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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대본

[1%의 어떤것] 18

작성자수다쟁이|작성시간12.03.30|조회수802 목록 댓글 0

[1%의 어떤것] 18











#2. 재인 사무실


형준 : 마음 단단히 먹고 들어. 이제부터 너, 한주화학이랑 아무래도 한판 해야 할 거 같으니까.

재인 : ?



#3. 혁주사무실


수영 : 당신 미쳤어요?

태하 : 아버지! 정말 (지분을) 넘기신 거에요?

혁주 : 그만하면 제 가격에 잘 받은거야.

태하 : 맙소사.. 아버지..

혁주 : 걱정마. 아마 상장하기 전에 나하고 의논할게다. 한회장 믿을 만한 사람이야.

태하 : 이건 사업입니다. 누굴 믿어요? 그쪽에서 칼을 쥐고 있는데 뭐하러 우리랑 의논을 합니까?

         한주쪽에서 임시주총을 소집했어요.

수영 : 임시 주총?

태하 : 네. 아마, 대표이사 해임결의안이 제일 먼저 거론될 겁니다.


혁주 얼굴 표정 변하고, 태하 웃옷 들고 일어서는.


수영 : 어디 가는 거니?

태하 : 재인이도 우리 백화점 지분 가지고 있잖아요. 얘기 해봐야지요.

수영 : 그럼 재인이한테 부탁하게?

태하 : 우리 백화점 지킬 수 만 있다면 지금은 재인이가 아니라, 지나가는 거렁뱅이한테도 붙잡고 사정합니다.



#4. 기획조정실


재인 심상치 않은 얼굴로 획하고 사무실 들어가면.


인규 : 우리 실장, 백화점 때문에 저러는거 맞지요?

이부장 : 당연하지.. 최과장 자네가 좀 알아봐. 이번 인수건이 한주쪽으로 기울어지면 우리 호텔한테는 무슨 영향이 있는지.

인규 : 아무래도 그룹 이미지에 타격을 받겠지요. 브랜드 가치만 해도 어마어마한데. 실장님이 정신 없긴 한가봐요.

         안그러면 진작에 지시를 내렸을텐데.

이부장 : 그러니까 우리라도 챙겨야지. 그런데 이사람들 어디갔어? 한번 나갔다하면 함흥 차사야.

인규 : 글쎄요.. 요즘 둘다 한꺼번에 자리를 자주 비우는 데요.


유경, 창수 같이 들어오는.


이부장 : 두 사람, 그만 좀 붙여다녀요. 일은 안해?

유경 : 부장님이 홍보실 갔다 오라고 그러셨잖아요.

이부장 : 그럼 창수씨는? 창수씨도 거기 갔다 오는 길이야?

창수 : 전 마케팅 쪽 다녀 오는 길입니다. 오픈이 내일 모레인데 의논 좀 해야지요.

이부장 : 그런데 둘이 왜 같이 들어오냐고?

창수 : 같이 들어 올 수도 있지요. 문이 하난데..

인규 : 그냥 두세요. 처녀, 총각 한번에 해치우면 좋지요. 뭐.

이부장 : 그거야 좋지만, 연애도 분위기도 봐가면서 해. 우리 실장 안그래도 저기압인데.

유경 : 왜요? 무슨 일있어요.


이부장, 인규 혀 끌끌 차는.



#5. 규철 서재


혁주 : 아버님, 이번 한번만 살려주십시오.

규철 : 무슨 일을 이렇게 처리하나. 장사 한두번 해봐. 사업 처음하는 거냐구? (화 많이 나서 책상 탁하고 치면서 성질 부리는)

혁주 : 저도.. 일이 이렇게 되리라고는.. 잘못했습니다.

규철 : 어떻게 사업하는 사람이 그렇게 귀가 얇고 물러터졌어. 알아봤어야지. 모르면 물어라도 보던지.

         내 집문서를 그냥 달랑 넘겨주는 모자란 사람이 어디있어?

혁주 : 한번만 봐주십시오. 도와주세요. 아버님.

규철 : 뭘 봐줘, 일을 이 지경을 해놓고, 당장 옷벗고 나가. (혁주 향해 노려보고 동석 향해)

동석 : 시간이 너무 없습니다. 한주 쪽에서 그냥 밀어붙일 생각인 모양입니다.

규철 : 그럼 그래도 앉아서 당하는 수 밖에는 없다, 이건가. 아이구. 이런 일이 있나. (혈압오르는데 동석 얼른 다가가서)

동석 : 괜찮으십니까?

규철 : 괜찮아. 자넨 나가봐. 꼴도 보기 싫으니까.



#6. 재인사무실


재인 : 너 뭐한 거야? 겨우 그 정도였어. 회사 사정 뻔히 알면서 일을 이렇게 만들어 놔. 자신 없으면 옷벗고 나오든지.


재인 닦달하면 태하 표정도 변하는.


태하 : 난 속이 편할 줄 알아. 니가 호텔에 목숨 건 것처럼 나도 처음부터 여기서 시작했어.

         니 아버지가 시작해서 니 마음에 남는 거라면, 나 역시 마찬가지야. 외삼촌이 여길 시작했으면

         이만큼 키워놓은 사람은 나야, 나한테도 백화점은 자식이라고.

재인 : 제기랄, 그럼 처음부터 단속을 잘 하던지.

태하 : 아버지가 그런 일을 벌리실지 누가 알았어.


재인 태하 노려보고.


재인 : 어제 오늘 신문.. 내내 한주 얘기뿐이야. 한회장 보통 넘어.

태하 : 이미.. 한주쪽에서는 외국계 백화점이랑 제휴까지 아주 확실한 경영계획을 보여 주고 있어. 유통업계 혁신이라고..

         모르는 사람도 혹할 정도야.

재인 : (재인 서류 책상위에 던지며 후하고 한숨 쉬고) 할아버지 힘으로도 어렵겠지.

태하 : 할아버지가 막을 수 있는 일이 아니야. 돈으로 막을 수 있는 일이라면, 나도 무슨 짓이라도 했어.

재인 : 이사회 몇일 남은거야?

태하 : 일주일, 이대로 이사회 열리면 경영권은 끝이야.


태하 재인 얼굴 마주치고 한숨 쉬는.



#7. 한회장 사무실


태하 : (회사 지분을) 돌려주시면, 그 값은 충분히 치루겠습니다.

한회장 : 그럴 거였으면 처음부터 사들이지도 않았어. 사업들 처음 해 봐.

재인 : 어렵다는 건 저희쪽에서도 충분히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백화점이 저나.. 성현그룹에 어떤 의미인지

         잘 알고 계실 겁니다. 제가 아니라면, 저희 할아버지 얼굴을 봐서라도, 이번 일은 선처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재인, 정말 진지하게 고개 숙이고, 태하 입술 깨물지만.


한회장 : 말도 안되는 얘기 꺼내지도 말게. 이게 어디 인정가지고 되는 일이야.

            지금 접는다고 하면 다들 나보고 미쳤다고 할 걸세. 우리 회사 이사들이고, 주주들이고 아마, 난리가 날 거야.

재인 : 회장님, 한번만 다시 생각해 주시면 안되겠습니까?

한회장 : 더 생각하고 말고도 없어. 절대 안되니까 다시 여기 찾아오지도 말게.


재인, 태하 허탈하고.


한회장 : 다음엔 주총에서 보자구.



#8. 빌딩 로비


태하 : 미안하다. 우리 아버지.. 아니, 나 때문에 이런 수모 당하게 해서.


태하는 정말 미안하지만, 재인 퉁명스럽고.


재인 : 미안하다고 할 시간에, 다른 주주들 찾아 볼 생각이나 해. 일단, 할 수 있는 방법은 다 알아보자.



#9. 투자자 사무실


태하 여기저기 투자자 쫓아 다니는 모습 보여지고.



#10. 다른 사무실


재인 또한 외국계 투자자들이랑 대화하는 모습 보여지는.



#11. 병원


서현 : 그 남자 기다리니?

현진 : 아니에요.

서현 : 정말 왠일로 오늘은 안왔다. 한번 얘기해 봤는데 그 사람.. 진심이더라.

현진 : 오빠.

서현 : 알아. 나도, 니 마음 어떤지. 하지만 무조건 아니라고만 하지마.

현진 : ....

서현 : 한번 불에 데었다고 평생 불을 가까이 못하는 짓은 바보나 하는 일이야. 너 바보 아니잖아.

현진 : 아니요. 저 바본가봐요. 힘들고 무서운 거 피할 수만 있으면 피해가고 싶어요.

서현 : 사랑이 힘들고 무섭기만 한 거 아니야.


현진 가만히 서현 바라보면. 서현 담담하게 말하는.


서현 : 현진아. 세상에 남자가, 다 여자를 패지는 않아. 또, 다 속이지도 않고.

현진 : 그 사람 저 한번 속였어요.

서현 : 그럼 다시 안속일지 모르잖아. 너만 불에 덴게 아닐거야. 아마 그 남자도 상처 입었을거다.



#12. 태하사무실


수영 : 태하야. 정말 방법이 없는 거야? 니가 한번 어떻게 해봐.

태하 : 어쩔 수 없어요. 찾아다닐 사람은 다 찾아다녔는데.. 이미 한주쪽에서 먼저 손을 쓴 상태에요.

수영 : 할아버지는 뭐라고 그러셔?

태하 : 할아버지도 방법이 없어요. 한주쪽에서 작정하고 우켜쥐고 있는데 그걸 어떻게 건드려요.

수영 : 그럼 이대로 포기하는 거야.

태하 : 경영권만 넘어가는 겁니다. 또 기회가 생길거니까 너무 걱정 마세요.


말은 그렇게 하지만 태하 얼굴도 안좋은데, 전화 오는.

태하 얼굴 표정 변하고, 웃옷들고 일어나는.



#13. 재인사무실


형준 : 주총(주주총회) 내일이지?


재인 고개 끄덕이고.


형준 : 어렵게됐다.

재인 : 할 만큼 했어. 할 수 없잖아.

형준 : 백화점, 어떻게 하냐?

재인 : 지금은 손들었다.

형준 : (보면)

재인 : (씩 웃으면서) 일보후퇴. 해볼만큼 다 해본건데.. 어쩔 수 없잖아.

형준 : 정말 괜찮아?

재인 : 괜찮을 리가 있어. 속 쓰려 죽겠어.


재인 말은 그렇게 하지만 표정은 그런대로 밝고.


형준 : ?

재인 : 우리 아버지가 처음 시작한거야. 거기다 성현 이름 다느라 얼마나 고생하셨는데.. 결국 그것 때문에 돌아가셨어.

          난 백화점 포기 절대 안해.

형준 : 나도 알아. 많이 들었다. 그 얘기..

재인 : 그러니까 나중에 되찾아 올거야. 지금은.. 아직 그 능력이 안되지만 언제가는 가능하겠지.

         할아버지도 해냈고, 우리 아버지도 하셨어. 그럼 나도 해. (하는데 전화 울리는)



#14. 규철 서재


문 벌컥 열리며 동석 들어서는. 약간 흥분하고.


동석 : 회장님, 한주 쪽에서.. (침 한번 꿀꺽 삼키면)

규철 : 왜 백화점이 넘어갔대? 아주 끝난거야? (아이구 하는 얼굴이고)

동석 : 아니.. 그게 아니라.. 한주가.. 한회장쪽에서 먼저 연락을 해왔습니다.

규철 : 한회장이?

동석 : 예. 지금은 재인이하고 태하가 만나고 있는 모양입니다.

규철 : 뭐야? 그럼, 지금이라도 되 팔 생각이 있다 이건가? 아니, 해임의결안이라도 물리겠대?

동석 : 그것까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지금 이 시점에서 접촉해 온 걸 보면, 가능성은 있습니다.

규철 : 흠.. 재인이가 나갔다 이거지.

동석 : 예. 두시 약속이니까, 조금 있으면 가타부타 답이 나올겁니다.



#15. 한회장 사무실


한회장 : 우리, 주희 왜 그렇게 마음에 안들었나?


재인, 태하 얼굴 마주치고.


한회장 : 뭣 때문에 그렇게 매몰차게 거절했나?

재인 : 전 마음에 두고 있는 다른 여자가 있습니다. 주희하고는 처음부터 인연이 아니 었습니다.


재인 사업은 사업이고, 딱잘라, 자기 감정 얘기하는.


한회장 : 인연이라.. (혼자 중얼거리다, 회장 얼굴 달라지고, 목소리 한풀 꺾인) 주희가 한 짓 들었네. 힘든 결정이었을텐데..

            그래도 조용히 넘어가줘서 고맙게 생각하네.


갑자기 변한 어조에 재인, 태하 다시 마주보고.


한회장 : 내가 돈 버느라 바빠서, 걜 제대로 돌보질 못했네. 지 엄마도 없이 저 혼자 참하게 자라줘서 고맙고 미안했는데..

            다 내 잘못이네. 자네들한테는 못할 짓 했어. 내가 대신 사과함세.

재인 : 아닙니다. 주희가 충분히 반성하고 있고.. 다(현이)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았습니다.

         (썩 내키지는 않았지만, 이미 용서한 일이니까, 재인도 담담한)

한회장 : 이번 일, 손해는 막대하지만, 우리 쪽에서 접겠네.

재인, 태하 : 고맙습니다.

한회장 : 아닐세. 대려.. 내가 고맙네. 쉬운 일 아니었을텐데.. 주희 문제 덮어줘서.

            (다시 푹하고 한숨 쉬고) 돈보다 중요한 건 자식이야.



#16. 규철서재


동석 : 일단은 잘 마무리됐습니다. 손해는 좀 봤지만.

규철 : 그렇게 강경하던 한회장이 왠일로 물러났어? 이유가 뭐래든가?

동석 : 글쎄요.. 그 문제에 대해서는 재인이도 태하도 입을 꾹 다물고 있습니다. 아마, 저희들끼리 비밀이 있는 모양입니다.

         제 생각으로는.. 주희 때문이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규철 : 주희라.. 혼사가 된 것도 아닌데, 그럴 리가 있나. 칼을 갈면 몰라도.

동석 : 그거야. 하지만 아무리 뒤져봐도 한회장이 이제 와서 순순히 포기할만한 특별한 이유가 없습니다.

규철 : 주희는 아닐게야. 재인이나.. 뭐 다현이 때문이면 몰라도.

동석 : 왜 여기서 그 아가씨가 나옵니까. 사업문제하고는 아무 상관도 없는데.

규철 : 이번 일, 재인이가, 그 성질 누르고 태하랑 붙어서 해결하는 거 봐. 예전 같으면 어림도 없는 일이야.

         둘이 못잡아 먹어서 안달들이지. 다현이 만나고 사람된거야. 사실 그거면 충분히 우리가 남는 장사를 한거네. 암..



#17. 재인사무실


주희 : 미안해요.

재인 : .... (재인 주희 얼굴 한번 보고, 바로 시선 돌리는. 반갑지 않은. 조금은 고맙긴 하지만 내키지 않는)

주희 : 나 때문에 놀랐고.. 또 우리 아버지 때문에 힘들었을 거 알아요.


재인 한참만에 입 여는.


재인 : 됐어. 이미 지난 일이야. 다행히 둘 다 잘 해결됐고.

주희 : 솔직히 다시 오빠 볼 용기가 나지 않았어요. 다현씨는 다 용서한다고 그러지만 오빠는 나 절대 용서 안하지요?

재인 : 다현이가 했어. (그러면 됐어)

주희 : .... 다현씨 마음이 오빠 마음이라는 얘기야?

재인 : ....


재인 얼굴 한번 보고, 주희 완전히 포기하는.


주희 : 가기 전에 인사하고 싶었어.


간다니까, 재인 겨우 주희 바라보는.


재인 : 어디가?

주희 : 공부 마저 해야지.. 오빠는 나, 죽어도 아니라니까.. 나도 나 아니면 안되는 사람 찾아봐야지.


재인 주희 바라보고. 입 여는.


재인 : 그래. 가서 공부 열심히 해. 좋은 사람도 찾아보고.. 니 마음 받아주지 못해서 미안하다.


재인 힘들게 주희 달래고, 주희 희미하게 미소 짓는.



#18. 병원


태하 : 오랜만이지요?

현진 : ....

태하 : 그동안 궁금하지 않았어요?

현진 : 지난 번에 얼굴 보고 열흘도 되지 않았어요.

태하 : 내가 너무 정신없이 바빠서.. 한달은 된 것 같은데.. 그 정도 밖에 안됐나요. .... 그런데 날짜 세고 있었어요?

현진 : ....


현진 태하 얼굴 외면하면 태하 낮게 한숨 쉬고.


태하 : 나도.. 빌어야 해요?

현진 : 네?

태하 : 아닙니다. 저번에 나한테 신세 진 거 있다고 했지요. 그 신세 오늘 갚아요.

현진 : 신세요?

태하 : 현진씨, 친구.. 김다현씨, 얌전히 돌려줬잖아요. 그거 신세 갚는다고 한 말 기억 안나요?

현진 : 아.. (생각나는) 남자가.. 좀 치사한 거 아니에요.

태하 : 치사해도 할 수 없습니다. 원하는 걸 가지려면.. 하나쯤 포기해야 하니까요.

         알잖아요. 난 목적을 위해서면 물불 안가립니다.

현진 : 좋아요. 원하시는 게 뭐에요?

태하 : 하루.

현진 : 네?

태하 : 현진씨, 하루 24시간. 나한테 줘요. 오늘 저녁부터 오프지요. 내일.. 집앞으로 데리러 가겠습니다.

현진 : 흠.. 알았어요. 내일 하루면 되는 거지요?


태하 고개 끄덕이고.


현진 : 그럼 몇시에 만날까요?

태하 : 열두시 일분이요. 집앞에서.

현진 : 네? 몇시요?

태하 : 내일이 시작하는 시간부터요. 열두시 일분. 늦지 마세요.

현진 : 태하씨.


현진 기가막힌 얼굴로 태하 바라보면, 태하 그냥 웃고 가는.



#19. 다현집


진만 : 다현인?

미정 : 아직 안왔어요. 아주 요새는 조금만 늦어도 걱정돼 죽겠어요.

진만 : 전화 좀 해봐. 어디 있나. 오늘은 그 녀석 만나는 날도 아니잖아.

미정 : 퇴근하는 길이래요. 안그래도 불안해서 해봤어요.

진만 : 처음부터 복잡하다 했더니.. 생각보다 더 어려워.

미정 : 여보, 차라리 결혼을 시키는 쪽이 낫지 않을까요?

진만 : 뭐가 나아. 만나기만 해도 그 꼴을 당하는데.

미정 : 그러니까요. 아예 결혼을 해버리면 임자가 떡하니 생기는건데, 좀 덜 걱정스럽지 않을까요.

진만 : 뭘 덜 걱정스러워. 그것도 걱정이지.. 그래서, 당신도 결혼을 시키자고.

미정 : 지금 당장은 아니라도 생각을 해봐야 한다 뭐 이거지요. 이러고 우리끼리 속 끓일게 아니라.


진만 미정 푹하고 한숨쉬는.



#20. 다현집앞 (밤)


현진 기다리고 있으면 태하 차 서는.

현진 시계 바라보면, 열두시 일분이고.


현진 : 정말, 정확히 열두시 일분이네요.

태하 : 혹시.. 기다리지 않을까봐 걱정했습니다.

현진 : 난 약속은 지켜요.

태하 : 좋은 습관이네요.


차문 열어주고 태하, 현진 타기 전에 경고하는.


태하 : 오늘 하루.. 온종일 내 마음대로 할 겁니다.

현진 : ....



#21. 호수있는 곳


가로등, 호수에 예쁘게 비치고, 다리 있고.. 밤 풍경 예쁜.


현진 : 여긴 왜 온거에요?

태하 : 얘기하려구요.

현진 : 얘기요? 겨우 얘기하자고.. 이 시간에 여기까지 끌고 온거에요?

태하 : 밝은데서.. 힘든 얘기하면, 더 힘들어지고 비참해져요. 그래서 얘기 안하게 되고.. 그럼 더 멀어지고.

현진 : 어두워도.. 자기 얘기 하기 싫은 사람들이 있어요. 매맞고 자란 사람들은 캄캄한 데가 더 무서워요.

태하 : 나 밖에 없는데도 무섭습니까?

현진 : .... (현진 아무 말 안하면 태하 심각해지고)

태하 : 무서워요. 내가?

현진 : 아니요. 그런 얘기가 아니에요.

태하 : 그럼 다행이구요. 지금은 또 못 움직입니다. 시간이 별로 없어요. (난) 오늘 중에 현진씨에 대해서 다 알아가야 합니다.


현진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면 태하 농담처럼 희미하게 미소짓는.


태하 : (그래야).. 오늘 현진씨 약점을 전부 알아내야 내일부터 현진씨가 다시 날 안쳐다 봐도, 공략하기 쉬워질 거 아니에요.

현진 : 내가 바본가요. 내 약점을 가르쳐주게.

태하 : 말하고 싶잖아요.. 아니에요? 쌓아놓은 것들 털어놓고 싶지 않아요? 난.. 가슴이 답답해져서 터져버리지 않을까

         걱정스러울때가 있는데. 주위를 둘러봐도 말할 사람도 없고.. 현진씨는 안그래요?


태하 진지하게 물어보면, 현진 대답하지 않고 하늘로 시선 돌리는.


현진 : 하늘에 별이 이렇게 많은 지 몰랐어요.

태하 : 말하기 싫어요?

현진 : 할 말이 별로 없어요. 두들겨 맞은 기억밖에는 난 별로 말할게 없어요.

태하 : 그럼 내가 물어봐야겠네요. 왜 의사가 되기로 했어요?

현진 : .... 돈이 없어서 병원에도 못가고 그냥 죽는거만큼 서러운거 없어요. 또 남편이 죽은 다음에라도,

         살아있는 사람은 살아야지요. 그럴려면 번듯한 직장이 필요해요. 그래서 의사가 됐어요.

태하 : 남편 일찍 죽을까봐요?

현진 : 아니요. 혼자 씩씩하게 살 수 있게요. 아주 속물적인 이유에요..

태하 : 난.. 오래 살겁니다.

현진 : 나랑 관계없어요.

태하 : 그건 두고 봐야 알지요.. 의사생활 재미있어요?

현진 : 적성에 안맞았어요. 돈도 없고. 의대, 돈 많이 들어가거든요.

현진 : 그런데 어떻게 졸업했어요?

현진 : 적성 같은거.. 그거 배부른 소리에요. 악이 바치면 적성은 맞게 되있어요. 나, 뭐든지 한번 하면 잘 참거든요.

태하 : 그럼 학비는 어떻게 마련했어요?

현진 : 아버지가요. 혹시라도 내가 포기할까봐, 합격하자마자 무조건 돈부터 내시고 오셨어요. 우리 집에 의사가 둘이라고.

         아주 기분 좋은 얼굴로. 그리고 다음엔 서현오빠 인턴 월급 몇 개월치가 그냥 들어가고.. (그러면서 현진 픽하고 웃는)

         다현이 시집 못 갈 거에요. 모아 놓은 돈 없어서. 걔 열심히 월급타서, 다 내 등록금 채우기 바빴거든요.

태하 : 내가 돈 많이 벌어야겠네요.

현진 : 왜 태하씨가 돈을 많이 벌어요?

태하 : 현진씨 빚도 전부 내 빚이 될테니까요. 난 빚 오래 가지고 있는 거 싫어합니다.


현진 태하 얼굴 바라보는. 태하 잔잔하게 미소 전해주는.


태하 : 안 졸려요?

현진 : 안 졸린데요.

태하 : 아.. 계획하나 실패했다. 새벽에 나오면.. 지금쯤 졸릴 줄 알았는데..

현진 : 인턴은 낮밤 관계없이 필요할때는 깨어있어야 해요.

태하 : 아깝네요.. 그럼 재미없는 내 얘기나 할까요. 혹시 졸릴지 모르니까.


현진 웃고.


태하 : 난 평범하게 컸어요. 그런데 내 주변 사람들은 전부 특별하더군요.

         잘나고 야심많은 사람들 틈에서 그렇게 자라다 보니까.. 나중에는 나도 그런 것 같이 보이는 거에요.

현진 : 태하씨 그런 사람 아니에요?

태하 : 나도 내가 그런 줄 알았어요. 그런데.. 지금은 솔직히 헷갈립니다. 아버지를 닮았으면 어떡할까 걱정할 때가 있었는데

         지금은 그래도 괜찮다 싶어요. 우리 아버지.. 사람만 좋으신 분이거든요.

         우리 엄마 욕심까지도 사랑하셔서 결혼하셨는데.. 지금도 그래서 이쁘대요. 어머니는.. 아버지를 그렇게 안보는데..



#22. 다현네 집


아침 먹는.


미정 : 현진이는? 밥 안먹는대?

다현 : 어, 새벽에 잠깐 나갔어요.

진만 : 새벽에. 그럼 병원에 간거야?


서현 이상하다는 얼굴이고.


서현 : 병원? 나한테는 아무 연락없는데..

다현 : 아니.. 그게.. 잠깐..

미정 : 혹시 지네 집에 간거 아니니? 거긴 혼자 보내면 안되는데.

다현 : 거기 아니에요.. 친구가 잠깐 보자고 해서.

진만 : 친구가? 친구가 왜 새벽같이 현진이를 찾아? 어디 아프대?

다현 : 어.. 마음이.. 아니 가슴이 좀 아프대. 그래서 갔어요. 그래도 현진이 의사잖아. 아직 인턴이지만.

미정 : 그래? 집에 있어도 걘 바쁘대니. 낼 새벽이면 또 올라가야 하는데.. 모처럼 쉬는 일요일날 왜 애를 불러댄다니.

진만 : 불러대는 사람 있는게 좋은거야. 그냥 둬.



#23. 커피숍


재인 : 태하 그 자식 머리 좋네. 왜 난 그 방법을 생각 못했지. 아깝다. 우리가 먼저 쓰는건데.

다현 : 뭐가 그렇게 아까운데요?

재인 : 하루 24시간, 온종일 같이 있으면 정이 안붙겠어. 우린 밤중에 잠깐 나왔다 새벽에 들어와도 그 난리를 겪었는데..

다현 : 우리는 이미 정 붙었잖아요. 미운정.


재인 킥하고 웃고.

 

재인 : 가자. 우리도.

다현 : 나 또 외박은 안돼요. 그땐 정말 쫓겨나요.

재인 : 그럼 꼭 외박해야겠다. 쫓겨나면 우리집에 데리고 오면 되니까. 그럼 어른들 더 반대 안하실 거 아니야.

다현 : 재인씨!

재인 : 일어나, 외박하자는 거 아니니까.



#24. 한강 산책로


다현 : 무슨 운동하게요?

재인 : 그냥 걷기. 당신처럼 몸치한테는 이게 최고야.

다현 : 몸치요?

재인 : 그래. 몸치. 공 따라 다니는 거 절대 못할테고, 그렇다고 기운으로 버팅기니는 것도 무리고.


다현 흘겨보지만 재인 혀 끌끌차고.


재인 : 이거 빼고 저거 빼고 나면 걷는 거 밖에 남는게 없어. 뭐 할 줄 아는 게 있어야 가르쳐주던지 같이 하던 질 하지.

다현 : 재인씨, 자꾸 이럴 거에요.

재인 : 이건 할 수 있지? 그냥 숨쉬면서 걷기만 하면 되니까. 쉽지?


다현 재인 노려보면, 재인 씩 한번 웃고.

차안에서 워크맨이랑 헤드폰 꺼내는 헤드폰, 다현이 귀에 꼽아주고, 재인도 꼽는.


다현 : ?

재인 : 그냥 걸으면 재미없잖아. 같은 주파수 틀어놓고 걷는 거야.

다현 : 같은 주파수?

재인 : 응, 같은 소리, 같은 길.. 이러고 끝까지 같이 걷자.


두 사람 음악 들으며 걷는. 얼굴 마주보고 기분 좋은. 손잡고 걸어가는.



#25. 백화점 사무실


수영 : 아니, 태하는 도대체 어딜 갔대요. 백화점도 안나와 보고.

혁주 : 한반중에 나간 걸 보면 낚시라도 갔나?

수영 : 그건 당신이 좋아하는 취미잖아요. 태하가 어디 낚시 가는거 봤어요.

혁주 : 다 큰 아들내미 그만 찾아요. 저도 볼일이 있으니까 나갔겠지. 이제 백화점 큰불도 껐으니까. 좀 쉬어야지.

수영 : 당신, 또 쓸데 없는 짓하면 알아서 해요.

혁주 : 미안해요. 나도 한회장이 그렇게 나올 줄은 몰랐어요.

수영 : 정말 태하가 당신 안닮기 천만 다행이에요. 당신은 사람이 너무 좋아요.

혁주 : 태하도 좋은 아이에요. 나 닮았어요.


수영 살짝 흘겨보면서도 어쩔 수 없고.



#26. 바다


낚시하고 있는. 낚시대에 미끼 끼우는 거 보고 현진 인상쓰는.


태하 : 왜 그래요? 해부실습도 했다는 사람이.

현진 : 말했잖아요. 적성에 안맞았다구. 그때도 겨우 참았어요.

태하 : 그럼 이번에도 참아봐요. 사람 몸에 칼대는 것보다는 이게 나으니까.

현진 : 이거랑 그거랑 같아요? 의사는 낫게 하기 위해서 그러지만 지금 태하씨는 미끼로 쓰는 거잖아요. 죽일려고.


현진 항의하는 얼굴이면 태하 픽하고 웃으면서 낚시대 손에 쥐어 주는.


태하 : 착하네요. 현진씨는. 그럼 미끼한테는 손도 못대는 아가씬 낚시대나 얌점히 잡고 있으세요.

         나머지는 내가 다 알아서 할테니까.


현진 인상쓰면서도 낚시대 잡고. 두 사람 낚시대 잡고 이야기 하는.


현진 : 낚시 좋아해요?

태하 : 별루요.. 이거 기다리는 마음 없으면 할 수 없거든요. 내내 바다만 바라보고 있으면서 혼자 기다리는 거 힘들어요.

현진 : 그럼 왜 여기 온거에요?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태하 : 이제부터 기다리는 법 배우려구요. 현진씨.. 기다릴 겁니다. 언제가 됐던간에.

현진 : 태하씨..

태하 : 현진씨는 참는 거 잘한다고 그랬지요. 그럼 좀 참아봐요.


현진 태하 바라보면 태하 진지한.. 희미하게 미소짓고..


태하 : 나, 나쁜 놈이지만.. 그래도 참아줘요. 난, 기다릴테니까.



#27. 다현집 앞 (밤)


재인 : 안되겠다. 집에 데려다 주는 거 귀찮아서라도 결혼해야겠다.

다현 : 귀찮아요? 나 데려다 주는거.

재인 : 누가 그게 귀찮대.. 다다 여기 내려놓고 난 이밤 중에 혼자 올라가야 해. 그거 생각해봤어?

다현 : 그렇구나. 재인씨 혼자 한참 올라가야 하는 구나.

재인 : 같이 살면, 이렇게 종종거리고 안다녀도 돼.


다현 그렇구나 하고 고개 끄덕이는.


재인 : 집에서 결혼 얘기 안하시지?

다현 : 네. 아버지 아무 말씀 안하세요.

재인 : 아마, 우리 쪽에서 가만있으면 끝까지 입 꾹 다물고 계실걸. 당신 시집 안보내려고.


재인 궁시렁 거리면, 다현도 그럴 것 같고.


재인 : 할거지?

다현 : ? (무슨 소린지 이해 못하고)

재인 : 결혼 말이야.. 결혼 할 거지?

다현 : .... 그 날 대답했잖아요.

재인 : 그래도 다시 묻잖아. 할거야?


고개 끄덕이면.


재인 : 됐다. 그럼, 우리끼리 밀어붙이자.

다현 : 어떻게요?


재인 씩웃으면서 집안 벨 누르는.



#28. 다현 집 거실


진만 : 이 밤중에 자네 왠 일인가?

재인 : 날 잡고 싶습니다.

미정 : 날을 잡아요?

재인 : 네. (부모님) 상견례 날도 잡아야 하고, 결혼식날도 알아봐야 하고.. 시간이 없습니다.

진만 : 난 아직 완전히 자네 허락 안했네. 그런데 누구 맘대로 날을 잡아?

재인 : 허락해주십시오. 정식으로 허락받고 결혼하고 싶습니다.

진만 : 내가 끝까지 허락 안하면.. 결혼 안하고 살림이라도 채릴건가?

미정 : 여보!

재인 : 그건 마지막 방법입니다..


재인 아니라고 안하면 가족들 기겁하고.


진만 : 뭐야? 그럼 진짜 그러겠다는 거야?


다현 (재인씨) 하고 살짝 타박주지만, 재인 개의치 않고 밀어붙이는.


재인 : 하지만 그 전에 허락해주리라 믿습니다.


(화면 바뀌고) 술상 차려진.


진만 : 다현아, 너 정말 이 사람이랑 결혼해야겠어? 아버지는 별로 마음에 안든다.

다현 : .... (침묵하면 긍정이고, 서현이 개입하는)

서현 : 다현이 아무 말 안하는거 보면 마음 굳혔어요. 그냥 시켜요. 아버지.

미정 : 너, 정말 할 거야? 이 사람이랑 하고 싶어?

다현 : 재인씨 말고 다른 사람 생각 안해봤어요. 죄송해요.


미정 진만 푹하고 한숨 쉬고. 재인 기분 좋은데.


진만 : 죄송할 게 아니지.. 결혼해봤자 좋을 거 하나도 없어. (푹하고 한숨 쉬고) 내 딸이 한다니까.. 내 결혼은 허락하겠네.


다현, 재인 겨우 다행이다 싶은.


재인 : 고맙습니다. 다현이한테 잘하겠습니다.

진만 : 그런데.. 날은 여자네 집에서 잡는 거야. 그 정도는 알고 있겠지.

재인 : 예.

진만 : 상견례야.. 천천히 하고..

재인 : 저희 약혼 같은 거 필요 없습니다. (선수쳐서 이야기 하지만)

미정 : 그래도.. 약혼은 해야지.

진만 : 필요없다는 데 뭘. 그럼 결혼은 가을에나 하게.

미정 : 여보 너무 빨라요. 언제 준비하려고.

재인 : 어머니 준비하실거 하나도 없으십니다. 그냥 다현이만 주시면 되요.

미정 : 그래도.. 혼사라는게..

진만 : 천천히 준비해. 아직 시간 많이 남았는데 뭘 그렇게 급해?

미정 : 가을에 하자면서요? 낼 모레면 11월인데..

진만 : 누가 올해 하래? 내년 봄에 약혼하고, 다다도 살림 좀 배우고.. 내년 이 맘때즘 하면 딱 좋겠다 싶은데..

재인 : 내년이요? 그때까지는 못 기다립니다.

진만 : 그럼 관두던지.

서현 : 아버지.. 내년 가을은 좀 심한데요. 올 가을에 약혼하고, 내년 봄에 보내요.

재인 : 봄? (서현이한테 인상한번 쓰고) 저희는 지금 하고 싶습니다.

진만 : 아니 무슨 결혼이 번갯불에 콩볶아 먹는 거야. 말 꺼내자마자 식을 치루게. 내년 가을에 해.

재인 : 올 가을에 하겠습니다.

진만 : 그럼 혼자 살게나. 날은 여자네 집에서 받는 거야.

재인 : 그래도 그건 곤란합니다.

진만 : 곤란하면 지금이라도 관둬. 아님 내년 가을에 하던지. 둘중 하나야.

재인 : 아버님.


재인 인상쓰지만 진만 끄덕도 안하고, 서현 웃음 삼키는데.



#29. 차안 (밤)


태하 운전하고 오면 현진 잠 들어 있는.

그런 현진 바라보며 태하 희미하게 미소 짓고. 차 달려가는.



#30. 재인 사무실


재인 : 미치겠네.

형준 : 왜? 아직도 허락 안하셔?

재인 : 아니, 허락은 하셨어.

형준 : 근데?

재인 : 날짜가 문제야. 내년 가을에나 식 올리랜다.

형준 : 내년 가을.. 야, 그건 좀 길다. 약혼기간을 무슨 일년씩이나 잡으신대냐..

         너 마음에 안들어서 일부러 그러시는 거 아니야?

재인 : 맞아. 그거야. 이러다 헤어져라. 뭐 이런 말씀 같으셔.

형준 : 그쪽 어른들이 그렇게 나오면 할 수 없지. 얌전히 기다렸다.. 내년 봄쯤으로 날자를 조정해.

재인 : 싫어. 내년 봄까지 어떻게 기다려?

형준 : 왜 갑자기 이렇게 급해진건데.. 봄이라고 해봤자 몇 개월 안남았어.

재인 : 급하긴.. 한번 마음을 먹었으면 얼른 결론을 내야지. 무슨 좋은 방법 없을까?

형준 : 어른들이 그렇게 강경하신데 무슨 방법이 있어.. 그렇다고 다현씨가 순순히 협조할 일도 아니고.

재인 : 무슨 협조?

형준 : 속도위반. (씩 웃으면서) 그럼 부모님들도 손 드실 거 아니야?


재인도 같이 웃지만, 바로 인상쓰고.


재인 : 불가능해. 그건 날짜 조정하는 거 보다 더 어려워. 다현이 설득하는 것보다 부모님 설득하는게 더 빠를 걸.

         야, 그거 말고 좀 건전한 방법 없어?

형준 : 그럼 회장님이지. 아무리 날은 여자네 집에서 잡아도.. 남자네 집 사정도 고려 해야 하잖아.

         뭐 회장님이 순순히 니 부탁을 들어 주실지는 모르지만.


형준 말에 재인 손가락 탁 튀기면.


재인 : 아, 맞다. 할아버지. 할아버지가 계셨지.



#31. 규철거실


규철 : 결혼을 하려면 니 힘으로 해야지. 왜 나한테 손을 벌려?

재인 : 그럼 손주가 결혼을 하는데 가만히 계실거에요?

규철 : 가만히 안 있으면? 싫다는 너한테 다현이 소개시켜준 사람은 나야. 그걸로 됐지. 거기다 또 뭘 바래?

동석 : 회장님.. 이번 일은 회장님이 나서야 해결될 일 같습니다.

규철 : 난 해줄만큼 했어.

재인 : 처음에 일을 벌이신 분도 할아버지니까 끝까지 밀어주셔야지요.

규철 : 공짜로 말이냐?


동석 웃음 짓고. 재인은 당당한.


재인 : 공짜 아닙니다. 할아버지도 손해 보는 일 아니에요.

규철 : 니가 결혼하는데 내가 얻는게 뭐야?

재인 : 증손자 안보고 싶으세요?

규철 : 뭐? 증손? (증손이라는 말에 규철 얼굴 표정 변하고)

재인 : 네. 증손주 말입니다. 할아버지도 아시다시피 저, 이씨 집안 외아들이에요.

         제가 결혼을 안하면 증손이고 뭐고 없습니다. 이번 일 안도와 주시면 저, 앞으로 10년 동안은 결혼 할 생각 없습니다.

         그 집 어른들, 아마 십년은 더 다현이 데리고 있을 테니까.. 그럼 아마 할아버지가 더 곤란하실 걸요.


재인 협박 비슷한 말에 동석은 웃음 삼키고, 규철은 표정 변하는데.



#32. 다현집


미정 : 상견례?

다현 : 네. 재인씨네 집에서 한번 뵙으면 하는데요.

진만 : 무슨 상견례를 벌써 해. 결혼하려면 아직도 멀었구만. 내년에 날자 잡기 전에 한번 뵙는다고 해.

재인 : 상견례는 양집안끼리 협의해서 한다고 들었습니다. 저희 집에서는 이번주에 뵙으면 합니다.

미정 : 이번주? 그렇게 빨리?

서현 : 아버지. 재인이 말도 일리가 있어요. 결혼 얘기 나왔는데 그래도 어른들이 인사를 해야지요.


진만 마땅치 않지만 꾹 참고. 재인 한번 노려보는.

재인 득의의 미소 감추고.



#33. 다현 안방


미정 : 아니, 당신은 왜그래요?

진만 : 내가 뭘?

미정 : 어디 음식점도 아니고 상견례를 왜 우리집에서 해요?

진만 : 괜히 요란한데서 해서 소문나는 것 보다 우리 집이 훨씬 낫지.

미정 : 그럼 그 집에서 하면 되잖아요?

진만 : 지난번에 그 어른 보고도 몰라? 내 집에 불러놓고 얘기를 해도 편안한 어르신 아닌데.

         남의 집에 가서 우리가 할말 다 할 수 있어. 안그래도 딸가진 집은 괜히 손해보는데..

미정 : 그거야 그렇지만 집이 이래서 그 손님들을 어떻게 맞아요? 누가 올지 모르는데.. 비좁고, 수리한지도 한참됐고..

         이럴 줄 알았으면, 올 봄에 수리라도 싹 할 걸 그랬어요.

진만 : 아니, 우리 집이 어때서 그래. 이만하면 번듯하지.

미정 : 그래도 재벌이 사는 집이랑 같아요?

진만 : 어참. 이 사람이. 그럼 뭐가 틀리나. 당신 지금 비 새는 집에서 살아, 아니면 겨울에 얼어죽어.

         그 쪽 집이야 우리집 보다 평수야 좀 넓겠지만 그거 말고 뭐가 달라.

미정 : 어떻게 평수만 넓어요? 해놓고 사는 것도 그렇고, 여기보다는 번쩍번쩍 하겠지요.

진만 : 그럼 청소나 해. 번쩍번쩍하게.

미정 : 그런 말이 아니잖아요. 그 집은 얼마나 대단하겠어요. 거기다 비하면, 형편없을 텐데..


라고 말 떨어지기 전에 진만 벌컥하고 화내는.


진만 : 형편없다니.. 이 사람이 정말, 당신, 우리가 이 집을 어떻게 장만했는지 벌써 다 잊었어?

         마루 하나, 문짝 하나 쓸고 닦아서 우리 손 안간대가 없어. 여기서 우리 애들을 얼마나 반듯하게 키웠는데..

         아니 우리 집이 뭐가 어떻다구 불만이야.

미정 : 불만이 아니라.. 그래도 사돈 되실 분이 온다잖아요.

진만 : 어차피 그 집 어른은 우리집 다 보고 갔는데 뭐가 걱정이야. 이만하면 다 괜찮은 거니까. 자꾸 궁시렁대지 좀 마.



#34. 재인 거실


선희 재인 앉혀놓고, 두 사람 이야기 하는.


선희 : 그럼 정말 결혼하는거야?

재인 : 네. 어머니. 저 마음 굳혔어요. 그러니까 준비해주세요.

선희 : 결혼이.. 생각하는 거처럼 쉬운게 아니야. 너도 알고 시작하는 거지?

재인 : 네. 어머니 고생하시는 거 옆에서 내내 봤어요. 그래도.. 다현이만 옆에 있으면 잘 할 수 있을 거 같아요.


재인 진심이니까. 선희도 진심이고.


선희 : 재인아.. 너, 나 고생한거 알고 있다구 그랬지? 그 아가씨.. 저번에 만났을 때, 내가 힘든 얘기 했어.

         우리 집 살림 만만치 않을 거고, 너랑 사는 거 쉽지 않을 거라고.

재인 : 어머니.. 혹시 반대하시는 거에요. (반대하시나 싶어 걱정스럽고)

선희 : 반대하는 게 아니야. 그 아가씨.. 다현이 시집을 오는 거야. 내가 아무리 잘해줘도 난 시어머니야.

         또, 지금 할아버지가 이뻐하신다고 그래도, 그래도 어려운 시어른이고.

재인 : 다현이 잘할 거에요. 걱정마세요.

선희 : 잘하겠지. 하지만, 그건 니가 잘해줘야 잘할 수 있는 거야.

재인 : ....

선희 : 여자한테 결혼이 얼마나 힘든 건지 알아? 남자는 그저 달랑 새 사람 하나 생기는 거지만, 여자는 안그래.

         집 떠나서, 아무도 없는 데 혼자 들어오는 거야. 아는 사람도 없고, 그동안 살던 집하고도 틀리고.. 먹는거, 입는 거,

         자는거까지 다 다른데.. 자기 편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곳에 너 하나 믿고 오는 거야. 내 말 무슨 뜻인지 알아들어?

재인 : 네. 어머니.

선희 : 나, 니네 아버지 옆에 없었으면 정말 힘들어서 죽어도 열 두번도 더 죽었어. 반대하시는 할아버지 참아내기도 어려웠고,

         니 고모도 만만치 않았고.. 돌아가신 어머니도 할아버지 눈치보느라 아무것도 못해주셨어.

         그래도.. 내가 니들 낳고, 이만하면.. 행복하다 싶을 수 있었던 건, 다 니네 아버지 때문이야.

         니네 아버지.. 표는 안내도 무슨 일이 있어도 나 믿어주고, 내 편인 사람이었어.


두 사람 옛날 생각에 감회 새롭고. 눈 마주치면, 선희 다시 입여는.


선희 : 지금, 다현이도 나하고 똑같아. 여기 누가 아는 사람이 있다고 시집 올 생각을 하겠어?

         다 너 하나 믿고 사는 거야. 그러니까, 니가 잘해.

재인 : 네. 어머니, 잘할게요. 걱정마세요. 다현이한테도 잘하고 또 어머니한테도 잘할게요.



#35. 다현 식당


밥 먹으면서 미정 또 걱정인데.


미정 : 여보, 그날 음식은 뭘 준비해요?

진만 : 그걸 나한테 물어보면 어떡해? 음식은 당신이 알아서 해야지.

미정 : 아니.. 그 사람들은 뭘 먹고 사는지 물어봤어야 준비를 해도 할 거 아니에요.

진만 : 하루 세끼 밥 먹고 살겠지. 뭐 이상한거 먹겠어. 그냥 밥 하고 국 해. 우리 먹는대로.

미정 : 그게 그런게 아니잖아요. 괜히 까딱 잘못해서 흠이라도 잡혀봐요. 우리 다다 내내 무시당하고 살아야 할 텐데.

진만 : 누가 무시를 해. 그런 집안이면 시집 안보내면 되지.

미정 : 상견례를 하면서 어떻게 시집을 안보내요?

진만 : 상견례한다고 다 결혼시켜. 가만 있어봐. 내년 가을쯤 날 잡게 되면.. 뭐 그때는 뭘 알아도 알고 결혼하겠지.

미정 : 먹는 건 그렇다치고.. 여보 저기 쇼파라도 좀 바꿀까요. 아님, 도배라도 싹 할까?

진만 : 아니.. 멀쩡한 쇼파는 왜 바꿔? 그리고 도배가 얼마나 손이 가는 일인데 지금 그걸 하재.

미정 : 그럼 어떡해요? 그냥 이대로 그 집 손님을 맞아요?

진만 : 괜히 일 만들지마. 사람 사는 집에 사람이 오는데 뭘 그렇게 요란을 떨어. 그런 쓸데없는 생각하지 말고

         우리 다현이 어떻게 하면, 좀 편하게 시집보낼까 그 궁리나 해.



#36. 병원


현진 : 어머니가 긴장하셨어요.

서현 : 그러게 말이다. 집안에 처음 혼사라 아주 정신이 없으신 가보다.

현진 : 다다가 정말 결혼을 하긴 하나봐요.

서현 : 그렇게 쉽게는 안될 것 같아. 아버지가 절대 올해는 안보낸다고 결심하셨으니까.

현진 : 재인씨가 힘들겠네요.

서현 : 너.. 아무 일 없지?

현진 : 예?

서현 : 그 친구 신세 진게 있긴 하지만 내동생들이랑 바꿀 만큼은 아니야.

현진 : 오빠..

서현 : 외박은 하지마라. 아무리 좋아도.. 남녀간에 한밤중까지 같이 있다보면.. 위험해.

현진 : 위험한 사람 아니에요.

서현 : 후.. 내 동생들은 왜 이렇게 하나같이 전부 순진하냐. 위험하지 않은 남자는 하나도 없어.

         그러니까 아무도 믿지마. 알았어.


서현 진지하게 얘기하면 현진 희미하게 미소짓고.


현진 : 네.



#37. 다현 거실


미정 : 주니 너 니네 방 청소했어?

준현 : 엄마, 그 할아버지, 누나 보시러 오는 거야. 내 방을 구경하러 오시는게 아니라.

미정 : 그래도 혹시 모르잖아. 깨끗이 청소해. 먼지 하나 없이. (혼잣말 하는) 아이참.. 쇼파를 바꿨어야 했는데..

         (그러다 뭐 생각나서) 아.. 그릇도 좀 빌려올 걸 그랬나. 짝이 맞는게 있어야지.

진만 : 그냥 대충해요. 그냥 밥 한끼 먹고 차한잔 마시는 건데.

미정 : 그래도 그런게 아니에요. 대충하고 대충 보여주면 나중에 두고두고 흠이 대요.

         (주방 들어가면서) 현진아, 국은 뭐 할까? 과일 좀 더 사놔야 하지 않니? 안 모자랄까.



#38. 주방


현진 : 저 정도면 됐어요. 재인씨네 가족 오붓하다고 했으니까, 그렇게 많이 준비하지 않아도 될 거에요.

미정 : 그럼 다행이고, 식구라도 적어서 그나마 다행이지.. 안그래도 홀시어머니 층층시한데.. 챙겨야 할 시댁식구까지 많으면

         더 고생일거야. 현진아, 너무 복잡한 집안은 안된다.. 그저 평범하고 사람 좋은 집안이 최고야. 알았어.

현진 : 네. 어머니.

미정 : 누가 누가 올래나. 몇 명이나 오는지 알 수가 있어야지, 준비를 하던지 하지.

현진 : 상은 어디다 차릴까요?

미정 : 거실에 쇼파 치워야지. 아이참.. 집이 조금만 더 넓으면 얼마나 좋아.


현진 미소짓고.



#39. 재인집


선희도 옷챙겨 입는. 재인 기다리고 있는.


선희 : 재인아. 괜찮니? 안 요란해?

재인 : 괜찮으세요. 아주 이뻐요.

선희 : 아이구.. 빈 말은..


선희 살짝 눈 흘기지만 그래도 좋고.


선희 : 너 정말 안갈거야?

재영 : 안돼. 오늘 형준오빠 병원 간단 말이야. 내가 따라가야 해.

재인 : 형준이 병원가는데 왜 니가 따라가?

재영 : 오빤 친구면서 어떻게 그렇게 섭섭하게 말을 하냐. 그럼 운전도 못하는 사람 병원을 혼자 보내?

재인 : 그래도.. (니가 거길 왜가 하고 말하려면 선희 참견하는)

선희 : 그래, 그래.. 안그래도 니 고모네까지 간다고 해서 정신없는데 넌 빠져.


규철 정장 입고, 서재에서 나오면서.


규철 : 에미야. 가자. 이제.



#40. 다현 거실


다현 방에서 나오면. 준현 바라보고.


준현 : 어.. 누나 정말 시집가나 보네. 오늘 이쁜데.

다현 : 너 도서관 안가도 돼? 수능, 내일 모레잖아.

준현 : 할만큼 했어. 하루쯤 집에서 밥먹는다고 큰일 안나. (그러다가 씩하고 웃는) 난 누나같지 않고 안덜렁대서 걱정 없어.

다현 : 누가 덜렁댄다고 그래?

준현 : 사실 말이지. 그 아저씨가 누나 이렇게 덜렁대는 거 보면 물리자고 할걸.

다현 : 김준현. 너.

진만 : 주니, 너.. 누나한테 반말 막쓰지마.

준현 : 예? 그럼 새삼스럽게 존대말 써요. 누난데..

진만 : 딱히 존댓말 쓰라는게 아니라.. 아무튼 조심해서 말해.

준현 : 왜요. 갑자기?

진만 : 왜는.. 집에서 귀히 여겨야 밖에서도 귀이 여기는 거야. 니가 우습게 알면 그 집 식구들도 니 누나 우습게 알아.

         너 누나가 그런 대접 받게 하고 싶어?

준현 : 에이, 누가 누날 우습게 알아요.

미정 : 그건 아버지 말씀이 옳아. 이제부터라도 니 누나한테 좋은 얘기만 해.

준현 : 좋은 얘기 하는 건 어렵지 않은데.. 그렇다고 쑥스럽게 누님누님 할 수도 없고.. 누님! (다현 픽하고 웃으면)

진만 : 장난치치 말고, 뭐 사돈 될 분들이니까 어렵긴 하지만, 그렇다고 너무 긴장하지 말고.

         평상시보다 예의를 좀 지키면 되는 거야. 손님이니까. 다들 알았지.


가족들 고개 끄덕이는데 벨소리 나고, 가족들 긴장하는 눈친데.



#41. 다현 거실


규철 :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가족들 계속 들어오면, 진만, 미정 눈 커지는.


규철 : 저희 가족이 이게 전붑니다. 워낙 단촐해놔서.. 오는 김에 다 데리고 왔습니다.


수영 둘러보는. 미정 어쩐지 수영 부담스럽고.


진만 : 아.. 예.. 어서오세요.

미정 : 아유, 다 들어오실때나 있을까 모르겠네요. 이거 집이 누추해서.

규철 : 몇 명 안됩니다. 이만하면 충분합니다.

미정 : 그래도.. 아무래도 집이.. 좁아서 불편들 하실지 모르는데..

수영 : 좀 불편은 하네요. 좁긴 좁아요. 그치요? 여보.

혁주 : 여보.

규철 : 흠.. 조용히 안해.


규철 타박에 수영 입 삐죽이면.

진만 그냥 웃으면서. (기분은 좋지 않지만)


진만 : 뭐 저희 사는데는 별로 안 불편합니다. 그냥 오붓하지요.

미정 : 그럼요. 어차피 밤에 자는 방은 하난데요. 뭘. 집 넓다고 방마다 돌아다니며 자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밥 먹을 때 여기저기 밥공기 들고 다니면서 먹는 것도 아니고, 저희는 괜찮습니다.

진만 : 여보.


수영이랑 미정 눈 마주치고.

(화면 바뀌고) 상견례하는 분위기고.

계속 차랑, 과일이랑 들어갔다 나갔다 하는. (현진이가 서빙하는)


진만 : 저희는 내년 가을쯤 생각하고 있습니다. 우리 애가 많이 부족해요.

         이것저것 살림하는 것도 좀 가르치고 그래서 보내겠습니다.

규철 : 살림 시키려고 데려가는 거 아닙니다. 좀 부족하면 어떻습니까. 와서 배우면 되지.

진만 : 그래도.. 딸가진 부모 입장에서는 안 그렇습니다. 두 사람한테도 얘기했지만 내년 봄쯤 약혼시키고

         가을에나 한번 생각해 보겠습니다.


재인 인상쓰고 할아버지 바라보는.


규철 : 아무래도.. 그건 좀.. 그때까지 제가 살지 안살지도 모르는데..

혁주 : 아버님..

서현 : 어디 편찮으세요? (의사니까, 조심스럽게 살피면서 물어보는)

규철 : 제 나이가 칠십을 훌쩍 넘어선지 아주 옛날입니다. 언제 죽을지 누가 알겠습니까.


가족들 잠시 침묵하고, 조금 곤란한.


규철 : 그래서.. 나 죽기전에 증손 한번 안아보고 죽는게 소원입니다. 아시다시피 아들이라고는 하나 밖에 없는데..

         이 녀석 애비.. 젊은 나이에 일찍 가고.. 재인이 서른이 넘도록 이러고 있고.. 이러다 우리 집 대 끊긴다 생각 하면

         밤에 잠이 다 안옵니다.


규철 동정 모드에 가족들 당황하는데.. 진만 할 수 없이 양보해서.


진만 : .. 그럼 봄에 약혼하고 여름에 보내지요.

규철 : 이왕 시킬거 뭐하러 내년 여름까지 기다립니까. 더워 죽겠는데. 그냥 올해안에 날 잡읍시다.


올해라는 얘기에 다현 놀라서 캑캑거리면, 재인 얼른 등쳐주는.. 괜찮아. 다현 고개 끄덕이고..

두사람 상관없이 얘기 진행되는.


진만 : 아이구 어르신.. 벌써 11월입니다. 올해라고 해봤자 두달도 안남았어요.

규철 : 그러니까, 얼른 하면 되지요. 어차피 결혼할 애들, 괜히 나이만 더 먹는겁니다.

혁주 : 아버님.. 너무 급하십니다. 이집 어른들 사정도 생각해야하고..

규철 : 급하긴 뭐가.. 이왕 이렇게 된거 하루라도 빨리 날자를 잡았으면 합니다.



#42. 다현주방


가족들 차 마시는데, 현진은 과일 깍고.


선희 : 저희가 이렇게 한꺼번에 인사드려서 정신이 없으시지요.

미정 : 아니에요.. 실은 가족분들이 얼마나 오실지 몰라서 저희가 미처 준비를 못했어요.

수영 : 그럼 이걸 혼자 준비하셨어요? 사람을 써야지요. 뭐하러, 고생을 사서 해요?

미정 : 네? 아니.. 그게.. 집안에 여자가 몇인데.. 우리끼리도 충분합니다.

수영 : 그런게 아니지요. 사람쓰면 간단할 일을 가지고.. 전문가가 나서서 하면 일도 깔끔하고 얼마나 편한데요.

         집도 좁은데 여기서 뭘 만들어요? 정신없이.

선희 : 고모(살짝 타박하지만, 수영 아랑곳 없고)

미정 : 뭐 음식이 마음에 안드시는 거 있으세요? (조심스럽기는 해도, 삐딱한..)

수영 : 네?

미정 : 저희는 저희 입맛에 맞춰서 했는데, 어디 불편하셨나 싶어서요.

선희 : 아니에요. 아주 맛있게 잘 먹었어요.

미정 : 우리 집 식구들은 남이 해주는 음식보다, 좀 부족해도, 제가 해주는 걸 좋아 해서요.

         다른 건 몰라도 먹는 건 사람 손 안 빌려요. 손맛도 틀리고, 입맛도 안맞고..

수영 : 그러니까, 수준있는 사람들을 부르면 되지요. 요새 괜찮은 요리사 얼마나 많은데.. 출장 뷔페도 있고.

선희 : 고모, 그건 아버님도 싫어하시잖아요.


미정 수영 살짝 흘겨보다가.


수영 : 그거야 아버지가 이상한 거지요. 몇푼 아끼느라.

미정 : 원래, 좀 입맛 챙기시는 분들이 집에서 하는 음식들을 좋아하세요. 나가서 비싼 돈 주고 사와봤자

         그게 어디 사람 정성 들어간거 만 하나요. (미정 수영 때문에 열받아서, 슬쩍 비아냥 거리는)

선희 : 그럼요. 여유만 되고, 솜씨만 있으면 집에서 하면 그게 최고지요. 전 영 아니라서..

         (분위기 바꾸느라) 죄송합니다. 아버님이 하도 서두르셔서.. 찾아뵙긴 하는데.. 뭘 준비해야할지.. 혼사도 처음이고.

미정 : 저희도, 우리 다현이가 처음이에요. 지 오빠도 밀치고 저렇게 먼저 가겠다고 나설 지는 몰랐어요.

         큰 애는 공부하느라 좀 늦거든요.

수영 : 그럼, 아드님도 의사고 따님도 의사신거에요?


미정 수영 마음에 안드니까, 조금 허영 섞인 어조고.


미정 : 네. 둘다, 고생 한번 안시키고 의대에 딱 붙었어요. 지금도 다들 잘하고 있고.

수영 : 어디 병원에 있어요. (현진한테 물어보는)

현진 : 네? 학교 병원이에요. 아직 인턴이라..


수영 학교 하며, 아하는 얼굴이고.


수영 : 집안들이 그래도 머리는 좋으신 가봐요.


미정 머리는 이라는 말에 또 열받아서.


미정 : 얘들이 머리도 좋고, 어디 나가면 인물들도 다 이쁘다는 소리 들어요.

수영 : 근데.. 26살이라고 했지요. 따님들이 쌍둥이에요. 왜 나이가 똑같아요?

미정 : 음.. 그게..


미정이랑 현진이 뭐라고 말할까 당황스러운데.


서현 : 어머니, 저쪽에 과일 좀 더 주세요.

미정 : 왜, 니가 심부름을 해, 다현이 뭐하고?

서현 : 누가 하면 어때요? 다현이, 어른들 틈에서 꼼짝도 못하고 있어요. 오늘 주인공 이잖아요.

미정 : 현진아, 니가 과일 좀 내갈래?

현진 : 네 어머니, 제가 할게요. (어머니는) 말씀하세요. 이거 내가면 되지요?


미정 고개 끄덕이면, 현진 조신하게 내가고,

그런 현진 바라보며 수영 괜찮다 싶은.



#43. 다현거실


진만 : 어르신.. 그래도 올해는 아무래도.. (곤란합니다.)

규철 : 저, 정말 얼마 안남았습니다. 애들 결혼하는 건 보고 죽어야 눈이 감길 것 같습니다.


진만 당혹스럽고.


규철 : 내가 손주도 품에 못안고 죽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 (가족들 할 말 없으면 규철 얼른 재인이랑 다현 향해서)


현진 과일 내가면, 태하랑 눈 마주치고, 서로 시선을 감추지만, 그래도 행복하고.


진만 : 그래도 어떻게.

규철 : 사람 일이라는 게 하면 다 되는 겁니다. 못하는게 어딨습니까? 아, 지금 당장이라도 날짜 잡고, 오늘하면 못합니까.

진만 : 예? 오늘이요. 어르신.. 아무리 급해도..

규철 : 양가 가족들 다 모였겠다. 이왕 말 나온 김에 오늘 약혼 해버리고, 이달이나 다음달에 결혼날짜 잡읍시다.


진만 기가 막혀서 더 말 못하고, 재인 기분 좋은데.


혁주 : 아버님.. 너무 서두르세요.

규철 : 서두르긴, 쇠뿔도 단숨에 뽑으라고 했는데.. 재인아, 다들 나오시라고 하고.. 태하야, 아까 그 케익 좀 내와.

         이왕 한김에 얼른 해버리자. 혹시 카메라 없습니까? 그래도 명색이 약혼식인데 사진은 남겨야지요.

진만 : 서현아(니가 좀 어떻게 해보라는)

서현 : 저기, 어르신, 오늘은 아무래도 저희쪽에서 준비가 덜 됐습니다.

규철 : 젊은 친구가 왜 그렇게 빡빡하신가, 꼭 장소랑 절차가 그렇게 중요한가.

         지들 좋대고 어른들 모였을 때 약속하면 약혼이지, 약혼이 별건가. 태하 뭐하냐. 빨리 준비 안하고.


서현도 더 할 말 없는데.



#44. 다현주방


태하 얘기에 다들 놀라는.


태하 : 지금 약혼식 하신다고 다들 나오시랍니다.

미정 : 약혼식이요? (서현에게 말하는) 무슨 소리야. 지금 그걸 어떻게 해?

서현 : 저도 모르겠어요. 어르신이 워낙 서두르셔서. 일단 나오세요. 어머니.

선희 : 태하야, 이게 무슨 일이야?

태하 : 할아버지가 오늘 그냥 이걸로 약혼식을 하자. 뭐 이러시네요.

수영 : 아니, 그래도 절차가 있는건데 무슨 약혼식을 여기서 해.

태하 : 할아버지 말씀이에요. (곧 법이다 뭐 이런 뉘앙스고)

선희 : 아니, 아가씨, 아가씨가 말씀 좀 해주세요. 지금 약혼식을 어떻게 해요? 아무것도 준비한 게 없는데.

수영 : 아버지 고집을 누가 꺽어요. 이거야, 원.. 아무리 대충해도 몇 달은 걸리는 일을..


하는데 에미는 뭐하냐 안나오고. 하는 소리 들리고.

두사람 약간 기가 막힌 얼굴이지만 서둘러 나가고.

태하랑, 현진이 남는.


현진 : 안나가도 돼요?

태하 : 저기 사람들 꽉 찼어요.


현진 나가려고 하면, 태하 손목 붙들어 세우고.


태하 : 잠깐만요. 잠깐만 있다가요. 준비들 하려면 한참 걸릴 거에요.

현진 : ....

태하 : 나, 현진씨 때문에 여기 온거에요. 알아요?


현진 고개 끄덕이는. 태하 미소짓는.

두사람 얼굴 마주보고 잠시라도 행복한.



#45. 다현 거실


진만 : 어르신, 그래도 약혼을 하려면 장소도 따로 잡아야 하고, 두 사람 의견도 확실히 한번 더 물어봐야 하고..

수영 : 예물도 준비해야지요. 어떻게 덜렁 약혼식을 해요.

규철 : 장소야 여기서 하면 되고.. 지들 생각이야 지금 물어보면 되지요. 재인이, 너.. 다현이랑 결혼할거냐?

재인 : 네. 할아버지. 전, 지금 하라고 하시면 지금이라도 합니다.

다현 : 재인씨! (하고 살짝 타박하지만, 규철은 상관없이 흐뭇하고)

규철 : 그럼, 빨리 해야지. (눈치보면서 과장스럽게 웃으며) 니 할애비 언제 죽을지도 모른다. 그럼 재인이는 됐고.

         다현이, 넌 우리 재인이 어떻게 생각하나?


가족들 시선 전부 다현 향하고 있고,

미정 다현 향해 아니라고 고개 젓는데 재인 얼른 다현 향해 인상 쓰는.


다현 : 할아버지.. 저..

규철 : 싫다, 좋다. 그것만 얘기해. 복잡하게 생각할 거 없어.

다현 : 저기.. 너무 빠른 거..


다현이가 다른 말 할 것 같은데 재인 얼른 다현 어깨위에 손 올리고.


재인 : 저희끼리는 이미 얘기 다했어요. 예물도 필요없어요.

선희 : 재인아. (얼른 미정 표정 보면서 타박하지만 재인 아랑곳 하지 않고)

재인 : 저희끼리 벌써 반지 주고 받았습니다. 그거면 되요. 다른 거 필요없어요.


가족들 다 커플링 바라보고, 다현 곤혹스러운.


다현 : 재인씨, 이거야 커플링.. (이잖아요.)

규철 : 그럼 다 됐네. 이 댁 따님이 우리 손자가 준 반지 끼고 있으면 마음은 더 안물어 봐도 되겠네요.

         자.. 그럼 예물 교환도 했고. 이제 케익만 자르면 되겠네. 태하 뭐하냐? 촛불 켜라. 사돈 총각, 사진 찍고,

         참, 태하야 한복 챙겨왔지. 얼른 내와라.

태하 : (부엌에서 몰래 손잡고 있던 태하 놀래서) 예, 할아버지. (뛰어나가고)

진만 : 아니 한복까지.


얼떨결에 케익에 불켜지고, 촛불끄고, 두사람 사진 찍는.































첨부파일 1프로의 어떤것 18회.t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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