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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멋대로 해라] 06

작성자수다쟁이|작성시간06.05.07|조회수479 목록 댓글 0

[네 멋대로 해라] 06











1. # 경의 버스 정류장 (밤)


멀어져 가는 복수를 눈물젖은 눈으로 바라만 보고 선 경.

복수의 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그 자리를 지키고 선 경.

벤취에 앉는다. 경의 손엔 조심스레 쥐어 쥔 수표가 있다.

눈가엔 아직 눈물이 마르지 않았다. 자꾸만 손등으로 눈물을 닦지만 쉽게 마르지 않는다.

자신의 가방을 뒤적여 라이터와 담배갑을 꺼낸다. 담배갑이 비었다. 담배갑을 휴지통에 톡 던져 넣는다.

훌쩍이며 하릴없이 라이터만 껐다켰다 한다.

문득 벤취 위에 놓인 노인의 지갑을 바라본다.

경의 발끝에 살짜기 채이는 캔커피. 복수가 경에게 내밀었던 캔 커피 두 개가 바닥을 구른다.

훌쩍이며 커피 두 개를 주워드는 경. 캔 커피 하나를 딴다. 그리곤 한 모금 마신다.

한 모금씩, 한 모금씩 마시면서 나머지 하나를 손에 쥐고 복수가 걸어간 곳을 자꾸만 바라본다.

여전히 복수가 사라진 곳을 응시하며 따지 않은 캔을 만지작댄다. 복수가 돌아올 것 같다.



2. # 꼬꼬닭 치킨 (밤)


두 테이블 정도 술 손님들이 차 있다.

그리고 구석 테이블에 복수가 앉아 맥주를 먹고 있다. 잔에 따르지도 않고 병 째 마신 빈 맥주병이 대여섯병은 됨직하다.

유순은 복수를 힐끔 힐끔 봐 가면서 테이블 손님에게 서빙을 하고 있다.

복수, 술이 비었는지 냉장고로 가서 맥주를 집어 내온다.


유순 : (복수의 맥주를 빼앗는다.) 그만 마셔.

복수 : (다시 맥주를 빼앗아 자신의 테이블로 간다.)

유순 : (복수에게 다가가 앉으며 술병을 빼앗는다.)

복수 : (또 다시 빼앗는다. 눈을 치켜 뜨고 유순을 본다.)

유순 : 너 마시라구 있는 술 아니야. 돈 받고 팔아야 되는 술이야.

복수 : ...이 닭집, 내가 차려 준 기억이 나는데? 응? 정 마담, 그럼 이 가게, 내 꺼네? 그럼, 이 술두 내꺼네?

유순 : ...

복수 : 뭐? 말을 해. 소리 바락 바락 지르면서, 한판 할 타임이잖아. 응? 심심한데 잘 됐다. 한판 뜨자.

유순 : ...(차분하게) 술 배우지 마. 니 아빠 술 타령에 질려서, 술 파는 나두, 술은 입에 안 대.

         술 말고 딴 거 배워. 니 아빠한테 배울만한 거, 이거 빼구두 꽤 있어. (일어선다.)

복수 : 아빤 왜 그렇게 퍼 마셨을까?

유순 : ...

복수 : 왜는? 여자가 긁어대니까 그렇지. 얼마나 후벼 팠으면, 그 속을 다 술로 담궈 버렸을까? 어떻게 생각하셔, 아줌마?

유순 : ...

복수 : 그럼, 나는... 나는 왜 여기서 이러구 있냐?

유순 : (냉정히) 여자 있나 부지.

복수 : 그지. 여자가 아니면, 울 일이 없지, 남잔... 하하하. 술을 마시는게 아니라, 술로 우는 거지. 우와. 죽이는 대사.

유순 : ...니가 울면, 걔두 울어.

복수 : 헤... 알지두 못하면서...

유순 : ...(냉정하게) 니 아빠 술먹는 동안, 내가 흘린 눈물이 강물이야. ...그래서 알어.

         넌 괴로워서 울겠지만, 여잔 괴롭혀서 울어. ...다 그렇게 다치구, 울구, 그래. 대단할 것두 없어.

         술 먹는 니 위장에, 사고만 나. (주방으로 가며) 술 떨어지면 니가 알아서 채워 놔. 너 땜에, 맥주 손님 못 받아서

         내 장사 망치면, 다 니 부담이야. ...나, 돈 못 벌면, 보나마나 너한테 바랄 테니까... 맘대루 해.

         (주방으로 가서 튀김팬 앞에 선다.)

복수 : ...(유순의 모습을 망연히 바라보다가 비틀대며 유순의 곁에 가 선다. 앞 뒤로 비틀대며 유순을 바라본다)

유순 : 얘, 왜 이래?

복수 : 엄만, 내가 뭐해서 돈 벌어다 줬는지, 왜 안 물어 봐? 요즘은 돈두 안갖다 주는데... 돈 안 버는지, 왜 안 물어 봐?

         ...그냥 옛날처럼 돈 벌어다 주면 땡이야, 엄마? 아무렇게나 돈만 벌어다 주면 돼?

유순 : (복수를 바라본다)

복수 : 어차피 대단할 것두 없는 인생, 그냥 옛날처럼 돈이나 걷어 들일까? 배운 기술루? 응?

         (힘이 빠진듯 옆 테이블로 내려 앉으며 쿵 머리를 찧는다. 팔로 얼굴을 가린채 주저앉아 시체처럼 움직임이 없다.)

유순 : (복수의 등을 툭툭 치며 눈살을 찌푸린다.) 복수야. ...얘. 집에가서 자든가, 아님 들어가서 자든가...


상체를 굽혀 복수를 흔들어 대던 유순이 언뜻 복수가 괴어 놓은 팔등 사이로 복수의 얼굴을 본다.

복수의 눈에 눈물이 흐른다.

유순, 복수의 어깨를 흔들어 대던 손끝이, 멈칫. 복수의 어깨 위에 가만히 손을 얹어 놓은 채 조용히 몸을 일으켜 세운다.


복수 : (흥얼댄다.) 나, 인제, 그 사람 ...못 만나.


죽은 듯, 얼어붙은 복수의 뒷덜미를 바라 볼 뿐이다.



3. # 경의 버스 정류장 (밤)


아직도 복수가 멀어져 가던 곳을 응시하고 앉아있다. 여전히 커피를 만지작 대면서...

그리곤 계속 복수가 오기만을 기다리듯, 복수가 사라진 그 곳만 바라본다. F.O.



4. # 보라매 공원 (아침)


F.I. 이펙트로 들리는 복수의 거친 숨소리.

달리는 복수의 시점(핸드핼딩)으로 스턴트맨들의 훈련 모습이 차례로 보여진다.

공원을 달리는 스턴트맨 10여명의 뒷모습.

잔디 밭 가운데서 덤블링을 하는 너댓명의 스턴트맨. 그 옆쪽에서 기초 체조를 하는 10여명. 마치 서커스단원들의 훈련같다.

복수와 꼬붕은 달리는 스턴트 맨들보다 100미터는 뒤쳐져서 땀을 비질비질 흘리고 있다.


꼬붕 : 열 바퀴나 뛴다는데. 우리 이러다 죽어, 형.

복수 : 아우 씨. 괜히 한 거 같지, 이거?

꼬붕 : (입이 나온다.) 응.

복수 : 하지 말까?

꼬붕 : (기쁘다.) 응.

복수 : 그래.


복수와 꼬붕, 멈춰선다.


복수 : (큰소리로) 아, 속이 다 시원하네. 그만두니까...



5. # 공원매점 (아침)


음료수를 사가지고 나오는 복수와 꼬붕. 잔디밭으로 걸어간다.

그들은 이제 구경꾼이 되어서 멀리 잔디밭을 중심으로 훈련중인 스턴트맨들의 모습을 구경 삼는다.


꼬붕 : (복수를 따르며) 그럼, 내일부터 시작할래? 일?

복수 : ...돈이나 줄창 벌자. 전과자가 별 수 있나? 힘든 일은 안하는게 전과자다. 그지?

꼬붕 : 아우, 신나. ...돈 번다, 드디어. ...형! 나, 행복해.

복수 : 원 없이 털어서 돈다발을 뿌리구 다녀야지. 아이구, 다리야.

         (잔디밭에 앉는다. 그 때, 잔디밭에 엎드려 자는 남자의 발이 복수의 엉덩이 밑에 배긴다.)

         노숙자가 다 있네? 아저씨, 저 구석으로 가서 자. 흉해.

양찬석 : (몸을 뒤집는다.)...

복수 : 어? 선생님. (쭈뼛대며) ...여기 언제부터 계셨어요?

양찬석 : 어젯밤부터...

꼬붕 : 여기서 잤다구요?

양찬석 : 응. 별이 예뻐서... 별 보다가 잠 들었어.

복수 /꼬붕 : ...

양찬석 : 낭만적이지?

복수 : ...그러다 감기 드는데?

양찬석 : (일어선다.) 내가 준 책은 읽었어?

복수/꼬붕 : ...

양찬석 : 스턴트 장비는 다 알아뒀어?

복수/꼬붕 : ...

양찬석 : 니네 지금 한 바퀴두 안 돌았지? 다 봤다?

복수/꼬붕 : ...

양찬석 : 니네 이거 안하구 나쁜 짓 할라 그러지? 다 들었다?

복수/꼬붕 : ...

양찬석 : ...니네 전과자지?

복수 : ...

꼬붕 : 난, 아니예요. 난, 경찰에 걸린 적 없어요.

양찬석 : (복수에게) 너는 기네? ...그래서, 다시 그 세계로 갈거니?

복수 : ...

양찬석 : 부끄럽지두 않니? ...(입을 삐죽댄다. 그리곤 스턴트맨들이 달리는 곳을 향해 뛰어간다.)

복수 : (주먹을 불끈 쥔다. 얼굴이 일그러진다.)

꼬붕 : 화났어? ...(달랜다.) 싸우지 말구, 그냥 가자.

복수 : (꼬붕에게 꿀밤.) 나쁜 놈. 저만 전과자 아니라 그러냐? 나만 챙피하게? 에이 씨.

         (벌떡 일어나 양찬석을 향해 뛰어간다.) 선생님. 잘 할께요, 네?


벙쩌서 복수를 바라보는 꼬붕.

복수가 무지하게 빨리 달린다.



6. # 치어 연습실 앞 (낮)


경이 연습실 앞에서 망설이듯 서성인다. 들어가려다 말고, 말고...

왔다 갔다 하다가 빼꼼히 열린 문틈으로 살짝 안을 살피려는데...

그 문틈 바로 앞에 미래의 눈이 있다.


경 : (뒤로 물러서며) 엄마야.

미래 : (문을 벌컥 연다.) 아까부터 뭘 염탐하냐?

경 : ...저어...

미래 : 왜 그러는데?

경 : ...(주머니를 뒤적여 꼬깃하게 접은 수표를 준다)

미래 : 뭔데?

경 : 이거... 실은... 고 복수씨가 줬는데... 다 끝난 일을... (숨을 돌린다) ...돈을 받았어요.

      이 돈 받을 수 없어요. 언니가 고 복수씨한테 돌려 주세요.

미래 : 내가 언니야?

경 : ...

미래 : 몇 살인데?

경 : 스물 넷이요.

미래 : ...(비아냥) 어려서 좋겠다?

경 : ...

미래 : 받어. 신경 쓰여.

경 : 싫어요. (여전히 수표를 미래에게 들이민다.)

미래 : 얘 왜 이러냐? (은근 슬쩍 수표를 받는다.)

경 : 그리구... 이것두... (노인의 지갑을 내민다.)

미래 : 이건 또 뭐야?

경 : 고 복수씨가 들구 있다가 버리구 갔어요. ...알아서 하라구 전해 주세요.

미래 : ...(지갑을 본다. 신분증을 본다.) 복수꺼 아니네.

경 : ...네. (인사를 꾸벅하곤 계단 아래로 내려 간다.)

미래 : (지갑을 든 채 무표정하게 서 있다가 고개를 든다.)



7. # 밴드 연습실 (낮)


경이 들어온다. 그러자 마자, 문을 벌컥 열고 들어오는 미래.


미래 : (지갑을 경의 얼굴에 집어 던진다.) 너 지금 무슨 뜻이야?

경 : ...

미래 : 복수가 소매치기한 지갑이란 거니?

경 : ...모르겠어요.

미래 : 하... 야.

경 : ...

미래 : ...웃기는 년이네.

경 : ...

미래 : 걔, 그런 거 인제 안해. 걘 안한다면 안하구, 한다면 해. ...걘, 이 지갑 안 훔쳤어.

경 : ...증말... 그렇게... 완전히... 믿어요?

미래 : 너 같은 년들은, 잡생각이 많아서, ...믿음이란 걸 모르지? ...믿는다는 게 뭔 줄 아냐?

경 : ...

미래 : 그 사람이 날 속여두, 끝까지 속아 넘어가면서두, 그냥 믿어버리는 거... 그게 믿음이다.

         ...근데, 복수는 안 속여. 됐지?

경 : ...

미래 : (경이 쥐어 준 수표를 던지곤 문을 연다.) ...너, 조심해라. 나한테 찍혔다.

경 : ...

미래 : 또 한 번만 이런 식으로 나한테 알짱대면 ...나조차 상상할 수 없는 일 생긴다. 알았니?

경 : ...(풀이 죽어) 네. 근데 이건... (수표를 주워 미래에게 내 뻗는데...)


미래는 그새 문을 꽝 닫고 나간다.



8. # 여자 화장실 (낮)


변기에 앉아있는 미래. 미래의 머리 위에서 눈 앞을 거쳐 무릎 위로 수표가 떨어진다.

수표를 주워드는 미래.


경 : (E) 지갑은 경찰서에 갖다 줄께요, 언니.

미래 : (위를 올려다 보면, 옆칸에서 지갑 든 손을 뻗어 흔드는 경의 손이 보였다 사라진다. 인상을 쓰며) 야, 기집애야.

         (경이 도망가는 발자국 소리가 요란하게 들린다. 인상을 찡그리며 수표를 보다가 피식 웃는다.) 참... 쟤두, 묘하다.

         (이내 따스한 미소가 어린다. 다시 수표를 본다.) 돈 굳었네.



9. # 거리 (낮)


달랑달랑 지갑을 들고 거리를 걸어가는 경. 어디선가 깡통소리가 들린다.


회상 몽타쥬.

3부 깡통을 차며 경의 뒤를 쫓는 복수.

횡단보도를 건너는 경의 뒤를 쫓는 복수.

4부 뛰어가는 경과 맞은 편에서 뛰어가는 복수.


경, 문득 멈춰서서 뒤돌아본다. 거리를 무심히 오가는 사람들.


복수 : (E) 다시 볼일 없을거다.


휑한 눈으로 복수가 없는 거리 한복판에 선 경.

거리는 자동차 경적과 사람들의 발자국 소리뿐이다.

눈빛에서 외로움이 묻어난다. 바쁜 거리에 낯설게 서 있는 경의 모습. LS



10. # 스턴트맨 봉고차 안 (낮)


차 안엔 스턴트 장비들이 쌓여있고 그 안엔 액션스쿨 스턴트맨들 너댓명이 졸고있다. 모두가 잔다.

졸고있는 양 찬석 뒤에 꼬붕과 복수만 눈을 말똥말똥 뜨고 있다.


복수 : 떨린다, 그지?

꼬붕 : 아니.

복수 : 오늘 촬영할 때, 몸에 불지른단다. 안 떨려?

꼬붕 : 형 몸에 지르냐? 우린 장비만 나르면 되는데? 지가 스턴트 하는 줄 알어. 달리기두 못하면서...

복수 : ...(창밖을 보며 쉼호흡) 첫 촬영이다, 꼬붕아. ...잘 살자.

꼬붕 : 아이씨. 돈은 언제 주는 거야?

양찬석 : (눈을 감은채) 일을 따와야 돈이 나오지, 바보들아. 내가 돈 주니?

꼬붕 : 선생님이 월급 주는 거 아니였어요?

양찬석 : (눈을 뜨며) 내가 왜 주니? 영화사에서 일한 사람한테 돈을 주지?

꼬붕 : (복수를 보며) 어어? 형이 그랬잖아. 훈련하는 동안엔 월급 나온다구...

복수 : ...그랬으면 좋겠다 그랬지, 임마.

꼬붕 : (양 찬석에게) 양찬석 선생님. 저 돈이 없어서 그러는데, 돈 좀 꿔 주세요. 스턴트 따면 갚을께요.

양찬석 : 그래.

복수 : (반가이) 저두요, 선생님.

양찬석 : 싫어.

복수 : 왜요?

양찬석 : 넌 전과자잖아.

복수 : ...(양찬석의 뒷통수를 째려본다.)

꼬붕 : (복수의 손등을 어루만지며 달랜다.)

양찬석 : (옆에 앉은 동료 스턴트 감독에게) 백감독. (몸을 돌려 복수를 정확히 가리키며) 얘, 전과자다?

백감독 : (복수를 유심히 본다.) 그렇게 생겼네.


백과 양, 그리곤 눈을 감는다.


복수 : (꼬붕에게 소곤댄다.) 나, 찬석이 쟤한테, 오늘 복수할거다?

꼬붕 : 어뜩케?

복수 : 지금부터 생각해 봐야지.



11. # 밴드 연습실 (낮)


별리가 작곡한 노래 연습 중이다.

경은 슬쩍 슬쩍 키보드로 효과음을 끼워 넣어 본다. 베이스 기홍의 마무리.


별리 : 이쁜아. 그거 넣어라. 괜찮다.

경 : 어느 거? 이 거? (키보드로 좀 전의 효과음을 눌러본다.)

별리 : 응. 좀 더 삐용삐용 거려 봐.

경 : (같은 효과음을 조금 짧게 두 번 간다.)

별리 : 어.

정국 : 앞에서 베이스 들어가구 나서두, 적당한때 알아서 들어오지? 경이가?

경 : 잡스럽지 않나?

정국 : 괜찮은데?

별리 : 그래. 괜찮어. (기홍에게) 얘야, 녹음 걸어라.

기홍 : (녹음기를 만지며) 클럽에 데모CD 갖다 주면 뭐하냐? 별리씨가 무대에서 숨을 못 쉬는데...

별리 : (무심하게) 설마, 평생 그러겠냐, 내가? 에으유, 쪼잔하긴.

         ...방법을 찾을 생각을 해야지, 자꾸 나 내쫓을 생각만 하면 되냐? 장희빈이냐, 너?

         ...저거 지가 보컬 하구 싶어서 저래. ...쟤, 수첩에 일기 쓰잖아. 거기서 봤어, 내가. 지가 보컬하구 싶다구...

경 : (놀래서) 기홍이 미쳤구나?

정국 : (웃긴다는 듯 기홍에게) 보컬 하고 싶으면, 너 혼자 노래방 가서 해, 임마.

기홍 : (삐졌다.) 왜 다 별리씨 편이야? 나 없을때, 저 여자가 돈 줬어?

별리 : 아으유, 아으유. 별리씨가 뭐냐? 저 여자가 뭐냐? 누나한테? ...야. 베이스나 잘해. ...까불면 니가 짤려.

         내가 이 밴드 장악한 지가 언젠데, 아직 분위기 파악을 못하냐? 녹음이나 걸어.

기홍 : ...(시무룩해서 고개를 숙인채 그냥 우뚝 서 있다.)

경 : (다가와 기홍의 등을 두드리며 달래듯.) 욕심 버려. ...별리 언니가 대장이야. (미소를 짓곤 녹음을 건다.)

기홍 : (구겨진 얼굴로 비굴하게도 별리에게 다가가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한다.) 누나.

별리 : (악수를 거절한다.) 집어쳐. 지켜 볼거야, 너. (밴드에게) 시작합시다.


밴드들 정국을 바라본다. 정국의 드럼으로 시작되는 연주. 별리와 기타. 그리고 보컬이 시작된다.



12. # 치어 연습실 (낮)


치어 연습 중인 치어리더들.

미래는 테이블에 앉아 간호학 책만 본다. 연습이 끝난 듯.


치어짱 : (미래에게 다가와) 도대체 뭐하러 나와서 이러냐? 병가 냈으면 집에서 공부하지.

미래 : 안보이는 사이에, 나 짤릴까봐.

치어짱 : 소심하다, 송 미래.

미래 : 그걸 흉이라구 보냐? 인생을 배포로 사냐? 소심해야지. ...간호사 되기 전엔 짤리면 안돼. 돈 없어.

치어3 : (간호학 책을 덮으며) 아, 국영수를 하라니까?

미래 : 미리 공불 해 놔야, 입학하자마자 기선을 잡지, 이 멍충아. 장학금 받구 다녀야 되는데... 수능은 학원 끊어서 할거다.

치어3 : 생각두 많다.


이 때, 문을 벌컥 열고 들어오는 강.

치어리더들이 일제히 강을 본다. 그 뒤에 미래를 찾아 처음 방문했던 양복남도 따라 들어온다.


강 : (미래에게 성큼 성큼 다가온다. 그리곤 돈봉투를 미래의 테이블에 시원스레 탕 내려 놓는다.) 계약합시다, 서 영은씨.

치어3 : 네?

미래 : (난감한 표정)

강 : (미래에게) 서 영은씨.

치어3 : 네.

강 : ...(치어 3을 본다.) ?

치어3 : (미래에게) 왜 언니한테 서 영은이래?

미래 : (인상을 구기며) 하. (지가 뭘 잘했다구 못마땅한 표정으로 얼굴이 부르터서 문을 박차고 당당하게 나간다.)

강 : ...

치어3 : ?

강 : 댁이 서 영은인가?

치어3 : 그런데요?

강 : ...(양복을 본다)

양복 : ? ...(나간 미래쪽을 손짓하며) 분명히 저 아가씨가... 그랬는데?



13. # 건물 현관 옆 계단 (낮)


숨을 곳을 찾는 어린아이의 표정으로 마구 뛰어 내려오는 미래. 현관 밖으로 뛰어 내려간다.



14. # 건물 앞 거리 (낮)


열심히 달리는 미래. 저 뒤로 강이 달려온다.

미래, 잡히지 않으려고 뛰어가다가 구두굽이 빠진다. 구두를 벗어 던지고 달리다가 이내 서서 아랫배를 잡는다.

그리곤 포기한 듯, 상점 난간에 주저 앉는다.


미래 : 이씨. 아우, 배 땡겨.

강 : (저만치서 미래가 벗어놓은 구두를 주워들고 천천이 미래 앞으로 다가선다.)

미래 : (강을 곁눈질로 보더니 벌떡 일어선다.) 그래, 어쩔래? 뻥깠다. 고소해라?

강 : 야. (미래의 어깨를 내리 누르며) 앉어. 실밥 터진다, 니 배. (그리곤 떨어진 구두굽을 밑창에 끼워

      길바닥에 몇 번을 세게 내리친다. 떨어진 구두굽이 붙었다. 그리곤 미래의 발 앞에 미뤄 놓는다.) 스타킹 다 터졌다, 야.

미래 : (자신의 스타킹 발바닥에 난 구멍을 본다.)

강 : (뒤에 헉헉대며 쫓아 온 양복에게) 야, 스타킹 하나 사 와라.

양복 : 네. 사장님. (그리곤 달려간다.)

강 : (미래 옆에 쭈그려 앉는다.) ...그래서.

미래 : ...

강 : 이름이 뭔데?

미래 : 약 먹었냐? 너한테 내 이름을 가르쳐 주게?

강 : 알았다. 서 영은으로 해. 이름이 뭐든, 난 너랑 계약하러 왔다. (돈 봉투를 미래의 구두 위에 툭 던진다.) 계약해.

미래 : 놀구 있네. ...돈 몇 백에 팔릴 년으로 봤으면 오산이다, 중고차 사장아. 난 내 갈길 간다.

         (일어서서 발끝으로 돈봉투를 휙 차곤 구두를 신곤 엉덩이를 흔들며 걸어간다.)

강 : 천 만원 넣었다.

미래 : (멈칫)...

강 : (돈 봉투를 집어들며 미래에게로 걸어온다.) 사진 몇 장만 찍자. 어디어디 박을 거냐면...

      우리영업소 사무실. 직원들 개인 승용차. 우리 회사 인터넷 사이트. 회사 트럭.

      ...차 몰고 다니면서, 로고송도 틀어 댈거다. 빵빵하게... 어떠냐? ...돈 더 줘?

미래 : ...(눈치를 보며 비굴하게 걷던 길을 걸어간다.) 더 달래면 더 주나?

강 : (나란히 걸어간다.) 얼마나?

미래 : (자신없이) 100만원만 더 주면...

강 : 오케이. 천백. (멈춰선다.)

미래 : ...(멈춰 서서 자꾸만 눈치를 본다.) 목돈 생겼는데, 여기 저기 한 턱 쏴야 되지 않나? ...천만원에서 깨긴 싫구... 그래서...

강 : 뭐 어쩌라구? 니 맘이지. 나한테 뭐하러 그런 말을 하냐? 천 백으로 끝.

미래 : ...잠깐만... (강의 손에 든 돈 봉투를 낚아챈다.)

강 : 아까 그 사람 오면, 계약서랑 영수증 만들어서 보내라. (자신의 승용차 쪽으로 걸어간다.)

미래 : 잠깐만 기다리라니까... (봉투 안의 수표 동그라미 숫자를 센다. 그리곤 수표를 넣는다. 미소.) 됐어요. 확인하느라구...

         언제 촬영해요?

강 : ...돈 천에 곧바루 존댓말이 나오네?

미래 : (생글생글) 당연한 거 아닌가요?

강 : 우리 직원이랑 얘기해. 야. 그리구 수술한지 며칠이나 됐다구, 그렇게 굽 높은 걸 신구 다니냐?

      못 생긴게, 곧 죽어두 할 짓은 다 해요. (승용차 앞으로 가 선다.)

미래 : ...(큰소리로) 못 생긴 년한테 왜 사진은 찍자니?

강 : 매력은 있어.

미래 : ...(씩 웃으며 혼잣말) 조게 나 좋아서 거만 떨었어. 으이그, 너 같은 건 눈에두 안 차. 껄떡대기만 해, 기냥

         ...히히. 돈은 좋다. (큰 소리로 강의 뒷통수에) 사장님.

강 : (뒤돌아 본다.)

미래 : (귀여운 모습으로) 내 이름 궁금하죠? 내 이름은 송 미래야. 이름두 이쁘지?



15. # 연습실 건물 앞 (해질녘)


경과 밴드들이 서로 손을 흔들며 헤어진다.

경이 플레이어 이어폰을 귀에 꽂으며 건너편 정류장 쪽으로 걸어와 선다.

경, 버스를 기다린다. 옆 켠 젊은 여자가 지갑을 떨어뜨린다.

반사적으로 몸을 굽혀 지갑을 주워주는 경. 여자, 인사를 꾸벅하고 바삐 버스에 오른다.

플레이어에서 나오는 음악소리에 복수의 목소리가 묻어나온다.


복수 : (E) 다시 볼 일 없을거다.


경의 적막한 눈빛. 이 때, 갑자기 뒤에서 누군가 와락 허리를 감싸며 안는다.


경 : 악. (동시에 경의 손이 어깨 위로 올라가 남자의 머리채를 잡아끈다.)

동진 : (경을 감싼 동진의 손이 저절로 풀리고 경에게 머리채가 잡힌채 울상) 에이.

경 : 어머. (한 손으론 이어폰을 빼며 다른 한 손으로 잡았던 동진의 머리채를 푼다. 손가락에 동진의 머리칼이 묻어난다. )

동진 : (원망어린 눈길로 머리칼을 본다.) 에이, 머리숱두 얼마없는데, 아깝게... (미간을 찌푸리며) 난 줄 알구 일부러 그런거지?

경 : ...아니요.

동진 : (땡깡이다.) 거짓말 마. (삐져서 경에게 등 돌린다.

         그리곤 흐트러져 솟구친 머리를 손으로 만지작대곤 금새 헤죽.) 머리 됐어?

경 : (정수리에 두 줄기 뻗친 머리칼을 보며 헤죽) 더듬이 생겼다. (그리곤 머리칼을 눌러 준다.)

동진 : (경의 손길에 얼굴을 맡긴채 헤죽 헤죽)



16. # 승용차 안 (밤)


경의 무릎 위에 노트북이 올려져 있다. 그 위에 꽂힌 카메라를 만지작대는 경.

동진이 경을 쳐다본다.


경 : ...나, 노트북 쓸 일 별루 없는데...

동진 : 그냥 갖구만 있어. ...그거 내가 쓰고 있는 노트북이랑 똑같은 거다? ...(창 밖을 본다.) 그렇게, ...나랑 같은 걸,

         전 경한테 하나씩, 하나씩 줄 거다? 같은 걸 보구, 같은 걸 듣구, 같은 걸 만지구... 그럴거다?

         너랑은 커플티라두 입구 싶어, 그 촌스런걸... 히. 근데, 그 짓은 죽어두 못해. 아우, 촌스러.

경 : ...(노트북을 만지며) 이거 비쌀텐데.

동진 : ...비싸지이. (다정하게) 있잖아. 내가 전 경 한테 잘못할 때 마다, 물건을 하나씩 주께.

경 : 네?

동진 : (다정) 나, 내 멋대루잖아. ...그래서, 남의 마음, 잘 못 봐.

경 : ...

동진 : 전 경 화난 마음은 일단 물건으로 매꾸고, ...그 때 마다 집에 가서, 벽에다 머리 박을께. 벽이 전 경이야.

         ...(경의 손을 잡는다.) 내 생각만 하지 않겠다, 전 경. ...너한테 노력하겠다. ...아주 정성껏.

경 : ...(멍청)

동진 : (앙증) 나 멋있지, 응?

경 : (멍청) 근데... 저한테 뭘 잘못하셨죠?

동진 : 어? 몰라? 애인이 아니라 음악가라구 땡깡 부렸잖아?

경 : 아아. 까먹었는데...

동진 : 진짜 멍청하다, 전 경. (대뜸 소리친다.) 똑똑한 줄 알았잖아, 그날.

         (승용차 시동을 건다.) 에이, 난 똑똑한 줄 알구 괜히 얼어갖구...

경 : ...근데요.

동진 : 응.

경 : 오늘은 고기 먹기 싫은데...

동진 : 누가 고기 먹재?

경 : 안 먹어요?

동진 : 얘가 날 푸줏간집 아들로 보나?

경 : 그럼 어디 가요?

동진 : 재밌는 거 보러...

경 : 영화관 가요?

동진 : 아니. 취재하러 가.

경 : (입이 나온다.) 한 기자님은 왜 일하러 가면서, 자꾸 날 데리구 다녀요? 이상하지 않나?

동진 : 이뻐서. (경을 슬쩍 보며 늙은이처럼 감탄사.) ...하. 이쁘단 말야.


동진의 차가 출발한다.



17. # 영화 촬영장 - 셋트장 (밤)


어지러운 촬영현장에서 나란히 맹한 표정으로 쪼그려 앉아있는 복수와 꼬붕. 손엔 젤을 들고 있다.

앉아서 두리번 두리번 촬영스탭들과 스턴트맨들을 구경한다.

복수가 지루했던지 젤을 손에 짜서 꼬붕의 머리에 발라준다. 앞 가리마로 쫙 갈라서...

꼬붕두 젤을 복수의 머리에 발라 올 빽으로 넘겨준다. 히히덕 대는 둘.

이 때, 그들 앞에 백감독이 섰다.


백감독 : (바락) 니네들 하지마. 관둬. 집에 가. ...아까운 워터젤을 몽땅 써 버리면 어뜩해?

연출감독 : (멀찍이서) 어이, 백 감독.

백감독 : 네. 감독님. (달려간다.)

복수 : 찬석이가 그런다구 쟤까지 거슬리게 구네? 내가 쟤한테두 참아야 되냐?

백감독 : (멀리서) 어이, 전과자.

복수 : 에유, 씨. (달려간다. 상냥하게) 네. 백감독님.



18. # 셋트장 분장실 (밤)


한 쪽 구석에 다소곳이 앉아있는 경.

동진은 분장실 화장대 턱에 걸터 앉아 분장중인 여자 가수와 시시덕대며 취재중이다.

가수의 얼굴에 검정이 묻혀진다.


동진 : 노래나 하지, 무슨 연기냐, 자긴?

가수 : 끼가 넘치잖아.

동진 : 개나 소나 끼 타령이야, 촌스럽게. 자기, 연기두 안되잖아.

가수 : 대사 별루 없어서 괜찮아, 자기야.

동진 : (수첩에 적는다.) 소방수랑 가수랑 사랑하는 얘기라 그랬지?

가수 : 응.

동진 : 되게 재미없겠다. 유치하다.

가수 : (속삭인다.) 유치해. 영화두 아냐, 이거.

경 : 저어. (동진 앞에 서 있다.)

동진 : 응, 자기야. 왜?

경 : 저는 구경 좀 할께요.

동진 : 그래. 멀리 가지 말구, 근처에서 놀아.


경이 분장실을 나간다.


가수 : 누구야?

동진 : 누구게?

가수 : 애인이구나. 자기랑 어울린다.

동진 : 그지, 그지?



19. # 영화 촬영장 - 셋트장 조명기 뒷편 (밤)


일각. 주변을 호기심 어린 눈으로 둘러보는 경. 조명기 사이로 살금살금 걸어가는데...


조명부 : (미간을 찌푸리며) 줄 밟고 다니지 마요.

경 : (발아래 밟힌 전기선을 보곤 얼른 발을 뗀다.) 죄송합니다.


이 때, 조명기 사이로 언뜻 복수의 모습이 보인다.

경, 다급한 마음에 복수쪽으로 몸을 기울이는데...


조명부 : (짜증) 줄 밟지 말라니까...

경 : 죄송합니다.


전기선에 신경을 쓰는 사이, 복수가 시야에서 사라졌다.



20. # 영화 촬영장 - 스턴트맨 무리쪽 (밤)


한 스턴트 맨의 하네스를 입혀주고 있는 백감독.


백감독 : (복수에게) 전과자.

복수 : (깍듯하게) 네, 감독님.

백감독 : 제작부한테 음료수 좀 받아와. 갖구와서 선배들한테 하나씩 돌려.

복수 : 네, 감독님. (뛰어 가려는데)

백감독 : (다정한 얼굴로 미소) 전과자라 그래서 꼽니?

복수 : (웃으며) 그럼 감독님은 감독님한테 “에이 개새끼야” 그러면 좋으시겠어요? 헤헤.

백감독 : 뭐?

복수 : (웃으며 달려간다.)

백감독 : (벙찐 표정)


경이 백감독 앞에서 어슬렁댄다.

경, 두리번 거리다가 돌아서 가려는데... 복수, 그 사이 음료수가 든 비닐봉투 두 뭉치를 들고 달려온다.

눈을 똥그랗게 뜨고 복수를 바라보는 경.

복수도 경을 보고 멈춰 선다. 놀란 듯 경을 바라보는데...

그것도 잠시. 이내 시무룩한 표정으로 스턴트맨들에게 음료수를 돌린다.

스턴트맨들 중 이따금 복수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는 이도 있다. 그럴 땐, 복수가 그를 야리며 다시 제 머리를 다듬는다.

그래도 또 쓰다듬는 이가 있다. 복수도 덩달아 그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다 돌리곤 마지막 한 캔을 경에게 건낸다. 경, 캔을 받아 든다.

그러자 마자 어디론가 뛰어가는 복수.

경도 복수를 따라 뛰어가려다가 조명선에 걸려 넘어진다. 그 때문에 보조 조명기가 넘어진다.

넘어지는 조명기를 한 손으로 받쳐드는 조명부.


조명부 : (소리 버럭) 줄 밟지 말라구 그랬지? 너 한 대 맞을래?


경, 도망친다.



21. # 셋트장 - 사이드 (밤)


분주한 셋트장과 대조적으로 한적한 일각.

경이 서성대며 복수를 찾는다. 두리번 대던 경의 눈에 복수의 발이 보인다.

한 쪽 구석 그늘진 곳에 몸을 숨긴 복수.

경은 복수의 얼굴을 볼 수 없지만, 맞은 편에 서서 가지런히 숨죽여 모은 복수의 다리를 본 채 서 있다.


경 : 여기서 일해요?

복수 : ...

경 : ...뺨을 때려서... 미안했어요.

복수 : ...

경 : ...그날... 정류장에서... 많이 기다렸어요. ...다시 올 거라구 생각했어요.

복수 : ...

경 : ...변명이라두 해 줄래요?

복수 : (여전히 몸을 숨긴채) ...아니요.

경 : ...(당황한다.) 오해해서 미안합니다. (돌아서 간다.)

복수 : ...(몸을 드러낸다.) 오해진 아닌지 어뜩케 압니까?

경 : ...(돌아본다.)

복수 : 내가 훔친 걸 수두 있잖아요.

경 : ...

복수 : 그 날은 내가 지갑을 훔쳤다고 믿구, 지금은 훔치지 않았다고 믿네요?

경 : ...언니가... 고복수씨 애인이... 복수씨 그런 사람 아니라구...

복수 : 남의 말만 듣고, 그걸 어떡케 압니까? 그자리에 있었던 건, 미래가 아니라 전경씨였는데요.

경 : ...

복수 : 오해 해도 돼요. ...내가... 전 경씨한테는... 아직도, 소매치기 떨거지로 보이는게, 차라리 다행입니다.

경 : ...

복수 : 어차피...아직도 난... 세상의 떨거집니다. ...그렇게 알고 있으면 됩니다. 더 많은 걸 알 필요가 있습니까, 나에 대해서?

경 : ...

복수 : 그죠?

경 : ...네.

복수 : ...일하러 갑니다, 난.

경 : 네.

복수 : (걸어가는데)

경 : (대뜸) 근데... 내 이름은 어뜩케 알았어요?

복수 : ...들었어요. 전 경씨 애인한테...

경 : ...

복수 : (사라진다.)

경 : (혼잣말) 나두, 고 복수씨 애인한테 이름 들었는데. ...똑같다, 우리. (힘없는 미소.)



22. # 영화 촬영장 (밤)


긴장감이 도는 촬영장. 촬영 스탠바이다.

불타는 건물. 건물의 불빛으로 카메라 뒷편의 스탭들의 얼굴이 붉게 물든다.

한 편엔 복수가 서 있고 건너 편엔 경과 동진이 서 있다.

동진, 경의 손을 잡는다.


영화감독 : 카메라. (화면을 보고 있다가 큰 소리로) 액션.


건물 안에서 일반인을 업고 나오는 소방수들. 인명을 구하곤 다시 들어간다.

그 중 일반인을 응급차 쪽으로 들고 가던 소방수들은 카메라 프레임에서 벗어나자 마자,

급하게 소방복을 벗고 복수와 꼬붕이 주는 찬 물수건으로 몸을 덮는다. 동시녹음 때문에 숨소리를 죽인채...

이때, 가수와 똑같은 옷을 입은 대역 스턴트맨이 소방수의 팔에 안겨 나온다.

가수는 감독 옆 자리에서 화면을 보고있다.

이때, 스턴트 가수의 옷에 불이 붙는다. 놀라는 스탭들.

그러나 연출감독은 화면을 본 채, 컷 사인을 내지 않는다.

점차 불이 번지는 스턴트 가수의 옷.


영화감독 : 컷. (벌떡 일어서며) 불꺼, 불꺼.


어느새 스턴트맨의 가발까지 불이 번졌다.

가발을 벗어던지며 촬영장을 뛰어 다니는 스턴트 가수. 옷 뒷편에 불을 달고 뛰어다닌다.


백감독 : (스턴트 가수에게로 향하며 다른 스턴트들에게) 야, 담요. 찬석이 타 죽겠다. 얼른.


담요로 스턴트 가수의 몸을 덮는 주변 스턴트맨들.


복수 : (꼬붕에게) 양 찬석이야?

꼬붕 : 그런가 봐.


그러나, 쉽게 꺼지지 않은 불길이다.

소화기를 써 보지만 열기를 견디지 못하고 뛰어 다니는 스턴트 가수에게 소화기 조준이 안 된다.


백감독 : (소화기를 빼앗아 들며 화를 낸다.) 제대루 꺼야지.


이때, 스턴트 가수를 덮치며 쓰러지는 복수.

놀라는 경이 동진의 손을 풀며 앞 쪽으로 향한다.

스턴트 가수와 바닥을 뒹굴며 손바닥으로 불씨를 때리는 복수.

불길이 잡히자 모여드는 스탭들.


복수 : (스턴트 가수를 바라보며) 양 감독님.

백감독 : 찬석아. (소방복을 입은 채 스턴트 가수를 향해 달려든다.)


스턴트의 몸을 뒤집으면 양찬석이 아니라 우찬석이다. 우 찬석이 눈을 똥그랗게 뜨고 복수를 바라본다.


복수 : 어어? 양감독님 아니네?

백감독 : 얜, 우 찬석. (스턴트들에게) 빨랑 물수건 갖구와. 그리구 앰블런스두 오라 그래. 얼음두 잔뜩 날라와.

            (복수를 보며) 양감독은 딴 일 땜에 먼저 갔어, 야. (걱정스레 우찬석을 본다.)

복수 : (다시 한 번 우찬석을 본다. 놀란다.) 어? 그 의사...

우찬석 : 어? 뇌종양. (꼴까닥 졸도한다.)


스탭들이 우찬석의 몸에 얼음팩을 올리고, 젖은 물 수건을 덮어준다.


영화감독 : 괜찮아?

백감독 : 졸도 했네요.

영화감독 : 어뜩하지? NG야.


스탭들이 우찬석 주변에 모여들어 복수가 뒷전으로 밀린다.

그 사이 젖은 수건으로 복수의 팔을 덮어주는 경. 복수, 경을 바라본다.

복수의 팔과 손이 발갛게 익었다. 경, 걱정스러운 듯 복수의 팔에 물수건을 대고 있다가 부랴부랴 뛰어간다.

복수, 경의 하는 양만 바라보는데, 동진이 복수 앞에 선다.

복수, 동진을 바라본다. 동진, 눈만 깜박이며 복수를 바라본다.

경, 동진은 아랑곳 않고 복수의 팔에 얼음주머닐 가져다 댄다. 경의 뒷 편으로 동진이 서 있다.


동진 : 가자, 전 경. (그리곤 멀찍이 사라져 간다.)

경 : (뒤돌아 동진을 보곤 얼음주머닐 복수에게 건낸다.) 복수씨두 병원 가야 돼요. (동진쪽으로 가며 스탭에게 복수를 가리킨다.)

      ...저 분두 위험했는데... 저렇게 놔두면 안되지 않나? 팔에 화상 입었어요, 심해요.

      (동진이 다가와 경의 손목을 잡고 간다.) 복수씨. 저 안에 얼음 많이 있으니까, 거기다 팔 담그고 있어요.


경을 바라보는 복수. 자꾸만 뒤돌아 보는 경.


복수 : (고개 숙인다. 혼잣말) 네. 고마워요.


다 타서 폐허가 된 셋트를 배경으로 바삐 움직이는 스탭들의 모습이 부감으로 보인다.

그 가운데 우뚝 서서 고개 숙인 복수의 모습이 비감하다.



23. # 동진의 승용차 안 (밤)


말없는 둘. 카 스테레오에서 나오는 음악소리만 들린다.

경은 아직도 걱정스런 눈빛이다.


동진 : 전 경.

경 : 네.

동진 : 앞으론 그러지 마.

경 : ...

동진 : 그 엑스트라하구 어떻게 알고 지낸건지 모르지만... 너무 잘해주면, 걔네들은 오해해.

         ...니네 집까지 바래다 준 적두 있지, 걔가? 그런 애들은 친절하게 굴면, 연애하자구 든다?

경 : ...엑스트라가 아니라, 스턴트맨인데요.

동진 : 그게 그거지. ...알았지? ...내가 엑스트라한테 질투하는게 좋아?

경 : ...

동진 : 갑빠가 있지. 기자가 엑스트라 상대로 질툴 하냐? 근데, ...질투 나. 알았지? 친절하지 마.

경 : ...(창밖을 보며 들릴 듯 말듯) 스턴트맨이라니까...



24. # 셋트장 입구 (밤)


엠블런스에 실려가는 우 찬석. 스턴트맨들이 몰려서 배웅을 하곤 흩어진다.

남겨진 복수와 꼬붕. 백감독이 복수의 등을 툭 친다.


백감독 : 사람들은 몰라두 난 안다.

복수 : ...

백감독 : 오늘 니가 최고였다. (엄지 손가락 하날 들어 보이고 사라진다.)


꼬붕도 복수에게 엄지 손가락을 들어보인다.

복수, 경이 가져다 준 물수건을 만지작 댄다. 미소짓는 복수.

이 때, 복수를 향해 달려오는 미래.

복수, 꼬붕을 본다.


꼬붕 : 형 자랑할라구 내가 불렀지, 미래 누나.

복수 : (한심하다는 듯) 어디 보자. 자랑이 되나?

미래 : (복수의 뒷통수를 냅다 갈긴다.) 너, 미쳤냐? 죽을라구 환장을 했냐?

복수 : (꼬붕에게) 거 봐.

미래 : (다시 뒷통수를 갈긴다.) 기껏 찾은 일이 이거냐? 이게 자해공갈단하구 뭐가 다르냐? (두리번 댄다.) 책임자 새끼 어딨어?


복수와 꼬붕, 미래를 양쪽으로 번쩍 들고 현장을 떠난다.



25. # 패스트 푸드점 (밤)


햄버거를 먹는 경과 동진.


동진 : (경을 뚫어져라 쳐다본다.) 전경.

경 : 네?

동진 : 고백할게 있어.

경 : ?

동진 : 나, 춤 배워.

경 : 네에. (무덤덤하게 햄버거만 먹는다.)

동진 : 놀랬지? 그지? 괜히 안 놀랜 척 하는 거 좀 봐.

경 : 발레라두 하세요?



26. # 미래의 집 (밤)


한상 가득 차린 음식. 미래와 복수와 현지가 커다란 교잣상에 둘러 앉았다.

복수의 팔과 손엔 붕대가 감겨있다.


복수 : 누구 줄라구 이걸 다 만들었냐?

현지 : 너 줄라구 만들었겠지, 나 줄라구 만들었겠냐?

복수 : 꼬붕이두 오랄 걸. 고생 많이 했는데...

미래 : 걔가 우리 가족이야? 가족상에 왜 걜 부르냐?

복수 : 돈 꽤나 들었겠다.

현지 : 빙산의 일각이지. 언니 천 백 만원 벌었다.

미래 : 천 육백. 토탈.

현지 : 왜? 천 백이었잖아. 계약서엔...

미래 : 오백만원은 딴데서 들어왔어.

복수 : 무슨 돈인데?

현지 : 모델료. 광고 모델. 우리 언니 떴다? 넌 인제 땡이야. 상대가 안돼, 우리 언니랑. ...빨랑 물러나.

미래 : 오버 좀 하지 마, 기집애야.

복수 : 무슨 돈을 그렇게 많이 받냐?

미래 : 이쁘니까...

복수 : (미래를 본다.) 너... 누드 찍냐?

미래 : ...미쳤냐? 똥배에 칼자국까지 났는데? 얼른 먹어. 먹고 나서 얘기 좀 하자.

복수 : 지금 해.

미래 : 스턴트맨 하지마. 여러 말 안해. 그거 하면 죽을 줄 알어.

현지 : 스턴트맨? 막 가기루 작정을 했구만. 그러다 죽으면 차라리 낫지. 다쳐서 장애인이라두 돼 봐라.

         우리 언니 평생 니 병수발 하구, 난 옆에서 심부름 해야 되구... 집어쳐. 차라리 소매치기 해. 그것두 기술인데...

미래 : (현지를 보며) 넌, 쳐 먹기나 해. (복수를 보며) 죽어두 안돼. 다쳐두 안돼. 스턴트두 안되구, 소매치기두 안돼.

복수 : 그럼 뭐해?

미래 : 나한테 빌붙어.

현지 : 그런게 어딨어? 언니만 손해잖아.

미래 : 어른들 말하는데 입 좀 닥쳐라. (복수에게) 장사해.

복수 : 싫어.

미래 : 야.

복수 : (제지한다.) 됐어. 거기까지. ...니가 하라는대로 다 했어, 다른 건... 내 일은 냅둬. ...그거 밖엔, 지금 내가 할 일이 없다.

미래 : 야.

복수 : (단호하게) 그만해라.

미래 : 좀 평범하게 살면 안되냐? (걱정스레 복수를 바라본다.)



27. # 미래의 주택가 내리막길 (밤)


복수의 뒤를 쫄래쫄래 따라오는 미래.


미래 : 야, 결정을 짓구 가라니까?

복수 : 하구 싶은 거 할래.

미래 : 하구 싶은대로만 하고 살면, 그게 인간이냐? 개, 돼지지.

복수 : 그럼 개, 돼지 할래.

미래 : 얘 강경하네.

복수 : 미래야. ...난 여태, 한 번두 하고 싶은 거, 해본 적 없어. 아니, 하고 싶은게 없었다. 뭘 해봤어야 하지.

         ...그냥 해야 되니까 한 거 뿐이야. 남의 지갑 훔치는 거? 그거 밖에 몰라서, 그거 밖에 할 수 없었어.

         근데... 지금, 이 일을 한 번, 잘 해보고 싶다. 나한테 어울려. ...그리구 난, 그 사람들, 존경해.

         ...하고 싶은 일이 생겼잖아, 내가. ...환영 좀 받자. ...넌 간호사가 되고 싶고, 난 스턴트맨이 되고 싶다.

미래 : (비실 비실 웃으며) 야야. 택해 봐. 나야, 스턴트맨이야?

복수 : ...야.

미래 : (단호하게) 대답해.

복수 : 내가 다쳐서 병신 될까봐 그렇게 겁나냐?

미래 : 응.

복수 : 조심할게.

미래 : 사고가 조심한다구 되냐? 너 장애인 되면 난 감당 못한다? 평생 그 꼴 보구 살 수가 없어, 난. ...성격 알면서 그러냐?

         ...나야? 스턴트야?

복수 : ...너, 나 없이 혼자 살만해?

미래 : 아니. 복수 너 없인 못 사는데, 스턴트맨하고두 못 살어.

복수 : 그럼 못 살겠네. 난 복수가 아니라 스턴트맨이야.

미래 : ...

복수 : ...

미래 : (차갑게) 결정한거니, 그렇게?

복수 : 응. 스턴트맨 할거다.


미래, 복수를 노려 보더니 토라져서 사라진다.

복수, 미래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이내 제 갈 길을 내려간다.

등 돌려 제 갈길을 가는 둘의 모습이 각자의 어깨 너머로 한 번씩 보여진다.



28. # 한강변 (밤)


동진 앞에 멍청하게 서 있는 경.

동진이 PDA에서 이어져 나온 이어폰을 자신과 경의 귀에 한짝씩 꽂는다.


동진 : 쉘 위 댄스 봤지?

경 : 아니요.

동진 : 영화 좀 봐라. ...거기서 남자 주인공이 야외에서 춤 연습하거든? 혼자서... 나 그거 꼭 해보고 싶었는데, 너랑 할래.

경 : 나, 춤 못춰요.

동진 : (PDA 플레이를 누르곤 자신의 주머니에 넣는다. 그리곤 경의 허리를 당긴다.) 일루와. 음악좋지? ..핫 둘 셋 넷.


동진, 경을 리드하며 라틴댄스 스텝을 밟는다. 피아졸라의 탱고다.

경, 동진을 따라하기 버겁다.

동진, 개의치 않고 경을 리드한다. 경의 허리까지 꺾는다. 돌려대기도 한다.

경, 놀라다가 점점 재미나다. 소리내어 웃기까지 한다.

한강 가로등 옆의 두 사람의 모습이 보기에 좋다.


동진 : 아가씨. 남자랑 춤 첨인가봐?

경 : (웃으며) 네.

동진 : 아가씨. 남자랑 연애두 못해 봤지?

경 : (웃으며) 아니요.

동진 : 해봤다구? 그럼... 손두 잡아봤어?

경 : 네.

동진 : 뽀뽀는 못 해봤지?

경 : 아니요.

동진 : 세상에나. 뽀뽀두 했어?

경 : (웃으며) 네.

동진 : 그럼... (장난스레 음성을 낮춘다.) 자봤어?

경 : 네.


동진, 순간 멈춘다. 경, 동진이 멈추는 탓에 중심을 잃는다.

동진, 놀라서 경을 바라본다. 경, 동진을 바라본다.


동진 : 진짜?

경 : ...(망설이듯) 네.

동진 : 왜?

경 : ...

동진 : 황당하다. 아니... 그게 뭐 범죄는 아닌데... 나야, 그런 놈이니까, 그런다지만...

         근데, ...전 경도 그렇게 막 살았어? 그럴 줄 몰랐네?

경 : ...막 산적 없어요.

동진 : 막 산 거 아니라구?

경 : ...한 사람을 만나서 연애했구, ...아주 많이 사랑했어요. 막 산적... 없어요. (또렷한 눈으로 동진을 본다.)

동진 : ...참, 보기하곤 다른 여자네, 전경은? (씁쓸한 표정)

경 : (고개를 숙인다.)

동진 : ...

경 : ...(이어폰을 뺀다.)

동진 : (이어폰을 뺀다.)

경 : ...(이어폰을 동진에게 돌려주며 눈길을 내린다. 마치 잘못이라도 한 사람 처럼) 난... 잘못한 거 없어요, 한 기자님.


동진, 다소곳한 표정으로 선 경을 바라본다. 당황스런 눈길을 강물로 던진다.

밤조명을 받으며 흐르는 강물을 뒤로 한채, 어색한 적막감을 안고 서 있는 둘의 모습. 부감. F.O.



29. # 복수집 골목길 (낮)


복수가 씩씩하게 내려오고 있다.

중섭이 화가 나서 소리를 바락바락 지르며 복수 뒤를 따른다. 무지하게 화났다.


중섭 : 왜 한 여름에 불구경을 하구 다녀, 이 놈아?

복수 : (도망치듯 골목길을 누빈다.) 그럼 겨울엔 불구경 해두, 돼? 재미나게?

중섭 : 어뜩케 구경을 했길래, 팔등이 다 익었어, 이놈아? 너, 사람 구한다구 뛰어 들었지?

복수 : (계속 도망치듯) 그랬으면 좋은 일 한 거잖아.

중섭 : (우뚝 멈춰서서 바락바락 소리친다.) 하지마, 하지마, 하지마.

복수 : (멈춰선다.) 뭘?

중섭 : (소리친다.) 좋은 일 하지마.

복수 : (눈을 흘기며) 아, 왜 계속 소리는 지르구 그래? 목 쉬게?

중섭 : ...(애닯다.) 아부지가 다 대신 할테니까, 넌 좋은 일두, 나쁜 일두 하지 마.

         ...넌 그저... 재미나게, 힘들지 않게, 무서운 일 당하지 말구, 아주 곱게 살어. 나머진 아부지가 다 할테니까...

복수 : (우울하게) 아빠는...

중섭 : 널 좀 아껴라, 복수야. ...너 땜에 아부지 이렇게 재미나게 사는데...

         니 몸 아무렇게나 하면, 아부진 죽어. ...아빠 좀 살려줘.

복수 : (퉁명스레) 아빠 목이나 아껴. 어찌나 소릴 질렀는지, 목 쉰거 좀 봐. 무슨 말인지 들리지두 않네.

         (손을 흔든다.) 목캔디 사 먹어, 당장.


내려가는 복수를 바라보며 담배를 피워무는 중섭.



30. # 경의 집 - 정원 (낮)


러닝셔츠 차림으로 배추밭에 물을 주는 낙관.

대문을 들어서는 미선.


미선 : 아침에 물 줬어요, 아버님.

낙관 : 워낙 더워야지. 땅이 바짝 말랐다. ...어디 갔다 오냐?

미선 : 친정에요. 어머니 관절염 때문에, 병원 좀 모셔다 드리고 왔어요, 아버님.

낙관 : (비아냥) 친정 가까워서 좋겠다.

미선 : ...가까워두 잘 들르지두 못하는데요, 뭐.

낙관 : 일주일에 한 번씩 들르는 것두 모자르냐? 교회 끝나면 꼭 들렀다 오잖아. 아니야?

미선 : ...관절이 좋지 않아서요, 저희 어머니가...

낙관 : 관절염 얘긴 했어, 이미.

미선 : 거동이 많이 불편하셔서...

낙관 : 강인 일요일도 없나부다. 오늘두 일찍 나가는 거 같든데?

미선 : (푼수끼 발동했다.) 글쎄 말이예요. 일요일은 좀 쉬라는데두, ...고집 세잖아요. (웃으며) 아버님 닮았죠, 뭐.

낙관 : 걔가 쉬면 니가 안 될걸? 강이 쉴 새가 어딨냐?

미선 : 네?

낙관 : 너한테 돈 참 많이 든다. 교회헌금, 친정집 생활비. 친정 어머니 치료비. 그거 다 강이가 바쁘니까 만들어 내는 돈이야.

         ...강이 아니면, 니 인생은 끝이야.

미선 : ...(시무룩하게) 알아요, 아버님. ...그 사람 없으면, 전 아무것두 아니지요.

낙관 : 알면, 됐어. 고마운 줄 알구 살어. 칭얼대지 말구... 가서 점심이나 차려.

미선 : 네. (들어간다)

낙관 : (혼잣말) 며느린지 가정분지... 착하기만 하면 뭘해? 지 할 바를 해야지.



31. # 경의 집 - 주방 (낮)


어느새 옷을 갈아입고 앞치마를 두른 미선이 후라이팬 앞에서 야채를 볶고 있다. 꿀떡 꿀떡 울음을 참아가면서...

주방 냉장고를 향해 오던 경이 미선을 본다.

경, 물을 꺼내 마시면서, 울면서 요리를 하는 미선을 본다.


경 : 언니.


미선, 대꾸도 않고 가스렌지에 올린 찌개맛을 본다. 그리곤 눈물을 찔끔 흘린다.

요리를 하는 손놀림은 날래다. 그러나 꿀떡이는 울음은 멈추지 않는다.


경 : 아빠가 뭐라셨어요?

미선 : 그렇죠, 뭐.

경 : (다가가며) 내가 할까요?

미선 : 아니요. 이게 제 일이잖아요. 이거라두 해야죠. (훌쩍)


이 때, 전화벨.

심란한 미선을 남겨두고 거실로 가 전화기 앞에 서면 전화벨이 끊긴다.

경, 안방쪽으로 간다. 살짝 문을 열면... 침대맡에 앉아 등돌린 채 전화를 받는 인옥의 모습.



32. # 경의 집 - 안방 (낮)


인옥 : (얼어붙은 표정으로 수화기를 들고 있다.) ...전화번호, 어뜩케 알았어요? ...아, 그랬구나. 발신자 표시가 되지, 요즘은...

         ...그래, 말 놓자. ...말해. (한참을 말없이 수화기만 들고 있다. 그러다 이내 쌀쌀 맞게) 전환 걸어놓구, 왜 말을 안해?

         ...목소린 들어서 뭐하게? ...그래. 할 말 없으면 끊어요... (끊으려다가) 무영씨. ...내 옆에서,

         그 애가 얼마나 잘 컸는지, 뭘하고 사는지, 궁금하지두 않아? 왜 묻지를 않아? ...누구겠어? ...우리 애. ...당신 자식.

경 : (E) 엄마.


인옥, 경의 목소리에 뒤를 돌아보면 어느새 경이 바로 뒤에서 놀란 듯 서 있다.

당황한 인옥이 전화를 끊는다.



33. # 경의 방 (낮)


경의 방 탁자에 놓인 핸드폰이 울린다. 메시지 창엔 <기자>라고 쓰여져 있다.



34. # 연습실 건물 앞 (낮)


건물 앞에서 핸드폰을 들고 있는 동진.



35. # 치어 연습실 (낮)


치어리더들이 무슨 일인가 싶어 미래와 복수를 번갈아 본다.

복수는 문 앞에 서 있고 미래는 탁자앞에 앉아서 복수를 외면한다.


복수 : (지친 듯) 미래야.


미래, 벌떡 일어나 복수쪽으로 성큼성큼 가더니 복수의 발등을 밟는다.

복수의 악 소리가 채 끝도 나기 전에 복수를 밀어내며 문을 닫아건다.



36. # 치어리더 연습실 계단 앞 (낮)


복수 : 미래야.

미래 : (E) 나 약 올라서 미쳤어. 내 말 안듣는 새낀 싫어.

복수 : (미소) ...내가 니 인형이냐?



37. # 치어 연습실 (낮)


미래 : 그래. ...내 인형이다. 여태 그게 됐는데... 점점 니가 말을 안 듣네?

복수 : (E) ...

미래 : (애원조) 시키는 대로 해라, 복수야. ...내가 하자는 대로만 하면, 죽을 때까지 이뻐해 줄게. 행복하게 해 줄게. 응?

         ...복수야. 고 복수.


문을 빼꼼히 열어보는 미래. 그러다 문을 활짝 열어본다. 복수는 없다.



38. # 밴드 연습실 (낮)


연습실 문을 두드려 보는 동진. 문고리를 돌려보지만 인기척이 없다.



39. # 동진의 승용차 안 (낮)


승용차 시동을 거는 동진. 이 때, 차창너머 저만치 걸어가는 복수가 보인다.

복수를 보곤 차를 출발하는 동진.



40. # 건물 앞 거리 (낮)


복수 앞에 위험하게 자동차를 급정거하는 동진. 복수, 놀라서 뒤로 물러난다.

차창을 내리는 동진.


동진 : (복수 팔에 감긴 붕대를 보며) 부상이 심했나 봐?

복수 : 네. ...근데 왜 반말이예요?

동진 : 나, 원래 아무한테나 반말해.

복수 : 그럼 나두 하자.

동진 : ...야.

복수 : 왜?

동진 : 너, 여기 왜 왔어?

복수 : ...남이사.

동진 : 너, 전 경 만나러 왔지?

복수 : 아니다.

동진 : 아니긴... 전 경 주변에서 얼쩡대지 마. 경이가 무서워 하잖아.

복수 : ...무서워해?

동진 : 그럼. 무섭지. 몸으로 먹고 사는 남자가 주변에 얼쩡대는데, 안 무섭냐, 그럼?

복수 : ...전 경씨가 그랬냐?

동진 : 그랬다, 왜?

복수 : ...

동진 : 무서운데두, 불쌍하다구 잘해주는 거 보면, 진짜 착하지 않냐, 전 경?

복수 : 불쌍해? 뭐가?

동진 : 없이 사니까... 엑스트라 같은 거 해서 먹구 사니까...

복수 : 그것두 전 경씨가 그랬냐?

동진 : 그랬다. ...이 근처에서 또 얼쩡대면 알아서 해. 신고할거다? 안녕.


승용차를 모는 동진. 얼이 빠진 복수.



41. # 승용차 안 (낮)


동진, 인상이 우거지가 된다.


동진 : 아우, 유치해. ...내가 왜 그랬을까? 엑스트라한테 거짓말이나 하구...아우, 유치해.

         ...(겁먹은 표정) 조 놈이 전 경한테 물어보면 안되는데?



42. # 건물 앞 거리 (낮)


벙찐 표정으로 동진 승용차의 뒷꽁무니만 보는 복수.


복수 : 불쌍해? ...왜?


어이없는 웃음을 짓다가, 화가 난다. 인상을 쓰며 성큼성큼 걸어가는 복수.



43. # 경의 집 - 안방 (낮)


놀라서 경을 보는 인옥과 멍청하게 서 있는 경.


인옥 : (당황한 듯) 너... 언제 들어왔어? (소리친다.) 도둑놈처럼 살금살금 들어와서 뭐하는 거니? 이상한 애야, 진짜.

         (이성을 잃은 듯하다가 평정을 찾는다.) 언니, 점심상 차리지? 좀 도와주잖구. (일어서서 황급히 방문 쪽으로 걸어간다.)

경 : (인옥의 손목을 잡는다.) 나... 아빠 딸 아니야?

인옥 : ...

경 : (넋이 나가서) 그래서, ...아빠가 나 싫어했구나.

인옥 : (단호하다.) 아니야. 니 아빤 그런 거 아니야.

경 : ...(쓸쓸한 미소)

인옥 : (애원조로) 너 아니라니까?

경 : 나 아니면, 오빠야? 그럴 리가 없잖아?

인옥 : 아니야. 뭘 듣고 이러니? 니가 잘못 들었어.

경 : 잘못듣지 않았어.

인옥 : ...(경의 손을 만진다.) 아니야. ...경아. 아빤 너 좋아해. 엄만 그거 알어.

경 : 싫어해두 돼. ...싫을 거 아니야.

인옥 : (씨니컬하게) 내가 아니라면 아닌거야. 왜 니 멋대루 얘길 만드니?

경 : ...나, 아빠가 무섭기만 했는데... 고맙네. 내가 신세지고 산 거네? 이 집에? (갑자기 눈물이 왈칵 쏟아진다.)

인옥 : (단호하게) 너한테 더 할 말 없어. 아까 니가 들은 건 헛소리야. ...아빤 아무것두 몰라.

경 : (글썽이는 눈으로) 아빤 몰라?

낙관 : 뭘 몰라? (어느새 들어왔다.)

인옥/경 : (당황한다.)

낙관 : 얜 왜 울구 난리야?

경 : 죄송해요, 아빠. (나간다.)

낙관 : (나가는 경을 물끄러미 보다가 인옥을 본다.)

인옥 : ...

낙관 : 뭘 몰라? 나만 모르는 게 있는 거야?

인옥 : ...점심 드세요. (나간다.)


낙관, 어두워진다.



44. # 경의 방 (낮)


침대 맡에 앉아 고개 숙인 경의 옆모습. 창가를 보면 포도씨 한 톨이 붙어있다.


복수 : (E) 친아버지 아니시죠?



45. # 경의 회상 (낮)


복수 : 아버지 다시 찾아봐요. ...이 사람 아니야.


당황하는 경의 모습.



46. # 경의 버스 정류장 (낮)


벤취에 앉아있는 경. 착잡한 표정으로 고개만 숙이고 있다.



47. # 버스 안 (낮)


버스에 앉아 창밖만 바라보는 복수. 그러다 문득 복수의 시야에 건너편 버스 정류장에 힘없이 앉아있는 경이 보인다.

복수, 애써 경을 외면하듯 고개를 돌린다. 그러다가 다시 한 번, 어렵게 고개를 돌려 경을 본다.


복수 : (골난 표정으로 궁시렁) 왜 저러고 있냐? 청승맞게... (걱정스레) 뭔일있나? (그리곤 외면 한다.)


정차한 버스의 문이 열린다. 갑작스레 튀어나가는 복수.



48. # 경의 맞은 편 버스 정류장 (낮)


버스에서 내린 복수가 경의 버스 정류장을 바라보면, 경의 버스 정류장을 가리고 선 버스.

복수, 버스 차창 안엔 이미 경이 들어가 앉아있다.

복수, 입만 벌린채 그렇게 서 있을 뿐이다.



49. # 버스 안 (낮)


고개숙인 경이 버스가 출발하자, 창밖을 본다. 입이 벌어지는 경.

맞은 편 거리에 복수가 서 있다. 경을 바라보는 복수, 경, 눈이 똥그래진다.

복수, 힘없이 등을 돌린다.

경, 벌떡 일어선다. 승강장 문으로 가 서는 경.


경 : (큰소리로) 아저씨. 문 좀 열어주세요.

운전수 : (짜증) 정류장에서 내려야죠. 아무데서나 문 열어달래?

경 : (다급히) 아저씨. 열어주세요. ...네?...

운전수 : (무시한다.)

경 : ...지금... 토할 거 같애요, 아저씨.



50. # 경의 정류장 (낮)


정류장으로 뛰어오는 경. 건너편 정류장을 바라보는 경. 복수는 없다.

경, 허망하게 정류장을 바라본다.


경 : ...(고개 숙인다.) 나보러 온 거 아니었구나. ...그래두... 그냥 가냐?



51. # 꼬꼬닭 치킨 (낮)


부지런히 무를 담는 복수의 모습.


유순 : 장사 말아 먹겠다. 그걸 그렇게 넘치게 담아서 몇 봉지나 만들어? 됐다니까 도와준다고 설쳐?

         성호하는 거 좀 봐라. 저렇게 해야지.

복수 : (성호의 봉지를 빼앗는다. 심통맞게) 너, 하지마.

유순 : 으응?

복수 : 이런 거 잘해서 뭐해? 궁상떨고 사는 연습해?

성호 : (물끄러미 복수를 본다.)

복수 : 닭 배달 어디 어디야?

유순 : 성호랑 같이 가.

복수 : (짜증) 아, 왜 자꾸 성홀 시켜? 구질구질한 거 애 시키지마. 이왕 드럽혀진 인생이 다 할테니까...

유순 : (짜증) 신경질 내면서 도와 줄거면 그냥 가.

복수 : 도와주는데, 신경질 좀 받아 봐, 좀.

유순 : ...

복수 : 사람이 참을 줄을 모르냐? 내가 얼마나 참고 사는 줄 알어?

         온갖 여자들이며 온갖 남자들이며, 떼루 지겹게 구는데두, 얼마나 잘 참는 줄 알어? 씨.

         (닭 봉투 두 개를 집어들며) 성호야. 형 따라와서 어느 집인지만 찍어. 넌 들어오지 말구... (나간다.)

유순 : 갈수록 기어올라, 저게?

성호 : (나가며) 누가 속상하게 했나봐요. ...형 건들지 마요, 엄마? (바삐 나간다.)



52. # 밴드 연습실 (낮)


아무렇게나 건반을 눌러대고 있는 경. 이 때 별리가 들어온다.

별리는 안중에두 없이 마구 눌러대는 건반이다. 건반 위, 재떨이엔 담배가 수북히 쌓였다.


별리 : 아우, 시끄러. 이쁜아. 오늘은 얼굴이 못생겼다. 왜 그러냐?

경 : ...말 시키지 마. 말하기가 싫어.

별리 : 알았다. 밥 먹었어? 밥 먹으러 갈래? 싫어? 오면서 치킨이라두 사다주까? 싫어? 싫음 말구...

         (나가며) 야. 그 감잔 요즘 왜 닭 안 가져오냐?

경 : ...몰라.

별리 : 매일매일 갖다 나르더니... 윗층 기집애가 집어가서 그렇지. ...꼬꼬닭 치킨. 이름두 웃기지 않냐? 그 집 닭만 갖구 오더라?

         ...닭집 아들인가?... (눈을 흘기며) 얼굴이 왜 그렇게 부었냐? ...못 생겨졌어. (나간다.)


경, 다시 건반을 두드린다. 그냥 아무렇게나 꽝꽝꽝.

그러다 문득, 건반을 멈추곤 휴지통으로 달려간다. 휴지통을 뒤적이는 경.

꼬꼬닭 치킨 비닐봉지를 집어든다. 상호아래 전화번호가 있다.



53. # 꼬꼬닭 치킨 (낮)


전화를 받는 유순.


유순 : 아니, 그 쪽이 아니구요. 고등학교 정문에서 왼쪽이요. 네... 왼쪽에서 두 번째 골목으로 오면 전봇대가 바로 보여요.

         ...거기서 한 50미터만 오세요. 네에. (전화를 끊는다.) 닭 맛있다고 소문이 났나? 위치까지 물어서 오겠대?



54. # 놀이터 (해질녘)


복수가 여기저기 뛰어다니면서 놀이기구란 놀이기구는 다 타보고 있다. 정신나간 어린애 같다.

성호가 걱정스레 복수를 바라보고 있다.


복수 : 성호야. 너두 형아랑 같이 놀자. 일루 와.


성호, 고개를 절래 절래 흔든다.

복수, 신나기로 작정을 했는지, 운동삼아 하는 건지 모르겠다. 마침내 철봉을 하다가 거꾸로 떨어진다.

성호가 달려와 선다. 복수, 떨어진 채로 그냥 누워있다.


성호 : 형.

복수 : 성호야.

성호 : ...네.

복수 : 누워 있으니까 편하다. 형 옆에 누워.

성호 : (눕는다.)


모래사장에 누운 복수와 성호.


복수 : ...좋아하는 여자친구 있어?

성호 : 네.

복수 : 좋아한다구 얘기했어?

성호 : 아니요.

복수 : 얘기해. ...어른되면, ...좋아해두, 좋아한단 말하기 힘들어. ...지금 맘껏 해. 알았지?

성호 : ...


어둡게 노을을 바라보는 복수.



55. # 꼬꼬닭치킨 (밤)


문 앞에 경이 서 있다.


유순 : 어서 오세요.

경 : (꾸벅 인사를 하곤 두리번대며 테이블로 가서 앉는다.)


이미 한 두 테이블 술 손님들이 앉아있다.


유순 : (물컵을 들고 경 앞에 가 선다.) ...혼자예요?

경 : 네. ...후라이드 치킨, 반 마리만 주세요.

유순 : 저녁삼아 먹으러 왔구나.

경 : 네. 저기, 그리구요.

유순 : 콜라두 주까?

경 : 네. 그리구요?

유순 : 어. 또 뭐?

경 : 이 동네 사는 사람 중에서요, 머리가 까맣구, 심하게 곱슬거리구요, 말투가 졸리구요.

유순 : 말투가 졸려요?

경 : 네. 한 스물 여닐곱쯤 되는...


문을 열고 들어오는 복수와 성호. 복수의 이마에 반창고가 붙었다.


성호 : 엄마, 형아 다쳤어요.

유순 : 어딜?

경 : (복수를 보고 벌떡 일어선다.)

복수 : (일어선 경을 보곤 입이 커진다.)

경 : ...

복수 : ...

유순 : (둘을 번갈아 본다.)

경 : (고개를 숙이고 그냥 나간다.)

유순 : 어? 아가씨?


복수, 망설이다가 부리나케 경을 쫓아 나간다.



56. # 주택가 가로등 (밤)


다급히 걸어가는 경. 복수가 달려와 경을 막아선다.


복수 : 닭 먹으러 왔으면, 닭을 먹구 가야죠. 그냥 가면 어떡해요? 우리 엄마, 벙찌게...

경 : ...닭 먹으러 온 거 아니예요.

복수 : ...

경 : ...

복수 : ...나 찾아 왔어요?

경 : ...(망설인다.) 네.

복수 : 왜요?

경 : ...그냥요.

복수 : ...

경 : 그냥요.

복수 : ...

경 : (눈물이 돈다.) 그냥 찾아왔어요. (왈칵 눈물이 쏟아진다.)

복수 : ...

경 : ...

복수 : ...(눈빛이 흔들린다.) 내가... 뭐 해주까요, 전 경씨?

경 : (대뜸) 좋아해두 되나요?

복수 : ...

경 : ...(고개를 숙인다.)

복수 : 네.

경 : ...(고개를 들어 복수를 본다.)

복수 : 나두, 그래두 되죠?

경 : ...네. (커다란 눈물이 흘러내린다.)


마주 선 둘.

복수의 눈가가 촉촉히 젖어온다. 복수의 한 손이 경의 한 손을 다정히 잡는다. 악수를 하듯...

잡은 손을 바라보던 둘의 시선이 서로를 마주본다.

마주 선 둘의 모습, 부감 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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