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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멋대로 해라] 03

작성자수다쟁이|작성시간06.04.29|조회수527 목록 댓글 0

[네 멋대로 해라] 03











1. # 응급실 (밤)


복수의 발에 밟혀지는 CT. 성난 채로 응급실 현관을 향해 걸어가는 복수의 뒷모습.

레지던트 우찬석이 조심스레 CT를 주워든다.

복수, 얼핏 고개를 돌려 CT를 주워든 우찬석을 본다. 복수의 눈길에 흠칫 물러서는 우찬석.

복수는 괜시리 스테이션 벽을 발길로 차대며, 응급실 입구의 이동침대까지 발길질하곤 문밖으로 나간다.

간호사들이 겁에 질린 채, 복수를 바라본다.


간호사 : (레지던트에게) 깡패죠?

우찬석 : (짜증) 무슨 깡패야? (덩달아 성이 나서 스테이션 벽을 찬다.)



2. # 응급실 앞 (밤)


복수는 여전히 발길질이다. 바닥에 굴러다니는 빈 캔을 차고, 굴러간 자리로 가서 또 차고, 또 차고...

이 때, 복수의 팔짱을 끼고 서는 우찬석.


복수 : (가만히 바라본다) 놔요.

우찬석 : (귀찮은 듯) 깡통 좀 나둬요. 시끄럽잖아. 환자들 다 자는데...

복수 : 에이씨. (깡통을 냅다 발로 찬다. 멀리 날아간다.)

우찬석 : 잘했어요. (복수의 팔짱을 잡아채며 잔디밭 가장자리 턱에 앉히고, 자신도 앉는다.) 아저씨.

복수 : (공격적) 뭐?

우찬석 : (담배를 내민다)

복수 : (벌떡 일어서며 화를 낸다. 화를 내지만 귀엽다.) 싫어. 담배가 암에 얼마나 나쁜데?

우찬석 : (일어서는 복수를 힘껏 바닥에 앉히며 신경질.) 아, 가만 좀 있어봐아.

복수 : ...

우찬석 : (인상을 쓰며 담배불을 붙여 복수에게 건낸다) 담배보다 몸에 더 나쁜게 뭔 줄 알아요?

            (복수를 바라보는 눈빛이 진지하다.)

복수 : ...(얼결에 담배를 받아든다.)

우찬석 : ...(자신의 입에도 담배불을 붙인다.)

복수 : ...(궁금하다) 뭔데요?

우 찬석 : ...(골똘이 생각에 잠긴다)

복수 : 뭐냐구.

우찬석 : 생각중이잖아요.

복수 : ...

우찬석 : (고개를 끄덕이며) 담배가 나쁘긴 하다.

복수 : ...에?

우찬석 : 나두 담배 끊어야 되는데... 어쨋든, 무조건 내일 다시 와야해요. 난 의사 꼬붕이지, 의사가 아니랍니다.

            한마디로 난 가짜랍니다. 우리 과에 진짜 죽이는 의사 선생님 있으니까, 내일 와서 상의해 봅시다. 음?

복수 : ...(누그러들며) 그럼... 아닐 수도 있겠네, 뇌종양?

우찬석 : 뇌종양은 확실해요. ...그리고... 꽤 심각한 편이구요. 음, 그래두 섭섭하니까 MRI 한 번 더 찍어봐야 돼요.

복수 : ...(허탈) 아, 신경질 나. 아, 나 왜 이러냐? (일어선다. 그리곤 왔다갔다 서성댄다. 서성대다 우뚝 서서 궁금한 듯)

         뭐하면 되는데요, 나? 수술만 하면 되나?

우찬석 : ...그렇게 딱 잘라 말하긴 어려운데... 심해서...

복수 : (버럭 화를 낸다.) 아, 관둬, 그럼. 왜 오라가라야? 와서 뭐 하라구?

우찬석 : (사정조로) 나, 짤려요, 환자 이렇게 보내면...

복수 : 짤리던 말던... (들고 있던 담배를 피우지도 않고 바닥에 집어 던진다.)

우찬석 : (인상을 쓴다.) 아깝게 장초를 그냥 버리냐? (복수의 손을 잡고 복수를 올려다 본다. 애원하는 자세가 되었다.)

            아저씨. 나, 짤리면 안돼. 뭐해 먹고 살라구? 죽을 때 죽더라도, 남한테 피해주면 안된다, 아저씨? 내일 꼭 봅시다. 응?

복수 : ...(피식 웃는다. 잔디밭 턱에 힘없이 앉는다.) ...내일 와서 ...또 들으라구요? 나 죽을 거라구?

우찬석 : ...(담배를 한 입 길게 몰아 피곤 바닥에 비벼 끈다. 일어선다. 이젠 복수를 내려다 본다. 그리고 진지하다.)

            ...들어야 되는 얘기라면, 죽을 때까지 들어야지요. 들을 만큼 듣다보면, 마음도 강해집니다. ...아저씨.

복수 : (시비조) 왜요?

우찬석 : (자상한 눈으로 복수를 본다) 아픈데도 기를 쓰고 사는게 좋아요? 너무 아파서 차라리 죽는게 나아요?

복수 : ...(생각한다) ...몰라요.

우찬석 : ...아직 그것도 모르면 살만 한거네, 아저씬. ...죽음이 눈 앞에 닥치면 ...죽어두 죽기 싫어질 때가 와요.

            죽어서두 죽기 싫을 때가 와요. 어쩌면 그 때부터가 진짜루 사는 겁니다. 자기가 살아있다는 걸 절절히 느끼고 사니까...

            (복수를 빤히 본다) ...무슨 말인지 못 알아 들었구나.

복수 : 네.

우찬석 : 무식하긴... (응급실 쪽으로 몸을 돌리며) 지금, 곧장 집으로 가서 디비 자요. 어디가서 술 퍼대지 말고. 잡생각도 말고...

            낼 봐요. 꼭이다. (눈에 힘을 주며) 나 짤리면 알아서 해, 당신? (그리곤 응급실로 걸어간다.)

복수 : (혼잣말) 의사란게 뭐 저러냐?

우찬석 : (퉁명스레) 의사 아니라 그랬잖아요. (응급실 안으로 들어간다.)

복수 : (어이없어 웃음이 새어 나온다.) 하, 참. 하. ...웃긴다, 진짜. 의사 아니래, 지가... ...에유... (어둡게) 웃겼어, 쟤.

         (그리곤 멍하니 서서 한참동안 자신의 발끝만 본다.) 나... 벌 받았나?


병원 정문 너머 밤하늘엔 별까지 반짝인다.



3. # 찜닭집 (밤)


엉엉 울어대는 현지. 그 앞에 앉아서 물끄러미 바라보는 미래.


미래 : ...(냅킨을 주며) 코 풀어.

현지 : (냅킨에 코를 푼다.) 엉엉. 복수 걔만 아니었으면, 엉엉. 내가 털장갑 델구 밖에 안나왔잖아. 엉엉.

         (소리친다.) 복수 너무 싫어. 복수더러 내 털장갑 찾아내라 그래. 안 그럼 복수 물어버릴거야. 앙앙.

미래 : (여유롭게) 후지게 굴구 있네. 복수탓을 왜 하냐? ...강아지가 도망간건, 너 싫어서 간거야.

         너 혼자 좋아하면 뭐하냐? 강아지가 싫다는데... 됐어. 그 똥개, 제 갈 길 가라 그래. 가서 잘 먹고 잘 살라 그래.


이때, 찜닭 접시가 나온다. 현지, 권하지도 않았는데, 엉엉 울며 와구와구 닭을 먹는다.

미래는 신기하게 현지를 바라본다.

여전히 소리내 우는데도, 닭고길 곧잘 먹는다.



4. # 미래의 집 - 옥상 마당 (밤)


옥상 빨래 줄에 널려진 빨래들 사이로 복수가 보인다. 불꺼진 현관문을 쾅쾅 두들겨 대는 복수.


복수 : (바락바락 소리친다.) 야. 문열어. 이 여자들이 지금 몇신데, 벌써 자구 난리야? ...자냐? ...자냐?

         (포기한 듯 돌아서다가 다시 문을 두드린다.) 지금 때가 어느땐데 잠을 자? (인상이 일그러진다.) ...니네, 나 따돌려?

         자는척 하는거지, 지금? 야. 송미래, 송현지. 야. (쾅쾅) 야. (쾅쾅) 야. 확 죽어버린다. 나.


혼자서 난리굿을 한다. 이번엔 머리로 문을 탕탕탕 두드린다.


복수 : (슬프게 부딪치지 말길. 코믹하게) 이 바보 같은 대구리.


이내, 지친 듯 현관앞에 기대 앉는다. 그러다가 다시 벌떡 일어나서 빨래줄에 목을 얹는다. 그리곤 다리를 폴짝 들어본다.

쇠기둥에 묶어 놓은 빨래줄 매듭이 미끄러져 내리면,

복수가 바닥으로 엉덩방아를 찧고, 널려진 빨래들이 복수와 바닥 위로 떨어진다.

복수는 빨래를 안은채 그대로 앉아있다. 슬픈 듯, 아득하게 한참을 앉아있다.


복수 : (힘없이) 에이, 내가 그렇게 밉냐? (갑자기 소리친다.)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는데?

         (그러다가 이내 슬퍼진다. 고개 숙인다. 궁시렁) ...다들... 잘못들 하구두 잘만 사는데... 왜 나만 그래? ...왜 나만 그러냐?

         ...(몸을 뒤덮고 있는 빨래를 보며) 빨래 다시 해야 되겠네?

         ...(허공에 눈을 둔 채) 어뜩하지? 하. (한숨) 나, 이제 뭐해야 되지? ...병원가서 MRI 찍고...

         (그리고 계속 무심히 하늘을 올려다 본다. 그러다가 벌떡 일어서서 큰소리로) 누가 나 좀 말려 줘.

         (난간으로 간다. 거리에 소리친다. 지나가는 행인에게) 나 좀 말려 줘, 아저씨.

         ...(행인이 바라본다. 복수도 행인을 바라본다. 그렇게 가만히 바라보면 행인이 지나간다.

         그 뒤에 작은 소리로) 나 안 죽게 좀 말려 줘요. 네? ...(고개숙이며 작은 소리로) 죽기 싫어. 진짜, 죽기 싫어.


난간에 팔을 두른고 큰 쉼호흡을 한다. 그리곤 두 손으로 얼굴을 쓸어 내린다.

고개숙인 복수. 옥상 난간 위에 떨어지는 복수의 눈물 방울...

슬픈 복수의 모습에서 크레인이 빠지며 미래의 옥탑집이 LS로 보인다. F.O.



5. # 경의 연습실 (낮)


귀를 찢어내듯 강한 비트의 음악. 밴드가 연습중이다. 별리의 보이스도 고조되어 있다.

드럼이 마구 북채를 내리치고 있을 때, 갑자기 음이 멈춰지고 전기가 나간다. 어둠 속에서 드럼소리만 여전히 울려 퍼진다.


별리 : (E) 야, 마이크 켜.

기홍 : (E) 내가 그런 거 아냐.

경 : (E) (꽈당 넘어지는 소리와 함께) 아.


이때, 창고 철문이 열려지며 햇살이 들어온다. 경은 바닥에 엎어져 있다.

열려진 철문가엔 60대 노인이 서 있다. 빈 종이박스 몇 개를 들고...

노인을 바라보는 밴드.


노인 : (종이박스를 바닥에 던진다.) 방 빼.

기홍 : (달려간다) 할아버지. 이번 달 말까진 월세금 생겨요.

노인 : 웃기구 자빠졌어.

별리 : (넘어져 있는 경을 보며 맹하게) 얼른 일어나라.

경 : (일어서며) 할아버지. 봐주세요.

별리 : (무심하게) 뭐야? 돈 없어, 니들?

정국,기홍,경 : (동시에 합창) 할아버지.

노인 : 한 두 달두 아니고... 내가 무슨 자선사업...

별리 : (귀찮다는 듯) 알았어요오. 잔소리 마세요. 야, 짐 싸자.

정국 : (툭 치며) 넌 가만 좀...

별리 : (이미 핸드폰 들었다.) 여기 주소가 어뜩케 되지? (핸드폰) 이삿짐 센터, 몇 번이죠? 네에...

         (잠시 핸드폰 송화기를 가리며 노인에게) 아. 불이나 켜 줘요. 짐 싸게... (다시 핸드폰) 네에...


모두 별리만 본다. 별리는 걱정이 없다.



6. # 복수집 - 마당 (낮)


땀을 닦으며 문을 열고 들어오는 중섭.

복수가 툇마루에 멍하니 앉아있다. 중섭이 오자 벌떡 일어선다.


중섭 : 응? 왜 그러구 있어? ...(복수 옆에 걸터 앉으며 미소) ...뭐했어? ...너, 집에서 빈둥대니까, 아빤 더 좋다.

         인제, 일 안할라 그러지? 장래계획 중이야, 고복수?


복수가 부엌으로 가더니 더운물을 들고 온다. 대야에 더운물을 붓고는 찬물을 타며 온도를 맞춘다.

그러더니 대야를 중섭 앞에 가져다 놓고 중섭의 양말을 벗기더니, 발을 씻긴다.


중섭 : (놀라며 발을 뺀다) 왜 이래?

복수 : 발에서 냄새 나.

중섭 : 알았어. 내가 씻어.

복수 : (중섭이 뺀 발을 다시 끌어당기며 말없이 씻어준다.)

중섭 : (의아한 눈으로 복수를 보다가) ...한 여름에 더운물을 해 날러, 왜?

복수 : ...(진지한 표정으로 발을 씻기며,) 감기 들까봐.

중섭 : (빙긋이 웃는다.) ...발가락에 감기가 드냐?


복수, 정성스레 발을 씻기더니 벌떡 일어나 부리나케 방으로 간다. 뽀송한 수건을 가지고 나와 중섭의 발을 닦아준다.

그리곤 또다시 벌떡 일어나 부리나케 부엌으로 간다.

중섭, 얼이 빠져서 복수의 하는 냥만 보는데, 부엌에서 복수가 밥상을 들고 나온다.

입을 벌린 채, 복수를 바라보는 중섭. 밥상 위엔 신선한 쌈과 생선이 놓여져 있다.


중섭 : 뭐하는 짓이야?

복수 : 점심 먹으러 왔잖아, 아빠.

중섭 : ...생선두 구울 줄 알어?

복수 : 나 빵에서 식당일 했어.

중섭 : (복수를 빤히 본다)

복수 : ...(눈을 내리깐 채 상추쌈을 싼다.) 깜빵두 유용할 데가 있어, 그지?

중섭 : ...(눈살) 깜빵 얘긴 하지 마. 듣기 싫어.

복수 : (중섭의 입에 쌈을 넣으며) ...야채랑 생선을 많이 먹어, 아빠. 그래야, 안 아프대.

중섭 : (우물 우물 씹으며 자신도 쌈을 싸서 복수의 입에 쌈밥을 넣어준다) ...너두 아프지 마, 이 녀석아.

복수 : (쌈 때문에 볼록해진 볼을 잡으며 왈칵 울어버린다.)

중섭 : (깜짝 놀린다.)

복수 : (바락 소리친다) 혀 깨물었잖어. (원망스런 눈으로 중섭을 보곤 또 소리친다.) 아빠 책임이야.

         (그리곤 대문 밖으로 후다닥 뛰어나간다. 웃기는 짓이다.)

중섭 : (어안이 벙벙)...(그리곤 미소. 밥상을 보며) 애썼네, 우리 복수.



7. # 대문 밖 (낮)


중섭이 보이지 않는 뒷곁 담벼락에 서서, 여전히 상추쌈을 우물대며 씹는 복수. 옷자락으로 흐르는 눈물을 계속 닦아댄다.



8. # 남영동 새로운 밴드 연습실 건물 (낮)


이 곳은 치어걸들의 연습실과 같은 건물이다.

건물 앞엔 이삿짐 트럭이 밴드의 장비를 실은 채 세워져 있고, 경, 정국, 기홍은 여전히 영문도 모른 채 트럭 앞에 서 있다.


별리 : 여기 지하 쓰자. 악기 내려라.

기홍 : 여기가 어딘데?

별리 : (말도 안 듣고 지하계단으로 내려간다. 그러더니 다시 올라온다.) 아, 씨. 자물쇠를 달았냐?

         (이삿짐 직원에게) 아저씨. 장도리 좀 주세요.


별리, 장도리를 얻어서 지하로 내려간다. 밴드들도 우르르 내려간다.



9. # 지하 밴드 연습실 현관 앞 (낮)


별리는 자물쇠가 채워진 쇠고리를 딴다. 밴드들 겁먹은 표정으로 별리를 바라본다.

자물쇠 고린 빠졌다. 문을 돌려 미는데 문이 열리지 않는다.

별리 계단으로 살짝 오르더니 몸을 날려 발로 문을 뻥 찬다. 문이 빵 열린다.


별리 : (미소짓는다) 터프하지?


별리가 현관 안으로 들어간다.



10. # 밴드 연습실 (낮)


연습실은 거미줄과 먼지로 뒤덮여 있지만, 먼저번 공간보다 두 배는 넓고 소파까지 있다.

게다가 윗쪽에 작은 창문도 있다. 볕이 들 수 있는 곳이다. 물론 창문엔 덧문이 대어져 있어서 방음도 된다.

계란판으로 덮여진 방음벽은 먼저 연습실과 같지만, 공간이 넓어 나름의 멋이 느껴진다.


경 : 언니. ...여기 뭐야?

별리 : 연습실.

정국 : (답답한 듯) 아니... 여기가 뭔데?

별리 : 연습시일.

기홍 : 누구건데?

별리 : (씩 웃는다) 내 꺼.


이 때, 문을 벌컥 열고 들어오는 중년여인. 별리 엄마다.

별리, 놀란다.


별리모 : (화났다) 니가 자물쇠 부수구 들어온거야?

별리 : ...(쫄았다) 응.

경 : (소곤댄다) 누구야?

별리 : (소곤) 건물 주인.

별리모 : 이 기집애. (팔을 치켜들고 별리를 향해 쏜살같이 달려온다.)

별리 : (별리모를 피해 먼지날리는 연습실을 이리저리 뛰어다닌다.) 엄마, 이러지 마. 친구들이 보잖아.

별리모 : 너... 음악 안 한다구 분명히 그랬다. 그래서 내가 돈까지 줬다. 앨범 한 장 내구 쫑이라구.

별리 : ...(갑자기 우두커니 선다. 그리곤 멍하니 별리모를 바라본다.)

별리모 : 그랬지, 분명히?

별리 : (눈을 똥그랗게 뜨며) 싫어, 할래.

별리모 : (입술을 물며 별리를 향해 달려온다)


별리, 쏜살같이 현관 밖으로 도망간다. 별리를 잡으러 별리모가 쿵쾅 뛰어나가자, 거센 미세먼지가 셋을 덮는다.

날리는 먼지를 휘젓는 셋. 먼지가 잦아들면 셋의 모습이 보인다. 가부끼 화장한 배우모습이 된다.


경 : ...언니. 멋있다.


두 남자,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인다.



11. # 꼬꼬닭 치킨집 앞 (낮)


성호가 줄넘기를 한다. 그 옆에서 성호가 넘는 줄넘기 개수를 세어주는 복수.

91개를 세었을 때, 성호가 걸린다.


복수 : 얘 봐. 100개를 못 채우네. 형아 봐. (성호의 줄을 넘겨 받으며 권투선수 처럼 스텝을 밟는다.

         근데 3개를 세고 걸린다. 물끄러미 성호를 본다.)

성호 : (순진한 미소) 폼은 좋은데...

복수 : (씩 웃는다.) ...폼만 배워, 그럼. ...성호야.

성호 : 네?

복수 : 형아가 업어주까?

성호 : 왜요?

복수 : 업어주고 싶으니까... (등을 내민다) 타.

성호 : (복수에게 달랑 업힌다.)

복수 : 형아 좋아?

성호 : ...네.

복수 : 엄마가 더 좋아, 형아가 더 좋아?

성호 : 엄마가요.

복수 : (삐죽) 엄마가 뭐가 좋으냐?


이 때, 멀찍이서 장바구니를 들고 오는 유순의 모습이 보인다. 그리고 그 옆엔 또 다른 중년남성이 유순의 짐을 나누어 들었다.

유순, 복수를 보곤 얼른 남성의 짐을 빼앗아 든다. 남성도 힐끔 눈치를 보더니 오던 길을 거슬러 간다.

유순이 다가온다.


유순 : (복수에게 다가서며) 늙으막에 별 눈치를 다 보고 사네.

         (들어가며) 왜, 다 큰 애는 업구 난리니? 힘이 남아 돌아? (가게 안으로 들어간다.)



12. # 꼬꼬닭 치킨집 (낮)


TV소리가 난다. 못마땅한 표정으로 닭 반죽을 하는 유순이 힐끔 힐끔, 뒤쪽을 본다.

뒤쪽 쪽방에선 성호를 무릎에 앉힌 복수가 TV에 정신이 팔렸다. 성호는 복수가 가져다 놓은 기타줄을 퉁겨보고 있다.


복수 : (문득 성호가 퉁기는 전자기타를 본다.) 소리가 안나네. 고장났나?

         (다시 TV를 본다. 광고 방송이다.) 라면이 계속 새로 나오네. 저런거 다 먹어봐야 되는데... 엄마, 저 라면 먹어 봤어?

유순 : (무시한다.)

복수 : (양복 광고다.) 왜 가격은 안나오냐? 알아야 사든가 말든가 하지. 저딴거 비쌀거야. 그지, 엄마?

          ...하. 저런거 한 벌쯤 갖구, 응? 폼한번 딱 잡아야 되는데...

          저런 양복 한 벌은, 기본적으로 있어야 된다. 그게 인간의 삶이다, 증말. ...근데, 넥타이두 같이 파나?

유순 : (한숨) 하, 성가셔. (성큼성큼 다가와 TV를 끈다.) 먹고 싶으면 가서 배 터지도록 사먹고, 입고 싶으면 줄창 사 입어.

         왜 여기서 주절대? ...왜? 니가 준 돈 생각하니까, 아까워서 그래? 도루 줘?

복수 : (삐졌다) 엄마, 그러는 거 아냐.

유순 : ...(무시하고 냉장고에서 생닭이 담긴 통을 꺼내든다.)

복수 : 그래, 뭐. 돈을 주면 고마워 해야되는 거 아닌가? 나한테? 이런게 어딨어? 상식적으루...

유순 : ...(테이블에 통을 올리며) 치사해서 못살겠네. 또 집어던질까, 돈?

복수 : (벌떡 일어나서는 유순 앞으로 가 얼굴을 들이댄다.) 누가 돈 달래? 라면 하나 끓여주면 안 돼, 뭐? 라면이 먹고 싶다는데?

         엄마가 나한테 해준게 뭐가 있어?

유순 : ...(처음으로 웃음을 터뜨린다. 사람좋게 웃으며) 그게 그렇게 먹구 싶니? 하하 참. 사 와, 그럼. 끓여줄테니까...

복수 : ...됐어.

유순 :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며) 성호야. 니가 사 와, 라면.

복수 : 엄마. (그리곤 유순을 빤히 본다.)

유순 : 끓여 주께. (성호에게) 세 개만 사 와. (정답게 복수를 바라보며) 계란도 넣어줘?

복수 : (대뜸) 아빠랑 다시 살면 안돼?

유순 : ...(얼굴이 굳는다. 그러더니 들고있던 생닭 한마리를 복수의 얼굴에 집어 던진다.)

복수 : (상심한 표정으로 바닥에 떨어진 생닭을 주워 말없이 쓰레기통에 넣는다. 성호에게) 그거 고장내지마, 성호야.

         형꺼 아니니까... 주인한테 돌려줘야 돼. (유순에게) 나, 언젠간 여기 안 와. 언제가 될진 모르지만...

         엄마, 아쉬울걸? 어뜩하냐, 앞으로? 돈줄 막혀서? (팩 토라져서 나간다)

유순 : ...(가는 등 뒤에) 아쉬울 거 없어. 너 없으면 나두 자유야.


문을 쾅 닫고 나가는 복수. 문쪽을 계속 노려보는 유순.


성호 : (유순에게 달려와 유순의 팔뚝을 주먹으로 세게 때린다.)

유순 : (엄한 눈빛) 뭐 하는거야, 너?

성호 : ...(원망 가득한 눈길로 유순을 바라본다) 형 안 오면, ...나, 엄마 미워 할 거 같애요.


고개를 떨구며 다시 쪽방으로 올라가 기타를 만지작 대는 성호.

기분상한 성호의 모습을 바라보는 유순의 마음이 얹짢다.

상점 창밖으로 툴툴 걸어가는 복수의 모습을 바라보다, 쓴 입술을 다시며 잠시 상념에 젖는다.


유순 : ...(나직하게) 형, ...올거야.


그리곤 다시 반죽을 해댄다.



13. # 극장앞 (낮)


주위를 두리번대는 경.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 초조한 기색이다.

그러다 문득 건너편 애견가게를 본다. 미소짓는 경.



14. # 애견가게 앞 (낮)


경이 유리창에 바짝 붙어서서 하얀 강아지를 바라본다. 잃어버린 강아지와 똑같아 뵌다.

한참을 바라보다가 상점문을 열고 들어간다.



15. # 애견가게 (낮)


경 : (하얀 강아지를 가리키며) 아저씨, 이거 주세요.

주인 : 네. (강아지를 건져 올린다)

경 : (그리곤 분홍리본을 본다. 먼저 강아지의 그것과 비슷하다) 이것두요.

주인 : 네.

경 : (리본을 꽂으려 하자 강아지가 짖는다. 뒤로 물러선다)

주인 : 애기가 아팠나봐요. (가지런히 꽂아준다.)

경 : (지갑을 열며) 얼마죠?

주인 : 팔십만원입니다.

경 : ...(허걱)

주인 : ...

경 : ...(눈만 멀뚱)

주인 : 왜 그러세요?

경 : 강아지가 너무 작아요.

주인 : 강아지니까 작죠?

경 : (맹하게) 아닌데요. 큰 강아지두 있어요. 아저씨, 담에 올께요. (부랴부랴 문으로 간다)

주인 : 아가씨.

경 : (돌아본다)

주인 : (비실비실 웃으며) 돈 없죠?

경 : (문을 열고 나가며) 네.



16. # 극장앞 (낮)


시계를 보며 서 있는 동진을 멀찍이서 보며 난감해하는 경.

경이 풀이 죽어 다가간다.


경 : ...

동진 : (화를 버럭 낸다) 아, 왜 시간을 안 지켜요?

경 : ...강아지 말인데요. 제 능력상...

동진 : 빨랑 들어가자. (경의 손목을 잡아끈다.)

경 : 어딜요?

동진 : (다그친다) 얼른. 시사회 다 끝나겠다. (경의 손목을 잡고 극장입구로 가면 영화사 기획자가 있다.)

기획자 : 한 기자님. 왜 이렇게 늦었어? 빨랑 들어가. 시작했어.


동진, 경의 손목을 풀지도 않고 영화관으로 들어간다.



17. # 영화 상영관 (낮)


관계자의 안내를 받으며 좌석을 잡는 동진. 경을 잡은 손은 그대로다.

미소지으며 영화를 보는 동진.


경 : (동진의 손을 풀려하지만 동진이 놔주지 않는다.)

동진 : (옆쪽으로 고개를 돌려 경을 본다. 소곤댄다.) 나. 여자하고 손잡고 영화 보는 거, 난생 첨이라우. (방긋 웃는다.)

경 : (동진을 멍하니 본다.) ...아저씨. 근데 왜, 돈 안내고 들어와요? 영화관에?

동진 : (음흉한 미소) 부럽지? 내 말 잘 들으면, 평생 영화 공짜루 보여줄 수 있는데...

경 : (동진의 음흉한 미소에 고개를 돌리며 혼잣말.) 징그러.


영화는 공포영화다. 음산한 화면이 나오지만 동진은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경의 손을 만지작댄다.



18. # 야구장 (낮)


구단 간판 투수의 번호가 새겨져 있는 수건을 들고, 절도있게 응원을 하는 치어리더들과 관객들.

치어 단상 바로 밑에 복수가 앉아서 인상을 긁고 있다. 소주팩을 빨대로 빨아 먹는다.


복수 : (미래 앞에서) 아, 안 보여어. 수건은 흔들구 난리야. 먼지나게...

미래 : (힐끔 복수를 본다.)

복수 : (미래를 보며) 아, 엉덩이 좀 치워. 아가씨 때문에 공이 안보이잖어.

미래 : (마땅치 않지만 참고 응원한다.)

복수 : ...이 여자들이 지금 야구를 보라는 거야? 지들, 몸을 보라는 거야?

         (그러면서 자신도 팔을 치켜들고 흉내를 낸다) 벌거벗구들 말이야.


미래, 획 돌아서더니 복수를 향해 몸을 날려서, 들고 있던 숫자 타월로 복수의 얼굴을 덮어 힘껏 조인다.

철가면 같은 형상으로 버둥대는 복수.


미래 : ...참을라 그랬어. 나두 한 번, 참아볼라 그랬는데... 날 왜 이런 년으로 만드냐?

         (복수의 등 뒤에 매달린채 더욱 힘껏 수건을 조인다. 어금니를 물며 복수의 얼굴을 흔들어 댄다.) 니, 핸드폰 사놨어.

         그거 들구 다녀. 그런데두 연락 안되고 바람맞히면, 그땐 이 수건이 아니라, 비닐 봉다리를 씌어 버릴거다. 알았냐?

         그리구 현지 바둑이 사 와. 너 땜에 잃어버렸으니까. 알았냐?


수건에 덮인 채, 고개를 흔들고 팔을 휘적대는 복수. 마치 물에 빠져 조난당한 꼴이다.



19. # 문화부 기자실 (저녁)


몇 몇의 기자들이 기자실에 있다. 모두 기사를 쓰고 있다.

책상 앞에 앉아서 기사를 써대는 동진. 경이 옆에 앉아서 동진의 기사를 힐끔 본다.


동진 : (화면을 가린다) 왜 남의 기살 자꾸 훔쳐 보시나?

경 : 그럼 저, 뭐해요?

동진 : 담배 있어요?

경 : (자신의 가방에서 담배갑을 꺼내 동진에게 준다.)

동진 : (자판을 두들기며 입술만 내민다) 줘요.

경 : 아저씨, 손 있잖아요.

동진 : (정색을 하며) 지금? 내 손 일하는데?

경 : (마지못해 동진의 입에 담배를 물려주고 라이터 불을 붙여준다. 그리곤 다른 담배 한 개를 꺼내면)

동진 : 어? 여기서 피게? 사람들이 욕한다, 여기서 피면...

경 : (담배갑을 내려 놓으며) 아저씨. 저 갈래요.

동진 : 쫌만 기다려요. 다 썼어.

경 : (바락) 아, 왜요?

동진 : (놀라며) 왜 소리를 지르구 그래? 남의 사무실에서? 자기 참 이상하네?

경 : (바락) 돈 벌어서 강아지 사준다잖아요. 강아지 떼먹구 얼루 도망갈까 봐 그래요?

동진 : 그래요.

경 : 그렇다구 사람을 졸졸 끌구 다녀요? 하루 종일?

동진 : 바둑이 생길 때까진, 자기가 대신 끌려 다녀야지, 뭐?

경 : ...일할때두 강아지 데리구 다녔어요, 아저씨?

동진 : 일하면서 어떻게 강아지를 델구 다니냐?

경 : 근데, 왜 나는 끌구 다녀요?

동진 : ...

경 : 네?

동진 : (미소를 지으며 워드를 친다) 여기 봐요.


경, 노트북 화면에 쓰여진 글씨를 본다. <외로워서...>

경, 동진을 바라보면 동진, 다정한 미소를 짓는다. 그리곤 다시 워드.

동진, 다시 화면을 가리킨다.

경이 다시 화면을 본다. <자꾸만 당신이 보고싶어 지는 걸, 나더러 어쩌라구...>

경, 입을 벌린 채 동진을 바라본다.


동진 : 내 말 잘 들으면, 고기 사줄께요. (눈치를 보며) 응?

경 : (민망하고 수줍다.)

동진 : (경을 빤히 보며, 경에게 따라하라는 듯, 자신의 고개를 한 번 끄덕인다.)

경 : (어렵게 고개를 끄덕인다.)

동진 : 히, 됐다. 꼬셨다. (바삐 기사를 써댄다.)


천진한 표정의 동진이다.

경의 입가에 여리고 수줍은 미소가 번진다.



20. # 경의 버스 정류장 (저녁)


복수가 우두커니 앉아있다. 버스가 온다. 일어선다. 내리는 사람들을 주의깊게 본다.

버스가 떠나자, 다시 벤취에 앉는다. 주위를 두리번 댄다.

그러다 편의점을 본다. 편의점으로 향한다.



21. # 한우 고깃집 (저녁)


강남의 유명 고깃집이다. 사람들로 북적댄다.

동진이 맛나게 한우고기를 먹고 있다. 경은 야채만 먹는다.


동진 : (경을 보더니) 어? 안 먹네.

경 : ...

동진 : 여기 비싼덴데? 유명한 덴데?

경 : ...고길 안 좋아해서...

동진 : (경을 빤히 보다가 벌떡 일어나며 소리친다. 입에서 파편이 튄다.) 그럼 진작에 싫다구 말을 하지, 이 바보야.


경, 파편을 막으며 야단맞는 학생처럼 주눅든다.



22. # 일식집 (밤)


맛나게 회를 먹는 경. 회접시가 비었다.

동진, 그런 경을 보며 눈을 흘긴다.


동진 : 자알 먹네, 아주.

경 : (귀엽성 있게 웃는다.)

동진 : 아쭈. 웃었어.

경 : ...매일 매일 영화 보세요?

동진 : 영화담당이 출산 중이라, 당분간만. 난 음악담당이지. 자긴 뭐하는데?

경 : (무심히) 음악해요.

동진 : (놀란다) 연예인이야? 난 못 봤는데? 신인이야? TV에 나왔어?

경 : ...(고개를 가로 저으며) 밴드해요.

동진 : 인디야? 독립밴드 해, 자기? 밴드 이름이 뭔데?

경 : ******

동진 : 못 들어봤는데?

경 : 앨범두 못 냈어요, 아직.

동진 : ...(표정이 격정적이다)

경 : ...왜 그러세요?

동진 : 우리 제대루다. 어뜩케 딱 음악인끼리 만나냐?

경 : 악기 좀 하세요?

동진 : 아니.

경 : (의아한 눈으로) 근데 뭐가 음악인이죠?

동진 : ...

경 : 어? 기분 나빴어요? ...음악인 아니면 어때요? 그게 뭐 중요한가?

동진 : ...(삐졌다) 다 먹었어요?

경 : 아니요.

동진 : 갑시다. (벌떡 일어나서 카운터로 간다.)


경, 허겁지겁 동진을 따라간다.



23. # 버스 정류장 (밤)


벤취에 엎드려 편지지에 편지를 쓰는 복수. 벤취 한켠에 고양이 인형이 놓여져 있다.

복수, 끄적거린 편지지에 본드를 붙인다. 그리곤 정류장 유리벽에 붙인다.

버스가 온다. 복수, 고양이 인형을 들고 버스 승강계단으로 올라서려는데, 복수의 등을 스치는 중년 남자.

복수 힐끔 남자를 보는 듯 하면 남자는 가던 길을 걷는다.

버스에 오르는 복수. 버스가 떠난다.



24. # 버스안 (밤)


차비를 내려 뒷주머니를 뒤지는데, 지갑이 없다.


복수 : (문득 창가를 보면 중년 남자의 뒷모습이 멀리 보인다. 여유있게) 아저씨?

운전수 : 네.

복수 : (느릿한 말투) 차 좀 세워 주세요. 도둑놈 좀 잡게...



25. # 버스 정류장 (밤)


저만치 버스가 섰고 복수가 다시 정류장으로 뛰어 온다.

얼핏 중년남자가 뛰어오는 복수를 느끼고 달리기 시작한다.

복수, 필사적으로 남자를 향해 뛰고 남자도 뛴다.



26. # 동진의 외제 승용차 안 (밤)


동진의 승용차엔 고급스런 카 오디오가 장착되어 있다. 재즈가 들린다.


동진 : 오디오 죽이죠? 스피커 소리 죽이죠?

경 : 네.

동진 : 나, 명색이 음악인인데, 이 정돈 기본이 아닐까? 얼마나 자랑을 하고 싶었겠어.

         그래서 빨랑 델구 나온거라우, 횟집에서... 진정한 음악인임을 보여주려구....

경 : (활짝 웃는다.) 난, 삐졌는 줄 알았는데...

동진 : 삐질뻔 했다우, 이 오디오 아니였으면...

경 : ...재즈 되게 좋아하나봐요.

동진 : 자긴 안 좋아하나봐?

경 : 별루.

동진 : 원래 기자들은 재즈 좋아하지.

경 : 왜요?

동진 : 겉멋 들어서 그러지, 뭐. 뉴욕 귀족 같잖아.

경 : 자학을 하세요, 왜? 좋으면 좋은 거지.

동진 : 참, 거기 뚜껑 열어봐요.

경 : (조수석 앞에 붙은 뚜껑을 열면 MP3 PLAYER가 있다.)

동진 : 그거 꺼내요.

경 : (플레이어를 꺼낸다.)

동진 : 가져요.

경 : 네?

동진 : 겉멋 들어서 샀는데, 솔직히 그거 귀에 꽂을 새가 없거던, 우린. 자기 꺼다.

경 : (감탄한다. 입이 벌어져서 플레이어를 이리저리 본다.)

동진 : 감동했구나.

경 : 네.

동진 : 또 뭐 해주까? 음... 아, 이 차, 지붕뚜껑 열린다. 보여주까?

경 : (놀라며 대뜸) 싫어요.

동진 : 왜?

경 : 민망하드라. ...서울시내에서, 뚜껑 열리는 차 타고 다니는 사람들이요, 난 좀 이상하드라... 공기도 나쁜데...

동진 : (갑자기 신경질이다.) 집이 정확히 어디라는 거예요?

경 : ...

동진 : (히스테릭) 아, 말을 해요.

경 : ...지붕... 여세요, 그럼.

동진 : (다시 활짝 웃는다.) 그러까?


횡단보도 앞에서 자동차 정지신호가 떨어지고 승용차 지붕이 열린다. 옆쪽에 택시가 선다.

동진은 히죽대며 웃고, 경은 민망하다.

옆 쪽 택시 운전수와 승객들이, 지붕이 열리고 있는 동진의 승용차를 신기한 듯 바라본다.

경, 자세를 최대한 낮추어 얼굴을 가리려는데, 동진이 경의 어깨를 한 손으로 들어 세운다.


동진 : (경에게) 저 차보다 좋은 차라우. 뻐길건 뻐겨야지.


경, 동진탓에 몸은 세웠으나 되도록 고개를 동진쪽으로 돌려서 옆쪽 택시를 외면한다.

통행신호가 떨어지고 승용차가 출발하려는데,

소매치기 중년 남성이 도로를 가로질러 뛰는 바람에 승용차가 급브레이크를 밟는다.

옆 택시도 브레이크를 밟는다.

동진과 택시가 동시에 소리치며 소매치기를 향해 삿대질이다.


기사/동진 : 야, 이 씨./야이, 벨아먹을..

동진 : (안전벨트를 풀어 벌떡 일어선다.) 야. 어디가? (다시 앉으며) 놀래라. 자기도 놀랬지?


다시 출발하려는데, 이번엔 인형을 든 복수가 남자의 뒤를 쫓는다.

승용차, 택시 다시 동시에 급브레이크. 다시 동시에 복수를 향해 삿대질.


기사 /동진 : 야, 죽을래?/죽어버려라, 아주 그냥.

동진 : (다시 진정하며 궁시렁) 도로 한 복판에서 술래잡길 하네, 저것들이?


경, 복수를 보고 놀란다. 금새라도 뛰쳐 나갈 듯 안전벨트를 풀곤 벌떡 일어선다.

남자를 쫓는 복수를 보느라 정신이 나간채 서 있는 경.

이때, 급출발하는 승용차 때문에 경이 뒤쪽으로 발랑 넘어진다.



27. # 어떤 거리 (밤)


진창으로 뛰어가던 중년남이 서서히 걸음을 멈추고 두 손을 번쩍든다. 그리곤 고개를 절래절래 흔든다.

복수도 숨을 헐떡이며 걸음을 멈춘다.

중년남, 다시 달아나려다가 이내 포기하고 주저 앉는다.


중년남 : (가쁜 숨을 몰아 쉰다. 복수를 힐끔 보며) 끈질기네.

복수 : (다가온다) 줘.

중년남 : (지갑을 돌려준다) 못해먹겠네, 이거. 달리기 몇 초야, 총각?

복수 : (지갑을 받으며 돌아서려다가) ...아저씨. 몇 살이야?

중년남 : (올려다 보며) ...알아서 뭐하게?

복수 : 한 오십 돼?

중년남 : (피식 웃는다) ...예전에 잘 나갔어. 이래뵈두...

복수 : (힘빠진 중년남의 옆모습을 본다. 쓸쓸해진다. 지갑에서 신분증과 5천원 짜리 한 장을 꺼낸다. 그리곤 지갑채 던져준다.)

         인제, 이렇게 살지마. 이게 뭐냐, 후지게? 젊은 놈한테 반말이나 들어가면서... (돌아서 간다.)

중년남 : (복수가 멀어지도록 바라본다. 눈빛이 처연하다. 힘없이 지갑을 들고 일어선다. 지갑을 열어보면 3만원이 들었다. 실소.)

            지갑에 다이아라도 박힌 줄 알았다.


걸어가는 복수의 얼굴에 피곤과 우울함이 감돈다.

걸어가던 복수가 멈춰서서 자신의 두 손을 들어본다. 빤히 손을 바라본다. 무릎 사이에 고양이를 끼어놓는다.


복수 : (자신의 한 손을 다른 한 손으로 때린다.) 저렇게 살다가 죽을래? 구질구질하게?

         (두 손을 눈 앞에 가져다 보곤 손가락을 물었다 내린다.) 싫다. 저렇게 안산다, 나...


다부진 표정으로 가던 길을 간다.



28. # 승용차 안 (밤)


집 앞 버스 정류장을 지나치는 경. 정류장 벽에 붙여진 편지지가 얼핏 눈에 보인다.

경, 자꾸만 복수가 지나쳐 달렸던 뒷편 도로로 고개를 돌린다.



29. # 경의 집 앞 (밤)


동진의 승용차가 선다. 차에서 내리려던 경의 손을 잡아끄는 동진.


동진 : 자기야, 이름 가르쳐 줘.

경 : ...전 경.

동진 : 전경? 시위진압하구 다녀?

경 : 네?

동진 : (만족스러운 듯) 웃겼지? 썰렁하게. 나 그거 잘해. ...난 한 동진. 한 기자.

경 : 네에. 안녕히 가세요. ...(내리려다가) 저어... (대뜸) 우리 사귀나요?

동진 : ...말이라구 하시나? 내 차까지 얻어타구? 플레이어두 가져가구?

경 : ...정신이 없네.

동진 : (외면한다. 그리곤 진지하다.) 그래야 돼요. 정신이 없어야 돼요. ...그래야 열내면서 사랑하지요.

경 : ...

동진 : ...(진중하고 사색적이다.) ...찬찬이, 봐 가면서 만나면, 어느 날 갑자기, 결혼식장에 드레스 입고 서 있게 돼요.

         그래서... 불행해져요. 불같은 사랑의 기억이 없는데, ...같이 사는게 재밌을까? 난 재미 없드라.

         ...되든 안 되든, 정신없이 부딪쳐 봅시다, 우리. ...난, 전 경한테, 한 눈에 뻑 갔으니까.

         뺨 맞고, 얼굴 감싸고 서 있을 때 부터...

경 : ...(동진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눈길을 피하고 고개 숙인다.) ...난... 잘 모르겠어요.

      ...한 동진씨를 보고, 귀엽다구 생각했는데. ...그것만 기억나요. ...뻑 갔는진 모르겠어요.

      ...(그리곤 차에서 내려 인사를 꾸벅하고 대문으로 가 선다.)

동진 : 전 경.

경 : (돌아본다)

동진 : 난, 내 본능을 믿는다. 나만 쫓아와라. (시동을 건다. 장난스레) 담엔 뽀뽀하자.


동진의 승용차가 쏜살같이 달려 사라진다.

경, 우두커니 서서 동진의 승용차를 바라본다.



30. # 미래의 옥탑집 시멘트 마당 (밤)


고양이를 든 복수가 난간에 서 있다.

미래가 나온다. 눈을 흘기며 쭈뼛쭈뼛 복수 옆에 서는 미래.

복수는 말이 없다. 미래, 복수의 팔꿈치를 콕콕 찌른다.


미래 : 아팠어, 얼굴?

복수 : (고개를 가로 젓는다.)

미래 : 숨 막혔지?

복수 : (고개를 끄덕)

미래 : (핸드폰을 내밀며) 응.

복수 : (받아서 핸드폰을 본다. 괜시리 자꾸 우울해진다.)

미래 : 내가 너무 양아치지?

복수 : 응. 근데, 뭐, 엄격히 그게 니 탓인가? 니 탓 아닌거 같은데?

미래 : ...승질 고쳐볼게. 너무 기죽지 마, 오빠. 응?

복수 : 니가 뭐 어때서? 승질 고치지 마. 그럼, 홧병 걸려.


이 때, 문을 벌컥 열고 나오는 현지. 복수를 야린다.


복수 : (현지에게 고양이 인형을 준다. 우울하게) 개 대신 고양이 길러라, 현지야.

현지 : (인형을 받아든다.)

복수 : 살아있는 건 기르지 마. 없어지면 가슴 아프잖아. 그거하구 놀아, 그냥.


현지, 인형에게 퉤퉤퉤 침을 뱉곤 공중으로 던져 버린다. 옥상 밖을 날아서 멀리 도로로 떨어지는 인형.


미래 : 야.

현지 : (복수에게) 너나 없어져라. (그리곤 현관 안으로 들어간다.)

미래 : (복수에게) 죽이고 올게, 오빠. (들어가려는데)

복수 : (미래의 손을 잡아 끈다.)

미래 : (복수를 본다.)

복수 : ...현지한테 그러지 마라. ...(거리를 본다.) 나만 아니면, 니가 현지한테 왜 그러겠냐? ...현지한테 미안하잖아, 내가.

         (아득하게 거리를 본다) ...미래야.

미래 : 응?

복수 : ...내가 운이 좋아서 결혼까지 한다쳐두, ...나, 나쁜 아빠 될 거 같네.

미래 : ...

복수 : 현지가 제대로 봤어, 날. ...(미래를 본다.) 우리 그만 하자. ...우리, 안될 거 같다.

         ...너, 인제 나한테 그만해라. ...인제, 나한테서 눈 돌려라.

미래 : (눈물이 글썽) 죽을래?

복수 : 그래, 죽을래.

미래 : (왕 울음이 터지며 복수의 가슴을 쿵쾅 쿵쾅 쳐댄다.) 이 븅신아. ...얼마나 맞을라구. ...자꾸 개길래? 응?

         ...니가 뭐가 어때서? ...나더러 어뜩케 살라구... 너 같은 새낄 어디서 만나. 엉엉엉. (복수의 품에 안겨 운다.)

복수 : (울고 있는 미래의 등을 토닥인다. 복수의 눈빛이 촉촉하다.) ...양아치 같은 게, 허구헌 날 눈물바다야...

         ...소녀가장 송 미래. (미래의 얼굴을 감싸 쥔다.)

미래 : (여전히 울면서 복수를 본다.)

복수 : 어려서는 얼마나 더 울고 살았을까? 부모 없이 서러워서?

미래 : (서럽게 목놓아 운다.)

복수 : (미래의 눈물을 닦아준다.) ...근데, 도대체 모르겠다. 내가 너한테 뭘 해줘야 되냐?

         ...해줄게 없다, 미래야. ...나, 믿지마.

미래 : ...안 믿어. (끝없이 흐르는 눈물) ...그냥, 옆에 있어. 내가 있을랄 때까지 있어. 그럼 돼.

         내가 알아서 배신 때릴테니까... 엉엉엉. 내가 배신 확실히 때려줄테니까... 엉엉엉.

복수 : ...(안타깝게 미래를 바라본다) 알았다. ...그럴게.


여전히 울어대는 미래의 등을 토닥이는 복수. 그의 눈에도 눈물이 고인다. F.O.



31. # 경의 집 - 식당 (점심)


식탁 위엔 빈 접시가 그득하다. 앞치마를 두르고 접시를 닦고 있는 미선과 경.


미선 : 어머니, 너무 하신다.

경 : 엄마, 원래 집안살림 안했어요. ...언니 시집오기 전까지, 가정부 할머니 계셨어요. ...할머니 참 괜찮았는데...

미선 : 그래두요, 아버님 생신상 차리는데, 무슨 수영강습을 받으러 가세요? 난 교회 예배까지 빠졌는데.

경 : 요리사 불렀는데요, 뭐.

미선 : 요리사 불렀다구 일 없나요? 아버님 생신상 엄청나잖아요. 하루종일 동네 잔친데...

         아니, 웬 친목회가 그렇게 많아요? 친구 못 사겨서 원한 맺히셨어요?

         그리구 호텔 사장이 호텔 놔두구, 기여이 집에서 생신상 벌이는 건 무슨 이율까?

경 : ...언니, 이 접시 들고 나가면 되죠?

미선 : 아버님 증말 이상해. 아가씨 게을러 빠지구, 집에서 겉돈다구 그렇게 구박을 해대면서, 어머니한텐 끔찍하세요?

         엄마가 그러니까 딸두 그런단 생각을 하셔야지.

경 : (피하고 싶다. 접시를 들고 나가며) 갖구 나갈께요.

미선 : (접시를 들며) 같이 가요, 아가씨. 아, 아. 맞어. 오빠가 이따가 전화하랬어요.

경 : 왜요?

미선 : 글쎄요. (웃으며) 뭐 죽이기야 하겠어요? 가요, 아가씨. (현관 밖으로 나간다)

경 : ...(멍하니 바라본다) 하여간, 말 되게 이상하게 해.



32. # 정원 (낮)


미선과 경이 식기를 들고 나온 정원은 야유회장 같은 분위기다.

잔디 위엔 돗자리가 여기저기 깔려 있고 교자상들이 놓여져 한상 가득 음식들이 늘어져 있다.

그 앞에 앉아 떠들썩하게 웃고 먹는 중년 남녀들. 한 켠엔 출장 요리사들이 음식그릇을 채우고 있다.

군데군데에선 카드판, 마작판도 벌인다. 생일상인지, 장례식장인지 분간이 안되는 묘한 분위기다.

가지고 나온 그릇에 음식물을 담아 마작판으로 가는 미선과 경. 그 곳엔 낙관이 있다.


미선 : (한켠에 다과상을 차리며 미소) 많이 따셨어요, 아버님?

낙관 : (힐끔 미선을 본다. 그리곤 10만원 수표 10장을 내민다.) 은행가서 만원 짜리로 바꿔 와.

미선 : (경에게 돌린다.) 아가씨.

경 : (돈을 받으려 할 때)

낙관 : (미선에게 짜증) 너 시켰어. 내가 너한테 시킨 걸, 왜 쟤한테 돌려? 니 부하야, 쟤가?

미선 : (흠칫) 네. (돈을 들고 일어선다.)

손님1 : 아참... 며느님 아직두야?

미선 : 네?

손님1 : 애가 없어, 왜? 단산할 나이에?

낙관 : ...(냉소하며 마작을 한다.) 지네 아버지한테 줄창 빌어대는데, 그 영감탱이 곤조가 어지간 해야지.

         (미선에게) 니네 아버지 왜 그러냐?

손님2 : 친정 아버지가 애 못 낳게 해?

낙관 : 하나님 아버지. 쟤 아버진 하나님이잖아. (힐끔 미선을 보며) 니 아버지, 아직도 말없냐?

미선 : ...다녀 올께요, 아버님. (입술을 깨물며 돌아선다. 눈가에 그늘이 인다.)

경 : (덩달아 등을 돌리는데)

손님2 : 딸내미는?

낙관 : 뭐?

손님2 : 예고 다녔잖어. 피아노 한다구...

낙관 : 유학을 가래두 흥, 피아노 학원을 하래두 흥.

손님1 : 지금 뭐해, 그럼?

낙관 : 밤무대에서 오르간 쳐.

손님1 : 그래? (경을 본다) 그럼 노래 한 번 불러 봐. 아부지 생신 축하송.

경 : ...노래 못하는데...

손님2 : 음악하면서 노랠 못하면 되나? ...어른들 좋아하는 걸루 한 곡 뽑아.

경 : (낙관을 본다.)

낙관 : (힐끔 경을 본다.)

경 : (머뭇대다가 노래를 부른다. “황성옛터”다.) 황성 옛터에 밤이 되니 월색만 고오요해. 폐...

낙관 : (바락 소리친다.) 그걸 하란다고 하냐, 멍충아? 아주 장송곡을 부르고 앉았네.

인옥 : (E) 시킨 어른 탓이지, 얘 탓이예요?

낙관 : (인상이 풀어진다. 부드럽게) 어? 왔어? ...내가 시킨 거 아니야.

인옥 : (경의 손을 잡아채며) 들어가, 경아. 뭐하러 니가 나와 거들어? 요리사들 넘쳐나는데...

손님1 : 강이 어머닌 늙질 않네. 따님이랑, 언니 동생이네, 그냥.

낙관 : (자랑스레) 아직두 빵빵하지, 내 마누라? 부럽지?

인옥 : (낙관을 쏘아보며 한숨. 경을 데리고 들어간다.) ...싼티 내는 것두, 타고 난 재주야. (경을 데리고 현관 안으로 간다.)

낙관 : (신경 안 쓴다.)

손님2 : 사모님, 좀 심하네.

낙관 : (빙긋 웃는다.) 뭐가 심해? 맞는 말인데... 나, 천박해... (폐를 뒤집으며 돈을 쓸어 모은다)



33. # 거실 (낮)


방에서 가방을 매고 나오는 경.

인옥은 외출복도 갈아입지 않은 채 전화기 옆에 앉아 생각에 잠겼다.

명함을 들어 전화기를 누르려던 인옥이 입술을 물며 다시 내려 놓는다.


경 : 엄마.

인옥 : (그제사 정신이 들었다) 응? 거기 있었어?

경 : 응.

인옥 : 요리는 좀 챙겨 먹은 거지?

경 : 응.

인옥 : ...용돈 줄까?

경 : (고개를 가로 젓는다.) ...왜 그래?

인옥 : 뭘?

경 : ...전화를 하다 말어?

인옥 : 언제?

경 : 지금.

인옥 : 전화기 만지지두 않았다, 얘. ...옷 갈아입구 나가서 거들어야겠다. 갔다 와, 경아. (그리곤 안방으로 간다.)


경, 나가려다 말고 전화기 옆에 놓여진 명함을 본다.

<춘천 대학교/ 기계 공학과 교수/ 김 무연/ 연구실 000-0000 핸드폰 000-000-0000>



34. # 정류장 (낮)


정류장에 선 경. 버스를 기다리느라 어슬렁대다가 벽면에 붙은 편지지에 눈길이 머무는데,

순간 도착한 버스를 보곤 다급히 오른다.

유리벽면에 붙여진 편지지엔 전자 기타 그림이 그려져 있다. 복수가 그린 그림이다. 중섭의 영향을 받았는지 솜씨가 제법이다.

그리고 글씨가 적혀있다.

기타를 주웠습니다. 잘 보관하고 있습니다. 연락주시면 곧바로 달려가겠습니다. 그리고... 미안합니다. 집번호 000-0000



#34-1. MRI실 (낮)


복수의 뇌 찰영 몽타쥬.



#34-2. 진료실 복도 (낮)


진료실 앞 벤취에 앉아 오고가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복수.

간호사, 의사, 환자복 입은 환자, 보호자. 그렇게 사람들을 바라본다. (다큐처럼 보여지면...한다)



35. # 병원 진료실 (낮)


전문의가 복수의 MRI를 유심히 보고 있고 복수가 침을 꿀꺽 삼킨다.

그리곤 환자의 챠트를 본다. 나이가 지긋하다.


전문의 : 두통이 심했겠네.

복수 : 별루.

전문의 : 성격이 둔한 편이신가? 많이 아팠겠구만...

복수 : (대뜸) 빨랑 수술하지요, 선생님. 수술비 얼마나 되죠?

전문의 : (연구원 같은 말투) 수술... ....해야죠. 아직 젊은데... 음. ...근데 말이죠?

복수 : ...

전문의 : 많이 퍼져 있네요, 암세포가? 뇌 전체에 여기저기, 파편처럼... 이거, 수술로 다 헤집어 놓을 수 없거든요.

복수 : 왜요?

전문의 : (정색) 뇌 전첼 건드리니까. 그건 불가능하지.

            (사진을 가리키며) 이런 종양은, 계속 방사선 치료 받아야 돼요. ...여기. (사진을 가리키면 암세포 덩어리가 있다.)

            자, 인제 잘 들어요, 응? ...이건 절제해야 하는데... (볼펜으로 가리키며) 이 부위가 운동기능 담당자고,

            이 부위가 기억력 담당잔데, 이 종양 덩어리가, 두 곳에 집중적으로 자릴 잡았죠? 이 커다란 종양을 절제 할 건데...

            (퉁명스레 또박또박) 생명이 연장 될 확률은 높아지지요, 수술 안하는 거 보다는...

            ...근데, 수술하고 나서... 기능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어요. ...문제가 생길 확률이 높아요. 부위가 커서...

복수 : (눈만 말똥 말똥 뜬다)

전문의 : 무슨 말이냐면... 제대로 걷지 못할 수도 있고, 기억력이 심하게 감퇴될 수도 있고...

            그리구 말이야... 전반적으로 뇌에 종양이 있어서... 전체적으로 뇌기능이 둔화가 될 수도 있다는 거지. 이해하죠?

복수 : 그래서... 수술하지 말라구요?

전문의 : (놀라며) 아니, 수술을 하는게 좋지. 더 오래 사는데...

복수 : 그럼, 수술해요?

전문의 : 그지. 근데, 수술하구 나서, 생활하는데 계속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거지.

복수 : ...수술을 하라구요, 말라구요?

전문의 : ...

복수 : ...

전문의 : ...(자신없다.) 수술은 하는게 좋은데, ...비용두 꽤 들거예요. ...근데, 뭐. 환자가 잘 생각해서 결정을 해야죠? 그죠?

복수 : (간절하다.) 선생님이 결정해주세요.

전문의 : ...내가 어뜩케 결정을 해요? 당사자가 해야지.

복수 : ...(혼란스런 눈빛으로 조용히) 나, 몇 살까지 사는데요? 수술 안하면?

전문의 : ...그건 아무도 모르지. ...의사가 사람 죽는 걸 알 수는 없어요.

복수 : 의사가... 왜 몰라요?

전문의 : ...글세. ...(가만히 쓴웃음.) 의사가 별게 아닌게지, 실은...

복수 : ...(눈을 내리깐 채 얕은 한숨.)

전문의 : 잘 생각해서..,

복수 : 그, 얼굴 까맣고 촌스럽게 생긴 의사 똘마니요. ...짜르지 마세요. 나, 왔다 갔으니까...

전문의 : ...우리 레지던트 치프? 그 녀석, 지가 관뒀어, 어제.

복수 : 네?

전문의 : ...지겹대, 죽는 거 보기가...

복수 : ...(잠시 말문이 막힌다.) ...알겠습니다. (일어서 나가려다) 선생님.

전문의 : 네?

복수 : (진지하다.) 제가요. 잔머릴 많이 쓰거든요. 그게 종양이 된 거 아닌가요?

전문의 : 그럼, 내 머리통은 백프로 종양 덩어리게?


그가 인자한 표정으로 눈을 씽긋 감는다.



36. # 연습실 건물앞 (낮)


복수는 건물 앞 도로 건너편에 멀쭝히 서서, 미래가 연습하는 연습실 창문을 올려다 본다.

창문으로 언뜻 언뜻 미래의 연습하는 모양새가 보인다.

똥싸는 폼으로 쭈그리고 앉아 한참을 미래의 모습만 바라본다. 미래의 핸드폰을 꺼내는 복수.


복수 : (폴더를 연다) ...아빠. ...나, 바보되두 델구 살래? (폴더를 닫는다. 잠시 침묵.

         폴더를 연다) ...미래야. ...나, 바보되두 델구 살래? (이때, 전화벨. 흠칫 놀란다. 통화 버튼을 누른다)

미래 : (E) 뭐하냐?

복수 : ...(퉁명스레) 일하지.

미래 : (E) 너 밖에서 똥싸지?

복수 : 뭐? (그리곤 미래의 연습실을 올려다 보면 미래가 창가에 서서 복수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미소.)

         기집애. 그럼 빨랑 휴지갖구 튀어와야지. 서방님이 큰 일 하시는데...

미래 : (창문에서 큰 소리로) 알았어, 오빠.


미래가 창문에서 사라진다.

복수, 미소지으며 일어선다. 건물 쪽으로 발길을 옮긴다.

이 때, 지하계단에서 떼지어 나오는 밴드들. 남자끼리 여자끼리 손을 잡고 걸어 나온다. 그 속에 경이 있다.

복수, 경을 보며 얼어 붙었다.

경도 복수를 본다. 잠시 머뭇대는가 싶더니 외면한다.

복수, 어찌할 바 모르다가 밴드들 쪽으로 달려간다.


복수 : 저기요.

경 : (외면)

복수 : 저기요. (여전히 외면하자 경의 티셔츠 밑단을 잡아끈다.)

경 : (복수의 손을 뿌리친다.)

기홍 : 뭐야?

경 : ...

복수 : 저기요... 기타 제가 갖구 있는데...

정국 : 무슨 기타?

경 : ...그것두 훔쳐 가세요, 그럼. 직업이잖아요.

정국 : 누구야?

경 : ...(복수에게) 아는 척 말아요, 나. ...화나면 신고할 수도 있어요. 소매치기루.

정국 : 응?

경 : (외면하고 저만치 걸어간다.)


이 때, 미래가 내려와 복수의 팔짱을 낀다.


미래 : 오빠.


경, 힐끔 미래를 본다.


정국 : (가만히 보다가) ...우리 돈 훔쳐간 사람이예요?

복수 : ...

미래 : (인상을 쓰며) 뭐야? 니네 뭐냐?


기홍, 갑자기 이단 옆차기로 복수를 향해 몸을 날린다. 살짝 피하는 복수. 바닥으로 떨어지는 기홍.

정국이 주먹으로 복수의 얼굴을 치면, 미래가 흥분해서 정국의 팔을 물어 뜯는다.

미래를 말리던 복수의 등 뒤로, 다시 기홍이 일격을 가하면

미래가 기홍의 머리채를 잡아 끈다. 그리곤 한 발론 정국의 엉덩이를 걷어찬다.

경,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우두커니 목석처럼 그들을 지켜본다.

별리, 재밌다는 듯 혼자 팔짱을 두르고 지켜 보더니, 전화를 건다.


별리 : 경찰이죠?

경 : (놀라서 별리의 핸드폰으로 손을 뻗는다.) 언니.

별리 : (경의 손을 제지하며) 아저씨. 여기 도둑놈 잡아가요. ...네, 남영동 000빌딩 도로요. 빨랑와요.

         (경을 보며) 근데, 쟤가 뭘 훔쳤는데?


경, 난감한 표정을 짓는다.


별리 : 저것들두 싸움 드럽게 못한다. 어뜩케 여자애 하날 못 이기냐? 갖다 올게.


싸움판으로 달려가는 별리. 미래는 이미 기홍과 정국을 깔구 뭉개서 두 남자 위에 걸터 앉아있다.

별리가 미래 앞에 선다.


별리 : (내려보며) 야.

미래 : (올려보며) 왜?


별리, 열 손가락으로 와락 미래의 볼을 잡아 늘리며 얼굴을 일그러 뜨린다. 미래, 바둥댄다.

복수는 어느 틈에 그 옆 켠으로 밀려 나와 널부러져 있다.

쓸쓸한 눈빛으로 경을 바라보는 복수. 경의 눈길도 복수를 향한다.

이 때, 경찰차 사이렌 소리.

경, 놀라며 복수를 본다.


경 : (떨리는 음색으로 다급히 소리친다.) 빨랑 도망가요.


경을 바라보는 패거리들.

복수, 물끄러미 경을 바라본다. 경, 초조한 기색이 역력하다.

복수, 고개를 가로젓곤 머리를 떨군다.



37. # 파출소 (저녁)


밴드 패거리와 미래, 복수가 줄줄이 경찰 앞에 앉아있다. 경은 없다. 머리와 옷가지가 엉망이 되었다.


경찰 : 댁들은 그만 가. 그 피해잔지 하는 아가씨나 일루 보내요.

         (복수에게) 그 아가씨 올 때까지, 아저씬 쫌만 더 기다려야 돼. 알았죠?

복수 : 네.

미래 : 네는 뭐가 네야. (경찰에게) 아저씨. 증거없이 이런게 어딨어요? 그 여자가 잘못 본걸 수도 있잖아...

         이렇게 생긴 남자가 한 두명인가, 한국에?

별리 : (느긋하게 일어서며 미래에게) 저렇게 생긴 놈이 한국에 또 있으면, 우리 빌딩, 너 준다, 내가.

미래 : 그게 니꺼야, 니네 엄마꺼지?

경찰 : 아, 시끄러. 얼른들 일어서.


별리가 나가고 정국과 기홍이 일어선다.


정국 : (복수를 보며 손을 치켜든다.) 야, 이... 참. 할 말이 없다. 한심한 새끼. (현관문으로 향한다.)


기홍, 책상 위에 있는 화장지를 뜯으며 일어선다. 그리곤 코를 풀더니 뭉쳐서 복수의 얼굴에 던진다.

복수, 아무 말도 없다.

기홍, 다시 책상 위에 있는 볼펜을 복수의 이마에 슬쩍 집어 던진다.


미래 : (벌떡 일어서며 기홍에게) 안 꺼져, 너?

기홍 : (미래에게 양아치처럼 건들댄다.) 알았어어. 가아, 이 짜리몽땅아. (그리곤 부리나케 도망간다)


기홍의 뒷꽁무니를 불쾌한 눈으로 바라보던 미래가 풀죽은 복수를 본다.


복수 : 미래야.

미래 : 응?

복수 : 너두 가.

미래 : 너 두고 갈거 같냐, 내가?

복수 : 가라니까.

미래 : (바락) 닥쳐.

복수 : (버럭) 가, 좀.

미래 : ...

복수 : ...

미래 : ...핸드폰, 주머니에 꼭 넣구 있어. 빳데리 넉넉한거야?

복수 : (고개 끄덕.)

미래 : (나가며) 올래면 빨랑 오지, 어디가서 자빠져 있는거야, 그 년은?


미래가 나간다.

복수, 피로가 엄습한다. 복수, 자신이 깔고 앉았던 방석을 들고 긴 나무의자로 간다.


경찰 : 왜 방석은 들구 다녀?

복수 : 졸려서요.


복수, 방석을 반 접어 나무의자 끝에 베개로 만든다. 머리에 대고 누워 눈을 감는 복수.



38. # 밴드 연습실 (저녁)


불꺼진 연습실. 한 켠에 작은 스탠드만 켜져있다.

홀로 키보드를 치고 있는 경. 연정에게 만들어 주었던 그 곡.

정국이 들어온다. 경, 연주를 멈추지 않는다.


정국 : (물끄러미 경을 보더니) 파출소 가서 진술해. ...돈은 못 찾더라두, ...연정이 한은 풀자.

경 : (연주만 한다.)

정국 : 얼른 가. ...나 잘거야.


정국이 한 켠의 간이침대로 가 머리 위까지 이불을 덮는다.

경, 정국의 말은 안중에도 없이 여전히 연주한다.

정국, 살짜기 내린 이불. 무상한 눈으로 천장만 본다.



39. # 전 경의 몽타쥬 (밤)


혼자서 연주하던 경의 테마가 전 씬으로부터 이어져서 온전한 테마곡이 된다.

거리를 걷는 경.

버스를 기다리는 경.

사람들 틈에 끼여 이러저리 흔들리며 창밖을 보는 경.



40. # 경의 정류장 (밤)


버스에서 내리는 경. 힘없이 걷다가 문득 정류장에 붙은 복수의 편지를 본다. 읽어본다.

한참을 그렇게 서서 읽다가 편지지를 뜯는다. 갑자기 차도로 가서 택시를 잡으려 한다.

이 때, 강의 승용차가 와 선다. 크락션.


강 : 전 경. 어디가?

경 : (부랴부랴 승용차를 탄다) 남영동.



41. # 파출소 (밤)


단잠을 자는 복수.

가죽장갑을 낀 정달의 손이 복수의 입과 코를 막는다.

복수, 눈을 번쩍뜬다. 숨이 막혀 바둥대면 어느새 정달이 손을 푼다.


정달 : (비웃음을 머금고 서있다.) 꼬락서니 봐라.

복수 : (어안이 벙벙해서 올려다 본다.) 박 경장님?

정달 : 왜에? 형이잖어. 박 경장님이 모야아? 정달이 형이야.

복수 : ...

정달 : (복수의 다리를 벤취에서 밀어내며 옆 켠에 앉는다.) 궁금하겠다. 내가 여기 왜 왔는지? 궁금하지?

복수 : 아니요. (몸을 일으켜 앉는다.)

정달 : 에에. 궁금하면서... ...니 깔치가, 니 꼬붕한테 연락해서, 니 꼬붕이 나 찾아왔다. 도와 달라구... 조기 보이지?


복수의 시선으로 보이는 파출소 현관이 열려 있다. 그 문틈으로 복수 쪽으로 기웃대는 꼬붕의 모습이 조그맣게 보인다.

꼬붕, 복수에게 한 손을 들어 보이며, 미소. 그러다 경찰 하나가 나오자 간첩처럼 등을 돌린다.


정달 : 조 새끼, 경찰 무서워서, 들어오지두 못하고 저러는 거 있지.

복수 : 가라 그래요, 꼬붕이. ...난 빨랑 교도소에 쳐 넣구...

정달 : 증거두 없이 어뜩케 쳐넣냐?

복수 : 조작하면 되지. 지난 번처럼...

정달 : 한 걸 또 하냐? 존심이 있지... 이번엔 정정당당하게 할라구. ...니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한 번 해보자, 고 복수.

         ...그래서 왔지롱. 집에 델다 줄라구. 고맙지?

복수 : (피식 웃는다.) 정달이 형.

정달 : 응?

복수 : 형은 나 못 이겨.

정달 : 왜?

복수 : 나, 곧 죽을라구. 빵에 가기 전에, 콱 죽을라구. 약 오를걸? 나 죽으면?

정달 : ...니가 죽으면, 나두 죽을껀데? 너 없이 내가 어뜩케 사냐? 히히.

복수 : ...(미소짓는다) 형.

정달 : 왜?

복수 : 형. (정달의 손을 부여 잡는다.)

정달 : (인상쓴다.) 놔.

복수 : (진지하게) 약속했다. 같이 죽기루... 진짜다.

정달 : 겁나게 구네, 이 새끼? 좋다, 새끼야.

복수 : (정달의 손을 얼굴에 비빈다) 사랑해, 형.



42. # 파출소 건너편 (밤)


승용차가 멎었다. 경이 내려선다. 강도 따라 내린다.


경 : 오빠, 가.

강 : 그냥 가라구?

경 : 응.

강 : 도대체 야밤에 뭘 하구 다니는 거냐, 기집애가? 아버지만 그런 거 아냐. 나두 너 맘에 안차.

경 : 알어. 잘 가.

강 : 야, 참. 너 우리 가게 로고송 하나 만들어 갔구 와. 한 15초 정도 되는 거.

경 : (돌아본다)

강 : 200만원 줄게. 간다. (승용차가 떠난다.)

경 : ...(혼잣말) 돈 참 쉽게 들어오네.



43. # 파출소 (밤)


조심스레 들어와 경찰 앞에 서는 경.


경 : 저어...

경찰 : (얼굴을 들어 경을 본다.)

경 : 저어... 낮에 여기 들어온 남자... 그... 패싸움하구 들어온...

경찰 : 웃기게 생긴 도둑놈?

경 : 네. 그 사람...

경찰 : 갔는데?

경 : 네? (어찌할 바 모르다가 변명을 해댄다.) 그 사람, 아니예요. 도둑 아니예요. 다 잘못 알았어요...

      (눈을 똥그랗게 뜨고) 어느 교도소로 갔어요?


이때, 경의 어깨를 툭 치는 남자. 복수다.


경찰 : 어? 아직 집에 안 갔어?

복수 : 화장실 갔다 왔어요.



44. # 파출소 앞 (밤)


나란히 걸어 나오는 둘. 어색한 발걸음.


복수 : ...밥 먹었어요?

경 : (편치 않은 표정이다.) 기타 줘요. 그거 땜에 왔어요.


횡하니 걸어간다.



45. # 거리 (밤)


경이 걸어가고 몇 미터 뒤에서 복수가 경의 뒤를 따른다.

경, 가던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본다. 복수가 멈춰 선다.

경, 다시 걷고 복수도 걷는다.


경 : (멈춰서서 소리친다.) 가.

복수 : ...


다시 경이 걷자, 복수도 걷는다.

경, 길 위에 떨어져 뒹구는 깡통을 집어 복수에게 던진다. 복수, 살짝 피한다.

경이 걷자, 이번에 복수가 경이 던진 깡통을 돌돌 차며 뒤따른다. 통통대는 깡통소리가 경이 걷는 내내 들린다.

경이 멈춰서서 복수에게 다가간다. 복수의 눈 앞에 주먹을 번쩍 드는 경. 그렇게 들고만 있다.


복수 : ...때려두 돼요. ...때려요.

경 : ...

복수 : (경의 주먹 쥔 손목을 잡더니 자신의 얼굴을 세게 친다.)

경 : (손을 뺀다. 그리곤 옆으로 돌아선다.)

복수 : ...왜 그렇게 맘이 약해요? 거친 세상, 어떻게 살라구...

경 : ...

복수 : ...(궁금한 듯) ...내가 ...아가씨 애인 죽인겁니까?


경, 아무 말 없이 가던 길을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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