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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결혼하고 싶은 여자] 14

작성자수다쟁이|작성시간15.05.12|조회수752 목록 댓글 0

[아직도 결혼하고 싶은 여자] 14

 

 

 

 

 

 

 

 

 

 

53. 신영네 거실 / 밤

 

트렁크 끌고 들어오는 민재와 놀라서 맞는 신영.

 

민재 : 미안해 신영씨, 나 며칠만 재워줘.

신영 : 엄마가 아시면 어쩌려구 이래.

민재 : 엄마가 어떻게 아셔? 자기가 말하기 전엔.

신영 : 이러지 말구 집에 들어 가.

민재 : 학교 연습실에서 며칠 지내다 입 돌아갈 것 같아서 왔어.

         자기 내가 입 돌아가면 좋겠어?

신영 : 거야 당연히 싫지.

민재 : 정다정씨 쓰던 방에서 잠깐만 지내게 해주라.

신영 : 연습실에서 전기장판 켜고 지내 그럼.

민재 : 날 이렇게 내치는 이유가 뭔데.

신영 : 엄마가 아심 오해받는 것도 싫고.

민재 : 엄마한텐 말 안할꺼니까 그건 됐고, 또?

신영 : 나를 시험에 들게 하지 마.

민재 : 아무 짓도 안할꺼야 걱정마. (버럭) 사람을 뭘로 보고!

         ....이 쪽 방 맞지? (다정이 쓰던 방으로 들어간다)

신영 : .... (돌아서며 설레는) ..... 떨려......

민재(E) : 집에 찬밥 남은 거 좀 있어?

신영 : 밥 남은 건 없는데..... 라면 끓여줄까?

 

 

1. 레스토랑 / 밤

 

13부 엔딩 연결로...

상미, 차 마시고 있고 부기, 한켠에 몸을 숨겨 신영에게 문자를 보낸다.

 

부기(E) : 이따 상미씨랑 너희 집으로 갈꺼야. 연락 안하고 간걸로 할꺼니까 자연스럽게 놀란 척 하면 돼.

            혹시나 하민재가 와 있다면 오늘은 당장 보내.

            상미씨는 두 사람 지금 맘 아프게 헤어져 지내는 줄 아니까.

 

 

54. 다정의 방 / 밤

 

열려져 있는 트렁크, 옷가지와 책들 침대에 꺼내져 있고.

민재 옷 갈아입는 중. 입고 있던 상의를 다 벗고 편한 티셔츠로 갈아입는데

노크하며 바로 문 여는 신영.

 

신영 : 라면에 계란.... (하다가 흡! 하며 고개 돌리는)

민재 : (가리며) 노크하면서 바로 문 여는 사람이 어딨냐.

신영 : 미안..... (딴 데 보고 서서) 난 그냥 라면이 불을까봐 급해서..... 라면에 계란 풀까 말까.

민재 : 풀어.

 

 

3. 신영네 거실 / 밤

 

콧노래 흥얼거리면서 라면 끓이는 신영.

옆엔 라면 봉지 아무렇게나 널려있고 파 뿌리 떨어져 있고....

넘쳐나는 쓰레기통 슬리퍼 신은 발로 꾹 눌러 밟는 신영.

 

부기(E) : 집 깨끗하게 치워놓고, 청순하게 코디하고, 약간 우수에 젖은 표정으로 우리를 맞아줘.

            파이팅, 이신영!

 

 

4. 레스토랑 / 밤

 

부기, 열심히 문자를 찍고 있는데.

 

상미 : 괜찮은 와인 좀 골라줘요. 가져갈 꺼.

부기 : (화들짝) 그러세요.

 

부기, 급하게 핸드폰을 눌러놓고 일어서는데 ‘전송실패’라 뜬다.

 

 

5. 신영네 거실 / 밤

 

리모콘, 핸드폰, 팝콘, 음료수와 물..... 주르륵 진열해 놓고

담요 두르고 딱 붙어 앉은 신영과 민재.

 

신영 : 준비되셨습니까?

민재 : 트시죠.

신영 : 오케이. (리모콘 누르는데)

 

초인종 소리.

 

민재 : 이 시간에 누구야. 설마 윤상우 아니겠지?

신영 : 뭔 소리야.

 

신영, 인터폰 가서 보는데 부기의 얼굴.

 

부기 : 이신영, 손님 오셨다.

 

부기 싹 비키면 같이 서 있던 상미의 모습이 보인다.

 

신영 : 헉!

부기 : 빨리 문 열어.

민재 : (다가가) 뭔데? 누구야?

 

신영, 민재의 입을 틀어막는다.

민재, 인터폰 보면 상미가 보인다.

 

민재 : 흡!

신영 : 숨어!

 

민재와 신영, 놀라 후다닥..... 우왕좌왕.

밖에선 계속 벨소리. ‘이 신영, 너 집에 없니?’ 하는 부기 목소리.

 

민재 : 엄마가 여기 웬일이지? 자기한테 무슨 연락 있었어?

신영 : 아니! 자긴 빨리 다정이 방에 숨어. 신발 가져가고 신발!

민재 : 그냥 같이 있자. 우리 뭐 잘못한 거 없잖아.

신영 : 잘못한 거 없어도 오해받기 딱 좋아. 오늘은 안 돼.

민재 : 숨는 거 좀 치사한데.

신영 : 오해 받는 것 보단 잠깐 치사하고 말자. 얼른 숨어줘. 부탁이야.

민재 : ...꼭 그래야겠어?

신영 : 응! 나 어머니한테 오해받기 싫어. 빨리 좀 숨어.

 

민재, 현관에서 신발을 들고 다정 방으로.

신영, 물잔 두 개 중 하나는 치워놓고. 포크 두 개 중 하나는 치워놓고....

둘이 있던 흔적을 없애고 있다.

다시 벨 소리.

신영, 거실을 확인하고 문을 연다.

 

부기 : (들어서며) 짠! 와인 한 잔 하자구.

신영 : 미안. 방에서 옷 갈아입던 중이라 시간이 좀 걸렸어.

상미 : 연락도 없이 미안해요. 실례인 줄 알면서도 내가 가자고 했어요.

신영 : 아니예요, 잘하셨어요. 들어오세요.

상미 : 집이 예쁘네요....

신영 : 누추합니다. 오늘은 청소도 제대로 못했는데.... 일단 이리 앉으세요.

부기 : (집을 둘러보고 맘에 안드는)..... 신영아, 우리 촛불도 켜자. 초 어딨니?

 

부기, 신영을 끌고 방으로.

 

신영 : 잠깐만 앉아 계세요.

 

 

6. 신영 방 / 밤

 

신영과 부기 방으로 들어온다.

두 사람 다 흥분해 있다.

 

신영 : (밖에 안 들리게 다그치는) 야, 너 연락도 없이 이런 게 어딨어. 이꼴루 있는데 들이닥치면 어떡해.

부기 : 너 내 문자 못 받았어? 상미씨랑 간다고 문자 보냈잖아.

신영 : 문자 안 왔어. 지금 다정이 쓰던 방에 하민재 와 있는데.

부기 : 뭐!

신영 : 아무일도 없었어. 30분 전에 와서 같이 라면 먹은 게 다야.

        근데 지금 하민재 있는 거 보면 오해하실 꺼 아냐.

부기 : 절대 안 돼. 지금 너희 헤어져 있는 걸로 알고 마음 짠해하는 상태란 말야.

신영 : 알았어 그렇게 하면 되잖아.

부기 : 여기까지 온 이유는 뭐겠어. 이미 마음이 좀 누그러졌단 소리야.

        오늘 확실하게 친해져 봐, 알았지?

 

 

7. 신영네 거실 / 밤

 

상미, 일어서서 둘러보고 있다.

 

상미 : (방을 향해) 초 없음 어때요. 그냥 나오세요.

신영(E) : 네........조금만 더 찾아보구요.....

상미 : 집이 아기자기하니 이쁘네요....

신영(E) : 감사해요. 잠깐만 기다리세요.

 

상미, 다정 방으로 시선. 다가간다.

 

 

8. 다정 방 / 밤

 

민재, 방문 앞에 서서 귀를 기울이고 있다.

 

상미(E) : 이 방은 서잰가요?

민재 : ........(긴장)..........

 

 

9. 신영네 거실 / 밤

 

신영과 부기, 유리컵에 든 초(방에서 쓰던) 들고 나오다 깜짝 놀라.

 

상미 : 서재면 어떤 책들이 있는지 좀 구경시켜 주세요.

 

상미, 문고리를 잡는데

신영, 깜짝 놀라.

 

신영 : 아 아닙니다. 같이 살던 친구가 얼마 전에 결혼해 나가서

         지금은 그냥 창고처럼 어질러져 있어요.

상미 : (문고리 잡은 손을 떼며) 책을 별로 안 읽나부죠? 집에 책이 몇권 없네요.

신영 : 부모님이랑 같이 살던 집에 많이 두고 나왔어요.

        죄송합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다 들고 오는 건데.

부기 : 여긴 지저분하니까 저희 집으로 가심 어때요? 맛있는 안주꺼리도 많은데.

상미 : 아뇨 오늘은 신영씨네 집에 온 거 잖아요.

 

 

10. 다정 방 / 밤

 

민재, 방문 앞에 서서 계속 밖에 귀를 기울이고.

 

부기(E) : 전 그럼 집에 가서 치즈 좀 가져올게요.

 

민재, 방문을 보며 살그머니 침대 쪽으로 발걸음 옮기다가

방바닥에 널려있던 보조 콘센트 뾰족한 부분을 밟는다.

놀라고 아파서 깽깽발로 뛰다 엎어진다.

(옆에 있던 의자를 잡고 방바닥으로 쓰러지거나 침대로 털썩)

 

상미 : (E) 이게 무슨 소리죠? 

부기(E) : (아픈 척) 아흐.... 아야.... 제가 지금 나가다 부딪힌 거예요... 편하게 계세요.

신영(E) : 맛있는 거 많이 가져와.

 

민재, 손으로 입을 가리고 아픈 거 참는.

 

 

11. 신영네 거실 / 밤

 

촛불 몇 개 켜놓고 앉아있는 신영, 상미.

신영, 상미 앞에 놓인 잔에 와인을 따라준다.

상미도 신영 앞에 놓인 잔에 와인을 따른다.

신영, 두 손으로 공손히 잔을 잡고 있다.

 

상미 : 민재를 만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은 변함없는데....

         그냥 오늘은 이신영씨랑 얘기를 좀 하고 싶단 생각이 들었어요.

신영 : 잘 오셨어요.

 

상미, 잔을 든다. 신영도 두 손으로 잔을 든다.

상미, 입술로 잔을 가져가는데

신영은 상미가 건배할 줄 알고 잔을 한번 뻗었다가 민망하게 다시 거둔다.

 

상미 : .........

신영 : 전 건배하고 싶어서.....

상미 : 건배는 무슨.... 그냥 마셔요.

신영 : (싹싹하게) 예! (두 손으로 마시는) 음.... 너무 맛 좋은 와인을 고르셨네요.

         와인에도 조예가 깊으신가봐요.

상미 : 부기씨가 고른 거예요.

신영 : ...예.

 

 

12. 부기네 거실 / 밤

 

치즈와 견과류등의 안주를 커다란 접시에 챙기는 부기. 걱정스런 얼굴로....

 

부기 : 하민재 전화벨 소리는 꺼놨나.... 화장실 가고 싶어지면 어떡하지....

         에라 모르겠다. 닥치면 또 길이 나오겠지.

 

 

13. 신영네 거실 / 밤

 

와인 마시는 신영, 상미.

신영, 두 손으로 잔을 잡고 공손하게 마 신다.

신영, 두 사람 사이의 정적도 불편하고 다정 방 쪽도 신경 쓰인다.

신영, 스피커에 연결된 MP3에서 음악을 찾으며.

 

신영 : 재즈나 클래식 좋아하세요? 아님.... 그냥 듣기 편한 걸로 틀어드릴까요?

상미 : (건성으로) 그러세요.

신영 : (음악 찾아 트는데)

상미 : 지금까지 살면서 제일 힘들 때가 언제였어요?

신영 : .......능력이 딸려서 그런지 이틀에 한번 꼴로 힘든데....

상미 : 꼭 일에서 힘든 거 말고 그냥 지금까지 통틀어서.....

신영 : 몸이 제일 힘들었을 땐 사회부 기자 때요. 맨날 물만 먹다가 특종 꺼리를 하나 잡아서

        악착같이 매달렸던 적이 있어요.

        겨울에 야산에서 사흘 밤을 새면서 땅을 팠는데 그 때 죽을 뻔 했구요.

        마음이 제일 힘들었을 땐..... 솔직하게 말씀 드릴게요. 윤상우한테 차였을 때요.

상미 : .......

 

 

14. 다정 방 / 밤

 

민재, 못 마땅해서.

 

민재 : 바보같이 윤상우 얘긴 또 왜 해.

 

 

15. 신영네 거실 / 밤

 

상미, 신영을 보고 있다. 눈빛엔 관심. 신영에 대한 거부감은 사라진.

 

신영 : 서른 넘어서 차이는 데 대한 두려움도 컸고,

         내가 외국연수를 간다는 이유로 차여서 생각이 복잡했어요.

상미 : 윤상우씨가 참 쪼잔한 남자였네요.

신영 : 어렸죠. 지금 당장 내 뜻대로 안되면 세상이 내 편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울컥할 때 있잖아요.

         상우도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이젠 철든 오빠가 된 것 같아요.

         민재 어머니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어요.

상미 : ..........

신영 : 제일 힘들 때 언제셨어요?

상미 : 내가 한 질문 똑같이 따라하지 마세요.

신영 : (싹싹) 예.

상미 : 성격이 좋은 거예요, 변죽이 좋은 거예요.

신영 : 어머님과 친해지고 싶은 겁니다.

상미 : 나이차이도 얼마 안 나는데 자꾸 어머니 어머니 하지 말아요.

신영 : 그럼.... 뭐라고 부를지.....

상미 : 그냥 호칭없이 얘기해요.

신영 : 예!

 

전화벨 소리.

신영, 화들짝! 주변을 뒤적거린다. 민재 핸드폰 테이블 아래 떨어져 있다.

신영, 집어든다.

 

상미 : (의아) 민재 핸드폰이랑 똑같네요?

 

 

16. 다정 방 / 밤

 

낭패라는 듯 머리를 잡으며 눈을 감는 민재.

 

민재 : 아흐........

신영(E) : 여보세요? 응 희동이구나.

 

 

17. 신영네 거실 / 밤

 

신영 : 편집 벌써 끝났어? 그래 좀 이따 전화할게.

 

신영, 민재 전화를 내려놓는데 이번엔 다른 핸드폰이 울린다.

 

상미 : ?

신영 : (다른 데서 핸드폰 찾아) 응, 신작가님. 구성안 벌써 봤어. 좋던데요. 응, 고마워요. (끊고)

         하나는 제 개인 핸드폰이구요, 하나는 회사에서 준 우리팀 전화기예요.

상미 : 휴대폰 많아 좋겠어요.

신영 : 예...... (테이블 밑에서 민재 핸드폰을 꺼놓는다)

상미 : 핸드폰은 왜 꺼요?

신영 : 보셨어요? (웃으며) 어머님이랑 얘기하는데 예의니까요.

상미 : 어머님 소리 듣기 싫다니까.

신영 : 죄송합니다. (입술을 두 손으로 잡고)

 

문 열리고 접시 든 부기, 들어온다. 과장되게 의외라는 듯.

 

부기 : 어? 두 분 다 멀쩡하시네요?

상미 : 무슨 소리예요?

부기 : 머리채 잡고 싸우고 있을 줄 알았어요. 그래서 일부러 천천히 온건데.

신영 : 싸우길 은근히 기대하고 있는 것 같네.

상미 : 싸울 이유가 뭔데요?

부기 : 내 아들 만나지 마, 싫어요 만날래요. 너 이리 와 퍽! 퍽!

상미 : 때려서 말 듣게 생겼음 벌써 어떻게 했죠.

부기 : 잘하셨어요. 얘 맷집도 좋아서 괜히 팬 사람만 아파요.

(E) : 핸드폰 벨

상미 : .............(받아) 여보세요.

 

 

18. 도로 + 신영네 거실 / 밤

 

운전 중인 상우, 통화중.

 

상우 : 상미씨 뭐하세요.

상미 : 이신영씨 집에 와서 와인 마시고 있어요.

상우 : 신영이네서요? 둘만 계세요?

상미(F) : 부기씨랑 셋이 있어요.

상우 : 저도 갈게요! 잘됐네요. 민재도 부르고 다 같이 한잔 하죠.

상미(F) : 금방 일어날 꺼예요 오지 마세요.

상우 : 제가 그럼 모셔다 드릴게요. 지금 차 안 막히니까 10분이면 갈 겁니다.

 

상우 차, 달려가고.

 

 

19. 신영네 거실 / 밤

 

신영 상미 부기 와인 마시는.

 

상미 : 나는 민재가 내 남편의 전철을 밟을까봐 맘이 쓰여요.

신영 : ...어떤 말씀이신지.....

상미 : 내 남편, 대학 때 순간의 열정으로 결혼해서 평생 헤매고 살았어요. 덕분에 같이 불행해졌고.

        민재는 절대 그러지 않았음 좋겠어요.

신영 : 절대 그런 일 없을 겁니다.

상미 : 두 사람 만나는 것 까진 내가 뜯어놓을 수 없을 것 같고... 이거 하나만 약속해 줘요.

         민재 졸업 전까진 그 어떤 결정도 내리지 않는다.

         민재 졸업 전까진 절대 책임질 일은 하지 않는다. 약속해 줄 수 있죠?

신영 : (무릎 꿇어 앉는다. 새끼손가락을 세우고 두 손으로 받쳐든다) 약속 드립니다.

상미 : (새끼손가락 들고 있는 신영을 본다... 귀엽고 엉뚱하고 웃기고)

부기 : 한번 걸고 흔들어 주세요. 도장도 찍고.

상미 : (손 안 잡고) 믿을게요.

신영 : 예. (손 거둔다)

 

초인종 소리.

부기, 나가서 문 열면 상우 들어온다.

 

신영 : 어서 와, 상우야.

상우 : 와인 파티할꺼면 나도 부르지..... (상미를 대할 땐 따스하고 정답게) 상미씨, 많이 드셨어요?

상미 : 이제 일어나려던 참이었어요.

상우 : 뭘 벌써 일어나요. 이런 자리 만들기도 힘든데 민재씨도 같이 부르죠.

상미 : 다음에 해요. 부른다고 민재가 오겠어요.

 

 

20. 다정 방 / 밤

 

민재, 방문에 서서 귀 기울이는.

 

상우(E) : 다음에 언제요. 전화라도 일단 걸어보세요.

민재 : (긴장)...........

상미(E) : 오늘은 좀 그래요.

부기(E) : 그래요 상우씨, 다음에 다시 자리를 만드는 게 좋겠어요.

 

 

22. 신영 집 앞 / 밤

 

상미 상우를 배웅하는 신영.

 

신영 : 오늘 와인 감사했어요. 약속 꼭 지킬 테니까 믿어주세요.

상미 : 그래요 믿을게요.

상우 : 다음엔 나도 꼭 불러라.

신영 : 그래, 잘 모셔다 드려. 조심해 들어가세요.

 

상우와 상미 걸어간다.

상우, 상미의 손을 잡는다. 두 사람 연인처럼 다정한 뒷모습.

신영 미소짓는데 상미, 신영 쪽을 돌아본다.

신영 얼른 다른 데 보는 척 하며 집으로 들어가고.

 

 

23. 신영네 거실 / 밤

 

신영 들어온다.

민재, 물 마시고 있다.

 

신영 : 고생했지? 미안.

민재 : 막판엔 뛰어나와서 같이 끼고 싶더라.

신영 : 안 나오기 잘했어. 오늘 분위기 아주 좋았어. 자기도 안에서 다 들었지?

민재 : 응, 엄마랑 친구 먹는 분위기던데.

신영 : 오늘 기분 너무 좋다.

민재 : 나두.

신영 : .....

민재 : ......

신영 : 영화는 담에 보자. 보고나면 3시 넘을텐데.

민재 : 그러게.... 내일 출근할려면 좀 피곤하겠지?

신영 : 잘 자.

민재 : 잘 자요....

 

각자 방으로 헤어지는 두 사람. 문 닫고 들어간다.

 

 

24. 반석네 거실 / 밤

 

잠옷 입은 다정과 반석, 음악 틀어놓고 춤추고 있다.

흥겨운 트위스트여도 좋겠고, 마구잡이로 추는 엉터리 탱고여도 재밌을 듯.

주방 한 쪽엔 빈 피자박스 10개와 치킨 박스 과자포장지들,

음료수 빈 병과 우유팩, 찌그러진 캔들 수북이 쌓여있다.

 

반석 : 다정씬 춤도 이쁘게 잘 추네요.

다정 : 당연하죠 반석씨 와이픈데.

반석 : 하루 일과를 끝내고 나서 아내랑 함께 춤을 춘다.... 나처럼 행복한 남자가 세상에 또 있을까.

다정 : 오늘은 애들이 열다섯 명이나 왔다 갔어요.

반석 : 와... 우리 다정씨 인기네요.

다정 : 점심 해먹이고 간식까지 챙겨주느라 내 할 일은 하나도 못했어요.

        내가 영어과외 할려고 결혼한 줄 아세요?

반석 : 다정씨가 조금만 참아줘요. 우리 반주가 통역사 올케언니 자랑하고 싶어서 그렇지 뭐.

        한 달 저러다 말꺼예요.

다정 : 그럼 다행이구요.

 

반석, 다정을 번쩍 들어 안는다.

 

반석 : 오늘밤도 사랑과 정열을 그대에게!

다정 : 몰라.

 

반석, 다정을 안고 급하게 방으로 들어가는데 방문에 다정 꽝! 박는.

 

반석 : 미안해요 다정씨. 방문이 닫혀 있는 줄 몰랐어요.

 

 

25. 신영 방 / 밤

 

신영, 누워서 뒤척뒤척.... 일어나 방문에 귀를 대본다.

 

신영 : 잠 들었나.....

 

다시 침대로 와 눕는 신영.

 

 

26. 다정 방 / 밤

 

침대에 누워 뒤척거리는 민재. 핸드폰을 들어 문자를 찍는다.

 

민재(E) : 자요?

 

 

27. 신영 방 / 밤

 

신영, 핸드폰 본다. 웃으며 문자찍는.

 

신영(E) : 아니. 이상하게 잠이 안 오네.

 

잠시 후 문자음. 핸드폰 보면.

 

민재(E) : 거실에서 만날까?

 

 

28. 신영네 거실 / 밤

 

두 사람 각자 방에서 문 열고 나온다.

 

민재 : 안녕하세요, 이신영씨.

신영 : 어머, 오래만이예요. 잘 지내셨죠?

민재 : 그럼요. 얼굴 좋아 보이시네.

신영 : 옆 집에 사시는 줄 몰랐어요.

민재 : 같은 집에 사니까 좋다. 1시 넘어서도 만날 수 있고.

신영 : 졸릴 때까지 우리 뭐할까?

민재 : 음..... 신영씨가 훌륭한 기자니까... 정치, 사회, 문화 전반에 대한 토론 어때.

신영 : 거 좋네.

 

바둑판 놓고 바둑알 튕겨 알까기 하는 두 사람.

민재 까망, 신영 하얀 돌. 각각 양쪽 끝에 6알씩 놓고.

민재, 손가락을 세워 눈에 힘 주고 집중해서 조준하고 있다.

 

신영 : 대충 해라 대충.

민재 : (손가락 풀고) 말 좀 걸지 마, 집중력 떨어져.

신영 : 너무 승부근성 드러내는 거 아냐.

민재 : 하던 얘기나 마저 해봐. 정덕실 의원 스캔들 사실이야?

신영 : 그 쪽 출입하는 선배가 그러더라구. 공공연한 사실이래.

 

민재, 알을 튕긴다. 신영의 돌 밖으로 튕겨난다.

 

민재 : 나이스! (손가락 까닥까닥) 이마 대!

신영 : 벼르고 있던 사람같다.

민재 : 빨리 와.

 

민재, 신영 이마에 손가락을 세운다.

신영, 눈을 질끈 감고.

민재, 딱밤을 날린다. 신영, 이마 잡고 구른다.

 

신영 : 으악! 나 지금 눈에서 불이 번쩍했어.

민재 : 엄살은.....

신영 : 나 이마 푹 꺼졌지?

민재 : 살짝 뻘개.

신영 : (불타는) 한판 다시!

 

신영의 공격. 바둑알 6개씩 놓여있다.

신영, 눈에 불을 켜고 몸을 옆으로 비스듬히 눕혀 조준을 한다.

 

신영 : 두 알 맞히면 두 대 때려도 돼지?

민재 : 목숨을 거는구나 아주.

신영 : 이신영 퐈이아!

 

신영, 돌을 튕기는데 민재의 돌 건드리지 못하고 툭 나가떨어진다.

 

신영 : !!

 

민재, 신영 이마에 딱밤.

 

신영 : 으악!

 

신영, 고개를 숙이고 가만히 있다.

 

민재 : 삐졌어?

신영 : ...(고개 숙인 채) 너의 진심을 알았어.

민재 : 삐졌구나. 자기가 한 번 더 해 그럼.

 

신영, 손가락을 파워풀하게 튕겨 민재의 돌을 날려버린다.

 

신영 : 꺄오!

민재 : 장난 아닌데.

신영 : 일루 와.

 

신영, 손가락에 ‘호’ 바람을 불어 민재 이마에 갖다 댄다.

 

민재 : 손가락에서 살기가 느껴지는데..... 살살해.

 

신영, 있는 힘껏 딱밤을 날린다.

 

민재 : 악!

 

민재, 진짜 아파서 기분 상한 듯 이마에 손을 짚고 돌아앉아있다. 말없이.

 

신영 : .....아팠어?

민재 : 뭐야! 감정이 실려 있는데?

신영 : 맞은 만큼은 돌려줘야지. 나 이마 꺼진 거 안 보여?

민재 : 나 지금 기억상실 직전이야. 뭔 여자가 손가락 힘이 그렇게 쎄냐.

신영 : 마지막으로 한판 더 해. (돌을 올려놓는데)

민재 : (손바닥으로 돌을 쓸어버리며) 이러다 우리 싸우겠다.

신영 : ......이제 졸려?

민재 : 어떻게 졸릴 수가 있냐!

신영 : 나가자.

 

 

30. 신영네 거실 / 밤

 

김밥 말고 있는 민재. 퉁퉁하니 볼품이 없고 다 터진다.

신영은 옆에서 밥을 김에다 퍼 놓는다.

 

신영 : 김밥 말 땐 밥이 좀 식어야 좋은데....아직 너무 뜨겁다.

민재 : 어떻게 먹어도 맛있을꺼야 걱정마.

신영 : (민재 김밥보며) 잘 좀 말아. 김밥 옆구리 다 터진다.

민재 : 몰랐어? 이게 요즘 트랜드야.

 

터지고 못생기게 굵게 만들어진 김밥 수북이 쌓여있고 썰어져 있고

담요 덮고 나란히 붙어 앉아 mp3로 음악 듣는 신영과 민재.

 

신영 : (하품하며) 이제 금방 날이 밝겠다.

민재 : 들어가서 잘래요?

신영 : 들어가면 잠이 또 달아날 것 같은데.

민재 : 김밥 더 먹을래?

신영 : 싫어.

민재 : 저 많은 걸 어떡하지?

신영 : 날 밝으면 이웃에 좀 돌리자.

민재 : 옆구리 터진 김밥을?

신영 : 요즘 트랜드라며.

민재 : 알까기 한판 더 할래?

신영 : 나랑 헤어지고 싶니?

민재 : 그럼 내 어깨 비고 자.

 

신영, 민재 어깨에 고개를 대고.....

두 사람 거실에서 나란히 누워 잠들어 있다. F.O.

 

 

31. 도로 / 아침

 

달리는 반석의 차. 운전 중인 반석, 조수석엔 다정.

다정, 거울보고 화장하고 있다. 머리엔 그루프 몇 개 붙어있고.

 

반석 : 괜히 내 시간에 맞추느라고 무리해서 나온 거 아니예요?

다정 : 그래도 이렇게 아침데이트하면 좋잖아요. 저녁에도 늦게와서 얼굴 볼 시간 얼마 안 되는데.

         내가 30분 일찍 나가는 게 낫지.

반석 : 다정씨, 난요.... 사람들이 이래서 결혼을 하는구나 싶어요.

        퇴근해서 집에 갈 때 다정씨가 기다리고 있겠구나 싶어서 좋고,

        내가 먼저 집에 간 날은 다정씨가 곧 오겠구나 싶어서 좋고....

다정 : 집에 같이 들어가고, 오늘처럼 같이 나오는 날도 좋고....

반석 : 같이 밥 먹을 때도 좋고, 청소할 때도 좋고....

다정 : 나도 행복해요. 결혼에 목맨다고 날 보고 욕했던 애들, 이런 행복 죽을 때까지 못 느꼈음 좋겠어.

반석 : 우리 이쁜 다정씨가 은근히 뒤끝이 있네.

다정 : 그래서 더 매력적이라니까요. 흣.

 

반석의 차, 선다. 다정, 내린다.

 

다정 : 진료 잘하시고 집에서 봐요!

반석 : 다정씨도 일 잘 봐요. 사랑해요.

다정 : 나두요, 안녕! (손 흔들고)

 

 

32. 신영네 거실 / 아침

 

신영, 왔다갔다하며 부산하게 가방을 챙긴다. 노트북도 노트북 가방에 넣고.

식탁에서 CD와 악보 챙기는 민재.

 

민재 : 준비 다 됐어요? 빠뜨린 거 없나 살펴봐.

신영 : 노트북 핸드폰 지갑..... 응, 빠뜨린 거 없어.

민재 : 김밥 남은 거 도시락으로 싸줄까?

신영 : 됐네. 새벽에 하도 먹어서 얼굴이 퉁퉁 부었어.

민재 : 내 차로 같이 가자.

신영 : 사람들이 오해해. 자긴 30분 후에 출발해.

민재 : 낭비다. 한 집에서 똑같이 UBN 가면서 따로따로 가는 거.

신영 : 할 수 없지 뭐. (현관으로 나가며) 이따 봐.

민재 : 응, 이따 봐요.

 

 

33. 가정법원 앞 / 낮

 

서류봉투 들고 걸어 나오는 상미.

상미, 걷다가 멈춰서 한 쪽으로 시선. 말끔한 양복차림의 키 큰 남자 멀어지고 있다.

물끄러미 보고 있다가.

 

상미 : ...... (뒷모습에 대고) 가는 길에 내가 구청에 접수할게요.....

         하진혁씨, 그동안 애썼어요.... 당신도 그동안 애 많이 썼어. (눈물 날 것 같은)

 

 

34. 조종실 / 낮 (기촬영분 6회28씬)

 

비행중인 상우.

 

상우(E) : 3박4일 일정으로 런던갑니다. 도착하면 전화할게요. 벌써부터 보고 싶네요.

 

 

35. 거 리 / 낮

 

걷고 있는 상미.

 

상미(E) : 서울에 있건 런던에 있건.... 상우씨가 있다는 것만으로 난 힘이 나요.

           이젠 제대로 살아보고 싶어요. 이 욕심을 어떡하죠.

 

 

36. 보도국 일각 / 낮

 

명석, CNN 보며 서 있다.

신영, 지나가다가.

 

신영 : 흠흠..... 아으 어디서 이렇게 파스냄새가 찐하게 나..... (냄새를 따라 가다보면 명석)

명석 : (바짝 붙어 있는 신영의 이마를 손가락으로 밀어낸다)

신영 : 어디서 굴렀어요?

명석 : 격무에 시달리다보니 어깨가 굳어서 그런다. 너 같은 맹추 데리고 일할려다 보니까.

신영 : 이 정도 파스면 어디서 맞은건데. 누구한테 맞았지?

명석 : 결혼식 빠진 자리에 넣을 꺼 찾았니.

신영 : 주례없는 결혼식 충분히 이슈예요. 나갈만 하다니까.

명석 : 친구 결혼식가서 놀다온걸루 때울려구?

신영 :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지.

명석 : 다른 거 잡아. 다른 거! (하다가) 아으....

 

옆구리 결린다. 명석, 책상에 간신히 앉는.

 

명석 : (사랑에 빠진) 아.... 그녀는 누굴까.... 왜 도장에 안 나오는 거야.... 날 이렇게 아프게 하고....

신영 : ...누구요? 선배 요즘 여자 만나?

명석 : 아이템 내놓으라니까.

 

 

37. 거 리 / 낮

 

다정, 걸어가며 전화.

 

다정 : 이신영, 나 지금 부기씨네 점심 먹으러 가는데 너두 올래?

신영 : 펑크난 아이템 오늘까지 채워야 돼.

다정 : 와서 점심도 먹고 쇼핑도 하면 아이디어 나올지 또 아니.

신영 : (버럭) 팔자 좋은 소리하고 있다 아줌마. 끊어.

다정 : ....... 아줌마?

 

 

38. 로데오 거리 / 낮

 

걸어가는 다정과 부기.

 

다정 : 걔는 갈수록 노처녀 히스테리가 늘어.

부기 : 일할 때 건드리면 죽음이예요. 그냥 냅둬요.

다정 : 아... 날씨도 좋은 데 우리 근사한데 가서 커피 한 잔 해요. 내가 살게.

 

쇼윈도우 구경하고 노점에 있는 악세사리도 구경하고....

걸어가는데 다정, 자꾸 뒤를 살피며.

 

다정 : 어떤 남자가 우릴 따라오는 것 같아요.

 

부기, 돌아본다. 의심 가는 사람이 없다.

 

부기 : (다시 걸어가며) 따라 와도 날 보고 따라오는 걸테니까 신경 쓰지 마세요.

다정 : 혹시 부기씨 옛 남친 아닐까요. 10년 사귀고 차인 넘.

부기 : 그럴 수도 있겠죠. 워낙 못난 애니까.

다정 : 다시 사귀자면 어쩔 꺼예요?

부기 : 어쩌긴 뭘 어째. 용돈 좀 쥐어주고 돌려보내야지.

남자(E) : 저기요.

 

다정과 부기 CF의 한 장면처럼 섹시하게 돌아본다.

말쑥하게 생겨서 매니져용 일수 가방을 든 준 30대 미남, 웃으며 서 있다.

스스로 미남이라 자부하는 미소로 명함 건네며.

 

남자 : 빅 스타 에이전트라고 들어보셨나요?

다정.부기 : (마주보며) ??

 

 

39. 커피 전문점 / 낮

 

스타 연예인들 사진 늘어놓고 보여주는 남자. 제스처를 크게 쓰고 싸 보인다.

방송현장 주변을 맴돌며 감독들의 이상한 잘난 척만 몸에 익힌 사람 같은.

 

남자 : 아까 백화점 앞에서 두 분을 처음 본 순간 (손가락 딱) 풀 샷 카뜨!

        눈 여겨 보면서 바로 줌인..... (손가락 딱) 바스트 카트!

부기 : (같잖다는 듯 혼자 픽 웃는)

남자 : 우리가 찾던 주인공이 확실하구나... 감이 왔지요. 두 분.... 나이가 20대 중후반 정도 되시죠?

부기 : 대충 그렇죠.

남자 : 역시! 내 눈은 정확해. 저희는 지금 신선한 얼굴의 CF모델을 찾는 중이었습니다.

         20대 후반 느낌의 무르익은 분위기를 찾고 있었다고나 할까요.

다정 : 아저씨 사기꾼이죠.

부기 : (테이블 밑에서 다정을 꼬집는)

다정 : 윽!

남자 : 가끔 그런 오해를 받기도 하죠. 감독 사칭하는 나쁜 놈들이 아직도 있으니까요.

 

테이블에 놓인 비퍼가 드르륵 울린다.

남자 집어들며.

 

남자 : 사기꾼이 이렇게 커피까지 살까요? 말도 안되는 소리! (가고)

다정 : 부기씨 사람보는 눈 없어요? 딱 봐도 엉터리 사기꾼이잖아요.

부기 : 우리 이거 물어서 이신영 줘요. 아이템 펑크난 거.

다정 : ... (좋은 생각이라는 듯) 아.....

부기 : (다정 귀에 속닥속닥)

다정 : (미소지으며 끄덕끄덕)

 

남자, 커피 들고 온다. ‘드시죠’

세 사람 커피 잔 잡고.

 

남자 : 두 분은 지금 하시는 일이 뭔가요?

다정 : 얜 집에서 놀구, 전 한복집 다녀요.

남자 : 어떻게 이런 미모를 갖고 아직도 일반인으로 살고 계십니까.

부기 : 전 사실 연예계 진출이 꿈이었어요. 이런 날이 오길 기다리면서 머리도 짝짝이로 자른 거예요.

        (모자라게 웃어보이는) 하하하하하.

다정 : 저희가 찍을 CF는 어떤 거예요?

남자 : 44사이즈 퀸이라고 다이어트 음료 있잖습니까. 이걸 찍은 사람은 다 스타가 됐죠.

다정.부기 : (서로 두 손 짝짝짝 마주치며 호들갑) 어머어머 어떡해....

남자 : 그런데 이게 그리스 해변에서 달려가는 장면이라 살짝 노출이 있어요.

         괜찮으심 저랑 같이 사무실로 가셔서 다리와 가슴 라인 중심으로 테스트 촬영을 좀 하시죠.

         아님 이 근처 조용한 모텔도 좋고...

다정.부기 : .......(잠시 뜨악해서 마주보다가 박수치며) 완전 좋아아......

남자 : (일수가방 챙기며) 그럼 바로 움직이실까요.

부기 : 제가 추위를 많이 타서 내복을 입었거든요. 화장실 가서 좀 벗고 올게요.

         (호들갑스럽게 일어나며) 잠깐만 기다려 주세요. (달려 가고)

다정 : (턱 괴고 순진하게) 출연료로 얼마나 주나요. 1억도 주나요.

 

 

40. 화장실 / 낮

 

통화중인 부기.

 

부기 : 생긴 것도 멀쩡해서 분명히 여자들 여럿 넘어갔을꺼야.

        우리가 잘 잡아 놓을 테니까 당장 날아와. 알았지?

 

 

41. 사무실 / 낮

 

빨간 침대와 파티션, 크로마키 판, 야한 옷들이 잔뜩 걸려있는 사무실.

책상엔 촬영 테잎들이 수북히 쌓여있다.

흰 천으로 된 배경 막 앞에 서 있는 다정과 부기. 앞엔 낡은 카메라 한 대.

 

남자 : 자... 한큐에 가보실까요. 의상은 고르셨는지.

다정 : 잠깐만요, 우리보다 더 배우를 하고 싶어하는 친구가 지금 오고 있어요.

남자 : 두 분처럼 외모도 뛰어나시구요?

부기 : 아우 저희는 그 친구 미모 발꿈치도 못 따라가요.

 

문 열리고 우스꽝스런 바가지 모양 가발을 쓴 신영, 들어온다. 숨이 차 헉헉.

 

신영 : 감독님! 저 왔어요. 컨셉 좀 잡고 오느라고 늦었습니다.

         (가방 던지며) 야! 니들두 컨셉잡아. 애들이 이렇게 프로근성이 없니.

 

바가지 가발의 신영, 마릴린 몬로 금발 가발의 다정, 긴 웨이브 갈색머리 가발의 부기.

짧고 하늘하늘한 원피스 차림 또는 란제리 패션으로 서 있다.

 

남자 : 돌았어, 액숀!

 

세 여자, 나름 섹시하고 몽롱한 표정을 짓는다.

 

신영 : 아흥! 나는 당신의 포로예요.

부기 : 백만불짜리 내 각선미.

다정 : 더 많은 걸 원하시나요?

 

다정, 하트모양 빨간 침대에 앉아 귀여운 표정 짓고 있다.

남자는 카메라 들여다 보기 바쁘고.

신영과 부기는 책꽂이에 수북한 테잎을 가방에 몰래 담고 있다.

효찬, 문틈을 열고 들어와 다정을 찍으며

정신 나가 있는 남자의 뒷모습 옆모습과 사무실 풍경을 몰래 찍는데

남자 카메라를 돌리다 카메라 들고 있는 효찬과 딱 마주친다.

 

남자 : (카메라 내리고) ??

 

 

42. 보도국 일각 / 낮

 

젊은 20대 여자 어깨가 푹 파진 옷을 아슬아슬하게 입고 모니터에 비친다.

부국장 신영 해진 희동 미조 모여 서있다.

 

여자(E) : 음... 저는 노래랑 춤이 특기구요... 키는 168. 귀여운 표정을 잘지어요, 한번 보실래요?

            아웅. 어머 오빠, 나 이뻐? 정말 이뻐?

부국장 : 아직도 이런 놈들이 있고 여기에 걸려드는 여자들이 아직도 있구만. 한심하다 한심해.

신영 : 더 보시면 연기지도라고 성추행까지 하고 있어요.

부국장 : 경찰에선 방송할 때까지 입 다물어 주겠대?

해진 : 방송이래봤자 내일인데요. 언론 플레이 안하겠다고 약속받았습니다.

희동 : 선배가 연기한 것도 좀 봐요.

미조 : 그건 나만 보구 갈아버렸지.

부국장 : 그걸 왜 벌써 갈아. 우리 좀 보여주고 없애지.

신영 : (모니터 가리키며) 얘보다 훨씬 잘했어요. 몸매도 낫구.

부국장 : 미리미리 편집하고 구성안 만들어. 녹화 날 난리치고 뛰어 다니지 말고.

일동 : 네!!

 

 

43. 방송국 일각 (둘만의 장소) / 낮

 

민재, 신영 나란히 창가에 걸터 앉아있다.

 

신영 : 민재씬 녹화 준비 잘 돼가?

민재 : 응, 나 이번 달까지만 도와준다고 했어.

신영 : 왜? 상상모 요즘 잘나가고 있잖아.

민재 : 개강도 했고, 새 앨범준비랑 공연준비도 해야 돼서 바빠.

신영 : 새 앨범이랑 공연? 우와.....

민재 : 새 앨범에 실릴 노래 주인공은 다 너야.

신영 : 궁금하다. 미리 들려주면 안돼?

민재 : 안돼. 공연 때 와서 들어.

신영 : 새 앨범 작업하는 건 좋은데.... 다음 달부턴 여기서 이렇게 못 만나는 거네.

민재 : 집에서 보면 되지.

신영 : ......그건 안돼. 이번 주까지만 있다가 나가.

민재 : 그냥 룸메이트라고 생각하면 안돼?

신영 : 이런 게 세대차인가? 난 불편해. 어머니랑 약속한 것도 있고.

민재 : 알았어. 나갈테니까 그 때까진 좀 재밌게 지내자.

신영 : 알까기는 싫어.

민재 : 이마 들어간 거 다 솟았어.

신영 : 오늘은 다른 거 하자.

민재 : 고스톱 한판 칠까? 인간성 테스트도 할겸.

신영 : 좋지! 점당 백원.

민재 : 오늘 몇 시에 올꺼야? 내가 맛있는 거 해 놓을게.

신영 : 뭐해 줄껀데?

민재 : 비밀.

 

 

44. 수산시장 / 낮

 

장 보는 민재. (해물탕 준비)

낚지와 조개를 고르는 민재.

 

민재 : 이게 모시조개 맞아요? 미더덕은 어디 있어요?

 

꿈틀거리는 산낙지 들어 올려보는 민재. ‘흣 차거....’

 

민재 : 1키로에 얼마예요?..... 너무 비싸다.... 이모님, 이거 만원에 안돼요?

 

이리저리 기웃거리며 열심히 장보는 민재.

 

 

45. 신영네 거실 / 낮

 

인터넷에서 출력한 해물탕, 낚지 볶음, 낚지 전골 요리법을

여러 장 앞에 붙여놓고 요리 준비 중인 민재.

무와 파를 썰고 마늘을 다진다. 마늘을 칼 뒤로 찧는데 자꾸 옆으로 튀어나간다.

튀어나간 마늘 달려가 줍고 다시 다지고.

 

민재 : 생각보다 어렵네.....

 

낚지 전골에 넣을 양념 간을 보는 민재. 인상 쓴다. 으.......

 

민재 : (레서피 보며) 하라는대로 했는데두 맛이 안나네....

 

통화중인 민재.

 

민재 : 형! 예전에 낚지볶음 해준 거 있잖아. 그 때 고추장 말고 또 뭐가 들어 갔었지? 간장도 넣었어?

 

보글보글 끓고 있는 전골.

다시 간을 보는 민재. 흡족한.

 

민재 : 음.... 이 맛이야!

 

문자음, 민재 핸드폰 확인하면.

 

신영(E) : 난 막바지 편집중.... 자기는 뭐해?

 

민재, 행주에 손을 닦고 핸드폰으로 끓고 있는 전골 사진을 찍는다.

 

 

46. 편집실 / 낮

 

핸드폰에 낚지 전골 사진이 뜬다.

 

민재(E) : 자기 남친은 요리 중~ 너를 위해 준비했어!

신영 : (웃고)

 

 

47. 신영네 거실 / 낮

 

핸드폰 보고 하하하 웃는 민재.

숟가락으로 두 눈을 가리고 오! 놀란 표정의 신영 사진 떠 있다.

 

신영(E) : 꺄오! 빨리 집에 가고 싶다.

민재 : 숟가락은 또 어디서 난거야. 하하하....

 

 

48. 반석네 거실 / 낮

 

다정, 책 뒤적거리며 노트북에 메모하고 있다.

옆엔 세탁소에서 찾아온 듯 비닐에 쌓인 옷들과 장갑 여러 벌 놓여있다.

 

다정 : 아후..... 이걸 다 외우려면 며칠 밤을 새야하는 거야.....

 

밖에선 비밀번호 삑삑 누르는 소리와 함께

‘은호야, 게임기 집어 넣어. 게임 하지마 여기선’ 반주 목소리.

 

다정 : (인상 구기며) 비밀번호 바꾼다는 걸 자꾸 까먹네.

 

반주와 은호 들어온다.

 

반주 : 언니, 집에 계실 줄 알고 왔어요.

다정 : 어서 오세요, 은호 왔구나.

반주 : 은호 좀 미리 맡길께요. 제가 오늘 동창모임이 있어서.....

다정 : ....오늘은 영어 배우는 애들 안와요?

반주 : 한 시간 후에 올꺼예요. 은호 숙모 말씀 잘 듣고 착하게 있어. 숙모 한테 맛있는 거 해 달래서 먹고.

은호 : 응!

반주 : 은호랑 대화 할땐 영어만 써주시면 좋겠어요 언니.

다정 : 은호랑 내가 나눌 얘기가 뭐 그다지 많을 것 같진 않은데....

반주 : 은호야 숙모한테 계속 말시켜. 아무거나 물어보고... 그래야 영어가 늘지. 알았어?

은호 : 오케이.

반주 : (은호 껴안고 엉덩이치며) 아이구 대견해 우리 강아지.

다정 : ........늦진 않죠?

반주 : 오늘 은호아빠가 늦게 온대서 저도 좀 맘 편히 놀다 올려구요.

다정 : ....그러세요.

반주 : (소파에 놓여있는 다정의 쟈켓 또는 특이한 망토를 보고) 와.... 이거 어디 꺼예요?

        언니는 참 감각있게 옷을 고르더라. 나 이거 한 번 입어 봐도 돼죠?

 

반주, 비닐을 걷고 옷을 걸쳐보고

다정은 화나는 걸 참으면서 책장만 소리나게 휙휙 넘기고 있는데.

 

은호 : 숙모 나 우유 주세요.

반주 : 숙모한텐 영어 쓰라니까! 밀크 플리즈.

은호 : 밀크 플리즈.

 

다정은 냉장고로 가 우유를 따르고 반주는 옷 걸치고 장갑까지 끼어본다.

 

반주 : 우와.... 너무 근사하다.... 이런 장갑은 어디서 사는거야 진짜....

        (보다가) 아, 여긴 이 백이 더 맞을까? 특이하다 이 백....

 

다정의 백도 들어본다.

 

반주 : 언니, 나 이것도 좀 빌려줘요. 오늘 가서 애들 기 좀 팍 죽여 놔야지.

 

다정의 백에 있는 수첩과 핸드폰 지갑등등을 다 꺼내 소파에 놓는 반주.

자기 가방 안의 소지품을 다정의 백에 옮겨 담는다.

 

다정 : (화나고 얄미워서 부글부글)

 

다정, 워터바에서 물을 따라 마시면서 양치질 하듯 아그르르 해서 마신다.

 

반주 : 참, 주말에 다 같이 가족여행 가자고 오빠가 그러대요.

다정 : 은호네까지요? 오빠가 그래요?

반주 : 네. 기대하고 있을게요. 언니 음식 솜씨도 좋다면서요,

         주말은 나도 언니 덕분에 여왕대접 받을 수 있겠다...

다정 : 아직 결정된 건 아닌데....

반주 : 아, 이쁜 옷 입으니까 기분이 막 업되네. 은호야, 엄마 이쁘지? 숙모랑 잘 놀고 있어. (현관으로)

은호 : 응.

반주 : 영어 쓰라니까 영어! 잉글리쉬!

은호 : 예스.

반주 : 어머! 이 구두..... (신어본다) 언니랑 발 치수도 같네요.

         언니 나 이 구두도 빌려 신고 가요. 완벽한 코디다 오늘.

다정 : ..................

 

반주, 신나서 나간다.

다정과 은호만 뻘쭘히 남았다.

은호, 다정을 보며 숙제하듯.

 

은호 : 하우 올드 아유.

다정 : 땡큐.

 

 

49. 검도장 / 밤

 

명석, 목을 빼고 이리저리 찾는다.

 

명석 : 이젠 안 오나......

 

명석, 두리번 거리다 보면 검도복 입은 부기 호면과 죽도 들고 들어온다.

명석, 부기 앞에 가서 선다.

 

부기 : ........?

명석 : 오늘은 제가 한 수 가르쳐 드리겠습니다.

 

도장 마루에 칼을 떨어뜨리면서 풀썩 무릎 끓는 명석....

뒤로 벌렁 나가 자빠지는 명석.

 

 

50. 도장 일각 / 밤

 

옷 갈아입은 부기, 핸드폰으로 칼로리 마스터 체크하고 있다.

명석, 슬쩍 다가와.

 

명석 : 뭐하십니까?

부기 : ........(핸드폰만)

명석 : 뺄 살이 뭐가 있다고 칼로리 소비량까지 체크하시고....

부기 : 용건이 뭐죠?

명석 : (딱 붙어 앉아) 기초대사량 섭취열량 별게 다 있네.

         제 것두 한 번 체크해 주실래요? 저는 살을 좀 찌워야 할 것 같은데.

         (핸드폰 뺏어가며) 어이쿠 계란조림이 백 칼로리가 넘네요.

부기 : 주세요.

명석 : 잠깐만요.

 

명석, 다이얼을 눌러(자기번호) 자켓 안에서 울리는 벨소리 확인하고 부기에게 돌려준다.

명석, 자기 핸드폰을 꺼내 본다.

 

명석 : 삼공공삼 오케이.

부기 : 내 번호 찍힌 거 지워요.

명석 : 싫습니다.

부기 : 내가 좋니.

명석 : (놀라고 어이없는 듯 웃는) 아하하.... 이럴 수가.

부기 : 지워.

명석 : 제가 승부욕이 좀 강한 사람이라서..... 다른 걸로 한판 이기면 지워 드리겠습니다.

 

 

52. 반석네 거실 / 밤

 

피자 남은 껍데기와 음료수 캔 찌그러진 것 물컵 등등 어지러져 있는 거실.

다정, 바닥에 주저 앉아있다.

퇴근한 반석, 들어온다.

 

반석 : ....다정씨.... 이게 다 뭐예요.

다정 : 반석씨..... (울음 나오는) 나 못하겠어요. 한 달도 너무 길어요.

         다음 번 회의 준비도 해야 하는데 매일 이렇겐 못해요.

반석 : (안고 도닥이며) 미안해요. 우리 아버지랑 반주, 다정씨 자랑하고 싶어서 그러는 거니까

         조금만 이해해 주세요. 응?

 

세숫대야에 다정 발 담그고 발 지압해주는 반석.

 

다정 : 괜찮아요, 이러지 마요 반석씨.

반석 : 내가 해주고 싶어서 이러는 거예요. 가만있어요.

다정 : ............

반석 : 난 다정씨 입에서 남편 있으니까 너무 좋다.... 이 소리만 나오게 해주고 싶어요.

다정 : 남편 있는 거야 너무 좋죠.....

반석 : 매니큐어 다 지워졌다. 발라줄까요?

 

 

53. 신영네 거실 / 밤

 

식탁에 앉아있는 신영.

꽃병에 꽃도 있고. 낚지볶음 달랑 하나에 공기밥 2개 놓여있는 식탁.

민재, 해물탕 냄비 들고 와 놓는다. 뚜껑 열며.

 

민재 : 짜잔!

신영 : 꺄오! 너무 맛있겠다.

민재 : 많이 먹어.

신영 : (숟가락으로 떠먹어보는) 음......... (짜고 맵다)

민재 : 어때?

신영 : 너무 맛있어. 자기 천재 아냐?

민재 : 천재 맞아. 많이 먹어.

신영 : 자기도 앉아.

민재 : 참! 콩나물도 무쳐봤다. (냉장고로)

신영 : 별 걸 다 할 줄 아네.

 

신영, 민재가 냉장고로 간 틈을 타 옆에 있던 물병을 들어 냄비에 살짝 붓는데

콩나물 접시를 꺼내 뒤로 돌던 민재가 본다.

 

민재 : 어? 뭐야. 방금 물 부었어?

신영 : ...살짝.... 살짝 짠 것도 같아서...

민재 : 그럼 짜다고 말을 하지. 왜 맹물을 부어. 저기 조개국물 남은 거 맛있는 거 있구만.

신여 : 조금 넣었어. 요만큼.

민재 : 콸콸 들어가던데 뭐가 요만큼이야.

신영 : 알았어 내가 잘못했어. 내가 나이 들면서 좀 싱겁게 먹거든.

         빨리 먹자. 감사히 먹겠습니다.

민재 : 내일은 자기가 해봐.

신영 : 알았어, 내가 내일 류산슬 만들어줄게.

민재 : 그런 것도 할 줄 알아?

신영 : 오늘밤에 인터넷 찾아봐야지.

민재 : 그냥 김치볶음밥이 좋겠다. 무리하지 말고.

신영 : 그 많던 김밥은 누가 다 먹었어?

민재 : 연습실 갖다줬는데 반응 너무 안 좋더라. 그래서 자기가 날 사랑한다는 걸 알았어.

신영 : 왜?

민재 : 어제 맛없는 김밥 다섯줄이나 먹어줬잖아. 그것도 새벽에.

신영 : 그러네.

민재 : 빨리 먹고 고스톱 한판 치자. 진 사람이 설거지.

 

담요 깔고 고스톱 치는 신영과 민재.

 

신영 : 아싸!

민재 : 발바닥 들어봐. 뭐 숨긴 거 없지?

신영 : (발 들어 보이며) 없어.

민재 : 아... 오늘 안 풀리네....

신영 : 아자자자!

민재 : 어! 나 방금 악상이 떠올랐다. 메모리 해놔야 돼. (벌떡 일어서서 방으로 가는데)

신영 : (민재 바지를 집으며) 어디 가. 판 깨고.

민재 : 멜로디가 떠올랐다니까.

신영 : 하필이면 질 때 떠오르냐 이상해.

민재 : 놔! 날아가기 전에 메모 해야돼.

신영 : 나 기억력 좋아. 내 귀에 메모해.

 

민재, 신영을 껴안고 엎어지면서 귀에 흥얼거린다.

 

민재 : (신영 귀에 작은 소리로 흥얼흥얼)

신영 : (민재와 포옹한 채 따라서 흥얼흥얼) .....좋은데?

민재 : (허밍으로 흠음음......)

신영 : 나 지금 너무 행복하다 민재야.

민재 : .........

 

민재, 신영에게 키스한다.

두 사람 누은 채 껴안고 키스..........

 

 

54. 반석 침실 / 밤

 

침대에 나란히 딱 붙어 다정하게 누워있는 다정과 반석.

 

반석 : 다정씨, 우리 주말마다 특별하게 보내면 어때요?

다정 : (기대감) 어떻게 특별하게요?

반석 : 부모님이랑 같이 1박2일 여행을 가거나, 우리 집이랑 부모님 댁을 매주 오가면서

         MT하듯이 지내는 거예요. 같이 고기도 구워먹고 고스톱도 치고.....

다정 : ...... (안 내키는...일어나 앉는다) ...매주요?

반석 : 그래야 더 친해지고 나중에 편하죠. 우리 애기 생긴 후에 합 칠 때요.

다정 : 그게 무슨 소리예요?

반석 : 아이 낳은 다음에는 부모님이랑 합치는 게 다정씨한테도 편하지 않겠어요.

         어짜피 우리가 부모님 모실 꺼 미리 익숙해지면 좋잖아요.

다정 : .....형님은..... 어쩌구 우리가 부모님을 모셔요?

반석 : 형은 공부 끝나도 미국에 눌러앉을 것 같아요. 형수도 거기가 편하다고 안 들어오겠다고 했대요.

다정 : 그런게 어딨어요. 장남이 그런 게 어딨어.

반석 : 장남만 모셔야 된다는 법도 없잖아요.

다정 : 그렇다고 바로 합쳐야 할 껀 또 뭔데요. 매주 부모님이랑 엠티는 또 뭐구요.

반석 : (다정의 손을 잡으며) 다정씨 저는요, 옛날부터 내가 원하는 가족상이 있었어요.

        부모님이랑 다 같이 모여 3대가 살면서 하하하 웃음 꽃 피는 저녁식탁....

        주말마다 함께 떠나는 가족여행.

다정 : 아버님이 날 탐탁찮아 하는 데두요?

반석 : 아버지가 아직 다정씨의 진가를 몰라서 그러시는 거예요.

         매주 만나 봐요, 얼마나 사랑스럽고 다정한 사람인가 아시겠죠.

다정 : .........

반석 : 다정씨가 맏며느리다 생각하고 우리 한번 대가족의 넉넉함을 느껴보자구요.

         (좋아서) 하하하하.

다정 : .....형님은 미국에서 향수병도 안 걸리시나.

반석 : 이번 주말여행은 춘천 어때요? 봄이 오는 춘천.

다정 : .....담주부터 가면 안될까요.

반석 : 그럴 꺼 뭐 있어요. 당장 시작하는 게 좋지.

다정 : ..........그래요. (이불쓰고 돌아누으며 몰래 한숨)

 

12시가 가까워 오는 시계.

반석, 좋은 꿈이라도 꾸는지 자면서 베개 안고 헤벌쭉....

침대 옆 자리, 비어있다.

 

 

55. 거실 / 밤

 

스탠딩 스탠드만 켜져 있는 거실.

다정, 혼자 앉아 멍하니 있다.

 

다정 : ..........그래도 혼자 있을 때보단 지금이 낫잖아. 괜찮아 괜찮아...

 

다정, 일어선다.

 

 

56. 신영네 거실 / 밤

 

노트북 앞에 앉아있는 신영.

버튼 누르는 소리 나고 막걸리를 든 다정, 들어온다.

 

신영 : (놀라) 야! 너 뭐야.

다정 : 잠이 안와서 와 봤어. 너랑 막걸리 한잔 할려구.

신영 : 신랑은 어떡하구.

다정 : 곯아 떨어져서 몰라. 흠흠.... 뭐 이렇게 맛있는 냄새가 나지?

 

다정, 식탁에 놓인 냄비 뚜껑을 열어본다.

 

다정 : 와우..... 해물탕 아냐?

 

마주 앉은 신영과 다정.

해물탕을 가운데 놓고 다정, 맛있게 막걸리 먹는다.

 

다정 : 음.... 막걸리는 역시 여기서 먹어야 맛있어.

         너 그새 요리솜씨 늘었다. 이 해물탕 니가 한 거 맞지?

신영 : 응?...... 아니 뭐 꼭 내가 했다기 보다는.... 근데 너 무슨 일 있는 거 아니지?

다정 : 잠이 안와서 왔다니까. 내일 출근인 사람 깨워서 같이 놀자고 할 순 없잖니.

신영 : 나는 못자도 되고?

다정 : 그치, 내 신랑이 더 소중하니까.

신영 : 아줌마 되니까 좋냐.

다정 : 너무 좋아. 너 언제 시집가냐 이 소리 안 들어서 좋고, 불쾌한 소개팅 안해서 좋고,

         아구찜 같이 먹을 사람 있어서 좋고, 그냥 내 옆에 누군가 있다는 게 좋고....

신영 : 염장 지르러 왔구나.

다정 : 그래.

신영 : 조용히 막걸리나 마셔, 나 일하는 중이니까. 아까 낮에 한껀 한 거 구성안 짜보는 중이야.

다정 : 아..... (기지개 켜고 일어서서 이리저리 둘러본다) 정리 안하고 사는 건 여전하구나.

신영 : (노트북만 보며) 온 김에 좀 치워주고 가든가.

다정 : 나 한 시간만 자다갈게.

 

다정, 자신이 쓰던 방문을 열고 들어가는데.

 

신영 : (허걱) 야!

 

 

57. 다정 방 / 밤

 

다정, 불 켜는데 침대에 민소매 런닝셔츠를 입고 누워있는 민재를 보고 놀란다.

 

다정 : 으악!

 

민재, 놀라 벌떡 일어나 앉는다. 눈 게슴츠레 뜨고 뭔가 보는.

 

다정 : 뭐야! 민재씨가 왜 여깄어.

민재 : (잠이 덜 깨) 아.... 그게요.....

신영 : (다정 끌고 나오며) 너 이리 나와. 민재씨 미안. 더 자.

 

 

58. 신영네 거실 / 밤

 

신영, 다정을 끌고 나온다.

 

다정 : 너 미쳤어? 하민재랑 같이 살아?

신영 : 잠깐 며칠 지내는거야. 건전한 룸메이트야.

다정 : 근데 쟤 옷 왜 저렇게 허술하게 입고 있어.

신영 : 잘 때 그럼 정장차림으로 자니.

다정 : 노처녀 욕먹는다. 너 이렇게 살지 마.

신영 : 너야 말로 무슨 일 있지? 이 시간에 왜 여길 달려오냐.

다정 : 아무 일도 없다니까. 너야말로 이렇게 살지 마.

신영 : 쟤 그럼 너희집으로 보낼까?

다정 : 됐고.

 

 

59. 상우 원룸 / 낮

 

상우, 문 열어주면 상미, 장 본 쇼핑비닐 손에 가득 들고 들어온다.

 

상미 : 잘 다녀왔어요?

상우 : 그럼요.

 

상우, 상미를 안는다.

 

상우 : 별일 없었죠?

상미 : 네.....

상우 : 상미씨.... 모레 어머니가 올라오신대요. 같이 만나요.

상미 : ...벌써 말씀 드렸어요?

상우 : 네, 말씀 드렸어요.

상미 : .....어머니가.... 그래도 만나러 오시겠대요?

상우 : 네, 만나러 오시겠대요. 반 이상 허락하고 오시는 거예요.

상미 : ......너무 죄스러운데요.

상우 : 그런 생각하지 말라니까. 상미씨가 나보다 먼저 태어난 게 죄예요?

         날 만나기 전에 다른 사람을 사랑했던 게 죕니까?

         죄 아니예요. 자신감을 가져요 내가 있잖아요.

상미 : (상우 품에 말없이 안겨있는)......

 

 

60. 스튜디오 / 낮

 

카메라 앞에 앉아있는 신영 해진.

카메라 옆에선 미조와 희동 서 있고 민재도 한 켠에 서서 신영을 바라본다.

 

신영 : 거리에서 누군가 다가와 당신을 스타로 키워주겠다면 여러분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해진 : 취업은 어렵고, 힘들게 구한 일자리도 제대로 급여를 못 받고 있다면...

         거액의 개런티와 명성을 함께 얻을 수 있다고 유혹하는 속삭임에

         여러분은 얼마나 거뜬하게 버티실 수 있습니까.

신영 : 뻔한 거짓말로 속이고 아직도 속고 있는 사람들, 오늘 뉴스 앤 피플의 첫 소식입니다.

희동 : 오케이! VTR 돌았어요. 이제 엠씨들, 카메라 원 투로 나눠서 갑니다.

 

신영, MC석에 앉는다.

메이컵 담당 다가와 콤팩트로 찍어주고 신영 민재와 눈 마주친다.

짧은 순간 눈빛 교환하며 미소짓는 두 사람.

 

민재 : (입 모양으로 잘 해!...주먹 쥐며 파이팅!)

신영 : (웃는)

 

 

61. 공 원 / 낮

 

손잡고 걷고 있는 상미, 상우.

 

상우 : 인연을 믿어요?

상미 : 믿어요. 악연도 인연이라고 생각하구요.

상우 : 나도 믿게 됐어요.

상미 : 뭔가 하늘이 준 숙제 같은 게 있는 것 같아요.

         우리 둘 다 한 번도 이런 상황을 원하진 않았잖아요.

상우 : 상상도 해본 적 없죠. 나한테 이런 일이 생길 줄은.

상미 : 미안해요.

상우 : 그런 말 하지 마세요. 우리 뜻이나 의지와는 상관없이 일어난 일이예요.

         미안해 할 필요 뭐 있어.

상미 : 그래요 앞으로 미안하단 말 안할꺼야.

상우 : 저녁에 영화보러 갈래요?

상미 : 영화는 내일 봐요. 오늘은 집에 가서 할 일이 좀 있어요.

 

 

62. 상미네 거실 / 밤

 

열심히 음식 만드는 상미. 잡채 무치고 멸치볶음과 검은콩조림 오징어 채 무침 등등등

밀폐용기에 깔끔하게 담고 있다.

커다란 보온 병에 곰국도 국자로 떠서 담고.

 

상미 : (핸드폰 들다가.... 다시 놓고) 그냥 경비실에 맡기는 게 낫지....

 

보자기에 곱게 반찬통을 놓고 묶는다. 포스트 잇을 끼워넣는 상미.

 

상미(E) : 내가 연습실로 찾아가긴 좀 그래서.... 민재한테 전해주세요.

            넉넉하게 담았으니 신영씨도 원하면 덜어 드시던가.

 

 

63. 신영네 집 앞 / 밤

 

반찬통이 든 보자기를 들고 걸어가는 상미. 경비실 앞에서 경비아 저씨한테 맡기며.

 

상미 : 202호 이신영씨 오시면 좀 전해주실래요? 고맙습니다.

 

상미, 걸어가다 멈춰 선다.

저만치에서 손잡고 걸어오는 민재와 신영. 수퍼봉지를 들고 집에서 바로 나온 듯 편한 차림새다.

상미, 몸을 숨긴다.

 

신영 : 어젠 요리하느라고 피곤했나봐? 바로 곯아떨어지더라.

민재 : 그래서 섭섭했어?

신영 : 당연하지, 나 스물네 살 때 얘기해줄려고 벼르고 있었는데.

민재 : 오늘 밤새 듣자 그럼.

신영 : 내일은 10년 후에 하민재는 어떨지 얘기해줄게.

민재 : 알았어. 이틀밤 꼴딱 새자 우리.

 

두 사람 지나가고 상미, 표정이 굳어있다.

 

 

64. 신영네 거실 / 밤

 

수퍼에서 장 본 것 꺼내 냉장고에 넣고 식탁에 놓고 정리하는 신영과 민재.

초인종 소리, 신영 인터폰에.

 

신영 : 어? 경비아저씨?

경비(E) : 예, 물건 좀 전해드리러 왔습니다.

 

신영, 문 열면 경비아저씨 보자기를 건네주고 돌아서는데 뒤따라 상미가 들어온다.

 

신영 : ....!!!

상미 : 민재 너 여기서 뭐하니.

민재 : .........엄마.

상미 : 나와.

민재 : .......

상미 : 내 말 안 들려, 당장 나오라니까.

신영 : 죄송합니다.

상미 : 이신영씨, 내가 부탁했을텐데요. 민재 졸업할 때까진 그냥 친구처럼만 지내달라고.

민재 : 아무 일도 없었어요. 내가 막무가내로 와서 며칠만 지내게 해 달라고 한 거야.

상미 : 그런다고 받아주는 사람은 또 뭐야. 이웃들 눈은 생각 안 해요?

신영 : 죄송합니다, 제가 생각이 짧았어요.

상미 : 당장 나와. 당장!

 

민재, 신영의 손을 잡고 달려 나간다.

 

상미 : .............

 

 

65. 신영 집 앞 / 밤

 

신영의 손을 끌고 나와 걸어가는 민재.

신영, 불편한 마음으로 민재에 끌려가며 뒤돌아본다.

 

신영 : (손을 뿌리치고 서서) 어디 가는 거야.

민재 : 결혼하러. 우리 내일 결혼하자.

 

민재, 신영의 손을 잡고 뛰어가는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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