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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대본

[1%의 어떤것] 26

작성자수다쟁이|작성시간12.03.30|조회수869 목록 댓글 0

[1%의 어떤것] 26











#1. 재인주방


가족들 밥 먹는데 재영이 없고.


재인 : 재영이는 어디갔어?

다현 : 아가씨, 오늘 바쁘다고 먼저 나갔어요.


선희, 규철 서로 바라보고, 재인, 대현도 걱정스러운.



#2. 재인 집앞


형준 차 타려고 하는데 재영 나오는.

두사람 눈 못마주치고 형준 어렵게 말 꺼내는.


형준 : 이렇게 일찍 왠일이야?

재영 : 응.. 학교(가게). 교수님이 잠깐 보자고 하셔서.


재영, 형준 머뭇거리다가.


형준 : 탈래?

재영 : 아니, 그냥 걸어갈래.


하면 형준도 고개 끄덕이고, 차 출발하는.

재영이 걸어가면서 힘들고, 그러다 씩씩하게 가방 다시 메고.



#3. 규철 서재


다현 : 할아버지가 도와주시면 안돼요.

규철 : 이번엔 나도 안돼. 너나, 태하네랑은 또 틀려.


다현 바라보면.


규철 : 김비서.. 평생을 내 옆에서 나랑 같이 늙어가. 나보다 나이는 한참 어리지만.. 친구다 생각하고 있다.

         그 친구 원하지 않으면 나도 우길 수가 없는 노릇이야.

다현 : ....

규철 : 저 친구 마음 모르는 것도 아니고. 거참, 어렵게 됐다.



#4. 재인방


다현 : 아가씨랑 형준씨. 많이 힘든가봐요.

재인 : 장인 어른 심정을 이제야 이해하겠어.


다현, 재인 바라보면, 재인 속상해서 말하는.


재인 : 재영이 저러고 축쳐저서 다니니까.. 속상해. 내 동생 마음 고생시키는 형준이 자식은 꼴보기 싫구.

         그러니까 아버님도 그랬을 거 아니야.

다현 : 그러니까 우리 생각해서라도 재인씨는 더 반대하면 안돼요.


하면서 편지 꺼내 읽는. 재인 인상쓰고.


재인 : 뭐야? 오랜만에 일찍 왔는데 난 쳐다도 안보고.

다현 : 연애편지요.

재인 : 난 그런거 안 보냈는데... 누가 그런 쓸데없는 걸 보냈어?

다현 : 안보낸게 자랑이에요? 그리고 편지가 왜 쓸데없어요?

재인 : 줘봐. 또 어떤 자식이야?


재인 인상쓰면 다현 픽하고 웃는.


다현 : 정말 그 소리 오랜만에 듣네. 애한테 좋겠어요. 뱃속에서부터 험한 얘기 듣고.

재인 : 아무튼... 누구야?

다현 : 경은이요. 거기도 지금 방학이래요. 잘 적응하고 있나봐요.

재인 : 경은이?

다현 : 기억안나요? 당신이 후원하고 있는 우리 반 아이.

재인 : 왜 기억이 안나. 걔 때문에 내가 지금 당신이랑 결혼한건데 ... 잘 있대?

다현 : 네. 내가 결혼해서 마음이 아프대요. 금방 성공해서 갈텐데 그새를 못참고 결혼했냐고.

재인 : 앞으로 계속 그런 편지 보내면 내일 당장 후원이고 뭐고 중단이야.


다현 농담에 재인 인상쓰고 농담하면서, 쇼핑백에서 CD케이스 잔뜩 꺼내놓는.


다현 : 뭐에요. 그건?

재인 : 당신 좋아하는 거. 숭어.

다현 : 내가 이런 걸 언제 좋아해요? 안그래도 잠이 쏟아져서 큰일인데 뭐하러 사왔어요.

재인 : 뱃속에서부터 훈련을 시켜야지 당신 안닮지. 우리 아이까지 숭어랑 붕어랑 구별 못하면 어떡해.

다현 : 재인씨!

재인 : 어차피 당신은 잘거잖아. 그러니까 그냥 자장가다 생각하고 들어. 아이한테는 태교지만.



#5. 다현 거실


진만 : 아프리카?

미정 : 아니, 고생되게 왜 거길 가? 의사생활로만 해도 고된데.

서현 : 제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 있어요. 아픈사람 놔두고 저혼자 여기서 편하고 싶지 않아요. 어머니.

미정 : 여기도 니가 도울 사람 많아, 돈 없어서 병원 못가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 줄 알아.

         뭐하러 남의 나라 땅까지 가서 의사 노릇을 해.

진만 : 그래, 그건 니 엄마 말도 일리가 있다. 여기서는 안되겠냐?

서현 : 그건 지금도 다른 의사들이 하고 있어요. 하지만 거기는 제가 가야 해요. 제 일이다 싶어요.


미정, 진만 바라보면.


미정 : 그래도 아프리카는 안돼.

서현 : 어머니, 의사가 없어서 사람이 죽는대요. 두고 볼 수 없잖아요. 한 살이라도 젊을 때 남들 위해서 살아보고 싶어요.

         허락해주세요.


미정 화나고, 서현 적극적인, 진만 후하고 한숨 쉬고.



#6. 다현거실 (다음날)


수영 : 세상에, 세상에.. 거기가 어디라고 거길 보내요? 있는 사람도 들어오는 판국에.

미정 : 내 말이 그 말이에요. 그 어려운 의사공부 마치고 이제 군대 갔다와서 한숨 돌렸다 했더니..

         이번에는 아프리카를 가겠대요. 아주 속상해 죽겠어요.

수영 : 말리세요. 머리에 띠 두르시고 눕는 일이 있어도 그런 건 부모가 끝까지 말려야 해요.

미정 : 고집이 어지간해야지요. 한번도 부모 뜻 어겨본 적이 없는 아인데 이번엔 아주 완강해요.

수영 : 그래도 안되는 건 안되는 거지요. 내전중이라는 얘기는 아직 전쟁중이라는 얘긴데.. 그러다 무슨 일 있으면 어떡해요?

         누가 책임을 진다고.

미정 : 그거 생각하면 밤에 잠이 다 안와요. 저러고 정말 가겠다고 그러면 어쩌나 싶어서..

수영 : 정말 사돈총각 이상하네. 참한 여자 알아보고 좀 편하게 살 궁리를 해야지 뭐하러 그런 쓸데없는 짓을 한데요.

미정 : 이상한 건 아니지요. 좋은 일 하겠다는데.. 그게 왜 쓸데없어요.


수영, 미정 바라보면서 진지한.


수영 : 이제야 알겠네요.

미정 : 네?

수영 : 이 집 내력 말이에요. 사돈이 벌써 그런 마음을 가지고 있는데 아드님이라고 다르겠어요.

미정 : 그래도 이번 일은 안돼요.


미정 단호하지만, 수영 희미하게 고개 흔드는.



#7. 혁주 거실


혁주 : 사돈총각 대단하네.

수영 : 그게 대단한 거에요? 큰 일 난거지. 현진이 너 그런 생각 꿈에도 꾸지 말아, 절대 안되니까.

현진 : 전, 오빠처럼 대단한 사람이 못돼요. 그런거.. 감히 생각 못해요. 하고 싶다고 마음만 있지.


마음 있다는 얘기에 태하 깜짝 놀라서.


태하 : 현진씨 그래도 아프리카는 안돼요.

수영 : 당연하지. 대단한 사람 안돼도 되니까 그런 마음 품지마.

혁주 : 그게 무슨 말이에요. 남들보다 더 배웠으면 배운만큼 몫을 해야지.

수영 : 그럼 당신은 얘도 아프리카로 보내자는 얘기에요.

혁주 : 누가 그러재요. 그런게 아니라.. 좋은 일도 생각하면서 살아야 한다 이거지요. 마음도 안품고 있으면 못써요.

         아가, 좋은 일이 뭘까 생각은 해봐. 태하, 너도 찾아보고. 당신도요.



#8. 포장마차


두사람 술 건네는.


진만 : 꼭 가야겠냐..

서현 : 죄송합니다. 아버지가 어머니 좀 설득해주세요.

진만 : 이번만은 나도 니엄마 편이야.

서현 : ....

진만 : 어디 가까운데도 아니고.. 너무 위험해.

서현 : 위험한 건 어디서나 마찬가지에요. 병원에 있으면 가지가지 이유로 다친 사람들 많이 봐요.

         언제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아무도 몰라요.

진만 : 아무리 그래도 여기가 낫지. 전쟁중인 나라보다는.

서현 : 그래서 여기보다 의사가 더 필요한 곳이에요. 가야합니다. 저, 아니면 누군가 다른 사람이 해야 하는 일이에요.

         가야해요. 그래야 마음이 편해질 것 같아요.

진만 : 임마, 어째 넌 그렇게 니 생각만 하니? 하고 싶은 일 하니까 니 마음은 편하겠지만 남아있는 사람들은 생각 안해?

         내가 나까지 생각하란 얘기는 안하겠다. 니 엄마, 너 어떻게 키웠는지 기억 안나? 너 혼자 그냥 의사 된줄 알아?

         새벽밥 해먹여가며 공부시키고 너 안자면 니 엄마도 같이 안잤어. 넌, 그냥 눈뜨고 일어나 밥만 먹고 가면 되지만,

         니 엄마는 너보다 두시간은 먼저 일어나서 밥하고 도시락 챙기고, 너 깨웠어. 그런데도 너만 생각하고 꼭 거길 가야겠어?

서현 : 죄송합니다.

진만 : 그거보다 편한게 할 수 있는, 좋은 일 찾아보면 얼마든지 많아.

서현 : 아버지... 편하게만 살려고 했으면 의사 안됐어요.


그럼 진만 서현 바라보면, 서현 의사생활 돌아보는.


서현 : 하루 세시간 자면서, 밤새 수술하고, 또 환자보고, 그리고 또 회진돌고... 이런 것보다 쉬운 일 얼마든지 찾을 수 있지만

         그래도 이 일이 제 일입니다. 저도 편한게 뭔지 알아요. 하지만 제가 안하면 그 환자들 더 아프거나... 심하면 죽어요.

         그러면 그 더 많은 가족들이 힘들어지고. 몸이 파김치가 되도 밤을 셀 수 있는 거

         의사 아니면 안되기 때문에 하는 거에요. 아버지, 저 의사에요. 거기 의사가 필요하답니다.

진만 : 여기서도 그렇게 힘든 일을 왜 굳이 바깥에까지 나가서 하겠다는 거야.

서현 : 10년전부터 생각만 하던 일이에요. 그동안 내내 미안하고 죄지은거 같았어요.


서현 결심 확고하고, 진만 답답한, 그래도 괘씸한.


진만 : 우리가 끝까지 반대를 해도 갈거냐?

서현 : .... (죄송합니다. 말은 안해도 진만 알아듣고)


진만 한숨 푹쉬고, 소주 들이키는.


진만 : 부모란 게 이기적인 사람이라... 아무리 좋은 일이라도 내 자식보다 소중한 건 없어. 욕심부리지 말고, 바르게 살아라,

         이러고 가르쳤지만 막상 니가 배운대로 남 도와가며 살겠다고 하니까 말리고 싶은게 솔직한 심정이야.

서현 : 저, 남들 고생할 때 편안하게 살아왔고 다른 사람들보다 많이 받아왔어요. 제가 배운 것들.... 전부 제거 아니에요.

         돌려줘야 합니다.


진만 할 말 없는. 소주 들이키고.



#9. 다현 안방


미정 머리에 띠두르고 누워있는.


서현 : 허락해주세요.

미정 : 너, 자꾸 이럴거야. 니가 어떻게 이래? 너 장남이야. 부모고 뭐고 다 팽겨치고 너 하고 싶은 일만 해야겠다 이런거냐구?

서현 : 죄송합니다. 갔다 와서 지금 못한 만큼 나중에 다 하겠습니다.

미정 : 나중에 필요없어. 지금 잘해.

서현 : 거기, 저 아니면 안된대요.

미정 : 그 사람 아니면 안되는 일 세상에 없어. 잘 찾아보면 너 대신해서 갈 사람 얼마든지 있어. 그리고 없으면 또 어때?

서현 : 그럼 죽게 내버려 둬요. 제가 의산데.. 그냥 사람을 죽이라구요?

미정 : 누가 그러래? 왜 니가 남의 나라 일까지 챙기고 다녀? 이 세상 아픈 사람, 다 고치고 다닐거야. 그런거 아니잖아.

         괜히 욕심부리지 말고 여기있어.

서현 : 모르면 몰라도 저한테 순서가 왔어요. 그럼 해야 하잖아요.

미정 : 그러게.. 그 순서를 누가 정하냐고? 니가 하겠다고 하니까 그쪽에서 하라는 거잖아. 정 가고 싶으면

         니 엄마부터 고치고 가. 난 너 때문에 머리 깨질 것 같고 피가 바짝바짝 마르니까, 심장이 부들거려. 이 녀석아.


미정 정말 속상해서, 서현도 어쩔 수 없는.



#10. 재인 거실


규철, 동석, 형준 앉아있고, 다현 과일 들고 나오는데 재영 들어오는.


다현 : 아가씨, 이제 오세요.

재영 : 네.. 다녀왔습니다. (동석한테도 인사하고) 오셨어요?

규철 : 앉아라. 먹자.


형준 옆자리 비어있고, 재영 안되겠는데.


선희 : 잘 맞춰왔네.


재영, 형준 한번 바라보고.


재영 : 그냥 올라갈게요.. 교수님이 뭐 부탁하셔서, 오늘 할 일 많아요.


하고 얼른 2층 향하는.. 동석 어쩐지 안됐고, 형준도 속상한.



#11. 재인 거실 (2층)


재영 후하고 한숨 쉬고, 예전일 잠깐 떠올리는. (형준이 자긴 오빠라고 하던 장면)

재영 혼잣말로 중얼거리는.


재영 : 그래, 오빠야. 그냥 오빠야.


하는데 다현 올라오는.


다현 : 아가씨, 괜찮아요?


재영 씩씩하게 웃고 환한.


재영 : 그럼요.


뒤돌아서는, 얼굴 어두워지고.



#12. 규철 서재


규철 : 자네가 시킨거야?

동석 : ?

규철 : 아니면 형준이가 왜 갑자기 고문변호사 노릇을 못하겠대?

동석 : 형준이가요? 저도 처음 듣는 이야깁니다.

규철 : 그럼 자네도 모르는 얘기야?

동석 : 네, 저랑 의논하지 않았습니다.

규철 : 그럼 큰 결심했구만.. 성현그룹 고문변호사.. 형준이 변호사 경력에 도움이 되면됐지 손해보는 일은 아닌데..

         이제 정말 혼자 설 모양이네.

선희 : 저기 아버님.


하면 진만 들어오는.

(화면 바뀌고)


규철 : 걱정이 많으시겠습니다.

진만 : 지금보다 앞으로가 더 걱정입니다. 그 녀석 거기 보내고 나면 편히 발 뻗고 자는 일은 틀렸습니다.

동석 : 그럼 허락을 하실 생각입니까?

진만 : 지 엄마가 결사반대하고 있긴 하지만.. 아무래도 그렇게 되겠지요. 반대를 해도 소용이 없고,

         좋은 일 하겠다는데 말릴만한 핑계도 없구.. 마음만 답답합니다.

규철 : 자식이 다 그렇습니다. 부모마음 어디 생각이나 합니까. 저 잘나서 저 혼자 큰 줄 알지.

진만 : 딸들 다 시집보내고 이제 저 녀석 하나만 보내면 한숨 돌린다 했더니 난데없이 아프리카라니..

         이럴 줄 알았으면 얼른 짝이라도 채워놓을걸 하는 마음도 듭니다. 지 사람 있고 또 자식이라도 있으면

         저도 생각이 달라지겠지 싶어서요.

규철 : 짝 채우는 것도 쉬운 일 아닙니다. 자식이 고른 여자가 다 부모마음에 드는 게 아니니까.

동석 : 회장님..

규철 : 내 얘기하고 있는거야. 형준이 얘기가 아니고.. 형준이는 자네 뜻대로 하고 있잖아.

동석 : 그게 어디 제 뜻대로 하고 있는 겁니까? 할 수 없이 하는거.. 내 눈에 빤히 보이는데.

         그거 보는 일도 마음이 좋은 것만은 아닙니다.

진만 : 알지요. 그 마음. 허락을 하자니 마음에 걸리고, 그렇다고 지들이 좋다는데 끝까지 안된다고 할 수도 없고,

         이래도 저래도 마음만 상하고 서로 불편해지기만 합니다.


동석 가만히 침묵하다가 어렵게 말 꺼내는.


동석 : 차라리 고집이라도 부리면 야단이라도 치겠는데 그것도 아니고... 매일 얼굴보는 녀석들이, 순순히 네 알겠습니다.

         이러고 나오니까 애려 보는 제가 더 불안합니다.

진만 : 지들도 부모가 되봐야, 그때야 조금 정신이 들지요. 지금 우리가 뭐란다고 말 듣겠습니까. (하고 동석 한숨 푹쉬는)

동석 : 한쪽은 부모 말을 너무 잘 들어서 걱정이고, 또 그쪽 아드님은 너무 반듯해서 부모 말을 안들으니...

         이래도 걱정이고, 저대로 불안하고... 그래서 자식이 어려운가 봅니다.

규철 : 그러면서 어른 되는 게야. 형준이도 그렇고, 사돈총각도 그렇고... 다 자기 살 준비를 해가는 거 아닙니까.

         둘 다... 잘 할겁니다.


그러고 가만 앉아있는 세사람.



#13. 재인거실 (2층)


다현 : 형준씨.. 회사 쪽 일 손떼기로 했대요.

재영 : 네?

다현 : 여기 정리하고, 고향 내려간다고 하는데.. 아가씨 이대로 괜찮으시겠어요?


재영 얼굴 굳어지고, 다현도 안됐지만..



#14. 동석사무실


재영 결심한 얼굴로 사정하는.


재영 : 어려서... 저한테 아저씨 항상 아버지 대신이었어요. 아버지 얼굴 기억도 나지 않지만,

         아마 우리 아버지도 아저씨 같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동석 : 나도 너 내자식이다 생각했어. 그래서 하는 소리야.

재영 : 그럼 끝까지 그렇게 봐주세요. 이제와서, 저 내치지 마세요. 한번만 봐주시면 안돼요.

동석 : 그게 그런게 아니야. 세상 일이 마음 가지고 전부 되는게 아니다.


하는데 형준 들어와서, 두 사람 눈 마주치는데. 형준 단호하게.


형준 : 왠일이니? (아버지 눈치보고) 그만 가라. 그리고 이제 여기 드나들지 마.

재영 : 오빠.

형준 : 정리했잖아. 자꾸 이러면, 너도 힘들고 나도 힘들어져. 오빠, 동생 관계마저 정리해야 하니?

재영 : 미안해. 잘못했어.


재영 가만히 바라보다가 나가는.


동석 : 너.. 너무 심한거 아니야.

형준 : 이래야 정 떨어져요.

동석 :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재영이한테 어떻게 그래? 동생같은 애한테..

형준 : 이젠 동생같지 않으니까요. 이게 재영이한테도 좋아요.


형준 결심 단호하면, 동석 걱정스럽고.


동석 : 너, 로펌 쪽 일은 정말로 그만 둘 생각인거야?

형준 : 이미 통보했습니다. 로펌쪽에서 적당한 인물로 추천할 겁니다.

동석 : 나 때문인게야? 아니면 재영이 때문인거야.

형준 : 둘 다 아니에요. 아버지.. 저 때문이에요. 아버지.. 저도 이천 내려갈까 하는데..

동석 : 뭐? 거길 왜 내려가?

형준 : 아버지 은퇴하시면 어머니 옆에 있겠다고 항상 말씀하셨잖아요.

동석 : 지금 여기 생활 다 포기하겠다는 거야?


형준 웃고.


동석 : 그것도 너 때문이냐.

형준 : 네. (재영이) 자꾸 보면 욕심나요.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니까 거기가면 정리 되겠지요.


동석 걱정스러운 얼굴로 바라보고 형준 웃는.


형준 : 걱정 마세요. 아버지.



#15. 다현 주방


미정 음식하고 있고, 서현 불러도 외면하는.


서현 : 어머니.

미정 : 어머니란 말 꺼내지도 마.

서현 : 2년 금방 지나가요.

미정 : 너 제대한지도 얼마 안됐어.

서현 : 그러니까요. 그냥 군대 한번 더 보냈다고 생각해주세요.


서현 얘기에 미정 한숨 쉬는.


서현 : 어머니가 저 그렇게 키우셨잖아요. 어디에서나 필요한 사람이 되라고. 거기서 제가 필요하대요. 가야합니다.

미정 : 내가 잘못 키웠어. 좀 약아빠지고 현실적이고 자기 잇속 좀 챙기게 키울걸.

서현 : 건강하게 갔다 올게요. 걱정마세요.


미정 후하고 한숨 쉬는.



#16. 다현거실


준현 : 형, 정말 갈거야?

서현 : 그래, 너 믿고 가는거야. 잠깐이지만 니가 장남 노릇해야 해.

준현 : 난 형처럼 못해. 그러니까 얼른 와서 자기 자리 차지하고 있어. 나한테 떠넘길 생각하지 말고.

서현 : 너, 군대가기 전에는 와.

준현 : 입학 하자마자 군대부터 갔다 와야겠네. (농담처럼 중얼거리는)


서현 웃고.


준현 : 빨리 와야해. 거기서 한 눈 피고, 늑장부리면 알아서 해.

서현 : 알았어, 금방 올테니까 그동안만 니가 좀 봐주라.

준현 : 조심해서 다녀와, 형 없으면 자신 없으니까.


준현 진지하면, 서현 알았어 하는 얼굴로 웃고.



#17. 재인사무실


창수 청첩장 보여주는.


재인 : 뭡니까? 이게.

창수 : 저희 날 잡았습니다.

이부장 : 창수씨 드디어 성공한거야. 이거 축하해.

창수 : 고맙습니다. 열번찍어 안넘어가는 나무 있습니까.

유경 : 큰 마음먹고 예스하니까 무슨 딴 소리야. 그럼 도로 물러.

인규 : 처녀총각을 한번에 해치우네. 우리 사무실 터가 좋은가봐. 결혼이 줄을 잇는 걸 보면.

재인 : 축하해요. 두 사람 다. 언젭니까? 나처럼 또 다음주에 합니까?

창수 : 저야 그러고 싶은데 옆에서 협조를 안해주네요.

유경 : 결혼이 장난이에요. 다음주에 하게...

재인 : 나도 장난 아니었는데... 빨리하는 것도 괜찮아요.

이부장 : 안됩니다.. 안그래도 바쁜데 두사람 한꺼번에 빠지면 남은 우리가 죽어요.

재인 : 둘이 나란히 신혼여행가서 일하면 되지요... 노트북 하나씩 챙겨 보냅시다.

창수 : 무슨... 그런... 저희는 무인도로 갈겁니다. 찾지 말아주세요.


직원들 웃고.



#18. 한정식 집


형준, 동석 앉아 있는, 형준 애써 표정 환한데.


형준 : 아버지랑 둘이 나와서 밥 먹는거 정말 한참 됐어요.


하는데 재영 나타나는, 두 사람 눈치보고.


동석 : 내가 불렀다. 오랜만에 밥이나 같이 먹자고.


(화면 바뀌고)

동석, 묵묵히 밥 먹고, 재영, 형준 서로 눈치보는.

재영 얼른 밥 먹고 두사람 눈치 보고 아무말 못하는.

동석 한숨 쉬고.


동석 : 지금 당장 결정할 생각 하지말고 더 시간을 가져보자. (하고 일어나는)


동석 나간 자리에 두사람 서로 얼굴 마주보고.



#19. 커피숍


두사람 마주보고, 할 말 고르고 있는.

형준이랑 재영이 동시에 입여는.


형준 : 재영아.

재영 : 오빠.

형준 : 니가 먼저 말해.


재영 그냥 바라보고 있으면 형준이 먼저 말하는.


형준 : 보고 싶었다. 이재영.

재영 : ... 그런데 아까, 그렇게 쌀쌀 맞았어. (생각하면 섭섭하고) 아주 얼음이 뚝뚝 떨어지더라.

형준 : 그래야, 너도 나도 정리가 될 거 아니야.

재영 : 그런다고 마음이 정리가 돼?

형준 : 아니. 이천 가서도 너 못 잊으면 그때는 정말 어쩌나... 하고 한참 걱정했거든.

재영 : 잊을까봐 걱정을 했어야지... 난 오빠 아니면 안되는데.

형준 : 나도 그래. (이러다 진지하게 말하는) 아무리 여자가 좋아도 끝이다 싶으면 그걸로 끝이었어.

         미련도 없고, 붙들고 싶은 생각도 안나고. 그런데 넌 안되더라.

재영 : 그러니까 내가 오빠 운명이지.

형준 : 그래... 니가 내 운명이야.


두사람 웃는.



#20. 재인집앞


두사람 차에서 내리면서 재영 약간 섭섭하게.


재영 : 어쩌면 그러냐? 내가 헤어지자고 그랬다고 붙잡지도 않고.

형준 : 니가 먼저 말해서 나도 섭섭했어. (농담처럼 말하고 진지해지는, 재영 다가가 안고) 미안해. 마음 고생 시켜서.

재영 : 사랑해... (하면 형준 자식 하는 쑥스럽고.. 재영 뒤에 붙여서) 뒤에 이거 빠진 거 아니야?

형준 : 알았어.

재영 : 해봐 빨리.

형준 : (자식 쑥스럽게) 미안해 마음 고생시켜서. 그리고 사랑해.

재영 : (얼른) 나도.

형준 : (웃고)



#21. 술집


진만 다가가면 동석 일어서는.


진만 : 어쩐 일이십니까? 여기까지.

동석 : 아까 술이라도 한잔 나눠야지 생각했습니다. 자식문제로 고민하는 거 저하나 아니라 다행이다 싶어서 말입니다.

진만 : 그게 어디 세상에 우리 두 사람뿐이겠습니까. 다 걱정이지... 그래도 저는 이제 고민 털었습니다.

동석 : 그럼 완전히 승낙하신 겁니까?

진만 : 어쩌겠습니까. 이기지 못할 싸움인데... 오래 끌어봐야 우리만 손해지요.

동석 : 저도 금방 지고 왔습니다.


진만, 동석 바라보고 웃는.

동석 완전히 기분 좋은 건 아니지만.


진만 : 잘하셨습니다. 그래도 그 아드님은 좋은 일이 생기는 거 아닙니까, 잘되서 결혼하고, 그럼 손주도 생기고.

동석 : 의사선생님도 좋은 일 하러 가는 거니까 앞으로 좋은 일만 생길 겁니다. 갔다오면 결혼도 하고 손주도 보겠지요.

진만 : 그 댁은 금방이지만... 우린 또 2년을 기다려야 합니다. 부모는 자식을 평생 기다리다 가나 봅니다.

         뱃속에서 기다리고, 낳을 때 기다리고.... 또 일어설 때 기다리고, 말할 때 기다리고.

동석 : 결혼하고, 손주보는 거 기다리고... 더 잘되기를 바라고... 이게 부모노릇인가 봅니다.

진만 : 그러게 말입니다. 애들이 알래나 모르겠어요. 우리가 평생 기다릴 수 없다는 거.

동석 : 그럼 그때는 지들이 지 자식, 기다리고 있겠지요. 우리처럼 이렇게 술이나 마시면서.


두 사람 웃고. 술잔 건네는.



#22. 집앞 공원


희진 : 그럼 언제 출발하시는 거에요.

서현 : 이거저거 정리하고 준비하려면 시간 조금 걸려요. 2월정도 생각하고 있는데 더 빨라질 수도 있구요.

희진 : 2월이요? 그렇게 빨리요?


희진 머뭇거리다 입여는.


희진 : 제가 복이 없는 앤가봐요.

서현 : 왜 그런 생각을 해요?

희진 : 주위에 사람들이 자꾸 멀리 떠나는 걸 보면. 어머니도, 아버지도... 그리고 ...(선생님도)

서현 : 나 유진이나 희진씨 두고 도망가는 거 아니에요. 죽으러 가는거 아니고. 그러니까 그런 생각하지 말아요.

         그리고 내가 행운의 동전 줬잖아요. 내 것까지.


희진 푹하고 한숨 쉬고. 그러다 결심하는.

희진 주머니에서 자기 동전 꺼내주는.


희진 : 제 행운의 동전이에요. 선생님이 주신. 다 잘 될 거에요.

서현 : 내가 가지고 있어도 되는 거에요?


희진 고개 끄덕이고.


희진 : 기다려도 되요?


서현 바라보면. 희진 간절하고, 서현 담담하게 웃는.


서현 : 기다릴 수 있겠어요?

희진 : 기다릴 수 있어요. 아니, 기다릴게요. 기다릴래요.


희진 빠르게 한꺼번에 얘기하면 서현 웃고.



#23. 집앞 공원


진만 술먹고 걸어 올라오는.

공원에 두 사람 나란히 앉아있고 후유 하고 한숨 나오지만.


진만 : 뭐하냐? 안추워?


두 사람 놀라서 일어나고, 진만 담담한, 희진 눈치보는.


서현 : 아버지?

진만 : 감기 안들게 일찍 들어와. 아님 어디 들어가서 얘기를 하던지.


두 사람 두고 진만 걸어가고, 서현, 희진 마주보는.

진만 할 수 없고, 그래서 그냥 웃는.



#24. 진만방


진만 앉으면, 미정 물가져다 주는.


진만 : 좀 나아졌어.

미정 : 마음이 문제지. 몸은 멀쩡해요.

진만 : 속 썩을 거 없어. 다 결정됐는데, 이제와서 그럼 뭐해.

미정 : 우리가 애들을 너무 무르게 키웠어요. 저러다 눌러 살겠다고 그럴까봐 걱정이에요.

진만 : 아들 안 올까봐? 와, 틀림없이. 건강하게 잘 올거니까 걱정하지 말아.

미정 : 그걸 당신이 어떻게 알아요?

진만 : 기다리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지가 안와. 본인이 못참고 오게 되었어. 그러니까 이제 털어버려.



#25. 재인거실


재인 : 김비서님이랑 상관없이 형준이 별로야.

다현 : 형준씨만큼 아가씨한테 잘 할 사람 없어요.

재인 : 몰라서 그러는데 형준이 과거가 얼마나 복잡한 줄 알아. 학교다닐 때부터 여자가 줄을 섰어.

다현 : 재인씨는 어땠는데요? 여자들이 별로 없었지요?

재인 : 이거 왜이래. 나도 좋다는 사람 많았어.

다현 : 그래요? 잘됐네. 이번 참에 그 복잡한 과거 좀 들어봐요. 나말고 또 누구 있는데?

재인 : 말이 그렇다는 얘기지. 거기, 왜 갑자기 내가 나와. 형준이 얘기하다가.


다현 웃고.


다현 : 재인씨가 먼저 꺼냈잖아요.


다현 픽 웃고, 다시 진지해지는.


다현 : 형준씨 워낙에 사람이 좋으니까 여자들도 좋아하는 거에요. 사람보는 눈 다 똑같으니까.

         바람둥이가 결혼하면, 와이프한테 더 잘한대요.


재인, 다현 한번 노려보고.


재인 : 근거 있는 학설이야?

다현 : 남들이 그렇다니까 그럴 확률이 높은 거지요. 그리고 재인씨는 더더욱 반대하면 안돼요.

재인 : 왜? 내가 형준이 친구니까.

다현 : 아니요. 재인씨가 손해보는 장사 아니니까. 재인씨, 그런거 좋아하잖아요.



#26. 형준사무실


재인 문 쾅 열고 들어오는, 형준 바라보는.


재인 : 너, 속도위반도 안되고 야반도주도 절대 안돼.

형준 : 야... 내가 너냐? 그런 걸 하게.

재인 : 그거 전부 니가 가르쳐 준거잖아. 그리고 난 속도위반은 안했어. 내 동생하고 어떻게 해보려면 정식으로 해.

         딴 짓만 해봐. 가만 놔두나.

형준 : 그럼, 딴짓만 안하면 가만 두겠다 그 얘기야.

재인 : ....

형준 : 눈에 쌍심지를 키고 난 안된다고 할 때는 언제고, 순순히 허락을 하는 거야. 김새게.

재인 : 김이 새?

형준 : 그럼, 이재인이 어디까지 반대하고 나서나 볼려고 그랬는데.

재인 : 내가 중요한 걸 잊고 있었거든.

형준 : 뭐? 아무리 생각해도, 나만한 남자 없다는 거.

재인 : 아니. 너랑 내동생이랑 결혼하면 내가 훨씬 이득이야.

형준 : 왜?

재인 : 너, 후회 할 거니까.

형준 : 내가 후회할 짓을 왜 하냐. 내가 후회하면 재영이도 힘들어. 너 지금 나 후회하라고, 결혼 허락하는 거야?

재인 : 아니... 내동생이랑 결혼하면 너, 나한테 형님이라고 그래야 해. 할 수 있어. 그거? 잘 생각해라. 형님이 하는 말이니까.


형준, 재인 말에 곤혹스러운. 그래도 한편으로 우습고 재인도 그런 형준 보고 웃는.



#27. 커피숍


재영 : 정말 오빠가 괜찮다고 했어?

형준 : 응, 너 데리고 도망만 안가면.

재영 : 난 도망안가. 우리 엄마, 그렇게 결혼해서.. 얼마나 고생했는지 내 눈으로 보고 자랐는데..

         나까지 그런 짓 못해. 아니 안해.

형준 : 사실.. 나도 그래서 그런 생각 감히 못했어.


재영, 형준 같은 생각하고.


재영 : 오빠는 됐으니까 이제 아저씨만 완전히 허락하시면 되는데. 아직도 한참 걸리겠지.

형준 : 시작이 반이지.

재영 : 맞아. 지금부터 시작이야. 이제 오빠만 확실히 마음먹으면 돼.


재영 농담하면, 형준도 농담으로 받고.


형준 : 이렇게 내가 코 꿰어야 하는 거니? 아버지가 좀 버텨 주시면 좋았을텐데...

재영 : 포기 해. 오빠 꼼짝마라니까.


재영 웃으면서 주먹 쥐어보이면 형준 웃는.



#28. 동석사무실


재인 : 고맙습니다.

동석 : 아직 허락한 거 아니야.

재인 : 알아요. 재영이한테 들었어요... 그래도 재영이 다시 봐주신다니까 제가 마음이 놓여요.

동석 : 재영이 봐주느라 그런거 아니야. 내 아들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거지.

재인 : .....

동석 : 좋아하면서 순순히 헤어진다는게 어째 더 불안해. 남들처럼 뛰쳐나가던가, 아니면 사고를 치던가...

         이랬다면 혼쭐을 냈을텐데.

재인 : 형준이, 저나 태하랑은 틀립니다. 아저씨가 반대하는 일 절대 안합니다. 아저씨, 힘든 일, 참지 못해요.

동석 : 나도 알아. 한번도 내 뜻 어겨본 녀석 아니니까. 그래서... 이번에는 내가 지고 들어간 거야...

         자식 힘든거... 부모도 보기 힘들어.

재인 : ....

동석 : 니들... 참 많이 컸다. 니 아버지 돌아가시고 그때 그 산꼭대기에서 (니들) 처음 봤을 때 저것들을 어쩌나 싶었는데...

         제대로 잘 자라줬어.

재인 : 다 아저씨 덕분이에요. 아버지도 없는 우리 가족... 뒤에서 남몰래 챙겨주신거, 절대 잊지 않습니다.

         재영이 아마, 형준이보다 아저씨를 더 좋아할 겁니다.

동석 : 그것도 알아. 그래서 더 허락하고 싶지 않아.

재인 : ....

동석 : 좋은 감정이라는게 얽히고설키면 변하게 마련이니까. 말년에 딸 놓치고 싶지 않다라는 생각도 했어.

재인 : 재영이, 여태 잘 봐주셨잖아요. 그러니까 한번만 더 봐주세요.

동석 : 아직도 말리고는 싶지만... 이게 어쩔 수 없는 인연인가 싶다.



#29. 다현거실


유진 책 펴놓고 고민하고 있는, 심각한 표정이고.


진만 : 유진이 뭘 그렇게 열심히 해?

유진 : 공부요. 학교에 너무 안가서 엉망이에요.

진만 : 뭐가 엉망인데.. 뭐가 잘 안돼?

유진 : 거미가 왜 곤충이 아니에요?

진만 : 거미가 곤충이 아니래? (얼른 미정 부르는) 여보?


진만 당황스럽고 미정도 시선 피하는.


미정 : 난 왜 봐요? 당신이 대답해줘요.


하는데 준현 2층에서 내려오는, 진만 반갑고.


진만 : 주니, 너 마침 잘 내려왔다. 거미가 왜 곤충이 아니야? (곤충이어야지. 하는 어조로)

준현 : 거미는 곤충이랑 좀 틀려요. (유진에게) 곤충은 다리가 여섯 개거든, 거미다리는 8개고.


유진 고개 끄덕이고.


유진 : 그럼 무당벌레는 뭐 먹고 살아요?

준현 : 뭐? .... 이게 초등학생 문제 맞는 거야? (책 들쳐보면 슬기로운 생활 맞고) 수능만큼 어렵네, 아버지 뭐 먹고 살아요?

진만 : 난들 아냐. 이슬 먹고 사나?


하는데 벨 울리는 반갑고.


준현 : 누가 왔나보다. 내가 나갈게요.


다현네 들어오면, 준현 얼른 묻는.


준현 : 누나. 무당벌레는 뭐 먹고 살아?

다현 : 뭐?


(화면 바뀌고)


다현 : 무당벌레는 진딧물 먹고 살아.

진만 : 선생님은 선생님 이구나. 그런걸 다 알게.

준현 : 유진아. 오늘 공부는 그만하자, 내일 오빠가 공부 좀 하고.. 그리고 또 하자.


얼른 준현 유진 책 치우는, 가족들 웃고.


미정 : 왠 일들이야. 다 같이. 자네들 바쁘다면서?

재인 : 아주 급한 불은 껐습니다. 크리스마스 지나서 숨 돌릴만 해요. 그래도 정신없긴 하지만.

태하 : 현진씨가 인천오고 싶다고 노래를 불러서요.

다현 : 엄마, 뭐 먹을 거 없어?

준현 : 뭘 오자마자 먹을걸 찾냐? 유진이처럼 애도 아니고.

미정 : 원래 임신하면 그런거야. 뭐 해줄까?

재인 : 아무거나 상관없습니다. 다 좋아하니까, 돼지족발에서 탕수육까지 사양 안합니다.


현진 인상쓰고 태하 옆에서 같이 놀라는.


태하 : 먹는거 좀 있다 하지요. 이 사람 싫은 모양인데.

미정 : 어떻게 하나는 먹느라 정신없고, 하나는 냄새 피하느라 정신없고 정말 고르지도 못하다.

현진 : 괜찮아요. 어머니.. 오빠는요?

미정 : 니 오빠 얘기하지도 마. 속상해 죽겠으니까.


하고 주방으로 들어가는, 다현, 현진 마주보면 진만 분위기도 바꿀겸.


진만 : 너 방학도 하고 그랬으니까 집에도 좀 자주 들러. 현진이야 바빠서 할 수 없다지만. 니네 엄마 아주 쓸쓸한가보다.

다현 : 알았어요. 자주 들릴게요. 죄송해요. 아빠.



#30. 다현 안방


진만 : 애들 가고 나니까 조용하네.. 우리가 자식들은 번듯하게 잘 키우지 않았어?

미정 : 잘 키우면 뭐해요. 저 혼자들 큰 줄 알고 다 집 나가 살겠다는데. (서현이 때문에 속상해서)

진만 : 품안의 자식이야. 지 짝들 찾아가고, 지들 일 열심히 하고 있잖아. 그거면 되지.

미정 : 서현이는 아직 결혼도 안했어요.

진만 : 갔다와서 하겠지. 왜, 우리 큰 아들 결혼 못할까봐.. (걱정이야)

미정 : 누가 그렇대요?

진만 : 그거 아니면 얼굴 좀 펴. 서현이 말대로 우리가 키웠어. 어려운 사람 돌아보고, 힘든 사람 도와주라고.

         그리고 그렇게 사는 게 잘 사는 거야. 당신 고생했어. 애들 잘 키우느라.


미정, 진만 바라보면, 진만 따뜻하게 토닥이고.



#31. 규철 서재


규철 : 시작부분을 수정했네.

편집장 : 예?

규철 : 돈이 최고야.. 이거보다는 좀 더 편안한 말이 낫겠다 싶어서. 그건 너무 원색적이잖아.

         그래도 내가 사회적 체면도 있는데..

편집장 : 내일 모레면 책이 나오는데 이제 와서 수정을 하시면 어떡합니까?

규철 : 고치면 되지. 아직 안나왔는데..

편집장 : 그게 말이 쉽지 편집부터 다시 다 해야합니다. 연말이라 인쇄소 잡기도 어렵습니다.

규철 : 그게 출판사의 능력이지. 비망록 아닌가, 쓰고 싶은 말을 남겨야지 내가 살날도 얼마 안남았는데

         하고 싶은 얘기도 빼놓고 써야 하나.

편집장 : 하지만..

규철 : 자, 자네 특별한 사람 아닌가, 능력있으니까 거기까지 올라갔지. 얼른 가서 수정 하게.


편집장 기가 막히고, 규철 빤히 웃는.



#32. 동석주방


재영 간보고 있으면, 동석 들어와서 놀라고.


동석 : 재영이 아침부터 여기서 뭐하니?

재영 : 아버님, 식사 이제부터 제가 챙길게요.

동석 : 아버님?

재영 : 이제 아저씨라고 안 부를 거에요. 아버님이나, 다른 사람들 있을때는 김비서님으로 부를게요.

동석 : 재영아..

재영 : 선식도 좋지만.. 아버님 원래 진지드셨잖아요. 제가 식이요법으로 식단 확실하게 짰어요.

         (아버님) 혈압도 있으신데 아무 음식이나 드시면 안돼요.



#33. 재인 주방


가족들 밥 먹는데 재영 없는.


규철 : 재영이는? 왜 또 없어? 다 잘됐는데.

다현 : 형준씨네요. 오늘부터 형준씨랑, 김비서님, 아가씨가 아침 챙긴대요.

재인 : 그게 무슨 소리야. 걔가 왜 그 집 아침을 챙겨?

다현 : 완전히 허락하실때까지 순서대로 하겠대요. 차근차근.

선희 : 순서? 무슨 순서?

다현 : 네. 남자를 설득하기 위한 첫 번째 방법은 위장을 공략해야 한다는데요.


다현 웃으며 말하면 가족들 마주보고, 잘됐으면 하는.



#34. 동석거실


형준 : 아버지, 뭐 찾으세요. 왜 이렇게 왔다갔다 하세요. 아침부터.

동석 : 신문.. 오늘 신문이 다 어디갔어? 스크랩해서 보고드려야 하는데.. 한꺼번에 안올리는 없을텐데.. 어떻게 하나도 안보여.

재영 : 아버님, 그거 제가 다 스크랩했어요.

동석 : 니가?

재영 : 네. 다 해서 할아버지 책상위에 올려놨으니까 걱정마시구요. 이거 들어보세요. 이게 혈압에는 즉효래요.


재영 녹즙같은거 건네주면, 동석, 형준 인상쓰는.


형준 : 그게 뭔데.. 어째 색이 요상하다.

재영 : 몸에 좋은 거 다 들었어요. 한번에 쭈욱 들이키세요.


동석 얽려에 받긴 했지만 선뜻 먹지는 못하고, 옆에서 자꾸 재촉하는.


형준 : 아버지 들어보세요. 재영아, 난?

재영 : 오빠는 젊잖아. 이런게 왜 필요해. 아버님 어때요?

동석 : 으음.. 그렇다. 요상해. (인상쓰는, 재영 웃고)



#35. 규철서재


규철 스크랩 보다가 이상한 눈으로 동석 바라보는.


규철 : 자네, 요새 이런데 관심있나?

동석 : 예?

규철 : 아직 청춘이구만. 외국배우 결혼하는데 관심이 다 있고 난, 이름도 처음 들었네.

동석 : 아.. 네.. 저도.. (처음입니다)


동석 당황스럽고, 그러다 픽하고 웃어버리는.

신문 스크랩에 외국배우 결혼 얘기 크게 오려있는.



#36. 재인거실 (2층) (제발 커턴 좀 고급스럽고 두꺼운 것으로 바꿔주세요)


다현 : 두분은 언제 결혼 하실 거에요?

재영 : 결혼이요? 그거야 오빠 철들고 나서 해야지요.

형준 : 이재영...

재인 : 형준이 철 들려면 너 결혼 못해. 그냥 결혼하고 살면서 어떻게 해봐.

형준 : 두 남매가 날 바보 만드네. 그래서 못하는게 아니라, 우리 아버지가 아직 허락을 안하시니까 못하는 거야.

재인 : 근데, 결혼도 안할 사람들이 왜 이렇게 늦게 다니는 거야?

재영 : 늦게 오긴 이제 10시 넘었는데.

재인 : 너무 늦어. (형준이) 너 나랑 계약서 한 장 쓰자.

형준 : 무슨 계약서?

재인 : 지킬건 지킨다. 제1조야. 재영이 털끝하나라도 건드려봐.

형준 : 넌 다현씨 만나면서 손하나 까딱 안했어? 바랄걸 바래야지.


형준, 다현 바라보지만 다현 웃기만 하고.


재인 : 그래서 어쩌겠다고. 내가 그랬다고 너도 그러겠다고. 절대 안돼. 재영이 너도 방심하지 말고.

다현 : 재인씨. 왜 그래요?

재인 : 왜 그러긴... 그리고 재영이 무조건 8시까지는 들여보내.

형준 : 8시? 요새 때가 어느 땐데, 8시에 들여보내래.

재영 : 오빠, 갑자기 왜 이러는 거야?

재인 : 갑자기 아니야. 니들 붙어 다닐 때부터 경고했어야 했는데 그동안 내가 너무 바빠서 깜빡했어.

         하여튼 일분이라도 늦기만 해봐.



#37. 커피숍


두 사람 차 앞에 두고 있는데 전화기 울리는.


형준 : 받지마. 니네 오빠 전화야.

재영 : 알아. 그래도 전화까지 안받으면 들어가서 더 피곤해.


재영 전화기 받는.


재영 : 알았어. 들어갈게. 지금 가는 길이라니까.

형준 : 니네 오빠 등살에 아주 꼼짝을 못하겠다. 왜 시집살이를 이렇게 시키는 거야?

재영 : 그거야 다 오빠 때문이지.

형준 : 그게 왜 나 때문이야?

재영 : 솔직히 오빠 과거가 좀 화려했어.

형준 : 현재가 중요한거지. 지금은 마음 잡았잖아.


두사람 웃고, 기분 좋은.



#38. 규철서재


규철 : 출판기념회? 그런 걸 뭐하러 해. 돈 들이고, 시간 낭비하고.

재인 : 출판사에서 해주는 거랍니다. 그리고 그렇게 광고를 해야 책이 한권이라도 더 팔리지요.

규철 : 그런가..

재인 : 그럼요. 책이 많이 팔려야 인세도 들어오고, 그럼 말년에 돈 버시는 거에요.

규철 : 이 녀석아, 누가 말년이야. 말년은.

재인 : 입만 열면 얼마 안남았다 소리 하시는 분이 누구신데요.

규철 : 난 다현이가 증손 낳고, 걔가 결혼하는 거 보는 게 내 꿈이야. 그때까지는 안죽는다.

재인 : 욕심도 많으세요.


재인 중얼거리면, 규철 눈썹 올라가고.


규철 : 뭐야?


재인 웃으면서 진심으로 말하는.


재인 : 제발 그렇게 오래 사세요.



#39. 다현 거실


미정 : 파티에 초대 받았는데.. 이러고 가도 되나..

진만 : 출판 기념회라는데 왠 파티야?

미정 : 그래두요. 성현그룹 회장님이 오라는 거 잖아요. 대단한 사람들도 많이 올텐데.

진만 : 회장님이 부르신게 아니라, 사돈 어른이 초대하신 거야. 유진아, 희진아, 니들도 얼른 나와.


유진 방에서 나오는, 희진도 따라 나오고.


유진 : 저는 준비 다했어요.

희진 : 저희도 가도 되는 거에요.

서현 : 그럼요. 다 같이 초대 받았는데.

유진 : 전 파티 좋아해요. 옛날에 유치원에서도 생일파티 해줬는데..

진만 : 그래 다 같이 가자.



#40. 출판기념회장, 대기실


동석 : 긴장하셨습니까?

규철 : 긴장은 무슨.. 내가 누군가. 성현의 이규철이야.

동석 : 그래도 마이크 보시면 항상 긴장하시지 않습니까.

규철 : 자네만 알고 소문내지 말게. 안그럼 책판매에 지장있대. (하고 동석부르는) 자네.

동석 : 네. 회장님.

규철 : 내가 책안에는 구구절절 안 썼지만... 나한테 자네 소중한 친구네. 그거 잊지 말아.

동석 : 알고 있습니다. 너무 대단한 친구를 뒀다 생각하고 있습니다.

규철 : 대단하긴, 은퇴한 노인네가 뭘 대단해. 정말 난 손 뗄 생각이네.

         이제 젊은 친구들이 해나가도 돼. 지금도 잘 들 하고 있잖아.

동석 : 네. 잘 들 하고 있습니다. 저도 은퇴할 때가 됐다 생각하고 있습니다.

규철 : 꼭 내려가야 해? 자네 가면 내가 심심하잖아.

동석 : 회장님도 놀러 오십시오. 친구는 언제나 환영입니다. 더구나 회장님처럼 유명하신 분은...


규철 예끼하는 얼굴이고 오랜만에 편안하게 웃는.



#41. 출판기념회장


가족들 모습 보이고, 사람들 인사하는, 기자들 사진 찍고.

다현네 식구와서, 규철에게 인사하는.


진만 : 축하드립니다. 책이 아주 잘나왔습니다.

규철 : 고맙습니다. 여기까지 다 와주시고..

유진 : 안녕하세요. 초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유진 인사하면 규철 머리 쓰다듬고.


규철 : 오냐, 잘왔다. 사돈총각은.. 언제 출발하는겐가.

서현 : 명절 지나고 바로 출국할 겁니다.

규철 : 내가... 살면서 사돈댁 때문에 참 특별한 사람을 많이 만납니다.

미정 : 특별한 사람이요? 누구를 말씀하시는지...

규철 : 사돈어른이 특별하시지요. 이렇게 아드님, 따님을 훌륭하게 키워내신 거보면.

진만 : 뭐 이게 특별한 건가요. 남들도 다 이렇게 사는데.

규철 : 특별하지요. 사람사는 일, 다 그게 그것 같지만 막상 서로 도와가며 베풀면서 실천하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마음먹기 어려워서 아예 생각도 않는 사람들도 있고 마음먹어도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고...


규철, 진만, 미정 가만히 바라보다가.


규철 : 어렵게 피기는 하지만,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게 사람 꽃이라고 합니다. 사람이 사람처럼 살아서

         좋은 일로 꽃을 피고 남한테 열매를 주는 거. 사돈어른네는 너나 할 것 없이 그렇게 살아가고 있지 않습니까.

         부럽습니다. 나도 죽기 전에 그렇게 살아보고 죽어야 하는데... 항상 배우는게 많습니다. 


동석 다가와서, 조용히.


동석 : 시간 다되셨습니다.


하면 규철 연단 올라가 마이크 잡는 규철 연설하는.


규철 : 오늘 여기까지 찾아와 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 오랜만에 보는 분들도 있고, 고마우신 분들도 참 많습니다.

         이 자리에 서기까지 정말 열심히 살아왔습니다. 그리고 난 내가 참 특별하고 대단한 사람인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이규철이라는 옷을 벗고 세상에 나가니까 전철에서 자리 하나 비켜주지 않는 그냥 평범한 노인네더군요.

         그... 평범했던 나한테 어느 날 특별한 친절을 베푼 선생님이 있었습니다. 아주 평범한 친구였는데...

         날 특별하게 대해주더라 이 말씀입니다. 그래서 나도 그 친구를 특별하게 대했습니다.

         원래... 내가 받은 만큼 주는 성격이라... (잠깐 웃고) 하지만 그 친구는 나처럼 (사람한테) 인색하지 않더군요.

         누구에게나 마음을 열 줄 알고, 사람한테서 좋은 점을 먼저 발견하고, 상대를 진심으로 대하는...

         만나다보니까 나도 진심이 되고 그 친구가 진짜 소중해졌습니다. 누군가한테 특별하고 소중한 사람이 되는 것...

         자기만 보이는 이 세상에서 그게 참 어려운 일인데 인생이 이만큼 지난 지금에야 난 그렇게 할 수 있는 방법을

         배웠습니다. 내가 특별해지고 싶은 가장 좋은 방법은 눈앞의 상대를 귀하게 생각하고 특별하게 맞이하면 됩니다.

         그건 누구나 할 수 있는 1%의 가능성입니다. 어렵지 않습니다. 지금 당장 내 옆에, 내 뒤에 있는 사람을

         귀하게 여겨보세요. 그럼 다 특별해집니다. 내가 내 인생에서 특별한 1%를 찾아낸 거처럼

         여러분도 1%의 어떤 것을 찾아내기를 바랍니다.


가족들 보여지는.





























첨부파일 1프로의 어떤것 26회.t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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