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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남녀] 03

작성자수다쟁이|작성시간10.09.28|조회수427 목록 댓글 0

[비밀남녀] 03

 

 

 

 

 

 

 

 

 

 

S#1. 아미네 거실 / 아침

 

2부 엔딩과 연결....

 

아미 : 그런데도 맘에 들었다면 사이코란 말인데...

영지 : 어떡해요, 선생님...

아미 : . . . . . .

영지 : 가만 있음 병원으로 커피 사들고 온다는데요.

아미 : . . . . .

영지 : . . . 어떡. . 하죠?

아미 : 오늘 나가서 만나요.

영지 : 그래서요?

아미 : 어제보다 더 강하게! 홀딱 깨게 하고 와요, 다신 전화 못하도록.

 

 

S#2. 아미의 옷방 / 낮

 

백을 메고 차 키를 들고 출근준비를 마친 아미, 옷을 하나 골라 내민다.

 

아미 : (옷 하나를 골라주며) 이걸 입어요.

영지 : . . . .(본다. 화려하다) ...입고 갈 자신은 없는데.

 

 

S#3. 건물 화장실 / 낮

 

면바지와 티셔츠를 입은 영지, 화장실 안에 들어가 아미가 준 화려한 옷을 꺼낸다. 물끄러미 본다.

 

영지 : . . . . .

 

플래쉬백 1부--

영지 : 내가 왜 싫은데요?

도경 : . . . . .빈티나서 싫어요!

도경 : 영지씨는 옷이 그것 밖에 없어요? 어떻게 된게 여자가 맨날 그 옷만 입고 다녀요?

         남자들이 그런 여자 딱 질색으로 여기는거 모르죠?

도경 : 일년 365일 불우이웃 컨셉이야.

 

영지, 원피스를 갈아입으며.

 

영지 : 그 방법이 더 확실할지도 모르지만.... 이왕이면 이쁘게 차리고 깨게 하고 싶어.

 

원피스 입은 영지. 거울보며 립스틱 바른다.

 

영지 : . . . .소녀가장도 여자니까.

 

 

S#4. 카 페 / 낮

 

마주 앉아있는 준우와 영지.

 

준우 : (픽 웃는. . .영지를 보며 환하게 웃는다) 이쁘시네요.

영지 : . . . .(준우 웃는 얼굴에 가슴이 두근두근)

 

두 사람, 말 없이 앉아 있다.

 

준우 : 아미씨.

영지 : 네?

준우 : 우리 결혼하게 될꺼 같지 않아요?

영지 : . . . . !!!!

 

영지, 숨이 멎어 굳어있다. 놀라고 어떻게 대응해야할까 계산이 서질 않아 어벙벙하다. 간신히 숨만 쉬고 있는데.

 

준우 : 표정이 왜 그래요?......기분 나빠요?

영지 : . . . .

준우 : 아미씨.

영지 : . . . .네?

준우 : 왠지 그럴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내 예감은 웬만하면 맞는 편인데... 어떡하죠?

영지 : . . . . .

준우 : 왜 그렇게 인상을 쓰고 있어요?

영지 : . . . (일단 자리를 피하고 싶은) 저 . . .배가 아픈데 화장실 좀. . .

준우 : . . . .(황당) 그러세요.

영지 : (테이블에 꽂혀있던 냅킨을 챙긴다) 그럼. . . (배를 잡으며 후다닥 나가고)

준우 : . . . . .(더 황당. 남겨진 냅킨 손으로 비벼 만져본다) 깔깔한 데.... (힘들겠다는 듯 도리도리. . . .)

 

 

S#5. 카페 밖 일각 / 낮

 

냅킨을 들고 후다닥 나오는 영지. 어쩔줄 몰라....

 

영지 : 어떡해 . . . 일이 더 꼬여가는거 아냐?

 

 

S#6. 영지네 마당 / 낮

 

영지의 상상.

마당의 평상에 가족사진 찍듯 쪼르르 미소지으며 앉아있는 달구, 영지, 영구, 영민. 카메라보며 소리친다.

 

일동 : (손을 펼치며) 웰컴 투 마이 홈 스위트 홈! (Welcome to my home sweet home!)

 

케잌과 꽃다발을 든 준우, 그 앞에 놀란 표정으로 서 있다.

 

준우 : (과장된 놀람) . .다. . .당신의 정체는 뭐지?

영지 : 짝사랑하던 동네 청년에게, 빈티나서 싫다고 차인 서영지입니다.

영민 : 고졸의 소녀가장이기도 하죠. 내신등급도 후져요.

영구 : 일년 365일중에 3백오십일 술을 드시는 아버지와

달구 : (손으로 V그리고)

영구 : 실업자 쌍둥이 동생을 둔, 고단한 인생의 소유자!

영민 : (한 쪽에 쌓여있는 연탄을 가리키며) 탄소동위체 광물인 연탄을 아직도 때고 살며, 전 재산은 천만원!

달구 : 너, 이런 내 딸을 사랑할 수 있겠냐?

준우 : (씩씩) 사랑하는데 그런게 무슨 상관입니까.

일동 : (우와.... 감동) . . . .

준우 : 사랑은 학벌 국경 종교 나이... 모든걸 초월합니다. 이런데 사는 당신 이지만 나에겐 아무런 문제가 되질 않아요.

일동 : (우와. . . .박수)

준우 : 이렇게 말할 수 있는 남자가 얼른 나타나길 바랍니다. 전 바빠서, 이만!

 

준우, 케잌과 꽃다발을 마당에 놓고 후다닥 도망나간다.

 

달구 : . . . .(놓고 간 케잌을 보며) 케키나 먹자.

영구 : 촛불도 켤까?

 

 

S#7. 카 페 / 낮

 

굳은 결심의 표정으로 들어오는 영지.

 

영지 : 이래선 안돼. 더 이상 상처받을 순 없어. 빈티나서 싫어요, 그걸로 족해. . . .

 

저만치 멋진 모습으로 앉아 창 밖을 보고 있는 준우가 보인다. ...영지, 굳은 결심의 표정. 준우앞으로 다가와 앉는다.

 

준우 : 금방 왔네요.

영지 : 나가요, 내가 점심 살께요.

준우 : 내가 만나자고 했으니까 내가 사야죠. 뭐 드시고 싶으세요?

영지 : 내가 쏜다니까요! 따라와요, 얼른. (일어선다)

준우 : . . . . ??

 

 

S#8. 레스토랑 / 낮

 

영지와 준우, 들어온다. 웨이터가 자리로 안내하는데.

 

영지 : (안내받은 자리가 싫은) 난 여기 싫은데... 저기 앉을래요.

준우 : 그럼 저기 앉죠.

 

저 쪽 테이블로 가서 앉는데.

 

영지 : 음. . . 아까 그 자리가 좋겠어요. 그리 갈께요. (일어선다)

준우 : . . . . .

 

웨이터가 원래 안내한 자리로 와 앉는 두 사람.

 

영지 : 죄송해요. 제가 좀 변덕이 심해요.

준우 : 괜챦습니다. 맘에 드는 자리를 찾는데도 최선을 다해야죠.

영지 : 제가 사는 거니까 맘껏 드세요.

 

웨이터, 물잔과 메뉴를 갖다준다. 영지, 메뉴를 펼친다.

 

영지 : (놀라) 흐악!!!

준우 : (물 마시다가) 왜요?

영지 : 너무 비싸요. 우리 나가요.

준우 : . . . .그냥 드세요. 제가 낼께요.

영지 : 싫어요, 그런게 어딨어요. 점심은 제가 산다고 했쟎아요. 그런데 여긴 너무 비싸서 안되겠으니까 나가자구요.

준우 : 어떻게 그냥 나가요? . . 난 물까지 다 마셨는데.

영지 : 안심 스테이크 2만 8천 5백원??..... 웬일이니, 웬일이니. 고깃 덩어리 요따만한거 하나 구워내놓으면서 2만 얼마가 뭐야.

         이거 분명히 한우도 아닐꺼예요.

준우 : 그럼 다른거 먹으면 되쟎아요. 스파게티나 라비올리 같은거.

영지 : 그냥 나가기 창피해서 그래요?

준우 : 미안하쟎아요.

 

웨이터, 다가와 ‘주문하시겠습니까? ’ 묻는데

 

영지 : 주문 안하고 그냥 나가면 우릴 때리실꺼예요?

웨이터 : . . . . . .메뉴가 마음에 안드세요?

영지 : 메뉴는 맘에 드는데 가격이 건방지네요. 저희는 착한 가격을 원하거든요. (일어나며) 가요!

준우 : . . .(민망하다. 웨이터에게 공손히 인사하고 나온다)

 

씩씩하게 걸어나오는 영지, 어정쩡 뒤따라오는 준우.

 

영지 : 다른 데로 가요.

 

 

S#9. 도 로 / 낮

 

달리는 준우의 차. 영지, 옆에 앉아서 이것저것 눌러보고 들여다 보고. 단추를 눌러 의자를 앞으로 뺐다 뒤로 뺐다....

음악을 켰다 껐다하며 계속 질문한다.

 

영지 : 이거 몇 개월 할부로 샀어요?

준우 : . . . . .(계속 황당하고)

영지 : 중고예요?

준우 : 중고는 아니예요.

영지 : (여기저기 탕탕 두드려보고) 음... 좋네. . . 가죽시트...음....

준우 : 저 지금 무지 배 고픈데.....

영지 : 다 왔어요. 조금만 참으세요.

준우 : 뭘 드시러 가는지 물어봐도 돼요?

영지 : 저 앞에서 좌회전. . . (한참가다가) . . .아니 우회전!

 

 

S#10. 감자탕집 / 낮

 

열심히 먹는 영지. 준우는 냄새에 비위상하는 표정을 하고 맨밥만 떠먹고 있다.

 

영지 : 국물이랑 고기는 왜 안드세요?

준우 : . . .제꺼 더 드실래요?

영지 : 네. (준우 그릇에서 큰 뼈를 손으로 집어온다) 으 뜨거. . . (손가락 쪽쪽 빨고)

준우 : (시계보며) 몇시까지 들어가셔야돼요?

영지 : 왜요? 나랑 같이 있기 싫으세요?

준우 : 오늘 수술 있으시다면서요.

영지 : 아, 맞다. (전화를 꺼내 버튼누르는) 어, 김간호사? 난데. 누구긴 누구야, 정아미지. 오늘 수술 몇 개지?

         응, 그 중에 두 개는 취소하고 세 개는 박선생 불러서 대충 해. 아 그 봉천동에서 야메로 뛰는 박선생 있쟎아.

준우 : . . . .!!!

영지 : 그래, 부탁해.

준우 : . . . .장난 전화... 거신거죠?

영지 : 비싼 핸드폰 요금 내면서 미쳤다고 장난전화를 해요? 확인하 실래요?

준우 : 네!

영지 : 됐어요. 아줌마! 여기 깍두기 좀 더 주세요.

준우 : . . . . .(황당해서 보고있는데)

영지 : 오늘 바쁘세요?

준우 : 아뇨. 저녁에 미팅이 하나 있고 그 전까진 괜챦습니다.

영지 : 그럼 나랑 놀아요.

준우 : 뭐하고 놀까요?

영지 : 머리하러 가요.

준우 : ??

영지 : 싫으심 그냥 가시구요.

준우 : 아뇨. 좋습니다. 저도 마침 머리를 다듬을려고 했는데....

 

 

S#11. 병원 수술실 / 낮

 

아미, 수술복 입고 수술중이다. 안면윤곽수술. 피부를 열고 지혈을 하고 있는 상태.

 

아미 : 석션하구, 팁업해서 잘 좀 땡겨봐....

간호사 : (옆에서 돕고)

 

아미 톱으로 뼈를 깎아낸다(는 설정). 이마에 땀 나자 간호사, 닦아준다.

 

아미 : ok! 이쁘게 잘 짤렸네. 이제 와이어링 할까?

 

 

S#12. 아미 진료실 / 낮

 

수술 마친 아미, 들어오는데 문여사 앉아있다. 아미, 반갑지 않은.

 

아미 : 웬일이세요.

문 : 잠깐 보고 왔나보네.

아미 : 네?

문 : 김교수 아들은 정아미 선생 맘에 드는 눈치같던데.

아미 : 선 본 남자 말씀이세요?

문 : 응, 그 댁 사모님과 통화했는데 오늘도 잠깐 만나러 나간다고 그랬다는데.

아미 : 쫌생이에 마마보이. 엄마한테 그런 것까지 말하고 다니나부죠? (가운 입으며 혼잣말로) 안나가길 잘했지.

문 : 오늘 만나보니 어때?

아미 : 다신 맘에 든다는 소리 안할꺼예요.

 

 

S#13. 미용실 / 낮

 

가운입고 나란히 앉아있는 영지와 준우. 뒤에선 미용사들이 머리 빗기고 있다.

 

영지 : 저기요..... 앞머리를 살짝 파마해보심 어때요?

준우 : 파마를요?

영지 : 많이많이 이쁘실꺼예요. 머리도 자연스럽게 넘어가구.

미용사 : 그러세요. 남자분들 많이 하세요. 관리하기도 더 편하시구요.

준우 : . . . . 그래요?

영지 : 말아주세요.

 

롤을 말고 비닐캡 쓰고 있는 준우, 영지. 나란히 앉아 잡지보고 있다. 준우, 어색한 듯 자꾸 머리를 만지작.

 

영지 : 왜요, 불편해요?

준우 : 아뇨. 참을만 합니다.

영지 : 부탁이 있는데 들어주실래요?

준우 : 뭔데요?

영지 : 아이스 카페라떼랑 매콤한 떡볶이가 무지 먹고 싶은데... 사주실 수 있어요?

준우 : 그런 게 무슨 부탁이라구..... 이따 나가서 5인분씩 먹읍시다.

영지 : 지금 사다주심 안될까요? 지금 당장 먹고 싶은데. 지금 이 순간.

준우 : . . . . 조금만 기다렸다 먹으면 많이 힘드실까요?

영지 : (쫙 흘리고 돌아앉아 아무 말도 안하는)

준우 : ......

 

 

S#14. 거리 / 낮

 

걷고 있는 준우. 롤을 만 머리에 비닐캡 쓰고 걷고 있다. 지나가던 여자들이 쳐다본다.

준우, 창피하다. 괜히 전화 꺼내 통화 하는척 하며.

 

준우 : 응. . .난데. . . .잘 있었니? 응, 벌써 가을이다야... 하하...

 

 

S#15. 거리 포장마차 / 낮

 

비닐캡을 쓰고 포장마차로 오는 준우.

 

준우 : 2인분만 포장해 주세요. 튀김만두도 넣어주시구요.

 

아줌마, 준우를 희안하다는 듯 쳐다본다.

 

준우 : . . .왜요? 만두는 없습니까?

 

 

S#16. 커피 전문점 / 낮

 

비닐캡 쓴 준우, 들어선다. 커피마시던 주문하려 서있던 사람들 다 쳐다보고.

 

준우 : 아이스 카페라떼 둘 주세요. 둘 다 큰 사이즈로 테이크 아웃이요.

 

준우, 주문한게 나오길 기다리고 섰는데 커피마시던 아트센터 직원 은희, 준우를 보며 갸우뚱....

 

은희 : 부원장님 아니세요?

준우 : (놀라) 박은희씨! 여긴 웬일이예요?

은희 : . . . .잡지사 기자랑 미팅이 있어서요...

준우 : 기자랑 미팅은 점심 아니었나. 지금 땡땡이치고 있었죠? 딱 걸렸어.

은희 : . . .(찔리면서도) 그럼 부원장님은 여기 웬일이세요?

준우 : 머리하러 왔죠. 아, 내꺼 나왔네. (커피 집어들며) 나 봤다고 얘기하면 나도 땡땡이친거 불꺼예요.

은희 : 저 부원장님 절대 못봤어요.

 

 

S#17. 거 리 / 낮

 

떡복이가 든 까만 비닐과 아이스 라떼가 꽂힌 테이크 아웃 트레이를 들고 걷는 준우. 걷다가 멈춰서 전화를 꺼낸다.

 

준우 : . . . 아미씨. 더 먹고 싶은거 없어요? 떡볶이랑 커피는 다 샀거든요.

 

 

S#18. 미용실 / 낮

 

영지, 잡지보며 앉아있다가 창 밖으로 떡볶이와 아이스라떼를 들고 걸어오는 준우를 본다.

영지, 한참을 바라보고 있다.

 

영지 : . . . . .(심장에 동요). . .

 

준우, 미용실로 들어온다.

 

준우 : 시럽 넣어왔는데.... 괜챦죠?

영지 : . . . . (고개 끄덕끄덕)

준우 : 떡볶이는 발코니에 나가서 먹을까요? 여기 냄새퍼지면 좀 그렇쟎아요.

 

 

S#19. 야외 발코니 / 낮

 

떡볶이와 아이스라떼 마시는 준우 영지.

 

준우 : 와... 잘 드시네... 만두 넣어오길 잘했죠?

영지 : 나 만두 좋아하는거 어떻게 알았어요?

준우 : 원래 이쁜 사람들이 살찌는 거 좋아하쟎아요.

 

미용사, 쪼르르 나온다.

 

미용사 : 중화하셔야 하는데요... 남자분 먼저요.

준우 : (어리벙) 중화가 뭐예요?

영지 : 머리 한번 데치는 거예요. 가서 시키는대로 하면 돼요.

준우 : 내꺼 남겨놓으세요.

 

미용사, 준우를 데리고 들어간다. 영지, 준우의 뒷모습 보며.

 

영지 : . . . . . .

 

 

S#20. 황금상호저축은행 / 낮

 

창구에 손님 한 사람 서있고 도경은 상담통화중이다.

 

도경 : 그럼요, 중도상환 수수료 없구요. 대출기간 연장도 가능하십니다. 네, 제가 대출상품 두 가지 정도 추천해 드릴까요?

         잠깐만요...

 

옷을 말쑥하게 입고 깔끔하게 차린 성월 들어온다.

 

도경 : (성월보고) ??

성월 : 수고하십니다. 저축예금 하나 들까하고 왔는데요.

미스리 : 어서오세요, 고객님.

성월 : (일부러 큰소리로) 여기 돈 맡겨도 안전하죠? 고객의 예금이 횡령당한다거나 뭐 그런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겠죠?

도경 : . . .!!!

부장 : 그럼요! 그럴 리가 있습니까.

성월 : 아니 가끔씩 신문보면 공금횡령도 하고 고객의 돈을 빼다가 주식투 자도 하구. . .

도경 : . . . . (인상 팍 쓰는... 성월을 째려본다)

부장 : 어쩌다 한 두명의 경우죠. 대한민국 은행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습니다.

성월 : 그런 일은 절대 생기지 않도록 미리미리 철저하게 예방해 주세요. 직원들 관리도 한사람 한사람 신경쓰시구요.

도경 : . . . . (전화에) 5분 후에 다시 전화드리겠습니다. (벌떡 일어서며) 손님, 제가 상담해 드리겠습니다.

 

 

S#21. 은행 근처 일각 / 낮

 

화가 난 도경, 성월의 팔을 끌고 나와 밀친다.

 

도경 : 형 왜 이래? 내 인생 망치는 꼴 보고 싶어서 이래.

성월 : 니 인생 망치는 꼴, 볼 수 없어서 그런다.

도경 : 망치긴 누가 망쳐. 나도 한번 폼나게 살아보고 싶어서 이러는 거 아냐.

성월 : 폼이 나? 도망치자마자 수갑차고 인천공항에 들어올 주제에.

도경 : 자꾸 재수없는 소리만 할래?

성월 : 횡령이구 뭐구 그만둬. 니 머리로 택도 없어.

도경 : 형은 자신의 앞날에 대해서 생각해본 적 있어? 대출받아 장가 가구, 애 분유값 대고 아파트 전세값 갚기 시작하면서

         남자의 인생은 끝나는거야.

성월 : 애 분유값 벌고 전세금 갚아가는거... 그런게 행복이다, 이 머저리같은 자식아.

도경 : 내 행복은 그런게 아니야. 난 행복해지기 위해서 돈이 필요해.

성월 : 그래서 꼭 횡령을 해야겠어? 그것도 30억을?

도경 : 응! 꼭 해야겠어. 30억을! 나도 나름대로 양심이 있고 소심해서 백억까진 안 가쟎아.

성월 : 그래 너 쿨가이다.

도경 : 형, 정말 날 아끼고 사랑하다면 날 그냥 둬. 내가 무슨 짓을 하건. 알았어? (가고)

성월 : . . . . .(멀어지는 도경을 보며) 3백이면 안되겠니. 3백만원이면 내가 어떻게 융통해 보겠는데. . . . . .

 

도경, 뒤도 안 돌아보고 걸어간다.

 

 

S#22. 미용실 / 낮

 

걸어나오는 두 사람. 준우, 앞머리 고불고불한게 우스꽝스럽다. 준우, 어색해서 어쩔 줄 모르는 표정.

 

영지 : 처음이라 어색할꺼예요. 너무 충격받아하진 마세요.

준우 : 재밌고 좋네요 뭐.

영지 : 긍정적인 성격, 역시 좋습니다.

준우 : 아미씨가 원하는거 해드렸으니까 이젠 제 부탁 들어주세요.

영지 : (겁나) 뭔데요?

 

 

S#23. 인천 월미랜드/ 낮

 

준우와 영지, 장총으로 인형을 쏘아 떨어뜨리고 있다. 준우는 몇 번 헛발을 날리는데 비해 영지는 적중률이 높다.

 

준우 : 특전사 출신이예요?

영지 : 어떻게 아셨어요?

 

영지, 상품으로 커다란 인형을 하나 받는다. 정신없는 댄스곡 울려나오고 하늘을 찌를 듯 올라갔다 내려갔다하는 바이킹.

준우와 영지, 구경하며 돌아다닌다. 영지, 이 남자를 깨게 해야한다는 미션을 잠시 잊고 즐거운 상태.

명물 놀이기구 팡팡 디스코 라운드, DJ의 유머만발 정신없는 입담. 놀이기구 위에서 재주넘고 덤블링하는 스탭.

앉아있는 사람들 손잡이를 놓쳐 굴러떨어지고 깔깔 웃고 흥겹다. 준우와 영지 구경하고 있다.

 

준우 : 저거 타 보는게 소원이었어요. 같이 타요.

영지 : 치마를 입고 저걸 어떻게 타요?

준우 : 그래서 같이 타잔 거였는데.

 

준우와 영지, 디스코 팡팡에 앉아 있다. 영지는 원래 입었던 면바지에 티셔츠로 갈아입은 소박한 차림.

 

준우 : 날날이 여고생도 아니고.... 왜 옷을 싸가지고 다녀요?

영지 : 어...어... 움직인다.

 

디스코 팡팡 쿵쿵 흔들리자 영지와 준우, 필사적으로 손잡이를 잡고 매달려 있다.

영지, 굴러 떨어지려하자 준우 영지 손을 잡아 끌어당긴다.

그러다 두 사람 데구르 굴러 맞은 편 자리로 가서 앉고 또 기구 흔들린다.

준우가 먼저 굴러가고 다음엔 또 영지도....‘ 으 아아악....’ 두 사람 꽈당 부딪히고. 한참을 굴러갔다 왔다 하는 두 사람.

 

 

S#24. 월미랜드 일각 / 낮

 

영지, 다리 절룩거리며 걷는다.

 

영지 : 아우... 삭신이야. 이거 복수 아니예요?

준우 : 뭐에 대한 복수요?

영지 : 헤어스타일 맘에 안들게 나온 데 대한 복수.

준우 : 나 그렇게 쪼잔한 남자 아니예요.

영지 : 약국 좀 찾아봐요. 파스부터 사서 붙여야겠어요.

준우 : 파스갖고 되겠어요? 다음 코스로 가요.

영지 : (겁에 질려) 또 뭔데요.

준우 : 안 가르쳐주지. (앞서서 휙휙 걸어간다)

영지(E) : . . . . 아미선생님.... 나 후회해요, 그 날 대신 선보러 나간 거.

 

 

S#25. 타이 맛사지 센터

 

이국적인 인테리어의 타이 맛사지룸. 길게 늘여져 있는 구슬발을 헤치며 들어서는 영지와 준우.

타이 전통 의상차림의 여자들, 합장해 인사한다.

 

타이여자들 : (곱게 인사하며) 사와디 카!

 

 

S#26. 타이 맛사지 센터

 

이국적인 분위기. 비즈로 된 발과 낮은 베드가 있는 2인용 맛사지 실.

영지와 준우, 반바지에 반팔셔츠 차림으로 앉아있다. 단 둘만 있는 공간. 벌쭘하고 어색하고 영지는 괜히 긴장.....

준우, 영지에게로 손을 뻗자

 

영지 : 으악!

준우 : ??? (영지 옆자리에 놓인 찻잔을 가져가 물을 마신다)

영지 : (민망하다. . .다른데 보고)

 

타이 아가씨 2명 들어서며 양손 모아 타이식으로 인사한다.

 

타이걸 : 사와디 카! (안녕하세요)

 

두 사람, 나란히 엎드려 맛사지 받기 시작. 타이여자들, 다리부터 맛사지하기 시작한다.

 

영지 : 아. . .간지러. . .간지러워요.. . .

준우 : 아 좀 조용히 받읍시다.

영지 : . . .죄송해요... (입을 막고 참는)

 

어깨를 맛사지하는 타이여자들. 힘을 줘 준우 어깨를 잡는데

 

준우 : 아... 아.... 살살. . . .살살해주세요.

영지 : 좀 조용히 받읍시다.

준우 : 아. . .나 죽겠네.... 살살... 나 아퍼 아퍼.

영지 : (얼른 머리맡의 태국말 한국어 안내판을 보는) 바우바우. 아가씨, 그 남자 바우바우.

 

타이걸, 영지를 목 뒤로 깍지끼게하고 뒤에서 팔을 잡아 들어 허리를 꺾는다.

 

영지 : 끄아악!

준우 : (안내판 본다) 링링. 계속 계속. 링링. 좋아요. 굿!

 

준우의 맛사지걸도 준우를 허리꺾기한다. 준우도 으아악. . . .

 

 

S#27. 이문 진료실 / 낮

 

노트북 여러대가 놓여있는 책장. 아미, 이것저것 열어보고 있다.

 

아미 : 노트북 안 쓰는 것중에 젤 좋은 걸로 하나만 줘.

이문 : 그거 봄 시즌에 새로 나온거야. 중고 아니다.

아미 : 이게 젤 이쁘다. 나 이거 줘!

이문 : 노트북 있쟎아, 너.

아미 : 필요하니까 그렇지. 나 이거 주라. PSP새로 나오면 내가 하나 사줄게.

 

 

S#28. 타이 맛사지

 

눈감고 누워있는 준우, 영지. 이마와 머리를 지압하는 타이여자들.

타이걸들, 손 합장 조용히 인사하고 나간다. ‘코쿤카’ (감사합니다)

 

영지 : 감사합니다....

 

영지, 기지개 켜며 앉는데 준우, 잠들어 있다.

 

영지 : (조심스레) 자요?

준우 : . . . . . .

 

영지, 잠든 준우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영지 : . . . . .자는 표정이 참 착하시네요.... (한참을 바라보다 일어서서 나온다)

 

 

S#29. 거 리 / 밤

 

걷고 있는 영지. 기분 약간 우울하다.

 

영지 : 인사도 없이 나왔으니 싸가지없이 보이겠지?

 

영지, 한숨.... 걸어간다.

 

영지(E) : . . . .좋아질 뻔 했어요. . . 우리 다신 만나지마요....

 

 

S#30. 타이 맛사지

 

준우, 옆으로 누워서 베개를 다리에 끼고 잔다. 타이 아가씨 와서 ‘Hello?' 하며 깨운다.

준우, 벌떡 일어나 앉는다. 옆을 본다. 영지, 없다.

 

준우 : . . . .여기있던 분 언제 갔어요?

타이걸 : (어깨 으쓱하더니 자는 시늉) One hour sleep, you!

준우 : . . .깨우지도 않고 가냐. . . .(섭섭). . . .

 

 

S#31. 아미 거실 / 밤

 

차 마시며 앉아있는 영지와 아미. 깔깔 웃는 아미.

 

아미 : 자기도 보통 아니다. 그래 순순히 파마를 하던가요?

영지 : 네, 성격은 좋더라구요.

아미 : 그 정도 당했으면 복수할려고 또 연락하는거 아닐까?

영지 : 설마요....

아미 : 감자탕 먹고 미용실가고 ...그리고 온거예요?

영지 : 예? (놀이공원과 맛사지까진 얘기하기 싫은) 뭐 다른데도 잠깐 들렀다가요...

         아, 그리구 (가방에서 신용카드와 전표주며) 감자탕만 제가 냈구요. 파마는 그 분이 돈을 다 냈어요.

아미 : 그래도 쪼잔하진 않나부네요.

영지 : . . . . .그럼요....

아미 : 어디 아파요? 얼굴이 안 좋아보이네.

영지 : 아뇨. . .

아미 : 카드는 갖고 있어요. 장볼 때도 필요할 테니까. 아, 그리구 이거 가져요. (노트북을 준다)

         같은 병원 피부과 선생한테 하나 뺏었어요. 부담없이 갖다써요.

영지 : 아니예요. 저 노트북 있어요.

아미 : 낡아서 인터넷도 안돼쟎아요.

영지 : ........

아미 : 그날 방에 있는거 봤어요. 이거 쓰고 있어요. 나중에 내가 근사한걸로 하나 선물할께요.

         아, 그리구 포도 좀 가져가요. 나 혼자 먹긴 너무 많아.

영지 : . . . .

 

 

S#32. 영지네 동네 / 초저녁

 

노트북 가방을 메고 포도가 든 쇼핑백을 들고 오는 영지. 도경, 퇴근하다 영지와 마주친다.

 

도경 : 오랜만이예요. 영지씨. 우와. . .노트북 샀나보네요.

영지 : . . . .

도경 : 좋은거 샀네.... 그나저나 내일이 예금만기인건 알고 있죠?

영지 : 제가 알아서 할꺼니까 신경쓰지 마세요.

도경 : 그날은 내가 미안했어요.

영지 : . . . .

도경 : 예금땜에 이러는건 아니구요, 그날 내가 말이 심했어요.

영지 : 그래서요?

도경 : 진심으로 미안하다구요.... 그렇다고 영지씨랑 사귀겠다는건 절대 아니구요... 예.

영지 : (말없이 가는데)

도경 : . . . .야망을 가져요 영지씨!

영지 : 너나 혼자 하세요, 보이즈 비 엠비션.

 

 

S#33. 영지네 마루 / 밤

 

포도 먹으며 TV보는 달구, 영지, 영구. 영지는 멍하니 딴 생각중.

영민, 방문을 발칵 열고 나온다.

 

영민 : 좀 조용히 해. 테레비 소리도 좀 줄이고! 공부에 방해된단말야.

영구 : 소리 조절하는거 고장났어. 니가 귀를 막아.

영민 : (짜증) 아으으... (방으로 들어가고)

 

달구, 멍하니 앉아있는 영지를 본다.

 

달구 : 넌 연애하냐?

영지 : . . . .내가 무슨 연애예요, 먹고 살기 바쁜데.

달구 : 먹고 살기 바쁘다고 연애가 안 찾아오나.

영지 : 그러니까 더 비참하죠.

영구 : 어쭈! 진짜 남자 생겼나본데.

영지 : 아니야. 헛다리 짚지마.

달구 : 그 놈이지? 저 아래 은행 뺀질이.

영지 : (발끈) 아니예요. 걔가 얼마나 나쁜 놈인데.

달구 : 그럼?

영지 : . . . . 나 바람 좀 쐬고 올게. (일어서 나가고)

달구 : . . . . . 내 딸이 연애를 하는구나....

 

 

S#34. 영지 동네 / 밤

 

언덕으로 올라서는 영지. 숨을 들이마셔본다.

 

영지(E) : 바람에서 가을냄새가 납니다. 이 가난한 동네에도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찾아오는 것처럼 나같은 소녀가장에게도

             사랑은 찾아오겠지요. 이 동네는 겨울이 유난히 추워요. 어쩜 나에게도 사랑은 유난히 힘들겠죠.

             다시 한번 다짐해봅니다. 가질 수 없는건 원하지 않겠어!

 

 

S#35. 준우네 부엌 / 밤

 

식사중인 준우 부모 준우 준미. 준우 머리 꼬불거린다.

 

준우 : 친정에 너무 자주 오는거 아냐?

준미 : 못난 남편데리고 살아봐.

준우 : 그럴꺼 왜 결혼했는데.

준미 : 키 180이상의 잘생기고 멋진 남자중엔 내가 원하는 직업을 가진 애들이 없더라구.

준우부 : 조서방 그만하면 호남형이야.

준미 : 아,예.

준우부 : 넌 머리꼴이 그게 뭐야?

준우 : 좀 그렇게 됐어요. 이따 머리 자를꺼예요.

준우모 : 넌 그 색시자리랑 어떻게 돼가?

준우 : 결혼할 꺼 같아요.

일동 : (준우보며 놀란) !!!

준우 : 그냥 제 예감이 그렇다구요.

준우부 : 성형외과 전문의라고 그랬던가?

준미 : 자기 얼굴도 다 자기가 수리했지?

준우 : 그 흔한 쌍꺼풀도 없다.

준우모 : 그 쪽에서도 널 맘에 두는 것 같아?

준우 : 글쎄요.... 자꾸 날 시험해 보는 것 같아요. 이래도 내가 좋아? 하는 거 있쟎아.

준미 : 어머머 걔 웃긴 애다. 나 그런 기집애 최고로 싫어.

준우 : 내가 마음에 있으니까 그런거 아닐까.

준미 : 하여간 남자들 단순해서는..... 걔 한번 나한테 데려와 봐.

준우부 : 아트센터 오픈하는 날 초대해봐. 얼굴 좀 보자.

준우 : 네.

준미 : 그날 죽었어, 나한테.

준우 : 까불지말고 넌 오십미터 밖에서나 인사해. 전문간데 니 쌍꺼풀이랑 코랑 다 알아볼꺼 아냐.

준미 : 아, 예.

준우부 : (준우모에게) 준미 성형수술 했어?

 

 

S#36. 영지방 / 밤

 

새 노트북을 광나게 닦고 있는 영지. 닦던 마른 수건을 슬며시 놓고 핸드폰을 확인한다. 부재중 수신, 없다.

 

영지 : ...... 서영지.... 왜 실망하는건데? (두 손으로 얼굴 톡톡때리 며)정신 차려, 쌩쥐야.

 

영구 영민 들어오며 ‘야식 안먹을래?’ 하다가 새 노트북을 본다.

 

영구 : 어? 그거 뭐야.

영민 : 노트북 아냐. 언니가 샀어?

영지 : 내가 돈이 어디있어, 누가 준거야.

영구 : (잡아 안으며) 이거 나 줘! 내꺼!

영민 : 나 쓸래! 재수생도 노트북 필요한단말야.

 

영구와 영민, 노트북 잡고 싸운다. 영지 가만히 보고 있다가 베개를 들어 두 사람을 팡팡 내리친다.

 

 

S#37. 아미네 빌라 외경 / 아침

 

영지, 힘차게 뛰어오며 경비에게 인사한다.

 

영지 : 안녕히 주무셨어요 아저씨!

 

 

S#38. 아미네 거실 / 아침

 

식빵굽고 쨈바르고 계란후라이를 하는 영지. 아미는 소파에서 신문보고 있다.

 

아미 : 전화 안 오죠?

영지 : . . .네.

아미 : 그 정도 당했는데... 당연히 안오겠지.

영지 : . . .드세요, 다 됐어요.

아미 : (식탁에 가서 앉으며) 주말에 뭐해요?

영지 : 주말이라구 약속있고 그런거 없어요. 집에서 밀린 빨래나 할려구요.

아미 : 밀린 빨래 하다가 저녁때 나랑 파티에 갈래요?

영지 : (놀라) 파티요?

아미 : 왜 그렇게 놀라요?

영지 : . . . .전. . .드레스도 없고. . . .

아미 : (깔깔) 영화에서 보는 그런 파티 아니예요. 내가 알아서 차려 줄테니까 6시까지 이리로 와요.

영지 : 그런데 한번도 안 가봐서 좀 적응 못할 것 같은데....

아미 : 걱정마요. 할 수 있어.

영지 : 어제 주신 노트북으로요.... 저 아이템 하나 잡은거 쓰기 시작했어요.

아미 : 뭔데?

영지 : 생쥐의 일기요.

아미 : 웬 생쥐?

영지 : 서영지 서영지 빨리 해보면 생쥐 생쥐 같대요, 우리 아버지가.

아미 : (웃는)

영지 : 쥐구멍에도 볕뜰날 있다는 말을 믿고 기다리는 생쥐의 이야기를 일기형식으로 쓰는 거예요.

아미 : 재밌네요....

영지 : 잘 써지면 이걸루 신춘문예 동화부문에 내볼려구요.

아미 : 생쥐 파이팅!

영지 : 생쥐 파이팅!

 

 

S#39. 황금 상호 저축은행

 

도경, 들어서자 박수소리. 깜짝놀라 고개들면 부장과 직원들, 몇몇 고객들 박수치고 있다.

 

도경 : . . .(어리벙벙) 뭐예요?

부장 : 이 달의 친절맨으로 자네가 선정됐어.

도경 : (놀라) 예에?

부장 : 협회에서 지시가 내려왔어. 매달 친절한 행원을 선정하라고. 자, 보게.

 

벽엔 싸구려 사진관에서 찍은 듯한 도경의 어색한 증명사진 확대 돼 걸려있고 ‘이 달의 친절행원 최도경’ 이라 붙어있다.

 

부장 : 저녁에 회식도 있어. 축하해!

미스 리 : 축하 드려요.

도경 : (표정관리하며 대충인사) 예... 감사합니다.... (자리에 앉는다. 심란하다) .... 이건 아닌데. . . . 아니라고 봐....

 

 

S#40. 아미네 거실

 

영지, 청소하는중. 열심히 걸레질. 멀리서 핸드폰 벨이 울린다. 기대감에 후다닥 달려와 본다.

 

영지 : ...(발신번호를 본다...실망스런) . . .뭐냐, 서영구?

 

 

S#41. 영지 방 / 낮

 

영구, 노트북 만지작 걸리며 전화하는.

 

영구 : 나 이 노트북 오늘 한번만 갖고 나감 안돼? 나도 카페에서 이런 거 펼쳐놓고 커피 마셔보고 싶은데.....

         이건 절대 안 잃어 버릴게. 약속!

 

 

S#42. 아미네 거실 / 낮

 

영지 : 손대면 죽어! 절대 안돼. (끓는)

 

영지, 부재중 수신번호를 체크한다. ‘부재중 수신번호 없음’ 이라 뜬다.

 

영지 : . . . . . .(왠지 모를 실망감......) . . .

 

영지, 전화를 두고 다른 방으로 걸레를 들고 들어간다. 빈 거실에 놓여있는 영지의 핸드폰. 잠시 후 울리기 시작한다.

영지, 뛰어나 온다. 발신번호를 본다.

 

영지 : . . . . .(반갑다.... 그러나.... 어쩌나 싶은 마음)

 

 

S#43. 준우 사무실 / 낮

 

전화하는 준우.

 

준우 : 정아미씨! 내 전화 기다리지 않았어요?

영지 : . . . .

준우 : 아미씨! 듣고 있어요?

영지(F) : 네. . . .

준우 : 점심같이 먹을래요?

영지 : 왜요?

준우 : 보고 싶으니까요.

 

 

S#44. 아미네 거실 / 낮

 

왔다갔다.... 걱정스런 표정의 영지.

 

영지 : . .오늘 그냥 사실대로 말해버릴까? 흣! 그랬다간 정아미 선생님을 이상하게 볼꺼 아냐. (서성서성)

         . . .어떡하지? ....... 어떡하지?

 

 

S#45. 아트센터 / 낮

 

영지의 차림 그대로 소박하게 입고 들어서는 영지. 두리번거리며 구경한다.

 

영지 : (둘러보며) 멋지네요....

준우 : 뭘 그래요. 처음보는 사람처럼.

영지 : 그땐 밤이라서 잘 몰랐어요.

준우 : 그날 왜 나 안깨우고 갔어요?

영지 : 하도 곤하게 주무시길래...

준우 : 나 잘 때 몰래 뽀뽀하고 달아났죠?

영지 : 네에?

준우 : 뭐라고 주문을 걸면서 뽀뽀를 한게 분명해.

영지 : 무슨 말씀 하시는거예요.

준우 : 안 그랬단말이예요? 그런데 이상하네... 왜 자꾸 보고싶지?

영지 : . . . . . .

준우 : (팔 잡아끌며) 지금 홀에서 리허설중인데.... 구경하실래요?

 

 

S#46. 대극장

 

바이올린 연주자, 피아노와 맞춰 리허설중.

 

준우 : 파가니니 좋아해요?

영지 : . . . .파가. .다뇨?

준우 : . . . . (픽 웃으며) 썰렁해요. 다음주에 그랜드 오픈인데 그때 초대할테니까 오세요.

영지 : 저 오늘 드릴 말씀이 있어서 왔어요.

준우 : 뭔데요?

영지 : 저 사실은. . . .내일 떠나요. 미국으로 연수가요.

준우 : 언제 오는데요?

영지 : 한 3년 있다 올꺼예요.

준우 : . . . .

영지 : 원래는 선을 보러 나가면 안되는데 어쩌다보니 그렇게 됐어요. 이젠 전화하지 마셨으면 해요.

준우 : . . . . . .

영지 : 소개하는 분이 하도 부탁을 하시길래 그냥 나간건데.... 내가 이상하게 굴면 당연히 전화 안 하실 줄 알고...

준우 : . . .난 또. . .날 좋아해서 시험해 보는 줄 알았는데....

영지 : . . . . .

준우 : 그 얘기하러 여기까지 왔어요?

영지 : 네.

준우 : 전화로 해도 됐을텐데.

영지 : 그래도 예의상...

준우 : 떠나기전에 날 한번 더 보고 싶었던건 아니구요?

 

 

S#47. 아트센터 일각

 

마주 서있는 준우와 영지.

 

준우 : 겨우 두 번 만났는데 꽤 오래 사귀었던 사람과 헤어지는 기분이 드네요.

영지 : 좋은 사람 만나세요.

준우 : . . . . . .

영지 : . . . .

준우 : 주말에 꼭 같이 가고 싶은 데가 있었는데...

영지 : 내일 떠난다니까요.

준우 : . . .. . .(악수 청하며) 잘가요.

영지 : . . . . (손 잡는다)

준우 : 잘 가요.

영지 : . . .네. . .좋은 분 만나세요.

준우 : 아미씨도 좋은 사람 만나세요.

영지 : . . .네.... 안녕. . .

준우 : . . . 안녕.

 

 

S#48. 아트센터 일각 / 낮

 

영지, 걸어간다. 준우, 멀어지는 영지를 지켜보고 있다.

 

준우 : . . . . . .

 

영지, 걸어가는데 오랜 연인과 헤어진 것처럼 기분이 슬프고 안 좋다.

저 멀리서 준우가 바라보고 있는 것 모른 채 터벅터벅 걷고 있다.

 

영지 : 서영지가 저렇게 멋지고 매력있고 마음이 끌리는 남자를 차 버려야 하는 이유. 1, 키가 160이하라서. 2, 집안이 엄격해서.

         3, 유부녀라서. 4, 장티푸스 예방주사를 안 맞아서... 정답은.... 5번! 내가 잘 나가는 성형외과 전문의, 정아미가 아니라서.

 

 

S#49. 달리는 버스 / 낮

 

영지, 창 밖 내다보며 우두커니.....

 

영지 : . . . .엄마.... 보고 싶다.

 

 

S#50. 집 앞 / 회상

 

10살 가량의 어린 영지, 여동생을 업고 있다. 영구는 콧물 허옇게 말라붙은 채 혼자 딱지치기에 정신없다.

커다란 가방을 들고 서 있는 엄마의 뒷모습.

 

엄마 : 영지야... 엄마 말 잘 들어... 엄마는 너희들 버리고 가는거 아냐. 돈 벌어서 금방 돌아올꺼야.

어린 영지 : (울음이 터질 것 같은) 언제 올껀데?

엄마 : 설날 지나고 추석도 지나고. . . .

어린 영지 : . . .너무 오래 걸린다 엄마... 가지마. (울음 터지는데)

엄마 : 울지마! 이제부턴 니가 동생들 돌봐야지. 뚝!

어린 영지 : (울음 참아보려 이 악무는)

엄마 : 돈 많이 많이 벌어서 올게. 그래서 영지 대학도 보내고 좋은 집에 시집도 보내야지.....

         엄마 올 때까지 울지말고 씩씩하게 기다려야 돼, 알았지?

어린 영지 : (끄덕끄덕)

 

엄마 멀어진다.

영지, 여동생을 한번 들춰업으며 소리친다.

 

어린 영지 : 엄마! 나 안 울고 있을게 빨리 갔다와야 돼....

 

저만치 멀어진 엄마, 뒤돌아서 손 흔든다.

눈물이 흐르는 영지.

 

어린 영지 : (눈물 닦으며) 이제부턴 안 울꺼야.

 

 

S#51. 영지네 옛날집 마당 / 밤

 

아버지, 방에서 받짓고리며 사진첩을 마당에 팽개치고 발로 밟는다. 어린 영지 영구 영민 울고 있고.

사진에 불을 붙여 다 태워버리는 아버지. 엄마의 웃는 모습 반쪽 얼굴, 타들어간다.

 

 

S#52. 영지네 마당 / 낮

 

영지, 화단에 물주고 잡초 뽑아내고 이파리 닦아주며 중얼중얼.

 

영지 : ...그때 사진만 안태웠어도.... 엄마 얼굴이 가물가물해. 엄마... 돈 한푼 못 벌었어도 좋아. 얼굴 한번 보고싶다.

 

 

S#53. 대학로 /낮

 

개그공연 블러셔들고 거리에서 호객하는 아마추어 개그맨들.

영구, 걸어온다.

 

호객꾼 : 4시공연 30퍼센트 할인입니다. 가서 보고 빼곱 빠지고 가세요.

영구 : 저는 남의 빼꼽을 뽑으러 온 사람인데요.

호객꾼 : ??

영구 : 오디션 보려면 어디로 갑니까?

 

 

S#54. 대학로 소극장 / 낮

 

허름한 소극장. 영구, 무대에 서 있다. 긴장한 표정.

심사를 보는 듯한 개그맨 남자 하나와 여러 스탭들 앞에 앉아있다.

 

영구 : 대한민국을 즐겁게! 대한민국을 웃길 남자, 서영굽니다.

개그맨 : 이름이 영구야? 일단 먹고 들어가네.

영구 : 설명이 필요없습니다. 일단 보여드리겠습니다. 뮤직, 큐!

 

영구, 손가락을 딱 치면 음악이 나온다. 음악에 맞춰 춤추며

 

영구 : 어예! 최불암 선생님 로봇춤. (춤추며 성대모사) 다음은 최주봉 선생님 빨래널기춤.

         (춤추며 만수 아버지 흉내) 어머 만수야 빨래 걷어라 비올라나부다 아이구 허리 어깨 다리야....

개그맨 : (박수친다)

영구 : 재밌죠? 죽이죠 선배님?

개그맨 : 넌 되겠다.

영구 : (좋아서 펄쩍) 정말요?

개그맨 : 장사하면 되겠다.

영구 : . . . . . 재미없어요?

개그맨 : 슬퍼.

영구 : 우리집 식구들은 웃기다고 하던데.

개그맨 : 불쌍해서 그랬겠지. 가봐.

영구 : 자 잠깐만요 선배님. 제가 뜬 다음에 할려고 숨겨놓은 비장의 무기가 있어요. 지금 보여드릴께요.

개그맨 : . . . . .

영구 : 올림픽 백미터 달리기 결선, 마지막순간 슬로우 모션입니다.

         (뛰어들어오는 모션을 표정과 함께 얼굴 일그러뜨리며) 우아아 아아. . .

개그맨 : (조명실 향해 소리 버럭) 불 꺼!

 

무대 조명, 팍 꺼진다.

 

 

S#55. 영지네 마당 / 밤

 

영구, 어깨 쳐져 평상에 앉아서 소주마시고 있다. 아버지 들어선다.

 

달구 : 너 뭐하냐?

영구 : (침울, 술만 마시는)....

달구 : 누가 내 아들 아니랄까봐 여기서 혼자 술 쳐먹고 있어.

영구 : 몰라요 아버지, 나 오늘 울적해.

달구 : 인생의 아마추어들이나 울적해 하는거야. (마당에서 고추뜯어 던져주며) 옛다, 안주.

 

방에서 쓰레받기와 빗자루 들고 나오던 영지, 소리 버럭 지른다.

 

영지 : 아버지! 내가 키운 애들 또 뜯어먹었지?

달구 : 잔말 말구 고추장이나 좀 내와.

 

셋이 술 마시는 달구 영지 영구. 영구, 성대모사 하나 해본다.

 

영구 : 아니 이게 안 웃겨?

영지 : 웃긴데 나는.

영구 : 왜 나의 재능을 몰라주는거지.

영지 : 우리집 식구들은 사는게 다 힘들기만 하다.

달구 : 연애는 어찌 되가느냐.

영지 : 내 주제에 연애는 무슨 연애야. 그런거 없어요.

달구 : 월요일이 싫다고 월요일이 안오더냐. 월요일이고 연애고 올 때가 되면 오는거야.

         비가 온다고 월요일이 안오디? 모기에 물렸다고 월요일이 안와?

영지 : 그래서, 온 다음엔?

달구 : 여름방학이 끝나지 않았음 좋겠다고 방학이 안 끝나더냐. 올 때가 있으면 갈 때가 있고....

         여름방학이나 인생이나 연애나 매한 가지지.

영지 : 온 다음엔 또 가네, 인생은 슬픈거네.

달구 : 간 다음엔 또 온다. 걱정하지마.

영지 : 아버진 사는게 행복해?

달구 : 행복하면 미친놈이지. 어린 딸이 벌어다 준 것 먹고 사는데.

영구 : 그럼 안 행복해?

달구 : 안 행복해도 미친놈이지. 알토란 같은 새끼들 세 마리끼고 몸 성하니 살고 있는데.

영지 : 행복하지도 안 행복하지도 않고?

달구 : 진정한 자유인이지. 인생, 그 까짓꺼 흐르는대로 사는거야. 자, 마시자!

 

술 취한 세 사람 평상에 나란히 누워 목청껏 노래부른다.

 

일동 : 가을이라 가을바람 솔솔 불어오니.....

 

가방 맨 영민, 들어온다. 소리 바락.

 

영민 : 뭐야 쪽팔리게. 노래 뚝! (발 구르며) 뚝! 그만 좀 해!

일동 : (아랑곳 않고 더 크게) 단풍잎은 붉은치마 갈아입고서... 남쪽 나라 찾아가는 제비 불러모아. . ..

 

 

S#56. 영지 방 / 밤

 

동요 ‘가을바람’ 첼로 연주로 흐르며...... 노트북 앞에서 글 쓰는 영지.

 

영지(E) : 생쥐의 일기. 오늘의 제목, 나에게 희망은 고통스러워. 판도라는 상자를 열지 말았어야했다.

              특히 막판에 남아있는 희망이란 놈을 세상에 절대 내보내지 말았어야했다.

              희망, 그 애는 나처럼 가난하고 못배우고 짐이 무거운 사람들에게 더 자주 찾아와 얼굴을 들이댄다.

 

플래쉬백--

준우와의 미용실, 월미랜드, 소리지르며 받던 타이 맛사지.....

 

영지, 미소지으며 앉아있다.

 

영지(E) : 때로 그 희망을 잡고 의지하면 가끔 빛나는 세상으로 나갈 수도 있지만 많은 경우....

             결국 맞닥뜨릴 절망을 더욱 빛나게하려고 중간에 배치된 잔인한 설정이다.

 

영지, 중얼거린다.

 

영지 : 그래도 최근의 내 인생중에 제일 즐겁고 행복했던 이틀이었어.... 고맙습니다. (F.O)

 

 

S#57. 밸리댄스홀 / 낮 토요일 오전.

 

아미, 강사의 코치아래 개인 연습중이다. 옆에선 같이 밸리댄스하는 후배, 연정 스트레치하고.

아미, 땀나고 힘들다.

 

강사 : 롤업이 약해요! 좀 더 강하게!

아미 : 선생니임. . . .조금만 쉬었다 할께요.

강사 : (땀 닦으며) 장소는 정했어요?

아미 : 이따 보러가기로 했어요.

 

 

S#58. 아트센터 / 낮

 

소극장을 둘러보고 있는 아미와 연정. 아미, 맘에 드는 표정. 옆엔 홍보팀 직원 은희.

 

연정 : 어때요? 딱이죠?

아미 : 다음달까지 대관 스케줄이 어때요?

은희 : 자세한 건 부원장님이 아시는데요. 지금 잠깐 외부일땜에 나가셨어요.

아미 : 그럼 명함을 드리고 갈께요. 다음주쯤 다시 한번 연락드리겠습니다. (정앤리 클리닉 정아미라 찍힌 명함을 준다)

 

 

S#59. 영지네 마당 / 낮

 

커다란 고무다라이에 들어가 빨래를 밟고 있는 영지 영구. 영민은 평상에 엎드려 책보고 있다.

 

영민 : 우리 저녁먹고 찜질방이나 한판 갈까?

영구 : 좋지. 생쥐야, 같이 가자.

영지 : (퍼뜩 생각난듯) 어? 오늘 토요일이지? 지금 몇시야.

영구 : 다섯시 공삼분.

영지 : (서둘러 발 헹구며) 나 가봐야겠다. 이건 니가 헹구고 좀 널어.

영구 : 이걸 나 혼자 어떡해...

영지 : 나 오늘 약속있어.

영민 : 토요일날 언니가 무슨 약속?

영지 : 무도회 간다!

 

 

S#60. 아미의 파우더룸 / 밤

 

메이컵하고 머리에 롤을 마는 두 사람. 서로 롤을 말아준다.

서툴러서 말다가 후르륵 흘러내리기도 하고, 가는 롤로 너무 오래 말아서 빠글하니 이마에 착 달라붙어 까르륵 웃기도하고....

 

영지 : 난 이상하게 빤짝이가 좋더라.

아미 : 뒤범벅을 해요, 그럼.

 

다정한 자매처럼 서로 화장 고쳐주며 새도우를 칠하고 블러셔를 칠하고. . . 화려한 화장으로 변해간다.

 

 

S#61. 아미의 옷방 / 밤

 

메이컵을 한 두 사람, 서로 옷 입은거 보고 깔깔대고 다른 옷으로 갈아입고.

 

아미 : 난 여동생도 없고 여자친구들도 거의 없었어요. 그래서 이런 걸 못 해봤거든.

영지 : 무남독녀세요?

아미 : 언니들이 셋 있긴하죠. 그런데 이복언니들이예요, 날 죽일 듯이 미워해요.

영지 : . . . .

 

아미, 옷 입고 모자 써보고 구두신어보고 하며 아무렇지도 않게.

 

아미 : 우리 외할머니, 잘나가는 명문대가에서 일하던 식모였는데 그 집 도련님이랑 우리 엄마랑 어릴 때부터

         소꼽친구로 지냈대요. 그게 사랑이 됐구... 그치만 우리 아버지는 식모딸과는 결혼을 할 수가 없었던거지.

         집에서 정해준 잘난 집안의 딸이랑 결혼을 했죠. 나 구두 이거 신을까?

영지 : . . .네. . .그러세요.

아미 : 이게 나아? 저게 나아?

영지 : . . . 이거요.

아미 : 결혼한 후에도 엄마를 못잊고 만났대요. 그래서 내가 태어났고 날 호적에 올리면서

         그 집에선 우리엄마와 내 존재를 알게 됐죠. 그리곤 팽 돌아버렸지. .

         너랑 니네 엄마 죽여버릴꺼야... 빨간 싸인 펜으로 쓴 이런 편지를 초등학생이 맨날 받았다고 생각 해봐.

영지 : . . . .

아미 : 어느 해 설날인가 몇십년만의 한파라고 떠들어대던 날이었어요. 한복에 고무신 신고 세배를 하러갔는데,

         문을 안 열어주는거야. 우리엄마도 독해서 두시간 넘게 문 밖에 서있었지. 동태가 돼 가고 있는데 이복언니들이 옥상에서

         찬물을 사정없이 끼얹더라. 그 때 알았지, 아 이런게 지옥이구나. 아직도 피곤하고 우울한 날이면 그때 꿈을 꿔요.

 

영지 표정위로 스치는.

 

플래쉬백 --

2부. 영지의 대리운전. 뒤에서 술취해 슬프게 헛소리하는 아미.

아미 : 언니들이 물 뿌려 나한테.... 엄마 나 추워....

 

아미의 거실. 아미, 엎어진 채 잠들어 있다. 슬픈 꿈을 꾸는지 흐 느끼는 것 같다.

아미 : 엄마. . .걱정마.... 약한 척 하면 나는 죽쟎아. 걱정마, 엄마...

 

영지, 측은한 눈빛으로 아미를 보는데 아미는 계속 거울보며 이것 저것 바꿔입고 두르고 신어보며 떠드는.

 

아미 : 우리 아버지 돌지 않았어? 결혼을 했음 엄마를 싹 잊던가, 아님 집안 반대를 무릅쓰고 엄마랑 결혼을 하던가.

영지 : . . . 잘은 모르지만 세상 일이요. . .그렇게 칼로 싹싹 자르는 것처럼 깨끗하게 정리되진 못하는 것 같아요.

아미 : 아버진 엄마를 다시 만나지 말았어야해. 나 지퍼 좀 올려줘요.

영지 : . . (다가가 원피스 지퍼 올려주며) 사랑하셨나부죠. 아주 많이.

아미 : 사랑? 엿 같은거지. 그래서 결국은 뭐야. 충격받은 그 아줌마 병으로 앓다 돌아가시고 난 평생 이복형제들의

         저주나 받으면서 살고. (스카프 걸쳐보며) 이건 여기 안 어울리네. 자기가 해라. (영지에게 길다란 스카프 둘러준다)

영지 : 어머니랑 왜 같이 안사세요?

아미 : 우리아버지, 부인 죽은 후에 우리엄마랑 정식재혼했어. 두 분 지금 미국에 계신데. . . . 왜 젊었을 때 그렇게 못해.

         비겁하게 겁내고 계산해서 식모딸을 버렸다가.... 아, 그만 할래요. 기분 나빠 질라 그런다. (걸쳐보던 것 팍 집어던지며)

         나 이거 안 입을래.

 

 

S#62. 바 입구 / 밤

 

(청담동 트라이베카나 S바 같은) 입구에 데스크를 놓고 서있는 가드들. 양복을 입고 무전기를 들고 두 세명이 서있다.

초대권을 보 여주고 들어가는 사람들. 초대권이 없는 사람들은 막고.

아미의 차, 와서 선다. 멋지게 차린 아미와 영지 내린다. 입구가 있는 계단으로 올라간다.

 

아미 : (초대권을 내민다)

영지 : . . . (아미를 보며 멋지다 싶은 표정으로)

 

가이드, 두 사람이 들어갈 수 있게 문을 열어주면 신나는 음악 덮치듯이 흘러나온다.

 

 

S#63. Bar / 밤

 

세련되고 멋진 차림의 사람들 술 마시고 이야기하고 춤춘다.

이미 취한 쭉쭉빵빵 파티 애니멀 언니들, 너댓명이 어깨를 잡고 기차 놀이 하듯 홀을 휘젓고 다닌다.

영지, 입을 헤벌레 벌린 채 눈이 휘 둥그레져 정신없다.

 

영지 : (얼이 빠져 한눈 팔고 오다 발을 휘청한다)

아미 : (잡아주며) 조심해요.

영지 : 우와.... 외국영화에서 보던 장면인데... 우리나라에도 있었네요.

아미 : 나이트 클럽 같은데 한번도 안가봤어요?

영지 : 회식때 우르르 몇 번 가긴했죠. 근데 아저씨들 왕창 오는 그런데만 가봤어요.

 

영지, 아미 바bar로 온다.

 

아미 : 뭐 마실래요?

영지 : . . . .(어리버리). . .아무거나. . .

아미 : 데킬라 스트레이트 두잔 주세요.

 

바텐더, 데킬라와 함께 레몬과 소금을 준다.

 

영지 : 이건 뭐예요?

아미 : (레몬을 엄지 손등에 바르고 소금을 뿌린다. 데킬라를 원샷하고 소금을 핥아 먹는) 해봐요.

영지 : (똑같이 따라한다. 데킬라 마시고 크으.. . . 손에 소금 핥고)

아미 : 한잔 더?

영지 : 오케이!

 

두 여자 옆으로 멋진 외국 남자와서 칵테일을 주문하며 영지와 아미보고 미소짓는다.

 

남자 : Hello.

아미 : Hi.

남자 : (영지에게도) Hello.

영지 : . . . . . .(소심하게). . .음. . . 땡큐.

남자 : (미소지으며 가고)

영지 : 방금 저 남자 모델 아니예요? 잡지에서 본 것 같은데... (들뜨고 업 됐다, 술기운도 퍼지고) 와... 여기 진짜 신기하다....

         어? 저기 연예인도 있는 것 같은데요. 쟤 아시죠? CF 거기 나오는데....

아미 : 아는 척 하지마요.

영지 : 왜요?

아미 : 저 사람 가슴수술 내가 해줬거든요.

영지 : 흡!

 

 

S#64. 아트센터 / 밤

 

준우, 열심히 서류체크하다가 시계를 본다. 정리하고 일어선다.

 

 

S#65. Bar / 밤

 

술 마시고 웃고 떠드는 영지와 아미.

 

아미 : 아흐...난 취한다.... 졸려.

영지 : 왜 약한 모습 보이고 그러세요.

아미 : 영지씨는 의외로 술이 쎄네요.

영지 : 우리 아버지 보셨쟎아요. 유전인가봐요.

 

조명과 음악 바뀌면서 아까 옆에 서있던 섹시하고 멋진 외국인 남자가 DJ로 나온다.

 

DJ : Hello, you guys! Is everybody having fun tonight?

모든 사람 : (신나게 소리치는) Yes!!

DJ : (안 들린다는 듯 귀에 손을 대고) Sorry? You really wanna have fun?

모든 사람 : Yes!

DJ : Ok Ok.... . . . I got it! Here We Go!

 

음악 높아지고 사람들 춤춘다.

영지, 신나서 들썩들썩하자 아미, 영지 손을 끌고 춤추는 데로 나온다. 영지, 신나서 춤춘다.

 

영지 : 아싸!

 

신나게 춤추는데 몇몇 여자들 무대 위(또는 높은 단)에 올라가서 춤춘다.

 

영지 : 쟤네들은 웬 잘난척이예요?

아미 : 아무나 올라가도 돼요.

영지 : (손을 잡아끈다) 그럼 우리도 가요.

아미 : (싫다고 손 흔든다. 영지를 밀어 올라가라고)

영지 : . . . .(좀 머뭇거리다가 올라간다)

 

영지, 무대위로 올라가 신나게 춤추기 시작한다.

예쁘게 차리고 꾸민 오늘밤, 지금 이 시간 만큼은 아무도 날 초라하게 보지 않는다, 열등감에서 이 시간만큼은 해방.

날아갈 만큼의 시원함과 자신감으로 춤을 춘다. 신나서 몸이 가는대로 뛰는 사통팔달 막춤.

준우, 입구로 들어선다. 누군가 와서 아는척 하고 사람들과 악수하고 인사를 하는데 저 멀리 무대가 눈에 들어온다.

 

준우 : . . . .(갸우뚱). . . . ?

영지 : (신나게 펄쩍펄쩍)

준우 : . . . 아미씨?

 

 

S#66. 바 입구 / 밤

 

준우, 입구로 나온다.

 

준우 : 오늘 초대된 분중에 혹시 정아미씨도 계십니까?

가드 : . . .잠시만요. . . . (이름장부를 뒤적인다) 네, 계시네요. 일행 한분과 함께 입장하셨는데요.

준우 : 아...그래요? 감사합니다. . . .(바로 들어가며) 아직 안떠났나....

 

 

S#67. Bar / 밤

 

아미, 무대로 다가가 영지에게

 

아미 : 차에 있을테니까 출만큼 추고 나와요.

 

아미, 나가는데 준우와 스친다. 두 사람 서로 못보고.

준우, 무대로 다가가는데 사람들에 막혀서 중간쯤 서있다.

 

준우 : (소리치는) 아미씨!

영지 : (못 듣고 신나게 춤추는데)

 

준우, 영지를 향해 손을 흔들어보인다. 영지, 손흔드는 남자로 시선, 준우다. 깜짝 놀라는.

얼른 무대에서 내려와 사람들 사이로 도망간다. 12시가 돼 달아나는 신데렐라처럼....

이때 음악에 ‘땡.... 땡.....땡....땡....’ 하는 괘종시계음이나 종소리 샘플링이 믹스된다.

 

준우 : 아미씨!

 

영지, 후다닥 달아난다. 달아나는데 급하게 뛰다가 목에 두른 스카프를 흘린다. 주울까 하다 그대로 후다닥 나가는 영지.

영지가 떨구고 간 스카프를 집어드는 준우. 영지가 사라진 곳을 바라보며 스카프 들고 서 있는 준우의 표정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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