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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프린스 1호점] 08

작성자수다쟁이|작성시간11.12.08|조회수1,728 목록 댓글 0

[커피프린스 1호점] 08











씬1. 한결 오피스텔, 밤


한 결 : (은찬 안보고, 눈가 붉은, 애써 담담히) 내가 내가 싫다. 낼 모레 서른이나 먹은 놈이, 할머니 걱정이나 사면서...

          대체 뭐하고 산건지...한번도 내가 사는 방식이 틀렸다고 생각한 적이 없는데, 오늘은 내가 너무 이기적..(말 못잇는)

          가라. 늦었다.

은 찬 : (안쓰런 가만보는) ..

한 결 : ...

은 찬 : (한결 빤히 보며, 두근거리는, 애써 웃으며, 덤덤히) 제가 기운나는 신나게 해줄까요?

한 결 : (어이없이, 작게 웃으며) 또 쓸데없는 짓할라그런다. 가. (하고, 고개 돌리는데)

은 찬 : (한결의 턱을 손으로 잡아, 한결을 보는)

한 결 : ?

은 찬 : (순간 눈을 질끈감고, 입을 맞추는)


한결, 자기도 모르게 눈을 살짝 감는,

그러다, 은찬과 한결, 동시에 움찔하고 뒤로 물러서는,


한 결 : (입술 거칠게 부비며, 얼굴 벌개져서, 괜히 더 화를 내는) 아우, 이게 미쳤나! 어따 주둥이를, 너 죽을래!

은 찬 : (부끄러워 죽겠는, 짐짓 능청스레) 확실히 기운이 살아나네. 역시 응원의 뽀뽀가 효과가 있구나.

한 결 : (무안함 감추려고, 소리치는) 이 자식이! 너 당장 집에 가!

은 찬 : (발끈) 사장님은 안 그랬어요! (무안한, 소리 줄어 드는) 전에 선 볼 때, 회전문 나오면서, 했잖아요.

한 결 : (어이없는, 한숨 쉬며) 내가, 내가, 너랑 무슨 말을 하냐..에우...(하며, 일어나 가는)

은 찬 : (서운한, 중얼거리며) 그러면서 눈은 왜 감는데!



씬2. 한결오피스텔 테라스, 밤


야경 펼쳐진 테라스, 한결, 와인을 마시고 있는,

은찬, 맥주를 마시며 한결을 힐끔힐끔 보는, 걱정되는,


한 결 : (와인잔 돌리며) 또 힘나게 해줄라고? 또 들이댐죽는다?

은 찬 : (머쓱한, 짐짓 심술궂게) 차암, 한결리하네. 이게 무슨 말인 줄 알아요?

          폼 잡느라고 힘들 때 힘들다 하지 못하고, 좋을 때 좋다 하지 못 하는 걸 두고 하는 말이에요.

한 결 : (어이없는, 피식 웃고) 말도 잘만들어내지.

은 찬 : (맘 좀 놓이는, 차분히) 할머니 뵈야죠?

한 결 : (슬픔 억누르고, 자조적인 투로) 그래야지, 근데 어떤 얼굴로 봬야 돼? 무슨 말을 어떻게할까?

은 찬 : (회상하며, 담담히) 울 아빠가 오래 아프다 돌아가셨는데요...

한 결 : (보는) ?

은 찬 : 난 그냥 성적표도 보여드리고, 엄마한테 야단맞으면 엄마 험담 실컷하고... 졸리면 링거 옆에서 누워 자기도 하구,

          그랬는데... 돌아가시던 날이요..‘학교 다녀오겠습니다’ 하는데 그날따라 아빠가 유난히 환하게 웃으시는 거예요,

          근데...알겠더라구요. 학교 갔다 오면, 어쩌면 안 계실지도 모르겠... (맘아픈 웃음짓고, 아빠가 그리운)

한 결 : (보는, 따뜻한, 은찬의 머리를 흐트러뜨려주는) 자식...

은 찬 : (보며, 담담히) 내가 여자면, 어때요?

한 결 : ?

은 찬 : 만약 내가 여자면.. 우리 사귈수 있나?

한 결 : (자신의 혼란을 잠재우려는, 가볍게) 여자가 아닌 게 천만 다행이지.

은 찬 : (서운한 맘 감추고) 왜요?

한 결 : (일어서며, 덤덤히) 너같이 정신없는 애가 좋아하니 어쩌니 하면서 사귀자고 덤비면 골치 아프잖아.

은 찬 : (섭섭함 감추고, 받아치듯) 어라라! 완전 자뻑지존이네. 누군 좋대요!

한 결 : (안보고, 덤덤히) 이제 나도 놀 때는 지났어. 밀고 당기고 연애하는 것도 귀찮고, 결혼은 할테니까,

          할머니 어머니가 좋아하실 여자 만나야겠지.

은 찬 : (서운한, 비난하듯 말이 나오는) 어디 그룹 셋째 딸, 뭐 그런 여자?

한 결 : (덤덤히) 나쁠 것 없지. 좋은 환경에서 잘 자라서 구김살 없이 이쁜 며느리가, 울 할머니 이상형이거든.

          우리 어머니가 그런 며느리고. (야경보며, 쓸쓸한) ....


은찬, 그런 한결을 쓸쓸히 바라보는, 맘 쓰라린,



씬3. 은찬집, 밤.


은새, 거울을 보며 오디션에서 할 요상한 춤을 추고 있는,

은찬, 힘없이 웅크리고 누워있는,


은 새 : (춤추며) 믹키유천 오빠 쫌만 기둘려! 내가 올해 안에 꼭 앨범내서... 듀엣 무대 한번 서 볼라니까!

은 찬 : (입술 조심스럽게 만져보는, 한숨, 고민스러운) 여자라고 그냥 다 말해 버릴까?

은 새 : (춤추며, 낭창하게) 자매님, 진정하셔. 그냥 말해버리면? 사장 아저씨가 얼씨구나 오마이 달링 할 것 같아?

          여자인 넌 싫다 그럼 어쩔 건데? 그래도 그 옆에서 버틸 자신 있어?

은 찬 : (맘 아픈, 풀죽어) 전에 가게 나갔을 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냥 그 사람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좋겠다,

          그럴 수만 있으면 암 것도 안 바라겠다.

은 새 : (안된, 한숨) 방법은 두 가지야. 안 볼 각오하고 말하느냐, 욕심을 버리고 이렇게라도 사장아저씨 얼굴 보면서 사느냐.

          참고로, 베르사유 장미에 나오는 오스칼은 조국을 위해서 남장을 했단 말이지.

은 찬 : 난 그런 명분도 없잖아.

은 새 : (도와주고 싶은, 눈 반짝이며) 언니, 넌 사랑이 있잖아. 고은찬,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기 위해 남장을 하다!

은 찬 : (힘없이 피식 웃다, 이내 차분해지는, 씁쓸한, 은새보는)



씬4. 도로, 달리는 차안, 오후.


한결, 덤덤히 운전을 하고 있지만 속으론 좀 긴장한,

은찬, 조수석에 앉아 파일(주문장부)을 보고 얘기하는,


은 찬 : 수서동 들렀다 가야 돼요. 거기 ‘토토’에 10킬로 배달하구, (파일 넘겨 보며)

          ..그럼 오늘 로스트한 원두 배달은 끝인 것 같은데요,

한 결 : (정면 보며, 담담히) 수서역에 내려줄 테니까 먼저 들어가.

은 찬 : (의아해) 사장님은요?

한 결 : (뜸들이다 조용히, 맘 다스리는 중) 병원 갔다 갈게.

은 찬 : 아. (생각하다, 가볍게) 그리고 다시 회사 갈꺼죠? 같이 가요 그럼. 어르신 아픈데 모른척하는건 도리도 아니고...

          (무릎 만지며) 요즘 이상하게 무릎이 삐걱삐걱.. (하고, 슬쩍 한결의 눈치를 보면)

한 결 : (대꾸 없이 정면만 보고 운전하는, 할머니 뵐 일이 걱정 되는) ..



씬5. 병실 앞 복도, 오후.


한결모, 병실에서 나오다가 앞을 문득 보면, 한결, 굳은 표정으로 걸어오고 있는,

한결모 발견하고 한결이 안쓰런 서글픈 미소 짓고, 한결에게 다가가면,

한결, 곧장 다가와 한결모를 가만히 안아주는, 맘이 아픈,


한 결 : (꽉 안고서, 짐짓 가볍게) 우리 싸모님 간만에 안아보네.

한결모 : (마주 안으며, 뭉클한) 많이 놀랐지?

한 결 : (아픈 맘 누르고 어머니 머리 감싸며 꼭 안아주는)

한결모 : (포옹 풀고 한결 보며, 안쓰러운) 할머니, 아는 체 하면 싫어하시는 거 알지?

            너무 맘 쓰는 거 보이지 말고, 평소처럼 해.

한 결 : (알겠는 고개 끄덕이는, 한결모 얼굴 살펴보며) 우리 엄마, 얼굴 많이 까칠해지셨네. (하고 한 팔로 한결모 든든히 안는)


그때 은찬, 주스병 들고 뛰어오며,


은 찬 : 안녕하세요.


한결모, 한결, 병실로 들어가려다 돌아보면,


은 찬 : (달려와 멈추며, 꾸벅)

한결모 : (의아하게 보며) 누구?

한 결 : 직원. 문병하겠다고 해서, (은찬의 손에 들린 주스병 보며) 기껏 산게 그거냐?

은 찬 : (주스병 들어 보이며, 쭈뼛 웃으며) 저기, 물어보니까 생과일 100퍼 센트는 괜찮다고 해서,

한결모 : (웃으며) 아유, 신경 썼네. 고마워요.


은찬, ‘거봐요’ 하는 뿌뜻한 표정으로 한결 보는 표정에서,



씬6. 병원 입원실, 오후.


할머니, 누워 한결과 대화를 하고 있는,

한결, 할머니의 침대에 걸터앉아 할머니 손잡고 얘기 하고 있는,

은찬, 한결모, 침대 옆에 서서 대화하는 할머니와 한결을 보는,


한 결 : (할머니 보며, 가볍게) 맵고 짜고 단 거 좋아하시니까 위가 탈이 나잖아요. 어쩌냐, 울 할머니?

          올 여름에 팥빙수는 물 건너 갔네?

할머니: (맘 짠한, 누르고 기세 좋게) 이 놈 좀 보게. 아주 신났네, 신났어. 할미 약 올리니까 좋으냐?

한 결 : (울컥 감정 치미는, 누르고 가볍게) 신 안 나. 맘 아파 죽겠어. 이따 화장실 가서 엉엉 울지도 몰라.


한결모, 맘 아파 눈 돌리는,

은찬, 짠한 맘으로 한결의 표정 보는, 안쓰러운,


할머니 : (맘 아픈, 눈물 감추고 째리며) 이거이거.. (혀 차며) 내가 이래서 맘 놓고 아프지도 못해.

            일 좀 했다고 몸 고장 나는 것도 서러운데, 죽어라고 아예 고사를 지내라, 이눔아.

            (하다 은찬 보고) 근데 넌 아까부터 뭘 멀뚱 보고 서있냐? 통성명해야지?

은 찬 : (놀라, 앞으로 나오며) 아, 아까 인사드렸는데, 저 커피프린스에 있는 고은찬입니다.

          (하고 꾸벅 인사하며, 우렁차게) 힘내십시오, 할머니.

할머니 : (어이없는) 이눔이, 귀까지 먹은 줄 알어! (한결에게) 저런 사방분간 못 하는 놈을 어따 써. 당장 갈아 치워 버려라.

은 찬 : ?

한결, 한결모 : (피식 웃는) ..



씬7. 병원 입구, 낮.


한성, 종이학든 병을 들고 덤덤히 걸어오는,

유주(화사한 차림), 걸으며 걱정스러운 듯 힐끔 한성 보는,


유 주 : (웃으며, 덤덤히) 칙칙하면 싫어하실 것 같구, 밝으면 너무 요란한 거 아닐까 걱정 되구... 한성씨 마음 같지?

한 성 : (유주 차림 보는, 가볍게 웃는, 이내 덤덤히 걸으며) 그러네.

유 주 : (멈춰서서) 종이학 접으면서, 소원 빌었어?

한 성 : (맘아픈, 애써 정면 보며 담담히) ..좀 더 천천히, 아프지 않게, 데려가시라고.. (쓸쓸히 웃는)

유 주 : (마음 알겠는, 안쓰럽고 사랑스러운) 그래두 종이학은 너무 촌스럽다. (웃는) 그래서...예뻐. 최한성.


한성과 유주 서로 보고 웃다가 병실로 가는,


은 찬 : (e, 발끈한) 지금 짜고 치시잖아요!



씬8. 병실 안, 오후.


할머니, 은찬, 한결, 고스톱을 치고 있는,

할머니 앞에 천원지폐 수두룩한, 은찬, 동전 몇 개밖에 없는,

할머니, 은찬, 처음엔 둘 다 장난으로 치다가 완전 몰입한,

한결, 두사람을 보는,


할머니 : (찔리는, 발끈) 이런 옘병할 놈! 짜고치긴 누가, 짜고 쳐! 증거있어? 증거있어?

은 찬 : (열나는, 답답한) 있어요? 사장님이 코만지면 할머니가 쌍피내고,

          할머니가 귀만지면 사장님이 팔광내서 할머니가 새 가져가고! 짝짝 맞아 떨어지는데, 이래도 아니에요?

한 결 : (억울한) 얌마, 내가 코만진 건 코가 간지러서,

은 찬 : 가만계세요, 공범자 주제에,

할머니 : 아우, 안해, 안해! (하며, 화투판 확 덮어버리는) 이놈이 누굴 야바우꾼으로 ..너 어디서 굴러먹다 온 말뼈다구냐?!

            너 지금 환자한테 병문안 왔냐? 혈압올려려 왔냐? 내가 굳이 굳이 화투치기 싫다는데, 지가 굳이굳이 하재놓고,

            사람을 야바위꾼으로 몰아? 나 화투판서 뒤끝 있는 놈 젤 싫어, 가? (하고, 지폐를 베게 밑에 넣는)

은 찬 : (어이없는, 억울한) 깽판치심 다예요. 그러지 말고, 한 판 더 돌려요, 할머니! 아님, 개평을 주시던가요, 예?

할머니 : 내가 깨평을 왜줘?


한결, 어이없어 하며 두 사람 보는데,

한성, 유주, 안으로 들어서는,

한성, 은찬을 보고 반가운, 그러다 한결이 ‘어, 왔어?’ 하자 한결과 같이 있는게 왠지 서운한.


은 찬 : (그소리에 한성 보고, 반가운)

한 성 : (웃으며) 할머니, 좋아 보이시네요.

유 주 : (꾸벅 인사하며) 저 왔어요, 할머니. (은찬 보며) 은찬씨도 왔네?

은 찬 : (유주 보며) 안녕하세요?

할머니 : 어디 초상났어? 왜 줄줄이 들어와. (침대에서 내려오는)

한 결 : (다가가며) 왜요, 할머니?

할머니 : 소변볼라 그런다. 것도 허락 맡고 가리? (하는데)

은 찬 : (어느새 할머니 부축하며) 저랑 같이 가세요. 제가 도와드릴게요.

할머니 : (황당한) 이눔아, 아무리 늙었어도 나도 여자야! 날 아주 골로 가는 노인네 취급하고 있어! 절루 안 치워!

유 주 : (링거병 챙기는) 할머니, 저랑 같이,

할머니 : 필요 없어. 코앞에 가는데. 성가셔. (하고, 화장실로 들어가는)


한결, 불쑥 화장실안으로 들어가는,


할머니 : (E) 나가.

한 결 : (덤덤히, E) 팬티는 할머니가 내려. 바지는 내가 내려드릴게.

할머니 : (뿌리치며, E) 이눔이, 필요없다니까!


한결과 할머니, ‘손준데 뭐 어떠냐’, ‘절루 가라’, 하며 티격태격하는, 들리는,

은찬, 그 소리 들으며, 베개밑의 돈을 얼마간 세서, 제 주머니에 넣는,


유 주, 한 성 : ?

한 성 : 근데 여기 왜 와있어?

은 찬 : 이거 치고 있었어요. 앉으세요 앉으세요.

한 성 : 땄어?

은 찬 : 따긴 뭘 따요. 둘이 짜고 쳐서 천원밖에 안남았어요.

한 성 : (웃고)

유 주 : (웃다가, 그런 한성 보고, 조금 맘이 싸해지는, 이불을 치우려는)



씬9. 검사실 앞, 오후.


할머니, 안에서 MRI 검사 받는 게 보이고,

검사실 밖 한결 안쓰레 보고 있다가, 한쪽에 있는 벤치로 가려다, 오는 유주 보는,


한 결 : 형은?

유 주 : 할머니가 야채죽드시고 싶대서, 죽사러 갔어.

한 결 : (벤치에 앉고) 고은찬은?

유 주 : (앉으며) 같이..내가 너하고 있고 싶댔거든. 근데, (부러운 웃음짓고, 담담히) 은찬씨는 참 신기하더라.

          난 어르신들 앞에 서면 괜히 경직되고 불편하던데, 은찬씨는 어쩜 그렇게 편하게..

한 결 : (피식, 가볍게) 아무한테나 잘하는 놈이야. 낯가리는 것도 없고, 얼렁 뚱땅 덤벙덤벙대면서 금세 친해지고,

          (절로 미소 도는) 기회가 없어서 그렇지 뭘하면 제대로 할 것도 같은데..하여간 특이한 놈이야.

유 주 : (한결 표정 보는, 따뜻한 웃음짓고, 중얼거리는) 여기도 별이 떴네.

한 결 : (유주 보면)

유 주 : (한성 생각에 쓸쓸한, 한결 시선 피하며) 할머니, 생각보다 좋아 보이셔. 다행이야.

          한성 씨한테 연락 받고 걱정 많이 했는데,

한 결 : (맘 아파오는) 이렇게 큰일이 닥쳐야 정신이 드니..어젯밤에, 생각해 보니까...

          할머니랑 밤낚시 간 게.. 너무 오래 됐더라구. (피식) 우리 할머니, 낚시를 얼마나 잘하시는지 알아?

유 주 : (어깨 툭툭 두드리며, 밝게) 빌려줘? 이쪽은 최한결 전용이잖아.

한 결 : (서글픈 맘 감추고, 씨익 웃고) 어깨말고, 다리. (하고, 다리베고, 눕고, 눈감는)

유 주 : (편안하게, 한결의 머리 만지는) 많이.. 힘들지?

한 결 : (덤덤히) 할머니가 고기 낚으러 낚시가는 것보다 나랑 있는 게 좋아서, 낚시가자시는 거 알면서도 귀찮아 한게

          자꾸 맘에 걸려.

유 주 : (안쓰런, 한결의 머리카락을 만지는) ...



씬10. 병원 복도, 오후.


한성(손에 포장죽이 들린), 은찬, 얘기를 나누며 걸어 나오는,


한 성 : (궁금한, 미소로 가볍게) 가게 다시 들어가니까 좋아?

은 찬 : 어? 어떻게?

한 성 : (웃으며) 안그럼 둘이 어떻게 같이 여길 왔겠어.

은 찬 : (챙피한 웃음, 안 그런 척) 그게 제가 너무 필요하다구.. 꼭, 꼭 다시 들와 달라고 내가 없으니까, 장사가 너무안된다고

          사정 사정을,

한 성 : (왠지 서운한, 누르며 밝게) 누가? 한결이가?

은 찬 : (뻔뻔히) 뭐, 그렇죠. (얼른 대화 주제 바꾸는, 웃으며) 참, 저 아저씨 이름 봤어요. 음악감독 최한성, 영화에서요.

          디게 반갑더라.

한 성 : (피식 웃는) 무슨 영화?

은 찬 : (잘 생각 안 나는) 어, 뭐였지... (하는 순간, 한결 보고, 한성 보는)

한 성 : (이미, 유주와 한결쪽을 담담히 보고 있는)

은 찬 : (조금 한성을 걱정스레 보다, 한결을 보면, 질투도나고, 부러움도 이는, 안좋은)


한결, ‘다리 아프겠다’하며 자리에서 일어나 유주의 다릴 주무르고,

유 주 ‘간지러, 하지마’하고, 한결 웃고,

유주 ‘머리 흐트러졌다’하며 한결의 머리 만져주는,

한성, 두사람의 그런 모습을 담담히 보다가, 은찬을 보면,

은찬, 깊게 후..하고 한숨쉬며, 외면하는 모습을 보는,

한성, 한결에 대한 은찬의 마음을 조금은 느끼는,



씬11. 도로, 달리는 차 안, 저녁.


은찬, 조수석차문에 찰싹 붙듯이 앉아 있는, 질투 나고, 화나고, 비참한,

한결, 심난하고 복잡한 심경으로 운전하는,


한 결 : (운전하며, 무심히) 밥 먹고 들어가자.

은 찬 : (속 끓어, 냉랭) 싫어요.

한 결 : (놀라 은찬을 보는)

은 찬 : (화나 굳어 있는)

한 결 : (의아한) 뭐가 불만이야? 본전 다 챙겼으면서?

은 찬 : (맘 다스리려 애쓰며, 딱딱하게) 신경쓰지말고, 운전이나 하세요.

한 결 : (힐끔 은찬 보며, 대수롭지 않게) 배고파서 힘 떨어졌어?

은 찬 : ....

한 결 : 그니까 누가 따라오래? 갈비탕 곱빼기 먹어. 됐지?

은 찬 : (서럽고 우울한, 서늘하게) 그냥 들어가요.

한 결 : (이상해 보는) 어디 아파?


한결, 걱정스러워 은찬의 이마로 손 뻗는,

은찬, 이마에 한결의 손길 느끼고 화들짝 놀라 거칠게 뿌리치는,


한 결 : (어이없어 보는)

은 찬 : (무안한, 맘 누그러뜨리고) 안 아프고, 배도 안 고프니까 그냥 가게로 가자구요. 귀찮게 하지 말고,

한 결 : (의아하고, 화도나는) 자식이 어서 성질을 부리고! 귀엽다, 귀엽다 했더니 이게 아주 지멋대로,

은 찬 : (참다가 이내 폭팔하듯, 불쑥) 사장님은 사람이 뭐 그래요!

한 결 : (황당해 보면)

은 찬 : 사촌형 여자 무릎을 베고눕고.... 것도 한성아저씨 없는 사이를 비집고, 구질스럽게 남자가...껄떡대는 것도 아니고..

한 결 : 뭐, 껄떡?

은 찬 : 생각이 있어, 없어, 아저씨가 그럼 한성 아저씨 맘이 어떻겠어요! 사람이 어떻게 그렇게 이기적으로,

          한성아저씨가 착하니까, 봐주는거지.

한 결 : (어이없는, 화나는, 가라앉은) 후...고만해라.

은 찬 : (비참하고 서러운, 눈물 나는, 버럭버럭) 그렇게 좋으면 확 뺏어버리든가! 사촌형 여자면 어때! 좋으면 장땡이지!

한 결 : ! (화나서 노려보며, 차가운) 너 니 눈엔 내가 그 정도로 밖에 안보이냐? 사촌형 여잘, 내가,

은 찬 : (눈물나는, 참고 심술궂게) 양심있는 척 하지말아요, 별짓 다 하면서.... 구질스럽게 임자있는 사람을..

          하루이틀도 아니고 몇번씩..에우, 쪼다.. (팩 외면하고 창밖 보는, 화가 나 씩씩대는) ....

한 결 : (화나는, 참으려하는) 야...내가 진짜 살다살다 별소릴다.. 야..진짜..야...정말...

은 찬 : (눈가 그렁해, 소매로 쓱 닦고, 바깥보는) ..



씬12. 한성집 테라스


유주, 누워서 바람을 느끼고 있는.

한성, 맞은편에 앉아 흥얼거리고.


유 주 : (한성 올려다보는)

한 성 : (유주의 팔에 피아노치듯 음을 잡으며) 어때? 제목은 촌스러운 종이학.

유 주 : (피식 웃는, 빤히 보며) 갈수록 멋져지냐. 불안하게. (다시 잡지 보는)

한 성 : (농담처럼) 나는 너 만난 9년동안 늘 불안했는데, 너는 이제?

유 주 : (잡지내리며, 회상하는) 내 이십대는 어땠어?

한 성 : (생각하며) 바쁘고.. 어지럽고.. 급했어. 뭔가 모르게 쫓기는 거 같고, 뭔갈 향해서 가는 것 같긴 한데

          그 뭔가가 뭔지도 모르겠고..

유 주 : (한성 보며, 가볍게) 요즘 은찬씨 보면서, 가끔 내 지난 날을 되돌아봐. 내 20대는 왜 저렇게 풋풋하질 못했나....

한 성 : (유주 의식 못하고, 은찬 생각해보는, 슬며시 미소 도는)

유 주 : (한성 빤히 보며, 덤덤히) 그냥 조금만 이뻐하구 말기다.

한 성 : (덤덤히) 이쁘고 귀엽고 그게 다야.


유주, 빤히 보다가 피식 웃는, 장난스럽게 노려보다가 쿠션으로 얼굴을 누르는,


유 주 : (가볍게, 웃으며) 더는 안 봐준다.


한성, 숨막히는 듯 킥킥거리며 웃다가 유주를 끌어 앉는,

유주, 한성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는, 쓸쓸한 표정에서 F.O.



씬13. 커피프린스 앞, 저녁.


한결의 차, 가게 앞으로 들어와 서면, 은찬, 차문 꽝! 닫고 내려 걸어가는,

한결, 내리다가 본,


한 결 : (은찬 노려보며, 화난) 저 자식이!



씬14. 커피프린스 안, 저녁.


홍사장, 바에 앉아있는 여대생들 앞에서 각 잡고 핸드 드립하는, 여학생들 멋있다고 박수치는,

그때 은찬, 성난 기세로 문 벌컥 열고 들어오는,

홍사장, 반갑게 인사하려다가 은찬의 표정 보고 가만 두는,

은찬, 곧 터질 것 같은 표정으로 2층 계단으로 올라가는데,

민엽, 쟁반 들고 내려오는,


민 엽 : (은찬 보고, 불안해서) 형님, 우리 은새가 하루 종일 전화를 안 받는,


은찬, 민엽 젖히고 그대로 휙 올라가는, 민엽, 당황해 은찬 보는,


민 엽 : (홍사장에게) 저 형님 왜 저런대요?


그때, 한결 문으로 들어서서 계산대쪽에 앉으며, 화를 억누르고 있는,

홍사장, 한결의 표정 유심히 보고 계단 쪽 보는, 알 것 같은,


홍사장 : (귀여운, 혼잣말) 지지고 볶고 살맛나게들 산다.


민엽, 한결의 싸늘한 표정 보고는 감히 접근 못하겠는,

슬금슬금 주방으로 가며, ‘와플이 나왔나..’하며 가는,



씬15. 커피프린스 주방 안, 저녁.


선기, 주문서 보며 와플 만들고 있는,

민엽, 박스 내려놓고 앉아, 급하게 핸드폰 꺼내드는,


민 엽 : (터프하게, 핸드폰에 음성콜하는) 엔~젤!


곧이어 전화기가 꺼져있다는 안내음 나오는,

선기, 어이없는 듯 민엽을 째려보다가 귀여운 듯 피식 웃는,


민 엽 : (초조한, 터프하게) 형. 내가 형한테 인생 상담 좀 했으면 하는데,

선 기 : (무시하는, 묵묵히 일하는)

민 엽 : (아랑곳하지 않고) 우리 은새가 하루 종일 내 전화를 씹고 있는데, 이 사태에 대해서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형은 3년 동안 여자를 기다렸잖아, 그 비법을 나한테 (하는데)

선 기 : (일하며, 덤덤히) 너 쓸데없는 얘기 떠들고 다니지 마라.

민 엽 : (진지한) 걱정하지 말라니까! 형의 위대한 사랑의 비밀은 무덤까지 지킨다니까, 내가!

선 기 : (민엽 힐끔 보고 피식하다, 짐짓 진지하게) 내 비밀 하나 더 알려줄까?

민 엽 : (휙 돌아보면)

선 기 : (짐짓 어렵게 꺼내는 듯) 나... 일본 사람이다. (민엽 똑바로 보며 담담히, 속으론 놀리는) 니혼징데스.

민 엽 : (놀란) 아~그랬구나! 어쩐지, 일본말을... 내가 그동안, 정말 미안해. 자기나라말 한 것 갖구..

          (비장하게) 비밀 지킬 테니까 걱정 마. (하다 미안한) 형은 나한테 비밀 다 털어 놓는데...

선 기 : (뭔소리를 하려고 그러나 힐끔 보다가 래시피 만드는)

민 엽 : (콜롬보처럼 심각히 왔다갔다 고민하는) 아, 이게 싸나이의 고민이구나.. (하다가, 입 근질근질한)

          아, 진짜 내가 이건 의리로다 지킬라 그랬는데, 형한테 비밀을 갖고 있단 게 또 의리가 아닌거 갖다!


민엽, 주위를 살피고는 은밀하게 선기의 귓가에 속삭이는,

선기, 놀라, 민엽보는,



씬16. 커피프린스 탈의실 안, 저녁.


은찬, 문 거칠게 열고 들어오는, 금세라도 울음 터질 것 같은,

그대로 안으로 들어왔다가 멈칫하고는, 다시 돌아가 문 잠그는,

은찬, 이 악다물고 기분 가라앉히려 애쓰는, 캐비닛 문 열어 유니폼 꺼내는, 유니폼 본 순간, 감정 북받치는,

은찬, 유니폼을 거칠게 집어던지는, 눈물 솟구치는,


은 찬 : (눈물 고이는, 서러운) 뽀뽀도 해주고...병원도 따라가주고...웃겨주고... 그래도... 그 언니야.. 이씨...

          (그대로 서서 씩씩대는)



씬17. 커피프린스 앞, 아침.


한결, 통화하며 출근하는,

하림, 테이크아웃 리어카에서 일하다 한결을 보는,


하 림 : (일하며, 반갑게) 굿모닝!

한 결 : (끄덕이며 들어가는, 통화하며) 다른 결과는 언제 나오는데요? 결과 나올 때까지 병원에 계시면 좋을 텐데...


그때 은찬, 커다란 바구니에 사과 들고 오는,

한결, 은찬 보고 아는 체 하려는데, 은찬, 눈도 안 마주치고 지나가는,


한 결 : (멈춰 서서 은찬 보는, 신경 쓰이는) 예.. (사이) 그럼 저녁에 가서 뵈요.



씬18. 커피프린스 안, 오전.


은찬, 사다리에 올라 커다란 그림을 들고 걸고 있는,

한결, 밑에서 짐짓 까다롭게 위치를 지적하고 있는,


한 결 : (깐깐하게) 왼쪽으로, 왼쪽으로. 기울었잖아. (버럭 화낼 은찬을 기대 하며, 살피는) 그게 안 보이냐?

은 찬 : (묵묵히 평형 맞추는)

한 결 : (은찬의 기분 살피는, 이상한) 야야야, 오른쪽으로 좀더 가야지. 똑바로 좀 보고 못해? 너 눈 동태야?

은 찬 : (묵묵히 오른쪽으로 옮기는)

한 결 : (점점 열 받는, 억지 쓰는) 야! 거꾸로(사실은 똑바로인)잖아. 자식이, 그림을 볼 줄,(을 몰라!, 하다가 멈칫하는)

은 찬 : (아무런 대꾸 없이 그림을 거꾸로 거는)

한 결 : (화나는, 누르고) 내가 너한테 왜 이런 말까지 해야는지 모르겠지만, (한숨) 넌 내가 사촌형 여자나 넘보는 그런 치사한...

          한유주랑 나랑은 이제는..전엔 물론그랬는데..그거는 오래된 ..(하는데)


은찬, 무표정하게 내려와 사다리를 치우는,



씬19. 오디션장


섹시한 탱크톱을 입은 여자 참가자1, 힙합을 멋지게 불러내는, 심사위원 흘낏 참가자1을 보는,

은새 초조하게 여자 참가자1을 보는,

* 점프컷

여자 참가자1, 눈물 펑펑 흘리며 연기하고 있는,


참가자1 :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 (바닥으로 쓰러지면, 치마 사이로 드러나는 늘씬한 각선미)


심사위원 맘에 드는 듯 여자 참가자1를 빤히 보는,

* 점프컷

은새 전날 밤 췄던 엽기 춤을 열심히 추는데, 심사위원, 별 탐탁치 않은 듯 보는,

은새, 멈칫하다가 통아저씨 춤을 추는데, 떨어질 것만 같은 울고만 싶다.


심사위원 : 다음!

은 새 : ?



씬20. 커피프린스 탈의실 안, 낮.


은찬, 하림과 구석에 앉아, 김밥을 먹고있는,


하 림 : (웃으며) 야, 나 어제 단골 3번이랑 영화를 봤다?

은 찬 : 그건 규칙에 어긋나는 거 아녜요?

하 림 : 규칙은 무슨..남녀사이일 감히 규칙이란 이름으로 막을라고 어림없지..하지만, 형한텐 비밀이다. 알지?

          (하며 휴대폰 꺼내 보이는)


은찬, 하림과 머리 붙이고 웃으며 하림의 휴대폰 보는,


하 림 : (휴대폰 사진 보이며, 히죽) 어때? 예쁘지? 얘 봐라, 아주 좋아 죽는다, 죽어,

은 찬 : 자기가 더 좋아 죽누만.

하 림 : 아니래니까, 얘가 좋아 죽는데니까...이 사진 봐봐.

한 결 : (벌컥 문 열고 들어오며) 아, 배고프다. (하다가)


한결, 하림과 은찬 머리 맞대고 있는 모습 보고 멈칫하는, 보기 싫은,


은 찬 : 그러네...

하 림 : 너, 얘 친구들 한명 소개 ..(하다, 한결보곤 웃으며, 핸폰 넣고, 자리 내주며) 사과 가지러 갈 거야?

한 결 : (앉으며, 은찬 힐끔 살피며) 배달해 준대. (은찬에게) 원두 주문 받은 거 정리했어?

은 찬 : (사무적으로, 한결 안 보고) 주문 리스트랑 원두, 차에 실어 놨어요.

한 결 : 밥 먹고 빨리 출발하자. 차 밀리기 전에,

은 찬 : (먹은 거 정리하며) 하림 형이랑 가세요. 전 할 일이 좀 있어서, (하고 일어나는)

한 결 : (밥 먹으려다가 멈칫해 은찬 보는)

하 림 : (이상한, 은찬 보며) 야, 너 김밥 한개밖에 안먹었잖아. 속 안 좋아?

은 찬 : (하림에게, 담담히) 다 먹었어. 나 먼저 나갈게.


은찬, 한결 쳐다보지도 않고 꽉 닫은 표정으로 나가는, 맘 복잡한,

한결, 화나서 은찬 보는,


하 림 : (걱정되는, 한결에게) 고은찬이 밥 남길 때도 있네. 쟤, 왜 저래?

한 결 : (속상한, 나무젓가락 뜯다가, 불쑥 치밀어) 저 자식이, 눈도 안 마주쳐! (하고, 나무젓가락 던지고 성마른 기세로 나가는)

하 림 : (김밥물고, 왜저라 싶은) ?!



씬21. 커피스 2층 테라스, 낮.


한결, 은찬의 팔 잡고 거칠게 끌고 들어오는,

은찬, 화나 노려보며 세차게 한결의 팔 뿌리치는,


한 결 : (화 누르고, 애써 침착히) 너 왜 그래? 불만이 있으면 말로 하자. 뭐야, 문제가?

은 찬 : (화나고 심난한, 싸늘히) 내가 뭘 어쨌는데요?

한 결 : (빤히 노려보는, 골치 아픈) 너 아니어도 나 정신없다, 요즘. 성가시게 하지 말고 빨리 말해. 대체 뭐 때문에 그래?

은 찬 : (불쑥) 사장님이 좋아요.

한 결 : (멍한) 뭐?

은 찬 : (속상한 맘 감추고, 도전적으로) 사장님 좋아한다구요.

한 결 : !!!!!!

은 찬 : (무안한, 감추고 차갑게) 그럼 안 되잖아요. 남자 대 남자니까.

한 결 : (심장 벌렁거리는, 당혹스러운, 어이없다는 듯) 너, 이 자식, 이게 또 장난질이네. 야, 인마...(말문 막히는)

은 찬 : (맘 쓰린, 눈물 나는 거 참고서 야무지게) 그래서 맘 정리할라구요. 그니까 좀 내비두세요. (가는)


한결, 충격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 복잡한 표정에서,



씬22. 병원 복도, 오후.


한결, 심난한 표정으로 성큼성큼 걸어오는,


한 결 : (뭐가 뭔지 모르겠는, 미칠 것 같은) 아..쥐방울 같은 놈이.. 사람 혼을 빼놓네..


문득, 푯말 눈에 들어오는,

c.u. - 신경정신과.



씬23. 신경정신과 외래진찰실, 오후.


낡고 오래된 책이 발 디딜 틈 없이 가득 쌓여 있는 가운데에,

한결, 잘못 들어온 게 아닌가 불안한 표정으로 두리번 거리며 앉아 있는,


노의사 : (e) 커피할래요?


한결, 소리나는 쪽을 보면 팔순이 넘었을 법한 노의사(왜소하고 깐깐해 뵈는) 덜덜 떨리는 손으로 커피를 타고 있는,


한 결 : (당황해) 아, 아니 됐습니다. 안 마셔도,

노의사 : (자리에 앉으며, 불쑥) 뽀뽀는 해봤나요?


한결, 당황해 보면,


노의사 : (한결 보며) 여자가 되고 싶다는 충동이나, 화장을 하고 싶은 충동, 아님 남자를 보고 설렌 증상이 언제부터예요?

한 결 : (어이없는) 그런 증상은..없구요.. (곤혹스런) 아무래도 제가 잘못 찾아온 거,

노의사 : (떨리는 손으로 기록하며, 중얼거리는) 그럼, 그냥 남자가 좋다...

한 결 : (말 자르며) 저기, (일어나려는) 다음에 다시 오겠습니다. (돌아서는)

노의사 : (e) 약먹음 돼.

한 결 : (흠칫해 보면)

노의사 : (떨리는 손으로 적으며) 3일치 줄께요.


한결, 어이없이 노의사 보는,



씬24. 커피프린스 안, 오후


은찬, 홍사장에게 라떼아트하는 법을 배우고 만들고 있는,


은 찬 : (에스프레소 준비, 심난한) 안 그럴려고 해도 자꾸 화가 나요. 얼굴 보면 속에서 불같은 게...

홍사장 : (은찬 지켜보며, 덤덤히) 좋아서?

은 찬 : (움찔했다가, 시무룩한) 제 맘을 저도 잘 모르겠어요. 밉고 싫고 좋고 화나고 이랬다저랬다..

홍사장 : (작게 웃고, 은찬 하는 거 보며) 우유 식으면 비리니까 빨리 해.

은 찬 : (라떼아트 하며, 진지한) 예. (하다, 눈찡그리고, 홍사장보는)


홍사장, 은찬이 완성한 라떼아트 보는, 우유범벅인,


은 찬 : (오기 뻗친, 입바람 후 불고) 이게 될 듯 하면서 안 되네! 다시!


은찬, 다시 에스프레소 내리는,



씬25. 노래학원 앞, 낮.


은새, 풀 죽어 계단 내려오는 모습 위로,

은새, 눈물 꾹 참으며 나오는 앞으로 꽃다발 불쑥 내미는, 은새, 놀라 보면,

민엽, 수줍게 웃으며 꽃다발 들고 서있는,

은새, 어이없고 화나고 짜증나서 노려보는,


은 새 : (새된 목소리로) 여긴 왜 왔어? 학원엔 찾아오지 말랬잖아!

민 엽 : (무안한, 누르고 다정히) 전화 안 받길래 나는, 같이 영화 보자구, (주머니에서 표뒤지는)

은 새 : (화나, 매몰차게 외면하고 팩 가는)

민 엽 : (표 찾아 들고 은새 쫓아가는) 이 영화 봤어? 누가 봤는데 디게 잼 있다고,

은 새 : 누가 너랑 영화 본대! (하며 거칠게 민엽의 손 치는)


그 바람에 영화표 날아가는, 민엽, 좀 화나고 무안하지만 참고 영화표 줍는,

은새, 미안한 맘이 드는 게 더 화가 나고 짜증나는,


은 새 : (매섭게 노려보며) 너, 두 번 다시 말 안 할 거니까 잘 들어. 난 똑똑한 남자가 좋아, 너 같이 무식한 놈은 질색이라구.

민 엽 : (다급해서 자신도 모르게, 버럭) 공부 한다니까! (주머니에서 수강증 보이며) 검정고시 학원도 등록했단 말이야!

은 새 : (움찔해 보다가, 이내 차갑게) 어쨌건, 다시 나한테 연락하지도 말고, 찾아오지도 마.

          맞춤법도 안 맞는 문자도 보내지 말구, 알았어!

민 엽 : (무안한, 애써 웃으며) 야, 그건 내가 웃길라구, 너 웃으라고 일부러 틀리구, 그러지 말구 이것부터 받어.

          (하고 꽃다발 내미는)

은 새 : (팍 짜증나는, 거칠게 뿌리치며) 아 싫다니까!


꽃다발, 위로 휙 날려 바닥에 떨어지고,

은새, 너무 심했나 순간 눈빛 흔들리다가, 이내 씩씩거리고 가버리는,

민엽, 잔뜩 굳어서 꽃다발 보다가 얼른 주워 은새 부르며 쫓아가는,



씬26. 은찬방, 밤.


은찬, 은새, 어둔 방에 누워 각자의 생각에 잠겨 있는,


은 찬 : (한숨, 심난한) 내가 죽을 힘을 다해도 그 사람이랑은 안 될 거 같아. 안 될 거 뻔히 알면서도 좋은 게..

          (쑥쓰러운, 입이 잘 안떨어지는) ... 사...랑일까?

은 새 : (매몰차게) 그럼 끝내. 구질구질하게 매달리지 말고,

은 찬 : (끝내기 싫은, 당혹스러운) 나, 나도 그럴라구..

은 새 : .....

은 찬 : (은새 보고, 이상한) 아이스크림 먹을래? (반응이 없는 은새 돌려눕 히려는) 너 왜 그래?

은 새 : (등 돌린 채, 훌쩍이며) 오디션 떨어졌어.

은 찬 : (안쓰런, 은새의 등에 얼굴기대고, 가만있는, f.o)



씬27. 갤러리 앞, 낮.


유주, 갤러리로 바삐 들어가려다가 시선을 느끼고 옆을 보는,

남자(제이), 나무에 기대 앉아, 한가롭게 유주를 보는,

유주, 환하게 웃으며 걸어가 제이 옆에 서서 내려다보는,


제 이 : (올려다보며, 반가운 미소로 가볍게) 유주! 이제와?


유주, 어이없는 웃음 지으며,



씬28. 갤러리 안, 낮.


제이, 유주 그림을 보고 있는,


유 주 : (웃으며, 가볍게) 맨 처음 전시회 열어줬을 때 생각나요? 그 허름한 지하 창고는 평생 못 잊을 거야.

제 이 : 냄새도 죽여줬지. 안 울려고 입술 꽉 깨물구, 내가 그때 반했어.

유 주 : (픽 웃으며) 내 예술적 영감과 재능에 반했다고 했던 것 같은데...

제 이 : (능청스레) 그건 그 다음. 음악가랑은?

유 주 : (살짝 흘기다가, 천연덕스럽게) 속옷 모델이랑은?

제 이 : (유주 꿰뚫어보려는 듯 빤히 보는)

유 주 : (마주 보며, 가볍게) 잘 지내요. 편안하고, 따뜻하고, 좋아요.

제 이 : (가만 보다가 불쑥) 너 데리러 왔어.

유 주 : ?

제 이 : 레스토랑을 지을 건데, 니작품으로 꾸미고 싶어. 대형 미술품부터, 문고리, 조명, 스푼 하나까지

          유주가 디자인하고 제작에 참여했으면 해. 레스토랑 지분 줄게.

유 주 : (당혹스러운)

제 이 : (다른 작품 쪽으로 가서, 작품 보며) 이거 맘에 드는데? 나 주라.


유주, 어이없는 웃음으로 제이 보는,



씬29. 커피스 남자화장실 안, 낮.


은찬, 좌변기 칸에서 나오다가 멈칫하는,

선기, 소변기 앞에서 소변을 보고 있는,


은 찬 : (자연스레, 손 씻으러 가며) 저번에 만든 팬케이크 있잖아. 좀 작게 만들어서 1인용으로 팔면 안 될까?

          가격은 한 3천원 정도 받구,

선 기 : (소변보며) 그렇게 팔면 안 남을걸.

은 찬 : (손 씻으며, 생각해 보는) 그러까? 그럼 커피랑 세트로 팔면?

선 기 : (세면기 쪽으로 오며, 무덤덤하게) 사장이랑 얘기해 보지 뭐.

은 찬 : (히죽 웃으며, 호감으로) 얼굴도 그렇구, 사람도 그렇구, 참 신비투성이야, 형은. 형, 첨 봤을 땐 일본사람인가 했는데,

선 기 : (손 닦으며) 맞아, 일본 사람.

은 찬 : (놀라, 선기 보며) 진짜야? 우리말은 어떻게 그렇게 잘해?

선 기 : (거울 보고 머리 만지며) 어머니가 한국사람. (돌아서서 은찬 보며, 무덤덤히) 그냥 궁금해서 묻는 건데,

          가슴은 어떻게 한 거야? 원래 없어? (하고 은찬의 가슴 쪽 보는)

은 찬 : (놀라, 얼굴 붙은, 침 꼴깍 삼키고, 어색하게 웃으며, 얼버무리는)

선 기 : (편안히 웃고, 어깨 툭치고, 아무렇지 않게 가는)

은 찬 : (멍한, 두렵고, 난감한, 울 것 같이, 선길 보는) 황민엽!!!



씬30. 커피프린스 앞, 저녁.


민엽, 빈 테이블에 머리 떨구고 앉아 있는,

하림 맞은 편에 앉아, 그런 민엽 보며,


하 림 : (화나는, 한심한) 넌 도대체 그런 애 어디가 좋냐? 기집애가 튕기는 것도 정도껏 해야지, 이건 싸가지의 문제지.

민 엽 : (풀 죽어, 암 말도 못하는)

하 림 : (민엽이 안 된) 아주 애를 반 죽여 놨구만. (민엽 어깨 툭 툭 치며) 힘내 자식아. 여자가 걔뿐이냐?

민 엽 : (맘 아픈, 굳어서) 걘 내가 처음으로 좋아한 여자야. 처음으로 뽀뽀한 애구.. 나한텐 고은새뿐이야.

하 림 : (어처구니없는, 타이르듯) 민엽아. 인생에서 처음이 전부가 아니란다. 처음이 있으면 두 번째, 세 번째도 있는 거고,

          나아가서 백 번, 천 번, 야... 너 나한테 뭐해줄래?

민 엽 : 아.. 저리가.... 장난할 기분 아니야.

하 림 : 내가 인심 썼다. 고은새 내가 책임진다. 너는 내가 시키는대로 그대로만 하면..


민엽, 하림 말 채 끝나기도 전에 듣기 싫다는 듯 벌떡 일어나는,

그때, 은찬 가게에서 득달같이 달려 나와 대뜸 민엽의 멱살 잡아채는,


은 찬 : (멱살 잡고 끌며, 화난) 너 일루 와!

민 엽 : (당혹하고 화나 거칠게 뿌리치는) 왜 이래요! 이거 놔!

은 찬 : (하림 눈치보며, 민엽 노려보는, 복화술로) 너 선기 형한테 뭐라 그랬어!

민 엽 : (히익! 놀라는, 뜨끔한)

은 찬 : (저도 모르게 버럭) 이 나라 팔아먹을 놈아! 그 새를 못 참고! (멱살 잡아채며) 너 오늘 나한테 죽었어, 씨이!

민 엽 : (당황한) 아, 그, 그게...(하는 순간)

한 결 : (버럭) 이게 뭐하는 짓들이야!


은찬, 놀라 돌아보면, 한결, 화난 표정으로 서 있는,


한 결 : (화난, 은찬 보며) 손님들 있는데 잘하는 짓이다. 당장 안 들어가!


민엽, 후다닥 도망치듯 들어가면,


은 찬 : (민엽 째려보다가, 한결 힐끔 보고선 투덜대는) 소리는 자기가 더 지르구선..(하고 가는)

한 결 : (은찬이 말거는게 좋은, 감추고, 은찬 째려보며) 너 뭐라 그랬어?

은 찬 : (돌아서서 한결 보며, 두근거리는, 퉁명히) 귀청 떨어지는 줄 알았다구요.

          손님들 보세요. 다 사장님이 젤 시끄럽단 표정이잖아요.

한 결 : (어이없는, 내심 은찬과 눈 마주치고 대화하는 게 즐거운) 뭐?

은 찬 : (한결 뒤쪽 보고는, 성가시다는 듯) 어, 사장님 차 또 저기에 대셨어요?

          (한결 지나쳐 가며) 아우, 진짜 내가 몇 번을 말해요. 저기 대면 손님들이 오다가다 만지구,


한결, 좋아서 피식거리며 은찬 보는 표정 위로,


은 찬 : (e) 아, 뭐해요! 빨리 와서 차 빼요!

한 결 : (가며, 짐짓 화난 목소리로) 니가 뭔데 빼라 마라야. 절루 안 가.



씬31. 커피프린스 앞, 밤.


퇴근하는 프린스들.

은찬, 스쿠터 타며 프린스들과 잘가란 인사하는,

한결, 차로 가다가 멈춰 서서 은찬 보며,


한 결 : 정리했냐?

은 찬 : (보면) ?

한 결 : (쉽게 말못하는, 그러다 짐짓 장난처럼 말하는듯한) 지난 번...나에 대한 그렇고 그런 감정 정리한다며?

          그거 정리 하셨냐고?

은 찬 : (미운) 거의 다요...

한 결 : ?! (서운한듯)

은 찬 : (한결표정의 멍한 표정이 맘에 드는) 깨끗이 정리됨 말씀드릴게요. 그럼 내일 뵙겠습니다. (하고, 가는데, 좋은)


한결, 그런 은찬을 진지하게 바라보는, 정리 중이란 말이 왠지 서운한,



씬32. 한성집 작업실, 밤.


은찬, 얼굴 벌겋게 힘주고 색소폰 불고 있는, 잘 안되는지 다시 해보지만 소리도 간신히 나는,

한성, 팔짱 끼고 보고 있다가 은찬에게 다시 알려주는, 삑삑거리는 색소폰 소리 울려 퍼지는,

한성, 웃음 참으며 은찬 보는,

은찬, 콧등에 땀까지 맺혀서 열심히 불고 있다가 내려 놓는,


은 찬 : (어지러운, 털썩 주저앉으며) 케니지 아저씨 얼굴이 뾰족한 이유를 알겠어요.

한 성 : (귀여운) 배워볼래?

은 찬 : 전 악기엔 소질 없어요. 어렸을 때도 엄마가 피아노학원에 넣었는데 건반만 부셨잖아요, 제가 그걸루 유명해요.

한 성 : (웃는, 장난스럽게) 한번 쳐봐.

은 찬 : (웃고) 안되요 이거 부실지도 모르는데..

한 성 : 한번 쳐봐...

은 찬 : (건반을 치는)

한 성 : 잘치네... 이거 칠줄 알어? 같이 칠까?


은찬 끄덕이면 한성 은찬의 옆으로 가 같이 건반을 치는.


한 성 : (살피며) 오늘은 컨디션이 좋아 보이네. 며칠 기운 없어 봬더니,

은 찬 : (심난한 맘 감추고, 담담히) 마음에서 반대로 반대로 가는 것보다,

          좀 아파도 마음 따라 가는 게, 그게 더 좋은 것 같더라구요.

한 성 : (웃으며 보다가 콧등 가리키며) 땀났다.

은 찬 : (웃는, 고마운) 아저씨 꼭 싼타 같아요.

한 성 : (웃으며 보는) 내 몸매가 그렇게 망가졌어?

은 찬 : (한성 훑어보며, 짐짓 걱정스럽다는 듯) 어, 글고 보니까 몸매도...

한 성 : (은찬 머리 콩 때리는) 티나?

은 찬 : (베시시 웃으며) 아저씨랑 있으면 항상 크리스마스 선물 받는 기분이에요.

한 성 : (빤히 보는, 좋은, 이내 머리 헝클이는) 이쁜 말만 골라하네.


은찬, 웃으며 보는, (f.o)



씬33. 커피프린스 안, 낮. (f.i)


은 찬 : (휙 돌아서 선기 보며, 신경 곤두선) 약속 지킬 거지? 진짜 말하면,

선 기 : (OL) 와서 집 청소 좀 해라.

은 찬 : 에?

선 기 : 일주일에 한 번. 그럼 약속 지킬게.

은 찬 : (화나는) 이 씨이! 한 번 약속했으면 지켜야지! 왜 딴 소리야!

선 기 : 싫음 말구. (하구 들어가는)

은 찬 : (당황해) 아, 아니..(구멍으로 머리 내밀어 선기 보며) 하, 하면 되잖아. 하면.

          청소만 하면 되지? 이제 딴 소리하기 없기다.


이때 한결, 불쑥 나타나,


한 결 : 무슨 딴소리 하는데?

은 찬 : (뒤를 돌아보다 머리 쿵 박고) 아!!

한 결 : 안부서졌냐?

은 찬 : ....

한 결 : 그 머리로 공부 되겠어?

은 찬 : 왜 또 시비예요? 이래뵈도 아이큐 세자리구만.

한 결 : 전에 내가 준 책 읽어봤어?

은 찬 : 피곤해서 좀 띄엄띄엄 읽긴 했지만...

한 결 : 까페라떼 할때 우유거품 온도는?

은 찬 : 65도.

한 결 : 오우... 책은 펼쳐봤네.

은 찬 : 그런건 책으로 아는게 아니라 실습으로 익히는 거예요(가는)

한 결 : 너 팥빙수 좋아해?



씬34. 한결 본가 거실, 저녁.


한결모, 한결과 통화하고 있는,


한결모 : 그래, 알았어. 말씀드려 볼게.


한결모, 전화 끊는데, 그때, 할머니 화장실에서 나오며,


할머니 : (소파에 앉으며) 누구야?

한결모 : 한결이요. 밤에 잠깐 드라이브 가시자네요.

할머니 : (좋은) 야밤에 드라이브는 무슨.

한결모 : (웃으며) 왜요, 밤에 차 타고 한강다리 불빛도 구경하시고 좋죠.

할머니 : (한결모가 고마운) 자넨 복 받을 거야. 한결이 놈 내치고 고아원으로 보냈으면,

한결모 : (미소로) 어머니 덕에 듬직한 아들 얻었어요...어머니 말씀 아니었음 어림없었는데.

할머니 : (따뜻하게 보다가) 기분이다, (한쪽에 놓인 악어백주며) 가져.

한결모 : (의아하게 받으며, 백보며) 이건 어머니가..아끼시는 (좋은, 눈치보며) 진짜죠 어머니, 말 바꾸시면,

할머니 : (뺏으며) 내가 딱 한 번만 더 들구, 줄게.


한결모, 웃으며 따뜻하게 보는 모습에서,



씬35. 마두동 팥빙수 집전경, 밤.


팥빙수 두 그릇 놓여있는,

할머니, 청바지에 티셔츠 입고 있는,

은찬, 할머니 목아래 핫팩을 붙이며 실랑이하는 모습 보이고, 한결 웃는,

할머니 ‘안할거야, 날 더운데, 왠 핫 팩’, 은찬 ‘가만 좀 계세요’ 하는,



씬36. 마두동 팥빙수 집전경, 밤.


할머니 : (못마땅한) 대체, 이 번잡을 왜 떠는데?

은 찬 : (붙이며, 낭창하게) 할머니 손자 땜에 그러잖아요. 이렇게 찬 걸... 곰탕, 장어, 삼계탕, 족발.. 몸에 좋은 거 다 놔 두구,

          팥빙수가 뭐예요?

한 결 : 이 자식이, 지금 니가 먹고 싶은 거 리스트 짜냐!

은 찬 : (무시하는, 계속 쉴 새 없이, 할머니에게) 우리 사장님 공부 못했죠?

할머니 : 얼굴보고 물어라.

은 찬 : (힐끔 한결 보는, 그럴 줄 알았다는 눈빛으로) 과외도 엄청 비싼 거 시켜줬을 거잖아요.

          뉴욕도 한국서 대학 못가니까 어쩔 수 없이 간 거죠?

한 결 : (낭창하게) 이 얼굴에 공부까지 잘하면 세상이 너무 불공평하잖아. 안 그래 할머니?

할머니 : (받아치듯) 건 그렇다. (수저 드는) 니들은 남철 남성남도 아니고 뭐하러 붙어 다니며 쌈질이야?

한 결 : (뭔 말인가 빤히 보는)

은 찬 : 왔다리갔다리 춤... 그거요? 나 그거 출줄 아는데.

할머니 : (피식) 별걸 다 아는구만. (먹으며) 음, 맛나다! 이제 살 것 같네.

은 찬 : 할머니 잠시만요. (후다닥 뛰어가는)


할머니, 은찬 힐끔 보는, 그런 은찬이 싫지만은 않은,


할머니 : 사내놈이 뭐 저리 곱상하게 생겼어. 붙임성 있는 게 굶어 죽진 않겠다.

한 결 : (피식 웃다가, 은찬 보며, 진지하게) 동생 삼을까, 할머니?

할머니 : (힐끔 째리다) 가게는 안 말아먹고 잘하고 있어?

한 결 : (으쓱해서) 사과로 한번 잡았거든, 2차 홍보계획을 구상중이야. 스페셜 한걸루다가. 내가 성공하는 모습 꼭 보여 줄게.

할머니 : (기특한, 한결보며웃으며) 제법이네. (하는데)

은 찬 : (뜨거운물 내밀며) 팥빙수 한번, 뜨거운 물 한번 번갈아 드세요. 안그럼 탈나요. (환하게 웃는)


은찬, 넉살좋게 할머니와 얘기하는,

한결, 기분 좋게 두 사람 보는, 할머니를 보면 쓸쓸한,

한결, 핸드폰으로 사진 찍는, 할머니 이쪽 보세요,

할머니, 멋지게 V자 날리는, 한결, 피식 웃는,

은찬, 그 사이 팥빙수 열심히 먹고 있는,

한결, 힐끔 은찬에게 앵글을 맞추는, 피식 웃음 나는,

은찬, 팥빙수 먹다가 한결의 미소 보는, 너무 좋은, 그래서 맘이 아픈,



씬37. 은찬집 앞 도로, 밤.


은새, 주머니에 손 넣고 잔뜩 노려보고 서 있는,

카메라 돌아가면 맞은편, 선기와 하림, 평소와는 달리 히피스타일의 옷을 입고, 모자 눌러쓰고, 마스크까지 끼고 서 있는,

선기, 허리춤에 차고 있는 체인을 돌리고 있는,


선 기 : (건들거리며, 훑듯이 보는, 비열하게) 어우, 가까이서 보니까 후덜덜 오빠, 코피 터지겠어!

하 림 : (선기보고 놀란, 이내 진정하며, 은새에게 목소리 깔고) 오빠들이랑 데이트도 하고 좋잖아.


은새, 놀란 맘 숨기고 낭창하게 째려보는,

이내, 주머니에서 만 원짜리 한 장에 천 원짜리, 동전 등 꺼내서 바닥에 던지는,


선 기 : (물이 오른, 더 오바해서) 오..노노!!! 오빠들은 이런 거 바라는 게 아니야.

은 새 : (떨리는, 누르며 당차게) 니들 어느 동넨지 모르겠지만, 내 애인이 여기 일대 짱 먹는 애거든.

          나한테 이런 거 알면, 니들 눈알 뽑아서 저글링 할라구 들텐데.

하 림 : (어이없는, 선기에게 조용히)... 저글링 한댄다. 정말...황민엽 취향에 딱이다, 쟤. (하는데)


은새, 어느새 휴대폰 척 꺼내서 찰칵하고 사진 찍어대는,

선기와 하림 놀라서 바라보는,


은 새 : (휴대폰으로 사진 찍으며) 내가 이거 경찰서 갔다 줄라니까, 니들 다 죽었어! (전화하며) 예, 종로경찰서죠?


은새, 겁에 질린, 뛰어가면서 전화하는,

선기와 하림 놀라서 바라보다 ‘뺏어 뺏어’하며 달려가는,


하 림 : (놀라, 달리며) 아 씨이, 이게 아닌데..야! 거기서!

은 새 : (전화하는, 겁먹어, 울먹울먹하는) 여기 삼청동 미성공원 쪽인데요,


민엽, 골목 한쪽에 숨어서 보고 있다가 놀라서 보는,


민 엽 : (황당한, 걱정되는) 뭐, 뭐하는 거야? 으, 은새야, 은새야! (달려가는)


선기, 날아서 은새의 어깨를 잡는,

은새, 놀라서 도망가다 넘어지는, 핸드폰 끝까지 붙들고 있는,

하림과 선기 핸드폰 뺏으려고 동시에 달려드는,

은새, 누워서 온몸으로 저항하며(팔다리를 휘둘러) 펑펑 우는,


민 엽 : (E) 이씨! 다 죽었어.


하림과 선기 둘러보면, 민엽 잔뜩 열 올라서 황소처럼 뛰어오고 있는,

하림과 선기 당혹스럽게 보는데

민엽, 선기가 은새의 무릎에 손 올리고 있는 모습 보는

민엽, 은새와 하림선기 쪽 번갈아가면서 보는, 흥분해서 이성을 잃은,

은새, 민엽 보고 반가워 더 펑펑 우는,

민엽, 눈에 눈물 고여서 은새 옆으로 가는,


민 엽 : (피나는 다리, 만지지도 못하고 어쩔 줄 몰라 하는, 맘아픈) 은새야...

은 새 : (민엽 뒤로가 숨는, 민엽의 팔춤 잡으며 엉엉 울며) 엉엉엉...

민 엽 : (맘 아픈, 눈에 힘 빡 들어와 하림과 선기 째리는)


선기와 하림 뭔가 불안한 기분으로 서로 바라보는,

민엽, 황소처럼 씩씩거리고 다가와 선기와 하림의 멱살을 잡는,



씬38. 커피프린스 안, 오전.


은찬, 바에서 커피 기다리고 있는,


홍사장 : (커피 쟁반에 올려주며, 못마땅한 듯) 오늘 애들 상태가 다 왜 저모양이야.


은찬, 힐끔 돌아보면, 민엽, 잠자리 선글라스를 끼고 테이블을 닦고 있는,

행복해 헤벌쭉 웃고 ‘유 아 마이 썬샤인...나만의 행복’ 노래까지 흥얼거리는,

선기, 무표정한, 와플 들고 마당으로 나가는, 입술 부어터진,

하림, 빈 커피잔 쟁반에 받쳐 들고 걸어 들어오는, 눈엔 퍼런 멍자국,


하 림 : (민엽 앞에 서는, 째리며 보는)

민 엽 : (미안한, 슬쩍 보며) 은새가 우니까 아무생각이 안 나가지구..

하 림 : 혼자 살겠다고 전우를 버릴 쒸레기는 너야 이 자식아! (선글라스 확 뺏어끼며) 이건 내가 껴야지 왜 니가 끼고 있어!


하림, 주방으로 걸어들어 가는,


민 엽 : (당황해, 하림 쫓으며) 안 돼! 그거 우리 은새가 준 거란 말야.


은찬, 불쑥 민엽의 앞을 막으며 매섭게 째려보는,


은 찬 : 너 나랑 얘기 좀 해. (하고, 멱살 끌고가는)


민엽, 두려움에 끌려가며, “무, 무슨..” 하는데,



씬39. 커피프린스 마당, 오전.


은찬, 테이블에 앉아 으르는 표정으로 민엽을 보고 있는,

민엽, 잔뜩 쫄아서 테이블 위 흰 백지를 보고 있는,

은찬, 가만히 민엽 째려보다가 민엽의 손 덥석 잡아서 깨물려고 덤비는,

민엽, 기겁을 하고 “으아아” 비명을 지르며 손가락을 빼려고 안달하는,


은 찬 : (악착같이 손가락 물려고 덤비며) 넌 맛 좀 봐야 돼! 내가 아무리 생각 해도 널 용서할래야 용서할 수가..

민 엽 : (두려운) 왜, 왜 이래!

은 찬 : 혈서를 쓰란 말야, 자식아!


민엽, 겨우 뿌리치고 손가락 감싸 쥐고 무섬에 떨며 은찬을 보는,


은 찬 : (씩씩거리며) 너 또 말하면 입을 다 꿰매 버릴 줄 알어!

민 엽 : (두려움에 떨며 열심히 끄덕이는)

은 찬 : (겨우 진정하고, 자리에 털썩 앉는) 어우, 자식! (민엽 휙 째리며) 내가 너 땜에 백 년은 늙었다.

민 엽 : (괴로운, 미안한) 정말 죄송해요, 형님. 내가 정말 다시는 배반하지 않겠습니다.

은 찬 : 은새를 두고 맹세해?

민 엽 : (진지한, 비장히) 맹세.

은 찬 : (어이없어 피식 웃다가) 야, 넌 우리 은새가 그렇게 좋아?

민 엽 : (좋아서 히죽 웃는)

은 찬 : (한심하게 보다가, 문득 생각나, 말하려니 쑥스러운) 저기, 그러면..내가 그냥 궁금해서 물어보는 건데,

          나 같은 여자는 어때?

민 엽 : (모르겠는, 멀뚱멀뚱)

은 찬 : (답답한) 아니, 내가 여자잖아. 근데 남자로 안단 말야. 근데 내가 여자라면,

          (한숨) 아 진짜.. 내가 미쳤지. 널 붙들고 내가 무슨,

민 엽 : (진지한) 나 같으면... 누님이 여자여도 싫을 것 같은데.

은 찬 : (허걱, 멍해서 보면) ?!

민 엽 : (솔직한) 남잔지 여잔지 봐도 잘 모르겠고.... 엔젤처럼 예쁘지도 않고. 또, 나보다 힘 센 여자는 별루,

          (하다가 아차 싶어 은찬 보면)

은 찬 : (열 받는, 무시하듯) 어으, 내가 너랑 무슨 얘길 하겠냐. 됐다 됐어. (하고, 가는데, 그위로)

민 엽 : (위로하려는, 진지한, e) 내가 눈이 좀 높아. 미안해.


은찬, “저 자식이!” 속이 부글부글 끓는,



씬40. 커피프린스 안, 저녁. (8부 씬 42로 삽입)


홍사장, 한결, 은찬, 민엽, 하림, 선기, 제각각의 스탈로 모여 앉아있는,

은찬, 민엽, 하림, 벙진 표정으로 한결을 보고,

선기, 심드렁한 표정, 홍사장, 귀찮은 표정으로 귀 파고 있는,


한 결 : (프린스들 표정이 재미있는, 덤덤하게) 각자 할 수 있는 악기 대봐.

은 찬 : (어이없는) 우리가 무슨 악단도 아니고, 연주회는 무슨 연주회예요? 맨날 자기 멋대로 이거 해라, 저거 해라,

한 결 : (OL, 무시하는, 하림에게) 무대는 니가 만들 수 있지?

하 림 : (황당한) 만들기야 하겠지만, 형, 이 멤버로 연주회는 무리지.

민 엽 : (얼떨떨한) 연주회가 뭔데요? 뺀드 말하는 건가?

한 결 : (정말 될까 의구심 드는) 선기는 기타 좀 치지.

선 기 : (심드렁) 연주할 정도는 아닌데요,

홍사장 : (귀찮은) 일 좀 벌이지 마. 연주회 한다고 무슨 홍보가 돼. 오던 사람만 오지. 쓸데 없는 데 머리 쓰고 있어. (하고 가는)

한 결 : (신경 안 쓰는, 태연히) 홍사장님 빼고 우리끼리 한다. 각자 파트 정해 줄 테니까 연습해.

          매상 오르고 있을 때 제대로 홍보해서 확 불을 붙여 보자. 이상. (가는)

은 찬 : (힐끗 째려보며) 이상은 무슨 이상이야. 하기 싫다니까,

한 결 : (돌아보면)

은 찬 : (움찔하며, 고개 돌리고)

민 엽 : 밴드 부를 돈 없어서 그런가? 그럼 노래방 기계를 갖다 놓지?

하 림 : (민엽의 어깨 툭 치며, 킬킬) 빙고!


은찬, ‘에으’하며 투덜거리며 일어서다가 번득 생각나는,



씬41. 한성집 거실, 밤.


한성 맥주 마시고 있는.

한성, 전화기 탁자에 놓고 일어서려다가, 전화가 오는, 전화기 들어보면, <꼬맹이>라고 쓰여진,



씬42. 한성집 작업실, 밤.


한성, 은찬에게 오카리나를 가르치고 있는,


한 성 : (은찬의 손가락 옮겨주며) 잘하네~

은 찬 : 이것도 어렵겠다. 하긴 안어려운게 어딨겠어요 연주회때 잘 해가지고 우리 사장님 코를 납작하게 해줘야 하는데..

한 성 : (웃으며 가볍게) 요즘도 둘이 티격태격해?

은 찬 : (좋은 맘 감추고, 못마땅하다는 듯) 제가 많이 참는 편이죠. 근데 누굴 닮아서 그렇게 까칠한 거예요?

          어머니는 되게 좋아보이시던데,

한 성 : (담담히) 작은 어머니 좋으시지. 어렸을 때 한결이네 가면 참 부러웠어. 손수 담근 김치랑 장아찌가 밥상에 올라오고,

          계절 마다 커튼이 바뀌고, 그런 게 신기하고 좋았지.

은 찬 : (한성 빤히 보며) 아저씨 어머니는 그런 거 안하셨어요?

한 성 : 우리 부모님은 공부하느라 무지 바쁘셨거든. 거의 도우미 아줌마랑 둘이 살았지.

은 찬 : (안쓰러운) 외로..웠겠다.

한 성 : (가볍게) 혼자 있는 거 싫어서 밤낮으로 방마다 불 다 켜두고, 음악은 기본으로 항상 틀어놓고 살았어.

          그 덕에 음악이 좋아졌지.

은 찬 : (불쑥) 근데 아저씨, 음악감독이 뭐하는 사람이에요?


한성, 웃다가 은찬을 잡아 일으켜 녹음기계 앞에 세우는,


한 성 : (웃으며) 백문이 불여일견.


모니터 영상을 켜고, 커다란 이어폰을 은찬에게 씌워 주는,

은찬, 와~ 좋다, 하고 음악 듣는데,

한성, 은찬의 머리를 돌려 영상을 보게 하는,

은찬, 영상과 함께 어우러지는 음악을 듣는, 감동스러운,


은 찬 : (한성 보며, 이어폰 낀 채라 큰 소리로) 아저씨, 진짜 좋아요!


한성, 웃으며 보다가 진지하게 은찬을 보는, 사랑스러운,

한성, 움찔해 맘 접고, 은찬의 귀에서 이어폰을 빼려고 하는,


은 찬 : (한성의 양손을 잡으며) 잠깐만요, 쫌만 더 듣구요.


한성, 가슴이 뛰는, 양손으로 이어폰을 잡은 채 은찬의 머리를 들어올리는,

은찬, 왜그런가싶어 한성 보는 순간,

한성, 다가가다 멈칫하는, 이내 은찬의 입술에 키스하는,

은찬, 놀라 굳은, 멍한, 눈안감는,

한성, 입을 떼면, 은찬, 한성을 멍하게 보다가, 가방 들고 일어나가는,

한성, 답답한, 그대로 미동도 없이 있는,



씬43. 한성집 마당, 밤.


유주, 들어서다가 멈칫하는, 고개 돌리면 낡은 스쿠터 보는, 왠지 이상한 멈칫하다가 한성의 집을 보는,

그때 은찬, 뭐가 뭔지 모르겠는 얼굴로 조금 급하게 나오다가, 유주 보는,

은찬, 조금 놀란, 그냥 꾸벅인사하고, 스쿠터 타고 가는,

유주, 무슨 일인가 싶은, 은찬 보다가, 집으로 들어가는,



씬44. 한성집 거실, 밤.


유주, 집으로 들어와 한쪽을 보면,

한성, 마른세수를 벅벅 하다가, 숨몰아 쉬다가, 뭔가 이상해 고개들면,

유주, 한성을 가만 보고 있는,


한 성 : ...

유 주 : (혼란스러운, 떨리는, 차분히) 내가.. 내일 전화할게.


한성, 가는 유주를 가만히 보는, 혼란스럽고, 답답한,



씬45. 한성의 대문앞.


유주, 문에서 나와, 걸어가다가, 멈춰서서, 가만 서서 깊게 심호흡을 하는, F. O.



씬46. 커피프린스 앞, 오전. (f.i)


테이크아웃 리어카 - 손님들 서넛 있는,

은찬과 하림, 손님들에게 커피주고, 만들며,


은 찬 : (심난한, 일하다가 불쑥) 형은 키스해봤어?

하 림 : (일하며, 건성으로) 단골 3이랑?

은 찬 : (놀라 보며) 둘이 벌써 키스했어?

하 림 : (의기양양) 그게 뭐 어렵다고 시간 끌어. 어제 해치웠다.

은 찬 : (어이없는, 흘기며) 키스가 그렇게 쉬워? 장난으로 그렇게 쭉쭉, 아무나 하고 쭉쭉.

하 림 : 야, 키스보다 어려운 난관이 얼마나 많은데, 거기서 헤매면 되겠냐? (하다 은찬 보며, 의심스러운) 너 혹시....

          (알겠는, 은찬 어깨 툭치며) 야, 너 생겼지! 여자 생겼지, 그지! (얼굴 들이대며) 누구야, 누구? 나 아는 사람이야?

          야, 짜식! 기집애처럼 생겨서 걱정했더니,


그때, 한결 와플 쟁반 들고 오는,


하 림 : (한결 보고, 장난스럽게) 형, 이 자식 여자 생긴 모양인데? 우리가 코치 좀 해줘야 되지 않겠어? 워낙 숙맥이라,

은 찬 : (놀라, 한결 눈치 보며, 하림에게) 내가 언제 여자 생겼대!

한 결 : (덤덤히) 생겼으면 데려와 봐. 형들이 봐주께.

은 찬 : (맘 상해 한결 보는)

하 림 : (은찬에게) 그래, 델꾸 와. 내가 제대로 봐주께.


한결, 무표정하게 쟁반 들고 돌아서 가는,

은찬, 덤덤히 한결 보는,



씬47. 커피프린스 주방, 오전.


한결, 쟁반 들고 들어와 곧장 주방으로 가는, 주머니에서 약봉지 꺼내서 보는, 신경정신과 약인,

한결, 한숨쉬며 보다가 입안에 털어 넣고 물 마시는,



씬48. 한결 본가 할머니 방, 밤.


할머니, 링거 꼽고 누워있는, 한결, 할머니 빤히 보고 있는,


한 결 : (웃으며, 담담히) 방여사가 요즘 나를 너무 놀래키시는 거지?

할머니 : (물끄러미, 기운 없이 보는) 할미 가기 전까지 수십 번도 있을 일인데, 촌스럽게 그때마다 하얗게 질려서 나타날 거냐?


한결, 안쓰러운, 웃으며 보다, 생각난 듯 링거 줄 옆으로 치우는, 할머니 옆에 가만히 눕는,


한 결 : (가만히 보다가 팔베개 해주는) 오늘 인심 팍팍 쓴다 내가.

          (손으로 할머니 다독여주며) 할아버지 이후로 팔베개 해주는 남자 없었지?


할머니, 기운 없는, 미소로 보다가 스르르 잠드는,

한결, 가만히 할머니 다독여주는,



씬49. 한결 본가 정원, 밤.


한결, 걸어 나오는데,


한결부 : (빈 잔에 잔 따르는) 바쁘지 않음

한 결 : (한쪽 보면)

한결부 : 술한잔하고 가라.

한 결 : (가만 보다가 앉는)

한결부 : (한결 앞의 빈잔에 술을 따르며) 다음 주부터 출근해.

한 결 : (보는) ?

한결부 : (못마땅한, 차갑게) 쓸데없는데 시간 낭비할 만큼 어린 나이 아니다. 자기 하고 싶은 일만 하고 살만큼 세상 만만치도,

한 결 : (말꼬리 자르며, 빤히 보는, 치미는) 제가 하고 싶은 게 뭔지도 모르시잖아요.

한결부 : (보는) ?

한 결 : (씁쓸하게 웃으며) 그거 아세요? 술 한 잔 하자는 얘기... 아버지 처음 하셨어요. 무슨 말씀을 하실까, 기대했는데,

          또 꾸중이시네요. (일어서며) 가보겠습니다.

한결부 : (안보고, 술마시는) 마케팅 팀에 자리 만들어 놨다.

한 결 : ! (치미는, 술을 마시는)

한결부 : (보면)

한 결 : (잔 내려놓는) 저는 이렇게 독한 술 못 마셔요. 한모금만 먹으면 뻗거든요.

          그리고, 할머니랑 약속한 대로 3개월 뒤엔 뉴욕에 갈 겁니다. (하고, 가는)

한결부 : (못마땅한, 차가운) 장난감 나부랭이 만들면서 사는 게 니 꿈이냐. 못난 녀석.

한 결 : (가다가, 돌아보며, 독하게) 못나게 낳아 놔서 그런가보죠.

한결부 : ! (차갑게 보고만 있는)

한 결 : (씁쓸한, 고개 숙이며) 소리 한번 안 치시네요. 대단하세요. 한 달씩 가출을 하고 와도, 대학 안가겠다고 쌩떼를 써도,

          그 보다 더 한일을 해도..

한결부 : (자르며) 관심 받고 싶어 안달 난 애처럼 굴지 마.

한 결 : 아버지한테 뺨 한번 맞아 보는 게 소원인 적도 있었어요. (빤히 보다, 내뱉듯) 이렇게 외면하고 사실 거면....

          데려오지 말지 그러셨어요.

한결부 : ! (놀란, 굳어서 보는)

한 결 : ! (후회되는, 자괴감으로, 돌아서는)


한결모, 나오다가, 한결부 뒤에 서서 충격 받은 표정으로 한결 뒷모습 보는,



씬50. 은찬집 욕실, 밤.


은찬, 은새, 팩을 하고 나란히 누워있는,


은 새 : (힐끔 보는, 입 조심스레 움직이며) 갑자기 웬 팩을 한다고 설쳐?

은 찬 : 심난해서.

은 새 : 왜, 또?

은 찬 : 그게...(하다가 한숨) 거미줄처럼 엉켰어, 사람 맘이..

은 새 : 가위가 왜 있냐? 엉켰을 때는 잘라 버리는 거야.

은 찬 : (은새 째리며) 잔인한 것. 야, 넌 언니가 그렇게 뒷바라지를 해도, 풍선껌 하나 안 사주더니, 민엽인 선글라스 사줬더라?

은 새 : (뜨끔한, 낭창하게) 미운 놈 떡 하나 더 주는 거지.


그때, 은찬 머리위에 놓인 핸드폰 진동 울리는,

은찬, 전화기 보는,



씬51. 정육점 앞, 밤.


은찬모 구씨, 평상에 앉아 하드를 먹고 있는,

홍사장, 누워서 하드 먹고 있는

구씨, 은찬모에게 부채를 부쳐 주는,


홍사장 : 휘이~ 휘이~ 휘파람새 새벽잠을 깨운다. 휘이~ 휘위~ 휘파람새 파도를 가져와 내 창 앞에 펼쳐둔다.

            가지 말라고 제발 가지 말라고.. 하염없이 모래를 부여잡는 파도처럼 (하는데)

구 씨 : (자르며, 위기감으로) 여튼, 여자랑 살아본 사람은 다르다니까. 어디서 또 그런 시를 외워오셨어요!

홍사장 : (모기 잡으며, 덤덤히) 자작시야.

은찬모 : (덤덤히) 쟤가 은근히 재주가 많아. 노래도 한 가락 뽑아보지?

홍사장 : 노랜 무슨. (하드 막대기 잘라서 이빨 쑤시며) 잠도 안오는데 맥주나 한잔 하까?

은찬모 : 그럴까? 니가 살래?

구 씨 : (불안한, 홍사장 째리며) 집에 안가요? 잠 안자냐구요!

홍사장 : (배 긁으며) 열대야잖아.


그때, 은찬 나르듯 뛰어가는,

셋 다 순간 뭐가 지나가긴 했는데 하는 표정으로 보는,

케메라, 어느새 가는 은찬의 모습을 잡는,



씬52. 한결집 테라스, 밤.


한결과 은찬, 그네에 앉아 와인 마시고 있는,

한결, 쓸쓸한 표정으로 와인 홀짝이는,

은찬, 한결 눈치 보며 쉽사리 말 못 붙이는,


은 찬 : (가만히 그네 흔들며, 와인 마시는, 심난한데 좋은)

한 결 : (e) 왜 이렇게 조용해?

은 찬 : (한결 돌아보면)

한 결 : (와인잔 보며, 담담히) 좀 떠들어달라고 불렀는데, 너까지 안 도와주냐?

은 찬 : 텔레비전 틀어드려요?

한 결 : (덤덤히) 그럼 내가 떠들지 뭐. 옛날 얘기니까 고리타분해도 그냥 들어.

은 찬 : (피식) 옛날 얘기도 알아요?

한 결 : (짐짓 가볍게) 고등학교 2학년 여름방학 때 얘기다. 자율학습 땡땡이치고 몰래 집에 들어가는데,

          미국서 온 이모가 할머니랑 아버지 붙들고 펑펑 울고 계시는 거야. 우리 엄마가, 아버지 외도로 낳은 애 데려다

          키우는 것도 모자라서, 그 여자 제사까지 십수년을 차리고 있다면서. 어떻게 그러실 수가 있냐고 이모가 펑펑 울어.

은 찬 : (놀라서 한결 보는)

한 결 : (씁쓸한) 순간 무슨 생각이 들었는 줄 아냐? 안 들키고 집 밖으로 나가야겠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그렇게 살아 왔는데...

          오늘...터트려버렸어.

은 찬 : (당황스러운, 조심스레) 그럼 어머니가, 친 어머니가 아니에요?

한 결 : 친어머니보다 더 친어머니 같은 분이시지. (한숨) 입 밖으로 꺼내고 나면 감당 안 될 것 같아서..참았던 건데.

          그냥 참을 걸 무지 후회된다.


한결, 앞을 보며 와인을 마시는, 쓸쓸한,

은찬, 그런 한결을 안쓰럽게 보는,



씬53. 한결집 침실, 밤.


은찬, 낑낑거리며 한결 끌고 들어오는, 한결, 비틀거리며 은찬에게 기대고 있는,

은찬, 힘든, 헥헥거리며 한결을 부축하고 침대로 걸어 가는,


은 찬 : (한숨, 째리며) 일부러 술 취한 척 하는 거죠? (어깨로 툭 툭 얼굴 치며) 걸을 수 있음 쫌 똑바로 걸어 봐요.

          에혀.. 내 팔자야.


은찬, 한결을 침대로 내동댕이치는데 같이 넘어지는,

은찬, 얼결에 옆으로 누워진 한결과 마주 눕게 된, 이내 한결의 얼굴을 찬찬히 뜯어보는, 안쓰럽고 좋은,

쓸쓸하게 웃으며 일어서는데,

한결, 눈 감은 채로 은찬의 머리를 잡아 눕히는, 은찬, 한결 손에 눌려 다시 침대에 눕혀진,

한결, 눈 조용히 뜨는, 은찬을 바라보는,

은찬, 숨도 못 쉬고 한결을 보고 있는,


한 결 : (빤히 보는, 덤덤히) 너... 게이지?

은 찬 : ! (아무 말도 못하고 보는)

한 결 : (졸리는 듯, 눈 감으며) 나는 아니야. 이 자식아. 그니까..자꾸 나 유혹하지 말란 말이야. (다시 은찬 빤히 보는)

은 찬 : (떨리는, 게이라는 말에 속상한, 버럭, 받아치듯) 그니까 누가 계속 이렇게 야심한 밤에 불러재끼래요!

          (속상한, 눈물 고이는)


은찬, 벌떡 일어나려는데, 한결, 다시 은찬을 잡아끄는,


한 결 : (OL,덤덤히) 우리 의형제 맺자.

은 찬 : (굳어서 보는, 팔 힘껏 치워 일어서는) 삼국지 써요?

한 결 : (천장보고 바로 눕는, 덤덤히) 삼국지 읽어보기나 했냐? 그래, 거기 도원결의라고 알아?

은 찬 : (발끈) 잘난 척은... 그거 만화로도 나와 있거든요. (힐끔 보는) 유비, 관우, 장비 뭐 그딴 의형제 말하는 거잖아요.

한 결 : 그래. 피를 나눈 형제보다 더 각별한 의형제.

은 찬 : (힐끔 보는, 그렇게 단정 지으려는 한결의 맘이 서운한, 이내 덤덤 히)...그럼 죽기 전까진 헤어질 일 없겠네요?


은찬, 서운함에 눈물 쏟아지려고 하는, 숨 고르는, 이내 덤덤히 한결 보는,

한결, 빤히 은찬을 보다가 비틀거리며 은찬에게 걸어 오는, 은찬에게 어깨동무를 하며 은찬을 흘낏 보는,


한 결 : (엷은 미소로) 형이라고 불러 이제.

은 찬 : (힐끔 보는) ...

한 결 : 의형제 맺은 기념으로 징표를 나눠야는데...가만... 너 귀 뚫었냐?

은 찬 : (빤히 보는) 사극 찍어요! 징표는 촌스럽게... (밀치며) 절루 가요. 어지러워요.


한결, 이자식이 형이라고 불러! 하며 귀 뚫자고 은찬을 잡아끄는,

은찬, 형은 무슨 형이냐고 기겁을 하고 도망가는,

한결, 도망가는 은찬을 잡아 헤드락을 걸며 끌고가는,

웃는, 한결의 모습 위로,


은 찬 : (N) 그렇게 동생으로라도 나는 그 사람 옆에 있고 싶었습니다.

한 결 : (N) 그렇게 형으로라도 나는 이 녀석을 곁에 두고 싶었습니다.


은찬, 헤드락 걸린 목을 빼며, 켁켁대는, 모습위로,

두사람 모습 한 화면에, 엔딩.




























첨부파일 커피프린스1호점8부.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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