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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대본

[우리가 정말 사랑했을까] 09

작성자수다쟁이|작성시간11.02.21|조회수369 목록 댓글 0


제9부
                                     2월 24일 수요일 밤 9시 55분

       $#1. 갤러리 밖, 어두운 새벽

       신형, 갤러리에서 나와 걸어간다.

       $#2. 시외버스 정류장 앞

       신형, 버스 기다리며 바람맞으며 서있다. 재호를 생각하며 가슴이 아프다.

       신형E 야, 이신형 정신 차려. 그 아이한테 더는 마음 주지 마, 더는 마음 주

       마. (그렇게 되기가 쉽지 않을 거란 생각에 아랫입술을 깨물 며 마음 아프다)

       $#3. 갤러리 방 안

       재호, 담뱃갑 집으려다 담뱃갑 위의 쪽지 본다.
       그걸 보고 내려놓으려다가, 벽에 기대앉아 신형이가 방바닥에 빨아놓은 양말
       바라본다. 그때 문득 드는 생각이 있다.
       재호, 뭔가 생각하는 얼굴이다.

       <회상> 동네 길거리 어린 재호 (씩씩대며 힘든), 어린 재영 업고 달래며 간다.
       어린 재영 얼마큼 가면 돼?
       어린 재호 조금.
       어린 재영 집에 가면 엄마 있어?
       어린 재호 엄마 있어. 있을 거야. 있을 거야.

       <회상>

       집 마당(허름한) 어린 재호, 재영 들어선다.
       보면 댓돌 위에 엄마 신발 보인다.

       어린 재호 (기분이 좋다, 업힌 재영에게) 봐. 엄마 신발 있지? (재영을 등에서
       내리며 기분이 좋다) 엄마!
       어린 재호 엄마! (하고 문 연다)

       <회상> 방

       재호 쪽지 들고 보고 있고,
       그 옆의 재영, 재호 옆에 바짝 붙어 쪽지를 넘겨다 보고 있다.

       인서트 - 쪽지 내용
       재호야, 재영아. 미안하다.
       어린 재영 뭐라고 썼어?
       어린 재호 아무 것도 아냐.

       하며 쪽지 구겨 바지 주머니에 넣는데 눈가 그렁하다.
       그러다 고개 돌려 방 한 쪽 보면, 빈방 방바닥에 빨래 (어린 재호와 재영의
       옷이며 양 말, 속옷들) 널려있다.

       $#4. 현실

       재호, 양말을 보다 고개 돌려 한숨 쉬는데, 핸드폰 울린다.
       재호, 핸드폰 켜고

       재호 여보세요?
       현수E (가라앉은) 나, 현수야.
       재호 (어색한) ...어.
       현수E 신형 언니랑, 같이 있니?
       재호 일어나 보니까 없어. 갔나봐. (순간, 전화 끊기고) 현수야... (그러나
       부저음만 들리는, 재호 답답하다. 전화 끊고 자기도 모르게 양말에 시선이
       가고)

       $#5. 신형의 방

       현수, 창가에 걸터앉아 길거리 내려다본다.

       인서트 - 텅 빈 길거리.
       현수, 생각이 많은 얼굴이다.
       내가 왜 이렇게 재호한테 신경을 쓰나, 자신이 생각해도 모를 일이란 생각이
       든다.
       한숨 쉬고, 침대로 와 이불 뒤집어쓰고 눕는다.
       $#6. 길진의 오피스텔

       침대 맡에 까칠한 얼굴로 걸터 앉아있다.
       주변 보면 맥주캔 여러 개 보인다.
       밤을 세운 듯하다.
       길진, 고개 돌려 시계 보면 아침 일곱 시다.
       침대 맡에 기진한 듯 누워 눈 감는다.
       잠시 있다 눈뜨고, 신형을 생각하는 눈빛이다.

       $#7. 신형의 집 전경, 아침

       혜자E 어딜 여자가 밖에서 잠을 자, 너 돌았어?

       $#8. 신형의 집 주방

       혜자, 밥 푸고 있고,
       신형, 기죽어 눈치 보며 밥그릇 받아서 식탁에 놓는다.
       반찬은 차려있다.

       혜자 (신형에게 밥 퍼 주며 눈 흘기며) 잠은 어디서 잤어?
       신형 (밥공기 받아 식탁에 놓으며, 작게) 여관에서.
       혜자 잘 하는 짓이다. 처녀가 여관이나 들락날락 거리고.
       신형 (혜자 보며, 작게 궁시렁) 내가 무슨 여관을 들락날락 거려. 이번이
       처음인데.
       혜자 한 번 가기는 어려워도 두 번 가기는 쉬운 거야.
       한번만 더 외박해. 그땐 대문을 잠가버릴 거야.
       혜자 (눈 흘기고, 거실 쪽으로 소리친다) 현수야, 밥 먹자.
       신형 (거실 쪽 보는)

       시간 경과,

       병국, 혜자, 현수, 신형 밥 먹는다.
       현수, 무표정한 얼굴이다.
       신형, 현수 신경 쓰면서 밥만 먹는다.

       병국 (그런 신형 보고) 넌 밥을 코로 먹냐, 왜 밥공기에 코를 박고 있어.
       {신형, 혜자, 병국 보면) (병국, 신형에게 등을 펴 보이며) 임마, 등 딱 펴고,
       씩씩하게 먹어.
       얻어먹는 밥도 아닌데 주눅 든 사람처럼, 복 떨어지게.
       요즘 세상은 남자만 당당해서 되는 게 아니야. 여자도 당당해야 돼.
       자식이 누굴 닮아서 소심한지 몰라, 저거.
       혜자 (밥 먹으며, 작게 궁시렁) 또 날 닮아 그렇다 그러고 싶겠죠.
       병국 (눈빛은 기분이 좋지 않지만 말투는 부드럽게) 당신이 뭘 그래. 당 신처

       당당하게 사는 사람이 어딨다구.
       신형이가 당신 반만 닮아도 남자 개잡듯이 잡으면서 살 거야. 당신 반만
       닮아도. (다시 밥먹는)
       혜자 (제 속 들킬까봐 신형, 현수 보고)

       신형, 슬몃 웃으며 현수 보는데,
       현수 밥만 먹고,
       신형, 괜히 눈치 보이고, 밥 먹고.

       병국 참, 내가 길진이랑 얘기 끝냈다. (신형, 현수, 혜자 병국 보면) 이번 봄

       길진이랑 식 올려라.
       신형 (놀라) 아버지.
       혜자 (병국 보며) 무슨 식을 올려요?
       병국 애 결혼 안 시킬 거야? 쟤 나이가 서른이야. 길진이도 서른 셋이고.
       결혼할 만 하지 뭐.
       혜자 (신형 보며) 넌 어때?
       신형 이제 강의 맡았는데... 싫어.
       현수 (신형 보다, 밥 먹고) ...
       혜자 그럼 하지마.
       병국 (신형 보다 혜자 보며) 싫으면 하지마? 지금 그 말이 딸내미한테 할
       말인가? 결혼을 하지 말라니?
       혜자 (숟가락 놓고 일어나며) 출근하셔야죠? (하고 주방에서 나간다)
       병국 (생각하다) 여보, 나랑 얘기 좀 해. (하고 혜자 따라나간다)
       현수 (밥 먹으며 신형 안 보고) 왜 길진이 오빠 싫어?
       신형 (심란하게 밥 먹으며) 싫은 게 아니라 아직 결혼할 맘이 없어.
       현수 왜?
       신형 (현수 보며) 싫은데 왜가 어딨니?
       현수 (신형 보며) 재호 때문에 그래? (하며 숟가락 놓고 나간다)
       신형 (가는 현수 보고) ?
       $#9. 안방

       혜자, 병국 서서 얘기하고 있다.

       병국 (조금 화난) 당신 나 없을 때 도대체 왜 교육을 어떻게 시켜?
       혜자 아침부터 왜 또 딴지를 걸어요, 딴지를 걸긴? 내가 뭐라 그랬다구?
       병국 내가 뭐랬다구? 과년한 딸한테 결혼을 하지 말라니, 그게 엄마가 할
       소리야?
       혜자 결혼하면 뭐해요. 나처럼 살라구? 집에서 밥하고 설거지하고 애 키 우고.
       난 내 딸 그렇게 사는 거 싫어요.
       공부할 만큼 했겠다, 능력 있겠다, 혼자서도 충분히 잘 살 수 있어 요.
       길진이가 좋아 죽겠는 것도 아니구 지가 결혼하고 싶어 안달이 난 것도
       아닌데. 굳이 굳이 하랄 것도 없잖아요.
       병국 자고로 남녀가 과년하면 결혼을 하는 거야. 거기에 무슨 이유가 필 요해?
       잔말 말고 봄에 쟤들 식 올려.
       혜자 (병국을 한심스럽게 보다 옷장에서 병국의 옷 꺼내며) 난 아주 민 주적인
       사람이에요. 신형이가 한다면 모를까 억지로는 안할래요.
       병국 (버럭) 시켜!
       혜자 (병국 보면)
       병국 내 딸이야.
       혜자 (병국을 어이없다는 듯이 보며) 내가 낳았어요

       $#10. 시장

       재호, 석구 트럭을 세차하고 있다.
       재호, 호스로 물 뿌리고 석구, 걸레로 열심히 비누칠한다.

       재호 (물 뿌리다 석구 보고) 석구야 저쪽 좀 닦아라.
       석구 (재호 보며) 이쪽? (하며 옮겨가 닦는다)
       재호 (그런 석구 보고) 아니 아니 그 옆에, 그 옆에.
       석구 여기? (하며 다시 옮겨가 닦는다)
       재호 아니 - 저쪽.
       석구 (닦다가 짜증스레 재호 보며, 소리치는) 아, 자식이 똥개 훈련을 시 키나,
       니가 닦어, 임마. (하며 걸레 팽개친다)
       재호 (그런 석구 보면) ?
       석구 아침 내내 이래라 저래라. 자식이 말을 안 하니까, 사람을 호구로 보나.
       내가 임마 니 종이야?! 흰둥이가 아프리카 노옐 다뤄도 이렇 게 안 다루겠다,
       자식아! 사람 헥헥대는 거 눈으로 보면서두 잠시도 쉬지를 않고 일을 시켜,
       나쁜 새끼.
       나 일 안 해, 자식아.
       니가 다 해 임마! (하고 간다)
       재호 (가는 석구, 속상해서 보는)

       $#11. 사우나실

       석구, 심통 난 사람처럼 앉아있고 재호는 석구 옆에 앉아있다.

       재호 (석구 보며, 어색하게 웃으며) 화났니?
       석구 (짜증내며) 안 났어.
       재호 났잖아.
       석구 (버럭) 안 났댔지!
       재호 (웃으며) 안 났구나. 난 또 화난 줄 알았지. (하고 석구 안 보고, 잠시
       생각하다) 석구야.
       석구 말 해.
       재호 나 여자 사귄다.
       석구 (재호 보면)
       재호 아주 돈 많은 앤데... 걔랑 결혼하고 싶어.
       석구 결혼하면 되지.
       재호 (자존심 상하는, 솔직하게 석구한테 털어놓는 심정으로) 근데 걘 내 가...
       저만큼 아주 잘 사는 앤 줄 알아. 내가 하루 오만원 벌려구 이렇게 새벽부터
       비린내 풍기며, 게짝 나르는 줄 모르구. 잘 나가는 집 앤 줄 알아.
       석구 그럼 걔가 너에 대해서 진짜로 아는 게 뭐야?
       재호 나에 대해서 진짜로 아는 거? (쓰게 웃으며) 없다.
       석구 그럼 안 되지 임마.
       재호 (석구 보면)
       석구 사람은 초지일관이 있어야 돼.
       한번 하면 영원히.
       누굴 사랑했다, 그럼 끝까지. 너 걔 끝까지 속일 수 있어?
       재호 (쓰게 웃으며) 끝까지 속이고 싶었는데 안 됐어. 전에 만나던 유정 이
       알지? 걔가 벌써 걜 만났어.
       모르긴 몰라도 내가 어떤 놈인지 벌써 다 말했을 거야.
       석구 그래서 유정이한테 열돋냐?
       재호 ...
       석구 유정이가 말을 했든 안 했든, 그건 중요한 게 아냐.
       사실루다 유정이가 말 안 했으면 하늘이 말하고 땅이 말해.
       언젠가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 그 말이야.
       넌 도대체 뭐가 모자라서 널 속이냐?
       니가 나처럼 머리가 썩었냐, 배우질 못했냐. (재호의 어깨 치며) 등 발이 나만
       못해, 인물이 나만 못해.
       내가 너라면 세상 부러울 게 없겠다. 나 부모 없어도 이렇게 잘 컸 다, 동생
       이쁘게 키웠다, 나 정말 멋진 놈이다.
       재호 (쓰게 웃는다)
       석구 친구 말에 비웃어?
       재호 (석구 안 보고) 아니. 하지만 세상사람들은 너같지 않아.
       있는 사람들은 있는 사람들을 만나려고 하지.
       나같이 없는 놈은, 있는 여잘 만날 수가 없어. (사이) 석구야. 나, 가난이 싫
다.
       성공하구 싶어. 너 내가 어떻게 살았는지 알지?
       더는.... 고생하기 싫어. 여잘 미끼 삼아서 성공하고 싶다 그러면 사 람들 다
       욕할 거야.
       석구 (보면)
       재호 그런 줄 알면서... 내 욕심이 포기가 안 돼. 왜? 나 여기까지 오기 도 너

       힘들었거든.
       석구 (재호 보며 한숨 쉬고) 그 여자 정말 돈 많아?
       재호 (허탈하게) 많어.
       석구 그럼 어떻게든 잡어.
       재호 (석구 보면)
       석구 그리구 자신감을 가져. 넌 멋있어. 그 여자한테 이렇게 말해. 니네집
       재산이 백억이냐?
       그럼 내가 이백억을 만들어 줄 게.
       나 강재호는 반드시 그렇게 할 수 있는 놈이다.
       재호 (자조적인 웃음) 내가 정말 그렇게 할 수 있을까?
       석구 그럼, 임마. 니가 성공을 안 하면 누가 성공을 하냐?
       내가 너한테 괄시 받으면서 왜 붙어있는데.
       니가 성공할 거 같기 때문이야.
       재호 (믿어주는 게 고맙다, 작게 웃으며) 정말?
       석구 정말! 정말! (일어나) 나와라. 너무 덥다. (하고 나간다)
       재호 (얼굴에서 흐르는 땀 닦고 생각하는 눈빛이다)

       $#12. 목욕탕 안

       석구, 목욕탕 문 열고 나가려다 재호 있는 쪽 돌아보며

       석구 불쌍한 놈. (하고 나간다)

       $#13. 시장 근처 (혹은 목욕탕 근처) 재호의 차 안, 낮

       재호, 핸드폰으로 전화한다. 신호음 가다 떨어지면

       현수E (건조한 목소리로) 여보세요?
       재호 (애써 웃으며) 재호다.

       $#14. 신형의 방

       현수, 핸드폰으로 전화받고 있다.

       현수 (건조한 목소리로) 무슨 일이야?

       $#15. 재호의 차 안

       재호 (이상하다) 인사가 왜 그러냐? (말하기 어렵다) 만나자.

       $#16. 신형의 방

       현수, 전화기 들고 앉아있는데 잠시 후 신형, 다 개진 빨래 가지고 들어와
       현수에게,

       신형 이거 어디다 놀까?
       현수 (수화기 가리고 신형에게) 잠깐만. (다시 수화기에 대고) 오늘은 안 돼.

       보자. (사이) 알았어. 거기서 봐. (하고 끊고 신형에게) 내 빨래야?
       신형 응.
       현수 고마워. 그런데 다음부턴 개지마. 내꺼 내가 갤게. (하고 신형에게 서
       빨래 받아 장에 넣고 옷장 뒤진다)
       신형 (그런 현수 보며) 어디, 가?
       현수 (옷장 뒤지며) 진우 만나기로 했어.
       신형 현수야.
       현수 (신형 보면)
       신형 (어렵게) 너 재호랑, 나랑 오해하는 거 아니지? 어젠... 차가 고장이 났
어.
       걔 잘못두 내 잘못두 오해하는 거 아니지?
       현수 (입고 나갈, 옷 꺼내 보며) 상관 없어.
       신형 무슨 말이야?
       현수 (신형 보고) 재호 안 만날 거야.
       신형 (현수 보고) ?

       $#17. 재호의 집, 수돗가

       신자, 뜨거운 냄비와 숟가락 들고 부엌에서 나와 방으로 간다.

       $#18. 신자의 방

       미선, 이불 뒤집어쓰고 앉아 기침하고 있다. 신자, 들어오며

       신자 우째, 우째. 아직도 지침하네. (하고 미선의 앞에 앉아 숟가락으로 죽을
       떠주며) 이거 한번 먹어봐.
       미선 뭔데?
       신자 땅콩죽.
       미선 안 먹어.
       신자 왜 안 먹어? 에미가 갈리지도 않는 땅콩 열심히 갈아가 끓인 긴데.
       먹어봐.
       미선 (숟가락 손으로 치며) 안 먹어. (하는데 손가락이 바닥에 떨어져 죽 이
       흩어진다)
       신자 이 년 보래, 이 년 보래. 이 쏘가지 나쁜 년.
       니 아픈 게 뭐 대수야? 어데 승깔이야. 고 쪼매 아프다꼬 공장도 안 가고.
       묵지마, 이년아.
       안 먹으면 니배 곯지 내 배 곯아. 에미가 좀 잘 해주면 고맙다고 생각해야지
       어데 승질이야, 승질이. (하며 바닥에 흩어진 죽 보고)
       아까버라. 이걸 어째. (하며, 손으로 훑어 먹다 '퇘!' 뱉으며) 벌서로 먼지
       묻었네. 에이 나쁜 년. (하고 냄비로 미선을 땔니다)
       미선 아야.

       $#19. 진숙의 방
       재영(예쁜 머리핀 하고 있다), 진숙, 달건, 인숙 군고구마 먹고 있다.
       밖에서 미선과 신자의 목소리 들린다.

       미선E 아퍼, 아퍼.
       신자E 니는 아퍼두 싸, 이년아.
       달건 (바깥쪽 보며) 아유, 또 딸내미 잡나 보네. 희진이가 없길래 망정이 지
       저런 거 보면 뭘 배우겠어.
       진숙 애들두 저런 거 보면서 자라야 돼.
       달건 (진숙 보면)
       진숙 애 잘못하면 엄마가 매질하는 거 당연한 거지 그게 어때서.
       자네도 희진이 너무 오냐오냐 키우지 마. 애가 자네 믿고 얼마나 시건방떠는
       줄 알어?
       달건 (듣기 싫다) 희진이가 무러요?
       진숙 인숙이한테 하는 거보면 눈 뜨고는 못 봐.
       아무리 친엄마가 아니래두 그렇지, 같이 산지가 일년 반이 넘었는 데 여적
       아줌마야.
       인숙이가 뭐라고 한마디만 해 봐. 입을 삐쭉대고, 눈을 흘기구 아빠 한테 이를
       거예요.
       E 엄마하는 일을 아빠한테 일러 뭐하겠다고 걔 뻑하면 그 소리야. 지 금은
       어리니까 어리다고 봐주지 좀 더 크면 눈꼴셔서 못 볼 거 같 애.
       달건 (짜증내며) 그건 처형이 상관할 일이 아니죠.
       진영, 재영, 인숙 (보면) ?
       달건 내 딸 교육은 내가 시켜요. 그리구 희진이요, 원래는 착하고 말 잘
       들었어요, 지금 같지 않았다구요.
       걔가 그렇게 된 데는, (하다가 인숙 가리키며) 이 사람한테두 문제가 있어요.
       맨날 뻥치구 돌아다니구. 오죽하면 별명이 뻥인숙이겠어요? 희진이가 새
       엄마가 뻥치고 다니는 거 모르는 줄 아세요? 알아요. 그게 싫은 거예요, 걔는.
       진숙 (달건 보며 인숙을 가리키며, 황당한 듯) 얘가 누구야? 자네 부인 이야.
       누가 누구 흉을 봐, 지금?
       달건 흉보는 게 아니라 그렇다 그겁니다. 저 일하러 갑니다. (하고 나간 다)
       재영 (진숙에게) 이모부 화났나봐요.
       진숙 (인숙 보면)
       인숙 (기죽은 채로 꾸역꾸역 고구마 먹고 있다)
       진숙 (인숙 보다 버럭) 넌 지금 그게 먹혀!
       인숙 (진숙의 눈치 보며) 식으면 맛없단 말야.
       진숙 (그런 인숙을 황당하게 보며) 어우, 울화 치밀어, 정말. 넌 속두 없니?

       남편이 너보구 뻥인숙이라는데?
       인숙 사실 내가 뻥 좀 치잖아.
       진숙 (한숨 쉬며) 난 지금 이 순간, 돌아가신 니 엄마가 다 밉다, 어쩜 앨 나

       너 같은 앨 낳니.
       인숙 (고개 숙이고, 울상으로) 내가 왜 뻥을 치게 됐는데...
       진숙, 재영 (보면)
       인숙 내 쌍둥이 남동생하구 나하구 어렸을 때 밥을 먹으면... 엄마두 할 머니

       동생한테만 이거 먹어라, 저거 먹어라... 나는 먹든 말든 상 관도 없구.
       그뿐인가, 내가 맛난 거라도 집으려 그러면 할머니가 숟 가락으로 내 손등을
       때리면서 기집애가 재수 없게 사내랑 한 배에 서 태어나 지랄한다구, 동생
       앞길 망치려구 용쓰구 먼저 나왔다구...
       진숙 그 얘길 뭐하러 해?
       인숙 (괜히 고구마 껍질 까며) 그래서 거짓말을 하기 시작했던 것 같애. 엄마,
       나 엎. 엄마, 나 백점 맞았다.
       엄마, 나 선생님이 칭찬했다.
       그렇게 거짓말하면 어른들이 나한테 조금, 아주 조금, 눈꼽만치 관 심을 주는
       거야. (하는데 눈가 붉어진다)
       재영 (달래듯이 인숙에게) 이모.
       진숙 (인숙에게) 건너가. 대낮부터 청승 떨지 말구. 희진이 학원 가기로
       했잖아. 무슨 발표횐가 한다며, 안 갈 거야?
       인숙 (손등으로 눈가 닦으며) 갈 거야. (하고 시계보고) 벌써 시간이 이 렇게
       됐네. 학원 갔다 일하러 가야 되겠다. (하고, 고구마 몇 개 들 고 나간다)
       진숙 울면서도 먹을 건 챙기지, 그러니까 찐다 쪄.
       재영 (나근ㄴ 인숙 보면) 인숙이 이모 불상하다.
       진숙 불쌍하긴 뭐가 불쌍해? 남편 있구 딸 있는데. (하다 재영 보며) 넌 석구

       잘 돼?
       재영 잘 안 돼.
       진숙 (그런 재영 보는데) ?

       밖에서 미선의 목소리 들린다.

       미선E 강재영, 너 나와봐.
       재영 (문 쪽 보며) 쟨 또 왜 날 찾어?

       $#20. 재호의 방

       한쪽 코에 휴지 박은 미선, 재영의 손잡고 들어온다. 재영, 들어와 미선의 손

       뿌리치며,

       재영 왜 이 방엘 들어와?
       미선 (방 문 닫고) 너 나 감기 걸린 거 안 보여? (휴지 박은 코 가리키 며) 콧
물이
       나서 이거까지 박았는데/ 밖에서 덜덜 떨어야 겠냐?
       재영 할 말이나 해.
       미선 너 어제 박석구 만났어, 안 만났어?
       재영 니가 알 바 아냐.
       미선 (때릴 듯이) 이게!
       재영 어! (하며 피한다)
       미선 (화난 얼굴로) 박 석구 만났지?
       재영 만났다.
       미선 몇 시에?
       재영 여섯시에.
       미선 몇 시까지 있었어?
       재영 열 시까지.
       미선 (어이없다는 듯 웃으며) 나 어저께 석구 오빠 만나기로 했어. 그런 데 그
       인간이 널 만났다 이거지. 니들 안 만나기로 해놓고 왜 또 만나?
       재영 고미선. 넌 아직도 그걸 모르겠니? 박석구는 나 대신 널 만나는 거 야.
       박석구는 내가 오라면 오고 가라면 가는 남자야. 정신 차려. 니 생각해서 하는
       소리야.
       미선 야, 이 기집애야. 내가 언제 너 보구 내 생각해달라 그랬어?
       고미선, 이 자리에서 맹세한다. 난 박석구랑 엮여. 너 나랑 싸우고 싶은
       모양인데 좋아. 싸워. 누가이기나 갈 데까지 가 봐. (하다 재 영의 머리핀 잡

       뺀다)
       재영 (황당한 얼굴로 웃고) 별나다, 별나다 해도 사람이 어떻게 너처럼
       별나니?

       $#21. 상가 가게 앞 (8부에 나왔던 김사장네 가게)

       석구, 달건 게상자 밀어 넣으며 주인과 실랑이하고 있다.

       주인 (게짝 밀어내며) 못 받는다 그랬잖냐.
       석구 받으라 그랬잖아!
       주인 장고한테 벌써 받았다 그랬잖냐.
       석구 이건 거저예요. 한 짝에 오만원. 운임비도 안돼, 알어? (게 한 마리
       들어보이며) 이거 마리당 만원이야, 한 번 눈 씻고 보라구.
       주인 (그 게 보며 솔깃해지는)
       달건 우리가 그 동안에 신용 잃은 거 우리 돈 써가면서 갚겠다 이 말입 니다.
       사실 김사장님이야 두 군데서 물건 받는다고 해도 밑질 거 없잖아요.
       석구 밑지긴 커녕 땡잡는 거야. 우리 이거 짝에 팔만 구천 오백원에 산 거예요.
       그런데 반 가격에 준다 이거야. 오늘 장고네 꺼 얼마에 받 았어요?
       주인 구만원에 받았다.
       석구 그지? 걔 오늘 경매칠 때 그거 칠만 오천원에 샀어.
       주인 무슨 말이야? 나한텐 팔만 칠천원이라 그랬는데.
       석구 그걸 믿냐? 남자가 애 뱃다는 걸 믿어라.
       달건 긴 말 필요없구요. 이거 받으실 거예요 말 거예요. 사실 이거 길거 리에
       풀어놔도 마리 당 팔천원은 받어. 어떡하실 거예요?
       주인 (한숨 쉬며) 들여놔라.
       석구 (기분 좋아) 감사합니다. (게짝 들고 가게로 들어간다)
       달건 고맙습니다. (하고 석구 따라 들어가고)
       주인 (입맛 쓰게 다시고)

       $#22. 상가 입구 트럭 앞

       달건, 석구 기분 좋게 손으로 손뼉 부딪히며, '다 팔았다'한다.

       석구 아도다 아도. (고개 돌리는데 하는데 장고 트럭 앞에 서있다. 장고 보고
       얼굴 굳어지며) 여기 웬일이야?
       장고 웬일? 너 뭐하고 다니는 거야? (버럭) 누가 니 맘대로 물건 돌리 래,
       새끼야?
       달건 자유 경쟁 아냐?
       장고 (달건 보면)
       달건 나 (석구 가리키며) 얘랑 일하는 서 달건이야. 내 이름을 거꾸로 뒤집으

       건달, 서지. 왕년에 나도 논다면 놀았어. 보아하니 세상 살 만큼 산 거 같은데
       어리숙한 애 등쳐먹구 그러지 말어. 거기 우 리 차거든 비켜.
       장고 (어이없다는 듯 웃으며 침 뱉고 걸어와 석구 어깨 치며) 니가 이러 고도
       성할 거 같으냐?
       석구 (장고 보면)
       장고 다음에 보자. (달건 보며) 형씨도 또 봅시다. (하고 간다)
       석구 (크게 소리친다) 다음에 보자는 것들 하나도 안 무섭드라.
       달건 (가는 장고 보며) 저 자식 힘 좀 쓰게 생겼는데. 어째 기분이 좀 찜찜하
네.
       석구 가자, 형. (하고 뒤돌아보면 미선 마스크하고 머리에 재영에게서 뺏 은

       꼽고 호주머니에 손 넣고) 석구를 째려보며 서있다. 놀라) 고 미선!

       $#23. 길거리 건물 앞

       미선, 석구 앉아있다. 석구, 난처한 얼굴이다.

       미선 (마스크 내리고 석구 쏘아보며) 왜 말을 못해? 나 바람맞히고 재영 이랑
       있었냐고 묻잖아.
       석구 (미안하고 귀찮은 얼굴로) 미안하다.
       미선 (일어난다)
       석구 (미선 보며) 삐졌냐?
       미선 삐진 게 아니라 열받은 거야. 강재영이랑 박석구가 나 가지구 노는 데 두
       사람 다 실수한 거야. 우리 학교에서 내 별명이 뭔지 알어?
       움직이는 다이나마이트야. 나 갖구 놀다 떨어뜨리면 폭발해. 이건 경고야.
       오늘부터 강재영 보지마. 나만 봐. 알았어?
       석구 (짜증나 일어나며 미선의 어깨에 손 얹고) 야, 고미선. 너 학교에서 논
       거는 아는데... 이럼 안 되지? 너 누구 앞에서, 똥 폼을 잡어.
       이게 좀 귀여워해줬더니 끝 간 줄을 모르네.
       임마, 난 프리야. 총각. 오케이? 난 내 맘대로 살어. 누구 말 안 듣 는다고.
내가
       재영이 보고 싶음 보고, 안 보고 싶은 안 보는 거지, 니 말 듣고, 어떻게 하지
       않어. 너 마치 내 갈치라도 되는 양 재랄 떠는데, 나두 경고야, 조심해, 이렇

       싸가지 없이 막 나오면 너 같 은 기집애 안 보는 수가 있어.
       미선 (갑자기 석구의 팔을 비튼다)
       석구 아악! 야 너 이거 안 놔!
       미서 원래 깡패는 남자보다 여자가 더 무서운 거야. 나 한 번만 더 말해.
       강재영 만나지 마. 내 머리꼭지에 불붙이지 말란 얘기야. (더 비틀 며 큰
       소리로) 알았지?

       $#24. 약국 안

       미선, 약사에게 파스 하나 받아 뜯어 석구의 팔에 붙여준다.
       석구, 두려운 눈으로 미선 본다.

       미선 (파스 다 붙이고 석구 보며) 오빠 많이 아퍼?
       석구 (고개 저으며) 아니다.
       미선 나 엄마 몰래 나왔거든. 오래 못 있어. 일 끝나는 대로 들어와. 알 았지?
       석구 (고개 끄덕인다)
       미선 간다. (하고서는 파스 한 장 제 목에 붙이고 나간다)
       석구 (가는 미선 보며, 걱정스레 혼잣말) 저 기집애 저거 조직 일원 아 냐? 무

       힘이 이렇게 세냐. 진짜로 사귈 맘은 코딱지만큼도 없었는데, 진짜로 사귀게
       됐네. 큰 일났다, 박석구.

       $#25. 희진이네 학교 전경

       아이들 떠드는 소리 들린다.

       $#26. 복도

       인숙, 교실을 찾는지 두리번거리며 가고 있다.

       인숙 삼 반 교실이 어딘가? (두리번거리다 앞 쪽 보고, 반색하며) 아, 저
       기구나. (하는데 아이들 '와!'하는 함성소리 들리고 인숙, 교실 쪽 걸어간다)

       $#27. 교실 안

       아이들 앉아있고
       학부모들 뒤에 서있다.
       학생, 학부모들 손벽치고 있다.
       인숙, 뒷문 빼꼼히 열고 작게 '늦었네'하고 들어와 뒤에 서서 사람들 등너머로
       희진이 찾는다.

       선생님 (인사하고 고개들고) 고맙습니다. 여러분이 저를 이렇게 좋아하니까
       저도 참 기분이 좋네요. 봄 방학 끝나는 삼일 뒤엔 바로 이 반에서 다시 새롭

       만났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반장은 여러분이 적어낸대로 서희진 어린이가 맡겠습니다.

       아이들 박수친다.

       희진 (기분 좋다)
       선생님 오늘은 어머니들과의 상견례를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서희진 어
       머니는 잠깐 남아주세요. 서희진 어머니 어디 계시죠?
       인숙 (기분 좋아 나서려는데 '여기요'하는 소리 들린다. 소리나는 쪽 보 면)
       경희 (손 들고 서있다)

       $#28. 희진의 학교 교문 앞

       인숙, 담벽에 기대 시무룩히 서 있다.
       교문 안쪽으로 고개 돌려보면 희진과 경희 손잡고 얘기하며 나오고 있다.

       $#29. 학교 운동장

       희진 (웃으며) 언니같이 이쁜 언니가 우리 엄마라고 그러니까 사람들이 되게
       신기해하지?
       경희 신기해하는 게 아니라 부러워하는 거야. 기분 좋지?
       희진 응.

       하며 얘기하면서 나오는데 어느새 인숙이 희진 앞에 와서,

       인숙 희진아!
       희진 (인숙을 째려보며) 왜 이렇게 늦게 왔어요?
       인숙 (경희와 희진이 잡은 손떼며) 집에 가자.
       희진 (인숙의 손 뿌리치며) 싫어요. 경희언니랑 갈 거예요.
       인숙 니 엄마는 이 언니가 아니라 나야. (하며 희진의 손잡고 끌고 간다)
       경희 (인숙과 희진 보다, 생각없는 얼굴로 고개 흔들흔들하며 두 사람 앞질러
       걸어간다)
       인숙 (걸어가다 경희 보며) 야!
       경희 (가다 인숙 돌아보고) ?
       인숙 너 처녀가 그렇게 할 짓이 없어? 너 한 번만 더 같잖은 수작 부리 는 거

       눈에 띄기만 해 봐. 머리털을 싹 다 뜯어버릴 테니까. (하 고 돌아서 간다)
       경희 (손가락으로 자기 머리 가닥가닥 만지며 생각 없는 얼굴로) 저 언 니가
       화났나? 왜 화났지? 사장님한테 물어봐야겠네. (가고)

       $#30. 재호의 집 앞

       희진, 인숙과 손잡으며 오다,

       희진 (짜증스럽게 인숙의 손 뿌리치며) 아줌마 나뻐요. 만약에 앞으로 경 희
       언니가 나랑 안 놀아 주면 다 아줌마 잘못이에요.
       인숙 (단호하게 하지만 마음이 아프다) 난 아줌마가 아니라 니 엄마야. 가서

       씻구 밥 먹구 공부해. 밥상 차려놨으니까. 엄마, 일하러 가. (울고 싶지만 참

       이 앙 다물고 뒤돌아간다)
       희진 (그런 인숙 밉게 보다 뒤돌아 대문 열고 들어간다)

       $#31. 재호의 집 수돗가 대문 앞

       재영, 미선과 얘기하고 있다.

       재영 (황당하게 미선의 목에 붙은 파스 보며) 정말이야? 정말 그 목에 붙은 게
       키스 마크야?
       미선 (고개 끄덕인다)
       재영 (눈가에 눈물 핑 돌며 어이없게 웃으며) 그래? 둘이 잘 해 봐라. (하며
       수돗가 지나 방으로 들어간다)
       미선 (웃으며) 기집애. 속상하지? (파스 바른 자기 목 만지며) 답답해도
       내일까진 붙이고 있어야지.

       하는데 신자, 방에서 나오다 미선이 하는 말 듣고,

       신자 (미선 보며) 땅콩 니 혼자서 뭐라 그래?
       미선 (신자 보고) 아냐. (하고 방으로 급히 들어가려하면)
       신자 (가는 미선 잡고 목을 보며) 목엔 뭐야?
       미선 (얼버무리며) 어, 이거, 유행이야. (하고 들어간다)
       신자 (방 쪽 보며) 유행도 별스럽네.

       $#32. 신형의 집 앞, 밤

       재호, 한 쪽에 차 세워놓고 현수 기다린다. 담배 피우며 현수의 방 쪽 올려다
       본다.

       $#33. 신형의 동네 집 근처 일각

       현수, 진우와 웃으며 걸어온다.

       진우 오랜만에 기분 좋게 놀았지?
       현수 그래.
       진우 오늘 내 차 공장에 안 들어갔으면 스키장 가도 좋았을 텐데.
       미안하다. 기분 풀어준다 그래놓고 기껏 술 한 잔밖에 못 사주고.
       현수 (작게 웃으며) 아니야. 좋았어. 오랜만에 애들 만나니까 재밌기도 하구.
       진우 다음 주에 스키장 갈래?
       현수 이 교수님 과목 재 시험 준비해야 돼.
       진우 (조금 짜증난 듯) 아 참 니네과 강재호 때문에 재시험 치지?
       현수 강재호 때문이 아니라 대부분의 학생들 때문이야. (어느새 집 앞이 다)
       진우 들어가라.
       현수 먼저 가.
       진수 그래. (손 흔들고 가며) 또 연락하자. (하고 간다)
       현수 (가는 진우 보다 돌아서 초인종 누르려면)
       재호E 조현수!
       현수 (돌아본다)

       $#34. 카페 안

       재호, 현수 앉아있다. 현수는 냉담하게 창가 쪽 보고있고 재호는 그런 현수
       보고 있다.

       재호 (어색하지만, 애써 웃으려 하며) 무슨 말이든지 해라. 한 시간째 입 꽉
       닫고... 무슨 말이든 해.
       현수 (창가 보며, 건조한) 할 말 없어.
       재호 (웃음 띤, 장난스레) 나 만날 시간은 없다더니 진우 만날 시간은 있었어?
       현수 (재호 보며) 넌 웃음이 나오니?
       재호 (그말에 웃음기 가신, 현수 보면) ?
       현수 니가 나한테 지금껏 보여준 행동, 모습... 도대체 어디서 어디까지가
       진짜니?
       재호 (굳은 얼굴로 현수 보면)
       현수 지금 그 눈빛은... 진짜야?
       재호 무슨 말...
       현수 (재호의 말꼬리 자르며) 무슨 말인지 몰라? 너같이 머리 좋은 애 가? 내

       왜 이러는지 짐작이 안 가? (사이) 유정이 만났어. (비웃 음기 있는) 재미난
       얘기를 하드라. 아버지가... 교수님이 아니시라 구?
       재호 (모멸감 느끼며 현수 보는 눈빛이 매섭다)
       현수 청담동에 사시는 게 아니라... 구로동에 사신다구? 레포트도 짜집기, 니
       환경도 짜집기. 왜 그랬어?
       재호 언제 알았어?
       현수 그게 중요해. 왜 그랬냐구, 왜 속였냐구? 우리집 재산 때문에?
       재호 (조금 강하게) 언제 알았어.
       현수 (사이) ... 어제 오후.
       재호 그런데... 왜 이제 얘기 해?
       현수 (재호 보면) ?
       재호 (차가운) 오늘 새벽에 우리 통화했지? 오후에도 통화했었어. 그리고 이
       카페에 들어온 지 한 시간이 지났어. 왜 알고 있었다고 진작 말 안 했어.
       현수 ...
       재호 난 니가 모르는 줄 알고... 뻔뻔스럽게 앉아서... 너한테 잘 보이려고 애

       웃고... (자조적인 웃음 작게 웃고, 현수 보며, 화난 그러나 허 탈한) 내가 니
       눈빛 하나에, 손끝 하나에 절절매는 모습, 재밌었니?
       현수 (재호 눈 보며, 담담하게) 안 재밌었어. 변명해, 들어줄 테니까. 나 한테

       속였는지 무슨 이유로 속였는지... 변명해.
       재호 (차 마시고 찻잔 내려놓고 가방 맨다)
       현수 (그런 재호 보면) ?
       재호 (현수 보며) 변명하기 싫어. 너 같은 기집애... 안 만나면 그 뿐이 야.
(하고
       일어나 나간다)
       현수 ?

       $#35. 편의점 밖

       유리창 안으로 보면
       재호, 한 쪽 귀퉁이 탁자에서 맥주 마시는 모습 보인다.

       $#35. 편의점 안

       재호, 생각 많은 얼굴로 맥주 마시고 있다.
       마음이 좋지 않다.

       $#37. 길거리

       현수, 길을 걷고 있다.
       생각이 많은 얼굴이다.
       $#38. 신형의 집 앞

       현수, 초인종 누르려다 누르지 않고 집 앞 계단에 앉는다.
       한숨쉬며 아랫입술 깨무는데, 어이없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속이 상한

       $#39. 길진의 집, 주방

       신형, 생각 없는 얼굴로 싱크대 개수대 앞에서 컵 닦고 있다. (O. L) 그런
       신형의 얼굴 위로,

       길진E 신형아.
       신형 (대답하지 않고 여전히 생각없는 얼굴로 컵 닦고 있다)

       $#40. 길진의 집 거실 + 주방

       길진, 컴퓨터 앞에 앉아서 주방 쪽 보며,

       길진 (조금 크게) 이신형!
       신형 (조금 놀라 돌아보며) 어?
       길진 설거지 다 안 했어?
       신형 (그 말에 개수대 보면 그릇 없다. 어색하게 웃으며) 어, 다 했어.

       $#41. 다탁 앞 신형과 길진, 커피를 마시고 있다.

       탁자 위에 빵이 놓여있다.
       신형, 생각이 많은 얼굴로 무의식적으로 차 마시고 있다.
       길진, 그런 신형을 보다 탁자를 톡톡 친다.

       신형 (길진 보고, 어색하게 웃으며) 어, 미안해 형. 자꾸만 내가 정신을 놓고
       있지?
       길진 재시험 준비하는 거 때문에 낮에도 잠 못 잤어?
       신형 문제 벌써 냈는데 뭐. (탁자 위에 있는 빵을 괜히 집어 잘게 뜯으 며) 형.
       길진 말해.
       신형 나...
       길진 (신형 보면)
       신형 (길진 보지 않고) 아무래도 재호... 좋아하고 있는 거 같애.
       길진 (보면) ?
       신형 (길진 보지 않고 애써 담담 하려 하며) 머리 속이 온통 걔 생각이 야.
       아니려고 하는데 잘 안 돼.
       걔는 학생이다. 나보다 나이가 어리다, 욕심이 많다, 현수를 만난다.
       현수에게 가기 위해서 나를 이용하는 건지도 모른다. (눈가에 물기 보이는데
       애써 웃으려하며) 어제 걔랑 있으면서 나 말이야, 아주 바보같은 생각이
       들었다. 걔가 안아달라 그러면 안아줄 수도... 웃으 려면 웃어줄 수도... 울라
       그러면 울어줄 수도 있을 거 같드라... (자 기말에 자기도 속상한, 그래도 어

       수 없다) 나 바보같지.
       이건 안 되는 건데. 걔 같은 애 좋아해 봤잔대. 걘 날 거들떠보지도 않아. 걔

       원하는 것 만큼 내가 갖고 있질 않으니까.
       재호 참 못됐다... (눈물이 날 것 같아, 입술이 파르르 떨리는...)
       길진 (마음이 아프다, 감추며 건조하게) 신혀아.
       신형 (길진 보지않고) 어?
       길진 부탁인데... 내 앞에서 다른 사람 때문에 울지 마.
       신형 (길진 보면) ?
       길진 (일어나 현관문 열고 신형 보지 않고) 담배 사러 갈 거야. 나 오기 전에
가.
       (나가고)
       신형 (미안하고)

       $#42. 오피스텔 계단

       길진 앉아 답답한 얼굴로 두 손으로 머리 쓸어 올리고 한숨쉰다.

       $#43. 오피스텔 앞

       신형, 양팔로 제 몸 싸안고 생각 많은 얼굴로 나가는 모습 보인다.

       $#44. 길진의 집 안

       길진, 들어오면 신형이 없다.
       길진, 컴퓨터 책상으로 가 컴퓨터 켠다.
       키보드를 친다.
       그리고 담배 피워 물고 생각하는,

       인서트 - 컴퓨터 모니터.
       오늘 내가 사랑하는 여자가 다른 남자 때문에 내 앞에서 울었다.
       길진, 생각많은 얼굴로 담배 피우는.

       $#45. 신형의 집, 거실

       병국, 혜자 앉아 인숙과 차 마시며 얘기하고 있다.

       인숙E 몰랐어요? (O. L)
       혜자 (난감한 얼굴로 인숙 보지 않고 차 마신다)
       병국 (혜자 힐끗 보고 인숙 보며, 떨떠름한) 남자가 많았어요?
       인숙 (병국 보며) 많았죠. 혜자 언니 얼굴은 그래도 애교가 많거든요.
       (혜자보며) 언니, 정식이 오빠 전에도 유지상씨, 그래 유지상씨도 있었지.
       그리고 또 누가 있었더라. 박복수. 맞아 박복수.
       박복수가 언니 땜에 죽는다구 양잿물 마시구 그랬잖아. (마구 웃으 며) 그래도
       죽기는 싫었나봐. 물에 멀겋게 타서 한 모금밖에 안 마 신 거 보면.
       혜자 (차만 마시는)
       병국 (혜자 흘겨보며 말은 인숙에게) 이 사람 전적이 아주 화려했네요.
       혜자 (병국 째려본다. 그리고 인숙에게) 너 안 가니?
       인숙 가야지. (일어나며 병국 보고 웃으며) 그래도 내가 본 그 어떤 사 람
       중에서 아저씨가 제일 멋있어요 (혜자 보고) 언니, 남자 참 잘 골랐다. 하긴
       그렇게 골랐는데 이 정도 안 고르면 안 돼지. (병국에 게) 다음 주에 또
       뵙겠습니다.
       병국 (고갯짓으로 인사하며) 예.
       인숙 (혜자에게) 언니 나 갈게. (하고 나간다)
       혜자 (태연한 얼굴로 찻잔을 옮기는데)
       병국 (기분 좋지 않다. 혜자 손잡으며) 나랑 얘기 좀 하지.

       $#46. 안방

       혜자 등돌리고 화장대 쪽으로 앉아있고 병국 그런 혜자 보며,

       병국 (비아냥조) 최혜자씨. 왜 등을 돌리고 계세요? 저랑 말씀 좀 나누
       시자니까.
       혜자 (병국 보지 않고) 주무세요.
       병국 (그말 무시하고) 첫날밤, 분명히 그랬죠, 난 당신이 첨이다, 당신 만
       나려고 23년 긴 시간을 혼자 보냈나보다. (어이없는 듯 웃으다가, 웃음기 가
신)
       그렇게 호박씨를 까네 그래.
       혜자 (병국 째려본다) ?
       병국 제가 뭐 틀린 소리했나요? (손가락 꼽으며) 정식이, 지상이, 복수, 나
       이병국. 한 사람 더 채우시지 그래요. 다섯 손가락 다 꼽게.
       혜자 다 결혼하기 전에 만났던 사람이에요.
       병국 아, 그래서 꺼리길 게 없으시다.
       혜자 (병국 보며) 쫌팽이.
       병국 뭐라구?
       혜자 치사스럽게 그러지 말아요. 지난 일 가지구, 남자가.
       병국 남자가? 남자는 사람 아니야? 남자도 질투 나. 길을 막고 물어봐, 이 세

       남자들한테. 부인한테 결혼 전에 남자가 세 명이나 있었다.
       그런 말 듣고 기분 좋을 놈 하나도 없어. 자기도 과거가 있으면서 말야, 혼자
       고귀한 척은.
       혜자 (병국 째려보며) 난 고귀한 척 하는 게 아니구 고귀해요. 그 남자 들 하

       손 한 번 안 잡아봤어요. 당신하곤 질적으로 다르다구.
       병국 (비아냥거리며) 그러시겠지. 최혜자씨가 어련하시겠어. 나는 저질이 고
       당신은 고질이지, 암. (그러다 떠보듯) 그런데 정말 손도 안 잡 았어?

       시간 경과

       불꺼진 안방.
       혜자, 한 쪽에서 자고있고 병국, 전화하고 있다.
       혜자, 눈을 감고 있지만 잠은 오지 않는다.
       병국이 전화하는 게 신경쓰인다.

       병국 (짐짓 큰 목소리로) 아유, 오늘 못 나가서 정말 미안해요.
       그렇게 말하면 서운하죠.
       내가 뭐 가야 될 의무가 있다 그런 얘기가 아니라 보고 싶어서, 보 고 싶어서.
       하하하.
       혜자 (혼잣말) 잘 논다.
       병국 그래 저녁은 드셨어요? 무슨 반찬 드셨어요? 맛있었어요?
       혜자 (짜증스레 이불 머리 위로 뒤집어쓰고)
       병국 (그런 혜자 보는데 고소하다는 얼굴이다)

       $#47. 애인처럼 안

       진숙, 전화하고 있다.

       진숙 그만 주무세요. 근데 어디서 전화하시는 거예요? (사이 놀라) 미쳤 어요?
       부인 재워놓고 안방에서 그러다 이혼 당해도 나 안 받아 줄 거예요. 끊어요.
       (끊고 전화기 보며 혼잣말) 미쳤나보네, 이 남자가 아무리 부인 신경 긁는 게
       취미래도 이러면 안 되지.
       경희 사장님. 혼자서 뭐라 그러세요?
       진숙 가게 닫아라.
       경희 (뭐라 말하려하면) 묻지 말고 가게 닫어.
       경희 (샐쭉해져서 출입구 쪽으로 가고)
       진숙 (전화기 보며) 이 남자 진짜 나한테 마음 있는 거 아냐? (슬몃 웃 으며)
       싫진 않네.

       $#48. 공원, 아침

       신형, 현수, 아침운동으로 배드민턴 치고 있다.

       신형 (힘들다. 땀 흘리며 헉헉댄다) 현수야, 조금만 쉬자.
       현수 (히들지만) 치자. (하고, 배드민턴 채들다가, 힘드는지, 채 내리며,
       헉헉대며) 아니다, 잠시 쉬자.
       신형 (숨차게, 대수롭지 않게) 너 정말 재호랑 끝난 거니?
       현수 (단호하게) 끝났어.
       신형 정말이야?
       현수 정말. 자, 간다. (하고 공 보냈는데)
       신형 (넋나가 공 받지 못하고 가만히 현수 보고 있다)

       $#49. 신형의 집 전경, 낮

       전화벨 소리 들린다.

       $#50. 신형의 방

       현수, 전화 받고 있다.

       현수 여보세요?
       재호E 이교수님 좀 바꿔 줘.
       그때 신형, 씻은 얼굴로 들어온다.

       현수, 신형에게 수화기 준다.
       신형 (현수 보면)
       현수 강재호야. 이젠 나 대신 언니를 만나기로 했나봐. 잘 해 봐. (하고 나간
다)
       신형 (수화기 손으로 막고 맘 고르고, 짐짓 아무렇지 않게) 여, 여보세 요?

       $#51. 나이트클럽식 가라오케, 밤

       재호를 물끄러미 보고 있다.
       재호, 빠른 노래 부르며 무대에 나온 여자들과 어깨동무하며 춤을 추며 있다.
       신이 난 건지 슬픈 건지 알 수 없다.
       신형, 그런 재호를 차마 보지 못하고 고개 떨군다.
       그러다 다시 재호 보면 입은 웃어도 눈가는 슬픔이 번져 춤을 춘다.

       $#52. 가라오케 밖

       신형, 담담한 얼굴로 나와있고 재호, 기분 좋은 얼굴로 안에서 뛰어나오며
       신형의 어깨를 잡는다.
       신형, 돌아보면

       재호 오늘 너무 재밌었죠? (큰 소리로) 야! 신난다!

       신형 (그런 재호 왜 그런가 보는)

       $#53. 구로동 주택가

       재호, 신형의 손을 끌고 간다.

       신형 (끌려가며) 어디 가는 거야?
       재호 (웃으며, 끌고 가는) 아주 멋진 구경 시켜드릴게요.
       신형 (달래듯) 손놓고 가자. 손 아퍼.
       재호 (큰 소리로 웃으며) 안돼요. (하고 웃으며 신형의 손잡고 뛰어간다)
       신형 재호야!

       $#54. 재호의 집 앞
       재호, 신형의 손 잡고 뛰어오다 집 앞에서 멈춰선다. 재호, 헉헉대고 신형, 숨
       몰아쉰다.

       재호 (신형 보며, 짐짓 가볍게 애써 웃으며) 이제 다 왔어요.
       신형 어딜?
       재호 나 현수한테 채였어요. 내가 가진 게 없다구 싫대요.
       신형 (재호 보면)
       재호 우린 친구죠. 사제지간이지만 친구도 될 수 있잖아요. 아녜요?
       신형 (끄덕이며) 그래.
       재호 친구는 못 사는 거 잘 사는 거 상관이 없는 거예요. 그죠?
       신형 (재호 보면)
       재호 (자기 집 가리키며) 저 집 봐요.
       신형 (재호 보다 재호가 가리키는 집 본다)
       재호 내가 사는 곳이에요.
       신형 (집 보다 담담하게 재호 본다)
       재호 난 저길 들어가기가 너무너무 싫어요. 현수 집은 우리집 열 배는 되겠죠?
       재산도 백 배는 많을 거예요. 그죠?
       (동네 가리키며) 이렇게 집이 다닥다닥 붙은 게 아니라 담이 높고 길고 대문이
       아주 크고.
       난요, 현수의 집으로 들어가고 싶었어요.
       신형 (마음이 아프다) 들어가서 자. 늦었다. (하고 돌아서 가려는데) 재호 이
       교수님.
       신형 (돌아본다)
       재호 (신형에게 다가가 신형의 어깨에 손 얹고)
       신형 (가슴이 떨리는) !
       재호 한 번... 안아봐도 되요?
       신형, 재호 서로 마주보는 눈빛에서 엔딩.

       <제 9 회 끝>

 

 

 

첨부파일 우정사 - 09.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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