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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대본

[우리가 정말 사랑했을까] 08

작성자수다쟁이|작성시간11.02.21|조회수404 목록 댓글 0


제8부
                                 2월 18일 목요일 밤 9시 55분

       $#1. 고수부지에 세워져있는 길진의 차 + 차 안, 밤

       길진 (고개 숙이고 있다가 어렵게 신형 보며) 신형아.
       신형 (강가 보다 고개 돌려 길진 보면)
       길진 (신형 보고 어렵게) 나 말이다... 재호가...
       (하다 신형 보고) 질투가 난다.
       신형 (그런 길진 보고) ?!

       $#2. 재호의 방

       재호, 공부하다 생각한다.

       회상.

       학교 계단(7부) 유정 계단을 내려가고, 재호 그런 유정 보다 뒤도는데, 유정
       고개 돌려 재호 보며.

       유정 강재호.
       재호 (돌아보면)
       유정 조현수가, 니가 아무 것도 없다는 걸 알게 되...도 과연, 널 사 랑할까?
       재호 ...
       유정 (웃으며) 잘 지내. (돌아서서 가고)

       현실
       재호, 답답하게 한숨쉰다. 무언가 생각하는 얼굴이다.

       $#3. 신형의 집 전경, (밤)

       $#4. 신형의 집 주방

       혜자, 인숙 얘기하고 있다.

       인숙 (과일 깎으며 집안 두리번거리며) 집 너무 좋다. 내가 깨끗이 치워서
       그런지 더 때깔이 나네.
       혜자 (어색하게 웃는) ...
       인숙 바깥 양반 아니 형부? 아니다, 아니다. 그냥 아저씨라 그럴게 아저씨는
       늦으시나봐. 벌써 시간이 아홉시나 됐는데.
       혜자 응. 바쁘셔.
       인숙 (빨리 말하는) 아, 바쁘다. 그래, 그래 바쁜 게 좋지, 바쁜 게, 바뻐야
돈도
       잘 벌고. 하 나도 안 바쁜 사람은 별 볼일 없는 거야, 그지? 딸은?
       혜자 데이트 갔어. 걔 학교 선배랑 그 선배두 교수야.
       인숙 (고개 끄덕이며, 맘에 안 드는 표정으로) 언닌 아직도 잘난 척 하는 버릇
       여전하다.
       혜자 ?
       인숙 내가 그것까지 안 물어봤지. 자랑하고 싶어서 묻지도 않은 말 에
       대답하고 그런 거지? 이해해 줄게. (과일 먹고)
       혜자 (기분 나쁜 것 참고) 아직두 구로동 사니?
       인숙 우리야 그렇지, 뭐. 진숙이 언니도 아직 같이 살어.
       혜자 같이?
       인숙 (순간 드는 생각이 있다) 어, 어... 한 집이 아니라, 한 동네. 빵공장 있
지?
       그 뒤편에 아주 아주 잘사는 동네 있거든, 거기 살어. 진숙언니, 사장이랑
       결혼했다.
       혜자 (탐색하는 듯한) 마흔까진 걔 소식 들었는데... 혼자 산다더니,
       결혼했구나.
       인숙 남자들이 가만 두간. 여자가 쌈박하잖아. 그러니까 정식이 오 빠두
       언니보다 진숙이 언닐 더 좋아했지. 참, 근데 언닌 정식이 오빠랑 왜 결혼 안
       했어? 언니가 진숙이 언니랑 정식이 오빠랑 사귀는 거 중간에 가로 채가지구
       사바사바했잖아.
       혜자 (듣기 싫다) 너 안 가니?
       인숙 어, 갈 거야. 가야지. 너무 늦었다. (하고 일어나 의자에 걸쳐 놓은 옷
       입으며, 신이 나선) 진숙이 언니가 언니 만났다고 하 면 너무 기뻐하겠다.
       언니도 너무 기쁘지? 세상 너무 좋다, (혜자 손 잡으며) 언니 정말 만나서 너

       반가워, 언니도 반 갑지?
       혜자 (전혀 기쁘지 않은 얼굴이다) 어, 기, 기뻐.

       $#5. 애인처럼 안

       병국, 돈 계산하고 있다. 병국 사만 오천원이요?
       진숙 네. 병국 (오만원 준다)
       진숙 (오천원 거슬러 주면)
       병국 놔두세요.
       진숙 나중에 팁 오천원 주고 공돈 줬다고 그러실려구요? 계산은 계산대로
       해야죠. 팁 받을 일 한 적도 없고.
       경희 (옆에 있다가) 아저씨 오천원 나 주세요.
       병국 (경희에게 오천원 준다)
       경희 감사합니다.
       진숙 (그런 경희 맘에 안 들고)
       병국 (진숙에게) 저 갑니다. (하고 나가려는데)
       인숙 (헐레벌떡 들어오며) 언니! 언니!
       병국 (그런 인숙과 스쳐지나가고)
       진숙 (손님들 눈치 살피며) 왜 그래?
       인숙 나, 나, 나 최혜자 만났어.
       진숙 !

       $#6. 진숙의 방

       진숙, 심란하게 앉아있다. 인숙의 얘기가 듣기 싫은 눈치다. 신자는 인숙을
       유심히 보고있고 인숙은 신이 나서 얘기한다.

       인숙 (신이 나서) 하나두 안 변했더라. 옛날에도 곱상했잖아. 그대 로더라구.
       남편이 대기업 실장에 딸은 교수래더라. 구로동에 서 용났지. 그 언니집
       지지리도 못 살았잖아. 그 언니만 우겨우겨 대학 나오구 밑에 남동생 둘은
       고등학교 도 못 나왔지 아마.
       신자 그 집안 사정 우리가 몰라? 다 아는 얘길 뭘 그리 씨부려. (진숙 가리키
며)
       이년 사귀던 머심아 정식인가 뭔가 꼬득여가 드마 그 놈이랑 안 살고 딴
       놈이랑 살대?
       인숙 그렇더라니까.
       진숙 내 얘기... 했니?
       인숙 하긴 했는데 내가 누구야? 왕뻥이잖아. 뻥 좀 쳤지. 사장 마누라라
       그랬어. 아들도 둘 있다 그랬다.
       신자 그 년 뻥도 쓸데가 있네. 니 자존심은 (인숙 가리키며) 얘 뻥 이 지켜줬
네.
       진숙 (답답한 얼굴이다)
       인숙 언니, 시집가서 너무너무 잘 산다 그랬더니, 별로 기분 안 좋 은
       얼굴이드라. 그러든가 말든가. 언니, 혜자 언니 잘 사는 거 너무 속상해 마.
       과거에 언니가 당한 거 내가 다 갚아줄 꺼니까. (신자보며) 혜자 언니가 어려

       얼마나 못 됐었는 줄 알아요? 할머닌 잘 모를 꺼야. 앞뒷집에 산다고 다 아는
       건 아니니까. 공부 좀 잘 하고, 얼굴 반반하다고 얼마나 유세를 떨었는지.
       게다가 또 얼마나 내숭쟁인데. (하다 막 웃으며, 신자를 때린 다)
       신자 이게 실성을 했나, 사람을 왜 패.
       인숙 (진숙 보며) 언니, 언니 그 일 기억 나? 정숙이 언니 일 말야.
       진숙 (인숙 보면)
       인숙 (신자 보며) 경숙이라는 좀 이쁘장하게 생기구 그 시절에 쌍 커풀
       수술까지 한 언니가 있었어요. 그 언니랑 진숙이 언니랑 혜자 언니가 모두
       고등학교 동창이 거든요. 근데 이 혜자 언니가 남자들 앞에만 가면 그 경숙이
       언니를 씹는 거예요.
       신자 사람을 으째 씹어. 껌도 아인데.
       인숙 남자들하고 빵집에서 만나잖아. 그럼 별안간 경숙이 언니한테 이렇게
       말하는 거야. 얘 너 쌍커풀 수술한 거 이제 자리잡혀서 너무 이쁘다. 코두
       요번에 수술했니? 이러는 거예요.
       신자 (크게 웃으며) 나쁜 년이네.
       진숙 (어이 없어 웃는다)
       인숙 그 때 그 자리에 내가 있었잖아. 증말 언니만 아니면 뒤통수 한 대
       때려줬을 거야. 어우 재수 없어 정말.
       진숙 그 땐 어렸으니까.
       인숙 어려서 그런 게 아니라 그 언니 태생이더라구. 오늘두 포크 그냥 푹
       찍으면 되잖아. 사과 하나 찝으면서, (자기 손 보이며 엄지, 검지로 포크 잡고
       나머지 손가락 세우 는 시늉하며) 이렇게 손가락을 세우고 갖은 우아를
       떠는데... 여전히 밥맛이드라. (진숙 눈치 보며) 그래도, 언닌 보고 싶은 가
       보든데...
       진숙 (쓰게 웃고)

       $#7. 마루

       진숙, 신자 앉아있다.

       진숙 (신자에게) 들어가 자요. 왜 그러구 있어?
       신자 미선이 기다려.
       진숙 안 왔어요?
       신자 야근한데. 요즘에 그거 실밥 뜯느라 욕본다. (하고 진숙 보면)
       진숙 (다른 생각하고 있다)
       신자 니 혜자, 그거 잘 산다니까 배 아퍼?
       진숙 (작게 웃으며) 조금.
       신자 배 아퍼마. 걔 못 살어 봐라. 그기 좋을 긴 또 뭐 있어. 안 그 래?
       진숙 그것두 그렇지.
       신자 (눈치 보며) 니 정식이 진짜 좋아했는데. 그 년이 중간에서 뺏어가지만
       않았으면 그 놈이랑 살낀데, 그지? 덱고가 살 것 도 아니면서, 요상한 년이지,
       그걸 왜 뺏어갔을까.
       진숙 그만해요. 뺏어가긴 뭘 뺏어가. 다 어렸을 때 말이야.
       신자 그리 생각해라. 그라고, 그 새끼도 그렇지. 기집애가 꼬신다고 넘어가냐?
       사내자슥이 줏대없이... 그런 놈이 독립운동하면 나 라 팔아먹을 놈이야.
       진숙 비교할 걸 비교해... 거기 독립운동이 왜 나와?
       신자 (눈치 보며) 니 내 동생 영일이 생각은 안 나?
       진숙 남의 남편 된 남자를 뭣하러 생각 해, 내가.
       신자 걔 여자랑 헤어졌다.
       진숙 (신자 본다) ?
       신자 (심난한) 쪼매난 전자 대리점 했었잖냐. 나라가 흉흉하니까 그것도 안
       되대. 나이 마흔에 뒤늦게 결혼해가 아들 낳고 일 도 그만그만했는데 일이
       어려워지니까 기집년이 그걸 못 견 뎠고, 따따부따 지랄해 싸서... 벌써 반년
       넘었어. 나쁜 년이 지. 사람이 좋을 때가 있으면 나쁠 때도 있지.
       진숙 영일 지금 뭐해?
       신자 내가 아나 니가 아나?
       진숙 동생 일을 그렇게 말하면 돼?
       신자 속상해서 그라지 내도. (눈치보며) 니 영일이랑 살래?
       진숙 이 나이에? (짜증스럽게) 아우 싫어.
       신자 (그런 진숙보다 벌떡 일어나며) 싫어?!
       진숙 (왜 그러나 싶게 보며, 기죽어) 그래, 싫어.
       신자 이런 년이 있나. 니 년은, 술집 하면서 뭐 잘났다꼬, 내 동생 싫다 소리

       어데 그래 낼름낼름 나와! 싫어? 내도 니 올케로는 싫어 이년아! 싸가지 없는
       년. (하고 방으 로 간다)
       진숙 (어이없는 신자보고 웃다, 생각한다) 최혜자... 이렇게 또 만나 나?

       $#8. 신형의 집 전경, 아침

       $#9. 신형의 방

       현수 외출복 차림으로 목걸이 하다 마음에 안 드는지 조그만 보석 상자 꺼내
       다른 목걸이 한다. 신형, 침대에 앉아 있다가,
       신형 누굴 만나는데 그렇게 신경을 써?
       현수 라이벌.
       신형 라이벌?
       현수 (목걸이하고 신형 쪽으로 돌아서며) 나 어때?
       신형 이뻐?
       현수 (목걸이하며) 긴장되네.
       신형 누군데 그래?
       현수 말했잖아. 라이벌이라구. (가방 챙기며) 언니 오늘 재호 만난 다 그랬지?
       신형 (담담하게) 응.
       현수 재호 만나면 나한테 전화 좀 해달라고 해줄래?
       신형 그럴게.
       현수 (신경 쓰이는) 나 정말 이쁘니?

       $#10. 카페 안, 낮

       현수, 차 마시다 시계보고 출입구 본다. 답답한 얼굴로 잠시 생각하다가,
       체념하고 가방 들고일어나려는데,

       유정E 안녕하세요?
       현수 (보면) ?
       유정 (현수 앞에 서있다)

       시간 경과.

       현수(O. L), 커피 마시며 맘에 안 드는 얼굴로 유정을 보고 있다. 유정, 현수

       보지 않고 얘기하고 있다.

       유정 재호, 데리고 놀기엔 정말 괜찮은 애예요. 멋있구, 잘 생기고, 똑똑하고,
       잘 놀고...
       현수 (유정 보면) ?
       유정 근데 욕심이 좀 많죠. 나두 걔 첨에 괜찮은 집안 앤 줄 알았 어요.
       (혼잣말처럼) 깜박 속았지. (현수 보며) 조건만 맞았다 면 학생이지만 우린
       결혼했을 거예요.
       현수 (유정 보는데 입가에 비웃음 번진다) 소문이라고 다 맞는 건 아니군요.
       유정 (현수 보면)
       현수 (유정 보며) 내가 들은 소문으론 재호가 유정씰 버렸다고 들 었어요.
       아니었나봐요. 유정씨가 조건에 안 맞아서 재호를 버 렸나봐요. 그죠?
       유정 난 누구한테든 채이고 다니는 사람이 아니예요. 우리 아버지 조금
       힘드실 때도 없진 않았지만, 지금은 전처럼 하시는 일 잘 되시고...
       현수 후후... (웃고)
       유정 (현수가 왜 웃나 보면)
       현수 (지갑에서 돈 꺼내 계산서 케이스에 넣고 유정 본다) 재밌는 세상이에요.
       아니, 웃기는 세상이에요.
       유정 (현수 보면)
       현수 남한테 상처 준 것도 자랑이 되는 세상이니까.
       유정 ?
       현수 재호한테 아주 조금 실망이 되요. 왜 하필 유정씨 같은 여자 를 만나서

       이렇게 초라한 생각이 들게 만드나... 잘 가요. (하고, 일어나다, 문득 생각난
       듯, 잔인하게) 아참, 지훈이 사 귄다면서요? 걔네 아버님 얼마 전에 부도
       나셨다든데, 알아 요? 걔 아버님 재산 아니면, 볼 게 없는 앤데... 잘해봐요.
(간
       다)
       유정 (황당하게 가는 현수 보고)

       $#11. 큰 레코드 점

       현수, 무표정하게 들어와선, 음악 씨디를 고른다. 그 중 하나를 빼서는, 음악
       듣는 곳으로 가서 씨디 넣고 한쪽에 앉아 헤드폰 쓴다. 볼륨을 크게 한다.
       시끄러운 락음악 들린다. 현수, 답답한 마음 진정시키려 눈 감는다. 현수의
       가방에서 핸드폰 소리 울리지만, 현수 듣지 못하고.

       $#12. 카페 앞, 길거리

       재호, 핸드폰을 건다. 신호음 가도 받지 않는다. 재호, 전화 끄고, 길거리 쪽
       보면, 신형, 늦었는지 시계를 보면서 뛰어서는, 카페로 들어가려 하는데 그
       뒤로,

       재호E 이교수님.
       신형 (돌아본다) ?

       $#13. 재호 차 안 + 카페 주차장

       재호, 운전석에 앉아있고 조수석 문 열려있다. 신형은 조수석 쪽 밖에 서있다.
       재호 (신형 보고) 안 타세요?
       신형 어디 갈려구?
       재호 카페가 너무 답답해서요. 사람들도 많구. 제가 가끔 쉬러 가는 곳이
       있는데 해지기 전에 돌아올 수 있 을 거예요. 타세요.
       신형 (잠시 생각하고 타고, 굳은 얼굴로 안전 벨트 한다)
       재호 내가 무서워요?
       신형 장난치지마. 학생 무서워하는 교수 봤어?
       재호 (웃으며, 차 돌려 나가고)

       $#14. 교외 도로, 달리는 재호의 차

       $#15. 갤러리 프란스 인 전경

       재호의 차 달려와 멈춰선다.

       신형 (둘러보며) 어디야?
       재호 집이요.
       신형 (재호 본다) ?
       재호 (안전벨트 풀며, 신형 보며) 내리세요.

       $#16. 카페 안

       타는 난로 보이고 재호, 장작을 난로 속에 두어 개 넣는다. 신형, 창가 자리에
       앉아서 그런 재호 본다. 재호, 장작 넣고 커피 메이커로 가서 커피 두 잔
       담아온다.

       재호 커피가 입에 맞을지 모르겠네요.
       신형 (주위 둘러보며) 여긴 주인 없니?
       재호 주인이 바쁜가 봐요. 주인 없을 땐 손님들이 이렇게 자기가 알아서
       커피를 마시고 알아서 차 값을 내고 가죠. (찻잔 들 고) 밖으로 나오실래요?
       (하고 나간다)
       신형 (재호 보다 따라나간다)

       $#17. 베란다

       재호, 한옥집을 내려다보고 서있고 신형, 나와 재호의 옆에 선다.
       재호 여기가 우리 집이라고 했죠?
       신형 (재호 보고)
       재호 저기 한옥집 보이죠?
       신형 (집 내려다 보면)
       재호 어릴 때, 우리 집이랑 참 많이 닮았어요.
       신형 (재호 보면)
       재호 (커피 마시고, 담담하게) 난 아주 가난하게 자랐어요. 지금도...
       가난하구요. 전에 드린 말씀, 아버지가 교수라는 둥 우리 집이 아주 잘 산 다

       둥 그런 말이요. 그거 다 거짓말이에요.
       신형 (차 마시며, 담담하게) 알아.
       재호 (신형 보면)
       신형 너 일하는 곳엘 갔었어.
       재호 ?
       신형 (재호 보며, 어렵다) 너랑 연락이 안돼서... 학적부에 전화번호 가 그리

       돼있어서... 화내지 마.
       재호 (신형 안 보고, 서글프게 웃으며) 현수도... 알아요?
       신형 몰라.
       재호 (신형 보며) 왜 말씀 안 하셨어요?
       신형 (안 보고) 그냥... 굳이 말할 필욜 못 느꼈어. 두 사람 일, 내가 나서
서...
       웃기잖아. 현수는 현수대로... 모르겠다. (재호 보며) 대답 안 해도 좋아. 왜
       그런 거짓말을 했니?
       재호 (신형 안 보고, 담담하게 진실하게) 난... 거짓말 한 적 없어 요.
       신형 ...
       재호 잘 사는 애들하고 어울려 지내다 보니까 지들 기준에 맞춰 서... 니네
       아버지 교수지? 너 잘 살지? 너 돈 많지? 그렇게 묻는데, 구차하게
       아니다아니다 하기 싫어서... 가만있 었어요. 그런데 참 이상하죠? 전
       가만있었을 뿐인데 저도 모르게 교수 아들에 잘 사는, 멋 진 놈이 되더라구요.
       내가 벌지 않으면 당장 누구 한 사람, 내 옷 한 벌 사줄 사람 이 없는데.
       (신형보고 웃으며) 그래도 교수님한테는 거짓말 안 한 거 같은데.
       신형 (어색하게 웃으며) 그래... 넌 거짓말한 적 없어. 내가 잘못 들 은 거야.
       내가 괜히 널 내 나름대로 판단하고.. 왜 그랬는지 몰라. (재호 보며) 재시험

       거야.
       재호 ?
       신형 너 때문이 아니구. 학과장님한테 혼났어. 혼나서 그런 건 아니구 다시 한
       번 기회를 주고 싶어. 너 뿐만이 아니라 다른 아이들한테도. 이번엔 레포트
       아니야. 공부 열심히 해. 이번엔 만약 커닝하면, 그 땐 또 에프야.
       재호 (웃다가, 신형 보면)
       신형 (재호가 저 보는 것 모르고, 들판 바라보며) 저 넘어는 바단 가 봐.
       재호 (그런 신형 보는데 문득 사랑하는 느낌이다. 자신의 감정이 이상하단
       생각이 든다. 들판 바라보다 문득 말하는) 나요..., 현수 사랑해요.
       신형 (들판 보는, 그러나 가슴이 철렁한다, 말하는데 목소리가 떨 린다) 으...
       응.
       재호 (거짓말하기가 어렵다) 사랑이... 조건이 아니라는 걸 믿죠? 걜, 조건
       때문에 사랑하는 건 아니에요. 내가... 현수 만나는 거 막지 말아 주실래요?
       신형 (맘 아프다, 재호 안 보며, 목소리 여전히 떨리는) 어떡하면 되는데?
       재호 내가... 현수한테 얘기 할 때까지.. 아무 말도 하지 말아주세 요.
       신형 (고개 돌려 재호 보고, 씁쓸히 웃으며) 그래. (하고 고개 끄덕 이고 난간

       한 손 올리고 커피 마신다)
       재호 (난간 위에 놓인 신형의 손을 잡는다)
       신형 (재호 보면, 가슴 떨리는) ?
       재호 (작게 웃으며) 고맙습니다.
       신형 (손 어색하게 빼며) 들어가자. 춥다. (들어가려고 걸음 옮기 고)
       재호 (신형의 손을 잡았던 자기의 손 보다 신형의 간 쪽 보고, 느 낌이
       이상하다)

       $#18. 카페 안

       신형, 제 자리로 와 앉는다. 그러다 재호가 잡았던 제 손을 보다가, 어색해져
       무릎 아래로 숨기고, 밖을 보 는데, 재호 여전히 그 자리에서 들판을 보고
       있고. 신형, 그런 재호를 맘 아프게 본다.

       $#19. 상가 가게 앞

       석구, 달건 남자 주인과 얘기하고 있다.

       석구 (열 받아) 우리랑 왜 거래를 안 하는데? 내가 솔직히 딴 데 물건 속였어

       김 사장님네는 맹세코 안 속였다. 그거 알지?
       주인 누가 너보고 속였대냐? 장고가 너랑 계산 됐다고, 지 물건 받 으라
       그러더라구. 그래서 걔네 물건 받은지 일주일이나 됐어. 우리 쪽 잔금도 너
       줬다 그러더라구.
       석구 (열받아, 주위를 걸어다니며) 어우, 어우. (그러다, 주인 보며) 잔금을
       누가 받어!
       달건 (그런 석구 보다) 야, 야, 열내지마.
       석구 얼치네, 째보, 두이, 박사, 김가이가, 성신, 풍년, 소문난 집, 싸다싸,
       왕초네. 나, 솔직히 그곳 열곳, 장고 줬어. 왜? 거긴 장사가 안 되니까. 하지

       김사장님네는 다르잖아. 이 동네, 하루에 게 일곱짝 파는 집이 김사장님네
       밖에 더 있 냐? 내가 미쳤냐. 여길 넘기게?
       주인 야, 야. 그건 장고랑 얘기해. 난 물건만 좋게 들어오고 가격만 맞으면
       어디두 괜찮아. 가, 자식아. 가, 가.
       석구 (울상, 버럭 소리지른다) 어우 정말. 그럼 내 물건은 어떡해!

       $#20. 상가 다른 가게 앞

       석구는 게짝 밀어넣으려 하고 주인은 안 받으려 실랑이 하고 있다.

       주인 안 받는다 그랬잖아.
       석구 그럼 이 게는 어떻게 해? 김사장님네도 안 받고 이사장님네 도 안 받고.
       난 뭐 먹고 사냐?
       주인 그걸 왜 여기와 물어? (문 닫고, 들어가고)
       달건 어떻게 된 일이야? 이 일이, 엉?!
       석구 (게 짝 던지고) 몰라!

       $#21. 해장국 집

       석구, 막걸리 들이키고 달건이 답답하게 그런 석구 보다가 술 잔 뺏는다.

       석구 놔! (소리 지른다)
       달건 아으 새끼 정말. 얘길 해야 알 거 아냐. 도대체 어떻게 된 거 냐고? 왜
가는
       집마다 게를 안 받냐고. 말해 봐, 임마.
       석구 내 장고 이 새끼 잡히기만 해봐라. 가만 안 둔다 정말.
       달건 너 정말 말 안 할래?
       석구 엄마 아펐잖아. 며칠 전에 형한테 얘기했지?
       달건 장사 안 되는 집 넘겼다며?
       석구 그랬지. 근데 이 새끼가 장사 안 되는 집은 고스란히 남겨두 고 잘 되는
       집으로 열 군데를 가진 거야.
       달건 니가 넘긴 열군데 확인도 안 했단 말이야, 그럼?
       석구 응.
       달건 (석구의 뒤통수 때리며) 으이구 썩박.
       석구 형, 이제 어떻게 해?
       달건 어떻게 하긴 어떻게 해. 재호한테 말해야지.
       석구 안돼!
       달건 안 되면 어떻게 할거야? 매달 재호한테 삼백씩 갖다 줬다며. 다음달엔
       재호한테 얼마나 줄 수 있어? 니 봉급, 내 봉급 빼 고 얼마나 줄 수 있냐구?
       석구 백 오십.
       달건 그럼 재호가 모르겠냐?
       석구 다음달 수금까지는 시간 좀 있잖아. 그 때까지 내가 어떻게든 해 볼게.
       형, 그 때까지만 재호한테 말하지 말자. 재호 알면 나 이 일에서 손떼야 돼.

       시골 가기 싫단 말야. 응? 부탁이다.
       달건 아우 정말 모르겠다, 나도. (그 때 달건의 삐삐 울린다) 이건 또 뭐야?
       (하고 삐삐 확인하면) 애인처럼에서 삐삐를 쳤네. 무슨 일이야?

       $#22. 애인처럼 안

       경희, 희진과 아이스크림 먹으며 전화한다.

       경희 네. 저 경희예요
       달건E 경희가 누군데?
       경희 묻고, 묻고 또 묻는, 물어요. (사이, 웃으며) 아저씨 딸하고 나 랑 오늘
       오락실 갔었다. (달건이 소리치는지 인상쓰며 수화기 뗐다 다시 귀에 댄다)
       오백원어치 밖에 안 했어요. 희진이가요, 내가 너무너무 이쁘고 좋대요.
       아저씨도 나 싫진 않죠?

       $#23. 해장국 집

       달건, 전화하고 있고 석구, 전화내용 들으려고 귀 바짝 대고 있다.

       달건 야, 너 지금 나 꼬시냐? 나 돈 없어. 나 꼬셔봤자야. 우리 딸내미 데리고
       놀아주는 건 고마운데 오락실 가고 만화방 가고 그러진 마라. (웃으며) 알
       았어, 알았어. 그럼 니가 밉진 않지. 다만 아저씨가 돈 많은 홀애비가 아니니

       돈 없는 유부남이 니까 마음은 갖지 마라, 이 소리지. 그래, 그래. 고맙다. 우

       딸내미 집에 좀 데려다 주고. 그래. 끊는다. 또 보자. (끊고)
       석구 걔가 형 좋대?
       달건 요즘 애들 웃기다. 유부남은 부담이 없대나 어쨌대나. 나한테 아주 잘
       한다. 내가 남성적인 매력이 없진 않지, 그지?
       석구 바람 피우는 것도 좋은데 인숙이 누나한테 들키지는 마라. 내가 봤는데
       걔 인숙이 누나가 덮치면, 깔려서 다신 못 일어 나겠더라.
       달건 난 희진이 엄마 둘로 족해. 나한테 여잔 더 이상 없어. 그런 데 너 저 게
       어떡하냐? 열짝이나 남았는데.
       석구 다 삶아먹을까?
       달건 으이그. (하고 때리는 시늉한다)

       $#24. 신자의 방

       인숙, 신자 실밥 뜯고 있는데 대문소리 난다.

       인숙 희진이 왔나보네.
       신자 (인숙 잡아, 채며) 미선이야. (하고 내다보면서) 땅콩 왔나?

       $#25. 재호의 집 수돗가

       경희와 희진이 서 있다.

       $#26. 신자의 방

       신자, 실밥 뜯는 인숙 보고,

       신자 내 땅콩이 아니고 니 땅콩이네.
       인숙 (그런 신자 보다) 거 봐요. (하고 나간다)

       $#27. 수돗가

       경희 (두리번거리면서) 집 괜찮다. 우리 시골집하고 비슷하다.
       희진 우리 방은 저기다. (하고 자기 방 가리킨다)
       경희 (인숙 가리키며 희진에게) 저 아줌마는 누구야?
       인숙 (경희 보며) 희진이 왔구나.
       경희 엄마니?
       희진 진짜 엄마 아니구 가짜 엄마예요.
       인숙 (경희 보며) 누구신지...
       경희 희진이 친구예요. 잘 있어, 희진아. 내일 또 오락실 가자. (하고 나간다)
       희진 잘 가. 언니.
       인숙 점심 먹었어?
       희진 급식 먹었어요.
       인숙 저 언니 누구야?
       희진 아빠가 좋아하는 언니예요.
       인숙 뭐?

       $#28. 길거리 구멍가게 옆 공중전화

       석구 전화하고 있다.

       $#29. 공중전화 부스

       석구, 삐삐 확인하고 있다. 안내원의 응답 후 삐 소리나면,

       재영E 재영이야. 오늘 여섯 시까지 학교 앞으로 와. 안 오면 집에서 혼날 줄
       알어. 꼭 와. (하고 끊긴다)
       석구 (수화기 내려놓는데 답답하다. 다시 수화기 들고 버튼 누른 다. 신호음
       가고 동전 떨어지면) 옷공장이죠? 시다 아가씨 중 에 고미선 좀 바꿔주세요.

       4#30. 미선의 공장

       미선, 전화 받고 있다.

       미선 여섯 시까지? 나 여섯 시 반에 끝나는데...
       석구E 그래서 여섯 시까지 못 나온다 소리야?
       미선 나가지.
       이 때 여자 공장장 미선에게 다가와,
       공장장 (미선의 뒤통수 때리며) 여섯 시까지 어떻게 나가. 여섯 시 반이
       퇴근인데.
       미선 (공장장 째려보며) 한번만 더 때려요. 오늘 만든 치마, 아이롱 으로 싹

       지져버릴 테니까.
       공장장 (어이없다)
       미선 오빠 미안한데 여섯 시 반에 만나자. 내가 어떻게든 나가볼려 구
       그랬는데 안 되겠다. 나 벌써 한 대 맞었어.

       $#31. 공중전화
       석구, 답답하게 서있다. 그 때 달건, 음료수 사 가지고 나오면서,

       달건 마셔라. (하고 음료수 석구에게 준다)
       석구 (음료수 받고 여전히 답답하게 서있다)
       달건 (그런 석구 보고) 너 왜 그러냐? 우겨우겨 가지고 게 열 짝 다른 집에 다
       넘기고 간신히 재고 안 남겼는데.
       석구 형. 남자 일언금은 중천금이지?
       달건 남아일언 중천금이다.
       석구 그 말이나 그 말이나.
       달건 근데 그건 왜?
       석구 내가 재호한테 재영이 다신 안 만난다고 약속했거든. 근데 재 영이가
       보고싶다.
       달건 안 만난다고 확실하게 말했어?
       석구 응.
       달건 그럼 만나면 안 돼지 임마.
       석구 만나면 나쁜 놈이지?
       달건 그럼 나쁜 놈이지.
       석구 (생각하다 음료수 바닥에 던지고) 나 나쁜놈 될래. (하고 간 다)
       달건 (가는 석구 보다) 나쁜 놈.

       $#32. 재영의 학교 앞

       석구, 한 쪽에 숨어서 재영을 기다리고 있다. 그 때 재영, 친구들과 나온다.

       재영 (친구들에게) 먼저 가. 나 누구 잠깐 만나고 갈 거야.
       친구들 내일 도서관에서 보자.
       재영 (서서 시계 본다)
       석구 (그런 재영 보고 있다)

       시간 경과, 밤.

       재영, 추운 듯 몸을 움츠리고 다시 시계 본다. 카메라 돌면 석구, 아직도 그
       자리에서 재영을 보고 있다. 석구, 한숨 쉬고 재영에게 가서 어깨에 손 얹는다.
       재영, 돌아보면 석구, 자기 웃옷 벗어서 재영에게 입히고,

       석구 내가 기다리지 말랬잖아.
       재영 기다리니까 왔잖아.
       석구 갈 거야. (하고 돌아서면)
       재영 (잡으며, 울상) 박석구 내 속 좀 그만 썩여라.
       석구 (돌아서 재영 보고)

       $#33. 중국집 안, 밤

       석구, 게걸스럽게 자장면 먹고 있다. 재영, 그런 석구 보다 자기 자장면
       덜어주면서,

       재영 맛있어?
       석구 응.
       재영 석구 오빠, 내가 하자는대로 할래?
       석구 (먹으며) 뭘?
       재영 우리 결혼하자.
       석구 우리가 뭘 해? 우리가, 결혼을 해? 내 나이가 몇인데 벌써 무 덤으로
       들어가냐? 얘가 미쳤나보네.
       재영 (어이없이 석구 보며) 미쳐? 나 좋아한다며? 좋아하구 사랑 하면
       결혼하는 거 아냐? 나랑 결혼할 맘도 없이 사랑한다 그 랬었어?
       석구 사랑은 사랑이구 결혼은 결혼이지. 난 사랑은 하고 싶지만 결 혼은 하구
       싶지 않어.
       재영 그 결혼 할 상대가 나래두?
       석구 그래.
       재영 (자장면 그릇 석구의 얼굴에 엎으며) 내가 잘 못 봤어. 난 그 래두
       박석구가 나한테만은 진실한 남자라구 생각했어. 근데 아니었구나. 역시,
       썩박이야, 걸레! (나가려면)
       석구 (재영 손 잡는다)
       재영 손 놔! 드러!
       석구 (화난 애써 참으려 하지만 안 된다) 너 나랑 이렇게 손잡는 것도 싫지?
       드럽지? 입맞추기도 싫지? 그런데 어떻게 나랑 결혼할래? 내가 너 좋다좋다
       그러니까 불쌍해서 그래서 결혼 할려 그래? 결혼이 동정으로 되는 줄 알어?!
       죽도록 사랑한다 그래도 될까말까한 게 결혼이야. 내가 걸레 같다구? 그게
       니가 결혼하고 싶은 사람한테 할 소 리냐? 나는, 동네사람 모두 다, 미선이두
       너 내숭까는 애라고 욕해 두 너한테 그렇게 말한 적 없어. 왜? 널 사랑하니까.
       내가 사랑을 모른다구? 사랑을 모르는 건 너야! 알아, 이 기 집애야? (하고
       재영을 의자에 눌러 앉히고 손으로 입 닦으 며) 여기 얼마예요? (소리지르며
       나간다)
       재영 (그런 석구 본다)

       $#34. 중국집 앞

       석구, 화나서 걸어나오면,

       재영 박석구 너 거기 안 서? (하고 따라 나와, 팔 잡으면)
       석구 (뿌리치고, 돌아본다) 내가 니 친구야?!
       재영 (놀라 보면)
       석구 난 니 친구가 아니라, 니 오빠 친구야. 기집애야. 일곱 살이나 어린 게
       어디서 맞먹어! 내가 썩박이라구? 걸레라구? 아무리 사랑이 좋지만 그런 말
       까지 들으면서 나, 너 사귀고싶지 않어. 여자가 너밖에 없냐? 미선이두 있어,
       이 기집애야. (하고 간다)
       재영 (속상한, 혼잣말) 오늘따라 왜 저렇게 터프해, 무섭게.

       $#35. 길거리

       미선, 부들부들 떨며 집으로 가고 있다. 입이 시퍼렇다.

       미선 (재채기하며 걸어가면서) 박석구, 너 나 세시간이나 바람맞췄 지. 집에
       가서 만나면... 너 나한테 죽었다. (부들부들 떨며 걸 어간다)

       $#36. 신자의 방

       미선, 이불 뒤집어쓰고 떨고 있다. 열이 나는지 땀을 흘린다. 신자, 그런 미선
       이마의 땀 닦아주며,

       신자 우데 갔다 왔는데 이래? 땅콩, 니 많이 아프나?
       미선 (기운없이) 말도 시키지 마.
       신자 니 뭐 먹고 싶어? 에미, 콩나물국 끓이까? 그거 끓이가 고춧 가루 콱 넣

       소주랑 먹을래? 그래, 그러까?
       미선 소용없어.
       신자 와? 와 소용이 없어?
       미선 엄마. 날 왜 여자로 났어? (울며) 엄마 나 남자였으면 좋겠다. 그러면
       이렇게 괴로울 때 군대라도 가면 얼마나 좋냐.
       신자 이기 무슨 말이야? 니 그리 괴로워? 사내 새끼들도 군대 가기 싫어가
       멀쩡한 손가락을 짜르고 무 르팍을 깨는데 니 그길 어데라꼬 가고 싶어. 니
       오야 언니한테 혼났나? 또 치마 아이롱을 지ㅈ나? 공장장 이 뭐라캐?
       미선 엄마는 내 맘 몰라, 엄마는 항상 내가 어린 줄 알지? 나도 다 컸는데.
       (안겨 엉엉 운다)
       신자 (미선 다독이며) 이 땅콩이 왜 이러나. 에미 속상하구로. 이 땅콩이 왜
       이래? (미선의 얼굴 손으로 잡아보며) 니 혹시 달 거리 하나?
       미선 엄만 그렇게 믿고싶지? 달거리해서 내가 너무 아퍼서 그런 거다 믿고
       싶지? 그럼 그렇게 믿어. (이불 덮고 눕는다)
       신자 (미선의 머리 쓸어넘겨주며, 걱정스런) 이기 무슨 일이고. 가 시나가
       군대를 간다카고 속상해 죽겠네. (하다가) 미선아, 니 까까 먹을래?

       $#37. 갤러리 앞 주차장

       재호, 차의 본네트 열어 안을 보고 있다. 신형, 앞에서 불안한 얼굴로 서있다.

       신형 뭐가 잘못됐니? 왜 시동이 안 걸려?
       재호 그러게요. 밧데리도 멀쩡한데 왜 그런지 모르겠네. 중고차를 샀더니...
       티가 나네요.
       신형 (재호 보면)
       재호 삼백 주고 사서 겉만 갈은 거예요. (시계 보여 주며) 천 이백 달러라
       그랬죠? 석구라고 형제같은 친구가 있어요. 그 놈이 청계천에서 삼만원 주고
       사준 거예요. 나 참 부티나게 보이죠?
       신형 (어색하게 웃고)
       재호 (본네트 닫고) 오늘 못 들어갈 거 같은데요.
       신형 ?

       $#38. 카페 안

       재호, 전화하고 있다.

       재호 네, 네. 오늘 꼭 가야 되요. 지금 열 한시밖에 안됐는데 서비 스 시간이
       벌써 끊겼다는 건 말이 안 되잖아요. (짜증내며) 이봐요. 내일 오전이면 나도
       고칠 수 있어요.
       신형 (재호의 옆으로 와 전화의 착발신 버튼 누른다)

       재호 (신형 보면) ?
       신형 (어색하게 웃으며) 포기하자. 벌써 세군데나 했잖아. 나 집에 전화 걸게
       수화기 좀 줄래?
       재호 (신형에게 수화기 주고 자리에 가 앉는다)
       신형 (전화한다. 신호음 가면) 형?
       재호 (신형보고)

       $#39. 길진의 오피스텔

       길진, 컴퓨터 앞에 앉아 무거운 마음으로 전화 받고 있다.

       길진 어머니께는 신입 강사 모임이 늦어져서 새벽에 끝난다 그럴 게. 나는
       일이 있어서 일찍 왔다 그러지 뭐. 내일 오전에는 올 수 있는 거지?
       신형E 미안해, 형.
       길진 조심해서 자라. 끊자. (전화 끊고, 일어나 옷 입는)

       $#40. 슈퍼 안

       길진, 맥주 사서 계산대로 와서는,

       길진 얼마죠?

       $#41. 동네 골목

       길진, 맥주 봉지 들고 오는데,

       병국E 송교수!
       길진 (돌아본다)
       병국 (웃으며 서있다) 손에 든 거... 술이야?

       $#42. 길진의 오피스텔 안

       길진, 병국 맥주 마시고 있다.

       병국 (웃으며 둘레 돌아보며) 이렇게 사는 것도 괜찮네.
       길진 저희집 처음 와 보시죠?
       병국 한 동네 산지 벌써 햇수로 삼년짼데 내가 너무 무심했지?
       길진 (웃고)
       병국 너 신형이 안 데려가냐?
       길진 주실 거예요?
       병국 달라면 주지.
       길진 (크게 웃고)
       병국 올 가을엔 결혼해라.
       길진 (무표정하게 가만있다)
       병국 (길진 보며) 얼굴이 왜 그래? 혹시 신형이 싫대?
       병국 아주 싫대?
       길진 그렇진 않은 거 같구요.
       병국 그럼 됐어. 다정도 병이다, 이런 말 알지?
       길진 (병국 보면)
       병국 너무 열렬히 사랑해서 결혼해도 그거 안돼. (맥주 마개 눈에 붙이며)
       너무너무 사랑한다는 거는 이렇게 눈에 뭐가 씌인다 는 거거든. (눈 껌벅여
       마개 떼내고) 이 씌인 게 떨어지면 괴 롭지. 나는 그렇게 생각해. 이 세상 어

       일도 다 열심히 해야 되고 최선을 다해서 해야 되지만 사랑만은 적당히 해야
       된다. 그래야 나중에도 퍼 줄 사랑이 남아있지 않겠어.
       길진 (웃고)
       병국 내가 송교수한테 비밀 한 가지 말해줄까?
       길진 (병국 보면)
       병국 우리 부부사이 어때 보여? 신형이 엄마랑 나랑, 행복해 보여?
       길진 네.
       병국 아니. 우린 불행해.
       길진 ?
       병국 놀라긴. 나는 우리 마누라를 젊어서 너무 열렬히 사랑했어. 어느 날 그
       사랑이 식구... 지금 남은 건 재처럼 까만 증오심.
       길진 설마요.
       병국 그지? (쓴웃음) 설마 우리처럼 다정해 보이는 부부가... 앞에 한 말
       잊어라. (쓰다, 사이) 송교수?
       길진 (보면)
       병국 너, 우리 신형이 행복하게 해 줄 수 있어? 그렇다면 데려가. 내가
       애비로서 밀어줄게. 나, 다른 사내놈은 다 못 믿겠는데 자네는 믿음이 가.
       왜냐구? 나랑은 너무 다르니까. 뭐가 다르냐. 자넨 바람 같은 건 절대 안 필
       사람이야. 한 때나마 나처럼 여잘 배신할 사람이 아니라구 남자 눈엔 남자가
       보이지 신형이 사랑해?
       길진 (고개 숙이고, 서글픈 웃음) ...
       병국 (길진 보며) 왜 대답을 못 해? 너 증말 우리 신형이 사랑하 는구나. 진실

       쉽게 답이 나오지 않는 법이지. 니가 좋다. (하고 술잔 내밀면)
       길진 (슬몃, 웃으며 잔 부딪히고)
       병국 (길진 보며, 진지한) 올 봄에 데려가라.

       $#43. 신형의 집 주방

       현수, 밥 먹고 있고 혜자 현수의 앞에 앉아 밥 먹는 현수를 이쁘게 보고 있다.

       혜자 정말 이제 우리 딸 같다. 그래, 이렇게 아무리 늦어도 배 고 프면 밥 달

       그래. 하루 이틀 살 것도 아닌데 남처럼 눈치 보고 그러지 말어.
       현수 네.
       혜자 현수야. 아줌만 너 같은 딸 하나 있으면 정말 좋겠다.
       현수 지금이라도 안 늦었으니까 하나 더 낳으시죠?
       혜자 (현수의 어깨 때리며) 너 아줌마 놀리니?
       현수 (웃으며) 참, 언니는 언제 들어온데요? 열 두시 넘었는데. 아 직도 안
       들어오구.
       혜자 (무심히) 오늘 안 들어온대.
       현수 (밥 먹다 혜자 보는데) ?

       이 때 초인종 소리나고,

       혜자 아저씨 왔나보다. (하고 일어나고)
       현수 (뭔가 생각하는 얼굴이다)

       $#44. 신형의 집, 거실

       병국, 비틀거리며 길진의 부축 받고 들어온다. 혜자, 병국을 보고 부축한다.

       혜자 어디서 또 이렇게 술을 드셨니?
       길진 저희 집에서 드셨어요.
       병국 내가 술 마셔서 기분 나쁜가? 뭐가 기분 나쁜가. 매일 마시는데. 아 참.
       당신은 매일 기분이 나쁘시지?
       혜자 들어가요, 들어가. (하고 병국 데리고 안방으로 들어간다)
       길진 (현수에게) 아버님 술 세신줄 알았더니 나보다 주량이 적으시 네.
       현수 (길진에게) 차 한잔 하고 갈래?

       $#45. 신형의 방

       길진, 서서 신형의 책상 보고 있다. 현수, 차 가지고 들어와

       현수 왜 서 있어. 앉지 않구.

       길진 어디 앉을지 모르겠다.

       현수 신형 언니 침대에 앉어.
       길진 (신형의 침대 보는)

       시간 경과
       길진, 신형의 침대에 앉아 커피 마시고 있고 현수, 자기 침대에 앉아 커피
       마신다.

       현수 (커피 마시며 길진 보며, 조금 놀리듯) 오빠 이상하다.
       길진 (고개 들어 현수 보며) 뭐가?
       현수 신형이 언니 침대에 앉아 있으니까, 떨려?
       길진 (웃고)
       현수 정말인가 보네.
       길진 (차 마시며) 맘대로 상상해라.
       현수 (차 마시며 길진을 관찰하듯 보며) 신형 언니 어디 갔어?
       길진 (찻잔 보며, 무심하게) 말 했잖아. 신입 교수들 모임이 지방에 서
       있었는데 늦어진다구. 낼 아침엔 올 거야.
       현수 길진 오빠. 왜 나한테까지 속여?
       길진 (현수 보면)
       현수 신형언니 재호랑 있잖아. 아냐?
       길진 (현수 보면)
       현수 (씩 웃으며) 맞나보구나? (고개 돌려 차 마시며, 천천히) 지 금, 두 사람

       같이 있다. (길진 보고, 어색한 웃음 지으며) 기분이 나쁘다.

       $#46. 일 층 갤러리 들어가는 문 입구

       재호, 갤러리 여주인과 얘기하고 있다.
       재호 폐 끼치는 거 아닌가 모르겠습니다.
       주인 폐는... 큐레이터 서울 나가고, 이 큰집에 혼자 자기 적적했는 데 잘 됐
지.
       오랜만에 집안에 남자를 들이니까 괜히 기분두 좋아지구, 방 따뜻할 r예요.

       좀 많이 땠어. 자요. (내려가 고)
       재호 고맙습니다. (하고 문 닫고 안쪽으로 고개 돌리고)

       $#47. 갤러리 안

       신형, 그림 보고 있다. 재호, 들어서면서

       재호 안 자요?
       신형 어, 난 여기서 잘게.
       재호 여긴 난방도 안 되는데요?
       신형 (어색하게 서있다)
       재호 (귀엽다는 듯 웃으며) 추우면 들어오세요. 저 먼저 들어가 있 을 게요.
       (하고 간다)
       신형 (의자에 앉는다)

       $#48. 갤러리 전경

       심한 바람소리, 방 문 여는 소리난다.

       $#49. 방 안

       재호, 책보고 있다.

       신형 (문 열며 어색하게) 나 들어가도 되니?
       재호 (책 덮으며, 시계 보며) 새벽 두 신데, 여태 거기서 떨고 계셨 어요?
       신형 (손으로 팔뚝 문지르며, 어색하게 웃는)
       재호 (자리 옆으로 옮겨 앉으며) 이 쪽으로 앉으세요.
       신형 (어색하게 가서 앉는다)
       재호 편하시게 이 자리 다 내드리고싶은데, (손으로 위쪽 가리키 며) 저 쪽은
       추워요. (신형 보며) 따뜻해요?
       신형 (떨며 고개 끄덕인다)
       재호 이런 많이 떠네. (하며, 신형의 손으로 잡아, 호호 불어준다)
       신형 (그런 재호 보고) ?!
       재호 (따뜻하게 신형 보며) 따뜻한 물 한잔 드실래요? 잠시만, 기 다리세요.
       (하고, 손 놓고 나간다)
       신형 (나가는 재호 보고, 책보며 읽는) 피지올로지컬 사이컬로지... (흐뭇하다,
       재호 나간 쪽 보고)

       $#50. 주방

       재호, 물 끓는 주전자 얹혀있는 가스렌지의 불 끄고 컵 두 개에 물 따르며, 신
       형 있는 방 쪽 보고 웃는 (웃음이 선하다)

       #$51. 방 안

       재호, 신형 물 마시고 있다.

       신형 (물 마시고, 어렵게 재호 보며) 엄마는 언제 돌아가셨어?
       재호 (작게 웃음 띤) 엄마 안 돌아가셨어요.
       신형 ?
       재호 우리 엄마 죽은 게 아니라 도망갔어요.
       신형 (재호 보면) ?
       재호 (물 잔 보며 생각하며)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살기가 힘들었어 요. 엄마는
       생활력 없고 약하고 눈물이 많았어요. 장사 치르고 한 달 내 울구 울구 울다가
       어느 날 밝게 웃더 니, 내 동생이랑 나한테 놀이공원에 놀러가자
       그러더라구요. 동생이랑 전 신났었어요.
       신형 놀이공원에 놀러가서?
       재호 아니요. 엄마가 웃어서. 우린 공원에 가서 회전 목마를 탔어요. 서울에서
       부산까지. 그땐 목마가 가는 곳을 그렇게 표시했었어요. 어디서 어디까지.
       부산까지 다 가고 동생 손을 잡고 내렸는데... (눈가 흥건한, 애써 웃으려하
며)
       엄마가 없었어요. 일곱 시간쯤 기다렸나, 수위아저씨가 그러더라구요. 난
       우는 동생을 달랬어요. 나두 어렸는데, 열 살이었는데. 재영아, 울지마, 집에
       가면 엄마가 있을 거야, 울지마. 화양동에서 구로동까지 걸어서 걸어서 집에
       갔는데... 엄마가 없었어요. (눈가에 물기가 흥건하다, 괜히 히히 웃고)
       신형 (그런 재호 보고 뭐라 말할 수 없다. 괜히 헛기침하며 재호 보며,
       어색하게 웃으면서) 물 마셔. 다 식겠다.
       재호 (물 마시고)
       신형 (재호 보며) 엄마 그리워?
       재호 (신형 보지 않고, 맘 아픈 그러나 단호한) 난 날 버린 사람을 그리워할
       만큼... 착한 애가 아니에요.
       신형 (마음이 아프다)

       시간 경과.

       재호, 고단하게 벽에 기대 잔다. 신형, 그런 재호 보고 있다. 그러다 살짝
       일어나 욕실로 가려다 재호 옆에 있는 구겨진 양말 본다. 신형, 재호의 양말
       들고 욕실로 간다.

       $#52. 욕실 안

       신형, 재호의 양말을 빨고 있다. 꼭 짜서는 툭툭 턴다.

       $#53. 방 안

       재호 한쪽에서 자고, 그 옆에 재호의 양말이 방바닥에 쫙 펴서 널려 있다.
       카메라 돌면 신형, 엎드려 메모하고있다. 글쓰는 신형의 얼굴 위로,

       신형E 재호야. 첫 차가 새벽 다섯 시에 있대. 그걸 타려고 해. 현수에겐 아무
       말도 안 할게.
       니가 말하고 싶을 때 하렴. (머뭇대다 재호 얼굴 본다, 그 얼 굴 위로, E) 그
런데
       너 정말 현수를 사랑하니? (다시 쓰는 '현수와 너... 이루어지길 바란다'라고
       쓰는 - 인서트)

       신형, 쪽지 접어 한 쪽에 있는 재호의 담뱃갑 위에 올려놓는다.
       신형, 재호 보고 재호의 머리 만지려다, 손 내리고 재호가 춥지 않게 이불을

       더 올려 덮어준다. 그리고는, 외투 들고 조심스럽게 방문 열고 나간다.

       $#54. 갤러리 일층 현관 앞 (신새벽)

       신형, 계단 내려가 대문 쪽으로 가고, 카메라 돌면,
       밖으로 나있는 방 쪽 창가 조심스레 열리고, 재호 가는 신형을 보고 있다.
       신형을 보는 재호, 그 눈빛이 사랑하는 사람을 찾은 듯한 눈빛(그러나 맘 아
       픈)이다.
       재호와 신형 되도록 한 화면에 잡히면서 엔딩.
       <제 8 회 끝>

 

 

 

 

첨부파일 우정사 - 08.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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