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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붕뚫고 하이킥] 089

작성자수다쟁이|작성시간10.11.19|조회수1,131 목록 댓글 0

[지붕뚫고 하이킥] 089

 

 

 

 

 

 

 

 

 

 

 
씬/1       순재 회사 낮 전경
씬/2       회사 화장실 (D, 야외)
 
       보석, 배가 아픈지 배를 잡고 볼일을 보는 중이다.
       밖에서 사원들이 떠드는 소리가 들린다.

직원1       (OFF) 얘기 들었냐? 부사장 또 사고 쳤다며?
직원2       (OFF) 걔 사고치는 거야 뭐 하루 이틀 일이야?
직원1       (OFF) 이번엔 금액이 꽤 크던데. 이러다 회사 말
아먹는 거 아냐?
직원2       (OFF) 걔가 그럴 능력이라도 있으면. 아무튼 누
군 좋겠다. 장인 잘 만나서 능              력도 개뿔 없는 게 부사장
이라고 어깨에 힘 빡 주고 다니고.
직원1       (OFF) 근데 부사장말야. 구구단도 다 못 외운다
는 소문 있던데.. 진짤까?
보석        (표정)

씬/3       정음방 (N)

       정음, 침대에 누워서 노트북으로 인터넷 하고 있
다.

인나       (들어오며) 나 라면 두 개만 빌릴게.
정음       그래.
인나       땡큐~ 자매님. (나가려다) 근데 너 면접 본 건 어
떻게 됐어?
       아직 연락 안 왔어?
정음       글쎄. 또 떨어졌나보지. 뭐. (하다) 너 들어온 김
에 이거 좀 보고 가.
인나       (들어와 정음 옆으로 오며) 뭔데?
정음       아 구두 좀 봐. 완전완전 너무 이쁘지?  (노트북
보여주는)
INS       노트북 화면. 쇼핑몰에 디스플레이 된 구두.
인나       황. (가볍게 정음 이마 치며) 정신 좀 챙겨.
       너 어제 뭐라 그랬는지 기억 안나?
정음       응?
정음       (OFF 절규하듯) 이 죽일 놈의 카드 값!!

C#1       정음방 (N)
자막       불과 16시간 전
정음        (카드 명세서 구기며) 으아! 내가 다시 쇼핑을 하
면 사람이 아니라 히릿 동생              이다! 나 황정음 앞으로 삼
개월간 절대로! 결단코! 무슨 일이 있어도! 지구가              반쪽
이 나도! 쇼핑은 절대 절대 하지 않겠어!
인나       니가? 됐다. 됐어.
정음       (결연한 표정으로) 이거 왜 이래?! 나 황정음! 한
다면 하는 여자야!

       다시 정음방이다.

인나       또 쇼핑하면 히릿 동생이라더니.
정음        그냥 히릿 동생하지 뭐. 걔가 좀 언니같잖아. 우
와. 이 가방 좀 봐. 이거 어때?              이거? 나랑 좀 어울리겠
지?
인나       이그. 의지박약. 끈기부족. 인내결핍 빼면 황정음
이 아니지.

씬/4       주방 (N)

       깊은 밤. 보석, 잠옷차림으로 혼자 술 마시고 있
다.

현경       (잠옷차림으로 들어와 물마시며) 안자고 뭐해.
보석       잠이 좀 안와서. (술을 마신다)
현경       요즘 왜 그렇게 잠을 못자? 진짜 무슨 일 있는 거
아니지?
보석       (우울한) 아냐. 들어가서 자. 난 좀 있다 들어갈게.
현경       (표정)

씬/5       한옥 아침 전경
씬/6       한옥주방 (D)

       자옥 광수 인나 줄리엔, 간단하게 토스트 정도 먹
는데
       정음, 부스스하게 해서 양치하며 들어온다.

자옥       넌 지금 시간이 몇 신데 이제 일어나?
인나       또 새벽까지 쇼핑몰 쫙 돌았구나.
광수       (OL) 근데 정음이 너 오늘 시험 있다 그러지 않았
어?
정음       응? 그건 다음 주.. (하다 정신이 번쩍 든다) 아아
악! 지금 몇 시야?

씬/7       정신과 상담실 (D, 별도세트)

       보석, 의사에게 상담 받고 있다.

보석       우울증이요?
의사        예. 수면장애도 대표적인 우울증의 한 증세거든
요. 일단 항우울제를 처방해드              리긴 하겠습니다만 근원
적인 원인부터 치료를 해보시는 게 좋을 거 같습니다.
보석       그럼..
의사       (OL) 간단한 최면치료부터 받아보시는 게 어떠세
요?
      
            보석, 편안한 의자에 눈을 감고 기대 누워 있고,
       의사가 보석에게 최면 치료를 하고 있다.

의사       자, 함께 있을 때 가장 마음이 편안해 지는 사람
을 떠올려 보세요.

       보석의 머릿속에 수많은 사람들이 어지럽게 휙휙
지나간다.
       순재, 현경, 지훈, 준혁, 세경, 자옥, 광수, 정음,
임기사, 히릿 등등..
       많은 사람들이 빠르게 지나가고, 보석, 괴로운 표
정이다.
       그러다 보석의 아버지의 얼굴이 보이자 보석의 표
정이 평온해진다.

보석       아버지가 보여요.. 저희 아버지에요..
의사       자, 그럼 아버지와 함께했던 가장 즐거운 시간을
떠올려 보세요.

C#1       공터일각 (D, 야외) - 세피아톤이나 화면 효과
       어린 보석과 보석아버지가 캐치볼을 하고 있다.
보석 아버지가 캐처를 한다.
       어린보석, 계속 엉뚱한 데로만 공을 던지다 결국
포기한 듯 주저앉는다.

어린보석    아..난 안돼. 못하겠어. 난 안돼.
보석부       (다가와 눈을 마주치며) 왜 못해. 모든 일은 마음먹기
달린 거야. 안된다. 난
            못한다 하면 정말 평생 못하는 거고, 할 수 있다! 난 할
수 있다! 하면 진짜 되              는 거고. 다시 한 번 해봐.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어린보석, 다시 공을 던진다. 공이 정확하게 미트
속으로 들어간다.

보석부      거봐. 좋은 생각만 하면 좋은 일만 일어난다니까. 내
말 알겠지?

보석       (최면 치료 받으며 눈을 감은채) 네. 아버지.
 
       컷튀면, 의사가 보석에게 노트를 한권 건넨다.

의사       앞으론 돌아가신 아버지께 여기다 편지를 한번 써
보세요.
보석       편지요?
의사       내용은 어떤 거라도 상관없어요. 그냥 생각나실
때 편안하게 쓰세요.
보석       (노트를 보는 표정에서)

씬/8       카페 (D, 야외)

       정음과 지훈이 커피를 마시고 있다. 정음, 풀 죽어
서 늘어져 있다.

지훈       시험이야 담에 또 보면 되지 그거 갖고 뭘 그렇게
마음을 써요?
정음       아뇨. 오늘 텅 빈 운동장을 걸어 나오는데 난 뭔
가 싶은 게..
       내가 봐도 내가 너무 한심한 거 있죠? 다들 얼마
나 열심히들 사는데..
지훈       정음씨도 열심히 살잖아요.
정음       내가 무슨..
지훈       열심히 밥도 먹고.. 커피도 열심히 마시고.. 또 열
심히 쇼핑도 하고.. 또 뭐              있지? 맞어. 히릿 산책도 열심
히 시키고.
정음       이 사람이 진짜. 열심히 한번 맞아볼래요?
지훈       아뇨. 농담이에요.
정음        내가 지금 농담할 기분으로 보여요? (하다 핸드
폰 울리면 확 받는) 여보세요!              네. 내가 황정음인데요. 뭐
요? (하다 표정있다) 누구야. 너 인나지? 이게 어디              장난
을.. (하다) 네? 그럼 제가 진짜.. (벌떡 일어나더니 90도로 인사하
며) 고              맙습니다. 네. 네. 알겠습니다. 네. (전화 끊더니
막 춤을 춘다)
지훈       (당황해하며) 뭐해요?
정음       (춤추다) 지훈씨! 나 취직했어요! 앗싸~ (춤을 계
속 춘다)
지훈       하..축하해요.

씬/9       순재집 밤 전경
씬/10       보석현경방 (N)

       보석, 앉은뱅이책상에 앉아 노트에 편지를 쓰고
있다.

보석       (OFF) 아버지. 그러고보니까 아버지가 언젠가 제
게 주신 소중한 교훈을 잊고              살았던 거 같습니다. 긍정
의 힘. 이 힘을 믿고 저 앞으론 정말 달라질 겁니다.              아버
지. 지켜봐 주세요.

씬/11       한옥거실 (N)

        정음, 줄리엔, 광수, 인나 삼겹살 파티를 하고 있
다. 각자 정음에게 “축하해.”              “난 니가 취직할 거 알고 있
었어.” “정음이가 보통 정음이야? 황정음아냐!” 정              음, 기
분 좋게 소주 마시는데 핸드폰을 받는다.

지훈       (OFF) 나예요.

씬/12       한옥집 앞 (N, 야외)

       지훈이 차 옆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정음, 위에 옷 걸치고 나온다.

정음       수술 있다더니..
지훈       잠깐 나왔어요. 축하 같이 해줘야 하는데 미안하
네.
정음       됐거든요. 입 하나 줄어서 나야 좋죠.
지훈       그리고 내일도 첫 출근은 내가 차로 데려다 주고
싶은데..
       그렇게 못해서 미안해요.
정음       병원일 때문에 그런 건데 뭐가 미안해요.
       저 그렇게 속 좁은 여자 아니거든요.
지훈        마음 같아선 플래카드라도 하나 만들어 걸고 싶
은데 오바같고. (주머니에서 작              은 선물을 꺼내준다) 이
거.
정음       (받으며) 뭐예요?
지훈       크리스마스 선물도 제대로 못한 거 같고. 취직 축
하 겸 겸사겸사.
정음       (뜯어보면 이쁜 명함지갑이다)
지훈       명함 지갑이에요. 필요할 거 같아서.
정음        (기분 좋다) 너무 이쁘네요. 고마워요. 에이. 그
래! 기분이다. 명함 나오면 맨              처음 지훈씨한테 줄게요.
원래 우리 아빠한테 줄려고 그랬는데.
지훈       영어교육 관련 회사라 그랬죠?
정음       네. 운 좋게 전공도 살릴 수 있고 진짜 열심히 한
번 해보려구요.
지훈       정음씨 잘할 거에요. 자신있게! 당당하게! 황정음
답게!
정음       당연하죠.
지훈       내일 첫 출근 잘 하구요. 첫날부터 지각하면 안돼.
정음       (거수경례하며) 예써~!
지훈       (웃어보이곤 차에 올라타고 손 흔들어주고 간다)
 
        정음, 명함지갑 보니까 진짜 취직했다는 게 실감
이 난다. 명함 지갑에 뭔가가              꽂혀있다. 빼보면 지훈이
만든 손글씨로 만든 명함이 한 장 들어가 있다.
       <(주) 황그룹 CEO 황정음> 정음, 하.. 웃음이 난
다.

씬/13       한옥집 아침 전경
씬/14       한옥 마당 (D)

       정음, 출근차림으로 나오는데
       자옥, 광수, 줄리엔, 인나, 나와있다.

일동       첫 출근 축하해!! / 축하해~
정음       (감동) 에이..쑥스럽게.
자옥       가서 사고 치지 말고 잘해.
인나/줄리   황! 잘하고 와! / 정음. 파이팅!
광수       월급날 알지?
정음       나 이번엔 진짜 이 악물고 열심히 해볼게!
       자신있게! 당당하게! 황정음답게! 아자아자! (활
짝 웃는)

씬/15       보석현경방 (D)

       현경, 자고 있다. 보석, 일어나 앉는다.

보석        (OFF) 아버지. 아침입니다. 어제 같았으면 부시
시 일어나 혼자 씻으러 나갔겠              지만 오늘부터 전 달라지
기로 했습니다. 먼저 굿모닝 키스로 아내를 깨워볼까              합
니다. 잘될까요? 

       보석, 현경에게 굿모닝 키스를 하려고 가까이 가
는데
       현경, 으르릉~ 개 소리를 낸다. 좀 놀라 뒤로 가
는 보석. 결심을 한 듯
       볼에다 뽀뽀를 한다.

현경       (눈을 뜨고) 어? 뭐야?
보석       (살짝 눈치 보며) 괜히 깨웠나? 더 잘래?
현경       (웃으며) 아냐. 굿모닝. 당신이 이렇게 깨워주니
까 너무 좋다.
보석        그래? (하고 다행이다 생각하는 표정. OFF) 아버
지. 새 아침의 시작부터 긍정              의 힘이 통하는 거 같아 웬
지 기분이 좋습니다.    

씬/16       정음 회사 사무실 (D, 야외)

       허름한 분위기의 사무실. 정음 또래의 남녀 10명
정도 긴장한 채 모여 있다.
       조장이 문을 열고 들어온다. 인상이 사나워 보인
다.

정음/일동   안녕하세요.
조장       다들 왔지? 간단하게 교육 끝낼게.
일동        (표정)
조장       우리 회사에서 여러분을 왜 뽑았는지 아나? 
조장        여러분이 똑똑하고 잘나서? 천만의 말씀. 그 반대야. 솔
직히 다들 회사 원서              수백번 내고 수백번 떨어져봤을테
니까 여러분 스스로가 잘 알지? 여러분의 스              펙이 얼마
나 딸리는지.  
일동        (표정)
정음        (표정)
조장         그럼 이런 여러분들을 왜 뽑았냐? (둘러보며) 그러니
까 여기서까지 밀리면 끝              장이라는 각오로 악으로 깡으
로 열심히 하라고 뽑은 거야. 알겠나?  
정음        (표정. 다들 대답하자 따라) 예.       
조장        (영어교재 들어 보이며) 자, 각설하고. 이 책 보이지?
       이거 일인당 할당량이 300권이다. 17권 묶음으로
한 세트니까 딴 거 필요   
            없고 수단 방법 가리지 말고 이번 달 안으로 팔아. 그게
니들 업무야.
남자1       (손들고) 저는 영어교육 기획 부서라고 알고 왔는
데요.
조장       첨부터 기획은 무슨 얼어죽을. 시작은 무조건 영
업이다.
       불만 있는 사람은 나가. 문 저기야.
정음       (긴장한 듯한 표정)

씬/17       거실 (D)

       보석, 커피 마시며 소파에 앉아있는데 세경이 신
문을 들고 들어온다.

보석       세경씨. 오늘 점심 뭐야? 나 얼큰한 거 좀 먹고 싶
은데.
세경       아..어떡하죠? 조개국 끓이고 있는데..
보석       조개국? (하다 웃으며) 그래. 조개국도 좋다.
세경       (보석을 좀 빤히 쳐다보는)
보석       (자기 얼굴 만지며) 왜 그래? 뭐 묻었어?
세경        아뇨. 아저씨.. 평소에도 좀 잘생기셨다고 생각
은 했었는데 오늘 보니까 좀 많              이 잘생기신 거 같아서.
웃으셔서 그런가? (하고 주방으로 들어간다)
보석        하..(웃는 OFF) 아버님. 우리집 가정부 아가씨가 절보
고 잘생겼다고 합니다.
            이 아가씨가 원래 빈말은 절대 안하는 성격인데. 긍정의
힘이 통하는 느낌입니              다.  

씬/18       카페 (N, 야외)

        지훈, 책보며 앉아있다. 누군가 툭툭 쳐서 돌아보
는데 손가락에 볼이 찔린다.              보면, 정음이 손가락을 내밀
고 장난치며 서있다.

정음       많이 늦었죠?
지훈        아뇨. (들고 있던 펜을 마이크처럼 들이대며 인터
뷰하듯) 첫 출근을 마치셨는              데요. 소감 한 말씀하시죠.
정음       (장난스레 응하는) 음음.. 처음이라 좀 얼떨떨한
하루였지만, 회사의 기대주              로 쑥쑥 성장할 것 같은 좋
은 느낌이라고나 할까요? 겸손하게 여기까지만.
지훈       하.. 너무 겸손하시다.
정음       원래 내가 황겸손이거든요. 배고프다. 저녁 푸짐
한 걸로 먹으러 가요.
       내가 취직 턱 낼게요.
지훈       월급 받고 쏴요. 오늘은 내가 축하 턱 낼 테니까.

씬/19       거실 (N)

       순재, 계산기 두드리고 있는데 보석, 방에서 나온
다.

보석       (슬쩍 순재 눈치 보며 옆에 와서 앉으며) 뭐하세
요?
순재       이번에 들어올 재료들 단가계산.
보석        아..(OFF) 단가계산을 해본지가 언젠지 기억조
차 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아버
            지. 저 이제 긍정의 힘을 믿고 다시 한번 도전해 볼까합니
다. (ON) 아버님. 제              가 한번 해볼까요?
순재       (불안한 표정) 니가?
보석       네. 이번엔 절대 실망시켜드리지 않고 잘 해내겠
습니다.
순재       (고민하는 표정) 음..
보석       (눈치를 살핀다)
순재       그래. 뭐. 한번 해봐.
보석       정말요? 정말 저한테 다시 맡겨주시는 거예요?
순재       대신 틀리면 알지? 꼼꼼하게 해. (일어나는)
보석       네! 꼼꼼하게 하겠습니다.

씬/20       순재방 (N)

       순재, 바둑책 보고 있는데 보석이 단가계산 한 서
류 갖고 들어온다.

보석       아버님.
순재       어, 계산 끝냈어?
보석       네.
순재       어디 줘봐.
보석       (서류 내밀며) 여기.
순재       (서류 훑어보는) ...
보석       (초조하게 순재를 살핀다) ...
순재       (서류 훑어보다 인상 살짝 찡그린다) ...
보석       (눈이 켜져서 뭔가 잘못 된건가? 표정이 있다) ...
순재       (서류 내려놓으며) 잘했다.
보석       네?
순재       잘했다고. 잘했어. 꼼꼼하게 잘했네. 이젠 뭐 믿
고 맡겨도 되겠네.
보석       하.. (활짝 웃으며) 정말 저 믿고 맡기실 수 있겠어
요?
순재       그래. 잘했다. 하나도 틀린 게 없이.
보석        (흥분. OFF) 아버지. 저 해냈습니다! 긍정의 힘
이 사람을 이토록 바꿀수 있다              는 게 저 자신도 놀랍습니
다. 전 지금 지붕을 뚫고 날아갈 만큼 기분이 좋습니              다.

씬/21       한옥집 아침 전경
자막       며칠 후

씬/22       한옥 주방 (D)

       광수, 인나, 줄리엔 간단하게 토스트로 아침 먹고
있는데
       “으아악~ 늦었어~” 하는 소리와 함께 허둥지둥
옷 챙겨 입으며
       정음이 들어온다.

정음       늦었어. 늦었어~ (인나 먹던 토스트 뺏어서 한입
크게 베고) 나 갔다올게.

       “으악” 넘어지듯 하다 밖으로 튀어 나간다.
       다들, “조심해.” “잘 다녀와” 인사하고

광수       야.. 대단하다. 대단해. 난 사실 정음이 쟤 며칠
못 갈 줄 알았는데..
       제법 오래 견디네. 힘들단 소리 안해?
인나       좀 피곤해 보이긴 해도 이번엔 전혀 그런 내색 없
는데?
줄리엔      정음. 이제 완전히 개념 챙긴듯. 광수. 넌 언제 개념 챙
길래?
광수       내가 뭐?
줄리엔      누가 토스트에 계란 세개 넣어먹으래? 토스트에는 계
란 하나! 그게 진리야!

씬/23       거실 (D)

       신애 보석, 앉아서 묵찌빠 하고 있다.
       보석, 도전하러 왔습니다 하면 신애가 에헴을 하
고.
       “가위바위보!” 신애가 찌를 내고 보석이 묵을 냈
다.

보석/신애   묵! / (찌찌찌찌 하면서 찌를 내고 있다)
보석       찌!
신애       (바꾸지 못한다) 아~ 
보석       앗싸~~(일어나서 세레모니를 한다)
보석        (흥분하는 모습위로 OFF) 아버지! 긍정의 힘으로 저의
묵찌빠 천적
            꼬마마저 물리쳤습니다! 긍정의 힘은 정말 제 안의 잠재
능력을 어디까
            지 끌어낼지 저도 이제 모르겠습니다! 아버지! (나레이션
도중 에헴하고 다시              해서 이기고 주먹쥐고 거실을 한바
퀴돈다)    

씬/24       정음 회사 부근 거리일각 (N,야외) + 지훈 차안
(N,야외)

       정음, 금방이라도 울음이 터질 것 같은 얼굴로 지
친 듯 걸어가고 있다.
       크락션 소리에 뒤돌아보면, 멀리서 지훈이 차에
서 내려 손을 흔든다.
       정음, 애써 밝은 표정으로 반갑게 손을 흔든다.

정음       (와서 애써 발랄하게) 어? 예고 도 없이. 언제부
터 기다린거에요?
지훈        병원 들어가는 길인데 정음씨 퇴근시간이랑 대
충 맞을 거 같아서. 저녁 아직이              죠? 같이 밥이나 먹어요.
정음       병원 들어가는 길이라면서요. 시간 없잖아.
지훈       그러니까.. 타요.

       컷튀면 지훈. 정음. 주차 된 차 안에서 초밥 먹고
있다.

정음       (입에 가득 넣고) 음~ 맛있당. 이건 또 언제 사왔
어요?
지훈       거 천천히 좀 먹지. 안 뺏어 먹을테니까. (국주며)
국물도 좀 마시고.
정음       (국 받아먹으려는데)
지훈       (정음 손을 확 잡는)
정음       (놀라 쏟을 뻔) 엄마야.
지훈       (손 보며) 손이 왜이래요?
정음       손이 왜? (하고 보면 손등이 빨갛게 까져있다)
지훈       다쳤어요?
정음        어? 언제 그랬지? (웃으며) 어제 회식 때 너무 열
심히 놀았나? (춤 동작) 내가              한번 놀면 또 제대로 놀잖
아요.  
지훈       (내리려 하며) 있어요. 가서 연고 사올게.
정음       (잡고) 알죠? 가끔 은근 오바하는 스타일인거.
       집에 가서 바르면 되요. 밥이나 먹어요.
지훈       아니 그래도.
정음       (OL) 오늘은 초밥 얻어먹었으니까 내일은 내가 근
~사하게 취직턱 낼게요.
지훈       나 내일 당직인데.
정음        아 뭐야~ 이렇게 뭐가 딱딱 안 맞아서야. 그럼 아
쉽지만 다음기회에~ (하며 신              나게 초밥 먹다가 사레들
어 켁켁 거리고)
지훈       에헤. 그러게 천천히 좀 먹으라니까. (등 두드려주
며 물 먹여주는)

씬/25       순재집 낮전경
씬/26       거실 (D)

       준혁이 티비보는데 방에서 보석이 체육복 입고 나
온다.

보석       준혁아. 아빠랑 목욕 갔다올까?
준혁       어?
보석       너 나랑 목욕 같이 안간지 꽤 오래 됐잖아. 같이
가. 
       아빠가 등도 밀어줄게.
준혁       (잠깐 표정 있다) 아싸! 좋아!
보석       (웃으며) 나랑 가는게 좋아?
준혁        좋지 그럼. (2층으로 가며) 준비하고 내려올게.    

            보석, 현관쪽 보면 해리가 코에 구두약 묻혀가며 현관 앞
에 앉아서
       보석의 구두를 닦고 있다.

보석       해리야 너 지금 뭐해?
해리       보면 몰라? 아빠 구두 닦아. 내가 반짝반짝하게 닦
아줄게.
       (호~ 입김까지 불어 닦고)
보석      해리야..(감격한 표정 위로 OFF) 아버지. 긍정의
힘이란 제 자신의 잠재력                을 끌어낼 뿐만 아니라 제 주
위를 다 변화시키는 힘이란 걸..   

씬/27       보석현경방 (D)

       보석이 노트에다 일기를 적고 있다.

보석       (쓰며 OFF) 긍정의 힘으로 다시 태어난 이틀째인
이 아침. 다시 깨닫습니다.              아버지 사랑합니다. (아버지
사진에 입을 맞춘다)     

씬/28       거실 (D)

       현경, 차 마시며 나오는데 해리가 구두를 닦다가
던져버린다.

해리       아. 나 못해! 못해! 이거 나 언제까지 이러고 있어
야 돼?
현경       씁. 그만하라고 할 때까지 해. 안 그럼 너 국물도
없어.
       (표정 위로 플래쉬 백이 들어간다) ...

C#1       보석현경방 (회상. D)
       현경, 옷장에서 옷을 찾고 있는데 보석, 코트에서
부스럭 소리가 난다.
현경       (뭔가 싶어 꺼내보면 약봉지와 정신과 의사 명함
이 나온다) ?
       컷튀면 현경, 지훈과 통화중이다.
현경       어. 니 매형 주머니에 있던데.. 무슨 약이야? (듣
는) 뭐? 항우울제?!

씬/29       주방 (D)
 
       순재 현경 세경 준혁 해리 신애, 회의하듯 앉아있
다.

현경       다들 기왕한 거 조금만 더 참고 협조 좀 해줘.
순재       한번하면 됐지 뭘 말도 안되는 이런 짓거릴 계속
하냐?
현경       저 사람 우울증약까지 먹고 있다 잖아요.
       그거 좀 해주는 게 그렇게 힘들어요?
순재        너도 어제 단가계산이라고 해온 꼬라지 봤으면..
아주 개판을 쳐놨어. 개판을.
            성질나서 진짜.
현경       좀 만 참으세요.
해리       나는? 난 언제까지 아빠 구두 닦아야 돼? 손톱에
구두약 다 꼈단말야.
현경       몇 번만 더해.
신애       전 계속 묵찌빠만 져드리면 되는 거죠?
현경       응. 너무 티나게만 지지 마.  
세경       전 그냥 잘생겼다고만 해드리면 돼요?  
현경       그냥 잘 생겼네요 하는 거보다 뿅갈 정도로 매력
있으시다 뭐 그런 식으로
            말해주면 진짜 같지. 
준혁       난 그냥 아빠랑 목욕만 같이하면 되는 거지? 
현경       어. 이왕 시작한 거 다들 좀 만 참고..(하는데) 
보석       (들어오며) 다들 모여서 뭐해?
현경       (웃으며) 우리? 그냥..뭐..
준혁        아빠, 지금 목욕하러 갈까?
보석        그래. (웃는)
해리        아빠, 구두반짝반짝하게 닦아 놓을게.
보석        땡큐. 
신애        아저씨 묵찌빠는 언제해요? 
보석        목욕 갔다 와서. 넌 안될걸?  
신애        아. 물론 안되리란건 알아요.
세경        아저씨 웃으실 때 뿅갈 정도로 매력 있으세요.  
보석          (웃으며) 뭐? 세경씨도 참..참, 아버님 그 단가계산 혹
시 좀 틀린데 없었어요?
순재        (웃으며 아니란듯 고개 저으며 엄지 치켜든
다)                         
보석       (활짝 웃는)   

씬/30       정음 회사 앞 (N, 야외)
 
       지훈이 차 대놓고 정음에게 문자하고 하고 있다.

지훈        (OFF) 당직 바꾸고 달려왔더니 연락이 안되네요.
            나 지금 정음씨 회사 앞인데..아직 퇴근 안했죠?

씬/31       정음 회사 사무실 (N, 야외) + 정음 회사 복도
(N, 야외)

       정음을 비롯한 신입사원들 모여 있고 조장이 분위
기를 조성한다.

조장       아주 정신상태 들이 썩어 빠졌어. 호명하는 사람
은 앞으로. (서류보며) 김동
            창. 박명주. 박봉철. 황정음. 임다혜. 앞으로!

       정음과 이름 불린 사람들 나온다.

조장       니들은 뭐하는 놈들이야 대체? 일주일째 책 열권
을 못 파냐?  
정음/일동   (표정)
조장        식구 친척들한테 팔아도 50권은 팔겠다.     
정음        (표정)
조장         정신상태가 틀려먹었어. 정신상태가. 내가 첫날 말했
지? 막말로 니들 같은 스              펙 후진 애들을 왜 뽑았는지. 똥
이 빠져라 뛸 각오 없으면 당장 나가!  
일동        (표정)
정음        (표정)
조장        자, 정신교육 다시 시작한다. 엎드려 뻗쳐.    

       지훈, 두리번거리며 복도를 걸어오다 창으로 정음
과 동기들이 조장이랑
       있는 걸 본다.

조장       정신 차릴 수 있겠나? 
정음/일동   (주먹 쥐고 엎드려 뻗친채) 네.
조장        정신!
정음/일동   통일!  
조장       목소리 봐라. 크게 안해?! 정신!
정음/일동   통일! (반복)

       지훈, 정음을 보고 표정. 순간 열 받는다.
            어떡할까 하다가 문을 쾅 열고 들어온다.
      
조장       뭐야? 누구세요?
정음        (구호하다 지훈 보며 표정)  
지훈       (조장 무시하고 정음에게로 성큼성큼 간다. 정음
손잡고) 가요!
정음        뭐하는 거예요?
지훈        (화내듯) 가요 빨리!! (정음 가방 집어 끌고 나가듯 데리
고 나가는) 
      
씬/32       정음 회사 건물 앞 (N,야외)

       정음, 지훈에게 손목 잡혀 끌려 나온다.

정음       왜이래요~ 놔요 이거! (뿌리치고) 지금 뭐하는 거
예요? 여기 제 직장이에요! 
지훈        가요! 빨리 가요! 
정음        지훈씨가 뭔데 이래요? 지훈씨가 뭔데 날 맘대로 끌고
나와요?!
지훈       몰라서 물어요? 자기 여자친구가 그 꼴 당하고 있
는데, 세상 어떤
            남자가 가만 보고 있어요?! 뭐? 회식 때 놀다 손을 다쳐
요?
정음        ....
지훈        그동안 이런 쓰레기 같은 회사 다닌다고 그렇게 신나는
척 한 거예요?
정음        쓰레기? 하..(눈물이 쏟아진다) 그래요. 나 같은
애 받아주는 데라곤 저런 쓰              레기 회사 밖에 없어요. 원
서 백군데도 넘게 넣어도 나 뽑아 준 덴 여기 한군              데 뿐
이었다구요!!
지훈       아무리 그래도 이건 아니잖아요.
정음       그래요. 저도 지금 쪽팔리고 창피해 죽을것 같아
요! 그래도 지훈씨처럼 잘난              사람은 죽었다 깨나도 모르
겠지만 저기가 제 첫 직장이예요. 이 수많은 건물              들 중
그래도 제 자리 하나를 준 제 첫 직장이라구요!
지훈       아무리 첫 직장이라도..그런 취급을 받고도 지켜
야 할 자리에요? 그 자리가?
정음       그럼요? 드럽다고 때려쳐요? 때려치면요? 내가
할 수 있는 게 뭔데요?
        이게 내 현실이에요. 어차피 내 이력서 갖곤 이
정도 회사 밖에 못 가는 게 현              실이라구요. 처지 아니까..
내 처지가 어떤지 아니까 여기서 어떻게든 버텨보              려구
했어요. 근데 왜 날 끌고 나와요?
지훈       ....
정음       (눈물 닦으며) 됐어요. 가 봐요. 저 다시 들어가 봐
야 되요. (하고 가고)
지훈       (어쩌지도 못하고 미치겠는)

씬/33       정음 회사 복도 (N,야외)

       정음. 눈물을 쓱쓱 닦아 내며 사무실을 향해 걸어
온다.
       들어가려고 문을 잡는다. 차마 문을 열지 못한다.
       그렇게 문을 열지 못한 채 한참을 잡고만 서있다.
       그러다 결국 정음, 문을 열지 않고 다시 돌아나간
다.

씬/34       정음 회사 건물 앞 (N,야외)

       정음, 나오는데 지훈, 가지 않고 멀찍이 떨어져 서
있다.
       둘, 그렇게 한참을 떨어진채 서 있는다.

씬/35       지훈 차 안 (N,야외)

       지훈과 정음. 차 안에 앉아 얘기 중이다.

정음       나 끈기 없단 소리 맨날 많이 들어요.
지훈       ...
정음        (눈물이 그렁한) 근데 이젠 진짜 끈기 한번 부려
보려구요. 내가 진짜 하고 싶 
            은 일이 뭔지.. 끈기 있게 한번 찾아볼 생각이에요. 그리
고 그 일 해 낼 수 있              게 열심히 한번 살아보려구요. (다
짐하듯) 남들한테나 나 스스로한테 떳떳해              지게.. 정말
요.. 
지훈       (담담하게 앞만 보며 그런 정음의 손을 말없이 꼭
잡아주는)

씬/36       거실 (N)

       현경, 전화 오면 받는다. 순재, 방에서 나와 신문
을 찾는다.

현경       (받는) 여보세요. 어디요? (놀라) 경찰서요? 네.
정보석씨가 제 남편인데요.              (하다 놀라) 네?!
순재       (신문 들고 가려다) 뭐야?

       컷튀면 순재와 현경 애기중이다.  

현경       어떡해요? 내일까지 경찰서로 출두하라는데.
순재       산불을 냈으면 당연히 벌을 받아야지. 벌금이 얼
마래?
현경       천오백이요.
순재       으휴! 내 이 자식을 진짜! (벌떡 일어나는데)
현경       (순재 잡으며) 참으세요. 어차피 내일이면 험한
꼴 당할 사람인데.
       오늘까지라도 기분 좋게 있게 내버려두세요. 네?
순재       하..벌금 한 푼도 못 내니까 무조건 콩밥 먹는다
그래. 알았어?
            내일만 되봐. 그냥..
보석       (OFF) 아버지. 오늘밤이 지나면 내일은 또 무슨
일이 생길까요?

씬/37       보석현경방 (N)

       보석, 앉은뱅이 책상에서 노트에 편지 쓰는 모습
위로

보석       (OFF) 긍정의 힘을 믿은 후 매일매일은 저한테 축
복과도 같아요. 내일은 오늘              보다 더 행복한 일이 가득
할 것만 같은 기분 좋은 예감이 드네요. 아버지.

씬/38       중고샵 (D,야외)

       중고 가방 옷 구두 등을 파는 중고샵.
            직원. 정음이 가져온 구두들을 보고 있다.

직원       이걸 진짜 한꺼번에 다 파시게요?
정음       네.
직원        이건 거의 새 거 같은데 이것도 파실 거예요? 
정음        (갈등하다) 네!!  

씬/39       정음방 (N) + 지훈방 (N)

       지훈, 침대에 기대 통화중이다.

지훈       그래서 구두 판 돈으로 학원도 등록하고, 책도 사
고 그런 거예요?
정음       (잠옷 차림으로 스탠드만 켜고 토익책 보며) 그렇
죠 뭐. (사이) 내일 7시요?              나 그 시간은 학원 갈 시간인
데.
지훈       몇 시에 끝나는데요? (사이) 그럼 끝나고 잠깐 봐
요. 
정음       네~ 잘 자요~ (끊고 다시 토익책 보는)

 시간경과. 정음. 한참 토익책 보다가 본데까지 접고 책을 덮는다.
 스탠드 끄고 눕는 정음. 잠시 누워 있다가 무슨 생각에선지 다시 스탠드를 켜고
 접은 부분을 다시 펼친다.
 내용을 다시 확인하고는 중얼중얼 입으로 외우며 다시 스탠드 끄고 눕는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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