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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이 보일까봐] 12

작성자수다쟁이|작성시간19.04.04|조회수573 목록 댓글 1

[눈물이 보일까봐] 12











#1. 바닷가 (저녁-밤)


모닥불 앞에 앉아있는 영은과 수현.


영은 : ...할 얘기가 있어요.

수현 : (본다)

영은 : (결심한듯 본다) 우리 엄마가 만나는 그 사람...내가 사랑하는 사람 아버지예요.

수현 : (멈칫하다 웃고) 무슨 얘기예요?

영은 : ...(말해놓고 떨린다)


이윽고 점점 긴장하는 수현.


수현 : 무슨 뜻인지, 자세히 얘기해요.



#2. 두식집 외경 (밤)



#3. 동 거실 (밤)


마주 앉아있는 두식과 인옥.


인옥 : 아들은 늦나 봐.

두식 : (당황) 어어, 이녀석이 늘 그래.

인옥 : 저어...아들 혼인문젠 어떻게 돼가구 있어요? 아직두 그 반대하는 아가씨 만나요?

두식 : ...모르겠다.

인옥 : 나에 대해선...아들이 반대 없어요?

두식 : 그럼! 조만간 밥이나 같이 먹자.

인옥 : (조심) 오빠 아들...정말 나나 우리 딸들에 대해서 다 이해하구 받아들일 수 있대요?

두식 : 그거야 당연한 거 아니냐!

인옥 : ...고맙네요.

두식 : (슬몃) 니 막내딸 말이다.

인옥 : 왜요.

두식 : (아직 모르는구나 싶으면서 두렵다) ...

인옥 : 막내랑 한 번 만나실래요?

두식 : (창백해지며) 어, 그래야지.

인옥 : (시계본다) 그만 가야겠네...오빠 좀 쉬셔야죠.

두식 : 그,그럴래?



#4. 바닷가 (밤)


심각하게 앉아있는 두사람.

믿기지 않는다는 얼굴로 한참 바다 바라보며 아무 말이 없는 수현. 혼잣말 하듯 나직하게.


수현 : 그게 무슨 상관이예요.

영은 : 네?

수현 : 그래서 어쨌단 말이죠? 아무것도 달라지는 거 없어요.

영은 : !

수현 : (돌아본다) 이 사실...영은씨 말고 누가 또 알아요? 우리 아버지 알아요?

영은 : ...네.

수현 : (아...대충 아버지 행동들이 짐작이 간다) ...영은씨 어머님은요?

영은 : 아직.

수현 : 됐어요...다시 한번 얘기하지만 아무것도 달라지는 거 없어요. 일단 다 잊어버리고 있어요. 내가 알아서 해요.


그러나 다시 우두커니 바다만 내려다보는 수현.

그 모습을 아프게 바라보는 영은. 문득 시계 본다.


영은 : 배 놓치겠어요, 가요.

수현 : (본다)


일어나는 영은.



#5. 부두 (밤)


달려오는 영은과 수현. 여객선 매표구로 다가간다.


수현 : 표 두장 주세요.

매표창구 직원 : 오늘 막배 방금 출발했는데요?

수현 : 벌써요?

영은 : 정말이예요?


난감한 영은. 곰곰 생각하는 수현.


영은 : (직원 따라가며) 갈 수 있는 방법이 없나요? 다른 배는 없어요?

수현 : (잡는다) ...잘됐어요.

영은 : 네?



#6. 두식집 외경 (밤)



#7. 동 거실 (밤)


소파에 앉아있는 두식. 시계를 본다. 다시 전화를 걸어본다. 전원 꺼놓았다는 메시지가 나온다.

수화기 내려놓고 전화를 쏘아본다. 다시 시계를 본다.

뭔가 곰곰 생각하는 두식.



#8. 섬 민박집 외경 (밤)


민박집 불빛이 보인다.



#9. 동 방안 (밤)


가만히 들어오는 수현과 영은.

이불을 쓱쓱 깔아주는 수현. 난감하게 바라보고 있는 영은.


수현 : 피곤할텐데 쉬어요.

영은 : (본다)

수현 : 아침 일찍 깨울께요. 아무 걱정말구 푹 자요. 나 바로 앞엣방에 있어요.


일어나는 수현.


영은 : 네, 그럼...안녕히 주무세요.

수현 : 잘자요. (나가다 문득 멈칫하고 돌아본다) 아참, 영은씨,

영은 : ?

수현 : 나 여기서 자면 안돼요?

영은 : 네?

수현 : 혼자 잘려니까 무섭네요. 여기 좀 재워줘요. 꼼짝두 안하고 가만히 잠만 잘께요.

영은 : 아,아뇨. 안돼요.

수현 : (짐짓 무안한듯 미소) 그래요? ...그럼...잘자요.


밖으로 나가는 수현.


영은 : 자,잠깐만요.

수현 : (본다)

영은 : 어어...저두 좀 무섭네요.

수현 : ...

영은 : ...(시선 마주치차 얼굴 빨개진다)


두사람, 마주보고 큰소리로 웃는다.



#10. 바닷가 민박집 외경 (새벽)



#11. 동 방안 (새벽)


창이 밝아온다. 입구 쪽에 팔 괴고 웅크려 잠든 수현.

적당히 떨어진 곳에 앉아있는 영은. 잠든 수현 모습을 애틋하게 지켜본다.

가만히 들여다보다가 다시 자리로 온다. 괴롭다. 얼굴 묻고 웅크리는데

눈 감은 채 가만히 손을 뻗어 영은 손을 잡아주는 수현. 움찔 놀라는 영은.

수현 역시 괴로웠던 밤.


수현 : 자요...눈이라두 좀 붙여요.

영은 : ...(뭉클한데)

수현 : ...(착잡하다)



#12. 여객선 안 (낮)


갈매기 날아다니는 바다. 뱃전에 나란히 서서 새우깡 같은 것 던져주는 두사람.

이윽고 다 던져주고 나란히 뱃전에 앉아 바다 바라보는 두사람.

가만히 수현 쪽으로 어깨를 기대는 영은. 덤덤한 척 마주 보고 웃지만 불안한 두사람.



#13. 두식집 외경 (낮)



#13-1. 동 거실 (낮)


들어오는 수현. 가정부 초조한 얼굴로 서 있다.


가정부 : 어디갔다 인제 와요?

수현 : 아버진요? 출근 하셨어요?

가정부 : 병원에 실려가셨어요.

수현 : 네?

가정부 : 새벽에 나와보니까 약 같은 걸 한웅큼 삼키구 쓰러져 계시잖아요.

수현 : !



#14. 병실 (낮)


급히 들어오는 수현.

잠들어있는 두식. 그 앞에 앉아있는 정희. 대뜸 일어난다.


정희 : 어떻게 된 거니? 어디서 오는 거야?

수현 : (다가와서 본다) ...괜찮으세요?

정희 : 도대체 이럴 수가 있니? 왜 그렇게 아버지 화를 돋궈?

수현 : ...

정희 : 사장님 성격 몰라서 그러구 다녀?

수현 : 상태가 어때요?

정희 : 모르겠어. 급히 위 세척은 했는데...두구 봐야지 뭐. 어제두 쓰러지셨어.

수현 : ...

정희 : 솔직히 난 정말 이해할 수가 없네. 부자가 서로 잡아먹지 못해 안달난 사람들 같애.

         갈수록 태산이야. 사장님두 그렇구 너두 그렇구!

수현 : ...(두식 얼굴 내려다보며 착잡하다)



#15. 영은집 외경 (낮)



#16. 동 마루 (낮)


전화 받는 인옥. 창백해져있다.


인옥 : 약을요? (떨린다) 언제요? ...무슨 병원인가요? ...알겠습니다.


전화 끊고 풀썩 주저앉는다. 급히 밖으로 나가는데 들어오는 영은. 둘러대는데,


영은 : 어제,저...친구집에서...

인옥 : 지은이한테 들었어.


후다닥 나간다. 얼떨떨한 영은.



#17. 영은방 (낮)


들어오는 영은. 화장대 앞에서 화장하는 지은.


지은 : 왔니?

영은 : 응.


옷 갈아입는 영은.


지은 : 엄마 결혼한대.

영은 : !

지은 : 드디어 결혼하기로 결심하셨대.

영은 : ...그래?

지은 : 너 인제 엄마 앞에서 싫은 내색 하기만 해봐. 내가 너 가만 안둬.

영은 : ...

지은 : 엄마가 요새 얼마나 니 눈치 보는 줄 아니? 너 언니한테 얘기 좀 해봐. 도대체 뭐가 그렇게 싫은데?


돌아서서 티셔츠 갈아입으며.


영은 : ...안 싫어.



#18. 돈까스 가게 앞 (낮)


출근하는 영은. 가게 앞에 서 있는 혜경 승용차.

깜짝 놀라 멈칫 서는 영은. 차에서 내리는 혜경.


혜경 : 여행 잘 다녀왔어요?

영은 : 오셨어요?

혜경 : 즐거웠어요?

영은 : (굳는)

혜경 : 영은씨...난 정말 영은씰 동생처럼 생각했어요. 귀엽고 착하고 예쁘고...

         어쩌다 우리가 이런 운명으로 엮이게 됐는지 안타까웠어.

영은 : ...

혜경 : 그래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서 예의바르게 대했어요.

         영은씨 나한테 이럴 수 있어? 내 자존심, 내 인생 이렇게 송두리째 짓밟을 수 있니?

영은 : ...

혜경 : 내 앞에선 돈 갚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온갖 좋은 말은 입으로 다 떠들면서 뒤로는 그동안 나 얼마나 비웃었니?

영은 : (창백해져서) 비웃지 않습니다.


열 받는 혜경, 따귀 올려붙인다. 당황하는 영은.

감정 격해진 혜경. 마구 쏟아붓는다.


혜경 : 너는...니가 수현씨랑 잘될거라구 생각하니? 너 하나 때문에 지금 그 집안이 얼마나 고통을 겪는지 알구나 있어?

         아버님 쓰러지시고 부자지간 원수되고 회사는 회사대로 어려워졌어!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기나 알어?

영은 : ...


차에 오르는 혜경.


혜경 : (한숨) 그래, 잘들 해 봐! 좋아! 나는 이제 니들 어떻게 나와두 좋아! 뭘해두 좋구 어딜 가두 좋아...

         난 이제 바라는 거 없어. 수현씨구 뭐구 다 필요없어. 니가 짓밟은 내 자존심만 돌려받을 거야.

         너같은 애한테 당했다는 거...평생 잊지 않고 돌려 줄 거야.

영은 : ...(눈물 참으며 똑바로 본다) ...



#19. 병실 (낮)


잠든 두식 앞에 앉아있는 수현. 착잡함과 함께 점점 미움이 솟는다.

외면하고 돌아 앉는데 들어오는 정희.


정희 : 일이 너무 복잡하게 됐다.

수현 : (본다)

정희 : 혜경이네 집에서 이만저만 화가 난 게 아니야.

수현 : ...

정희 : 투자 계획이구 뭐구 다 물 건너 갔어. 왠만하면 사적인 일 공적인 일 구분하는 분인데... 니가 정말 너무했어.

수현 : 제가 너무한 건 없습니다. 다 아버지가 자초하신 일이예요.

정희 : 수현아,

수현 : 전 그런 자리 만들자고 한 적두 없고, 애초부터 혜경이랑 결혼할 뜻도 없었어요.

         아버지만 무리하지 않으셨으면 이런 일은 안 생겼어요.

정희 : ...아버지 이러구 계시는 거 보구두 그런 말이 나와?

수현 : 아버지 그거 때문에 이러시는 거 아닙니다.

정희 : 무슨 소리야?


밖으로 나가는 수현. 어이없는 정희.



#20. 병원 앞뜰 (낮)


한쪽으로 가서 담배 붙여 무는 수현. 막 입구를 들어서는 인옥을 발견한다.

멈칫 놀라서 재빨리 몸을 숨긴다.

급히 병실 쪽으로 들어가는 인옥 뒷모습을 씁쓸하게 지켜보는 수현.



#21. 병실 (낮)


들어오는 인옥. 두식 앞에 애틋하게 앉아있다가 일어나는 정희.


인옥 : 실례합니다.

정희 : (당황) 오셨어요?

인옥 : (다가가서 살핀다)

정희 : ...

인옥 : 어떻게 된건지요?

정희 : (머뭇하다가) 회사 일이 잘 안 풀려서 괴로우셨던가 봐요.

인옥 : 목숨은 건진 거죠? 괜찮은 거죠?

정희 : 네...생명엔 지장 없으실 겁니다.


두식 앞에 주저앉으며 눈물 글썽 흘리는 인옥.


인옥 : 오빠 어쩌다 이랬어요? 나는 그것두 모르구...눈치두 없이... (목멘다)


지켜보는 정희 눈길, 착잡해진다.

두식 손을 가만히 어루만지는 인옥. 조용히 나가는 정희.



#22. 돈까스 가게 안 (낮)


일하는 영은. 텅 빈 가게 안. 한쪽 테이블에 앉아 푸념하는 민식.


민식 : 아아, 증말 큰일이다, 큰일이야.

영은 : (돌아본다)

민식 : 이러다 그냥 쫄딱 망하게 생겼네...도대체 손님이 왜이렇게 없는 거냐?

영은 : 기운 내세요. 나질 거예요.

민식 : 아, 차라리 옛날이 그립다. 남의 밑에서 일하는게 맘은 편하지...그냥 주저앉을 걸.

         (하다가 반갑게 얼른 일어난다) 어서 오십쇼!!


들어오는 성호와 어린 남동생 둘. 깜짝 놀라는 영은.


영은 : 아버지?

성호 : (반갑다) 여기 맞구나?


남동생들을 바라보며 어이없는 영은.


성호 : (민망한듯) 인사해라. 누나다. 막내 누나야. 아빠가 얘기했지?


머뭇머뭇하며 안녕하세요, 인사하는 두 꼬마. 뭔가 싶어 바라보는 민식.


영은 : 어,어떻게 된거예요?

성호 : 우선 좀 앉자.


아이들과 테이블에 앉는 성호. 다가오는 영은.


영은 : 아버지,

성호 : 그렇게 됐다. 차차 얘기 하마.

영은 : (멍하니 남동생들을 본다)



#23. 병실 (낮)


두식 앞에 앉아있는 인옥. 눈을 가만히 뜨는 두식.


인옥 : 정신이 들어요? 나 알아보시겠어요?

두식 : ...왔냐?

인옥 : 어쩌다 이런 일을 저질러요? 아무리 괴로워두 그렇지...

두식 : ...

인옥 : 정말 죽을 작정이었어요? 아니, 어떻게 그럴 정도로 회사가 힘들었어요? 나한테 왜 말두 안했어요?

두식 : ...인옥아,

인옥 : 네.

두식 : 나 안 죽는다. 걱정마라.

인옥 : 그럼요? 그럼 왜 이런 일을 해요?

두식 : 내 아들놈 정신 좀 들라구 그랬어.

인옥 : (어이 없다)

두식 : 잘 들어라, 인옥아...앞으루 무슨 일이 생기더라두...나는 너 포기 안한다.

인옥 : (멍하니) 네에?

두식 : 내가 이러는 거...다 너 때문이니까...무슨 일이 생겨두 내 진심...니가 알아줘야 한다. 나는 절대로 지지 않는다.

인옥 : 무슨 말이예요.

두식 : (혼잣말) 나는 한번두 내 운명 앞에 무릎 꿇은 적이 없어. 딱 한번 너하구 헤어진 거 말구는, 운명이 나를 이긴 적이 없어.

         거기 무릎 꿇었으면 진작에 죽었다!



#24. 돈까스 가게 안 (낮)


한쪽 테이블에 앉아 식사하는 두 꼬마들.

다른 쪽 테이블에 앉아있는 부녀. 아이들에게 안 들리게 작은 소리로.


성호 : 딱 열흘만...아니다, 한 일주일만...쟤들 좀 부탁하자.

영은 : !

성호 : 아버지가 금방 데릴러 온다. 친구 놈 집에 도저히 더 맡길 수가 없드라.

         고아원에 넣을려구 입구까지 갔다가 차마 발길이 안 떨어져서 도로 데리구 왔어.

영은 : ...(어이없다) 아버지,

성호 : 쟤들 엄마 있는 델 알아냈어. 금방 잡을 거야...그러면 곧 데릴러 오마.

         아버지가 너한테 이러는 거...차마 인간으로서 할 짓이 아닌 거 안다마는...

         어쩌겠냐...그래두 피가 섞인 니 동생들인데...불쌍하게 여기구...잠시만 좀 돌봐줘라.


두려운 눈으로 동생들 바라보는 영은.


영은 : ...아뇨, 아버지. 안 할래요.

성호 : (본다)

영은 : ...(일어난다) 돌아가세요. 엄마 알기 전에 가세요...

성호 : (한숨) 안그래두 느이 엄마 만났어. 아버지두 죽구 싶다, 영은아...

         너한테 정말 면목이 없다마는...이 길 밖에는 길이 없드라.

영은 : 가세요, 아버지. 전 자신 없어요. 엄마한테 말 못해요.


일어난다.


남동생1 : (멀리서 눈치 다 읽고 있다)

영은 : (외면한다) 가세요.

남동생2 : (포크 딱딱 두드리며) 아빠, 물 좀 주세요! 물이요!

남동생1 : (쥐어박고) 조용히 해, 임마.

영은 : ...(얼핏 보다가 고개 돌린다)



#25. 가게 앞길 (낮)


아이들 데리고 나오는 성호. 시름 겨운 얼굴로 걸어간다.



#26. 가게 안 (낮)


설거지 하는 영은.


민식 : 집안에 사정이 많은 모양이다?

영은 : ...네.

민식 : (한숨) 그러게 사람 팔자 부모 만나기 나름이다. 내 얘기 하나 해줄까? 들어볼테냐?

         우리 부모님...참 마음 좋구 착한 분들이었지. 그러면 뭐하냐, 일찌감치 돌아가셔서...

         내가 말이야, 검정고시를 수석으로 붙구...


출근하는 동규.


동규 : 늦었습니다!

민식 : 임마, 좀 일찍일찍 좀 다녀라!

동규 : 가게 앞에 왠 꼬맹이들이 조롱조롱 앉아있네요?


멈칫 돌아보는 영은.



#27. 가게 앞 (낮)


가게 나오는 영은. 주위를 살핀다. 한쪽에 가방 내려놓고 쭈그려 앉아있는 남동생들.

가슴이 서늘해지는 영은.


영은 : 아버지는? 어디 가셨니?


눈치만 보고 대답 없는 꼬마들.


영은 : 어디...(둘러보며) 가셨어?


이윽고 아빠! 부르며 왕 울음 터뜨리는 남동생2. 눈물에 콧물에 얼굴이 엉망이다.


남동생1 : (쥐어박고) 울지마, 임마.

영은 : (당황한다) 어디 가셨어?

남동생1 : (울먹하며) 잘모르겠어요.


남동생2 더 크게 울음을 터뜨린다. 얼른 달래주는 영은.


영은 : 울지마...에이, 울지마. 응? 뚝! 아빠 금방 오실 거야 ...아아, 착하다! 응?


안아주고 쓰다듬어주는 영은.


영은 : 울지마...누나가 있잖아! 누나 좀 봐봐! 응? 이름이 뭐야, 응?

         울지마아..누나하구 같이 가자. 괜찮아, 아빠 금방 오신다니까!


남동생2를 안아주다가 난감한듯 다시 주위를 휘휘 살피는 영은. 아버지 도망갔구나...맥이 탁 풀린다.



#29. 병원 복도 (낮)


수현, 병실에서 얼마쯤 떨어진 창가에 서있다.

안에서 나오는 인옥. 멀찌기 서서 멀어지는 인옥 뒷모습을 지켜보는 수현.



#30. 병실 (낮)


들어오는 수현. 흠칫 놀라는 두식.


수현 : 괜찮으세요?

두식 : (외면) 니 에미 잘 있드냐?

수현 : ...네.

두식 : 나두 니 에미 곁으루 갔어야 되는건데...

수현 : 아버지,

두식 : 니 얘기 하나두 듣구 싶지 않다. 인제 그만 부자지간 연을 끊자.

수현 : ...그 분이 그렇게 좋으세요?

두식 : (흠칫)

수현 : ...꼭 이렇게까지 하셔야 됩니까?

두식 : ...들었구나.

수현 : 네. 다 들었습니다.

두식 : ...

수현 : 이렇게 목숨을 담보로 거실 만큼, 그 분이 그렇게 좋으십니까?

두식 : (외면하다가) ...그래, 애비 평생을 오로지 이 목표만을 위해 살아왔다.

수현 : ...

두식 : ...느이 에미한테 왜그렇게 냉정했냐구 물었냐? 그래, 맞다. 그 여자 때문이다.

         애비가 지금껏 살아온 힘이 바로 그 여자야. 다시 만나서 혼자 사는 거 알았을 때, 이 세상을 다 얻은 것보다 더 기쁘드라.

         너는 이런 애비가 우습겠지만...나한테는 너무도 소중하고 귀한 사람이라서 목숨 걸고 이번 인연을 지켜나가구 싶다.

수현 : ...

두식 : ...애비 다음달에 혼인식 올릴 거다. 더이상 너하구 얘기하고 싶잖다.

수현 : (절망 어리며)...



#31. 아이스크림 가게 (저녁)


준석, 은석과 함께 둘러앉아 아이스크림 먹는 영은. 기가 많이 죽어있는 아이들.


영은 : 준석이는 아이스크림 안 좋아하니?

준석 : 좋아해요.

영은 : 근데 왜 안 먹어? 많이 먹어.

준석 : (눈치 보며 먹는다) 네.

영은 : 은석이는 일학년이라 그랬지? 방학숙젠 다 했니?

은석 : 방학 숙제 없어요.

영은 : 아니! 니들은 참 좋은 세상에 사는구나! 방학숙제가 없단 말이야? 우와아!

은석 : (킥 웃는다)

영은 : 둘다 참 똘똘하게 생겼다. 누나가 앞으로 맛있는 거 많이많이 만들어줄께.

         누나가 이래봬두 요리의 대가란다. 니네들은 좋겠다. 이런 멋진 누나랑 살게돼서!

준석 : (그제야 웃음)

영은 : (웃고) 그동안 마음 고생 많았지? 인제 나랑 살면 걱정 끝이야! 아버지 오실 때까지 우리 사이좋게 잘살아보자! 응?

은석,준석 : 네.

영은 : (흡족)


아이스크림 먹는 동생들을 지켜보는 영은. 점점점 얼굴에 걱정이 드리운다.



#32. 종수 창고 앞길 (저녁)


망설이며 다가오는 영은. 이윽고 결심하고 문 쾅쾅 두드린다.

잠시후 안에서 나오는 종수. 흠칫 놀란다.


영은 : (웃고) 잘있었어요?

종수 : 뭐냐?

영은 : 저두 잘있었어요.

종수 : (어이없다)

영은 : 부탁이 있어서 왔어요.

종수 : 부탁?

영은 : 오늘 딱 하루만 제 동생들 좀 돌봐주세요.

종수 : 니 동생?

영은 : 네. 제 남동생들이예요.


멀찌기 가방 들고 서 있는 남동생들. 의아한 종수.


종수 : 저것들 어디서 생겼냐?

영은 : 그렇게 됐어요. 내일 아침 일찍 데릴러 올께요. 여관에 데려갈려 그러니까 애들만 놔두기가 겁나서요. 여관비 드릴께요.

종수 : 허,

영은 : 아침 일찍 올께요. 정말 어디 부탁할 데라곤 없어서요.

종수 : 너 그렇게 내가 만만하냐?

영은 : 기왕 빚진 김에 신세 더 왕창 질려구요.

종수 : 내가 미쳤냐? 애들을 왜 맡아?

영은 : 저두 이거 무리한 부탁인 줄 알아요. 알지만 애들만 두구 집에 갈 수가 없어요.

종수 : 집에 데려가면 되지 뭘 그러냐?

영은 : ...

종수 : 니네 아버지 애들이냐?

영은 : (애들 눈치 본다)

종수 : (어이없어 피식 웃는다) 너 왜그렇게 사냐?

영은 : (한숨) 그러게요.

종수 : ...가라. 딴 데 알아봐.

영은 : ...부탁해요.

종수 : 가라니까! 내가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게 애들이다, 애들!

영은 : 하루만요.


들어가는 종수. 실망하고 돌아서는 영은.

들어가다 머뭇 돌아서는 종수. 아, 내가 또 맘 약해지면 안되는데...


종수 : 야!

영은 : (돌아본다)

종수 : ...얼마 줄건데?

영은 : (환해진다)



#33. 영은집 앞길 (밤)


들어오는 영은. 한쪽에 앉아 기다리고 있는 수현.

멈칫 발걸음 멈추는 영은.


수현 : 앉아봐요.


곁에 앉는 영은.


수현 : 내일 나랑 같이 서울 떠나요.

영은 : 네?

수현 : 영은씨 나한테 오빠라고 부를 자신 있어요?

영은 : ...

수현 : 난 자신 없어요. 영은씨만 보면 손 잡고 싶고, 둘만 있고 싶을 거예요.

영은 : ...

수현 : 그동안 난 우리 아버지 그늘에서 단 한번도 벗어난 적이 없었어요.

         반항하는 제스츄어만 취했지 단 한번도 제대로 벗어나질 못했죠. 아버진 항상 너무 거대하고 강했어요.

         내가 그저 군말 없이 따르고 복종하기만 요구하셨죠.

영은 : ...

수현 : 이제 겨우 거기서 벗어날 기회가 온 것 같네요. 우리 두사람...잘해나갈 수 있어요. 집에서 나와요.

영은 : (당황)

수현 : 날 정말 사랑하고 원한다면...내일 열두시까지 역으로 나와요. 필요한건 아무것도 없어요. 내가 다 준비할께요.

영은 : ...

수현 : 이렇게 하지않으면...우린 이번 생에 영원히 만날 수 없어요.

영은 : ...(글썽하는데)


영은 손을 잡는 수현.



#34. 영은집 마루 (밤)


통화하고 있는 인옥. 열받았다.


인옥 : 고맙다니! 뭐가 고마워!


들어오는 영은.


인옥 : 당신 정말 돌았어? 어떻게 인간이 우리한테 이럴 수 있어? 영은이? 영은이가 또 뭐!


움찔 놀라는 영은. 돌아보는 인옥.


인옥 : (듣다가 점점 하얗게 질린다) ...다신 전화하지 마! 한번만 더 하면 그날로 당신하구 나하구 죽는 날일 줄 알아!


전화 끊는 인옥.


인옥 : 들어와.

영은 : ...(올것이 왔구나)



#35. 인옥방 (밤)


마주 앉아있는 인옥과 영은. 싸늘한 침묵 감돈다.


인옥 : 아버지 또 너 찾아왔었니.

영은 : ...네.

인옥 : 찾아와서 뭐라 그래?

영은 : 별 말씀 없으셨어요.

인옥 : 별 말 없었는데 뭐가 너한테 고맙대?

영은 : ...

인옥 : 또 돈 해다줬니?

영은 : 아뇨. 제가 돈이 어딨어요.

인옥 : 그럼 뭐가 고맙대?

영은 : (망설이다가) 아버지 힘들어하시는 거 위로해드렸어요.

인옥 : 정말이야?

영은 : 네.

인옥 : 영은아...엄마는 느이 아버지가 세상에서 제일 끔찍해. 너 그거 모르니?

영은 : 알아요.

인옥 : 아버지가 그렇게두 그리워?

영은 : 아뇨.

인옥 : 그런데 왜 그렇게 아버지 앞에 약해? 밉지두 않니?

영은 : 미워요.

인옥 : 그럼 만나서 어떻게 위로를 해?

영은 : ...엄마,

인옥 : (본다)

영은 : 엄마 왜 절 낳으셨어요.

인옥 : (굳는다) 이 기집애, 지금 뭐라 그랬어?

영은 : 낳지말지, 이렇게 못난 딸 뭐하러 낳았어요.

인옥 : 얘가 요새 왜이래? 요새 왜이러는 거야, 응?


눈물 뚝뚝 흘리는 영은. 어이없어 멍하니 보는 인옥.



#36. 병실 (밤)


들어오는 수현. 두식을 부축하고 일어나는 운전기사.


수현 : 어딜 가세요?

기사 : 한사코 퇴원하시겠다 그러시네요.

두식 : 집이 편해...의사 불러다 치료 받을 거다. 병원에 한시간만 있으면 온갖 병이 다 몰려 오는 거 같다.


가방 챙겨 나가는 운전기사. 허탈하게 바라보는 수현.



#37. 두식집 외경 (밤)



#38. 두식방 (밤)


링거 꽂고 누워있는 두식. 곁에 앉아있는 수현.


두식 : 나가라.

수현 : ...아버지,

두식 : 듣구 싶은 얘기두, 하고 싶은 얘기두 없다. 내 입장은 불변이다.

수현 : 압니다. 아버지 한번 마음 잡수시면 무슨 일이 생겨두 꺾지 않으시는 거 압니다.

두식 : 알면 나가거라.

수현 : 한가지 여쭙고 싶어요. 아버지 사랑은 그토록 귀한데 제 사랑은 아무것도 아닙니까?

두식 : ...

수현 : 저한테도 태어나서 처음 찾아온 사랑입니다. 만일 우리가 헤어진다면

         우린 결국 아버지랑 영은씨 어머님이 간 길을 똑같이 가는 겁니다.

         우린 언젠가 다시 만나 재회할 수도 없습니다. 다시 태어나야 만나는 겁니다.

두식 : 나가거라.

수현 : 그래서 전 포기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두식 : (본다)

수현 : 아버지가 포기하십시요.


일어나서 나가는 수현.



#39. 동 거실 (밤)


두식방을 나오는 수현. 무슨 소리가 들린다.

멈칫 돌아보는 수현. 열린 문틈으로 들여다본다. 두식 울음소리다. 가슴이 무너진다.



#40. 두식방 (밤)


어두운 방안. 일어나 등 돌리고 앉아 꺼이꺼이 우는 두식.



#41. 영은집 외경 (낮)



#42. 동 부엌 (낮)


밥하는 인옥. 급히 들어오는 지은.


지은 : 엄마, 얘 또 나갔어!

인옥 : 나가다니!

지은 : 가방에 옷이랑 속옷이랑 챙겨가지구 없어졌어요!

인옥 : (기가 막힌다)

지은 : 어디 간거지? 가게 전화해볼까?

인옥 : 놔둬라! 아버지 따라 갔다.

지은 : 아버지를요? 에이, 저번처럼 괜히 또 그러는거지 뭐.

인옥 : 다신 내 앞에서 영은이 영짜두 꺼내지마.

지은 : 엄마,

인옥 : 그거 인제 니동생두 아니구 내딸두 아니야. 인제 정말 포기했다. 두손 두발 다 들었어.

지은 : 아버지를 왜 따라가요?

인옥 : 못 잊겠단다! 자기 왜 낳았냐구 대들드라!

지은 : 어머,

인옥 : 호적 파가라 그럴 거야! 인제 다신 영은이 얘기 하지마!



#41. 돈까스 가게 안 (낮)


테이블 닦고 있는 영은.

들어오는 두식. 돌아서다가 깜짝 놀라는 영은. 허리 숙여 인사한다.


영은 : 오셨어요?

두식 : 잠시 어디 가서 차 한잔 하자. 내 꼭 할 말이 있어.

영은 : 네.



#42. 까페 (낮)


마주 앉아있는 두식과 영은.


두식 : 그간 잘 지냈냐?

영은 : 네.

두식 : 저번에 내가 너무 놀래서 제대루 인사두 못했구나.

영은 : (웃음) 괜찮습니다. 저두 마찬가진 걸요.

두식 : (그 웃음에 당황하고 헛기침) 내가 오늘 너를 찾아온 것은...

영은 : 저도 찾아뵙고 싶었어요.

두식 : 니가?

영은 : 네.

두식 : 왜.

영은 : 저 때문에...걱정 많이 하실까봐요.

두식 : ...

영은 : 엄마한테...얘기 안했어요. 엄마는 아직 모르세요.

두식 : (멈칫)

영은 : 앞으로 아시게 된대두 그렇게 큰 걱정 안하셔두 돼요. 대단치 않은 사이였다고 제가 잘 말씀 드릴께요.

두식 : (점점 당황한다)

영은 : 그리고, 저희들...여행가서 아무 일도 없었습니다.

두식 : 얘야...

영은 : 영은이예요.

두식 : 영은아,

영은 : 네.

두식 : 고맙구나...

영은 : 아닙니다. 제가 고맙습니다. 우리 엄마 행복하게 해주세요.

두식 : ...그래, 그러마. 내 약속하마.

영은 : 고맙습니다.


환히 웃는다.



#43. 기차역 대합실 (낮)


벽시계 열두시를 가리키고 있다.

의자에 앉아있는 수현. 시계 바라본다.



#44. 버스 정류장 (낮)


버스 기다리며 서 있는 영은. 시계를 잠깐 들여다본다. 기다리고 있을 수현 생각에 쓸쓸히 고개 숙인다.



#45. 종수 창고 안 (낮)


남동생들과 종수, 총싸움 하고있다. 종수, 한쪽에 숨어서 장난감 총으로 총격전을 벌이고 있다.

다다다다다-하는 따발총 소리를 입으로 내며 달려오는 은석. 으악!하고 쓰러지는 종수.

종수 가슴에 총을 겨누는 은석과 준석.


은석 : 항복해라.

종수 : ...(눈 감고 뻗었다)

준석 : 항복해!

종수 : 죽었는데 어떻게 말을 하냐!

은석 : (크크 웃고) 맞어.

종수 : (일어난다) 인제 니네 둘이 편 먹구 나 혼자 싸우는 거 안 할래! 불공평하잖아!

은석 : 그럼 아저씨랑 형이랑 편 먹어요. 나 혼자 아군 할께.

종수 : 아군은 그럴 때 쓰는 말이 아니다, 임마...


문소리 난다.


준석 : 앗, 적이 침입했다!


사사삭 숨는 세사람.

들어오는 영은. 아무도 없다.


영은 : 아무도 없어요? 어디 갔어요?


순간, 총 들고 둘러싸는 세사람.


은석 : 너는 완전히 포위됐다. 항복하라.

영은 : (당혹)

준석 : (우스워 죽겠다)

종수 : 곱게 말할 때 항복해.

영은 : (손 번쩍 들고) 항복! 살려주세요! 한번만 살려주시면 이 은혜 평생 잊지 않고 나가서 맛있는 떡볶이를 사드리겠습니다!

은석 : (으하하 웃고) 정말이예요?

영은 : 그럼요!

종수 : 어이, 김일병! 풀어줘라.

준석 : 예!



#46. 자취방 외경 (낮)


낡고 후미진 산동네 재개발 슬레이트집.



#47. 동 방안 (낮)


세간 살림 하나도 없는 텅빈 방안. 낡고 습기찬 벽지.

가방을 풀고 있는 동생들. 영은 가방도 한쪽에 놓였다.

일회용 그릇, 가스버너, 새담요 같은 것들 포장 안 푼 채 쌓여있다.

방을 열심히 닦고 있는 영은.


영은 : 이만하면 집이 너무 좋지 않니? 우와, 방이 이렇게 넓을 수가!

준석 : 네.

은석 : 후졌어!

준석 : 뭐가, 임마?

영은 : (웃고) 사실 쫌 후지긴 후졌지만...아버지 올 때까지만 여기서 살자. 누나가 돈이 없어서 이런 데 밖에 못 구했어.

         금방 더 난 데루 옮겨줄께. 이해해주라.

준석 : ...(속이 꽤 들었다) 고맙습니다, 누나.

영은 : (기특해서 쓰다듬고) 대신 맨날맨날 돈까스두 갖다주구 맛있는 거 많-이 해줄께.

은석 : 바퀴벌레다!

영은 : 어디?

은석 : 저기요!


영은, 놀라서 얼른 걸레로 벽을 탁탁 치며 잡으러 다닌다.

저기요, 저기요, 하며 가리키는 은석. 한순간 실수로 둘이 머리를 쿵 박는다. 좋다고 웃는 세사람.



#48. 기차역 대합실 (낮)


그대로 앉아있는 수현. 휴대폰 들고 통화한다.


수현 : 안녕하세요...조수현입니다....

지은(E) : 영은이 집에 당분간 안 들어올 거예요.

수현 : 어디 갔습니까?

지은(E) : 모르겠어요. 아버지한테 갔나 봐요.

수현 : 네에...알겠습니다.


전화 끊는다. 이윽고 포기한다. 일어난다.



#49. 돈까스 가게 외경 (밤)


불빛 환하다.



#50. 가게 안 (밤)


가게 바닥 청소하고 있는 영은. 카운터에 앉아 정산하는 민식.


민식 : 그만 들어가봐라. 동규 놈은 벌써 퇴근했구만.

영은 : 네.


들어오는 종수. 14인치 쯤 되는 고물 티브이 하나 안고 있다.


종수 : 안녕하셨습니까.

민식 : 또 왔냐?

영은 : 왔어요?


티브이를 턱 내려놓는 종수.


종수 : 선물이다!

영은 : 왠거예요?

종수 : 요 앞에서 줏었어. 동생들 보여주든지 말든지.

영은 : 고마워요.

종수 : 집은 어떠냐? 살기 편하냐?

영은 : 좋아요.

종수 : 금방 허물 집이라서 되게 위태위태 하드라. 비오면 천장 붙들구 자라.

영은 : (웃고) 네. 그럴 거예요.

종수 : 근데 여관빈 왜 떼먹구 도망가냐?

민식 : 여관?

영은 : (창피) 어, 그랬나요?

종수 : 여관비 받으러 왔다. 얼마 줄건데?



#51. 돈까스 가게 앞길 (밤)


티브이 안고 가게 나오는 종수와 영은. 나란히 걸어간다.


종수 : 그 새끼랑 오늘 안 만나냐?

영은 : ...

종수 : 둘이 여행두 갔다며?

영은 : 어떻게 아세요?

종수 : (피식) 그 정도는 기본이라구 말했잖아.

영은 : ...(쓸쓸해지는데)

종수 : 왜? 싸웠냐?

영은 : 그 사람들...또 안 찾아왔어요? 빚 받으러 온 사람들요.

종수 : (삐딱한 시선) 빚? 그 사람들? 그게 뭐냐?

영은 : ...(한숨)

종수 : 야, 그 꼬맹이들 왜그렇게 별나냐? 니 동생들 진짜 맞냐?

영은 : (미소) 네. 이리 주세요. 제가 들께요.

종수 : 됐다. 정류장까지만 들어줄께.

영은 : 에이, 주세요.


실랑이 하는 두사람.

멀리 길모퉁이에 서서 둘을 지켜보는 시선. 수현이다. 차마 다가가지 못하고 멀어지는 그들을 바라본다.



#52. 까페 (밤)


들어오는 정희. 홀로 앉아 술 마시는 수현.


정희 : 늦게 왠일이야.

수현 : 술 친구 좀 해달라구요. 혼자 마시기 심심해서요.

정희 : 벌써 꽤 마셨구나?

수현 : 네.

정희 : 그렇게 괴로워?

수현 : (피식)

정희 : 나두 한 잔 주라. 누구만큼 괴롭다.


수현, 술을 따라준다.


정희 : 그만하면 이긴 거 아니야? 더이상 사장님이 고집 부리실 거 같진 않은데?

수현 : ...

정희 : 왜? 뭐가 맘에 걸려?

수현 : (흐흥 웃고) 아뇨...맘에 걸리는 것두 없고, 이긴 것두 없고, 진 것도 없습니다.

정희 : 왜그래? 무슨 소리야?

수현 : 실장님, 우리 아버지 포기하지 마세요.

정희 : ..

수현 : 왜 그렇게 쉽게 물러나세요? 전 여동생 생기는 거 싫습니다.


엎드린다.


정희 : 수현아, 얘가 취했구나.



#53. 영은집 외경 (밤)



#54. 동 마루 (밤)


방에서 나오는 인옥. 화장실 쪽으로 가다가 영은방을 돌아본다.



#55. 영은방 (밤)


불꺼진 방안. 잠들어있는 지은.

문 열어보는 인옥. 영은 자리 비어있다. 싸늘히 한숨 쉰다.


인옥 : 못된 기집애.



#56. 자취방 (밤)


불꺼진 방안. 잠든 준석과 은석.

이불 다독거려주며 그 곁에 앉아있는 영은. 아직 어수선한 방안을 쓸쓸히 둘러본다. 밖으로 나간다.



#57. 자취집 대문 앞 (밤)


밖으로 나오는 영은. 대문 앞에 웅크리고 앉아 밤하늘 보며 이런저런 생각에 잠긴다.

다가오는 수현. 깜짝 놀라서 올려다보는 영은.


영은 : 여기 어떻게 아셨어요?


곁에 앉는 수현.


수현 : 여기가 어디예요?

영은 : 잠깐 집에서 나와있어요.

수현 : 아버님하구 같이 있는 거예요?

영은 : 어어...네. 뭐 그렇게 됐어요. (웃으며 머뭇하다가) ...오늘 못나가서 죄송해요.

수현 : ...

영은 : 저어... (시선 안주고) 난요...오빠라고 부를 자신 있어요.

수현 : (멈칫 본다)

영은 : 나는...오빠가 없어서 오빠 있는 애들이 늘 부러웠어요. 동생이 어디서 맞고 들어오거나 싸우고 들어오면

         오빠가 나가서 막 해치워주잖아요. 내동생 누가 울려! 그러면서요.

수현 : ...

영은 : 오빠랑 동생이 얼마나 좋아요? 그럼 평생 안 헤어져도 되잖아요.

수현 : ...(어이없고 서글픈 시선)

영은 : 사랑하는 사람들은 사랑하니까 슬프잖아요. 사랑이 식으면 얼마나 더 괴롭겠어요.

         근데 남매는 그런 걱정할 필요가 없으니까... 얼마나 좋아요.

수현 : (허탈하게 웃는다) 지금 그걸 말이라구 해요?

영은 : 네.


툭 털고 일어나는 영은.


영은 : 난 정리 다 됐어요...그만 들어가볼께요.

수현 : (잡아 앉힌다) 앉아봐요.

영은 : ...

수현 : 왜 스스로를 그렇게 안 아껴요? 도대체 누굴 위해 살아요?

영은 : ...

수현 : 사람이 왜그렇게 자기 감정에 당당하고 솔직하질 못해요?

영은 : 이렇게 하는 거, 제 감정에 솔직한 거예요. 제가 원하는대로 살 수 있게 도와주세요.


수현, 실망스러운 듯 한참 바라본다.


수현 : ...영은씨,

영은 : (본다)

수현 : (일어난다)...영은씨가 정말 원하는게 뭔지...앞으로 내가 가르쳐줄께요.

영은 : ...

수현 : ...갈께요. 들어가 쉬어요.


멀어져간다. 불안한 영은.



#58. 두식집 거실 (밤)


소파에 기운없이 앉아있는 두식. 들어오는 수현. 서먹한 두사람.


두식 : 인제 오냐.

수현 : ...네.

두식 : 자거라.


시선 피하며 급히 일어나 방으로 들어가는 두식 뒷모습.

지켜보는 수현. 착잡해진다.



#59. 수현방 (밤)


불꺼진 방안. 들어와 침대에 걸터 앉는 수현. 담배 붙여문다.



#60. 청과물 상회 (낮)


전화하고 있는 인옥.


인옥 : 벌써 퇴원을 하셨어요? ...네, 알겠습니다. 댁으로 연락해보겠습니다.


전화 끊는다. 과일 하나 먹으며 곁에 앉는 순금.


순금 : 퇴원했대?

인옥 : 응.

순금 : 근데 왜 연락을 안해줘? 두식오빠 요새 좀 이상한데?

         왜 그런 거 있잖니. 열심히 덤벼들다가두 여자가 넘어오면 그때부터 재미없어지는 거...

인옥 : (기분 상한다)

순금 : 아유, 나는...재밌으라고 하는 소리야. 얼굴색 변하는 거 봐!

인옥 : ...

순금 : 내가 보기엔...지금 일부러 저러는 거야. 너 어떻게 하나 두구볼려구.

인옥 : 무슨 말이야?

순금 : 얘가 참 아무리 남자 없이 오래 살았지만 남녀 사이를 너무도 모른다.

         원래 시소처럼 한쪽이 올라가면 한쪽이 내려가구 그러는 거라구. 니가 하두 도도하게 구니까 작전 쓰는 거야.

         오늘 내가 과일 한봉지 싸줄테니까 들구 그 집에 문병 가.

인옥 : 뭐하러.

순금 : 니가 오나 안오나 볼려구 지금 심통 부리는 거야. 이럴 때 니가 짠 나타나주면 감격 그 자체지!

인옥 : 말두 안돼.

순금 : 내말이 틀리나 가서 봐! 너 오라구 연락 끊구 엄살피우는 거라니까!

         솔직히 아들땜에 골머릴 썩는다니까 얼마나 외롭구 허전하겠니. 가서 위로해줘라.

인옥 : 안 가. 뭐하러 또 가?

순금 : 언제 갔었니?

인옥 : 어? 어어...아니...암튼 안 가. (허둥지둥 돌아서며)

순금 : (어이없어 웃고)



#61. 두식집 대문 앞 (저녁)


과일 봉지 여러 개 들고 가만히 다가오는 인옥. 내가 뭐하러 이러나 싶어 되돌아서서 걷다가 발길 멈춘다.

다시 돌아본다. 이윽고 다가가 조심스레 벨을 누른다.



#62. 동 거실 (저녁)


가정부와 함께 현관 들어오는 인옥. 방에서 나오는 두식.


두식 : (당황) 와,왔구나.

인옥 : 왜 벌써 퇴원하셨어요?

두식 : 다 났다.

인옥 : 퇴근하다가...아무래두 걱정이 돼서...잠깐 들렀어요.

두식 : 그러냐? 잘 왔다.

인옥 : 갑자기 또 와서 놀랬죠? 이거..과일 좀 싸가지구 왔는데...이것만 주구 갈려구...순금이가 하도 갖다주라 그래서...


봉지를 여럿 내려놓는다.


두식 : 하이고, 많이두 가지구 왔다. 잘 먹으마.

인옥 : ...아들하군 화해 한 거예요?

두식 : 화해는 무슨 화해. 부자지간이 다 그렇지.

인옥 : 그럴 거 뭐하러 그렇게 소동을 피워요?

두식 : 내 스타일이 그렇잖냐.

인옥 : (어이없어 웃고) 그만 가볼께요.

두식 : 그럴래?


안 잡는 두식. 무안한 인옥.


두식 : (수현 올까 겁나지만 잡아야겠다) ...차,차나 한잔 하구 가라.

인옥 : (본다) 아뇨,이만..

두식 : (잡는다) 들어와! 인제 여기 니가 살 집인데, 가긴 어딜 가냐!



#63. 청과물 상회 (저녁)


다가오는 수현. 가게 상호 확인한다.

순금, 가게를 걷고 있다.


수현 : 실례합니다.

순금 : (본다) 예에...

수현 : 여기가 영은씨 어머님 일하시는 가게 맞습니까?

순금 : ...영은이...아, 영은이요? 네, 그런데요.

수현 : 안 계십니까?

순금 : 네, 오늘 일찍 들어갔어요.

수현 : ...그러세요?

순금 : 누구세요?

수현 : 아닙니다. 담에 또 들르겠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난감한듯 돌아선다.



#64. 두식집 대문 앞 (밤)


들어오는 수현.



#65. 동 거실 (밤)


소파에 마주 앉아 마시는 두식과 인옥.

들어오는 수현, 인옥보고 멈칫 놀라는데.


두식 : (각오한듯) 어, 왔냐. 인사해라, 아버지 결혼할 사람이다.


놀라서 얼른 일어나는 인옥. 이윽고 수현과 눈 마주친다. 얼어붙는 인옥.


수현 : ...안녕하세요.

인옥 : ...(멍하니)

두식 : 인사해. 내 아들놈이야.

인옥 : 아,안녕하세요.

수현 : ...

인옥 : ...(창백하다)

두식 : (표정 읽는다. 둘이 벌써 구면인가? 서늘해지는데) ...


얼굴색 변하며 스르르 주저앉는 인옥.


두식 : 인옥아,

인옥 : (허둥지둥 일어나서 나간다) 저 그만 갈께요.

두식 : (창백해지며 수현을 본다) ...

수현 : (시선 떨군다) ...

두식 : 인옥아,


쫓아나간다.



#66. 돈까스 가게 앞 (밤)


아직 아무것도 믿기지 않는 얼굴로 천천히 다가오는 인옥. 상호 확인한다. 들어가지 못하고 밖에서 망설인다.

순간 안에서 나오는 영은. 영은아, 부르려는 순간, 뒤에서 뛰어오는 꼬마들.


은석,준석 : (안기며) 누나!

영은 : 여기까지 뭐하러 왔어?


다정하게 끌어안는 그들을 멍하니 지켜보는 인옥.

이윽고 인옥을 발견하는 영은. 당황하는 시선에서.

제12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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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수다쟁이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0.03.19 이런 미친 아버지가 다 있나!! 아 짜증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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