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맙습니다] 12
S#1. #마을 정자 (11회 마지막씬의)
영신 : 가세요오.......제발 서울 가세요오......다른 사람이 아무 상관없는 우리 때문에 힘든 거.......
저 진짜 그거 싫거든요?.....우리가 해 준 건 쥐콩 만큼두 없는데.....무조건 받기만 하는 거.....
죽기 보다 싫거든요, 전.
기서 : .........(멀건히 영신을 본다)
영신 : (기서의 뺨을 안쓰럽다는 듯 톡톡 두드리며) 으이유.....이렇게 정 많구, 헤프구,
착해 빠져가지구.......이 험한 세상 어떻게 살아 갈라 그러냐? 아저씨두 진짜 안됐다.
기서 : (눈빛이 흔들린다. 자신의 뺨을 두드리는 영신의 손 위에 자신의 손을 댄다)
영신 : (그제야 흠칫....당황하며 손을 빼려는데)
기서 : (영신의 얼굴을 잡고 입맞춤 하려다.....차마 못하고....멈칫 멈춘다)
영신 : (눈이 동그래져서......)
기서 : (벌떡 일어서더니 바다 쪽을 보고 선다.......영신에게 함부로 하기 싫었다 ...술 기운 탓인가.....
사정 없이 두근대는 마음에 당황하고 있다)
영신 : (역시 많이 당황했다.....술 깨려고 뺨을 두드리며 고개를 흔든다.)
기서 : 갑시다. (휙 등을 돌려서더니 영신 쪽 차마 못 보고 가다가 술 기운에 휘청하며 계단에서 떨어질 뻔하는)
영신 : (놀라서 보는)
S#2. # 도로(푸른도 건너편의 육지 도로)
석현의 차, 무서운 속도로 달리고 있다.
S#3. #석현 차안(달리는)
석현, 운전하고 있다.
봄(F) : 근데요, 석현이 삼춘.......이단 햄버그요......내가 분명히 다 안 먹구 콩 만큼 남긴 거 같거든요?.....
그것두 쫌 갖다 주시면 안돼요?
석현, 운전석 쪽으로 잠깐 시선을 준다.
조수석엔 봄동이가 햄버그집 종이 봉투(더블 햄버그 20개쯤 든)를 안고 안전 벨트까지 하고 앉아 있다.
뒷 좌석엔 봄이 가방 놓여 있다.
석현, 속력을 더 올려 밟는다. 목이 메이게 봄이가.......보고 싶다.
S#4. #마을 길 (가로등 나란히 밝혀진 둑방 길)
기서, 휘청대며 가고 있다. 술 기운이 온 몸에 퍼졌다.
중심을 잡으려 눈을 부릅뜨고 애를 쓰고 있지만 쉽지가 않다.
얼마 간 거리를 두고 그 뒤를 영신이 따라서 온다. 영신 역시 술 기운에 휘청거리고 있다.
영신 : (앞에서 휘청거리며 가는 기서를 뿌우하게 보며 혼잣 말하는) 치이....술 쎄다구 큰 소리 칠 땐 언제구.......
(입만 벌려) 뻥쟁이......(하는데)
기서 : (마치 영신의 말을 듣기나 한 것처럼 발걸음 딱 멈추고 선다)
영신 : (흠칫....혹시 내 말을 들었나?)
기서 : (돌아서더니 영신 쪽으로 저벅저벅 걸어온다)
영신 : (긴장 하는데)
기서 : (내 앞으로 먼저 가라고 모션하는)
영신 : (못 알아 듣고) 네?
기서 : 레이디 퍼스트!........내 앞으루.....나보다 앞에 서서 가라구요.
영신 : (여전히 못 알아 듣는 표정) 네에?
영신이 앞에 서고, 기서가 뒤에 서서 걸어간다.
두 사람, 역시 몸을 힘겹게 가누며 휘청거리고 있다.
영신 : (뒤에 오는 기서가 은근히 신경 쓰인다.....술을 깨려고 자기 뺨을 톡톡 때린다)
기서 : (주머니에 손 꽂고 꼿꼿하게 가려 애쓰며 영신의 등만 뚫어지게 바라보는)..........내가 푸른도에 다시 왜 왔냐...........
편의점도 없는 이 빌어먹을 촌 동네 왜 다시 내려 왔냐.......하면요......
영신 : (걸어가며...... 기서의 말에 열심히 귀를 기울이는 표정)
기서 : 설마 초코파이 먹으러 왔겠어요?
영신 : (뭐야아......걸음 멈추고 황당한 표정으로 돌아보는)
기서 : (돌아서서 앞서 가기나 하라고 손 모션하는)
영신 : (다시 몸을 돌려 휘청거리며 앞서 간다)
기서 : (휘청거리며 따라 가며)...........서울에선 딱 죽을 거 같애서......이상하게 숨이 쉬어지지가 않아서.....
숨을.....쉴 수가 없어서.......
영신 : (걸음 멈추고 다시 기서를 돌아본다. 그게 무슨 뜻인가? 하는 표정으로)
기서 : (돌아서서 다시 가라고 손 모션하는)
영신 : (알딸딸한 표정으로 천진하게) 왜 죽을 거 같애요? 왜 숨을 못 셔요?
기서 : (괜히 정색하고) 서울 공기가 얼마나 나쁜지 알어요?....자동차 공해, 소음 공해, 걸핏하면 오존 주의보 발령에....
영신 : .....(알딸딸. 순진하게) 공기가 나빠서 푸른도에 다시 오셨다구요?.....
우리 영우가 그러는데 공기는 강원도가 진짜 좋대요. 산이 높구 깊어서.
기서 : (그냥 계속 가던 길이나 가라고 다시 모션)
영신 : (순진한 표정으로 하는 수 없이 다시 돌아서......휘청이며 가는)
기서 : (가는 영신의 등을 보고 다시 걷기 시작하며) 공기가 안 좋으니까 물두 안 좋구....물이 나쁘니까 빵두 맛이 없구,
밥도 맛이 없구, 술두 맛이 없구......숨 막혀 죽는 것도 죽는 거구, 굶어 죽는 것두 시간 문제겠더라구.
영신 : (다시 걸음 멈추고 기서를 돌아보며 술이 취해 천진하게) 우리 동네 파는 식빵요.....
그거, 서울에서 만들어서 가져 오는 건데.....
기서 : 아, 진짜 그 아줌마......(다시 몸을 돌려 가라고 모션하는)
영신 : 그러니까......(약간 실망) 우리 봄이가 걱정돼서 온 게 아니구.......서울이 공기두 나쁘구 물두 나쁘구......
죽을 거 같애서.......그래서 오신 거라구요?
기서 : (다시 앞서 가기가 하라고 계속 손 모션하는)
영신 : .....네......(서운한 표정으로 다시 돌아서서 휘청거리며 가다가.....스텝이 엉기는 바람에 어어하며
그대로 길 밖 논두렁으로 비명 지르며 굴러 떨어진다)
기서 : (눈 앞에서 순식간에 벌어진 일에 황당한 표정만 짓고 있고)
S#5. # 논두렁
영신, 논두렁 한쪽에 엉덩방아 찧은 채.......아우우우.....찌푸리고 있다.
기서, 술 기운에 약간 몸을 휘청거리며 내려온다.
기서 : 안 다쳤어요?
영신 : ....괜찮아요.........걱정 마세요. 돌 때 떡을 안 해 먹어 가지구 이래요.
기서 : ?
영신 : 어릴 때 집이 가난해 갖구....돌을 못 했거든요, 내가......(끄응 일어나 엉덩이 묻은 흙을 털며) 돌때 떡을 안 해먹으면
길 가다가 그렇게 잘 넘어진대요....맨 정신에도 걸핏하면 넘어져요. 걱정 마세요.
기서 : (픽....저도 모르게 웃는. 영신이 짠하고 귀엽고 사랑스럽다....눈빛이 흔들린다.)
영신 : 아저씬 내가.... 안 무서워요?
기서 : ?
영신 : 우리 봄인......안 무서워요?
기서 : ............
영신 ; 사람들은 왜......우리를....무서운 병균 옮기는 바퀴 벌레 취급하구 그러잖아요.
일두 못 나오게 하구, 학교도 못 나오게 하구......같이 마주 보고 서서 말하는 것도 끔찍해 하구......
한 동네 같이 사는 것도......(잠깐 목이 메인다)
기서 : ..........
영신 : (감정 삼키고 다시 담담하게) 근데 아저씬......우리 봄이가 에이즈 걸린 거 알면서두 우리 집에서 또 하숙도 하구,
봄이 손도 잡아 주구, 봄이랑 얘기두 해주구........
기서 : (영신의 말에 마음이 아파 괜히 버럭 O.L.) 누굴 닭대가리루 아나, 이 아줌마가!!
영신 : ........
기서 : 그거는 무식이 담벼락을 뚫는 새 대가리들나 하는 짓이지!! (점점 더 언성 높아지며) 사람을 엇다가 취직을 시켜?!!
나 의사야, 아줌마! 우리 나라에서 최고로 좋은 의대, 장학금 받아가며 다닌 수재야아!!
영신 : ....(당황 하며) 소리를 지르구 그래요?......자는 사람들 다 깨겠다.
기서 : (더 언성 높이며) 깨라 그래! 깨서 들어야 돼, 이 동네 사람들!!.......지들이 얼마나 웃기구 무식한 돌대가리!
알루미늄 스텐 대가리들인지!!
영신 : (누가 주위에 없나 얼른 두리번거리고, 기가 막혀).....차라리 방송을 해요. 방송을 해!
이장님 집에 가서 마이크 켜구 동네 방네 방송을 해요, 차라리.
기서 : (그 말에 진지하게) 어어, 그러면 되겠다......이장 집이 어디예요?!!
영신 : (어처구니 없는) 이봐요, 선생님!!
기서 : (휙 돌아서 가며 손 나팔 만들어) 이장!! 이장 나와라아!! 아니면 이장 집 아는 사람 나와라!!! (하며 간다)
영신 : (기함하며) 아저씨이.......
S#6. #일각 길
기서, 큰 소리로 손 나팔을 만들어 “이장! 이장 나와라!! 아니면 이장집 아는 사람이라두 나와라!!”하며 소리치며 간다.
영신, 곤혹스런 표정으로 “아저씨이이” 부르며 달려와 (휘청 넘어질 뻔도 하며)
기서를 덮치며 기서의 입을 막는다고 실랑이한다(“안돼요.” “뭐가 안돼!” “미쳤어요?” “안 미쳤어요.” 등등 실랑이하며)
......는게.......휘청하며 기서와 함께 넘어지며 구른다.
다시 두 사람, 묘한 포즈(영신이 기서 위에 올라 타.....서로의 얼굴이 맞닿을 뻔한 정도의 상황이 되는) 되는데.
영신 : (기함 하며) 어머......(당황하며 벌떡 일어선다....휘청 넘어질 뻔하다가 기를 쓰고 일어난다)
기서 : (야속하게(?) 보며.....일어나지 않고 길 바닥에 드러 누워 있다)
영신 : (기서 시선 못 보고......버벅대며) 아저씨가 자꾸 그럼, 우리 진짜 이 동네....일초도 못 살구 쫓겨나요......
쫓겨 나구 싶지 않아요. 나가두 우리 발루 나가요......있는 동안이라두 조용히 좀 살게 해주세요......네?!!
기서 : (.....누운 자세로 그대로 야속하게 영신을 보는)
영신 : (스윽 기서를 보다가.....기서의 시선에 당황하는) ....뭐해요?....일어 나세요.
기서 : (아예 팔 베게까지 하고 영신을 계속 야속하게 보는)
영신 : (어이 없는).......여기서 잘 거예요?
기서 : (계속 서운(?)한 눈빛으로 보는)
영신 : (그 눈빛에 점점 당황) .....왜요? 뭐....뭐요?
기서 : (기분 상한 듯) 내가 전염병 환자 같애요?
영신 : 에?
기서 : 것 줌 닿았다구.....아주 경끼를 하네, 경끼를 해.
영신 : ........(당혹스럽게 보는)
기서 : (굳은 표정으로)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나 전염병 환자 아니거든요!! 건강 검진 기록 보여 줘요?
영신 : 아니....난........(용기 내서) 아저씨야 말루.....말은 그렇게 해두 사실은 내가 무섭죠?.....
그래두 에이즈 걸린 애 엄만데......아무래두 찝찝하구......그래서.......
기서 : (O.L.) 그래서, 아까.....키스하려다 그만 둔 거 같애요?
영신 : (사실은 그랬다. 키스라는 말에 얼굴이 후욱 붉어진다....민망하고....어찌할 바를 모르겠다.)
기서 : 닭 대가리!!......남 욕할 게 아니네.......닭 대가리, 스텐 대가리 원조께서 여기 계셨네.
영신 : (씨이.....기서를 밉게 노려보는데)
기서 : 에이즈는 말입니다, 무식한 아줌마....예를 들어 그쪽이 에이즈 보균자라 그래두 키스 같은 걸룬 감염 되지가 않어요..
입 안에 상처만 없으면 딥 키스를 해두 상관 없거든요?
영신 : (키스라는 노골적인 단어에 후욱 얼굴이 다시 붉어져 어찌할 바를 모르는....
다른 곳보며 달아 오른 얼굴을 열심히 부채질하는)
기서 : (영신이 정말 사랑스럽다.....표 내지는 않고) ....명색이 에이즈 걸린 애 엄마란 사람이
그런 기초적인 공부도 안했냐?...(손 하나를 쑥 내민다)
영신 : .......(다른 곳 보다가 기서 시선 또 움찔 마주치고) 어......어쩌라구요?
기서 : 일어 날라구요.....여기서 눠 자요?
영신 : .....(머뭇거리다 기서의 손을 잡아준다)
기서 : (영신의 손을 꼬옥 잡으며 건조하게).....키스.....해도 됩니까?
영신 : (당황하며......눈이 동그래져.....대답 못하는데)
기서 : (영신과 잡은 손을 당기며......일어날 듯 하다가.....그대로 영신을 끌어 당겨 따뜻하게 입맞춤한다)
영신 : (거부하지는 않고.......눈물이 그렁해지는)
S#7. #영신집 앞 마당 근처
석현의 차가 와서 멎고, 석현, 운전석에서 내린다.
석현, 영신집 쪽을 보며 잠깐 긴장된 한숨 뱉고 조수석 문 열어....
봄동이를 꺼내고, 햄버그 봉투와 봄이의 가방을 꺼내고.......쇼핑 봉투를 꺼낸다.
인라인 스케이트가 들어 있는 봉투다.
S#8. #영신방 앞 마루
석현, 가져온 물건들을 마루 위에다 조용히-봄이와 영신이 깰까봐- 부려 놓고 있다.
물건을 다 부려놓은 석현, 스텐드 불빛이 흘러나오는 영신 방 쪽을 보다가....... 마루 아래쪽에 시선을 준다.
봄이의 헌 신발 놓여 있다. (이노인의 신발과 영신의 슬리퍼도 놓여 있고)
잠시후.
봄이의 헌 신발 옆에 어린이용 인라인 스케이트가 놓인다.
S#9. #영신 마당
석현, 차마 영신과 봄이를 부르지도 못하고.....평상으로 와 앉는다.
씁쓸하고 허허로운 표정으로 하늘을 올려다 본다.
수 없는 별들이 은가루를 뿌려 놓은 듯 반짝이고 있다.
S#10. # 마을 길 (소금 창고 일각 길 정도)
인서트-별이 총총한 하늘........카메라, 하늘을 훑어 아래로 내려오면.......
기서와 영신, 길 양 편으로 서서 나란히 걸어가고 있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가던 아까와는 다르게 나란히 양 옆으로 간다.
술이 많이 깬 듯 별로 비틀거리지는 않는다.
다만, 키스의 후유증(?)으로 각각의 표정들이 머쓱하고 뻘쭘하고......말을 잃었다.
영신은 죄 지은 사람 마냥 고개를 푹 떨구고 있다.
두 사람, 그렇게 말없이 뻘쭘하게.....얼마 간을 걸어가다가.....
기서 : 죄 졌어요?
영신 : ...........
기서 : 그냥 다른 거예요.
영신 : (무슨 말인가 보는)
기서 : 에이즈에 걸린 건........뭘 대단히 잘못한 일두 아니구, 대단히 미안한 일도 아니구......
그냥 남들하구 조금 다른 거 뿐이예요.
영신 : (그 말에 눈물이 핑.....돈다)
기서 : 코가 큰 사람이 있구, 눈이 작은 사람이 있구, 오른쪽 다리가 짧은 사람이 있구,
검지가 중지보다 긴 사람이 있는 거처럼....그냥 다른 거라구요. 남들하구!
영신 : .........
기서 : 그니까, 죄지은 사람처럼 그렇게.....대 국민 사과문이라도 발표해야 되는 사람처럼, 그렇게 살지 말라구요!
영신 : (고개를 푹 떨구고 있다.....눈물이 흘러내린다)
기서 : (영신 앞으로 다가간다)
영신 : (멈칫)
기서 : (영신의 얼굴을 잡아서 자신을 똑바로 보게 한다)
영신 : ........
기서 : 당당하게 얼굴 들고 눈 똑바루 뜨구........(영신의 어깨를 탁탁 두드려주며) 어깨 펴구.....(하는데)
영신 : (O.L.) 내가....불쌍해요?
기서 : (기가 막힌 듯 표정 굳어서) 뭐요?!!
영신 : (보다가....걸음 옮겨 기서를 스쳐 가는)......아니예요.
기서 : (보다가.....영신의 뒤를 다시 따라간다) ....무슨 말이예요, 그게?
영신 : ........(돌아서서 기서 보며) 나, 여자 아니예요.
기서 : (흠칫 보는데)
영신 : 난 여자가 아니구, 그냥 봄이 엄마예요.
기서 : (무슨 소린가)
영신 : 난 사람두....아녜요.
기서 : .........
영신 : 그냥 무생물이예요.......나무나 바위나 책상이나 뭐 그런 거.
기서 : .......사람이 좀 알아 듣을 수 있게 말을 해 볼래요?
영신 : 그렇다구요......난 사람두 아니구, 여자두 아니니까.....불쌍해하지두 말구, 안돼 하지두 말구, 마음 아파하지두 말구,
좋아해 주지도 말구........앞으루.....키스 같은 거....하지 마세요, 나한테.
기서 : (어처구니가 없어 말이 안 나오는)
영신 : (보다가 돌아서서 등을 보이고 걸어가는) 난 그냥 돌이예요......돌이라서 감정두 없어요.......진짜예요.
기서 : (어처구니가 없는데)
영신 : (뭔가 발견하고 어? 하는 표정으로 걸음을 멈춘다)
저 앞 소금 창고에서 한 아낙 (60대로 보이는, 아픈 허리를 제대로 펴지도 못하고 낑낑거리며),
소금 푸대를 리어카에 옮기고 있다.
영신 : (보다가 기서 보며)...먼저 들어가세요....(하며 아낙 쪽으로 뛰어가다가 문득 걸음 멈추고 기서를 돌아보며....
머뭇머뭇하다가 간신히 입을 떼며).....고맙....습니다............
(시선 얼른 떨구고는 다시 “영식이 할머니!!” 부르며 뛰어간다)
기서 : (황당한 표정 지으며........중얼거리는) .......뭐가?
영신, 저 앞의 아낙에게 다가가 “밤 늦게 뭐하세요? 허리두 안 좋으시면서?” 하며
아낙이 나르는 소금 푸대를 들어주려 한다.
아낙, 표정 굳어서 영신을 보자, 영신, 쫄아서 눈치 보며.....조심스럽게......“제가 좀 도와 드려두 돼요?” 묻는다.
아낙, 굳은 표정으로 영신을 보다가......고개를 끄덕인다.
영신, 환하게 웃으며 “고맙습니다.” 꾸벅 목례까지 하고, 열심히 소금 푸대를 들어 리어카에 싣는다.
기서 : (어이 없어....서늘한 표정으로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는) 그게 고마울 일이냐?......뭐가 그렇게 맨날 고맙냐?
뭐가 그렇게?.........등신아...(도저히 이해가 되지도....이해를 할 수도 없는 여자다........표정)
S#11. #영신집 마당
석현, 평상에 누운 채 팔 베게하고 저도 모르게 잠들어 있다. (다리는 바닥으로 내리고)
석현, 뭔가 안 좋은 꿈을 꾼 듯 미간이 짧게 흔들리더니 번쩍 눈을 뜬다.
여기가 어디지? 잠깐 멍한 시선으로 두리번 거리다..... 내가 깜빡 잠이 들었구나......
벌떡 일어나 앉아 잠에서 깨려 얼굴을 거칠게 부빈다.
영신 방 쪽을 다시 애틋한 표정으로 돌아보다가....돌아 가려고 일어서다가 뭔가 발견하고 흠칫 당황한다.
기서가 바로 자신의 눈 앞에 서 있다.
기서 : (서늘한 표정으로 석현을 보는)
석현 : (팽팽하게 같이 시선을 마주치고)
S#12. #영신방
봄이, 열심히 몸부림을 치고 있다. 이불을 몸에 감고 방 안을 구른다.
S#13. #소금 창고 앞
영신, 이마에 땀까지 맺혀 열심히 낑낑거리며 리어카에 소금 푸대를 싣는.....그 사이 제법 많이 실었다.
아낙은 한쪽에서 허리를 두드리며 쉬고 있다.
S#14. #영신 마당
아무 말 없이 서로 팽팽하게 마주 보고 선 기서와 석현.
기서 : .......
석현 : .......
기서 : ........
석현 : (어쩔 수 없어 먼저 입을 떼는) 봄이가.....가방하구 인형을 놓구 갔길래 ......그거 갖다 주러 왔어요.
기서 : 안 물어 봤어요.
석현 : (피식 쓰게 웃고 기서를 스쳐서 대문쪽으로 가다가 문득 걸음 멈추고 돌아보며 도전적으로)
나한테 물었던 게..........봄이가.....너한테 뭐냐?......그 질문이었습니까?
기서 : .........(서늘하게 보는)
S#15. #영신방
열심히 몸부림을 치던 봄이, 벽에다 그만 이마를 쿵 찧는다. 혹은 서랍이나 장롱에.
봄이, 아야.....하며 눈을 뜬다.
S#16. #영신 마당
기서 : (서늘한 표정으로.....약간은 긴장 해서 석현을 보고 있다)
석현 : ..........(머뭇거리고 있다. 답을 바로 못한다)
기서 : ........(뭐야, 이 자식.....하는 표정)
석현 : (결심한 듯 담담하게)........봄이.......내......딸입니다.
기서 : ! (흠칫...눈빛이 흔들린다. 몰랐던 건 아니지만, 석현의 입으로 직접 듣는 게 몹시 당혹스럽다)
S#17. #영신 방
봄이, 잠이 묻은 얼굴로 일어나 앉아 아야....하며 열심히 아픈 이마를 부비고 있다.
석현(E) : 내가.....봄이 아버집니다.
봄 : (이마를 부비다.....그 소리에 잠깐 흠칫 고개를 바깥쪽으로 돌리다가.......다시 눈이 스르르 감기며.....
앞으로 꾸벅 하다가.......그대로 벌렁 누워 다시 잠이 든다.)
S#18. #영신 마당
기서 : (차갑게 굳은 표정으로 석현을 보는)
석현 : (그간 인생을 지배했던 비밀을 털어놓은 허탈감으로 멍한 표정 짓는)
기서 : .......(이상하게 가슴 한켠이 싸하게 허탈해지지만 애써 담담하게) 역시 핏줄의 힘은 대단하군......기특하네.
지금이라두 회개하구 돌아와서.
석현 : ..........
기서 : ....(영신 방 쪽을 향해, 아이가 깰까 큰소리는 아니고) 이 봄....땡 잡았다. 아버지 돌아 오셨다.......
(씁쓸하게 돌아서서 자기 방쪽으로 가려는데)
석현 ; (단호하게) 아뇨!!
기서 : (흠칫....아뇨! 라구? 돌아서서 석현 보는)
석현 : 아뇨!! 난 그냥.....인형하구 책가방 갖다 주러 온 거예요. 갖다 달라구 애가 하두 전활 해서.
기서 : (어이 없는)
석현 : 봄이랑 영신이 잘 돌봐주세요. (돌아서........차 쪽으로 걸음 옮겨 가는데)
기서 : 개 자식.
석현 : (흠칫 걸음 멈추는)
기서 : 덩달아! 니 아들 간다! 인사해라!!
석현 : (서늘한 표정으로 기서를 돌아보는)
기서 : (석현을 똑 바로 보며 다시 한번) 개 자식.
석현 : (눈빛이 심하게 일렁이는)
기서 : 개두 지가 낳은 새끼는 안 버린대더라.......넌 개 자식두 아냐! 개보다 못한 새끼지!!
석현 : (서늘하게 보는....주먹에 힘이 불끈 들어간)
기서 : .......억울하냐?
석현 : (불끈 쥔 주먹이 부르르 떨린다)
기서 : 억울하면 죽여 놔! 어디서 굴러온 개뼉다구 같은 새끼가, 봄이랑 피두 한 방울 안 섞인 니 따위 새끼가
감히 누구한테 까불어? 입두 벙긋 못하게 밟아 버려! 억울하면!!
석현 : (굳은 표정....주먹은 여전히 불끈 쥔 채)
기서 : (팽팽하게 노려 보는데)
석현 : (불끈 쥔 주먹을 스르르 풀더니......그대로 휙 돌아서서 차 쪽으로 가 버린다)
기서 : (서늘하게 보는........)
석현 : (차에 올라 타 급하게 차를 몰아 가버린다)
기서 : .........(싸늘하게 보는......기분이 드럽다.)
S#19. #마을 길/석현 차안
석현, 싸늘하게 굳은 표정으로 운전해 가고 있다. 니가 뭘 알아? 니가 내 맘을 어떻게 알아?!!.......
괴롭게 얼굴을 쓸다가....무언가 발견하고 눈빛이 일렁거린다.
저 앞으로 영신이 오고 있다.
영신, 몹시 지친 듯 기운이 쑥 빠져.....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털레털레 오고 있다.
석현, 울컥하는 표정으로 영신을 본다.
영신, 석현의 차인 줄 생각도 못하고 차를 비켜 그대로 고개 떨어뜨린 채 걸어간다.
석현의 차, 천천히 영신을 스쳐 지나간다.
석현, 영신에게 아는 척도 못하고 이렇게 스쳐가야 하는 스스로의 모습이 저주 스럽다.
털레털레 걸어가는 영신의 뒤 쪽으로 멀어져가는 석현의 차.
F.O.
S#20. #영신 마당 (아침)
기서, 개밥 먹고 있는 덩달이 앞에 서 있다.
기서 : (나름 진지하게) 너, 니 새끼 안 버린 거 맞지? 확실하지?.......나중에 뒷 조사해서 새끼를 유기했거나 방관했거나......
이딴 거 밝혀지면.......넌 그날루 개가 아니구 올챙이다.......마! 흘리지 말구 먹어! 흘리지 말구!!
(심난한 표정으로 영신 방쪽을 본다)
S#21. # 영신방
영신, 몹시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봄이(노란 코트는 절대로 벗지 않는다)를 보고 있다.
봄이, 몹시 흥분한 표정으로 더블 햄버그를 손에 들고 있다. 이 노인도 옆에서 더블 햄버그를 신기한 듯 들고 있다.
봄동이와 책가방, 20개 정도 되는 더블 햄버그가 방안 가득 놓여 있다.
봄 : 이게 이단 햄버그야, 미스타리!!
이노인 : (고개 끄덕이며) 응......이게 이단 햄버그야.
봄 : 초코파이 보다 천배는 더 맛있어.
이노인 : 초코파이 보다 천배는 더 맛있어. 메주야.
봄 : (방안 가득 놓여 있는 햄버그를 앗싸!하며 다시 보고) 석현이 삼춘이 갖다 놓구 갔나봐.....봄동이 하구 같이.
영신 : (멍하게.........)
이노인 : 석현이는 우리 석현이야. 석현이는 우리 영신이 친구야.
봄 : 그래. 미스타리네 석현이가 이단 햄버그도 갖다주구 봄동이도 갖다 줬어......
(하고 있는 힘을 다해 입을 쫙 벌려 햄버그 먹으려다가 영신에게 내밀며) 엄마두 먹어.
영신 : .........괜찮아. 엄만 햄버그 안 좋아해.
봄 : 쫌 먹지.....이렇게 많은데....(이노인 보며) 이거 먹을라면 입을 대따 크게 벌려야 돼, 미스타리......
(입을 크게 벌려 보이는 시범 보여주며) 아악.....이렇게.
이노인 : (봄이를 따라하는) 아악.......
봄 : 목 막히니까 물두 먹으면서 먹어....(하며 입을 있는대로 쫙 벌려 햄버그 베어 물려다.....아차 하며)
참! 아저씨두 줘야지. (하며 벌떡 일어나 햄버그 하나 챙겨들고) 덩달이 꺼두....
(하고 자기 꺼 까지 햄버그 세 개 챙겨들고 방 밖으로 나간다)
영신 : .........(여전히 당혹스러움이 남아서 멍한....)
이노인 : (입을 쫙 벌려 햄버그 먹다가......맛이 없는지....인상 찌푸리며 햄버그 던져 버리고......
입안에 든 햄버그도 뱉어버리고 초코파이 들어서 봉지를 뜯는다)
영신 : (그런 이 노인을 멀건히 보는......)
S#22. #영신 마루
봄이, 신발을 신으려다 멈추고 신발 옆에 놓인 인라인스케이트를 신기한 듯 들어서 본다.
우와! 우와! 흥분해 어쩔 줄 모르는 표정.
봄 : 우와아.......석현이 삼춘 짱이야.
S#23. #영신 마당
기서, 수돗가에서 세수하고 있는데, 봄이, 헤헤거리며 뛰어 와 기서 얼굴 앞으로 햄버그 하나를 쑥 내민다.
기서 : (햄버그 보다가 봄이를 보는)
봄 : 이단 햄버그예요. 드세요.
기서 : 어.....(수건으로 얼굴 닦으며 햄버그를 받는다)
봄 : 저기요.......수호 천사 1호!......(영신의 방쪽을 흘끗 살피고) 나 지금 학교 가면 안돼요?
기서 : .........
봄 : 석현이 삼춘이 가방두 갖다 줬구요오.....이단 햄버그가 너무 많아서 용주 오빠랑 태창이랑 보람이랑 지선이한테두
갖다 줄라구요.
기서 : .......글쎄........아직은 안될 거 같은데......(진지하게) 천사를 헤치려는 악의 무리들이
학교 근처에 아직두 있다는 정보가 있어 가지구......
봄 : 수호 천사 1호가 무찔러 주면 되잖아요.
기서 : 그게.....지금은 워낙 숫자가 많아 가지구.......
봄 : 무서워요?
기서 : ............어.
봄 : 수호 천사가 뭐 그러냐?
기서 : .........(할 말이 없다. 괜히 수건으로 얼굴만 열심히 닦는)
봄 : 수호 천사 2호는 노란 코트두 사주구, 이단 햄버그두 사주는데......실망이야, 씨이....
기서 : (참.....할 말이 없다)
아낙1(E) : (앙칼지게) 영신아!!......내 오늘 그냥 이 년을.....
기서, 봄이와 흠칫하며 소리나는 쪽으로 고개 돌려본다.
아낙1 (파 밭의), 2, 보람 부모, 동네 사람들 예닐곱 명, 서슬이 퍼런 표정으로 마당 앞으로 들이 닥친다.
보람부(다리 절룩거린다)는 기서를 보며 흠칫 당황한다.
보람부 : (잠깐 눈빛이 짧게 흔들리는데)
아낙1 : (봄이를 날카롭게 쏘아보고 영신을 찾으며 악다구니) 영신이 이년 이리 나와! 당장 나와, 이 뻔뻔한 년!!!
기서 : (싸늘하게) 무슨....일이십니까?
봄 : (창백하게 굳어 들고 있는 햄버그 떨어뜨리며 얼른 기서의 뒤로 가 숨어 바들바들 떤다)
기서 : (마음이 찢어진다. 봄이 때문에 큰 소리는 못 지르고).......무슨 일이신지 모르겠지만.....
(봄이가 신경 쓰여) 잠깐만요.....진정 하시구.......잠깐만요.
이때, 영신, 방문 열고 나온다.
서슬이 퍼래서 몰려선사람들 보고 안색이 창백해지는.
아낙1 : (기서보고) 진정같은 소리 하구 있네. (영신 보며) 너 떠난다 그러더니 왜 안 떠나?!!.........
지 양심만 믿구 기다려줬더니 어디서 대충 뭉기적 거리구 주저 앉을려구.....
니들 소문 때문에 지금 우리 민박 손님들 죄다 떠나구........계란 출하하는 것도 죄다 반품 당하구.....(하는데)
기서 : (못 참구 버럭) 이봐, 아줌마!!!
영신 : (당혹스럽게 기서 보는)
기서 : (소리 지르려다 자기 허리 춤을 꼭 쥐고 바들바들 떨고 있는 봄이의 고사리 손을 느끼고....있는 힘을 다해 누그러져)
잠깐만......잠깐만요.......제발요, 아주머니......애가 있어요. 잠깐만요.
봄 : (창백해져 바들바들 떠는)
아낙1 : 저....저 서울 놈은 지가 뭔데 자꾸 끼어 들어? 니가 영신이 서방이라두 돼?! 니가 봄이 애비라두 돼?!! (하는데)
보람부 : (갑자기 아낙1에게) 이 할망구가 노망이 들었나....... 어디 와서 행패야? 행패가?!!
아낙1 : (당황해서) 길용아아!!
보람모 : (당황해서) 여보오.......
아낙1을 비롯해 같이 왔던 사람들, 난데 없는 보람부의 돌출 행동에 깜짝 놀라며 당황하고.
보람부 : 미안하다, 영신아.....미안해, 봄아.......이 할머니가 느이 할아버지처럼 제 정신이 아냐, 지금.......
갑시다.....가요.....이 집이 아니구, 저기 건너 마을 경태 집으루 가야지.... 왜 엉뚱한 집에 와 화풀이야?!!
(아낙1에게 무서운 눈빛 지어보이고 기서에게 봄이 데리고 빨리 나가라고 눈짓 주는)
기서 : (당혹스럽다.....영신에게 시선 주는데)
영신 : (바들바들 떨면서도 봄이를 데리고 나가 달라고 눈짓을 한다)
기서 : 아저씨랑 아이스크림 사러 나가자. (봄이를 번쩍 안아 들더니 사람들을 스쳐 대문 밖으로 나간다.)
봄 : (겁에 질려 차마 울지도 못하고 영신을 안타깝게 보며) 엄마아.......엄마아........
영신 : (봄이를 향해 애써 웃어주며 ‘괜찮아. 아무 일도 아냐.’ 입만 벌려 말하고)
봄 : (그래도 겁에 질려 영신이 걱정되는 듯)
보람부 : 봄아! 잠깐만!!.......잠깐만요! 선생님!!
기서 : (걸음 멈칫 멈추고)
봄 : (겁에 질린 표정으로 보람부를 보는)
보람부 : (휠체어 굴려 봄이 앞으로 와서) 저녁에 우리 보람이 니네 집에 보낼테니까 산수 좀 가르쳐 줄래?.....
학습지 또 10점 맞았다. 이눔의 기집애.....
보람모 : (기겁을 해서) 여보오.
기서 : (보람부를 보는.....뜻밖의 고마움으로)
보람부 : 가르쳐 줄 수 있지?
봄 : (겁에 질렸지만......고개 끄덕이며)....네.
보람부 : (보람모가 미쳤냐고 뒤에서 창백해 있지만, 무시하게 봄이를 향해 악수 청하며) 고마워. 고맙다. 봄아.
봄 : .......(잠깐 망설이다가.......그 손을 잡고....그 와중에도) .....뭘요.
기서 : (보람부를 본다)
보람부 : (기서에게 짧게 감사의 목례 보내는.....)
<플래시백-2회 기서가 보람부의 절단될 뻔한 다리 동맥을 잡아주는>
기서 : (눈빛이 얼핏 흔들리다가......봄이를 안고 나가는)
영신 : (온 몸이 사시나무처럼 떨려 온다. 졸도할 것 같지만 이를 악물어 참는)
S#24. #영신 집 일각 길
기서, 봄이를 안고 걸어간다. 봄이, 여전히 바들바들 떨며 기서의 목을 꼭 끌어 안고 있다.
봄 : (눈물이 그렁해서) 그 사람들......우리 엄마 내쫓을라구 왔어요?
기서 : 아니.......아까 보람이 아빠가 그랬잖아. 다른 집에 가야 되는데 엉뚱한 데 와서 화풀이 한다구......
제 정신이 아니래잖아, 지금.
봄 : 뻥 까지 마요. 나두 다 알아요.
기서 : ........뭘?
봄 : 내가 에이즈 걸려서......쫓아 낼라구 온 거 다 알아요.
기서 : .....아니라니까 그런 거.
봄 : 그 할머니한테 요술 코트 비밀 말해 주면 안돼요?
기서 : .......있다가....봐서.
봄 : (무서운지 기서 목을 더 꼭 끌어 안으며) 나 천사 안한다 그럼 안돼요?
기서 : .........
봄 : 천사 같은 거 안할래요. 에이즈도 안 걸릴래요.
기서 : ..........
봄 : (기서에게서 몸을 떨어뜨려 기서를 똑바로 보며) 아저씨가 하느님한테 부탁 좀 해주면 안돼요?
기서 : (걸음 멈추고) 천사는 아무나 되는 게 아냐.
봄 : ........
기서 : 니가 하기 싫다구 안되는 것두 아니구.
봄 : ........어떡해요, 그럼?
기서 : 왕자님을 기다리면서 힘들어두 참아야지. 미운 오리 새끼처럼. 신데렐라처럼.....그리구.....음.....그리구.....
봄 : 슈렉! 슈렉처럼요!
기서 : (피식 웃고) 그래, 슈렉처럼!!
봄 : (같이 빙긋 웃다가 문득) 근데 우리 엄마 어떡해요?......그 할머니가 우리 엄마 막 혼내면 어떡해요?
기서 : .......(걱정되지만) 괜찮아.....씩씩하게 잘 얘기할거야.........이것두 비밀인데, 사실은 니네 엄마가 수호 천사 3호야.
아낙1(E) : 뭐라구, 이년아?!! 다시 한번 말해봐!!
S#25. #영신 마당
영신, 의연한 표정으로 아낙1과 사람들 앞에 서 있다.
보람부는 한쪽에서 보람모에게 미쳤냐고 돌았냐고 당신 아빠 맞냐고 꼬집히고 추궁 당하고 있다.
영신 : 그냥 다른 거라구요, 우리 봄인!
아낙1 : 뭔 소리야, 저게?.........(아낙2에게) 입이 열개라도 할말이 없는 년이 지금 뭐라구 씨부리는 거냐?
아낙2 : 몰라.
영신 : (기서가 한 말을 그대로 당당하게...담담히 얘기 하는) 우리 봄이가 에이즈에 걸린 건....
뭘 대단히 잘못한 일두 아니구 대단히 죽을 죄를 진 일두 아니구......그냥 다른 거라구요.
아무 병없이 건강한 보람이나 지선이나 태창이하구 조금 다른 거라구요.
아낙1 : (기가 막힌 표정으로) 저 년이 지금 지가 잘했다구 눈 똑바루 뜨구 대드는 겨, 우리한테?!!
아낙2 : 그러게.....적반하장두 유분수지......쟤가 갑자기 왜 저래? 미쳤나, 저게?!!
영신 : 저희 죄인 아니예요....열심히, 남한테 나쁜 짓 안하구, 나름대루 최선을 다해 살았는데두.....
그냥 재수 없게 어느 날.....에이즈에 걸린 거 뿐이예요.
아낙1 : (기가 막혀) 너 영신이 맞냐? 어느 새 청산 유수가 됐네......그래서, 이 푸른도에서 못 나가겠다. 그 말이냐?!!
영신 : 아주머니들한테 여기가 삶의 터전이듯 저희한테도 여기 밖에 없어요.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 여기 다 계세요......
여기서 나서 여기서 자라구.....이 섬 밖으론 나가 본 적도 없는데.......갈데가 없어요, 저흰.....
아낙1 : 니들 땜에 우리 손주들랑 며느리들이 이 섬에 못 오겠다잖어어!! 이 뻔뻔한 년아!!
영신 : 저흰 전염병 옮기는 바퀴 벌레가 아니예요.....폐 안 끼치겠습니다....죽은 듯이 살께요.
여기서 살게만 해주세요. 아주머니!....저희도 여기서 살 자격은 있다구 생각합니다.
아낙1 : 저 년이 근데 끝까지.....그래, 니가 나가나 우리가 나가나 한번 해보자! 한번 해봐아!!
(하며 영신의 머리채를 잡고 흔들기 시작한다)
보람부 : 아주머니이!! (하며 말리려 하는데)
보람모 : 가만 좀 있어, 나서지 말구! (하며 보람부를 끌어 안으며 말리는)
아낙1, 영신의 머리채를 쥐어 잡고 흔들며, “이래도 안 나갈래? 이래두 안 나가?” 하며 소리 지르고,
영신, 울지 않으려 애쓰며 이를 악물고 견디고 있다.
아낙2 등 다른 아낙들은 영신집 물건들을 (장독대등) 때려 부수기 시작한다.
S#26. #영신 방
이노인, 초코파이를 입에 문 채 그대로 굳어 있다.
바깥에선 장독대 깨지는 소리들, 아낙1의 악다구니 소리가 또렷이 들려오고 있다.
S#27. #봄이 교실
종수, 교탁 앞에 서서 아이들(용주, 보람, 태창, 지선)에게 에이즈에 대한 강연을 하고 있다.
(대한 에이즈 예방협회 에이즈자료실의 교육홍보자료 (파워포인트 PPT) 화면을 모니터(프로젝트)로 보여주며)
*콘돔이나 성관계에 대한 자료는 수정 要*
그 옆으로 소란, 서 있고, 한쪽에 성규도 서 있다.
다른 아이들은 반신 반의하는 표정이고, 태창은 유독 태도가 삐딱하다.
종수 : 에이즈 감염인과 같은 교실에서 공부하면 감염된다? (아이들 술렁이면 X표 나타나고) 아니에요! 절대 아니죠?
(화면 넘어가면) 자, 식판이나 컵을 함께 사용해도, 화장실에서 변기를 같이 써도,
책이나 컴퓨터를 같이 봐도 괜찮고, 기침이나 재채기를 해서 침이 튀어도, 수영나 목욕을 같이 해두,
모기에 같이 물려두, 같이 운동해두 절대, 저얼대 옮지 않는 병이예요.
태창 : 우우......뻥까지 마세요.
성규 : 박 태창!! (하는데)
소란 : (O. L.) 뻥이라니, 임마!......의사 선생님이 얘기하는걸 뻥이라니!!.......니들 진짜 인생 그렇게 사는 거 아니다!!
그렇게 빡빡하게 사는 거 아냐, 짜식들아!
종수 : 박 간호사님!
성규 : 여보!!
아이들 : (벙한 표정 짓고)
소란 : 한 반에서 같이 공부하는 친구가 학교에 안 나왔는데, 니들은 걱정도 안돼?! 마음도 안 아파?!
밥이 넘어가구 공부가 되니, 니들은!!
성규 : (소란을 데리고 나가려 하며) 왜 이래......애들한테......나가........미쳤어?
종수 : 아 참 거.......
소란 : (성규의 손을 쳐내며) 당신두 그럼 안돼......봄이는 당신 학생 아냐?.....가르치는 학생이 학교에 안 나왔는데......
어떻게 아무렇지도 않게 정상적인 수업을 해?! 진짜 너무들 한다! 너무들 해!!
무슨 사람 인심이 무슨 세상이 이 따위야, 진짜!!!
S#28. #바닷가 일각 (혹은 풍광 좋은 어떤 곳)
기서와 봄이, 아이스크림 통 하나 사서 가위 바위 보하며 먹기 게임하고 있다.
가위 바위 보에서 이긴 봄이, 숟가락으로 한웅큼 퍼 먹으며 좋아한다.
서로 열심히 가위 바위 보 계략도 세우고.....
다시 가위 바위보 해서 기서가 이기고....기서, 봄이가 먹던 숟가락으로 아이스크림을 또 한 웅큼 퍼 먹는다.
서로 즐겁게 웃으며 장난하는 두 사람 위로
(기서는 영신에 대한 걱정으로 얼핏얼핏 표정이 굳지만, 봄이는 아이답게 천진난만하게 까르르)
예전에 영신과 봄이 했던 얘기들이 들린다.
봄(E) : 험한 게 뭐야?
영신(E) : 뭐?
봄(E) : ‘험한 세상’할 때 ‘험!한!’이 뭐야?
영신(E) : 험하다는 건....나쁘구 힘들구, 못 됐구 짜증...(하다가....이게 아니다 싶어 멈춘다)
봄(E) : 세상이 나쁘구 힘들구 못 됐어?
영신(E) : ......내가 지금 험한 세상이라 그랬어?
봄(E) : 응.
영신(E) : 잘못 말한거야. 비싼 꿀을 많이 먹으니까 말두 이상하게 나오네. 세상은 험한 게 아니구 아름다운 거야, 봄아...,,
영신(E) : 노래도 있잖아....(노래 소리) 우리 함께 만들어 가요, 아름다운 세상.
봄(E) : (씨익 웃고) 나두 배울래. 가르쳐 줘.
S#29. #영신 마당
아낙들, 영신집 물건들을 있는대로 때려 부수고 있다.
머리가 옷이 엉망이 된 영신(입술도 터지고), 마당에 주저 앉아 있다.
영신, 있는 힘을 다해 울지 않으려 당당해지려 애쓴다. 울면 니가 지는 거야! 이 영신!
보람부, 보람모에게 막혀서 안타깝게 영신을 보고. 그 위로 들리는 봄이의 노랫소리.
봄(E) : (노래 부르는) 문득 외롭다 느낄 때 하늘을 봐요. 같은 태양 아래 있어요. 우린 하나예요.
S#30. #영신방
이노인, 아까 그 자세로 초코파이 그대로 입에 문 채 굳은 듯 있다가.....옆에 있는 봄동이를 꼭 끌어 안는다.
그 위로 봄이의 노래 소리 들리는.
봄(E) : (노래 부르는) 마주치는 눈빛으로 만들어 가요.
S#31. #봄이 학교 운동장
소란, 퍼질러 앉아 울고 있고, 성규, 곤혹스럽게 달래고 있다.
종수, 나오며 그런 소란을 착잡하게 보는데.
봄(E) : 나즈막히 함께 불러요. 사랑의 노래를.
S#32. # 바닷가 근처 경치 좋은 곳
봄이, 율동을 하며 노래를 부르고 있다.
한쪽에 쪼그리고 앉아 그런 봄이를 바라보고 있는 기서.
봄 : 작은 가슴 가슴마다 고운 사랑 모아 우리 함께 만들어 가요. 아름다운 세상.
기서 : (봄이를 향해 미소는 띠우고 있지만.......한 편으로는 영신이 몹시 걱정 되는)
S#33. #석현 아파트
석현도 없는 빈 아파트, 은희, 핸드폰 걸고 있다. 고객이 전화를 받을 수 없다는 안내음 들린다.
옷 가지들, 찌그러진 맥주캔들 여기저기 어지럽게 널려 있다.
은희 : (핸드폰 끊으며) 어딜 간 거야? 전화도 안 받구?
은희, 널린 옷가지들 정리하고, 바닥에 널린 빈 맥주 캔 쓰레기통에 넣으려다
쓰레기통에 버려진 낡은 노트 한권을 발견한다. (노트의 속지가 갈기 갈기 찢어져 있는)
은희, 노트를 들어서 보면.......빛바랜 낡은 일기장이다. ‘푸른 중학교 2학년 1반 최석현‘ 이라고 씌여 있다.
은희, 의아한 표정으로 노트(찢어진 속지)를 펼쳐져 읽어본다.....
잔잔했던 표정에 푸훗 약간 웃음도 머금었다가.........어딘가에 눈길이 머물러 집중해 읽기 시작한다....
은희의 눈빛이 흔들리고, 표정이 서서히 굳는다.
카메라, 노트를 비추면 치기 어린 남자 중학생의 글씨로 다음과 같은 내용 적혀 있다.
‘내 생애 최고의 날이다. 영신이가 나를 향해 웃어 줬다. 최석현.....내 이름도 따뜻하게 불러줬다.
나중에 커서 영신이와 결혼하고 싶다. 결혼하면 영신이 닮은 이쁜 딸도 낳아야지.
이름은 뭘루 지을까--------------------->천사. 최 천사. 좋다.’
은희의 표정, 창백해진다. 이때, 은희의 시선에 널려 있는 책들이 보여진다.
에이즈에 관한 책들이다.
이때, 은희의 핸드폰이 울린다. 발신자 확인하면 석현이다.
은희, 당혹스러움에 잠깐 망설이다 핸드폰 받는다.
은희 : 어....석현씨....
여자(F) : 안녕하세요.....여기 블룬데요......
은희 : (흠칫) 네?
여자(F) : 핸드폰 주인 되시는 분이 한 시부터 와서 계속 술을 드시다 주무시는데.......좀 모셔가시라구요.
은희 : (어이가 없는)
S#34. #블루 빠
은희, 안으로 들어서 황당한 표정 짓는다. 초췌한 석현, 술에 취해 테이블에 엎드려 잠들어 있다.
한쪽에 양주 한 병 거의 비어진 채 놓여 있다.
은희 : (푸우 한숨 뱉으며 보는)
S#35. # 빠 앞 주차장 (오후)
은희, 이를 악물고 거의 의식이 없는 석현을 부축해서 조수석에 태우고, 자기도 운전석에 오른다.
(석현의 차다) 온 몸이 땀으로 젖었다.
은희, 시트에 털석 기대며 거친 숨을 다스리다가.....문득 석현을 본다.
석현, 시트에 기대어 눈을 감은 채.....들을 수 없는 소리로 입만 달싹거리고 있다.
은희, 무슨 소리를 하나.....석현의 얼굴 가까이 귀를 대 본다.
“봄아.......미안해.....봄아.....미안해......” 정확한 발음은 아니지만, 석현은 그렇게 말하고 있다.
표정이 싸늘하게 굳어 석현의 얼굴에서 귀를 떼는 은희.....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다.
S#36. #바닷가
봄이, 바닷가를 강아지처럼 뛰어 다니며 놀고 있다.
한 켠에 앉아 그런 봄이를 지켜보고 있는 기서.....대체 어떻게 된 건가?
한 손에 쥔 핸드폰으로 영신에게 전화를 하나 마나 망설이고 있는데.......핸드폰 울린다.
발신자 확인하면, 영신이다.
기서 : (졸이고 있던 마음에 잠깐 숨이 멎는 것 같다......핸드폰 받는) ....괜찮아요?
영신(F) : (밝게) 그럼요.........별 일 없었어요. 괜찮아요. 다들 조용히 가셨어요.
기서 : (마음이 싸하다)...... 갈까요, 지금?
영신(F) : ....아뇨......한....한 시간만 더 있다가......죄송한대요. 봄이 한 시간만 딱 더 데리구 놀아 주실래요?
기서 : ......정말 괜찮은 거예요?
영신(F) : 네에!........할아버지가 부르셔서요.......전화 끊으께요.....(하다가) 고맙습니다. (하고 뚜뚜 끊어진 신호음 들린다)
기서 : (핸드폰......천천히 닫는데)
봄 : (놀고 있다가.....기서 쪽으로 뛰어 온다) 아저씨.....인제 우리 집에 가요. 엄마 걱정 하겠다.
기서 : (시간을 벌어야 한다. 얼른) 아까 그 노래......나두 좀 가르쳐 줄래?
봄 : 무슨 노래요?
기서 : 니가 아까 부른 거.......세상이 아름답니 어쩌니 저쩌니 하는 거.......
봄 : (노래 하듯) 아름다운 세사앙~......그거요?
기서 : (고개 끄덕이며) 봄!
봄 : 네!
기서 : 넌 진짜 세상이 아름답다구 생각하냐?
봄 : (고개 끄덕이는)
기서 : (피식 씁쓸하게 웃는)
S#37. #영신 마당
영신, 머리도 깔끔하게 단정하게 묶고,
이마엔 땀 방울이 송송 맺혀(이마에 약간 긁힌 자국 남았지만) 열심히 어질러진 마당을 치우고 있다.
넘어진 자전거도 세우고...깨진 항아리 조각도 쓰레기통에 담고 등등.
우울함의 표정은 없다. 씩씩해지려 있는 힘을 다하는.
이때, 영신 앞으로 쑤욱 내밀어 지는 초코파이.
영신, 보면......이 노인, 초코파이(봉지 벗긴)를 내밀며 씨익 웃고 있다.
이노인 : 언니야.....초코파이 주까요?
영신 : (같이 씨익 웃고) 네.....고맙습니다. (받아서 먹으며) 초코렛이요.....기분을 되게 좋게 한대요.
역시 영신이 챙겨 주시는 건 우리 미스타리 밖에 없어.
이노인 : (주머니에서 초코 파이를 두개-봉지를 깐 상태라 약간 짓물러진-꺼내 영신에게 내민다. 씨익 인자하게 웃으며)
영신 : (입안에 넣고 오물거리며) 어? 이단 초코파이네........기분이 그럼 두배루 좋아지겠다.
(받으며) 고맙습니다. (하고 입이 벌려 두개로 포개진 초코파이를 한 입에 넣는다)
이노인 : (흐뭇하게 보고 있다.......표정 한 켠은 영신에 대한 안스러움이 있는데)
두섭모(E) : 병국이 오빠아!!
이 노인과 영신, 돌아보면, 두섭모(한손에 보자기에 싼 찬합 들고), 눈물이 그렁해서 환한 웃음 지으며 서 있다.
이노인 : (두섭모 보고 역시 반가와서 환하게 웃으며) 미스 송씨!!
영신 : (역시 반갑다) 아줌마아.....
두섭모 : (영신을 가슴 아프게 보며) 여편네들 몰려와서 한 바탕 난리 치르고 간 얘기 들었다.......
인간들이 죄다 약을 집어 먹었나......그런 사람들이 아닌데......그렇게 독하고 나쁜 사람들이 아닌데......
그 놈에 에이지가 뭔지 참.......
영신 : (씁쓸하게 웃으며 어질러진 것들 치우는)
이노인 : 초코파이 주까요? 미스 송씨?
두섭모 : 예........(초코파이를 받아 들며 수줍게) 저기 병국이 오빠......
지금부터 우리 한테 허락된 시간이 딱 한 시간이거든요.
이노인 : 멧돼지 똥 따까리는 어딨어요?
두섭모 : 집에요....집에서 만화책 봐요......멧돼지 똥따까리가 하루에 딱 한 시간만 오빠 만나구 오라구 허락해 줬어요.
이노인 : (천진한 표정으로) 초코파이 까 주까요? 미스 송씨? (하며 두섭모에게 준 초코파이 다시 뺏어서 껍질 까주려는데)
두섭모 : 초코파이 껍질 까구 할 시간이 없다니까요.....(영신에게) 영신아......할아버지 한 시간만 좀 모셔 갔다가 오께......
그동안 방 안에서 을매나 답답하셨겠어? 바깥에 봄 바람 좀 쐬 드리구 오께, 내가.
영신 : (두섭모가 목이 메이게 고맙다)......네, 고맙습니다. 아주머니.
두섭모 : 고맙기는 내가 고맙지.....(여전히 열심히 초코파이 껍질 까고 있는 이노인 보며) 가요, 오빠......
제가 오빠 손 좀 잡으께요. (떨리는 손으로 이 노인의 손을 잡는다)
이노인 : (좋아서 웃는)
영신 : 잘 다녀오세요.......재밌게 놀다 오세요, 할아버지.
이노인 : 네......안녕히 계세요..
이노인과 두섭모, 나란히 다정하게 손을 잡고 나간다.
두섭모 : (이노인을 애틋하게 보며) 우리가 아무래도 전생에 견우와 직녀였나봐요, 병국이 오빠.
이노인 : 네. 미스 송씨.
다정하게 가는 두섭모와 이노인을 보며 참았던 눈물이 두 눈 가득 어리는 영신.
S#38. #경치 좋은 곳
찬합의 음식들 가득 펼쳐져 있다. 진달래 화전, 수수부꾸미, 여전히 콩으로 하트가 수 놓아진 보리밥.
찬합을 펼쳐 놓은 두섭모, 당혹스런 표정으로 앞을 보고 있다.
이노인, 꾸벅꾸벅 졸고 있다.
두섭모 : 주무시면 어뜩해요, 오빠......이것 줌 드세요.......내가 오늘 새벽부터 일어나 눈썹이 휘날리게 준비 한건데.
이노인 : (앞으로 넘어 오기라도 할 듯 꾸벅거리는데)
두섭모 : (얼른 이 노인을 잡으며) 그래요, 정 졸리시면 주무셔야지 어쩌것어.......주무시더라두 편안히 주무세요........
(수줍게) 제 무릎이라도 좀 베고 주무시면 어떨까요? 오빠?
이노인 : (그대로 꾸벅)
두섭 : (한쪽에서 그런 두섭모와 이노인 지켜보며 식식거리다가 도저히 못 보겠다는 듯 휙 몸을 돌려 가버린다)
이 노인, 두섭모의 무릎을 베고 잠들어 있다.
두섭모, 이 노인의 얼굴에 내리 쏘는 햇빛을 막으려고 손바닥으로 이 노인 얼굴 위를 가려 그늘을 만들어 준다.
마치 멜러 영화의 한 장면처럼.
두섭모 : (안타까워) 시간이 얼마 안 남았는데...잠은 저녁에나 좀 주무시지.......
오빠 얼굴 볼라구 나는 어젯밤부터 잠을 설치고 나왔는데.......(허허로운 표정으로 노래하는)
아아....아아아아... 사랑은 얄미운 나비인가봐.
이노인 : (곤히 자고 있는)
이때, 이런 두 사람을 지켜보는 어떤 시선이 있다.
저 편 한 켠에서 두섭모와 이노인을 지켜보고 있는 석현모와 심심.
(외출하는 길인듯 심심이 석현모에게 양산을 씌워주고 있다. 석현모, 선글라스도 썼다.)
석현모 : (이 노인을 무릎에 앉혀 놓고 애틋하게 바라 보는 두섭모보며) 말세다....말세야.....말세다........
이젠 아주 별 지랄을 다하는 구나, 저 할망구가.
심심 : 보기 좋은데요, 뭐.........(눈물이 그렁해지며) 난 막 가슴이 아프다.
석현모 : 저거 풍기 문란 죄로다 파출소다 신고해야 되는 거 아냐?......지나가는 애들이라두 보면....어으 망칙해.....
어으어으 망칙해......(휙 돌아서 가는)
심심 : (두섭모쪽을 안스러운 표정으로 보며) 저게 진정한 사랑이죠....... 하긴 고모가 뭐 사랑을 알겠어요?
석현모 : (밉게 돌아보며) 뭐 이년아......양산이나 갖구 와, 이년아.
S#39. #마을 길(두섭모 있던 곳과는 떨어진)
석현모, 잔뜩 찜찜한 표정으로 걸어간다. 심심, 옆에서 양산을 받쳐 주고 있다.
석현모 : (괜히 화풀이하는) 으이....성가스러.....김기사 이눔은 걸핏하면 아프대지, 걸핏 하면.....
이번 기회에 확 짤라 버려, 이 눔을.
이때, 걸어가는 석현모의 귀에 멀리서 봄이의 노랫소리가 들린다.
봄(E) : 작은 가슴 가슴 마다 우리 사랑 모아 우리 함께 만들어 가요. 아름다운 세상.
석현모 : 뭔 소리여, 이게?
심심 : (두리번 거리다가 한쪽을 보고) 어, 저기 봄이다.
석현모 : (심심이 가리키는 쪽을 보는)
S#40. # 바닷가 일각 (석현모가 있는 곳과 가까운)
기서, 봄이에게 노래를 배우고 있다.
봄 : 자, 다시 한번 해보께요. (율동하며) 작은 가슴 가슴마다 고운 사랑 모아 우리 함께 만들어 가요. 아름다운 세상.
기서 : (건성으로 음정 박자 엉터리로) 작은 가슴 가슴마다 고운 사랑 모아 우리 함께...(하는데)
봄 : 아, 진짜.....이렇게 율동을 좀 하면서 해봐요.
기서 : ....그냥 노래만 배우께.
봄 : 노래두 못 부르잖아요, 아저씬.
기서 : (할 말 없다)
봄 : (다시 동작하며) 작은 가슴 가슴 마다 고운 사랑 모아.
기서 : (어쩔 수 없이 동작 따라하며) 작은 가슴 가슴 마다 고운 사랑 모아.
봄 : (푸후 한숨 내뱉고) 와, 진짜 깬다.
기서 : 나 안해. 안해.........
봄 : 집에 가요, 그럼?.......(집으로 가려는데)
기서 : (봄이를 탁 잡으며) 다시 천천히 해봐.
봄 : (피이....하는 표정 짓고 천천히 동작 해보이며) 우리 함께 만들어 가요. 아름다운 세상.
S#41. #마을 길 (석현모 있는 곳)
석현모 : (선글라스를 벗고 들고 기서와 봄이를 뚫어져라 보는)
심심 : 저 둘이 꼭 진짜 아버지랑 딸 같죠? 어떤 놈은 지 친 자식이라두 나 몰라라 내팽개치구 모른 체 하는데...
(하다가 아차 하며 입을 다물고 석현모를 본다)
석현모 : (송곳같은 눈길로 심심을 노려보는)
심심 : 저기 건너편 섬 오씨 얘기예요. 오씨!!
석현모 : (밉게 흘겨 보고 봄이와 기서쪽 보며 쯧쯧쯧쯧....혀를 차며) 혹시 모르니까 너 우리집 지하실 좀 치워 놔.
여차하면 영신이랑 봄이 대피시키게.
심심 : 왜요? 전쟁이라두 난대요?
석현모 : 그럼 전쟁이 나지, 전쟁이....회장님이 아시는 날엔 저거........회장님이 빌딩에서 뛰어내리는 게 문제가 아니라...
영신이랑 봄일 온전하게 놔두겠냐?......영신인 머리털 죄다 뽑힐거구.....
그 대단한 양반들이 저 에린 거 가슴엔 얼마나 피멍을 들이겠어? 사업하는 사람들, 인정 사정도 없다는데.
심심 : .......지금 영신이랑 봄이 걱정 하시는 거예요?
석현모 : 뭐?
심심 : 그렇잖아요, 지금 말씀 하시는 게.
석현모 : 꼴뚜기 지루박 밟는 소리 하고 자빠졌네.....저것들을 내가 왜 걱정해?.....(휙 돌아서 가며 선글라스 다시 쓰며)
하여튼 내가 오늘 여러 가지루 눈 베린다. 망할 인간들 땜에 아주 가지가지루 눈 베려.
S#42. #영신집 외경 (밤)
기서(E) : 영수는 가족들과 놀이 공원에 놀러 갔습니다.
S#43. #영신방
기서, 밥상 펴 놓고 앉아 봄이에게 산수 공부 가르쳐 주고 있다. (산수책 펴 놓고)
이 노인은 어느 새 말짱한 표정으로 소꿉 놀이 밥상에서 봄동이와 앉아 밥 먹고 있다.
기서 : (산수책 문제 빠르게 읽는) 아버지께서 풍선 6개를 사주셨습니다.
갑자기 심술꾸러기 꿀벌 붕붕이가 날아와 영수의 풍선을 3개를 팡! 터뜨리고 갔습니다.
봄 : (다 아는 문젠데.....지루한 듯 연필 등으로 이마를 밀고 있고)
기서 : (진지하게 읽는) 영수는 너무 슬퍼서 훌쩍훌쩍 울었습니다. 영수아버지는 괜찮다며
풍선을 다시 3개를 사주셨습니다. (봄이 보며) 자, 문제! 영수는 처음에 풍선을 몇 개 가지고 있었나요?
봄 : (시시한 듯 하품하며) 여섯 개요.
기서 : (태도가 맘에 안 들지만) 붕붕이는 영수의 풍선을 몇 개나 터뜨렸나요?
봄 : (코딱지 파며) 세 개요.
기서 : (태도가 점점 맘에 안 들지만) 붕붕이가 풍선을 터뜨려서 남은 풍선은 몇 개가 되었는지 뺄셈식으로 나타내 보세요.
(연습장에다 6-( )= 이라고 쓰며) 육 빼기 괄호는......
봄 : (기서가 채 쓰기도 전에 심드렁하게) 육 빼기 삼은 삼이요.
기서 : 너 뭐야? 학생이 수업 태도가 왜 이렇게 건방져?
봄 : 쫌 어려운 걸루 내봐요. 365472567-1254678.......뭐 이런거.
기서 : 니가 아인슈타인이냐? 너 지금 선생님한테 개겨?! (하는데)
이때, 방문 열리고, 영신, 쟁반에다 밥과 반찬(주로 나물), 국, 담아서 들고 들어온다.
영신 : 자! 밥 먹자아!!.......봄이 선생님한테 공부 많이 배웠어?
봄 : (푸후 한숨 뱉고 고개 절래절래)
기서 : (어이 없는)
영신 : 밥상, 방에다 차려 놨어요.
기서 : 여기서 먹을께요........(책상위에 올려졌던 책과 연습장 치우며) 앞으루 밥상 따루 차릴 거 없어요. 같이 먹읍시다.
봄 : (좋아서) 진짜요! 오예!!
기서 : (정색하고) 오예! 스펠 말해 봐!
봄 : (당당하게) OH! YES!
기서 : (할 말 없다. 괜히 큼큼)
영신 : (밥상을 행주로 훔치고 밥과 반찬들-나물들- 올려 놓는다)
기서 : (반찬 보고) 우리 비빔밥 해 먹읍시다. 이따만한 양푼 있죠?
영신 : (당황한 표정으로 보는)
봄 : (좋아서) 비빔밥요? 나 비빔밥 대따 좋아하는데.......
이노인 : 나두요, 형! 나두 비빔밥 좋아해요, 형!!
기서 : 좋아요, 할아버지두 숟가락 갖구 일루 오세요!
영신 : (당혹스러운데)
봄 : 어억.....안되는데......미스타리는 초코파이 비빔밥 만들어 버리는데...
기서 : 뭐해요? 양푼 없어요?........세수 대야라두 갖고 오던지 그럼.
영신 : (기서가 당혹스럽고......한편으론 또 고맙다)
기서, 커다란 양푼에다 각각의 밥 공기를 들이 붓는다.
나물 반찬도 그릇째 넣고, 이노인 소꿉놀이 밥상의 밥과 반찬도 쏟아 붓고, 참기름도 붓고, 우걱우걱 비비기 시작한다.
이노인과 봄이, 각각 숟가락 입에 물고 입맛 다시며 옆에 붙어 앉아 있다.
기서를 보는 영신의 두 눈에 저도 모르게 눈물이 그렁해진다.
S#44. #영신 마당 수돗가
영신, 물컵 들고, 양치질하고 있다.
이때, 기서도 양치질 하며 영신 옆으로 와 앉는다.
영신 : (기서에게 당혹스러운 눈빛 주다가 시선 떨구고 양치질 하는데)
기서 : (영신이 들고 있던 물컵 뺏어서 입을 헹군다)
영신 : (당황하는)
기서 : (입안을 헹궈내고 다시 물을 채워 물 컵을 영신에게 내민다)
영신 : (어쩔 수 없이 받아 들어 입을 헹구고)
기서 : (세수 하려고 세수 대야에 물 뜨며) 맞았어요?
영신 : 네?
기서 : 아까 그 무지막지한 아줌마들한테 맞았냐구?
영신 : ....아뇨.
기서 : 이마에 상처는 뭐예요?
영신 : 아, 이거.......모르겠어요. 어떡하다 이렇게 됐는지.
기서 : .....여기....떠날래요?
영신 : (흠칫 보는데)
기서 : (비누로 손부터 씻으며) 힘들면 떠납시다.......할아버진 내가 어뜩해든 케어할테니까.....
절대로 돌아가시겐 안 할테니까 힘들면 내일이라두 떠나요.
영신 : .........(보다가.....연하게 웃으며 고개 젓는)
기서 : .........
영신 : 지금 숨으면 영원히 숨어 살아야 돼요. 봄이한테 당당하게 살라구 가르칠 거예요.
몸에 병이 좀 난 거지, 죄인이 아니잖아요.
기서 : (가슴 한켠이 싸아해진다)
영신 : 세수...하세요, 그럼.......(일어나서 방 쪽으로 가려다 돌아보고 뭔가 말을 하려는데)
기서 : (선수 쳐서) 고맙다구요?
영신 : (어떻게 알았지? 하는 표정)
기서 : (착하기만 한 영신에 대한 답답함으로 까칠하게) 유어 웰컴이거든요. (푸파푸파 세수하기 시작한다)
영신 : (........보다가.......돌아서서 방 쪽으로 간다)
기서 : (세수하다가......멈추고....물 묻은 얼굴로 영신을 돌아보는.......)
S#45. # 석현 차안
조수석에서 잠들었던 석현, 숙취 후 두통으로 머리를 싸잡고 천천히 눈을 뜬다.
내가 여기 왜 있지? 어리둥절한 표정 짓다가.....운전석을 보는데......은희, 허허로운 눈빛으로 앞을 보며 앉아 있다.
(술집에서부터 석현이 차를 몰고 내려 왔다)
석현 : (당황하며) 은희야!!
은희 : (석현을 돌아보고 연하게 웃으며) 깼어?
석현 : 여기가 어디야?........(주위를 두리번거리다 몹시 당황하며 표정 굳는다.....영신집 근처다.
바로 저 앞으로 영신집이 보인다. 흠칫 굳어 은희를 보는데)
은희 : (여전히 미소 띤 채) 중학교 2학년 때부터라 치고....봄이 엄마 옆으로 돌아오는데 딱 14년이 걸렸다.
석현 : 무슨 소리야?.......무슨 소리 하는 거야, 너 지금?!!
은희 : 봄이.....석현씨 딸이지?
석현 : (표정 싸늘하게 굳는).....차 돌려! 내가 운전 해?!!
은희 : 석현씨가 샀던 그 애기 용품들....그거 봄이꺼지?...... 태어나면서부터 지금까지 아버지 노릇 제대루 못했던 거......
애기 기저귀, 딸랑이, 배냇 저고리.....그래서 산 거지?
석현 : (가슴이 콱 막혀 온다)
은희 : 가아. 혈육이란 게 참는다구 참아지니?
석현 : ........(눈물이 그렁해진다)
은희 : 가, 석현씨!
석현 : (눈빛 흔들리다가......강하게 고개 저으며)..........두 번은 못해.
은희 : .........
석현 : 한 번은 했지만, 두 번은 못해......천벌을 받아 죽어두 그건 못해....차 돌려! 은희야!!
은희 : 나, 애기 안 가졌어. 처음부터 없었어, 우리 애긴.
석현 : (흠칫 은희를 보는)
은희 : 사람 무안하게 왜 앞서 가구 그래, 그러니까.....
석현 : (허....기가 막히고 어이가 없는 듯.....시트에 털석 기대며 눈을 감는다)
은희 : (눈물 그렁해) 다행이야....석현씨가 그래두 좋은 사람이어서.....기쁘게 보내준다.
석현 : (그대로 눈 감은 채)
은희 : 애가 에이즈에 걸렸다 그럼.....백에 구십은 도망부터 칠 걸? 어차피 한번 외면했던 자식인데 쌩까기가 훨씬 쉽지.....
우리 석현씬 참 착해.
석현 : (천천히 눈을 뜨고 은희를 본다. 눈물이 쉴 새 없이 흘러내린다)
은희 : 근데, 지금부터가 더 힘들거야......어머니하구두 싸워야 되구, 세상 편견하구두 싸워야 되구.......
봄이 엄마하구두 봄이 하구두.....쉽진 않을거야.
석현 : ..........
은희 : (석현의 눈물을 손으로 닦아 주며) 난 근처 여관에서 자구 낼 첫 배루 갈거야......힘내....내가 응원해 주께.....
석현 : (흔들리는 눈빛으로 은희를 보는.....입술을 불끈 깨물지만, 눈물이 멈추지 않는)
봄(E) : (노랫소리) 넓고 넓은 바닷가에 오막살이 집 한 채.
S#46. #영신 마당
봄이, 봄동이를 업어서 재우고 있다.
봄 : (노래 부르는) 고기 잡는 아버지와 철 모르는 딸 있네.
S#47. #영신 방
영신, 멀건히 눈을 뜨고 천장을 보고 있다. 기서에 대한 설레임을 가슴 한켠에 묻은.
봄(E) : (노래 부르는) 내 사랑아 내 사랑아 나의 사랑 클레멘타인.
S#48. #기서방
기서, 이불도 깔지 않은 방에 팔 베개하고 천정을 응시하고 있다.
영신에게로 자꾸만 향하는 마음에 스스로도 곤혹스러운.
봄(E) : 늙은 애비 혼자 두고 영영 어디 갔느냐......(하품 나오는 목소리로) 늙은 애비 혼자 두고 영영 어디 갔느냐......
S#49. #영신 마당
봄 : (하품을 하며 봄동이를 돌아본다.) 우리 봄동이 잘 자! 내일 아침에 보자아.....
F.O.
S#50. #마을 길 공터 한 켠(아침)
공터 한 켠에 석현의 차가 서 있다.
석현, 운전석에 멍하니 혼자 앉아 있다. 차 안에서 그렇게 밤 을 새운 듯 초췌하고 까칠한.
보람, 지선, 태창 등교하고 있다.
S#51. #영신 방
봄이(노란 코트는 여전히 입고), 더블 햄버그 들어서 고민 스럽게 보고 있다.
이 노인도 봄이를 따라 햄버그 들고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다.
봄이 앞으로 햄버그 열개 쯤이 든 햄버그 봉지 놓여 있다.
봄 : (고민하는) 애들한테 빨리 갖다 줘야 되는데.......태창이는 이단 햄버그 보면 좋아서 기절할텐데.
이노인 : 초코파이 주까, 메주야?
봄 : 초코파이 말구, 이단 햄버그으........용주오빠랑 태창이랑 지선이랑 보람이한테 갖다 줄라 그런단 말야....
(하다가) 미스타리! 엄마한테 가서 미수 가루 타 달라 그래애. 100개 셀 동안까지 미수가루 계속 타라 그래....알았지?
이노인 : 응. 메주야........
S#52. #영신 부엌
박씨, 영신에게 양동이를 내민다. 살아있는 광어가 담겨 있다.
영신 : 이게 뭐예요?
박씨 : 회 떠서 건넌방 의사 선생님 드려. 자연산이야.
영신 : 이걸....왜요?
박씨 : 나 안 죽을 거 같다. 영신아.
영신 : (어리둥절) 아저씨.....
박씨 : 영지술이 원인이었댄다.......영지술만 끊으면......재생 불량성 빈혈 고칠 수가 있대.
죽을 병이, 불치병이 아니래.....쟤가 아주 명의는 명의야.
영신 : 잘됐다.....진짜 잘 됐어요, 아저씨. (박씨 손을 잡고 흔드는)
박씨 : (비죽이며) 나는 인제 살아 났는데.....봄이는 어쩌냐......봄이 그 어린 건 방법이 없대? 훌륭한 의사 선생님이?
영신 : (착잡한데)
이 노인, “언니야! ”부르며 들어 온다.
영신 : (애써 밝게) 할아버지!
박씨 : 어르신! 안녕하셨어요! 참 살 맛나는 아침입니다. (인사하는데)
이노인 : (박씨는 본 체도 않고) 언니야. 미수가루 100개만 타주세요.
영신 : 네?
이노인 : 미수 가루요.....100개만 타주세요.
영신 : (애써 웃으며) 미수 가루가 드시구 싶으셨어요?.......알았어요. 100개 타 드릴테니까 잠깐만 계세요.
이노인 : (바깥 쪽으로 살짝 눈동자를 굴리는)
S#53. #영신 마당
노란 코트를 입고 가방을 맨 봄이, 햄버그 봉투 가슴에 안고 살금살금 나온다.
덩달이에게 쉿! 하며 입에 손 대보이고, 열심히 뛰기 시작하는.
잠시 후, 기서 방에서 기서, 나온다. 잠에서 겨우 깬 표정으로 마루에 앉아 정신 차리려 애쓰는.
S#54. #봄이 학교 운동장
태창, 지선, 보람, 시소에 앉아서 호빵 먹고 있다.
보람 : (놀라며) 악마라구? 봄이가?
태창 : 아니....봄이가 악마가 아니구.......악마가 봄이 안으루 들어 간거라구.
지선 : 박 태창! 넌 너무 만화책을 많이 봐.
태창 : 아냐.....에이즈가 악마의 피가 흐르는 거래. 우리가 봄이를 악마로부터 구해야 된다구!!
S#55. #봄이 학교 앞/석현 모 차안
석현모의 차, 와서 멎는다. 뒷좌석 문 열리고, 용주, 내린다.
용주 : (차 안에다 대고) 잘 다녀오세요, 할머니.
석현모 : (외출복 차림으로 뒷자리에 타 있다. 유리문 내리고) 서울 가서 뭐 사다주까? ....갖고 싶은 거 없어?
용주 : 없어요. 괜찮아요.
석현모 : 아이구, 우리 용주는 언제나 이렇게 의젓하지....들어가봐. 아직 지각은 아니지? 하는데)
봄(E) : 용주 오빠!!!
용주 : (당혹스런 표정 되며) 봄아아.
석현모 : (봄이라는 소리에 당황하며 차 창밖으로 고개 빼고 본다)
봄 : (용주 쪽으로 반갑게 달려오다가 멈추고 석현모를 보고는) 안녕하세요.....(인사하고) 오빠! 안녕! 오랫만이야!!
용주 : (뻣뻣이 굳어 당황하는데)
석현모 : (역시 당황하는데)
봄 : 괜찮아. 나 요술 코트 입어서 에이즈 안 옮아, 오빠......(햄버그 봉지 들어보이며)
오빠랑 애들한테 이단 햄버그 갖다 줄려구 왔어.......(하며 다시 석현모에게 꾸벅 목례하고 학교 안으로 뛰어 들어간다)
태창아! 보람아! 지선아!!
용주 : (어떡해요? 할머니? 하는 표정으로 석현모를 보고)
석현모 : 영신이 얜 앨 학교에 왜 보낸거야? 이 시국에, 지금!! 무슨 꼴을 당하게 할라구!
S#56. #학교 운동장
태창, 보람, 지선, 몹시 당황한 표정으로 자기들을 향해 환하게 웃으며 걸어오는 봄이를 보고 있다.
봄 : (환한 표정으로 웃으며 햄버그 봉지 흔들며) 니네들 줄려구 이단 햄버그 갖구 왔어.
태창 : (옆에 있는 돌맹이를 손에 꼭 쥔다)
보람 : (여전히 당황해 있고)
지선 : (역시 당황해 있는)
태창 : 야! 꺼져!!!
봄 : (그 말에 잠깐 걸음 멈추고) 괜찮아. 태창아. 나 요술코트 입었어....니네들한테 이단 햄버그만 주구 갈거야.
(걸음 옮기는데)
태창 : 오지마! 이 악마야!! 가! 가란 말야!!!
봄 : (당황하며) 나 악마 아냐.....천사야......난......
태창 : (손에 쥔 돌을 던질 듯 하며) 가아!! 가까이 오면 이거 던진다!! 가아!! 이 악마야!!!! (하는데)
석현모(E) : 누가 악마야! 누가!!
봄이, 돌아 보면, 석현모, 봄이 뒤쪽으로 오고 있다. 그 뒤로 용주도 오고.
석현모 : 이 놈의 자식이 누구 보다 악마래, 멀쩡한 애 보구!!........너 오늘 내 손에 잡히기만 해봐, 이 염병할 눔!
(하고 당장 팰 듯이 오는데)
봄 : (당황하며) 할머니.....(하고 다시 태창을 보는데)
태창 : (당황하며) 아녜요!! 봄이 몸에 악마가 들어갔단 말예요!! 악마를 무찔러서 봄이를 구해야 돼요.....가아!! 악마야!!
(하며 봄이를 향해 돌을 던지는데)
석현모, 당황하며 그대로 달려와 봄이를 감싸 안는다.
태창이 던진 돌, 석현모의 머리에 정통으로 맞는 위로. 두섭모가 했던 말 들리는.
두섭모(E) : 평생을 사랑 한번 제대로 못 해본 년이......니가 뭘 알겠냐?...사랑을 알어, 니가?!!
석현모, 그대로 봄이를 감싸 안고 주저 앉는데.
봄 : (놀라서) 할머니이이이!!!!!!
ENDING
*출처 : 대본과시나리오사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