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MBC대본

[네 멋대로 해라] 13

작성자수다쟁이|작성시간06.05.12|조회수306 목록 댓글 0

[네 멋대로 해라] 13











1. # 경찰서 유치장 (밤)


벽을 사이에 두고 나뉘어져 있는 복수와 전경. 서로 벽을 등진채 앉아 있다. 둘이 등을 맞대기라도 한 듯...

허한 표정의 복수는 한쪽 무릎을 세운채 뒷통수로 툭툭 벽을 치고 있고,

경은 두 무릎을 세운채 무심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이고 있다.

복수가, 등졌던 벽쪽으로 돌아 앉는다. 마치 바로 등 뒤의 경이 닿을 것처럼...

철창밖엔 앳되뵈는 의경이 서 있다.


복수 : (벽을 향해 조용히) 경이씨.

경 : ...

복수 : (다시 큰소리로) 경이씨. 곧 조서를 쓸 거예요.

의경 : (복수의 철창을 봉으로 툭툭 친다.) 조용히 하세요.

복수 : (큰소리로 또박또박) 절대루, 거짓말하지 말구, ..(의경이 철창을 두드린다.)

         아니, 내가 알아서 할테니까, 무조건 내 말대로만 해요. 알았어요?

의경 : (철창을 세게 치며 큰소리로) 아저씨.

복수 : (더 크게) 쪼그려 앉아있지 말구, 다리 펴구 있어요. 그러다 쥐나요.

의경 : (바짝 다가와서) 위에 알립니다. 자꾸 말썽피면...

복수 : (큰소리로) 미안합니다, 경이씨. ...미안해요.

의경 : (난감한 표정으로 담당경관에게 알리려 씩씩하게 경의 철창을 지나치는데...)

경 : ...(의경에게) 아저씨.

의경 : ...(경을 본다.)

경 : (조용히) 방금 말썽 피운 사람이요... 그 사람한테 이 말 좀 전해주세요.

의경 : ...

경 : ...(담담한 눈빛) 오늘 못 만날 줄 알았는데... 지금... 옆에 있어서 너무 좋다구요.

의경 : (물끄러미 경을 본다. 그리곤 복수에게 다가간다. 다정히) 들었습니까?

복수 : ...(담담히) 네.



2. # 호텔 커피숍 (밤)


PDA에 키보드 자판을 연결시킨채 작업을 하는 동진. 핸드폰이 울린다.


동진 : 네... 박경장님? (여전히 작업을 하며 전화를 받는다.) ...바쁘죠. ...외국가수 하나 내한해서 기자회견 했어요.

         대충써서 기사 송고하구... 네? ...재밌는 일이요?



3. # 미래의 집 - 거실 (밤)


물을 먹는 미래. 개수대에 컵을 가져가는데 그 옆에 생식 박스가 보인다.

물끄러미 생식박스를 보더니 쓰레기통 속으로 생식박스를 뒤집어 생식을 쏟아붓는다.

방에서 현지가 나온다.


현지 : (급히 다가서며 소리친다.) 왜 그래, 아깝게?

미래 : ...(단호하게) 생식보다 더 아까운 것두 버렸다. (그리곤 다른 통을 뒤집는다.)

현지 : 복순 복수구, 생식은 생식이지이.

미래 : (들은 척도 않고 마지막 박스를 집어드는데)

현지 : (빼앗아 저만치 도망간다.) 그건 내꺼야.

미래 : ...(생식을 안고 선 현지를 물끄러미 본다.) 그게 그렇게 아깝냐?

현지 : 응.

미래 : ...복수가 생식이면 좋겠다. 누가 뺏으면... 너처럼 갖구 튀게...


미래, 방으로 들어가려는데, 부술 듯 현관문을 쾅쾅 두드리는 소리.



4. # 미래의 집 - 옥상 (밤)


미래가 문을 벌컥 연다. 문 앞에 꼬붕이 상기된 표정으로 서 있다.


미래 : (꼬붕의 꿀밤을 때린다) 초인종 안 보이냐?

꼬붕 : (겁에 질린 눈빛으로) 누나.

미래 : 야밤에 니가 여길 왜 왔냐?

꼬붕 : 누나. (말을 못한다.)

미래 : ...(직감적으로 불안감을 느끼는 표정) 야.

꼬붕 : (여전히 불안한 듯) 누나.

미래 : (불안한 표정으로 꼬붕의 뺨을 툭 친다.) 말을 해, 이 놈아.

         ..(놀란 눈으로 꼬붕의 얼굴을 살핀다.) 복수니? 복수가 어뜩케 됐어? ...촬영장에서 사고 났어?

꼬붕 : 누나.

미래 : (머리통을 성깔 있게 치며 소리친다.) 맞기전에 입 열어, 이 바보야.

꼬붕 : ...(어둡게) 잡혀갔어.

미래 : (얼어붙는다.)

꼬붕 : ...

미래 : ...(한참을 입을 벌린채 서 있더니, 조심스레 속삭이듯.) 박 정달한테?

꼬붕 : ...응.

미래 : ...복수... 다시, 시작했어?

꼬붕 : ...그런게 아니라...

미래 : (정신이 나가서 다급하게) 가자. (슬리퍼 차림으로 계단을 향한다.)

꼬붕 : ...난 안돼.

미래 : ...너두야?

꼬붕 : ...

미래 : 알았다. 넌 여기 숨어있어. (가려다가) 근데, 야. ...어쩌다 복수만 잡혔어?

꼬붕 : ...

미래 : (꼬붕에게 다가온다.) 복수만 두구, 너만 토낀거야?

꼬붕 : ...

미래 : (꼬붕의 뺨을 힘껏 갈긴다.)

꼬붕 : ...(뺨을 쥔채 아무 말없이 어둡게 서 있다.)

미래 : 얍삽한 새끼.


미래가 부랴부랴 계단을 향해 뛰어간다.

꼬붕은 그렇게 뺨을 쥐고 어둡게 서 있다.



5. # 경찰서 면회실 (밤)


한 평 반 정도의 좁은 면회실. 유리벽 앞에 서서 한숨을 몰아쉬는 동진.

유리벽 너머 유치장 통로문을 열고 경관과 함께 유리벽 앞으로 오는 경.

수갑 찬 경, 말없이 조용히 서 있다.


동진 : ...(물끄러미 경을 본다. 경의 손에 채워진 수갑을 본다.)

경 : ...

동진 : ...(경을 보며) ...집엔... 연락 못하게 했다. 박경장한테...

경 : ...고맙습니다.

동진 : ...(할 말이 없는 듯 초조한 눈으로 침만 꼴깍 꼴깍 삼키며 경을 본다.)

경 : ...(고개를 숙인채 담담하게) 늦은 시간인데... 면회두 시켜주구. 정달이랑 무지하게 친한가 봐요? 한 기자님?

동진 : (못마땅한 듯) 말투두 닮아가니, 걔랑? 정달이가 뭐냐?

경 : ...

동진 : ...(나직하게) 이런 날이... 올 줄 알았다, 내가. (눈시울이 뜨겁다.)

경 : ...

동진 : ...(그저 말을 잃고 경을 본다. 슬픔이 커진다. 입술만 물고 섰다.)

경 : ...(담담하다. 무서울 정도로...)

동진 : (쏟아질듯한 눈물을 머금은채 어금니를 문다.) 그 개노므 새끼가 너한테 어뜩케 한 거냐?

경 : ...그 사람이 한 거 아니예요.

동진 : ...뭘?

경 : 지갑이요.

동진 : 그럼 누가 했는데?

경 : 내가요.

동진 : ...하. (한숨과 동시에 경에게서 등돌려 자신의 얼굴을 손으로 완전히 감싼다. 자신의 손 안에서 눈물이 흐른다.)

경 : ...(담담한 표정이지만 눈물방울이 자신의 손 위에 떨어진다.)

동진 : (손으로 눈물을 훑어내며 다시 등돌려 아련히 경을 본다. 낮을만큼 낮게) 지독하다, 너.

경 : ...

동진 : (허망한 눈빛으로) 그 말을... 내가 믿겠니?

경 : ...

동진 : (목이 맨다.) 이게 뭐냐? 짜증나게...


경은 강하다. 그리고... 평화롭다. 동진은 그런 경의 모습이 너무나 아프다.



6. # 강력계 복도 (밤)


복도를 걷는 정달에게 들러붙어 옷자락을 잡는 미래.


미래 : 박 경장님. 얘기 좀 해 봐요오. 자세하게.

정달 : (귀찮다는 듯이) 아, 거참. (미래의 손을 뿌리친다.)


이때, 복도 끝에서 동진이 걸어온다.

정달에게 집요하게 들러붙는 미래.


미래 : (다시 정달의 옷자락을 강하게 잡아챈다.) 복수가, 그랬다는게... 말이 안 돼, 아저씨.

         ...걔, 지그음. ..걔가... 지금 뭐하러 그래요?

정달 : 어쩌라구우?

미래 : (갑작스레 멱살을 잡으며) 복수 내 놔, 새끼야.

정달 : (미래를 거세게 밀어낸다.)

미래 : (바닥으로 쓰러진다. 그리곤 허탈한 듯 정달을 올려다본다.)

정달 : (미래를 내려다보며 매섭게) ...싸가지 없는 새끼들. ...어린 놈의 새끼들이...

         (몸을 돌리려다 멀찍이 선 동진을 바라본다. 미소) 만나봤어?

동진 : (미래에게 다가간다. 손을 내밀며) 괜찮아요?

미래 : (경계의 눈으로 동진을 올려다 본다.)

정달 : 한 동진. 냅두구 들어와. 웃기는 기집애야, 저거.

         (사무실로 들어가며 미래에게) 고 복수한테 채였다며, 너? ...그럼, 신경 꺼, 기집애야.

         (들어가려다 말고 의아한듯) 근데, 어뜩케 알았냐? 복수 여기 있는 거?

미래 : ...

정달 : (미소) 감이 온다. ...잘 있냐, 꼬붕이? 하얘져서 도망가드니, 고작 글루 갔냐?

미래 : (벌떡 일어서며 대뜸) 박 경장님.

정달 : 왜?

미래 : 꼬붕인 왜 잡을 생각을 안해요?

정달 : 꼬붕인 못봤어.

미래 : 도망가는 거 봤다면서요?

정달 : 도망가는 건 봤어, 지갑 만지는 건 못봤어. 내가 본 건... 고 복수야. (그리곤 들어간다.)

동진 : ...(물끄러미 내려다 보며) 고 복수, 알아요?

미래 : ...(물끄러미 동진을 본다. 벌떡 일어나며 원망어린 눈빛) ...그 기집애, 어딨어요? 그 빙신 같은 기집애 어딨어요?

동진 : (화가 나서) 빙신 같은 놈 땜에 유치장에 있어요.

미래 : (놀란 눈으로 동진을 본다.)



7. # 복수의 집 (새벽)


마당을 왔다갔다 하며 밖을 내다보는 중섭. 안절부절 못한다. 얼굴엔 근심이 한껏 묻어난다.


중섭 : 전화두 않구... 들어오기만 해, 이 녀석.

         (인상을 쓰며 툇마루에 앉는다. 그리곤 붕어밥을 준다. 그리곤 답답한 듯 얼굴을 힘껏 문지른다.) 아휴, 증말...

         (주방으로 가며 궁시렁 궁시렁) 밥상 차릴때까지 안들어 오면... 내쫓아 버린다, 내가.

         (바가지에 쌀을 담으며 다시) 아휴, 증말... (안정을 찾으려는 듯) 아니야.

         (개수대 물을 튼다. 쌀을 물에 담그며 다시 불안한듯) ...양복 입구 나갔나?


중섭, 부랴부랴 복수의 방으로 간다.

개수대의 물이 쌀바가지 위로 폭포수처럼 쏟아져 내린다.

그렇게 물이 한참 흐른 뒤, 중섭이 복수의 양복을 들고 나온다.


중섭 : (안도의 한숨. 물고기에게 양복을 들어 보이며 미소.) 복수 오빠, 괜찮어.

         (그리곤 물끄러미 양복을 바라보다가 비닐봉투에 담는다.) 버리자, 이거. (그리곤 마당구석에 휙 던져놓는다.)


개수대로 갈 생각도 않고 어항 옆에 앉는다. 아직도 불안하다. 담배를 피워 문다.

개수대의 물은 중섭의 무관심 속에 계속 흘러 넘친다.



8. # 취조실 (아침)


대질 심문중인 복수와 경.


정달 : (빤히 바라보며) 아가씨 혼자 했고, 이 사람은 모른다?

경 : 네.

정달 : 아가씨. ...집에 연락해야겠네, 그럼?

경 : ...(망설인다. 그러다 이내) 네. 하세요.

정달 : (피식 웃는다.) 가족이구 뭐구 없어? 얘 땜에?

경 : ...네.

정달 : 모른다며 이 남자.

경 : 몰라요.

정달 : (팩 소리친다.) 나랑 장난치냐, 지금?

         (복수를 보며) 둘이 일치하는 진술은, 서로 모르는 사이라는 거 뿐인데... 그거 거짓말인 건 내가 알고...

복수 : 경이씨.

경 : ...

복수 : 경이씨가 뭐라든... 이 사람은 어차피 나 잡아 넣어요.

경 : ...

복수 : 근데, 공범되면 형량이 더 무거워져요. 깜방에 더 오래 있어야 돼요. 나, 그러기 싫거든요?

경 : ...

복수 : 알았죠?

경 : 네.

복수 : ...(정달에게) 이제, 제대로 됐어요.

정달 : 니 진술대로지, 그럼?

복수 : 네.

정달 : 니가 훔쳐서, 경찰이 오는 바람에, 이 아가씨 가방에 넣었다?

복수 : 네.

경 : (다시 우긴다.) 내가 훔쳤어요.

정달 : 이 아가씨, 참.

복수 : (망연히 경을 바라보다가 정달에게) 박경장님. 담배 한 대만...

정달 : (담배를 복수의 입에 넣곤 불을 붙인다.) 담배 배웠냐?

복수 : (불붙인 담배를 경에게 건낸다.) 이거 피구, 정신 차려요. ...지금 제 정신이 아니예요, 경이씨.

경 : ...담배... 끊었어요.


망연히 경을 보는 복수.



9. # 경의 집 - 식탁 (아침)


밥상에 둘러 앉은 낙관과 가족.


낙관 : 경이 외박했냐?

미선 : ...아니요.

낙관 : (미선을 노려보며) 얘가 누굴 속여? 너, 그런 식으로 종종 나 속였냐?

미선 : 아니예요, 아버님.

강 : 안들어 왔어?

미선 : 네.

낙관 : (미선을 보며 매섭게) 조심해, 너. ...경이 더러두 조심하라 그래.

인옥 : 밤새 작업했나부죠. 별 일두 아닌걸..

낙관 : (사납게 노려보며) 당신도 조심하구... 오늘, 기분 드러워. (일어선다.)



10. # 미래의 집 - 옥상 (아침)


옥상 한 켠에 쪼그리고 앉아있는 꼬붕.

미래가 올라온다.


꼬붕 : 누나. (부시시 일어선다.) 어뜩케 됐어?

미래 : (꼬붕을 바라본다.) 들어가 있지, 왜 나와 있냐?

꼬붕 : ...

미래 : ...꼬붕아.

꼬붕 : 응.

미래 : ...복수가 너 땜에, 덤탱이 쓴거지?

꼬붕 : ...

미래 : 그래두... 착하다. 복수 잡혀갔다구, 바루 달려와서 알리구...

꼬붕 : (눈물) 미안해, 누나.

미래 : (냉정하게) 자수해. 신고하기 전에...

꼬붕 : ...싫어. 무서워. (눈물)

미래 : ...(연민어린 눈으로 꼬붕을 바라본다.) 들어가서 밥이나 먹자.



11. # 강력계 사무실 (아침)


동진이 기다리고 선 정달의 책상 앞.

정달의 손에 이끌려 나오는 경. 동진에게 경을 맡긴다.


정달 : 이 아가씨, 설득하느라 피똥쌌다. ...얼른 데려가.


동진이 경의 손을 잡고 밖으로 나가려 할 때, 취조실에서 나오는 복수.

걸어가는 복수와 경의 눈이 마주친다.

경, 복수를 향해 뛰어간다. 제지하는 사람들을 아랑곳 않고 복수의 다리를 잡고 엉엉운다.

구슬프게 울어대는 경을 안타까이 바라보는 복수와 동진.


복수 : (눈가에 맴도는 눈물) 바지 벗겨져요, 경이씨.


엉엉 소리내서 우는 경.



12. # 경찰서 앞 (낮)


동진과 함께 밖으로 힘없이 나온 경. 멍청히 서 있다가 한 쪽 구석에 쪼그려 앉는다.


동진 : ...

경 : 한 기자님.

동진 : 응.

경 : 담배 한 대만 주세요.

동진 : (담배를 꺼내 경에게 준다. 그리곤 라이터를 켠다.)

경 : (오랜만에 피워보는 담배. 담배를 본다.) 오랜만이다, 담배야.

동진 : ...

경 : ...(깊이 담배를 핀다.) 나, 저 사람 없으면... 죽을 때까지 이렇게 담배만 펴야지.

      죽을 때까지 아무것두 안하구, 밥두 안 먹구, 세수두 안하구, 음악두 안하구, 이렇게 담배만 펴야지.

      ...여기 앉아서, 계속 담배만 펴야지. (또 다시 눈물이 맴돈다.)

동진 : ...너, ...왜 이렇게 됐냐?

경 : 한 기자님. (글썽이는 눈으로)

동진 : ...

경 : (동진을 바라본다.) 도와주세요.

동진 : 어뜩케?

경 : (눈물을 흘리며) 모르겠어요. 알아서 도와주세요.



13. # 미래의 집 - 거실 (아침)


식탁에 앉아 힘없이 아침을 먹는 꼬붕.

안타까운 듯 꼬붕을 바라보는 미래.


미래 : (따스하게) 집에두 안 들어갔었어?

꼬붕 : 빚쟁이땜에...

미래 : 뭐하다 빚을 졌냐?

꼬붕 : ...경마하다가...

현지 : (교복을 입고 학교갈 채비를 하고 나온다.) 치사한 놈. 복수만 두구 저만 도망오냐?

미래 : 넌, 학교나 가.

꼬붕 : (수저를 내려 놓는다.)

현지 : (물컵에 물을 따라준다.) 냉수먹구 속 좀 차려라, 좀.


이 때, 초인종... 미래가 받는다.


미래 : (어둡게) 네. ...밥 다 먹었어요. (인터폰을 내린다.) 현지야. 문 열어 줘.


현지가 문을 열면 사복경찰 두명이 집안으로 들어선다.

그 경찰 중 한 명은 꼬붕의 소매치기를 목격했던, 복수의 손을 등돌려 잡았던 형사다.

벌떡 일어서는 꼬붕. 미래의 방으로 튀어간다.

그러나 형사들이 빠른 몸놀림으로 꼬붕을 바닥에 엎어 쓰러뜨리고 수갑을 채운다.

놀라서 꼬붕을 바라보는 현지. 이내 미래를 바라본다.

담담하게 꼬붕을 외면한 채 서 있는 미래.


꼬붕 : (형사의 손에 이끌려 가며 운다.) 미래누나. ...미래누나.


집밖으로 끌려가는 꼬붕.

현지 멍하니 서서 끌려가는 꼬붕을 바라본다. 그러다가 미래를 바라본다.


현지 : (믿을 수 없다는 듯) 언니가... 신고했어?

미래 : 응. (식탁으로 가서 식탁을 치우기 시작한다.)

현지 : (어이없는 눈으로 놀라서) 어뜩케 그래?

미래 : (눈시울이 젖는다.) 쟤가 들어가야, ...복수가 나오지.

현지 : (화를 낸다.) 그럼 밥은 뭐하러 차려주냐?

미래 : (운다.) 아침은 먹여 보내야지, 기집애야. ...밤새, 얼마나 힘들었겠냐, 꼬붕이?


얼굴을 가린채, 흐느끼는 미래.

눈물을 흘리는 미래를 바라보는 현지의 눈도 젖는다.



14. # 경찰서 강력계 (낮)


양복봉투를 싸들고 정달 앞으로 달려오는 중섭.

정달, 중섭을 보며 씩 웃는다.


중섭 : (다급하게 양복을 꺼내보이며) 박 형사님. 이거봐. 걔가 도둑질을 할거면 이걸 입구 나갔지.

         ...(미소지으며) 아니야. 걔. 오해야.

정달 : ...(미소) 복수 아버지.

중섭 : 예.

정달 : (비아냥) 내가 뭐래요? 나한테 무릎꿇을 날 있다 그랬죠?

중섭 : (물끄러미 정달을 바라보다 두 손으로 싹싹 빌기 시작한다.) 박 형사님. 우리 복수, ...구해줘요.

         (문득 생각난 듯 무릎도 꿇는다. 그리고 손바닥으로 빈다. 비굴함도 없다.) 내가 시키는 거 다 할게.

         박 형사님이 하라면 뭐든 할게. (손바닥으로 빈다.) 응?

정달 : (어둡게) 내 손가락 붙여놔요.

중섭 : (정달을 본다.)

정달 : (진중하다) 나두, 복수 부친 처럼 아들 놈 하나 있는데,

         나 손 이렇게 되구 나서, 그 어린 놈이 내 근처엔 얼씬두 안했던 거 알아요? ...무섭다구...

중섭 : 사고루 그런 거지. 복수가 그런 건 아니잖아요, 형사님.

정달 : (어금니를 문다.) 복수 아니였으면 사고가 안났지. 댁한텐 사고지만... 나한텐 ...상처야.

         ...그래서 내 아들 대신, 복수끼구 살구 싶어. (일어서며) 면회나 하구 가셔.

중섭 : ...(일어서며) 증말, 우리 복수가 도둑질 한 겁니까? 아니죠?

정달 : 심증은 아니구, 물증은 기요. (나간다.)



15. # 취조실 (낮)


꼬붕이 겁에 질려 앉아있다. 꼬붕의 맞은 편엔 꼬붕을 연행한 형사가 앉아있다.

정달이 들어온다.


정달 : (꼬붕의 머리를 어루만지며) 참. 복수, 너 땜에 고생한다.



16. # 면회실 (낮)


유리벽을 사이에 두고 마주 선 중섭과 복수.

안타까이 복수를 바라보는 중섭은 계속 유리벽을 훑어 내린다.


복수 : (유리벽에 얼굴을 바짝 붙이고 명랑하게) 얼굴 좀 그만 만져어. ...닳어. 아빠.

         ...쫌만 쉬다 올게. 거기서 책두 많이 보구...

중섭 : (소리친다.) 싫어. 그래서, 걔랑 놀지 말랬잖아, 임마.

복수 : 왜 자꾸 꼬붕이 갖구 그래에?

중섭 : (사정조로) 사실대루 말해, 복수야. 그 놈이 그랬지? 응?

복수 : 아니라니까.

중섭 : (화가나서) 나야, 꼬붕이야? 나 죽이구 싶으면, 니 맘대루 해. 너, 깜빵가면 ...난 그 날루 목맨다. ...복수야. 응?

복수 : (담담하게) 아빠. 나, 빵에서 3년, 아니 2년 안에는 나올껀데... 나와서 아빠 없으면, 나두 목매.

         내 남은 인생... 2년보다 훨씬 긴데... 한 60년은 남았겠다, 내 인생.

         ...근데, 고작 2년 땜에 아빠 죽구, 나 죽일거면, ...맘대루 해.

중섭 : (애원한다.) 꼬붕이라구 불어.

복수 : ...꼬붕이... 내 동생이니까, 아빠 자식이야. 같은 자식한테, 자꾸 그럼 어뜩해, 아빠.

중섭 : (운다.) 이 미친놈아.

복수 : ...아빠가 나한테 항상 미안한 거처럼... 나두 꼬붕이 보면, 항상 미안해. ...나 때문이거든, 꼬붕이.


눈물짓는 중섭과 복수.

복수는 유리벽에 이마를 맞대며 울고있는 중섭의 눈가와 볼을 닦아주듯 유리벽을 정성껏 닦아 내린다.



17. # 밴드 연습실 (낮)


짐을 싸둔채 망연히 서 있는 밴드들. 정국은 화가 나 있고 기홍과 별리는 초조하다.


정국 : 경이 얘 뭐야?

기홍 : 키보드두 없어.

정국 : ...전화 안돼?

기홍 : 안 받어.

정국 : (소리를 팩 지른다.) 공연하는 거 몰라, 얘? 얘 갈수록 왜 이러냐?

별리 : ...(어른스레) 아, 소리 좀 지르지 마. ...살다보면, 엉키는 때가 있지, 뭐.

         (기타를 매고 나가며) 키보드 없이 가자, 오늘은... (나간다.)

정국 : ...경이, 때려치라 그래. (나간다.)

기홍 : 아이고. (나간다.)



18. # 경찰서 앞 (해질녘)


여전히 쪼그려 앉아 있는 경. 빈 담배갑을 구긴다. 라이터불만 켰다, 껐다한다.



19. # 경찰서 복도 일각 (해질녘)


심각한 표정의 동진이 정달 앞에 서 있다. 정달, 황당한 표정으로 동진을 본다.


정달 : 지금 협박하냐, 한 동진?

동진 : (정말 순진한 표정으로) 아니요. 물어보는 거예요. 꼬붕이라구 하든데. 내가 여기서 계속 지키구 있었거든요.

         근데, 취조실루 꼬붕이란 사람 데려간 형사분이, 핸드백에서 지갑 훔친게, 그 꼬붕이 맞다 그러든데?

         그 형사분하구두 안면 있거든요. 나 수습때 알던 사이라...

정달 : 그래서?

동진 : 그럼, 고 복수 아닌데, 왜 안 풀어줘요?

정달 : 지가 했다잖아. 공범일 수두 있구...

동진 : 자백만으로 증거가 되나? 정황상, 공범이 손에 지갑을 들구, 그냥 그렇게 서 있나? 그랬다든데요? 그 형사 얘기룬?

정달 : 왜 이러냐, 한 동진? 너랑 나 사이에?

동진 : 그냥, 기자정신이 발동을 하네? 사회부 버릇이 있어서?

정달 : ...야.

동진 : 형님. 형사랑 기자랑은 참 비슷해요? 신경 건드린 놈, 덤탱이 씌우는 거. 그래서 내가 형 기분을 참 잘 알죠.

         ...근데, 어뜩해요? 기자정신 발동하네? 사회부에 제보할까 해요?

정달 : ...믿을 놈 없네. 그렇게 귀여워 해 줬는데...

동진 : 난, 형님이 나쁜 사람이라곤 생각하지 않아요. 그치만... 나쁜짓을 할 수는 있다구 봐요. 그깟 복수심 때문에...

         인간이 원래 그렇죠, 뭐.



20. # 유치장 (밤)


유치장 문이 열리고 복수가 나온다.

복수, 철창들을 지나치며 두리번 댄다. 한 켠 철창안에 꼬붕이 앉아있다.

복수, 철창에 매달린다. 의경이 제지하지만 아랑곳 않는다.


복수 : (눈물이 맴돈다.) 꼬붕아.

꼬붕 : (고개를 들어 복수를 본다.)

복수 : 꼬붕아.

꼬붕 : (복수에게 달려온다.)

복수 : 꼬붕아. (손을 뻗어 꼬붕의 얼굴을 만진다.)

꼬붕 : 형. 미안해.

복수 : 꼬붕아. (의경 둘의 제지로 철창에서 떨어진다.)


복수와 꼬붕이 닿는 마지막 손끝.



21. # 경찰서 앞 (밤)


복수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나오는 중섭.

복수도 가만히 서서 중섭의 얼굴을 쓰다듬는다.


복수 : (슬픈 듯) 그렇게 좋아?

중섭 : (고개만 끄덕인다.)

복수 : 가자.


슬픈 표정으로 중섭의 손을 잡고 걸어가는 복수.

멀찍이서 복수를 바라보는 경. 그 옆에 선 동진.


경 : ...(눈물어린 눈으로 동진을 바라본다.) 한 기자님.

      (동진의 손을 잡고 꾸벅 인사를 한다. 그리곤 고개를 숙인채) 뭐라구... 어뜩케... 너무너무...

동진 : (경을 보며 어둡게) 가자. 간만에 내 차나 태워보자, 너.



22. # 택시안 (밤)


여전히 복수의 얼굴을 어루만지는 중섭.


중섭 : (눈물고인 눈으로 웃고 있다.) 복수야. 복수야. 잘 됐다. 응?

복수 : 아빠. ...나두 깜빵 가기 싫었어. 아빠두구... 무서웠어, 나두... 근데, 나... 미칠거 같애. 어뜩하지?

중섭 : 복수야. 아빠가 널 기다리자면, 3년은 걸려. 넌 전과자니까... 근데, 니가 꼬붕이를 기다리자면 1년 반이면 돼.

         내가 3년을 미치지 않구 참았을 것 처럼, 니가 내 대신, 1년 반을 미치지 않구 참아주면 돼.

         참어, 아빠가 그런 거처럼. ...아파하면서, 참어. ...이제부턴 그게, 니 일이야.



23. # 거리를 달리는 택시 INS (밤)


슬픈 복수의 모습이 차창으로 보이고 차창엔 도시의 불빛이 얼룩진다. F.O.



24. # 경찰서 유치장 (아침)


꼬붕이 자고 있다. 정달이 꼬붕을 깨운다.


꼬붕 : (벌떡 일어난다.) 박 경장님.

정달 : 야. 난 너 전과자 만들긴 싫다. ...별 하나 달때마다, 더 싸가지가 없어지거든.



25. # 경의 집 - 거실 (아침)


가방을 매고 거실을 나서는 경. 살금살금 현관으로 간다.

미선이 주방에서 나온다.


미선 : 아가씨.

경 : (조용하라는 듯 손가락으로 입술에 세운다.)


이때, 안방문이 벌컥 열리며 나오는 낙관.

낙관, 경을 향해 삿대질을 하며 달려든다.


낙관 : (소리친다.) 경이 너. 외박하지 말라 그랬지, 이 새끼야?

경 : (낙관의 품에 풀썩 안긴다.)

낙관 : (어이없이 경을 본다.)

미선 : (놀라서 입을 가린다.)

경 : (낙관의 품 안에서 미소짓는다.) 아빠. ...좀 괴로운 일이 있었어요. ...이해해 주세요.

      ...저... 이쁘잖아요, 아빠. 엄마 닮아서...


경이 낙관의 품에서 빠져 나오며 낙관을 본다. 낙관이 얼이 빠져서 경을 본다.


낙관 : (인상을 쓰며) 너, 그지같은 놈 흉내내냐?

경 : 다녀오겠습니다.


도망치듯 뛰어 나가는 경.

낙관, 어이없는 표정으로 서 있다.

미선, 눈이 똥그래져서 낙관을 쳐다본다.


낙관 : 뭘 봐?

미선 : ...아버님.

낙관 : 왜?

미선 : ...(어렵게) 남대문 열렸는데?

낙관 : (당황한 듯) 에이 씨. (신경질을 내며 안방으로 부랴부랴 뛰어 들어간다.)

미선 : ...(벙찐 표정으로 혼잣말) 귀엽다, 아버님?



26. # 경의 버스정류장 (아침)


바삐 달려오는 경.


경 : 오우, 무서워 죽는 줄 알았네. 히히. (고개를 돌리면 복수가 서 있다. 놀란다.)

복수 : (미소) 아침 먹었어요?


경, 눈물 어린 눈으로 와락 복수의 품에 안긴다. 복수도 살며시 경을 안는다.


복수 : 다신 고생시키지 않을께요.

경 : 네. ...우리, 고생하지 말아요. 둘 다...

복수 : 네.


오가는 사람틈에서 얌전히 안고 선 두 사람.



27. # 치어 연습실 (낮)


치어리더들이 안무를 계발중이다. (치어짱의 안무지도가 나왔으면...)

치어짱의 구호에 맞춰, 안무를 하지만, 잘 안되는 치어리더에게 미래가 개인적으로 지도를 하기도 한다.


미래 : (시범을 보이며) 이게 왜 안되냐? 나이두 어린게 왜 그렇게 뻣뻣하냐?


이 때, 문을 열고 들어오는 경이 인사를 꾸벅한다.

미래, 경을 바라본다. 수박을 한 통 사들고 와서 탁자 위에 올려 놓고 나간다.

치어리더들, 어이없는 표정으로 경을 본다.

미래, 경의 뒤를 따라 달려간다.



28. # 치어 연습실 앞 (낮)


미래가 경을 따라 나온다.


미래 : 야.

경 : ...네.

미래 : 저건 왜 사 갖구 왔냐?

경 : ...오다가, 싸게 두 통을 팔길래, 한 통은 우리 먹구, 한 통은 언니네 먹으면 좋을 거 같애서...

미래 : 두통을 들고 온거야, 그럼?

경 : 네.

미래 : 힘쎄서 좋겠다.

경 : 힘은 좀 써요.

미래 : 야, 일루와 봐.

경 : (겁먹은 표정으로 다가온다.)

미래 : (경의 손을 덥썩 잡는다. 애틋하게) 애썼다.

경 : ...별루 안 무거웠어요, 수박.

미래 : 수박 말구... 복수 옆에서, 애썼잖아, 너. ...곱게 자란 년이...

경 : ...그렇지두 않아요, 언니.

미래 : 근데... 난 화가 난다?

경 : ...

미래 : 넌 참 곱게 복수를 도왔는데... 난, 아주 드럽게 복수 도와야 했거든? 복수가 알면... 증말 정 떨어졌을껄?

경 : ...한 기자님한테 들었어요. 언니 아니었으면... 아마...

미래 : ...(눈물 어린다.) 사람들은 태어날 때부터 고운 쪽이랑, 드런 쪽이랑 나눠져 있나 부다.

경 : ...

미래 : 난, 늘, 드런 쪽에서 살아야 되는 년인가부다.

경 : ...언니.

미래 : (눈물이 흐른다.) 그게, 참... 눈물 나. 왜 이렇게 태어났냐, 난?

경 : (눈물) 언니. ...언니가 왜 드러워요오? 난, 지금... 언니 닮아가는데...

미래 : ...미친년.



29. # 영화촬영장 (낮)


건물 꼭대기(혹은 크레인 혹은 컨테이너)에서 총을 든 배우 두명이 빵빵 총을 쏜다.

그리곤 쫓기던 한 명이 다른 건물 옥상을 향해 돌진한다. 건물과 건물 사이는 꽤 먼 거리다.

(컨테이너와 컨테이너, 크레인과 컨테이너 등으로 알맞게 변형 가능)


감독 : 컷.


배우들이 한 켠에 앉아있던 양찬석과 복수에게 다가간다.

입고 있던 의상을 양찬석과 복수에게 벗어 건낸다. 쟈켓뿐만 아니라, 티셔츠, 바지까지...

의상을 갈아입는 둘.


복수 : 의상이 달랑 이거 하나래요?

양찬석 : 현장 콘티라 그래. 원래 없던 씬이야, 이거.

의상 : (혀짧은 귀여운 말투다.) 엔지 내지 마세영. 의상 이거 하나에여.

양찬석 : (따라한다.) 알았어영.

의상 : (눈을 흘기며) 따라하지 마세영. (그리곤 간다.)

양찬석 : 쟤, 귀엽지 않냐?

복수 : 혀가 너무 짧어. (따라한다.) 엔지 내지 마세영.

양찬석 : 그르니까 귀엽지. 난 혀 짧은 애가 좋드라.

복수 : 감독님은 철이 없어서 그래.

양찬석 : 쟤 한 번 꼬셔볼까?

복수 : 안되겠는데? (그리곤 눈짓을 한다.)


멀찍이 우찬석이 귀여운 의상과 시시덕댄다.


우찬석 : 오빠, 의사였어.

의상 : 엥. 그짓말.

우찬석 : 진짜야. 오빠가 수술실 구경시켜 주까?

의상 : 엥. 수술실 구경해서 뭐해여어. 무섭게...


우찬석을 바라보는 양찬석. 질투어린 인상을 쓴다.


양찬석 : 저 놈 꼭 사기꾼같이 구냐아? 의사를 팔구 다니냐아?

복수 : (둘을 번갈아 보며 한심한듯) 이름두 같구, 취향두 같구...



30. # 영화촬영장 - 시간 경과 (낮)


건물옥상. 복수가 양찬석을 향해 총을 쏘고, 양찬석이 복수에게 쫓기며 건물을 피해 다닌다.

복수가 양찬석과의 거리를 좁히자, 양찬석이 다른 건물을 향해 돌진한다. (전씬 배우들의 액션과 같다.)

그리곤 건물과 건물 사이를 뛰어 나는 양찬석.

양찬석이 힘차게 건너 뛴 옥상 모서리. 양찬석의 어깨와 가슴이 모서리에 튕겨져 나간다.

복수의 눈빛이 흔들린다.

총을 든 양찬석의 한 손은 힘없이 밑으로 향해 있고, 한 손으로 건물의 모서리를 잡고 있다.

복수, 잠시 망설이는데, 양찬석은 부상당해 쳐진 한 손으로 복수를 향해 총을 쏜다.

복수의 가슴에서 터지는 화약.

복수는 총을 맞고 쓰러져 죽는 와중에도 양찬석을 향해 총을 쏘지만 총알은 양찬석을 빗겨나 건물로 튕겨나가고,

복수는 그 자리에서 죽음을 맞는다.

한손으로 건물을 잡고 있는 양찬석의 얼굴은 땀으로 흥건하다. 떨리는 양찬석의 손.


감독 : 컷.


양찬석, 건물을 잡았던 한 손을 힘없이 내린다. 바닥 매트리스로 떨어지는 양찬석.

복수가 벌떡 일어나 매트리트 위의 양찬석을 부감으로 본다.

양찬석은 숨을 몰아쉬며 한 손으로 가슴을 쥐고 있다. 양찬석을 향해 모여드는 스탭들.


복수 : (떨리는 음성으로) 양 감독님.



31. # 촬영장 일각 (낮)


이동 침대에 눕혀진 양찬석.

의상이 미안한 표정으로 양찬석 옆에 서 있고, 스턴트맨들이 조심 조심 옷을 벗긴다.

복수도 그 옆에서 의상을 벗고 있다.

우찬석이 티셔츠를 벗길 때, 고통에 겨운 양찬석의 표정.


우찬석 : 뼈 부러진 거 같애. 어깨랑 갈비뼈랑...

의상 : 미안해여, 양 감독님. 의상이 이거 하나라서...

양찬석 : 아유, 괜찮아여. (그러나 탈골된 팔쪽을 벗기울 때 거의 죽음이다.)

복수 : (자신의 옷을 의상에게 건내며 걱정스레 양찬석을 본다.) 많이 아파요?

양찬석 : (소리친다.) 그럼 안 아프냐?

의상 : 미안해여.

양찬석 : 괜찮아여.

복수 : 여자한테만 친절하냐?

양찬석 : (소리친다.) 말 시키지 마.


옷이 벗기워진 양찬석의 몸에 얇은 옷가지 하나만 덮인다. 앰블런스로 실리는 양찬석의 젖은 땀.


양찬석 : 복수, 쟤 말려. 쟤 저두 이거 한다 그러면 못하게 해, 찬석아.

우찬석 : 알았어어.


앰블런스에 실려가는 양찬석의 모습을 바라보는 복수의 눈에 애절함이 있다.

우찬석이 웃통을 벗고 있는 복수를 바라본다. 복수의 몸에 총탄자국처럼 발갛게 멍이 들어있다.


우찬석 : 안 아퍼? 멍 들었다, 야.

복수 : 아프지이. 을마나 아픈데... 근데... 어뜩케 아프다 그러냐? 양감독 저 정돈데... 참... 대단들 하다. 이 사람들...

우찬석 : 꼬붕인 어뜩케 되는 거냐?

복수 : (신경질) 아, 그 얘긴 왜 꺼내, 갑자기? 아, 속상해.



32. # 경찰서 - 면회실 (낮)


면회실 안에서 초조하게 기다리는 복수.

수갑 묶인 꼬붕이 나온다. 복수, 바짝 다가간다.


복수 : (눈물이 글썽인다.) 꼬붕아.

꼬붕 : 형.

복수 : 꼬붕아.

꼬붕 : 형.

복수 : 꼬붕아.

꼬붕 : (운다.) 엉엉엉.

복수 : 형아 밉지?

꼬붕 : 아니야아.

복수 : 잠 좀 잤어?

꼬붕 : 응.

복수 : 밥두 먹었어?

꼬붕 : 응.

복수 : 왜 걸렸어, 빙신아아.

꼬붕 : ...걸리구 나니까, 괜찮아. ...빚쟁이두 따돌리구...

복수 : 형한테 말을 하지.

꼬붕 : 떼돈 버냐, 형이? ...하필이면, 형이 덤탱일 쓰냐? 두 개 다...

복수 : 꼬붕아.

꼬붕 : 응.

복수 : 형이이, 너 기다렸다가 호강시켜줄게. ...거기서 나쁜 거 배우지 말구, 책 많이 읽어. 아무 책이나 달라 그래서, 많이 읽어.

         책 읽는 사람들은 도둑질 안해. 책 읽는 사람들은 책 보느라, ...남의 지갑 볼 새가 없거든.

         지하철에서 그런 사람들 많이 봤잖아. 알았지?

꼬붕 : 응.

복수 : 미안.

꼬붕 : 그르지 마아. ...잘해서 빨랑 나올게.

복수 : 그래. 형아가 기다릴게, 꼬붕아.


꼬붕이 안으로 들어가자, 복수는 눈물을 터뜨린다. 소리내어 울어대는 복수.



33. # 경찰서 밖 (낮)


경찰서를 나서는 복수. 이때, 도시락을 싸들고 오는 미래와 마주친다.

흔들리는 눈빛으로 서로를 바라보는 둘.


복수 : 미래야.

미래 : 응.

복수 : 사식 넣어 주려구?

미래 : 응.

복수 : ...넣구 와. 기다릴께.



34. # 미래의 집 앞 (해질녘)


아무 말도 없이 걸어가는 복수와 미래.

집 앞까지 미래를 바래다 주는 복수.


미래 : 가라, 인제.

복수 : 응. ...아픈덴 없지?

미래 : 아픈데가 없겠냐?

복수 : ...아프면 안되는데...

미래 : 복수야.

복수 : 응.

미래 : 나두 어뜩케든, 너 떠나구 싶거든?

복수 : ...

미래 : 근데, ...아직 방법을 못 찾았네?

복수 : ...

미래 :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너더러 다시 돌아오라는게 아니라... 내가 아직은... 너한테서 못 떠났어. 그냥... 그거 알아 둬.

         ...니가 그거 모르면... 너 혼자만 신날 거 아니냐. ...그럼, 내가 돌지.

         ...너 혼자만 너무 신나서 돌아 다니지 마라. ...나한테 벌 받아.

복수 : ...알았다, 미래야.

미래 : 가.

복수 : 올라가.

미래 : 가.


복수, 뒤돌아 간다. 미래는 그렇게 서 있다.

복수는 가다 서다를 반복하며 자꾸만 힐끔댄다. 냉정히 갈 수가 없다, 오늘만은...

자꾸만 뒤를 돌아보는 복수.


미래 : (혼잣말) 그래. 잘한다. 그렇게 해. ...그렇게 해줘, 나한테... 언뜻 언뜻 ...뒤돌아 봐줘, 복수야.


이미 멀어진 복수와 미래. 그러나 그렇게 멀리 마주 서서 꼼짝하지 않는 둘. F.O.



35. # 경의 집 - 거실 (아침)


강이 방에서 나온다. 거실에 앉아있는 인옥.


인옥 : (일어선다.) 오늘은 늦네?

강 : 어제 지방 갔다 왔잖아요. 늦잠 잤어요. 아버진 나가셨어요?

인옥 : 응. 미선인 교회가구...

강 : ...다녀올께요.

인옥 : 강아.

강 : ...또 무슨 말씀 하시려구요?

인옥 : 김 무영 교수, 곧 춘천 내려간대.

강 : 그래서요?

인옥 : ...아버지잖아. 만나 봐.

강 : (인상을 쓴다.) 어머니. 어머닌... 나한테, 그 사람이 아버지란 말을, 어뜩케 그렇게 쉽게 하세요?

      어뜩케 그렇게 쉽게 하셨어요? 나... 그때, 열 다섯이었어요. ...어머니 말 한마디 땜에... 나는 여태껏...

      아버지란 말 할 때마다, 두 아버지 얼굴이 겹쳐 보여요. ...나한테 얘기 안 할 수두 있었잖아요. ...얘기하지 말았어야죠.

인옥 : 니가 이렇게 전낙관씨 붕어빵 되는 게 싫었어. ..니가... 철이 들면, 니 진짜 아버지 찾아갔으면 했어.

         이 집에서 나갔으면 했어. ...그 사람 닮았으면 했어.

강 : 어머니. 어머니 맘대루, 사람 하나가 만들어지나요? 어머니가 원하는 사람이 있으면, 어머니가 글루 가세요.

      날 그 사람으로 만들지 말구요. 참, 어리석은 여자예요, 어머닌... (몸을 돌리다 문득 계단을 본다.)


경이 서 있다.

놀라서 경을 바라보는 인옥.


인옥 : 경아.

강 : (뚫어지라 경을 본다.) 잘 됐네. 알건 알아야지. 니 아버지가 내 아버지가 아니란다. (그리곤 나간다.)

경 : ...

인옥 : 경아.

경 : ...

인옥 : ...

경 : 난... 내가 제일 힘들게 산 줄 알았는데... 오빠, 참 힘들었구나.

인옥 : (고개숙인다.)

경 : (연민어린 표정으로) 엄마. 참 여럿 힘들게 한다. 엄마, 우리집 문제아네.

      차라리 내가 아빠 딸이 아닌게 낫다. ...그게 어울리는데, 더... (방으로 오른다.)


풀썩 소파에 앉는 인옥.



36. # 야구장 (낮)


치어리더들의 치어.

미래가 계속 인상을 쓰며 관객석을 바라본다. 강이 팔짱 낀채 똥폼잡고 앉아있다.

무지하게 신경 쓰인다. 치어를 끝내고 자리에 와 앉는 미래.

강이 미래의 등뒤에 앉아서 미래의 등을 쿡 찌른다.


미래 : (인상을 쓰며) 아저씨. 야구장 왔으면 야구나 봐.

강 : 언제 끝나냐?

미래 : 안 끝나. (다시 앞을 본다.)

강 : (다시 미래의 등을 쿡 찌른다)

미래 : (돌아본다.)

강 : 저 타자 이름이 뭐냐?

미래 : 몰라.

강 : 니네 팀인데 왜 모르냐?

미래 : (벌떡 일어선다.) 아, 진짜.

강 : 앉어. 안 보여.

미래 : (앉는다.)

강 : (다시 등을 쿡 찌른다.)

미래 : (돌아보며) 야.

강 : 언제 끝나냐?

미래 : 몰라아.

강 : 돈 줄게. 나랑 놀자.

미래 : ...(등돌리며) 아우, 지겨워.



37. # 액션스쿨 (낮)


배우에게 액션 지도를 하는 복수. 간단한 동작만 지도를 한다.


우찬석 : 고복수. 손님 왔다.



38. # 액션스쿨 앞 (낮)


복수가 뛰어 나온다.


동진 : 야.

복수 : (동진을 본다. 미소) 어? 웬일이지?

동진 : ...근처 왔다가 일부러 들렀다.

복수 : (손을 내밀며) 고맙네. 신경써줘서...

동진 : (복수의 배를 주먹으로 친다.)

복수 : (배를 움켜 잡는다.)

동진 : 스턴트맨이 뭐 그래?

복수 : ...뭐?

동진 : (이번엔 복수의 얼굴을 힘껏 가격한다.)

복수 : (휘청한다.) 너, 왜 이러냐?

동진 : 덤벼.

복수 : 그래? (자세를 잡는다.)

동진 : (자세를 푼다.) 됐어. 난 너 때리러 왔지, 맞으러 온거 아니다.

복수 : 니가 왜 날 치냐?

동진 : 전경. 유치장에 갇힐 애냐?

복수 : ...

동진 : 그날 줄창 패구 싶었는데, 니 아버지 때문에 그냥 갔다.

복수 : ...

동진 : 전경, 그렇게 된 거, 니 잘못은 아니지만... 니 탓이긴 해.

복수 : ...그래. 맞다.

동진 : ...그러니까... 이 정도는 맞어두 돼.

복수 : ...(풀이 죽어서) 그럼 더 때릴래? 그래두 돼.

동진 : 싫어. 손 아퍼. ...갈게. (돌아선다.)

복수 : ...(힘없이 동진을 바라보며 미소짓는다.)

동진 : (뒤돌아본다.) ...니네 둘. 독한 사랑. 그거... 난 죽었다 깨나두 못할 거야? 내가 못 해보는 거, 너 한 번 실컷 해라.

         그리구... 깨지면 재까닥 알려줘. 내가 속세에서 경이 기다릴게. (걸어간다.)

복수 : 야.

동진 : (걸어가며) 왜?

복수 : 고맙다.

동진 : 뭐가?

복수 : 모르겠다. 뭔지 모르지만... 이상하게 고맙네.

동진 : (돌아서 가며) 뭐가 고마운지두 모른대. 무식하니까 분석이 안되지. 멍청한 엑스트라.


동진을 바라보며 미소짓는 복수.


복수 : (혼잣말) 고맙다. 한 기자님.



39. # 악기 수리점 (해질녘)


키보드를 들고 나오는 경.



40. # 지하철 플랫폼 (밤)


지하철이 도착한다. 지하철을 타는 경.



41. # 지하철 안 (밤)


지하철을 탄 경이 문 앞 손잡이를 잡고 서 있다.

그 때, 경의 눈에 꼬붕의 모습이 보인다. 놀라서 승강문에 손을 대는 경.

그리고 그 뒤로 정달의 모습이 보인다.

입을 벌린채 둘을 바라보는 경.



42. # 꼬꼬닭 치킨 (밤)


문을 열고 들어오는 복수. 홀엔 아무도 없다.


복수 : 장사 때렸쳤나? 정 마담. 복수 왔어.



43. # 꼬꼬닭치킨 - 별실 (밤)


방 안에 가득 피라미드 판매물품이 있다.

전화를 하고 있는 유순. 간들댄다.


유순 : (전화) 내가 써 봤으니까, 알지. ...딴 건 몰라두, 화장품은 증말 틀려. 바르구 나서 다음날 다른데, 뭐.


복수가 들어온다..


유순 : 영미 엄마두 한 셋트 샀어. 내꺼 써 보구... 알았어. 근데, 써본 사람만 알지, 그거야. ...상진이 엄마만 손해지, 뭐.

         ...알았어. 하여간 필요하면 얘기해. 그래. (전화를 끊는다.) 왔니? (그리곤 전화번호부를 살핀다.)

복수 : 엄마. 이거 뭐야?

유순 : 물건 팔잖아.

복수 : 무슨 물건?

성호 : (인상을 쓰며 한심하다는 듯) 이거 피라미드예요, 형.

복수 : (유순을 노려본다.)

유순 : 그런 거 아니라니까. 기준치만 팔면 월급 나와. 월급두 아주 쎄.

복수 : (물건을 걷어서 밖으로 던진다.)

유순 : 얘. (부리나케 맨발로 나가서 물건을 주워 온다.)

복수 : (다시 던진다.)

유순 : 미쳤어, 이 녀석. 이게 다 돈이야. (다시 나가서 물건을 턴다.)

복수 : (소리친다.) 내가 돈 벌어다 준다니까?

유순 : (소리친다.) 어느 세월에 4천을 벌어?

복수 : (나직하게) 4천 잊어. 지금부터 조금씩 모으면 돼.

유순 : 어뜩케 4천을 잊어? 있었던 걸 어뜩해 잊어? 싫어. 난 할 거야.

복수 : (힘없이) 내가... 엄마 닮아서 그랬나부다.

유순 : 뭘?

복수 : 예전에... 한탕 치던 버릇이 있었는데... 그게 엄마 핀가 부다.

         ...증말... 조심해야겠다. 엄마 보니까... 증말, 조심해야겠다.

유순 : 무슨 소릴하구 있어, 얘가?

복수 : (바락 소리친다.) 그만 좀 해. 그만 좀 속 썩여. 그만 좀 괴롭혀. ...나 좀...

         (힘없이) 엄마... 나 좀... 행복해지구 싶어.


숨을 죽인채 복수를 바라보는 유순.

지친 복수의 숨소리.



44. # 영종도공항 대합실 (밤)


사람들로 붐비는 공항 대기실.

의자에 앉아있는 복수와 경. 망연히 허공에 시선을 두고 앉아있는 둘.


경 : (힘없는 미소) 난, 복수씨만 경찰서에서 나오면... 날아다닐 줄 알았어요.

복수 : ...근데, 왜 못 날아요?

경 : ...걸리적 대는게 참 많으네요.

복수 : ...걸리적 대는게 참 많아요. 차라리... 깜빵이 날 수두 있어요. 사람들이랑 몇 년은 안 엮이니까...

경 : ...그런 생각 들면, 나두 데리구 들어가요. 나두 그러구 싶을 때 많으니까...

복수 : 에이, 또 그렇게 나오냐? 말이 그렇단 거지, 뭐. 거기두 사람들 많아요. 엮여요.

경 : ...사람들은 참 이상하게 얽혀요.

복수 : ...

경 : 복수씨가 제일 좋아하는 우리 노래 있잖아요.

복수 : (귀엽게 꿈꾸는 나비를 부른다.) 나비야, 날아라.

경 : (미소) 네. 그게... 죽은 우리 보컬 언니가 붙인 노랫말이거든요? ...내가 복수씨 미워하게 만든, 그 언니의 노랫말인데,

      지금은 복수씨가 제일 좋아하는 노랫말이 됐잖아요. ...너무 이상하죠?

복수 : 그러네.

경 : ...어쩌면요. 이렇게 사람들이 엮어져 가는게... 이유가 있는 거 같애요.

복수 : 무슨 이유요?

경 : 서루 좋아하라구 얽혀지는 거 같애요. 좋아할 수 없는 사람을 좋아하게 되는 걸 보면, 꼭 그런 거 같애요.

복수 : ...고마워요, 경이씨.

경 : 뭐가요?

복수 : 나, 좀 전까지 누구 되게 싫었거든요.

경 : 나두 그랬는데?

복수 : 누구요?

경 : 엄마요.

복수 : 나둔데...

경 : (미소) 난 복수씨 엄마 좋든데.

복수 : 난 경이씨 엄마 좋든데... 보진 않았지만...

경 : 헤.

복수 : 비행기 타 봤죠?

경 : 아니요.

복수 : ...(놀라며) 아직 제주도두 안 가 봤어요?

경 : 네.

복수 : ...(씩 웃는다.) 나둔데...

경 : (웃는다.) 우리는 참... ...복수씨두 바빴구나. 나두, 바빴는데...

복수 : ...오늘은 공항까지 와 봤으니까... 다음엔 비행기 타요, 우리.

경 : 네. 참, 꼬붕씨요. ...아니예요.

복수 : 꼬붕이 얘기하면, 나 울어요.

경 : 아니예요.


일어서서 대합실을 나가는 둘. 손을 잡고 흔들면서 천천이 걸어가는 둘의 모습이 조그맣게 보인다. F.O.



45. # 복수의 집 - 툇마루 (아침)


마당엔 추적추적 비가 내린다.

중섭이 복수에게 통장을 내민다.


복수 : 뭐야?

중섭 : 대학 등록금.

복수 : 아직 대학 시험두 안봤는데, 무슨 등록금?

중섭 : 니가 갖구 있어.

복수 : 왜?

중섭 : 돈 생각 날 때 마다, 다른 데루 새지말구, ...이게 니 인생 밑천이다, 생각해.

복수 : ...

중섭 : (미안한 듯) 섭섭하겠지만... 난, 니가 또 일 낼까봐 겁나. ...못 믿더워.

복수 : ...아빠.

중섭 : 미안해. 너무 놀래서 그래.

복수 : ...뭐가 미안해? ...나두 내가 불안한데... 그렇게 한 번씩 찔러. ...안 잊어먹게...

중섭 : 미안해.



46. # 지하철 안 (아침)


지하철 안에서 꾸벅꾸벅 잠이 든 복수. 눈만 뜨면 어지럽다.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이 때, 복수의 눈에 저만치 꼬붕이 보인다.

벌떡 일어서는 복수. 이상하다. 환상인가?


복수 : 꼬붕아. ...너 꼬붕이냐?


그러나 너무 어지럽다. 꼬붕을 향해 걸어가는 복수.

꼬붕이 복수를 본다. 꼬붕, 도망가려는데,

복수가 꼬붕을 향해 손을 뻗는다. 닿을듯한 꼬붕. 꼬붕 앞에서 무너져 내리는 복수.


꼬붕 : 형. 형.



47. # 미래의 집 (아침)


핸드폰을 받는 미래.


미래 : 네. ...(놀란다) 야. 너... 꼬붕이 너... 어뜩케 전화를 해? 니가?



48. # 경의 집 - 경의 방 (아침)


창가에 내리는 비를 바라보는 경.

창가를 두드리는 빗줄기가 갑자기 강해진다. 경의 창가에 붙어있던 포도씨가 후둑후둘 바닥으로 떨어져 내린다.

포도씨를 줍는 경. 손바닥 위에 가지런히 포도씨를 모은다.

어둡게 포도씨를 바라보는 경.



49. # 병원 - 응급실 (낮)


눈을 뜨는 복수. 가물가물 병원의 천장이 보인다.

복수, 다시 한번 눈에 힘을 주며 눈을 부릅뜬다. 복수의 눈에 미래의 모습이 보인다.


복수 : 미래야.

미래 : (상기된 표정으로 복수를 본다.)

복수 : ...(몸을 일으키려 한다.)

미래 : (복수의 어깨를 가만히 누른다.)

복수 : 아. 또 빈혈 땜에...

미래 : 복수야.

복수 : ...응?

미래 : 너, 니 병 알지?

복수 : ...응. 빈혈.

미래 : 빈혈 말구...

복수 : 치질.

미래 : 치질 말구...

복수 : ...

미래 : (눈물이 흐른다.) 몰라? 알려 줘?

복수 : ...몰라. 알려주지 마.

미래 : 넌 몰라? 나는 아는데...


담담하던 미래의 입에서 왈칵 흐느낌이 새어 나온다.


미래 : 나는 아는데...

복수 : 미래야.

미래 : 응.

복수 : 너두 알지 마.

미래 : ...(입을 벌린채 복수를 바라본다.)


미래를 바라보는 복수의 눈에서 눈물이 흐른다.
























첨부파일 네멋 13.hwp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 북마크
  • 공유하기
  • 신고하기

댓글

댓글 리스트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