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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대본

[우리가 정말 사랑했을까] 07

작성자수다쟁이|작성시간11.02.21|조회수377 목록 댓글 0

제7부
                                 2월 17일 수요일 밤 9시 55분

       $#1. 경매장, 6부 엔딩씬

       사람들 경매하고 있다.
       재호, 경매 잘 안됐는지, 석구와 아쉽다는 얼굴이다.
       카메라 돌면 신형, 추운 듯 몸 움츠리고 경매장으로 가 조심스럽게 사람들
       사이에서 재호 찾는데,
       그때, 경매사 소리 들린다.
       신형, 소리나는 쪽으로 고개 돌리고.

       경매사 304번 낙찰!

       재호, 석구 기분 좋아하며 서로 손바닥 부딪히는데.
       신형, 그 모습 얼어붙은 듯 보는데서
       고개 드는데 순간 얼어붙는다.
       신형의 테마 흐르고,

       $#2 시장 한 켠

       트럭에 '하나요, 둘이요'하며 석구와 게짝 나르는 재호.
       게를 다 싣고,
       석구, 재호 트럭에 올라타고 가고,
       카메라 돌면, 신형, 한쪽에서 그 모습 지켜보고 서 있다.

       $#3. 버스 안, 어두운 새벽

       신형, 이게 무슨 일인가 싶다.
       멍하니 생각 없는 얼굴로 창밖을 내다보고 있다.

       $#4. 신형의 방

       현수, 자고 있고 신형(외출복 차림)
       침대 맡에서 제 무릎 안고 있다가 현수를 물끄러미 보다가, 재호를 생각하는.
       음악 끝나는.
       $#5. 신형의 집 앞 전경, 아침

       우유배달부, 자전거 타고 가는

       $#6. 신형의 방

       신형, 외출복 차림으로 침대에 누워 불편하게 잔다. (O. L)
       현수, 운동복 차림으로 자고 있는 신형 보다 자명종 태엽 돌려 신형의 귀에
       대면 시계 에서 '주인님 일어나세요. 안 일어나면 엄마한테 혼나요'하는 소리
       들린다.

       신형, 그 소리에 부시시 일어난다.
       현수 (웃으며) 운동 안 갈래?
       신형 (피곤한 듯, 눈을 껌벅이고 앉으며) 몇 시야?
       현수 일곱시. 근데, 옷이 왜 이래? 새벽에 어디 나갔다 왔어?
       신형 ?... (얼버무리는) 어... 도, 도서관 가려다가...
       현수 입시생이야, 무슨 공불 그렇게 열심히 해.
       공부도 체질이에요.
       일어나, 운동 가자. (하고 나간다)
       신형 (가는 현수 보며, 정신차리려 부석한 얼굴 손으로 부비고)

       $#6-1. 신형의 집, 욕실

       병국, 면도 하고있고
       옆에 혜자, 수건 들고 문에 기대있다.

       병국 (혜자 슬쩍 보며) 왜 평소에 안 하던 짓 해? 수건을 들고 다 서 있 고?
       혜자 (맘에 안 들게 보며) 내 맘이에요.
       병국 (세수하고 혜자 보며) 그 맘도 참 요상하네? 이랬다, 저랬다 감을 못
       잡겠어. 오늘은 그 맘이, 서방한테 잘 해주라는가 보지?
       혜자 (병국 본다) ?
       병국 그럼 한번 잘 해줘봐. 수건. (하고 손 내밀면)
       혜자 (그런 병국 보다 병국의 손 안 닿는 곳에 수건 떨어뜨리고 간다)
       병국 (어이없고) !

       $#7. 주방
       혜자, 상 차리고 있고
       병국, 들어와 자리에 앉으며

       병국 애들은 다 어디 갔어?
       혜자 운동 갔어요.
       병국 (국 떠먹다 켁켁한다. 인상 쓰고 혜자 보며) 무슨 국이 이렇게 짜?! 아주
       소태네, 소태.
       혜자 (아무렇지도 않게 국 먹으며) 물 넣어요.
       병국 (짜증스레, 숟가락으로 식탁을 소리나게 '딱' 친다)
       혜자 (그런 병국 보면) ?!
       병국 (화난) 정말 해도 해도 너무하네. 참을라고 참을라고 해도, 내가 참 을
       수가 없어! 당신 뭐하는 여자야?
       당신이 일을 해서 돈을 벌어, 아니면 애가 많아서 뒷치닥거리 할 게 많어,
       그것도 아니면 시부모가 있어 시부모 봉양을 할거야?
       당신이란 여자 집에서 하는 일이 뭐 있어?
       E 고작 삼시세때, 아니 하루 두끼 밥하는 게 전분데 그것도 제대로 못해? 이거
       한번 먹어봐? 이게 조개국인지, 소금국인지, 한 번 먹 어보라구. 대체, 음식을
       한 거야, 장난을 친 거야?!
       혜자 (밥 먹으며, 전혀 미안하지 않게) 미안해요.
       병국 (그런 혜자 보면) ?
       혜자 늙어 그런지 이제는 음식간도 못 맞추겠네요. 그래서 아줌마 쓸까 해요.
       병국 뭐? 아줌마를 써?
       누구 맘대로 아줌마를 써?! 주부가 되가지구 살림하는 거 의무 아닌가?
       막말로 내가 돈 벌어오지 않으면 당신 좋겠어?
       남잔 돈 벌구, 여잔 살림하구, 그건 도리야. (버럭 소리 지른다) 아 줌마 못
써!
       혜자 (병국 안 지고 보며) 쓸 거예요.
       병국 (혜자 보면)
       혜자 도리요? 당신은 그래서 도리를 얼마나 잘 지켰어요? 동창들 모임에서 나
       그 렇게 망신 주구.. 그게 남편이 할 도리예요?
       병국 이십년 넘게 바가지 긁는 건 아내 할 도린가?
       혜자 (어이없는) 당신이 먼저 그랬어. 누가 누구한테 덤태기를 씌워?
       솔직히 나 이제 더는 당신 빨래 해주기도 싫어.
       밥도 해주기 싫구.
       국에 소금 일부러 더 넣었어.
       E 맘 같애서는 독약이라도 풀고 싶지만...
       혜자 나는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당신 물어뜯고 싶은 사람이야.
       어떻게 지 여편네 망신을 줘두 그렇게 주냐?
       내 친구들 앞에서, 자기 친구들 앞에서.
       나도 이제 내 맘대로 살 거야.
       당신이 바람 피면 덩달아... (하다가 맘 다잡고)
       E 여자 오십, 남자 오십 다르니까
       혜자 덩달아 바람은 못 피지만 그래두 내가 하고 싶은 대로하고 싶어요.
       낼부터 당신, 아줌마 밥 먹으세요 (하고 주방을 나간다)
       병국 (한숨 쉬며) 저 말 끝날 때마다 요자 붙이는 게 더 돌겠네, 저거.
       존댓말을 쓰지 말던가, 사람 무시를 하지 말던가. 갈수록 꼬이네 정 말.

       $#8. 신형의 방

       현수, 아빠랑 전화하고 있다.
       신형, 옆에서 책 보고 있다.

       현수 다행이네. 그래서 서울엔 언제 들어올 거데?
       글세, 아직 여긴 경기가 안 풀려서 지사설립은 곤란할 거 같은데...
       (웃음)
       아빠, 내가 하긴 곤란하지. 아직 학생인데. 물론 똑똑하지만 별로 자신
       없는데요. (사이) 네. 남자친구? (하다) 그래 걔라면 할 수 있 겠다. 이름?
(사
       이) 강재호. 내가 말 안 했나?
       신형 (책 보다 현수 본다)
       현수 아버지가 MIT대 교수래요. 물론 잘 골랐지.
       이모는 큰 사업한다고 들었구.
       동생하나 있구. 학교에서도 물론 잘 나가지. (신형 보며 윙크하고) 올 에이
       아니면 안 받어.
       신형 (그런 현수 보고)
       현수 네. 전화 또 드릴게요. 건강하시구요. (전화 끊는다)
       신형 (책보며 무심히) 아저씨한테 재호 얘기 벌써 했니?
       현수 못할 것두 없지 뭐. (하고 화장한다)
       신형 (현수 보며) 현수야.
       현수 (화장하며) 응?
       신형 너두... 사람 만날 때 조건 보지?
       현수 (여전히 화장하며) 응.
       신형 만약 재호가 (생각하다) 고아구 가난하구 그렇다면 어떡할래?
       현수 (화장하며) 걘 고아두 아니구 가난하지두 않아.
       신형 만약에 그렇다면.
       현수 (신형 보며) 안 봐.

       $#9. 길진의 집 현관 앞

       신형, 걸어와 초인종 누른다.
       아무 기척 없다.
       신형, 다시 초인종 누른다.
       그때 길진, 물건이 담긴 비닐봉투 들고 오다 신형보고 부른다.

       길진 신형아!
       신형 (길진 보고)

       $#10. 길진의 집, 주방

       길진, 토스트 준비해 식탁에 놓고 커피 끓여 식탁으로 가져온다.
       신형, 그런 길진, 기분 좋게 웃으며 본다.

       길진 (신형보고 앉으며) 왜 그렇게 웃어?
       신형 형이랑 같이 살면 좋겠다. 매일 이렇게 해줄 거 아냐.
       길진 밥 해주는 남자랑 살고 싶어?
       신형 형이 편하단 얘기야. (하고 생각한다)
       길진 (그런 신형 보다 커피 마신다)
       신형 (길진 보지 않고) 수산물 중개인은 어떻게 되는 거야?
       길진 (신형 보면)
       신형 (어색하게 웃으며) 그냥 궁금해서. 그것도 아르바이트로 할 수 있는
       건가?
       길진 물건을 사고 파는 중개인이라면 아르바이트는 안 될 거야.
       자격 조건도 까다롭고 아르바이트 수준이 아니지.
       직업이지, 생계고.
       신형 생계?
       길진 왜 그래?
       신형 중매인을 하는 사람과 경영학부.
       경영학에 도움이 되기 위해서 중매인을 한다, 가능해?
       길진 전혀 상관이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꼭 상관이 있다고도 말못하겠 는데.
       왜 갑자기 그런 게 궁금해?
       신형 아니야, (하다가) 형, 거짓말 해 본 적 있어?
       신형 아주 큰 거짓말. 누구한테 잘 보이기 위해서 자기 신분을 속이거나 자기
       가진 걸 속이거나.
       길진 (작게 웃으며) 난 그럴 필요가 없었어. 가진 게 많았거든.
       신형 아무 것도 없는 사람이 모든 걸 다 가졌다고 말하는 건 나쁜 거지.
       그래서 사람들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거 말야.
       길진 글세.
       거짓말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 있다면 할 수 없는 거지.
       사람은 저마다 자기 입장이 있으니까.
       신형 (생각하는) 저마다의 입장?
       길진 (신형보는) ?

       $#11. 재호의 집 수돗가 전경, 낮

       석구, 인숙의 방 앞에서 엿듣고 있다.

       $#12. 인숙의 방

       재호, 인숙, 달건 얘기하고 있다.

       재호E 어떡하실래요?
       달건 (눈치 보며) 그게 돈이 좀 되나?
       재호 처음 몇 달은 운전하는 거 만큼 안 떨어질지도 몰라요.
       근데 상권이 자꾸 넓어지고 있으니까, 이모부가 좀 더 열심히 뛰어 주시면
       석달 후에는 괜찮을 것두 같은데.
       나중에라도 내 상권 남한테 넘기기 싫어요.
       석구하고 이모부하고 관리하면 좋잖아요.
       내가 육, 칠년 자리잡은 곳인데.
       인숙 밤에 나가서 새벽까지 너무 고되지 않을까?
       달건 운전은 안 고되냐?
       재호 생각 있으세요?
       달건 생각할 거 있나? 일 있으면 일해야지.
       재호 장부는 석구한테 있어요.
       나는 물건만 놔주는 거지, 장사는 석구가 다 알아서 하는 거니까 둘이 맘
       맞춰서 한번 잘 해보세요. 그럼 저는 믿고 일어납니다. (일 어난다)

       $#13. 인숙의 방, 앞

       엿듣던 석구, 재빨리 인숙의 방 뒤쪽으로 숨고
       재호, 대문으로 나가면
       석구, 대문 쪽 보고 달건의 방으로 뛰어들어간다.

       $#14. 인숙의 방

       달건, 담배 피우며 앉아있고
       인숙, 옆에 앉아있다
       석구, 벌컥 문 열면
       달건, 인숙 놀란다.

       석구 (인숙에게, 서두는) 누나, 잠깐만 나가있어.
       인숙 왜?
       달건 왜 그러냐?
       석구 아이, 누나 좀 나가있으라니까.
       남자끼리 할 얘기가 있다니까.
       인숙 (삐죽거리며) 우리도 부부끼리 할 얘기 있는데...
       달건 나가.
       인숙 알았어요. (하며, 달건 눈치보며 나가고)
       석구 (문 닫고) 형, 우리 일 하기로 했어?
       달건 왜 싫으냐?
       석구 싫은 게 아니구 내가 쪼금 사골 쳤거든.
       달건 뭔데?
       석구 형도 차차 알게 되겠지만 우리 이 바닥이 거의 조직이야.
       달건 무슨 소리야?
       석구 재호한테 우리 거래처 몇 군데라고 들었어?
       달건 쉰 두곳.
       석구 실은 우리 거래처 마흔 둘 밖에 안돼.
       달건 (석구 보면)
       석구 열 곳, 내가 팔아먹었어.

       $#15. 재호 집 앞, 골목

       석구, 달건 걸어간다.
       달건, 괜히 거들먹거리며 걸어간다.

       달건 (걸어가며) 장고?
       북이 아니구 장고?
       이 새끼를 확 찢어버릴라.
       석구 형, 형두 내 잘못이라구 생각하지 않지?
       그 새끼가 나쁜 새끼야.
       내가 띨띨하다구 날 띨띨하게 취급한다니까.
       재호가 알면 속상해 하니까 우리가 열심히 일해서 재호 상권 넓혀 주자.
       달건 알았어, 알았어. 걱정하지마.
       내가 싸움은 못해도 등발이 있어서 싸움 잘 할 거처럼 보이지 않 냐. 우리
       장고네 가게까지 싹쓸이 하자.
       석구 형, 그렇게 할 수 있어?
       달건 날 뭘로 보냐, 이 자식아.
       게짝이나 날르러 가자.
       석구 그래, 형. (기분 좋게 어깨동무한다)
       달건 아, 오랜만에 일하러 가니까 나를 거 같다.
       석구 난 형이 있으니까 든든하다.

       $#16. 신자의 방

       인숙, 시무룩하게 실밥 뜯고 있다.
       인숙, 실밥을 뜯는다는 것이 올을 풀고 있다. 신자, 그런 인숙 가만 보다
       인숙의 뒤통수 냅다 친다.

       인숙 (신경질 내며) 왜, 때려요?
       신자 (인숙의 흉내내며) 왜 때려요?
       인숙 (눈 흘긴다)
       신자 나 지금 실밥 따는 기야, 뜯는 기야?
       인숙 실밥을 따지, 왜 뜯어요. (하고 옷감 본다. 그러다) 이런 올을 다 풀렸네.
       신자 니 무슨 생각을 그리 해?
       인숙 (옷감 내려놓으며) 달건씨가 아무래도 나한테 정이 딱 떨어졌나봐 요.
       그래도 옛날에는 못 만져도 한 이불 덮고 잤었는데, 이젠 희진 이랑만 둘이
       따로 이불 덮고...
       신자 어차피 잠자리도 안 하는데 단 이불 덮고 자면 으때?
       인숙 그게 그래도 그렇지가 않아요.
       신자 내도 알아. 희진이 아빠 처가살이 싫다구, 적금 타면 니들 방 얻어
       나갈라구 그래 계획했었지?
       근데 니 때문에 사고치구 적금 깨구, 그래 열 받은 기야.
       인숙 그게 어떻게 나 때문이에요? 할머니 때문이지.
       신자 니 남편한테 그래 얘기해봐라.
       내 잘못 아니고 꽥꽥이 할머니 말 듣고 그랬다고 하면, 그럼 니 더 혼나. 망령
       난 노친네 얘기 듣고 그랬다면 니도 망령 났다 소리 들 어. 알어? 입 봉하고
       가만히 있는 게 수다, 내 한 수 알키주는 기 야.
       인숙 할머니, 나 본격적으로 파출부 나갈까? 실밥 뜯어서 언제 돈 모아. 내가
       파출부 나가서 그 돈으로 적금 들면 우리 달건씨 좋아할 텐 데.
       신자 그래 볼래?
       요 아래 직업소개소라카는데가 있는데 그기 가면 파출부 자리도 구 해주고
       그런다대.
       꼴뚜기 엄마 있지.
       갸도 거기서 일자리 구했다 카더라.
       내랑 한 번 가볼래?
       실밥 뜯어봐야 겨우 삼천원 버는데 잔칫집 파출부 아니라캐도 돈 만원은
       주겠지?
       인숙 돈 만원 짜리 파출부가 어딨어요? 암만 못해도 삼만원은 주겠지.
       신자 (놀라) 삼만원?

       $#17. 직업소개소 전경

       $#18. 직업소개소 안

       혜자와 소장 (1부에서 친구1), 차 마시며 얘기하고 있다.

       소장 그 정도로 사이가 나빴니?
       혜자 (웃으며) 니네는 뭐 사이 좋아? 대충 사는 거지.
       소장 니네두 별 수 없구나.
       죽네 사네 결혼한 팀은 잘 살 줄 알았더니.
       우리야 뭐 중매로 결혼했으니까 그렇다쳐도 난 니네 두 사람은 안 그럴 줄
       알았다.
       혜자 (입맛 쓴) 어제 니들끼리 만나서 내 흉 많이 봤지?
       소장 흉 볼 거나 뭐 있냐?
       다들 그렇게 사는데. 되려 서운하더라, 야.
       니네 부부 보면서 괜히 우리가 더 설레고 그랬었는데.
       오십 중반의 부부가 아직도 열렬할 수 있다, 멋지잖아. (이때 전화 벨 울린다)
       잠깐만. (전화 받고) 네, 직업소개솝니다.
       아 네, 네. 파출부자리요?
       요즘은 그 자리도 쉽지 않은데...
       어쨋든 한번 나오세요.
       위치는 알고 계시죠?
       네, 알겠습니다. (끊고) 요즘은 파출부 하겠다는 사람 참 많네.
       옛날엔 하늘의 별따기였는데...
       혜자 참, 나 파출부 한 사람 구해줄래?
       소장 혜자, 니가 웬일이니?
       너 니 손끝 안 닿면 직성이 안 풀리는 애잖아.
       살림이 취미 아니었어?
       혜자 이제는 싫어.

       $#19. 직업소개소 앞

       인숙과 신자, 들어가는데 안에서 나오는 혜자와 스쳐 지나간다.

       $#20. 직업소개소 안

       소장과 인숙, 신자 앉아있다.
       소장, 전화번호 적어 인숙에게 주면,
       인숙, 기분좋게 받고
       신자, 서운한 생각이 든다.

       신자 왜 내는 안 줘?
       소장 (웃으며) 파출부 하시기엔 할머니는 나이가 너무 많으세요. 어머니 같은
       분한테 어떻게 일을 시켜요.
       신자 (인숙 가리키며) 이년보다 내가 더 일 잘해.
       니년이 말해봐라.
       니가 더 잘하는지, 내가 더 잘하는지.
       인숙 (기분좋게 웃으며) 할머니는 실밥이나 뜯으세요.
       신자 (소장에게) 내도 일 줘. 내는 이만 오천원에도 일 해.
       아니다. 이만원에도 일 한다.
       내는 뺑끼도 잘 칠한다.
       구들장 내리 앉음 공구리도 친다.
       소장 (웃으며) 자리 없어요, 할머니.
       신자 (인숙이 들고있는 명함 뺏으려하며) 이거 내 줘.
       인숙 (안 뺏기며) 싫어요.
       (쪽지 보며) 최혜자. 주인 아줌마 이름인가 보네.

       $#21. 신형의 집, 거실

       혜자, 총채질 하다 갑자기 총채 바닥에 던지고

       혜자 내가 이 일을 왜 하고 있어?
       사람 불러 놓고. 일하는 것도 팔자야, 성격이고. (소파에 앉아, 탁자 에 있는
       뜨개질하며) 가만있으려니까 심심해서 못 살겠네. 어디 가 서 소리라도 꽥꽥
       지르고 길길이 뛰었으면 좋겠네.
       지금쯤 이병국 이 인간은 부하직원 잡으면서, 아침나절 스트레스 다 풀겠지.

       $#22. 병국의 회사, 전경

       전무E 아직도 서류를 안 올렸어요?

       $#23. 전무실

       전무는 자리에 앉아있고
       병국은 죄 지은 듯 고개 숙이고 서 있다.

       전무 이 실장. 구조조정 기획안 최종 마감일이 언젠 줄 아십니까?
       병국 이 달 말입니다.
       전무 그걸 아는 사람이 아직까지도 아우트라인도 못 잡았어요?
       병국 노조에서 반발이 심해서...
       전무 노조, 노조, 노조! (하고 소리지른다) 당신이 노조 출신이었잖아! 회
       사에서 당신 동료를 다 자르고 당신을 왜 실장자리에 앉혔는데.
       바로 노조 출신이기 때문이야. 그거 몰랐어요?
       병국 (가만있다)
       전무 더 이상 시간 없습니다.
       다음 주까지 몇 명을 자를 건지, 어떤 부서를 축소시킬 건지 정확 하게 기획안
       올리세요. 만약 그 때까지도 구체적인 기획안 안 올리 면 전무의 직권으로
       당신부터 자를 겁니다. 가세요!
       병국 알겠습니다. (인사하고)

       $#24. 전무실 밖

       병국, 문 닫고 나와 한숨 푹 쉰다.

       병국 (걸어가며 혼잣말) 집에서는 여편네... 나와서는 (전무실 보며) 저 자식.
       스트레스 팍팍 받는군.
       누가 나 이러구 사는 걸 알겠냐. (가며) 이누무 여편네는 내가 이 렇게
       구질스레 돈버는 줄도 모르고 뭐, 파출부를 써? 나쁜 여편네.

       $#25. 도서관

       재호, 공부하고 있다.
       다른 곳에서 현수, 공부하며 그런 재호 본다.
       재호, 현수를 의식하지 못하고 책만 보며, 커피 마신다.
       현수, 그런 재호를 흐뭇하게(?) 보다가, 일어나 재호 옆자리에 앉는다.

       재호 (현수보고, 조금 놀란) 언제 왔니?
       현수 두 시간 전쯤?
       재호 어딨었어?
       현수 (턱짓으로 앉아있던 자리 가리키며) 저쪽에서 너 보구 있었어. 공부 아주
       열심히 하더라... 무슨 공부해?
       재호 (현수 안 보고) 이신형 교수님이 보라는 책, 레포트 교재. 재밌는데 왜

       읽었나, 싶네.
       현수 징그럽지도 않니, 그 책을 보게?
       재호 도서관에서는 (손가락 입에 대고 조용히 하라는 시늉하며) 침묵이 야.
       나가지. (하고 가방 챙긴다)

       $#26. 재호의 차안

       재호, 운전하고 있다.
       현수, 그런 재호 보며,

       현수 어디 가?
       재호 연극 보러 가자. 재밌는 연극있대.
       현수 연극도 보세요? 책만 보시는 줄 알았는데 문화생활도 하시네.
       재호 (웃고) ...
       현수 (그런 재호 편안하게 보고)

       $#27. 극장, 안

       재호, 현수 뭐가 재밌는지 큰 소리로 웃는다.
       연극 내용은 코메디다.
       현수 웃으며 재호 때리고
       재호, 그런 현수를 편하게 어깨동무한다.
       현수, 웃다가 그런 재호 보고, 작게 웃으며, 다시 연극보고.

       $#28. 극장, 앞

       사람들 우르르 몰려나온다.
       그 뒤로 현수, 재호 기분 좋은 얼굴로 나온다.

       재호 기분 좋지?
       현수 응. (하고 웃고)
       재호 기분 더 좋게 해줄까?
       현수 (재호 보면) ?

       $#29. 놀이동산 안의 바이킹 앞 (월미도나 장흥)

       재호, 현수 줄 서 있다가 순서가 되어 입구로 들어간다.
       제일 끝자리에 앉는다.

       현수 (재호에게) 우리 중간에 앉자.
       재호 여기가 좋아.
       현수 나 좀 무서워.
       재호 무서우면 눈 감어. 그러면 덜 무서워. (하고 안전벨트 하다가 안전
       요원에게) 잠깐만요. 화장실이 급해서요. 일분만, 일분만요.
       요원 빨리 다녀오세요.
       재호 (밖으로 나가 안전요원 귀에 대고 뭐라 속삭인다)
       요원 (웃으며 안전 장치 걸고 버튼 누르면 바이킹 움직이기 시작한다)
       현수 (놀라 재호 본다)
       재호 (그런 현수 보고 소리친다) 무서우면 눈을 꼭 감어! 알았지? (하고 소
       흔든다)

       바이킹 빠른 속도로 움직이면
       현수, 소리지르고
       재호, 그런 현수 보고 웃으며,

       팔장 끼고 서 있다.

       $#30. 놀이 동산 안에 있는 카페 안

       현수, 재호 아이스크림 먹고 있다.

       현수 (싫지 않게 꼬나보며) 왜 안 탔어?
       재호 (웃음 띤, 아이스크림 먹으며) 무서웠어.
       현수 나한테 말했던 것처럼 눈을 감으면 되잖아.
       재호 눈감아도 무서워. 벼랑에서 떨어지는 것 같거든.
       현수 (밉다) 눈감으면 벼랑에서 떨어지는 기분이라는 걸, 알고 있었어?
       재호 응. (아이스크림 먹으며, 창 밖보고)
       현수 (재호 보면서 숟가락에 아이스크림을 담아 튕길 듯한 자세로 손가 락에
       댄 채) 강재호.
       재호 (고개 돌려보면)

       현수, 숟가락 튕기고, 그 바람에 재호 얼굴에 아이스크림 묻고.

       현수 (아이스크림 먹으며) 다음에 한번만 더 바이킹 혼자 태우면 아이스 크림
       한 수저가 아니라, 한 통 다 뒤집어 쓸 줄 알어.

       현수, 아이스크림 먹는데,
       재호, 흐흐 웃음소리 들리고.
       현수, 고개 들어보면.

       재호 (얼굴에 묻은 아이스크림 걷어내 먹으며) 난 아이스크림이 좋아.
       현수 (그런 재호 보고 차라리 웃고)

       $#31. 놀이 동산 안

       현수, 재호 뻥튀기 먹으면서 걸어간다.

       재호 (현수에게) 춥니?
       현수 안 추워. 넌?
       재호 남잔데 안 춥지. (하고 장난스레 이를 덜덜 떤다)
       현수 (귀엽다는 듯 웃는데 핸드폰 울린다. 가방에서 꺼내 받으며 재호에 게)
       먼저 차에 가 있어.
       재호 빨리 와. (하고, 차로 간다)
       현수 여보세요? (사이, 떨떠름한) 진우구나. 재호랑 놀러 왔어. (사이, 굳 은
       얼굴로) 무슨 소리야?

       $#32. 신형의 집 앞, 밤

       현수, 출입문 벽 쪽에 서있고,
       진우, 계단에 앉아있다.

       현수 뭐라구?
       진우 (안 보고) 미국 MIT에는 강문기라는 교수가 없다구. 재호, 고아야.
       현수 !
       진우 아버진 공무원이었는데 차 사고로 일찍 돌아가셨대. 엄마는 그 이 후로
       집을 나갔구, 이몬 사업을 하는 게 아니라 술집을 하구.
       현수 (건조한) 그런 말 다 어디서 들었어?
       진우 재호가 만났던 유정이한테. 걔 요즘 내 고등학교 동창 사귀거든. 너 두
       알지? 지훈이. (일어나, 현수에게 쪽지 주며) 확인해보고 싶으면 이쪽으로
       연락해 봐.
       현수 (쪽지 보다가, 내키지 않는 맘으로 받아 가방에 넣고) 가.
       진우 너랑 재호랑 안 어울려. 만나지 마라. 그런 구질스러운 애.
       현수 가라 그랬지.
       진우 재호에 대해서 더 알구 싶어? 더 알아다 줄 수도 있어.
       현수 이걸로 충분해. 그리구 너, 그렇게 할 일이 없어? (하고, 집으로 들
       어간다)
       진우 (입맛 스고)

       $#33. 신형의 방
       현수, 전화하고 있다.

       현수 (어색하게 웃으며) 잘 들어왔지.
       재호E 목소리가 안 좋다.
       현수 바이킹 때문에 좀 어지러워서 그래. (사이) 재호야.

       $#34. 재호의 방

       재호, 전화하는 중이다.

       재호 왜?
       현수E 우리 아버지한테 니 얘기 했어.
       재호 !

       $#35. 신형의 방

       현수 (마음이 착잡하다) 니네 아버지가 교수라고, 이모가 사업한다구, 너
       학교에서도 아주 잘 나가는 애라고... 좋아하시더라. 만나고 싶으시 대.

       $#36. 재호의 방

       재호 (기대되는) 아버님 언제쯤 서울에 오시니?
       현수E 글세.
       재호 니네 아버님 말씀 들으니까 웬지 긴장된다. (사이) 현수야. 사랑한 다.

       $#37. 신형의 방

       현수 (기분 좋지 않다) 듣기 싫어. 안 믿는다고 했지. 사랑한다는 말 너 무 쉽

       하지마. 전화 끊자.

       $#38. 재호의 방

       재호 (웃으며) 잘 자라.

       $#39. 신형의 방

       현수 잘 자. (전화 끊는다)

       그 때 신형 문 열며,

       신형 현수야. 밥 먹자.

       $#40. 애인처럼 전경

       진숙, 재영, 얘기하고 있다.

       진숙 (재영 이쁘게 보며 웃고) 석구가 좋아? 재호가 둘이 사귀는 거 싫
       어하잖아. 알면 어쩔려 그래?
       재영 그래서 이모랑 상의하는 거 아냐. 재호 오빠한테 말하지 말구 이모 만
       알구 있어.
       진숙 나도 석구, 얘가 나쁘지 않다는 건 알아. 그런데 결혼은 생활이야.
       니 성격에 연애만 대충하고 결혼은 딴 남자랑... 그럴 건 아니잖아.
       그렇다면 조금 더 신중해야 되지 않을까?
       재영 난 석구오빠 잘 되게 할 자신 있어. 평강 공주가 바보 온달을 장군 으로
       만든 거처럼
       진숙 (대견한 듯 웃으며) 각오가 대단하네.
       재영 나중에 석구오빠가 나 때문에 성실하게 변하구 내가 학교 졸업하구
       그러면 재호 오빠두 허락할 거 같애. 그때까지만 이모가 입 꽉 닫 고 있어.
       그래줄 거지?
       진숙 알았어. 그런데 난 오늘 이 얘기 못 들은 거야. 아무 말도. 니네 사 귀는

       알면서두 재호한테 말 안 한 게 아니라 처음부터 몰라서 말못한 거야, 알겠지?
       재영 (웃으며) 바라던 바야.
       진숙 가서 오빠 빠 해줘.
       재영 알겠어. (하고 나간다)
       진숙 (가는 재영 보고 웃는데)
       경희 (진숙의 옆으로 오며) 사장님 딸이에요?
       진숙 (어이없는) 물을 걸 물으세요, 처녀가 딸 있는 거 봤어요?

       $#42. 재호의 동네 계단

       재영, 석구 앉아있다.

       재영 (단호한, O, L) 오빠는 이제부터 나 사귀는 거야. 미선이 하구 정 리해.
       석구 (안 보고) 누구 맘대루.
       재영 내 맘대루.
       석구 난 못해.
       재영 어떻게 인간이 이렇게 못됐니?
       석구 (재영 보면)
       재영 미선이 걔 학생이야, 고등학교 삼학년이라구.
       그런 어린애한테 상처 주고 싶니?
       석구 걔가 어리긴 뭘 어려. 너랑 동갑인데.
       낼모레면 걔두 졸업이구, 어엿한 사회인이라구.
       그리구 내가 미선이 만나보니까 생긴 거만 땅콩 같지 하는 짓은 여 우야. 완전
       여자라구. 아는 것두 너보다 많을 걸.
       재영 걔가 나보다 아는 게 뭐 있어? 실밥은 잘 뜯겠지. (짜증나는) 아우, 얘기
       하기 싫어. 정말 나 안 만나구 싶어?
       석구 (가만 있다)
       재영 왜 말 안해?
       석구 재호랑 약속했어.
       남자들 사이에서 약속이란 아주 중요한 거야. 사랑과 우정 중 하나 를
       택하라면, 난 우정을 택할 거야.
       재영 주접을 떨어요.
       석구 (재영 보면)
       재영 남자들 정말 꼴통이야. 오빠, 중국 영화 그만 봐.
       맨날 중국영화 보면서 되지두 않는 멋이나 부리구. (남자 흉내) 친 구와의
       우정을 위해서, 사랑하는 여자를 버려! (본래대로) 미친놈들.
       그런 놈들은 입장 바꿔 지가 한 번 당해봐야돼.
       저는 사랑하는 여자 버릴 수 있어.
       사랑과 우정 중 한가지만 택하라는 놈두 나쁘구, 그렇다고 그 중 하나를
       택하는 놈두 병신이야.
       석구 너 지금 재호 욕하는 거냐?
       재영 (새침하게) 내가 언제 욕했어, 중국 영화 얘기했지?

       $#43. 재호의 집 대문 안 쪽 공간

       미선, 재영 다툰다.

       미선 (조용히 속삭이듯이) 얘 웃기는 애네.
       석구 오빠 싫달 때는 언제구 이제 와서...
       야, 이 세상에서 젤로 치사한 게 뭔 줄 아냐? (소리친다) 줬다 뺏 는 거야. 알
어?
       재영 (미선의 입 틀어박고) 우리 오빠 들어. (자기 입에 손가락 갖다 대 며)
       조용히 해!
       미선 다칠 때 다치더라도 난 갈 때까지 가 볼 거야.
       재영 넌 언제나 이런 식이니? 넌 언제나 막 가라 막 가야? 막 갈 게 있고 안

       게 있는 거야.
       미선 니 걱정이나 해.
       재영 난 경고했어. 나중에 울고불고 해도 소용없어. (돌아서면)
       미선 기집애 지랄하고 있네. 잘난 척은, 재수 없게.
       재영 (돌아보며 큰 소리로) 너 자꾸 나한테 기집애 기집애 할래? 내가 기집애
       소리 듣기 싫댔지?
       재호E (방문 열리는 소리나고 마루에서, E) 재영아, 왜 그래?
       재영 (놀라 자기 입 막고)
       미선 (고소하다는 듯) 야 봐. 이 기집애야. 너 때문에 니네 오빠 튀어나 왔잖
아.
       재영 (눈 흘기고)
       미선 (그런 재영 보며) 넌 참 눈 잘 흘긴다. 그렇게 하면 눈 안 아프냐?
       (하다) 내가 석구 오빨 만나야하는 이유, 다시 한 번 말해줄게. 잘 들어.

       $#44. 수돗가

       재호 마루에 나와, '얘가 어딨어'하고 있고 신자 방에서 나오면서,

       신자 (재호에게, 부드럽게) 재영이랑 미선이가 투닥거리는 거 같지? 내가
       다독일게 니는 드가 공부해, 드가.
       그래야, 큰 놈 된다.
       재호 (문 쪽 보며, 내키지 않지만, 신자에게 인사하고 방으로 들어간다)
       신자 (살금살금 대문 쪽으로 간다)

       $#45. 대문 안 공간

       미선 강재영. 딱 한 번만 말할게. 잘 들어. 내가 박석구를 만날 수밖에 없는
       이유 한 가지. 나 애 뱄어.

       그때, 콰당 소리나고

       재영, 미선 돌아보면, 신자 놀래서 주저 앉아있다.

       $#46. 신자의 방

       신자, 빗자루로 미선 때리고 있다.

       미선 앗 따거워! (하며 도망 다니고)
       신자 (씩씩대며) 니 분명 손목도 안 잡았다캤지. 그런 년이 애를 어떻게 가져.
       으찌 된 기야. 으찌 된 기야! (하고 소리친다)
       미선 (울상) 친구끼리 그냥 하는 소리야.
       신자 니들은 친구끼리 애 뱄네 안 뱄네 그런 소리 하고 놀아? 에미 속일
       생각하지마. 석구랑 어디서 어디까지 간 기야?
       미선 아이 씨.
       신자 맞구 말할래 그냥 말할래?
       미선 그냥 말할래. (사이) 재영이가 석구오빠 좋아하잖아. 근데 내가 요 즘에
       오빠랑 조금 친했잖아.
       그래서 저게 막 샘이 났어. 그게 재밌잖아. 그래서 내가 좀 놀린 거야.
       신자 그럼 니 애 안 뱄네.
       미선 내가 마리아야? 자지도 않고 애 배게. (하고 킥킥 웃는다)
       신자 (그런 미선 본다)
       미선 엄마, 엄마. 내 친구가 남자애랑 살아가지구 진짜 애를 뱄거든.
       근데 걔네 아빠가 목사야. 걔 아빠가 화나가지구, 걜 막 때렸거든.
       그랬더니, 걔가 그랬대잖아.
       나는 마리아다. 안 잤는데도 애를 뱄다.
       내가 아까 그 생각나서 그 말 한 거야.
       신자 꼭 친구를 사귀어도 저 같은 년을 사귄다.
       그라고 니 그런 소리하면 못 서.
       성모 마리아님 가지구 그래 놀리고 니 그라다 천벌 받어 이년아.
       참 그래 걔는 어찌됐대, 니 친구 말야.
       미선 걔? 끝끝내 마리아라고 우기다가 정신병원 갔어.
       다음달에 퇴원한대나.
       요즘엔 사람들이 가서 물으면 정신차려가지구, 남자랑 자서 뱄다고 그런데.
       근데 엄마. 참 이상하더라.
       처녀가 애를 배도 할 말이 있다는 말 있잖아.
       사실 처녀가 애를 배면 할 말이 없잖아. 안 그래?
       신자 물론 처녀가 애를 배면 할 말이 없지.
       그리구 애 밴 년은 말하지도 않어.
       미선 그럼 누가 그렇게 말을 하는 거야?
       신자 뻔하지, 애 배게 한 놈이지. 처녀는 말을 안 하는데 항상 그 잔 놈 들이
       말을 하고 다니는 기야.
       그래 여자는 항상 남자를 조심하고 다녀야 되는 기야.
       미선 하여튼 남자라는 동물은 우악스럽기도 하고 입도 싸. 그지, 응?
       신자 그래. (그러다 손에 든 빗자루를 보며) 근데, 이걸 내가 왜 들고 있 지?

       $#47. 애인처럼 안

       진숙, 바에서 서있고, 사장 그 앞에 앉아 장부보고 있고 진숙은 그런 사장보고
       있다.

       사장 (웃으며) 장사 잘 했네.
       진숙 단골 손님들이 있으니까. (돈 다발 밀어주며) 돈이나 받어.
       사장 이거 요즘에 사업이 안돼서 받는다. 정사장이 이해해 줘.
       진숙 알어.
       사장 다음달에 보자. (하고, 돈 들고일어난다)

       이 때 병국 들어온다.

       진숙 (병국 보고) 어서 오세요. 이실장님.

       사장, 병국을 스쳐지나가고,
       병국, 가는 사장을 보고.

       병국 (사장이 앉았던 자리에 앉으며) 누구예요?
       진숙 여기 진짜 사장이에요.
       병국 혹시... (탐색하는 듯한)
       진숙 친구예요. 동업자구. 젊어선... 썸씽이 좀 있었지만. 저번에 드시다간 거
       있는데, 드릴까요?
       병국 (고개 끄덕이면)
       진숙 (장식장에서 술 꺼내, 술 한잔 따라 병국 앞에 놓는다)
       병국 (탐색하듯) 진숙씨, 사랑하는 사람 정말 없어요?
       진숙 있어요.
       병국 (진숙 보면)
       진숙 조카가 둘 있어요. 자식같죠.
       병국 그런 거 말고, 결혼하고 싶은 사람요?
       진숙 이 나이에 왠 결혼?...
       병국 아뇨. 쓸쓸할 거 같아서요.
       진숙 쓸쓸할 거 없어요.
       이실장님 같은 친구도 있구.
       여자가 이 나이쯤 되면 말예요.
       남자가 필요한 게 아니라 친구가 필요한 거예요.
       남자들은 젊어서는 친구고 늙어서는 부인이겠지만 여자는 그 반대 예요.
       젊어서는 남자, 늙어서는 친구.
       부인하곤 좀 어떠세요?

       $#48. 신형의 집 전경, 낮

       인숙, 메모지 들고 둘레 살피며 걷고 있다.

       인숙 여기 어딘 거 같은데. (하다 신형의 집 문패보고) 맞네. (집을 휘둘
       러보며) 야, 좋다. (하고 초인종 누른다)
       혜자E 누구세요?
       인숙 파출부 하러 왔는데요.

       $#49. 신형의 집, 거실

       혜자, 현관문 열어주고, 무심하게.

       혜자 어서오세요.v 인숙 안녕하세요. (어색하게 웃으며 들어와 고개 숙이고
       인사하다 혜자 보고 놀란다) 어머, 언니!
       혜자 (인숙을 관찰하듯 보다, 놀라) 어머, 너 인숙이 아니니?
       인숙 (혜자 손을 잡고, 신나게 뛰며) 어머어머, 언니!
       혜자 (어색하게 웃으며, 싫은)

       $#50. 길거리

       달건, 희진의 손 잡고 걸어간다.

       희진 아줌마는 꼭 맘에 안 드는 짓만 해.
       달건 (희진 본다)
       희진 난 파출부하는 거 싫단 말야.
       달건 (답답하게 희진 보며) 아빠가 돈 못 버니까 새엄마, 아니 엄마라도
       벌어야지. 그래야 희진이 피아노도 사주고 공부방도 만들어주고 그 러지.
       희진아, 제발 엄마랑 사우지 좀 마라.
       희진 난 싸우기 싫은데 싸움을 건단 말야.
       달건 알았어, 알았어. 어떻게 말 한마디를 안 지냐?
       (혼잣말) 내 자식이니까 이쁘지 남의 자식이면 한 대 패줬다, 너.

       $#51. 애인처럼 안, (영업전 분위기, 낮이다)

       경희, 희진, 달건, 점심으로 카레라이스 먹는다.

       경희 (희진 보며) 얘 너무 이쁘다.
       희진 딴 사람들도 그래요.
       달건 (밥만 먹는다)
       경희 아저씨, 얘랑 나랑 친구 하면 안 될까?
       달건 (경희 보며) 나이 차이가 너무 나지 않니?
       희진 난 친구하고 싶어. 이 언니 되게 이쁘다. 아줌마하고 다르다. 엄마
       닮았어. 우리 엄마도 되게 이뻤다, 언니.
       경희 그럼 엄마라고 불러.
       달건 (놀라, 경희 보는데) ?

       $#52. 신형의 방

       현수, 전화기를 보다가, 책상 앞에 놓인 쪽지를 들어본다.
       잠시 생각하다가 전화를 건다.
       신호음 가고 떨어지면.

       현수 최유정씨? 안녕하세요, 저 조현수라고 해요. 만나고 싶어서 전화드
       렸어요.
       유정E (당돌한) 만나고 싶지 않아요.
       현수 전 뵙고 싶은데요? 낼 학교 앞 샤인에서 기다릴게요. 나올 때까지
       기다릴게요. (끊고, 이제 어떡하지 하는 답답한 얼굴이다)

       $#53. 학교 건물 안 계단
       유정과 재호, 서서 얘기하고 있다.

       재호 (유정 보면서, 그닥 놀라지 않는) 현수가?
       유저 (비아냥조) 너에 대해 궁금한 게 많은가 보더라.
       재호 (답답한 얼굴로 무언가 생각한다)
       유정 걔한테도 나한테처럼 속였니?
       재호 (유정 보며) 내가 언제 널 속였어. 난 니네들 속인 적 없어.
       아버지가 교수라고 말한 적 없어. 니네가 교수냐 물을 때, 대답을 안 했을
       뿐이야.
       유정 이모가 술집 아닌 사업한다고는 했었잖아.
       재호 술장사도 사업이야.
       유정 (어이없이 웃으며) 난 조현수한테 사실대로 말할 생각이야.
       재호 맘대로 해.
       유정 (그런 재호 비웃으며 계단 내려가고)
       재호 (생각이 많다)

       $#54. 학과장실

       신형, 서있고 학과장 자리에 앉아 얘기하고 있다.

       학과장 이교수님 교육방법은 알겠는데, 그렇게 많은 학생이 재수강을 하게
       되면 학사일정상 문제가 많습니다. 재시험 준비하세요.
       신형 (답답한) 네.

       $#55. 도서관 앞

       신형, 걸어와 도서관 문 여는데 뒤에 오던 재호와 부딪힌다. 두사람, 조금 놀

       서로 보고.

       $#56. 복도 한 켠

       재호, 신형 잠시 머뭇대고 서 있다.
       재호, 신형 잠시 머뭇대고 서 있다.

       신형 (어렵게) 내... 메모, 못 받았어?
       재호 받았습니다.
       신형 (어색하게) 말하기.. 싫으니?
       재호 지금은요.
       신형 (어색하게 웃으며) 그럼 말하고 싶을 때 전화해. (하고 가는데)
       재호 (머뭇대다) 내일 뵐 수 있습니까?
       신형 (재호 돌아보고)
       재호 전 다섯시부터 시간이 있는데요.

       $#57. 고수부지 선상 카페 전경, 밤

       $#58. 카페 안

       길진, 신형과 식사하고 있다.

       길진 (웃으며) 니 첫 강의료가 내 밥값이 될 줄은 몰랐다.
       신형 매일 형이 사다가 나한테 얻어먹으니까 맛있지?
       길진 (웃으며) 맛있지.

       시간경과

       신형과 길진 차 마신다. 신형, 길진의 얘기 듣는다.

       길진 뉴욕에서 막 돌아와서 신림동 쪽에 하숙을 할 때였어.
       공부하다 보면 밤 열두 시쯤 늘 배가 고팠는데, 그럼 집 앞에 호떡 가게로
       갔어. 작은 천막을 쳐놓고 여자가 그 안에서 호떡을 구웠어. 그 여자한테 옆엔
       보행기에 누워있는 젖먹이 아이가 있었구, 팔이 없는 늙은 남자가 항상
       있었어.
       아버진 줄 알았어. 나뿐만이 아니라 하숙집 사람들 전부가 그렇게 생각했어.
       그런데 어느 날 내가 호떡을 사러갔는데 그 여자가 그 늙은 남자에게 이렇게
       말하는 거야.
       여보, 거기 잔 돈 좀 줘요.
       신형 (길진 보면) ?
       길진 두 사람은 부녀사이가 아니라 부부사이였던 거야.
       신형 여자는 이쁘고 젊었다며?
       길진 (웃고) 이후로 하숙집에서 말이 많았지.
       남자가 돈이 있었는데 여자가 그 돈을 보고 결혼했다, 그러다 사고 로 돈도
       잃고 팔도 잃었다, 그래서 여자가 억지로 사는 거다.
       아니면 남자가 여자를 폭행해서 어쩔 수 없이 사는 거다.
       그런데... 둘 다 아니었어.
       신형 (길진 보면)
       길진 어느 날인가 내가 은행에 갔다 건널목을 건너려고 서있었는데 맞은 편에
       그 여자가 있었어. 목발을 짚고.
       신형 !
       길진 늘 마차 안에 들어가 있어서 허리 아랫부분이 가려져 있으니까 볼 수가
       없었지.
       그 여잔 한 쪽 다리가 없었던 거야.
       신형 팔 없는 남자랑 다리 없는 여자랑... 그래서 살았나?
       길진 사람들도 너처럼 얘기했어. 상처가 있으니까 만났구나. (사이) 신형아
       그런데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신형 (길진 보면)
       길진 상처가 있기 때문에, 허물이 있기 때문에, 그렇게 무엇무엇 때문에 두
       사람이 만난 게 아니라 두 사람은 그냥 사랑한 거 아닐까?
       사랑해서 만난걸 거야. 다른 이유 하나 없이.
       뭐가 진실인지는 모르지. (신형 보며) 거짓말에 대해서 물었지?
       거짓말을 한 게 나쁘냐구.
       신형 (길진 보면)
       길진 나는 니 얘기 듣고 그리고 내가 봤던 그 남자와 여자를 생각하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거짓말은 처음부터 없다. 진실도 없다. 아니 어 쩌면 거짓말을
       하는 사람도 가끔은 누구 한 사람에게는 진실을 말 할 거다.
       신형 그래. (생각하며) 그랬던 것도 같애.
       길진 (그런 신형보다) 누가 너한테 거짓말을 했니?
       신형 (길진 안 보며) 강재호.
       길진 ?!

       $#59. 고수부지 앞, 길진의 차 안

       신형, 길진 차에 앉아 얘기하고 있다.

       신형 (강 내려다보며, 생각하면서 천천히 말하는) 경매장에서 돈 몇 푼에
       핏대를 올리는 걜 봤는데... 재호가 나한테만은 그래, 어쩌면 나한테 만은
       끊임없이 진실을 말했는지도 몰라.
       걔가 입은 옷은 깨끗이 빨아서 잘 다려 입었을 뿐 비싼 옷이 아닐 수도 잇어.
       걔가 찬 시계는 천 이 백 달러짜리가 아니라 십이 달러 짜릴 수도 있어. 걔가
       타는 차는 어쩌면 삼년 동안 적금을 부어서 산 걸 수도 있어.
       걔가 보여준 자신감은... 혹시 자격지심 같은 건 아니었을까?
       길진 (신형을 보고)
       신형 (서글프게 웃으며) 현수는 자기 조건에 안 맞는 남자는 싫대. (재호
       생각하는) 현수가 걜 버리면 어떡하지? 그래서 걔가 상처받으면 어 떡할까...
       형?
       길진 (담배 피워 물고, 신형 보면)
       신형 재호가... 걔가... 상처받는 게... 겁이나. (하며, 눈뜨고 있는데 눈가

       붉어진다)
       길진E (담배 연기 뿜으며) 신형의 마음이 재호에게 가고 있다. (신형 놓치 지
       않고 보면서) 질투가 난다.
       길진(신형 보는, 사랑하는 마음에 안타까운 시선)과 신형(길진 안 보는, 재호
       생각하 는)의 모습에서 엔딩.

       <제 7 회 끝>

 

 

첨부파일 우정사 - 07.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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