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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이 보일까봐] 10

작성자수다쟁이|작성시간19.04.04|조회수313 목록 댓글 0

[눈물이 보일까봐] 10











#1. 병원 외경 (밤)



#2. 동 병원 앞뜰 (밤)


나란히 걸어오는 영은과 수현. 흰봉투 하나를 내미는 수현.


영은 : 뭐예요?

수현 : 우선 급한대로 병원비 써요.

영은 : (멈칫)

수현 : 내 앞에선 자존심 같은 거 생각하지 말아요. 받아요.

영은 : 아뇨. 괜찮습니다.

수현 : 영은씨,

영은 : 춘천에 연락 되면요, 그쪽 분들이 오셔서 치르실 거예요.

수현 : (할 말 없다)...그래요?

영은 : 그럼요. (일어난다) 저 그만 들어가볼께요. 깨셨겠다.

수현 : ...

영은 : (서둘러 들어가며 손 흔들어준다) 가세요!

수현 : (허탈하게 본다) ...



#3. 병원 복도 (밤)


들어오는 영은. 아쉽게 잠깐 뒤돌아본다. 사무치는 마음.

다시 돌아서서 뛰어가 본다. 병원문에 숨어서서 멀어져가는 수현 뒷모습을 지켜본다.



#4. 응급실 (밤)


누워있는 성호. 들어오는 영은.


영은 : (반갑다) 일어나셨어요? 좀 어떠세요?

성호 : 으응...괜찮다.

영은 : 춘천에 왜 연락이 안돼요?

성호 : ...

영은 : 댁에두 무슨...문제있어요?


일어나 앉는 성호. 부축하는 영은. 물 한 잔 권한다.


영은 : 어떻게 된 건데요?

성호 : 니 남동생들 엄마가 아버지 몰래 사업을 하나 벌이구 있었는데...그게 보증문제랑 겹쳐서 다 넘어가버렸다.

영은 : 정말요? (보다가) 식구들은 지금 어디 계시는데요?

성호 : 애들은 우선 친구놈 집에 맡겨놨는데...

영은 : 어떡해요.

성호 : 어떡하긴...다시 일어나야지...이 여편네 찾기만 해봐. 당장 감옥에 쳐넣구 이혼이다...

         세상에 그런 기가 막힌 여자가 없다. 바람까지 나가지구 말이지...(분하다) 잡기만 해봐.

영은 : (어이없다)

성호 : (한숨) 내, 니 엄마 눈에 피눈물 나게 했드니 그만 내눈에두 이렇게 피눈물이 난다.


지켜보는 영은.


영은 : ...저요...집에 좀 다녀올께요. 아버지 속옷이랑 양말두 좀 사구요...금방 와요. 주무시구 계세요.

성호 : 이거...내가 너한테 증말 면목이 없구나. (글썽하며) 미안하다, 영은아.

영은 : ...



#5. 영은집 외경 (밤)



#6. 동 마루 (밤)


들어오는 영은. 인옥방에서 들리는 전화 통화 소리.


인옥(E) : 오빠 괜찮으세요?...좀 수습은 됐어요?...내가 아까 괜히 거기 갔나봐...

              마음 심란할텐데 그만 주무세요...걱정 돼서 걸어본 거예요...


듣다가 착잡해지며 자기방으로 가는 영은.



#7. 영은방 (밤)


야한 슬립같은 것을 하나 들고 이리저리 돌려보고 있는 지은.


영은 : 뭐야?

지은 : 엄마한테 선물할려구 하나 샀어.

영은 : (멈칫) 엄마한테?

지은 : 우리 엄마 속옷가게 하면서두 평생에 이런 거 한번 입은 적이 있냐?

         인제 곧 이거 입으실 날이 올 거 같아서...백화점 덤핑하길래 확 사버렸어.

영은 : ...

지은 : 너무 야하니?

영은 : 아니. 이뻐.

지은 : 너, 어디 갔다 인제 오는데?

영은 : 언니, 혹시 어디서 돈 좀 빌릴 데 없겠지?

지은 : 있으면 내가 벌써 빌려서 썼지. 왜? 돈 필요해?

영은 : ...아니야.


하면서 슬립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8. 인옥방 (밤)


걸레로 방 닦는 인옥. 들어오는 영은. 둘다 조금 데면데면하다.


영은 : 안 주무셨죠?

인옥 : 왜.

영은 : 저어...엄마...아버지 말인데요...

인옥 : (예민해져서) 느이 아버지 뭐.

영은 : 아니예요.

인옥 : 아버지 뭐?

영은 : 아니야.

인옥 : (한숨) 영은아,

영은 : 응?

인옥 : (착잡하다) 엄마가...남자 만나는 거...그렇게 보기 싫으니.

영은 : ...

인옥 : (무안하다)

영은 : ...보기 좋아요.

인옥 : (외면) 그래, 안다...보기 좋을 리가 있니.

영은 : ...(그게 아닌데)



#9. 두식집 거실 (밤)


두식과 마주 앉아있는 수현. 노려보는 두식.


수현 : 죄송해요. 도저히 시간 맞춰 올 수가 없었어요.

두식 : 누구 만났냐...그 부엌 강아지 만나구 오는 거냐?

수현 : ...(어이없어 보다가 일어난다) 주무세요.


붙잡아 앉히는 두식.


두식 : 어떻게 그 자리에서 그 따위 소릴 지껄일 수가 있어? 강회장이 얼마나 무안하구 곤란했을지 상상이나 해봤냐?

         그 점잖은 양반 앞에서 무슨 돼먹잖은 망나니 짓이야.

수현 : 어차피 겪으셔야 될 일입니다. 차라리 잘됐어요.

두식 : 뭐어?

수현 : 꼭 그렇게 그 집하구 사돈을 맺어야 하는 이유가 뭡니까. 왜 그렇게 그 집 앞에 쩔쩔 매세요?

두식 : 이 놈 봐라? 갈수록 첩첩이네? 낼 당장 그 댁에 가서 싹싹 빌어.

수현 : 얘기 다 끝났습니다. 아버지 그만 포기해주세요.

두식 : 가서 안 빌거냐? 감히 우리랑은 비교두 안되는 집안이다. 딸 파혼했다구 소문 나봐라. 얼굴 들구 다닐 수 있겠냐.

         근본 없는 집 자식 티내자는 거냐, 뭐냐?

수현 : ...올라가볼께요.

두식 : 낼 당장 가서 빌어!


올라가는 수현.



#10. 병원 복도 (밤)


새 속옷 봉투 같은 것 들고 뛰어오는 영은.



#11. 응급실 (밤)


들어오는 영은. 성호 침대가 비어있다. 놀라서 주위 둘러본다.


영은 : (간호사에게) 여기 계시던 환자 어디 가셨어요?

간호사 : 방금 퇴원하셨어요.

영은 : 네?



#12. 병원 앞 거리 (밤)


정신없이 뛰어나오는 영은. 주위를 두리번거린다. 아무리 찾아도 성호 모습 안보인다.

차 기다리는 사람들을 일일이 확인도 해보고 길 건너 서 있는 사람들도 눈으로 살펴본다. 없다.

지하철역 입구 쪽으로 뛰어간다.



#13. 지하철 역사 (밤)


뛰어내려오는 영은. 안을 샅샅이 살펴본다.

맥빠지며 도로 올라가려는 순간, 기둥 뒤에 가려진 벤치에 누워있는 성호 모습이 보인다.


영은 : 아버지?


달려간다. 눈 번쩍 뜨는 성호.


영은 : 왜 여기 계세요? 병원서 왜 나오셨어요?

성호 : 어어...다 났어.

영은 : 가요. 다 낫긴 뭘 다 나아요.

성호 : (휘적휘적 일어나며) 아니다, 아버지 가야된다.

영은 : 어딜요?

성호 : 갈 데가 있어.

영은 : (꼭 붙들고 잡아 끈다) 같이 가요.

성호 : ...

영은 : 집에 가요.

성호 : (본다)



#14. 여인숙 방안 (밤)


허름한 여인숙 방안. 억지로 성호를 부축해 들어오는 영은. 자리 깔고 그를 눕힌다.


영은 : 어디 가지 마세요. 저 금방 다시 올거예요. 아셨죠? 속옷 갈아입으시구요, 푹 주무세요. 사흘치 여관비 미리 계산해놨어요.

성호 : ...

영은 : 정말 어디 가시면 안돼요. 네? 가시면 저 평생 아버지 안 봐요, 네?

성호 : 알았다.

영은 : (웃는다) ...분명히 대답하셨어요.



#15. 여인숙 앞길 (밤)


여인숙 나오는 영은. 계단에 쭈그리고 앉는다. 이제 이 일을 어쩌나.

멀찌기서 지켜보는 종수. 다가오지 못하고 그저 바라본다.



#16. 까페 (밤)


담배 꼬나물고 앉아있는 앉아있는 종수. 들어오는 혜경. 마주 앉는다.


종수 : 잘있었냐?

혜경 : ...뭐니.

종수 : 보구 싶어서 불렀다.

혜경 : (찌푸린다)

종수 : 술 좀 사라.

혜경 : 너 증말 웃기는 애구나?

종수 : 내 보기엔 니가 더 웃긴다.

혜경 : 뭐?

종수 : 기분두 그런데 오늘 좀 진탕 마시자. 너나 나나 알구보면 똑같애.

혜경 : (어이없어) 이거 증말 보자보자하니까...

종수 : 왜? 보자보자하니까 정 드냐?

혜경 : (분하다) 너 내가 한두번 일루 만나줬다구 막 기어오르구 그러는데, 이럼 곤란하지. 니 주제 파악 좀 해라.

종수 : 나는 주제파악이 너무 잘돼서 문제다. 안그래두 주제파악 차원에서 적성에 안 맞는 일 하나 하구 왔드니

         몸이 다 아플라 그런다.

혜경 : 헛소리 집어 치우구 일어나.

종수 : 너 아직두 그 한심한 자식 못 잊냐?

혜경 : 필요없어. 너하구 할 얘기 아냐.

종수 : 내가 방법 하나 가르쳐주까?

혜경 : (멈칫 본다)

종수 : 혹하냐? 그럼 술 사라.



#17. 돈까스 전문점 (낮)


튀김대 앞에서 일하고 있는 영은. 마음이 복잡하다.

민식, 다가온다.


민식 : 너 뭐 근심있냐?

영은 : 아,아뇨.

민식 : 말해봐. 내가 해결해주께.

영은 : 저어...혹시요.

민식 : (작게) 뭔데?

영은 : 월급 좀 미리 주시면 안될까요?

민식 : (굳는다) 돈 필요하냐?

영은 : ...네.

민식 : 그런 거 말구 인생문제나 남자 문제, 이런 거라면 해결해줄 수 있는데...그거는 좀 곤란하겠다.

         너두 알다시피 장사가 이 모양 이 꼴인데...

영은 : ...죄송합니다.

민식 : (헛기침) ...너 저번 가게서두 가불했었지?

영은 : 네?

민식 : 상습범이네.

영은 : (얼굴 빨개지고 웃는다) ...글쎄 말이예요.


담배 꼬나물고 건들거리며 들어오는 종수. 돌아보는 영은.


종수 : 아버님 쾌차하셨냐?



#18. 동 가게 앞길


(시간경과)

종수와 나란히 쓰레기통 옆에 앉아있는 영은.


종수 : 보아하니까 느이 아버지 폼이 좀 불길하든데...쫄딱 망하셨냐?

영은 : ...

종수 : 내가 좀 도와주구 싶어서 그래. 얘기 해봐, 오빠 좋다는게 뭐냐.

영은 : ...그만 일어나요.

종수 : 니집 꼴두 말이 아닌데 거기다가 아버지까지 나타나셨으니, 느이 어머니 속이 터지시겠다.

영은 : 그만 가요. 들어가서 일해야 돼요.

종수 : 내가 좀 도우면 안되는 거냐?

영은 : ...(본다)

종수 : 물론 뭐, 니 눈에 내가 곱게 보일 리야 없겠지만...나두 맘속에 진심이라는 것두 키우구 그래.

         가끔 삐딱하게 튀어나와서 탈인데... 사실 나 너 좋아한다.

영은 : 네?

종수 : 고백치구는 좀 재미없는 데서 하게 됐는데... (쓰레기봉투 툭툭찬다)

         그래두 원래 인생의 진실은 쓰레기통 속에 있는 거다. 연꽃은 흙탕물 속에 피는 거야, 임마.

영은 : (본다)

종수 : (시선 돌리고 얼굴 슬쩍 붉어진다) 왜? 나같은 놈이 좋다니까 징그럽냐?

영은 : (난감한데) ...

종수 : 그 자식하구 좋아지내는 거 아는데...임마, 너두 철들면 알게될거다. 너하구 어울리는 사람은 그딴 자식 아니야.

   

초라해지며 가만히 바닥을 내려다보는 종수. 너두 안됐다. 바라보는 영은.

종수, 뒷춤에서 봉투 하나를 쓱 꺼내 내민다. 이건 또 뭔가 싶은 영은.


영은 : 뭐예요?

종수 : (외면하고) 애정의 증거다.


봉투 억지로 쥐어주는 종수.


종수 : 얼마 안된다. 그걸루 방이나 하나 얻어드려라. 공짜 아냐. 이부 이자야.

영은 : !

종수 : 매달 십오일에 이자 받으러 나타난다. 그런 줄 알어. (가버린다)

영은 : 이거 봐요!

종수 : 훔친 거 아니야! 걱정마라!


가버린다. 난감한 영은.



#19. 여인숙 외경 (밤)



#20. 여인숙 방안 (밤)


성호와 돈까스 도시락 놓고 마주 앉아있는 영은.


영은 : 이거요, 제가 직접 튀긴 거예요. 따뜻할 때 드세요.

성호 : (하나 먹고) 맛이 아주 좋은데?

영은 : 그죠? 맛있죠? (안쓰럽게 본다) 종일 굶으셨죠?

성호 : 굶기는? 여기저기 사람두 좀 만나구...밖에서 사 먹었다.

영은 : 그동안 아버지...어디서 지내셨어요? 길에서 지내셨죠?

성호 : ...아니야.

영은 : 혹시...누구한테 쫓기구 계시는 거예요?

성호 : (한숨) 영은아, 나두 내가 이 정도까지 주저앉게 될 줄은 꿈에두 몰랐다.

         세상만사 새옹지마라지만... 억울하구 분해서 잠두 안온다. 내 기필코 일어나서 복수한다.


도로 눕는 성호. 약봉지를 뜯어서 내미는 영은.


영은 : 약 드시구 주무세요.

성호 : (눈물 주룩 흘린다) ...

영은 : 아버지...


돌아누운 채 소리죽여 어깨 들썩이기 시작하는 성호.

착잡해지는 영은. 주섬주섬 치우다가 이윽고 결심한듯 봉투를 꺼낸다. 에라 모르겠다.


영은 : 아버지, 이거 받으세요.

성호 : 뭐냐.

영은 : 돈이예요. 많지는 않구요...월셋방이라두 하나 얻으시라구요. 남동생들 데릴러 가셔야죠.

성호 : ...왠거냐.

영은 : 어디서 좀... 생겼어요.

성호 : 니가 어디서 돈 생길 데가 있어?

영은 : 어,엄마가... 저번에 돈 받으셨잖아요. 그래서 갖다드리래요. 대신... 집엔 연락하지마세요.

         (머뭇머뭇) 집 앞에...집에는...오지 마시래요. 엄마가 그 조건으로 주셨어요.

성호 : (한숨) 꼴보기 싫겠지...내가 느이 엄마한테 두구두구 못할 짓하는구나.

영은 : ...얼른 약 드세요.


약봉지 꺼내고 물 따르는 영은.



#21. 영은집 앞길 (밤)


걸어오는 영은. 기다리고 있는 수현.

깜짝 놀라 흠칫 숨는 영은. 잠시 지켜보다가 이러면 뭐하나 싶다. 도로 나와서 태연히 다가간다.


영은 : 어! (놀라는척) 언제 오셨어요?

수현 : 아까 병원에 갔었어요. 아버님 벌써 퇴원하셨다 그러길래. 식구들하구 연락이 됐구나 생각했죠. 춘천으루 가셨어요?

영은 : 네.

수현 : 다행이네요. (본다) 오늘은 술 안 먹고 싶어요?

영은 : (점점 착잡해진다) ...저어...

수현 : ...뭐, 하고 싶은 거 있어요? 다 들어줄께요.

영은 : 하고 싶은 얘기가 좀 있어요.

수현 : ?



#22. 언덕 (밤)


수현과 영은, 나란히 앉아있다. 진지한 영은.


수현 : 무슨 일인데요.

영은 : ...으음...이 세상에는요...정말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나기두 하구요...

         또 누구한텐 당연한 일들이 어떤 사람한텐 한번두 안 일어나기두 하구...

수현 : 그런데요?

영은 : 그런데...(눈 마주하자 다시 괴롭다)


망설이는 영은. 근처의 잡초를 괜히 툭툭 건드리기도 하고.


영은 : ...우리 엄마 말인데요...

수현 : 저번에 영은씨 어머님 잠깐 뵈었어요. 좋으시던데요. 제 얘기 안하세요?

영은 : (말 못하겠다) ...

수현 : 어머님이 왜요.

영은 : ...요즘 우리 엄마...어떤 분을 만나구 계시거든요?

수현 : 그러세요?

영은 : 어쩌면 곧, 좋은 소식 있을지두 모르겠어요....(그러나 차마 말못하고)

수현 : 얘기 끝났어요?

영은 : ...(시선 떨군다) 믿을 수가 없어요.

수현 : (어이없어 웃는다) 그게 뭐가 믿을 수가 없는 얘기예요? 축하할 일이지.

영은 : ... (눈물이 핑 돌며 작게) 그게요...

수현 : 영은씨, 나 좀 봐요.


영은 어깨를 양손으로 따뜻하게 잡는다. 흠칫 놀라는 영은, 가슴 떨린다.


수현 : 어머니 결혼하시는게 그렇게 가슴이 아퍼요?

영은 : (가만히 팔 하나씩 떼놓는다) ...

수현 : 이해해요, 그런 마음...

영은 : ...

수현 : (웃고) 섭섭하구 배신감 느껴지죠?

영은 : (차마 말할 수가 없다)...저 그만 가야되겠어요.

수현 : 왜요.

영은 : (툭 털고 일어난다) 할 일이 있었는데...잊어버리구 있었어요.

수현 : (뭔가 이상한데) ...



#22. 호텔 식당 (밤)


두식, 정희, 강회장 둘러앉아 식사하고 있다. 기가 죽어있는 두식.


강회장 : 윤실장, 내가 조사장하구 처음에 어떻게 만났는지 아나?

정희 : 어떻게 만나셨어요.

두식 : ...

강회장 : 조사장이 그때 우리 회사 앞에서 조그마한 식당을 하구 있었는데 내가 거기 단골이었거든.

            이 친구가 말이야...어찌나 열심히 일을 하는지 참 인상적이었어. 본인이 직접 배달통을 들구 내방으루 배달을 와서

            맛있게 드십시오, 맛이 어떠셨습니까, 그러는데...나중에 성공하겠구나 싶드라구.

정희 : 그러셨어요?

두식 : 원, 그 옛날 이야기는 뭐하러 합니까.

강회장 : 식당에 밥 먹으러 가보면 항상 똘똘하게 인사하는 꼬맹이가 있었지.

            내 참 기특하구 안쓰럽다 싶어 잔돈이라두 몇 푼 주구 그랬는데...

            오늘 그 꼬맹이가 우리 집안을 이렇게 발칵 뒤집을 줄은 몰랐네, 허허.

두식 : (난감하다)

강회장 : (삐딱하다) 뭐 어쩌겠어. 저 좋다는 여자한테 가야지. 결혼 말 없었던 걸로 합시다.

두식 : (버럭) 저 좋다는 여자 없다니까요!

강회장 : 조사장,

두식 : 내 이렇게 허리 조아리구 백배사죄합니다. 그 놈 용서하십쇼. 아직 철이 안나 그럽니다.

         그녀석 오로지 혜경이 밖에 없습니다. 지 주제에 이런 귀한 집 따님하구 만났으니 자격지심이 있어 그럽니다.

강회장 : 조사장이 아들을 잘 모르시네. 수현이 그런 거 없습디다.

두식 : 아닙니다. 그 놈이 어제 저하구 얘길 좀 했습니다. 실토를 하드라구요. 실은 아무관계 아니랍니다.

정희 : ...(본다)

두식 : (바짝 매달린다) 사내 놈들 어쩌다 잠깐 한 눈두 팔 수 있는거 아닙니까.

         녀석두 지금 실수했다고 무척 후회 하구 있습니다. 한번 봐주십쇼.

강회장 : (마뜩찮다)



#23. 두식집 외경 (밤)



#24. 동 거실 (밤)


혜경과 찻잔 놓고 마주 앉아있는 두식.


혜경 : ...실은 저도 할만큼 다 했거든요...

두식 : 안다.

혜경 : 그냥...사는 게 다 이런거지...하면서 그만 포기할려구요.

두식 : 포기를 왜해?

혜경 : 사람 마음...강제로 돌릴 수 없잖아요.

두식 : 왜 못 돌려? 저거 아주 일시적인 거다. 금방 돌아온다니까.

혜경 : (글썽하며) 고맙습니다. 수현씨랑 헤어지더라두 아버님하구는 종종 뵈었으면 해요. 너무 뵙고 싶을 거예요.


들어오는 수현. 혜경 보자 인상 굳는다.


두식 : 와서 앉아봐!

혜경 : ...잘있었어?

수현 : ...왔니.

두식 : 내 오기 싫다는 앨 억지루 불렀다. 앉아봐!


마지못해 와서 앉는 수현.


혜경 : (일어난다) 저 그만 갈래요, 아버님.

두식 : 앉아봐라.

혜경 : 아뇨. 그만 가보겠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수현 : ...

두식 : (잡아 일으키며) 나가서 배웅두 안 할거냐?



#25. 집 앞 (밤)


차에 오르는 혜경. 다가오는 수현.


수현 : ...잘가라.

혜경 : (시선 안주고 시동 걸며) 이런 말 굳이 해야되는가 싶지만....어젯밤에 그 친구, 또 찾아왔드라.

수현 : 누구.

혜경 : 유종수.

수현 : (본다)

혜경 : 영은씨한테 도움이 좀 필요하다면서 나한테 부탁 하드라.

수현 : ...(굳는) 무슨 소리야.

혜경 : 오죽 매달릴 데가 없으면 나한테 이러나 싶드라구...자선하는셈 치구 좀 도와줬지만...

         (딱한듯 본다) 여자친구 간수 좀 잘해.

수현 : 자세히 얘기해봐.

혜경 : 낸들 아니. 가서 직접 물어봐.


차 몰고 멀어지면서 조소 어리는 혜경.



#26. 영화관 (낮)


나란히 앉아서 영화보는 두식과 인옥. (옛날 영화 전문 상영관이 있다면서요?)

영화 안보고 자기 고민에 젖어있는 두식. 인옥, 잠깐 보다가 가만히 기운 내란 뜻으로 손을 잡아준다.

움찔 놀라는 두식. 곧 감격한다.



#27. 일식집 (낮)


마주 앉아 생선회 먹는 인옥과 두식.


두식 : 너랑 내가 처음 손 잡은 게 삼거리 제일극장서였는데...기억나냐?

인옥 : ..기억 안나요.

두식 : 다른 여자였나보다.

인옥 : (흘기고) 아들 일은 잘됐어요?

두식 : 말 마라. 잘되기는...애들은 다 잘있냐?

인옥 : ....막내가...요즘 좀 그래요.

두식 : 뭐가 그래?

인옥 : 지 엄마 누구 만나는게...싫은가봐.

두식 : 그래서 그날두 안 나왔구나.

인옥 : ...

두식 : 내 한 번 만나마.

인옥 : 아유, 좀...그렇게 밀구 나갈 일이 아니예요.

두식 : 왜?

인옥 : 걔가 좀 그래요...날 때부터 속을 많이 썩이드니...즈이 언니들보다 매사 떨어지구요...

         그저 아무한테나 덥썩덥썩 속구 들어오구...똑부러진거라고는 없어.

두식 : 착하구만.

인옥 : 착한 게 아니예요. 못났어.

두식 : 저런 못난 에밀 봤나. 제 자식을 못난이라 그러면 니가 못난인 거다.

인옥 : (무안한데) ...

두식 : 한번 만나자. 우리 막내딸, 착하다니까 또 얼마나 귀여울꼬.

인옥 : (한숨)



#28. 청과물 상회 (낮)


일하는 순금. 주위 살피고 다가오는 성호.


성호 : 여기...(유심히 본다) 순금씨 맞죠?

순금 : (유심히 보다가 놀라서) 어머나...

성호 : 접니다. 경은이 아버집니다. 오랫만입니다.

순금 : 왜,왠일이세요?

성호 : 여기 혹시 애들 엄마...일하러 안 나옵니까?

순금 : ...무슨 일이세요?

성호 : 나오죠?

순금 : 지금 잠깐 어디 좀 갔어요. (행색을 살핀다) 어쩐 일루...


한쪽에 앉아 담배 붙여무는 성호.

순간, 승용차가 와서 선다. 차에서 내리는 두식과 인옥. 당황하는 순금.


인옥 : 가요, 그럼.

두식 : 그래, 그럼 간다. 나중에 전화하마.


지켜보는 성호. 돌아서며 성호와 눈 마주치는 인옥. 사색이 된다.


성호 : 오랫만이야, 경은 엄마.

두식 : (누군가 싶다)

인옥 : (차갑다) 여기 왠일이예요.

성호 : 인사나 할려구...(두식 살피며) 내가 잘못 온 거 같으네.

두식 : 누구쇼.

인옥 : 가세요, 오빠.

성호 : ...

두식 : 혹시 애들 아버지냐?

인옥 : ...

두식 : (악수 권하며) 반갑소. 나 조두식이라고, 인옥이랑 결혼할 사람이오.

인옥 : (당황) 오빠.

성호 : (무안한듯) 아..그러십니까? 김성홉니다.

두식 : 인옥이한테서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건축 하신다구요.

성호 : ...예.

두식 : 시간 되시면 어디 가서 소주나 한 잔 합시다.

인옥 : (막아선다) 가요, 소주는 무슨 소주야.

성호 : ...(인옥 분위기 읽는다) 오늘은 바쁘구요...담에 뵙죠.

두식 : 그러십니까?

성호 : ...경은 엄마 좋은 여잡니다. 잘 지내십쇼.

인옥 : (눈에 불이 켜진다)

두식 : (허허 웃고) 네, 그럼 가겠습니다.


인사하고 차에 올라 떠나는 두식.

얼굴 벌개진 인옥. 성호 행색을 살핀다.


인옥 : (감정끼고) 왜 왔어요?

성호 : ...고맙다구 인사 할려구.

인옥 : 뭐가?

성호 : (난감하다) 영은이 편에 보내준 거...고마워. 내 잘 쓸께. 이쪽 지나다가...인사나 할겸, 얼굴두 좀 보고싶고...

인옥 : 영은이 편에 뭐? 뭘 보내?

순금 : 인옥아, 진정해.

인옥 : 이 기집애, 무슨 짓을 또 저질르구 다니는 거야? (민다) 가요! 뭐하러 왔는데?

성호 : 경은엄마,

인옥 : 안 가? 가! 가!


열받아 미친듯 마구 떠민다. 말리는 순금.

멀찌기 차 세워놓고 지켜보는 두식.



#29. 영은집 외경 (밤)



#30. 인옥방 (밤)


인옥 앞에 앉아있는 영은.


영은 : 아버지 집이랑 회사...다른 데로 넘어갔대요.

인옥 : (멈칫)

영은 : 아무래도 힘들어 보이시길래요.

인옥 : 그래서? 돈은 어디서 났어?

영은 : ...빌렸어요.

인옥 : 누구한테?

영은 : ...

인옥 : 누구한테? 얼마나?

영은 : 친구한테요. 얼마 안돼요.

인옥 : 너 느이 아버지가 그렇게나 좋으니?

영은 : ...

인옥 : 그렇게 좋아? 가서 살어! 아버지랑 같이 살면 되잖아! 왜 엄마랑 살았니, 응?


들어오는 지은.


지은 : 엄마 그만해.

영은 : ...(결심) 엄마,

인옥 : 말해!

영은 : 저요...아버지한테 가서 살께요.

인옥 : (떨린다) 너 지금 뭐라 그랬니.

영은 : 아버지한테 가서...


베개고 이불이고 마구 집어던지는 인옥.


인옥 : 못된 기집애! 나쁜 기집애! 그래, 니 맘대로 해! 진작 그러지 그랬어?

영은 : ...

인옥 : 느이 엄마 누구 만나는게 그렇게 싫어? 끝내 이렇게 못되게 굴어야겠어? 응?

영은 : ...(글썽한다) 아냐, 엄마.

인옥 : 가! 지금 당장 짐싸서 나가!

지은 : 진정해요, 엄마.

영은 : ...



#31. 동 마루 (밤)


방에서 나오는 영은. 전화벨이 울린다. 움찔 놀라다가 슬몃 받는다.


영은 : 여보세요.

두식(E) : 누구냐, 둘째냐?

영은 : (깜짝 놀라 굳는다)

두식(E) : 혹시 니가 세째냐?

영은 : ...네.

두식(E) : 얘기 들었는지 모르겠다마는....나 조두식이라고...느이 엄마 고향 오빠다.

영은 : ...(어쩔 줄 모르겠다)

두식(E) : 언제 시간 되냐? 좀 만나자.

영은 : ...저...저랑요?

두식(E) : 그래. 내 따로 할 얘기가 좀 있다. 내일 시간 되냐? 점심 사주마.

영은 : ...죄송합니다! 저 내일 바쁜데요.

두식(E) : 그럼 언제 시간나냐?

영은 : 당분간 힘든데요...제가 나중에 엄마 통해서 연락 드릴께요 그럼 안녕히 계세요.


급히 끊는다. 식은땀 흐른다.



#32. 영은방 (밤)


잠든 지은. 곁에 앉아 가방에 짐을 꾸리고 있는 영은. 삐삐가 울린다. 꺼버린다.

이번엔 전화벨이 울린다. 망설이다가 받는 영은.


영은 : 여보세요.

수현(E) : 나예요. 하루종일 삐삐 쳤는데 못 들었어요?

영은 : 그러셨어요? 집에 놓구 갔어요.



#33. 수현방 (밤)


전화하고 있는 수현.


수현 : 별 일 없어요?

영은(E) : 그럼요.

수현 : 내일 좀 만나요. 내일 낮에 영은씨 가게로 갈께요.

영은 : ...

수현 : 듣구 있어요?

영은(E) : ...네.



#34. 영은방 (밤)


전화 끊는 영은. 다시 가방에 옷가지 등을 챙겨 넣는다. 잠든 지은 얼굴을 잠시 바라보다가 조용히 나간다.



#35. 동 마루 (밤)


가방 들고 방에서 나오는 영은. 인옥방 쪽을 아프게 한참 바라보다가 밖으로 나간다.



#36. 집 앞길 (밤)


가방들고 나오는 영은. 총총 걸어간다.



#37. 여인숙 앞길 (밤)


걸어오는 영은. 여인숙 건물을 올려다본다.



#38. 동 방안 (밤)


한쪽에 기대고 앉아있는 성호. 엎드려 메모하고 있는 영은.


영은 : 살 거 너무너무 많은데요? 이불두 사야되구 그릇두 좀 사야 되구...텔레비젼두 있어야 되는데...

         (웃고) 벌어서 하나씩 사면되죠 뭐...방은 좀 알아보셨어요?

성호 : ...음...몇 군데 봐 놨어.

영은 : (메모 하면서) 아버지,

성호 : (본다)

영은 : 그동안요...엄마랑 우리들...얼마나 고생하구 살았는지 아세요?

성호 : ...

영은 : (웃고) 엄마가요, 첨에 서울 올라와서는 우리들 다니는 학교앞에서 떡볶이 장사를 하셨거든요?

         흠, 제 요리 실력은 그때 부터 생긴 거 같애요.

성호 : ...그랬어?

영은 : 떡볶이 장사가 잘 안돼서 우리 전부다 등록금을 제때 낸 적이 없어요.

         학교 가기 싫어서 언니들이랑 셋이 모여서 종일 놀이터에서 논 적두 있어요.

성호 : ...

영은 : 그래두 겨우겨우 버티다가 나중에 분식집으루, 그담에 속옷가게루 발전을 했지만요...

         저요, 한번두 새 속옷을 입어본 적이 없지 뭐예요? (웃고) 엄마 얼마나 짠순인지 아세요?

         큰언니 입던 브래지어를 나까지 꼭 물려받아 입었어요. 너무하죠?

성호 : ...

영은 : 저번에 가게 불나구요...엄마가 너무너무 낙심했어요. 아버지, 우리한테 정말 너무하셨어요.

성호 : ...미안하다.

영은 : (웃음) 괜찮아요. 용서해드릴께요, 뭐. (다시 메모를 진지하게 쓰고 있다) 숟가락...밥상, 밥공기...(중얼거리는데)

성호 : ...(본다)



#39. 돈까스 전문점 외경 (낮)



#40. 동 가게 안 (낮)


손님 뜸한 시간. 동규, 청소하고 있다.

한쪽에 서서 소스 만들고 있는 민식과 영은.

들어오는 종수.


종수 : 식사 됩니까?

민식 : 너 또 왔냐?

영은 : (흠칫)

종수 : 밥 먹으러 오는 것두 죕니까. 장사 잘되시죠?

민식 : (영은보고 작게) 너 쟤랑 요새 사귀냐?


삐딱하니 물컵을 툭 가져다 주는 동규. 영은, 다가와서 마주 앉는다.


영은 : 저기요, 그 돈요...

종수 : 그냥 받아. 이자나 꼬박꼬박 갚어.

영은 : 아뇨, 그 돈...잘썼어요. 고맙다구요.

종수 : (뜻밖이라는듯)

영은 : 이자 정확하게 드릴께요.

종수 : 너무 고마워할 거 없다. 다 그러구들 사는 거지 뭐.

영은 : (본다) ...

종수 : 기운내라, 임마.

영은 : ...(본다)

동규 : (메뉴판 들이민다) 안심까스, 등심까스 뭐 먹을 건데요.

종수 : 뭐가 맛있냐.

영은 : (본다) ...다 맛있어요.



#41. 가게 앞길 (낮)


안에서 나오는 종수와 영은.


종수 : 들어가봐. 잘 먹구 간다.

영은 : 저기요.

종수 : 왜.

영은 : 고마워요.

종수 : (얼굴 빨개진다) 뭘? 그 정도야 뭐...오빠가 돼서 그정도야 할 수 있지.


영은 머리를 쓱쓱 쓰다듬는 종수.

순간, 다가와서 종수를 밀치는 수현. 영은 앞을 막아선다.


수현 : (싸늘히) 지금 뭐해요?

영은 : (당황) ....

수현 : 뭐하고 있는 겁니까?

영은 : ...저어...

종수 : 아, 진짜 되게 쫀쫀하게 군다. 뭐하긴 뭘 하냐. 오빠 동생 사이에 그 정도 인사두 못하냐...

수현 : (종수에겐 눈길도 안주고) 영은씨 이 친구한테 돈 받았죠?

영은 : !

수현 : 그 돈, 어떤 돈인지 알고나 받았어요?

종수 : (멈칫)

수현 : 말해봐요. 어떤 돈인지 알고나 받은 거냐구요. 그거 혜경이 돈인줄 몰랐어요?

영은 : (충격) ...

종수 : ...아, 증말 내가 열받아서...그거 내가 설명할께. 설명하면 되잖아! 그거 어떻게 된 거냐면 말이야... (앞을 막아서는데)

수현 : (그대로 외면하고 밀친다) 나랑 어디 가서 얘기 좀 하죠,

영은 : ...


이윽고 영은 손을 잡아끌고 가는 수현.

지켜보는 종수. 비참해진다.



#42. 근처 공원 (낮)


수현, 화났다. 나란히 앉아있는 영은과 수현.


수현 : 나는 도대체...영은씨한테 뭡니까?

영은 : ...

수현 : 어떻게 번번이 이럴 수가 있어요? 내가 어떻게 하면 되죠?

영은 : ...

수현 : 그 친구랑 도대체 왜 그렇게 지내구 있어요? 그 친구는 아는 걸 왜 나는 하나도 모르죠?

영은 : ...(할 말이 없다)


절망스러운 영은.


수현 : 지금 우리...뭐가 문젭니까?

영은 : ...

수현 : 솔직히 얘기해봐요. 영은씨 그 친구한테 무슨 감정이예요?

영은 : ...

수현 : 좋아해요?


사이.


영은 : (결심) ...네.

수현 : (굳는다)

영은 : (말해놓고 당황한다)

수현 : (어이없다는) 그래서...그동안 날 그렇게 피했어요?

영은 : (일어난다) ...그만 일어날께요...가세요. 저 일하다 나왔어요.

수현 : 영은씨,

영은 : 안녕히 가세요.


돌아서는 영은. 눈물 핑 돈다.



#43. 언덕 (밤)


걸어오는 영은. 가방 속에서 울리는 삐삐. 꺼내는 영은.

삐삐를 언덕 아래에 휘익 던져버린다. 밤공기 가르며 날아가는 삐삐.

큰소리로 외친다.


영은 : 잘가라!


눈물이 글썽 맺혀온다. 다시 외친다.


영은 : 잘했어, 김영은! 잘했다!



#44. 여인숙 앞길 (밤)


다가오는 영은.



#45. 동 방안 (밤)


들어오는 영은. 방이 텅 비어있다. 한쪽에 쪽지가 놓여있다.


성호(E) : 영은아, 아버지 춘천 내려간다. 니 신세 무척 지고 가는구나. 자리잡고 해결되면 조만간 연락하마.

              니가 준 돈은, 요긴하게 잘 쓰구, 곧 돌려주마.


허탈하다.



#46. 파인 외경 (밤)



#47. 동 홀 안 (밤)


불꺼진 홀 안. 수현. 창가에 홀로 앉아 있다.

휴대폰으로 삐삐번호 눌러보다가 포기한다. 일어난다.



#48. 파인 주차장 (밤)


안에서 나오는 수현. 기다리고 있는 종수.


종수 : 얘기 좀 합시다.

수현 : ...할 얘기 없어.


따라오는 종수.


종수 : 야, 이거 되게 치사한 자식이네?

수현 : (멈춰 선다) 도대체 당신 뭐야?

종수 : ...내가 나지 뭐긴 뭐냐...그 돈 말인데...

수현 : 한가지만 물어봅시다...어떻게 하필 혜경일 찾아갈 수가 있었지?

종수 : 그게 그렇게 자존심이 상하냐? 나는 더한 데 가서두 받을 수 있어. 필요하다면 누군들 못 찾아가냐.

         너는 그럴 수 있냐? 돈 준다면 벌거벗구 육삼빌딩에서 뛰어내릴 수 있어? 나는 한다.

수현 : ...

종수 : (비웃고) 나두 한가지만 좀 물어봅시다. 지난번에두 한 번 질문했던 걸루 기억 하는데...

수현 : ...

종수 : 당신 진짜 그 기집애 좋아하기는 하냐? 도대체 걔에 대해 아는게 뭐가 있는데?

수현 : ...

종수 : 그 주제에 질투하구 화내는 거냐, 뭐냐?

수현 : ...

종수 : 한번 솔직히 가슴에 대구 물어봐. 정말 사랑하기는 해? 이쁘구 좋은 짓 하자구 만나는게 사랑이냐?

         나는 당신, 전부터 근사한 척 폼잡구 돌아다니는 거 증말 역겨웠어. 정작 걔한테 필요한게 뭔지 하나두 모르면서...

         무슨 그게 사랑이냐? 장난이구 호기심이구 지 멋에 겨운 거지.

수현 : ...

종수 : 너...엉터리야, 임마. (툭 치고 가버린다)

수현 : ...


홀로 남는 수현.



#50. 두식집 외경 (밤)



#51. 수현방


불꺼진 방안. 앉아있는 수현. 자괴감 느껴진다.

일어나 창가에 기대고 담배 붙여문다.



#52. 동 거실 (밤)


방에서 나오는 두식. 마음이 안 잡힌다. 괜히 어슬렁거리며 다니다가 전화기를 들었다 놨다 하다가

그대로 신 신고 후다닥 밖으로 나간다.



#53. 인옥방 (밤)


앓아누운 인옥. 곁에서 지은이 물수건으로 인옥 이마를 닦아준다.


지은 : 아유, 엄마가 이해해야지 어떡해. 걔 그러구 한번 고집 부리면 못 꺾잖아.

         고집 안부리던 애가 고집 부리면 무서운 거 모르세요? 엄마가 그냥 무시해요. 뭐 그런 걸루 앓아눕구 그래요?

         금방 반성하구 돌아올거야. 갈 데가 어딨어. 아버진 무슨 아버지? 친구집 뱅뱅 돌다 금방 들어올 거야.

인옥 : 지은아... 만약에 니들 아버지 어디서 거지꼴을 해가지구 나타나면 너 어쩔래?

지은 : 예에? (피식)...우리 아버지가 어떤 아버진데...그럴 리가 있어?

인옥 : 만약에 그러면?

지은 : 돌려보내야죠. 아버지 식구들이 책임져야지 뭐. 난 아버지 안봐. 아버진 무슨 아버지.

인옥 : ...그래, 맞다. 아버진 무슨 아버지니.

지은 : ...왜요. 아버지한테 무슨 일 있어요?

인옥 : 아니다. 한번 해본 말이야..

지은 : 엄마 진짜 아픈가보네? 미우니까 인제 별 상상을 다하시네?

인옥 : 그래...(돌아눕는다) ...이 기집애 들어오기만 해봐.


현관벨 소리 난다.


지은 : 영은이니?



#54. 동 마루 (밤)


지은이 문 열어주면 들어오는 두식.


지은 : 어머, 이 시간에 왠일이세요?

두식 : 니 엄마 아파서 오늘 가게 안 나왔다며?

지은 : 네.

두식 : 엄마 좀 어떠냐?

지은 : 얼른 들어오세요. 안그래두 연락을 드릴까 그랬어요.

두식 : 고맙구나.

인옥(E) : 누가 왔니?



#55. 인옥방 (밤)


들어오는 두식. 놀라서 일어나는 인옥.


두식 : 누워라, 누워.

인옥 : 아녜요.

두식 : 얼마나 아픈 거냐? 몸살이야?

인옥 : 아냐, 꾀병이죠 뭐.

두식 : 아프면 쓰냐. 몸이 제일 중하지. 무조건 아프지마라.

인옥 : (본다)

두식 : 애들 아버지한테...무슨 일 있냐?

인옥 : ...

두식 : 무슨 일루 왔냐?

인옥 : 아무 일 아니예요. 지나다 들렀대.

두식 : 인옥아...

인옥 : (속상한데) 뭐하러 자꾸 집에 와요?

두식 : ...

인옥 : 가요.

두식 : (손 잡고) 나는 니가 어째두 상관없다...그저 아프지만 말아라.

인옥 : ...(글썽한다)



#56. 동 마루 (밤)


지은과 찻잔 놓고 마주 앉아있는 두식.


지은 : 막내가요, 엄마 속을 좀 썩이는 바람에 앓아누우신 거예요.

두식 : 막내가 왜.

지은 : 요즘 무지 반항하거든요.

두식 : 막내 일하는 데 연락처 좀 알려주라.

지은 : ...만나시게요?

두식 : 만나서 밥이라두 사줄려구 그런다. 저번에 그놈만 못 먹었잖냐.

지은 : 어유, 뭐하러 그러세요? 걔 밖에서 사 먹는 밥 싫어해요.

두식 : 일하는 데 모르냐?

지은 : 알긴 아는데요.

두식 : 가르쳐다오. 내 가서 잠시만 만나보마. 나만 믿어라.

지은 : (가르쳐줘도 되나) ...



#57. 영은집 앞길 (밤)


가방 들고 들어오는 영은. 두식 승용차가 서 있다.

이 아저씨 정말 자주 오는구나...한쪽모퉁이 처마 밑으로 가서 쭈그리고 앉는다.



#58. 시간경과 (밤)


숨은 자리 그대로 앉아있는 영은. 빗줄기까지 후두둑 떨어지고 있다.

승용차 주인은 나올 생각도 않는다.

기운 없이 도로 나와서 오던 길로 재빨리 뛰어 내려간다.



#59. 돈까스 전문점 (밤)


불꺼진 가게 안. 문 열고 들어오는 영은. 한쪽에 가방을 내려놓고 한숨 쉰다.

의자를 여러 개 붙이고 그 위에 올라가 눕는다. 웅크리고 눈을 붙인다.



#60. 돈까스 전문점 앞길 (낮)


차에서 내리는 두식. 가게를 확인한다.



#61. 동 가게 안 (낮)


들어오는 두식. 돌아서서 일하는 영은과 민식.


영은 : (돌아선 채로) 어서오세요!


민식, 돌아본다.


민식 : 사장님 여기 왠일이십니까?

영은 : !

두식 : 자네...(휘둥그레져서) 자넨 여기 왠일인가? 따로 독립했어?

민식 : 예, 그렇습니다만...여길 어떻게...


두식과 눈 마주치는 영은. 둘다 소스라치게 놀란다.


두식 : 너 여기...왠일이냐?

영은 : (괴로워진다) ...

두식 : 너두 여기와서 일하냐?

영은 : 네.

두식 : 허, 거 잘만났다. 내 안그래두 너 한번 만날려구 그랬는데...세상 이렇게...


하다가 멈칫 한다. 긴장 감돈다.

아니겠지 하는 마음으로 안을 둘러보는 두식. 여종업원은 그녀 뿐. 아무도 없다.


두식 : ...혹시...니가...박인옥이 세째딸이냐?

영은 : 네? (들켰구나)

두식 : ...인옥이 막내냐? 니가?

영은 : ...네.

두식 : (얼어붙는다) ...


제10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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