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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남녀] 15

작성자수다쟁이|작성시간10.09.28|조회수263 목록 댓글 0

[비밀남녀] 15

 

 

 

 

 

 

 

 

 

 

S#1. 영지네 마당 / 낮

 

영지, 들어선다. 책상 사라졌다. 영지, 깜짝 놀란다. 이리저리 둘러본다.

 

영지 : 아버지, 여깄던 책상 어쨌어?

달구 : 버렸다.

영지 : 어디다?

달구 : (턱으로 밖 가리키며) 저기다가.

영지 : 저기 어디?

달구 : 쓸모도 없는걸 왜 여기다 갖다놔. 자리만 차지하고 걸리적거리게.

영지 : (펄쩍펄쩍 뛰며) 내 책상 어딨어! 내 책상! 빨리 말해 어따 버렸는지.

달구 : . . . . . .

 

 

S#2. 영지네 동네 일각 / 낮

 

영지, 달려온다. 재활용 옷가지들 지저분하게 굴러다니고 폐허같은 공터. 책상, 옆으로 누워있다.

 

영지 : 으씨. . . .여기 다 흙 묻었쟎아.. . .

 

영지, 흙 털고 낑낑대며 일으키려 한다. 간신히 일으켜 세우고 혼자 옮겨 보려하는데 역부족....

 

 

S#3. 거 리 / 낮

 

달리는 성월의 차. 수퍼맨 스파이더맨 복장의 영구, 성월.

 

영구 : 방금 꽃 받은 여자분이요, 태어나서 처음 받아보나봐. 난 그 아줌마 기절할까봐 겁나더라.

성월 :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직업이라니까. 맨날 행복해하는 사람 들만 보쟎아.

(E) : 핸드폰벨

 

 

S#4. 영지네 동네 일각 / 낮

 

수퍼맨 스파이더맨 복장의 성월 영구와 영지, 책상을 옮기고 있다.

 

영지 : 조심조심..... 이제 두시 방향으로 약간 틀어서. . .오케이! 아니 아니 좀더 틀어!

영구 : 아으 무거워..... 야, 이 쓸모도 없는걸 옮겨달라구 일하고 있는 우리를 불러냈냐.

영지 : 어...어... 거기 돌부리 조심.

성월 : 이 책상에 혹시 귀신붙은 건 아니죠? 그렇지 않고서야 이떻게 이런 애착을.....

영지 : 귀신 붙은거 맞아요. 너 말씀 안드렸어?

영구 : 밤마다 뭐라구 중얼중얼하는 소리도 들려요.

성월 : ......(책상에 귀 대보는데) 응... 그러네. 자기가 은행나무 황장군이래.

영지 : 자아... 이제 커브 트시고!

 

 

S#5. 아미네 거실 영지방 / 밤

 

스탠드만 켠 방. 책상에 가만히 앉아있는 아미. 영지의 가디건과 책들, 메모노트 놓여있다. 펼쳐보면

<수퍼에서 살것 : 두부, 콩나물, 햄, 고무장갑.....> <아미 선생님 수술 있는 날, 찰밥 도시락 준비!>

<아미 선생님 몸살기운, 생강차 만들자>

아미, 물끄러미 보며 울적하게 앉아있다.

 

아미 : . . . . (핸드폰으로 전화) 영지씨. . .나야..... 계속 마음이 안 편하네.... 내가 미안해요 영지씨...

 

 

S#6. 영지방 / 밤

 

불 꺼진 방. 이불 속에 엎드려 전화받는 영지, 마음 누그러진 표정.

 

영지 : 저도 죄송했어요.

아미 : 영지씨가 읽던 책이랑 물건들 아직 방에 있어요.... 내가 집으로 갖다줄까요?

영지 : 아니예요. 제가 찾으러 갈께요. 전화드릴께요.

 

 

S#7. 아미 방 / 밤

 

아미, 전화 끓고 메모노트를 몇장 더 들춰보는데 큰 글씨로 계속 반복되어 써 있는 메모, 들어온다.

<글 서영지 그림 김준우 글 서영지 그림 김준우>

<보고 싶어요.... 목소리도 듣고 싶구.... 우리의 제주도 첫 키스, 매일 그 시간으로 돌아가고 싶어요>

 

아미 : . . . . .!!!

 

 

S#8. 골프장 / 낮

 

준우부,모, 준우, 아미 라운딩중. 준우, 멋진 샷을 날린다. 준우부 모, 아미 박수치고.

아미, 제대로 안 맞는다. 아미, 부끄러운 듯 얼굴을 가리고 준우부모 웃으며 ‘괜챦아 괜챦아’

준우 부, 홀 앞에서 퍼팅. 홀로 공이 쏙 들어간다. 아미, 박수치며

 

아미 : 아버님 파이팅!

준우부 : 지금 우리팀이 앞서고 있지?

아미 : 네, 아버님. 아무래도 점심은 어머님이랑 준우씨가 사셔야 할 것 같아요.

준우모 : 제가 점수를 다 깎아먹어서 준우한테 미안하네요.

준우 : 아직 몰라요. 남은 홀에서 우리가 역전하면 돼요.

준우부 : 이렇게 재밌는 내기 골프는 처음 해보네. 빨리 다음 홀로 갑시다.

 

클럽카로 이동하는 네 사람. 준우 부모가 한 차, 준우와 아미가 한 차를 탔다.

준우 부모, 대견한 듯 뒤를 돌아보고 웃는다. 아미, 손 흔들며 웃고.

 

준우 : . . .(그런 아미를 보는...)

 

 

S#9. 거 리 / 낮

 

준우 부의 차, 준우가 운전하고 조수석엔 아미. 뒷좌석엔 준우부모.

 

준우 : 아미씨, 이 다음 신호에서 우회전 하는게 낫죠?

아미 : 네.... 아버님 어머님, 저희집 들러서 차 한잔하고 가실래요?

준우부 : 아니야. 괜히 우리 신경써서 힘들게 그러지 말아요.

아미 : 아니예요 아버님.... 차 한잔 하시고 가세요.

준우모 : 그럴까 그럼? 어떻게 해놓고 사는지도 궁금했는데...

아미 : 그러세요 어머님.

 

아미 핸드폰 진동으로 울린다.

 

아미 : 죄송합니다 어머님. (조용한 목소리로 전화받는) 여보세요.

영지(F) : 선생님, 전데요. 책 가지러 이따 잠깐 들러도 돼죠?

아미 : . . . .(잠시 생각하는 표정). . . .그래요 그럼.

 

 

S#10. 아미네 거실 / 낮

 

소파에 앉아있는 준우와 아버지. 준우모, 구경하고 있다. 아미는 식탁에서 차 준비하고.

 

준우모 : 집도 이쁘네, 아주. . . 집주인처럼 이뻐.

아미 : 어머니, 차 드세요. 준우씨, 좀 도와줘요.

 

아미, 은쟁반에 홍차 티포트와 우유 레몬, 쿠키를 차려낸다. 아미와 준우, 쟁반을 들고 거실 테이블로.

 

아미 : 선물 받은 홍찬데 아주 맛이 좋아요... 드셔보세요. 우유타서 밀크티로 드셔도 좋구요.

준우모 : 이쁘게도 차려왔네....

준우부 : 향도 좋은데. 빛깔도 곱구.

 

이 때 현관에서 영지, 들어온다. 준우와 부모를 보고 놀라서 굳어선다.

 

영지 : . . . .

준우 : . . . . .

준우모 : 손님이 오셨나보네.

아미 : 아니예요. 아는 후밴데 뭘 좀 가지러 왔어요.

영지 : 죄송합니다.

 

영지, 방으로 들어간다.

 

준우모 : 의대 후밴가?

아미 : 아뇨.... 학교 후배는 아니구요...

 

 

S#11. 아미 빌라내 영지방 / 낮

 

영지, 멍하니 서 있다가 주섬주섬 책들 챙기기 시작한다. 밖의 웃음소리 들려온다.

 

준우부(E) : 두 사람 결혼얘기는 어디까지 진척된거야.

준우모(E) : 결혼은 내년 삼사월쯤이 어때?

아미(E) : 저는 좋은데 준우씨는 어떠세요?

준우(E) : . . . .삼사월이면 좀 빠르지 않나요....

 

영지, 가디건과 책을 챙겨 들고.

 

 

S#12. 아미네 거실 / 낮

 

영지, 책을 대충 껴안고 나온다. 불안정하다.

 

영지 : 선생님, 저 가볼께요.

아미 : 그럴래요?

준우모 : 우리 때문에 두 사람 얘기도 못하구 금방 가시는거 아녜요?

영지 : 아 아닙니다. (준우 부모향해) 그럼 얘기하시다 가세요. (영지 인사 하다가 책을 후두둑 떨어뜨린다)

준우 : (벌떡 일어나 책 챙겨주고)

아미 : . . . . .

준우부.모 : ?? (준우가 쟤를 아나? 싶은)

영지 : (후다닥 책 들고) 죄송합니다. 안녕히 계세요. (나가는데)

준우 : 잠깐 나갔다 올께요. (따라나가고)

아미 : . . . . . (마음에 날이 솟고). . . .

준우부 : 저 후배를 준우도 알아요?

아미 : . . . 네, 사실은 저희집 일을 도와주던 친구라 여기 왔을 때 한번 봤어요.

준우모 : 집 일을 도와줬다면.....

아미 : . . . .(미소) 파출부요, 어머님.

 

 

S#13. 아미네 빌라 앞 / 낮

 

영지, 걸어가는데 준우 따라온다.

 

준우 : 영지씨!

 

영지, 못 들은척 빨리 걸어간다.

준우, 달려가 터프하게 영지의 팔을 잡아 확 돌려세운다. 가슴에 안고 있던 책들 와르르 떨어지고.

준우를 보는 영지의 눈물 그렁한 눈.

 

영지 : . . . .

준우 : . . . .

 

준우, 영지를 확 껴안는다.

 

영지 : (뿌리치고 나오며) 이러지 마세요.

준우 : 영지씨....

영지 : 들어가 보세요. 이상하게 생각하시겠어요.

준우 : 여긴 웬일이예요?

영지 : 저 아미 선생님 댁 일 그만뒀어요. 남아있던 물건 좀 가져가느라구요.

준우 : . . . . . ..

영지 : 결혼 축하드려요. 두 분 정말 잘 어울리세요. (가려는데)

준우 : (영지의 손을 잡는다)

영지 : . . .왜 이러시는건데요?

준우 : 내가 영지씨를 좋아하고 있는 것 같아요.

영지 : 그래서요?

준우 : . . . . .

영지 : 지금 내 손을 잡고 들어가서 이 사람을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어요?

준우 : . . . . .

영지 : (준우 손 뿌리치며) 할 수 없으시쟎아요. 저역시 바라지도 않구요. 솔직히 말해서 저 부원장님한테 끌렸던건 사실이예요.

         그 이유가 뭔지 아세요? 돈 많고 근사해 보여서요. 그게 다예요. 저희집 어떤지 보셨쟎아요. 준우씨같은 조건의 남자는

         무조건 멋져 보일 수 밖에 없죠.

준우 : 영지씨 거짓말 하는거 너무 어색해요. 다 보여요.

영지 : 준우씨도 거짓말 하는거 너무 어색하고 다 보여요. 내가 정아미가 아니라 이 집 파출부란거 알게 됐을 때

         겉으론 아닌척해도 실망하는 표정, 저 다 읽었어요. 제주도 엄마가 우리 친엄마가 아니라고 했을 때도

         억지로 표정관리 하고 있는거.... 다 보였구요.

준우 : . . . ..

영지 : 들어가 보세요.

 

영지, 뒤돌아보지 않고 뛰어가고.

 

준우 : . . . . . .

 

 

S#14. 아미네 거실 / 밤

 

준우, 들어와 앉는다.

 

준우부 : 넌 밖에 나가서 뭐하다 온거야?

아미 : 영지씨랑 할 얘기가 많으셨나봐요?

준우 : 아 예.... 별거 아니었어요. . . (차 마신다)

아미 : 밀크티로 한잔 더 만들어 드릴까요?

준우 : 아뇨 괜챦습니다. ..아미씨도 피곤하실텐데 우린 그만 일어나죠.

아미 : . . . .(기분 별로 안 좋고)

 

 

S#15. 준우네 거실 / 밤

 

준우와 부모 들어온다. 준미가 맞고.

 

준미 : 잘 치고 오셨어요? 좀 늦으셨네요.

준우모 : 정원장 집에 들러서 차 한잔 하고 오느라구.

준미 : 그럼 이제 우리집에도 한번 초대를 해야죠.

준우모 : 그래야지.

준우부 : 넌 아까 그 집 파출부는 왜 따라 나간거냐.

준우 : . . . . .

준우모 : 그래.... 정원장 앞에서 괜히 불편하고 미안하더라.

준우부 : 그런 아이한테 무슨 볼 일이 있었던거야.

준미 : 어머, 오빠가 그 집 파출부를 따라나갔어?

준우 : . . . .

준우모 : 아버지가 물으시쟎니.

준우 : . . . .. 그 집 일 그만뒀다고 해서 아트센터에 자리를 좀 알아 봐줄까하구요.

준우부 : 그럼 정원장을 통해서 얘길하던가. 남들이 보면 오해받기 십상이 겠더라. 나가서 한참동안을 들어오지도 않고.

준우 : 죄송합니다.

준우모 : 그래, 도와줄 수 있음 도와줘. 이쁘장하니 착하게 생겼던데 집안도 그렇게 어렵다며?

준우 : (기분 상하는) 아미씨가 그런 말까지 해요?

준우모 : 대리운전으로 만났는데 사람이 착해서 집안 일 좀 도와달라고 했다더라.

준미 : 잠깐! 그렇다면 그 여자..... 내가 사진 찍어 온 그 집 여자 아냐?

준우 : . . . . .

준우부 : 준미 얘기가 맞니?

준우 : . . . .

준우부 : 준미 얘기가 맞냐구.

준우 : 네.

준우부 : 저런 미친 녀석! 너 지난번에 뭐라고 했냐. 다신 안만나겠다고 했지.

준우 : 만나지 않았습니다. 아깐 그냥.....

준우모 : 정원장도 아니? 니가 그 여자애랑도 만났던거?

준우 : 아미씨는 몰라요.

준우부 : 너 하는 행동을 보니 믿음이 안 간다. 내년 삼사월도 멀어. 쟤 결혼, 올해 넘기기 전에 해치웁시다. 12월중에 날짜 잡아.

준우 : . . . . . .

 

 

S#16. 영지네 마당 / 밤

 

영지, 가방 맨 채 책상 앞에 앉아있다. 영구, 화장실에서 나오다 깜짝 놀라는.

 

영구 : 아우 깜짝이야. 넌 거기서 뭐하냐? 귀신인 줄 알았다.

영지 : 이 책상 내다 버려, 영구야.

영구 : 난리치고 찾아올 땐 언제고.

영지 : 이제 버려. 보기 싫어졌어.

 

F.O

 

 

S#17. 대형 수퍼 앞 / 낮

 

면 장갑 낀 손, 메가폰 들고 크게 소리치는 영지.

 

영지 : 자아.... 오세요, 보고 가세요. 캔 커피 네 개에 천원, 고무장갑 두 개 천원! 오늘 파격가 상품들 놓치지 마세요.

         자아...싸도 너무 쌉니다.

 

수퍼 주인, 트럭에서 물건을 나르며 영지에게.

 

주인 : 잘한다!

영지 : 아싸! 자아, 한번 들러보세요. 동네 수퍼에도 싸고 좋은 물건들 많습니다.

 

영지, 매장에 물건 채워놓고 장부에 적고. 손님들에게 친절하게 인사하고 ‘어서오세요’ ‘그 물건 이 쪽에도 있어요’

 

영지 : 할머니 뭐 찾으세요? 제가 도와드릴께요.

 

영지, 수퍼앞의 트럭에서 라면 상자 어깨에 지고 열심히 옮겨 놓고.

 

 

S#18. 영지 방 / 낮

 

노트북 앞에 앉아 글 쓰는 영지.

 

 

S#19. 거 리 / 밤

 

영지, 뛰고 있다. 뛰다가 전화 받는다. (대리운전 몽타주 스피디하고 음악을 타듯)

 

영지 : 네, 지금 학동 사거리예요. 다 왔습니다.

 

운전하는 영지. 뒤에는 영지 또래의 젊은 여자들 셋.

 

영지 : 골드문 클럽이라고 하셨죠? 거기가 요즘 제일 물 좋은 나이트라면서요? 신나게 놀다 노세요.

여자1 : 언니도 같이 갈래요?

영지 : 저는 돈 벌어야죠.

 

여자들 내리고 영지에게 돈 준다.

 

영지 : 네, 감사합니다! 재밌게 노세요! 즐 부킹!

 

 

S#20. 거리 일각 / 밤

 

서 있는 차. 차 문 열려있고 차 밖으로 나온 영지, 술 취한 여자에게 머리 쥐어뜯기고 있다.

 

취한 여자 : 내 남편 어디다 숨겼어 이년아!

영지 : 이거 놔요, 아줌마! 바람난 남편이 어디갔는지 내가 어떻게 알아? (길가는 행인에게 소리치는) 아저씨, 나 좀 도와주세요!

         이거 빨리 놔요, 아줌마.

취한 여자 : 그 자식한테 전화 좀 해줘. 돌아오라구. 내가 사랑한다구....

영지 : 아줌마가 이러지 않음 당장 돌아오겠다. 이거놔요 빨리..... (머리 뜯기며) 으아아아악! 알았어 알았어 전화해 줄게.

         (소리 바락) 내 머리 좀 놔!

 

 

S#21. 포장 마차 / 밤

 

산발이 된 머리로 우동 국물 후르륵 마시는 영지. 씩씩하다.

 

영지 : 으.... 시원하다.... 아줌마 여기 국물 쫌만 더 주세요. 단무지 두요.

(E) : 전화벨

영지 : 응, 재순이니. 나 지금 대리운전 뛰고 있지. 야, 나 지금 엄청 재미난 얘기 하나 건졌다.

         어떤 아줌마 남편이 바람이 났는데 누구랑 났는지 알어? 자기 결혼식에 주례를 서준 그 주례 선생님의 딸! 진짜 황당하지?

         그래서 떠올랐는데 바람난 아빠를 둔 꼬마 여자가 주인공으로 아빠의 애인을 찾아가는데서부터 얘기가 시작되는 거야...

         어때? 재밌지? 어, 잠깐만 재순아. 내가 다시 전화할게.

 

옆에 놓여있던 PDA 콕 찍는다.

 

영지 : 잡았다!

 

 

S#22. 거 리 / 밤

 

거리를 힘차게 달리는 영지. 씩씩하다. 달려간다.

 

 

S#23. 영지네 마당 / 아침

 

영구, 영민 이 닦고 세수하고 있다. 영지, 들어온다.

 

영지 : 굿 모닝! 마이 브라더 앤 시스터!

영구 : 뭐야... 밤새 일한거야?

영지 : 10만원 벌었다. 갑부탄생이야.

영민 : 언니, 나 3만원만!

영지 : 웃기구 있어..... (책상으로 시선) 야, 뭐야. 이거 갖다 버리랬쟎아.

영구 : 아부지가 내다 버리지 말래.

영지 : 아부지가?

영구 : 응.

영지 : . . . . .

 

 

S#24. 아미네 거실 / 아침

 

꽃병엔 시든 채 말라 꽂혀있는 꽃. 토스터에서 빵 튀어나온다.

아미, 옷방에서 나오며 허둥지둥. 뭘 잊어버렸는지 나왔다가 다시 들어가 커다란 스카프나 쇼올 들오나온다.

빵 하나 물고 냉장고로.

 

아미 : 뭐야. . . . 쥬스, 우유 하나도 없네.....

 

아미, 반쯤 남은 생수병 들고 식탁으로.... 의자에 앉아 빵 먹다가 꽃병에 시든 꽃 바라본다.

 

아미 : . . . . . .

 

 

S#25. 아트센터 / 낮

 

준우, 화가 나 있다. 통화중.

 

준우 : 아니 전시회를 일주일 앞두고 갑자기 연기해 달라는게 말이 됩니까?

         전시회장에 달랑 한 작품을 걸더라도 일정대로 진행 합니다. 그렇게 아세요. (전화끓고)

은희 : . . . 부원장님 오늘따라 예민하시네요.

준우 : 박은희씨! 수장고 정리해서 리스트 뽑았어요?

은희 : 아직.... 작업중이예요.

준우 : 말한지가 언젠데 아직도 작업중입니까.

은희 : 이번 주말까지 달라고 하시지 않았어요?

준우 : 오후까지 갖다주세요.

은희 : 요새 무슨 일 있으세요?

준우 : 없어요.

은희 : 요새 좀 이상하셔.....

준우 : 오후까지 리스트 뽑아오는거 잊지마요.

 

 

S#26. 준우 사무실 / 낮

 

준우, 화난 듯 들어와 문을 쾅 닫는다. 의자에 와서 앉는다. 잠시 가만히 앉아있다가 핸드폰으로 전화하는.

 

준우 : 아미씨? 난데요. 오늘 점심 같이 하실래요?

 

 

S#27. 카 페 / 낮

 

케잌과 커피 놓여있는 테이블. 아미, 준우 마주 앉아있다.

 

아미 : 이 집은 메인요리보다 디저트를 더 잘하는 것 같아요. 맛있죠?

준우 : 많이 드세요. 전 배가 너무 불러요.

아미 : 저 어제도 골프 연습장 갔었어요, 추워지기 전에 한번 더 나가요. 그땐 그날 만큼 어설프진 않을꺼예요.

준우 : 왜요, 그 날도 잘하셨어요.

아미 : 다음엔 제가 집에서 저녁을 대접할께요. 다음에도 골프마치고 우리 집으로 가요.

준우 : 다음엔 저희 집으로 아미씨를 초대하시겠다던데..

아미 : 그래요? 좋죠.

준우 : . . . .참, 그 날..... 영지씨가 파출부라는 얘기 아미씨가 하셨어요? 집이 어렵다는 것도 대리운전으로 만났다는 것두?

아미 : . . . . .네.

준우 : 그런 얘기까지 하실 필요는. . . .

아미 : 못할 이유는 또 뭐죠? 제 시부모님이 될지도 모를 분들한테?

준우 : . . . . .

아미 : 영지씨를 좋아하세요?

준우 : . . . . .

아미 : (쿨하고 여유있게) 준우씨, 분명히 해주세요. 영지씨를 좋아하면 부모님께 그렇게 말씀드리고 그 길로 가세요.

         전 물러날께요.

준우 : . . . 전 꼭 그런 뜻이 아니고....

아미 : 준우씨가 날 싫다고 해서 내가 구질구질 매달릴 사람 아닌거 아시죠? 쿨하게 해요, 우리.

준우 : . . . . .

아미 : 그만 일어나죠. (일어서고)

준우 : . . . .(난감). . . .

 

 

S#28. 레스토랑 앞 / 낮

 

두 사람 헤어진다. 아미, 웃으며 손 흔든다.

 

아미 : 점심 잘 먹었어요!

 

준우, 시야에서 멀어진다.

아미, 기분 나쁜 표정. 한 눈 판채 차로 내려서다가 발목 삐끗.

 

아미 : 아흐. . . . .

 

아미, 쩔쩔매다가 걸어보려 하는데 절룩절룩..... 발이 닿을 때 마다 아프다.

 

아미 : . . . .아으...아퍼. ....

 

 

S#29. 일반 사무실 / 낮

 

포도대장 옷의 성월, 마당쇠 복장의 영구, 포졸 복장의 도경. 노래 부르고 있다.

 

일동 : (합창) 사랑하는 김태복..... 생일 축하합니다......

 

사람들 박수치고..... 성월, 꽃다발을 뿔테 안경의 더벅머리 노총각에게 준다.

 

성월 : 태복씨, 고모님이 올해는 꼭 장가가라십니다. 마흔 다섯을 넘기지 말래요.

영구.성월 : 생일 축하합니다! 장가 꼭 가세요.

(E) : 핸드폰벨

도경 : (얼른 주머니에서 전화꺼낸다) 네, 아미씨!

아미(F) : (아픈 목소리) 지금 어디예요?

도경 : 목소리가 왜 그래요?

아미(F) : 나 좀 도와줘요 도경씨.

 

 

S#30. 거 리 / 낮

 

도경, 포졸차림으로 뛰고 있다. 지나가던 사람들 웃으며 돌아보고 핸드폰 카메라로 찍는 여학생도 있다.

인파를 뚫고 거리를 달려 간다. 횡단보도 앞에 서 있는 도경, 사람들이 쳐다본다.

 

도경 : (벌컥 화낸다) 파란불 왜 이렇게 안 들어와! (신호등 걷어가며) 고장난거 아냐 이거!

 

파란불이 켜지자마자 도경 달려나간다. 도경, 사람들의 시선 아랑곳 없이 숨이 치받게 뛰어간다. 아미에게..... 사랑의 마음.

 

 

S#31. 거리 일각 / 낮

 

아미, 차에 기대 어정쩡하게 서 있다. 저 멀리서 사람들의 시선을 받으며 포졸이 하나 뛰어온다. 자세히 보면 도경이다.

 

아미 : . . . . .

도경 : (와서 선다. 숨 찬) 헉. . .헉. . . 무슨. . .일이예요 아미씨. . .

아미 : . . . .어디서부터 그러구 뛰어온거예요?

도경 : 헉헉. . . .

 

 

S#32. 아미 진료실 / 낮

 

포졸 도경, 오른쪽 발목에 붕대감은 아미를 부축해 들어온다.

 

도경 : 어.... 조심조심....

아미 : 고마워요.

도경 : 수술하는데 지장 없겠어요?

아미 : 수술을 손으로 하지 발로 하나요?

도경 : 이따 저녁에도 올까요? 그 발로 운전 못하실꺼 아녜요.

아미 : . . . . . .

도경 : 아미씨 지금 또 이 놈이 이걸 핑계로 나한테 자꾸 달라붙으면 어떡 하지... 이 생각하죠?

아미 : .... 당연하죠.

도경 : 그럼 맘대로 하세요. 전 갑니다.

 

도경, 쿨하게 문 닫고 나간다.

 

아미 : . . . . .

도경 : (문 벌컥 열고 들어와) 이럴 줄 알았죠?

아미 : (푹 웃고)

도경 : 발 나을 때까지 제가 기사 노릇 해드릴께요. 치근덕 거리지 않을테니까 마음 놓으시구요. 그럼 see you tonight!

아미 : 이따가도 그 옷 입고 오실꺼예요?

도경 : 저녁에 올 땐 이몽룡이처럼 어사화를 꽂고 오겠습니다. 그럼 소인은 이만! (인사 꾸벅, 나간다)

아미 : . . . . .

 

노크소리나고 문여사 들어온다.

 

문여사 : 방금 저 포졸은 뭐야?

아미 : 웬일이세요?

문여사 : 지나던 길에 궁금해서 들렀어. 김준우 부원장이랑 얘기는 잘 돼가?

아미 : 아뇨. 더 좋은 선자리 좀 알아봐주셔야 할 것 같은데요.

 

 

S#33. 준우 사무실 / 낮

 

준우 모, 준우 나무라고 있다. 준미도 옆에서 깔짝깔짝 신경을 긁고.

 

준우모 : 정원장이 문여사한테 그랬다는데. 다른 사람 알아봐 달라구. 너는 별로 생각이 없는 것 같다구.

준우 : . . . . .

준미 : 그 날 그 집 파출부 따라나가고, 봄에 결혼하는게 이르다고 그러구.... 내가 정원장이라도 기분 상했겠다.

준우모 : 너 확실히 해. 어떻게 할꺼야. 정원장 놓칠꺼야?

준우 : . . . . .

준미 : 어머머...... 오빠 아직도 마음에서 갈등하는거야?

준우 : 제가 앞으로 잘할께요.

준우모 : 확실한거지?

준우 : 네.

 

 

S#34. 아트센터 야외 일각 / 낮

 

준우, 심란한 표정으로 걸어나온다. 영지와 준우 함께 있던 벤취.

 

< 플래쉬 백 --

영지, 발바닥에서 로케트가 솟아요. 쓩쓩! 영지씨는 뭘 먹어서 그렇게 귀여워요? 영지버섯이요 >

 

준우 : . . . . .

 

준우, 씁쓸.....

준미, 다가온다. 쓸쓸한 표정으로 앉아있는 준우를 본다.

 

준미 : 오빠, 내가 말했지. 자기가 속물인 것 같아서 싫은 모양인데 누구나 다 그래. 겉으로 말만 안하고 있을 뿐이야.

         오빠만 그런거 아니라니까.

준우 : 응.... 나 속물 맞어.

준미 : 나는 더해. 걱정 마.

준우 : . . . .내가 너무 싫다.

준미 : 익숙해 질꺼야. 조금만 견뎌봐.

 

 

S#35. 출판사 사무실 / 낮

 

영지에게 봉투를 내밀며 고개를 흔든다.

 

직원 : 저희 쪽에선 출판이 힘들겠는데요.

 

 

S#36. 다른 출판사 사무실 / 낮

 

영지, 실망의 얼굴로 묻고 있는.

 

영지 : 이게 왜 재미없는데요?

직원 : 본인이 한번 다시 읽어봐요.

영지 : . . .여러번 읽어봤는데 재밌던데요.

직원 : 그게 바로 서영지씨가 안되는 이유예요.

영지 : . . . . . .

 

 

S#37. 고수부지 / 낮

 

영지, 멍청히 앉아있다.

 

영지 : 생쥐는 세상에 왜 태어난 걸까.. 일도 사랑도 다 안풀리는데... 재능은 없고, 꿈은 크고.. 능력도 없는 주제에 피만 뜨거워..

         (강을 향해 소리친다) 나더러 어떻게 살라구.... 능력은 없으면서 피만 뜨겁게 만들어놓은거야...

         가질 수는 없는데 그 사람을 사랑해.... 나더러 어쩌라구... 어떻게 살라구....

 

영지, 못 견디겠다는 듯 달려가기 시작한다. 고수부지를 뛰고 있는 영지.

 

 

S#38. 영지네 마당 / 낮

 

들어와 평상에 벌러덩 눕는 영지. 숨찬 듯 헉헉대며.

 

달구 : 뛰어왔냐?

영지 : 아버지.... 출판사에 원고 돌린거 나 다 떨어졌어. 다 퇴짜 맞았어.

달구 : 알고 있어.

영지 : (벌떡 일어나 앉으며) 어떻게?

달구 : 급하게 콩 볶아먹듯이 써서 갖다주지 않았냐.

영지 : ......

달구 : 복수에도 성공에도 인내가 필요하고 준비하는 시간이 필요한 거다.

영지 : (한숨)

달구 : 너는 시간과의 겨루기. 너와의 인내심 겨루기에서 진거야. 조급하게 휘갈긴거..... 그게 그 사람들 눈에 안 보였겠냐.

영지 : . . . . .응, 맞아요 아부지. 나는 여기서도 지고, 저기서도 졌어요.

달구 : 잘했다. 질 때가 있으면 이길 때가 또 온다.

영지 : 그게 언젠데? 말해 봐.

달구 : 그건 내가 술 한잔 더 마셔야 알 수 있을 것 같은데...

영지 : 나라구 영원히 지고만 살진 않겠지?

달구 : 그럼.

영지 : 아부지.... 저 책상 왜 버리지 말랬어?

달구 : 겨울에 저거 쪼개서 장작으로 쓸려구. 연탄값 아껴야지.

영지 : . . . ..

 

 

S#39. 야외 주차장 / 낮

 

대리운전 명함 꽂아놓는 영지. 이 차, 저 차 꽂고 돌아다니는데 저 만치에 준우의 차가 서 있다.

다가가는 영지. 손을 대 본다. 애잔한 눈길로 바라보다가.

 

영지 : . . . . . 여긴 웬일이지?

 

창문에 허옇게 뭔가 묻어있다. 영지, 바지 주머니에서 손수건 꺼내 창문에 김을 허 불어 닦는다. 열심히 닦는데

 

남자 : 아가씨 남의 차에서 뭐해?

영지 : ??

남자 : 남의 차는 왜 닦아?

영지 : . . . .(어벙한 표정으로 명함 하나 건넨다) 대리운전입니다.

남자 : 응...대리구만... 한번 부를게. 새똥 닦아줘서 고마워!

 

남자, 명함을 받아 차에 탄다. 영지, 돌아서서 멍청한 표정으로 걷고.

 

 

S#40. 도 로 / 밤

 

달리는 아미의 차. 운전하는 도경. 조수석의 아미.

 

도경 : 우회전 하겠습니다. . . .(우회전) 직진 하겠습니다. 2시 방향으로 못 생긴 남자 지나가니 눈길 주지 마십시오.

아미 : 유난떨지 말고 편하게 가요.

도경 : 몸을 다치면 마음도 우울해질 수 있거든요. 그래서...기분 좀 밝아지시라구....

아미 : 기분 더 나빠질 것 같아요. 그냥 조용하게 가요.

도경 : 그럼 음악을 들으시죠. 클래식 뮤직, 오케이?

아미 : 운전하면서 졸게요? 나 솔직히 그 날 진짜 난감하더라.

도경 : 누가 에스프레소 한잔 안 사주래요?

아미 : 더블로 마셨어도 도경씨는 졸았을껄요. 뒤로 고개 꺾어질 때 진짜 압권이었어.

도경 : 사람이 다 지난 일을 들추고 그래...

아미 : 그 날 고개 꺾어지던거 흉내내 볼까요?

도경 : 아, 몰라. 나 배고파요. 가는 길에 떡볶이나 사줘요.

 

두 사람 티격태격... 차 달려가고.

 

 

S#41. 거리 떡볶이 트럭 / 밤

 

오뎅과 떡볶이 먹는 아미와 도경.

도경, 국물 급하게 마시다 ‘아 뜨거 뜨거...’ 아미, ‘챙피해 죽겠어 진짜.... ’ 웃고 떠들며 먹는 두 사람. 접시에 튀김 하나 남았다.

 

도경 : 튀김 하나 남았다. 가위 바위 보.

아미.도경 : 가위 바위 보! (한번은 둘이 똑같이 내고) 가위 바위 보!

 

도경이 이긴다.

 

도경 : 아자! 내꺼! (젓가락이 가는데)

아미 : (젓가락을 막는다) 안돼, 삼세판! 다시 해요.

도경.아미 : 가위 바위 보!

 

도경이 또 이긴다.

 

도경 : 오예! (튀김 간장에 찍어 약 올리듯 한 입에 확 넣는데)

아미 : 여기 튀김 1인분만 더 주세요!

도경 : (인상 쓰고) 치사 빤스!

 

 

S#42. 커피 전문점 / 밤

 

도경, 아미 카운터에서 주문하고 있다.

 

도경 : 에스프레소 더블이요!

아미 : 저는 카페라떼 주시구요. (카운터에 돈 낸다)

도경 : 제가 가져갈께 아미씨는 앉아계세요.

 

아미, 절룩거리며 의자로 걸어간다. 도경, 보고 있다가 달려가 아미를 번쩍 안고 창가 의자에 데려다 앉힌다.

사람들 ‘우와...’ 멋지다는 듯 보고.

 

도경 : 보기보다 너무 무겁단 말이지. 통뼈야 통뼈.

아미 : (눈 흘기는데)

안내방송(E) : 최도경 손님! 에스프레소 더블, 카페라떼 나왔습니다.

도경 : 예! 갑니다! (달려가고)

아미 : . . . . . .(미소). . . .

 

아미, 핸드폰 진동으로 드르륵. ‘김준우’ 다.

 

아미 : 여보세요?

 

 

S#43. 아트센터 일각 / 밤

 

준우, 퇴근하는 길에 통화중.

 

준우 : 아미씨! 화 나있는거 아니죠?

아미 : 화날 일이 뭐가 있겠어요.

준우 : 저 지금 퇴근 하는 길인데 시간 괜챦으심 영화나 하나 볼까요? 제가 병원으로 갈께요.

아미 : 전 벌써 퇴근했는데요.... 좀 더 일찍 전화를 주시지.....

준우 : 어디 계신데요? 제가 그리로 갈까요?

아미 : 의대 후배를 좀 만나기로 했어요.... 병원 개업문제 때문에 상의를 좀 할 일이 있다고 해서요.

         오늘은 좀 그렇구 내일 어떠세요?

준우 : 내일은 청주에서 몇시에 일이 끝날지 모르는데...

 

 

S#44. 커피 전문점 / 밤

 

커피 들고 도경, 온다.

 

도경 : (큰 소리로) 짠! 카페라떼 왔습니다 아미씨.

아미 : (깜짝 놀라 핸드폰을 손으로 막는)

도경 : (눈치없게 계속 큰소리로) 나는 에스프레소 더블! 고독을 아는 남자는 이 가을, 에스프레소를 마십니다!

 

 

S#45. 아트센터 일각 / 밤

 

핸드폰으로 도경의 웃음소리 목소리 들린다.

 

도경(F) : 조심해요, 뜨거워요. 제가 불어드릴까요?

준우 : ??

아미 : (손으로 가리고) 집에 가서 다시 전화할께요. (끓고)

준우 : 최도경이 목소리 같은데.....

 

 

S#46. 커피 전문점 / 밤

 

아미, 전화를 백 안에 넣는다.

 

도경 : 누구였어요?

아미 : 준우씨요.

도경 : . . . . .(약간 기분 상하고) 왜 전화 한거예요?

아미 : 내가 뭐하나 궁금하니까 했겠죠.

도경 : 도경씨랑 같이 있다구 오라구 그러지 왜.

아미 : 내가 미쳤어요?

도경 : 나랑 있으면 미친거요?

아미 : 준우씨가 괜히 오해할 수도 있쟎아요.

도경 : 나 삐졌어요.

아미 : 삐지세요.

도경 : 나 정말 삐졌거든요. (벌떡 일어서며) 난 갈테니까 그 발로 혼자 가던지 말던지 김준우더러 데려다 달라고 하던지 말던지

         맘대로 해요.

 

도경, 나간다.

 

아미 : . . . . .

 

아미, 혼자 커피 마신다.

도경, 살글살금 들어온다. 몰래 숨어서 아미보고 있는데 아무런 동요도 없이 커피마시고 있다.

 

도경 : . . . 그래두 김준우한테 전화는 안 거네... 크크크....

 

도경,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아미에게 다가간다.

 

아미 : 왜 안가요?

도경 : 차 키를 내가 갖고 있더라구. (키를 탕 놓으며)

아미 : 이제 가 보세요.

도경 : 에스프레소는 마시고 가야지. 내가 얼마나 좋아하는데 이걸. (한 모금마신다. 인상쓰며) 아으 써....

         나 없는동안 여기다 뭐 탔죠?

아미 : (어이없고 귀엽다. 깔깔깔) @@

 

 

S#47. 아미네 빌라 앞 / 밤

 

도경, 아미를 부축해 온다. 서로의 표정 힐끗 거리면서.

 

아미(E) : 집에 들어가서 차 한잔 달라고 하면 뭐라고 하지?

도경(E) : 내가 차 한잔 대접 안하고 그냥 보내요? 떼를 쓸까봐 두렵겠지.

아미 : 고마웠어요 오늘.

도경 : 내일 아침에 또 출근 시켜드릴께요. 들어가서 푹 쉬세요.

 

도경, 인사하고 뛰어간다. 아미, 도경의 뛰어가는 모습 바라보고 있는.

 

도경(E) : 의외로 쿨하다고 생각하겠지... 크크크....

아미(E) : 의외로 소심하네.....

 

 

S#48. 거리 일각 / 밤

 

영지, 중년남녀 앉아있는 차로 달려와 인사한다.

 

영지 : 성실히 모시겠습니다. 대리운전입니다. (운전석에 앉으며) 어디로 모실까요, 손님?

여자 : 성북동이요.

 

 

S#49. 고급 주택가 / 밤

 

영지가 운전하는 차 들어온다. 영지, 차룰 세우며.

 

영지 : 다 왔습니다.

여자 : 자요, 2만원.

영지 : 네, 5천원 여깄습니다.

여자 : 됐어요. 이 동넨 택시잡기도 힘든데....

영지 : 감사합니다.

 

영지, 걸어 내려오고 있다. 낯선 동네.... 이리가야 맞나 저리가야 하나.... 두리번 거리며 한참을 걸어오는데 헤드라이트 불빛.

준우의 차, 올라오고 있다. 준우, 영지가 걸어가는게 보인다. 차를 세운다.

 

준우 : 영지씨!

영지 : ??

준우 : 우리 동네엔 웬일이예요?

영지 : . . . . . 손님이 여기서 내리셨어요. 저 다시 대리운전하거든요.

준우 : 타요, 데려다 줄께요.

영지 : 됐어요.

준우 : 타요, 여긴 버스도 없구 택시잡기도 힘들어요.

영지 : 걸어서 갈게 놔두세요.

준우 : 타라니까.

영지 : 괜챦다니까요.

 

준우, 영지 잡고 실랑이 하는데 차 한 대 들어오다 멈춰선다. 준우 부모가 탄 차.

준우는 차 안의 아버지 못 본 채 계속 영지의 손을 놓지 않고 영지는 손 놓고 가려고 실랑이 계속.

 

준우모 : 아니 쟤가.....

준우무 : 저런 미친 놈. . . . (차에서 내려) 너 지금 여기서 뭐하는거야.

준우 : (놀라서 보면)

영지 : !!!

 

준우 부, 두 사람에게 다가온다.

 

준우부 : 지금 여기서 뭐하는거냐고 묻지 않니.

준우 : . . . . .

준우부 : (준우의 뺨을 때린다)

준우 : . . . .

영지 : (놀라고) !!

준우부 : 동네에서 이게 무슨 짓이야. 당장 들어와라. 아가씨는 얼른 가구.

 

영지, 어찌해야 할지를 모르겠고.... 꾸벅 인사하고 뒤돌아 뛰어간다.

 

 

S#50. 준우네 거실 / 밤

 

준우 부, 화가 나 소리친다.

 

준우부 : 넌 어떻게 돼 먹은 놈이야.

준우모 : 너 아까 나한테 뭐라고 했니? 정아미 원장이랑 잘해보겠다고 하지 않았어?

준우 : . . . . .

준우부 : 누가 보기라도 했음 어떻게 생각하겠어.

준우 : 아버진 남의 시선이 그렇게 중요하세요?

준우부 : 그러는 너는?

준우 : . . . .

준우부 : 그 날 우리 앞에서 네 입으로 뭐라고 했는지 기억 안나?

            그 사람 좋지만 결혼할 자신 없습니다. 그 집 사위가 될 자신 없습니다. 분명히 이러지 않았어?

준우 : 그랬습니다.

준우부 : 그랬는데?

준우 : 그 사람을 좋아하는 마음도 없어지질 않아요.

준우모 : 너 왜 이렇게 철 없이 구니.

준우부 : 그럼 그 여자랑 결혼을 하던가. 정아미 원장 집에서 파출부 하던 그 여자한테 가라구. 우리랑 연을 끓고.

준우 :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연을 끓고 그 사람한테 가겠습니다.

준우부 : 이 녀석이.....

 

준우 부, 준우를 사정없이 때리기 시작한다. 준우모, 말리고. 준우 부, 가슴을 잡고 쓰러진다.

 

준우모 : 여보!

 

 

S#51. 입원실 / 밤

 

준우 부, 링거 꽂고 누워있다. 준우, 준우모, 준미 침상 곁에 서 있다.

 

준미 : 오빠도 우리 아빠를 송변호사님처럼 만들고 싶니?

준우 : . . . . .

준우모 : 너한테 애정이 각별한 분인거 몰라. 아버지 가슴에 그런 비수를 꽂으면 어떡하니.

            준우야, 아버지한테 그러지 마라. 아버지도 이제 많이 늙고 약해지셨어....

준우 : . . . . .

 

 

S#52. 영지 방 / 밤

 

어두운 방. 영지, 벽에 기대 앉아 있다. . .밖에서 달구, 술 취해 흥얼거리는 노랫소리 들려온다.

 

영지 : 아부지.... 인생은 어짜피 꿈이라고 너무 애쓰지 말라고 그러셨쟎아요. 슬픈 꿈은 꾸고 나서도 힘들다고 꾸지 말라구...

         아버지 말을 들을껄 그랬어....

달구(E) : 나한테 뭐라구 했냐? 안 들려.

영지 : 아니예요, 주무세요. (누으며) 나도 이제 악몽에서 깰꺼야. (이불 쓰고)

 

 

S#53. 대형 수퍼 앞 / 낮

 

힘차게 외치는 영지.

 

영지 : 자아... 친애하는 동네 주민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오늘은 비누랑 세제를 세일합니다. 자아 보세요.

         빨래비누 한 장에 천원! 다른데선 열장에 만원인거 여기선 한 장에 천원. 싸다 싸다 이렇게 쌀 수 가 있나.

         삼겹살에 상추쌈만 싸지 말고, 이렇게 싼 가격 당장 들여가세요!

주인 : (음료수 건네며) 목 좀 축이고 해!

영지 : 감사합니다.

 

영지, 음료 마시는데 주머니에서 핸드폰 진동으로 드르륵. 영지, 핸드폰을 본다. 모르는 번호, 갸우뚱하는.

 

영지 : 여보세요?

준우모(E) : 서영지씨 되십니까?

영지 : 네.

준우모(E) : 나 김준우 엄마예요.

영지 : (굳는) !!!

 

 

S#54. 카 페 / 낮

 

준우모, 영지 찻잔 놓고 마주 앉아있다. 영지, 긴장해 있다. 준우 모, 영지를 찬찬히 뜯어보는.

 

준우모 : . . . . .

영지 : 어젠 죄송했습니다.

준우모 : 우리 집 앞엔 왜 왔던거예요?

영지 : 집을 찾아갔던건 아니구요. 대리운전을 하는데요. 손님이 그 동네에서 내리셨어요.

         정말입니다. 전 부원장님 댁이 어딘지도 몰라요.

준우모 : . . . .힘들게 사네요.

영지 : . . . . .

준우모 : 그래서 우리 준우를 더 놓기 힘든거 아니예요?

영지 : . . . .아닙니다. 절대 아닙니다. 어제 부원장님 만난건 정말 우연이 었어요.

준우모 : 혹시. . . .우리 준우가 아가씨한테 무슨 책임을 져야 할 행동이라도 했나요?

영지 : 절대 그런 일 없습니다.

준우모 : 그럼 다행이구요. 우리 준우, 정아미 원장이랑 결혼얘기 오가고 있어요.

영지 : . . . . . .

준우모 : 어떻게 만나 얼만큼 마음을 두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제 정리해 주세요.

            준우도 저랑 아버지 앞에서 분명히 얘기했어요. 좋아했던 건 사실이지만 결혼할 자신은 없다고.

영지 : . . . . .

 

 

S#55. 준우 사무실 / 낮

 

준우, 사무실 전화로 통화중.

 

준우 : 청주 비엔날레 기간중에는 제가 좀 바쁠 것 같습니다. 죄송해서 어쩌죠. 청주로 한번 내려오세요. 제가 안내해 드릴께요.

 

영지, 들어온다. 준우, 가슴이 쿵하면서 반갑고도 슬프고.

 

준우 : . . . .(전화에) 네, 그럼 다시 연락주세요. . . .영지씨!

영지 : 부탁드릴 게 있어서 왔어요.

준우 : . . . . .

영지 : 앞으로 제 인생에 간섭 말아주세요. 길에서 마주쳐도 아는 척 하지 말고, 핸드폰에서 내 전화번호도 삭제하고,

         내가 보낸 문자 사진 다 지워주세요.

준우 : . . . .

영지 : 내 이름도 기억하지말고, 가짜 정아미로 만났던 거, 제주도에서의 일도..... 다 없던 걸로 해주세요.

준우 : . . . .그렇게 할께요.

영지 : . . . . (눈물이 핑 돈다). . . .

준우 : 영지씨도 그렇게 해줘요.

영지 : (눈물 뚝뚝, 하지만 웃으며) 저요? 전 벌써 다 삭제하고 지워 버렸죠.

         부원장님이 만들어 준 책상, 그것도 그 다음날로 바로 뽀개 버렸어요.

준우 : . . . . . .

영지 : 저요, 성공할꺼예요. 나중에 대한민국에서 제일 눈부신 데가 어딘가 찾아보세요. 제가 있는 곳일꺼예요.

준우 : 훌륭한 동화작가로 꼭 성공하세요.

영지 : 당연하죠. 작가 싸인회에 오세요. 제가 몰라봐도 서운해하진 마시구요.

 

영지, 나간다.

준우, 벌떡 일어서나 따라 나가진 못하고......

 

준우 : . . . . .

 

 

S#56. 아트센터 일각 / 낮

 

영지, 눈물 뚝뚝 흘리며 걸어간다. 준미와 마주친다.

 

준미 : 어머!

영지 : . . . . .(모른 척 무시하고 가고)

준미 : . . . .쯔쯔..... 어쩜 좋으니.... 그러게 왜. . . . (영지 뒷모습 보며 딱한 눈길) 하여간에 사랑이 뭔지....

 

영지, 계단을 돌아나오며 멈춰선다. 눈물 뚝뚝 흘리고 .....

 

 

S#57. 준우 사무실 / 낮

 

준우, 책상에 우두커니 앉아있다.

 

준우 : . . . . . . .(화나는 듯 책상을 쾅 내리친다)

 

 

S#58. 아미 진료실 / 낮

 

아미와 이복 언니 마주 앉아있다.

 

아미 : 남의 병원에 너무 자주 들락거리시는거 아니예요?

이복 : 그 날 그 남자 누구니?

아미 : 아실 꺼 없어요.

이복 : 니 대신 그렇게 얻어터져주는걸 보면 보통 사이는 아닌 것 같던데.

아미 : 그런게 왜 궁금한데요?

이복 : 니네 엄마가 결혼을 재촉한다는 말도 미국에서 들려오고 그 날 그 남자도 보고...... 정말 결혼하나 궁금해서.

         그 남자는 유부남이 아닌가도 궁금하구.

아미 : 네, 저 결혼할 꺼 같아요. 유부남 아니고 아주 좋은 집안의 훌륭한 남자예요.

이복 : 그 때 그 놈이니?

아미 : 아뇨. 그 사람 말구 딴 남자예요. 결혼식날 보세요. 청첩장 보낼게요. (웃고)

 

 

S#59. 영지 방 / 낮

 

영지, 이불 쓰고 누워있다.

 

달구 : 너 어디 아프냐?

영지 : (이불 쓴 채) 네.

달구 : 어디가? 감기 걸렸니?

영지 : 마음이 아파요.

달구 : 난 또.... 감기라도 걸린 줄알았다..

영지 : 마음이 아프다니까요.

달구 : 그 까짓꺼야 시간가면 낫는다. 걱정하지마.

영지 : 누구나 다 아버지처럼 살 수 있는건 아냐.

달구 : 나와서 술 한잔 하든지. (나가며) 술 안주로 김치 볶았다. 나와.

 

영지, 이불쓰고 꼼짝도 않고..... 핸드폰 울린다.

영지, 벌떡 일어나 발신자 본다. 실망의 표정.

 

 

S#60. 카 페 / 낮

 

영지, 출판기획자와 마주 앉아있다.

 

기획자 : (명함을 주며) 출판 기획을 하는 송은태라고 합니다. 작가들을 발굴해서 출판사와 이어주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영지 : 네에. . .안녕하세요.

기획자 : 서영지씨가 몇 개 출판사에 돌린 작품, 아주 재미있게 읽었습니 다.

영지 : . . . 제 껄 읽어보셨어요?

기획자 : 네, 제가 보기엔 다른 동화들과 확실하게 다른 색깔이 보이던데 왜 다들 출판을 안해주는건지.. 정말 알수가 없더라구요.

영지 : . . . . . .

기획자 : 저랑 출판 계약을 하시죠. 올해 안으로 책 한권 나오게 해 드리겠 습니다.

영지 : . . .혹시 사기 아닌가요? 뭐 제가 돈을 내야한다던가....

기획자 : 작가한테 돈 내고 책을 써주시오 하는게 어딨습니까. 먼저 계약 금조로 백만원만 받으시고 나머지는 인세로 받습니다.

            아시죠? 3천부 넘어가면서부터 책가격의 10%를 받는거.

영지 : 네, 알고 있습니다.

기획자 : 시간 끌 꺼 뭐 있습니까. 당장 내일 도장을 찍죠. 내일 세시에 여기서 만나시죠.

 

계약서에 도장찍는 영지.

 

기획자 : 오늘 당장 입금이 될꺼구요. 사장님이 출장에서 돌아오시는대로 책의 내용이라든가 출판시기를 의논하면 좋겠어요.

영지 : 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S#61. 영지네 마당 / 낮

 

들어와 계약서 봉투 들고 소리치는 영지.

 

영지 : 아버지. . .영민아, 영구야! 이거 봐라! 나 계약했다! 이제 올 해 안으로 내 책이 나올꺼야.

 

영지, 좋아서 팔짝팔짝.

 

 

S#62. 영지 방 / 밤

 

노트북 앞에 앉아 글쓰는 영지.

 

영지(E) : 생쥐의 일기, 오늘의 제목. 달이 지면 해가 뜬다. 신께서 말씀하셨다. 한 쪽 문이 닫히면 다른 문을 열어주실 꺼라고.

             오늘 나에게 다른 쪽 문이 열렸다. 나도 이제 걸어갈 길이 생긴거다.

             생쥐야, 쥐구멍을 박차고 빛나는 세상으로 나가라! 넌 이길 수 있을꺼야..... 그런데 그 길의 어디쯤엔가

             닫혔던 그 문으로 통하는 다른 길이 있진 않을까.... 내 사랑을 찾으러 갈 수 있는 그 길.

 

 

S#63. 골프장 / 낮

 

골프장의 네 사람. 볼이 날아간 곳으로 이동중. 네 사람 걷고 있다.

 

아미 : 아버님은 괜챦으세요? 며칠 입원하셨었다면서요.

준우부 : 나야 뭐 저 녀석이 속만 안 썩이면 괜챦지.

아미 : 무슨 일 있었어요?

준우모 : 일은. . . .

아미 : 얘기 좀 해주시지 그랬어요. 병문안도 못가고....

준우부 : 별거 아니었어.

준우모 : 이따 우리집에서 저녁먹고 갈 수 있지?

아미 : 그럼요.

 

아미, 몇발작 떨어져 걷고 있는 준우에게로 간다. 가끔씩 오른 발을 절룩 거린다.

 

준우 : 발이 불편해요?

아미 : 며칠전에 발목을 약간 접질렸었는데 이제 괜챦아요.

준우 : 그동안 운전은 어떻게 했어요?

아미 : . . .그냥. . .택시타고 다녔죠 뭐.

준우모 : 얘한테 출퇴근 시켜달라 그러지 그랬어.

아미 : 미안하쟎아요.  

 

 

S#64. 준우네 식탁 / 밤

 

화기애애한 저녁식탁. 준우부, 모, 준우, 아미, 준미 얘기하고 웃으며 저녁먹는다.

 

 

S#65. 아미네 빌라 앞 / 밤

 

준우의 차 와서 선다.

 

준우 : 들어가요, 아미씨.

아미 : 저도 오늘 즐거웠어요.

아미(E) : 오늘쯤엔 키스 정도는 진도가 나가야하는거 아닌가.

준우(E) : 이 사람이랑 내가 결혼을 하게 되나 정말로?

준우 : 잘자요.

아미 : 준우씨도 잘가요.

준우 : (아미 볼에 입 맞춘다)

 

아미, 미소 지으며 내려 손 흔들고.

 

 

S#66. 준우 방 / 밤

 

준우, 들어오고 준미도 따라 들어온다.

 

준미 : 뭐 이렇게 벌써 와. 집 앞에다 떨궈만 놓고 바로 온거야?

준우 : (누으며) 아흐...피곤하다.

준미 : 그래두 뭐 아까보니까 두 사람 잘 어울리고 보기좋더라.

준우 : 준미야.

준미 : 응?

준우 : 남들도 다 이러구 살겠지?

준미 : 그럼.

준우 : . . . . . .

 

 

S#67. 출판사 / 낮

 

한 쪽에 짜장면 먹은 그릇 쌓아둔 낡고 영세한 출판사 허름한 사무실.

영지, 들어선다. 사람이라곤 달랑 남자 하나, 책상에 발 올리고 잡지보며 낄낄 거리고 있다.

 

영지 : 사장님을 만나러 왔는데요.

사장 : 누구시죠? 내가 사장인데....

영지 : 서영지라고 하는데요.

사장 : 아. . .얘기 들었어요. 반갑습니다 서작가.

 

출판사 사장, 영지가 앉은 테이블로 다가와 플레이보이나 외국의 도색잡지들과 커다란 파일노트를 테이블에 던져 놓는다.

 

영지 : !!! (시선 돌리는데)

사장 : 글을 아주 감칠맛 나게 쓰신다구요. 아이템은 저희가 잡아봤습니다. 보시죠. 이 소재로 글을 써주시면 되는겁니다.

 

영지, 파일을 펼쳐본다. 제목과 간략한 줄거리가 적힌 A4용지들 잔뜩.

<오빠, 오늘밤 문 열어놓을게! 남편이 출장간 틈을 타 애인을 불러들이는 20대 젊은 주부의 방황과 일탈을

관능적이고 오소독스하게 그림> <매일 녹는 여자> <웰컴투 음탕골>

 

사장 : 저는 거기서 개인적으로 웰컴투 음탕골이 제일 끌려요. 요즘 출판 업계가 참 힘들어요.

         우리는 틈새 시장을 노리는 기획을 해야돼요.

영지 : 출판기획자라는 분이 뭔가 오해를 하신 것 같은데요... 전 동화작가 지망생이거든요.

사장 : 그런 구분이 어디있어요... 글만 잘쓰면 되는거지. 여기 애들이 등장 하는 것도 있긴있어요! 봐, 우리 이모 바람났네.

영지 : 저 못하겠는데요.

사장 : 못하다겠다니? 누가 서작가더러 직접 하래? 글을 쓰라구요, 풍부한 상상력을 가미해서. 이런 잡지들을 보면 떠오를꺼예요.

영지 : 이런 난잡한 글을 써야한다고는 말씀 안하셨는데요.

사장 : 이게 왜 난잡한 글이야. 인류탄생의 시발점인데.

영지 : 저 이거 못합니다. 계약금 다시 돌려드릴께요.

사장 : 왜 이러시나 이거.... 계약파기면 위약금 세배로 무는 거 몰라.

영지 : (벌떡 일어나) 사기계약은 당신들이 먼저 했쟎아. 계약금만 돌려드릴 테니까 그렇게 아세요!

사장 : 당신 고소당하고 싶어!

영지 : (테이블 위의 파일 집어던지며) 당신들이야말로 콩밥먹고 싶어? 내가 이런걸 쓸려구 지금까지 맘고생했는줄 알아!

 

 

S#68. 정앤리 클리닉 빌딩 앞 / 밤

 

꽃다발을 든 준우, 걸어가다 멈춰선다. 도경, 아미와 함께 나온다.

도경, 아미에게 조주석 문을 열어준다. 도경, 운전석에 타고. 차 출발.

 

준우 : ??

 

 

S#69. 레스토랑 / 밤

 

아미, 도경과 식사중. 도경은 설레고 신나있다.

 

아미 : 많이 드세요.

도경 : 이렇게 비싼거 먹어도 돼요?

아미 : 그럼요, 그동안 제 기사로 일해주셨는데.

도경 : 그래봤자 이틀 반인데요 뭐. 다음에는 한달정도 가게 좀 심하게 삐어주세요.

 

30대 여자 한 사람, 아미에게로 다가온다.

 

선배 : 아미 아냐?

아미 : 어머 선배님.....

선배 : 그 새 더 이뻐졌네.

아미 : 교환교수로 가셨다는 얘기까지 들었었는데.

선배 : 애인이랑 저녁먹는데 내가 실례를 했나보네....

아미 : (강한 부인) 아아뇨. 그냥 아는 친구예요.

도경 : . . . (아미의 강한 부정, 좀 기분이 상하는데)

아미 : 인사하세요, 이 쪽은 우리 치대 선배님. 미국에 잠깐 교환교수로 가 계셨어요.

선배 : 반갑습니다. 나윤태라고 합니다.

도경 : 처음 뵙겠습니다. 최도경입니다.

아미 : . . . . .

선배 : 소개 안해줘?

아미 : 최도경씨구요. 미국에서 경영학을 공부하고 컨설턴트로 일을 했구요, 지금은 사업 준비중이예요.

도경 : . . . . .

선배 : 미국 어디 계셨는데요?

도경 : . . . .

아미 : 시카고요. 선배랑은 정 반대에 있었어요.

선배 : 그럼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 (가고)

도경 : 왜 거짓말을 한거예요?

아미 : 그냥 도경씨 멋져보이라구요.

도경 : . . . . . .

아미 : 저 분 남편은 뉴욕 변호사예요. 남편이 저랑 같은 대학 동아리 친군데요, 다섯 살 연상이랑 결혼한거 있죠.

도경 : 친구분들이 다 빵빵하시네요, 아미씨.

아미 : 네, 좀 그렇죠.

도경 : . . . . .

 

준우, 들어온다. 도경과 아미가 앉아있는게 보인다.

준우, 일부러 다른 쪽을 보며 누구를 찾는 척 하며 그리 다가간다.

 

도경 : 어? 김준우씨!

아미 : !! (준우보고 놀라)

준우 : 어? 여긴 웬일이세요?

도경 : 보면 모르십니까? 아미씨랑 데이트중이죠.

아미 : 제가 도경씨한테 신세 진 게 있어서요.

도경 : 아미씨가 발목을 다친동안 제가 기사를 해드렸거든요.

아미 : . . . .!

준우 : . . . 택시타고 다니셨다더니.....

아미 : 준우씨 걱정할까봐 얘기 못했던거예요....

도경 : 여긴 웬일이세요? 약속이 있으신가부죠?

준우 : 아뇨.... 지금 막 밥이나 먹을까 하고 들어온 겁니다.

아미 : 혼자요?

준우 : 네.

 

세 사람 앉아 식사중.

 

도경 : 준우씨, 영지씨는 요즘 잘 지내요? 요즘들어 통 연락을 못해 봤네.

아미 : 동네 친구인 도경씨가 잘 알지 준우씨가 어떻게 알겠어요.

도경 : 우리 저녁먹구 어디가서 한잔 더 하죠. 영지씨도 부르고.

준우 : . . . . .

아미 : 전 집에 일이 좀 밀려서 들어가봐야 돼요. 청소구 빨래구 잔뜩 밀렸어요.

도경 : 잘됐네. 그럼 아미씨네 집으로 가요. 우리가 청소 설거지 도와줄게요. 준우씨, 좋죠?

준우 : 뭐. . .그럽시다.

아미 : . . . . . .

 

 

S#70. 아미네 거실 / 밤

 

아미와 준우, 와인을 따고 치즈를 썰고.....과일을 깎고.... 도경은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구경하고 있다.

 

도경 : 집 진짜 이쁘다.... 이건 또 뭐야....

아미 : 도경씨, 와인잔 좀 갖고 가요.

도경 : 옙!

 

도경, 잔을 들고 거실 테이블로 간다. 잔을 놓고 철퍼덕 앉는다. 도경, 앉아서 들썩들썩하며

 

도경 : 야... 이 소파 비싼거죠? 쿳션이 좋네.

준우 : 도경씨.... 학교 다닐 때 공부 못하셨죠?

도경 : 왜요?

준우 : 남의 침대나 소파에서 그러는 사람치고 공부잘한 사람을 못 봤어요.

도경 : 그런 말은 또 첨 들어보네. 아... 좋다... 그 날은 술취해서 이런 느낌도 몰랐네.... (옆으로 눕다가) 어??

 

도경, 소파 사이에 손을 넣어 목걸이를 찾아든다.

 

도경 : 아미씨 그동안 진짜 청소 안했구나... 이게 여기서 나오네.

아미 : 뭔데요?

도경 : 제 목걸이요. 그날 밤에 와서 잘 때 여기다 흘리고 갔나봐요.

준우 : ......?!

아미 : . . . . .

도경 : 아. . . 여기다 떨구고 간줄도 모르고 어디갔나 한참 찾았네. 14K 두 돈 짜린데.

아미 : (잠시 당황) 그날 영지씨랑 같이 있을 때 떨어뜨리신건가부죠.

도경 : 나 술취해서 여기서 잔 날 있쟎아요. 그 날 흘렸어요.

준우 : . . . . .

도경 : (목걸이 걸며) 아, 영지씨도 오라고 할까요? 아미씨, 그 날 다툰 이후로 영지씨 한번도 못봤죠?

준우 : 다퉈요? 왜요?

도경 : (버튼 누르며) 잘됐어요. 오늘 다 모여서 서로 풀면 좋겠네.

아미 : 도경씨! 하지 마요. 다음에 만나는게 좋겠어요.

준우 : 영지씨랑 다퉜어요?

아미 : 별거 아니예요.

준우 : 도경씬 어떻게 아는데요?

 

도경, 핸드폰에 귀대고

 

도경 : 아, 영지씨? 지금 뭐해요?

아미 : (쌩하게) 다음에 만나는게 좋겠다고 했죠.

도경 : (수화기 막고 아미에게) 알았어요. (전화에) 영지씨! 그냥 궁금해서 전화해봤어요.

         그동안 아무 연락도 없구 어떻게 지내나..... (갸우뚱) 영지씨. . . . 울어요?

준우 : . . . . .

 

 

S#71. 포장마차 / 밤

 

술 마시는 영지. 도경, 들어와 앉는다.

 

도경 : 뭐야, 궁상맞게... 여자가 혼자 술마시고.... 무슨 일 있어요?

영지 : 난 재능도 없고 능력도 안되나봐.

도경 : 또 떨어졌구나. 글 써서 낸거 떨어진거 맞죠?

영지 : 한 쪽 문이 닫히면 한 쪽 문이 열린다는거 다 거짓말이야. 나는 양쪽 문이 동시에 꽝 닫히더라.

도경 : 그럼 또 양쪽 문이 활짝 열리는 날이 있을꺼야.

영지 : 언제?

도경 : 기운내요. 그렇쟎아도 불쌍한데 힘까지 빠져있음 어떡해.

영지 : 내가 불쌍해 보여?

도경 : 당연하지. 일단 차림부터 불우이웃 컨셉인데다가.... 그날 아미씨 집에서 싸우는 소리 다 들었어.

영지 : . . . . .

 

준우, 포장마차로 다가온다. 저만치에 도경 영지가 앉아있는게 보인다.

준우, 그들에게 안 보이게 말 없이 서 있다.

 

도경 : 난 또 두 사람 어떻게 알았나 싶었더니 선을 대신 보러나간거였두만.

영지 : (픽 웃으며) 응, 맞아요. 내가 가짜 정아미로 대신 선을 보러 나갔어요. 아주 이상한 사람이 나올 줄 알았는데

         그때 김준우가 나온거 있죠. 처음보던 날부터 그 사람이 좋았어요. 그 사람이 내 남자친구고 애인이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내가 가짜 정아미가 아니라 서영지로 떳떳하게 만날 수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나 맨날 그랬어.

준우 : . . . .

도경 : 김준우 앞에서 말하지 그래요. 사랑한다구 먼저 말해봐.

영지 : 못 해!

도경 : 왜 못해?

영지 : 난 그 사람을 사랑하긴하지만 행복하게 해줄 순 없으니까. 난 아무 것도 가진 게 없구, 내세울 것도 없구....

         그 사람을 더 초라하구 난처하게 만들....(뿐이니까).....

 

준우, 영지 말이 끝나기도 전에 다가와 영지의 손을 잡아 일으킨다.

 

영지 : (놀라) 준우씨...!!

도경 : (어리벙) 어?? 이 사람 언제 따라온거야.

준우 : 나와요. (영지 끌고 나간다)

 

준우, 단호한 표정으로 영지의 손을 잡고 끌고 나가는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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