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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남녀] 02

작성자수다쟁이|작성시간10.09.28|조회수483 목록 댓글 1

[비밀남녀] 02

 

 

 

 

 

 

 

 

 

 

S#1. 공 원 / 밤

 

1부 엔딩 연결로..........

 

영지 : . . . .도경씨! 마지막으로 한마디만 들어주세요.

도경 : . . . .(걷다가 돌아선다. 영지와 눈을 맞추면)

영지 : 넌 개새끼야!

도경 : ??!! (눈이 휘둥그레)

영지 : 지상 최악의 개새끼야, 너는!

 

영지, 들고 있던 구두로 도경의 면상을 짝! 갈긴다. 도경, 눈에 불이 번쩍하며 고개가 팍 돌아간다.

 

도경 : . . . .(놀라고 멍하다)

영지 : 어떻게 나한테 그런 말을 할 수가 있어.... (서럽고 분해서 눈물이 나기 시작하는데)

도경 : (얼굴을 만져본다. 얼얼하다. 영지를 향해) 당신 미쳤어?

영지 : (눈물 뚝뚝) 내가 널 얼마나 좋아했는데....

도경 : . . . . .

영지 : 내 맘도 몰라주고 어떻게 그런 말을 해. . .이 나쁜 놈아, 이 개나리 십장생아!

도경 : . . . . . .

영지 : 그러는 넌, 그렇게 옷 많아? 맨날 짝퉁만 입으면서.

도경 : . . . .!! (찔끔 어떻게 알았지?)

영지 : 왜? 모를 줄 알았니? 나보다 니가 더 빈티나고 안쓰럽다, 인간아. 어떻게든 따라가보려고, 어떻게든 없는 티 안낼려구

         아등바등 하는 니 꼴이 더 딱하고 추해.

도경 : 그만! 거기까지.

영지 : 맨날 영자신문 끼고 다님 뭐하나? 보이즈 비 엠비셔스도 모르는데.

도경 : 나 화나면 무섭거든요. 좋은 말 할 때 그만해요. 스톱 플리즈.

영지 : 허영만 가득해 가지고. 나같이 좋은 여자도 몰라보고. 굴러온 복을 차버려도 유분수지.

도경 : 대리운전 알바뛰는 소녀가장을 누가 굴러온 복이라고 생각한 답디까? 굴러온 덫이지! 덫!

영지 : 내가 인생 끝날까지 소녀가장인가? 내 인생에도 해뜰날이 있다구.

도경 : 그럼 해가 뜬 후에 다가오시던가. 궁상의 늪에서 허우적대면서 나더러 사귀자니! 그건 죄악이지, 이 사람아!

영지 : 나쁜 놈! 나쁜 놈!

 

영지, 도경을 닥치는대로 팬다.

 

도경 : 아! 아! 아이구, 이걸 팰 수도 없고. 그만! 그만 때려!

 

도경, 영지가 때리는걸 막다가 얼굴을 잡아 머리를 막 엉클어놓는다. 영지, 도경의 손을 콱 문다.

 

도경 : 으아아아악!

 

도경, 못 참겠다는 듯 영지 등짝을 때리고 두 사람 육탄전 돌입!

공원의 나무 사이로 두 팔 휘두르며 치고 박는 남녀의 실루엣, 장관이다. 나뭇가지들이 흔들리고 이파리도 우수수 떨어진다.

 

 

S#2. 노천 호프집 / 밤

 

산발한 머리로 앉아있는 두 사람. 맥주 마시고 있다. 두 사람 아직도 격한 기분으로 식식 숨고르며 앉아있다.

 

도경 : . . . .

영지 : . . . .

도경 : 나도 영지씨 좋아요. 이쁘고 귀엽고 사람도 순박한 것 같고....

영지 : 그런데 왜 싫대니.

도경 : 말했쟎아요. 빈티나서 싫다구.

영지 : . . . .(도경을 째려보다 맥주 벌컥벌컥)

도경 : 그 이쁜 얼굴로 돈많은 남자를 잡아요, 영지씨. 그래서 팔자 한번 펴 봐요.

영지 : 나요, 보기보다 똑똑해요. 나는 절대 신데렐라가 될 수 없다는걸 알고 있어요.

도경 : 내가 문제하나 낼까요? 학벌 집안 외모 모든게 다 빵빵한 남자한테 세 명의 여자가 있었어요. 그 사람은 신부감을

         고르기 위해서 세명의 여자한테 천만원을 주고 당신 맘대로 써보라고 했어요. 영지씨라면 어떻게 했겠어요?

영지 : 옷을 사 입어야겠죠. 빈티나지 않게.

도경 : 한 여자는 멋진 옷과 보석으로 자신을 한껏 꾸미고 말했어요.

         (여자목소리로) 미인을 가진 남자는 능력있어 보이죠. 당신을 위해 나한테 투자했어요.

영지 : 최도경씨라면 그 여자를 택했겠네요.

도경 : 두번째 여자는 천만원으로 다 남자선물을 샀어요.

         (여자목소리)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 쓰는 게 사랑이라고 생각해요.

영지 : 또라이 아녜요? 적어도 백만원은 자기가 챙겼어야지.

도경 : 세번째 여자는 주식투자로 돈을 두배로 불려다 갖다줬죠. 그 남자는 누굴 택했을까요?

영지 : 세번째 여자.

도경 : 땡!

영지 : 그럼요?

도경 : 제일 이쁘고 가슴 큰 여자를 택했어요.

영지 : . . . . . .

도경 : 이게 남자예요 영지씨. 그러니까 야망을 가져요. 영지씨가 안 꾸며서 그렇지 정말 이쁜 얼굴이예요.

         남자들 단순해서 이쁘기만하면 오케이예요.

영지 : 그렇지 않아요. 돈을 불려온 세 번째 여자를 택하고 그 돈으로 가슴 크고 이쁜 여자랑 바람을 피우겠죠.

도경 : 없는 놈들이나 그렇죠. 내 말은 웬만큼 사는 남자를 잡으란 거예요.

영지 : 난 그냥. . . 나랑 비슷한 사람 만나서 같이 일구어 나가고 싶었어요. 그래서... (도경을 본다)

도경 : 지금 나를 비슷한 사람으로 생각했다 이거예요? 이보세요 아가씨. 나 함부로 보지말아요. 나 조만간 큰일을 낼 사람이예요.

         난 말이죠, 단칸방에서 시작해 도란도란 키워가는 그 따위 구질구질한 인생 살고 싶지 않아요.

영지 : 어쩜 그렇게 개새끼같은 소리만 해요?

도경 : (기분 상한다. 벌떡 일어난다) 내가. . . 그마나 영지씨한테 애정이 있으니까 하는 소리예요. 당신 인생 좀 펴보라고!

         꿈을 가져 봐, 당신도!

영지 : 내가 왜 꿈이 없냐? 난 훌륭한 동화작가가 될꺼야. 해리포터 작가를 봐.

         월세도 못내고 굶고 살다가 단번에 억만장자가 됐쟎아. 나라고 왜 못해.

도경 : 차라리 돈많은 남자 잡아, 해리포터같은 소리하지말구. 그게 더 현실적으로 보인다.

영지 : 내 힘으로 할꺼야. 남자한테 기대지 않아, 절대루!

도경 : 그래, 부디 성공하길 바란다.

영지 : 그때 아는 척만 해봐. 죽었어!

도경 : (한대 칠듯) 그냥 팍!

영지 : (두 주먹 불끈) 이게 그냥!

 

두 사람, 주먹겨누고 으르렁대다 흥!!! 다신 안 볼 것처럼 팽 돌아서 걷는다.

 

 

S#3. 동 네 / 밤

 

영지, 화가 난 듯 식식대며 걸어가다 멈춰선다. 핸드폰을 꺼내 놀이공원에서 찍은 도경의 사진을 삭제한다.

눈물 핑글. 눈물 쓱 훔치고 걷는다, 다시.

 

 

S#4. 동 네 / 밤

 

도경, 퍽퍽 걸어간다. 가다 멈춰선다. 눈물 그렁한 영지의 눈이 떠오른다.

 

영지(E) : 내가 널 얼마나 좋아했는데....

도경 : . . .아흐. . . 그 눈빛땜에 심란하네..... 아니, 좀 있는 집 딸이면 어디가 어떠냐고.

         이쁘지 귀엽지, 딱 내 타입인데 소녀가장만 아니면.....

 

도경, 아까 맞은 턱과 얼굴이 아픈 듯 감싸며 걸어간다.

 

 

S#5. 영지네 마당 / 밤

 

영지, 세숫대야에 발 담그고 앉아있다. 아버지 소주마시며 커다란 소세지 들고 뜯어먹고 있다.

 

영지 : 아버지... 쥐구멍에도 볕 뜰날 있다던데... 나는 왜 이럴까. 내 인생은 왜 꾸준히 그늘이야?

달구 : 너는 인간이지 쥐가 아니니까.

영지 : 쥐가 되고 싶다.

달구 : 서영지 서영지 빨리 해보면 생쥐 생쥐 비슷하긴 하다.

영지 : 간절하게 바라는 것도 이루어지지 않고.

달구 : 누가 간절히 바라래?

영지 : (쓸쓸) 그러게 말이야...

달구 : 배신 당하기 싫음 처음부터 믿지 않으면 되고, 실망하기 싫음 간절하게 바라지 마.

영지 : 아버진 왜 술을 마셔?

달구 : 술 마시는 게 부끄러워서 마신다.

영지 : 컨닝했지?

달구 : 어떻게 알았쩌? 니 방에 있는 책에 보니까 어쩜 내 마음을 그렇게 잘 표현한 말이 있던지...

         그 작가 내가 사랑한다. 생땍 쥐베리. 그러구보니 걔두 쥐네 그려. 허허.

영지 : (수건에 발 닦으며) 나 아르바이트 갈래.

달구 : 왜, 오늘은 쉬지.

영지 : 난 편하게 쉬고 있음 죄를 짓는 것 같아.

달구 : 쯔쯔.... 인생의 아마추어 같으니라구.

 

 

S#6. 거 리 / 밤

 

PDA를 들고 서 있는 영지. 펜으로 콕 찍고 통화버튼.

 

영지 : 네, 대리운전인데요. 청담사거리까지 5분내에 갈 수 있어요.

 

영지, 뛰기 시작한다. 화려한 샵들 사이로 열심히 뛰고 있는 영지. 전화벨이 울린다.

 

영지 : 네, 대리운전입니다. 지금 거의 다 왔는데요. . .네? (헉헉 땀 닦으며) 제가 10분 안에 간다고 했는데 ..... 네... (실망)

 

영지, PDA를 찍고 또 뛰기 시작한다. 술집 앞으로 가면 중년아줌마 술에 취해 뒷좌석에 누워있다.

 

영지 : 성실하게 모시겠습니다 대리운전입니다.

 

 

S#7. 도 로 / 낮

 

달리는 차안. 영지, 운전하고 있다.

 

영지 : 한도 아파트라고 하셨죠? 이제 5분 후면 도착합니다, 손님.

여자 : . . .언니야. 나 노래 하나 불러줘.

영지 : 저 노래 못하는데요.

여자 : 불러 봐. 팁 더 줄게.

영지 : . . . .(흠흠 목 가다듬고) 어머나 어머나 이러지 마세요. 여자의 마음은 갈대랍니다.

여자 : (또 머리통을 때리며) 야, 좀 제대로 불러. (계속 때리며)

 

영지, 차를 멈춘다.

 

영지 : 아줌마! 운전자 머리를 치면 어떡해요. 당신 죽고 싶어!

여자 : 이년이.... 너 꺼져!

영지 : 뭐 이런 여자가 다 있어? 집 근처에 다 오니까 괜히 트집 잡아서 돈 안주려는거 아냐. 당신 내려! 파출소 가! 당장 내려!

 

 

S#8. 거 리 / 밤

 

또 어디론가 뛰는 영지.

 

 

S#9. 아파트 단지 / 밤

 

차를 세우는 영지. 뒤에 탄 젊은 남녀 내리며.

 

여자 : 잠깐만요! 집에 들어가서 돈 좀 갖고 나올께요. 차에 계세요.

영지 : 네 다녀오세요.

 

젊은 남녀 단지쪽으로 사라진다. 영지, 의자에 기대 눈을 감는다. 잠깐 잠이 든다. 누군가 문 두드리는 소리.

 

영지 : (화들짝 깨어나)

 

경찰 차 와서 경광등 번쩍이며 서 있고 경찰관 두 명 영지에게 총을 겨누고 있다.

 

영지 : 어! 뭐야! 왜 이러세요?

경찰 : 내려요!

영지 : (손 들고 내린다) 저 보험료 내고 있어요. 아니 사실 이번 달 치는 밀렸는데요, 내일 다 낼꺼예요.

         대리운전이 불법은 아니쟎아요.

경찰 : 이 차 언제 훔쳤어?

영지 : 네???

경찰 : (무전기에) 도난차량의 운전자 지금 검거했습니다.

영지 : 이거 도난차량이었어요? 저는 몰라요. 진짜 몰라요.

경찰 : (영지 손에 수갑채운다) 일단 서로 갑시다.

 

경찰, 영지를 끌어다 경찰차에 태운다.

 

 

S#10. 경찰서 앞 / 밤

 

영지, 터덜터덜 걸어나온다. 기력이 다 빠진 듯 축 쳐진 어깨.

 

영지 : 난 정말 운이 좋아. 강도용의자가 훔친 차를 타고도 머리카락 하나 안 다쳤쟎아.

 

 

S#11. 황금상호저축은행 앞 / 새벽

 

멀리로 푸르스름하게 새벽이 밝아온다. 걸어오는 영지.

 

영지 : 나는 운이 좋아... 나는 잘될꺼야... 이렇게 하루하루 버티면서, 스스로를 속이면서 서른이 되고 마흔이 되고 늙어가겠지.

 

도경의 은행 앞에 멈추어 선다....

플래쉬 백, 1부 도경과 놀이공원 데이트.

 

영지 : 그 날은 견딜 수 있었는데.... 니가 내 옆에 있어서...

 

영지, 걸어가며 눈물 뚝... 영지 멀어지는 뒤로 동이 터온다.

 

 

S#12. 아미 진료실 / 낮

 

흰 가운 입고 앉아있는 아미, 짜증을 견디고 있는 표정이다.

선글래스를 벗지 않는 20대의 여자, 누가 들어올까 자꾸 문쪽을 살피며 불안한 표정으로 아미에게 이야기한다.

말이 빠르고 불안정하다.

 

여자1 : 병원 찾아오기전에 무척 망설였는데요.. 제가 원래 그렇게 막 사는 애는 아니었걸랑요...

아미 : 쌍꺼풀 수술이 잘못되셨군요.

여자1 : 아니요 그게 아니구... 저 그...수술을 좀 받아야 해서요.

아미 : . . .그 수술이라뇨?

여자1 : 선생님 저 살려주세요. 꼭 잡아야 할 남자가 나타났는데 그 남자가 그걸 중요하게 생각한대요.

           그런데 제가 작년까지 한 2년동안 동거를 한 적이 있거든요. 그걸 숨기고 싶어서.

아미 : 지금 그 수술 말씀하시는거예요? 소위 이쁜.....(이 수술?)

여자1 : (다급) 맞아요 네네네 그거요.

아미 : 그건 산부인과로 가셔야죠.

여자1 : 어머나! (후다닥 일어나 나가는데)

아미 : 그 남자 꼭 잡으세요!

 

눈이 쪽 찢어지고 못생긴 초등학교 3학년 가량의 여자아이, 앉아서 막대사탕 빨며 다리 건들건들... 산만하다.

옆에는 큰 눈의 화려하게 꾸민 아이 엄마, 아미와 상담중이다.

 

아미 : 고등학교라도 간 후에 시키시죠. 지금은 너무 어려요.

엄마 : 쌍꺼풀은 수술 축에도 안끼쟎아요, 요즘. 그냥 가볍게 한번만 찝어주세요. (애원) 네? 선생님.

아미 : (아이의 얼굴보며) 특별히 사고를 당한 것도 아니구... 특히 만 15세 이전에 수술을 하는 건 좋지 않아요.

         어느 정도 근육이나 뼈가 자란 후에....

엄마 : 나 좀 살려주세요 선생님.....

아미 : ??

엄마 : (아이 귀를 막고 소근소근) 얘 아빠가 지금 3년만에 귀국을 하는데 얠 보면 의심할지도 몰라요.

         우리는 둘 다 쌍꺼풀이 있거든요. 친자 확인이라도 들어가면 저는 끝장이예요.

아미 : . . . (아이를 보고 엄마를 보고) 그럼.....??

엄마 : 네, 남편 애가 아니예요.

아미 : (입이 떡 벌어지는) !!!

 

 

S#13. 이문 진료실 / 낮

 

게임하고 있는 아미. 방금 시술을 마친 듯 마스크를 벗으며 이문 들어온다.

 

아미 : 나 오늘 짜증나는 환자를 두명 봐서 지금 스트레스 좀 풀고 있어.

문 : 간호사한테 얘기 들었어. 되게 웃기더라.

아미 : 저렇게 속고 속이고 사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문 : 한 집 걸러 하나지.

아미 : 왜 그러구 사는건데?

 

간호사, 들어오며

 

간호 : 상담 환자분 계신데요.

아미 : 이번엔 또 뭘까.

문 : (큭큭 웃으며) 기대 된다.

 

 

S#14. 아미 진료실 / 낮

 

앉아있는 아미. 간호사가 문을 열어주면 영지가 들어온다.

아미, 영지를 한번 훑어본다. 초라한 옷차림에 낡고 커다란 가방을 메고 피곤한 얼굴로 와서 공손하게 꾸벅 인사하고 앉는다.

 

영지 : 안녕하세요.

아미 : (미소) 어떻게 오셨나요?

영지 : (한숨) . . . .

아미 : . . . . .

영지 : 성형수술을 하면 관상이 달라지고 운명도 바뀐다는 얘길 들었어요. 제가 어딜 좀 고치면 나아질까요, 선생님?

아미 : ....손댈 데 없으신데요.

영지 : 선생님, 저 수술비 있어요. 깎아달란 말도 안할테니까 알려주세요. 어딜 고쳐야 제 인생이 좀 나아질지.

         저도 좀 남들처럼 살아보고 싶어요.

아미 : 남들이 어떻게 사는데요?

영지 : 즐겁고 행복하게....

아미 : 남들도 다 즐겁고 행복하진 않아요.

영지 : 그래도 저보다는 낫겠죠.

아미 : (측은하다.... 미소로 따뜻하게) . . .사는게 힘들어요?

영지 : (아미의 다정한 한마디에 울컥 슬프다...눈물 핑글) . . . 네!

아미 : . . . . .

영지 : (손등으로 쓱 눈물 닦고) . . . .

아미 : 어디, 한번 봅시다. (영지 앞에 거울을 놓고 이리저리 보는)

영지 : (거울을 보며) 코를 높이면 어때요? 자신감 있어 보이지 않을까요?

아미 : 그럼 눈 사이가 좁아져서 균형이 안맞아요.

영지 : (쌍꺼풀 만들어보며) 그럼 눈을 할까요?

아미 : 지금 눈도 이쁘고 매력있어요.... 우리 이렇게 합시다!

영지 : ??

 

 

S#15. 아로마 스파

 

(특급호텔에 있는 스파 시설급. 피부과에 있다고 설정)

꽃잎이 가득한 욕조에 들어가 황홀한 표정을 짓고 있는 영지. 발로 물장구를 치고 욕조에 들어갔다 머리까지 들어갔다 나오고

꽃잎으로 연지 곤지를 찍고 장난치는 영지.... 기분 좋아 보인다.

 

아미(E) : 아로마 스파랑 피부관리를 받아보세요. 바이탈 이온자임이라고 해서 피부톤이 맑아지는 관리를 해드릴께요.

영지(E) : 그거 엄청 비싼거 아니예요?

아미(E) : VIP고객한테만 일회 무료로 나가는건데 제가 그냥 해드릴께요.

영지(E) : 아뇨 괜챦습니다. 죄송해서 싫어요.

아미(E) : 나도 싫어요. 그냥 못 보내요.

 

 

S#16. 피부과 관리실

 

엎드려 등에 까만색 핫 스톤을 올려놓은 영지. 아로마 오일 맛사지를 받으며 행복한 표정.

잠시 후 누워서 팩을 하고 잠들어 있는 영지. 피곤했던 듯 코를 크게 골며 자고 있다.

아미, 지나가다가 걸음 멈추고 본다.

 

아미 : (미소)

 

 

S#17. 거 리 / 낮

 

영지, 다 마르지 않은 머리 바람에 날리며 기분좋게 걷고 있다. 걷다가 멈춰선다.

영지, 지갑에서 커피점 쿠폰을 꺼낸다.

 

 

S#18. 정앤리 클리닉 / 낮

 

아이스 카페라떼를 6개들이 박스에 담아온 영지.

 

영지 : 감사해서 저도 뭔가 보답을 하고 싶었어요 선생님.

아미 : (일부러 더 반가운척) 어머나! 고마워요. 마침 커피 생각이 나던 참인데... 잘 마실께요....

영지 : 선생님 오늘 너무 감사했어요.

아미 : 서영지씨.

영지 : 네?

아미 : (귓가에 소근) 아무데서나 눈물 보이지 마요.

영지 : 저 원래 안 울어요. 딥다 씩씩한 앤데 아까 선생님 앞에선 왜 그랬는지 모르겠어요.

아미 : 커피 잘 마실께요.

영지 : 네, 오늘 감사했습니다.

 

영지, 고개 숙여 인사하다 보면 아미가 신은 구두 보인다. 그 명품 구두.

 

영지 : . . . . .

아미 : . . . . ??

영지 : 안녕히 계세요. (돌아서 나오고)

 

 

S#19. 황금 상호저축은행 / 낮

 

창구에 손님 한 사람이 서 있고 한가롭고 졸린 오후.

도경, 탁상거울을 보며 열심히 전표를 챙기고 컴퓨터를 두드린다.

부장, 발가락을 긁으려 고개를 숙이는데 책상아래의 모니터로 이상한 괴물체가 들어오는 게 보인다.

놀라 고개를 들어보면 스타워즈 다스베이더 투구를 쓰고 검은 망토를 입은 건장한 남자, 커다란 상자를 들고 창구로 들어온다.

부장, ‘가..강도다...’ 제대로 소리도 못내고 책상 밑의 비상벨을 누른다.

남자, 도경에게 다가온다.

 

도경 : 다. . .당신 누구야?

 

다스베이더, 상자로 손을 넣는다.

 

부장 : 다들 엎드려!

 

상자안의 CD포터블 플레이어 버튼을 누르면 신나는 생일축하 음악이 나온다. 다스베이더, 음악에 맞춰 춤을 추기 시작한다.

도경과 부장 다들 의아한 얼굴. 신나게 귀엽게 코믹하고 엽기스런 춤.. 춤이 끝나자 멋지게 한마디.

 

성월 : 해피버스데이투유, 최도경! (다스베이더 I'm your father버전 처럼) 아임 유어 브라더!!

도경 : ?? 성월이 형??

성월 : 생일 축하한다 자식아!

도경 : 나 생일 아닌데.

성월 : 뭔 소리야. 오늘 니 생일이쟎아.

도경 : 음력인데.

 

이때 경찰차 사이렌 소리 요란하고 경찰 우르르 달려들어 성월을 덮친다.

 

도경 : 형!!!!!!!!

 

 

S#20. 카 페 / 낮

 

투구 옆에 벗어놓고 더운 듯 물을 벌컥벌컥 마시는 성월.

도경, 명함과 광고 전단을 보고 있다. <사랑고백, 축하노래... 멋진 이벤트 와 함께 전달해 드립니다. 보름달 이벤트 대표 이성월>

 

성월 : 시작한지 한달도 안됐거든. 홍보도 제대로 못했는데 하루에 두껀씩은 꼭 있어. 얼마나 신나는지 몰라.

도경 : 은행에 이런 걸 쓰고 들어오면 어떡하냐?

성월 : 시행착오지 뭐. 너 어땠냐? 기분 좋았지?

도경 : 응, 나쁘진 않더라.

성월 : 것 봐! 난 드디어 찾았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직업을.

도경 : 한번 뛰는데 얼마씩 받냐?

성월 : 야, 돈이 문제가 아니라 맨날 기뻐하는 사람들만 보쟎아. 축하노래 불러주면서 꽃다발 케잌 전해주는데 누가 싫겠냐

         그 시간만큼은 자기가 왕인데.

도경 : 형, 오늘 잘왔어! 내가 안 그래도 형을 만날 일이 있었거든.

 

 

S#21. 새로 지은 빌딩 앞 / 낮

 

새로 지어 반짝거리는 10층 높이의 빌딩 올려다보는 도경과 성월.

 

도경 : 어때? 죽이지?

성월 : 새 건물 같은데.

도경 : 응, 감정가 55억. 담보대출로 30억은 땡길 수 있어.

성월 : 이걸 왜 나한테 보여주냐?

도경 : 형! 나.... 한탕하고 뜰꺼야.

성월 : ?!!!

 

 

S#22. 카 페 / 낮

 

성월에게 조심스레 이야기 건네는 도경.

 

도경 : 건물주가 12월까지 한국에 없어. 대출서류 꾸미고 가짜 건물주 하나 세워서 대출금만 챙기면돼. 그래서 해외투자형식으로

         갖고 나가는 거지. 도망갈 곳도 다 정해놨어. 코타니카발루.... 아, 코나키루발루던가? 코타.... (어리버리) . . .어쨌든.

성월 : (한심하다는 듯 보고)

도경 : 다음주쯤 비행기표도 살꺼야. 물론 홍콩이나 베트남이나 다른델 먼저 갔다가 내가 찜한데로 갈꺼야.

         그 정도의 머리는 나도 있지.

성월 : 나는 로또 50억 맞으면 다음달에 세계일주 떠날껀데.

도경 : 형, 나 농담 아냐. 만약 이 담보대출껀이 어려워지면 우리 은행 돈을 챙겨서 나갈꺼야. 그것도 다 계획짰어.

성월 : 애 많이 썼네.

도경 : 같이 하자 형.

성월 : (도경의 머리통을 갈긴다. 퍽!)

도경 : . . . .왜 때려, 으씨.

성월 : 정신차려, 자식아! 해외투자고 횡령이고 그렇게 간단한 줄 알어?

         도망갈 장소도 제대로 못 외우는 주제에 니 까짓게 무슨 횡령을 해.

도경 : 나, 아이큐 140이야. 몰라?

성월 : 옆에 앉은 전교 1등 애꺼 컨닝한거라며. 내 보기엔 너, 아이큐 두 자리도 안돼.

도경 : 형, 우리 딱 까놓고 생각해보자.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 한 우린 영원한 비주류야.

         부모한테 물려받은 돈 없고, 학벌도 후지쟎아.

성월 : 누가 너더러 공부 안하래?

도경 : 내 인생을 바꿀 길은 딱 두가지야. 30억 횡령, 아니면 돈많고 근사한 여자를 만나서 내가 남자 신데렐라가 되는 거!

성월 : 차라리 남자 신데렐라를 택해. 우리 동네 찜질방 여사장님 소개해 줄까? 돈도 많고, 또 젊은 남자를 그렇게 좋아한대.

도경 : (버럭) 형!

성월 : 미친 자식. 너, 한번만 더 그딴 소리해봐. 당장에 신고해버린다.

도경 : 나중에 후회나 하지말어. 난 이런데서 시시하게 썪을 쪼잔한 인종이 아니야. (벌떡 일어나 나간다)

 

 

S#23. 동네 거리 / 낮

 

화난 듯 걸어오는 도경.

 

도경 : 저래서 어디 큰일 하겠어? 평생 궁상맞게 살아봐라 그래.

 

지나가던 영지와 마주친다.

 

영지 : . . . . .

도경 : . . . . .

영지 : . . . .(가는데)

도경 : 영지씨!

영지 : . . . .(멈춰선다)

도경 : 잘 지내요?

영지 : . . . .....

도경 : 예금 들꺼죠?

영지 : (눈 안마주친 채) 옷 사입을꺼다.

도경 : . . . .상처가 컸구만...

영지 : . . . .(말없이 걸어간다)

도경 : . . . .(물끄러미 영지 바라보다 돌아서고)

 

 

S#24. 도경 원룸 / 밤

 

노트북 앞에서 사업계획서 쓰고 있는 도경.

‘배낭여행도 이젠 리조트에서! 저렴하게 머물고 갈 수 있는 쾌적한 숙소.

보르네오섬 코타키나발루에 한국형 원룸이 들어섭니다..... 위치/ 예상면적/ 주차시설...’ 등 대충 적어보는 도경.

 

도경 : 아... 가짜 사업계획서 만들기도 만만챦네.... (벌떡 일어나며) 아흐, 머리야.

 

냉장고로 가 캔맥주를 하나 따 마신다. 마시다 문득.

 

도경 : 가만.... 이게 성공해서 30억이 들어오면... 서영지를 내가 찰 이유가 없쟎아? 착하고 이쁜 앤데. . . .

         (하다가 갑자기 도리도리) 아냐, 아냐. 그 집 아버지랑 동생들은 어떡하구.... 안돼 안돼!. . . . (맥주 한번 쭉 마시고)

         불쌍한 서영지.... 누가 데려갈까....

 

 

S#25. 호텔 커피숍 / 밤

 

준우의 선 몽타쥬.

준우 무료한 표정으로 앉아있다. 앞엔 안경을 쓴 지적인 여자, 잘난 척 계속 떠들고 있다.

 

여자1 : 저는 스티븐 핑거의 말에 전적으로 동의해요. 인간본성에 대한 현대적 부정, 얼마나 재밌는지 아세요?

          그분이 2003년에 다시 하버드로 오셨는데 그때 저도 가서 수업을 들었거든요. 어쩜 저랑 그 렇게 생각이 똑같은지

          저도 퓰리처상에 도전해봐도 될 것 같아요.

준우 : 문여사님 소개로 나오신거 맞나요?

여자1 : 맞는데요.

준우 : 이상하다. 내가 분명히 이쁘고 가슴 큰 여자로 해달랬는데.... 잘난 척 하는 여자말구.

여자1 : (벌떡 일어선다)

 

준우, 팔짱 낀 채 눈감고 있다.

노출이 심한 옷을 입은 여자 살갑게 이야기한다. 준우를 잡고 싶어 안달.

 

여자2 : 아트센터요... 지나가다 봤어요. 너무 크고 좋구.... 그거 적어도 3백억은 들이셨을 것 같은데... 맞죠?

          오늘 그 아트센터 원장님인 오빠를 만난다고해서 너무 기뻤어요. 오빠 정말 반가워요. 저 구경가도 돼죠?

준우 : . . . . . .

여자2 : 아아아아이... 오빠. ..나 가도 돼죠?

준우 : 저기요.... 좀 헤프시죠?

여자2 : (발딱 일어난다)

 

준우, 고개 숙이고 있다. 교포로 보이는 여자, 영어로 신나게 이야기한다. 커다란 제스쳐 섞어 한참을 혼자 떠드는데.

 

준우 : (드르렁... 코고는 소리. 준우 고개 숙인 채 자고 있다)

여자3 : What the hell.... (물잔의 물을 끼얹는데)

준우 : (무릎에 있던 영자 신문으로 물을 탁 막는다)

 

 

S#26. 바 Bar / 밤

 

명품 브랜드 런칭쇼를 겸한 파티. 청담동, 잘나가는 패션피플과 셀러브리티들이 모인 자리다.

아미, 화려한 드레스를 입고 사람들과 인사하고 악수하고 약간 오바된 즐거운 표정.

 

아미 : 어머 안녕하셨어요? 오랜만이예요... 그동안 파리에 계셨다면서요... 저도 학회 때문에 11월에 가는데....

         좋은데 좀 추천해주세요.

 

한 여기자, 다가온다.

 

기자 : 정아미 원장님 안녕하세요?

아미 : 어? 한은주 기자님. 안녕하셨어요.

기자 : 다음호 우리책에 젊은 리더 15인이라는 기획기사를 준비중이거든요. 그때 좀 도와주시죠.

         열 다섯명 안에 정원장님도 드셨는데.

아미 : 그래요, 도와드릴께요.

기자 : 요즘도 밸리댄스 배우시죠? 이왕이면 가운입은 모습보단 춤추는 모습을 찍고 싶은데.

아미 : 안돼요. 나 아직 아마추언데.... (도망간다)

기자 : (따라가며) 해주세요.

 

아미, 사람들고 건배하고... 술 마신다. 오바해서 웃고 떠들 고. . . .

 

 

S#27. 거 리 / 밤

 

영지, PDA들고 서 있다.

 

영지 : 어? 잡았다!

 

 

S#28. 바 앞 / 밤

 

영지, 달려온다.

 

영지 : 대리운전인데요.

 

바 앞의 발레파킹맨, 아미의 차를 가리킨다.

 

영지 : 성실히 모시겠습니다. 대리운전입니다.

 

영지, 차에 타 백미러를 보면 뒷자리엔 눈 감고 있는 아미.

 

영지 : !!! (눈 휘둥그레져 돌아본다)

아미 : (눈 감은채) 청담동 트리 빌라요.

영지 : . . .네! (차 출발 시키고)

 

 

S#29. 도로 / 밤

 

달리는 차 안.

아미, 잠에 취해 몸이 점점 옆으로 눕는다.

 

아미 : . . . . .엄마. . . .

영지 : . . . .??

 

 

S#30. 주택앞 (회상)

 

70년대 후반이나 80년초 분위기의 고급주택.

눈이 쌓인 겨울, 색동저고리를 입은 어린 아미 엄마와 함께 서있다. 벨을 여러차례 누르지만 문은 열리지 않는다.

 

아미 : 문 좀 열어주세요.... 세배하러 왔어요 아빠.... 문 좀 열어주세요... 엄마랑 아미 추워요.... (엄마에게) 엄마 나 발시려.

 

잠시 대문에서 물러나 집 안쪽을 보고 있는데 옥상(또는 장독대)에서 물벼락이 쏟아진다. 쫄딱 젖은 아미와 엄마.

대문 안에서는 까르륵 하는 여자 아이들의 못된 웃음소리.

눈보라 같은 바람은 무섭게 불고.... 아미, 사색이 돼 바들바들 떤다.

 

 

S#31. 도로 / 밤 달리는 차안.

 

아미, 옆으로 누워 잠꼬대하듯 중얼거린다.

 

아미 : 추워 엄마.... 문 열어달라 그래...

영지 : . . . . .

아미 : 언니들이 물 뿌려 나한테.... 엄마 나 추워....

 

영지, 백미러로 아미를 본다. 측은해 보인다.

 

영지 : (작은 소리로) 선생님같은 분은 뭐가 힘드세요?

 

 

S#32. 고급 빌라 앞 / 밤

 

차 와서 조심스레 선다.

 

영지 : 도착했습니다. 청담동 트리 빌라입니다.

아미 : (곯아 떨어져 있다)

영지 : 선생님!

 

 

S#33. 아미네 빌라 / 밤

 

어두운 거실. 경비 아저씨가 아미를 엎고 옆에선 영지 아미의 구두와 백을 들고 들어온다. 소파에 내려놓는다.

 

영지 : 감사합니다 아저씨.

경비 : 하루 이틀도 아니고... 왜 그렇게 술을 많이 마시게 했어?

영지 : 네? 네. . .죄송합니다.

 

경비 아저씨 나가고, 영지 둘러본다. 거실 내부. 넓고 화려하다.

영지 눈이 휘둥그레진다. 밤마다 꿈에 나오는 그런 빌라다. 고급스런 가구와 소품들, 꽃들.....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구경한다.

 

영지 : 우와. . . .이런 집이 실제로 있었네. . . .

 

영지, 소파로 다가온다. 아미, 엎어진 채 잠들어 있다. 슬픈 꿈을 꾸는지 흐느끼는 것 같다.

 

아미 : 엄마. . .걱정마.... 약한 척 하면 나는 죽쟎아. 걱정마, 엄마...

영지 : . . . . .

 

시간 경과.... 창가로 아침이 밝아온다. 소파에 이불을 덮고 베개를 베고 누워있는 아미. 머리가 아픈 듯 찡그리며 눈을 뜬다.

일어 나 앉는다. 이불과 베개를 보고 의아한 표정. 일어나 냉장고로 간다. 생수병을 꺼내다가 문에 붙은 쪽지를 본다.

<죄송해요. 허락도 없이 냉장고 뒤졌어요. 해장하고 출근하세요. 참! 대리운전비 안주셨어요..... 서영지 010-789-3247>

식탁을 본다. 식탁엔 정갈한 아침상이 차려져 있다.

 

아미 : (고개 갸우뚱).. . .

 

 

S#34. 바 앞 /밤 (회상)

 

술 취한 채 눈감고 있는 아미. 누군가 운전석에 타며 인사하는 모습 가물가물....

 

 

S#35. 아미네 빌라 / 밤

 

아미, 도리도리....

 

아미 : . . .기억이 안나....

 

소파로 가 백을 연다. 화장품 립스틱 지갑 그대로. 지갑을 연다. 카드도 그대로.

 

아미 : 어제 현금은 17만 2천원이 있었는데.....

 

아미, 지갑 열어 돈을 센다. 십만원짜리 수표 한 장, 만원짜리 일 곱장과 천원짜리 두 장.

 

아미 : . . . .

 

아미, 식탁으로 가 꿀물을 마신다. 스푼을 들어 콩나물 국을 떠 먹어본다. 시원한 듯 자꾸 자꾸 먹는다.

두껑 덮인 그릇을 하나 여는데 초콜렛과 함께 메모가 또 나온다.

<선생님은 화려한 모습이 어울려요. 아무데서나 눈물 보이지 마세요>

 

아미 : . . . . . .

 

 

S#36. 아미 진료실

 

아미, 영지의 쪽지를 만지작 거리다가 버튼을 누른다.

 

아미 : 혹시. . . 어제 대리운전 해주셨던 분인가요? 오늘 시간되시면 제가 저녁을 사고 싶은데요.

 

 

S#37. 호텔 일식당 / 밤

 

아미, 앉아있다. 잠시 후 웨이츄레스, 영지를 안내해온다.

 

아미 : . . . . (놀라) ??

영지 : 안녕하세요.

아미 : 댁이 그럼....

영지 : 네, 어젯밤에 선생님 모셔다 드렸어요.

아미 : . . . . .

 

커다란 접시에 예쁘게 담기 회. 근사한 식사, 영지 신나게 먹는다.

 

아미 : 그럼 대리운전이 아르바이트였어요?

영지 : 네. 꿈은 동화작가구요.

아미 : 아. . (고개 끄덕끄덕).... .

영지 : 낮엔 백화점 주차안내원으로 1년반정도 일했는데요 지난주에 짤렸어요.

아미 : 이제 그럼 어떡해요?

영지 : (씩씩) 다른 걸 찾아봐야죠.

아미 : . . . .

영지 : 이거 맛있어요, 이거 드셔보세요.

아미 : 네, 많이 드세요. 영지씨.

영지 : 선생님은 맨날 이렇게 좋은데서 드시나부다. 전 오늘이 처음인데.

아미 : 오늘 아침 정말 맛있게 먹었어요. 꼭 옛날에 엄마가 해준 밥 같았어.

영지 : (좋아서) 정말요?

아미 : 어머니가 요리를 잘하시나봐요.

영지 : 그러셨죠.

아미 : . . .돌아가셨나요?

영지 : 저 어릴 때, 아버지가 시장에서 건어물 가게를 하셨는데요. 친한 친구한테 사기를 당해서 가게를 홀랑날리고

         빚을 엄청 지게 됐어요. 고지식하고 착해빠진 사람이라 그 충격이 컸나봐요. 맨날 술만 드시기 시작했구

         엄마가 돈벌어 오겠다고 집을 나가셨어요. 그리고 지금까지 연락이 없어요.

아미 : 괜한걸 물어봤네요.

영지 : 전 엄마가 살아계실꺼라고 믿어요. 어디선가 저를 찾고 계실 꺼 같아요.

아미 : 꼭 만났음 좋겠네요.

영지 : 선생님은 부모님이랑 같이 안 사시는 것 같던데....

아미 : 내가 어제 뭐라고 헛소리 안하던가요?

영지 : . . . .잘 못들었는데요. 운전하는데만 신경쓰느라고....

 

 

S#38. 영지네 동네 / 밤

 

운전하는 아미. 조수석엔 영지.

 

영지 : 여기서 내릴께요. 저희 동네 후져서 차 돌리기 불편하실꺼예요.

아미 : 내 성의니까 무시하지 말아요.

영지 : 괜챦은데 정말....

아미 : 쪽팔려하지 마요. 영지씨는 내 더 심한 꼴도 봤쟎아요.

 

사람들 또 모여있고 이번엔 ‘맛 없으면 돈 안받습니다’ 라 써붙여 놓은 고깃집 앞에서 싸움판.

술이 많이 취한 달구와 주인으로 보이는 남자 싸우고 있다.

 

영지 : 차 좀 세워주세요.

 

아미, 차를 세우면 영지, 달구에게 달려간다.

 

영지 : 아버지! 무슨 일이예요?

주인 : 응, 따님이신가? 잘 왔네. 어서 돈 내고 가요.

아미 : . . . .(차에서 내려 뭔가 싶은). . . .

주인 : 이 분이 막창 3인분을 혼자 드시고 돈을 안내고 가시쟎아.

영지 : 아버지 돈 없어? 용돈 다 떨어졌어?

달구 : 이 사람 보게. 아니 맛 없으면 돈 안받습니다. 이렇게 대문짝 만하게 써붙여놓고 왜 한입으로 두 소리야.

         맛 없어서 돈을 못내겠다는데.

주인 : 맛이 없으면 1인분 먹다 관뒀어야지 어떻게 3인분까지 드시고 맛없단 소리를 해.

달구 : 새로 시키면 맛있어질라나 궁금해서 그랬지. 손님을 이렇게 실망시켜도 되는거야? (영지에게) 가자.

주인 : 가긴 어딜가요. 돈 내고 가!

아미 : 얼맙니까?

영지.달구.주인 : ...... (아미를 보면)

아미 : 이 어르신께서 드신게 다 해서 얼마냐구요. 막창 3인분에다 식사로 찌개에, 소주 두어병까지 드셨다쳐도

         (10만원 짜리 수표주며) 이거면 충분하죠?

주인 : (수표를 채고)

달구 : 누구냐, 이 이쁜이는.... 니 친구냐?

아미 : 아버님, 일단 차에 타시죠.

 

 

S#39. 영지네 집 / 밤

 

달구, 마당 평상에 앉아 기분좋은 듯 노래한다. 옆엔 영구와 영민, 대야에 물떠놓고 손 씻거나 이 닦고 있다.

 

달구 : 청춘은 봄이요... 봄은 꽃나라....

영구 : 아버지 좀 조용해요. 손님계시쟎아.

달구 : 기분 좋은데 어떻게 노래를 안해. 내 딸 영지한테 저렇게 좋은 친구가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네. 청춘은 봄이요. . .

영민 : 아으 챙피해! 아으 짜증나.

 

 

S#40. 영지 방 / 밤

 

아미, 앉아있다. 방을 둘러본다. 밖에선 노래하는 달구와 잔소리하는 영구 영민의 소리가 나더니 이내 그친다.

영지, 머그잔 두 개 들고 방으로 들어온다.

 

영지 : 죄송해요. 저희 집엔 인스턴트 커피밖에 없어요.

아미 : 괜챦아요.

영지 : 방도 지저분하고. . . . (책들 대충 정리하고)

아미 : 나도 어릴 땐 벽에다 사진 같은거 많이 붙여 놨었는데....

영지 : . . . . .

아미 : . . . .커피 맛있네요. 영지씨한테 벌써 두 번이나 얻어먹네요, 그것도 맛있는 커피로만.

영지 : . . . . . . .

아미 : . . . . . .

영지 : 선생님, 저 지금 태연한 척 하고는 있지만 얼마나 민망하고 기분 이상한지 아세요?

아미 : 알아요.

영지 : 왜 굳이 우리집까지 데려다 주겠다고 하신거예요? 애인도 아니면서. . . . .

         혹시 여자를 더 좋아하거나 그런 취향은 아니시죠?

아미 : 절대 아니죠. 영지씨가 그런가요?

영지 : 저도 아닙니다. 전 얼마전에 짝사랑하던 남자한테 차였어요.

아미 : 얼마전에 내 첫사랑은 결혼을 했는데.

영지 : 내가 얼마나 불쌍하게 사나 보고 싶으셨죠?

아미 : 사람 마음을 잘 뚫어보네요. 좋은 작가가 될 수 있겠다.

영지 : 보시니까 좋아요?

아미 : 좋아요.

영지 : . . . . . .

아미 : 영지씨..... 우리 이럼 어때요?

 

 

S#41. 아미네 빌라 / 낮

 

영지, 거실의 블라인드를 걷는다. 영지, 춤추듯 청소기를 돌리며 돌아다닌다. 책과 잡지를 정리하고 침대 시트도 갈고.

 

아미(E) : 대리운전 아르바이트는 그만하고 우리집에 와서 나 좀 도와줘요. 파출부라곤 생각하지 말았으면 좋겠는데.

              그냥 살림못하는 친척언니를 좀 도와준다고 하면 어떻겠어요?

 

아미의 옷방, 열어본다. 사방에 가득한 옷과 백과 구두들.....

 

아미(E) : 난 우울할 때마다 쇼핑을 해요. 사놓고 한번도 안 입은 옷, 엄청 많아요. 맘에 드는 건 갖다 입어도 좋구.

 

영지, 눈이 휘둥그레져서 옷구경한다. 거울 앞에서 대본다. 그러나 잘 개서 다시 제자리에 놓고.

먼지닦고. 꼼꼼한 걸레질 성실하게 일한다. 꽃병에 물도 갈고, 냉장고도 정리한다.

기한 지난 우유 식빵 다 꺼내고 새로 장본 야채와 식빵 과일을 채워넣는다.

 

아미(E) : 또 멋진 남자를 만났는데 사는 동네가 쪽팔릴 땐 여기산다고 뻥을 쳐도 좋아요.

              그리구 방 하나 남은 건 영지씨 작업실로 쓰세요.

 

영지, 방문을 연다. 빈 책상과 책장 하나 있는 아담한 방. 책상을 걸레로 닦으며 미소.

 

 

S#42. 준우네 거실 / 낮

 

차 마시는 준우부,모, 준미, 문여사.

 

준우모 : 다들 30퍼센트 부족한 여자들만 나왔다던데요.

문여사 : 그런 말씀마세요. 어디 내놔도 안빠지는 규수들만 보여드렸는데.

준미 : 일단은 이뻐야돼요. 남자들은 그게 젤 중요하거든요.

준우부 : 김총장 자제분도 소개하신다더니.

문여사 : 소개했죠. 선보는 자리에서 졸았다는데요.

준미 : (깔깔) 덜 이뻤나보죠.

준우부 : 돼먹지 않은 놈!

문여사 : 제가 더 신경 써보겠습니다.

 

 

S#43. 아미 진료실 / 낮

 

마담뚜 문여사와 마주 앉아있는 아미.

 

문여사 : 철학과 교수하고 인문대 학장까지 지낸 김중훈 교수 있쟎아. 그 분 아들이야. 아주 잘생기고 멋있더라.

아미 : 저 선 안봐요 이제.

문여사 : 왜?

아미 : 글쎄 안봐요.

문여사 : 이 사람은 개천의 용이 아니예요. 제대로 잘자란 좋은 집안의 남자야.

아미 : 그래도 싫은데요.

문여사 : 그럼 나가서 딱 한시간만 때우고 와줘요. 응? 내 체면도 좀 생각 해주라.

아미 : . . . . .

 

 

S#44. 아미네 빌라 / 밤

 

나물과 전 ..... 식탁엔 진수성찬. 영지, 찌개 냄비를 들고온다.

 

아미 : 뭘 이렇게 많이 차렸어요?

영지 : 집 밥은 오랫동안 못 드셔보셨을 것 같아서요.

아미 : 솜씨가 좋으네요.

영지 : 밖에서 드시는 횟수를 좀 줄이세요. 사먹는 음식은 아무래도 조미료가 들어가쟎아요.

아미 : 부탁이 하나 있어요, 영지씨.

영지 : 뭔데요, 말씀 하세요.

아미 : 금요일날, 시간 괜챦아요?

영지 : 네. 별일 없는데요.

아미 : 그날 딱 한시간만 정아미를 해주세요.

영지 : ......???

 

 

S#45. 아미의 옷방 / 밤

 

연예인처럼 큰 옷방. 사방에 진열장, 옷과 구두로 가득차 있다. 이 옷, 저 옷 골라 내놓는 아미.

 

아미 : 이건 어때요? 대충 맞겠지? 아, 이것도 이쁘다...

영지 : 저 자신없는데요....

아미 : 구두는 이거 신을래요?

영지 : . . . . 선생니임.....

아미 : 그냥 멍하니 한시간만 앉아있다와요.

영지 : 괜히 나가서 제가 실수하고 망신만 당하게 하면....

아미 : 그러세요.

영지 : 네?

아미 : 가서 정이 뚝 떨어지게 확 깨버리게 만들고 오면 돼요. 이런건 어때요? (야한 원피스를 보여주면)

영지 : (도리도리) . . . 그냥 제 옷 입고 나갈께요.

 

 

S#46. 호텔 커피숍 / 밤

 

영지, 앉아있다. 연신 물잔의 물을 마셔댄다. 긴장한 모습.

 

영지 : 얼마나 추물이길래 날 대신 내보낸거야..... 아... 끝까지 안한다고 할걸.... (시계본다) 왜 이렇게 늦지?

         오늘 안나오는거 아냐? 안 나왔음 좋겠다.

 

영지, 핸드폰으로 게임을 하기 시작한다. 열심히 빠져드는데

준우, 들어온다. 이리저리 둘러보다 영지에게로 다가온다.

 

준우 : 정아미씨 되십니까?

영지 : (게임에 빠져) 아닌데요.

준우 : . . . . . 실례했습니. . .

영지 : (정신 퍼뜩들어) 아뇨! 저 맞는데요. 정아미 맞아요. 제가 깜빡 했어요.

준우 : . . . . . ??

영지 : 죄송합니다. 앉으세요.

준우 : 처음 뵙겠습니다 김준우입니다.

영지 : 네, 반갑습니다.

준우 : 자기 이름을 깜빡하는 경우도 있나봐요?

영지 : 네? 죄송합니다. 잠깐 다른 생각을 좀 하느라고.... (생글 웃는)

준우 : . . .(호감의 눈빛) 죄송해요. 제가 많이 늦었습니다.

영지 : . . . . .(와 이 사람 멋지다.... 싶은). . . .

 

 

S#47. 밸리댄스홀 / 밤

 

화려한 터번과 밸리댄스용 의상을 입고 레슨중인 여자들. 음악에 맞춰 강사의 지도와 함께 춤춘다.

아미도 끼어있다. 엉덩이를 굴리고 허리를 흔들고.... 누구라도 녹일 수 있을 것처럼 섹시한 모습으로.

쉬는 시간. 물 마시며 땀 닦는 아미. 여자 하나 달려온다.

 

여자1 : 언니! 우리 발표회 할만한 홀을 몇 개 알아봤거든요.

아미 : 벌써?

여자2 : 네, 세군데를 봤는데요. 준 아트센터라고 새로 오픈하는데가 있는데 거기가 젤 나은 것 같아요. 언제 한번 봐주실래요?

아미 : 그러지뭐. 다음주쯤 시간 내볼게.

여자1 : 그리고 중요한건 거기 원장이 무지 멋지단거예요.

여자2 : 섹시하고 귀여워요.

아미 : (웃으며) 그래?

 

 

S#48. 호텔 커피숍 / 밤

 

차 마시는 준우와 영지. 영지, 긴장된다. 준우, 영지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준우 : 의사 안 같으세요.

영지 : (차 마시다 놀라고 찔려 캑!) . . . .저 의사 맞아요.

준우 : 누가 아니래요? 그냥 보기에 의사 안 같으시다구요.

영지 : . . . . .

준우 : 왜 의대를 가셨어요?

영지 : . . . 그냥... 재밌을 것 같아서요.

준우 : 재밌던가요?

영지 : . . . 네...뭐. . . .

준우 : 나도 의대 다녔었어요.

영지 : 정말요?

준우 : 본과 1학년 해부학 실습 첫시간에 기절했어요. 적성이 아니더라구요.

영지 : 적성도 아닌데 왜 가셨어요?

준우 : 아버지가 가래서요.

영지 : 자기 인생을 결정하는건데 아버지 말을 들어요?

준우 : 스무살 이전엔 잠시 멍청했죠.

영지 : . . . .안 멍청하게 생기셨는데. . .

준우 : 성형외과 의사시면 아무래도 사람을 볼 때 좀 달리 보이겠네요. 저 사람은 눈이 짝짝이야. 코가 많이 낮네....

영지 : 뭐. . . 꼭 그렇지만은 않아요.

준우 : 전 어딜 어떻게 고쳤음 좋겠어요?

영지 : 어휴 왕자님처럼 생기셨는데 고치긴 어딜고쳐요... 고칠 데 없어요.

준우 : 에이. . .왜 이러세요.

영지 : 아뇨 정말 잘생기셨어요. 전 아까 영화배우가 들어오는줄 알았어요.

준우 : 보통 선보러 나와서 그런 말 안하는데... 선 처음 보세요?

영지 : . .네? 아니, 뭐. . . (뭔가 실수 한 것 같은.... 물을 꿀떡 마신다)

준우 : . . . .(순진하네.... 싶은 표정으로 웃으며 보는)

아미(E) : 가서 정이 뚝 떨어지게 확 깨버리게 만들고 오면 돼요.

영지 : . . . . .

준우 : 전 사춘기때 코가 좀 낮아서 고민이었거든요.

영지 : 아.... 그러네요... 자세히 보니 팍 주저앉았네요.

준우 : .....

영지 : 그리고 약간 들창 아니세요?

준우 : 들창이라뇨?

영지 : 들창코요. 의학 전문용어로 들창이라고 하죠.

준우 : . . 네에. . . (뭔가 이상한)

영지 : 눈도 좀 이상하고 입도 삐뚤어지신 것 같고....

준우 : 그런 말 처음 들어보는데...

영지 : 상처받을까봐 얘기 못한거겠죠. 저도 말 안할까하다가 자꾸 물으시길래 대답하는거예요.

준우 : 정아미씨는 그거 본인이 직접 하신거 아니죠?

영지 : 뭘요?

준우 : 가슴 수술이요. 아주 훌륭합니다.

영지 : 자연산인데요.

준우 : 그럼 뽕?

영지 : 아하하하.... 잘도 아시네.

영지(E) : 아미 선생님..... 이 사람 강적 같아요. 나 무서워. . . .

준우 : 배 안고파요? 저녁 먹으러 갑시다.

영지 : . . .선 보러 나와선 그냥 차만 마시는 거라던데.

준우 : 맘에 안드는 경우에 그렇구요.

영지 : . . .

준우 : 가요, 밥 먹으러. 여기 이태리 식당이 아주 잘해요.

아미(E) : 확 깨버리게 만들고 와요.

영지 : . . . . .

준우 : 밥 먹으러 가자는데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요?

영지 : 그러지말고 우리 소주나 한잔 할래요?

준우 : . . . . .

 

 

S#49. 이태리 레스토랑 / 밤

 

스테이크를 썰고 있는 영지. 웨이터 하나, 소주를 들고 온다.

 

웨이터 : 부탁하신. . . .

준우 : 감사합니다.

영지 : . . . .

준우 : 자, 그럼 우리 두 사람 다 만족스러운거죠? 이태리 식당에도 오고 소주도 마시고.

영지 : .........(강적이다 싶은)...

준우 : 자, 받으세요.

 

와인 잔에 소주를 한가득 따라주는 준우.

 

영지(E) : 정말 깬다.

준우 : 전 운전 때문에 마시진 못하고.... 잔만 받을께요.

영지(E) : (역시 한 가득 따라주며) 이 사람이야말로 일부러 이러는 거 아닐까?

             확 깨게하고 와요... 지령을 받지 않고서야 어떻게 이럴 수 있나. 이 사람도 누구대신 나온거 아냐.

준우 : 자, 건배!

영지 : (부딪히며) 본명이 김준우 맞으세요?

준우 : 그럼 김삼순이겠습니까?

영지 : . . . .

준우 : 왜요?

영지 : 그냥..... 이름 멋있어어요.

준우 : 아미씨도 멋있습니다. 드시죠.

 

준우, 스테이크를 써는 폼이 근사하다. 영지의 시선을 느끼고 바라본다. 눈 마주치자 미소.

영지, 심장이 뜨끈한데.

 

아미(E) : 확 깨버리게 만들고 와요.

영지 : . . . . . (갑자기 포크 나이프를 탁 내려놓는다)

준우 : 왜 그래요?

영지 : 맛있는 스테이크를 먹으니까 옛날 남자친구가 생각나서요. 소고기를 정말 좋아했거든요.

         나 때문에 삼겹살만 먹다가 체 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어요. 그렇게 좋은 사람이었는데.

준우 : . . . . 그런데요?

영지 : 갑자기 삼겹살이 먹고 싶어요. 삼겹살 먹으러 가요 우리.

준우 : 말이 좀 안되는거 아시죠?

영지 : 삼겹살 못 먹으면 미쳐버릴 것 같아요.

준우 : 그거 원샷하고 가요, 그럼.

영지 : . . . . (잔 가득한 소주를 바라본다...)

준우 : 대한민국에서 삼겹살 젤 맛있는델 아니까 가자구요. 단, 그걸 다 마셔야 갈꺼예요.

영지 : (잔을 든다. 숨을 훕 들여마시고 꿀꺽꿀꺽... 다 비운다)

 

 

S#50. 아트센터 1층 전시실 / 밤

 

마무리 공사중인 인부들, 한 켠에 판을 벌이고 부루스타에 삼겹살 구워먹고 있다.

준우,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영지를 데리고 들어온다. 영지, 좀 취해 어리버리하다.

 

준우 : 소장님!

인부 : 이 시간에 웬일이야?

준우 : 이 아릿다운 여자분이 삼겹살을 찾으시길래 모시고 왔습니다. 아미씨, 삼겹살은 여기서 먹는게 진짜예요.

         저희가 좀 껴도 돼죠?

인부 : 그럼 그럼... 앉아요.

준우 : 야... 오늘 삼겹살 때깔 좋네. 목살도 있네요. 와... 맛나겠다. (김치 하나 들어 쭉 찢으며) 김치도 구워야죠.

영지(E) : 아미 선생님.... 나 오늘 잘못 나온 것 같아요. .. 내가 상대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예요.

준우 : (영지에게 소개하는) 우리 공사 총 감독님, 지금 마무리 작업중이예요.

영지 : . . . . .(인사 꾸벅) 안녕하세요. 삼겹살을 좋아하는 정아미라고 합니다.

준우 : 드시고 계세요, 전 잠깐 사무실에서 일 좀 정리하고 올께요.

소장 : 자, 한잔 받으세요. (영지에게 잔을 내민다)

 

 

S#51. 준우 사무실 / 밤

 

준우, 겉옷 벗어 걸어놓는데 전화벨 울린다.

 

준우 : 어, 누나!

 

 

S#52. 바bar / 밤

 

바에 앉아 혼자 술마시는 준미. 통화중이다.

 

준미 : 야, 나 지금 술 마시는데 너도 와라.

준우 : 지금 안돼. 선 본 사람이랑 같이 있어.

준미 : 이 시간까지?

준우 : 응, 나 일하는데로 같이 왔어.

준미(F) : 맘에 드나보네?

준우 : 그 여자는 나 맘에 안드나봐. 튕기더라.

준미 : 웃긴 애다. 너한테 튕겨? 나 보러갈래, 그 여자.

준우 : 됐어. 나중에 봐.

준미 : 나중에?

준우 : 응... 나 지금 일 좀 해야하거든. 나중에 전화할게.

준미 : (전화 끓고) 맘에 든단 소린데. . .이뻤나? 나만큼?

 

 

S#53. 준우 사무실 / 밤

 

준우, 외국의 미술관에서 온 이메일 체크하고 있다.

 

준우 : (전화에) 샌프란시스코 모마(MOMA;museum of modern art)에서 지난 시즌에 했던 기획전이요.

         그때 참가했던 사진작가들 명단을 좀 받을 수 있을까요? 픽춰링 모더니티(Picturing Modernity)섹션에 참가했던 분들루요.

 

밖에서 박수소리 웃음소리 크게 들려온다.

 

준우 : ??

 

 

S#54. 아트센터 일각 / 밤

 

영지, 일어나서 노래하고 있다.

 

영지 : 청춘은 봄이요.... 봄은 꿈나라.... 언제나 즐거운 노래를 부릅시다. 진달래가 방긋 웃는 봄봄 .....

         청춘은 싱글벙글 노래하는 봄봄 봄봄..

 

인부아저씨들, 흥에 겨워 같이 일어나서 춤추고. 영지, 목에 핏줄이 서게 열창한다.

준우, 멀리서 바라본다. 특이하네... 싶은 눈빛... 보다가 픽 웃음난다. 다시 사무실로 들어가고.

 

 

S#55. 아미 침실 / 밤

 

아미, 책보고 있다. 핸드폰이 울린다. 발신자보면 ‘뚜’ 라 뜬다.

 

아미 : 네.

문(F) : 오늘 어땠어요? 김교수 아들.

아미 : 별로였어요.

문(F) : 아니 그 정도도 별로란말야?

아미 : 제가 다신 선 안본댔쟎아요. 안녕히 계세요. (전화끓으며) . . .서영지는 잘하고 갔겠지?

 

 

S#56. 준우 사무실 / 밤

 

준우, 샌프란 모마사이트와 www.sfmoma. org다른 해외미술관 사이트를 펼쳐놓고 있다.

 

준우 : 전시일정이 겹치네. . . .안되겠는데....

 

준우, 달력보고 체크하고.... 정신없이 일하다 문득!! 시계를 본다.

 

 

S#57. 아트센터 / 밤

 

준우, 내려온다. 술판은 끝난 분위기. 소장 혼자 주섬주섬 정리하고 있다.

 

준우 : . . . 가셨어요?

인부 : (어딘가를 가리킨다)

 

영지와 다른 인부들 너댓명, 천원짜리 백원짜리 앞에 놓고 둘러 앉아 고스톱 치고 있다.

 

영지 : 아싸! 잘 돌아간다.

준우 : (다가간다) 아미씨!

영지 : 아, 예. (벌떡 일어나며) 저 이제 가봐야겠어요.

인부들 : 따기만하고 가는게 어딨어.

영지 : 개평 드리쟎아요. (돈 나눠준다)

준우 : 왜 벌써 가요, 더 치다 가시지.

영지 : 가봐야돼요. 저희 집안이 엄격하거든요.

 

 

S#58. 아트센터 앞 / 밤

 

차 앞에서 실랑이중인 준우와 영지.

 

준우 : 술냄새 풍기면서 뭘 혼자가겠다는거예요. 위험하게.

영지 : 고스톱치면서 술 다 깼어요. 괜챦아요. 혼자 갈래요.

준우 : 그럼 가요. 택시 잡아 드릴께요.

영지 : 괜챦은데....

준우 : 오세요. (영지의 팔을 끌고 가고)

 

 

S#59. 거 리 / 밤

 

택시 잡기 위해 서있는 두 사람. 준우, 모범 택시를 잡는다.

 

영지 : (모범) ??!! (인상 구겨지는)

준우 : 아미씨 그럼 잘가요!

영지 : 네, 들어가세요!

 

차에 타는 영지. 출발한다. 준우, 멀어지는 차를 향해 손을 흔들고.

영지, 뒤돌아보면 멀어질 때까지 계속 손을 흔들고 있다.

 

영지 : . . . . . .

 

달리는 택시 안. 영지, 미터기를 본다. 기본요금 4천원.

 

영지 : 헉! 아저씨, 저 그냥 가까운 버스정류장에 내려주세요.

 

택시 선다. 영지, 내리며 투덜투덜.

 

영지 : 아까워라 4천원만 날렸네... 당신같은 왕자가 내 사정을 어찌 아시겄어요 . . .

 

영지, 걷기 시작한다.

 

영지 : . . . .못 생기고 재수 없었음 좋았을걸....

 

터벅터벅 걸어가다 버스가 오자 열심히 달려간다.

 

 

S#60. 영지 방 / 밤

 

세수를 한 듯 수건으로 얼굴 닦으며 방으로 들어서는데 전화벨이 울린다.

 

영지 : 여보세요?

 

 

S#61. 준우 방 / 밤

 

준우, 리모콘으로 오디오 볼륨을 높인다. 잔잔한 클래식 흐르고.

 

준우 : 잘 들어가셨어요?

영지 : . . . . 네?

준우 : 그렇게 사람 성의 무시하고 가버리면 기분 좋아요?

영지 : . . . .

준우 : 잘 자요. 오늘 반가웠어요.

 

 

S#62. 영지 방 / 밤

 

전화들고 가만히 서있는 영지.

 

영지 : . . . (전화기 든채). . .웬지 불길하다. . . .

 

 

S#63. 영지네 외경 / 밤

 

비가 부슬부슬 내린다.

 

 

S#64. 영지 방 / 밤

 

스탠드만 켜놓고 낡은 노트북 앞에서 글쓰는 영지. 천장에서 물 뚝뚝 떨어진다.

 

영지(E) : 지금껏 살면서 내가 얻은 지혜는.. 가질수 없는건 원하지 않아야 살기 편해진다는거죠. 그게 얼마나 고통스러운 일인지

              잘 알거든요. (멍하니 손놓고) 집나간 엄마가 돌아오길 원했고, 이 집에서 벗어날 수 있기를 원했고,

              내가 쓴 동화가 당선되길 바랬고.... (놀이공원 머리띠 보며) 내 짝사랑이 이뤄지길 바랬죠. 하지만 그 어떤 것도

              내게 주어지지 않았고 오늘도 난 비 새는 방에서 잠을 잡니다. 간절한 소망이라고 다 이뤄지는건 아니었어요.

영지 : (굳은 결심의) 가질 수 없는 건 원하지 않겠어!

 

 

S#65. 아미네 식탁 / 아침

 

출근준비를 마친 아미, 앞치마 두른 영지와 함께 식탁에 앉아있다.

은쟁반과 하얀 접시에 놓인 샐러드와 샌드위치에 커피마시고 있다. 식탁 한쪽엔 예쁜 도시락.

 

영지 : 어제 나가셔야 할 껄 그랬어요. 그 사람 너무 멋져요.

아미 : 어떻게 멋진데요?

영지 : 매너있구 젠틀하구...

아미 : 그런 타입 딱 질색이야. 아저씨같은 사람.

영지 : 안 그래요. 영화배우같아요. 또 얼마나 재밌다구요. 정말 멋진데 그 사람....

아미 : . . . .반했나?

영지 : 아 아뇨....

아미 : 도시락 고마워요.

영지 : 오늘 계속 수술 있으시쟎아요. 찰밥드시고 힘내서 하시라구요.

(E) : 핸드폰 벨

영지 : (의아) 아침부터 누구지? (가방뒤져 핸드폰 본다. 발신번호 보고 갸우뚱) 여보세요?

 

 

S#66. 준우 사무실 / 낮

 

전화하는 준우.

 

준우 : 아미씨, 나 김준웁니다.

 

 

S#67. 아미네 식탁 / 낮

 

영지 : (놀라) 흡!

아미 : ??

준우 : 오늘 뭐하세요?

영지 : 바빠요. 계속 수술이 있어요.

아미 : (입 모양으로 그 사람?)

영지 : (끄덕끄덕)

준우 : 그래도 커피 한잔 할 시간은 있으시죠? 제가 병원으로 커피 사들고 갈께요.

영지 : 저기요. . . .제가 다시 전화드릴께요. (끊고)

아미 : 뭐야, 어제 확 깨고 오랬더니.

영지 : 저 어제 갖은 푼수 다 떨었어요. 더 이상 추해질 순 없다 그 자체였다니까요.

아미 : 그런데도 맘에 들었다면 사이코란 말인데...

영지 : 어떡해요, 선생님...

아미 : . . . . . .

 

 

S#68. 카 페 / 낮

 

준우, 앉아서 신문보고 있다. 어디로 시선이 간다.

준우 시선 닿 는 곳, 시상식에나 어울릴 법한 푹 파인 원피스 차림으로 커다란 가방들고 나타난 영지.

카페의 사람들이 다 쳐다본다.

 

영지 : 안녕하세요.

준우 : 네, 아미씨. 앉으세요.

영지 : . . . (앉고). . . .

준우 : 왜 옷을 입다말고 나왔어요?

영지 : 시간이 없어서요.

준우 : (픽 웃는. . .영지를 보며 환하게 웃는다) 이쁘시네요.

영지 : . . . .(준우 웃는 얼굴에 가슴이 두근두근)

 

두 사람, 말 없이 앉아 있다.

 

준우 : 아미씨.

영지 : 네?

준우 : 우리 결혼하게 될꺼 같지 않아요?

영지 : . . . . !!!!

 

놀라 굳는 영지의 표정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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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상모 | 작성시간 21.05.06 즐감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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