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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멋대로 해라] 08

작성자수다쟁이|작성시간06.05.08|조회수387 목록 댓글 0

[네 멋대로 해라] 08











1. # 옆 건물 전봇대 뒤 (밤)


떨어지는 도시락.

목놓아 울어대는 미래. 꼼짝없이 울어대던 미래가 그 자리에 웅크리고 앉는다.

그제사 잡고 있던 경의 손을 살짜기 풀어 놓는 복수.

고개를 파묻은 채 웅크리고 있던 미래, 갑자기 울음을 그치곤 도시락을 들고 일어선다.

돌아서서 터덜터덜 걸어가는 미래.


복수 : (다급히) 미래야.

미래 : (멈춰선다.) 왜?

복수 : ...

미래 : (돌아선다.) 왜 불러, 새꺄.

복수 : ...

미래 : (다시 꿀떡이며 울음이 난다.) 응?

복수 : ...(고개 숙인다.) 그냥.


미래, 복수를 향해 걸어와 도시락을 던진다.

미래가 주먹을 쥐고 복수를 때리기 시작한다. 아무 말도 없이 그냥 때린다.

입술을 문채, 눈물만 흘리며 소리없이 때리고 소리없이 맞는다.

이 때, 미래의 허리를 감아 뒤에서 미래를 감싸안는 경. 경의 눈물이 미래의 어깨에 떨어진다.

미래, 그대로 경의 품에 자신의 등을 맡긴다.


경 : (나직이) ...고 복수씨. 내가 먼저 꼬셨어요.

미래 : ...(경에게 등을 맡긴채 복수를 본다.)

복수 : ...

미래 : (흔들리는 목소리) 이년이 꼬셨어?

복수 : ...아니. ...내가 계속 찝쩍댔어.

미래 : ...(얼이 빠져 복수를 바라보다가 경의 팔을 풀곤 경을 본다.)

경 : (눈물이 흐른다.)

미래 : (돌아선다) 울지마, 이년아. 재수없어. (그리곤 복수를 본다. 다시 삐져나오는 울음소리.)

복수 : ...

미래 : (눈물을 삼키며 허공을 본다.) 하, 귀찮어. (그리곤 또 다시 울음이 터져 나온다.)


미래는 그렇게 참다가 울다가, 또 참다가 엉엉 소리까지 내어 울면서 거리를 걷는다.

경, 눈물을 닦으며 복수를 바라본다.

복수, 그 자리에 웅크리고 앉는다. 그리곤 경의 파이프를 입에 문다.

쓸쓸이 멀어져 가는 미래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복수. 그런 복수를 바라보는 경.



2. # 경의 정류장 (밤 - 새벽)


의자에 나란히 앉아있는 경과 복수.

복수를 바라보는 경. 고개숙인 복수의 무심한 표정. 경도 고개숙인다.

그렇게 아무 말도 없이 앉은채 점차 밝아져 오는 푸른 새벽.

새벽 버스가 그들의 모습을 가리운다.



3. # 액션스쿨 - 플로어 (아침)


덤블링대에서 무심한 표정으로 점프를 하고 있는 복수.


꼬붕 : 재밌어?

복수 : 응.

꼬붕 : (다가온다.) 나두 하자.

복수 : (꼬붕을 민다.) 싫어.

양찬석 : (어느새 다가와) 참 니네 자알 논다.

복수 : (덤블링대에서 내려와 양찬석을 빤히 보며 따진다.) 언제 놀았어요?

양찬석 : (당황) 지금.

복수 : 훈련한 거예요. 알지도 못하면서... (그리곤 성큼 성큼 플로어를 가로질러 간다.)

양찬석 : (어이없는 표정으로) 야, 전과자.

복수 : (살벌한 표정으로 뒤돌아 양찬석을 향해) 찬석이 너, 자꾸 그럴래?

양찬석 : (인상을 쓰며) 응?

복수 : (양찬석을 지나쳐 현관을 들어오는 우찬석에게 달려가 소리친다. 인상을 쓰며) 우 찬석. 너, 왜 이렇게 늦게 오냐, 자꾸?

우찬석 : 왜?

복수 : (어깨동무를 하며 걷는다.) 보고 싶었단 말야.


양찬석, 지나가는 복수를 야린다. 복수도 야린다.

꼬붕, 또 복수의 뒤를 따른다.


양찬석 : (꼬붕의 뒷덜미를 잡아채며) 아, 그만 좀 쫓아다녀어.


꼬붕, 원망어린 눈으로 양찬석을 본다. 그리곤 덤블링대에서 폴짝 폴짝 뛴다.


꼬붕 : 되지게 재미없네. ...형하고 놀지도 못하게 하구...


사무실로 향하는 계단을 복수와 우찬석이 오른다.

인상을 쓰며 걸어가는 복수.


우찬석 : (유심히 복수를 바라보며) 너, 머리 아프지?

복수 : 아니.

우찬석 : 머리 울리게 뭐하러 폴짝 폴짝 뛰어? 너 지금 되게 아퍼, 내 견해론...

복수 : (나직하게) 머리 아플 새가 없다. 젖꼭지가 아퍼서...

우찬석 : 어어? 왜 거기가 아퍼? 거기랑은 상관없는데?

복수 : (퉁명) 그래? 근데, 왜 아프냐? (가슴을 감싸듯 가리키며 우울하게) 이 언저리가... 무지하게 아퍼.

          ...에이, 뭐. 잘 됐네. 젖꼭지 아픈 바람에, 머리 안 아파서 좋다. (혼자서 터덜터덜 걸어간다.)

우찬석 : (뒷통수에 대고) 머리에서 생긴 건, 목 아래론 전이 안 돼. ...(걱정스레) 어어? 왜 가슴이 아프지?

복수 : (멀찍이 걸어가며 퉁명스레) 아플 일이 있나부지, 뭐.



4. # 연습실 건물 앞 (아침)


한 손엔 비닐 봉투를 들고 한 손엔 우유를 빨대로 빨며 현관 안으로 들어오는 경.



5. # 현관계단 (아침)


현관계단에 잠시 멈춰서서 윗층을 바라본다.

문득 봉투에서 우유 하나와 병커피를 꺼낸다. 봉투를 내려 놓곤 계단을 오른다.



6. # 치어연습실 앞 (아침)


심호흡을 하며 문 앞에서 서성대는 경. 안에선 음악소리가 들린다.

잠시 오락 가락 망설이다가 우유와 커피를 바라본다. 그러다가 한숨을 쉬곤 계단에 쭈그려 앉는다.


경 : (힘없이) 이게 뭐하는 짓이냐?


멍청히 앞만 보고 앉아있는 경.



7. # 미래의 집 - 주방 (아침)


혼자서 도시락을 챙기는 현지.

미래의 집은 미래의 울음소리로 요란하다.


현지 : (인상을 구기며) 인젠 도시락두 내 손으로 싸야 되냐?

         (미래의 방에 소리친다.) 아, 그만 좀 해에. 그냥 집 나간 똥개라구 생각해에. (그래도 그치지 않는 미래의 울음소리.)



8. # 미래의 방 (아침)


침대에 엎드려 여전히 울어대는 미래.

문을 열고 들어오는 현지의 손에 쟁반이 들려 있다. 토스트와 우유와 쥬스와 생식이다.

한 켠에 쟁반을 놓곤 미래의 상체를 일으킨다.


현지 : (정답게) 언니야. 아침 먹어.

미래 : (부시시 일어난다. 눈이 퉁퉁 부어서 떠지질 않는다. 꿀떡꿀떡 숨이 넘어간다. 울면서도...) 도시락 쌌어?

현지 : 응. 이거 먹어. (쟁반을 미래의 무릎에 올린다.)

미래 : (목이 셔서 갈라진 목소리로) 물배 터져 죽을 일 있냐? 무슨 컵이 세 개나 돼?

         야. 생식은 그냥 우유에 타면 되지, 뭐하러 물에다 생식을 넣어?

현지 : 줄창 먹고, 배터져서 늘어지게 자라구우.

미래 : (여전히 울어댄다.) 엉엉엉.

현지 : (타이르듯) 언니. 나, 똥개 잃어버렸을 때에..

미래 : (바락 소리친다.) 복수가 똥개야? ...엉엉. 복수는 복수지.

현지 : 아, 거, 참.

미래 : ...복수새끼. 나한테 그럼 안되지 않냐? 지가 깜방에 있을 때, 내가 지 옥바라지두 해주구...

현지 : (되도 않다는 말투로) 면회 두 번 갔다오구, 무슨 옥바라지야아?

미래 : (현지를 노려본다.)

현지 : (눈치를 본다.) 알았어어. 했다구 쳐... (미래의 머리칼을 쓸어 내린다.)

         복수... 재주도 좋다아. 인간같지두 않은게 바람두 피구...

미래 : (쟁반을 들썩이며) 엎는다, 이거?

현지 : (다정하게) 근데에... 지 주제에 언닐 어뜩케 버리냐? 좀 참아 봐.

         (일어선다.) 나, 학교 갔다 올게. 오늘은 그냥 하루종일 잠이나 자. 응? 일 나가지 말구... (나간다.)

미래 : ...(우울하게 혼잣말) 면회를 두 번 뿐이 안 갔나? (말문이 막힌다.) ...바빠서 그랬지, 뭐. 마음은 복수랑 같이 있었어.

         ...(눈물이 흐른다.) ...같이 감옥에 있었어. 내가 돈 버느라 바빠서 그랬지. 엉엉엉.


미래의 울음은 아직도 아프고 서럽다.



9. # 미래의 방문앞 (아침)


현지, 어두운 표정으로 닫힌 방문 앞에 서 있다.



10. # 액션스쿨 사무실 (낮)


복수가 FILM ART를 보고 있다. 그 옆에서 꼬붕도 늘어 붙어 복수가 보는 책을 같이 본다.


우찬석 : (복수에게) 점심 안 먹어?

복수/꼬붕 : 응./(책을 덮고 벌떡 일어난다.)

꼬붕 : (입이 나와서 다시 앉는다.)

우찬석 : 왜?

꼬붕 : 왜?

복수 : 밥 먹을 자격도 없어, 난.

우찬석 : 응?

복수 : (짜증) 아, 공부하잖아아.

우찬석 : (복수의 영문책을 슬쩍 본다.) 그게 해석이 돼?

복수 : (짜증) 되겠냐, 이게?

우찬석 : 근데, 그거 왜 봐?

복수 : 양감독이 줬어. 읽으라구...

우찬석 : (책꽂이로 간다. 그리곤 책 한 권을 찾아 복수에게 건낸다.) 한글판 나온지가 언젠데 그걸 보냐?

복수,꼬붕 : 응?

우찬석 : 그리고... 스턴트맨이 왜 그걸 봐? 상관두 없는 걸...

꼬붕 : 근데, 왜 선생님이 이걸 줬지?

우찬석 : 영화 사무실 갔다가, 책이다 싶어 갖구왔지, 뭐. 여기 책꽂이가 비어서...

꼬붕 : (히죽) 형, 헛고생했네. 단어 다 찾아 놨는데... 난 안 찾았는데...쌤통이다. 혼자서만 잘할라 그러다 골탕먹었네?

복수 : 성격 이상하네, 양감독. 바쁜 사람 놀리는 것두 아니구...

우찬석 : 놀릴라 그런거지. 심심했나부지, 찬석이 형이. ...밥이나 먹자.

복수 : 얘나 델구 가. (꼬붕에게) 너, 인제 우 찬석 따라다녀. 구찮어.

꼬붕 : (복수를 노려보다가 삐진다.) 나, 이거 안 해. (그리곤 나간다.)

우찬석 : (나가며 복수에게) 쟨 늘 달구 다녀야 되는 애야?

복수 : 응. ...혼자서 다니면 계속 넘어져. 지 발에 지가 걸려서... 띨띨이.


밖에서 우당탕 소리가 난다.


우찬석 : (사무실 창 너머를 본다. 꼬붕이 계단에 넘어져 있다.)

복수 : (책만 본다.) 거 봐.

우찬석 : 밥 먹고 올게. (나간다.)


홀로 된 사무실에서 열심히 사전을 찾는다. 그러다가 한숨 한 번을 쉬곤 핸드폰을 들어본다.

핸드폰 창에 날씬이 번호를 찍지만 통화를 누를 순 없다.

복수 벌떡 일어서며 뛰어나간다.



11. # 플로어 계단 (낮)


뛰어내려오는 복수.

우찬석과 같이 걸어가던 꼬붕이 복수를 따라 뛰어간다.



12. # 공원 (낮)


계속 복수를 따라 뛰어가는 꼬붕. 뛰어가는 복수의 옆을 바짝 쫓는 꼬붕.


복수 : 너, 또 따라 오는거야?

꼬붕 : 어.

복수 : 그래. 따라와 봐.


복수가 공원밖으로 열심히 달려나가고 꼬붕도 복수의 곁을 달리지만 결국 꼬붕이 뒤쳐지며 배를 움켜 잡는다.


꼬붕 : (소리친다.) 형. ...나 좀 신경써 줘. 혼자있는 세상이... 무서워.


공원밖 도로를 열심히 뛰어가는 복수의 뒷모습.



13. # 문화부 기자실 (낮)


책상에 앉아 골똘히 생각에 잠긴 동진.

이 때, 예의 음반사 사장이 동진의 등을 두드린다.


음반사장 : 한 기자.

동진 : (그제사 사장을 본다.) 어? 오셨어요?

음반사장 : 생각같은 거 하나봐? 한 기자가 생각두 하냐?

동진 : (멍청히) 머리가 달려 있는데, 어뜩케 생각을 한 개두 안합니까?

음반사장 : (CD앨범을 내민다.) 들어 봐. 새로 나온 애들이야. 잘 써줘. 욕하지 말구...

               욕 쓰면 신문사 뒤집어 엎을 거야. (돌아선다.)

동진 : ...(CD를 들어 보다가 불현듯) 사장님. (일어서서 음반사 사장을 따라 걷는다.)

음반사장 : 응?

동진 : (퉁명스레 말을 툭 던진다.) 괜찮은 인디밴드 있는데...

음반사장 : 그래? 락밴드야? 어떤 계열인데? 칼라가 어때?

동진 : ...(멍청) 칼라요? ...뭐. (말문이 막힌다. 이내 사장에게) 어쨋든 나중에 연락 한 번 드릴께요.

음반사장 : 그 쪽에서 술 얻어 먹었어?

동진 : (입이 나온다.) 내가 사주면 사 줬지, 뭘 얻어 먹어요?

음반사장 : 알았어. 연락해. (간다.)

동진 : ...(다시 생각에 잠긴다.) 칼라가 어떠냐? (힘없는 미소.) 그러네? 아직 난... 전경이 만든 곡을 하나두 안 들어봤네.

         ...음악기자란 놈이... (남에게 욕하듯 인상을 쓴다.) 참. 나쁜 놈이네. ...이기적인 놈.

옆기자 : (지나가다가) 뭐?

동진 : (팩 소리를 지른다) 아, 이기적인 놈이라구우.



14. # 밴드연습실 (낮)


플레이어 이어폰을 끼고 경이 노래를 한다. (나비 날아라를 씩씩하게 부를 것.)

경은 참 노래를 못한다. 책을 보며 큰 소리로 노래를 부른다.

경의 노랫소리를 들으며 짜장면을 먹고 있는 밴드들이 눈살을 찌푸리며 경을 바라보지만,

경은 그들의 말을 들을 수가 없다.


기홍 : 아, 참. 얹히겠네, 짜장면?

정국 : 쟨 점심두 안 먹고 왜 저러냐? 밥도 못 먹게 저러니까 되게 밉네?

별리 : (느긋하게) 참아아. 주로 쟤가 우리 참아 줬으니까, 오늘은 우리가 참자.

         (그러다 경의 삑사리 고음이 나자 소리를 꽥 지른다.) 에이, 진짜 밥맛 떨어지게.. (경을 째려본다.)

경 : (셋을 잠시 보지만 무슨 일이 일어난지 모른채 여전히 노랠 부른다. 그리곤 다시 책을 본다.)


이때, 문을 열고 들어오는 강. 그리고 낙관.

경은 둘이 들어온 줄도 모르고 노랠 부른다.

정국, 기홍 벌떡 일어난다. 얼어붙는 둘.

상황도 모른채 노랠 불러대는 경.

낙관이 경을 바라본다.


별리 : (젓가락을 든채 앉아서 정국에게) 누구야?

정국 : (집게 손가락으로 경을 가리키곤 엄지 손가락을 든다.)


별리도 왠지 일어서야 할 거 같아 슬며시 삐딱하게 일어선다.

정국, 책을 보는 경의 얼굴을 들어 낙관과 눈을 맞춘다. 놀라는 경. 그러나 입에선 계속 노랫소리가 세어 나온다.

낙관, 연습실을 한 눈으로 훑어 보곤 나간다.



15. # 연습실 빌딩 앞 (낮)


강의 승용차가 세워져 있고, 그 앞에서 서성이는 낙관.

경이 나온다. 낙관으로부터 몇 발짝 떨어져서 고개를 숙이고 있다.


낙관 : (어두운 표정으로 경을 바라본다.) 왜 또 외박을 하냐? 요즘은 뜸 하더니...

경 : ...작업할게 있어서...

낙관 : ...(가만히 경만 바라본다.)

경 : (여전히 눈을 피하며 엉거주춤 서 있다.)

낙관 : (지갑에서 십만원짜리 수표 세장을 꺼내 내민다.)

경 : (놀라서 낙관을 본다.)

낙관 : 받어.

경 : ...

낙관 : 얼른.

경 : (조심스레 돈을 받는다.)

낙관 : ...그 돈으루, ...날 잡아서 한끼라두 제대루 챙겨 먹어.

         (고개를 돌리며 나직하게) 너, 밥 한끼 편히 못 맥여서 니 엄마가 나한테 그런 걸... 니가 왜 토를 달아?

경 : ...

낙관 : (경을 바라본다. 외롭게) 토 달지 마, 엄마 한테. ...너 아니면, 니 엄마, 우리 집에 정 없어. 우리 집에서 못 살아.

         ...너 말구, 니 엄마 잡아 줄 사람, ...없어.

경 : ...(불만스레) 아빠 있잖아요.

낙관 : 나 없어. ...니 엄마한테, 나, 없어. ...강이 쪼금 있구, 그리고 니가 다야. ...알아 들었어?

경 : ...(대답없다.)

낙관 : 오늘은 외박하지 마. (강의 승용차 문을 연다.) 경아.

경 : (낙관을 본다.)

낙관 : ...엄마한테 다신 그러지 마라. ...엄마한테만 제대루 해.

         ...(낮은 음성으로 느리게) 그러면 죽을 때까지, 니가 나, ...싫어해두 돼. (차 안으로 들어간다.)

강 : (운전석에 어둡게 앉은채 경을 바라본다.)


이내 강의 승용차가 떠난다.

떠나가는 차창 안으로 외롭게 시선을 내린 낙관의 모습이 경의 시야에 들어온다.

수표를 들고 선 경.



16. # 거리 (낮)


굳은 표정으로 거리를 걸어가는 복수. 발걸음이 씩씩하다.



17. # 연습실 1층 계단 (낮)


수표를 손에 들고 앉아있는 경.


경 : (핸드폰이 무전기라도 되는 듯, 통째 입 앞에 대고) 고 복수씨. ...나두 돈 생겼어요. 같이 볼래요?


현관으로 복수가 뛰어 들어온다. 놀라는 경.

복수가 머뭇대며 경 앞에 선다. 일어서는 경.


경 : 어?

복수 : ...(경을 보다가 계단 윗쪽을 본다.)

경 : (따라서 윗쪽을 본다. 이내 실망스런 표정이 되서는 계단길을 열어준다. 쭈뼛대며 복수의 시선을 피한다.)

      점심 먹으러 갔을지 모르는데... 오늘, 나두 못 봤어요, 언니.

복수 : (경의 손목을 잡아 끌며 부랴부랴 현관을 나간다.) 들키기 전에 빨랑 가요.


경, 당혹스런 표정으로 복수의 손에 이끌려 간다.



18. # 설렁탕집 (낮)


깍둑이와 수저만 놓여져 있고 아직 설렁탕은 나오지 않았다.


복수 : 보나마나, 점심두 안 먹었죠?

경 : 네.

복수 : 아침두 안 먹었죠?

경 : 우유 먹었어요.

복수 : 우유가 아침인가? 물이지. ...우리 이거 맛있게 먹어요.

경 : 네. (젓가락을 들어 깍둑이를 잡는다.)

복수 : (경의 손을 제지하며) 아니요오. 설렁탕 먹구 먹어요. 빈 속에 고춧가루 들어가면 위장에 탈 나지.

경 : ...(젓가락을 내려 놓는다. 이 때, 설렁탕이 놓여진다. 수저를 들어 설렁탕을 먹는다.)

복수 : (소금그릇을 건내며) 소금 안 넣어요?

경 : 아, 싱겁네에.

복수 : 다대기는요?

경 : 그건 됐어요. (소금을 한 스푼 넣곤 다시 먹는다.)

복수 : 짜겠다.

경 : 짜네.

복수 : (자신의 국물을 따라주고, 다시 경의 국물을 자신의 그릇에 퍼 올린다.)

경 : (복수를 본다.)

복수 : 인제 먹어요.

경 : (말없이 설렁탕을 먹는다.)

복수 : ...(경을 바라본다.) 내가 참... 이게 참 말두 안되는 건데...

경 : (복수를 바라본다.)

복수 : 경이씨가 날 좋아해 주는 것두 말이 안되구, 미래가 날 좋아하는 것두 말이 안되는 건데...

         내가 사실... 별루.. 그냥 그런 놈이잖아요... 참 별일이 다 있어요? ...참. 웃겨요?

경 : (낮게) 안 웃겨요. (다시 설렁탕을 먹는다.)

복수 : ...(망설이듯) 그래서 말인데요. ...경이씨가 날 좋아하기루 하구, 나두 경이씨를 좋아하기루 했으니까...

         ...우리 좋아하기루 해요.

경 : (수저를 든채 아련히 복수를 바라본다.)

복수 : 이렇게 금방 들킬 줄은 몰랐지만... 들켰다구 금방 등 돌리면, ...그게 좋아하기루 한 건가요?

경 : (눈가가 젖어온다.)

복수 : (그의 눈가도 젖는다.) 미래한테 당장, 경이씨 좋아할래 얘기하기 힘들어서 그러는데...

         우리, 구질구질해두, 잠시만 몰래 만나면 안될까요? ...내가 미래한테 맞을 만큼 맞구, 미래 만큼 괴로워 해야 하니까...

         잠시만 숨어서... 날 만나주지 않을래요?

경 : (눈물이 흐른다.)

복수 : 웃기지도 않은 놈이... 이런 말을 하네. 전과자 주제에... 부잣집 아가씨한테...

         근데... 경이씨 못 만나면, ...금방 죽을 거 같애요.

경 : (눈물이 쏟아지며 고개를 숙인다.)

복수 : ...(자책하듯) 같잖은 소리하고 앉았네.

경 : (떨리는 목소리로) 만나지 말자 그럴 줄 알았어요.

복수 : ...

경 : ...그 말 할까봐, ...겁나 죽는 줄 알았어요.

복수 : ...(애틋한 눈으로 경을 본다.)

경 : ...이젠 설렁탕 먹어야지. (수저를 든다. 훌쩍이며 설렁탕을 먹는다.)

복수 : (예의 체크무늬 손수건을 건낸다.)

경 : (받아든다. 손수건을 보며 여전히 훌쩍인다. 울면서...) 손수건이 달랑 이거 하난가 봐요?

복수 : 네.

경 : (눈물을 닦곤 복수에게 건낸다.) 복수씨두 닦아요.

복수 : 난 눈물 없어요.

경 : 눈 속에 있어요.


손수건을 받아든 복수가 손수건으로 두 눈을 가린다.

경, 손수건으로 얼굴을 가린 복수를 애틋하게 바라본다.


경 : (훌쩍이며 설렁탕을 먹는다. 그리고 중얼댄다.) 일하느라 땀두 많이 날텐데... 손수건이 달랑 하나냐아?


설렁탕을 먹는 경을 복수가 따스하게 바라본다.



19. # 음반매장 (낮)


음반매장을 둘러보는 복수.


복수 : (고복수 -옛날 가수- CD를 빼 들며 자켓을 본다.) 고 복수.

경 : (가방을 들고 허겁지겁 매장문을 열고 들어온다.)

복수 : 왜 자꾸 뛰어 다녀요, 더운데? 연습실엔 뭐 하러 갔다왔는데요?

경 : 그냥, 뭐? (복수의 CD를 보며) 골랐어요?

복수 : (허겁지겁 CD를 제 자리에 꽂으며) 아, 우리 아빠가 좋아하는 가수라서...

경 : (복수의 CD를 다시 살펴본다.) 이름이 같네?

복수 : (괜시리 부끄럽다.) 우리 아빠가 좋아해서...

경 : (신기한 듯) 히히. ...이름같은 음악가가 있네, 복수씬?

복수 : 아, 이름은 같은데... 내 취향 아니라서... 아, 뽕짝 그런거... 좀, 느끼하구... 난.. 락이나, 힙합...

경 : 나두 하나 사야지. (고복수 CD 두 장을 챙겨든다.)

복수 : (잠시 당황하다가 미소짓는다.) 우리 아빠가 좋아하는 가순데...

경 : 락은 어떤거요? 좋아하는 락밴드가 누군데요? (복수를 본다.)

복수 : ...(무표정하게 경을 본다.)

경 : (장난스런 미소로 복수를 본다.) 모르면서... 락밴드...

복수 : ...(기가 죽어서 고개 숙이며 꽂혀진 CD들을 손을 훑어 댄다.)

경 : (복수에게 눈을 맞추며) 미완성 밴드요?

복수 : (웃지도 않고 고개를 살짝 돌리며) 네.

경 : ...(복수에게서 눈을 돌리며) 최고의 밴드죠.

복수 : 네.


고개 숙인채 부끄러운 복수의 귀여운 미소.



20. # 거리 (낮)


껌을 씹으면서 거리를 걷는 둘.

경이 가방에서 주섬 주섬 플레이어를 꺼낸다. 복수에게 내민다.

복수, 멍청히 받아든다.


경 : 그 안에 있어요. 미완성... (미소지으며 중얼) 제대루 들어보지두 않구서 좋대.


그리곤 앞서서 걸어간다.



21. # 빌딩 앞 버스 정류장 (낮)


버스를 기다리는 경과 복수가 껌을 씹고 있다.


복수 : 아참. 이거요... (주머니에서 휴지에 싼 파이프를 내민다.)

경 : ...(받아든다.)

복수 : 담배 많이 피고 싶었죠, 어제, 오늘? (버스가 온다.) 치약으로 박박 닦았으니까, 찝찝해 말아요. (버스를 탄다.)

경 : (버스를 타는 복수를 바라본다.)

복수 : (창가에 앉아 경을 본다.)


버스가 떠난다.


경 : (파이프를 입에 문다.) 안 찝찝해요.


파이프를 입에 물곤 거리를 걷는 경의 발걸음이 가볍다.



22. # 버스안 (낮)


플레이어를 누르는 복수.


복수 : (미소가 어린다. 한참을 듣다가 인상을 찡그린다.) 이럴 줄 알았어. ...죽이네, 이거, 응? ...키보드 이거 누구야? 응?


버스 안 승객들이 복수를 쳐다본다.


복수 : 아, 음악... 환장하겠다.


이 때, 복수의 핸드폰이 울린다. 그러나 이어폰을 낀 복수는 알지 못한다.

계속 헤죽대는 복수.



23. # 미래의 집 - 옥상 (해질녘)


옥상 한 켠에 의자를 내놓고 앉아서 노을을 바라보며 핸드폰을 들고 있는 미래.

받지 않는 핸드폰을 기다리다가 메시지를 남기라는 안내음이 들린다. 입을 움찔하던 미래가 이내 폴더를 닫는다.

하늘엔 잠자리가 떼지어 날아다닌다.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는 미래.



24. # 미래의 회상 - 야구장 - 화장실 앞 (낮)


야구장 밖의 소음만 요란할 뿐 텅빈 복도.

복도를 부리나케 뛰어오는 미래. 커트머리 미래는 지금보다 아주 앳된 모습이다.

여자 화장실 앞에 선다. 그러나 화장실 앞엔 <수리중>이란 팻말이 붙었다.

거리낄 것 없이 남자화장실로 들어간다.



25. # 미래의 회상 - 남자 화장실 안 - 변기 한칸 (낮)


물을 내리며 일어서는 미래. 그런데, 옆칸 발 밑으로 지갑 하나가 떨어진다.

의아한 듯 발밑을 보는 미래.

그리고 또 하나가 떨어진다. 떨어진 지갑을 주울 생각도 않고 대충 발로 휴지통 옆으로 차 밀어 넣는 발.

미래, 인상을 구긴다.

옆 칸 문이 열린다. 미래도 문을 열고 나간다.



26. # 미래의 회상 - 남자화장실 - 세면대 앞 (낮)


거울 앞에 선 남자의 뒷 모습.

미래, 옆 칸 쓰레기 통에 널려있는 지갑 서너개를 본다.

한 켠에 놓인 양동이를 들고 남자의 등뒤로 다가온다.

거울에 비치는 미래를 보고 놀란 남자가 미래를 향해 돌아선다. 복수다.

동시에 양동이를 복수의 머리에 씌우고 바닥으로 넘어 뜨리며 손을 꺾은채 복수의 등 뒤에 올라탄 미래.

이 때, 한 남자가 들어오다 미래를 보고 쭈뼛 놀란다.


미래 : (여유있게 남자를 보며) 아저씨. 경찰 델구 와요. 도둑놈 잡았어요. (남자가 부랴부랴 나간다. 양동이를 통통 쳐댄다.)

         니 부모가 불쌍하다, 새꺄. 야, 얼마나 훔쳤냐? 그렇게 벌면 돈 좀 모으냐? 모으긴 개뿔을 모으겠다.

복수 : (양동이를 쓴채) 아, 이것 좀 벗겨봐아, 씨.

미래 : (양동이를 벗긴다.)

복수 : (고개를 돌리며) 아가씨. 한 번만 봐 줘. 응? ...나... 교도소 한 번두 안 가봤어. ...진짜야.

         한 번만 봐줘, 응? 나, 사실은 순진해.

미래 : ...놀구 있네. 그럼 이번에 가 봐. (뒷통수를 톡톡 치며) 생긴건 귀엽다, 야. 내 스타일이다, 야. 근데, 왜 이렇게 사냐, 응?

         (이때 경찰이 온다. 경찰에게) 아저씨. 도둑놈 잡았으니까... 나, 포상금 줘요. 네?


울상을 짓는 복수와 미소짓는 미래.



27. # 미래의 집 - 옥상 (해질녘)


그렇게 앉아서 잠자리만 바라보던 미래. 부시시 일어나서 빨래를 널기 시작한다.

이 때, 초인종 소리.



28. # 공원 연못가 벤취 (해질녘)


벤취에 우두커니 앉아있는 복수. 핸드폰을 손에 쥐고 있다. 핸드폰 창엔 날씬이의 발신번호가 찍혀있다.

망설이던 복수가 날씬이에게 전화를 한다.



29. # 미래의 집 - 거실 (해질녘)


거실 탁자 위에서 혼자 울리고 있는 미래의 핸드폰.



30. # 공원 연못가 - 벤취 (해질녘)


여전히 핸드폰을 들고 있는 복수. 녹음을 남겨주세요. 띠이...


복수 : (1번을 누르고 녹음을 남긴다. 미안한 듯) ...미래야. (그 한 마딜 하곤 아무 말도 할 수가 없다.

         그 한 마딜 하곤 15초 가량을 그렇게 휴대폰만 들고 있다. 입술을 닫으며 폴더를 내린다.)


고개숙인 채, 발끝으로 괜한 흙먼지만 일으킨다.

그러다가 연못가로 바짝 다가가 물속을 들여다 본다. 물속에서 헤엄을 치는 비단 잉어들...



31. # 강의 차안 (해질녘)


인상을 긁을 만큼 긁으며 조수석에 앉아있는 미래.

운전석엔 강이 앉아있다.


강 : 인상 좀 펴라. 사진 찍으러 가면서 그게 뭐냐?

미래 : 오늘은 못 찍는다니까...

강 : 돈 줬으면 돈 값을 해라, 좀. ...사진사가 한 시간이나 기다렸다.

미래 : 아, 잘났어. ...인상 드럽게 나와두 난 몰라. ...나, 오늘 안 웃어.

강 : 그냥 카메라 앞에 서 있어. 내가 알아서 할 거니까...

미래 : (짜증) 아, 뭐 대단한 일 한다구, 사장이란게 일일이 나서서 그러냐? 아저씨 비서 어디갔냐?

강 : 오죽하면 내가 이따위 일을 하겠냐?

미래 : 왜 그러는데?

강 : (팩 소리친다.) 나 없으면 또 혼날거 아냐, 사진사한테? ...나라두 뒤에서 인상 긁구 있어야 찍소릴 못하지.

미래 : 혼나든 말든...

강 : 내 물건한테 함부로 구는 걸 내가 참냐, 그럼?

미래 : 뭐? 이 아저씨 봐? 물건?

강 : 내가 돈주구 샀잖아, 너.

미래 : ...(어이없는 미소) 하, 참. 그래, 가져라, 가져. 팔 잘라 주까, 다리 잘라 주까?

강 : (앞만보며) 엉덩이.

미래 : ...(물끄러미 강을 바라보다가) 아저씨, 은근히 느끼하네?

강 : 은근히는 뭐가 은근히냐? 나 본 사람마다 한방에 느끼하다든데...

미래 : 하. 자랑이다. (비실비실 웃는다.)



32. # 스튜디오 (밤)


스크린 앞에 입을 내밀고 선 미래.

카메라 앞에서 강이 사진사를 꼬나본다.


강 : (사진사에게 또박또박 단호하게) 쟤한테... 억지루 뭐 시키지 마. 당신이 알아서 이쁘게 찍어. 알아 들었어?

사진사 : 하, 참. (뒷머리를 긁적인다.)

강 : (팔짱을 끼고 인상을 긁으며 사진사 뒤에 선다.) 송 미래, 니 맘대루 해. 사진작가 프로니까 걱정말구...

미래 : (실소. 혼잣말) 꼴값을 떤다. 쟤, 왜 조폭 흉낼 내구 다니냐?



33. # 스튜디오 앞 (밤)


걸어나오는 강과 미래.


미래 : 이젠 쫑이다? ...(손을 건낸다.) 악수. ...천 만원 잘 받았다, 전 사장님.

강 : (악수를 하며 손을 끌어 승용차 쪽으로 간다.)

미래 : 뭐어?

강 : 밥 먹으러 가자.

미래 : 안 먹어.


이때, 이들 앞으로 오는 승용차. 운전석에 앉아있는 사람은 양복이다.


양복 : (창문 너머로) 사장님. 사모님 오셨어요.

미선 : (문을 열고 내리며 강에게로 달려간다.) 여보.

강 : 어? 여기 왜 왔어?

미선 : 어머님이 혼자 있구 싶다구, 당신이랑 놀다 오래요. ...난, 모델 사진 찍는다 그래서 구경왔는데? 끝났어요?

미래 : (미선을 보며 궁시렁) 구경났네. (강에게) 사장님. 저 가요.

강 : 밥 먹구 가.

미래 : 됐어요. (돌아선다.)

미선 : 누구예요?

강 : 우리 모델.

미선 : (미래를 아래 위로 훑는다. 강에게 속삭인다.) 모델이 뭐 저렇게 생겼어요?

미래 : (가려다 말고 인상을 쓰며 미선을 본다.)

미선 : (강에게) 몸은 왜 저렇게 곯았어요? ...얼굴은 나만두 못하네.

강 : (툭 치며) 쟤, 듣겠다.

미래 : 들었다. (미선을 보며) 그럼 아줌마가 모델 해. 나두 귀찮어 죽는 줄 알았어. ...에이유, 똥배는 나와가지구... (걸어간다.)

미선 : (소리친다.) 내가 무슨 똥배가 나왔니?

미래 : 아줌마 신랑한테 물어 봐. 아저씨가 더 잘 알겠네.

미선 : ...야, 미친년아.

강 : (미선을 보며 엄하게) 야. 너 왜 그래? 정신 나갔어?

미선 : (쭈뼛대며) ...저런 애 첨 봤네?... 그냥 저절루 입에서 욕이 나오네요?

미래 : 아줌마. 아줌마가 한 건 욕두 아니야. ...나 욕 나오면, 아줌마 기절해. 그러니까 건들지마. 나...

         가뜩이나 그 쪽 집안에 유감 있으니까, 제발 건들지 마. 응? (멀찍이 걸어간다.)

미선 : 못생긴 년이 진짜 웃긴다.

강 : 너 내 앞에서 욕 자꾸 할래?

미선 : (다시 쭈뼛) 아, 저절루 그렇게 되네? 저년 땜에..

강 : (인상을 쓴다.)

미선 : (가슴을 손에 얹는다.) 주여.

강 : ...근데 ...쟤가 못생겼냐?

미선 : 못생겼잖아요.

강 : (자신의 승용차로 가며 혼잣말) 이상하다. 난 괜찮은데?



34. # 복수의 집 - 툇마루 (밤)


툇마루 위에 놓여진 작은 어항 안에 금붕어 두 마리가 들어있다.

복수와 중섭이 유심히 금붕어를 보고 있다.


중섭 : 고기는 왜 샀어?

복수 : 고기가 뭐야아? 잡아먹을 일 있어? 금붕어라 그래에.

중섭 : 이런 거 금방 죽어.

복수 : 금방 죽으면 속 편하구 좋지, 뭐.

중섭 : 오래 산다구 속 나쁠게 뭐가 있어? 오래 재미나게 살면 되지.

         (어항을 보며) 남자 고기 하나, 여자 고기 하나 살림 내 준거야?

복수 : 아니, 둘 다 여자야. 여자들은 착해서 안 싸우거든. 남자끼면 싸워. ...아빠. 우리 홀애비 둘이서 한 마리씩 애인삼자.

중섭 : 싫어. 물고기랑 애인을 왜 해? 비린내 나게... 너 다 가져.

복수 : ...아, 협조를 안하냐? 좀, 낭만적으로 살라 그러는데?

중섭 : (수돗가에 물을 받으며 세수를 하기 시작한다.)

복수 : (물끄러미 금붕어를 바라보며) 아빠.

중섭 : 아, 비누칠 하잖어. 말 시키지 마.

복수 : ...내가 금붕어 두 마리 애인 삼으면 괜찮은데... 여자 둘을 ...다 좋아하면 안 되나?

중섭 : (얼굴을 씻어내며) 안되지.

복수 : 그냥 좋아만 하는데 왜 안 돼? 나쁜 짓 안하구 똑같이 잘해주면 되잖아.

중섭 : (얼굴을 다 씻어 내며 수건을 든다.) 똑같이... 한치두 치우치지 않게 좋아 할 수 있어?

복수 : ...

중섭 : 한 쪽으로 코딱지만큼라두 기울면, ...좀 모자른 사람이 외롭잖아.

복수 : ...

중섭 : 사람 외롭게 하는게 얼마나 큰 죈데, 이 놈아. (수건으로 얼굴을 닦아내며 미소짓는다.)

         그 안에 고기들이나 똑같이 잘해 줘. ...양다리 걸칠 생각 말구...

복수 : 왜 양다리래? 아빠? 왜 그런 말을 해?

중섭 : 그냥 찔러 봤어.

복수 : 왜 찔러? 찌르면 아프지?

중섭 : (툇마루로 올라서서 금붕어를 가리키며) 니 애인들, 이름 지어. 델구 놀려면...

복수 : (통통한 검은 줄 무늬를 가리키며) 경이. (마른 붕어를 가리키며) 미래. (그리곤 마당으로 내려서서 수돗가 물을 받는다.)

중섭 : (유심히 붕어를 보곤) 경이가 더 이쁘다.

복수 : (놀라며) 왜?

중섭 : 미랜 너무 말랐네. (방으로 들어가며) 미래 한테 밥 더 많이 줘야겠다.


수돗가에 입을 벌리고 멍청히 서 있는 복수.


복수 : (중섭의 방문을 보며 중얼댄다) 뭘 알구 저러나?

         (어항안의 붕어를 유심히 본다. 그리곤 방에 소리친다.) 둘다 이쁘구만, 뭐?


그리곤 툇마루에 한숨을 쉬며 앉는다. 그리곤 두 손으로 얼굴을 훑어 내린다.


복수 : (힘없이) ...모르겠다.



35. # 경의 집 - 정원 (밤)


대문을 열고 들어오는 경.

멀찍이 정원에서 느릿느릿 왔다갔다 하는 인옥.

경, 고개를 돌리고 현관으로 가려는데, 인옥이 풀썩 넘어진다.

경, 인옥에게 잰 걸음으로 달려간다. 인옥의 옷섶에 와인병이 엎질러져 있다. 옷섶이 붉그레하게 젖었다.


경 : (인옥 옆에 쪼그려 앉는다.) 엄마. 뭐해?

인옥 : (술 취해 졸린 눈으로 한참동안 경을 본다. 대뜸) 너 왜 이렇게 속을 썩이니? 너, 아니라는데.

경 : 알았어. 들어가자. (부축한다.)

인옥 : (뿌리치며) 나 미워서 안 들어왔어? 집에? 그럼 나두 나간다? 집?

경 : 엄마 맘이지.

인옥 : 그래. 나 나갈테니까, 니네 아빠랑 잘 살어. ...(울먹인다.) 너 제 정신이니? ...니네 아빠가 뭐가 좋으냐?

         뭐가 좋은지, 한 가지만 대 봐? 없지? 나두 없어. 근데, 왜 좋대?

경 : ...(쓸쓸한 눈으로 인옥을 본다.) 가자, 옷 갈아입혀 줄게.

인옥 : 안 갈아 입어. 나 그냥 이러구 나갈래. (다시 한 말을 또 한다.) 너 아니라는데, 왜 속을 썩여어? 응?

경 : (단호하게) 그만해.

인옥 : 뭘 그만해에? 너 아니라니까?

경 : ...(찬찬히) 난... 내가 누군지 이젠 관심두 없어. ...누가 아빠 자식이건, 그런 거 관심두 없어.

      ...난... ...엄마가 왜 이렇게 사는지... 그게 궁금해. 아빠는 또 왜 그렇게 사는지... 그게 궁금해.

      ...엄마, 아빠가 ...아주 많이 궁금해졌어. ...지금 난... 조금씩 조금씩, 내가 몰랐던 세상을 알아가는 중이야.

      아빠네 세상, 엄마네 세상. ...그러니까... 괴로워 말구, 나한테 알려줘. 엄마가 준비가 되면.

      ...그 때까지 엄마 미워할 수두 있어. 조금만 참어. 나두, 엄마 참을게. ...그리구...

인옥 : ...

경 : 기다릴게.


인옥의 손을 잡는 경.

인옥의 눈에 고인 눈물. 경이 인옥의 눈에 고인 눈물을 손으로 닦아준다.

손을 잡고 있는 경과 인옥의 모습LS. F.O.



36. # 보라매 공원 (아침)


공원을 달리는 복수. 스턴트맨들보다 한 10미터는 쳐져서 뛰어간다.


복수 : ...아구, 죽겠네, 아구, 죽겠네.

꼬붕 : (손톱만큼 보일정도로 멀리서 숨찬 목소리로) 형. 같이 가자아.

복수 : 저 놈은 참, 끈질기게두 붙어 다닌다.


죽겠다던 복수는 그러나 열심히 달린다. 포기하지 않고 달리는 복수의 모습.

공원트랙을 조그만 벌레처럼 달리는 복수, 그리구 꼬붕의 모습이 LS로 보인다.



37. # 연습실 건물 앞 (낮)


밴드들과 함께 빌딩 현관으로 들어오는 경.

치어리더들과 함께 계단을 내려오는 미래.

경과 미래가 맞닿는다. 움찔하며 물러서는 경.

무더기들이 서로 엇갈려 나가고 들어간 자리에 경과 미래가 남는다.

경을 바라보는 미래.


미래 : 찔리냐?

경 : ...

미래 : 그래서?

경 : 네?

미래 : 어뜩케 할 건데?

경 : ...

미래 : 어뜩케 할 거냐구?

경 : ...모르겠어요.

미래 : 한 대 줘 패구 싶은데... 내가 왜 이러는 줄 아냐?

경 : ...

미래 : 복수 다시 돌아오면, ...내가 쪽 팔리까봐.

경 : ...(고개 숙인다.)

미래 : (돌아서 나간다.)

경 : (이때 울리는 전화벨.)

미래 : (가다가 멈춰서 돌아본다.)

경 : (차마 받을 수가 없다.)

미래 : (다가온다.) 줘 봐.

경 : (뒷춤에 감춘다.)

미래 : 줘. 한 대 맞기 전에...

경 : (목소리가 떨린다.) 언니. ...저 맞을래요. 그냥 때려요. 그냥, 맞았으면 좋겠어요. ...못살겠어요.

미래 : (슬픈 듯 목이 맨다.) 지랄하구 있네. ...치사한 년.

경 : (핸드폰 벨소리가 끊긴다.)

미래 : 치사해서 간다, 이 년아. (돌아선다. 울먹인다.) 니가 뭐하러 소매치길 좋아하냐?

         ...니가 나 같은 년두 아닌데... 뭐하러 걜 좋아하냐? 걔가 잘났냐?

         너같이 이상한 것들 땜에, ...나 같이 불쌍한 년들이 생기는 거다. 신경질 나. (그리곤 현관을 나선다.)


경, 난감하고 불쌍한 표정으로 물끄러미 서 있다. 그리곤 계단에 쭈그려 앉아 전화를 건다.


경 : (어둡게) 네. 일하느라구요. ...끝나구 전화해요. 복수씨. (전화를 끊는다.)


그리곤 계단에 쪼그려 앉아 멍하니 바닥만 본다.



38. # 빌딩 앞 (낮)


현관 옆 쪽에 구석에 서서 몰래 울고 있는 미래. 구석 벽에 쪼그려 앉으며 팔로 얼굴을 파묻는다.

현관 계단에 앉아있는 경과 옆 켠 벽에 기대앉은 미래의 모습이 동시에 2 Shot으로 보인다.



39. # 액션스쿨 - 플로어 (밤)


하네스를 입은 복수가 양찬석을 졸졸 쫓아 다닌다.


복수 : 저두 한 번만 해볼게요, 선생님. 네? 양 감독님. 딱 한 번만 해 볼게요.

양찬석 : 얼른 그거 안 벗어? (오히려 사정조로) 넌 안된다니까, 아직? 다쳐. 장난치다가두 다쳐, 이 일은?

복수 : 아, 쪼옴. 소원이예요. 네?

양찬석 : 아, 쪼옴. 안돼.

복수 : 선생님. 나, 금방 죽을지두 몰라요.

우찬석 : 일루와. 해 주께.

복수 : (신나서 우찬석에게 달려간다.)

양찬석 : 아, 해주지 마아. (혼잣말) 이씨. 말을 안듣냐?


시간경과.

복수가 와이어가 달린 하네스를 입고 미소짓는다.


우찬석 : 아까 얘기한 데루만 해. 액션 어긋나면 안되니까, 엉뚱한 동작하면 안된다.

복수 : 고맙다, 야. 너 뿐이 없다, 야.

우찬석 : 니 소원은 내가 다 들어줘야지, 뭐.


팔짱을 끼고 못마땅한 얼굴로 복수를 바라보고 있는 양찬석. 그 옆에서 꼬붕도 팔짱을 끼고 있다.


꼬붕 : (양찬석에게) 감독님. 다음은 나.

양찬석 : (꼬붕은 보지도 않은 채 손등으로 재빠르게 꼬붕의 면상을 툭 친다.)

꼬붕 : (그 자리에서 픽 쓰러진다.)


복수를 중심으로 주변에 스턴트맨 너댓명이 포즈를 취한다.


스턴트맨 : 한 번만 하구 끝이다? 또 해달라기 없기다?

복수 : (미소) 네.


줄을 잡고 있는 우찬석의 지시를 받으며 복수를 중심으로 액션의 합을 맞추기 시작하는 스턴트맨들.

복수, 신났다.

이때, 현관에서 건들건들, 성큼성큼 빠른 걸음으로 걸어오는 정달.

그러나 액션을 하는 스턴트맨들은 정달을 보지 못한다.

복수, 마지막 동작으로 공중차기를 할 때, 정달의 손에 다리를 잡히며 바닥으로 쓰러진다.

꼬붕, 정달을 보자, 부리나케 밖으로 도망간다.


복수 : (넘어진채 정달을 올려다 본다.)

정달 : 보구싶어 죽는 줄 알았네. ...여기서 뭐하냐?

복수 : ...(일어서며) 박 경장님. ...여기서 그러시면 안되는데?

정달 : (스턴트맨들에게) 얘, 전과잔 거 아시나, 들?

양찬석 : 알아요. (고개를 쳐들고 정달 앞에 나선다.)

정달 : (씩 웃는다.) 같은 패거리들이구만. 그렇게 생겼네. (나가며) 또 올게. 잘 해봐, 잘 되나.

         (들어왔던 그대로 건들, 당당, 빠른 걸음으로 나간다.)

양찬석 : (정달의 뒷통수에 대고) 얘 말구 전과자 없어, 우리. 씨.

우찬석 : (겁먹은 표정으로 양찬석에게 속삭인다.) 전과자예요?

양찬석 : (버럭) 전과자가 뭐? 일만 잘하는데... (사무실 쪽으로 향하며) 착하구...

복수 : (귀엽게 웃는다.) 감독님두 참. 챙피하게...



40. # 밴드 연습실 (저녁)


분위기 심상찮다.


정국 : (화가 나서 경을 보며) 야, 이거 때려 칠래?

경 : (고개를 숙이고 있다.)

정국 : 두 주 전에 공연 통보 받은 걸... 지금 얘기하면 어뜩해? 당장 글피가 공연이야.

경 : 경황이 없었어, 오빠. ...미안해.

기홍 : 오늘 내일 연습하면 되지, 뭐. 우리 허구헌 날 연습했는데...

정국 : (소리친다.) 별리 땜에 그러지. 별리 어뜩케 해 놔야 될 거 아냐? 쟤 또 삘삘 땀내는 거 보자구?

별리 : (팔짱을 끼고 있다가, 풀이 죽어 가방을 챙겨 들고 문 앞으로 간다.) 나 대신, 객원 불러. ...나 땜에 미안하다, 야.

         (문을 열고 나간다.)

정국 : ...니가 알아서 아무나 불러 와. 별리론 안 돼.

경 : 그래두...

정국 : (나간다.)

기홍 : (경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려주곤 정국을 따라 나간다.) 에이, 형. 화내지 마라아.


쓸쓸이 남아있는 경. 힘없이 파이프를 입에 문다.


경 : 되는 일, 하나두 없다.



41. # 빌딩 앞 (밤)


계속 핸드폰을 만지작대며 계단을 걸어 오르는 경.

계단 끝 턱에 누군가 앉아있다. 동진이다.

경, 조심스레 동진의 등을 두드린다. 동진, 벌떡 일어선다.


경 : 왜 여기 있어요?

동진 : (대뜸) 지금 데모CD 있지?

경 : 네.

동진 : 잘 됐다. 가자.

경 : 어디요?


동진, 경의 손목을 잡고 뛰어간다.



42. # 달리는 동진의 차안 (밤)


동진의 차 안에서 들리는 미완성 밴드의 음악.

진지한 표정으로 음악을 듣는 동진.


경 : 저. 한 기자님. ...저 약속이 있는데...

동진 : 걔랑 몇 시에 만나는데?

경 : ...전화 올거예요.

동진 : 알았어. 전화 오면 가. ...내 취향은 아닌데...

경 : 네?

동진 : 자기 음악. ...너무 우울하네. ...근데, 나쁘진 않다. ...(어둡게 한숨.) 좀, 일찍 들어줄걸. ...내가 좀 늦었네.



43. # 음반사 - 사장실 (밤)


어색하게 소파에 앉아있는 경. 그 옆에 동진이 앉아있다.

그 앞엔 음반사 사장이 앉았다.


사장 : (동진에게 눈을 흘기며) 성격급해, 한기자. 내일 낮에 보자니까. (경을 보며 미소) 애인이 음악을 하는구나아.

동진 : 자기야. 데모 드려.

경 : (케이스에 든 CD를 내민다.)

사장 : (데모테잎을 받아들며 경에게) 신경써서 들어 볼께요. 한기자 부탁이니까...

경 : ...(어눌하게) 아니. 신경써서 듣지는 마시구요. ...그냥 들리는 대루 들어주세요.

사장 : (경을 바라본다.)

동진 : (경을 힐끔 한 번 보곤 사장을 본다.) 네. ...나, 신경쓰지 마세요.


다소 부끄러운 듯 고개 숙이는 경.



44. # 야외 커피숍 (밤)


마주 앉은 경과 동진.


경 : 고맙습니다, 한 기자님. 음반사... 증말 고마운건데...

동진 : 고마우면, 얼른 돌아 와.

경 : (움찔. 이내 얘기를 돌린다.) 근데요. 혹시, 저 땜에 욕 먹으면...

동진 : 왜?

경 : 음악 후지다구... 기자 팔아서 음반 내려 그런다구...

동진 : 후져, 음악?

경 : ...아니요. 사람마다 듣는게 다르니까...

동진 : 달라두, 좋은 거 아는 사람 있어. 그러니까 예술을 하지.

경 : ...(망설이듯) 이렇게 빽으로, 음반사 소개 받구... 재수 없는 건데... 근데... 거절 못하겠네요. ...음반, 빨리 내고 싶거든요.

동진 : ...(어두운 눈빛으로) 알어어. ...근데, 이건 빽두 아니야. 다 소개받아서 음반내지, 뭐.

경 : ...(동진을 바라보다가) 저어... 나두 뭘 좀 해드려야 되는데... 뭘 어뜩케...

동진 : 빨랑 돌아 와.

경 : (황망히 동진을 바라본다.)

동진 : ...

경 : (눈길을 어디다 둬야 할지 모른다. 이 때, 핸드폰 벨. 일어선다.) 네. 네. 지금 글루 갈께요.

동진 : (담배를 피워문다. 외롭게) 후, 짜증나.



45. # 액션스쿨 현관 (밤)


인사를 하며 헤어지는 스턴트맨들.

복수가 현관 앞에서 뛰어 나가는데...


현지 : (E) 고 복수.


복수가 뒤를 돌아보면 교복을 입고 가방을 든 현지가 오두마니 현관 옆에 서 있다.


복수 : 현지야.

현지 : (슬픈 눈빛으로 복수를 바라본다.)

복수 : (현지에게 다가서며) 왜, 여기있어? 응? 밤 늦게 공원 돌아다니면 위험해, 임마.

현지 : (빤히 복수를 바라보며) 왜, 요즘 한 번두 안 와? 우리 집에?

복수 : (입을 벌린채) ...저기... 바뻐서...

현지 : 복수야. (눈물이 흐른다.)

복수 : ...

현지 : (고개 숙인다.) 내가 잘못했다. 잘못했다, 복수야. 아니, 오빠.

복수 : ...(놀라서 현지의 눈물을 닦으며) 임마, 니가 뭘? 니가 뭘?

현지 : 나 땜에... 니가, 아니 오빠가... 언니랑 같이 있는게 고달픈 거지? 내가 너, 아니, ...오빠 짱나게 해서, ...고달픈 거지?

복수 : ...아니야. 현지야. 그런 거 아니야.

현지 : ...다시 안 그럴게. 다신, 다신, 안 그럴께. ...우리 언니 맨날 울어. ...나, 안 그럴께, 복수야. 아니 오빠.

복수 : ...

현지 : 응?

복수 : ...아니라까, 임마. ...너... 나... 너한테 그런 거 없어.

현지 : (흐르는 눈물을 닦으면서 천천이) 나 때문 아니더라두... 딴 여자 생겼더라두... 쫌만 더 있다가 배신 때려.

         ...우리 언니, 딴 남자 생기면... 그 때까지만... 응? 너, 착하잖아. 응? ...나두 열나, 우리 언니한테... 괜찮은 걸루

         남자 구해볼게, 응? ...지금은 니가, 아니 오빠가... 우리 언니한테 제일 괜찮아아. 그리구...나한테두... 젤 괜찮아아.

복수 : (슬픈 듯 현지의 볼을 토닥인다. 그리고 한숨.) 기집애야아. 그만 울어.

현지 : 우리 언니, 맨날 울어어... 엉엉.


현지를 내려다 보는 복수의 마음이 슬프다.



46. # 백화점 (밤)


남성용 손수건 셋트를 집어드는 경.



47. # 꼬꼬닭 치킨 (밤)


치킨을 포장해 주는 유순. 탁자에 무심히 앉아있는 복수.


유순 : (포장을 내밀며 미소) 그 애 갖다 주려구? 여기 왔던 애?

복수 : (힘없이) 아니.

유순 : 그럼, 누구 갖다주게?

복수 : (유순을 바라보며) 아빠.

유순 : ...(말문이 막힌다. 돌아서서 주방으로 간다)

복수 : 아빠얘기 듣기 싫어?

유순 : 응.

복수 : 왜?

유순 : (퉁명스레) 무 한 봉지 더 넣어가. ...닭 튀긴 거 텁텁해서, 무 많이 먹어, 니 아빠.

복수 : (비아냥) 별 걱정을 다 하네. 갈라설땐 언제구...

유순 : (쏘아붙인다.) 갈라섰다구, 그 사람 입맛을 모르니? 아는 걸 어뜩해?

복수 : ...(나직이) 입맛을 알구, 버릇을 알구, 성격을 알구, ...그 세월... 참 대단한 거야, 엄마. 그지?

유순 : (고개를 돌린다.) 몰라.

복수 : 모르긴 뭘 몰라? 나두 아는걸... 갈게. (나간다.)

유순 : (뒷통수에 대고) 무 하나 더 넣으라니까?

         (복수가 나간 빈 곳에 서서 쓸쓸이) 니 애인이나 데리구 와. 닭도리탕 해 맥이게...



48. # 경의 정류장 (밤)


정류장 의자에 앉아있는 경. 무릎 위에 포장된 손수건 상자를 올려 놓고 앉아서 작은 미소를 짓는다.



49. # 미래의 집 - 옥상 (밤)


빨래를 걷는 미래. 빨래를 걷어 바구니에 담아 옥상 난간에 팔을 기댄다.

이 때, 미래의 눈이 똥그래진다.

복수가 길을 따라 올라온다. 손에는 꼬꼬닭 치킨을 들고...

미래의 뒷켠, 현관문을 빼꼼히 열고 미래를 지켜보는 현지.



50. # 미래의 집 - 대문 (밤)


대문 앞으로 걸어오는 복수. 대문 앞에 서서 잠시 움직이지 않는다.



51. # 복수의 회상 - 미래의 옛집 - 대문 (밤)

 

대문을 쾅쾅 두드리는 복수.

빼꼼히 마당문을 여는 미래. 의아한 눈빛으로 복수를 바라보는 미래.


복수 : (웃으며 건들댄다.) 놀랬지, 아가씨? 나, 기억나?

미래 : ...?

복수 : 아가씨 땜에 콩밥 잘 먹었잖아. ...고마워서 인사하러 왔는데?

미래 : (그제사 알겠다는 듯) 아아.

복수 : (불량스레 웃으며) 겁나지? 주소 어뜩케 알았게?

미래 : (씩 웃는다.) 아는 방법이 있겠지, 뭐. (손을 내민다.) 고생했다. 그래서, 정신 좀 차렸냐?

복수 : (당황한 표정으로 엉겁결에 악수를 한다.)

미래 : (손을 끌며) 들어와. 저녁이나 먹자. (지하문에 대고 소리친다.) 현지야. 상에 수저 하나 더 올려라.

         (복수의 뒷통수를 친다.) 너, 내 타입이다, 야.


웃고 있는 미래를 바라보는 복수의 황당한 표정.



52. # 미래의 집 - 옥상 (밤)


마주 선 복수와 미래.


미래 : (따스한 눈길로 복수를 본다.) 왔냐? 간만이다.

복수 : 응. (어둡게 치킨 봉투를 내민다.) 현지 줘.



53. # 경의 정류장 (밤)


경이 오락가락 시계를 본다. 한숨을 한 번 쉬곤 정류장 유리 벽면에 등을 선다.

불안한 듯, 바닥을 내려다 보는 경. 파이프를 문다.



54. # 미래의 집 - 옥상 (밤)


멍하니 서 있는 복수에게 다가오는 미래. 힘없는 미소를 짓는다.


미래 : 머리 좀 깍으라니까?



55. # 경의 정류장 (밤)


벽면의 기대선 경이 몸이 떼는데, 그녀의 머리칼 끝이 유리벽면에 붙어 늘어진다.

벽면에 붙여져 있던 껌이 경의 머리칼에 붙어 나온다.

경, 황당한 표정으로 자신의 머리칼을 매만진다. 그러다 들고 있던 손수건 박스를 떨어뜨린다.



56. # 미래의 집 - 옥상 (밤)


옥상 한 켠에 켜진 백열등. 그 아래에서 수건을 목에 두른 복수의 모습이 보인다.

미래가 복수의 머리를 잘라준다. 서로 아무 말도 없이...



57. # 경의 정류장 (밤)


머리 끝에 붙은 껌을 떼어내느라 울상인 경. 무릎 위에 손수건 박스는 흙이 묻어 더럽혀져 있다.

시계를 본다. 다시 머리끝의 껌을 떼어내려 애쓴다.

그러다 눈물이 난다. 훌쩍이며 연신 머리끝의 껌을 떼어낸다.



58. # 복수의 회상 - 경찰서 (낮)


엉엉 울어대며 정달의 뺨을 갈기곤 수갑찬 복수를 막아서며 울어대는 미래. (현재와 같은 헤어스타일)


미래 : (정달을 바라보며) 너 죽을 줄 알어? 얘, 데려가면 너 오늘 죽어, 나한테.

         (그리곤 돌아서서 복수의 얼굴을 감싼다.) 복수야. 복수야. 저 새끼, 내가 작살낸다.

         (복수의 얼굴을 감싸진 채 슬프게 울어댄다.) 복수야.



59. # 미래의 집 - 옥상 (밤)


눈을 감은 복수의 머리칼이 바람에 날린다.



60. # 24시간 미용실 (밤)


경의 머리칼이 잘리워진다.

슬픈 듯 거울을 보는 경의 모습.



61. # 복수의 집 - 옥상 (밤)


복수의 머리를 털어내는 미래. 수건을 푼다.


미래 : (쓸쓸한 표정) 다 됐다. ...(손거울을 내민다.) 이쁘지?

복수 : 응. 이뻐.

미래 : 잠깐만 기다려.


미래가 현관문을 열고 들어간다.



62. # 미용실 (밤)


머리를 자른 경의 헤어까운이 벗기워진다.

머리자른 경의 모습이 거울 속에 있다. 핸드폰이 울린다.


경 : (망설이듯 핸드폰을 받는다.) 네.

복수 : (E) 미안해요. 많이 기다렸죠?

경 : 네.

복수 : (E) 지금 어디 있어요?

경 : ...머리 잘랐어요.

복수 : (E) ...

경 : 복수씨는요?



63. # 미래의 집 - 옥상 (밤)


복수 : (핸드폰) 머리 잘랐어요. (한동안 말이 없다.) ...경이씨.



64. # 미용실 (밤)


경 : 네.

복수 : (E) ...우리... ...나중에 만나요.

경 : ...(당황한다.) 언제요?

복수 : (E) 나중에요.


얼어붙는 경.



65. # 미용실 밖 (밤)


미용실 유리창 안에 경이 굳은 듯 서 있다.

핸드폰을 든 채, 무표정한 마네킹처럼 유리창 안의 경의 모습LS.



66. # 미래의 집 - 옥상 (밤)


스폰지를 가져나오는 미래. 우울하게 앉아있는 복수의 얼굴을 스폰지로 털어준다.


미래 : (나직하게) 복수야.

복수 : 응.

미래 : 돌아온 거니?

복수 : 응.

미래 : ...

복수 : ...

미래 : 근데, 표정이 그게 뭐냐?

복수 : ...

미래 : 얼마나 지나면... ...그 표정 지워질까?

복수 : (미래를 본다.)

미래 : 몇 년만 지나면, ...그 표정 지워지지?

복수 : ...

미래 : ...대답해.

복수 : ...(눈길을 돌린다. 힘없이) 모르겠다.


쓸쓸한 복수의 눈빛과 슬픈 미래의 모습.

백열전등아래 복수와 미래의 슬픔이 부감으로 보여진다. 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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