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속으로] 14
S #1 연희네 집
연희, 집으로 들어오는데
이모, 방에 누워 끙끙 앓고 있고 이모부, 이모의 눈치를 보고 있다.
이모, 연희가 들어오자 벌떡 일어나 앉는다.
이모 너, 이리 좀 와 봐.
나랑 니 이모부랑 오늘 너 땜에 무슨 꼴을 당하고 온 줄 아냐?
내가 너무너무 속이 상해서 오늘 일도 못 나갔어.
점잖게 전화도 하고 차도 보냈길래 그때 일 사과라도 하려나
보다 하고 갔더니 뭐가 어쩌구 어째? 하! 기가 막혀서.
연희 무슨 얘기야?
이모 그 싸가지 없는 여편네가 돈 줄 테니까 헤어져 달라 그러더라.
연희 (열받는다) 그래서 받았어?
이모 미쳤냐? 그 딴 돈을 왜 받아?
연희, 다행인데 이모부, 찔린다.
이모 내가 너 처신 똑바로 하라 그랬지?
그 이산가 뭔가 하는 놈 다시는 만나지 마. 알았어?
연희 ...
이모부 연희한테 왜 그래? 연희가 뭘 잘못했다고?
근데 내 생각에도 안 만나는 게 좋을 거 같애.
연희, 방으로 들어간다.
이모 (꽥) 어떡할 거야? 만날 거야? 안 만날 거야?
연희 걱정하지마.
연희, 문을 닫는데
이모, 갑자기 서럽게 울기 시작한다.
이모 (울부짖는 소리) 병신같은 기집애, 하필이면 남자를 만나도
그딴 놈을 만나.
에미 애비 없는 것도 서럽고, 똥구멍이 찢어지는 이모 밑에서
크는 것도 서러운데.
복도 지지리도 없는 년. 똑똑한 척은 지 혼자 다 하고 돌아다
니더니 그 딴 놈 만나서 팔자 필라 그랬냐, 이 바보 같은 년아.
이모부 (소리) 여보, 울지마.
이모 좋은 대학 나오면 뭐해, 니 팔자나 내 팔자나 다를 게 뭐가
있어? 어어어엉.
연희, 이모의 울부짖는 소리를 들으며 가슴이 미어진다.
S #2 인하네 거실 (밤)
인하, 집으로 들어오는데 왕여사와 재숙이 TV를 보며 낄낄거리고 있다.
인하, 그냥 2층으로 올라가려다가 재숙이 쪽으로 간다.
왕여사 어, 왔니?
인하 너, 아까 한 말 다시 해 봐.
재숙 무슨 말?
인하 아까 사무실에서 한 말.
재숙 싫어. 엄마한테 직접 물어 봐.
왕여사, 재숙을 째려본다.
재숙 엄마가 그랬잖아?
인하 연희한테 이번엔 또 무슨 짓을 하신 거예요?
왕여사 무슨 짓이라니?
인하 무슨 짓 했냐구요!
왕여사 돈 줬다, 왜?
인하 ... 주니까, 받아요?
왕여사 그럼, 받지. 얼씨구나 하고 얼른 받더라.
인하 ... 누가요?
왕여사 누군 누구야? 연희지. 세상에 돈 싫다는 사람 봤니?
인하, 잠시 왕여사를 쏘아보다가 2층으로 올라간다.
왕여사 (가는 인하의 뒤에다 대고) 너도 정신 차려. 그런 애들이 겉
으로는 순진한 척 해도 속으로는 얼마나 계산이 빠르고 영악
한지 알아?
재숙 (인하가 사라지자 은밀하게) 엄마, 근데 정말로 연희가 받았어?
왕여사 (흘기며) 그래.
재숙 얼마나 줬는데?
왕여사 몰라도 돼.
왕여사, 다시 TV를 보면
재숙, 왕여사를 이상한 눈으로 본다.
S #3 인하 방 (밤)
인하, 옷을 벗다가 갑자기 화가 치미는지 웃옷을 바닥에 패대기치듯 팽개친다.
S #4 유니온 로비
인하, 로비로 들어서면 출근하는 직원들, 인사한다.
인하, 같이 인사를 하며 혹시 연희가 주변에 있나 보면서 엘리베이터 쪽으로 간다.
직원들, 인하가 지나가면 뒤에서 힐끗거리며 자기들끼리 소근거린다.
인하, 엘리베이터에 타면 뒤에서 따라오던 오과장도 같이 엘리베이터에 탄다.
오과장 안녕하세요.
인하 안녕하세요.
이때 연희가 엘리베이터 문이 열린 것을 보고 바쁜 걸음으로 오다가
인하가 타고 있자 문 앞에 선다.
인하와 연희의 시선이 마주친다.
연희 (인하와 오과장에게) 안녕하세요.
연희 탈까 말까 잠깐 망설이는데
오과장 뭐해? 안 타?
연희, 엘리베이터에 타며 오과장을 사이에 두고 인하의 반대쪽 벽에 붙어 선다.
S #5 엘리베이터 안
인하, 연희를 보고 있고
연희, 인하의 시선을 느끼면서 외면하고 있다.
오과장, 그런 두 사람을 슬그머니 살핀다.
S #6 자판기 앞
오과장, 커피를 뽑으려고 동전을 넣는데 여직원 둘이 뒤에서 재잘대며 자판기 쪽으로 온다.
여1 이사하고 사무실에서 별 짓을 다한다더라.
여2 술집 다녔대잖아.
여1 회장님한테 불려갔단 얘기 들었어?
오과장, 커피를 뽑고 돌아선다.
여직원들, 오과장에게 인사하는데
오과장 봤어?
여1 예?
오과장 직접 봤냐구?
여2 아뇨.
오과장 입조심들 해.
여직원들, 당황하여 얼른 도망치듯 사라진다.
S #7 사무실
연희, 자리에 앉아 일을 하고 있는데
오과장, 들어와 연희 앞에 커피를 내려놓는다.
연희, 놀라 보는데
오과장 과장이 이런 거까지 타다 바쳐야겠어?
연희 저, 타 달라 그런 적 없는데요?
오과장 얘기하기 전에 서로 이렇게 주고받는 게 있어야 되는 거야, 알아?
연희 ... 고맙습니다.
오과장 시나리온 잘 돼가?
연희 예. 생각보다 어렵네요.
오과장 되든 안되든 끝까지 한 번 해봐.
연희 예.
오과장 (자리로 가며 비어 있는 김주임 책상과 다른 직원들의 책상
을 째려본다)
이것들은 어딜 가면 간다고 얘길하고 가야 될 거 아냐? 팀장
을 뭘로 아는 거야?
연희, 그런 오과장을 보다가 책상 위에 올려진 커피를 본다.
S #8 명하네 집
은옥, 거울 앞에 앉아 출근준비를 하고 있다.
은옥, 화장을 마치고 일어나 겉옷을 들고 나가려다가 화장실 쪽을 심란한 얼굴로 본다.
S #9 화장실
명하, 웃옷을 벗고 젖은 머리를 수건으로 말리고 있다.
명하, 거울을 들여다보며 머리를 올백으로 넘겨도 봤다가
다시 앞으로 내려 자연스럽게 흩뜨려보기도 한다.
은옥 (소리) 상 차려놨으니까 먹든지, 말든지 니 맘대로 해.
밥은 좀 있으면 뜸들 거고, 국은 렌지 위에 있으니까 데워 먹
든지, 말든지.
은옥, 그래도 아무 반응이 없자 점점 화가 나는지 목소리가 격앙된다.
은옥 (소리) 오늘은 그 잘난 일 안나가냐?
이제 나랑 말도 하기 싫어? 니가 그렇게 잘났어?
덜 떨어진 놈들이 형님, 형님하고 떠받드니까
이제 아주 왕자라도 된 줄 아는 모양이지?
며칠씩 전화 한 통 없이 어디 가서 처박혀 있다가, 나타나서
는 일언반구도 없고, 나 같은 건 안중에도 없다 이거냐?
명하, 붕대를 바로잡고 웃옷을 걸치는데 갑자기 문이 벌컥 열린다.
명하, 얼른 옷으로 붕대를 가린다.
은옥 (상처를 보고 경악한다) 너, 이거 뭐야?
은옥, 명하의 옷을 들추려는데 명하, 옷을 힘주어 잡는다.
은옥 이 손 안 놔? 너, 어떻게 된 거야?
명하 아, 놔요. 별 거 아냐.
은옥, 명하의 옷을 들추다가 명하의 힘에 안 되자 급기야 명하를 때리며 울부 짖는다.
은옥 이게 별거 아냐? 이게 별 거 아냐? 너, 무슨 짓 한 거야?
응?
너, 무슨 짓을 하고 돌아다닌 거야?
명하 별 거 아니라니까. (은옥을 밀치고 화장실 밖으로 나온다)
은옥 (명하를 따라 나오며) 너 왜 그래? 도대체!
명하 그냥 조금 다친 거야. 걱정하지 마.
명하, 은옥을 남겨 두고 방으로 들어가 옷을 입는다.
은옥, 부들부들 떨며 명하를 노려본다.
은옥 너, 이래서 집에 안 들어온 거야?
너, 내가 죽는 꼴, 보고 싶어서 이래?
명하, 옷을 대충 걸치고 밖으로 나온다.
명하 (씩 웃으며) 걱정하지 말라니까. 내가 한두 번 다쳐? 이제 다 나았어.
갔다 올께요. (나간다)
은옥 명하야! 명하야! 야!
S #10 명하네 집 앞
명하, 은옥이 부르는 소리를 피하려는 듯 계단을 뛰듯이 내려와
한숨을 한 번 팍 내쉬고 간다.
S #11 임사장 사무실
명하, 임사장 앞에 앉아 있다.
임사장 하고 싶은 얘기가 뭐야?
명하 클럽을 춘배 형한테 주셨으면 합니다.
임사장 왜?
명하 그게 맞는 거 같아서요.
임사장 ... 내가 사람을 잘못 봤나? 한명하란 인간이, 그릇이 그 정도였어?
명하 ...
임사장 나한테 찾아 와서 뭐라 그랬지? 돈이 필요하다, 힘을 갖게 해
달라.
그런데 사내자식이 그런 일 한 번 당했다고 그렇게 쉽게 꼬
리를 내려?
명하 꼭 그래서 그러는 건 아닙니다.
임사장 그럼, 내가 살기 위해서 상대를 짓밟고 일어서야 하는 이 세
계의 생리가 싫다,
뭐 그런 건가?
명하 ...
임사장 나도 그랬어. 하지만 난 생존에 대한 욕구가 더 컸지.
이 길이 아니면 방법이 없었으니까.
... 춘배가 작은 조직이라도 감당할 그릇이 된다고 보나?
... 보스는 아무나 하는 게 아냐.
명하 ...
임사장 나가봐.
명하, 일어나 인사하고 나가는데
임사장 병원은 잘 지키고 있지?
명하 예.
S #12 병실 밖
입구에 부하 두 명이 지키고 서 있다.
춘배, 다가온다.
부하 오셨습니까, 형님?
춘배 깼냐?
부하 아직 못 일어났습니다, 형님.
춘배 열어.
부하 안됩니다, 형님.
춘배 뭐?
부하 아무도 들이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형님.
춘배 누가?
부하 명하형님이요, 형님.
춘배 너, 누가 더 높아? 명하가 높아? 내가 높아?
부하 형님이 높습니다, 형님.
춘배 열어.
부하 안됩니다, 형님.
춘배 이 자식이!
부하 죄송합니다, 형님. 회장님 지시라는데요, 형님.
춘배, 병실 문을 잠시 보다가 할 수 없이 돌아선다.
S #13 클럽
춘배, 괜히 어슬렁거리며 안으로 들어와 청소하고 있는 웨이터를 툭 친다.
춘배 야, 명하 어디 있냐?
웨 아직 안나오셨는데요, 형님?
춘배 그래?
춘배, 홀 안을 둘러보다가 거들먹거리며 의자에 앉는데
명하가 들어오다가 춘배를 보고 다가와 앉는다.
명하 웬일이야?
춘배 (괜히 화를 낸다) 너, 뭐하자는 거야?
회장님이 이뻐하신다고 뵈는 게 없냐? 니가 뭔데 출입을 통제해?
명하 자식들이 다른 놈들 들여보내지 말라 그랬더니, 형한테까지
그랬나 보네? 미안해.
춘배 (잠시 보다가) 그래, 뭐 좀 알아냈냐?
명하 .... 깨어나면 알게 되겠지.
춘배 이야, 정말 독한 놈이더라.
나도 누구 못지 않게 독종 소리 듣는 사람인데 저런 독종은
보다보다 처음이다.
도대체 어디서 굴러먹던 놈일까? 너, 누구한테 원한 산 일 있냐?
명하 (빤히 보다가) 그럴 수도 있겠지.
이때 명하의 휴대전화가 울린다.
명하 여보세요.... 어... 그래? 알았다.
춘배 무슨 전화냐?
명하 그 자식, 깨어났대.
춘배 (하얗게 질린다) 그래?
명하 가봐야지?
춘배 어, 그래. 먼저 가라. 나도 곧 따라갈게.
명하, 일어나 춘배의 어깨를 툭툭 치고 밖으로 나간다.
춘배, 명하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사색이 된다.
S #14 클럽 주차장 (밤)
춘배의 차 안.
춘배, 운전석에 혼자 앉아 초조하게 머리를 굴리다가 어딘가로 전화를 한다.
춘배 여보세요... 여보세요... 접니다.... 예? 저, 춘뱁니다. ... 김춘배
라구요.
... 시간 좀 내주십시오. ... 안 만나면 후회하실 텐데요.
춘배, 전화 끊고 급하게 출발한다.
명하, 춘배의 차와 조금 떨어진 곳에 세워둔 차안에서 춘배의 움직임을
주시하다가 춘배의 차를 쫓기 시작한다.
S #15 지하주차장
춘배의 차가 주차장 으슥한 곳에 서고 춘배가 내린다.
춘배, 주위를 살피며 이미 와서 기다리고 있는 정회장의 차로 다가간다.
차창이 스르르 내려간다.
정회장 일을 그따위로 해 놓고, 돈까지 챙기고 무슨 낯으로 다시 연
락했나?
춘배 죄송합니다. 급히 상의 드려야 할 일이 있어서.
정회 자네 일을 왜 나하고 상의해?
춘배 회장님하고 저는 이미 한 배에 탔습니다.
정회장 (어처구니 없어 웃는다) 지금 나를 협박하는 거야?
춘배 ... 도와주십시오. 임사장이 절 의심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정회장 ... 다시는 나한테 연락하지 마. 우리는 알지도 못하고 만난
적도 없는 사이야.
춘배와 정회장이 대화를 주고받는 사이 주차장 반대쪽 입구에
명하가 탄 차가 라이트를 끈 채 소리 없이 들어와 선다.
명하, 차안에서 춘배와 정회장의 차를 무표정한 얼굴로 본다.
잠시 후 정회장, 차창을 올리고 출발하여 명하가 탄 차를 스쳐 지나간다.
명하, 정회장 차의 움직임을 따라 고개를 돌려
검게 썬팅된 차창에 가려 보이지 않는 정회장을 노려본다.
춘배, 고개를 숙이고 잠시 서 있다가 자기 차로 돌아가는데
명하의 차가 춘배의 앞을 막는다.
춘배, 놀라 보는데 차에서 명하가 내린다.
춘배, 차에서 명하 혼자 내리자 차안과 주변을 잽싸게 살핀다.
춘배 명하야...
명하 (부드럽게) 왜 그랬어?
춘배 뭘?
명하 나한테 왜그랬냐구.
춘배 하, 차.
명하 내가 형한테 잘못한 거 있어?
춘배 무슨 얘기하는 거야, 너?
명하 얼마나 받았어? 정회장한테.
춘배 ...
명하 돈 몇 푼 때문만은 아니었을 거 같은데?
춘배 뭐야, 임마?
명하 나 땜에 불안했어? 내가 형 자리라도 넘볼까봐?
춘배 얌마, 넘겨짚지 마.
명하 서로 뜻이 맞았겠지. 야합이라는 게 늘 그런 거니까.
춘배 이 자식이!
춘배, 명하의 멱살을 움켜쥔다.
춘배 너 계속 함부로 떠들래?
명하 (여전히 부드럽게) 형은 벌써 까맣게 잊었는지 몰라도
난 형하고 같이 공장에서 일하던 때가 가끔 생각나.
춘배 ... 그래서?
명하 임사장한텐 말 안 했어. 내가 형한테 베푸는 마지막 호의야.
춘배의 손에서 힘이 빠진다.
명하, 춘배의 손을 떼어내고 돌아서서 차를 타고 떠난다.
춘배, 명하의 저의를 막 생각하며 기분 나쁜 얼굴로 가는 명하의 차를 바라본다.
S #16 술집 (밤)
오과장, 혼자 맥주를 마시고 있는데 인하가 들어와 옆에 앉는다.
인하 웬일이세요? 이런 데서 다 보자 그러시고.
오과장 전부터 같이 한 잔하고 싶었습니다. 자, 한 잔 하시죠. (잔을 건넨다)
인하 (받으며) 고맙습니다.
오과장 요새 무슨 일이 그렇게 바쁘십니까? 김주임 데리고.
인하 죄송합니다. 제가 좀 사적인 일로 김주임을 괴롭히고 있습니다.
거의 끝나가니까요, 조금만 참아 주세요.
오과장 무슨 일인지 물어봐도 될까요?
인하 개인적인 일입니다. 회사와 관련된 일이긴 해도.
아, 그리고 사석이니까 말씀 편하게 하세요. 저, 부담스럽습니다.
오과장 아유, 별 말씀을. 그래도 어떻게.
인하 괜찮습니다.
오과장 그럼. 그렇게 하지.
인하 한 잔 드시죠.
인하, 오과장에게 술을 따르고 두 사람, 건배한다.
오과장 요새 회사에 이상한 소문 도는 거 알아?
인하 무슨 소문이요?
오과장 이연희씨에 대한 소문.
인하 아뇨. 못 들었습니다.
오과장 별별 얘기들이 다 있는데 이사하고 관련된 소문도 있어.
인하 저하고요?
오과장 이연희씨, 입사할 때부터 낙하산이니 뭐니 말들이 많았거든?
하지만 그런 건 시간이 지나고, 본인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극복할 수 있어.
그런데 여직원이 사내에서 상급자와 불미스러운 관계가 있다
면 얘기는 달라.
그 사람의 능력이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조직 안에서 버틸 수
가 없지.
특히 우리나라 같은 사회문화적 환경에서는.
인하 ...
오과장 내가 보기에 두 사람 서로 좋아하는 거 같던데?
인하 ...
오과장 그러면 그럴수록 더 조심했어야지.
이연희씨가 얼마나 곤란했겠어?
아무리 자네가 진심이었다고 해도 다른 사람 눈에는 어떻게
보일지 한 번쯤 생각해 봤어야지.
내가 이연희씨한테 기회를 주고 싶어도 그런 상황에서는 줄
수가 없어.
아무리 그 사람의 재능이 아깝고 능력을 인정한다고 해도.
인하 ...고맙습니다. 솔직하게 말씀해 주셔서.
오과장 고맙긴.
오과장, 술을 마신다.
인하, 아차 싶다.
S #17 연희네 집 (밤)
연희, 설거지를 하고 있고 이모 들어온다.
이모 아, 춥다.
연희 이제 오세요?
이모 (방 안을 둘러보고) 이 인간은 또 어디갔냐?
연희 퇴근 하니까 안계시던데?
이모 돈 좀 구해봤냐?
연희 못 구했어.
이모 친구 좀 만나 보라니까.
연희 회사에서 영화 시나리오 쓰는 게 있는데 잘되면 월세 보증금
정도는 될 거 같애.
이모 (반갑다) 그래? 확실한 거야? 언제 나오는데?
연희 ..아직 몰라.
이모 (꽥) 확실하지도 않은 걸 뭘 얘기해?
연희 (꽥) 왜 나보구만 구해오라 그래? 돈은 이모부가 썼는데.
이모 (방으로 들어와 옷을 벗으며) 으이구 속 터져.
아니, 이 인간은 도대체 어딜 간거야?
이 때 이모부가 술을 어디선가 한 잔 하고 목에 힘을 주며 거칠게 문을 열고
들어온다.
이모부 연희야, 이모부 들어오셨다.
연희 지금 오세요?
이모부 (방으로 들어가며) 여보, 나 왔어.
이모 얼씨구. 어딜 싸돌아다니다 이제 오는 거야? 잠자코 방구석에
처박혀서 반성이나 하고 있을 일이지.
이모부 아, 사람, 정말. 가장이 나가서 하루종일 추위에 떨며 돈 구하
러 다니다 들어왔으면 따뜻하게 맞이하지는 못할 망정, 뭐라고?
이모 (비웃는다) 뭘구해?
이모부, 안주머니에서 봉투를 꺼내 준다.
이모부 자!
이모 이게 뭐야?
이모부 열어봐.
이모 (꺼내보고 보고 깜짝 놀라지만 이상하다) 이 돈 어디서 났어?
이모부 (주춤) 어, 그게 말이야, 그놈을 잡았어.
이모 어디서?
이모부 저..기서!
이모 저기 어디?
이모부 (목소리가 점점 기어들어간다) 그 놈 사무실에 가니까 그 놈이 잠깐 뭘 가지러 왔더라구.
이모 정말이야?
이모부 정말이야.
이모 근데 왜 이거 밖에 안돼?
이모부 그거 밖에 안 남았더라구. 그것도 겨우 뺏어온 거야.
이모 그놈 지금 어딨어?
이모부 몰라.
이모 가자. 사무실이 어디야?
이모부 사무실? 문 닫았지.
이모 바른 대로 불어. 이 돈 어디서 났어?
이모부, 눈만 껌뻑껌뻑하고 서있다.
이모 그 여편네 집에서 들고 나왔지?
이모부 ...
연희, 사태를 예의주시 하다가 뛰어들어온다.
연희 이모부!
이모부 그냥 눈 딱 감고 쓰면 안될까?
그 사람들한텐 이 돈, 돈도 아니잖아.
이모 에라, 이 밸도 없는 인간아!
이모, 갑자기 이모부의 머리끄덩이를 잡고 흔들어댄다.
이모와 이모부의 악 쓰는 소리와 비명소리가 어우러지는 가운데
연희, 바닥에 떨어진 돈봉투를 내려다보다가 집어들고 나간다.
S #18 인하네 집 앞 (밤)
연희, 옛날의 기억을 더듬어 집을 찾다가 드디어 인하네 집 앞에 선다.
연희, 거대한 인하네 집 대문 앞에서 잠시 망설이다가 용기를 내어 초인종을 누른다.
소리 (재숙) 누구세요?
연희 ....
소리 (재숙) 누구세요?
연희 나야, 연희!
S #19 인하네 집 거실 (밤)
재숙, 인터폰을 끊고 호들갑스럽게
과일을 먹으며 TV를 보고 있는 왕여사에게 뛰어온다.
왕여사 이 밤에 누구니?
재숙 엄마, 엄마, 연희래.
왕여사 누구?
재숙 이연희.
왕여사 (경환을 의식하며 놀란다) 어머머, 별꼴이야? 이 밤에 왜?
경환 (불쾌하다)
재숙 엄마한테 할 말 있대.
왕여사 뭐? 그래서, 문 열어줬어?
재숙 응.
왕여사 너 미쳤니?
재숙 그럼 어떡해?
이 때 현관문이 열리고 연희가 들어온다.
왕여사와 재숙, 긴장하여 연희를 보고
연희 밤 늦게 죄송합니다.
(다가와 돈봉투를 탁자 위에 올려 놓는다) 이 돈 돌려 드리려
고 왔어요.
안녕히 계세요. (돌아선다)
왕여사 (열 받는다) 야! 죄송한 줄 아는 사람이 밤늦게 남의 집에 불
쑥 찾아와서 뭐하자는 거야?
연희 (다시 돌아본다) 그 돈은 뭐하자는 거예요?
왕여사 뭐가 어째? 너 아주 당돌하구나? 어른한테 이래도 된다고 생
각하니?
연희 어린 사람한텐 이래도 된다고 생각하세요?
왕여사 (꼭지가 돈다) 뭐야?
경환, 방에서 나온다.
경환 뭐가 이렇게 소란스러워?
경환, 연희를 싸늘하게 본다.
경환 지금 뭐하는 거야?
연희 실례 많았습니다.
연희, 돌아서 나가는데 인하가 들어온다.
인하, 연희를 보고 깜짝 놀라지만 연희, 인하를 지나쳐 뒤도 안 돌아보고 나간다.
인하, 의아한 얼굴로 식구들을 돌아보는데
왕여사, 테이블에 있던 봉투를 슬그머니 집어넣고
인하, 그 모습을 보며 모든 것을 알아차린다.
인하, 식구들을 다시 한 번 둘러보고 밖으로 나간다.
S #20 인하네 집 앞 (밤)
연희, 인하네 집 계단을 내려와 밖으로 나온다.
인하, 연희의 뒤를 따라 급히 달려와 연희의 앞을 막아선다.
연희, 인하를 피해 가려는데 인하, 집요하게 연희의 앞을 막는다.
연희 비켜!
인하 싫어!
연희 싫어? 안 비키면 어떡할 건데?
인하 ... 미안하다. 내가 대신 사과할게.
연희 대신? 웃기지 마. 너도 똑같은 놈이야.
인하 놈?
연희 넌 니네 식구들하고 다르다고 생각해?
인하 달라.
연희 뭐가?
인하 (잠깐 생각하다가) 여러 가지.
연희 생모가 따로 있다는 거?
아버지 반대를 무릅쓰고 엄마하고 동생을 찾아냈다는 거?
그래서 어떻게 됐는데? 넌 아버지 회사에서 아버지가 만들어
준 자리에 앉아 희희낙락 잘 살고 있지만 니가 찾아낸 엄마
하고 동생은 너 때문에 인생이 다시 한 번 엉망진창이 됐어.
인하 ...
연희 물론 니 책임이 아니라 그러겠지.
다른 사람 인생이야 어떻게 되든 말든, 넌 그냥 자기 감정대
로 움직였을 뿐이니까.
인하 (피식 웃다가) 말 다했냐?
연희 ...
인하 그러는 넌 뭐가 그렇게 잘났냐?
연희 잘난 거 없으니까 비켜.
인하 그럼 이제부터 내가 어떻게 하면 좋겠냐?
일번, 내가 집 나올까? 이번, 회사 그만 둘까? 삼번, 이 세상
에서 사라져 버릴까?
사번, 콱 죽을까?
연희 ...
인하 뭘 원해? 몇 번이야? 골라.
연희 ...
인하 문제점을 지적했으면 대안도 제시해 줘야지.
연희 ... 맘대로 해.
연희, 인하를 밀치고 바쁘게 걸어간다.
인하, 다시 쫓아간다.
연희, 한참을 가다가 인하가 계속 따라오자 선다.
인하도 선다.
연희, 홱 돌아본다.
인하, 딴청을 부리며 괜히 다른 데를 본다.
연희 왜 자꾸 따라오는 거예요?
인하 신경 쓰지 마, 너 따라 가는 거 아냐.
연희, 어처구니 없어하며 다시 걸어가고 인하, 그 뒤를 따라간다.
S #21 지하철 역
연희, 정기권으로 개찰구를 통과하면
인하, 연희를 따라가다가 표가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후다닥 매표소로 뛰어가 표를 산다.
S #22 지하철 안
인하, 연희와 조금 떨어진 곳에 서 있다.
연희, 계속 인하가 신경 쓰여서 미치겠다.
S #23 연희네 집 앞 (밤)
연희, 앞 서 걸어가면 인하, 계속 뒤따라 간다.
연희, 못참고 다시 홱 돌아선다.
연희 정말 왜 이래?
인하 내가 뭘?
연희 따라와서 뭘 어쩌겠다는 거야?
인하 너 따라 가는 거 아니라 그랬잖아. 우리 엄마 집에 가는 거야.
연희 그럼 다 해결되는 줄 알아? 그 쪽은 엄마 집에서 자면 되겠지만 난 뭐야?
내가 왜 그 오해를 고스란히 뒤집어써야 돼?
인하 오해하면 좀 어때? 결혼할 건데.
연희, 기가 막혀하며 할 말을 잃고 인하를 보는데
명하의 차가 서고 명하가 내린다.
인하, 명하를 보자 반갑다.
인하 오, 명하야.
명하, 연희와 인하를 번갈아 보다가 집으로 홱 올라가 버린다.
인하 (연희에게) 내일 보자.
인하, 명하의 뒤를 따라 부리나케 계단을 올라간다.
연희, 걱정스럽다.
S #24 명하네 집 문 앞 (밤)
집안에서 전화벨 소리가 계속 들린다.
명하, 열쇠로 문을 여는데 인하, 뒤에 도착한다.
명하, 인하를 슥 돌아본다.
명하 뭐야?
인하 전화 받아라.
명하, 급히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며 문을 꽝 닫는다.
인하, 따라 들어가려다가 놀라지만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문을 열고 들어간다.
S #25 명하네 집 안 (밤)
명하, 불을 켜고 전화를 받으려는데 벨소리 끊어진다.
명하, 자기 방으로 가 옷을 벗고 나오다가 인하가 서 있자 인상을 찌푸린다.
명하 누가 들어오라 그랬어?
인하 (다가와 상처 부위를 주먹으로 뻑 친다) 다 낫냐?
명하 윽!
인하 (미안한 얼굴로) 어우, 다 안낫나 보네?
명하 나가.
인하 (겉옷을 벗는다) 나, 자고 갈라고 왔어,
명하 니네 집 가서 자.
인하 (허리띠를 풀어 바지를 벗는다) 야, 츄리닝 바지 하나만 빌려 줄래?
명하, 그런 인하를 잠시 째려보다가 화장실 안으로 확 들어가 버린다.
인하, 잠시 화장실 문을 보다가 명하 방으로 가 벽에 걸려 있는 운동복 바지
하나를 꺼내 입고 화장실 문을 벌컥 연다.
명하, 문이 벌컥 열리자 깜짝 놀란다.
인하 어머닌 몇 시쯤 들어오시냐?
명하 문 안 닫아?
인하, 다시 문을 꽝 닫는다.
시간경과.
화장실에서 인하가 세수하고 발 닦고 나온다.
명하, 자기 방에 이불을 깐다.
인하 난 어디서 자?
명하, 인하를 잠시 보다가 커튼을 확 친다.
시간경과
명하방
명하, 잠을 못 이루고 뒤척이다가 마루 쪽에서 인하의 코 고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린다.
명하, 기가 막혀 피식 웃는데 문 열리는 소리가 들리자 자는 척 한다.
현관.
은옥, 깜깜한 집으로 들어와 무심코 방으로 가다가 마루에서 자고 있던 인하를 밟는다.
인하, '욱' 소리를 내며 일어나 앉고 은옥, 기겁을 하고 놀란다.
은옥 누구야!
은옥, 서둘러 불을 켠다.
인하, 부시시 눈을 뜨고 은옥을 본다.
은옥 너, 웬일이냐?
인하 이제 오세요?
은옥 니가 왜 여기서 자고 있어?
인하 그렇게 됐어요. 안녕히 주무세요.
인하, 다시 팩 고꾸라져 잠이 든다.
은옥, 인하를 잠시 보다가 얼른 명하 방으로 가 커튼을 열어본다. 명하도 자고 있다.
은옥, 어리둥절한 얼굴로 두 아들을 번갈아 본다.
S #26 연희방 (밤)
연희, 책상에 스탠드를 켜놓고 원고를 쓰고 있다가 천장을 잠깐 올려다보고
한숨을 팍 내쉰다.
S #27 연희네 집 앞 (아침)
연희, 집에서 나와 정류장 쪽으로 가는데 인하가 뒤에서 뛰어와 어깨동무를 한다.
연희, 놀라 돌아보고 어깨를 빼내며 계속 걷는다.
인하 (쫓아가며) 잘 잤냐?
연희 ...
인하 나, 먼저 간다.
인하, 앞장서서 막 가다가 다시 돌아온다.
인하 여기서 회사 가려면 어떻게 가야 되냐?
연희, 픽 웃는다.
S #28 식당
임사장, 혼자 자리를 잡고 앉아 있고 춘배, 옆에 서 있다.
임사장, 손가락을 벌려 내밀면 춘배, 얼른 담배를 끼우고 불을 붙여준다.
임사장 이 능구렁이가 왜 아침부터 보자 그랬을까?
춘배 (임사장의 눈치를 살피며) 잘 모르겠습니다, 회장님.
임사장 그 놈은 아직 안깨어났냐?
춘배 예, 회장님.
임사장 너, 도대체 어떻게 했길래 애를 그 지경을 만들어놨어?
자백을 받아내겠다는 거야? 아예 죽여버리겠다는 거야?
춘배 죄송합니다, 회장님.
이때 경환이 고부장과 함께 들어온다.
임사장, 자리에서 일어난다.
임사장 오셨습니까, 회장님.
경환 어, 앉아.
시간경과
경환과 임사장, 밥을 먹고 있고
고부장과 춘배, 옆 테이블에 앉아 대기하고 있다.
춘배, 경환과 임사장의 대화에 신경을 곤두세운다.
경환 요새 바쁜 모양이야? 통 연락도 않고.
임사장 예.
경환 예전 사업체들을 되찾고 있다면서?
임사장 ... 그 정도 갖고 사업체라고 할 수 있나요.
경환 (슬쩍) ...명하라는 애, 자네가 데리고 있나?
임사장 제 발로 찾아 왔길래 거둬줬습니다.
근데 무슨 일로 아침부터 저를 찾으셨습니까?
경환 내가 요즘 골치 아픈 일이 하나 있어서 말이야.
자네 도움이 좀 필요해.
임사장 무슨 일이신지.
경환 자네 책 대필해준 여자애 말이야.
임사장 아, 그 작가선생 말입니까?
경환 걔가 지금 우리 식구 전부를 애 먹이고 있어.
임사장 아니, 어떻게?
경환 자네가 좀 알아듣게 타일러 봐.
임사장 회장님. 저한텐 철칙이 하나 있습니다.
제 돈 떼먹고 도망간 여자 아니면 여자는 안 건드립니다.
춘배, 두 사람의 대화를 들으며 눈알을 굴린다.
경환 우리 인하 결혼할 때까지만 좀 잠잠하게 해.
임사장 (빤히 보다가 정색을 하고) 회장님. 지금 제 기분이 어떤지
아십니까?
우리가 이런 관계였습니까?
제가 회장님 하수인입니까?
경환 그러니까 도와달라 그러지 않나?
임사장 도와드릴 일이 따로 있죠.
경환, 불쾌한 얼굴로 임사장을 노려보다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나가버린다.
고부장, 얼른 경환의 뒤를 따라나간다.
임사장, 먹던 밥을 계속 먹고
춘배, 경환과 임사장을 번갈아 보며 바쁘게 머리를 굴린다.
S #29 의상실
송여사, 디자인 책을 넘기며 보고 있다.
사장 결혼준비는 잘 되시죠?
송여사 뭐 그럭저럭.
사장 날짜는 잡혔나요?
송여사 아직.
사장 이 디자인 어떠세요?
송여사 글세...
사장 (은밀하게) 근데 혹시 소문 들으셨어요?
송여사 무슨 소문?
사장 에이, 아니에요.
송여사 뭔데?
사장 들으시면 기분 나쁘실 텐데...
송여사 얘기 다 해놓고 지금 뭐하자는 거야?
사장 아시긴 아셔야 될 것도 같고...
송여사 뜸들이지 말고 빨리 얘기해봐.
사장 그 강회장님댁 자제분 말씀이에요. 여자가 있다는 거 같아요.
송여사 누가 그래?
사장 아니, 그 강회장님댁 따님 있잖아요, 재숙이라고.
거기서 나온 얘기면 확실한 거 아니에요?
송여사 재숙이가 그런 얘길 해요?
사장 거봐요, 신경 쓰시네. 말씀 안 드릴 걸 그랬다.
이때 왕여사가 들어온다.
사장 어머, 어서 오세요. 왕여사님.
왕여사 (송여사를 보고) 안녕하세요.
송여사 네, 안녕하세요. 여기서 뵙네요.
사장 앉으세요. (안에다가) 여기 차 좀 내와라.
잠깐 말씀 나누고 계세요.
왕여사, 송여사 옆에 앉는다.
두사람, 잠시 말이 없다.
송여사 요새 아드님이 바쁜가 봐요?
왕여사 네?
송여사 요새 우리 수빈이한테 통 안 들른다 그러더라구요?
왕여사 네. 회사에 일이 많답니다.
송여사 네...바빠야죠. 바쁜 게 좋은 거죠.
왕여사 수빈이도 좀 놀러오라 그러세요, 저희 집에.
송여사 그래야죠. 호호호.
직원, 차를 갖고 온다.
두 사람, 다시 대화가 끊긴 채 각자 잡지를 들여다본다.
S #30 백화점
수빈, 화장품 코너에서 향수를 고르고 있다.
경호원, 조금 떨어진 곳에서 수빈의 행동을 지켜보고 있다.
수빈, 신발 가게에서 신발을 고른다.
수빈, 신발 가게에서 신발을 사 들고 나오면 경호원, 다가와 봉투를 들어준다.
수빈, 미소로 인사하고 에스컬레이터를 탄다.
경호원, 계속 따라 다닌다. 수빈, 의류매장으로 들어간다.
시간경과
경호원, 10개쯤 되는 쇼핑백과 구두박스, 모자 박스 등을 바리바리 들고
뒤뚱뒤뚱 쫓아다니다가 사람들 사이로 유유히 사라지는 수빈을 놓친다.
S #31 클럽
영업 시작 전.
명하, 부하들과 함께 입구에서 안으로 들어와 사무실 쪽으로 들어가려는데
웨이터 한 명이 다가와 명하에게 뭔가 말을 전한다.
명하, 웨이터가 가리키는 쪽을 보다가 자신을 빤히 바라보고 있는 수빈과 눈이 마주친다.
명하, 수빈을 잠시 보다가 수빈이 앉아있는 쪽으로 간다.
수빈, 한 순간도 명하의 움직임을 놓치지 않고 본다.
명하 (수빈의 앞에 서서) 잘 지냈냐?
수빈 (갑자기 벌떡 일어나 귀뺨을 갈긴다) 나쁜 자식!
웨이터와 부하들, 얼른 돌아서며 외면한다.
수빈 왜 전화 안 했어?
명하, 픽 웃고 수빈 앞에 앉는다.
명하 앉아라.
수빈 (노려보다 앉는다)
명하 앞으로 여기 오지 마라. 나 찾지도 말고.
수빈 (기가 막히다) 뭐?
명하 니 맘 알아. 나도 너 좋아해. 그렇다고 뭘 어떻게 할 수 있겠냐?
수빈 우리 도망가.
명하 (픽 웃는다) 어디로?
수빈 아무데나.
명하 그렇게 살고 싶진 않아.
수빈 (굳으며 눈물이 핑 돈다) ... 내가 너한테 그 정도였니?
명하 (마음이 아프다) ... 난 어떻게 돼도 상관없어.
하지만 니가 비참해지는 게 싫어서 그래.
수빈 그게 왜 비참해지는 거야? 너랑 같이 있는데?
난 다 필요 없어. 너만 있으면 돼.
명하 (괴롭다) ...
수빈 제발 부탁이야. 날 버리지 마.
수빈, 눈물을 뚝뚝 흘리기 시작한다.
명하, 참지 못하고 일어선다.
명하 지금은 이게 최선이야. 돌아가라.
수빈 싫어! 안 가!
명하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한숨을 내쉰다)
수빈 날 이대로 보내면 두 번 다시 날 못 볼 거야.
너 없인 내 인생에 아무런 의미도 없으니까.
명하, 수빈을 괴롭게 보다가 손목을 잡아 밖으로 끌고 나간다.
S #32 클럽 앞
명하, 수빈의 손을 잡아 끌고 나오며 손짓으로 차를 부른다.
클럽 입구에 대기하고 있던 명하의 차가 두 사람 앞에 선다.
명하 타.
수빈 같이 갈 거야?
명하 아니.
명하, 차 문을 열고 수빈을 거칠게 밀어 넣는다.
수빈, 명하를 째려보며 잠시 버티다가 체념한 듯 차에 타고 바닥만 본다.
명하 기다려. 내가 연락할 때까지.
수빈 (명하를 돌아본다)
명하 (기사에게) 집에까지 잘 모셔다 드려.
명하, 문을 닫으면 차 떠난다.
S #33 명하의 차 안
수빈, 뒷유리창으로 클럽 입구에 서 있는 명하를 한참동안 바라본다.
S #34 유니온 지하주차장 (밤)
인하, 차에 타려는데 재숙이 동반석 문을 연다.
인하 너, 뭐야?
재숙 아버지가 같이 퇴근하래.
인하 아, 정말.
재숙, 먼저 차에 타버린다.
인하, 재숙을 노려보다가 할 수 없이 차에 탄다.
S #35 유니온 근처 버스 정류장 (밤)
연희, 회사에서 나와 정류장으로 가는데 춘배가 차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내린다.
춘배 이제 퇴근하냐?
연희 안녕하세요? 여긴 웬일이세요?
춘배 회장님께서 이연희씨 좀 데리고 오라 그래서.
연희 임사장님이요?
춘배 응. 타.
연희 왜요?
춘배 내가 알아? 타.
연희, 의아한 얼굴로 춘배를 본다.
S #36 인하의 차 안 (밤)
인하, 지하주차장에서 나와 큰길로 접어들다가 춘배와 연희를 본다.
재숙, 춘배를 보고 깜짝 놀란다.
재숙 어?
연희가 춘배의 차에 타고
춘배, 주위를 잽싸게 한 번 살피고 운전석에 탄다.
재숙 (기가 막히다) 연희, 쟤 정말 웃기는 애다.
인하, 춘배의 차를 지나치며 춘배와 옆에 앉은 연희를 힐끗 본다.
END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