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미스 다이어리] 029 - 사랑합니다 사랑합니다 사랑합니다
씬/ 집 외경 (D)
쓸쓸하고 잔잔한 음악 깔리며,
타이틀 : 사랑합니다 사랑합니다 사랑합니다
씬1/ 거실 (D)
영숙, 창가에 맥놓고 앉아
쓸쓸하고 심난하게 하늘만 본다.
영옥, 걸레질하는데 그런 영숙이가 걸린다.
영옥 (슬쩍) 왜 또?
영숙 ...
영옥 꿈에 미영이 봤어?
영숙, 그저 하늘만 보는데 쓸쓸하다.
씬2/ 할머니방 (D)
영숙, 애닳은 얼굴로 수화기를 들고 있고,
혜옥, 전화번호부 책을 보며 버튼을
하나 하나 꾹꾹 눌러 준다.
영옥, 앉아서 다락 정리하고 있고.
혜옥 ... 신호 가?
영숙 ... (긴장하다가)
SE) 신호음 가기 시작한다.
영숙 가네. (반가워 기다리는데)
남자 (F) 헬로우.
영숙 (잉?)
남자 (F) 헬로우?
영숙 (바로 끊고) 아 잘못 걸었잖아. 똑바로 보구 좀 걸어봐.
혜옥 아니 물어보지도 않고 뭘 잘 못 걸었대?
영숙 헬로 하믄서 코쟁이가 받는데 뭘 물어봐?
영옥 (퉁박) 아 그럼 미국서 전화받는데 헬로~ 그러지, 여보슈~ 그러냐?
영숙 ... (그런가?)
혜옥 (재발신 누르며) 제대로 눌러 줬구만...
영숙, 긴장하며 기다리는데,
SE) 다시 신호음 간다.
남자 (F) 헬로우.
영숙 (긴장) 헤,헬로우. 저... 거기...
혜옥 그냥, 플리즈 미영, 이러면 알아들어.
영숙 그냥, 플리즈 미영.
혜옥 그냥은 빼구.
영숙 (반색) 미영이냐? (눈물 그렁그렁) 어이구 나다. 그래. 좀 전에 건 누구야? 테드? 어~ 태욱이. 아우 그 놈이 벌써 전화를 받어? (눈물) 왜 이렇게 전화가 없어. 내가 니 전화 기다리는 낙 밖에 더 있냐.
영옥, 그런 영숙이가 안쓰럽다.
영숙 김장? 벌써 했지? 동치민 안 했어. 왜? 동치미 먹고 싶어?
씬3/ 마당 (D)
영옥, 나오다가 보면,
무가 가득 담긴 쌀자루가 놓여있고,
(김장용 통무 말고 동치미용 크기의 무)
영숙, 자루에 담긴 파를 끌고 들어온다.
영옥 미국서도 동치미 다~ 팔어. 파김치도 판대드라.
영숙 아 사 먹는 거랑 같으우? (한켠에 세워진 다라이와 호수를 꺼내는데)
영옥 신났어신났어. 그저~ 딸내미라면. 에으... (나가는)
영숙, 힘들어 보이나 왠지 신나 보인다.
씬/ 방송국 외경 (D)
씬4/ 방송국 / 회의실 (D)
미자와 동료 성우들, 선배 여자 성우의
애기 사진을 보며 감탄하는데,
현우, 혼자 덤덤히 대본만 보고 있다.
미자 (거의 몸서리치며) 아우~ 요 입술봐 입술. 아직 돌 안 지났지?
선배 (뿌듯) 2월에 돌이야.
미자 일복은 한꺼번에 터지나봐. 애 낳자마자 여기저기 부르는데도 많아지구, 성우실 실장 되구.
선배 실장은 무슨... 돼봐야 알지... (내심 바라는)
민지 언니가 안 되면 누가 돼?
미자 그니까.
현우 (일하며) 김영진씨가 됐어요.
미자 (잉?)
황당한 사람들의 표정.
영진 (멀뚱히 보다가 자기 가리키며, 입모양) ‘나?’
현우 (챙겨들고 나가며 영진에게) 부장님이 한턱 쏘라고 날 잡으시래요.
미자 황당, 선배 당혹, 영진 난감.
씬5/ 방송국 / 화장실 (D)
선배, 거울 앞에서 팔짱 끼고 있다.
상처받았으나 티내지 않으려고 하는데,
민지는 대단히 열받았고,
미자는 위로의 맘이 앞선다.
민지 영진선배보다 경력도 언니가 위고 능력도 위야. 근데 왜? 왜 언니가 밀려야 돼?
지영, 개인구역에서 옷 손보면서
눈치보며 슬금슬금 다가온다.
미자 솔직히 우리 전부 다~~ 언니가 실장 되는 줄 알았어. 영진 선배도 자기가 될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을 걸?
지영 (슬쩍) 김영진씬 은근히 좀 바랬어.
모두 (지영을 돌아보면)
지영 (시선이 부담스럽지만) 부장님들이 자꾸 부추기니까... 위에선 김영진씨가 됐으면 했나보드라구.
미자 아니 왜?
하는데 선배, 그 말에 더 화났는지
그냥 화장실로 들어가버린다.
민지 언니(미자)라도 가서 뭐라고 한마디해야 되는 거 아냐? 가만있으면 우리 다 같이 바보 되는 거야. 나중에 우리도 이런 꼴 당하지 말라는 법 있어?
미자 없지!
씬6/ 방송국 / 부스 밖 (D)
현우, 가방 들고 퇴근하려는데
미자, 전투적으로 들어오다가
어딘가에 종아리를 제대로 부딪힌다.
아합! 너무 아프나 티는 못내고
미자 .. 우리 얘기 좀 하죠.
현우 그거 디게 아플텐데. 좀 문지르죠?
미자 .. 얘기 좀 해요.
현우 먹으면서 하죠. (휙 나가버리면)
미자 (그제야 종아리를 막 문지르며) 아아... 저런 싸가지... (문지르며 쫓아나가는)
씬7/ 카페 (N) - ENG
현우, 덤덤히 밥 먹는데,
미자, 떨떠름해서는
미자 영진 선배 실장 된 거, 문제가 좀 있다고 생각하는데....
현우 거의 몰표였어요. 저도 영진 선배 밀었구요.
미자 능력면에서나 경력면에서 송선배가 위라는 거, 회사 사람들이 다 아는 사실이잖아요?
현우 네.
미자 근데 왜 송선배가 밀린 거에요? (약간 꼬아서) 여자라서요?
현우 네!
미자 (황당하고 어처구니없다)
현우 여자고 애 엄마라서요.
미자 (E) 뻔!뻔!해라. (뭐라 공격하려는데)
현우 (OL) 애가 돌도 안됐죠? 초보 엄마들 수없이 가슴 조리고, 일하다가 수없이 뛰쳐나가요. 애는 애대로 못보고, 일은 일대로 못하고. 죽도 밥도 안 돼요.
이제부터 두 사람 쉼표 거의 없이
빠르게 대사를 친다. 9씬까지.
미자의 격앙된 감정과
두 사람의 감정의 골이 보이게.
미자 송선배가 그렇게 어설프게 일하는 사람이에요?
현우 아이가 생기면 그럴 수밖에 없어요.
미자 단지 그럴 수밖에 없을 꺼란 추측만으로 일에서 배제시켜버려요?
현우 배제가 아니고 배려에요. 적당히 일하고 적당히 애 돌볼 수 있게.
미자 그리고 적당히 일에서 도퇴시키죠. (격앙된) 넌 집에서 애나 키워라!! 일은 우리 남자가 해주마!!
컷이 퍽 튀면
씬8/ 카페 계산대 (N) - ENG
각자 신용카드 긁고 사인하고... 등등
그런 일상적인 행동하면서 여전히...
현우 애 키우는 것보다, 일하는 게 더 고급스러운 일이라서, 남자가 일을 하고, 여자한테 육아를 떠넘긴다고 생각하는 건 착각이에요. 애 키우는 것도 중요하죠. 단지 통념상 엄마가 육아를 맡는 게 자연스럽다는 거에요.
미자 전업주부일 땐 통념상 자연스럽죠. 하지만 둘 다 직업이 있으면 육아에 대한 부담은 똑같이 반반 나눠야죠.
현우 (미자가 집어간 카드를 뺏고, 다른 카드를 밀어주며) 바뀌었네요!
미자 (아주 짧게 뻘쭘한 컷)
컷이 퍽 튀면
씬9/ 거리 일각 (N) - ENG
전투적으로 걸으면서 여전히...
현우 똑같이 반반은 생물학적으로도 불가능한 얘기에요. 애를 여자가 낳는 이상은 남자보다 여자가 모성애가 더 강할 수밖에 없는 거고, 그래서 여자가 애한테 더 정성을 쏟을 수밖에 없는 거죠.
미자 쏟을 수밖에 없는 게 아니라, 쏟아야만 한다고 강요하는 거란 생각 안 해봤어요?
현우 그럼 이렇게 얘기하죠. 양육에선 여자가 남자보다 우월하다! 때문에 우월한 사람이 양육을 맡는 건 당연하다! (약간 비아냥) 우월.. 좋죠?
미자 그래. 우리 여자들 애 진짜 잘 키워. 우월해. 어차피 수퍼우먼인데 애 좀 더 보는 게 뭐 대수겠냐고. 근데, 그렇게 수퍼우먼인 거 알면서, 왜 일에선 슬~쩍 빠지게 할까?
현우 한쪽 짐을 강하게 실어주면 한쪽 짐은 덜어줘야죠.
미자 양육에 대한 짐은 여자쪽에 옴팡 실어주고, 돈은 알아서 적당히 벌어오라? 와~ 너무 뻔뻔하니까~
하면서 동시에 확 양갈래로 찢어지는데,
쿵! 소리와 미자 앗!하는 소리 들린다.
거의 동시에 현우 다시 프레임 인되어
미자 쪽을 보는 시선. 그리고 암전.
헤어지는 순간까지 설전을 벌인 것이다.
씬/ 장례식장 외경 (N) - ENG
씬10/ 장례식장 (N) - SET 또는 ENG
(일각. 굳이 장례식장이 아니어도 상관없음)
부록과 친구(상주복장), 한쪽에 앉아있다.
이 친구 너무 상심에 젖어있다.
부록 (어렵게 입떼는) 병도 없이 아흔을 채우고 가셨으니... 호상 아닌가. 자네 같은 효자도 없었구...
친구 (쓸쓸) 자네... 어머니한테 사랑한다는 말 해 본 적 있나?
부록 ....!!
친구 보게나. (눈앞의 간판을 읽는 듯) 사랑카센타, 사랑유치원, 사랑부동산... 참 흔해빠진 말인데... 왜 난 한번도 해본 적이 없는지.
부록 ...!!
친구 (눈물 날 듯) 정말 사랑하는 어머니였는데... 사랑한다는 말을... 한번도... 못해드렸어... 그게 걸려...
부록 ...!!
씬11/ 거실 (N)
쓸쓸히 앉아있는 부록으로 넘어온다.
친구 (E) 정말 사랑하는 어머니한테... 사랑한다는 말을 한번도 못했어...
그때 영옥이 늙은 모습이 눈에 보인다.
꾸부정해서 걸레질을 하는 영옥.
자신의 감정에 취해 입을 떼는 부록
부록 어머니...
영옥 (보는)
부록 어머니...
영옥 왜?
부록 어머니 사!
영옥 사.. 뭐?
부록 ..잠깐, 연습 좀 하고 오겠습니다. (방으로 가는)
영옥 뭔 소리야? (다시 걸레질하는)
씬12/ 부록방 (N)
부록, 쑥쓰러운지 얼굴을 쓸어내린다.
부록 (비실비실 웃으며) 거 참... 쑥스럽구만. (앉아서 연습) 어머니... 사... 사랑 (하다가) 아우...
닭살 돋는지 누우며 발버둥치는데
우현 (들어오며) 뭐하세요?
부록 (발딱 일어나) 운동한다 임마.
부록, 괜히 앉았다가 누우며 발버둥치는.
마치 운동하는 듯한 액션을 보인다.
씬13/ 주방 (N)
식탁은 한쪽 벽으로 붙혀져 있고,
동치미 하느라 다라이, 도마, 김치통 등이
잔뜩 늘어져 있다. 얼추 마지막 단계다.
영숙, 국자로 간 맞추고 있는데
영옥, 걸레 들고 들어온다.
영옥 안 자냐?
영숙 먼저 자요.
영옥 (퉁박 조) 쉬엄쉬엄해. 병나. (나가는)
영숙, 바가지 들고 일어나는데
입에서 아구구구... 소리가 절로 난다.
그래도 왠지 지쳐 보이지 않는다.
씬/ 집 외경 (D)
씬14/ 거실 (D)
주방 앞에 김치통이 다섯개 정도 쌓여있다.
혜옥, 전화받으며 주소를 받아적는데,
영숙, 빨리 보내주고 싶은데 혜옥이가
제대로 받아 적지 못하는 거 같아 안달이다.
혜옥 십육... 스트릿? 아~ 스트릿~ 근데 스트릿을 어떻게 쓰더라... 응?
영숙 에으! (뺏으며) 줘봐. 속터져. 고등핵교까지 나오믄 뭐해. 그거 하나 받아적지 못하고. 가 가스 불이나 꺼.
혜옥 (궁시렁대며 자리 뜨면)
영숙 (수화기 대고) 미영이냐? 에미다. 불러봐. 니 에미 그 정도로 무식하진 않어. 불러봐. 응, (받아적으며) 16 스트릿... 햄버거 빌... 응... 와싱턴...
받아적은 거 보면 삐둘빼둘한 한글이다.
‘16 스트? 햄벅어빌 와싱턴...’
영숙, 적은 주소를 멀리봤다 가까이 봤다하는데,
우현, 긴통 다라이를 들고 주방에서 나와
동치미를 옴겨담으려고 김치통을 열자,
영숙 (놀라) 왜? 뭐하게?
우현 냉장고 들어갈 데도 없고, 마당에 묻게요. (쏟으려하자)
영숙 (철렁해 등짝 때리며) 아우 우리 먹을 거 아냐.
영옥 (방에서 나오며 이르듯) 미국에 보낸대. 딸내미한테.
우현 히익. 이걸 다요?
영숙 미국에 입이 얼만데. 미영이 시댁식구도 있고...
우현 돈 엄청 들텐데. 손바닥만한 거 하나 보내는데도 만원 훌쩍 넘어요.
영옥/숙 ... !!
영숙 (설마) 뭐 만원이 넘어. 제주도에서 귤 한~박스 보내오는데 팔천원도 안 하더만.
영옥 미국하고 제주도하고 같냐? 미국 가는 비행기 삯이 얼만데, 그거 비싸서 미국 가고 싶어도 못 간대매. 이게(동치미) 니 등치 두 배는 더 나가.
영숙 ... !!
우현 (들어보는데 엄청 무겁다) 어후! 이거 다 보낼라면... 오십만원은 넘겠는데요.
영옥 (그 소리에 영숙 흘기며) 이으... 무식헌...
영숙 ... (큰소리) 아 누가 알았나!
영숙, 신났던 기운이 꺽어지고 있다.
씬/ 방송국 외경 (D)
씬15/ 방송국 복도 (D) - ENG
어제 양쪽으로 확 찢어진 것처럼
오늘은 양쪽에서 확 합쳐지며 걸어온다.
만나면서 바로 싸우기 시작한다는 뜻.
미자 남자들은 동료여자가 결혼해서 애기 갖으면 그렇게 반갑다면서요? 애낳고 나갈 꺼니까. 경쟁상대 하나가 알아서 사라져주니까. 애낳고도 열심히 회사 다니면 그렇게 꼴보기 싫다면서요?
현우 주변에 못난 남자들만 있나보죠?
미자 못난 남자라는 건 인정하나보죠?
두 사람 카메라 앞으로 확 들어오면서
컷 튀면,
씬16/ 몽타주 (D)
방송국 내에서 미자와 현우 계속 논쟁을 벌이는 모습.
지영, 첨엔 양쪽 얘기를 들어주는 척 하다가
나중에는 둘 만 보이면 슬쩍 자리를 피한다.
컷 튀면,
씬17/ 카페 (N) - ENG
현우, 덤덤히 밥을 먹고,
미자, 옆에서 여전히 따지며
미자 합리적인 사람이라면 애가 있고 없고를 떠나서 그 집단에 도움이 되는 사람을 실장에 앉혔겠죠.
현우 전 집단보단 사회에 도움이 되는 쪽으로 판단한 거에요. 우리 방송국의 이득보단 아이가 바르게 제대로 크는 게 사회에 더 중요하니까.
그때 카메라 그 옆 테이블을 비추면
계속 싸움이 끝나길 기다린 듯한
윤아 지영 동직 정민, 지친 표정들이다.
동직 뭐래냐. 뭐래는지 알아들을 수가 있어야 말이지.
지영 (미자쪽 보며, 게슴치레) 어지러. 멀미날라 그래.
윤아 가서 어떻게 정리 좀 하고 오죠?
정민 재밌잖아요. 난 쌈 구경이 젤 재밌든데. 그래서 내가 변호사된 거잖아.
동직 (미자쪽에 대고 크게) 아 왜 싸우는 건데? 그냥 잘못한 놈이 한 대 맞고 끝내!
미자 (E, 현우 노려보며) 진짜 한대 패주고 싶다.
<시간경과>
자리 옮겨서 (현우는 없고)
미자 지영 윤아 동직 정민 있는.
미자 (아직도 열난다) 아까 싸가지 걔 봤지? 내가 그렇게 열내는데 표정 하~나 안 변하고 꼬박~꼬박~ 말대꾸하고. 정상은 아냐 걔.
윤아 그만 하자 좀. 짜증날라 그런다.
미자 너 같으면 열 안나니? 유능한 선배가 애 있다는 이유로 제껴졌는데? 나중에 넌 그런 일 안 당할 꺼 같애?
정민 나중에 애 때문에 일에 지장 있을 꺼라는 짐작만으로 미리 일에서 배제시키는 건, 살인할 위험이 있다고 미리 감옥에 가두는 거랑 똑같은 거죠.
미자 (너무 반갑다) 내 말이!!
지영 (우욱~ 진짜 멀미난다)
동직 아... 진짜. 쉽게 말하라니까. 그래서? 넌 미자 편이라는 거야?
정민 뭐 말하자면.
동직 오케이! 둘이 편이래! 둘이 편먹고 아까 그 놈 무찔러! 됐지? (잔 들고) 마셔!
미자 (마시다가 정민에게) 아까 그 놈이...
동직 (잔 쾅 놓으며) 아 나 진짜!
미자 (더 쾅 놓으며) 뭐?
동직 (꼬리 내리며) 계속 해.
씬/ 집 외경 (N)
씬18/ 할머니방 (N)
영옥과 부록, 마주 앉아있는데,
이미 꽤 그렇게 시간이 지난 듯하다.
부록, 땀나는지 이마를 쓸어올린다.
영옥 (답답) 빨리 말해. 뭔데?
부록 어머니 사...
영옥 사? 뭘 사?
부록 그게 아니고... 어머니 사...
영옥 (답답. 미치겠다) 어제부터 계~~속 사사 그러는데 뭐냐고오? 응? (하다가 철렁) 사. 사고! 사고쳤네 이거. 뭐야? 무슨 사고야? 응?
부록 그게 아니고... 어머니... 사...
영옥 사돈이 사고 쳤어?
부록 그게 아니고...
영옥 (꽥) 그럼 뭐야? 얼른 똑바로 말 못해!!
부록 (겁먹어) 제, 제가 태어나서 어머니한테, 한번도 단 한번도...
영옥 응.
부록 한번도 못한 말이지만... 어머니를 진정... 사...
영옥 사...사.나이로 생각해?
부록 그게 아니구...
영옥 (부록에게 휴지곽 걸레등을 내던지며) 그게 아니면 뭐야 뭐? 사자! 사과? 사탕? 사팔?
씬19/ 거실 (N)
영옥이 닦달하는 소리와 함께
부록, 도망쳐 나오듯 영옥방을 나온다.
영옥 (OFF) 에으! 변변치 못한 인간... 에으! (확신) 사고쳤어 저거!
부록, 후... 땀을 닦는다.
부록 그래... 나중에... 나중에 말씀드리자...
돌아서 자신의 방 쪽으로 가는데
부록의 뒷모습에 들리는 친구의 목소리
친구 (E) 어머님이 한백년 사실 줄 알았네. 그렇게 가실 줄 알았으면, 진작 말씀드리는 거였는데...
부록, 돌아서는데
‘하긴 해야겠고...’하는 표정이다.
씬20/ 원룸 (N)
룸. 지영, 멀미나서 넉다운 되어 누워있고,
미자, 여전히 체력이 넘쳐난다.
미자 지피디 걔는 와이프가 이담에 일한다고 애한테 조금만 소홀하면 난리나겠드라. (하다가) 의외로 정민씨가 괜찮단 말야.
윤아 (들어오며) 정민씬 외조 좀 하겠더라.
지영 (그 말에 일어나며) 우리 동직이 오빠는?
미자 ... 멀미 난대매? 자.
지영 (표정)
씬/ 집 외경 (N)
씬21/ 할머니방 (N)
영옥, 자다가 일어나보면,
혜옥만 옆에서 자고 영숙이가 없다.
씬22/ 주방 (N)
#거실. 어두운 거실에 주방쪽만 훤하다.
#주방. 영숙 두꺼운 비닐에 무만 건저낸다.
하나라도 더 넣으려고 꾹꾹 넣고 있는.
영옥, 보고 있자니 짠하면서 화나는.
영옥 (버럭) 그렇게 꼭꼭 눌러 담는다고 무게가 들 나가냐? 크기가 아니고 무게라잖어 무게!
영숙 (버럭) 거 안 도와줄꺼면 들어가 자요! 괜히 초 치지 말고!
영옥 덜그덕거리는데 잠이 와? 에으!
영옥, 답답한지 나가버린다.
영숙, 자식을 위해서 하는 일이 점점
맘 같아지지 않아지고 있다. F.O
씬/ 우체국 외경 (D) - ENG
씬23/ 우체국 (D) - ENG
#우현, 미영과 통화하며 주소 받아적고,
영숙, 옆에서 안달이다.
우현 예... 와싱턴... 예... 예... (끊는)
영숙 내가 제대로 적었잖어. 몇 번 확인했어.
우현 영어로 써야죠. 미국사람들이 우리말을 어떻게 알아요?
영숙 ... 이 사람들(우체국 직원)이 배달 가는 거 아냐?
우현 이 사람들은 이거 비행기에만 태우고요, 미국에 비행기 도착하면 미국 사람들이 배달하는 거에요.
영숙 ... 몰랐지 난.
#우현은 김치통만한 박스 하나를
최대한 조심스럽게 저울에 올리고,
영숙은 딴 데보는 척하며 손끝으로
살짝 박스를 들어올리고 있는데,
직원 손 치우세요.
영숙 (뻘줌해서 치우는)
직원 빠른 걸로요?
영숙 네. 제일 빠른 걸로...
직원 ****원 입니다.
영숙 생각보다 덜나왔단 생각에
주머니에서 부시럭대며 돈 꺼내주는데
직원 (일하며) 내용물이 어떻게 되세요?
영숙 (좋아라) 응, 동치미. 우리 애가 좋아해서.
직원 (잉?) 신고..하셨어요?
영숙 뭔... 신고? (영숙과 우현의 표정 위로)
직원 (OFF) 죄송합니다만 미국으로 음식물 보내시려면 일주일전에 신고를 하셔야돼요.
씬24/ 거리 일각 (D) - ENG
영숙, 허망하고 기운이 빠져 걷기 힘들다.
우현, 끙끙대며 동치미를 들고 오는데,
쓸쓸한 영숙이가 자꾸 걸린다. 눈치만 본다.
영숙, 뒤돌아 하늘을 나는 비행기를 보는데,
눈물이 찔끔 난다.
우현도 먼저 못가고 영숙을 기다린다.
씬25/ 거실 (D)
다시 끌고 온 동치미 박스가 한켠에 있고,
영숙, 창가에 앉아 하늘을 보고 있다.
영옥, 영숙 뒤에 앉아있는데 마음이 짠하다.
영옥, 말없이 영숙의 등을 쓰다듬어주자
영숙, 눈물이 그렁그렁해진다.
영숙 하나 있는 자식새끼 동치미도 못 멕이고...
(눈물 쏟아질 듯)
영옥 늙은인... 에미노릇두 맘대로 안되는 세상이다.....
그 말끝에 결국 영숙 눈물이 난다.
영옥, 더욱 강하게 등을 쓰다듬어 준다.
씬/ 방송국 외경 (D)
씬26/ 방송국 / 부스 밖 (D)
현우와 영진, 얘기하고 있는데,
미자, 보란듯이 삐딱하게 인사하고 가는.
현우 (표정)
영진 (괜히 난감) 아 뭐야~ 꼭 내가 죄진 거 같잖아~
씬27/ 방송국 / 화장실 (D)
황당한 미자와 지영의 표정
미자 그만 둔다고??
한결 부드러워진 선배 여자
선배 어. 위에 말했어.
미자 언니 혹시 어제 그 일 때문에 그래?
선배 아니. 그냥, 내 옆에서 쌔근쌔근 자고 있는 애를 보고 있으니까, 애하고 일을 놓고 경중을 따지는 게 왠지 애한테 죄짓는 거 같더라. 내가 나라를 지키는 사람도 아니고...
미/지 ...!!
선배 애 때문에 일 그만 두면, 괜히 억울할 거 같고, 후진 여자처럼 보이지? 안 그래. 애 나봐. 진짜 애 제대로 키우고 싶어. 또 제대로 키워야 되고.
미자 애도 제대로 키우고 일도 하면 되지!
지영 그지!
선배 아침에 허둥지둥 씻고 애 짐 챙겨갖고 친정 엄마한테 맡기고 나면, 저녁 여섯시만 되면 불안해. 빨리 가서 애 데리고 와야 되는데... 또 밤에 애 울어봐라. 밤 꼴딱 센다. 이건 능력을 떠나서 체력이 안돼.
미/지 ...!!
선배 애 있으면서도 성공한 여자들, 공통점이 뭔 줄 알어? 육아를 확실하게 뒷받침 해줄 수 있는 경제력이 있다는 거야. 유모에 가정부에 교사에... 집에서 애 울음소리가 들려도 신경 안 써도 돼. 그래놓고 스스로 대단한 것처럼 뻐기지. 웃기지 말라 그래.
지영 ... 돈이 있어도 돈을 버는구나.
미자 (넌 결론이 그렇게 나니?)
씬28/ 방송국 / 부스 밖 + 정민 사무실 (D)
모두, 선배 여자를 배웅하는 분위기다.
미자는 왠지 씁쓸한데
선배 (유쾌하게) 다들 긴장 놓지 마요. 나 언제 다시 돌아올지 모르니까.
현우 언제든 대환영이에요.
영진 술한잔 해야죠?
선배 (나가며) 나 밤 늦겐 안되는 거 알지?
미자 지영 현우를 제외한 성우들 쫓아나가면,
미자의 핸드폰 울린다(SE).
미자 여보세요.
정민 그 자식 여전히 미자씨 이겨 먹을라고 들어요?
미자 (현우 눈치보여) 저 지금 녹음 들어가야 되거든요. 이따 전화하께요. (끊는)
정민 반응 참 싱겁긴?
미자 현우 지영, 셋이 대본보고 있는데,
미자, 괜히 뻘쭘해서 한마디도 없다.
지영은 둘 사이 눈치보느라 말 없고
미자 ... (대뜸) 송선배가 그만 뒀다고 해서 지피디가 옳았다는 건 아녜요. (휙 부스안으로 들어가는)
현우 (피식...)
지영 (눈치보다가 따라 웃는)
씬/ 집 외경 (N)
쓸쓸한 음악 깔리며
씬29/ 주방 (N)
영옥, 영숙이 때문에 심난해 앉아있다.
영옥 자식이 뭔지... 부모가 뭔지...
영옥, 쓸쓸한데, 부록, 조용히 들어온다.
부록 어머니...
영옥 (그냥 심난하기만 한데)
부록 (슬그머니 봉투를 내민다)
영옥 ..뭐야?
부록 ..제 마음입니다.
부록, 민망한지 후다닥 뛰어나가는데,
영옥, 봉투를 열어보면 편지가 나온다.
영옥, 편지를 펼쳐보는데
부록 (E) 어머님을 생각하면 항상 이 말이 떠올랐습니다. 그러나 이 못난 자식, 한번도 입 밖으로 내진 못했습니다. 이제는 용기를 내어 어머님께 제 마음을 보여드리려 합니다. ... 어머니 ... 사랑합니다...
출렁이는 음악과 출렁이는 영옥 표정.
감동받은 듯 하다.
씬/ 포장마차 외경 (N) - ENG
씬30/ 포장마차 (N) - ENG
미자와 현우, 나란히 앉아있는데,
미자 혼자만 많이 취했다.
미자 솔~직히 말해봐요. 집에... 애 있죠?
현우 ...??
미자 와이프가 애 제대로 안 봐서 승질나죠? 그죠? 아니면 어떻게 그렇게 말을 잘하냐고. 애... 있죠?
현우 없어요.
미자 에이~~ 솔직히 말해봐. 딴 데가서 말 안할게.
현우 (말 안하려고 했지만) ... 저희 어머니, 꽤 성공하신 분이에요. 근데... 늘 나한테 미안해했어요.
미자 ... (가만 보다가, 뜬금) 엄마 이름이 뭔데요?
현우 ... (마무린 져야지 싶어) 어머닌 항상 나만 보면...
미자 (꼬장) 엄마 이름이 뭔데요? 유명하대매? 뭔데?
현우 (말을 말자. 그냥 마시고 만다)
미자 이름이 뭐냐니까~
씬31/ 포장마차 앞 (N) - ENG
#카메라, 포장마차를 비추면,
현우, 덤덤히 안에서 나왔다가
티 안나게 사방을 살피고 들어간다.
안에서 우당탕탕 소리 들리고
잠시 후, 현우, 미자를 부축하고 나온다.
미자 몸을 제대로 못 가눈다.
#현우, 미자를 부축하고 가다가 아는 사람이 오자,
얼른 미자를 벽(나무)에 기대어 놓고
모르는 사이처럼 딴 짓하다가
다시 부축하고 그렇게 꾸역꾸역 가는데..
씬32/ 동네 일각 (N) - ENG
이젠 아예 미자를 엎고 간다.
미자, 뭐라뭐라 주정하는데,
현우, 덤덤히 엎고 갈 뿐이다.
그런 둘을 가만히 보고 있는 정민.
왠지 아는 체를 할 수 없다.
정민, 그 둘을 한참 보다가 그냥 돌아서는데
왠지 떨떠름하고 씁쓸하다.
자꾸 돌아보게 되는 모습에서 스틸. 코드음. F.O
씬33/ 부록방 (D) - 에필로그
F.I되면서 영옥, 부록 있다.
영옥, 편지를 방바닥에 탁! 놓는
부록, 뭔가 쑥스럽지만 기대하는
영옥 (카리스마) 불어!
부록 (어리둥절) ... 에?
영옥 뭔일인지 불으라구!
부록 (당황) ... 일이라니...요?
영옥 니가 뭔 사고를 쳤으니까 이런 걸 쓰지, 제 정신에 이런 짓을 할 사람이야? 뭐야? 보증 선거야?
부록 (난감) 아니 저는 정말로 어머니를 사랑하는 맘에...
영옥 (꽥) 얼른 안 불어? 얼마 섰어?
부록 (억울) 정말로 전 어머니를 사랑...
영옥 (등짝 때리며) 이게 보증을 얼마나 섰기에! 얼마 섰어? 천? 이천? 얼마 섰어?
영옥, 그렇게 부록을 잡는데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