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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대본

[1%의 어떤것] 03

작성자수다쟁이|작성시간12.03.30|조회수476 목록 댓글 0

[1%의 어떤것] 03











#1. 커피숍


재인 다현의 말에 열받아서 두사람 눈 마주치며.


재인 : 나라고 좋아서 이러는 줄 알아? 그리고 그쪽도 나몰라라 할 상황이 아니야.

         할아버지가 결혼하라는 사람은 나랑 당신이야. 우리 둘. 우리가 결혼해야 하는거라구.


재인 자기랑 다현 손가락으로 지명하면, 다현 눈 커지고.


다현 : 무슨 결혼씩이나. 얘기했잖아요. 난 모르는 사람이라니까요. 당신이나. 당신할아버지나.

재인 : 내가 바보야? 그 말을 믿게.


목소리 커지고, 쾅하고 테이블 두드리면 다현 깜짝 놀라고, 다른 사람들 바라보는.


다현 : 이봐요. 지금 시비 거는 거에요? (발끈해서) 아니면 사기 치는 거에요?

재인 : 사기? 그럼 내 말을 의심한다는 거야?

다현 : 당신은 내 말을 하나도 안 믿는데 난 뭐 때문에 그쪽 말을 다 믿어야 하나요?

         길가는 사람 붙들고 물어 봐요. 지금 이 상황이 정상적으로 들리는지.

재인 : (아주 기가 막힌 어조로 째려보며, 혹시나 하는 어조로) 지금 나보고 미쳤다고 돌려 말하는 건가?

다현 : (살짝 어깨 으쓱이고 딴청 피며) 맞아요. 그런 얘길 대놓고 할 수는 없잖아요. 전 예의가 바르거든요.

         뭐 정 마음에 안드시면 바루 얘기할 수도 있어요. (눈마주치고) 제 정신이세요?

재인 : (혼잣말하듯) 맙소사. 당신은 정말 사람을 미치게 하는 방법을 알고 있군.

         맹세코 난 정상이야. 그리고 우리 할아버지도 아주 지극히 말짱하신 분이고.

다현 : 성은이 망극해요. 감격하고 있어요. 나. 됐지요?


말똥하게 이야기 하는 다현에, 가만히 바라보던 재인 웃음 터뜨리고,

그런 재인 바라보며 다현... 정말 말짱한가 하는 눈으로.



#2. 서재


동석 : 이제 말씀을 해주세요. 도대체 왜 어느날 갑자기 이런 일을 벌리시는 겁니까?

규철 : 갑자기? 아니야. 은퇴하기 전부터 쭉 생각한 일이야.. 이 재산, 내가 평생 가지고 갈 것도 아니고

         전부 사회에 환원할만큼 착한 사람도 아니고.

동석 : (웃음) 그거야... 절대 아니지요.

규철 : 그렇다고 능력도 없는 자식놈들이 사주랍시고 앉아서 회사 말아먹는 꼴도 못봐.

동석 : (그럼요. 라는 얼굴로 규철 바라보고)

규철 : 그렇지만 이대로 내가 가면 틀림없이 내 재산 놓고 뒷탈들이 많을 거야. 그러기 전에 확실히 하고 싶네.

동석 : (고개저으며) 확실히 하는 방법치고는 너무 극단적입니다.



#3. 재인이네 거실


재영 2층 계단 내려오면 선희 쟁반에 차 들고 나오는.


선희 : 잘 내려왔다. 서재에 좀 갖다 드려.

재영 : 알았어. (쟁반 받으며)



#4. 재인네 식탁


재영 쟁반 내려놓으며 식탁에 앉아서.


재영 : 아저씨 와계시네.

선희 : 그래, 참, 이-재-영, 너 방학이라구 너무 게을러진거 아냐?. 할아부지 뭐라구 그러신다. (점심 상 같은 거 차려주는)

재영 : 암말 안하시던데. 뭘 (혀 쏙내밀며)

선희 : 그러다 된통 한번 혼나지. 할아부지 게으른 거 제일루 싫어하시잖아.

재영 : 알았어. 조심할게. 근데... 요즘 할아부지 기분 좋으셔. (국 같은거 떠먹다가, 엄마얼굴 바라보는)

선희 : (선희도 눈 마주치고) 니가 봐도 그렇지?

재영 : 응. 은퇴하시고, 이사하고 한참 우울해 하시더니.. 저번에 오빠 오구 나서 뭔가 달라졌어. 그치 엄마?


선희 고개 끄덕이고 두사람 얼굴 마주치고.



#5. 서재


규철 : 난 내 선택이 옳은 걸 알아.

동석 : 재인이가 알아야 할 것 같습니다. 그건.

규철 : (재인이) 결국에는 알게 될 일이야. 아마 지금쯤 머리 무지하게 굴리고 있을거야.

동석 : 그렇지요. 재인이는 회장님이랑 너무 많이 닮았으니까.

규철 : 이사람이 그거 욕이라니까 그러네. 난 그렇게 안 지독해.

동석 : 그래도 닮았습니다. (혼잣말처럼)



#6. 커피숍


한참 재인이가 뭐라 설명하는 듯하고 다현 눈 동그랗게 뜨고 설명 듣는데 약간 인상 긋고.


다현 : 그러니까 그 회장님이... 전부 다 나한테 재산을 상속하셨는데 그게 당신이랑 결혼해야만 얻을 수 있다,

         이거 아니에요,... 맞아요? 


다현이 재인이가 약간 비웃듯 이야기하지만 무시하고 또박또박,

재인 알아듣는 눈치군 하고 그냥 고개 끄떡 끄덕.


재인 : 대충은... 맞아요.

다현 : (얼굴 찌프리며) 별로 재미있는 조건은 아니군요.

재인 : 우리회사 주식이 지금 한 주에 얼마인줄 알구나 하는 소리요?.

         선생이 재미없다는 배당금 일년치는 선생 10년치 봉급을 합쳐도 안될 거야.

다현 : 선생님이요.

재인 : ?

다현 : 아까부터 계속 선생이라고 하는데 선생님이라고 불러 달라구요.


재인 심술스럽게 고개 끄덕거리자 다현도 살짝 고개 끄덕이고.


재인 : 선생이든 선생님이든 호칭 신경 쓰는 것보다 우리 결혼 문제를 신경쓰는 쪽이 훨씬 실속 있을 거야.

다현 : 아니요. 내겐 결혼문제보다는 그게 훨씬 더 중요하거든요. 게다가 이건 별루 실속있는 일이 아닌데요.

         어쨋거나 나랑은 상관없는 일이니까.

재인 : 뭐가 말이오?, 이 많은 재산이 오락가락 하는데 상관없다는 겁니까.

다현 : 이보세요. 난 지금도 경제적으로 자립해 있어요. 우리 집이 지금 당장 넘어가게 생긴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밥을 굶는 것도 아니고. 그 복잡하고 정신없는 유산 없이도 난 아주 잘 살고 있는데 그런데 내가 뭐하러 굳이

         당신과 결혼을 하나요?. 그거 없어도 내 인생은 아주 괜찮은데. (느긋하게 커피 한모금 마시며 아무 상관없다는 얼굴로)

재인 : 당신 이름이 거기 올라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선생이랑 관계 있어요.

다현 : 머리 안나쁘신 것 같은데... 둘 중에 하나요. 선생님이든지 김다현씨든지.

재인 : 김다현씨. (억지로 부르는 듯한, 한숨한번 쉬고) 유언장에 올라간 순간부터 당신한테 문제가 발생한 거요.

다현 : 그게 무슨 뜻인가요? (어쩐지 재인 말 의심스럽고)

재인 : 김다현씨는 결혼만으로 졸지에 이사회를 장악할 수 있는 권력자가 되는 거야. 성현그룹 이사회를 장악할 수 있는

         당신 주위에 귀찮은 날파리들이 이때다 하고 몰려들겠지. 뭐 그중에 한사람 꼬여내는 것도 괜찮겠지만.

다현 : (재인 빈정거리는 얼굴에 방긋 웃으며) 뭐 그 중에 한사람이 당신은 아니겠지요?


재인이랑 다현이 마주보고 있지만 다현이 지지 않고 결국 재인이가 먼저 시선 돌리는.


다현 : 그러구 보면요, 당신 할아버지 정말로 정정하시네요. 


다현 귀엽게 생긋 웃으면 재인 커피 마시다 흘끗 다현 바라보고.


다현 : (당신의) 그 고약한 성질을 커버해 주려면 할아버지 재산만으로는 어림도 없겠어요. 그러니까 할아버지가 직접 나서서

         그 재산에 당신까지 끼어 줄 생각을 하시잖아요. 그것도 덤으로. (덤으로는 천천히 약올리듯)


재인과 다현 눈마주치고 불꽃 튀기는데, 다현은 아무렇지도 않고 재인만 김오르는.


다현 : 그래서요, 이렇게 날 붙들고 있는 이유가 뭔가요?. 그 유산 때문에 나랑 결혼이라도 하자는 건가요?

재인 : 농담 말아요. 난 그럴 생각 꿈에도 없으니까.

다현 : 다행이네요. 정말. (숨 한번 쉬고, 빤히 바라보며) 그러면요, 근데 왜 날 찾아온 거지요?

재인 :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할거 아니요? 당신도 귀찮은 일 당하고 싶지 않다면 우리 할아버지 살아있을 때

         그걸 막는 게 우선일 거야. 물론 아직도 그 유산에 욕심이 없다면 말이지만.


둘이 눈 마주치고.



#7. 커피숍 (자리 바꿔서)


앞에 현진이 자리 안보이고, 다현 진지한 목소리로.


다현 : 욕심이 마구 마구 생기는데요.... 이럴려다 꾹 참았어.

현진 : 얘기 해보지. 그럼 재밌었을텐데. (현진이는 조금 아쉽게. 상황이 재미있고)

다현 : 그럼 한 대 때릴 것 같드라. (다현은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지만 현진의 얼굴은 굳어지고)

현진 : 뭐 때려? 야 그런 놈 상종하지마. 인간 말종이야.


현진 갑자기 흥분해져서 목소리 커지고, 다현 얼른 말리고, 주위 사람들 흘끗거리는데.


다현 : 흥분하지마. 그런건 아니니까. 말이 그렇다구. (현진, 얼른 정신 차리고 차 마시려고 하는데 손 조금 떨리는

         그런 현진 바라보고... 시간 주기위해 다현 일어서는) 손닦고 올게.


현진 후유하고 한숨 쉬고 머리한번 쓸어올리고 옆에 찬물 마시는. (이제 손 안떨리고)



#8. 학교 앞 (회상신)


현진 : 우리... 집? (말하기 두렵다.)

다현 : 싫어? 싫으면 관두고.


현진 아무 말않하고 다현 바라보면.



#9. 골목앞 집 골목길


집앞에 서면 두 사람 걸음 멈추고. 다현 이집인가.. 하는 얼굴.

대문앞에서 우당탕 소리.

현진 자기도 모르게 얼른 다현 손잡는. (현진 손 조금 떨리고)

다현도 그런 현진 바라보고.

문 열자 마자 세숫대야 같은거 날아오는.

마루에서 술마시던 남자, 비틀비틀 손에 소주병 들고 마당으로 걸어나오는.


현진부 : 이놈의 기집애. 뭐하고 이렇게 늦게까지 싸돌아 다니는 거야. (다현 발견하고) 넌 또 뭐야?


현진은 딱딱하게 굳어있고, 다현은 꾸뻑하고 인사하는.


다현 : 안녕하세요.

현진부 : 안녕? 안녕은 지랄같은 안녕이야. 야, 넌 인사는 먹어쳐 먹었어! (현진이 겁에 질려 가만히 바라보고만 있고,

            그 모습 더 마음에 안드는) 어딜 그렇게 똑바로 눈을 치켜 떠!


주먹 휘두르는. 현진 따귀 맞고. 다현 눈 뚱그래지는데.


현진부 : 이게 그래도 정신을 못차리고...


하면서 다시 때리면 현진 휘청하고 다현쪽으로 쓰러지고. 그런 현진 향해 놀란 다다.


다현 : 현진아. 현진아 괜찮아. 어떡해?


다현 현진 터진 입술, 어쩔줄 몰라하며 손수건 같은 거 찾아서 가방 뒤적거리고. 고개드는데...

현진부 다시 세수대야 같은 거 걷어차며 한발 다가가는, 두 사람 움찔하고.


현진부 : 어쭈. 노려봐? 이년이... 밉다밉다 하니까 이게 맛을 봐야 정신을 차리지.


하고 다시 주먹 날리는데, 다현 현진 감싸서 대신 맞고, 돌발상황에 현진부도 조금 인상쓰는데.


현진 : 다현아! (현진 놀라서 바라보고, 다시 증오의 눈빛 보내고, 다현 고개 드는데...) 왜 이래요!

현진부 : ‘왜이래요.’ 이게 죽을려구 환장을 했나. 엇다대구 말대꾸야! (현진부 비틀거리며 다현과 현진 손가락질 하고

            팔걷어 부치고 다시 다가오고.) 너, 아니 니들 오늘 다 죽을 줄 알아.


현진 향해 다시 주먹 휘두르려면 현진을 감싸고 그냥 맞는 다현,

흥분하여 더때리는데 뛰어나오는 현진모와 주인여자 말리고.


주인여자 : 현진아부지, 참아, 현진엄마 술이 너무 많이 취했어, 빨리 뎃고 들어가.

현진모 : 예,

현진부 : 왜 내가 현진 아부지야, 난 저년 아부지 아냐.


다현 한 대 더 맞고 벌떡 일어서면 오히려 놀라서 주춤 물러서는 현진부.

다현 현진에게 손내밀며.


다현 : 가자. (가만 바라보던 다현 잽사게 현진 손 잡고. 뛰어나가는)

현진부 : 야, 이리와. 니들 이리 안 와.



#10. 허름한 동네 골목


헉헉거리고 뛰면서.



#11. 다현 거실


문 벌컥 열리면 상기된 두사람 나타나고.


미정 : 왜 이렇게 씩씩거려. 뛰어왔어? (뒤돌아서려다 다현 얼굴 바라보다) 너 얼굴이 왜 이래?

다현 : 어 그럴 일이 있었어. 아버지, 오빠, 주니 다 나와봐. 얼른요. (현진 계속 다현 뒤에 숨어있는)


진만 방에서 나오며.


진만 : 무슨 일인데, 이렇게 급하냐? 숨넘어 가겠다.

준현 : 뭐야. 왜. 누나?

다현 : 일루와. (현진이 손 잡아빼구) 현진이라구 제 친구거든요. 현진아 인사해.


현진 얼떨결에 인사하는, 식구들 어안 벙벙하지만 얼떨결에 인사 받아주고.


현진 : 아... 안녕하세요. (얼결에 인사하지만 얼굴 굳어있고)

서현 : 안녕!

진만 : 응, 그래.

다현 : 오늘부터.. 얘, 나랑 살거에요. 내방에서요. (선언하듯 말하구 멍해 있는 현진 손 잡아끌고)



#12. 다현네 방


다현 : (문 벌컥 열고 현진 방에 밀어넣으며) 너 잠깐 여기있어.

현진 : 다현아. (현진 나가는 다현 옷자락 붙잡으면 다현, 현진 손에서 눈으로 시선 돌리고)

다현 : 걱정마. 다 나한테 맡겨. 너 거기서 안살아도 되. (다시 문 다시 닫히고, 소리만 들리는)

미정 : 이게 무슨 일이야? 뜬금없이.

진만 : 너 지금 무슨 소리 하는 거야?

다현 : 쟤, 내친구고 쭈욱 여기서 살거야. 그러니까 그런 줄들 아세요. 그게 다야.


현진 두손 꼭잡고 있고. 눈물 방울방울 떨어지는데 들어오는 다현.


현진 : 우리 아버지 아냐. 아냐 새아버지야, 우리 아버지 아냐! (가만히 다가와서 안아주는 다현, 현진 더 울고)

다현 : 울지마,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12-1. 거실


서서 울음소리 듣고있는 진만과 미정, 어른스럽게 서있는 서현, 멀뚱멀뚱한 준현(주니)



#13. 커피숍


다현 : (현진 얼굴에 손가락 하나 왔다갔다 하며) 뭐 생각해?

현진 : 너... 넌 가끔 보면 정말 엉뚱해. 그리고 참 특별해.

다현 : (약간 인상 찌프리고) 엉뚱하고 특별해? 넌 이상해. 그게 칭찬이야. 욕이야.

현진 : 둘다 아니야. 그런 니가 너무 좋다구. 그래서 그 남자 어떻게 할 거야?

다현 : 기집애. 몰라. 오늘 결론을 못냈어.

현진 : 오늘? 그럼 또 만나야 하는 거야.

다현 : 응. 그럴거야. 뭔 법률적인 얘기 잔뜩하는데 그냥 듣고 있다가는 그 페이스 말릴 것 같아서 다음에 보자구 그랬어.

현진 : 다음에 들어보면 알아?

다현 : 모르겠지. 당연히.

현진 : 그럼 오늘 아예 딱 잘라서 말하지 그랬어. 난 관심없다구.

다현 : 관심 생겼는데. (아무렇지도 않게 쥬스 홀짝 거리는)

현진 : (차마시다 말고 잠깐 중지하고 다현 바라보는)

다현 : 그 사람 불 붙이면 되게 재미있겠더라.

현진 : 김다다. 이거 장난할 문제 아니야. 그 사람 사기꾼이어도 문제고 아니어도 큰 문제야.

다현 : 알아. 실은 하도 그 사람이 몰아붙여서 내가 일부러 더 그랬어. 난 안 급하니까 또한번 더 보자고.

         암만해도 사기꾼 같지는 않고. 그렇다고 떡하니 믿기도 그렇구.

현진 : 흠... 그래. 일단 알아 볼 수 있는데는 다 알아보자. 인터넷 뒤지면 뭐가 나와도 나오긴 나올거야.

다현 : 응, 나도 그럴려구. (얼굴 현진이에게 갖다대며 재밌다는 얼굴) 신기하지. 이런 일이 나한테 일어나고.

현진 : (현진 역시 다현 얼굴에 갖다대고 툭툭대는 억양으로) 신기하다.

         (그러다 얼굴 바뀌면서) 근데 그 사람 진짜 성현그룹 손자면 어쩌니?

다현 : 글쎄. 진짜 손자면... (빙긋거리고) 저번에 얘기 했잖아. 우리 경은이 후원자 좀 해달라고 옷자락 붙잡고 매달려야지.

현진 : 그럼 그쪽에서 후원해주는 대신에 결혼 하잰다면 할거야? (대답알고 있지만 놀리듯이, 표정은 진지하게)

다현 : 지금 상황봐서는 그럴리도 없겠지만 혹시라도 그런다면...

현진 : 혹시라도 그런다면...

다현 : 넌 꼼짝마라지. (알 듯 모를 듯 미소지으면 현진 궁금해지고)

현진 : 니가 시집가는데 왜 내가 꼼짝마라야?

다현 : 나 결혼하면 우리엄마 소원 푸는 거 아니야. 그리구 나면 아마 넌 나 대신에 선보느라 정신없을걸.

현진 : 그러니까 넌 엉뚱하고 특별하다니까. 야. 결혼은 절대 안되. 그 사람 사기꾼이야. (두사람 키득거리고)



#14. 병원 앞


현진 : 전철 갈아타는 건 알지?

다현 : 당연히 알지. (약간 뻐기듯이요)

현진 : 당연히는... 맨날 헤매면서.

다현 : 간다.


현진 다현 걸어가는 뒷모습 바라보다 자기도 모르게. 불러세우는.


현진 : 다다야.

다현 : 응?

현진 : (가서 살짝 껴안는) 난 니가 너무 좋아. 그래서 니가 원하는 건 다해줄 수 있어. (다현 그런 현진 마음 알고 농담처럼)

다현 : 그럼 나 대신 우리엄마가 제공하는 동물농장 구경해. 선 봐라.

현진 : (진지하게) 그거 빼구.


다현, 현진 서로 웃음 터뜨리고.



#15. 다현네 집앞 작은 공원


규철은 벤치에 앉아있고, 다현은 저쪽에서 뛰어오는.


다현 : (다현 헉헉거리고) 오래 기다리셨어요? 죄송해요. 할아버지.

규철 : 아니야. 나도 도착한지 얼마 안됐어.

다현 : 다행이다. 어른 기다리게 했다고 삐지신 줄 알았는데...

규철 : 예끼. 이 친구야. 삐지다니... 학교선생님이 늙은이 친구를 이렇게 놀려 먹으면 쓰나.

다현 : (헤헤 웃고) 그것도 죄송해요. 대신에 제가 맛있는 거 사드릴게요. 뭐 드시고 싶은세요?


두 사람 팔짱끼고 거리 내려가는.



#15-1. 작은 식당 (설렁탕집)


설렁탕 시켜놓고, 열심히 먹고 있는.

다현은 수저들고 밥 안먹고 계속 얘기만 하고 규철은 그냥 다현이 이야기 듣고 있는.


다현 : (다현 조금 흥분해서) 그렇게 선생님이라고 몇번을 얘기했는데도 말끝마다 선생이래요. 머리는 안나쁘게 생겨가지고.

         일부러 그러는 것 같아요. 기분나빠 죽는 줄 알았어요.

규철 : (자기도 모르게 무심히) 그 녀석이 원래 말버릇이 좀 그래.

다현 : 네? 누가요?

규철 : 어. 아니... (얼른 더듬거리며 변명하고) 아니 원래 성격 못된 녀석들이 말버릇도 고약하다구...

다현 : 진짜 그런가봐요. 성격이 못됐으면 말이라도 이쁘게 해야 하는데.... 소리지르는 건 기본이구요.

         아무대나 반말이고 입만 열면 욕이에요. 자기 할아버지 보구두 대장이래요. 대장이 뭐에요. 대장이. 어른한테.


대장이 뭐에요 하는데 규철 켁켁거리면 다현 얼른 놀라서 바라보고 물 같은거 건네주는.


다현 : 괜찮으세요? (여기) 물이요. 물 좀 드세요. (물마시는 거 보면서) 천천히 드세요. 시장하셨나보다.

규철 : 어, 아니야. (겨우 진정하고) 뭐라고 불러?

다현 : 뭘요?

규철 : 재... (재인이 이럴려다 꾹 참고) 그, 그 녀석이 지 할아버지를 뭐라고 부른다고?

다현 : 아, 대장이요... 집안 어른들이 좀 무르신가봐요... 귀한자식 일수록 엄하게 키우라는데... 내 동생 같았음 죽-었어요!

         (주먹쥐고 손 위로 올리면서) 두들겨 패서라도 사람 만들텐데. (쯧쯧하고 혀 차는)

규철 : 제발 좀 그래. (혼잣말하듯 하지만 반색하고, 진지한데 다현은 뭔말인지 잘 모르고)

다현 : 예?

규철 : 제발 좀 그러라구. 학교 선생님 아니야? 가르쳐야지. 삐뚜루 나가는 녀석있으면.

다현 : 학생도 아닌데요 뭘. 그리고 그 남자는 안되요. 애저녁에 벌써 떡잎이 노래요.

규철 : 그래도 잘 키워봐. 얘기 들어보니까 아주 싹수 없는 녀석은 아닌 것 같으니까.

다현 : 키워요?, 키는 엄청 커요. 속이 밴댕이 소갈딱지라서 그렇지. 그래 딱 밴댕이예요. 할아버지 밴댕이 아시죠,

         밴댕이도 속에 비하면 키는 엄청 크거든요. (다현은 계속 재잘대는 분위기)



#16. 다현이네 거실


진만, 준현 식탁에 앉아있는데 미정은 거실에 앉아 있고.


진만 : (주방에서 소리지르는) 밥 안줘!

미정 : (남편 향해 인상쓰고) 가만 좀 있어요. 당신이 퍼먹든지요. (다시 전화기 향해) 얘. 우리애 학교 선생님이야.

         여자가 그만하면 되지. 응. 그래.

준현 : (주방에서 다시 소리지르는) 엄마, 뭐 타요.

미정 : 아이구, 잠깐... 알아서 좀 꺼. (얼른 놀라서 눈으로 지시하고, 그래도 여전히 전화 통화하며) 다음주?

         얘한테 한번 물어보고. 응. 그래. (전화기 내려놓으며 주방으로 향하고)



#17. 다현이네 식탁


미정 : (냄비 잡다가) 앗 뜨거, (뚜껑열어보면) 아유, 다쫄았네.

         냄새 나면 꺼야지. 탈때까지 어떻게 남자둘이 손하나 까닥 안하고 있어.

준현 : 누나 또 선봐요? (자리에 앉으며) 누난 별루 생각 없는 거 같은데.

진만 : 내말이 그말이다. 애들은 생각 하나도 없는데.

미정 : 애들이 생각없다고 가만 있어요? 나이 차면 보내야지.

         이번엔 의사라는데... 아무래도 예감이 좋은게 뭔가 되긴 될 것 같아요.

진만 : 밥이나 퍼요. 배고파 죽겠어.

미정 : 아니, 지금 밥이 문제에요? 딸내미 둘다 노처녀로 늙게 생겼는데.

준현 : 엄마. 그건 오바다. 이제 26살이 노처녀면 노처녀 아닌 사람 없게.

진만 : 너 요즘 공부 좀 하나부다. 논리가 제법이야. (아내 놀리듯)

미정 : 당신은 야단을 쳐야지요. 어른한테 말버릇이 그게 뭐야? (아들 머리 쥐어밖고) 그나저나 왜 안오는 거야. 얜.


진만과 준현 그냥 미소만...



#18. 갈비집


형준 소주 따라 주며.


형준 : 날 더운데 왠 소주? 인천갔다 온거 잘 안됐니. 만만치 않아?

재인 : 만만치 않은 것 정도가 아니야. 염장 팍팍 질러. 사람 약올리는데 선수야.

형준 : 무슨 뜻이야?

재인 : 아주 약았고 말똥말똥하고 간도 커.

형준 : 그건 머리 좋고 현명하고 거기다 배짱까지 있다는 얘기야?

재인 : (마땅치 않지만 인정할건 인정하고) 내 앞에서 할 말 다하는 여자 처음 봤어.

         돈 얘기도 까닥 안하고 성현그룹에도 눈도 꿈쩍 안해.

형준 : 굉장하군. 맘에 든다. 그 선생님.

재인 : 마음에 들면 니가 나대신 어떻게 해봐라. 난 돌겠다.

형준 : (키득거리고.) 임마. 내가 아무리 바람둥이라도 난 친구여자는 안건드려.


재인 그런 형준 노려보고 술잔비우는데 핸드폰 벨소리 들리고.

휴대폰 바라보는 재인 얼굴 굳어지는.



#18-1. 서재


막 들어온 분위기, 열심히 설명하는 재인, 시큰둥하게 듣고있는 규철,


재인 : 지금 진행 중이에요. 완전히 얘기 끝난 건 아니지만 할아버지하고 약속 틀림없이 지킵니다.

         (그 선생님) 만날 겁니다. (조금 생각하다 말 덧붙이고) 진지하게.

형준 : 어제도 인천가서 보고 왔답니다. (얼른 거들지만 규철 얼굴 펴지지 않고)

규철 : 그것 때문에 부른 게 아니야. 그거야 당연한 거고...


재인, 형준 눈 마주치고. 또 무슨 일이지 하는.


규철 : 너, 성격 좀 죽이고 신중하게 행동해. 안에서 새는 바가지 바깥에서도 샌다고... 아무나 대고 반말하지 말고.

         장소 가리지 않고 소리도 지르지 말아. 시도때도 없이 욱하지도 말고.

재인 : ...? (좀 뜬금없고) 누가 뭐라고 그럽니까? 제 성격 고약하다고?

규철 : 그걸 누가 뭐라고 그래야 알아? 하는 짓 보면 척하면 척이지.

형준 : 회장님. 무슨 일 ... 있으세요? (재인 흘끔 바라보며, 갑자 기 이러시는 이유가...)

규철 : 일이야 큰일이지. 배울만큼 배운녀석이 예의라고는 눈씻고 찾아봐도 없으니... 남들이 뭐라고 그러겠어?

         결국 내가 물러터져서 잘못 가리켰다 그럴 거 아니야? 그렇다고 이제와서 팰 수도 없고.

         특히! (강조하고 숨 돌려서) 뒤늦게 새는 바가지 풀칠이라도 해보려고 하는 거니까...

재인 : ... (열받아서 뭐라고 하고 싶지만... 규철 그런틈 주지 않고, 특히라는 말에 하고 싶은 말 꾹 참고)

규철 : 특히! 나가서 말 조심해. 괜히 다현이한테 망신당하지 말고.

재인 : 하! (너무 크지 않게 코웃음 친) 망신이요? 제가요? 할아버지, 그 여자 정체나 아시고 하는 소리세요?

         그 여자 여우에요, 여우. 전 그런 여우한테 절대 안 홀려요. 근데 제가 왜 그런 여자한테 망신을 당해요?

규철 : (인상쓰는 재인, 한심스럽게 바라보며) 몰라 물어.. 이렇게 어른한테 박박거리고 인상쓰며 댐비는 놈이

         나가서 오죽하겠어. 느이 집 대장이 하는 명령이니까 들어!


뭐라고 한마디 하려던 재인 대장 소리에 눈 커다래지고 입 딱 봉하는... 형준 기가 막히고.



#18-2. 차안


운전은 형준이 하고. 재인 불퉁해서 형준 노려보는.


재인 : 너야? (니가 대장이라는 말 흘렸냐 하는 뜻으로)

형준 : 아니야. (펄쩍 뛰는) 대장이라는 소리가 무슨 좋은 소리라고 그런 말을 전해드리니? 우리가 군인도 아니고.

재인 : 그럼 할아버지가 (대장 소리를) 어떻게 알아?

형준 : 난들 그걸 어떻게 알아? 너 혹시 어디가서 회장님 욕 한거 아니야?

재인 : 미쳤냐? 내가 그러구 다니게...

형준 : 그래도 들으셨으니까 저러시지. 너 앞으로 말 조심해. 그리고 그 선생님한테 눈치껏 잘하구.

재인 : 싫어. 10개월 만나는 것도 모자라 그 선생 눈치까지 봐야하냐? (혼자 궁시렁거리는...) 미치겠네. 진짜,

         대체 누가 꼬지른거야? 할아버지보다 대장이 훨 말하기 쉬운데... (궁시렁거리면서 형준 째려보면, 형준 기가 막히고)

형준 : 난 아니니까 나 보지마. 임마. 너 자꾸 그러면 택시태워 보낸다.

         (혼자 궁시렁대는) 술한잔 했다고 태워다 주니까 생사람을 잡고 있어.



#19. 다현이네 거실


식구들 자리에 앉아 과일 같은 거 먹고 있는데 딸깍하고 문소리 나면.

미정 얼른 일어나 다현 손 잡아끌고 오는.


다현 : 왜요? 무슨 일 있어요. (쇼파에 푹하고 앉는)

미정 : 너 다음 주 방학이지?

다현 : 응. 드디어! (다현은 만족한 얼굴)

미정 : 됐다. 그럼.

다현 : (어쩐지 불안해서) 뭐가?

준현 : (빙글거리고 웃으며) 엄마가 누나 제발 방 좀 비워달래.

진만 : (진만 역시 같이 웃고) 너 결혼하란다. 니네 엄마가.

다현 : 또 선. (그제야 상황 짐작하고)

미정 : 이만한 사람 또 없대.

다현 : 엄마 저번에도 그만한 사람 없다고 그랬어. 그런데 동물농장 구경만 했단 말이야.

미정 : 동물 농장? 그런데도 갔었어?

다현 : 아무튼 그런게 있어, 아우, 아버지 선 안보면 안되요?

미정 : 안돼. (딱잘라서 선수쳐서 이야기하는)

진만 : 나한테 물었어. 이 사람아. (아내 살짝 타박하면 다현 조금 기대해서 바라보고) 안돼. 니네 엄마가 보라잖아.


다현 할 수 없이 한숨 쉬고, 식구들 웃음 짓는데 전화벨 소리 울리고.


미정 : 볼거야, 말거야? 응.

진만 : 오냐 밥 먹었다. 넌? 다다, 지금 왔는데... (진만 다현 바라보면 다현 저요 하는 표정으로, 진만 전화 건네주며) 현진이다.

다현 : 방에서 받을래요. 잠깐 기다리라구 해요. (다현 얼른 방으로 들어가는)

미정 : (뒷통수에 대고) 날 잡는다. 너.

다현 : 몰라.



#20. 병원 의국


현진 휴대폰 귀에 대고. 컴퓨터로 바라보며.


현진 : 진짜네. 이거.



#21. 다현방


다현 : 마음 바뀌었니? 나 대신 선보기로. (다현도 책상에 앉아있는)

현진 : 그건 빼구 하기루 했잖아. 그보다 그 사람 알아봤거든. 진짜같어.

다현 : 누구? (그러다 누구 말하는지 알아채고) 그남자? 어디 나와있어?

현진 : 작년 잡지에 거창하게 찍혔더라. 이메일 보낼게.

다현 : 지금? (다현도 컴퓨터 키고)

현진 : 기사 보니까 성질 무지하게 더럽다는데, 왠만하면 좋게 말해.

다현 : 정말 기사에 그런게 적혔어?

현진 : (컴퓨터 한번 바라보며) 기사야 냉철하고 이성적이며 철저한 분석가 어쩌지만, 그게 그말이지.

         행간의 내용 뻔한 거 아니야. 한마디로 딱 성질 드럽다는 얘기지.

다현 : 그게 그런거야?

현진 : 그래. 그게 그런거야.


다현 컴퓨터 향하는. 새편지 한통, 누르면. 화면에 재인이 유망한 ceo, 차세대 경영인. 이런 타이틀.

다현 한참 바라보며 고개 갸웃거리고. 생각하는.



#22. 학교운동장


학교 운동장 보여지고. 애들 하나둘 학교 가는.



#23. 교실


방학식 하는 분위기.


다현 : 방학동안에 공부만 하라고는 안하는데, 사고는 치지 말자. 우리 가끔 책도 보고 심심하면 문제집도 좀 풀고.


아이들. 웃음. 그중 하나가. 안심심해요.


다현 : 건강 조심하고 집에서 공부만 너무해서 부모님 걱정 시키지 말고. 아참. 클래식 음악도 열심히 듣고. (아이들 웃음)

         믿어도 되지. 니들. 한달동안 잘 지낼 거지.

아이들 : 네.

다현 : 그럼 니들 믿고 이걸로 1학기 끝. 참. 경은이는 교무실 좀 들렸다 가.



#24. 교무실


선생님1 : (나가면서) 한학기 수고 하셨어요. 자, 그럼 저 먼저 들어갑니다.


다현 교무실로 들어가면 선생님들 인사.


선우 : 김다현 선생님. 안 가세요?

다현 : 먼저 가세요. 이 녀석하고 할 얘기가 있어서...

선우 : (가다 말고) 너 또 졸았니?

경은 : (펄쩍 뛰며) 아니에요.

선우 : 아니긴 뭘. 임마. (한대 살짝 쥐어밖고 나가다,)

경은 : (다현 눈치 보며 억울하다는 듯이) 선생님 저 안 졸았어요.



#25. 학교 복도


선우 교무실 나가다 잠깐 서서 무언가 생각하고 뒤돌아서고.



#26. 교무실


경은 : 독후감이요? (기겁한 얼굴)

다현 : 너한테만 특별히 주는 숙제. 좋은책 읽고 독후감 써오기.

경은 : 그런게 어딨어요? 불공평해요.

다현 : 불공평? 음... 한 5권 얘기하려고 했는데 그럼 10권 할래?

경은 : 아니요. (얼른 고개 흔들고)

다현 : 좋았어. 가봐. 약속했다. 두고볼거야. (뒷모습 바라보고 웃는데 선우 옆자리에 앉으며)

선우 : 입이 아주 쑥 나왔어요.

다현 : 그래도 잘해요. (가방 꺼내고 책상 닫는데..) 안가세요. 뭐 두고 가셨어요?

선우 : 아니요. 그건 선생님 전공이잖아요. (선우 앉아서 다현 바라보고 빙긋 웃으며)

다현 : (다현도 웃고) 다 들켰네요. 그럼 먼저 갈게요.

선우 : 어, 잠깐만요. 잠깐만요. (하구 얼른 따라나서고)



#27. 학교 운동장


선우 : 김다현 선생님. 잠깐만요.


다현 저만치 걸어가고, 선우 현관에서 얼른 뛰어 나오는.


다현 : 네? 제가 또 뭐 두고 갔나요? (얼른 가방같은 거 뒤적거리는)

선우 : 아니요. 방학 때 뭐하실거에요?

다현 : 뭐 특별히 계획한 건 없는데... 왜요? 무슨 일 있으세요?

선우 : 그럼 나랑 연애합시다. (권위적인 목소리 아니고, 좀 장난스럽게, 그래도 나름대로 진지하고)

다현 : 네?

선우 : 나 프로포즈하는 거에요. 김다현선생님한테. 학기 내내 아무리 눈빛을 보내도 감감소식이니까

         이제 아주 대놓고 할 생각입니다.

다현 : 강선우 선생님!

선우 : 그럼 기대하십시오. (뜨악한 표정 다현 세워놓고 선우 만족한 얼굴로 다시 학교 향하는)



#28. 규철 서재


규철 서류 바라보며 사인 같은 거 하며 투덜거린다.


규철 : 이봐. 나 은퇴했어. 이제 그만 결재판 들이밀라구.

동석 : 은퇴하신 회장님이 자꾸 일을 벌이시니 어쩝니까?

규철 : 내가 뭘... 어쨋거나 잘왔네. 안그래도 부를까 했는데.

동석 : (혹시 재인이 이야기일까봐 얼른 선수쳐서) 재인이 오늘도 인천 갔습니다.

규철 : 알아.

동석 : (어떻게 아는냐는 듯 눈썹 올리며)

규철 : 형준이 녀석이 아침댓바람부터 전화했어. 그 성질머리에 친구하나는 잘 뒀어.

동석 : 이제 마음에 드십니까?

규철 : 흠. 완전히는 아니네. 그래서... (하고 서류 건네주는)

동석 : 이게 또 뭡니까. (기겁한 얼굴로 바라보고)



#29. 재인네 주방


재영 : 수제비? 더운데, 냉면같은 거 하지.

선희 : 할아버지가 드시고 싶으시대.

재영 : 싫어하시잖아. 징그럽게 드셨다고. 할머니가 수제비만 젠창 해줘서 딱 질색이라시드니....

선희 : 생각나시나부지. 쓸데없는 소리 말고 가서 모셔 오기나 해.

재영 : 알았어요. (하고나가는 뒤에)

선희 : 재영아. ‘너 또 식사하세요.’ 이럼 안돼.

재영 : (그런 엄마 향해 살짝 눈흘기며) 알아요. 진지드세요. (하고 혀 쏙내미는)



#30. 서재


동석 : 이러실 때마다 제가 제명에 못살지 싶습니다. 꼭 그걸 지금 이 시점에서 내보내야 하시겠습니까.

규철 : 그래야. 내가 진심이라는 걸 그 녀석이 알지.

동석 : 이렇게까지 안하셔도 재인이는 이미 마음을 굳혔습니다.

규철 : 그 녀석은 내가 훨씬 더 잘 알아. 아직까지 어찌 빠져나갈까 그 생각만 할 거야.

         꼭 내보내. 재인이 뿐만 아니라 긴장할 사람들 많을걸.

동석 : 그렇겠지요. 백화점 민상무도 아마 촉각을 곤두세울겁니다.

규철 : 그러게. 얼마나 재미있겠어. 이것도 지금 당장하게.

동석 : 지금 당장하기엔... (시간이 부족한데요, 라고 말하고 싶은데 규철 표정 단호해지고)


노크 소리나고 재영이 얼굴 쏙내미는.


재영 : 할아버지, 김비서님, 진지 드시라는데요.

규철 : 오냐 알았다. (규철 동석 고개 끄덕이고, 재영이는 미소지으며 문닫고) 낼 아침 아주 기대가 커. (히죽 하고 웃는)

동석 : 회사일 손떼시더니 다른 곳에 흥미가 생기셨나 봅니다. 그렇게 즐거우실 일이 아닌데.

규철 : 내 나이 칠십도 넘었어. 뭘해도 용서되는 나이 아닌가. 아참. 이번 일은 형준이한테는 이야기 하지 말게.

         친구라면 끔찍한 녀석이라 쪼르르 가서 일러줄거야.

동석 : 어차피 내일이면 다 알 일입니다. (약간 툴툴대는)

규철 : 그래도 경고없이 봐야 아이쿠하구 충격이 오지. 가세. 오늘 수제비 끓이라 일렀어. 오랜만에 먹는거라 괜찮을 거야.


동석 할 수 없이 따라 일어나지만 갑갑하고.



#31. 일식당 작은 방


수영 : (만족스러운 목소리로) 내가 너한테 얼마나 기대하고 있는 줄 알지? 너 외손자기는 하지만 성현그룹 적통이야.

         그거 잊지마. 네가 권리가 제일 많아. (음식 입으로 가져가다 말고)

태하 : 재인이는요?

수영 : 니네 큰아버지 제대로 결혼이나 하고 재인이 낳은 줄 알아? 니 할아부지가 끝까지 허락 안하니까

         사고쳐 얻은 애가 재인이야. 그 여우 같은 여자가 꼬드기는 바람에 멀쩡한 우리 오빠만 바보 된거지. (눈빛 싸늘하고)

혁주 : (얼른 태하 눈치 한번 보고) 그래도 당신 오빠 부인이에요. 그렇게 이야길 하면 어떡해요?

수영 : 그 여자 아니었으면 우리 오빠도 그렇게 안됐어요. 그 여자가 우리 오빠 잡아먹은거라구요.

혁주 : 말도안돼. 그런게 어딨어...요?

수영 : 당신은 잘 알지도 못하면서 그런 말 말아요. 그 여자 들어오구 우리엄마 시름거리고 아프기 시작하구

         기어이 돌아가신 거에요. 다 그 여자 때문에요.

혁주 : 아이구.. 당신은 참 머리 좋은 것 같은데...가끔하는 소릴 들어보면. (고개 흔들고)

태하 : (아무말 안하고 있다가) 그래도... 재인이가 저보다 할아버지를 더 닮았어요.



#32. 송도의 커피숍


재인 아직 안와있고 다현 시계 없어 두리번 거리고 다현 자리에 앉으며 선우 말 생각나고... 프로포즈 하는 겁니다.

얼른 고개 흔드는데.


다현 : 미쳤어. 정말.

재인 : 그거 저보고 대놓고 하는 이야기에요? (아니라는 거 알지만)


재인 어느새 앞에 와있고. 다현 모습에서 카메라 퀵팬.



#33. 커피숍


종업원 냉커피 같은 거 두고 가고.


다현 : 당신 정말 성현그룹 사람이더군요.

재인 : (다현 얼굴 빤히 바라보며 조금 기막히고, 다현 여전히 시선 피하지 않고)

         그걸 이제야 믿는 걸 고맙다고 해야 하는 건가. 아님 어떻게 확인했는지 물어봐야 하는건가?

다현 : 뭐 둘다 말해도 상관없어요. 내가 못믿는건 당연한거 아닌가요?

         (어깨 으쓱하며) 워낙 유명인이 되시다 보니까 잡지에 실리셨더라구요.

재인 : 잡지?

다현 : 네. 차세대 경영인 어쩌구 하는데 톱으로 실리셨던데요.

재인 : 아. 그거. 기사가 그리 호의적이지 않았는데.

다현 : 뭐 성격대로 실리셨던데요. 냉철하고 이성적이며 철저한 분석가, 해석해보면 성질 무지하게 드럽다.

재인 : (열나지만 참고) 자. 이제 내 얼굴도 확인했고 그럼 당신은?

다현 : 나 뭐요? (조금 긴장해서)

재인 : 김다현 선생은 진짜 아무것도 모르는 평범한 보통 학교 선생이냐구 묻는거요?

다현 : (선생 소리에 얼굴 약간 굳어져서) 이제 상황을 조금씩 알아가는 김다현 선생님이라고 해줬으면 좋겠군요. (님자에 강조)

         난 아직도 생판 얼굴도 모르는 그 어른 유언장에 내 이름이 떡하니, 그것도 당신이랑 같이 올라가있는 이유를 몰라요.

재인 : 이인 삼각 경기. 우리집 대장... 아니 할아버지가 선생이랑 나랑 두사람을 한데 묶어 놓으셨어.

다현 : 뭘루요?

재인 : 결혼. (딱 잘라 말하고 다현 바라보는데)

다현 : (녹차 마시다 말고 캑캑거리고) 그거 안하겠다면서요?

재인 : 선생은 하고 싶나?

다현 : 농담해요. 지금. (째려보는데 어쩐지 그 모습 우습고 아무렇지도 않게 커피 마시며 두사람 눈 다시 마주치고.)

재인 : 그럼 다행이구. 우리 할아버지가 결혼에서 한발짝 물러나셨어. 결혼을 전제로 진지한 교제를 한다면

         10개월 뒤에 다시 유언장을 작성하신다고.

다현 : 진지한 교제요? 그럼... 그래서 내가 얻는 게 뭐지요?

재인 : 여태 얘기했잖아. 선생이나 나나 이 소란에서 벗어날 수 있는 건 이 방법뿐이라구. 결혼말고 이 방법 밖에는 길이 없어.

         이것도 내가 (우리 할아버지한테) 사정사정해서 얻어낸 결과라구.

다현 : 그래서 감사하라구요? (전혀 감사하지 않은.)

재인 : 뭐야. 그럼 정말 결혼이라도 하겠다는 거야? (약간 발끈해서 목소리 커지고)

다현 : 내게 소리 지르지 마요. 그리고 난 결혼의 결자도 안꺼냈어요. (절대 흥분하지 말고 천천히. 또박또박,)

         그쪽이야 말로 나랑 결혼하고 싶어요? 왜 아까부터 걸핏하면 결혼 얘기를 꺼내고 그래요?

재인 : 농담하나 지금? (다현이 한말 되돌려주는 같은 억양으로, 그렇지만 약 잔뜩 올라있는)

         이 방법이 최선이야. 우리한테 유리한 조건이야.

다현 : 내가 보기에는 우리가 아니라 당신 쪽이 훨씬 유리한 거래 같은데요. 그쪽은 날 만나는 대신에 재산이 그냥

         굴러들어 오는 거잖아요, 당신 말대로 할아버지가 그저 당신 골탕먹이려고 한 일이라 면 10개월 진지한 교제 후에

         화가 풀리실 거 아니에요?. 난 그 대신에 남편이랑 재산을 포기하는 거구요. (재인과 다현 한참 마주 바라보다.)

재인 : 당신 아주 머리 좋군,

다현 : (달콤하게 웃으며) 나쁘다는 소리는 안듣지요.



#34. 기획조정실


부장 : 오늘 사무실 분위기 참 좋다. 그치요. 여러분? (사무실 왔다 갔다 하면서 만면에 미소짓고)

인규 : 모르겠는데요.

부장 : 최과장은 소리지르는 사람 없으니까 조용하지 않아요?. 그렇지 유경씨?

유경 : 지금은 조용해서 좋긴한데... (한숨쉬고 부장바라보며) 이따 서울총회 예약현황 챙겨보고 나면

         무지하게 화내실 것 같은데요. (창수 바라보고) 그렇지요. 박대리님. (대리님자 별루 붙이고 싶지 않은 억양으로)

창수 : 무지? 그정도면 양반이지. 이번엔 의자말구 책상이 날라 갈걸. (이부장 딱하고 멈춰서서, 얼굴표정 변하고)

이부장 : 최과장 그거 어떻게 됐어요?

창수 : 아직 예약은 안 된 것 같습니다. (부장 혼나라고 별 관심 없는)

이부장 : 어, 그럼 안되는데... (얼른 자기 자리로 가서 서류철 급하게 넘기며) 회의가 낼모레인데 머나먼 타국에서

            방계약을 안하면 어쩌겠다는 거야? 혹시 날 뜨뜻하니까 노숙을 하겠다는 거 아니야? 그럼 안되는데...

창수 : 아무래도 다른 호텔 쪽 알아보는 것 아닌가요?

이부장 : 오 노. 안돼. 안돼. 절대 안돼. 그럼 우리 실장한테 다 죽는 거야.



#35. 커피숍


재인 : 당신은 재산에 아무 관심도 없다고 했잖아.


다현 방긋거리고 웃기만 하고. 재인 노려보다가 결국은 손들고.


재인 : 알겠어, 행여래도 10개월 뒤에 새로 작성한 유언장에서 당신 몫이 없다면 1년치 배당분만큼은 현금으로 손에 쥐어주지.

         물론 그거야 우리 대장 죽은 뒤의 얘기지만.

다현 : (재인 빤히 바라보다...) (na 으이구. 말버릇 하고는. 할아버지라는 분이 아주 오래오래 사셔야겠군)

         고마워요. 안믿겠지만 그래도 난 여전히 내것 아닌 재산에는 흥미 없어요. 하지만 거래는 공평해야지요.

재인 : 젠장할. (비슷한 욕)


다현 들었지만 끄덕도 안하고 생글거리고 웃기만 하고.


재인 : 아. 원하는 게 뭐야?. 솔직히 얘기하자고. 상관없네, 관심 없네 하면서 내숭떨지 말고.

다현 : 설명.

재인 : 설명?

다현 : 예, 난 그냥 가만히 있어도 한 재산 챙길 수 있는데 뭐 때문에 내가 당신거래에 응해야하는지

         이성적으로 설명 듣길 원해요.

재인 : 선생에게도 손해보는 장사가 아니야. 얘기한대로 어차피 주식배당금 만큼은 내가 주기로 한거구,

         주식이다 이사회다 그렇게 복잡한 거래보다는 내가 주는 현금 챙기는 게 훨씬 쉬울 거야.

다현 : 그런가요?. (고개 갸웃거리다 방긋거리고 웃으며.) 난 그게 더 복잡한 거 같은데요.

         (일부러 손가락 꼽아가며) 결혼만 내가 해버리면 현금 주는거야 당신이 생색낼 필요는 없는거구.

         내 주식에 꼬이는 사람들은 아마 나한테 엄청 잘할걸요. 돈도 많고 주식도 내꺼구 거기다 남편까지 생기는데

         내가 뭣 때문에 쉬운 길 놔두고 어려운 길로 돌아가요?


재인 푹하고 한숨 쉬고.

다현인 냉녹차 시원하게 들이키며 재인 얼굴 바라보고 그 얼굴보고 또 인상쓰고.


재인 : 좋아, 선생이 원하는게 뭐지?. 미리 말해두겠는데 난 당신과 결혼은 안해.

다현 : 고마워요. 나도 그럴 생각은 없으니까. 우선 첫 번째로... (재인 기겁해서 바라보고 발끈해서)

재인 : 첫 번째라구? 원하는게 한가지가 아닌 거요? 처음부터 욕심이 너무 심한거 아니야?

다현 : (그런 재인 무시하고) 우선 첫번째로 선생님 아니면 김다현씨. 벌써 여러번 말하는 거에요.

         이 정도는 쉽게 들어줄 수 있지요?

재인 : 이런, 젠장할.

다현 : 욕도 좀 삼가해줬으면 좋겠는데. (여전히 미소지으며)

재인 : 알아들었어요. 김다현씨. 김다현 선생님.


서로 노려보는데 전화벨 울리고.

재인 다현 얼굴 한번 바라보고, 휴대폰 들고.


재인 : 이재인입니다..... 이부장님. 그 정도도 혼자 못 처리하나요. 부장 맞아요. 미치겠네. 상공회의소쪽 사람들 알아봐요.

         그 쪽에서 접촉해서 다시 연락해요. 이번 건 놓치면 사표 써 놓고 나 기다려요. (험악한 말투.

         다현 약간 기가막힌 얼굴, 이 사람 성질 더럽구나. 하는) 미안합니다. 호텔을 비워 났더니. 어디까지 했지요?

다현 : 사표 써놓고 기다리라구요.

재인 : 그래도 이 상황에서 농담할 생각이 드나보지요.

다현 : (다현 그냥 웃기만 하다 표정 진지하게 변하고) 우리반에 경은이라는 학생이 있어요.

         놀라운 지능지수를 지닌 특별한 아이에요. 지금은 할머니랑 단둘이 살지만 아마 그 애가 정상적으로 성장한다면

         장담하지만 아마 세계 어느 분야의 역사가 바뀔 거에요.

재인 : 그래서?

다현 : 난 경은이가 그런 사람으로 크길 원해요, 충분히 가능한 얘기고. 난 누군가 그 앨 후원해줬으면 좋겠어요.

         가능하다면 그 애가 성장할 때까지.

재인 : 그리고?

다현 : 그리고? 그렇다면 난 당신이 원하는 어떤 조건에도 응하겠어요, 물론 당신 말대로 결혼은 빼구요.

재인 : 그거라면 당신 주식 배당금만으로도 충분해. 아까 가르쳐 준 것 같은데. 주가가 왕창 폭락하지만 않는다면

         당신반 애들 전부 다 후원할 수 있을거요.

다현 : 당신할아버지는 돌아가시기는 정정하시다면서요. 경은이는 지금 한시가 급하다구요. 그리고 그 대단한 유언이

         어떻게 바뀔지 누가 알아요? 지금이야 당신 할아버지가 무슨 생각이 들어서 날 거기다 집어 넣으셨는지 모르겠지만...

         나중에 정신들어서 어떻게 될지 모르잖아요.

재인 : 다시 잘 생각해봐요. 정말 관심 없는지.

다현 : 난 주식이나 유산에 대해서 모른다니까요. 관심도 당연히 없구요. 믿거나 말거나지만.

         경은을 위해 완벽한 후원을 해준다면 난 그 해괴한 모든 일에 대해서 당신에게 일임할 용의가 있어요.

재인 : 정말 돈에 관심 없는 거요? 당신 (아직도 여전히 의심스럽고)

다현 : (눈 떼구르르 굴리고 한숨 쉬고) 아니요. 돈에 관심 많아요. 하지만 내 지갑 속의 현금만이 흥미대상이에요.

         내 팔자에 횡재수는 없거든요. 생길지 말지 모르는 남의 돈에 신경 쓰기엔 난 할 일이 많답니다.


두사람 얼굴 마주보고 의중 살피는데.

재인 드디어 결심하고.


재인 : 좋아. 그 유언이 중간에 어떻게 될지 장담할 수는 없겠지만 어쨌거나 난 그 학생의 확실한 후원자가 될 거야.

다현 : 좋아요. 그럼 계약서를 작성할까요?

재인 : 뭐라고?

다현 : 당신 말을 어떻게 전부 믿어요?. 우린 거래를 했고 확실하게 서면으로 계약을 하지요.

         당신도 그러고 싶잖아요, 날 안 믿잖아요.



#36. 기획조정실


이부장 : 사표쓰래. 나보고. (얼굴이 사색 되어)

유경 : 네? 실장님이 그러셨다구요.

창수 : (유경에게 속삭이며) 드디어 올게 왔어. 그럴 줄 알았어. (이부장에게) 여태 버티신거 보면 그게 더 대단해요.

이부장 : 이봐 최과장. (창수 노려보고)

인규 : 네. 부장님.

이부장 : 자네 영어 되지?

인규 : 그야... 호텔리어 중에 영어 못하는 사람이 어딨습니까? 부장님 빼고.

이부장 : 미국 상공회의소... 그 윌리엄 뭐시기 하는 사람이랑 당장 만나야 해.

인규 : 만나서요?

이부장 : 이번에 한국 들어오는 사람들 다 우리호텔에 모셔야 해. 아니면 나 증말 사표써야 되.

            우리 미주 금주의 미래는 다 최과장 당신 손에 달려있어.


인규 여전히 앉아서 기가 막힌 얼굴로 바라보는데.


이부장 : 뭐해 이사람아. 가자구.

인규 : (할 수 없이 천천히 일어서며) 가더라도 홍보실 들려서 팜플렛이라도 한 장 얻어가야

         이빨이 먹히지요. 맨땅에 헤딩합니까.

이부장 : 내 자리 넘 볼 생각은 꿈에도 하지 마. (당신이랑 나랑 몇 년 차이 안나도 그래도) 엄연히 내가 먼저 부장 달았어.

            난 저자리 (실장실 가리키며) 들어가기 전까지는 절대 네버 결코 못 움직여.



#37. 거리


햇살 뜨거운데. 재인 손에 봉투 하나 들고. 다현 재인에게 꾸뻑인사하면.

재인 차 문 열어주며.


재인 : 타요. 가는데 까지 같이 갑시다.

다현 : 됐어요. 먼저 가세요. 전 택시 타면 되요. (저쪽에서 택시 한 대 오고) 어 저기 오네요.

         (다현 손 들어 택시 잡고) 가세요. 전 택시 타고 가면 금방이에요.

재인 : 그럼 먼저 갑니다. 아참. 약속 지키는 겁니다.

다현 : 물론이지요. 그런데 약속은 같이 지킬 때 의미가 있다지요. (의미심장하게, 그러나 웃으면서)



#38. 거리


다현 택시에서 내리면, 전철 표지판 보이고. 중간에 공중전화 박스.



#39. 병원 + 거리 공중전화


병원 복도, 핸드폰 소리에 현진 얼른 휴대폰 드는.


다현 : 이거 전화로 말할 상황 아닌데. 너 들으면 기절할 거야.

현진 : 나 오늘 인천 못내려가. 궁금해 죽겠다.

다현 : 오늘 이 광경 니가 봤어야 했는데. 그 사람이랑 나랑 아주 재미있는 거 했다.

현진 : 재미있는 거 뭘했는데.

다현 : 글쎄. 올라가면 얼굴 볼 시간은 있는 거야.

현진 : 당근이지. 궁금해 죽는 것보다 땡땡이로 치프한테 잡아먹히는 쪽이 날 것 같어. (다현 키득거리고)



#40. 재인 차안 + 형준사무실


흘끗 옆자리에 봉투 바라보다. 전화.


재인 : 바쁘냐. 좀 보자.

형준 : 바쁘긴 하다만. 뭔 일인데?

재인 : 법적으로 의뢰할 일이 하나 생겨서.

형준 : 법적으로? 유언장 이미 다 끝났잖아.

재인 : 그거 말구. 말하면 길어. 호텔루 와라.

형준 : 야, 니가 와. 어떡해 한번을 안오냐... (이러는데 어느새 전화끊겨 있고)



#41. 병원 휴게실


현진 : 나 기절할만한게 도대체 뭐야? 궁금해 죽는 줄 알았어.

다현 : 왕호기심. 짜잔.

현진 : (뜨악해서 바라보며) 이게 뭐야?

다현 : 교제 계약서.


다현 혼자서 살짝 웃음 터뜨리고.


현진 : 왜 웃어. (계약서에서 눈떼고)

다현 : 나도 결혼하는 거 질색인데 그 사람은 나보다 더 하더라.

현진 : 왜?

다현 : 결혼에 결자만 나와도 달려들 기세더라구. 내가 자기처럼 성질 더러운 사람을 남편감으로 생각한다고 착각하는 걸까.

         아님 워낙에 쓸데없는 자만심으로 꽉 차 있는 사람인지 그게 궁금하더라. 그것참.

현진 : 둘 달걸 아마. 보통은 결혼하겠다고 달려들어야 정상이잖아. 돈이 얼만데.

         그리고 그만하면 그 남자 조건도 나쁘지도 않고. 아니 썩 좋은 거지. 말로만 듣던 재벌인데.

다현 : 누가 그렇게 의심도 많고 성질도 고약한 사람한테 시집갈 생각을 하니?

현진 : 두 번 만나고 자세히도 파악했다.

다현 : 세 번 만났어. 그리고 그건 첫날 한눈에 알아봤어. 오늘도 유산에 관심 있다고 하면 펄펄 뛸 거면서,

         내가 아니라고 하니까 수십번 물어보드라. 고집도 세고 의심도 많고. 그러니 할아버지가 재산을 안 줄려고 하지.

현진 : 넌 한번도 안봤다는 할아버지 편이니?

다현 : 편은 무슨. 그 사람 할아버지라는 분이 손자를 정말 정확히 파악하고 있다 이거지. 아참. 나 오늘 또 딴일도 있었는데.

현진 : 뭐? (삐삑하고 소리나면 현진 호출기 바라보며 급히 일어나며) 나 우리 치프한테 죽었다.

다현 : 잡아먹혀도 괜찮다며?

현진 : 뭐야, 너 그래서 내가 진짜 죽길 바란다는 거야. (살짝 흘겨보며 뛰어가는 남은 미소 짓고)



#42. 전철


다현, 앉아서 책펴놓고... 혼자 생각하는.


선우 : 나 프로포즈하는 거에요. 김다현선생님한테. 학기 내내 아무리 눈빛을 보내도 감감소식이니까

         이제 아주 대놓고 할 생각입니다.

재인 : 할아버지가 결혼하라는 사람은 나랑 당신이야. 우리 둘. 우리가 결혼해야 하는거야.

다현 : (다현 고개 젓고 책 속에 얼른 머리 밖으며) 아휴. 증말 이게 왠일이니?


옆에 사람 그런 다현 이상하게 바라보면 다현 괜히 챙피하고, 다시 한숨쉬고.



#43. 형준이네 사무실


형준 테이블위의 서류(둘이서 볼펜과 연필로 개략적으로 쓴 교제 계약서, 잘 만들어주세요) 훑어보다.


형준 : 어 이게 뭐야. 1년치 배당금에 거기다 얜 또 누구야?

재인 : 그 여자가 최종으로 원하는 거. 아니 처음부터 그게 목적이었는지도 몰라.

형준 : 뭔 말이야? (고개 들고 재인 바라보며)

재인 : (성 벌컥 내며) 얘기했잖아. 다 알고 있다구. 처음부터 작정하고 나온 거야. 유언장 분석은 아주 옛날에 끝내놓고

         내가 어찌 나오나 그것만 기다리고 있더라.

형준 : (낮은 휘파람) 보통 아닌데.

재인 : 보통? 보통 같은 얘기 하고 있네. 처음 얘기 할 때부터 어쩐지 수상타 했어. 사업상 이런 식의 거래는

         마지막 카드를 손에 쥔 사람이 이기는 거란 걸 알고 시작하더라구.

형준 : 그럼 널 상대로 거래를 했단 말이야?

재인 : 응. 감히 그 새파란 여선생, 아니 선생님이 나를 상대로 그 수법을 써먹드라.


재인 자기도 모르게 선생님이라고 말 고쳐서 말하면 형준은 알아듣고.


형준 : 선생님. (살짝 웃고) 그래서 결론은 냈어?

재인 : 두시간 씨름해서 겨우. (그 서류) 니가 해. 그 여자가 나 못믿겠대. 서면으로 하재드라. 그리고 너 갖다 주래.

형준 : (손에 다시 서류들고) 이걸 어째라구?

재인 : 난 끝가지 못믿겠대. 변호사님한테 공증 받아서 한부 달랜다.

형준 : 우와... 진짜 강적이었구나.

재인 : 그래. 이번엔 할아버지가 제대로 골랐어. 아주 약아빠진 꼬리 아홉 개 달린 백년묵은 여우야. 딱 구미호.



#44. 형준이네 거실


형준 : 후. 약아빠지고. 거기다 꼬리가 아홉 개 달리고 덧붙여서 백년 묵었대요.

동석 : 니가 보기엔 어때?

형준 : 저야 한번 본 건데요.

동석 : 난 한번도 못 봤어. 말해봐. 어떠냐. 제대로 된 아가씨야?

형준 : 글쎄요. 제가 봤을때는 재인이가 말한 그 정도는 아니었어요. 착하고 순하고 예의바른 그런... 왜 있잖아요. 딱 선생님.

동석 : 딱 선생님인 여자가 어쩌다가 꼬리 아홉 개 달린 여우가 됐어?

형준 : 백년묵은 거 빠졌어요. 아무튼 재인이 입장에서는 뒷통수 맞은 격이니까. 멍청, 아니 순진하다고 생각하고

         만만하게 본 그 여자가 협상의 대가라고 불리우는 재인이 상대로 이걸 얻어냈어요. (아까 계약서 사본 보여주면서)

         기가 막히지 않아요? 아버지.

동석 : (서류 훑어보면) 기가 막히구나. (슬쩍 보고 일어서는데)

형준 : 어디가세요?

동석 : 옆집. 이 재미있는 얘기를 나만 알고 있으면 안되잖아.


형준 웃음 터뜨리고.



#45. 실장실


재인 웃옷 벗어 던지면, 계약서 조그맣게 안주머니에 나와있고.

재인 다현 만났을 때 생각하는.


다현 : 난 그게 더 복잡한 거 같은데요. (일부러 손가락 꼽아가며) 결혼만 내가 해버리면

         현금 주는거야 당신이 생색낼 필요는 없는거구. 내 주식에 꼬이는 사람들은 아마 나한테 엄청 잘할걸요.

         돈도 많고 주식도 내꺼구 거기다 남편까지 생기는데 내가 뭣 때문에 쉬운 길 놔두고 어려운 길로 돌아가요?



#47. 형준이네 사무실 (생각하는)


재인 : 마지막장은 복사하지 마.

형준 : 그럼 중요한 부분이 빠지는 거잖아.

재인 : 지금도 감당하기 어려울만큼 영리한 여자야.

형준 : 혹시라도 할아버지 귀에 들어가면.

재인 : 그 선생 얘기 반만 믿어도 우리 대장 모르는 것 같어. 지금 모르면 앞으로도 만나게 될 확률도 적어.

         할아버지 대신 내가 만나고 있으니까.

형준 : 유언장 사이사이 간인은 어쩌고? 회장님이 워낙에 용의주도하시기도 하지만 이런 중요한 서류에 간인은 필수야.

재인 : 태하 얘기는 마지막장이잖아. 뒷장까지 안훑어보면 몰라. 요령껏 복사하면 그냥 넘어갈 수도 있어.

형준 : 너 지금 변호사한테 불법을 요구하고 있는 거야.

재인 : 부탁하는 거야. 난 태하 얘기까지 그 선생이 알게 하고 싶지 않아. 선택의 여지를 두고 싶지 않다구.

형준 : 그런 네 선에 끝내겠다고 확실히 결심한 거야.

재인 : 응. 당연히 그래야 해. 교제든 약혼이든 결혼이든, 그게 뭐든 전부 다 내가 알아서 할거야.


형준 잠깐 멈칫하고 재인 얼굴 바라보고 마지막 장 복사하지않고 그냥 책상위에 내려 놓는.



#47-1. 실장실


재인 : (다시 계약서 바라보며) 교제계약서. 거창하군. 정말.



#48. 다현 방


다현 커피 들고 방문 열고, 무슨 생각들어 얼른 가방안에서 계약서 서류 꺼내보는.

책상위에 계약서 서류 펼쳐져 있고. 현진이 만났을 때 생각해내는.



#49. 병원 앞에서


현진 : 무슨 아파트 계약도 아니고 제목을 교제 계약서로 했다니?

다현 : 쉽잖아. 그게. 괜히 말 어려우면 내가 옴팡 쓸 것 같은 사람이라 쉬운 말 골라했어.

현진 : 국어선생님한테 말이 어려워 봤자 그게 그거지. 근데 세부 내용 기가막힌다. 딱 10개월만 진지한 교제를 한다.

다현 : 응. 그 사람 할아버지가 그 조건을 내세우셨나봐.

현진 : 진지한 교제의 정의가 언제부터 일주일에 공개적인 곳에서 한번 만나는 걸로 변질됐는데?

다현 : 보통 사귀는 사람들은 그 정도 만난대.

현진 : 웃기네. 둘 다 연애라고는 한번도 안한 사람이구만. (현진 비웃으며)

다현 : 우린 연애가 아니라 진지한 교제라니까.

현진 : 허참. 뭐가 틀린지 모르겠네. 멀쩡한 남녀가 결혼을 전제로 한 진지한 교제에서 연애가 빠진다구요?


다현 잽싸게 계약서를 빼들고.


다현 : 연애는 아니라니까.



#50. 다현이네 방


다현 : 연애 아니야. 절대. (그 계약서 손에 들고 침대에 누워버리는)


-끝-




























첨부파일 1프로의 어떤것 03회.t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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