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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이 보일까봐] 11

작성자수다쟁이|작성시간19.04.04|조회수385 목록 댓글 0

[눈물이 보일까봐] 11











#1. 돈까스 가게 (낮)


두식과 마주 서 있는 영은. 긴장 감돈다.


두식 : 니 이름이...(생각한다) ...여,영은이...

영은 : ...네.

두식 : 니 위로 언니가 둘, 니 엄마 이름 박인옥...분명히 맞냐?

영은 : ...네.

두식 : 맙소사...


아득해지는 두식. 아찔해지며 의자에 앉는다.

민식과 동규, 얼떨떨하게 보고 있다.


영은 : ...(꼼짝 못하고 서서 식은땀) ...

두식 : (이윽고 잠시후 태연하게) ...우리가 인연이 깊구나. 지난번에는 미안하게 됐다.

영은 : ...(당황) 아닙니다.


이윽고 어쩔 줄 몰라 급히 일어나는 두식.


두식 : 난 그럼 바빠서 이만 가야겠다. 담에 보자. (민식보고) 또 보세.

민식 : 벌써 가시게요?


휘청거리며 나가는 두식. 그대로 굳은 듯 서 있는 영은.



#2. 가게 앞길 (낮)


승용차에 오르는 두식. 현기증 나고 아찔하다. 운전기사, 급히 내려서 부축한다.


운전기사 : 어디 편찮으세요?

두식 : 아니야. 됐다.


승용차 문을 짚고 한참 그대로 서 있는 두식. 세상에 이런 일이 일어나다니!



#3. 돈까스 가게 안 (낮)


영은, 설거지하는데 눈물이 뚝 떨어진다. 다가오는 민식.


민식 : 왜그래?

동규 : 너 진짜 무슨 죄 졌냐? 얘기해 봐.

영은 : ...아뇨. 암것두 아니예요.


설거지 그릇을 빡빡 닦는다.

손님 두사람, 들어온다.


영은 : (씩씩하게 웃으며 굽신) 어서오십시요!!

민식 : (어이없다)



#4. 두식집 외경 (밤)



#5. 동 거실 (밤)


앉아서 술잔 기울이는 두식.

들어오는 수현. 소스라치게 놀라는 두식.


수현 : 다녀왔습니다.

두식 : 와,왔냐.

수현 : 술 드세요?


다가오는데 긴장하는 두식. 눈길을 피한다.


두식 : 내일 혜경이집 식구들하구 양가 점심식사 하기로 했다.

수현 : ...

두식 : 애비가 사정 사정해서 만든 자리니까 무조건 참석해서 사과하구 무조건 빌어라.

수현 : 한 잔 주시겠어요? (작심) 저 오늘 아버지하구 하고 싶은 얘기가 많습니다.

두식 : (얼른 외면하고) 그만 자거라. 나는 잔다. 피곤하다.


일어나더니 급히 방으로 들어간다.



#6. 두식방 (밤)


들어와 침대에 눕는 두식. 따라 들어오는 수현.


수현 : 아버지,

두식 : 잔다.

수현 : ...

두식 : 나가라!!

수현 : ...

두식 : 앞으로 두번 다시 그 아이 얘기 꺼내면 애비 그날로 죽는다. 아버지 송장 치는거 택하든가, 그 아일 택하든가 둘 중에 골라!

수현 : (어이없어서 본다)

두식 : (이불 뒤집어 쓴다)

수현 : 좋습니다...맘대로 하십시요.


문 쾅 닫고 나가는 수현.

수현 나가고 나면 일어나는 두식. 멍하니 식은땀 닦으며 두렵다.



#7. 돈까스 가게 안 (밤)


홀로 가게 정리하는 영은. 바닥 청소 마치는데 들어오는 종수.


영은 : 영업 끝났습니다...(하다가)

종수 : 잘있었냐?

영은 : ...왔어요?

종수 : ...(외면하고) 그 돈...미안하게 됐다.

영은 : (본다)

종수 : 그 기집애 돈이라구 밝히구 빌려줬어야 되는건데...절차두 복잡하구...안 받을 거 같구 그래서...

영은 : ...괜찮아요.

종수 : 암튼 뭐 니 잘못은 아니잖어. 너야 모르구 받은 거니까.

         그새끼한테 잘 말해. 우리는 그냥 채권자랑 채무자 관계 아니냐. 꿀릴 거 없다.

영은 : ...

종수 : 나 인제 니 앞에 안 나타난다.

영은 : ...

종수 : (피식) 행복하게 잘 살아라.


나가는 종수.


영은 : 잠깐만요.

종수 : (돌아본다)

영은 : (피식 웃고) 채무자가...밥 한 끼 사면 안될까요?



#8. 가게 앞길 (밤)


문 잠그고 셔터 내리는 영은. 어제 들고 나온 여행가방을 들고 있다.

곁에 서서 지켜보는 종수.


종수 : 그 가방은 뭐냐?

영은 : (앞서가며) 가요.

종수 : 무슨 일 있냐?

영은 : 무슨 일은요? 저 원래 큰 가방 들구 다녀요. 저녁은 드셨어요?

종수 : 안 먹었지, 물론.

영은 : 뭐 드실래요?



#9. 포장마차 (밤)


나란히 앉아서 라면 먹는 두사람.


영은 : 이상해요, 나는요...저녁 열시 삼십분만 되면요, 너무 배가 고파요.

         절대 먹지 말아야지, 먹지 말아야지 그렇게 다짐해두 꼭 뭘 먹어야 돼요.

종수 : 먹으면 되잖아.

영은 : 아침에 퉁퉁 붓는걸요?

종수 : (피식) 임마, 니 주제에 무슨 미용에 신경 쓰냐?

영은 : 그러게요. (웃으며 다시 먹는다)

종수 : (애틋하게 잠깐 보다가 이러면 안되지 싶어 다시 고개 돌린다) 야, 좀 천천히 먹어.

영은 : 네.

종수 : 체하잖아.

영은 : 네.


순간, 뒤에서 나타나는 사내1,2.


사내1 : 오랫만이다.


흠칫 돌아보는 종수. 영은, 뭔가 싶어 의아한데....

대번에 후다닥 도망쳐 나가는 종수. 쫓아가는 사내들.



#10. 포장마차 앞 골목 (밤)


골목으로 도망치는 종수. 쫓아가는 사내1,2.

잡히고 마는 종수, 흠씬 두들겨 맞는다.

쫓아오는 영은. 어쩔 줄 모르다가 두려워지며 뒷걸음질 친다.


사내1 : 이게 아주 우릴 물로 보구 있어. 몇 번을 경고해야 알아듣냐?

종수 : (입술에 피 닦아내며)

사내1 : 여자친구 앞이라 이쯤 해두는데...요담엔 너 죽는 거야. 세상 다 본 줄 알어!


사라지는 두사람. 다가오는 영은.


영은 : 괜찮아요?

종수 : ...(피식) 라면 다 퍼졌겠다.



#11. 종수 지하 창고 안 (밤)


데리고 들어오는 영은. 자리에 눕는 종수.

곁에 웅크리고 앉아서 바라보는 영은.


영은 : 빚을...얼마나 졌어요?

종수 : 신경 쓰지마.

영은 : ...미안해요.

종수 : 미안하긴 니가 뭐가 미안하냐. 됐다.

영은 : ...진작 말하지 그랬어요.

종수 : 말하면 니가 갚아줄래?

영은 : ...

종수 : 아주 악질 새끼들이야. 나는 그 장사 하구 싶다구 한 적두 없는데...

         지들이 먼저... 옷 박스를 그냥 갖다 떠맡기드니...휴우, 관두자.

영은 : 가게 불났을 때...그때 그 옷이요?

종수 : ...(피식)


말없이 나란히 있는 두사람.

손으로 얼굴의 상처 어루만지는 종수. 지켜보는 영은. 안됐다.


종수 : ...세상은 참 슬프다...너두 슬프구 나두 슬프구 그 새끼두 슬프구 나무도 슬프구 꽃도 슬프구 라면도 슬프다...

영은 : ...

종수 : 그러구보면 세상에 연연할 거 하나두 없어. 불나서 다 타버리면 어차피 아무것두 없는 건데 뭐...(눈 슬몃 감는다)

영은 : (글썽한다) ...



#12. 영은집 앞길 (밤)


기다리고 있는 수현. 아무래도 안 되겠다 싶다. 일어나서 대문으로 다가간다. 결심한듯 벨을 누른다.


지은(E) : 누구세요?

수현 : 실례합니다.


문 열어주는 지은.


수현 : 안녕하세요?

지은 : 어머,

수현 : 늦게 죄송합니다.

지은 : 아,네...무슨 일이세요?

수현 : 영은씨 좀 만나고 싶어서 왔습니다. 혹시 집에 있나 싶어서요.

지은 : 영은이 없어요. 아까 전화로 말씀 드렸잖아요. 집 나갔...(하다가 어머, 하고 입 가린다)

수현 : 알겠습니다. 실례했습니다.

지은 : 아유, 뭐. 그럴 수두 있죠.

수현 : 그럼 가보겠습니다.


인사하고 돌아서는데 뒤에서 들어오는 인옥.


인옥 : 뭐예요?

수현 : (돌아보고 멈칫) 안녕하세요?

인옥 : (난감한듯 보다가) 영은이 만나러 왔어요?

수현 : 네.

인옥 : ...좀 들어와요.



#13. 인옥방 (밤)


인옥과 마주 앉아있는 수현. 찻잔 들고 들어오는 지은.


지은 : 드세요.

수현 : 고맙습니다.

인옥 : 넌 좀 나가 있어.

지은 : (삐죽거리며) 네, 그럼 말씀들 나누세요.


나간다.


인옥 : 둘이 싸웠어요?

수현 : 아닙니다.

인옥 : 내가 보기에두 벌써 몇번째 헤어졌다 만났다 그러는 거 같은데...

수현 : 다 제가 부족해서 그랬습니다. 용서해주세요.

인옥 : (할 말 없어지며) 차 들어요.

수현 : 네.


차 마시는 수현.


인옥 : 부모님은 뭘 하시나요?

수현 : 어머닌 어릴 때 돌아가셨고 아버지께서는 사업을 하십니다.

인옥 : 직장은요?

수현 : 레스토랑 지점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인옥 : 아, 그거...관뒀다드니...다시 나가게 됐어요?

수현 : 네? (다 들었구나) 그만 둔 거 아셨어요? (미소) 네...다시 나가게 됐습니다.

인옥 : (망설이다가) 영은이가 지금...잠시 어딜 좀 갔어요.

수현 : ?

인옥 : 춘천에 아버지가 있는데...아버지 만나러 간다구 잠시 갔어요...아마 그래서 연락이 안됐을 거예요.

수현 : ...네에.



#14. 영은집 앞길 (밤)


여행가방 들고 기운없이 걸어오는 영은. 집앞에서 망설인다.



#15. 인옥방 (밤)


마주 앉아있는 수현, 인옥.


인옥 : 딸이 셋이다 보니 내가 아무래두 골고루 신경을 쓰질 못해요. 막내라구 이뻐하긴 커녕 무심하기만 했어요.

         속으로 설움이 많을 거예요.

수현 : ...

인옥 : 그래두 저 혼자 알아서 크구, 알아서 세상 헤쳐나가는 거 보면 한편 대견한 마음두 있어요.

         영은이한테 엄마가 못한 거 까지 잘해주면 좋겠어요. 지난번에 말했듯이 순수한 감정으로 책임감 있게 대해줘요.

         엄마로서 그거 당부하고 싶어서 들어오라 그랬어요.

수현 : 명심하겠습니다.



#16. 동 마루 (밤)


조심스레 들어오는 영은. 방에서 나오는 지은.


지은 : 너! 기어이 들어왔구나!

영은 : (기죽어) 엄마는?

지은 : 누구 와 있는지 알어?


방에서 나오는 인옥과 수현. 놀라서 딱 굳는 영은.


영은 : 어,어떻게 된 거예요?

인옥 : (보자마자 성질난다) 아버지한테 가서 살지 왜 도로 들어왔어? 응?

영은 : ...(난감한데)

수현 : 그럼...전 그만 가보겠습니다.

인옥 : ...그럴래요?

수현 : 영은씨 나 잠깐만 볼래요?

영은 : (난감하다)

수현 : (인옥 보고) 늦게 죄송합니다.

인옥 : 그래요, 잘가요. 나가봐, 영은이.

영은 : ...



#17. 영은집 앞길 (밤)


수현 뒤를 따라 나오는 영은. 한쪽에 가서 마주 선다.


수현 : 지금...가출했다 들어오는 길이예요?

영은 : (당황하며 머쓱 웃고) 어, 네에...좀...그렇게 됐어요.

수현 : (허탈하게 웃고) 영은씨,

영은 : (본다)


자신없어 금방 시선 떨구는 영은.

가만히 지켜 보다가 그대로 와락 영은을 끌어안는 수현. 깜짝 놀라는 영은. 놀라서 벗어나려한다.


수현 : 그냥 이대로 있어요.

영은 : ...누구 봐요.

수현 : (더 꽉 안고) ...

영은 : ...(이윽고 숨죽여 그대로 있다)


한참 후 가만히 팔을 풀어주는 수현. 마주 본다.


수현 : 내가 그동안 영은씨 대하는 법을 너무 몰랐어요.

영은 : (얼굴 빨개졌다) ...

수현 : 앞으론 무조건 내가 하자는대로만 해요.

영은 : ...(본다)


기차표를 한장 쥐어주는 수현.


수현 : 내일 역에서 만나요. 같이 갈 데가 있어요.

영은 : ...

수현 : (결연히) 나와요. 안 나오면 나올 때까지 평생 거기서 기다릴 겁니다.

영은 : (본다)

수현 : 그럼 잘자요.


돌아서서 가는 수현. 영은, 정신이 없다.



#18. 영은집 마루 (밤)


경황 없는 얼굴로 들어오는 영은. 마루에 앉아있는 인옥.


인옥 : 뭐하러 도로 들어와? 아버지랑 살러 나갔으면 아버지랑 살아야 될 거 아냐!

영은 : ...

인옥 : 느이 아버지 지금 어딨어.

영은 : ...그냥...춘천 도로 내려가신다고...

인옥 : 그럼 따라가지 왜 도로 기어 들어왔어?

영은 : ...그러게. (애써 씩 웃는다) 죄송해요, 엄마.

인옥 : (한심한듯 보다가) 느이 아버지 얼마나 어렵대니? 망했대? 폭삭 망했대?

영은 : ...(망설이다) 그런 거 같아요.

인옥 : (설마하고 보다가 허, 웃는다) 진짜야?

영은 : ...

인옥 : 그래서? 그 인간 너보구 같이 살자든? 그쪽 식구들은?

영은 : 그쪽 식구들은...잘 모르겠어요.


잠시 어이없다가 다시 허, 웃는 인옥.


인옥 : 하늘두 고마우셔라.

영은 : (본다)

인옥 : 내가 인제 죽어두 여한이 없다! 살아생전 그 인간 망하는 꼴을 보는게 소원이었는데...

         참 잘 망했다. 하늘두 정말 고마우시지! (눈물 훔치는데)

영은 : ...(마음 아픈데)


기운없이 방으로 들어가는 영은.


인옥 : 영은아,

영은 : ...(돌아본다)

인옥 : 엄마 결혼 같은 거 안한다. 걱정마라.

영은 : ...엄마,

인옥 : 이 나이에 무슨 결혼이야? 그 아저씨랑 그저 좋은 친구 사이야. 친구두 실은 부담스러워서 관둘까 싶어.

영은 : ...

인옥 : 엄마가 지금껏 왜 이러구 살았는데? 결혼을 했으면 진작...더 젊을 때 했겠지.

영은 : ...

인옥 : 엄마 어릴때 그 아저씨랑 좋아지낸 건 사실이지만...그거 다 지난 얘기야.

         엄마 믿어. 지금 그 아저씨 혼자 그러는 거야. 나는 싫다. 제발 엄마 마음 좀 알아주라.

영은 : 엄마, 난 그게 아니구요...

인옥 : 아까 그 남자친구...볼수록 괜찮드라. 잘지내봐라.

영은 : ...(말 못하고 글썽한다)



#19. 영은방 (밤)


가방 푸는 영은. 곁에 앉아 영은 머리를 재미삼아 툭툭 치며 얘기하는 지은.


지은 : 내가 너 얼마나 버티나 보자 그랬다. 집을 나갔으면 최소한 열흘은 버텨야지 꼴랑 이틀을 못 넘기냐?

영은 : (가방 열고 옷 챙긴다) 그러게.

지은 : 어제 어디 있었어? 혹시 증말 아버지 만났니?

영은 : 가게에서 잤어.

지은 : (쥐어박는다) 으이그, 이 웬수...니가 그렇지, 하는 짓이라고는 꼭,

영은 : ...

지은 : (일어나서 나가다가 문득) 아참, 그 엄마 애인 아저씨 너 안 찾아왔디?

영은 : !

지은 : 너 일하는 데 물어보시길래 갈쳐줬는데...안 오셨어?

영은 : ...안 오셨어.


밖으로 나가는 지은.

홀로 남는 영은. 다시 멍해진다. 어떻게 해야하나...



#20. 두식집 외경 (아침)



#21. 동 식당 (아침)


부자 식사하고 있다.


두식 : 시간 일 분이라두 늦지말구 정확하게 와.

수현 : ...


약봉지 하나 식탁에 올려놓는 두식.


두식 : 이게 뭔지 아냐? 먹으면 바로 죽는 약이다. 내가 사업 힘들적마다 한알씩 사모은 거다.

         이거 한알씩 모으면서 반대로 살아야 될 용기를 하나씩 얻구 그랬다.

수현 : !

두식 : 오늘 만약에 니가 안 나오면 니 애비 이 세상에 없다. 이거 다 털어넣는다.

수현 : 아버지,

두식 : 듣기 싫다.

수현 : 저 안 나갑니다. 이런 식으로 억지 부리지 마십시요.

두식 : 니가 오나 안 오나 보자. 이게 마지막 기회다.

수현 : ...

두식 : (쏘아본다)



#22. 청과물 상회 (낮)


출근하는 인옥.


인옥 : 늦었지?

순금 : 인제 나와?

인옥 : 왜? 무슨 일 있어?

순금 : 얘...경은아빠 또 왔어.

인옥 : 뭐?

순금 : 지금 저기 모퉁이 다방에서 기다리구 있어.

인옥 : (화난다)



#23. 다방 (낮)


들어오는 인옥. 한쪽에 앉아있는 성호.

성큼 다가가는 인옥. 열이 확 솟는다.


성호 : 왔어?

인옥 : (앉으며 대뜸) 당신 정말 이럴 거야?

성호 : 화는 차차 내구...주문부터 해. 뭐 마실래?

인옥 : 마시긴 뭘 마셔? 나 당신하구 할 얘기 없어.

성호 : ...미안하다.

인옥 : 뭐가 미안해? 내 앞에 다신 나타나지마. 꿈에 나타날까 두려워.

성호 : ...

인옥 : 망했다면서? 참 잘됐다. 너무 기뻐서 엊저녁 내내 웃었어.


순간, 성호 바로 옆 테이블에 나란히 앉아있는 어린 남자 꼬마들이 눈에 들어온다. 아들들이다!

예민해지는 인옥.


꼬마1 : 형,

꼬마2 : (작게) 괜찮아.

성호 : ...경은 엄마,

인옥 : 뭘 바래구 왔어? 영은이 돈까지 들구 갔다면서 뭘 바래두 또와? 내가 적선이라두 할 줄 알았어? (시선을 꼬마들에게로)

성호 : 당신 마음...이해한다.

인옥 : 이해구 자시구 다 필요없어. 당장 사라져요.

성호 : 결혼은 언제 하나.

인옥 : 남이야 결혼을 언제 하든.

성호 : 애들은...

인옥 : 애들 걱정 돼? 길에다 버리구 시집갈려 그래. 누구 하는 짓 나는 못할까봐?

성호 : ...

인옥 : 나 그만 일어날테니까 앞으루 우리 주위 얼씬두 하지마. 어떻게 할 짓이 없어서 막내딸 등을 쳐먹어?

성호 : ...

인옥 : 마누란 어쩌구 왔어요? 왜? 집에서 쫓겨났어?


일어나는 인옥.


성호 : 경은 엄마,

인옥 : (본다)

성호 : 내가 잘못했다...내가 죽을 죌 지었다. 그 말 하러 왔어.

인옥 : (기막힌다)

성호 : 그 죄값 하느라 이렇게 됐지 싶어서 용서 구하러 온 거야. 다른 뜻 없어.

         다른 여자랑 살아보면서 뼈저리게 느꼈어. 당신이 참 좋은 사람이드라.


인옥, 물잔을 들어 성호 얼굴에 확 끼얹는다. 깜짝 놀라는 꼬마들.


인옥 : 미친 놈.


나간다.



#24. 다방 앞길 (낮)


다방 나오는 인옥. 안에서 나오는 성호. 쫓아온다.


성호 : 경은 엄마,


확 떠밀고 도망치듯 서둘러 발길 떼놓는 인옥. 뒤에서 착잡한듯 바라보는 성호.



#25. 두식 사장실 (낮)


일 안하고 우두커니 앉아있는 두식.

들어오는 정희. 깜짝 놀라는 두식.


정희 : 왜 그렇게 놀라세요?

두식 : 아,아니야.

정희 : (조심스레) 혜경이네 하구 식사 하기로 하셨다면서요?

두식 : 응.

정희 : 수현이가 나온대요?

두식 : 나오겠지. 지가 내 얼굴 죽을 때까지 안 볼 요량이면 안 나올거구.

정희 : 무리하시는거 아니예요? 조금 더 시간을 두구 지켜보시지 왜 굳이 그댁에 거짓말까지 하시면서...

두식 : (버럭) 시간을 두구 지켜봐? 무슨 시간?

정희 : 새로 사귀는 여자 친구랑 헤어질지 어떨지 아직 모르는 거잖아요.

         주위에서 너무 말리면 되려 더 가까워지니까 그냥 모른 척 그냥 두세요. 한동안 잠잠하시다가 왜 갑자기 이러세요?

두식 : (OL) 그럼 나보구 걔들 말리지 말라 이거야, 지금?

정희 : ...꼭 이런 식으로 말리셔야 하나싶어서요. 무리해보여 그래요,

두식 : 오늘로 내가 이놈하구 인연을 끊든가 계속하든가가 결정되는 거야.

정희 : (한숨) 사장님,

두식 : ...



#26. 돈까스 가게 외경 (낮)



#27. 가게 안 (낮)


일하고 있는 영은. 들어오는 혜경.


혜경 : 안녕하세요?

영은 : (돌아보고 깜짝 놀란다) 아,안녕하세요.

혜경 : 오랫만이예요.

영은 : ...

혜경 : (민식 보고) 개업 축하드립니다. 저 기억하시죠?

민식 : 아,예...

혜경 : 영은씨 하구 할 얘기가 있거든요? 한 삼십분만 내주시겠어요?

영은 : ...



#28. 까페 (낮)


영은과 마주 앉아있는 혜경.


혜경 : 한번 만나고 싶었는데 어디서 일하는지 통 알 수가 있어야죠. 수소문하느라구 혼났어요.

영은 : 네에.

혜경 : 일은 재미있어요?

영은 : 저어...그 돈 말인데요.

혜경 : 돈? 아아...그거요?

영은 : 잘 썼습니다.

혜경 : 어머, 무슨 말을요? 종수씨가 찾아와서 되게 매달리드라구요. 영은씨 집안에 문제가 있다면서

         꼭 좀 도와달라 그러드라구요. 뭐 힘든 일두 아니구 해서 조금 내줬죠. 요긴하게 썼다니 기뻐요.

영은 : ...꼭 갚겠습니다.

혜경 : 안 갚아두 돼. 그냥 써요. 아, 종수씨처럼 좋은 친구가 있으니 얼마나 다행이예요?

         나두 그런 친구 하나만 있으면 세상에 부러울 게 없겠어요.

영은 : ...

혜경 : 그러니까...집안 문젠 잘 해결된 거죠?

영은 : 네.

혜경 : 얼마나 다행이예요?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힘내구 잘 살아요. 혹시 또 도움이 필요하면 얘기해요.

영은 : ...

혜경 : (시계본다) 그만 갈께요. 걱정돼서 왔는데 생각보다 잘 지내는 거 같아서 맘이 놓여요.

         더 있고 싶지만...수현씨랑 우리 부모님이랑 다같이 오늘 점심 먹기로 했거든요? 늦어서 가볼께요.

영은 : (본다)

혜경 : 우리 다들 영은씨 걱정 많이 하고 있어요.

영은 : ...

혜경 : 일어날까요?

영은 : (본다)



#29. 호텔 외경 (낮)



#30. 동 별실 안 (낮)


혜경 부모와 두식 앉아있다. 들어오는 혜경.


혜경 : 일찍들 오셨네요?

두식 : (반갑다) 왔구나.

혜경 : 네.

혜경모 : (삐딱하다) 솔직히 저흰 오구 싶지 않았어요. 얘만 고집 안 부리면 당장 관두구 싶은 마음이예요.

            아시죠? (한숨) 저번처럼 일 저지를까봐 겁나서...

강회장 : 이 사람아, 좀 가만 있어.

두식 : (미안한데) ...

혜경 : (의연하다) 아버님, 뭐 좀 드셨어요? 차라두 미리 하시지 그러세요?

두식 : 어어, (초조한듯 시계본다)

강회장 : 좀 늦나 봅니다.

두식 : 아닙니다. 금방 온다구 전화 왔습니다.



#31. 파인 앞길 (낮)


안에서 나오는 수현. 택시를 잡는다.


수현 : 서울역 가주세요.



#32. 돈까스 가게 안 (낮)


일하는 영은. 곰곰 생각에 잠겼다가 주머니에서 가만히 기차표를 꺼낸다.


민식 : 뭐냐?


놀라서 얼른 구겨서 바닥에 버린다.


영은 : 아니예요.

민식 : 얼굴이 안 좋아 보인다? 일찍 들어가라.

영은 : (본다) 괜찮아요.

민식 : 들어가.

영은 : 그래두 되겠어요?

민식 : 대신 내일 두배루 일해.

영은 : (웃고)


하지만 다시 고민하는 영은. 구겨서 쓰레기통에 버린 기차표가 보인다.



#33. 버스 정류장 (낮)


영은, 걸어온다. 버스 기다리며 서 있다.


수현(E) : 나와요. 안 나오면 나올 때까지 평생 거기서 기다릴 겁니다.


버스 한 대 다가온다. 안 타고 그대로 보내는 영은.


두식(E) : 니가 박인옥이 막내냐? 우리가 인연이 깊구나...


고개 푹 숙이고 그대로 굳은듯 서 있는 영은. 글썽하며 입술 깨문다.



#34. 호텔 별실 (낮)


둘러 앉아있는 네사람. 초조한 두식과 혜경.


두식 : 차가 막히는 모양입니다.

강회장 : (떨떠름하게 농담처럼) 안 오는 거 아닐테죠.

두식 : 무슨 그런 말씀을요. 금방 통화했습니다. 저두 낯이 있는데 얼마나 민망하겠습니까.

         오기가 겁나 그럴 겁니다.

혜경 : 우리 먼저 주문하죠 뭐. 아버님 뭐 좋아하세요?

혜경모 : (작게) 자존심두 없는 기집애.

혜경 : 여기 생선요리를 아주 잘한대요. 배고프시죠?

혜경모 : (마뜩찮다)

두식 : 미리 시킬까요?

강회장 : 그럽시다. 먼저 주문 하지 뭐.

두식 : (초조하다)



#35. 기차역 대합실 (낮)


들어오는 수현. 주위 살피고 아직 안온 것 확인하자 약간 기운 빠진다.

매점으로 가서 신문과 음료수 두 개 사는 수현. 다시 입구 쪽을 살핀다.



#36. 호텔 별실 (낮)


울리는 두식의 휴대폰. 놀라서 일어나는 두식.


두식 : 인제 온 모양입니다. (받고) 여보세요?

수현(E) : 아버지 저예요.

두식 : (눈치 보며) 어디야?

수현(E) : 서울역입니다.

두식 : 뭐?


얼굴 벌개지더니 밖으로 나가는 두식.


두식 : 잠깐 실례하겠습니다...회사 전홥니다.



#37. 역 대합실 일각 (낮)


통화하고 있는 수현.


수현 : 저 오늘 영은씨랑 어머니 산소에 인사 드리러 갑니다. 어쩌면 오늘 못 돌아올지도 모르겠어요.


결연하다.



#38. 호텔 별실 앞 (낮)


통화하고 있는 두식. 사색이 된다. 뒤에서 나오는 혜경.


두식 : 이 망할 놈! 당장 못 돌아와? 둘이서 어딜 간다구? 어디를 가? 여보세요! 여보세요!


자리에 풀썩 쓰러진다. 쫓아 나오는 혜경.

혜경 아버님, 부축한다.


혜경 : 아버님? 여기 누구 좀 도와주세요!!



#39. 버스 안 (낮)


창가에 앉아 있는 영은. 이런저런 추억들이 마음을 뒤흔든다.

갈등하는 영은. 주머니에서 기차표를 꺼내본다.

꼬깃꼬깃 구겨진 표를 빳빳이 펴본다. 가만히 들여다본다.



#40. 서울역사 입구 (낮)


달려가는 영은. 사람들 사이를 헤치고 들어간다.



#41. 서울역 대합실 일각 (낮)


전화 끊고 대합실 벤치로 가서 앉는 수현. 착잡하게 담배 꺼내 문다.

시계본다. 주위 살피다가 포기한듯 허탈하게 일어나서 서성거린다.

순간, 저쪽에서 달려오는 영은 모습에 눈이 확 뜨인다. 환히 웃으며 다가오는 영은.


수현 : 영은씨,

영은 : 많이 기다리셨죠?

수현 : (감격스럽다) ...

영은 : 차가 무척 막혔어요.

수현 : 안 오는 줄 알았어요.

영은 : 안 오긴요?

수현 : 고마워요.

영은 : 에이, 뭐가요?

수현 : (애틋하게 본다) ...

영은 : (웃고) 얼른 가요, 차 놓치겠어요.



#42. 플랫폼 (낮)


달려오는 두사람. 뛰어가서 열차에 오른다.



#43. 두식집 외경 (낮)



#44. 두식방 (낮)


누워있는 두식. 곁에 앉아있는 혜경.

눈 뜨는 두식.


혜경 : 정신 좀 드세요?

두식 : 어어...

혜경 : 전 아버님 돌아가시는 줄 알구 너무 놀랐어요.

두식 : ...

혜경 : 얼마나 무서웠는지 아세요? 수현씨 좀 안 오면 어때요? 그런 일로 이렇게 쓰러지시면 어떡해요.


눈물을 닦는다.


두식 : ...미안하구나.

혜경 : ...아버님이 뭐가 미안하세요.

두식 : ...내가 억지를 썼다.

혜경 : 괜찮아요. 예상 못한 일두 아닌데요, 뭐. 저 벌써 예전에 다 포기했다니까요...혹시나 싶었던 거 뿐이예요. 전 괜찮아요.

두식 : (다시 눈 감고 착잡해지는데) ...


혜경, 이윽고 다시 싸늘해지며 분노한다.



#45. 종수 창고 앞길 (낮)


차에서 내리는 혜경. 창고로 다가간다.



#46. 창고 안 (낮)


들어오는 혜경. 누워있는 종수.


혜경 : 자니?

종수 : (눈 뜬다)

혜경 : (발로 툭 찬다) 좀 나가자.

종수 : 깨우지마. 새벽에 들어왔어.

혜경 : 일어나.

종수 : 왜 왔는데?

혜경 : 남의 돈을 그만큼 먹었으면 최소한의 가책을 느껴야 하는 거 아니니.

종수 : ...

혜경 : 일어나. 곱게 말할 때 들어.


일어나는 종수.


종수 : 너 증말 사람 되게 귀찮게 한다.

혜경 : 나가자.



#47. 까페 (낮)


나란히 앉아있는 종수와 혜경. 양주잔을 그대로 들이키는 혜경.


혜경 : 그 기집애한테 돈 갖다 주면서 다신 만나지 말라는 단서 붙였니, 안 붙였니?

종수 : 당연히 안 붙였지. 촌스럽게 그딴 단설 왜 붙이냐?

혜경 : (기막혀) 걔들 둘이 지금 같이 있어. 같이 있는 정도가 아니라 둘이 같이 날랐어.

종수 : (멈칫) 그러냐?

혜경 : 니가 나한테 몇 번이나 사기쳤는지 알어?

종수 : 난 한번두 사기라구 생각한 적 없다. 내 생활신조가 최선을 다하자야.

         최선을 다 했는데 결과가 나쁜 거야 내 잘못이냐? 하느님 탓이지.

혜경 : 뭐 이런 그지같은 양아치 자식이 다 있어?

종수 : 나는 너한테 그냥, 충고 삼아서 방법 하나 가르쳐준다 그랬지, 걔들 떼놓겠다구 말한 적은 없어.

         니가 자진해서 빌려준 돈인데 것두 내 잘못이냐?

혜경 : (분하다) 인제 어쩔거야?

종수 : 뭘?

혜경 : (종수 멱살을 잡는다) 니가 책임져. 당장 돈을 갚든가 걔네들 내 눈 앞에서 찢어놓든가.

종수 : (피식 웃으며 멱살 툭 뿌리친다)

혜경 : 어떡할거야? 어떻게 책임 질거야? 이 못된 자식아.

종수 : 책임은 무슨 책임이냐.

혜경 : 너, 나랑 같이 걔들 찾으러 가자. 가서 둘 다 갈갈이 찢어버릴 거야.

종수 : 야...진정해라.

혜경 : (눈물 흘리며 엎드린다) 분해...너무 분해.

종수 : ...(내려다 본다)



#47-1. 섬 선착장 (낮)


여객선에서 내리는 수현, 영은.

배와, 승객들과, 매표구....마지막배 여덟십니다! 외치는 승무원 소리도 배경으로 들리고,

늘어선 생선 좌판 같은 것도 보이고...

나란히 걸어가며 연신 구경하고 신기해하는 영은.



#48. 언덕 무덤가 (낮)


바다 내려다 보이는 언덕. 나란히 오는 두사람.


영은 : 어디...가세요?

수현 : 다 왔어요.


송림 사이로 작은 무덤 하나. 그 앞에 와서 서는 두사람.


수현 : 오랫만이예요, 엄마...그동안 잘 계셨어요?

영은 : (당황) ...


잠시 내려다보다가 무릎 꿇고 앉는 수현.


수현 : 소개할께요, 제 여자친구예요. 예쁘죠?

영은 : !


내려다보는 영은. 가만히 곁에 앉는다.


수현 : (미소 띠며 작게) 인사해요, 영은씨.

영은 : (머뭇하고 무덤을 바라본다) ...

수현 : (무덤 바라보며 웃고) 놀라셨죠, 엄마...제가 이렇게 고운 사람을 데리고 올 줄 모르셨죠?


가만히 그리운 듯 무덤을 쓸어보는 수현. 애틋하게 바라보는 영은.



#49. 바닷가 (석양)


서해안. 바다를 향해 나란히 걸어오는 영은과 수현. 파도에 발 담그며 장난치고 걷는다.


영은 : (비밀스레) 있죠, 저 오늘 바다에서 타는 배, 처음 타봐요.

수현 : 그래요?

영은 : 네! 너무 신기하구 재밌었어요!

수현 : (흐뭇한데)

영은 : 앗, 저기 좀 봐요! 갈매기가 물고기 물고 가는 거 보여요? 보이죠? 와아! 저렇게 큰 걸 물고 가네? 와아...

수현 : (재밌다) 와아, 그러네요?

영은 : (창피한듯 웃고)

수현 : 여기 맘에 들어요?

영은 : 네에! 너무 좋은데요?

수현 : 여기가 예전부터 영은씨랑 같이 오고 싶었던 비장의 장소예요.

         여기 서서 고백을 해야지, 벼르구 별렀는데...번번이 어긋났죠.

영은 : ...


영은 손을 잡는 수현.


수현 : (웃고) 고백...시작해두 돼요?

영은 : (본다)

수현 : 나는..내가...영은씨 곁에 가장 늦게까지, 가장 오래도록, 남는 사람이면 좋겠어요.

영은 : ...(뭉클한다)


멋적은 듯 쓱 돌아보는 수현.

이윽고 점점 두려워지는 영은. 뭐라 대답도 못하고 멍하니 바다를 바라보며 멈춰 서 있다.

감격해 그러는 줄 알고 바라보는 수현. 슬며시 뒤로 다가가서 영은 무릎 뒤쪽을 툭 친다.

놀라서 푹 꼬꾸라지는 영은. 기우뚱 중심을 잃고 물에 빠진다.

흘기며 수현을 잡고 간신히 일어나는 영은. 그러나 바닥에 미끄러져 다시 쭐떡 넘어진다.

둘다 낄낄거리고 웃는다. 웃으며 영은을 잡아일으켜주는 수현.

물에 젖은 그녀의 머리카락을 따뜻하게 가만가만 넘겨주더니...이윽고 천천히 입을 맞춘다.

그대로 깜짝 놀라 얼어붙어 있는 영은.


수현 : 영은씨,

영은 : (멍하니)

수현 : (웃고) 숨 쉬어요.

영은 : (얼굴 빨개지는데) ...



#50. 청과물 상회 (저녁)


시름 겨워 앉아있는 인옥. 다가오는 순금.


순금 : (툭 치고) 얘, 인옥아.

인옥 : (깜짝) 어,

순금 : 경은아빠 때문에 그래?

인옥 : ...

순금 : 잊어버려. 사과하러 온건데 뭘 신경써? 대범하게 받아들여.

         인제 너두 새 인생 찾을 거구...그럼 신세 뒤바뀌는 거 아니니. 그만 용서해라. 그래야 복 받는다.

인옥 : ...새인생은...누가 새 인생을 찾는다 그래.

순금 : 얘 왜이래? 여태 그렇게 좋아서 잘 지내놓구 뭘 그렇게 빼냐? 내 앞에선 좀 솔직해져 봐.

인옥 : ...

순금 : (본다) 근데, 두식오빤 왜 이렇게 잠잠하니? 오늘은 전화두 안 하네? 하루두 빠지지 않드니...

인옥 : (일어난다) 순금아...나 먼저 좀 들어갈께. 머리가 아퍼서.

순금 : 그래라. 안그래두 대충 걷을려 그랬어.



#51. 영은집 앞길 (저녁)



#52. 동 마루 (저녁)


들어오는 인옥.

통화하고 있는 지은. 표정이 딱딱하다. 지극히 사무적으로.


지은 : 네...걱정마세요...네...네...다 그렇죠 뭐...음악이 뭐 돈으루 하나요...네...그러세요...

         아뇨, 그런 말씀 뭐하러 하세요? ...네, 지금 바빠요...안녕히 계세요...


전화 끊는다.


인옥 : 누군데?

지은 : (굳은 얼굴로) 아버지.

인옥 : 뭐?

지은 : ...아버지 용서해라, 미안하다...계속 그 말만 하시네.

인옥 : ...다시 전화 오면 무조건 끊어버려.

지은 : ...아버지한테 무슨 일 있어요?

인옥 : 몰라! 내가 알게 뭐야.

지은 : 분위기가 심상치 않든데 뭐.

인옥 : 만약에 또 전화오거나 만나자 그럴때 니들이 만나구 그러면 엄마는 니들 안 봐.

지은 : 걱정마세요, 엄마보다 내가 더 아버지 싫어하니까.


차갑게 방으로 들어가버리는 지은. 지켜보는 인옥.



#53. 인옥방 (저녁)


앉아있는 인옥. 물끄러미 휴대폰을 들여다본다. 이윽고 휴대폰 아닌 무선전화기를 들고 번호를 누른다.


인옥 : 실례합니다만...조두식 사장님 계십니까? ...그러세요? 어디가 편찮으신데요? ...네, 알겠습니다.


전화 끊고 잠시 의아하다가 다시 수화기를 든다.



#54. 두식집 거실 (저녁)


가정부, 전화받고 있다.


가정부 : 네에, 사장님이 몸이 많이 편찮으셔서요... 지금 주무시는데요...



#55. 인옥방 (낮)


통화하는 인옥.


인옥 : 그러세요? ...네에...저요? ...저는...박인옥이라고 합니다...



#56. 두식방 (낮)


천장 바라보고 침대에 누워있는 두식.


수현(E) : 저 오늘 영은씨랑 어머니 산소에 인사 드리러 갑니다. 어쩌면 오늘 못 돌아올지도 모르겠어요.

두식 : (멍하니) 내가...무슨 죄를 그렇게나 많이 지었습니까...


눈물이 맺혀온다. 노크하고 들어오는 가정부.

움찔 놀라는 두식.


두식 : 들어와요.

가정부 : 주무세요, 사장님?

두식 : 왜요.

가정부 : 박인옥 여사님한테서 전화왔었는데...

두식 : 잔다 그랬어요?

가정부 : 네...주무신다고 했습니다.

두식 : ...잘했어요.


도로 나가는 가정부. 어두워지는 두식 얼굴.



#57. 인옥방 (저녁)


전화기 앞에 얼굴 묻고 앉아있는 인옥. 초조한 얼굴로 급히 일어나더니 급히 밖으로 나간다.



#58. 두식집 앞길 (저녁)


천천히 다가오는 인옥. 집 건물을 한번 올려다본다. 심호흡하고 조심스레 벨을 누른다.



#59. 동 거실 (저녁)


들어오는 인옥.


인옥 : 실례 무릅쓰구 이렇게 왔습니다.

가정부 : 아뇨. 잘 오셨어요.

인옥 : 안에 계세요?

가정부 : 이쪽으로 오세요.

인옥 : (문득 생각난다. 작게) 혹시...아드님은...안 계세요?

가정부 : 아뇨. 아직 안 들어왔어요.

인옥 : (다행이다, 안도) 네에.



#60. 두식방 (저녁)


두식, 누워있다. 들어오는 가정부.


가정부 : 손님 오셨는데요.

두식 : 누구...


들어오는 인옥. 흠칫 놀라서 일어나는 두식.


두식 : 니,니가 왠일이냐.

인옥 : 많이 편찮으세요?

두식 : 어떻게 여기 올 생각을 다 했냐?

인옥 : ...

두식 : 밖에서 기다려라. 내 나가마.

인옥 : (안됐다) 아뇨, 누워계세요...얼굴이 안되셨어요.

두식 : ...아니다. 몸살이 좀 나서...괜찮다.


물끄러미 두식 모습을 바라보는 인옥. 눈물을 글썽 흘린다.

당황하는 두식.


두식 : 인옥아,

인옥 : 나오세요, 그럼...


밖으로 나간다.

식은땀 닦는 두식. 옷 매무새 가다듬는데 손이 후들후들 떨린다.



#61. 동 거실 (저녁)


찻잔 놓고 인옥과 마주 앉아있는 두식.


두식 : 니가...이렇게 니가 직접 와주니까...반갑구 황송하구나...자주 아파야겠다.

인옥 : 아프지 마세요.

두식 : (눈길 피하며)

인옥 : 편찮으시단 얘기 듣구 마음에 영 걸려서...나두 모르게 와버렸어요.

두식 : ...잘왔다.

인옥 : 할 얘기가 있어요.

두식 : (뭘까 미리 불안하다) ...

인옥 : 오빠...

두식 : 왜.

인옥 : (본다) 나랑 정말 결혼하고 싶으세요?

두식 : (깜짝 놀라)

인옥 : 결혼합시다.

두식 : ...인옥아,

인옥 : 결혼해요...더 늦기 전에...나 오빠랑 살고 싶어요.

두식 : ...

인옥 : 다 지긋지긋해요...자식두, 가난한 우리집 살림두, 내 과거두...다 너무나 지겹구 끔찍해요...

         오빠가 날 용서만 해준다면...나는 잘할 수 있을 거 같애.

두식 : (괴로워진다)

인옥 : 내 등에 걸머진 짐이 가볍지는 않지만요...오빠가 받아만 준다면...내가 최선을 다 할께...

         우리 딸들...다 착해요...아마 다들 잘할 거야.

두식 : ...


침묵 감돈다.


인옥 : (보다가 두식 반응이 신통치 않자 점점 창백해진다) ...

두식 : 잘 생각했다!

인옥 : (본다)

두식 : 고맙다, 인옥아.

인옥 : ...(눈물 주룩 흐른다)


그녀를 바라보는 두식. 비장해진다. 어찌됐건 밀고 나가 보리라!



#62. 바닷가 (저녁-밤)


해변에 나란히 앉아있는 영은과 수현.

나뭇가지 등을 모아 모닥불 피우는 수현. 불이 잘 타오르자 자랑스레 돌아보는 수현.

그런 그를 바라보며 애틋해지는 영은.


수현 : 영은씨, 전에 불렀던 그 이상한 노래 좀 다시 불러볼래요?

영은 : (창피한듯 웃는다)

수현 : 가끔 그날 밤에 가게에서 영은씨가 부르던 노래가 생각이 나요. 길가다가두 그 생각만 하면, 나 혼자 막 웃어요.

         한번 또 불러봐요. 듣고 싶은데...


딴 생각에 잠긴 영은.


수현 : 영은씨?

영은 : (움찔) 네?

수현 : 무슨 생각을 그렇게 골똘히 해요?

영은 : (머뭇하다가 결심한듯 본다) 저어....전에 제가...우리 엄마 이야기한 적 있죠?

수현 : (본다)

영은 : 우리 엄마가 절 어떻게 낳았는지 말씀 드렸죠?

수현 : 네에.

영은 : 사실은...저...자라면서요...우리 엄마 무척 미워했어요.

         중학교 이학년땐가...한번은 엄마가 연락두 없이 안 들어온 적 있어요.

         언니들은 다들 엄마 걱정 때문에 울며 밤을 지새는데...나는요...이불 속에서 제발 그대로 들어오지 말아라, 기도했어요.

수현 : ...

영은 : 엄마는...내가 엄말 얼마나 미워하는지 잘 몰라요. 나는요...착한 딸 아니예요.

수현 : (안쓰럽다) 영은씨,

영은 : (미소) 그런데요...그 우리 엄마한테...남자친구가 생겼어요.

수현 : ...

영은 : 요즘 엄마는 처음으로 나를 보고 웃어요. 나는 태어나서... 엄마가 그렇게 밝고 설레는 목소리로,

         누구랑 밤늦게까지 통화 하는 걸 처음 봤어요.


영은 손을 가만히 잡아주는 수현.


영은 : 있잖아요...

수현 : (본다) 네.

영은 : 서울 가지 말고...그냥 여기서 살면 안될까요?

수현 : !


얼굴 빨개지는 영은. 하하 웃는다.


영은 : 아...이거...농담이예요! 농담!


다시 고개 푹 숙이고 가만히 불빛 바라보는 영은.

뭔가 심상찮은 느낌이 드는 수현.


수현 : 영은씨?


이윽고 다시 결심한 듯 고개를 드는 영은.


영은 : ...할 얘기가 있어요.


제 11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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