) 야, 이제 우리 어떻게 되는 거야?
경오 (성나서) 뭐가 어떻게 돼? 그 자식들한테 전해. 끝나고 아예 학교 앞으로 오라고,
서강욱이가 얼마든지 상대해준다고.
26. 교정 일각/낮
강욱, 걸어가다가 마주 걸어오는 학주를 보고 걸음을 멈춘다.
학주도 강욱을 봤다. 잠시 노려보더니 빠르게 다가와서는 들고 있던 출석 부로 강욱을 패기 시작한다.
학주 (패면서) 야 이 자식아, 너 도대체 선생을 뭘로 아는 거야? 이 자식아.
이 새끼, 너 당장 무릎 꿇어!
강욱 (입을 앙다물고 고개만 숙이고 있는)
학주 어, 이 새끼 봐라? (출석부로 강욱의 머리를 계속 때리며) 이 새끼, 무릎 꿇어! 무릎
꿇어 새끼야!
강욱, 아무 말도, 아무런 저항도 하지 않고 무표정한 얼굴로 맞고만 있다.
이미 지나가던 아이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27. 복도/낮
걸어가던 율주, 창문 너머로 학주가 강욱을 개 패듯이 패고 있는 것이
보인다.
율주 !!!…… (놀라는)
빠르게 달려간다.
28. 교정 일각/낮
율주, 달려가서 무릎 꿇으라고 소리치며 강욱을 패고 있는 학주의
손을 잡는다.
율주 선생님, 그만 하세요!
학주 (보곤) 뭐예요?
강욱 !
율주 그만 하세요 선생님. 제발요. (강욱의 붉어진 얼굴을 보자 마음 아픈)
강욱 ……
학주 놔요 이거, 이 자식 잘못했다고 싹싹 빌기 전 까진 용서 못해요!
율주 강욱아. 잘못했다고 말씀드려.
강욱 ……
율주 (버럭) 어서!
강욱 (잠시 망설이다가) 잘못했습니다.
자경 !…… (아이들 틈에서 보고 있는)
학주 (강욱을 발로 걷어차고는) 무릎 꿇고 빌어 이 자식아!
율주 (그런 학주를 쏘아보고는 화난 투로) 강욱아, 선생님 (강조)정, 말, 잘못했 습니다. 이렇게
말씀 드려.
강욱 … 선생님, (율주와 똑같이 강조) 정, 말, 잘못했습니다.
학주 (일그러지는)
율주 (정이 담긴) 허리도 숙여야지. (학주에게 허리를 숙여 보이며) 선생님 정말 잘못했습니다.
강욱 (율주와 똑같은 각도로 허리를 숙이고) 선생님 정말 잘못했습니다.
자경 ……
율주 얘 이렇게 사과하는데, 이래도 안 되겠어요?
학주 (어이없는 듯) 이선생, 적당히 좀 해요, 적당히, 예?
학주, 고깝지 않은 표정으로 율주를 보곤 거칠게 가버린다.
율주 (강욱을 보는)
강욱 (율주를 보는)
주변에서 조용히 지켜만 보던 아이들, 학주가 가자 웅성거리기 시작한다.
수업종이 울리자 율주, 아무런 말없이 건물로 들어간다.
강욱 (그대로 서 있는)
자경 (보는)
29. 교무실/오후 (대사 수정)
대부분 교사가 수업에 들어간 한산한 교무실.
율주, 생각에 빠져 앉아있다. 자경이 들어온다.
자경 (다가와서는 노트를 몇 권주며) 지난번에 안낸 과제물이요.
율주 수고했다. … 애들은 다들 갔니?
자경 시험 때문에 도서실로 간 애들 많아요. 교실에도 몇 명 있고요.
율주 (끄덕이는데)
자경 선생님.
율주 응?
자경 아까… 고마웠습니다.
율주 !
자경 그냥 선생님한테 제가 인사를 드리고 싶어서요.
율주 (웃는데)
자경 강욱이가 좀 달라졌어요. 선생님 때문인 것 같아요. 강욱이, 누구 말도 안 듣는 애였거든요.
율주 (보는)
자경 근데 그건 강욱이 잘못 아니에요. 선생님들이 먼저 강욱이 말을 믿지 않았 거든요. 처음 선생님
오셨을 때 처럼요.
율주 (웃으며) 자경이가 강욱이랑 많이 친한가보구나.
자경 네.
율주 그래… 나도 고맙다. 강욱이에 대해 말해줘서.
자경 ……
율주 강욱이 어떻게 하고 있니? 집에 갔니?
자경 아까 체육관으로 갔어요.
율주 …… (끄덕이는)
30. 체육관 앞/오후
퇴근하던 율주, 천천히 걸어와 선다. 잠시 망설이다가 문을 살짝 열어본다.
열린 문 틈 사이로 샌드백을 치는 강욱의 뒷모습이 보인다. 율주, 잠시 보 다가 문을 닫는다.
31. 학교 교문 앞/오후
율주, 전화를 하면서 걸어 나오고 있다.
율주 (전화기에 대고) 태현씨, 지금 나가는 중이야. 도착해서 다시 전화 할게. … 음 이따 봐.
전화를 끊는 율주. 교문 밖으로 걸어 나간다. 학교일각, 동광고 출신의 양 아치 패거리들 열명 정도가 교문을
지키며 서있다. 율주, 양아치 패거리들 을 지나쳐 간다. 순간 멈칫한다. 양아치들, 율주를 본다. 서로 눈이
마주친 다. 지난번에 맞았던 패거리 중의 한명은 율주를 알아보고 히죽 웃는다.
양아치들 (율주를 무시하고 있는)
걸어가는 율주, 예감이 좋지 않다. 걸음을 멈춘다. 율주, 다시 학교로 빠르 게 들어간다.
32. 체육관 안/오후
샌드백을 치고 있는 강욱, 갑자기 문이 벌컥 열리는 소리에 돌아본다.
율주 (달려왔는지 숨을 몰아쉬고 있다.)
강욱 (보는)
율주 서강욱. (강욱에게로 걸어간다.)
강욱 …… (다가오는 율주를 보고 있는)
율주 집에, 같이 가자.
강욱 ……
율주 어서 나와.
강욱 (농담) 절 너무 좋아하시는 거 아니에요?
율주 (당황하면서) 뭐?
강욱 차별이 좀 심하신 거 아니냐구요. 그거 제가 많이 받아봐서 아는데요, 그 거 디게
서럽거든요?
율주 (어이없어 웃음이 나는데)
강욱 알았어요. 그렇게 원하신다면, 제가 모시죠. (성큼 걸어 나간다.)
율주 … (어이없는 표정으로 보는데)
강욱 (멈추고 어서 오라고 고개 짓 하는)
33. 교문 앞/오후
율주와 강욱, 교문에서 나온다. 강욱은 자전거를 끌고 있다.
율주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강욱 (보곤) 왜 그러세요?
율주 어? 아니… (계속 두리번거린다.)
강욱 누구 찾아요?
율주 아냐.
강욱 (자전거에 올라타며) 뒤에 타세요.
율주 응?
강욱 같이 가자면서요. 어서 타세요.
율주 …… (주변의 눈치를 보면서 망설이는)
강욱 타세요.
율주, 다시 한번 주변을 힐끔 거리고는 어쩔 수 없는 듯 뒷자리에 탄다.
이번에는 강욱의 허리를 꽉 잡지 못한다. 살짝 옷자락만 잡는다.
쌩, 하고 달리는 강욱의 자전거. 그 바람에 떨어질 뻔 했던 율주, 놀라서 얼른 꽉 잡는다.
강욱 (미소)
숨어있던 양아치 패거리들이 일제히 숨겨뒀던 오토바이에 올라타더니 강욱 을 따라 가기 시작한다.
34. 거리/오후
강욱, 율주를 태우고는 빠르게 달려가고 있다. 강욱 엷게 미소 짓고 있다.
순간, 어디선가 요란하게 들리는 오토바이 굉음 소리. 양아치들, 오토바이 를 타고는 강욱과 율주를 뒤 따라 오고
있다. 두 대는 앞질러 달리더니 강 욱 자전거 앞으로 가서 가고, 네 대는 나란히 강욱의 자전거 옆에 바짝 붙
어서고, 네 대는 강욱의 자전거 뒤에 바짝 붙었다.
강욱 (굳어지는)
율주 !…… (긴장하는, 지난 번 과는 다른 패거리 규모다.)
강욱, 자신의 허리를 잡고 있던 율주의 손을 가져다가 더 꽉 잡게 한다.
율주 (강욱의 허리를 꽉 잡는)
강욱, 입가에 비실 웃음을 한번 보이고는 속력을 내기 시작한다.
강욱 옆에서 가던 오토바이, 강욱을 따라 속도를 내기 시작한다.
강욱의 자전거를 에워싸고는 바짝 붙는 오토바이들.
강욱, 오토바이 사이로 달리는, 오토바이, 몸체를 일부러 자전거에 붙이면 서 위협 한다. 아슬아슬하게 오토바이의
위협을 헤쳐 나가는 자전거.
율주 (큰일 났다싶은데)
강욱 …… (비죽, 해 볼 테면 해봐.)
오토바이 사이로 빠지는 자전거.
오토바이, 자전거를 놓칠 것 같자 바짝 옆에 붙는다.
경주하듯 나란히 가는 자전거와 오토바이, 점점 바짝 붙는 오토바이.
어느 순간, 자전거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힘에 밀려 넘어지고 자전거에서
튕겨져 나와 바닥에 뒹구는 강욱과 율주.
35. 퓨전 레스토랑 앞/늦은 오후
태현, 차에서 붉은 장미 한 다발을 들고 내리면서 전화를 한다.
E 울리던 벨소리가 메시지로 넘어 간다.
태현 …… (???)
36. 퓨전 레스토랑 안/늦은 오후
도시적이고 세련된 분위기의 퓨전 레스토랑.
한쪽에 마련된 무대에서는 밴드가 직접 음악을 연주하고 있다. 수봉과 수 진이 한 테이블에 앉아 있다. 태현,
다가온다.
태현 (수진에게 장미꽃을 주며) 생신 축하드립니다.
수진 (받으며) 고맙다. 아 예뻐라. 너무 예쁘다.
수봉 왜 혼자야? 율주도 같이 온다 그러지 않았어?
태현 데리러 올 필요 없다 그래서요. 도착 할 때 됐어요.
수진 율주 불렀니? 뭐 하러, 토요일도 아닌데.
수봉 내가 보고 싶어서 부르라 그랬어.
태현 엄마 아버지한테 인사드린다고요, 꼭 오겠다 그러더라고요.
수진 힘들게. 춘천에서 여기가 어디라고. (흡족한 듯 미소 짓는)
수봉 자, 저녁은 율주 오고 나서 같이 해야지.
수진 그래야죠.
새로 시작되는 음악.
수봉 어, 저거 당신 좋아하는 곡이네?
수진 (웃으며) 미리 신청해 둔 거 다 알아요.
큰 소리로 웃는 세 사람.
37. 씬34의 거리/늦은 오후
강욱과 율주. 양아치들에 둘러싸여 있다. 양아치들의 숫자가 더 많아졌다. 몇몇의 양아치들은 오토바이로 두 사람
주변을 빙빙 돌면서 위협하고 있 다.
율주 (안 그런 척 하지만 겁에 질린/떨고 있다.)
강욱 (율주의 손을 잡아다 자신의 뒤로 감춘다.)
두 사람을 빙빙 도는 양아치들.
양아치1이 먼저 강욱을 공격했다. 바로 막아내는 강욱. 양아치들 일제 히 강욱에게 공격을 퍼붓는다.
율주 (어찌해야 할지 모르는데)
지난번 패거리들과는 공격 자세가 다르다. 거칠고 사납다. 강욱, 양아치들 과 싸우면서도 율주를 한쪽으로 피하게
하고는 차례로 양아치들의 공격을 막아낸다. 하지만 어느 순간 맞고,
율주 강욱아!
율주, 겁은 나지만 안되겠다. 용기를 내어 강욱에게 공격하는 양아치들에 게 일격을 가하기 시작한다. 찌르고
돌려 차는 율주의 태권도.
양아치들, 율주가 공격하자 율주에게도 공격을 퍼붓는다. 양아치들의 공격 을 받자 더 겁에 질리는 율주, 강욱,
그런 율주를 보호하는..
강욱, 율주에게 공격하려던 양아치들의 공격을 대신 맞아가면서 싸운다.
율주 (자신을 보호하는 강욱을 느끼는)
맞은 고통을 이기며, 끝까지 율주를 보호하며 싸우는 강욱. 하지만 열명이 넘는 숫자를 상대로 싸우기에는
역부족이다. 강욱과 율주, 어쩔 수 없이 숫자에 밀리는.. 멀리 요란한 굉음소리를 내면서 달려오는 몇 대의
오토바 이.
강욱 (더 이상 안 되겠다 싶은데)
양아치1 (강욱에게 쎈 공격을 날리려는데)
율주 강욱아!
강욱 (그 순간 양아치1에게 반격을 가한다.)
양아치1 (쓰러졌다 일어나서는 열이 솟아) 야 죽여 버려!
양아치들 모두 죽기 살기로 강욱에게 달려들지만, 율주가 먼저 양아치1에 게 쎈 일격을 가했다.
양아치1 윽! (바닥에 무릎을 꿇으며 쓰러진다.)
율주 !!! (스스로도 놀란)
기회다 싶은 강욱, 율주의 손과 떨어져 있던 가방을 동시에 주워서는 뛰기 시작한다. 쫓아오는 양아치들. 강욱,
뒤 돌아 양야치들을 막아가면서 율주 의 손을 잡고 도망치는.. 오토바이로 쫓아오는 양아치들, 뛰어서 쫓아오는
양아치들. 잡힐 듯 하면서 도망치는 강욱과 율주.
38. 춘천 시장 골목/늦은 오후
골목과 골목 사이를 누비며 미친 듯이 도망치는 강욱과 율주. 두 사람을 쫓아오는 양아치들. 두 사람, 어느
좁은 골목에 몸을 숨긴다. 거의 안 다시
피 서로 몸을 바짝 대고 있는 두 사람. 서로의 숨소리를 느낀다. 고개 를 들어 서로를 보는, 두 사람 얼굴이
서로 코끝 까지 닿아있다.
39. 레스토랑 안/늦은 오후
밴드가 연주하는 음악에 맞춰 몇몇 사람들이 나와서 춤을 추고 있다.
술잔을 들고는 혼자서 몸을 흔드는 사람도 보이고, 수진과 수봉도 자연스 럽게 브루스를 추고 있다. 태현, 웃는
얼굴로 수진과 수봉을 보고 있다. 그 러다 다시 시계를 보는,
태현 (다시 전화를 건다./ 걱정도 되고 화도 나는)
40. 춘천 시장 골목/늦은 오후
좁은 골목에서 바짝 서로 몸을 대고 앉아있는 강욱과 율주. 바로 코앞에서 왔다 갔다 하며 두 사람을 찾는
양아치들. 갑자기 율주의 핸드폰이 울린 다. 놀라는 율주. 가방을 안아버린다. 그래도 밖으로 새는 소리. 강욱, 얼
른 가방을 감싸면서 율주까지 안아버린다.
강욱 …… (느끼는)
율주 …… (느끼는)
41. 약국 앞/밤
약국 앞에 쭈그리고 앉은 강욱과 율주. 율주, 강욱의 팔뚝에 빨간 약을 발 라 주고 있다.
강욱 (쓰린지 인상 쓰는)
율주 많이 아파?
강욱 괜찮아요.
율주 아파도 참아. 그래야 얼른 낫지. (붕대를 말고 반창고를 붙여주고)
강욱 …… (코앞에 있는 율주의 얼굴을 보고 있는)
율주 (걱정스럽게) 걔들, 또 찾아오겠지?
강욱 걱정 마세요. 상대 안하면 되니까.
율주 상대 안한다고 걔들이 가만있겠어?
강욱 끝까지 안하면 되요.
율주 (걱정스럽기만 한데)
강욱 걱정하지 마세요. 계속 모른 척 하면 언젠간 지들도 지치겠죠.
율주 약속 할 수 있어? 끝까지 상대 안한다고.
강욱 선생님 말은 뭐든 들어요.
율주 !
강욱 (보는)
율주 아! (낮게 인상 쓰며 바지를 걷는다. 무릎이 심하게 까졌다.) 어쩐지, 무지 하게 쓰리더라.
강욱 (걱정의) 많이 까졌네에~
강욱, 얼른 빨간 약을 꺼내 조심스럽게 바르고는 후후 불어준다.
율주 …… (후후 불어주는 강욱의 얼굴을 지그시 본다.)
42. 버스 안/밤
율주와 강욱이 나란히 앉아있다. 두 사람 다 말이 없다.
율주 (걱정스러운 얼굴로 전화기를 만지작거리고 있는)
강욱 (앞을 본 채) 전화 하세요.
율주 어? … 아냐. (전화기를 주머니에 넣는)
강욱 …… (창밖으로 눈을 돌린다. 창문에 비친 율주의 얼굴을 본다.)
율주 (앞을 보고 있는)
43. 교정일각/낮
후미진 곳. 강욱이 경오를 쏘아보며 서있다.
경오 난 모르는 일이야 정말, 정말이라니까.
강욱 (쏘아보기만 하는)
경오 (미치겠다는 듯이) 아, 지랄. 왜 내 말을 못 믿는 거야.
강욱 (강한) 박경오. 잘 들어, 나 이제 싸움 안해. 그러니까, 앞으로 이런 식으 로 장난질 마.
그땐 가만 안 둬. (가려는데)
경오 (잡으며) 정말 재미없게 왜 이래? 갑자기 왜 범생이 흉내야?
강욱 (뿌리치고는 가버린다.)
경오 (저 자식이, 쏘아보는)
44. 교무실/낮
율주, 교무실에서 전화를 받고 있다.
율주 (당황한)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제가 왜 경찰서엘 가야 하는데요. (사이)
걔들이 그래요? 저기요, 그건 뭘 모르고 하시는 말씀이신데요. (억울하다) 그게 아니라니까요. (애써 웃으며)
아니에요. 아니, (하다가) 저기, 저 지금
수업 들어가야 되거든요? (사이/드디어 화난) 못가요! 안가요! (전화를 끊 어 버린다.)
학주 (보고 있다가 곱지 않은 투로) 뭡니까? 뭔데 경찰서에서 전화가 와요?
율주 별거 아닙니다. (하면서도 뭔가 두려운)
45. 복도/낮
율주, 걸어가다가 멈춘다. 뭔가 불안하고 찜찜한 기분을 감출 수가 없다.
46. 2학년 3반 교실/낮
율주가 칠판에 판서를 하고 있다. <자아 찾기> ‘나는 누구인가, 내가 원하 는 것은 무엇인가,’ 쓰고 있는데
노크소리가 들린다.
율주 (보는)
아이들도 쳐다본다. 율주, 문을 연다. 사내 두 명이 서 있다. 형사들이다.
율주 무슨 일이시죠?
형사 이율주 선생님이신가요?
율주 네.
형사 (경찰 신분증을 보이며) 아까 전화했던 사람입니다. 출두를 거부하셔서 직 접 모시러 왔습니다.
강욱 (굳어지는)
율주 (차분히) 저기, 이보세요, 여긴 학교구요, 전 지금 수업중입니다. 나중에요,
돌아가 주세요. (문을 닫으려는데)
형사 (문을 막으며) 폭력으로 고소가 들어와 있습니다. 출두를 거부하시니까 직 접 온 겁니다
저희도.
율주 (억울하다/애써 웃으며) 오해라고 말씀드렸죠? 제가.
형사 (귀찮다.) 어제 사람, 때린건 맞죠?
율주 글쎄 그게요. (하는데)
강욱 (벌떡 일어나며) 제가 그랬습니다. 선생님은 아무 상관없습니다.
율주 (보는)
자경 !
아이들 (모두 강욱을 보는)
강욱 (성큼 앞으로 걸어가서 형사들에게) 제가 때렸습니다. 저랑 가시면 됩니다.
율주 아니에요. 얜 아닙니다. (강욱에게) 왜이래 너. 어딜 나서? 들어가 있어.
강욱 (뿌리치고 형사에게) 선생님하고는 상관없는 일입니다. 걔들하고 싸운 건
접니다. 가시죠. (나가는데)
율주 (잡으며, 강한 어조로) 너 선생님한테 혼나고 싶니?
형사 둘 다 가야 합니다. 둘 다 고소 들어왔어요.
율주,강욱 (굳어지는)
47. 운동장/낮
율주와 강욱, 형사와 함께 주차되어 있던 경찰차에 오른다. 운동장을 빠져 나가는 차. 교장과 학주, 내내 기막힌
표정으로 서있다.
자경 (현관 입구에서 보고 있는)
48. 경찰서 안/오후
강욱과 율주 형사 앞에 마주 앉아있다.
형사 (자판을 두드리며) 억울하시면 맞고소를 하시던가요.
율주 (굳어있는)
형사 얼른 원하는 대로 합의하세요, 춘천바닥 좁아요, 소문나고, 검찰로 넘어가 면 선생님 더 이상
교사 생활 힘들어집니다.
강욱 !
율주 ……
형사 서강욱. 넌 도대체 여기 몇 번째냐? 여기가 무슨 특별활동 실습실이라도 되냐?
율주 (화가 날대로 났다.) 강욱이가 싸움을 건 게 아니라니까요, 걔들이 학교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쫓아왔다고요.
형사 얘들 싸움은 내가 더 잘 압니다. 얘들 이거 하루 이틀 된 싸움인 줄 아십 니까? 내가 아주
지겹다 지겨워. 서강욱, 너도 합의 할꺼지?
강욱 (대답 않는)
형사 니 맘대로 해라, 맘대로, 학교 더 다니기 싫으면.
율주 (굳는)
형사 저기 앉아서들 좀 기다리세요.
강욱과 율주, 대기석 의자로 가서 앉는다.
율주 ……
강욱 ……
심난한 표정으로 앞을 보고 있던 두 사람, 거의 동시에 서로에게 고개를 돌린다. 서로의 얼굴을 보자 애써
서로을 위해 웃는다.
율주 (미소)
강욱 … 입 마르셨어요. 커피 한잔 갔다 드려요?
율주 그래.
강욱 기다리세요. 금방 갔다 올게요.
강욱, 밖으로 나간다.
49. 동장소 복도/오후
강욱, 자판기에서 커피를 뽑아 안으로 들어가려다가 창문으로 대기석 의자 에 앉아있는 율주를 본다.
율주 (아까 웃어주던 표정과는 다르게 고개를 푹 숙이고 있다.)
강욱 …… (마음 아픈)
들어가지 못하고 그대로 서서 율주를 보고 있는 강욱.
50. 경찰서 주차장/밤
태현의 차가 선다. 차에서 내린 태현, 다급하게 안으로 들어간다.
51. 경찰서 문앞/밤
태현, 안으로 들어가려다가 창문 밖으로 커피를 마시고 있는 강욱과 율주 를 본다. 두 사람 뭔가 속삭이면서
웃고 있다.
태현 (잠시 보는)
52. 경찰서 안/밤
율주와 강욱, 나란히 앉아 있다가 들어서는 태현을 본다.
율주 태현씨! (일어선다.)
태현 …… (다가온다.)
강욱 (천천히 일어나고)
율주 빨리 왔네.
강욱 (잠시 강욱을 봤다가 율주를 보곤) 괜찮아?
율주 응. 괜찮아. 아, 저기 아까 얘기했던 강욱이야. (강욱을 소개시킨다,)
강욱 (꾸벅 인사하는)
태현 (까닥 하면서) 음.
강욱 (태현을 똑바로 보는)
태현 (강욱을 보는)
율주 저기, 일단은 지금 가도 된대.
태현 나가있어. 난 몇 가지 좀 물어보게.
율주 그래.
강욱 ……
53. 경찰서 앞/밤
강욱과 율주가 안에서 나온다.
강욱 선생님.
율주 응?
강욱 죄송해요. 저 때문에 괜히 선생님까지.
율주 (잠시 보다가) 강욱아.
강욱 네.
율주 니가 그랬지, 걔들 상대 안한다고. 선생님이랑 약속해. 걔들 찾아가지 않는 다고. 니가
찾아가면, 넌 또 걔들하고 엮이는 거야. 걔들은 너 포기 안 해. 너도 그거 알지?
강욱 ……
율주 (강한) 이 문제는 내가 해결 해 볼게. 나한테 맡긴다고 약속 해.
강욱 ……
율주 왜 대답 안 해?
강욱 ……, (겨우) 네.
율주 그래. 그럼 이제 선생님 너 믿는다.
강욱 네.
태현이 안에서 나온다.
율주 뭐래?
태현 (차 쪽으로 가며) 가면서 얘기하자.
율주 (강욱에게) 가자.
강욱 먼저 가세요.
율주 왜, 같이 타고 가.
강욱 아닙니다. 먼저 들어가세요. (대답도 듣기 전에 돌아선다.)
율주 강욱아!
강욱 (돌아보지 않고 걸어간다.)
율주 (보는)
차에 올라 탄 태현, 강욱의 뒷모습을 보고 있는 율주를 본다.
율주, 할 수 없다는 듯이 태현의 차에 오른다. 태현의 차, 걸어가는 강욱 옆을 스쳐간다. 강욱, 잠시 걸음을
멈추고 바라본다.
54. 태현의 차 안/밤
태현의 차가 가고 있다.
율주 (힐끔 눈치 보는)
태현 (화난 사람처럼 말이 없다가) 서울로 가자.
율주 (놀라) 응?
태현 주말이잖아. 가면서 의논도 하고.
율주 (망설이는)
태현 왜? 무슨 문제 있어?
율주 아냐. 가. (미안해하면서) 저… 태현씨, 어제는 미안했어.
태현 어제 안온 게 이 일 때문이었니?
율주 …… (할 말 없다.)
태현 전화 한 통화, 하기도 힘들었어?
율주 미안해서, 너무 미안해서 못했어.
태현 (언성 높아지며) 미안하면 전화를 했어야지!
율주 ……
태현 (애써 삭히는)
율주 ……
태현, 속도를 높인다.
55. 병실 앞/밤
강욱, 병실을 향해서 거칠게 걸어가고 있다.
강욱 (굳어질 대로 굳어진)
병실 앞에 선다. 문을 확 열려는데,
율주E 강욱아.
강욱 (손을 멈춘다.)
<플래쉬 컷>
씬53의 율주, ‘너 선생님이랑 약속해. 무슨 일이 있어도 걔들 찾아가지 않 는다고’
강욱 (문고리를 잡은 손을 멈추는)
약간 열린 문틈 사이로 양아치들이 낄낄거리고 있는 것이 보인다.
56. 병실 안/밤
양아치1, 깁스를 한 채 앉아있고, 주변에 양아치들이 모여서 동전으로
뻑치기를 하고 있다. 양아치1은 엄살 티가 확연히 난다.
양아치1 (책을 퍽 퍽 치며) 서강욱, 그 새끼 지금쯤 꼭지좀 돌았을 거다. 새끼, 야,
그 새끼한테 가서, 내 앞에 와서 무릎 꿇고 싹 싹 빌라 그래, 그래야 합의 한다고.
강욱 (밖에서 문틈으로 보고 있다가 굳어지는)
양아치1 (책을 퍽 퍽 치며) 이번에 완존 죽었어 그 새끼!
57. 병실 앞/밤
굳은 표정으로 문틈으로 보고 있는 강욱, 당장이라도 들어가고 싶은 것을 겨우 겨우 참고 있다.
58. 서울 율주의 집 앞/밤
고층 아파트 단지. 아파트 앞. 태현의 차가 선다.
태현과 율주 차에서 내린다.
태현 (율주 앞으로 와서 따뜻하게) 들어 가.
율주 응.
태현 내일 올 게.
율주 괜찮아. 버스 타고 갈게.
태현 말 들어. 어차피 내가 가서 합의도 해야잖아.
율주 (계속 미안하다.) 알았어.
태현 간다. (차에 오르는데)
율주 조심해서 가!
율주, 잠시 서서 태현을 바라본다.
59. 율주의 집 안/밤
영애, 문을 열어 주고 있다.
율주 (들어오자마자 영애를 안으며) 엄마아아-
영애 (토닥이며) 그래 내 딸-, 근데, 웬일이야? 연락도 없이.
율주 아빠 보고 싶어서.
영애 (흘겨보며) 기지배. 너 내 배 아파서 났어, 알아?
율주 (웃고는) 아빠는?
영애 몰라.
율주 오늘 또 한 잔 하시나?
영애 거의 도착했다고 전화 왔어. 조금만 기다려.
(걱정의 눈빛으로 율주의 얼굴을 보곤) 너 무슨 일 있는 거야?
율주 아니 없어.
영애 혹시, 학교에서 잠, 들었니?
율주 아니야.
영애 앉아, 그러잖아도 엄마가 너 갖다 주려고 몸에 좋다는 건 다 해놨으니까.
(주방 쪽으로 가는)
율주 (영애 따라 주방으로 가며) 아빠 어디쯤 오시는데?
60. 율주의 집 앞/밤
율주 아파트 입구에 나와서 서성이고 있다. 멀리 대형 승용차 한대가 들어 온다.
율주 (차를 보자 환해지는)
율주 앞에 차가 선다. 운전석의 기사가 내린다. 기사가 차문을 열기 전, 율 주가 얼른 뒷문을 연다.
율주 아빠!
율주부 어? 이게 누구야, (차에서 내리며) 이율주 선생님 아냐!
율주 아빠~
율주부에게 매달리는 율주. 마치 이산가족이라도 만난 듯 낯 뜨거울 정도 로 서로를 반기다가 서로를 본다.
눈빛을 서로 교환하더니 거의 동시에 태권! 하면서 자세를 취하며 인사를 나눈다. 큰 소리로 웃고는 다시 한번
태! 권! 도! 하는 두 사람.
61. 강욱의 집/밤
강욱, 불 꺼진 율주의 방 앞에 쪼그리고 앉아 있다. 대문을 본다. 율주 오 지 않고 있다. 눈발이 날리기
시작한다.
강욱 (고개 들어 눈발을 보는)
62. 율주의 방/밤
전화기를 만지작거리던 율주, 결심한 듯 전화를 건다.
인자E (자다가 받은 목소리로) 여보세요.
율주 어 할머니. 제가 주무시는 걸 깨웠나보네요. 죄송해요.
인자E 아냐 아냐. 늙으면 잠 없어. (그러면서도 길게 하품하고)
율주 제가 갑자기 서울 오게 돼서요. (미소) 그럼요, 좋아하시죠. (사이)네에,
저… (잠시 망설이다가) 강욱이는 자죠? 아뇨, 할 말은요, …… (입이 안 떨어지는데)
63. 동네 공중전화 앞/밤
눈은 내리고, 강욱 전화를 하고 있다.
E 고객께서 통화 중이므로……
강욱 …… (포기한 듯 수화기를 내려놓는다.)
64. 교장실/낮
율주, 접대용 소파, 교장 옆 자리에 고개를 숙이고 앉아있다.
율주 …… (고개를 숙이고 있는)
교장 내가 그 반 문제아들 얘기를 한건, 잘 살펴보라는 거였지 같이 끼어들어 일을 크게 만들라는
얘기가 아니었어요.
율주 죄송합니다.
교장 (한 숨 쉬고는) 학부형들 귀에 얘기가 들어간 모양이에요.
율주 ……
교장 잘 아실 테니까 더 이상은 얘기 안하겠습니다.
율주 …… (고개만 숙이고 있는)
65. 2학년 3반 교실/낮
율주 들어온다. 웅성거리던 아이들이 조용해진다.
율주 (싸한 분위기를 보고) 보충 수업 한다고 다들 화 났나보다.
(몇 군데 빈자리가 보인다.) 빈 자리 누구지? 왜 아직 안 들어와?
모두 (조용한)
율주 반장.
자경 빈 자리는, 오늘 선생님 수업을 거부하는 아이들입니다.
율주 거부?
자경 …… (망설이는)
율주 (강한) 말해. 선생님 괜찮으니까.
자경 어제 선생님이…, (끝까지 말 않고) 자격이 의심된다고요.
율주 !
강욱 (버럭) 윤자경!
자경 (강욱을 보는)
강욱 그만 해라.
율주 강욱인 가만있어.
자경 (싸늘하게) 서강욱. 니가 나설 자리가 아냐. 왜 빈자리가 있는지, 선생님은 지금 듣고 싶어
하시고 나는 아이들을 위해서 말씀드릴 의무가 있어.
강욱 (굳는)
율주 그래. 자경이 계속 해.
자경 선생님 문제가 해결 될 때까지 수업 들어오지 않겠다고 합니다.
율주 (애써 웃으며) 알았어. 대신 오늘 수업 안 들어오는 사람, 모두 결석 처리 한다고 전해 줘.
앞으로도 마찬가지고, 자, 오늘부터 시험 범위 들어간 다.
율주, 칠판에 ‘현대사회와 윤리. 오늘 날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윤리적 문 제들을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보자…… ’ 라고 쓰는데,
율주 (판서를 하는 손끝이 떨린다.)
66. 옥상/오후
율주, 멀거니 앉아서 멀리 보고 있다. 강욱 올라온다.
강욱 (율주의 등을 보는)
율주 (강욱 느끼지 못하고 앞만 보고 있는)
강욱, 말없이 율주 뒤, 벽에 기대앉는다. 율주를 지키겠다는 듯이.
율주 (시선 멀리 두고 있는)
교장E 내가 그 반 문제아들 얘기를 한건, 잘 살펴보라는 거였지 같이 끼어들어 일을 크게 만들라는
얘기가 아니었어요.
율주 …… (찹찹한)
<플래쉬 컷>
-전씬의 자경이 ‘빈 자리는, 오늘 선생님 수업을 거부하는 아이들입니 다.’
-전씬의 자경이 ‘어제 선생님이…, 자격이 의심 된다고요.’
강욱 (뒤에서 보고만 있는)
율주 (갑자기 사물이 굴곡 되는 것을 느낀다.)
강욱 (뒤에서 보고 있는)
강욱의 시선, 율주가 갑자기 옆으로 푹, 쓰러지는 것이 보인다. 놀란 강욱,
얼른 율주 옆으로 다가가고,
강욱 (율주를 일으켜 안고는) 선생님, 선생님! (하다가)
<플래쉬 컷>
-율주, ‘잠시 놔두고 그냥 지켜만 볼래?’ 하던 순간.
강욱, 잠든 율주의 얼굴을 잠시 바라본다. 율주의 머리를 가져다가 제 어 깨에 받힌다. 걱정스러운 마음에
고개를 가까이 대고 숨소리를 느껴본다. 잠을 자는 것 같다. 강욱, 율주가 편히 잘 수 있도록 몸을 깊숙이
해서 낮 춘다.
율주 (강욱의 어깨에 기대 잠이 든)
강욱 ……
67. 방송반/밤
부스 안에 앉아서 노트를 펼쳐놓고 원고를 정리하던 자경, 딴 생각에 빠져 있다. 호태, 부스 밖에서 씨디를
정리하면서 힐끔 힐끔 자경을 본다.
자경 (손에 펜을 쥔 채로 시선, 노트가 아닌 다른 곳을 보고 있다)
호태 (그런 자경을 힐끔 보는)
자경 … (낮게 한숨이 나오는)
68. 옥상/밤
율주 잠든 채로 강욱의 어깨에 기대 있다. 강욱, 조금도 자세를 흐트러뜨 리지 않고 그대로 어깨를 내준 채
앉아있다.
강욱 ……
율주, 서서히 눈을 뜬다. 고개를 번쩍 든다.
율주 (주변을 둘러본다.)
강욱 깨셨어요?
율주 내가 왜 여?어?
강욱 네?
율주 니가 나 이리로 데리고 온 거야?
강욱 ?
율주 애들은?
강욱 (보는)
율주 (심난해서) 애들 많이 놀랬겠다. 교실에서 쓰러지는 게 아닌데.
강욱 선생님, 교실에서 쓰러지시지 않았어요.
율주 뭐?
강욱 여기 오셔서 쓰러지셨어요.
율주 ???
69. 교실/낮/ 율주의 환각
씬65의 교실. 율주, 아이들 앞에 서있다.
율주 빈 자리는 누구지? 왜 아직 안 들어와? 반장!
자경 빈 자리는, 오늘 선생님 수업을 거부하는 아이들입니다.
율주 거부?
자경 어제 선생님이…, 선생님으로써 자격이 의심 된다고요.
경오, 킬킬거린다. 여기저기서 쿡쿡 웃는 아이들의 웃음소리.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점점 커지더니 급기야 책상까지 두드리며 웃는다.
율주 (굳어진 자세로 서있는)
강욱 다들 조용히 못해!
여전히 웃는 아이들, 아이들을 바라보던 율주, 갑자기 눈이 감기면서 그 자리에서 푹 쓰러진다.
70. 옥상/밤
율주, 멍한 표정으로 앉아있다.
율주 (혼란스럽다) 내가, 수업을 다, 했단 말야?
강욱 네.
율주 ??!! (어찌된 일인지)
강욱 (걱정스럽게) 선생님 꿈꾸신 거예요.
율주 (혼란스러운)
강욱 선생님……, 어디 아프죠.
율주 (애써 밝게) 아니. 안 아파.
강욱 안 아픈 데 두 번씩이나 혼절을 해요?
율주 그러게.
강욱 (잠시 뚫어져라 보다가) 아프죠.
율주 아니.
강욱 (버럭) 아프잖아요! 무슨 불치병이라도 되요? (너무 걱정되어 답답하다.) 말해요. 말을
해야 알죠. 말을 해야 빨간 약이든 반창고든 가지고 다니죠 내가!
율주 ……
강욱 (점점 더 열이 올라서) 죽을 병 이예요? 아니면 전염병이라도 되요?
율주, 도저히 참지 못하고 뛰쳐나가는.. 강욱 따라 나가는,
71. 교정일각/밤
자경, 방송반에서 나와 걸어가는데 빠르게 교문 밖으로 걸어 나가는 율주 를 발견한다.
강욱 선생님! (뒤따라 나가는)
자경 …… (멈칫 서서 보는)
호태 (자경 옆으로 다가와 선다.)
자경 (가만 서서 보는)
72. 거리/밤
뛰어가다시피 걸어가는 율주, 따라온 강욱이 율주를 잡아 돌려세운다.
율주 (눈물 그렁그렁)
강욱 !
율주 …… (말없이 눈물을 주르르 흘리는)
강욱 (마음 아픈/율주를 안아버릴 것 같은데)
율주 (눈물만)
73. 큰나무 길/밤
강욱과 율주, 나란히 앉아있다.
율주 기면증이야. 나도 모르게 잠드는 병.
강욱 !
율주 죽을병도 아니고 전염병도 아닌데, (씁쓸하게) 좀 불편하지 뭐. 아무 때나 피식피식……학교
다닐 때 애들한테 놀림 많이 당했어. 깜박 졸고나면 애 들이 내 머리카락에 껌도 붙여놓고, (눈물이
그렁해서는) 얼굴에 낙서도 해놓고……
강욱 (아픈)
율주 한번은 잠에서 깼는데 학교에 아무도 없는 거야. (울먹하지만 애써 웃으 며) 얼마나 무섭던지.
그래서 아빠가 태권도를 가르쳐 줬어. 울지 말고 씩 씩해지라고.
강욱 ……
율주 대학 때도 엠티 한번 못 가봤어. 그런 건 다 참을 수 있어. 근데… 내가 혹시 학교에서
쫓겨나 영영 교사를 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 면…, (눈물 참으며) 강욱아 사실 그래서 나 늘
불안하다?
강욱 (지그시 보는)
율주 니 눈에도 내가 그렇게 불쌍해 보여?
강욱 그런 거 아니에요.
율주 그럼.
강욱 허무해서 그래요.
율주 뭐가?
강욱 난 또, 무슨 시한부 인생이나 그런 건줄 알았잖아요.
율주 ???
강욱 다행이에요. 별 거 아니라서.
율주 !
강욱 정말 다행이에요. 남보다 잠을 좀, 많이 자는 것뿐이잖아요.
율주 …… 그런 말, 처음 들어. 다들 나, 환자 취급했는데.
강욱 환자 아니에요.
율주 (보는)
강욱 오토키레 렌마위토 오토키레 지사토과.
율주 ???
강욱 따라 해 보세요. (또박또박) 오토키레.. 렌마위몬..
율주 (???한 눈으로 보다가) 오토키레 렌마위몬.
강욱 오토키레 지사토과.
율주 오토키레 지사토과.
강욱 오토키레 렌마위몬 오토키레 지사토과.
율주 오토키레 렌마위몬 오토키레 지사토과.
강욱 잠을 깨는 마법의 주문이에요. 잠이 올 때 마다 외우세요.
율주 !……(풋, 웃음 나는)
강욱 어서요.
율주 (환하게 웃으며) 오토키레 렌마위몬 오토키레 지사토과……
강욱,율주 (같이) 오토키레 렌마위몬 오토키레 지사토과… 오토키레 렌마위몬 오토키 레 지사토과…… (서로
보며 환하게 웃는다.)
74. 음악실/낮
아직 수업 전, 자리에 앉아있는 아이들, 음악실로 들어오는 아이들,
패거리1과 패거리2 피아노 앞에 나란히 앉아서 이제 것 표정 중에 제일 진지한 얼굴로 젓가락 행진곡을 치고 있다.
진지한 표정에 비해 서로 하나 도 맞지 않는다.
강욱 ……
자경 (들어오다가 강욱을 보고는 강욱의 옆자리로 와서 앉는다.)
강욱 (보는)
자경 서강욱. 난 말이지, 요즘 니가 좀 낯설다.
강욱 왜.
자경 변했잖아.
강욱 (긍정한다는 듯이 끄덕 끄덕하는)
자경 선생님 때문이야?
강욱 (보는)
자경 자신 있어?
강욱 (대답 않고 고개 돌리는데)
자경 지난 번 일, 끝까지 합의 못 보면 구속이라던데, 알고 있어?
강욱 (보는)
자경 담임은 모르겠고, 넌 어떻게 할 생각이야?
강욱 (대답 않는)
75. 병실 안/오후
양아치1, 깁스한 발을 올려놓고는 삐딱하게 누워서 만화책을 보고 있 고
태현이 그 옆에 서있다. 양아치2도 옆의 빈 침대에 누워서 만화책을 보고 있다.
태현 왜 합의를 안 하겠다는 거지?
양아치1 (보던 만화책을 던지고 일어나 앉으며) 아 정말, 몇 번을 말해야 되나 이 거. 아저씨. 난
말이죠. 꼰대들 폭력 이거 못 참아, 내가 초등학교 때 부터 꼰대들한테 을마나 맞았는지 알아? (비딱하게
기대며) 합의 하고 싶 으면 둘이 와서 싹싹 빌라 그래.
태현 (보는)
양아치1 선생도 빌고, 서강욱이도 빌고, 둘다 와서 무릎 꿇고, 싹싹 빌라 그래. 싹 싹.
양아치2 (옆에서 낄낄거리며) 볼만~ 하겠네.
태현 (어이없는)
양아치1 안 그러면 그 선생이랑 서강욱 다 쳐 넣을 거야.
태현 쳐 넣는 건, 니가 하는 게 아니고 법이 하는 거야.
양아치1 (본다.)
태현 니들, 지금 생짜 부리는 거 다 아는데, 니들한테도 좋을 거 없어. 이 정도 가지고는 구속
안돼.
양아치1 그럼 겁날 거 없겠네~ 근데 왜 자꾸 찾아와 짜증나게! 이제 선생 못 해먹 겠네에~
태현 (안주머니에서 서류를 몇 장 꺼내 코앞에 보인다.) 이게 뭔 줄 알지?
양아치1 모르겠는데?
태현 (한 장 한 장 넘기며) 작년 3월, 전치 6주로 고소했다가 천 만 원에 합 의, 7월에는 전치
4주로 고소했다가 오백에 합의, 올 2월에는 전치5주로 고소, 칠백에 합의. 니가 접수시킨 고소장.
상습범인가?
양아치1 (피식 웃으며) 조사 많이 했네.
태현 당장이라도 여러 죄질 추가해서 맞고소 할 수도 있어.
76. 병실 앞 복도/오후
율주, 병실 앞에 서서 약간 열린 문틈으로 안에서 소리를 듣고 있다.
양아치1 (악에 받쳐서) 맘대로 해! 다같이 손잡고 들어가지 뭐. 막나가 보자고!
율주 (심난하기만 하다.)
77. 강욱의 집 앞/밤
강욱 문 앞에 서서 멀리 내다보고 있다. 차 불빛이 하나 보인다.
강욱 ?
다가오는 차. 태현의 차다. 강욱, 집안으로 들어가 대문 안에 몸을 숨기고 는 율주가 차에서 내리는 것을 본다.
태현 (따라 내리며) 들어가.
율주 (심각한) 태현씨. 이제 어떻게 되는 거야?
태현 끝까지 합의를 안 해줘도 약식 기소로 끝날 일이기는 한데……,
율주 (걱정의) 꼭 합의해야 돼. 잘못하면 강욱이 또 퇴학이야.
태현 니 걱정은 안하니?
율주 (애써 농담) 나야 뭐, 선생이 어쩌구 저쩌구, 소문나서 짤리기 밖에 더 하 겠어?
(하다가도) 나 정말 이렇게 교사 생활 끝나는 거 아냐?
강욱 ……
태현 내가 이렇게 끝나게는 안 해. 스스로 그만두면 모를까.
율주 (미소)
태현 들어가.
율주 응. 피곤하겠다. 얼른 가.
태현 전화 할게.
태현, 차를 타고 떠난다. 떠나는 차를 바라보는 율주.
강욱 (굳은 얼굴로 안에 서있는)
율주, 집으로 들어올 듯 하더니, 돌아서 내려간다. 강욱, 대문 안에서 나와서 걸어가는 율주의 뒷모습을
바라본다.
78. 동네 편의점 앞/밤
율주, 파라솔에 앉아서 맥주 캔을 하나 마시고 있다.
율주 (벌컥벌컥 마시고는 맥주 캔을 지그시 바라보다가 캔에 써있는 글씨를 읽 는다.) 열을 가하지
않는 첨단 기술과 고감도 효모를 사용하여 한결 부드 럽고 상쾌한 맛을 내는 신선한 맥주입니다. 19세 미만
청소년에게는 판매 금지.
강욱 …… (먼발치서 보고 있는)
율주 (한 모금 더 마시고는) 술꾼 다 됐네. 선생님이.
강욱 ……
율주 (주먹을 불끈 쥐고는 갑자기) 태권! (다시 한번) 태권! 교, 권. 확, 립!
강욱 …… (애잔해 진다.)
79. 거리/밤
강욱, 걷고 있다.
율주E 너 선생님이랑 약속해. 무슨 일이 있어도 걔들 찾아가지 않는다고
강욱 ……
멀리 병원의 불빛이 보인다.
강욱 (불빛을 바라보는)
80. 편의점 앞/밤
캔 맥주를 마시던 율주, 갑자기 벌떡 일어나더니 큰길로 나가서
택시를 잡는다.
81. 병원 앞/밤
택시가 서고 율주가 내린다.
율주 (병원 입구를 바라보며 크게 숨을 몰아쉰다.)
82. 병실 앞 복도/밤
율주, 긴장된 얼굴로 병실을 향해 걸어가고 있다.
83. 병실 안/밤
강욱, 양아치1 앞에 서있다. 대 여섯 명의 양아치들도 구경난 듯이 낄낄거 리며 몰려있다.
강욱 ……
양아치1 야, 사과 하러 온 자식이 뭐하냐? 고사 지내냐?
강욱 내가 잘못했다.
양아치1 잘못? 이 새끼 봐라, 야, (깁스한 발로 툭툭 차며) 형님 잘못했습니다!
강욱 ……
양아치1 안 해? 너 사과하러 온 새끼 맞어?
강욱 … (겨우) 형님, 잘못했습니다.
몰려있던 양아치들 신났다는 듯이 낄낄거리며 웃는다.
양아치1 야, 손은 뒀다 뭐하냐? 싹싹 빌면서, 형님, 잘 못했습니다!
강욱 …… (삭히는)
양아치1 (발로 툭툭 치며) 야야, 무릎 꿇어, 무릎 꿇어 새끼야.
양아치2 그래, 바닥도 좀 겨보고!
강욱 (쏘아보는)
양아치1 이 새끼 봐라? 야, 안 해? 그럼 합의 못하쥐이~ 안 그러냐?
양아치들 그럼! (하면서 낄낄거리고)
강욱 …… (모멸감을 참고 있다.)
슬그머니 열리는 문, 율주 들어오려다가 강욱을 보고는 그대로 선다.
망설이던 강욱, 입을 앙다문 채 무릎을 꿇는다.
율주 ! (놀라는)
양아치들 (신나서 박수까지 치며 낄낄거리고)
강욱 (버럭) 합의 한다고 얼른 말해 새끼야!
율주 (강한) 서강욱!
강욱 (돌아본다.)
율주, 다가와서는 강욱의 뺨을 세게 때린다.
강욱 !!!!!!!!!
율주 (잠시 강욱을 쏘아보다가 나가버린다.)
강욱 ……
84. 병원 앞/밤
율주, 병원에서 나와 선다. 너무 화가 나서 눈물이 나려고 한다.
강욱 …… (다가와 선다.)
율주 니가 이런다고 쟤들이 합의할 것 같애? 이번에는 무릎 꿇고 다음에는 빌고, 그 다음에는 뭘
할 건데? 내가 해결한다고 했잖아, 내가! (열이 올 라) 너 왜 선생님 말 안 들어! 쟤들 상대 말랬잖아!
강욱 뭐가 그렇게 잘났어요?
율주 뭐라구?
강욱 쎈 척, 강한 척, 잘난 척, 그래야 직성이 풀려요? 속은 문드지면서!
율주 내 걱정할 거 없어, 내 앞가림은 내가 알아서 해.
강욱 어떻게 그래요! 어떻게 모른 척 해요!
율주 니가 뭘 할 수 있는데!
강욱 다요! 다 할 수 있어요! 무릎까지 꿇었는데 뭘 못해요! 빌 수도 있고, 길 수도 있어요!
학교 짤리는 거, 한 번 더 짤리죠 뭐. 겁날 거 아무것도 없다 구요.
율주 (쏘아보며) 나쁜 놈.
강욱 (보는)
율주 내가, 선생 못해먹을 까봐, 저 자식들한테 찍소리 한번 못했는 줄 아니?
마음 같아서는, 당장 가서 다 부숴버리고 싶어. 다 패버리고 싶어, 이게 다 너 때문이었다구.
강욱 (보는)
율주 너 때문이라고 이 자식아.
강욱 나 때문에 왜요!
율주 니……, 선생이니까.
강욱 그게 다에요?
율주 (잠시 보다가) 그래.
강욱 (뚫어져라 보는)
율주 (보는)
강욱 (보는)
율주 나쁜 놈. (잠시 보다가 휙 돌아서는데)
강욱 (잡아 돌려 세운다. 두 손으로 율주를 꽉 잡는다.)
율주 (보는)
강욱 (뚫어져라 보는)
율주 ……
강욱 정말 그게 다에요?
율주 (대답 못한다.)
강욱 …… (율주를 잡은 손이 떨려온다.)
율주 …… (떨리는 손을 느끼고)
강욱 나, 나요,
율주 !
강욱 (톤이 높아지면서) 나요,
율주 …… (그 마음 느꼈다.)
강욱 난, 이미 시작됐어요. 난, 선생님으로만 보이지 않아요.
율주를 잡고 있는 강욱의 손이 부들부들 떨려온다. 그 떨림을 느끼는 율 주, 서로 뚫어져라 보고 있는 두 사람, 두
사람의 긴장된 얼굴에서 엔딩.
85. 에필로그/73씬 큰나무 길/모노톤
서있는 두 사람.
강욱, 율주에게 외투를 벗어서 어깨에 덮어준다.
마주보는 두 사람. 두 사람의 새끼손가락에서 나온 빨간 실이 두 사람 주 변을 소용돌이처럼 감싸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