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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대본

[비밀남녀] 01

작성자수다쟁이|작성시간10.09.28|조회수780 목록 댓글 0

[비밀남녀] 01

 

 

 

 

 

 

 

 

 

 

S#1. 초특급 빌라 / 이른 아침

 

대리석 궁전에 사는 꿈을 꾸었네....

I dreamed I dwelt in marble hall이 흐르는 거실.

창 밖으론 한강이 보이고 우윳빛 대리석 바닥이 한없이 펼쳐질 것 같은 넓은 내부. 100평이 넘어보인다.

카메라, 음악을 타며 빌라 안 곳곳을 돌아다닌다. 고급스런 앤틱 소품과 마티스나 샤갈의 그림액자,

뉴욕의 플로리스트 손을 탄 것 같은 세련되고 독특한 스타일의 꽃꽂이 곳곳에 화려하게 놓여있다.

8인용 식탁엔 신선해 보이는 과일과 야채, 쥬스, 홍차, 토스트... 흰 접시와 반짝반짝 빛나는 은식기에 담겨져 정갈하게 놓여있다.

서재엔 커다란 책상. 노트북 두 대가 놓여있는데 화면엔 해리포터 작가 조앤 롤링과 영지의 웃는 모습.

“이 시대 최고의 동화작가 오늘 만나 - 해리포터의 조앤 롤링과 서영지”란 제목의 인터넷 뉴스 떠 있다.

그 옆엔 ‘오늘의 스케줄’ 이라 프린트 된 종이. <오전 10시 헤어메 이컵, 11시 조앤 롤링과 촬영 및 인터뷰,

오후 2시 소년소녀가장 초청 동화책 전달식과 다과, 오후 6시 출판대박 축하 만찬>

두 대의 핸드폰으로 도 계속 문자가 들어온다.

‘축하드립니다. 당신의 영원한 팬’ ‘아름 다운 동화 계속 써주세요’ ‘책 읽고 울었어요. 서영지 언니 파이팅’ ....

기쁘고 행복한 사람이 살고 있을 것 같은 이 집, 창가로 스며드는 아침 햇살마저 럭셔리해 보인다.

욕실 쪽에서 나는 물소리. 따라가 보면 샤워부스에서 샤워중인 미끈한 다리.

영지, 콧노 래를 흥얼거리며 샤워중이다. 여유롭고 즐거워 보인다.

멀리서 집 전화벨이 울린다. 잠시 후 핸드폰 벨도 같이. 두 개의 벨소리 정신 없고 요란하다.

영지, 샤워를 하다 벨소리를 느낀 듯. 부스를 빼꼼히 열고.

 

영지 : 전화 좀 받아주실래요?

 

아무도 들은 사람 없는 듯... 계속 요란하게 울리는 벨소리.

 

영지 : 아무도 없어? 전화 좀 받아달라니까!

 

벨소리 계속 울리자 영지, 샤워타월을 두르고 급하게 나오는데 물에 젖은 발로 대리석 바닥을 급하게 걷다가 훌러덩 넘어진다.

위로 붕뜨는 타월. 카메라, 마치 현실의 세계로 돌아가듯 급격하게 거실에서 쭉 빠져나오면......

 

 

S#2. 영지 방 / 아침

 

아름다운 그 세계는 사진이었다.

잡지에서 뜯은 방금 그 멋진 빌라의 내부사진이 한 쪽 벽에 붙어있는 방. 옹색하고 좁고 초라한 방이다.

앉은뱅이 책상엔 낡은 구닥다리 노트북, 책장엔 동화책과 그림책, 철학서적들 빽빽이 꽂혀있다.

방문엔 ‘어린이 문학사 주최 동화구연대회 <다시 쓰는 옛날동화>’ 포스터가 붙어있고.

고리가 여러개 떨어진 낡은 서랍장 위에 거울을 놓고 화장대처럼 꾸몄는데 샘플로션들, 그것도 다 썼는지 거꾸로 서있다.

색 바랜 츄리닝 바지와 목이 늘어진 티셔츠 바람으로 쪼그려 자고 있는 영지. 핸드폰 벨이 울리고 있다.

영지, 비몽사 몽간이다. 눈 감은 채 팔 뻗어 시계를 때린다. 소리가 멈추질 않자 그제서야 전화를 잡는다.

 

영지 : (잠꼬대처럼) 성실히 모시겠습니다, 대리운전입니다. . . . . (번개 맞은 듯 벌떡 일어나 앉는다) 네??

         (시계본다. 8시50분이다) 어머 어떡 해.... 내가 알람소리도 못 듣고 잤나봐, 새벽 5시까지 일하고 왔거든요.

         알았어요 언니. 지금 당장 갈께요.

 

영지, 벌떡 일어나 나간다.

 

 

S#3. 영지네 마당 / 아침

 

낡은 주택. 영지, 화장실 문을 벌컥 열면 안에서 힘주고 인상쓰던 영구 놀라서 문을 팍 닫는다. 안에서 소리 버럭.

 

영구(E) : 뭐야! 노크도 모르냐?

영지 : 야, 빨리 좀 나와. 나 늦었어, 급해. (동동거리는)

영구 : 나도 지금 삼일만에 성공시키려는 순간이란말야. 참고 그냥 출근해. . . 흐읍!

영지 : 버스에서 일 치를지도 몰라. 빨리 좀 해봐 좀!!!

영구(E) : (힘 주는) 으흡..... 아흡. . . . .

영지 : 어흐....... 미치겠네..... (한 쪽에서 발 구르며)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하느님이 보우하사....

         (참아보려 하다가 역부족이다) 아흐... 터지겠다.

 

영지, 마루 쪽을 본다. 아무도 없다. 낡고 녹슨 대문, 문이 잘 닫겼나본다. 대문이 낡아 딱 맞물려 닫기진 않는다.

영지, 수돗가쪽으로 가 조심스레 엉덩이를 까고 앉는데 문이 벌컥 열리며 책을 잔 뜩 가슴에 낀 영민 들어온다.

 

영지 : (놀라 벌떡 일어서며) 엄마야!

영민 : (찌푸리며) 너 지금 뭐했냐?

영지 : (민망함 감추려 괜히 다정한척) 새벽에 독서실 갔었구나 우리 영민이....

영민 : 언니 돌았어? 녹슬어서 대문도 안 잠기는데 지금 거기서 뭐한 거야?

영지 : 안 했어 이 기집애야. (바닥을 발로 차며) 봐! 뽀송뽀송하지.

영민 : 밥 줘 배고파.

영지 : 아흐. . . 나 터지겠다!

 

영지, 대문을 박차고 뛰어나간다.

 

 

S#4. 동네 / 아침

 

달리는 영지. 슬리퍼 신은 발로 골목을 누비며 열심히 뛴다.

세탁물 잔뜩 든 아줌마 지나가다 인사한다. 영지 조깅하는구나...

영지, 달리며 경황없이 인사.

 

영지 : 네... 아주머니 안녕하세요.... 수고하세요. (달려가고)

 

영지, 달리고 또 달린다.

 

 

S#5. 공중 화장실 / 아침

 

문이 닫혀 있는 칸. 안도의 숨소리. 넘겨다보면 맥빠진 채 변기에 앉아있는 영지.

 

영지 : 흐. . . . . 이렇게 살기 싫다 진짜. (하늘 향해 말하듯) 내 인생이 끝까지 이렇진 않겠죠?

 

 

S#6. 도로, 버스 안 / 아침

 

마을 버스 달린다. 영지, 버스 좌석에 앉아 핸드폰으로 통화중.

 

영지 : 이제 내려서 지하철만 타면 10분내에 가요. 잘 좀 얘기해주세요, 언니. 네, 부탁부탁! 금방 갈께요. (전화 끓고)

 

영지, 창 밖을 보면 깔끔한 수트차림의 도경 걸어가는게 보인다.

한 쪽 옆구리에 월스트리트 저널이나 영문판 경제주간지를 사람들이 제목을 볼 수 있게끔 잘 맞춰 끼고,

귀에는 MP3폰을 꽂고 너무도 당당하게 걷는 멋진 모습. 자기 자신도 스스로 멋지다고 생각하는 걸음걸이다.

영지, 입가에 미소 번진다. 사랑하는 사람을 보는 눈빛으로 창문을 열고 고개를 빼고 도경을 시선으로 쫓는다.

정신 차려보면 사람들이 내리고 있다. 영지, 놀라 후다닥 내린다. 버스 출발하는데.

 

영지 : 아저씨 잠깐만요.....

 

떠나는 차를 팡팡치며 따라간다. 차가 서고 문이 뒷문이 열리면 계단을 올라가 교통카드를 찍는 영지.

사람들 짜증섞인 소리로 ‘으...’ 하며 영지를 보면.

 

영지 : 환승할인 챙겨야죠. 5백원이 어디예요. (기사에게) 아저씨 감사합니다.

 

영지, 다시 뛰고.

 

 

S#7. 백화점 명품과 주차장 / 낮

 

유니폼에 흰 망사장갑, 챙이 넓은 모자를 쓴 영지 주차장 입구에서 손으로 반짝반짝 제스쳐.

헤드 마이크에 인사하며 들어오는 차 들을 맞는다. 살가운 목소리로 인사하고 주차권 뽑아주고.

 

영지 : 정성으로 모시겠습니다. 어서오십시오, 고객님. 3층에 여성 전용 주차장 마련되어 있습니다.

         즐거운 쇼핑되십시오. 감사합니다. (다른 차에도) 반갑습니다 고객님.... VIP주차장은 2층입니다.

         명품관 1주년기념 패션쇼, 지금 5층 루비홀에서 열리고 있습니다. 좋은 시간 되십시오, 감사합니다.

         (다른 차 들어온다) 어서오십시오 고객님... 지하 주차장으로 안해 드리겠습니다....

 

차, 잠시 뜸해진다. 영지, 이마에 땀을 닦는데 여자선배, 다가온다.

 

영지 : (마이크 입에서 치우고) 팀장님은 어디계셔?

선배 : VIP주차장에.

영지 : 화 많이 나셨지?

선배 : 이따가 싹싹 빌어.

영지 : 어제는 계속 일이 걸리더라구. 새벽까지 여섯 개나 뛴거 있지.

선배 : 동화대회 나가는건 잘하고 있어?

영지 : 머리 쥐어짜고 있는중이야.

선배 : 글 쓰고 밤에 대리운전까지 뛰고... 어디 몸이 남아나겠냐?

영지 : (신나서) 언니, 나 아침에 그 사람봤다.

선배 : 누구?

영지 : 누구긴 누구야. (설렘,귀엽게 발구르며) 내 사랑 말이지.

선배 : 야, 소녀가장인 것도 불쌍한데 짝사랑까지 하냐?

영지 : 우린 잘될꺼야. 두고 봐. (웃으며) 어서오십시오 고객님. 반갑습니다. (손 반짝반짝)

 

 

S#8. 황금 상호저축은행 / 낮

 

영지네 동네에 있는 조그마한 금고. 직원이 모두 4명. 창구에 세 명이 앉아있고 부장은 뒷쪽 책상에 앉아있다.

창구에 앉아있는 도경, 월스트리트 저널을 잘보이도록 딱 내놓고 늙수그레한 중년남자와 상담중이다.

팜플렛에 줄쳐가며 열심히 설명하는.

 

도경 : 이게 마음에 안드시면 다른걸로 소개해 드릴까요? 이번에 새로 나온 상품인데요, 딱 한달간만 한시적으로 혜택을 드리는

         특판 우대 예금이거든요. 현재 12개월 4.5퍼센트를요, 딱 한달간만 5%에 드리고 있어요.

         (계산기치며) 천만원을 맡기신다 치면 세금 제하고 이자가 얼마쯤 되냐면요.....

손님 : 애들 엄마하고 상의해보고 할게.

도경 : 이렇게 좋은 상품은 금방 나갑니다. 그냥 해버리세요 지금.

손님 : 내일 올게. 수고해. (나가고)

 

도경, 손님이 나간 문을 바라보며 짜증나고 황당한 표정.

 

도경 : 뭐야.... 목 아프게 30분을 설명했구만..... (옆에 놓아둔 잡지를 펼친다. 명품소개로 가득한 잡지. 책장을 홱홱 넘기며)

         이 동네는 어떻게 벌벌떠는 사람들 뿐이야... 천만원도 못 지르나? (책 보며) 와... 이 옷 죽이는데?

 

부장, 작은 종이를 하나 들고 와 도경에게 묻는.

 

부장 : 여기 이거 뭐라고 적힌거야?

도경 : (보면, 영어 문장이다. 들여다보는데 영 모르겠는)

부장 : 몰라?

도경 : 비타민 어쩌구...하는데 뭐 약에 관한 설명 아니예요?

부장 : 미국에서 조카가 영양제라고 보냈는데 뭘 알아야말이지. 뭐라고 써있나 좀 해석해 줘봐.

도경 : . . . 음. . . (대충 때려맞추는) ..몸에 좋다고 열심히 먹으래요.... 여기 굳good있네요. 지오오디.

부장 : 뭐가 어떻게 좋은지를 몰라서 묻쟎아. 여기... B로 시작하는 이거... 이건 무슨 소리야?

도경 : . . . . . .

부장 : (월 저널 펑펑치며) 이런 신문 들고 다니는 사람이 이것두 몰라?

도경 : 의학전문용어는 영문학 박사도 잘 모르죠. 부장님 저 바빠요.

부장 : (맘에 안든다는 듯 자리로 가고)

 

도경, 다시 잡지로.

 

도경 : (옆 동료에게) 미스 리, 이거 어때?

미스 리 : 멋지네요.

도경 : 깔끔하게 잘 떨어졌다 했더니 역시 알르몬니야. 하나 입어주셔야 겠는데.

미스 리 : (잡지보고) 헥! 팔백만원이 넘는데요.

도경 : (핸드폰으로 전화거는) 사장님, 저 최도경인데요. 로얄클래스 9월호 있죠, 235페이지에 있는 수트요.

         그거 하나만 구해봐 주세요.

 

 

S#9. 백화점 주차장 / 낮

 

영지, 지쳐 보인다. 장갑 낀 손으로 이마에 땀을 닦으면서도 연신 밝게 인사하고.

 

영지 : 반갑습니다 고객님, 어서오십시오. 즐거운 쇼핑 되실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영지, 힐 신은 다리가 아픈 듯 다리를 뒤로 접었다 놨다..... 양복을 입고 귀에 이어폰을 낀 팀장 다가온다.

 

영지 : (마이크 치우고) 팀장님... 아침엔 죄송했습니다.

팀장 : 죄송이고 뭐고 내일부턴 출근하지마.

영지 : 팀장니임.....

팀장 : 오늘 VIP초청 행사있다고 일주일전부터 얘기했어 안했어.

영지 : 하셨어요 죄송합니다. 다시는 절대로... (지각 안하겠...)

팀장 : 절대 지각 안한다면서 벌써 몇 번째야. 오늘같은 날도 늦구! 정신상태가 글러먹었어. 그래 가지고 뭘 하겠나?

영지 : . . . . .

팀장 : 가난하게 사는 것들은 다 이유가 있어. 게으르거나 책임감이 없거나 머리가 나빠.

영지 : . . . . .

팀장 : 농담아니고 낼부터 나오지마. 아까 용역관리팀이랑도 얘기 끝냈어.

         이 달치 급여는 말일까지 통장으로 들어갈꺼니까 그렇게 알고. (가는데)

영지 : 저기요!

팀장 : (보면)

영지 : 지각을 한건 죄송한데요. 게으르지 않아도, 책임감이 있어도 머리가 나쁘지 않아도 가난할 수 있거든요.

         그렇게만 몰아 붙이지 마세요.

팀장 : 가 봐요, 그동안 수고했어.

영지 : 저 먹고 살아야합니다. 다니게 해주세요.

팀장 : 시집도 안 간 처녀가 참말 추잡하네.

영지 : . . . . . .

팀장 : 그렇게 먹고 살 길이 급하면 룸이라도 뛰던가. 더 늙어서 값 떨어지기 전에 그거라도 하면 될꺼 아냐. (돌아서 가는데)

영지 : (마이크대고 버럭) 야!

팀장 : (놀라) !!!!

 

영지가 하는 말, 헤드마이크를 타고 쩌렁쩌렁 퍼진다.

 

영지 : 당신, 사람이 어쩜 그렇게 못됐냐? 내 사정 뻔히 알면서 그게 할 소리야? 당신은, 그렇게 잘나서 여기서 일하냐?

         (주차장으로 들어오는 외제차를 팡팡치며) 당신 10년치 연봉 모아도 이런 차 한 대 못 사쟎아.

         서로 없이 사는 처지에 그러지 맙시다, 예? 당장 나한테 사과해요.

팀장 : 뭐해 끌어내지 않구!

 

흩어져 서 있던 남자 주차요원들 달려들어 영지를 끌고 간다.

 

영지 : 저 사람이 나한테 하는 말 들었지? 이거 놔봐. 나 오늘 끝까지 갈 꺼야. 비켜! 오늘 다 죽었어!

 

남자주차원들, 영지의 헤드마이크 벗기고 끌고 간다.

 

 

S#10. 백화점 주차사무실 일각 / 낮

 

영지, 풀이 죽어 앉아있다. 선배, 다가와 음료수를 건넨다.

 

선배 : 퇴근하구 내가 술 한잔 사줄게.

영지 : 됐어. 괜챦아.

선배 : 그 기분으로 집에 가면 더 우울하쟎아. 나 끝날 때까지 잠깐 백화점 구경이라도하고 있던가. 응?

영지 : . . . . .

 

 

S#11. 백화점 명품관

 

영지, 울적한 표정으로 백화점을 돌며 구경중이다. 예쁜 옷들 만져보고 거울에 대본다, 가격표 보고 얼른 놀라서 내려놓고

빙빙 돌며 구경중인데 저 만치에 젊은 여자들 모여있다. 뭔가 하고 다가가 보면......

화려하고 높은 하이힐 구두(마놀로 블라닉같은) 한 짝을 번쩍 드는 흰 장갑 낀 손. 양복을 입은 젊은 남자, 구두를 들고 있다.

 

남자 : 저희 브랜드가 명품관에 입점한 기념으로 오늘 깜짝 행사를 마련했습니다. 헐리웃 여배우들이 즐겨신는 이 구두!

         78만원 상당의 이 구두를, 오늘 신어서 딱 맞고 잘 어울리는 분께 드리겠습니다.

 

여자들, 몰려들어 앞다투어 신어본다. 너무 작고 크고.... 맞긴 맞는데 살이 너무 튀어나오고.....

남자, 한 쪽 무릎을 꿇고 여자들의 구두 신는 걸 도와주고 있다.

 

남자 : 아뇨 아뇨.... 길이는 맞는데 폭이 너무 좁아서 구두의 선이 틀어지네요,

         고객님 죄송합니다. 고객님의 구두가 아닌 것 같습니다.

 

영지, 물끄러미 보고 서 있는데 남자, 영지의 멋진 각선미를 따라간다. 이어 얼굴로....

호기심 가득한 눈망울로 보고 서있는 영지에게 미소와 함께.

 

남자 : 한번 도전해 보시겠어요?

 

영지, 주춤거리다 다가와 낡은 신발을 벗고 명품 구두를 조심스레 신어본다. 딱 맞고 예쁘다.

옆에 있던 여자들 ‘어머....’

 

남자 : 주인공이 여기계셨군요. 축하드립니다!

영지 : 어머! 그럼 이거 제 꺼예요?

 

펑펑 후렛쉬 터지고 영지, 구두를 손에 들고 사진 찍는다. ‘웃어주세요’ 하는 부탁에 영지 활짝 웃고.

 

영지 : 이 비싼 구두를 정말 저 주시는거예요?

남자 : 그럼요. 당장 신고 가셔도 됩니다.

영지 : (신어보고) 와.... 너무 예쁘다....

남자 : (메모하며) 성함과 나이 좀 알려주실래요?

영지 : 서영지. 스물 다섯이요.

남자 : 서영지씨, 이름도 예쁘시네요. 평소 이 곳 명품관을 자주 오시나요?

영지 : 네... 뭐.... 오기야 매일 왔죠.

남자 : 대학원생이세요?

영지 : . . . .아닌데요. . . .

남자 : 그럼 뭘하시는지...

영지 : 그건. . . 왜요?

남자 : 각 신문과 잡지에 돌릴 홍보자료에 써야하거든요. 어떤 고객이 이런 행운을 안아가셨다....

         그래서 하시는 일이나 뭐 간단한 소개라도.....

영지 : ....저요? 음.... 여기 명품관 주차장에서 일하는데요. 여기 주차관리 요원이예요.

남자 : (얼굴이 굳는다) !!!!

영지 : 뭐 이젠 그것도 아니지만요. 30분전에 짤렸거든요.

남자 : . . .고객님. . . 잠시만.... 잠시만 계셔주시겠습니까?

 

 

S#12. 백화점 일각

 

남자와 다른 몇 명의 양복입은 관리자들 모여서 소곤소곤 이야기 하고 있다.

이야기하다 가끔 영지를 못마땅한 표정으로 돌아본다.

영지, 한 쪽에 앉아서 옆에 낡은 구두를 벗어놓고 새 구두 신은 발을 내려다보며 발을 까딱까딱하고 있다...

남자 다가온다.

 

남자 : 고객님... 대단히 죄송합니다만...

영지 : ???

남자 : 구두를 돌려주셔야 할 것 같은데요.

영지 : 어머, 왜요? 저 주신댔쟎아요.

남자 : (난처한) . . . 솔직하게 탁 까놓고 말씀드리겠습니다. 이거 명품 브랜드 아닙니까. 구두 한 켤레에 78만원이 말이 됩니까?

영지 : 원가는 얼만데요?

남자 : 저희는 내심 명품관이고 하다보니까 적어도 전문직 젊은 여성고객 분이 십중팔구 걸리겠지 생각하고

         이런 행사를 마련했는데....

영지 : . . . . . .

남자 : 오늘 행운의 주인공은 누구였다.... 각 신문과 언론 유통담당 기자들한테 쫙 뿌릴려고 했거든요.

         그런데 이 구두의 주인공이 주차관리원이었다.... 이건 좀 아니지 않습니까?

영지 : . . . .

남자 : 양해해 주십시오. 오늘 이 행사는 그냥 취소할려구요. 일일이 직업을 확인하고 신어보라고 할 수도 없는 일이고....

영지 : . . . . .(서럽고). . .제가요.... 날 때부터 주차관리원이 아니었거든요,

         그 말은 죽을 때까지 주차관리원이지도 않을꺼란 것이예요.

남자 : (주머니에서 봉투꺼내며) 정말 죄송합니다 서영지씨. 이거 근처 커피 전문점 무료시음권 10장이거든요.

         이걸로 대충 마음 푸시고 구두는 그냥 돌려주셨으면......

영지 : . . . . .

남자 : . . . . .

 

영지, 가만히 서있다 명품 구두를 벗는다. 남자에게 건네는데 뺏듯이 채며 ‘죄송합니다’ 인사하고 가고.

영지, 맨발로 한참 서 있는다.

 

 

S#13. 명품관 구두코너 / 낮

 

제일 잘 보이는 진열칸에 놓여지는 구두. 낡은 구두를 신은 발, 걸어오다 멈춘다.

가질 수 없는 저 구두. 조명에 더 예쁘게 빛나는 것 같다. 영지 돌아선다.

 

 

S#14. 거 리 / 낮

 

영지, 터덜터덜 걷는다.

나이트 클럽의 웨이터들, 지나가는 여자 들에게 명함을 나눠주는데 잘 차려입고 차림새가 화려한 여자들에게만 준다.

영지가 바로 옆으로 지나가는데 싹 외면 하고 다른 여자들에게만 주는....

 

영지 : . . . . . . .

 

 

S#15. 커피 전문점 / 낮

 

스타벅스나 커피빈같은. 영지, 야외 테이블에 앉아있다. 무료음료 시음권 옆에 놓여있고

영지, 빨대로 아이스 카페라떼를 마시고 있다. 소리가 날 정도로 쪽쪽 빨아 다 마셨다.

멍하니 있다가 컵을 들고 일어나는데 옆 테이블에 놓여있는 빈용기 두 개가 보인다. 둘러본다. 사람없다.

옆 테이블의 빈 컵 후다닥 챈다.

 

 

S#16. 커피 전문점 / 낮

 

50원 반환 버튼을 세 번 따각따각따각 누르는 영지. 50원짜리 동전이 세 개 땡땡땡 떨어진다.

동전을 챙겨 나가는 영지. 나오다가 야외테이블에 빈 용기 두 개 놓여있는 것 보고 얼른 또 집어든다.

 

 

S#17. 동 네 / 낮

 

동네에 싸움났다. 구경꾼들 모이고. 서달구와 요란한 홈웨어를 입은 뚱뚱한 중년 아줌마 싸우고 있다.

달구, 늘어진 런닝셔츠에 슬리퍼... 막무가내 술주정꾼처럼 보인다.

 

아줌마 : 아니 지금이 새마을 운동하던 때도 아니고... 어떻게 남의 집 우유를 훔쳐 자실 생각을 해요? 그것도 한 동네에서.

달구 : (당당하게 버럭버럭) 훔쳐 먹다니 이 사람아, 입술에 보톡스를 맞았어도 말은 바로 해야지.

         어디서 두툼한 입술로 거짓부렁이야!

아줌마 : 어머 어머, 별 꼴이야. 그럼 내 아들이 거짓말해요? 얘, 동석아 너 저 아저씨가 우유 드시는거 봤어 안봤어?

꼬마 : 봤어!

아줌마 : 이래도 시치미예요?

달구 : 쟤가 매일 태권도 학원가면서 우유 먹기싫다고 길바닥에다 우유로 이름쓰고 애들한테 뿌리고 장난치는거

         아시나 모르시나. 내가 디카나 핸드폰만 있었어도 동영상으로 찍어놨을텐데 그 걸 못 갖춘 게 천추의 한이오.

 

영지, 터덜터덜 걷고 있는데 저만치에 사람들 모여있고 싸우는 소리가 난다.

영지, 그냥 지나치려다 멈춰선다. 불길한 예감.

 

아줌마 : 너 그랬어?

꼬마 : .... (고개 푹 숙이고)

달구 : 그래서 내가 너 그러면 못쓴다. 한번만 더 그러면 내가 니네 우유 갖다 먹을꺼야 그랬다구. 내가 사전경고를 했는데도

         저 녀석이 또 그 짓인거라. 그래서 그 아까운 우유 버려지는게 가슴아파서 (대문에 걸린 우유주머니 가리키며)

         저 주머니에서 겨우 두 개 빼서 마셨네.

아줌마 : 애가 그런다고 또 그걸 드시는건 제 정신에 할 짓입니까?

달구 : (버럭) 우리나라 축산농가를 생각해 봐! 힘들게 소젖짜서 우유 만들어 놨는데

         길 바닥에 버려지고 있다는걸 알면 얼마나 서운하겠어.

영지 : (사람들 밀치고 들어와 달구 입을 막으며) 아주머니 죄송합니다. 제가 변상할께요.

 

 

S#18. 수퍼 앞 / 낮

 

수퍼 앞 파라솔 의자에 앉아있는 달구. 영지, 1리터짜리 우유를 두 개들고 와 아버지 앞에 팡 내려놓는다.

 

영지 : 우유가 먹고 싶음 말을 하지.

달구 : 나이가 드는지 무릎에서 바람이 일고 걸을 때 버걱버걱 소리도 나는 것 같고..... 골다공증 예방엔 우유가 최고라더라.

         (우유 따서 마시는)

영지 : 하루라도 조용히 넘어가면 안 돼냐?

달구 : 아.. 고소하다.... (다리 오므렸다 폈다하며) 봐라, 무릎 관절이 한결 부드러워 진 것 같쟎니. 영양분이 벌써 퍼졌나보다.

영지 : . . . .(우울) 아버진 왜 내 아버지가 된거야? . . . 정말 싫다.

달구 : 인생을 가르쳐 줄려구 니 아버지가 됐지.

영지 : . . . . . 인생이 어떤데?

달구 : 절대 마음대로 안돼지.

영지 : . . . . .

달구 : 세상에 몹쓸 병에 걸리고 싶은 사람이 어딨겠니. 대머리가 되고 싶은 사람은 또 어딨겠어. 그런데 병으로 죽고

         대머리도 되고 교통사고도 난단말야. 인생, 절대 맘대로 안돼지. 너도 나같은 아버지를 갖긴 싫었을꺼 아냐.

영지 : . . . . . .

 

 

S#19. 동 네 / 낮

 

영지와 아버지 우유를 한 통씩 들고 걷고 있다.

 

달구 : 꿀물을 달라면 쓰디 쓴 익모초 즙을 내밀어요, 그게 인생이야. 복주머니를 주세요 해서 받은 주머니를 열어보면

         거긴 흉칙한 지네가 들어있지, 그게 인생이야.

영지 : 결국 행복은 없는거네.

달구 : 그런데 말이야 익모초 즙이 몸엔 또 꿀물만큼 좋아요. 특히 여자 몸엔 최고야 그게.

         너 그리구 지네가 관절염에 효과 있는거 알아, 몰라?

영지 : (멈춰서서) 그래서 결론은?

달구 : 인생이 주는대로 받아 먹어라. 쓰기는 해도 그게 끝까지 나쁘진 않을 것이다.

영지 : 아버지.... 친구한테 사기당하고 엄마 집나간 상처가 그렇게 컸어? 사람이 너무 망가져 버렸쟎아.

달구 : 니가 소녀가장이라 힘들긴 하겠지만 또 뭔가 얻어지는게 있을꺼야.

영지 : (쓸쓸) 아니 없어. 아무것도 없어요, 아버지. 피곤하고 초라하고 어딜 가나 상처받기만 해.

달구 : 헝그리 정신으로 강해지고 있쟎아.

영지 : . . . .아버지, 날 왜 낳았어?

달구 : 기억이 안나지. 25년전 일인데.

 

 

S#20. 포장마차 / 어스름

 

영지, 혼자 앉아 소주를 마시고 있다. 울적한 표정. 전화벨이 울린다.

 

영지 : 응, 언니!

선배(F) : 뭐야.... 술 한잔 산댔는데 그냥 가버리고....

영지 : 그냥 기분도 그래서 와버렸어요. 짐도 가져와야하고... 어짜피 내일 또 가요. 낼 점심이나 같이 먹자.... 응....

 

영지 전화하는데 그 옆을 지나던 퇴근길의 도경, 영지를 본다. 뭐 하지...

영지, 전화를 끓고 술을 쫙 들이킨다. 도경, 영지에게 다가와.

 

도경 : 영지씨!

영지 : (도경을 본다. 짝사랑하는 남자! 화들짝 놀라 일어선다) 안녕하세요?

도경 : 아니 초저녁부터 웬 술이예요?

영지 : 네? 아. . .하하하. . .그냥. . . . 가을바람도 부는 것 같고 해서....

도경 : 나도 한잔 줘요.

영지 : (놀라) 네? (좋아서) 네. . . . 아줌마 여기 잔 하나만 주세요. 어? 아줌마 어디 가셨지?

도경 : 영지씨 마시던 잔에 우선 마셔야겠다. 자요. (잔을 내밀면)

영지 : . . ...(소주를 따르는데 손이 달달 떨려 잔에 부딪히며 딸딸딸 소리를 낸다)

도경 : 수전증 있죠?

영지 : 아뇨.

도경 : 근데 왜 맨날 손을 떨어요? 그때 예금 들러 와서도 손 떨면서 글씨 썼쟎아요.

영지 : . . . .그걸 다 기억하세요?

도경 : 그럼요.

영지 : 저요, 다른 땐 안 떨어요.. . . 일단 드세요.

도경 : 원 샷! (한번에 쫙 마시고) 자, 영지씨!

영지 : (잔 받으며) 그렇쟎아도 내일쯤 들릴려고 했는데.....

도경 : 다음주에 3년짜리 적금 만기 돌아오는거 알죠?

영지 : 알죠. 거금 천만원짜리.

도경 : 그거 새로 나온 상품에 넣어놓지 않을래요? 괜챦은거 나왔는데.

영지 : 봐서요.... 집에 돈 들어갈 데가 좀 많아서.

도경 : 돈 나갈데 없는 사람이 어딨어. 그냥 눈 딱 감고 넣어놔요. 경품도 빵빵한데.

영지 : 뭘 주는데요?

도경 : 자전거, 김치냉장고... 이런건 추첨으로 뽑아서 주구요. 이런 건 가입만하면 다 주죠. (주머니에서 봉투꺼내 보여준다)

         짠! 놀이공원 무료 입장권. 한 장으로 두 사람이 들어갈 수 있어요.

영지 : 어? 나 이거 미리주면 안돼요?

도경 : 그럼 가입하는거죠?

 

 

S#21. 놀이 공원 / 어스름

 

신나게 뛰어가는 영지와 도경.

 

영지 : 우와. . .신난다! 초등학교 이후로 이런데 첨 와요. 나 저거 먼저 탈래요. 우리 저거 타요!

도경 : (보기에 겁나는) 저거 너무 높이 올라가는데...

영지 : 가요!

 

영지, 놀이기구 타며 신나게 소리지른다.

 

영지 : (도경을 곁눈질로 본다). . . .

도경 : . . . .(겁나서 눈 감고 소리지르고 있고)

영지 : (사랑의 눈길.... 웃는다)

 

영지, 분수 사이로 뛰어다니고 퍼레이드 행렬에 손 흔들고 즐거워 보인다.

도경, 지나가는 쭉쭉빵빵 여자들 쳐다보고 퍼레이드 걸들에게 윙크하고.

 

 

S#22. 놀이 공원 일각 / 어스름

 

아이스크림 먹으며 앉아있는 영지와 도경.

 

도경 : 그럼 다음주에 적금 만기되는 날 바로 도장갖고 오는 겁니다.

영지 : 네!

도경 : 약속! (새끼 손가락 내밀며)

영지 : . . . .(떨린다. . . )

도경 : 어? 약속 안해요?

영지 : 해요!

 

영지, 두근두근 심장이 뛴다. 조심스레 손을 가져가 손가락을 건다. 흔든다.

 

도경 : 오케이! 제가 특별히 장바구니랑 반찬통 세트도 챙겨드릴께요.

영지 : 너무 감사해요....

 

영지, 미소지으며 말없이 앉아있다가 비가 한 두방을 떨어지는 듯 손바닥을 하늘로 향해 보는.

 

영지 : 어??

 

 

S#23. 거리 / 밤

 

비 내리는 거리. 우산 쓰고 걷는 영지와 도경.

영지, 한 우산속에서 도경과 걷다니.... 설레고 좋다. . . 수퍼 앞에서 멈춰선다.

 

영지 : 됐어요. 저 잠깐 여기 들렀다 갈께요.

도경 : 그럼 집까지 비 맞쟎아요.

영지 : 여기서 우산 빌려쓰면 돼요. 오늘 너무 감사했어요. 정기예금 꼭 들께요.

도경 : 다음주에 제가 한번 전화드릴께요.

영지 : 네, 그러세요.

도경 : 그럼 조심해서 들어가요!

 

도경, 간다. 영지, 도경을 계속 바라보고 서서 미소. . .

 

(E) : Rain drops keep falling on my head

 

전주 시작되고....

 

 

S#24. 영지 방 / 밤

 

놀이공원에서 했던 흔들이 머리띠를 하고 무릎을 감싸고 꿈꾸듯 앉아있는 영지.

천장에선 비가 새 물이 뚝 뚝 뚝 떨어진다. 대야를 받쳐놓았다.

영지, 라디오에서 나오는 노래 고개를 까딱까딱하며 따라한다. 행복해 보인다.

 

영지 : 레인 드롭 킵 폴링 온 마이 헤드.... (가사 몰라) 응응응 응응응 응...

 

영구, 들어온다.

 

영구 : 아으 시끄러. 야, 소리 좀 줄여.

영지 : (아랑곳 않고 흥얼흥얼. 가사 아는데만 부분적으로 따라하고)

영구 : 그 머리띠는 또 뭐야... 오늘은 알바 안나가냐?

영지 : 비도 오고 기분도 그렇고 오늘은 안 나간다.

영구 : 오늘 뭐 기분좋은 일 있었어?

영지 : 직장에서 짤리고, 오늘도 무시당하고 서러운 일 하나 있고 뭐. . . .그랬다.

영구 : 근데 왜 그렇게 기분이 좋아?

영지 : 사랑이 찾아온 것 같으니까.

 

영지, 쑥스러운 듯 이불을 쓰고 엎어진다. 영구, 왜 이래...싶은 표정...

 

 

S#25. 동대문 시장 / 밤

 

짝퉁 남성복을 파는 가게 앞에 서있는 도경. 잡지를 펴고 가게주인이 구해준 양복과 똑같은지 비교해 보는 도경.

 

도경 : 야.... 똑같네요.... 똑같애! 좋아, 좋아.

주인 : 어디가서 말하지마. 요새 단속 심해졌어.

도경 : 얼마예요?

주인 : 십 칠만원.

도경 : 뭐 그렇게 비싸?

주인 : 원단이 좋은 거야.

도경 : 12만원!

주인 : 안돼 그렇겐.

도경 : 나 그럼 이거 여기서 샀다고 말하고 다닌다.

주인 : 가 그럼! 안 팔어.

도경 : 에이 사장님.... 내가 여기 하루 이틀 오는 것도 아니고....

주인 : 15만원 그럼.

도경 : 13만 5천원!

 

 

S#26. 도경의 원룸 / 밤

 

작지만 깔끔하게 정리된 원룸. 노트북에 연결된 스피커에서 음악이 흐른다.

도경, 새 수트를 입고 전신거울 앞에서 영화 아비정전의 장국영처럼 춤추고 있다. 새 옷, 맘에 드는 표정. 잘 어울린다.

뉴욕의 멋진 여피같아 보인다.

 

도경 : 옷발 예술! 뭘 걸쳐도 태가 난다, 최도경. 이걸 누가 가짜라고 보겠어.

 

뒤 돌아섰다가 거울을 향해 손으로 총을 쏘는 모션, 멋지게! 거울의 자신에게 말한다.

 

도경 : 네 시작은 비록 짝퉁이었으나, 끝은 오리지날 명품을 걸칠 것이니....

 

도경, 책상의 노트북으로 간다. 화면보호 상태로 되어있는 노트북, 커서를 한번 치자 화면이 보인다.

<30억 횡령 프로젝트>라 쓰인 문서.

 

도경 : 한달 후, 나는 30억과 함께 잠적한다!

 

마우스를 즐겨찾기로 몇 번 클릭해 여행동호회의 추천사이트같은 곳, 아름다운 섬 사진으로 간다.

 

도경 : 코타키나발루..... 최도경의 새 인생을 시작할 장소! 하하하.

 

다시 거울로 가서 폼 잡아보며.

 

도경 : 최도경, 넌 30억과 함께 인생을 새로 쓴다.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인생을 사는거야.

         더 이상 너는 가난한 농사꾼의 막내아들이 아냐. (돌아서며) 뉴욕에서 온 젊은 비즈니스맨, 제임스 최가 되는거지!

 

침대로 가서 펄썩 누으며.

 

도경 : 그래, 최도경. 인생 한번 바꿔보자. 폼나게 한판 사는거야! 하하하하.

         (호탕하게 웃는. 웃다가 사래 걸린다. 일어나서 캑캑캑)

 

 

S#27. 거리 / 아침

 

쌩하니 출발하는 멋진 차 바퀴. 근사한 승용차 달리고 있다.

운전석엔 정아미, 뒷 좌석에는 옷이 잔뜩 걸려있다. 핸드폰이 울리자 핸즈프리로 받는다.

 

정아미 : 네, 정아미입니다.

여자(F) : 네 선생님 생방송 좋은 아침팀인데요.

정아미 : 5분 내로 도착할꺼예요. 메이컵은 제가 가는데서 받고 왔어요. 옷은 몇벌 가지고 가니까 괜챦은 걸로 골라주세요.

 

달려가는 차.

 

 

S#28. 방송사 스튜디오 / 낮

 

아침 정보교양프로그램 생방송중이다. 방청객과 MC, 패널(개그맨 박명수였음 좋겠음) 서 있다.

 

MC : 오늘의 초대손님, 지성과 미모의 성형외과 전문의 정아미 원장을 모시겠습니다.

 

방청객 박수.

아미, 자신감 있고 당당한 모습으로 인사한다.

 

아미 : 안녕하세요, 정아미입니다.

MC : 이렇게 미인이신 닥터는 처음 뵙는 것 같아요.

패널 : 혹시 직접 고치신건 아니예요?

아미 : (웃으며) 아닙니다.

MC : 박명수씨는 정원장한테 받으신거 아니죠?

패널 : 진작 좀 소개해주지. 쌍꺼풀 한지 10년이 지났는데 아직도 내가 눈을 뜨고 자요.

MC : 이런 경우도 재수술이 가능합니까?

아미 : 자세히 검사를 해봐야 하겠지만 통상 재수술은 수술보다 몇 배 더 어렵습니다.

         그래서 수술을 생각하실 때 신중히 결정하셔야겠죠.

MC : 네 그래서 오늘 정아미 원장을 모셨습니다. 잘못된 성형, 재수술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S#29. 영지네 마루 / 아침

 

TV보며 아침식사중인 달구 영지 영구 영민.

영지, 아미를 뚫어져라 보고 있다. 아미 얼굴 아래 ‘정앤리 클리닉 정아미 원장’ 이라 자막 뜬다.

 

아미(E) : 가장 많은 것이 아무래도 코와 눈 성형에 관한 것인데요.

             가장 보편화 돼 있기 때문에 쉽게들 생각하시는데서도 문제가 많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영지 : 정앤리 클리닉이면 강남역 근처에 있는거 아닌가?

달구 : 왜? 너도 고치게?

영지 : 아니... 저 여자는 어쩜 의사고 이쁘고 저렇게 당당하냐. 디게 멋지다.

달구 : (TV끄고) 난 내 딸이 더 이쁘다.

영구 : 그건 아니다 솔직히.

달구 : 넌 제대하고 석달만 논다더니?

영구 : 아버지, 이거 어때? (가수나 배우의 성대 모사 또는 모창해 본다)

달구 : 논다 놀아.

영구 : 나 개그맨 시험 준비하고 있어요. 자신있어.

영민 : 못 생긴걸로 먹고 들어가는 시대는 이제 지났거든.

영구 : 넌 밥이나 먹으면 좋겠거든.

영민 : 언니, 나 모의고사비.

영지 : 응, 이따 줄게.

달구 : 넌 고졸 언니한테 꼭 그렇게 재수학원비를 받아가야겠냐.

영민 : 아빠, 난 1등만 했거든. 서울대 쳤다 1점 차로 떨어졌거든.

영지 : 그래요 아부지. 영민이가 서울대 붙으면 우리 가문에도 경사지.

달구 : 일류대 졸업하면 너한테 보답할 것 같으냐. 대학 못나온 언니 챙피 해서 아는 척도 안할껄.

         동생 다 퍼주지말고 너도 니 앞가림 해.

영민 : 내가 그러는거 아빠가 봤어?

달구 : 너 하는 짓을 보면 다 보여.

영민 : 난 우리집이 정말 싫어. (벌떡 일어나 나간다)

달구 : 밥그릇 다 비우고 타이밍 맞춰서 나가는거 봐라. 저 놈이 얼마나 이기적인가. 밥 먹는 도중에는 기분나빠도 안나가요.

영지 : 아우 됐어요. TV좀 켜봐. 그 여자 좀 더 보게.

 

 

S#30. 성형외과 / 낮

 

깔끔하고 넓은 정앤리 클리닉. 아미, 들어선다.

 

아미 : 방송 봤어?

간호사 : 너무 이쁘게 나오시더라. 지금 수술 문의전화, 예약... 장난 아녜요.

아미 : 굳!

 

 

S#31. 이문 진찰실 / 낮

 

명품 오디오와 각종 디지털 전자제품으로 가득한 방. 이문, 열심히 게임중이다. 아미, 들어온다.

 

아미 : 또 바꿨냐?

문 : 얼리 어댑터Early adapter 아니냐. 지난주에 새로 나온거야.

아미 : 맨날 오디오 바꾸고 뭐 바꾸고..... 니 와이프도 골치아프겠다.

문 : 당연히 마누라 몰래 하지. 너 오늘 이쁘게 나오더라.

아미 : 피부과 의사 소개해 달래서 너 추천했다.

문 : 너 석형이 소식 들었니?

아미 : . . . . .

문 : 결혼했다더라.

아미 : !! (기분 안좋은)

문 : 지금 네팔에 산대. 에베레스트 아래서 셀파하우스 한대.

아미 : 누구랑 했대?

문 : 히말라야로 등반왔던 여대생이랑.

아미 : . . . . .

문 : 니가 찼어도 기분은 안좋지?

아미 : . . . 안 좋네.

문 : 말하지말까 하다가 언젠간 알게 될꺼, 내가 얘기하는게 좋을꺼 같아서.

아미 : . . . . . .

문 : . . . . 야, 괜챦어?

아미 : 걔는 죽는날 까지 날 그리워하면서 평생 결혼 안 할줄 알았어.

문 : 안하길 바랬겠지.

아미 : 응, 안하길 바랬어. 이기적인거 나도 알아.

문 : 다 잊고 지금 만나는 사람이랑 잘해봐. 그때 선 본 검사랑은 잘 돼 가니?

아미 : 응, 오늘 데이트 있어. (하면서도 쓸쓸)

 

 

S#32. 수술실

 

수술대 조명 켜지고 수술복 입은 아미, 수술중이다. 코 성형 준비 중.

환자얼굴에 수술포 덮고 아미는 실리콘을 깎고 있는데 이마에선 자꾸 땀이나고 집중이 안된다. 아미, 깎던 실리콘을 내던진다.

 

아미 : 새걸루 다시 주세요.

간호사 : 네!

아미 : 오늘 수술 이것말곤 없죠?

간호사 : 네.

아미 : 상담예약도 잡지마세요 오늘은.

 

 

S#33. 백화점

 

화려한 원피스 입어보는 아미. 이것저것.....

 

아미 : 이거 주세요. 그것도 할께요.

 

닥치는대로 사고 카드를 주고 싸인을 하고. . . 쇼핑백 점점 늘어 간다.

아미, 구두코너로 가 영지가 신었던 78만원짜리 구두를 본다. 신어본다.

 

 

S#34. 백화점 주차장 락커

 

영지, 핸드크림 빗, 동화책등등.... 락커의 자잘한 짐들 가방에 넣는다.

 

선배 : 새 일자린 구했어?

영지 : 동화대회 끝난 다음에 구할려구요.

선배 : 밤에 대리운전 아르바이트는 계속하구?

영지 : 해야죠.

 

 

S#35. 백화점 야외 주차장 / 낮

 

영지, 여성고객전용이라 쓰인 주차장에 명함을 꽂고 있다. ‘여성 운전자를 위한 여성대리운전010 -789 - 3247’

깨끗하게 세차돼 서있는 차로 간다. 아미의 차다.

 

영지 : 우와.... 이런 차는 누가 타는거야.... 디게 좋다아....

 

명함 두장을 꽂고 가는 영지. 가방을 추슬러 매다가 명함을 떨어 뜨린다. 바닥으로 후르륵 퍼지는 명함. 바람이 불어 날리고....

영지, 열심히 줍고 있는데 따각따각 거리며 하이힐이 다가온다. 화려한 명품 구두. 신었다가 도로 뺏긴 그 구두다.

구두, 지나쳐간다. 영지, 고개 들어보면 양어깨와 손에 쇼핑백을 잔뜩 든 아미, 걸어가는 뒷 모습.

아미, 유리창에 꽂힌 명함을 빼들곤 차에 탄다.

 

영지 : . . . .쟤는 사는 게 행복하겠지.....

 

 

S#36. 강의실 / 낮 대형 계단식 강의실

 

<Art management/Art administration/예술경영의 개념>이라 적혀 있는 칠판.

뉴욕의 Moma나 구겐하임 갤러리같은 멋진 미술관들의 슬라이드 자료가 보여져도 좋을 듯.

 

준우 : 고정관념에서 벗어난다.... 참 새로우면서도 용기가 필요한 일이죠. 그런데 요즘 전시나 공연에 있어 공간과 형식에 대한

         통념들이 많이 깨지고 있어요. 요즘 미술관에서도 음악회를 많이들 하쟎습니까?

         이렇게 기존의 틀에서 많이 벗어나고 있기 때문에 더더욱 참신한 예술경영의 마인드가 필요한 때죠.

 

여학생들, 몰래 몰래 디카로 찍고 핸드폰 카메라로 준우를 찍는다.

 

준우 : 다음 시간까지 내가 미술관의 관장이라면 또는 내가 콘서트 홀의 주인이라면 어떤 기획을 할 것인가... 가을과 겨울시즌의

         공연 및 전시 기획안을 짜오세요. 샘플은 인터넷 카페에 올려놓겠습니다. 질문 없으면 오늘 수업은 이걸로 마치죠.

 

튼실해 보이는 여학생 하나, 손을 번쩍 든다.

 

준우 : 거기 학생.

여학생 : 질문 있는데요.

준우 : 하세요.

여학생 : 저랑 결혼 하실래요?

학생들 : (소리지르고 박수치고 책상 두드리고 아우성)

준우 : 장난하지 말고, 질문 하세요.

여학생 : 장난 아니고 제 진지한 질문인데요. 저랑 결혼하실래요? 대답해 주세요.

준우 : . . . . . .

학생들 : (대답해 주세요오오오 외치고)

여학생 : 저랑 결혼하실래요?

준우 : 안합니다.

여학생 : 왜요?

준우 : 거울을 한번 보세요. 그럼 답이 나올겁니다.

학생들 : (너무해요..... 웃고 소리치고) ...

여학생 : 그럼 키스가 포함된 24시간 데이트는요?

준우 : 사양합니다.

여학생 : 저 그럼 죽을래요!

 

여학생, 창가로 가 난간으로 넘어서려 다리를 내민다.

 

준우 : 학생! 뭐하는 짓이야!

여학생 : 선생님 빨리 대답 안하시면 저 뛰어내릴꺼예요.

준우 : 장난치지말고 어서 들어와요.

여학생 : 데이트 신청 받아주세요 빨리.

준우 : . . . . . .

여학생 : 키스가 포함된 24시간 데이트요! (입술 쭉 빼며) 웅~~~! 키스는 여기서 하고 나가셔야돼요. 웅!

학생들 : (까르륵 웃고)

준우 : 제 여자 아닌 사람에겐 절대 키스 안합니다.

여학생 :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세요. (입술 빼며) 웅!

학생들 : (키스! 키스! 키스! 키스! 외친다)

 

준우, 말없이 서 있다가 핸드폰을 열어 버튼을 누른다.

 

준우 : 학생처 부탁드립니다. 여기 인문과학동 501호 강의실인데요, 학생 하나가 창가에서 뛰어 내리겠다고 하거든요.

학생들 : ????

준우 : 무게가 꽤 나가보이는 학생이예요. 화단 보호를 위해서도 매트리스랑 그물, 신속하게 준비해 주십시오. 네!

         (전화끓고) 자, 그럼 오늘 수업은 여기까지!

 

 

S#37. 캠퍼스 일각 / 낮

 

준우, 걸어온다. 멈춰선다. 시선이 닿는 곳, 준우의 차에 장미꽃들 잔뜩 하트표시 스티커와 쵸콜렛 매달려 있다.

차 유리창엔 립스틱으로 ‘자긴 내꺼야 앙!’ ‘갖고 싶은 김준우’ 라 낙서돼 있다.

 

준우 : . . . . . . (짜증스럽고). . . . .

 

 

S#38. 준우네 거실 / 밤

 

대저택의 고풍스런 거실. ‘생신축하’라 쓰인 리본이 둘러진 커다란 난 화분과 선물상자가 여러개 놓여있다.

 

 

S#39. 준우네 부엌 / 밤

 

식탁에 둘러앉아 식사중인 준우 부, 모, 준우, 준미.

 

준우모 : 장서방은 오늘같은 날도 얼굴을 못보네. 다른 사람한테 맡기지도 못하나.

준우부 : (벌컥) 무식한 소리 좀 집어쳐. 응급수술이 날짜 피해다니나.

준우 : . . . (인상 팍 쓴다. 아버지 싫고...)

준우모 : 오늘같은 날도 화를 내고 그러세요.

준우부 : 무식한 소리를 하니까 그렇지.

준미 : 생신선물 섭섭지 않게 보냈쟎아요. 봐주세요.

준우모 : 맨날 이렇게 바쁘니?

준미 : 그렇죠 뭐.

(E) : 핸드폰벨

준미 : (발신자보고) 응, 나 지금 밥먹고 있어.... 응... 아니 한시간 내로 갈게. (끓고)

준우부 : 장서방이냐?

준미 : . . .아뇨. . . .다른 약속....

준우모 : 밤에 무슨 약속이 있어, 가정주부가.

준우 : 바람 피워?

준미 : 응.

준우부 : 시끄럽다.

준우 : 드릴 말씀이 있는데요.

일동 : (준우에게 집중하면)

준우 : 저 결혼할래요.

준미부 : 듣던 중 반가운 소리다.

준미 : 갑자기 결혼은 왜?

준우 : 인기가 너무 많아서 피곤해.

준미 : 즐겨.

준우 : 즐기는 것도 지쳤어. 내가 정말 사랑하는 사람이랑 결혼해서 평생 한 여자만 바라보고 살고 싶어.

준미 : 결혼해 봐라 그게 되나.

준우부 : 색시감은 누구냐.

준우 : 만나야죠, 이제.

준미 : 여자도 없이 결혼을 하겠다구?

준우 : 이제부터 찾아야지. 선도 볼께요.

준우모 : 잘 생각했다. 내일 문여사한테 당장 전화 넣어야지.

준미 : 진심이야?

준우 : 응, 올 가을엔 나도 내 짝을 찾고 싶어. 만날 것 같아, 웬지 예감이.

 

 

S#40. 고급 레스토랑 / 밤

 

식사중인 아미와 용검사. 아미, 사근사근하게 말걸고 미소짓고.

 

아미 : 피곤해 보이세요. 많이 바쁘셨나보다...

검사 : . . . . .

아미 : 박성출 회장 조사는 잘돼간대요?

검사 : .......

아미 : 아, 그건 중수부 소관이라 잘 모르시나?

검사 : 아미씨.

아미 : 네?

검사 : 단도직입적으로 묻겠습니다. 아미씨 첩의 딸입니까?

아미 : . . . . .

검사 : 대답해 주세요. 저한텐 심각한 문젭니다.

아미 : 어디서 그런 이야기를 어떻게 들으셨는지 모르..(겠지만....)

검사 : (말 끓어) 예, 아니오로만 대답하세요. 아미씨 첩의 딸 맞습니까?

아미 : (아무렇지도 않은듯) 맞습니다.

검사 : . . . . . . .

아미 : (여유로 당당) 뭐가 문제죠? 난 지금 이렇게 능력있고 인기있고 지성과 미모를 겸비한 훌륭한 의사가 되었는데요.

         어따 내놔도 빛나질 않습니까?

검사 : 우린 더 이상 만나지 않는게 좋겠습니다.

아미 : 왜죠?

검사 : 난 야망이 큰 사람입니다. 나중엔 정계진출까지 생각하고 있는데

         그때 와이프의 출신성분 때문에 이러니저러니 구설수에 오르고 싶지 않습니다.

아미 : 유감이군요. 나는 댁의 구정물을 좀 씻어드릴까 했더니만.

검사 : 구정물이라뇨?

아미 : 개천의 용이시쟎아요.

검사 : (인상굳는)

아미 : 요즘 여자들 똑똑해서 개천의 용이랑은 절대 결혼 안하죠. 뼛 속 깊숙한 콤플렉스를 감출려고 뒤집어 쓴 자만과 오만이

         얼마나 같쟎은데요. 아직도 개천에서 허부적대는 그 식구들은 어떻구요.

검사 : . . . . .

아미 : 인간성 좋고 능력있는 내가, 그런 댁을 긍휼히 여겨 구원해 드리려했건만... 보기 보다 못나셨네요.

검사 : (기가 막힌) 허! 긍휼???

 

웨이터, 커다란 쟁반에 랍스터 요리를 가져와 테이블에 놓고 간다.

 

아미 : (미소로) 드시죠!

검사 : 다음부턴 선보는 날 바로 말하세요. 세컨드의 딸이라고. 말 안하는 거 그것도 불고지 죄고, 일종의 사깁니다.

아미 : 자꾸 그렇게 지랄하실래요?

검사 : !!!! (냅킨 팍 던지고 벌떡 일어나면)

아미 : 자존심 세우지 말고 그거나 다 쳐먹고 가세요, 오늘 저녁은 내가 냅니다.

         당신 월급에 어디 이런거 자주 먹을 수나 있겠습니까.

검사 : (파르르 떨더니 나간다)

 

다른 테이블의 손님들과 웨이터 난처한 상황에 모두 숨죽여 아미를 보고 있는데.

 

아미 : 여기요!

웨이터 : (다가가면)

아미 : (미소) 피클 좀 더 주세요. 와인 칠링도 좀 해주시구요.

웨이터 : 예! (와인병 들고 가고)

 

아미, 아랑곳 않고 맛나게 먹는다.

 

 

S#41. 아미 진료실 / 밤

 

불 꺼진 방. 아미, 들어온다. 불 켜지 않은 채 의자에 털썩 앉는다.

 

아미 : . . . . . . .

 

서랍에서 사진 액자를 하나 꺼낸다. 70년대 후반쯤 동네 놀이터에서 찍은 색이 좀 바랜 칼라사진.

어린 아미, 엄마와 껴안고 웃고 있는 사진.

 

아미 : . . . . . 엄마.... (눈물 그렁)

 

 

S#42. 거리 / 밤

 

서 있는 차. 영지, 달려온다. 뒤엔 30대의 젊은 남녀 껴안다시피 해 앉아있다.

 

영지 : 안녕하세요, 대리운전 부르셨죠?

 

남자 품에 있던 여자, 고개를 드는데 준미다.

 

준미 : 네.

 

 

S#43. 거리 / 밤

 

달리는 차. 영지 운전중. 재즈곡이 흐른다. 뒷좌석엔 두 사람 다정하게 꼭 붙어 기대있다.

 

남자 : 이거 자기가 좋아하는곡이지? (영지에게) 볼륨 좀 키워주실래요?

영지 : 예! (소리 키우고) 오늘 기분좋게 한잔 하셨나보네요.

준미 : 네.

영지 : 혹시 결혼기념일 아니세요?

준미 : 맞아요.

 

두 사람 킥킥대고 웃는다.

 

영지 : 축하축하드립니다. 댁이 방배동 어디쯤이세요?

 

 

S#44. 러브 호텔 앞 / 밤

 

영지, 혼자 차에 앉아있다.

 

영지 : 이상하네.... 요즘 사람들은 결혼기념일날 이런델 오나? 말도 안돼...

 

준미와 남자 나온다.

 

준미 : 한 시간이 넘었네요. 죄송합니다. 팁은 두둑하게 드릴게요.

영지 : 네, 괜챦습니다.

남자 : 압구정동 들렀다가 논현동으로 가주세요.

 

 

S#45. 아파트 주차장 앞 / 밤

 

와서 서는 차. 준미와 영지 내린다.

 

준미 : 수고하셨어요. (지갑에서 돈 꺼내며) 이 정도면 안 섭섭하죠?

영지 : . . .(받으며) 감사합니다.

 

이때 옆으로 중형차가 와서 서고 같이있던 애인과는 달리 뚱뚱하고 안경을 쓰고 비호감 외모의 남자가 내린다.

 

준미 : 어머, 자기야! 지금 오는거야?

남편 : 어? 당신도 지금 와?

영지 : . . . . .

준미 : 응, 친정에서 술 한잔했거든. 대리불러서 왔어. (영지에게) 오늘 수고 하셨어요!

영지 : . . . 예. . .

준미 : 피곤했지, 여보? 들어가자. 내가 허브차 만들어 줄게.

 

준미, 남편 팔짱을 끼고 들어가고 영지, 충격받은 얼굴로 걸어나온다.

 

영지 : (머리를 잡으며) 오 마이 갓!

 

 

S#46. 영지 방 / 밤

 

흑백화면의 낡은 노트북. 열심히 글 쓰는 영지.

 

영지 : . . . .바로 이거야.... 이 슬픈 현실.... (방문에 붙은 동화대회 포스 터를 보며) 두고 봐. 1등은 내꺼다!

 

 

S#47. 동화구연 대회장

 

‘어린이 문학사 주최 동화구연대회 <다시 쓰는 옛날 동화>’ 플래카드 걸려있다.

 

 

S#48. 동화구연 대회장

 

아이들과 학부모로 차 있는 객석. 젊은 남자 참가자, 금빛 가발을 쓰고 나와 이야기중이다.

 

남자참가자 : 그래서 인어왕자는 동해의 한 횟집 수족관에 취직을 하고 평생 잘먹고 잘 살았답니다.

 

사람들 웃고. 사람들 박수 속에 남자참가자 들어가고.

영지는 무대 뒤 어두운 곳에 두 손 꼭 모으고 서서 숨을 고르고 있다.

머리를 양갈래로 땋고 볼은 빨갛게 재투성이 아가씨 옷차림을 했다.

 

영지 : 할 수 있어 서영지! 니 얘기가 젤 재밌어! 오늘 행운의 주인공은 너야, 서영지!

사회자 : 다음 참가자는 서영지씨, 들려주실 이야기는 신데렐라의 비밀노트.

 

관객들 박수. 영지, 무대로 나와서 공손히 인사한다.

객석조명이 꺼지고 별소리 같은 잔잔한 음악이 깔리고 영지에게만 핀 조명.

 

영지 : 여러분들, 긴장하세요! 오늘 저는 몇백년 아니 몇 천년동안 베일에 가려져 있던 신데렐라의 비밀을 밝혀볼까 합니다.

         자, 이제부터 그 숨겨진 이야기로 저와 함께 떠나보시죠.

 

 

S#49. 준 아트센터 / 낮

 

(삼청동의 가나아트센터같은, 전시와 공연이 가능한) 개관준비중 알림판과 포스터 붙어있다.

<개관기념 전시 ‘주목받는 젊은 작가 전’ 개관기념 공연 ‘웃기는 재즈’ Coming soon!>

곱게 차린 마담 뚜 문여사, 따각따각 힐 소리를 내며 들어선다. 둘러본다. 사람들 왔다갔다 분주한 모습.

목장갑에 민소매 셔츠를 입고 땀에 젖은 채 포장된 그림액자를 나르는 남자에게 말을 건다.

 

문 : (고고한) 실례합니다. 김준우 원장님 방은 어디죠?

 

땀에 젖은 근육질의 남자, 짐을 든 채 고개로 2층을 가리킨다. 준우다.

 

문 : 감사합니다.

준우 : 지금은 방에 없는데요.

문 : ???

 

 

S#50. 준우 사무실 / 낮

 

준우, 샤워를 마친 듯 수건으로 머리를 털며 들어선다. 단추를 채 우지 않은 셔츠, 가슴의 근육이 보인다.

문여사, 고개를 돌리고.

 

준우 : (단추채우며) 어머니가 바로 전화하셨나보죠. 전 그냥 얘기가 통하는 여자면 좋겠어요.

         공연이나 전시도 좋아했음 좋겠구요. 운동도 좋아하는 여자였음 좋겠구요.

문여사 : (고개 끄덕하며 수첩에 쩍고 있다)

준우 : 그리고 지금 현재 직업이 있거나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이 있거나 그런 여자로 찾아봐주세요.

         맹하니 집에만 있고 싶어하는 여자는 딱 질색이예요.

문여사 : 미모는 상관없어요? 피부가 하얗고 이뻤으면 좋겠다, 키가 컸으면 좋겠다.... 이런 주문은 없으시네요.

준우 : 미모요? 그건 기본이죠. 따로 이야길 해야하나요?

 

 

S#51. 대회장

 

영지, 조심스레 정성스레 이야기를 한다.

 

영지 : 신데렐라는 야심 가득한 여자였죠. 하루는 동네 우물가에서 같은 동네 사는 하인 청년과 마주쳤지요,

         그 청년이 말했어요. (남자 목소리로) 신데렐라, 오늘밤에 나랑 동네 줄다리기 대회 나가지 않을래?

         그래서 신데렐라는 나랑? 왜? 그러자 청년은 수줍게 너랑 데이트하고 싶단 얘기지. 나 널 오래전부터 좋아하고 있었어.

         그러자 신데렐라는 벌컥 화를 내며 어디서 감히... 너 같은 건 눈에 안 차. 난 꿈이 크단다.

 

심사위원들, 서로 마주보며 뜨악한 표정.

 

 

S#52. 준 아트센터

 

문여사를 배웅하며 따라나오는 준우.

 

문여사 : (둘러보며) 생각보다 규모도 크고 좋으네요.

준우 : 감사합니다.

문여사 : 이 정도 아트센터의 원장님 배필이 될려면 경제적 조건도 무시할 순 없겠네요. 적어도 100억이상의 자산은 돼야.....

준우 : 모든걸 다 갖춘 여자는 없지 않나요?

문여사 : 돈은 그럼 안보십니까?

준우 : 차라리 외모를 더 보죠.

문여사 : 어머님은 집안과 학벌 이야기를 하시던데.

준우 : 결혼은 제가 합니다. 어머니가 아니고.

문여사 : 알겠습니다. 연락드리겠습니다.

준우 : 안녕히 가세요.

 

 

S#53. 대회장

 

얘기에 취해 신나는 영지.

 

영지 : 아, 제 구두가 맞아요! 왕자는 기뻐하며 신데렐라를 껴안았죠. 두 사람은 여행을 떠났어요. 한달동안 유럽을 돌면서

         즐거운 여행을 했고 신데렐라는 평소 갖고 싶던 명품백이며 구두를 잔뜩 선물 받았죠. 그리고 다시 왕궁으로 돌아왔어요,

         이제 결혼준비를 하려나 보다... 생각하는 신데렐라에게 왕자는 어이 신데렐라 나 주말에 결혼한다.

사람들 : (눈이 둥그레지며) ?? (웅성웅성)

영지 : 그동안 즐거웠구 결혼해도 뭐 가끔씩은 만나자. 신데렐라는 너무 충격을 받아서 네? 뭐라구요? 그러자

         이웃나라 공주가 나타났죠. 결혼은 나랑 한다, 이 멍청아. 니 구두 짝퉁인거 왕자도 다 알고 있었어.

심사위원들 : (불쾌한 표정으로 수근수근)

영지 : 신데렐라는 말도 안돼, 왕자님 날 사랑하지 않나요? 왕자는 사랑하지. 하지만 내 신분에 너랑 결혼을 할 순 없쟎니.

         돌아 가 있어라. 공주 친정가면 연락할게. 그래서 신데렐라는 슬프게 슬프게 왕궁을 떠나야만했죠.....

 

듣고 있던 여자아이... 으앙하고 울음을 터트린다. 그러자 여기저기서 울고 소리치는 아이들.

‘언니 나빠요! 신데렐라가 너무 불쌍해.....’ ‘저 아줌마 미워!’

영지, 난처하고 심사위원들 표정 싸늘하게 굳었다. 아이 엄마들 ‘나가라고 해요’ ‘꺼져’ 소리지른다.

 

영지 : . . . . . (난처하다, 그래도 마무리는 하려고) 집으로 돌아온 신데렐라는 이웃집 하인 청년을 찾아갔지요. 그리고. . . .

 

‘저 여자 내쫓아요’ 고함소리 계속 되더니 튼실한 바나나 날아와 영지의 이마를 강타한다.

영지, 고개 뒤로 꺾이고.

 

 

S#54. 동네거리 일각 / 낮

 

도경, 퇴근해 걸어가는데 모퉁이에 영지, 기다린 것 같이 서 있다.

 

도경 : 영지씨!

영지 : . . . .

도경 : 왜 그렇게 축 쳐져있어요?

영지 : . . . . 도경씨....

도경 : 무슨 일 있어요?

영지 : 나랑 술 좀 같이 마셔줄래요?

도경 : . . . 영지씨가 사는 거예요?

영지 : (끄덕)

도경 : 갑시다!

 

 

S#55. 삼겹살집 / 밤

 

영지, 소주를 쫙 마신다. 도경, 열심히 삼겹살 구으며 영지 얘기에 장단을 맞춰주는데 고기에 더 관심. 영지에겐 건성.

 

도경 : 와. . . .쇼킹했네요.... 어쩌자고 그런 스토리를 짠거예요? 아줌마! 여기 기름장에 마늘 좀 더 주세요.

영지 : 난 오늘 뼈저리게 느꼈어요. 사람들이 현실을 외면하더라니까요.

         발은 시궁창에 빠져있어도 눈으론 저 멀리의 무지개 성을 보고 싶어하더라구요.

도경 : 당연하죠. 아줌마! 양파도 좀 더주세요. 그리구 2인분이 너무 작다.

         내가 3인분처럼 보이는 2인분을 달라고 그렇게 말했는데.

영지 : 그러니까 더 비참해지는거예요. 동화속에선 착하게 살면 왕자도 만나고 멋진 궁전에서 살게된다 요따우 소리만 해대는데..

         어디 현실에선 그러냐고요. 나, 착하게 살았다구. 가족 부양해가면서.... 그런데 내가 어디 궁전에서 사냐고요.

도경 : 다음부턴 영지씨도 꿈꾸는 얘기만 쓰세요. 사람들은 욕하면 서도 그걸 더 좋아한다니까요.... 왜?

영지 : 왜?

도경 : 현실은 고단하니까. 맨날 그날이 그날이니까.

         팍 30억 횡령해 갖고 나가서 잘살아보고 싶은 그런 꿈을. . . (하다가 흡! 입 닫는)

영지 : 뭐라구요?

도경 : 아니예요. 아줌마! 양파 달라고 한지가 언젠데.... 파무침도 떨어졌다. 파무침!

 

 

S#56. 노래방 / 밤

 

노래하고 미친 듯이 신나게 춤추는 영지와 도경. 각자의 어설픈 백 댄스.

 

영지 : (주얼리의 슈퍼스타 같은)

도경 : (랩이 섞인 노래)

 

각자 신나는 노래 하나씩하고 듀엣으로 깨는 노래 한 곡.

 

 

S#57. 공원 / 밤

 

신발 벗어 두 손에 들고 맨발로 지압자갈 길을 걷는 영지. 술기운이 올라 업되어 있다. 도경도 그 뒤를 따라걷고.

 

영지 : 아... 오늘 너무 좋아요. . . .

도경 : 발바닥 안아퍼요?

영지 : (애교) 아퍼요.

 

 

S#58. 공원 일각 / 밤

 

영지와 도경, 벤치에 나란히 앉아있다. 영지, 구두는 옆에 놓고 맨 발로 꼼지락 꼼지락....

계속 도경을 곁눈질로 보며 뭔가 하고픈 말이 있는 듯.

 

영지 : 저기요. . . .

도경 : (보면)

영지 : 우리 말이예요.....

도경 : 우리라면 영지씨랑 나요?

영지 : 네, 우리요.

도경 : .......

영지 : 우리 사귈래요?

도경 : !!!!

영지 : 지금 여자친구 없으시죠? 저도 남친없거든요. 제 남자친구가 돼주세요. 저도 아주 착한 여자친구가 돼 드릴께요.

도경 : (심각한 표정으로) 흠.........

영지 : . . .(기대하지 못했던 반응에 의아) ??

도경 : . . ..흠. . . .

영지 : . . . .대답을 . . . 안 하시네요. . . (애교스럽게) 싫으신가부다.

도경 : . . . . .

영지 : . . . .싫으세요?

도경 : 네!

영지 : 저랑 사귀기 싫으시다구요?

도경 : 네!

영지 : . . . . . . .(상처 받았다). . . .

도경 : . . . . . .

영지 : 내가 왜 싫은데요?

도경 : . . . . .(영지를 바라보다) 빈티나서 싫어요!

영지 : !!! (충격)

도경 : 야박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솔직하게 말해주는게 영지씨한테도 좋을 것 같네요.

영지 : . . . . . .

도경 : 영지씨는 옷이 그것 밖에 없어요? 어떻게 된게 여자가 맨날 그 옷만 입고 다녀요?

         남자들이 그런 여자 딱 질색으로 여기는거 모르죠?

영지 : . . . . .(가슴이 막힌다.... 심호흡을 하는)

도경 : 봐요, 머리부터 발끝까지 완전 불우이웃 컨셉이쟎아.

영지 : 난.... 우리가 .....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어요....

도경 : 우리가 어울린다고요? (기가 막힌) 하! 영지씨! 나요, 이래뵈도 꿈이 큰 놈입니다. 보이즈 비 엠비션! (Boys be ambition)

         난 야망이 있다구요.

영지 : . . . . .ambitious엠비셔슨데요. 엠비션이 아니고.

도경 : . . .(쪽 팔린다. 괜히 화를 버럭 내며) 어쨌거나요!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쟎아요.

영지 : 그럼 나한테 왜 잘해줬어요?

도경 : 고객으로서 잘해드린겁니다.

영지 : 오늘같은 날은 굳이 술 안마셔줘도 됐쟎아요.

도경 : . . . . .

영지 : . . . 속으론 나랑 사귀고 싶으면서....

도경 : 솔직하게 말할께요. 난 갑자기 술을 마시자길래 그냥 하룻밤 놀 수도 있겠다 싶은 마음도 있었어요.

         그뿐이지 이렇게 진지 하게 사귀자 어쩌자 나올 줄은 꿈에도 몰랐죠.

영지 : . . . . .

도경 : 영지씨 운 좋은줄 아세요. 나쁜놈들 같으면요, 그래요 사귑시다해서 당장에 여관데리고 간다구요.

         그래서 맘대로 갖고 놀다가 싫증내고 오만가지 이유로 차버린다구요.

영지 : . . . . . .

도경 : 난 영지씨 힘들게 사는 것도 알고, 옷도 없고... 딱해서 그렇게까진 안하니까

         오늘 내가 거절했다고해서 너무 섭섭하게 생각마세요.

영지 : . . . . . . .

도경 : 우리 서로 오늘 일은 없었던 걸로 합시다. (일어서고)

영지 : . . . . . .

 

 

S#59. 공원 앞 한적한 길/ 밤

 

도경, 걸어간다. 단호한 발걸음. 영지는 맨발로 구두를 든 채 몇발짝 뒤에서 힘없이 비틀비틀 걷는다. 그러다 멈춰선다.

 

영지 : 도경씨. . . .

도경 : . . . ..(뒤돌아보진 않고 걷던 걸음 느려지는)... .

영지 : . . . .도경씨! 마지막으로 한마디만 들어주세요.

도경 : . . . .(걷다가 돌아선다. 영지와 눈을 맞추면)

영지 : 넌 개새끼야!

도경 : ??!! (눈이 휘둥그레)

영지 : 지상 최악의 개새끼야, 너는!

 

영지, 들고 있던 구두로 도경의 면상을 짝! 갈기는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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