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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이 보일까봐] 15

작성자수다쟁이|작성시간19.04.04|조회수489 목록 댓글 0

[눈물이 보일까봐] 15











#1. 병실 (밤)


종수 앞에 앉아있는 영은. 병실 입구에 서서 둘을 지켜보는 수현.

눈 마주치는 세사람. 당황하며 일어나는 영은.


영은 : 어떻게 아셨어요?

수현 : 가게에 갔었어요.

영은 : ...

수현 : ...영은씨, 나 좀 볼래요?


돌아눕는 종수. 난감하다.



#2. 병원 앞뜰 (밤)


나란히 앉아있는 수현과 영은. 담배 꺼내 무는 수현.


영은 : 머리를 심하게 다쳤어요. 수술 받아야 한대요. 상태가 안 좋아요.

수현 : ...어떻게 된 건데요?

영은 : 잘은 모르겠지만...누군한테 많이 맞았나 봐요. 빚에 쫓기구 있었거든요. 가족도 없고...


일부러 시선 안 주는 수현. 묵묵히 담배만 피운다.


수현 : 그래서요. 그래서 영은씨가 와 있어요?


난감해지는 영은. 서먹해지는 두사람.


수현 : 수술 받고나면 어떻게 할 건데요? 돌봐주고 간호하고...완쾌할 때까지 수발할래요?

         만일 계속 아프면요? 그럼 평생 곁에 있을래요?

영은 : ...

수현 : (본다) 그쪽에 있는 친구한테서 답신이 왔어요. 우리가 있을 집, 일자리, 모두 해결됐어요.

         레스토랑 하는 선배가 있어요. 거기서 일 거들면서 저녁엔 번역 사무실에 나가기로 했어요.

영은 : ...(점점 어두워진다)

수현 : 비행기 예약두 다 끝났어요.

영은 : ...

수현 : 잘 들어요, 영은씨. 우리, 예정대로 출발하는 겁니다.


담배 끄고 일어나는 수현.


수현 : ...내일 연락할께요.


멀어진다. 지켜보는 영은. 막막해진다.



#3. 병실 (밤)


들어오는 영은. 텅빈 침대. 옆의 보호자에게.


영은 : 여기 있던 환자 어디 갔어요?

보호자 : 퇴원하는가 보던데요? 옷 챙겨입구 나가던데...

영은 : 퇴원요?



#4. 종수 창고 안 (밤)


불안한 시선으로 휘청거리며 들어오는 종수. 천장 바라보고 대자로 털썩 눕는다. 허탈한 웃음이 피식 나온다.



#5. 까페 (밤)


정희와 나란히 앉아있는 수현.


정희 : 너 지금 반칙 하는 거야.

수현 : ...

정희 : 둘이 도망가겠다는 생각...그거 얼마나 어처구니 없는 건 줄 몰랐어?

         그렇게 가서 얼마나 행복하게 지낼 거 같애? 둘 다 제정신이 아니구나?

수현 : ...

정희 : 사장님한테 그 얘기 듣구 어이가 없어서 웃음 밖에 안 나오드라. 어떡하든 정정당당하게 풀어나가야지...

         (한숨) 정말 너답지 않다. 놀랐어.

수현 : 그거 말곤 길이 없습니다.

정희 : 허, 그래...그렇다 치자. 인제 다 알려졌는데두 간다구?

수현 : 네.

정희 : 그 아가씨 집에두 금방 알려질건데...그래두 간다구? 갈 수 있어?

수현 : 네. 가요.

정희 : 너 왜이러니?

수현 : ...

정희 : 수현아...니 마음 충분히 알겠는데...그만 정리해. 사장님이구 너구 다 잊는게 좋겠다. 끝내라. 그게 길이야.

수현 : ...(뭔가 골똘히 생각)

정희 :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일어난다.


수현 : 저 먼저 가보겠습니다.

정희 : 수현아,



#6. 종수 창고 앞길 (밤)


다가오는 영은. 결심한듯 안으로 들어간다.



#7. 동 창고 안 (밤)


들어오는 영은. 한쪽에 돌아누워있는 종수.


영은 : 일어나요.

종수 : ...(눈 슬몃 뜬다)

영은 : 누구 허락 받고 맘대로 나왔어요?

종수 : 가.

영은 : 병원 가요.

종수 : 가라니까!

영은 : 영양실조를 우습게 보는 모양인데요. 그거 그대로 두면 큰일난다구요.

         그리구 다른 검사두 받았는데 결과두 봐야되구요...말두 없이 나오면 어떡해요.

종수 : ...


바닥에 주저앉는 영은.


영은 : 일어나요. 같이 가줄께요.

종수 : 영양실조는 무슨 영양실조냐? 둘러대두 좀 잘 둘러대봐라.

영은 : ...들었어요?

종수 : 필요없어. 사람 어차피 다 죽어. 조금 빨리 죽고 늦게 죽고 그런 차이지 뭐.

         어차피 백년만 지나봐라. 여기 살던 사람 아무도 없다.

영은 : (짐짓 웃고) 죽긴 누가 죽어요?

종수 : 가봐. 나한테 신경 쓸 여유가 어딨냐?

영은 : ...가요. 수술 받아야 돼요.

종수 : 수술은 무슨 수술이냐...내가 알아서 한다.

영은 : 수술...그거 별 거 아니예요. 흠, 무서워서 그러죠?

종수 : (버럭) 꺼져! 귀찮게 하지말구 가!

영은 : (실망스레 본다)

종수 : 내 인생, 내가 알아서 할거니까 니 갈길이나 잘가!


베고 있던 곰인형을 집어던진다. 물끄러미 보다가 일어나는 영은.


영은 : ...잘자요. 내일 다시 올께요.


머리맡에 돈봉투 내려놓는다.


영은 : 이건...받을 수 없어요. 어디서 난건지 모르겠지만...치료비 하세요.


돌아서는 영은. 눈 감아버리는 종수.



#8. 영은집 외경 (밤)



#9. 동 마루 (밤)


들어오는 영은. 마루에 앉아있는 인옥.


영은 : ...다녀왔습니다.

인옥 : 이리 와서 앉아봐.


마주 앉는 영은. 상 위에 서류봉투 놓여있다. 여권 등이 비죽 보인다.


인옥 : 이거 뭐니. 니 방 서랍에 있드라.

영은 : (당혹)

인옥 : 너...외국 나가니?

영은 : ...

인옥 : 그 친구 멀리 나간단 얘기 들었다.

영은 : (들켰구나 굳은 채)

인옥 : ...(망설이다 조심스레) 둘이서...같이 가기로 했니?

영은 : (창백해지며)

인옥 : (표정 읽고 굳는다) 그래? 같이 가?

영은 : (얼른 웃고) 아,아뇨...가긴 어딜 가요!

인옥 : ...

영은 : 내가...내가 잠깐 정신이 없었나봐.

인옥 : ...(넋놓고 멍하니 본다)

영은 : 아휴, 내가 그런 데 가서 뭐하겠어요. 내가 뭐 영어를 할 줄 알아, 대학을 다녔어...

         가서 고생만 할텐데요. 안 가요. 그런 일 없어요.

인옥 : 영은아...

영은 : 엄마 많이 놀라셨죠? 에이...걱정마세요. 나 겁쟁이잖아. 어떻게 그런 일을 해요?

인옥 : (여전히 믿기지 않는듯) ...

영은 : (표정에 당황) 죄송해요. 많이 놀라셨죠?

인옥 : (혼잣말처럼) ...이렇게나...좋으니?

영은 : 아니예요,

인옥 : 도망갈 만큼...이렇게나?

영은 : 엄마,

인옥 : 돌았어, 기집애...무섭다, 무서워...(일어난다)

영은 : (따라일어나며) 저 안가요! 정말! 믿으세요!

인옥 : 가든지 말든지...맘대로 해. 가든지 말든지.


방문 닫히면 우두커니 서류봉투를 내려다보는 영은.



#10. 영은방 (밤)


준석,은석,영은, 셋이 나란히 누워있다.

잠든 준석. 눈 말똥 뜨고 있는 은석. 돌아누워 소리죽여 우는 영은.


은석 : 누나...

영은 : (움찔 돌아본다) 어, 안 잤어? 잠이 안 와?

은석 : 네. 옛날 얘기 해주세요.

영은 : 옛날 얘기? 저번처럼 또 재미없다 그럴라구?

은석 : 아니예요!

영은 : ...좋아, 그럼...무슨 얘기를 할까?

은석 : (키득) 빨간 모자요.

영은 : 빨간 모자! (웃음) 옛날에 빨간 모자가 살았습니다. 빨간 모자는 숲속에 있는 할머니 댁에 심부름을 가는 길입니다.

         그런데 늑대가 할머니를 잡아먹고 할머니 침대에 누워서 기다리고 있었어요.

         빨간모자는 그것도 모르고 문을 두드렸어요.

은석 : (히히 웃고) 늑대가 할머니 목소리로 누구세요? 그랬죠?

영은 : 아니! 어떻게 알았지?

은석 : 그래서요?


영은, 생각하다가 더이상 이야기 못하고 목이 멘다.


은석 : 그래서요?

영은 : 응? 으응...어디까지 했지? 그래서 빨간모자가, 할머니 맛있는 빵을 구워왔어요...

은석 : 누나 울어요?

영은 : 응.

은석 : 왜요?

영은 : ...할머니가 불쌍해서.

은석 : 아휴, 옛날 얘기잖아요! 그래서요?

영은 : (글썽하고 웃는다) ...그래서...

은석 : (본다)


영은, 은석을 꼭 안아준다.


영은 : 누나가...그 다음은 잊어버렸어...미안해.

은석 : ...괜찮아요.

영은 : ...



#11. 인옥방 (밤)


나란히 누워있는 지은과 인옥.


지은 : 아까 언니한테 전화왔었어요.

인옥 : (딴생각)...

지은 : 아버지한테 연락 왔냐구 묻드라. (한숨) 도대체 아버지 어떻게 된거예요...인제 영 안오면 어떡해...쟤들 어떡해...

인옥 : ...

지은 : 엄마?


인옥, 돌아누운 채 눈물을 훔친다.


지은 : 왜그래요?

인옥 : 아니야...



#12. 종수 창고 안 (밤)


안을 살피며 조용히 들어오는 수현. 한쪽에 엎드려있는 종수를 발견한다. 곁에 서서 착잡하게 내려다본다.

어느 순간, 눈 번쩍 뜨는 종수.


종수 : (기분 상하며) 뭐냐.

수현 : 병원에서 오는 길이야. 왜 나왔어?

종수 : 내가 우리집에 오는데 니가 먼 상관이냐.


곁에 앉는 수현.


수현 : 왜 벌써 나왔어?

종수 : 상관말구 꺼져.

수현 : 수술 받아야 된다면서.

종수 : 꺼져!

수현 : 일어나봐. 나랑 같이 병원 가자.

종수 : 이 새끼 증말...너 나 언제 봤다구 이래?

수현 : 너 이뻐서 이러는 거 아니다. 다른사람 괴롭히지말구 그만 일어나.

종수 : (본다)

수현 : 수술 받아라. 내가 도와줄께.

종수 : ...(도로 눈 감아버린다) 가봐!


잠시 지켜보는 수현. 화난다.


수현 : ...이러면 뭐가 달라지는데? 이러면 누구한테 동정 받을 수 있을 거 같아서?


대뜸 눈 뜨는 종수.


종수 : 뭐?

수현 : (화났다) 그런 거 아니면 당당하게 이겨 봐! 나랑 같이 병원 가서 수술 받자.


분노 치미는 종수. 일어나 머리맡의 쇼핑백을 수현 얼굴에 휙 던진다.


종수 : 이거나 가져가, 새끼야.

수현 : 뭐야,

종수 : 니네 아버지 돈이다.

수현 : !

종수 : 영은이 너랑 떼놓는 조건으로 받은 거야. 도로 가져가라.

수현 : ...(굳는다)

종수 : 가지구 여기서 나가. 둘이 미국을 가든 북극을 가든 가서 잘 살아라. 세상에서 젤 역겨운 자식아.

수현 : ...

종수 : 꺼져! 당장 안 꺼져!


점점 더 화나는 수현. 일어난다.


수현 : ...맘대로 해라.


돈봉투 그대로 놓고 돌아서는 수현.

이윽고 발소리 사라지면 점점 창백해지는 종수. 구역질을 왝왝 한다. 자조 어린다.



#13. 두식집 외경 (밤)



#14. 동 거실 (밤)


들어오는 수현. 홀로 소파에 앉아 술 마시고 있는 두식.


두식 : (술병 휘두르며 버럭) 갈테면 가봐! 둘이 도망갈테면 가서 살아봐, 이눔 자식아!

수현 : ...

두식 : 잘살아봐라! 멀리 도망가서 애비 보란듯이 잘 살아봐! 다신 돌아올 생각말구 거기서 죽을 때까지 살아봐라!

수현 : ...

두식 : 나는 나 하고 싶은대로 하고 살테니까 너는 너 하고 싶은 대로 살아봐! 잘해보자.


취해서 쓰러져 눕는 두식. 술병이 쏟아진다.

다가와 술병 치우는 수현. 두식 곁에 앉으며 복잡하게 본다.



#15. 창고 앞길 (아침)


걸어오는 영은과 은석, 준석.



#16. 창고 안


들어오는 영은과 남동생들. 아무도 없다.


영은 : (당황) 어디... 갔나? 안에 없어요?



#17. 병원 외경 (낮)



#18. 병실 (낮)


들어오는 영은과 은석, 준석. 창가에 등 돌리고 서있는 종수.


준석,은석 : 아저씨!


돌아보는 종수. 민망한듯 슬몃 외면하다가.


종수 : 하, 이 자식들! 여기까지 뭐하러 왔냐?

영은 : (반갑다) 이런 줄두 모르구 찾아헤맸잖아요!

준석 : 아저씨 어디 아픈데요?

종수 : 안 아퍼. 아프긴 뭘 아프냐? 니네 누나 땜에 할 수 없이 온 거다.


은석, 커다란 프라모델 박스를 뒷춤에서 꺼낸다.


은석 : 이거 볼래요?

종수 : 이야, 굉장한 거 사왔구나. 누나가 사줬냐?

은석 : 네.


침대로 기어올라가는 은석. 어느새 포장 풀고 있다.


영은 : 안 어지러워요?

종수 : (시선 못 맞추고 겸연쩍다) 뭐, 그렇지 뭐.

영은 : (웃음) 거봐요. 병원 오니까 대번에 낫죠? 잘 생각 했어요! 잘 왔어요!

종수 : ...



#19. 진료실 (낮)


들어오는 영은.


영은 : 안녕하셨어요?

의사 : 앉으세요.

영은 : 결과 나왔어요? 수술...언제쯤 받나요?

의사 : (한숨 쉬며 챠트 본다) 정밀 검사 결과가 나오긴 나왔는데...

영은 : ...안 좋아요?

의사 : (착잡하다) 네.

영은 : (창백해진다)

의사 : (슬라이드 보여주며) ...여기보이죠? 이만큼 혈액이 뭉쳐져있어요. 생각보다 증세가 깊습니다.

         집도 중에 사망할 가능성이 더 많아요. 정히 수술을 원한다면 해보는 거지만...아무것두 장담할 수 없어요.

영은 : (멍하니) 얼마나 더 살 수 있나요?

의사 : 하늘에 맡겨야죠...지금으로선 기약할 수가 없네요.

영은 : 방법이 없어요?

의사 : ...

영은 : 없나요?



#20. 병원 복도 (낮)


멍하니 진료실 나오는 영은.



#21. 병실 (낮)


열심히 조립하고 있는 종수와 은석, 준석.

들어오는 영은. 가만히 바라본다.


영은 : 와아, 대단하다! 벌써 그만큼이나 조립했어?

은석 : 네!

영은 : 좋은 소식 있어요.

종수 : 뭔데?

영은 : 수술 안 받아두 된대요.

종수 : 무슨 말이야?

영은 : 주사 맞고 약 먹고 치료하면 된대요...너무 다행이예요. 그죠?

종수 : 정말이냐?

영은 : 그럼요. 정밀 검사 결과 보구 오는 길이예요.

종수 : 진짜지?

영은 : 그럼요.


조금씩 밝아지는 종수.


종수 : 어쩐지 어제 꿈이 좋드라...내가 그런 재수는 좋은 놈이다. 꼭 이렇대니까?

         옛날에두 죽었다 살아난 적이 한두번인 줄 아냐. 하긴 뭐, 명이라두 길어야지...안그러냐?

은석 : (영문 모르고) 네.


은석 머리를 쓱쓱 쓰다듬는 종수.


영은 : ...(본다)



#22. 영은집 외경 (밤)



#23. 동 마루 (밤)


들어오는 인옥. 문 열어주는 지은.


지은 : 인제 오세요?

인옥 : 애들은? 자니?

지은 : 아직요.

인옥 : 아버지한텐 연락...

지은 : (한숨) 당연히 없죠.

인옥 : (방으로 들어가다가) 영은인?

지은 : 아직 안 왔어.

인옥 : 여태?



#24. 영은방 (밤)


들어오는 인옥. 침대에 엎드려 만화책 보는 준석과 은석. 킥킥 웃다가 인옥이 들어오자 딱 멈추고 긴장한다.


인옥 : 아직 안자니?

준석 : 잘 건데요...

인옥 : (착잡한듯 보다가) 종일 뭐하구 놀았니.

은석 : ...병원에서 아저씨랑 놀았어요.

인옥 : 병원?


은석 입을 틀어막는 준석.


인옥 : 병원이라니?

준석 : 아니예요.

인옥 : 무슨 소리야?

준석 : 아니예요!



#25. 병원 외경 (밤)



#26. 병실 (밤)


불꺼진 병실. 안 자고 침대에 앉아있는 종수. 구역질을 난다. 곁에 놓인 그릇에 대고 몇번 토하다 멈춘다. 어지러워 핑 돈다.

들어오는 영은. 얼른 두드리며 도와준다.


영은 : 괜찮아요?

종수 : 집에 가.

영은 : 네, 갈께요...(안쓰럽게 보다가 웃는다) ...또 도망갈까봐 겁나서 못 가겠어요.

종수 : ...내가 너냐?


자리에 눕는 종수. 돌아눕는다.


영은 : 정말 괜찮아요?

종수 : ...오늘...괜히...어릴 때 생각이 다 난다.

영은 : (본다)

종수 : 다 잊어버린 줄 알았는데...엄마 아버지 동생 얼굴이 떠오르네. 아프니까 정신이 어떻게 됐나보다. 별게 다 떠올라.

영은 : (안쓰럽다) 그래요?

종수 : 중학교때까지는 나두... 성실하게 살면 보상 받는다고 생각했어.

         나두 나중에 크면 양복 입고 넥타이 매고 회사에 다니는 사람이 돼야지...그런 꿈두 꿨었는데...(피식 웃고)

영은 : ...

종수 : 열일곱살 때 소년원 갔다온 뒤에, 그 꿈도 아무나 꾸는게 아니란 거, 겨우 알았다.

         임마, 나는...우리나라 다 폭파해버리고 싶어. 배운 인간들, 벼락 부자들, 자동차, 백화점...싹 쓸어버리는게 목표구 꿈이야.

영은 : ...

종수 : 근데, 왜이러냐...나...오늘 괜히...넥타이 매고 출근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네...내가 아프긴 아픈가 보다.

영은 : 어후, 그거야 하면 되죠. 그게 뭐가 어려워요?

종수 : (피식 웃고 민망한듯) ...임마, 나 요번에 일어나면 검정고시나 봐줄까 그런다. 칭찬 좀 해주라.

영은 : ...(물끄러미 보다가 웃고) 칭찬!



#27. 병원 앞길 (밤)


다급히 들어오는 인옥. 화 잔뜩 났다.



#28. 동 복도 (밤)


병실 나오는 영은. 막 복도를 접어드는 인옥과 마주친다. 소스라치게 놀란다.


영은 : 엄마,

인옥 : 너 이기집애! 이 정신 나간 기집애야!


대뜸 팔을 잡아끈다.


인옥 : 어디야?

영은 : ...

인옥 : 어느 방이야? 그 놈 어딨어!



#29. 병실 (밤)


불꺼진 병실. 잠든 종수. 그리고 다른 환자들.

문 벌컥 열리며 들어오는 인옥. 잠든 종수 얼굴을 확인하고는 도로 뒷걸음질쳐 나간다.



#30. 병원 앞뜰 (밤)


영은과 나란히 앉아있는 인옥.


인옥 : 얼마나 심한 병이길래! 죽을 병이야?

영은 : ...뇌를 많이 다쳤나 봐요.

인옥 : 맙소사...(보다가) 그놈 피붙이두 하나 없니? 어떻게 너한테 매달려? 아무두 없어?

영은 : ...

인옥 : 그래서! 그 뒷감당을 어떻게 할려구!

영은 : ...

인옥 : 어떻게 할려구! 죽으면 니가 장례 치러줄래?

영은 : ...

인옥 : (일으킨다) 일어나라. 집에 가자.

영은 : (본다) 엄마,

인옥 : 지금이래두 눈 딱 감구 발길 끊어. 그놈 아픈 게 너하구 무슨 상관이야?

영은 : ...

인옥 : 그동안 우리가 당한 거 생각하면 발길 끊어두 하나두 죄 아냐. 일어나자. 잊어버려두 된다!

영은 : ...



#31. 거리 (밤)


나란히 걸어가는 모녀.


인옥 : (결심) 영은아...그 친구 만나라.

영은 : (멈칫)

인옥 : 조수현이 만나. 넌 엄마처럼 살지마. 만나라. 좋은데 왜 안 만나?

영은 : 엄마...

인옥 : 엄마 반대 안해. 둘이 잘 지내봐. 그리구 엄마 신경 하나두 쓰지마라. 엄만 그 아저씨 다 잊었다.

영은 : ...

인옥 : 정말 잊었어.

영은 : (아프게 본다) ...



#32. 파인 유통 사장실 (낮)


기운없이 앉아있는 두식. 들어오는 정희.


정희 : 힘 좀 내세요, 사장님.

두식 : ...힘 없지 않아.

정희 : 저랑 식사나 하실래요?

두식 : 아냐...선약이 있어.

정희 : ...


일어나는 두식.



#33. 청과물 상회 (낮)


바삐 과일 나르고 있는 인옥과 순금.

승용차 와서 멈춘다. 차에서 내리는 두식.


순금 : (쿡 찌르고) 얘, 인옥아.

인옥 : (돌아본다)

두식 : 퇴근 언제 하냐? 시간 좀 내다오.

인옥 : ...

순금 : 대충 끝났어요.

두식 : 그러냐? 바람이나 한 바퀴 쐬고 오자. 거절하지 마라.

순금 : 인옥아.

인옥 : (잠시 생각하다가 옷 턴다) ...그래요, 갑시다.

두식 : (뜻밖이다)

인옥 : 순금아, 먼저 퇴근할께.



#34. 두식 승용차 안 (낮)


뒷자리에 나란히 앉아서 가는 두식과 인옥. 서먹한 두사람.


두식 : 애들 아버지 또 안 왔냐?

인옥 : ...안 왔어요.

두식 : 나쁜 놈. 날 버리구 겨우 그런 놈한테 갔냐?

인옥 : ...(외면하고 창 밖 본다) 어디 가요?

두식 : 너랑 나랑 둘이만 살러 무인도루 도망간다.

인옥 : ...(한숨) 농담 하지 말아요. (창 밖 본다) 어디 가요?

두식 : 고향.

인옥 : 예?

두식 : 며칠 전부터 우리 마을이 꿈에 자꾸 나타나잖냐. 우리 둘다 어릴 때 모습 그대로 거기 뛰놀구 있드라...

인옥 : ...

두식 : 너두 고향...꽤 오랫만이지?

인옥 : ...(씁쓸히 본다) 네.



#35. 고향 마을 어귀 (낮)


강물과 논밭이 아름답게 펼쳐진 시골 마을 입구 언덕.

나란히 서 있는 두사람.


두식 : (들떴다) 하이구, 저기 인삼밭이 언제 저렇게 생겼냐?

인옥 : (본다)

두식 : 올해 벼농사가 풍년일세...벼이삭이 아주 실하구나!

인옥 : (복잡하다)

두식 : (이끌고) 내려가보자.

인옥 : 아는 사람 만나면 어째요.

두식 : 그럼 어떠냐? 인사 하면 되는 거지.

인옥 : 싫어요...그만 가요. 여기서 내려다 봤음 됐어요.

두식 : 우리 기억하는 사람이 몇이나 남았겠냐. 가자. 살살 피해 다니면 되지.



#36. 소나무 숲길 (낮)


나란히 걸어오는 두식과 인옥.


두식 : (둘러보다가) ...바로 요 자리에서 니가 나한테 쪽지 주구 달아났지?

인옥 : ...쪽지요? 내가 언제요.

두식 : 니가 그랬잖아?

인옥 : 내가 무슨 쪽지를 줬다 그래요?

두식 : 하이구, 이거 보게...니가 나한테 오빠를 사랑한다고 써가지구 손에 꾹 쥐어주구 달아났잖냐! 스무 살 때 여기서!

인옥 : 생사람 잡지 말아요.

두식 : 허, 너야말루 생사람 잡지마라. 나는 그때 과수원집 정숙이를 좋아하구 있었는데

         니가 그 쪽지 주는 바람에 방향전환 한 거 아니냐.

인옥 : (본다) 그런 거였어요?

두식 : (허허 웃고) 너 바로 말해봐라. 나 언제부터 좋아했냐? 꼬맹이때부터 반해있었지?

인옥 : 누가 누굴 보구 반해! 누가 할 소린데?

두식 : (올려다보며) 구구절절이 기억난다. 오빠 늘 소나무처럼 변치않는 사람이 돼주세요...

인옥 : 아유, 주책 좀 그만 떨어요!


웃는 두사람.



#37. 강가 (낮)


걸어오는 두사람.

아이처럼 신나서 돌멩이를 휙휙 던지는 두식. 인옥에게 하나 쥐어준다.


두식 : 너두 던져봐라. 누가 멀리 던지나 내기 하자.

인옥 : 누가 봐요! 애들처럼...왜이래요?

두식 : 해 봐!

인옥 : 됐어요.

두식 : 해보래두...


던지는 척 하다가 쑥스러운듯 강가에 앉는 인옥. 웃으며 강물에 손을 씻는 두식.


두식 : 참 맑다. 예나 지금이나...강물은 하나두 안 변했구나.

인옥 : (지켜 보다가 결심) 오빠,

두식 : (곁에 앉는다) 오냐.

인옥 : (다시 망설이다가) 우리 딸...오빠 며느리로 받아들여줘요.

두식 : (굳는다)

인옥 : 당장 결혼하기 빠르다 싶으면 나중에라두 받아들여요.

두식 : 말두 안되는 소리 하지두 마라.

인옥 : 왜요? 가진 거 없는 홀에미 딸이라서요?

두식 : ...허,

인옥 : 둘이 도망갈 궁리할 만큼, 죽자구 좋아하는 거 알구 계셨어요?

두식 : 모른다! 그러든지 말든지!

인옥 : (본다)

두식 : 못해! 내 눈에 흙이 들어가두 그건 못한다. 내가 너랑 사돈이 돼?

인옥 : ...

두식 : (고래고래) 못한다! 절대로 못해! 한번만 더 그 따위 소리 해봐! 가만 안 둔다!

인옥 : (멍하니 본다)



#38. 돈까스 가게 (밤)


청소하는 영은.


민식 : (안에서 가운 벗으며 나온다) 언제 관둘거냐?

영은 : (민망한듯 머쓱 웃고) 저 안 관두는데요?

민식 : 뭐?

영은 : 그냥...계속 다닐께요.

민식 : 너 지금 사람 갖구 노냐?

영은 : ...좀 봐주세요...

민식 : 이 자식 증말...

영은 : 죄송해요. 그래두 안 그만두니까 너무 기쁘시죠?

민식 : (허, 웃고)


가운을 카운터에 팽개치는 민식. 얼른 다가가 개키는 영은.


민식 : 조심해, 임마...담엔 무조건 해고야.

영은 : 네.

민식 : 먼저 들어간다. 문 잘 잠그구 퇴근해라.

영은 : 네!


나가는 민식. 홀로 남는 영은. 조명을 끄고 청소도구 정리한 뒤 작은 불만 하나 켠다.

한쪽 테이블에 앉아 냅킨을 정리하기 시작한다.

들어오는 수현.


영은 : 영업 끝났는데요...(멈칫 본다)

수현 : 차 한 잔만 파세요.

영은 : ...(웃고)



#39. 시간경과


텅빈 가게 안에 마주 앉아있는 영은과 수현.


수현 : ...수술... 어떻게 됐어요?

영은 : ...잘 끝났어요.

수현 : (밝아지며) 그래요?

영은 : 네.

수현 : 언제 퇴원한대요?


망설이다가 이윽고 결심하는 영은.


영은 : ...저어...같이 떠나는 거 힘들겠어요.

수현 : (본다)

영은 : 우리...아무래도 힘들겠어요. 이렇게 변덕 부려서 미안하지만...갈 수 없어요...혼자 가세요.


사이. 차갑게 굳어있는 수현.


수현 : 영은씨,

영은 : 죄송해요.

수현 : 아뇨. 가요. 무슨 일 있어도 가야돼요.

영은 : ...

수현 : ...가요.

영은 : ...

수현 : 가는 겁니다.


쓸쓸히 바라보는 영은. 점점 절망 어리는 수현.



#40. 강가 (밤)


주위 어둡다. 강가에 나란히 앉아있는 인옥과 두식.


인옥 : 우리 막내, 태어날때부터 얼마나 구박덩이였는지...젖도 제대로 못 먹고 자랐어요.

         생일도 확실찮구, 이름두 돌 될때까지 짓지두 않았어요. 그냥 막내라구 불렀지.

두식 : ...

인옥 : 나는 걔가 날 때부터 그렇게 미웠어요. 내 팔자 이렇게 만든게 다 걔 탓인것만 같았거든요.

두식 : ...

인옥 : 왜그렇게 미워했는지...아무 생각없이 착하니까 더 미워요. 지꺼 하나두 못 챙기구 퍼주기만 하는 꼴이...한심했어요.

두식 : ...

인옥 : 그런데...그 미운 딸...오빠 아들이 내 미운 딸을 참 좋아라 하네.

         내가 그렇게 부끄러워 하는 딸...오빠 아들만 좋아하는게 아니구요...깡패구 강아지구 애들이구 다들 얘를 좋아라 해요...

         요즘 나요, 에미로서 처음 부끄러워요. 왜 내 설움을 그거한테 다 쏟아부었을까.

두식 : ...

인옥 : 둘이 그리 좋아하는데 맺어줍시다. 삼십년전에 우리가 도망갈려고 보따리 쌌던 거 생각해봐요...

         얘들이 지금 우리 때문에 우리랑 똑같이 되고 있잖아요.

두식 : 싫다,

인옥 : 오빠, 우리가 지은 죄...대물림하지 맙시다.

두식 : 듣기 싫어. 더이상 암말 마라.

인옥 : 듣기 싫어도 들어요. 그동안...오빠 만나는 동안, 즐거웠어요...아쉽구 그리웠던 거 이제 다 풀었답니다.

         우리가...양보합시다. 오빠 나요, 내 딸한테 에미로서 평생 딱 한번만이래두 죄 값 하고 싶어요. 도와주세요.

두식 : 시끄럽다!


당황하는 인옥.


두식 : 못한다...나는 못해...억울하고 분해서 못한다...내가 무엇 때문에 여태 살아왔는데...

         내 인생, 내 한많은 인생 다 돌려다오. 인옥아, 우리가 어찌 이렇게 됐냐...


어허헝 흐느끼는 두식.


인옥 : ...오빠,


두식을 끌어안아주는 인옥.



#41. 두식집 외경 (밤)



#42. 동 거실 (밤)


취해서 들어오는 수현.


가정부 : 술 마셨나보네요.

수현 : 네. 안녕히 주무세요.


이층으로 올라간다.

방에서 나오는 두식. 지켜본다.



#43. 수현방 (밤)


침대에 구부정하게 앉아있는 수현. 얼굴 감싸더니 어깨 들썩이며 운다.

조금 열린 문 앞에서 난감하게 지켜보는 두식. 노크한다.

태연한 척 얼른 추스리는 수현.


수현 : 안 주무셨어요?

두식 : (앉으며) 누구랑 이렇게 마셨냐?

수현 : ...안그래두 지금 내려가 뵐려 그랬어요.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두식 : (본다)

수현 : ...저, 아버지 원하는대로 살겠습니다. 아버지 뜻 이루세요.

두식 : (멈칫)

수현 : 그동안 마음 아프게 해드려 죄송합니다. 제 신경 쓰지마시고 행복하십시요.

두식 : ...

수현 : 그리고 예정대로 떠나겠습니다. (본다) 걱정 마세요. 저 혼자 떠납니다.

두식 : ...(믿기지 않는 듯)


잠시 쓸쓸히 상념에 잠기는 수현.


수현 : 아버지...문득 그 생각이 나요. 제 중학교 입학식날 아버지 오셨던 거요.

         엄마 없이 안됐다고 아버지가 우리반 아이들 전부다 식당에 데려가 국수 파티 열어주셨죠.

         내 아들 잘 부탁한다, 애들하고 일일이 악수하셨잖아요. 그때 어린 맘에도...아버지가 참 든든하고 자랑스러웠습니다.

두식 : ...

수현 : 또 생각나요...고등학교때 밴드 만들어 돌아다닐때...아버지 학교에 불려가 우셨던 거요...

         그때 제가 잘못했다고 한번도 말하지 않았던 거...용서해주세요.

두식 : (마음 아파온다)

수현 : (쓸쓸히 본다) 우리 아버지...어느새 이렇게 늙으셨네요.

두식 : (괴롭게 시선 돌린다) ...



#44. 파인 외경 (낮)



#45. 파인 홀안 (낮)


출근하는 수현. 들어가다 문득 멈춰서서 가게 안을 둘러본다. 씁쓸한 감회가 어린다.


홀매니저 : (다가오며) 그만 두신다면서요?

수현 : 네...

홀매니저 : 섭섭합니다.

수현 : 네...저두요.


오가는 종업원들과 손님들 바라보며 그대로 무표정하게 서 있다.



#46. 영은집 외경 (낮)



#47. 동 마루 (낮)


방에서 나오는 인옥. 출근하려고 신 신는다.

방에서 뛰어나오는 은석과 준석. 잡기 놀이 하며 부산스레 뛰어다닌다.

지켜보는 인옥. 화장실에서 머리 감고 나오는 지은.


지은 : 니들 조용히 못해? 여기가 운동장이야?


여전히 지은 주위를 맴돌며 뛰어다니는 아이들.

방에서 나오는 영은.


지은 : 조용히 못 해! (은석 등을 철썩 때린다)

은석 : (무안해서 울먹한다) ...


말없이 출근하는 인옥. 방으로 들어가는 지은.

난감해지는 영은.


영은 : 거 봐! 장난치지 말구 얌전하게 있어야 된다 그랬잖아!



#48. 집 앞 (낮)


안에서 나오는 인옥. 한쪽에 서서 지켜보는 성호. 차마 부르지 못하고 그냥 지켜본다.

착잡한듯 한쪽에 털썩 앉아있는데 뒤이어 나오는 영은.

성호, 반갑게 일어난다.


성호 : 영은아,

영은 : 아버지?!

성호 : 잘있었냐?

영은 : 언제 오셨어요?

성호 : 니 동생들 어찌 됐냐?

영은 : 예?

성호 : 그날 가게 앞에서 니 동생들 못 봤냐?

영은 : ...봤어요.

성호 : (안도한다) 그렇지? 집에 안 데리구 왔어?

영은 : ...지금 집에 있어요.

성호 : 휴우, 난 또 영 잃어버린 줄 알았다.

영은 : ...(확인하듯) 일은...잘됐어요?

성호 : ...으응.

영은 : ...들어오세요.



#49. 동 마루 (저녁)


성호와 들어오는 영은. 놀라서 달려나오는 아이들.


은석,준석 : 아빠!!

성호 : 그래, 아빠다...잘지냈냐?


끌어안고 우는 성호.


성호 : (무너지며) 이놈들...얼마나 보고 싶었는데...


지켜보는 영은. 방에서 나오다 어이없이 보는 지은.


영은 : ...들어오세요.

성호 : (겨우 정신 차리고) 지은아,

지은 : 애들 당장 데리구 나가세요!


문 쾅 닫고 인옥방으로 들어가는 지은. 난감한 영은.



#50. 시간경과


밥상 앞에 놓고 앉아있는 성호와 영은.


영은 : 일은요? 좀 해결 됐어요?

성호 : (한숨) 그동안 얘들 데리구 있느라구 고생 많았지?

영은 : 아뇨.


장난감 가지고 방에서 뛰어나오며 웃는 아이들. 머리 쓰다듬는 영은.


성호 : (둘러보며) 이렇게 사는구나...

영은 : 네.


수저 놓는 성호.


영은 : 더 드세요.

성호 : 많이 먹었다. (고민) 실은 말이다...한 얼마 동안만 이 놈들 좀 더 부탁할려구 그런다.

         내가 증말 못할 짓인 거 안다만...아버지 사정이 말이 아니라서...(괴로운데) 꼭 다시 오마. 당분간만...


사이.


영은 : (결심) 아버지... 엄마는요...사정이 아무리 말이 아닐때두 우릴 아버지 곁에 데리고 간 적 없으세요.

         우리들...그동안 여러번 밥도 굶고 셋집에서두 쫓겨났었어요.

성호 : ...

영은 : 엄마는 우리들 그렇게 키우셨어요. 아버지 그런 거 하나두 모르시죠? ...

         동생들 데려가세요. 아무리 힘드셔두 데리고 가세요. 아버지 아들이잖아요.

성호 : ...

영은 : 데려 가세요. 더이상은 하루도 안돼요.

은석,준석 : (눈치 보며 겁먹었다)

성호 : ...

영은 : 너희들 잠깐 방에 좀 들어가 있을래?


시무룩하게 방으로 들어가는 은석,준석.


영은 : 지금 당장 데려가세요. (입술 깨문다) 저 오늘 동생들 고아원에 맡길려 그러던 참이예요. 마침 시간 맞춰 잘 오셨어요.


거짓말이다. 시선 돌리는 영은.


성호 : (떨군다) 알겠다.

영은 : ...죄송해요.

성호 : 아니다...애비가 잘못했다. 내가 죽일 놈이다...

영은 : ...용기 내시구요. 꼭 다시 일어나세요, 아버지.

성호 : ...(글썽한다)



#51. 영은방 (낮)


은석,준석 가방을 챙기고 있다. 시무룩하다.

들어오는 영은.


영은 : 은석아, 준석아,


대꾸 없는 아이들. 도와주려고 하면 뿌리치는 은석.

다시 억지로 가방 싸주는 영은.


영은 : 에이, 화내지마...우리...나중에 웃으면서 만나자...건강하구...무슨 일 있어두 씩씩하게 잘살아. 알았지? 누나랑 약속해.

준석 : ...(글썽하고)

영은 : ...준석아,

준석 : (꾸벅) 고맙습니다.


와락 안아주는 영은. 여전히 토라져있는 은석.


영은 : 은석아,

은석 : ...

영은 : 보러 갈께...누나가 자주 만나러 갈께. 미안해.


끌어안아준다. 울음 터뜨리는 은석.



#52. 영은집 앞길 (낮)


아이들 데리고 나오는 성호.



#53. 인옥방 (낮)


얼굴 묻고 앉아있는 지은. 들어오는 영은.


지은 : 야,

영은 : ...

지은 : 너 무슨 애가 그렇게 매정해?

영은 : ...

지은 : ...잘했어.


표정 점점 어두워지는 영은. 밖으로 나간다.



#54. 집 앞길 (낮)


밖으로 급히 뛰어나오는 영은. 저멀리 사라지고 있는 동생들과 아버지 모습. 잡지 못하고 멍하니 본다.



#55. 돈까스 가게 앞 (낮)


출근하는 영은. 기다리는 수현. 눈 마주치는 두사람.


영은 : 언제 오셨어요?

수현 : 인제 나오는 거예요?

영은 : 네.



#56. 공원 (낮)


나란히 앉아있는 두사람.


수현 : 영은씨,

영은 : ...(머뭇하다가) ...죄송해요.

수현 : 아뇨...어떻게 해도 괜찮아요.

영은 : ...(본다)

수현 : 이해해요. 뭘 해도, 어떻게 해도, 영은씨가 하는 거 다 이해해요.

영은 : ...

수현 : 갑자기 영은씨 얼굴...보고 싶어서 왔어요. 그래도 얼마나 다행이예요. 이렇게 아직은 보고 싶을 때마다 볼 수 있잖아요?


마음 뭉클해지는 영은. 따뜻하게 손 잡는 수현.


수현 : ...이 세상에 영은씨랑 같이 살고있다는 것만으로도 만족해요.

         같은 시간, 같은 별에서, 영은씨랑 같이 호흡하고 함께 살아가는 걸로두 나는 만족해요.

영은 : ...

수현 : 이대로 세상에 살아있기만 해요.

영은 : ...


마침내 참았던 눈물 흘리는 영은. 안아주는 수현.



#57. 병실 (낮)


일어나 앉아있는 종수. 어지러워 천장이 핑그르 돈다.

구역질 몇번하다가 불안해지는 종수. 급히 일어나 신을 신는다.



#58. 진료실 앞 복도 (낮)


기웃거리는 종수. 안에서 나오는 의사.


종수 : 실례합니다, 선생님...혹시 제 상태 좀 알 수 있을까요?

의사 : (멈칫)

종수 : 솔직히 말씀해 주십쇼. 제 머리 왕창 깨졌죠? 얼마나 많이 깨진겁니까? 얼마나 살 수 있습니까!

의사 : ...(난감한듯)

종수 : 저두 알만큼 압니다. 말씀해주십쇼.



#59. 파인유통 본사 앞길 (낮)


차에서 내려 건물로 들어오는 두식.

한쪽에 앉아있는 종수. 두식 보더니 이윽고 앞을 막아선다.


종수 : 안녕하셨습니까.

두식 : !

종수 : 잠깐 시간 좀 내주십쇼.

두식 : ... 내 안그래두 널 어떻게 찾나 그랬다.

종수 : 죄송합니다.

두식 : (쏘아본다)



#60. 사장실 (낮)


마주 앉아있는 종수와 두식. 봉투 내려놓는 종수.


종수 : 돌려드리러 왔습니다.

두식 : !

종수 : 몸이 조금 아퍼서요. 약 좀 사먹었습니다. 일부 빼서 썼습니다.

두식 : 뭐야?

종수 : ...전에 제가 드린 말씀 다 거짓말입니다.

두식 : (기막혀)

종수 : 영은이...저랑 사귄 적 없습니다. 화나십니까? 화나시면 한 대 치셔두 좋습니다. 맞아두 쌉니다.

두식 : (일그러진다)

종수 : 제 짝사랑입니다. 어떡하든 걔한테 돈을 좀 마련해주구 싶어서 거짓말 한 겁니다.

두식 : 그래서?

종수 : 애들 데리구 집으로 들어가버려서 이 돈...소용 없게 됐습니다.

두식 : ...

종수 : 실은...꼭 드리고 싶은 말씀두 있구 해서 찾아온 겁니다.

두식 : ...

종수 : 아드님이랑 영은이랑...두사람 갈라놓지 마십쇼.

         저 아주 웃기는 놈이라구 생각하시겠습니다만...저한텐 목숨만큼 중요한 문젭니다.

두식 : (허, 웃고)

종수 : 제 나름대로 무척 방해할려구 노력했습니다만...잘 안됐습니다...아드님이 영은일 지독히 좋아합니다.

         저는 그거 다 가짜라구 생각했는데...아닌 거 같습니다. 전 비집구 들어갈 틈두 없습니다.

두식 : ...

종수 : 제가 좋아하는 여자가 행복해지면 좋겠습니다. 영은이...가끔 무진장 바보짓 하구 다니지만요...괜찮은 앱니다.


우두커니 바라보는 두식.


두식 : 나가라.

종수 : (본다)

두식 : 여기서 썩 나가! 이 사기꾼 놈. 경찰서에 쳐 넣어버리기 전에 일어나 나가!



#61. 거리 (낮)


휘청거리며 걸어오는 종수. 어지러운것 참으며 걷다가 길가에 털썩 주저앉는다. 한숨 쉰다.



#62. 혜경집 대문 앞 (밤)


승용차 몰고 오는 혜경. 차 멈추다가 급정거 한다.

대문 앞에 서있는 종수.


혜경 : 뭐니?

종수 : 오랫만이다.

혜경 : (차에서 내리며) 여기서 뭐해?

종수 : 너 기다려.

혜경 : 나를?

종수 : 인사하러 왔다. 나 떠난다.

혜경 : 허, 너두 나두 다 떠난다 그러네? 넌 어딜 가는데?

종수 : 나두 멀리 간다.

혜경 : 너 어디 아프니?

종수 : 좀 아프다.

혜경 : 그럼 집에 가서 쉬어.

종수 : (웃는다) 생각해줘서 고맙다.

혜경 : (밀치며) 가라. 나 너 상대할 시간 없어.

종수 : 이 기집애야, 잘살아라. 앞으론 남들 좀 작작 괴롭히고 잃어버릴 줄두 알고 포기할 때 포기할 줄두 알구...

         그렇게 좀 살아봐라.

혜경 : 이거 왜이래?


밀치고 들어가는 혜경. 순간, 끌어당겨 꽉 안았다 놓는 종수.


혜경 : 미쳤어, 너!

종수 : 잘있어라. 작별 인사다!


손 흔들고 간다.


혜경 : (멍하니 보다가) 야!



#63. 병원 병실 (밤)


들어오는 영은. 아무도 없다. 당황한다.



#64. 창고 안 (밤)


들어오는 영은. 한쪽에 앉아 노래 부르며 기대고 있는 종수.

안도하며 다가오는 영은.


영은 : 어떻게 된 거예요?

종수 : 뭐가.

영은 : 왜 맘대로 퇴원했어요?

종수 : 의사가 다 났다구 가보랜다.

영은 : (찔린듯)

종수 : 고맙다. 다 니 덕분이다.

영은 : 저어...

종수 : 바쁜데 뭐하러 왔냐?

영은 : ...(맘 아픈데)

종수 : 가봐.

영은 : (이윽고 웃고) 퇴원 축하해요.

종수 : 그만 가봐...나 다 났으니까 신경쓰지말구 가.

영은 : ...

종수 : 나 좀 잘거다.


뒷춤에서 뭔가 쓱 꺼내는 영은.


영은 : ...선물이예요.

종수 : (본다)


포장지 뜯고 넥타이 하나 꺼낸다. 흔들어보이는 영은.


영은 : 다 낫고 일어나면요...이거 매구요, 출근하는 거예요. 검정고시두 보구요, 양복두 사구요...좋은 직장에 취직하는 거예요.

종수 : ...

영은 : 맘에 들어요?


넥타이를 가만히 내려다보는 종수. 피식 웃더니 입은 옷 위에다 장난스레 대강 매본다. 매는 법 잘 모르겠다.


영은 : (답답한듯) 에이, 그렇게 하는 거 아니구요...


진지한 얼굴로 열심히 매본다. 더 엉터리다.


종수 : 모르지?

영은 : ...네.


머쓱해지며 힛, 웃는 영은.

한심한듯 한숨 쉬곤 자기가 대충 둘러매는 종수. 모양만 대충 갖춘다. 이만하면 됐다 싶은지 으쓱한다.


종수 : ...어울리냐?

영은 : 와아, 끝내주는데요?

종수 : 고맙다!


큰소리로 웃는 두사람 모습에서 엔딩. 15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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