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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붕뚫고 하이킥] 084

작성자수다쟁이|작성시간10.11.19|조회수1,039 목록 댓글 0

[지붕뚫고 하이킥] 084

 

 

 

 

 

 

 

씬/1       보석 차 안 (D, 야외)
 
       보석, 핸드폰으로 통화하며 뒷좌석에서 서류 확인
해 보고 있다.

보석       지금 거의 다 왔습니다. 서류 확실하게 챙겼..(하
다 서류 뒤져보다 표정) 어?              이거 어디 갔지? (하다 핸드
폰에서 귀 떼고 정신없이 서류 뒤지다 발견한다)              아, 찾
았습니다. 아버님. (하고 귀에서 핸드폰 떼고 표정) 네. 정신 차리
겠습              니다. 네. 네. (한숨 쉬며 다시 서류 챙긴다. 문득 답
답해진다)

       할리 데이비슨 류의 오토바이 엔진소리가 요란하
게 울린다.
       보석, 옆으로 멋진 오토바이를 탄 남자가 보석의
차 앞으로 앞질러 간다.

보석       (감탄하는) 와..멋있다. 그치?
임기사      멋있긴요. 추운데 멋 부리다 얼어 죽죠.
보석       자긴 안해봤구나..저러고 다니면 얼마나 날것같
은 기분인데.
임기사      네? 부사장님은 옛날에 저러고 다니셨어요?
보석       (표정) 젊었을 때 잠깐. (오토바이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씬/2        한옥주방 (D)

       자옥, 정음, 광수, 인나, 줄리엔 밥 먹고 있다.

광수        (시덥잖은 얘기 혼자 재밌다고 낄낄거리며 하고
있다) 그래가지고 내가 후임병              한테 너 임마 이 김치찌
개.. 큭큭큭.. 뭐로 끓였는지.. 푸핫..
정음       (핸드폰 울리고) 에이.. 튀잖아. (받는다) 네. 제
가 황정음인데요. 네.
자옥       그만 좀 해. 여기 니 군대 생활 재밌어하는 사람
누가 있다고.
정음       (벌떡 일어나 놀라서 비명에 가까운. 밥풀 사방으
로 튀기며) 네?!!무슨!!
인/줄/자    (깜짝 놀란다) 엄마~/ 오!/ 뭐야?
광수       (정음 입에서 튀어나온 밥풀 얼굴에 묻히고) ....
정음       졸업을 못하다뇨?!! 그게 무슨! 왜요? 왜?!!
 
씬/3       정음방 (D)

        정음, 미친 듯이 인터넷 서치 중이고 광수, 인나,
줄리엔이 옆에서 보고 있다.
 
정음       미쳐 미쳐. 빵꾸가 왜 난거야. 출석도 얼마나 찰떡
같이 했는데..
광수       학점이 개떡같이 나왔나보지.
정음       오빠, 호떡이 되게 맞아볼래?!
인나       (광수 입 막으며) 계절학기 신청 끝나지 않았어?
어떡해?
정음       그래서 무슨 봉사 학점인가 뭔가를 따라는데..아
씨..짱나! 진짜.
광수       진짜. 서운대도 졸업 못하면 진짜 서운하지.
정음       (확 노려보며) 오빠!! 좀!!
줄리엔      광수, 광자가 미칠 광자야? 오늘 왜 이래? 나와. (하고
광수를 끌고 나간다)
광수       내가 뭐.. (하고 끌려 나간다)
인나       내가 대신 미안. (노트북 들여다보면서) 이 병원
들 중에 하나 고르는 거야?
정음       응. (하다 우울한) 하.. 인나야. 나 왜 이렇게 한심
하니.

씬/4       보석현경방 (N)

       보석, 옷 갈아입다가 문득 장롱 한쪽 깊숙이 있던
가방 하나를 꺼낸다.
        열어보면 라이더자켓, 바이크 부츠, 장갑, 헬멧
등 나오고, 가죽 자켓을 펼쳐              보며 회상에 잠긴다. 보석
의 머리로 바람이 분다.

C#1       거리일각 (D, 야외) - 자막. 20년 전.
        20년 전의 보석. 오토바이 복장을 완벽하게 갖춰
입고 멋진 오토바이를 타고              있다. 바람을 만끽하는 보석.
 
       회상에서 돌아온 보석, 자켓을 입고는 거울 앞에
서 본다.

씬/5       거실 (N)

            세경, 쓰레기봉투 들고 나오는데
       보석, 오토바이 복장에 고글까지 쓰고 방에서 나
온다.
 
보석       세경씨. 
세경       네? 
보석       나 어때?
세경       뭐가요?
보석       (멋지다는 자신감에 찬) 이렇게 입은 거 어떠냐
고. 솔직히 말해봐. 
세경       좋아 보이세요..(꾸벅하고 나가는)
보석        무슨 대답이 그렇게 성의가 없어? 어때? 뭐 같애?      
세경        예? 뭐 같긴..
보석       최민수 같다든지..폭주족 같다든지..하다못해 배
달원 같다든지. 솔직하게 얘              기 해봐. 뭐 같애?   
세경        전 최민수는 누군지 모르고 퀵서비스나 족발 배달하시
는 분들이 이렇게 많이              다니시긴 하던데..
보석        (빈정 상한) 뭐? 세경씨! 세경씨 왜 그러지? 일부
러 나 엿먹일라 그러는 거야?
세경        예? 아니예요. 제가 왜 아저씨한테 엿을 먹이려고..
보석          아니면 솔직히 이렇게 악소리 나게 멋진데 어떻게 그
렇게 얘길 하냐? 상식적으              로 말이..(하는데)
현경       (들어오다 보고) 뭐해 당신?
세경       오셨어요. 
현경       어. (하고 보며) 그건 또 왜 꺼내 입고 난리야!
보석       그냥..옛날 생각도 나고..
현경       옛날 생각 좋아하네! (보석 등짝 때리며) 빨랑 못
벗어? 빨랑 벗어. 
보석       여보, 나 다시 오토바이..
현경       (OL) 오토바이 같은 소리 하고 있네! 빨랑 벗어!
세경       (살짝 보고 나가고)
보석       요즘은 오토바이가 레저라 바이크 동호회도 많
고..
현경       (OL) 아 시끄러!
보석       (놀라 입 다무는)
현경       (흘기며) 당신 약속 다 까먹은 건 아니지?

C#1       거리일각 (D, 야외) - 자막 20년 전
       보석, 오토바이 뒤에 여자 태우고 달리고 있는데
       현경이 앞으로 와 팔을 벌리고 선다. 보석, 급정거
하고.

보석       혀..현경아..
현경       하..
여자       오빠..누구야?
현경       이럴려고 오토바이 샀지? 여자애들 태우고 이렬려
고?
보석       아니..얜 우리 과 후밴데 다리를 다쳐서 병원에 데
려다 주는 길인데..그지? 
여자       예 맞아요. 근데 언니 누구세요?
현경       나 오토바이 뽀술려고 온 여자다. 너도 확 뽀사
줘?!
       (종이백에서 야구방망이 꺼내 오토바이에게 휘두
르려는)
보석/여자   (말리는) 왜 이래! 현경아!/ 엄마야~ (절뚝거리며 달
아나는)
보석        (잡으며) 이러지마 왜 이래?
현경       (방망이 든채) 시끄럽고. 좋아. 선택해! 나야 오토
바이야?
보석       현경아. 왜 이래?  
현경        빨리 선택해. 나야 오토바이야?    
보석        뭘 선택을 해? 너도 오토바이도 나한테는 다 소중한..
현경        (OL) 셋셀 동안 선택해. 나야 오토바이야? 하나 둘  
보석       (현경이 세는 동안) 아 왜 이래? (하다가 현경이
셋 세기 직전에)
            알았어! 너야 너!
현경        진짜? 진짜지? 
보석        어. 진짜..
현경       좋아. (키 뽑으며) 앞으로 오빠 인생에서 오토바이
는 영원히 지워버리는 거 
            다. 알았지? (키를 방망이로 쳐서 멀리 날려 보낸다)
보석       어? 하..(낙담하는)

씬/6        보석현경방 (N)

            현경, 들어오고 보석, 따라온다.

현경       그때 약속 기억하지?
보석       (침대에 엎어져 버둥대며) 타고 싶은데! 타고 싶다
고! 좀 타면 어때서!

신/7       병원 낮 전경
자막       며칠 후
씬/8       병원 일각 (D, 야외)

        정음을 비롯한 열댓명의 대학생들. 깔끔한 간호
복 스타일의 옷을 맞춰 입고 있              고 간호부장 정도의 사람
이 간단한 교육중이다.

간호부장    이곳에 모이신 분들 중엔 자발적으로 봉사하러 온 분
들도 계시겠고
       (웃으며) 또 학점 땜에 오신 분들도 계시겠죠?
정음       (간호부장과 눈 마주치면 찔린다)
간호부장  어떤 목적으로 왔건 봉사활동은 진심을 담아서 해주셨
으면 좋겠구요.                      (서류 보며) 그럼 담당 구역을 나눠
드릴게요.

씬/9       노인 병실 (D, 별도세트 or 야외)

       빈 4인 병실. 간호부장이 시트를 갈아 보이는 시범
을 보이고 있고
       정음과 2명 정도가 보고 있다.

간호부장   (마무리하며) 간단하죠? 황정음씨는 우선 여기 병실 시
트부터 갈아주세요.                그리고 나머지 학생들은 저 따라오
세요. (학생들 데리고 나간다)
정음       하.. (시트를 가는데) 이게 무슨 꼴이야? 생각할수
록 열 받네. 새해벽두부터              진짜 재수가..(누군가 정음의
엉덩이를 철썩 때린다) 아아악!! (뒤돌아보면              할아버지
다) 지..지..지..금 뭐하시는 거예요?
할아버지    할망구.
정음       (경악하며) 네?!! 할.. 뭐요? 이 할아버지가 진짜!
할아버지    어디 갔다 이제야 와? 밥 줘!
정음       왜 저한테.. (하다) 그보다 할아버지 방금 제 엉덩
이..하..
       할아버지 지금 큰 실수 하신 거거든요!
할아버지    밥 줘! 배고파!
정음       (어이없어 뭐라고 하려는데)
간호부장    (OL, OFF) 할머니 곧 오신대요. 할아버지. (들어온다)
할아버지    누구쇼? 우리 할망구 여깄는데?
정음       (할아버지 돌아보며) 할아버지! 저 할아버지 할망
구 아니거든요!

씬/10       병원복도 (D, 야외)

       간호부장과 정음, 걸어가며

간호부장    많이 놀랬지? 여기 계신 분들 중엔 노인성 치매 앓는
분들이 좀 있거든.
정음       그래도 그렇지. 내가 어딜 봐서 할망구.. 하.. 진
짜 어이없어.

씬/11       보석현경방 (D)

       보석, 신문 보고 있는데

현경       (들여다보면서) 당신 시간 좀 있지?

씬/12       집 뒤뜰 (D, 야외)

       보석, 끙끙거리며 제법 큰 박스 가져와 한쪽에 내
다놓고는
       손을 털고 가려는데 한쪽에 스쿠터가 서 있는 게
보인다.

보석       이게 왜.. (하다) 준혁이가 받아왔다던 그건가..
       (하고 신나서 여기저기 만져보는)

씬/13       광수인나방 (D) + 병원복도 (D, 야외)
 
       인나, 주방에서 커피 마시며 통화중이다.

인나       어이 황. 할 만해?

       정음, 세탁물이 가득 담긴 카트를 힘들게 끌고 가
고 있다.

정음       (핸드폰으로 통화하며) 할만하긴. 오자마자 이상
한 할아버지한테 엉덩이까지
            두드려 맞았는데. 씨. 그래도 이거라도 있으니까 학점 때
우지. 이거 없었..              (하다가 앞에 서있는 의사 뒤를 툭하
고 카트로 친다) 아.. 죄송합니다. 죄송합              니다.
지훈       (돌아보다 놀라서) 정음씨.
정음       어? (쑥스러운 표정) 하이..(손을 귀엽게 흔든다)

씬/14       병원 일각 (D, 야외)

       지훈, 정음 한쪽에 자판기 커피 마시며 앉아있다.
       지훈, 편의점에서 파는 조악한 샌드위치를 먹으
며 정음에게도 권하는데
       정음, 사양한다.

지훈       (샌드위치 먹으며) 우리병원으로 왔으면서 왜 나
한테 말도 안했어요?
정음       어제 늦게까지 수술 있다 그랬잖아요. 안 그래도
연락할 참이었어요.
지훈         어. 근데 하고 많은 병원 중에 왜 하필 우리 병원으로
왔어요? 혹시 매일 (자              기 가리키며) 날 보려고?
정음       (입이 떡 벌어진다) 하...
지훈       하루라도 안보면 힘들고 그래요? 언제 이렇게 나
한테 푹 빠진 거지?
정음       이것 보세요. 지정해준 병원중에 그냥 집에서 제
일 가까운 병원 온거거든요.
지훈       제일 가깝기도 하고.. 또 나도 매일 볼 수 있고. 그
래서?
정음       하..(재수 없다는 표정) 이건 무슨.. 맘대로 생각해
요. 맘대루.
지훈       (피식 하며) 일은 어때요? 병원일 힘들죠?
정음        일도 일이지만 이상한 할아버지한테 잘못 걸려
서 자꾸 나보고 할망구라고 보기              만 하면 밥 내놓으라는
데. 어이가 없어서.
지훈       (고개 끄덕이며) 음.. 하긴..
정음       “음.. 하긴” 이라뇨?
지훈       아..사실 나도 정음씨 첨 볼 때 단박에 우리 외할
머니 떠올렸는데.
정음       (OL) 이 사람이 진짜! 내가 그럼 할머니 상이란 거
예요? 뭐예요?
지훈        (웃으며) 농담이예요.  (호출 온다. 번호 확인하
고. 남은 샌드위치 내민다) 이              거 먹을래요?
정음       됐어요. (하다) 근데 이게 점심이에요?
지훈       점심 겸 저녁 안 되길 바래야죠. 가볼게요. (전화
하겠다는 동작하고 간다)
정음       (전화 끊어버리겠다는 동작한다)
지훈       (웃으며 급하게 복도로 달려간다)
정음       (지훈 뒷모습 보며) 먹을 건 제대로 먹고 일을 해
야지. 무슨 점심이..

씬/15       집 뒤뜰 (D, 야외)

       보석이 스쿠터 위에 타보며 달리는 듯 놀고 있다.
       그러다 보면 키박스에 키가 꽂혀있다. 보석, 표정.
       보석, 살짝 시동 걸어보는. 방~ 방~ 스로틀도 당
겨본다.

현경       (OFF) 뭐하는 거야?
보석       (놀라서 보면 현경이 박스를 들고 오고 있다) ..
현경       왜 이렇게 안오나 했더니. (박스 내려놓고는) 뭐
해? 거기 왜 올라타고 있어?
보석       (시동 끄는) 아니 이게 여기 서 있길래. 키도 꽂혀
있고.. 그래서 한번..
현경       준혁이 이 자식은 당장 갖다주랬더니 왜 이걸 여
기다..
보석       (머뭇머뭇 눈치 살피며) 나 동네 한바퀴만 살짝 돌
다 오면 안될까?
현경       뭐?
보석       이건 그냥 스쿠터니까 위험하지도 않고..
현경       타고와.
보석       (환해져서) 정말?
현경       (차갑게) 올 때 법원에 들러서 이혼서류 한장 떼
서 오고.
보석       (풀 죽어) 하..(현경 핸드폰이 울린다)
현경        (화면보고 받는) 왜? 뭐? 노란봉투? 

씬/16       지훈방 (D) + 병원 의국 (D, 야외)

            현경, 노란서류 봉투를 집어들고 있다.

현경        있어. 왜?
지훈        (책상위에 서류 엉망으로 찾다만 흔적보이고) 그럼 그
거 빨리 좀 보내줄래?
현경        정신머리 하곤. 알았어. (나가는)                  

씬/17       거실 (D)

        현경, 서류봉투 들고 바쁘게 내려오는데 세경, 마
트 가려는듯 옷 입고 드레스              룸에서 나오고 보석, 들어온
다.

현경       세경씨. 지금 마트가?
세경        예.
현경        마트 나중에 가고 이거 빨리 지훈이 병원에 좀 갖다줘. 
세경       (받으며) 병원에요? 네.
현경       차 막히니까 지하철로 가.
세경       예? (자신없다) 아..지하철은 별로 타보질 않아
서.,
보석       (번쩍하는) 그럼 내가 데려다줄까?
현경       뭐? 차 막히는데 당신 차는 뭐 날아다녀? 지하철
이 빠르지.
보석       그게 아니라 내가 스쿠터로 데려다주면.. 스쿠터
로 가면 15분이면 갈걸.
현경       뭐? (갈등하는 표정 있다) 지하철로 가면 되지
뭘..
보석        세경씨 지하철 잘 모른다잖아. 처남 자료 그거 
엄청 바쁘고 중요한거 아니야?
            중간에 헤매면 어떡해? 스쿠터면 금방 다녀올 수 있다니
까..
현경       (안내키지만) 그럼 조심해서 빨리 갔다 와.
보석       (환희) 알았어! 세경씨. 여기 잠깐만 있어. (방으
로 뛰어 들어간다)
현경       급하다는데 뭐하게?

씬/18       거리일각 (N, 야외)

       보석, 완전히 바이크 복장으로 머리끝부터 발끝까
지 쫙 차려입고
       스쿠터 앞에 앉는다. 세경이 뒤에 타고 있다.

보석       그럼 출발해. 세경씨.
세경       네.
보석       (멋진 표정과 자세로 붕붕..스로틀을 당기다 출발
한다) 간다!!

       컷튀면. 둘이 그러고 달리는 그림이 있다.

보석       (크게) 어때? 바람을 가르고 달리는 기분?!
세경       (크게) 네? 잘 안들려요! 아저씨!
보석       (크게) 고맙긴 뭐! 속력 좀 더 낼 거니까 꽉 잡어!
세경       (크게) 꼼장어요?!
보석       (신나서 크게) 예~~~

씬/19       한옥집 새벽 전경
E       알람소리

씬/20       정음방 (D)

        6시를 가리키는 시계. 알람이 요란히 울리고 있
다. 머리끝까지 이불 덮고 자는              정음, 이불 밖으로 손을
내밀어 더듬더듬 시계를 끄다 잘 안되니까 시계를 던              져
버리는. 그러다 아웅!!! 하더니 벌떡 일어난다.

씬/21       한옥주방 (D)
 
       정음, 하품을 하며 냉장고에서 이것저것 음식 재
료를 꺼낸다.
       디졸브. 정음, 예쁜 앞치마를 하고 뭔가를 열심히
조리중이다.
       디졸브. 정음, 도시락에 정성스럽게 요리한 음식
들을 담는다.

자옥       (하품하며 나오다 놀라) 너 이 시간에 뭐하고 있
니 지금? 
정음        도시락 만들어요. 왜요?
자옥        니가 이 시간에 깨서 이런 걸 만들어? 왜?  
정음       전 뭐 이런거 만들면 안돼요? 저 알고 보면 대따
부지런한 여자거든요?
자옥       (와서 물 마시려다 도시락 보며) 어머. 더구나 심
지어 예쁘기까지 하네.
            세상에.
정음       왜요? 저는 뭐 예쁜 도시락 못 쌀거 같애요?
자옥       니가 이런 도시락 까먹는 건 봤어도 싸는건 정말
생전 첨이다 얘.
정음        참. (픽픽거리며 싸는) 

씬/22       준혁방 (D)

       준혁, 잠이 덜 깨 부스스 일어난다. 비틀비틀 나가
는.

씬/23       2층 화장실 (D) + 2층 거실 (D)

       준혁, 졸면서 볼일 보고 있는데
       해리가 문을 열어본다.

해리       뭐야? 있네.
준혁       (놀래서) 야. 씨..안나가?!
해리       웃기셔! 뭐 볼 거 있다고! (문을 반쯤 열어놓고 나
간다)
준혁       저게 진짜. 야! 문 닫고 가.

       준혁, 손으로 문 닫으려는데
       걸레 들고 올라오던 세경과 눈이 마주친다.

준혁/세경   (잠이 확 깨서) 누.. 누나. / (고개 확 돌리는)
준혁       (문을 닫고는 절망에 가득 차는) 하..
세경       (OFF) 저기.. 준혁학생..
준혁       (거의 울듯한 표정) 네..?
세경       저 하나도 못 봤어요. 걱정하지 마세요.
준혁       (울상되서) 네. (하고는 벽을 쾅쾅 친다)

씬/24       병원복도 (D, 야외) + 의국 (D, 야외)

       정음, 도시락 들고 핸드폰으로 통화하면서 가고
있다.

정음       어디예요? 지금 잠깐 볼 수 있죠?
지훈       (차트 정리하다 시계 보면서) 오래는 안되구요.
정음       점심시간도 없어요?
지훈       알았어요. 네. 그럼 거기서 보죠.
정음       참. 그 후진 샌드위치 먹지 말고 와요.
지훈       왜요?
정음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하면 되지. 알았죠?
지훈       네. 그래요. (끊고는 고개 갸웃한다)
정음       (신나서 자기가 싼 도시락 통을 보는데)
간호부장    (병실에서 나오다) 황정음씨. 미안한데 잠깐만 나 좀
도와줘요.

씬/25       병실 (D, 야외 or 별도세트)

       오줌을 싼 시트를 정음이 갈고 있다. 대충 다하고
손 탁탁 터는데
       병실 한쪽에서 할아버지가 정음이 싼 도시락을 먹
고 있다.

정음       (놀래서) 할아버지!
할아버지    (놀라서 도시락통을 바닥에 떨군다) 할망구. 된장은
왜 없어?
       나 된장 먹고 싶다니까.
정음       (바닥에 구르는 음식들 보고 울컥하는) 아 진짜!
할아버지!!
 
씬/26       병원일각 (D, 야외)

       지훈과 정음. 은박지에 포장된 김밥을 먹고 있다.

정음       아..속상해 진짜..
지훈       이것도 먹을만한데요. 뭐.
정음       아..이거랑 비교가 안된단 말이에요. 밥도 못 얻어
먹고 다니는 불
            쌍한 인간 구제해주려고 새벽부터 일어나서 싼 건데..(발
을 구르는) 아 씨..
지훈       그냥 먹은 걸로 칠게요.
정음        먹지도 않고 어떻게 먹은 걸로 쳐요? 그 할아버
지 진짜 사람 엉덩이를 막 치질              않나..남의 도시락을 다
까먹어버리질않나.. 아..진짜 뭐야..
지훈       정음씨가 이해해요. 거기 병동에 계신 분들 대부
분 가족들이 위탁만 해놓
            고 잘 찾아오지도 않아요.
정음       ...
지훈       외로우신 분들이라 사람이 그리워서 그러는 거예
요.
정음       아무리 그리워도 그렇지. 나보고 왜 할망구래..
지훈       그 할아버지 기억 속에 마지막으로 남은 분이 먼
저 돌아가신 할머닌가보죠.
정음       네?
지훈       살아온 날 대부분이 기억 속에서 사라진 분이잖아
요.
       그 할머니가 할아버지가 아직 놓지 않은 유일한
끈 같은 거고..
정음       (표정)...

씬/27       순재집 뒤 뜰 (N, 야외)

            보석, 세워진 스쿠터 위에 타고 주행하는 듯 해본다. 키
가 없는 스쿠터.
 
보석        하..(아쉬운듯 스쿠터를 만져보는)
현경        (OFF) 밥 먹어. 뭐해?
                
씬/28       주방 (N)

       현경 순재 해리 신애가 밥을 먹고 있다. 순재는 전
화 받는중이고
       세경이 조리대 쪽에서 남은 반찬들 정리하고 있는
데 보석, 들어온다.

순재        (굽신거리며 통화하며) 네. 잘 좀 부탁드립니다. 네.
현경        (순재 전화하는동안) 추운데 밖에서 뭐해?
보석        아니 뭐.
순재        (전화 끊고는) 야 이 자식아. 넌 상동이랑 재계약 내가
빨리 하라고
            그렇게 얘길했는데도.
보석        예? 안 그래도 월요일날 할려고.
순재        미적거리다가 계약 뺏길뻔했잖아! 이 멍충아!
보석        (표정) 아..그런가요?  
순재        아 그런가요? 이 멍충..(하다가) 으휴. 됐다. 됐어. 너한
테 뭘 기대하겠냐?
            (열받아 밥먹고 반찬집는데 보석이랑 같은 반찬을 집는
다.)
보석        (젓가락 물리며) 드세요.
순재        (신경질내며) 먹어 먹어! 너 먹어! 너 다 먹어! (젓가락
으로 집어 던진다)
보석        (표정)
현경        아버지는 반찬을 막 집어 던지고 그러세요?
순재        이 자식 보면 열불 터져서. 진짜.
보석        (표정) 죄송합니다..
세경       (보석 보며 표정)

씬/29       병원 일각 (N, 야외)

       정음, 사복차림으로 또래 친구들이랑 수다 떨며
나오다
       혼자 벤치에 앉은 할아버지를 발견한다.
       멍한 눈으로 누군가를 기다리는 할아버지의 모습
이 외롭고 쓸쓸해보인다.
       “정음씨 뭐해? 안가?” 친구 하나가 얘기하면 정
음, 다시 가는데
       자꾸 할아버지가 눈에 걸려 뒤돌아본다.

씬/30       거실 (N)

       세경, 현관 옆 진열대 닦고 있는데 방에서 떠드는
소리가 들린다.

현경       (OFF) 글쎄..안된다고. 안돼! 안돼!

       현경이 나오고 보석이 따라 나온다.

현경        안돼!   
보석        진짜 나 잠깐 바람만 쐬고..
현경       (훅 보석의 얼굴을 불고는) 됐지? 바람쑀지 이제?
보석       여보..나 답답해서..
현경       (OL) 아 됐어. 그만해. 왜 같은 소릴 자꾸 하게
해?
보석       하...
세경       (보석 보며 표정)
현경       (소파에 앉아 티비 트는)
보석       (풀 죽어 한숨 쉬고 방으로 가려는데)
세경       저기 아줌마.
현경       왜?
세경       저 지금 마트가야 되는데요..휴지도 다 떨어졌고.
현경        어. 그래?
세경         살게 좀 많아서 들고 오기 무거울 거 같은데 혹시 괜찮
으면 아저씨가 좀 태워              다 주셨으면 좋겠는데.. 안될까
요?
보석       (방으로 들어가려다 돌아보는 표정)
현경       이 밤에 스쿠터까지 타고? 웬만하면 내일 가지.
세경       2층화장실은 당장 휴지사야 되고 할아버지께서 아
침에 토란국도 드시고 싶다              고 하셨는데 깜박하고 준빌
못했거든요.
현경       (표정)
세경       아저씨가 태워 주심 금방 다녀올 것 같은데..
현경       (보석 쓱 보며) 그럼 뭐 그러던지.
보석       (표정 환해지는)

씬/31       순재집 앞 (N, 야외)

       보석, 스쿠터 끌고 나오고 세경, 뒤따라 나온다.

보석       세경씨. 타.
세경       아니에요. 전 마트 다녀올 테니까 아저씬 오토바
이 타다 오세요.
보석       뭐? 아니 그럼.. 왜..
세경       답답하신 거 같아서.. 다녀오세요.
보석       (살짝 감격해 보며) 세경씨...
세경       한 시간 정도면 되죠? 전 마트 갔다 여기서 기다리
고 있을게요.
보석       (구박만 했는데 미안하고 고맙다) 고마워. 그럼
한 시간 후에 여기서 만나.
세경       조심해서 타세요.
보석       어. (스쿠터 타고 좀 가다가 멈춰 세우고) 저기 세
경씨!
세경       네? 왜요?
보석       그러지 말고 세경씨도 같이 타.
세경       ?
보석       세경씨도 답답한 거 많잖아. 타. 우리 오늘 답답
한 거 확 다 날려버리자.

씬/32       병실 (N, 야외 or 별도세트) + 병실 복도 (N, 야
외)
                   할아버지가 들어오는데
            할머니 분장을 한 정음이 된장국을 휴대용 가스렌지에다
끊이고 있다.

할아버지    할망구!
정음       (할머니 말투로) 이 영감탱이가 왜 이제와? 된장
국 끓여달라며?
할아버지    (반가워) 아니..난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지. 언제 왔
어?

       시간 경과 느낌의 디졸브.
        저녁상처럼 싸온 음식들 제법 차려져 있다. 할아
버지 맛있게 밥을 먹고 있다.

정음       (할머니 말투로) 미안해. 이제야 와서..
할아버지    아니야..이렇게 왔으니 됐지 뭐.
정음       (할머니 말투로) 맛있어? 옛날보다 맛은 좀 별루
지?
할아버지    (좋아라 고개를 흔들며) 맛있어. 이 맛이야..그래..이
맛..(눈물이 그렁그렁              하다)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겠구
먼..
정음       (할머니 말투로) 무슨 소리. 오래 오래 살아야지.
할아버지    그래야지. 당신두 있는데 오래 오래 살아야지.

       지훈, 복도를 지나는데 두런두런 들리는 소리에
       병실 안을 들여다본다. 창 밖에서 정음과 할아버
지를 본다.
       할아버지 말에 장단 맞춰주는 정음을 보곤 처음
엔 엥? 하다 미소.

씬/33       병원 복도 (N, 야외)

            정음, 준비했던 반찬들이며 짐 싸서 몰래 병실에서 살금
살금 나온다.

지훈       (OFF) 이봐요. 할망구씨~
정음       (놀라는) 엄마..
지훈       뭘 그렇게 놀라요?
정음       (보곤 창피한. 가리며) 뭐예요? 아직 퇴근 안했어
요?
지훈       이제 하려구요. 근데 왜 갑자기 코스프레를 하고
이래요? 
정음        그럴 일이 있었어요 왜?             
지훈        늙은 분장하니까 정음씨 참 볼거 없네. (웃는) 
정음        뭐요? 씨!     
지훈        아닌가? 다시 보니까 좀 참을만 한거 같기도 하고. 
정음        차! (가려는)
지훈       (잡으며) 수고했어요. 밥 안 먹었죠? 밥 먹어요.
어제 도시락 싸온 보답으로              내가 맛있는 초밥 살께. (손
을 잡아 끄는)
정음        아! (하다 픽 웃으며 따라가는) 

씬/34       지훈 차 안 (N, 야외)

       지훈, 운전 중이고 정음, 분장 지우고 있는데 피곤
해 보인다.

지훈       분장 안 지워요?
정음        집에 가서 인나한테 보여주고 지울려구요.
지훈        (보곤 웃는)
정음        왜요?
지훈        한 50년 지나면 정음씨가 지금 모습일까 싶어서요.
            지금보단 훨씬 쪼글쪼글하겠죠 아마? 
정음       무슨 소리..실제로 50년 뒤에 저는 이거보다 훨씬
이쁠거니까 걱정하덜 마세              요. 지훈씨야 말로 50년후엔
장난 아니게 쪼글쪼글할 거 같은데. 등도 이렇              게 굽어
서..(할아버지 톤) “아이고 정음씨 안녕하세요..” (하다 웃는)
지훈       (웃는)
정음        (웃는)
지훈        (표정. 너무 심각하지 않게) 근데 진짜 만약에..
정음        예?
지훈        50년후 쯤 우리도 만약 그 할아버지 같은 처지가 되면
기억 속에 마지막까
            지 남아있을 사람이 누굴까요?
정음        ...(지훈을 힐끔 본다)
지훈        정음씬 누굴 거 같아요? 정음씨 기억 속에 마지막까지
남아있을 사람..
정음        ...(지훈을 보다 시선 거두며) 글쎄요..누굴까요..
            (쓸쓸하게 웃으며 창밖을 본다)

       지훈은 미소를 머금고 정음은 말없이 창밖을 바라
보며 말없이 타고 가는데서.
 
씬/35       거리일각 (N, 야외)

       보석, 세경. 스쿠터 타고 신나게 달리고 있다.

보석       어때 세경씨? 속이 뻥 뚫리지?!
세경       네!! 진짜 그래요!
보석       세경씨! 근데 자기 나 무시해?!
세경       네?!
보석       자기 나 무시하냐고!
세경       아뇨! 저 아저씨 무시한 적 없어요! 진짜예요!!
보석       그지?!! 아니지?!! 그동안 나도 괜히 트집 잡아서
미안해!!
세경       아니에요!
보석       세경씨! 우리 앞으로 잘 지내보자!!
세경       네!!
보석       야호!!! (하다가) 세경씨도 소리 한번 질러!!
세경       (신나게 소리치는) 야~!!
보석       우리 오늘 하늘 끝까지 한번 달려보자!
세경       네?
보석       (살짝 고개 돌려서) 하늘 끝까지 달려보자고!!
세경        하늘 끝까지는 좀..(하는데)

       스쿠터가 턱에 걸려 넘어지면서
       보석과 보석을 뒤에서 잡고 있는 세경이 밤하늘위
로 날아가는 모습이
       실루엣으로 보인다. ET에서처럼 달을 배경으로
날아가는 두 사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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