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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대본

[1%의 어떤것] 23

작성자수다쟁이|작성시간12.03.30|조회수743 목록 댓글 0

[1%의 어떤것] 23











#1. 재인 거실


재영 꽃 한아름 안고 들어오는.


형준 : 뭐야, 이거 그 남자가 사준거야.

재영 : 응? 이쁘지?

형준 : 생각보다, 그 남자 선수네. 생긴 건 멀쩡하게 생겨가지고.. 꽃에다 특별한 의미 두지 마. 그거 작업용이니까.

재영 : 사랑을 아는 거지. 선수가 아니라. 그리고 어떻게 오빠 입에서 그런 소리가 나오냐? 맨날 꽃들고 다니던 남자가 누군데...

형준 : 그러니까 하는 얘기지. 니가 순진해서 잘 모르는데 이런 남자 위험해.

재영 : 세상에 꽃 사주는 남자가 위험하다는 얘기 또 처음이네. 그리고 오빠도 하나 모르는 게 있는데 나 별로 안 순진해.

형준 : 뭐? 그 남자가 무슨 짓 한거야? 너 괜찮아?

재영 : 서현씨가 무슨 짓을 해. 무슨 짓은 오빠가 했잖아.

형준 : 내가 뭘 어떡했는데.

재영 : 몰라서 물어. 간접 흡연 만큼이나, 간접 연애도 나빠. 오빠 옆에서 보고 배운 것만으로도 난, 남자에 대해서 선수야.

         그러니까, 걱정하지 마. 알았어.



#2. 재인 회의실


서류 탁 내려놓고 정리하는.


재인 :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하고 내일이랑 모레 마무리 집시다.

이부장 : 아이구... 이러다, 올해 끝나기 전에 우리 다 죽겠습니다.

재인 : 죽기전에 이벤트건이랑 내년도 프로그램은 넘겨놓고 죽어요.

인규 : 너무하십니다. 실장님... 그거 다하려면 이틀 가지고는 어림도 없어요.

창수 : 내일 주말인데... 12월은 토요일이랑 일요일 없었으면 좋겠어요.

유경 : 어차피 일하는 거, 우린 괜찮은데 실장님이 문제에요.

재인 : 왜 내가 문제에요?

유경 : 세상에... 그것도 모르세요. 실장님은 신혼이시잖아요. 여기서 이러고 있을 시간이 아니라,

         일분이라도 빨리 집에 갈 생각을 하셔야지요.

재인 : 신혼이라고 일 놔두고 도망갑니까?

인규 : 안그러시면, 사모님이 도망가실걸요?

유경 : 그럼요. 저 같으면 가만 안 있어요.

재인 : 가만 안있으면요? 결혼하면 창수씨도 매일 늦을텐데...

유경 : 설마 실장님 같을까... 실장님은 전혀 집안일은 생각 안하시잖아요. 사모님도 시집살이에 맞벌이하는데...

         하여튼 그렇게 나몰라라 하면 전 도망가요. 알았어.

창수 : 어.


창수 얼른 고개 끄덕이는.



#3. 재인 거실


재인 올라가는데, 선희 나오는.


재인 : 어머니, 여태 안 주무셨어요?


올라가는 재인 붙들고 선희 야단치는.


선희 : 너... 아주 못됐어. 그거 알아?

재인 : ...

선희 : 결혼하기 전에 일렀지. 다현이 너하나 믿고 우리집에 온다고. 아무리 바빠도 이건 너무 심해.

         쟤, 혼자 여기서 누구보고 집에 들어와. 다현이 학교다니면서 이집 살림하고... 남편은 나몰라라 하고...

         내가 이렇게 무심한 아들 낳은 거야.

재인 : 죄송합니다.

선희 : 나한테 죄송할 게 아니라... 다현이한테 잘해. 정말 저러다 너 싫다고 도망가도 못 말리겠어.

재인 : 어머니...

선희 : 정말이야. 재영이 너 같은 남편 만나면 어쩔까 싶다.



#4. 다현 방


재인 들어오면, 다현 의자위에서 엎드려 잠들어있고.

재인 조금 미안하고. 번쩍 들어서 침대에 올려놓고. 밤 지나가고.



#5. 학교앞


다현 휴대폰 받고 있는.


다현 : 왠 일이에요?

재인 : 어디야?

다현 : 학교 앞. 이제 집에 가는 길이에요. 뭐에요, 또 늦는다고 전화하는 거에요.

재인 : 오늘은 일찍 들어갈게.

다현 : 절대 안돼요. 또 새벽 두시에 들어오고, 일찍 들어왔다고 그럴려고 그러지요. 차라리 그냥 늦게 들어와요.


재인 톡톡 어깨치고.


재인 : 심하다. 결혼한지 두달밖에 안된 새색시가 신랑보고 늦게 들어오라고 그러고.

다현 : 재인씨! 왠 일이에요? 바쁘잖아요.

재인 : 맞아. 바빠. 점심시간에 잠깐 틈 냈어. 가자.



#6. 계약서 쓴 커피숍


재인 : 지금은 나 믿어?

다현 : ?

재인 : 그날, 나 못믿어서, 계약서 쓰자고 한 거 아니야. 지금와서 하는 얘긴데... 이재인 못 믿겠다고 계약서 쓰자고 한 사람

         당신 하나야.

다현 : 그럼 재인씨는 나 믿었어요?

재인 : 아니. 그렇게 또박또박 말대꾸하는 선생님을 누가 믿어?

다현 : 고집도 세고 의심도 많은 재벌 3세는 믿을 만하구요.


두사람 서로 바라보고 픽웃는.


재인 : 우리 둘다, 계약 위반인 거 알아?

다현 : 그러게요. 결혼은 절대 안하기로 했는데... 그럼 도로 물릴까요?

재인 : 이미, 동네방네 소문 다 난 일을 어떻게 물려. 계약서를 새로 써야지.

다현 : 뭐라구요? 양다리 걸치기 없기. 딴 짓 하기 없기.


다현 얘기하면, 재인 말 받아서.


재인 : 내숭 떨며 뒤통수 치기 없기.


두 사람 웃고.


재인 : 그런거 말고, 한 오십년쯤 진지하게 연애하기, 이런거 어때?

다현 : 그럼 50년 뒤에는 다른 할아버지 만나도 돼요?

재인 : 절대 안돼. 양다리 걸치기 없다니까.


다현 웃고.

(화면 바뀌고)

재인 음식 남아있는데, 다현 열심히 먹는. 거의 접시 비어있고.


재인 : 정말 잘 먹는다. 남들 보면 그동안 우리 집에서 당신, 굶긴 줄 알겠다.

다현 : 어... 먹다 보니까 접시를 초토화시켰네.


다현 민망한, 재인 웃고마는.


재인 : 내거 더 줘?


다현 고개 흔들지만, 재인 자기거 덜어주는.


재인 : 점심 굶은 거야? 숨도 안쉬고 먹게.

다현 : 어.. 아니요. 배고팠나봐요.

재인 : 뭐하러 배고플 때까지 있어. 배고프면 뭐든 알아서 챙겨 먹어야지.

         삼겹살만 잘 먹는 줄 알았더니... 천천히 먹어. 물마시면서.


물 건네주면서 걱정스럽고.



#7. 태하 거실


혁주 : 왜 마음을 바꾸었어요? 그렇게 기를 쓰고 반대하더니.

수영 : 그럼 어떡해요. 내 아들이 좋다는데...

혁주 : 아들이 좋다고 무조건 좋다고 하는 사람 아니잖아요. 난 당신 끝까지 반대할 줄 알았는데...

         왜요? 아이 가졌다니까 흔들렸어요?

수영 : 아이도 아이지만.... 애 하는 거 보니까 괜찮다 싶어서요. 내가 헤어져라 하는데..

         한마디 대꾸없이 순순히 그러마 하는데.. 솔직히 의외다, 아깝다 이 생각 했어요.

혁주 : 집안도 형편없고, 핏줄도 누군지 모른다고 펄펄 뛸때는 언제고 아깝대요?

수영 : 내가 작정하고 독하게 말하는데도 피하지 않고 당당하게 쳐다보는게...


혁주 바라보면 수영 담담하게 얘기하는.


수영 : ... 배짱은 있구나, 이런 생각 들더라구요. 저도 힘들텐데 그 상황에서 태하 생각해서 순순히 헤어지겠다

         하는 것도 그렇고. 태하 달래서 들여보낸 것도 그렇고. 살면선 무슨 일이 있어두 우리 태하편이겠구나 싶어서요.

혁주 : 당신 진짜 머리 좋아요. 그런거까지 다 따져보고 생각한 걸 보면.

수영 : 당연하지요. 우리 아들 배필인데 따져볼 거 따져봐야지요. 영 아니었으면 내가 아들 포기하고 말아요.

         당신은 어때요? 마음에 들어요?

혁주 : 난 처음부터 괜찮다 싶었어요.

수영 : 처음부터요? 걔 사정 다 알고도?

혁주 : 그러니까요. (그런 환경에서) 그렇게 반듯하게 자랄 수 있는 거 아무나 할 수 있는 일 아니에요.

         우리 아들 못봐요. 당신이 한마디 하니까, 그걸 못참고 집 뛰져나가는 거. 당신이 절 어떻게 키웠는데...

수영 : 그야.. 내가 반대를 하니까 그런 거지요.

혁주 : 괜히 아들이라고 싸고 돌 생각 말아요. 지 마음에 안든다고 툭하고 튀어나가는 거 그거 태하가 잘못한 거니까.

         남의 핏줄이라도 현진이 제 부모한테 하는 거봐요. 이거저거 마음 씀씀이 따져보면.... 우리 아들보다 나아요.

수영 : ...

혁주 : 지 부모한테 잘하는 사람이, 신랑한테도 잘하고, 우리한테도 잘해요. 남한테도 잘하고.

         인물 좋고, 사돈어른 말씀대로 귀하게 자라서, 어른 알아보고.. 게다가.. 의사 며느리 아무나 봐요. 그거면 충분하잖아요.

수영 : 맞아요. 내 친구중에 의사 사위 둔 집은 있어도 의사 며느리 둔 친구는 없어요.

         그리고, 태하도 똑똑하고, 현진도 똑똑하니까 애들도 똑똑할 거에요. 집안이야 우리 식구 만들어서 가리키면 되고.

         그렇게 따지고 보면 모자라진 않아요.

혁주 : 모자라긴... 남는다니까요. 태하가, 좀 잘 골랐겠어요. 걔가 날 닮아서 여자보는 눈은 있거든.

수영 : 그야.. 뭐 그렇긴 하지요.


수영 남편 말에 그냥 멋쩍게 웃고. 그런 수영 따뜻하게 바라보는.



#8. 규철 거실


규철 : 뭘 믿고, 이 녀석하고 결혼할 결심을 했나?

현진 : ?

규철 : 결혼이, 남자하나 잘 엮어서 팔자 피는 게 아니란 건 알고 있나.

태하 : 할아버지.

규철 : 조용히 못해. 누가 어른 얘기하는데 끼어들어, 끼어들길. 남녀간에 만나서 결혼 해버린다고 해서 끝나는 게 아니야..

         더 편해지는 것도 아니고. 결혼은 그냥 결혼이네. 솔직히 그때부터 고생길 시작이야. 그거 다 알고 결심한 건가?


현진 태하 얼굴 한번 바라보고 고개 끄덕이는.


현진 : 네. 그래도, 태하씨라면, 전부 견딜 수 있을 거 같습니다.

규철 : 내가 반대를 해도?

태하 : 그만하면 됐어요. 할아버지. 할아버지 반대하셔도 상관없습니다. 현진씨, 나가요.

혁주 : 태하야. 앉아. 할아버지 말씀 하시잖아.

규철 : 봤지. 저게 저 녀석 성질 머리야. 참을성도 없고. 내 손자지만... 별로 좋은 조건이 아니야. 저 모양이래도 할 건가?

현진 : 허락해 주시면.. 하고 싶습니다.

규철 : 자네, 손해야. 다시 생각해봐. 내 손녀딸 같아서 하는 얘긴데, 내 핏줄이지만, 좋은 점 별로 없어.

혁주 : 아버님. 왜 그러십니까. 결혼도 하기 전에 서운한 소리만 하시면.. (애들은 어쩌라고.)

규철 : 결혼하고 나서 아는 것보다, 결혼하기 전에 알고 가는 게 나아. 속았다고 결혼 물리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수영 : 아니, 아버지, 태하가 왜 조건이 나빠요? 얘가 어디가 어때서.

규철 : 몰라서 물어. 너같이 욕심많은 시어머니에... 지애비 닮아서 물렁한 남편까지.. 그게 어디가 좋은 조건이야.

         그렇다고, 집안이나 남들같아야지. 태하 결혼한다고 하면, 또 사람들 달려들텐데..

수영 : 하나밖에 없는 며느린데 제가 잡아먹겠어요. 왜 다들 그러시는 거에요?

규철 : 누가 또 그런 바른 소릴 했어.

수영 : 아버지!

규철 : 제발 니 엄마 반만 닮아. 알았어. (현진 향해서) 고될거다. 밖에서 보는 거처럼 쉽기만 한게 아니야.


현진 고개 끄덕이면, 규철 태하 향해.


규철 : 태하, 너! 니가 잘해야 해.

태하 : 잘 할겁니다.

규철 : 잘하긴... 지 맘대로 안된다고 집 나가고 회사 때려치는 녀석이 뭘 잘하겠어.

태하 : 죄송합니다.

규철 : 또 한 번 그러고 나가려면 그땐 진짜 다시 들어올 생각하지 말아.

태하 : 알겠습니다. 앞으로 그런 일 없을 겁니다.



#9. 차안


다현 : 재인씨... 잠깐만요...

재인 : 왜?


다현 창문 열고 후하고 한숨 들이키면.


재인 : 왜, 어디 아파?

다현 : 멀미 나서요. 소화가 안되나봐요.

재인 : (아이구)... 아까 그렇게 먹어댈 때 알아봤다. 괜찮겠어?

다현 : 체했나봐요.


다현 가슴 톡톡 치고 숨 들이키면. 얼굴 창백하고.


재인 : 안되겠다. 있어봐. 약사올테니까.


차세우고, 재인 내리고, 그러다 무슨 생각들어서. 다현 차문 열고.

다현 의아한 얼굴로 바라보고.



#10. 병원 (산부인과, 다른 병원 같이 있는)


다현 손잡고 병원들어가는.


다현 : 왜요? 병원 갈 정도는 아니에요.

재인 : 체한 거 아닌거면 어떡해?

다현 : 네?

재인 : 우리 결혼했잖아.

다현 : 아니에요. 재인씨.

재인 : 그래도. 혹시 모르잖아. 오늘 당신 이상하단 말이야.

다현 : 이상하다고 다 임신을 해요. 얹힌거라니까요.

재인 : 그러게 의사선생님 얘기를 들어보자구.



#11. 병원


재인 : 뭐래? 임신이래지? 맞지?


다현 고개 끄덕이면.

(만세하는 얼굴로) 재인 확 안는. 주위 사람들 웃고.



#12. 다현 집 앞


준현 집앞, 철책에 기대서 후하고 한숨 쉬고 있으면 서현 들어가다 말고, 발견하고.


서현 : 왜 안들어가고 이러고 있어?

준현 : 난, 주어왔나봐. 형도, 덜렁거리는 다다누나까지... 공부는 잘했잖아. 현진이누나도 그렇고.

서현 : 너도 그 정도면 잘 하는 거잖아.

준현 : 나도 그런 줄 알았는데 막상 받아보니까 암담하네.


형제 나란히 얘기하고 있는데 진만 나타나는.


진만 : 니들 뭐하냐, 여기서.



#13. 포장마차


진만 소주잔 준현에게 건네주면. 준현 당황스럽고,

서현 소주병 진만 건네주는.


진만 : 한잔 받아.

준현 : (아버지) 저 미성년잔데요.

진만 : 임마, 누가 취하도록 마시래. 어른 앞에서 한잔 마시는 건 괜찮아.

서현 : 받아. 아버지가 주시잖아.


진만 준현 소주 따라주고.


진만 : 그렇게 심각해?

준현 : 아니요.. 그 정도는 아니에요.

진만 : 그럼 됐지. 뭘 이렇게 의기소침해 있어. 사내 녀석이...

준현 : 그런 건 아니에요... 그냥 3년동안, 아니.. 몇 년동안 한게 겨우 이건가 싶엇요. 그래서 그래요.

진만 : 그래, 좀 억울은 하겠다. 열심히 했는데, 이걸로 끝인가 싶으면.

준현 : ...

진만 : 근데 그게 끝이 아니야. 넌, 지금 학교 다닐때 할 수 있는 제일 큰 짐 하나(를) 털어낸 거야.

         짐 없앴으니까, 또 다시 가야지. 이제 시작이야. 그러니까 지금부터 잘하면 다 잘 되는 거야.

서현 : 그래, 벌써, 결과 나왔잖아. 뒤는 더 쳐다보지 말고 앞으로 뭘 하고 싶은지 생각해. 갈 데 없는 거야?

준현 : 그 정도는 아니야. 가고 싶은델 못가서 그렇지.

서현 : 어디 가고 싶었는데?

준현 : 포항에 있는 공대... 기숙사 있는.

진만 : 많이 어렵냐?


준현 고개 끄덕이고.


서현 : 그럼 재수할래?

준현 : 해보고는 싶은데... 내년에 교육과정 바뀌어서 어떻게 될지도 모르고 또 이 생활 할 수 있나 싶기도 하구.

         솔직히 자신 없어.

진만 : 그럼, 관둬. 뭘하던 니가 자신있는 걸 해. 갈 수 있는데, 하고 싶은 걸 해. 그럼 되는 거야.

         어디든 니 자리에 열심히 하면 돼.

서현 : 맞아. 아버지 말씀이. 그래야, 얼른 자리잡아서, 너하고 싶은 결혼도 얼른 하지.


서현 농담에 셋 웃고.



#14. 병원거리


병원 나오면서. 재인, 다현 차문 열어주면서.


재인 : 하여튼, 어지간다하니까... 아무리 둔해도 그렇지. 어떻게 여자가, 자기 몸을 그렇게 몰라.

다현 : 재인씨는 남자가 어떻게 그렇게 잘 알아요?

재인 : 나라도 잘 알고 있으니까 다행이지. 모르고 그냥 약 먹었으면 어쩔 뻔했어.

다현 : 그러게요. 아빠가 똑똑해서 다행이에요.


아빠 소리에 재인 또 기분 좋고. 두 사람 마주보고 웃는. 행복한.



#15. 차안


다현 : 사무실 들어갈거지요. 전철 역에서 내려줘요.

재인 : 안돼. 계단 걸어 다니는 거... 그거 임산부한테 안 좋잖아?

다현 : 남들 다 그렇게 다녀요.

재인 : 암튼... 안돼.

다현 : 바쁘다면서요.

재인 : 어, 바빠. 아버지 되는거 되게 힘들다.


다현 웃고.



#16. 다현 거실


미정 : 다 같이, 왜 이렇게 늦게 들어와요. 밥은요? 식사들은 한거에요?

준현 : 네. 엄마.


미정 왜 그러나 하는 얼굴이면, 준현 미정 얼굴에 후하고 입김 부는.


미정 : 뭐니? 너, 술마셨어?

준현 : 어, 아버지랑 한잔했지. 유진아. 오늘은 아저씨라고 불러도 돼. 오늘부로, 오빠도 어른됐다.

유진 : 술냄새, 싫어. (유진 인상쓰고 미정 옆에 붙는)

진만 : 술 한잔 먹고 어른돼냐. 이 녀석아. 너 앞으로는 안돼. 졸업할 때까지는.

유진 : 아저씨도 술 마셨어요? 난, 그럼 아줌마랑 잘래요.

미정 : 그래, 너랑 나랑, 둘이 자야겠다.



#17. 다현 주방


미정, 꿀물같은 거 타서 준현 건네주고.


준현 : 엄마. 죄송해요. 열심히 한다고 했는데...

미정 : 나한테 뭐가 죄송해. 고생은 니가 했는데... 너 정말 거기 꼭 가고 싶어? 엄마는 싫다 얘, 너, 혼자 보내는 거.

         기숙사 생활해야 잘 하는 거 아니잖아.

준현 : 그래도요. 이제, 저도 독립해서, 한번 살아보려고 했는데 것도 마음대로 안되네요.

         엄마, 더 힘들게 해야 할 것 같아요. 막내아들 끝까지 챙기시려면.

미정 : 힘들긴... 너, 안그래도 군대가고, 장가가면 엄마랑 한 집에 더 살고 싶어도 못살아.

         니가 나랑 10년을 더 살겠어. 20년을 더 살겠어. 지금도 결혼하겠다고 노래 부르는 녀석이.

준현 : 에이. 전 결혼해도 엄마 모시고 들어와서 살거에요.

미정 : 그건 그때 가봐야지... 여기까지 아무 탈없이 와준것만해도 엄마는 기특해. 일단 어려운 거 하나는 넘겼잖아.

         그러니까 나머지도 잘 할 수 있을거야. 너 여태 잘해왔잖아.

준현 : 그런가요. 저 이만하면 잘 한건가요.

미정 : 그럼, 잘한거야. 아주... 그러니까 이제 얼굴 좀 펴. 엄마가 고3짜리 아들 꿀물 타 줘야겠니?


준현, 헤헤 거리고 웃고.



#18. 재인거실


선희 : 임신? 정말이야.

규철 : 정말인거야, 진짜 증손 보는 게냐?

재인 : 네. 정말입니다. 병원갔다 오는 길이에요.

재영 : 너무 빠른 거 아니야, 혹시 오빠 속도위반?

다현 : 아니에요. 아가씨.


재영 의심스럽게 바라보면, 다현 펄쩍 뛰고 부정하는.


재인 : 속도위반은... 딱 허니문 베이비다.

선희 : 얼마나 된거야. 예정일이 언제래....

다현 : 이제 5주 넘었대요.

재인 : 내년 가을에는 어머니, 할머니 되시는 거에요.

규철 : 다현이랑 결혼한 거 빼고 여태 니가 한 일 중에서 제일 잘했다.

재인 : 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가족들 보고 웃고.



#19. 재인 방


재인 열심히 전화하는.


재인 : 장모님. 저, 아버지 됩니다.

미정 : 그게 무슨 소리야? 아버지?

재인 : 네, 다현이 애기 가졌어요.

미정 : 정말? 축하하네. 이서방. 몸은? 다현이 몸은 괜찮아?

재인 : 괜찮답니다. 밥도 잘먹고... 잠도 잘자요. 걱정마세요.


다현 옆에서 황당한 얼굴로.


다현 : 재인씨, 그렇게 집집마다 다 전화하고 그러면 어떡해요? 쑥스럽게.

재인 : 왜 쑥스러워? 이렇게 기쁜 소식은 얼른 알려야지. 아차, 태하... 그 녀석 전화번호가 어떻게 되더라...

다현 : 서방님은 또 왜요?

재인 : 다른 사람은 몰라도 태하한테는 꼭 해야 해. 그 쪽에서 먼저 선수치는 바람에 그동안 내가 얼마나 약올랐는 줄 알아.


다현 황당한 얼굴이고. 재인 전화 걸고.


재인 : 나도 내년 가을이면 아버지 돼. 그래, 니 형수도 임신했어. 아버지 되는 거 너만 할 수 있는 거 아니야.


탕하고 전화 끊은 재인 기분 좋은 얼구이고.


다현 : 그렇게 좋아요?

재인 : 응. 엄청, 오늘 당신 정말 이쁘다.

다현 : 내가 이뻐요, 아니면 임신한 게 이쁜 거에요?

재인 : 임신한 당신이 이뻐. 이뻐 죽겠다.


하면서 재인 다현 꽉 안는.


다현 : 재인씨, 숨막혀요.


재인 기겁해서 떨어지면서 심각한 얼굴로 물어보는.


재인 : 어... 맞다. 이제 살살 안아야 되지? 이렇게 꽉 안으며 애한테 안 좋을 거야.


다현 웃고 마는.



#20. 다현 거실


미정 : 여보, 여보, 다다, 임신 했대요.

진만 : 뭐? 벌써?

미정 : 벌써는요, 결혼했으면 애기 갖는 건 당연하지요. 그 집 어른 증손 급하시다고 해서 은근히 걱정했는데... 잘됐어요. 여보.

준현 : 뭐야, 그럼 나 벌써 삼촌 되는 거야?

진만 : 그래, 너는 삼촌되고,... 난 할아버지 된다.

미정 : 난, 할머니고.

유진 : 그럼 전 뭐가 되는 거에요?

준현 : 넌... 언니 아니면 누난데.. 아니, 이모라고 해야 하냐... 엄마 뭐라고 불러요?

유진 : 언니할래요. 예쁜 동생 생겼으면 좋겠어요.

진만 : 그래, 유진이가 언니해라. 좋겠다. 유진이 동생 생겨서.



#21. 다현 주방


미정 들어서면서 희진 상 다 차리고 있는.


미정 : 안 힘들어? 저녁 늦게 들어와서, 이렇게 아침상까지 차리는 거.

희진 : 안 힘들어요. 저 남는 거라곤 힘 빼놓고는 없어요.

미정 : 우리 아침 해달라고, 여기 있으라고 한 거 아니야.

희진 : 알아요. 그래도... 이거래도 해야 제가 편할 거 같아요.

미정 : 내가 불편해.

희진 : 제가 부엌 살림 손대는 거 싫으세요?

미정 : 나야, 누가 해주는 밥 먹으면 편하고 좋지. 내 말은 눈치보지 말라는 얘기야. 니집처럼 생각해.

희진 : 저, 눈치 안봐요. 뻔뻔하게 여기서 눌러 살고 있잖아요. 지금은 제 코가 석자래서, 눈치고 코치고 다 이민 보냈어요.

미정 : 별로 멀리 이민 보낸 거 같진 않다. 내 딸들 부엌살림 별로 안 시켰어. 시집가면 징그럽게 하는데,

         뭐하러 벌써부터 시키나 싶어서.. 그러니까 여기 있는 동안은 좀 편하게 지내.

희진 : 죄송해서 어떻게 그래요... 뻔뻔해도 양심은 있는데...

미정 : 죄송할 거 없어. 어차피 내가 하던 일이야. 정 편치않다 싶으면 설거지 나눠 하고 그럼 돼.

희진 : 그래도.. 저 여기 이렇게 살게 해주시고, 우리 유진이 돌봐주신거... 너무 감사한데 지금 당장 해드릴 게 없어요.

미정 : 됐어. 희진이 말대로 나중에 유진이 건강해지고 잘 살게 되면 그때 다 갚아.



#22. 재인 집앞


형준 차 대놓고. 두 사람 차 앞에서 실갱이 하는.


재영 : 오빠가 거길 왜 따라와.

형준 : 어떤 남잔가 내가 봐야지. 니네 오빠 결혼하고 나서 니가 어떻게 되건 상관없는 거 같은데,

         그럼 나라도 너 챙겨야 할 거 아니야.

재영 : 오빠, 내 나이가 몇인 줄 알아?

형준 : 뭐?

재영 : 내가 몇 살인줄 아냐구? 유치원 다녀? 아님, 미성년자야? 왜 오빠가 내 뒤를 졸졸 쫓아다녀?

형준 : 그거야... 너도 내 뒤 졸졸 쫓아다녔잖아.

재영 : 그거야, 난, 내가 오빠 좋아하는 줄 알고 그랬지. 오빠, 나 좋아해?

형준 : 누가 그렇대. 암튼 내가 가서 봐야겠어. 어떤 사람인지..


재영 입 삐죽이지만, 회심의 미소 짓고.



#23. 커피숍


형준 나타나지만, 서현 당황하지 않고.


형준 : 김형준입니다.

서현 : 알고 있습니다. 재영씨한테 얘기 많이 들었어요. 오빠라고.


오빠라는 얘기 강조하면, 재영 웃음 참고. 형준 혼자 중얼거리는.


형준 : 오빠는... 무슨... 피도 안 섞였는데.

재영 : 오빠, 안가?

형준 : 이제 왔는데 어딜가? 합석해도 되지요?


서현 웃고. 재영도 웃고.

형준 두 사람 보고 인상쓰는.



#24. 기획조정실


재인 사무실에서 나오는.


재인 : 밥먹으러 갑시다. 오늘 점심 제가 쏩니다.

이부장 : 실장님이 진짜 쏘시는 겁니까?

유경 : 무슨 좋은 일 있으세요? 오늘 하루종일 기분이 좋으시네요.

창수 : 그러게요. 저희도 뭔지는 알고 먹어야지요.

재인 : 아주 좋은 일 있습니다.

인규 : 거물 클라이언트 하나 잡은 겁니까? 어디에요, 거기가?

이부장 : 그런 건 나중에 얘기하고 일단 밥부터 먹으러 갑시다. 가시지요. 실장님.


재인 씩하고 웃는.



#25. 음식점


주저앉아서 먹는 넓은 설렁탕 집 정도.


이부장 : 제가 선배로서 가르쳐 드리는 건데요..

재인 : 됐어요.이부장님, 지난번처럼 이상한 거 가르쳐주는 거 하나 도움 안되요.

인규 : 일단 무거운 거 드는 건 절대 안됩니다. 얘기 들어보니까 1.5리터 생수병도 안된대요.

재인 : 그래요? 그 정도는 별로 안 무거운데.

이부장 : 아이구 참. 뭘 모르셔서 그러는데.. 그게 다 몸에 무리가 간다니까요.

유경 : 맞아요. 몸 약한 사람은 높은 곳에 접시하나 꺼내는 것도 조심하래요.

재인 : 또 뭐 하면 안됩니까?

창수 : 뭐, 힘든 일 하지 말고, 오래 서 있지 말고. 저도 (결혼은 아직 안했지만) 그 정도는 들은 것 같은데요.

재인 : 어... (집사람) 선생님이라 계속 서있어야 하는데.. (어떡하지 하는 얼굴이고)

유경 : 아, 정말 중요한 거 하나 있어요.

재인 : 뭐요? 뭐가 중요한데요.

유경 : 산모가 놀라면 안 좋거든요. 그러니까 실장님 소리 지르시면 절대 안돼요.

창수 : 의자 걷어차도 안되시구요. 그러다 큰일 납니다.


재인 얼굴 심각한. 직원들 웃음 참고.



#26. 다현 안방


진만 : 왜그래, 왜 그렇게 인상을 쓰고 있어, 다현이 좋은 일 있다는데..

미정 : 다현이는 이제 걱정없는데... 현진이 때문에 그렇지요...

진만 : 현진이? 왜? 걔도 날 잡았으니까 시집보내면 되지.

미정 : 시집을 그냥 보내요? 그 고모... 아니, 이제 사돈인지 그 집에서 우리 현진이 구박이라도 하면 어떡해요?

진만 : 구박을 왜 해, 그러려면, 결혼시키자고 하겠어.

미정 : 아니, 혼수 말이에요. 다현이때도 혼수 가지고 뭐라고 그랬잖아요. 빈손으로 보냈니 어쨌니 하면서...

진만 : 그거야, 빈손으로 오라고 그랬으니까 그렇지.

미정 : 이번에는 아니잖아요. 그 집 어른도 조용히 계시고. 이거저거 바라는 것도 만만치 않을텐데... 어떡해요?

진만 : 민서방 불러서 물어보자구. 상견례는 해야 할 거 아니야.

미정 : 이번에도 우리 집에서 하자구만 해요.

진만 : 아니, 우리 집이 어떻다고 자꾸 그래?

미정 : 아무튼, 나가서 해요. 그 안사돈 와서, 또 여기저기 뜯어보고 꼬치꼬치 신경돋구고 가면

         나, 얘들 결혼 진짜 말릴지 몰라요. 그러고 싶어요?



#27. 커피숍 앞 주차장


형준, 차 옆에서 기다리고 있는.


서현 : 제가 집까지 모셔다 드릴 겁니다. 걱정 마시고 들어가세요.

형준 : 아니, 번거롭게 뭐하러 그럽니까. 우리 어차피 한 집에 사는 거나 마찬가진데. 저랑 같이 가면 됩니다.

         의사선생님이시면 바쁘실텐데.

재영 : 오빠, 무슨 한 집이야. 옆집이지.

형준 : 그게 그거지..

서현 : 그럼 할 수 없네요. 재영씨, 들어가서 전화할게요.


재영, 고개 끄덕이는.



#28. 차안


형준 재영 향해 슬쩍 물어보는.


형준 : 두 사람, 밤마다 전화도 하고 그러는 사이야?

재영 : 당연하지. 사귀는데...

형준 : 재영아, 정말 저 남자는 아니야.

재영 : 왜? 사돈이라서?

형준 : 그것도 그렇고. 또...

재영 : 또, 뭐? 오빠. 오빠가 걱정하는 거 알겠는데.. 솔직히 서현씨 그거 빼놓고는 괜찮잖아.


형준 사실이니까 할 말 없고.


재영 : 오빠 눈에도 괜찮지? 그치?

형준 : 괜찮긴 뭐가 괜찮아. (중얼거리기는 해도, 별로 할 말 없는)



#29. 동석 거실


동석 : 여태 재영이랑 같이 있었던 거야?

형준 : 예. 저녁 먹었어요.


하고 들어가려고 하면, 동석 무슨 생각나서 부르는.


동석 : 형준아, 재영이, 그냥 동생처럼 보는 거지?

형준 : 네? 네.. 왜요? 뭐 마음에 안드세요?

동석 : 아니.. 니들도 다 컸는데 너무 붙어다닌다 싶어서. 아무리 친해도 남들 눈도 있고.

형준 : 뭐 저희가 하루이틀 이랬나요.

동석 : 그래... 그냥 노파심에 하는 소리였어. 쉬어라.



#30. 태하 집


혁주 : 당신... 오늘도 가서, 집이 좁네 어쩌네 이러면서 타박하면 안되요. 혼수 얘기도 아무 소리 말고 있어요.

수영 : 마음 접었어요. 이제... 내 아들 하자는대로 해야지 어쩌겠어요. 그래도 우리 안사돈은 마음에 안들어요.

         우리 태하가 어떻다고 싫대요. 싫대긴.

혁주 : 싫어서 그런가... 내 자식 귀해서 그렇지.. 곱게 키워서, 그냥 시집보내려고 해봐요. 아깝지.

         거기다 당신이 그렇게 쫓아다니면서 혼사, 반대하고 나섰는데 좋겠어요.

수영 : 아니, 우리 아들은 안 귀해요. 멀쩡하게 다 키워서 남의 딸한테 날름 건네주려면 난, 뭐 안 아까운 줄 아나..

         그리고 나만 반대했어요. 안 사돈도 만만치 않았어요.

혁주 : 자식 다 그런거에요. 아까와 하지 말아요. 그러니까 오늘은 아무 소리 말고 참아요. 알았어요.



#31. 다현 거실


상 차려져 있고. 희진이랑 현진 왔다갔다 하는.

미정 쭉 한번 둘러보고 걱정스러운.


미정 : 당신은 내가 그렇게 싫다는데... 굳이 우리 집에서 하는 이유가 뭐에요?

진만 : 그 쪽 어른들이 오시겠다잖아. 손님이 내 집에 오겠다는데 그럼 안된다고 해.

미정 : 그래두요. 아유... 정말 전문가를 부를걸 그랬나? 지난번처럼 음식 타박하면 어쩌지요?

진만 : 당신은 그래도 가만있어. 오늘은 입 꾹다물고 무조건 참아. 이제는 현진이 시어머니 될 분이야. 진짜 사돈이라구.

         지난번처럼 큰 소리 내면 알아서 해.

미정 : 누가 그거 몰라요. 그때야, 현진이 마음 몰랐을 때고.. 지금이야 날 다 잡혔는데 어떡해요. 내가 참아야지.

진만 : 잘 생각했어. 당신 자꾸 그러면 현진이가 시집가서 고생해. 안사돈 되실 분이 뭐라고 그래도

         우리 딸 생각해서 아무 소리 하지 말아.

미정 : 딸 가진게 죄도 아니고.. 아들 없었으면 서러워서 죽을 뻔했어요.

진만 : 아들있으면... 며느리 얻을 때 당신도 똑같이 하려고?

미정 : 누가 그러대요. 우리 애 어떻게 키웠는데.. 시집갈 때는 이러고 보내야 하는 건지... 아까워 죽겠어요.


벨소리 들리고, 가족들 긴장하는.



#32. 다현 거실


규철 : 이거 자주 뵙습니다. 저희하고 이 댁이랑은 인연이 있는 것 같습니다.

진만 : 그러게 말입니다.

혁주 : 지난 번에는 실례가 많았습니다.

미정 : 뭘요. 집도 비좁은데 자꾸 오시라고 그래서 죄송합니다.


진만 미정 쿡하고 찌르면. 규철 수영 바라보면서.


규철 : 저야 괜찮지만, 너 괜찮냐? 안 좁아?

수영 : 아버지. (왜 이러세요 하는 얼굴로 바라보고, 눈치보는)

진만 : 저기.. 혹시 또 한복 준비하셨습니까?

규철 : 당연하지요. 시간 끌어서 뭐 합니까. 자, 얼른 합시다.


(약혼식 장면 보여지고)

규철, 태하, 현진 바라보고 흐뭇한.


규철 : 두 사람 어울리지 않습니까?

진만 : 네. 그렇긴 한데... 이렇게 오실때마다 약혼식을 해버리시니까.. 항상 너무 빠르다 싶습니다.

규철 : 뭐가 빠릅니까. 날도 잡아겠다, 두 사람 좋다고 하겠다, 얼른 해야지요.

혁주 : 그럼요. 쇠뿔도 단김에 빼라고 했는데... 하나도 안 빠릅니다.

규철 : 재인이 벌써, 좋은 소식 있는 거 보십시오. 축하드립니다. 사돈.

진만 : 예, 고맙습니다. 그래도... 다현이 보낸지도 얼마 안되는데.. 한해에 둘을 시집보내려니...

규철 : 아, 그러니까 보낼 때 빨리 빨리 보내야지요. 미리만 알았어도 아예 합동으로 혼사를 치루는 건데. 아깝습니다.

진만 : 예? 합동으로요? 아이구, 어르신... 둘을 어떻게 한꺼번에 같은 집으로 보냅니까?

규철 : 애들이 일찍 결혼하니까 좋지 않습니까? 내년에 결혼했으면 내가 살아있을지도 모르고...

         다행히 죽기전에 증손주는 안아보고.. 다 사돈 어른 덕분입니다. 얘들도 얼른 짝 채워서 살아있을 때

         손주를 한 명이라도 더 봐야지요. 저 정말 얼마 안 남았습니다.



#33. 다현 주방


현진 앉아있고, 희진 과일 깍는.


수영 : 음식 솜씨는 여전하시네요. 입에 딱 맞는게.

미정 : 뭘요. 전문가가 한 음식이 아니라서... 썩 마음에 드시지는 않지요.

수영 : 왠만한 전문가 솜씨보다 훨씬 나으신데요... 뭐.. 손맛이 최고지요.


미정, 수영 떨떠름한테 다현 음식 접시 들고 왔다갔다 하는. 재인도 따라 나오고.

현진 오면, 태하 금방 따라들어오는.


미정 : 아니, 왜 다들 여길 들어오는 거야. 우리 딸, 어디 안 가니까, 제발 자네들은 가만히 앉아있어.

재인 : 그래도, 다현이 홀몸 아니잖아요. 왔다갔다 하면 안 좋답니다. 접시 드는 것도...


미정 기가 막히고, 하지말 할 수 없고.


미정 : 아니, 내 딸한테 잘하는 거 좋긴 한데... 이 정도 왔다갔다 한다고 몸 안상해.

재인 : 어머니. 그래도 안 좋다는데요.

미정 : (아이구 참...) 그럼 다현이 넌 좀 앉아있어. 현진아.


하고 부르면 태하 기겁해서.


태하 : 어머니, 현진씨도 안됩니다.

미정 : 알아. 현진이 오늘 주인공인 거. 그래도 접시 하나 들었다고 큰일 안 나네.

수영 : 안돼요. 큰일 나요.

미정 : 네?

수영 : 우리 애도 홀몸 아니에요.

미정 : 우리 애라니... 누구... 다현이 말씀이세요?

수영 : 아니, 현진이 말이에요. 우리 며느리.

미정 : 현진이요? 아직 결혼도 안했는데.. 홀몸이 아니라니...

수영 : 그러니까 결혼하잖아요.


미정 눈 커지는, 현진 고개 숙이고. 놀래서 다시 바라보는.


미정 : 현진아? 너 진짜야?

현진 : 네. 죄송해요.

미정 : 아니.. 죄송할 게 아니라... 아유, 이게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거니. 일단 앉자. 앉아서 얘기하자.

         희진아. 이건 니가 좀 내가라. 아무래도 오늘은 너랑 나랑 둘이 해야겠다.

희진 : 네. 어머니. 현진씨 저 주세요.



#34. 거실


미정 나와서 당황스러운 얼굴이고.


미정 : 여보, 내일이라도 현진이 얼른 결혼 시켜야겠어요.

진만 : 다음주도 빠른데 내일 하자고?

미정 : 아이 가졌대요.

진만 : 다현이 아이 가진 거 하고, 현진이 결혼하는 거하고 무슨 상관이야?

미정 : 다현이 말구요, 현진이가 임신했대요.

진만 : 뭘 해? 이게 무슨 소린가? 민서방.

태하 : 죄송합니다. 아버님.

진만 : 이게 죄송하다고 해서 끝날 얘기야. 현진이 얜 어딨어?

미정 : 쉬라고 방에 들여 보냈어요.


진만 얼굴 변하면, 서현 얼른 개입해서.


서현 : 아버지.. 좋은 일이에요. 두 사람 책임진다고 하니까, 그냥 좋게 봐주세요.

혁주 : 그럼요, 좋은 일이지요. 애들이 어린 것도 아니고 뭐가 걱정입니까? 다음주면 결혼하는데.

진만 : 서현이 너... 이게 지금 그렇게 간단한 얘기야.


진만 당황스럽고, 규철 나서서 상황 정리하는.


규철 : 복잡할 건 또 뭐 있습니까, 사돈, 이거 경사가 겹칩니다. 하나는 결혼하자마자 임신하고,

         또 한명은 결혼하기도 전에 애기를 갖고.

진만 : 결혼을 한다니까, 그나마 한시름 놓기는 하는데... 그래놓고 애를 그렇게 고생을 시키나?

태하 : 죄송합니다. 전부 제 책임입니다. 이제 걱정시키는 일 없을 겁니다.

규철 : 이렇게 올때마다 좋은 일이 생기니까 아무래도 제가 한번 더 와야겠습니다.

미정 : 아무 때고 오시는 건 좋은데.. 저희 집에 또 시집 보낼 애 없으니까 한복은 두고 오셔되 되요.

규철 : 왜 없습니까? 사돈 총각도 결혼해야지... 동생들도 다 보냈겠다.

서현 : 저야, 천천히 해도 됩니다. 아직 공부도 다 안 끝났고.

규철 : 천천히는... 지금도 늦었구만. 얼른 결혼해서 자리 잡아야지. 동생들은 애 엄마 된다는데... 내가 참한 사람으로 골라볼까.



#35. 다현 주방


재인 : 괜찮아? 안 힘들어?

다현 : 안 힘들어요. 엄마 말대로 접시 하나 들었다고 큰 일 안나요.

재인 : 그래도.. 이럴 줄 알았으면 괜히 왔다. 눈치껏 빠질 걸.

다현 : 현진이 약혼하는데 어떻게 그래요?

재인 : 아, 지금 가자. 우리.

다현 : 네?

재인 : 나 호텔일 바쁘단 말이야. 그러니까 내 핑계대고 가자고.

다현 : 말도 안되는 소리 하지 말아요. 서방님은 우리 약혼식때 끝까지 남았어요.

재인 : 그거야 잿밥에 관심있으니까 그렇지, 우리 약혼식 때문에 그랬니?

다현 : 아무튼 난 지금 못가요.

재인 : 그럼. 여기 꼼짝 말고 앉아서 쉬어. 아무것도 하지 말고. 접시도 들지마.


다현 웃는.



#36. 다현 방


노크 소리 나고. 혁주 눈치보고 들어오는.


혁주 : 이거... 가지고 있다가 필요한 거 있으면 사.

현진 : ?

혁주 : 우리 백화점 카드야. 암호는 니 신랑 생일이니까, 아무 생각 말고 써.

현진 : 필요없어요. 아버님.

혁주 : 가지고 있으면 다 쓸데가 있어. 아참, 니 어머니한테는 비밀로 해라. 알았지.


(화면 바뀌고)

현진 침대에 앉아서 후하고 한숨 쉬는데. 수영 들어오는.


현진 : 어머니..

수영 : 괜찮아. 좀 앉아서 쉬어. 가만보니까, 오늘도 니가 준비 다한거 같은데...

현진 : 아니에요. 어머니가 다하셨어요. 전 그냥 옆에서 서있기만 했는데요 뭘.

수영 : 그래서 사람을 불러야 하는데... 답답하면 어쩔 수 없지... 이거 니가 가지고 있어.

현진 : 네?

수영 : 우리 집에서는 더 필요한 거 없다만... 니네 집에서 뭘 준비한다고 하실지 모르고.

         그때는 니 신랑이나, 친정한테 아쉬운 소리 하지 말고 이거 써.



#37. 공원 언덕


준현이, 언덕길에 네 발 자전거 세워놓고 유진이랑 실갱이하는.


준현 : 그만 들어가자. 이러다, 너 감기 걸리면 내가 혼난다 말이야.

유진 : 감기 안 걸려.

준현 : 그걸 니가 어떻게 알아?

유진 : 난 많이 아파봐서 다 알아요.

준현 : 그래도 들어가자. 코가 빨개. 볼도 빨갛고.

유진 : 한번만 딱 더 하고 들어가자? 응? 오빠.

준현 : 오빠? 에이, 좋다. 대신에 이번이 마지막이다.


유진 고개 끄덕이고.

준현 목도리, 유진 목에 감아주고. 언덕길 준현 자전거 밀어주는.

유진이 기분좋게 내려오는. 밑에서 준현 기다리고 있고.



#38. 다현 거실


희진 접시 내려놓으면. 규철 바라보고.


규철 : 그새 댁에 딸이 하나 더 생기셨습니다.

진만 : 네. 얼마전에... 둘이 더 생겼어요. (진만 인사시키는) 얘가 큰 애고.. (희진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하는)

         막내가 한 명 더 있어요.


하는데, 유진과 준현 들어오는, 유진 금방, 진만한테 달려가는.


준현 : 다녀왔습니다. (하고 인사하다, 어른들 보고 다시 인사하는) 안녕하세요.

진만 : 지금 왓냐. 유진아. 얘가 우리집 새로 얻은 막내딸입니다.

서현 : 유진아. 할아버지한테 인사드려야지.

유진 : 안녕하세요. 강유진입니다.

규철 : 오냐... 자, 이거 선물이다.


규철 준비한 선물 건네주고. 유진 받지 못하고 눈치보면, 서현 웃고.


서현 : 고맙습니다. 하고 받아야지.

유진 : 고맙습니다.

진만 : 아니, 무러 이런 걸 다 챙겨 오셨습니까?

규철 : 비싼 거 아닙니다. 제가 정말 사돈을 잘 봤습니다. 가족을 만드는 거... 쉬운 일 아닌데.

         이댁은 올 때마다 가족이 늘어납니다.

진만 : 그럼 뭐 합니까, 사돈어른이 오실 때마다 우리 딸 하나씩 데려가시는데...

규철 : 그게 제 복 아닙니까. 아, 막내사돈, 시험은 잘 치뤘나?

준현 : 네. 지난번에는 시험 때문에 바빠서, 인사 못드렸습니다.

규철 : 이건 지난번에 얼굴도 못보고, 시험 본다고 하는데 아무것도 못해줘 해서 준비한거네.

준현 : 저두요? 고맙습니다. 사이즈가 작은 게 좋은 거라던데.. 이런 거 받아도 돼나요?

진만 : 준현아.

규철 : 받아도 되네. 그리 좋은 건 아니네. 은퇴한 노인네가 좋은 걸 줄 리가 있나?

준현 : 전 그래도 재벌 회장님이라서 좋은 거 기대했는데...


가족들 웃고.



#39. 커피숍


태하 : 정말 들어가서 살아도 되겠어요. 난, 따로 살아도 상관없는데.

현진 : 난, 가족이랑 사는게 꿈이에요.

태하 : 우리 어머니, 시집사링 시키면 어떡하려구요.

현진 : 남들도 다 이러고 사나보다 하고 참아야지요. 그러다 정 안되면 도망갈거에요.

태하 : 한 번 도망갔으면 됐어요. 참는 거 잘한다고 그러더니, 요샌 걸핏하면 도망간대요.

현진 : 태하씨가 가르쳐줬잖아요. 힘들면 도망가라고...

태하 : 내가 나쁜 거 가르쳐줬네요. 현진씨, 도망갈 만큼 힘들게 안 할거에요...

         정말 도망가고 싶으면 내 손잡고 둘이 같이 가요.

현진 : 도망 안가요. 이제 못가는 거 알잖아요.


태하, 뭐 건네주면. 현진 웃고.


현진 : 또 백화점 카드에요? 골드?

태하 : 어떻게 알았어요?

현진 : 당신이 제일 늦었어요.

태하 : ?

현진 : 아버님도 어머님 몰래 쓰라고 주시구요. 어머님도 당신 몰래 쓰라고 주셨어요. 태하씨 건 누구 몰래 써야 해요?

태하 : 내꺼 써야지요. 신랑꺼 놔두고, 왜 부모님한테 손을 벌려요.


현진 행복해지는 고개 숙이는.


태하 : 왜 그래요... 어디 아파요?

현진 : 행복해서요. 이래도 되나 싶어요.

태하 : 이래도 되요. 나도 현진씨 때문에 행복하니까.


현진, 가만히 태하 바라보다가.


현진 : 가요. 우리.

태하 : 어디요? 어디 가고 싶은데 있어요?

현진 : 백화점이요. 이런 거 쥐어줬으면 각오했을 거 아니에요? 나 그동안 사고 싶은 거 무지 많았는데...

         이번 참에 다 해결할 거에요.



#40. 태하집 거실


현진 반지 상자 내보이면, 수영 눈 커지고.


수영 : 뭐니? 니들 예물 준비한 거야?

태하 : 현진씨가 어머니 반지 샀어요.

수영 : 내꺼?

현진 : 네... 좋은 물건 많으셔서.. 고민해서 골랐는데 마음에 드실지 모르겠어요. 아버님..

혁주 : 응? 왜? 내것도 사왔어?

현진 : 아니요. 이거 너무 비싸서, 아버님 카드로 계산했어요. 어머님 선물인데, 어머님걸로는 못하겠고,

         태하씨 월급 얼마 안되서, 태하씨 카드는 제가 못쓰게 막았어요.

수영 : 뭐? 그럼 이게..

혁주 : 당신도 얘한테 카드 줬어?

수영 : 그럼 당신도 준 거에요?

태하 : 저도 줫어요.

혁주 : 그럼 결국 이거 내가 사준거네요.

수영 : 이게 왜 당신이 사준거에요. 며늘애가 골라온건데.. 물건 보는 눈은 제법이다. 내 취향 알아서 제대로 골라온 걸 보면.

         아들보다 낫다. 아들 평생 키워봤자 생전가야 구리반지 하나 못 얻어 끼었는데...

태하 : 죄송합니다. 어머니. 그래도 현진씨랑 같이 고른거에요.



#41. 다현 거실


미정 : 니들도... 내거 준비한 거야?

현진 : 네. 저도 꼭 해드리고 싶었어요. 어머니... 고맙습니다.

미정 : 고맙긴... 니가 무슨 돈이 있다고 이런걸 사. 제발 니들거나 좀 챙겨. 나 사줄게 아니라.

현진 : 태하씨네 백화점 카드, 이제 제가 써도 된대요. 어머니꺼 제일 먼저 샀어요.

진만 : 너도 니네 엄마 반지만 사왔니? 아니, 다 같이 키웠는데 왜 다들 엄마만 챙겨. 서운하게.

현진 : 죄송해요. 아버지. 다음에 꼭 사드릴게요.

미정 : 딸들 시집보내면서, 나만 호강한다. 좋은 반지가 두 개나 생기고.

현진 : 어머니.. 전 꼭 어머니같은 엄마가 될 거에요.

미정 : 넌 나보다 훨씬 잘 할거야. 나보다 똑똑하잖아.

진만 : 그래, 니네 엄마만큼만 해라. 그럼 잘하는 거니까.


(화면 바뀌고)


미정 : 신혼 여행은? 어디 생각하고 있는거야?

태하 : 제주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미정 : 제주도? 너 거기 괜찮겠어. 홀몸도 아닌데... 비행기 타야하는데... 차라리 다현이 갔다온 데가 낫지 않니.

         거긴 얼마 안걸리고, 다현이 말로는 괜찮다는데.

진만 : 그래, 그게 낫겠다. 너무 멀리 가는 거보다...

서현 : 차타고 오래 가는 거보다 비행기 타고 잠깐 가는 것도 괜찮아요.

미정 : 그래? 정말 괜찮아? 괜찮겠어?

현진 : 네. 괜찮을 거 같아요.

미정 : 그럼 다행이고. 어째 우리 집 딸들은 그 흔한 외국을 못가보니. 하나는 바빠서 못가고, 하나는 몸이 그렇고.

태하 : 죄송합니다.

미정 : 죄송하면, 나중에 좋은 데 다 데리고 다녀야 해. 내가 두고 볼거야.

태하 : 네. 걱정마세요. 어머니.



#42. 호텔예식장


현진이 결혼하는 장면 나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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